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22/01/07

샘 호손 박사의 두번째 불가능 사건집 - 에드워드 D. 호크 / 김예진 : 별점 2점

샘 호손 박사의 두 번째 불가능 사건집 - 4점
에드워드 D. 호크 지음, 김예진 옮김/GCBooks(GC북스)

안녕하세요. 2022년 첫 리뷰네요. 먼저 새해 인사 드립니다. 2022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 작품은 노스몬트에서 일하는 시골 의사 샘 호손이 명탐정으로 등장해서, 온갖 불가능 사건을 해결하는 고전 스타일의 정통파 본격 추리 단편 시리즈입니다. 1권에 이어 2권도 읽게 되었네요.
수록작은 무려 15편이며, 샘 호손이 범인으로 몰린다던가, 대도시 보스턴에서 사건을 해결한다던가, 렌즈 보안관이 혼자서 사건을 해결한다던가 하는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져서 팬들을 즐겁게 해 줍니다.

하지만 전편보다는 별로였어요. 모두 일종의 밀실 상황에서 일어난 불가능 범죄를 다루고 있는데, 알고보니 밀실이 아닌 상황이 많았던 탓입니다. 대략 네 작품은 명백하게 밀실이 아니었어요. 트릭도 무려 여섯 작품에서 변장이 사용되고 있고요. 무엇보다도 절반이 넘는 무려 여덟 작품에서 불가능 범죄를 만들 이유가 없는데에도 불구하고 만들어버리는 억지를 보여주고 있어서 굉장히 실망스러웠습니다. 범행 동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체로 설득력이 없어서 와 닿지 않더군요.

몇몇 작품은 나쁘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전체 평균 별점은 2점입니다. 팬이 아니시라면 딱히 권해드리지 않습니다.

수록작 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트릭과 범인을 모두 알려주는, 스포일러 가득한 리뷰라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그나저나, 무려 15편의 리뷰를 상세하게 올리니 시간이 엄청 걸리네요. 다음부터는 인상적이었던 단편들만 추려서 올리는걸 고려해 봐야 겠습니다.

<<치유하는 천막의 수수께끼>>
샘 호손은 어린 아들을 치료사로 내세워 시골 환자들 대상으로 사기를 치고 다니는 사기꾼 조지 예스터의 공연을 찾아갔다가 그와 싸움을 벌이고 말았다. 자기 환자에게 큰 좌절감을 안겨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샘이 그에게 주먹을 날린 뒤 나가려고 잠깐 뒤를 돈 순간, 조지 예스터가 가슴을 칼로 깊게 찔려 살해당했다. 천막 안에는 예스터와 샘 호손밖에 없었고, 잠깐 사이에 샘 호손의 눈을 피해 현장에서 빠져나가는건 불가능했다...

짧은 순간에 범인이 사라져 버리는 인간 소실 트릭이 사용된 작품.

범인인 매지가 동상으로 변장하고 있었다는 트릭은 굉장히 허무했습니다. 동상과 사람이 몸에 페인트 칠을 한 건 명백히 달랐을 텐데 이걸 눈치채지 못했다는건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물론 위 사진처럼 정말 동상처럼 보이게끔 하는건 가능하고, 동상이 그녀를 모델로 만든거라는 일종의 복선도 제공되기는 합니다. 짧은 시간, 제한된 조건에서라면 먹혔을 수도 있지요. 그러나 매지 혼자 거대한 동상을 천막 밖으로 잠깐 치워 놓았다가 다시 원래 위치로 가져다 놓는다는건 아예 불가능했을거에요. 등신대 금속 조각상이라면 무게가 아무리 적어도 백 킬로그램은 되었을테니까요.
게다가 이렇게 동상으로 변장해 범행을 저지를 이유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샘 호손 (아니면 누군가)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기 위해 이 트릭을 사용했다? 말도 안됩니다. 샘 호손,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그날 조지밖에 없는 천막으로 찾아와 다툴 거라는걸 미리 알고 있었어야 하는데, 이걸 예상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설령 다툼을 예상했더라도, 천막 안이 아니라 천막 밖에서 다퉜을 수도 있고요. 즉, 살해하려면 그냥 천막에 숨어있다가 죽이는게 훨씬 나은 선택이었어요.
무엇보다도 이 동상의 존재를 은근슬쩍 묻고 지나가는 전개가 별로 공정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독자와의 두뇌 싸움을 펼치는게 아니라, 어떻게든 속여넘기려는 것에 불과해 보였어요.

