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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5

기타기타 사건부 - 미야베 미유키 / 이규원 : 별점 2.5점

기타기타 사건부 - 6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북스피어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물'제 2막'이라는 부제처럼 새로운 시리즈입니다. 가난한 16세의 고아 기타이치가 주인공이지요. 기타이치는 '붉은 술 문고' 행상이면서, 동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해결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자신을 돌봐주었지만 복어를 먹다 비명횡사해버린 오카핏키 센키치 대장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서요.
단, 외모가 출중하거나 대단히 머리가 좋은 건 아니에요. 관찰력과 판단력은 나름 괜찮지만 몸도 약한 편이고요. 그래서 탐정 역할이자 두뇌는 주로 대장의 미망인인 장님 마쓰바가 맡고 있습니다. 기타이치는 주로 발로 뛰면서, 단서들을 모아 안락의자 탐정같은 마쓰바 부인에게 전달해주는 역할 담당입니다. 주체적인 행동력을 갖춘 조수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는 '네로 울프' 시리즈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물론 기타이치는 아치 굿윈과 같은 인생 경험이나 넉살을 갖추지는 못했지만요.
아울러 부족한 액션을 보충하기 위해, 목욕탕 가마 담당이지만 귀한 집안 후예로 굉장한 무술을 지닌 기타조가 은밀히 기타이치를 도와준다는 설정도 덧붙여져 있습니다. 그래서 '기타(이치)기타(조) 사건부' 인 걸로 추측됩니다.

이전의 다른 에도물과 다른 새로운 시리즈만의 특징이 몇 가지 눈에 뜨입니다. 첫 번째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이라는 점입니다. 수록작 네 편 중 실제 괴담이 등장하는 작품은 한 편 뿐이며, 그 이야기도 결말과 진상은 합리적으로 설명되기 때문입니다.
또 수록작들 네 편이 모두 종류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도 특징이에요. 전형적인 괴담물, 괴담물인줄 알았지만 일상계, 일종의 모험물추리물로 명확하게 구분됩니다.
비교적 현실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이 많다는 특징도 큰데, 이는 주인공 기타이치의 설정 탓입니다. 사회적 지위와 신분이 낮고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팍팍하니, 규모가 크고 복잡한 사건보다는 아무래도 현실에 맞닿은 이야기들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었던건 당연합니다. 작가가 '미시마야'와 같은 기존 시리즈 대신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한 이유도 에도 서민들 삶에 맞닿아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했던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이런 현실적인 배경 덕분에, 에도 서민 생활에 대한 묘사도 굉장히 상세합니다. 기타이치가 홀로 '나가야'에 세를 얻어 살면서 문고 행상을 하고, 이런 저런 가게를 탐문하는 등 모든 장면에서의 묘사는 정말 손에 잡힐듯하니까요. 작가가 에도라는 곳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세삼 깨닫게 해 줍니다. 대한민국 독자가 이런 묘사를 모두 이해하기는 좀 힘들다는게 문제이기는 하지만요. 이전에 읽었던 <<만족을 알다>> 등 에도 관련 책과 함께 읽어야 대충 배경이 머릿 속에 그려질 것 같습니다. 

수록작별로 짤막하게 스포일러와 함께 소개해드리자면,
첫 이야기인 <<복어와 후쿠와라이>>는 수록작 중 유일하게 진짜 괴담이 주요 소재입니다. 저주받은 후쿠와라이 때문에 소동이 빚어지게 되거든요. 그러나 결말은 굉장히 현실적이에요. 저주를 풀기 위해 마쓰바 부인이 눈을 가리고 후쿠와라이를 완벽하게 완성하는데, 지극히 논리적인 방법이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스타크래프트로 따지면 일종의 '귀맵'을 썼다는게 진상이니까요.

두 번째 이야기 <<쌍륙 가미가쿠시>>는 '저주받은 쌍륙'에 의해 '가미가쿠시 (아이 실종)'가 일어나는 내용으로 괴담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알고보니 아이들의 거짓말이었다는게 진상이었습니다. 이를 밝혀내는 과정과 진상, 일종의 트릭과 추리 과정 모두 일상계같은 느낌을 전해주어서 현실적이면서도 와 닿게끔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기타이치 혼자서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모습을 통해, 그가 장차 센키치 대장의 뒤를 이을거라는걸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는 시리즈에서 중요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말이 없는 지킴이>>는 기타이치가 연고없는 유골을 수습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알고보니 목욕탕 가마 담당 기타조의 아버지 유골이었고, 기타조는 은혜를 갚기 위해 도미칸 납치 사건을 기타이치가 해결한걸로 만들려고 한다는 내용입니다. 수록작 중 유일하게 괴담이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대체로 '모험물'에 가깝다는 것도 특징이고요. 반면 추리물로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도미칸 납치 사건은 추리의 여지가 전혀 없었고, 사건도 반 쯤은 우연에 의해 해결되는 탓입니다. 앞서 도미칸이 과자가게 이나다야의 난봉꾼 차남을 응징하는 장면은 재미있었고, 또 다른 주인공 기타조가 첫 등장하는 등 건질게 없지는 않지만, 수록작 중에서는 가장 처지는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마지막 수록작인 <<저승에서 돌아온 신부>>는 밥집 딸 오사키가 자신이 된장가게 아들 만타로의 죽었던 아내 환생이라고 주장한 뒤 일어난 일련의 살인 사건을 그리고 있습니다. 살인 사건이 2건이나 일어나는 잔인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다른 수록작들과 결을 좀 달리합니다. 사건을 추리해서 풀어가는 내용도 비교적 정통 추리물에 가깝고요. 환생이 아니라 사기극이었다걸 드러내는 추리의 과정도 괜찮았습니다. 사건 해결은 오사키의 자백에 의한 것이라는 단점은 있지만, 이는 에도라는 시대 특성상 어쩔 수 없었던 점이라 생각되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평균 수준의 작품이 세 편 이상은 되기에,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물을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추리물 속성이 옅고, 기타이치가 오카핏키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기이자 모험물 속성이 강해서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요. 리뷰를 쓰기도 힘들었고, 후속권도 읽어볼 것 같지는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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