또 트릭을 떠올릴 수도 있는 대학 시절 사진을 훔쳐내기 위해 매클로플린 교수를 습격했다는 것도 억지스러웠습니다. 예스터의 공연에 찾아가기로 한 건 매지가 샘 호손과 함께 있었을 때 나온 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때 사진을 회수했으면 됩니다. 추가적인 범행을 저지를 필요 없이요. 매지가 토비 예스터의 엄마였었다는 동기도 억지스러웠고요.

그래서 별점은 1.5점. 샘 호손이 범인으로 몰린다는 상황 말고는 건질게 없었던 졸작이었습니다.

<<속삭이는 집의 수수께끼>>
샘 호손은 유령사냥꾼 태디어스 슬론과 함께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고,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못 나오는 비밀의 방이 있다는 소문이 있는 브라이어 가문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둘은 한 밤중에 당장 나가라는 누군가의 말소리를 들은 뒤, 누군가 저택에 들어와 비밀의 방으로 들어가는걸 목격했다. 그리고 30여 분이 지나도 남자가 나오지 않아서 둘은 비밀문을 열어보는데, 남자는 죽어 있었고 방 안에는 다른 사람, 다른 출구도 없었다.
샘 호손은 피해자가 최소 15시간 전에 살해당했다는걸 알아챘는데, 수사를 이어가던 샘 호손의 차가 누군가가 설치한 조잡한 폭탄에 의해 불타버리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람들이 비밀 방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다는건, 그 방에 다른 비밀 출구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숨겨진 출구만 찾으면 될 일이라, 이걸 불가능 범죄물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유력한 용의자도 너무 뻔했습니다. 상황을 아는건 초반에 샘의 치료를 받는 빌리밖에는 없으니까요. 빌리는 어린 시절 유령 집에서 자주 놀았으며 치료를 받을 때 샘과 슬론이 그 집으로 간다는 이야기까지 들었고, 시체가 들고 있던 총은 발사된 흔적이 있었는데 빌리가 샘 호손의 치료를 받은 이유는 쇠스랑에 발을 관통당했다는 것이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그리고 이상한 불가능 상황으로 만드는 이유도 제대로 설명되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아무도 모르는 비밀 방이었다면, 그 안에 시체를 숨겨놓고 가만히 있었으면 될 일이잖아요? 구태여 샘과 슬론 앞에 모습을 드러내서 사건을 키울 이유는 하나도 없어요. 사건을 기획한 빌리의 모친이 사후경직을 통한 사망시각 추정이 가능하다는걸 몰라서 벌인 것이었다는 설명이 덧붙여지기는 했지만, 여러모로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절대로 좋은 점수를 줄 만한 작품은 아니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 그나마 샘 호손의 애차 피어스 랜스 어바웃이 7년만에 불에 타 버리고, 새로운 차를 구입한다는 이야기만 기억에 남네요.

<<보스턴 공원의 수수께끼>>
샘 호손이 의학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보스턴애 도착한 날, 보스턴 공원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쿠라레 독화살이 흉기로 사용되었으며, 이전에도 3명이나 같은 수법으로 살해당했었다. 하지만 공원은 숨어서 총을 쏘거나, 대롱을 부는게 불가능했다. 심지어 세 번째 사건 때부터는 공원에 형사가 가득했고, 네 번째 피해자는 죽을 때 까지 경찰이 예의 주시하며 미행행하기까지 했었다. 범인은 어떻게 독이 묻은 화살을 피해자들에게 쏠 수 있었을까?

"사건 현장에 있었지만, 아무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존재"에 의해 사건이 벌어진다는 일종의 '투명 인간 트릭'이 사용된 작품. 범인이 기차 차장이나 레스토랑 웨이터 등이었다는 류의 트릭으로 이 작품에서는 호텔 도어맨이 범인이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호텔 도어맨이라 눈에 뜨이지 않았다는 억지를 부리지 않아서 마음에 듭니다. 핵심은 샘 호손이 쿠라레에 대해 조사하여 밝혀낸대로, 공원 안이 아니라 공원 입구, 즉 호텔 근처에서 화살에 맞았다는 겁니다. 쿠라레는 즉효성이지만 맞고도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어서 피해자들은 공원 안에 들어가서 이동하다가 죽었던 거지요. 도어맨은 호루라기를 부는게 이상하지 않은 직업이라서 호루라기를 부는 척 하고 불특정 다수인 공원 이용자에게 독화살을 쏘았고요.
노스몬트가 이닌 대도시 보스턴을 무대로 하고 있는 것도 처음에는 그냥 재미 요소라 생각했는데, 트릭이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오가는 큰 공원, 그리고 공원 바로 앞에 위치한 큰 호텔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아무래도 시골 소도시 노스몬트보다는 큰, 보스턴같은 대도시를 무대로 할 수 밖에 없었던 거지요.

범인의 동기가 애매했으며, 20세기 초 미국을 무대로 한 작품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독화살이 흉기로 사용된 건 작위적이기는 했습니다. 샘 호손이 스스로 미끼기 되는 장면도 억지스러웠고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했습니다. 제 별점은 3.5점입니다.

<<잡화점의 수수께끼>>
노스몬트에 미모의 중년 여성 매기 머피가 이사와서 맥스 하크너 잡화점 옆에 부동산을 열었다. 그녀는 자주 잡화점에서 여성 인권에 대해 열변을 토했기에 마을 남자들이 싫어했지만, 워낙 미인이라 내색은 크게 하지 않았다.
존 클레이 노인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날, 맥스의 잡화점에서 일했던 프랭크가 샘 호손을 찾아와 자신이 맥스의 아내 어밀리아와 불륜 관계였다는걸 털어 놓았고, 그 직후 맥스가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잡화점 안에는 시체와 함께 기절했다는 매기 머피밖에 없었는데, 잡화점 문과 창문은 안쪽에서 모두 잠겨 있었다...


밀실물처럼 소개되지만 환풍기 날개 사이로 총을 집어넣어 쏘았다는게 진상이라서, 이게 밀실물인지도 잘 모르겠네요. 현장에서 발견된 맥스의 총은 더블 배럴이라 환풍기 날개 사이로 넣을 수 없었지만, 밖에 있었던 존 클레인 노인의 총은 싱글 배럴이라 날개 사이로 넣을 수 있었다는데 이건 트릭도 뭐도 아니고요. 부실한 현장 조사에 더해 흉기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서 생겨난 실수일 뿐입니다.
존 클레이 노인의 범행 동기도 제대로 설명되지 못하고, 범인이 살인 때문에 놀라서 죽었다는 등 내용도 전반적으로 억지스러웠고요. 복잡하고 억지스러운 장치 트릭보다야 현실적인 발상입니다만, 도저히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별점은 1점입니다.

<<법원 가고일의 수수께끼>>
샘 호손은 조스트로 살인 사건의 배심원을 맡게 되었다. 피고 애런 플레이버는 조스트로의 고용인으로, 그는 실수로 총이 발사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조스트로 부인과 불륜 관계라는 소문이 있어서 상당히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그런데 재판 도중, 베일리 판사가 마시던 물 잔 속 청산가리에 의해 독살당했다. 판사가 죽기 전 '가고일'이라는 말을 남겨서 범원 가고일 상을 조사해보니, 베일리 판사가 메이틀랜드 판사와 함께 밀주 밀매점에 투자했다는 문서가 들어있었다.
샘 호손은 이런 저런 단서들을 확인한 뒤, 사건 현장을 재현해서 추리쇼를 펼쳐보이는데...


애런 플레이버가 자살하려고 조스트로 부인에게서 건네받은 청산가리를 잔에 부어 놓았는데, 판사가 착각해서 먹고 죽은 거라는 진상부터가 말도 안됩니다. 자살할 생각이었다면 직접 입에 털어 넣었어야죠.
독약을 애런이 손에 넣은 방법에 대한 설명도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재판 중에 조스트로 부인이 껌을 계속 씹고 있었다는 증언을 통해, 그녀가 껌으로 독약병을 증인석에 붙여 놓았다고 추리하는건 일견 그럴싸했지만 이 역시 조금만 생각해보면 납득할 수 없는 추리에요. 아무리 20세기 초반이라고 해도, 재판을 받는 피고가 흉기를 손쉽게 손에 넣을 정도로 보안이 허술했을리가 없잖아요. 가능했다해도 총이나 칼을 손에 넣는게 나았을거에요.

억지스러운 설정, 부실한 설명으로 이루어진 최악의 졸작으로 별점은 1점입니다. 수록장 중 최악이었습니다.

<<청교도 풍차의 수수께끼>>
'청교도 풍차'라 불리우는 네덜란드 풍차가 보존되어 있던 부지에 청교도 기념 병원이 신설되었다. 노스몬트 최초의 흑인 의사 링컨의 근무로 이런저런 구설수가 나오고 있었던 중, 부지를 병원에 기증했던 랜디 콜린스가 풍차에서 몸에 불이 붙어 온 몸에 화상을 입고 말았다. 그는 사건 당시 "루시퍼"라는 말을 겨우 남겼었고, 의식을 회복하여 풍차 안에 악마의 불덩이가 떠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샘 호손은 주유소를 운영하는 아이작 밴 도런이 풍차 안으로 걸어 들어간 뒤, 풍차와 함께 불에 타 죽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 링컨 존스는 검시 결과 밴 도런의 다리가 심하게 골절되어 있었다고 알려주었다.


첫 사건은 백인 우월주의자 랜디 콜린스가 풍선을 이용하여 풍차 날개 4개에 불을 붙일 생각이었는데, 실수로 풍선이 터져 화상을 입었던 것이었습니다. "루시퍼"는 성냥을 부르는 명칭으로, 나중에 의식을 회복하고 악마 어쩌구로 말을 바꾼거지요.
두 번째 사건은 랜디에게 휘발유를 팔았던 주유소 주인 밴 도런이 진상을 눈치채고 협박해서, 랜디는 그에게 풍차 윗쪽에 보물을 숨겨두었다고 알려주었던게 진상이고요. 성냥이나 촛불로 확인해보라면서요. 그리고 이 말을 따른 밴 도런은 풍차 윗 쪽으로 날려보냈던 휘발유에 불이 붙어버린 탓에 처참하게 죽고 만 겁니다. 다리는 위에서 떨어질 때 부러졌던 것이었지요.
랜디의 동기는 인종차별을 하기 위했던 것으로, 인종차별이 뒤의 범죄들과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매끄러웠습니다. 사회파 느낌도 살짝 나서 괜찮았고요. 첫 번째 사건은 일종의 실수라 특별할 건 없지만, 두 번째 사건에 사용된 일종의 원격 조종 트릭은 나름대로 설득력도 높았습니다.

하지만 소소한 부분들은 문제가 많아요. 제일 먼저, 풍차를 십자가 형태로 불태우기 위해 풍선을 이용하려 했다는 발상이 억지스러웠어요. 이게 사건의 핵심인 탓에 이야기 전개도 다소 헐거운 편입니다. 성냥이나 촛불로 풍차 윗쪽을 확인한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지죠. 손전등도 있는 시대인데다가, 이렇게 한다고 불이 그렇게 쉽게 붙었을지도 의문이며, 설령 불이 붙었다 해도 밴 도런이 죽을 거라는 보장도 없으니까요.
아울러 랜디가 인종차별주의자라는걸 보다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은건 공정해 보이지 않았어요. 단서가 없지는 않았지만 의도적으로 숨긴 티가 물씬 나서 별로였거든요.

그래서 별점은 2점. 트릭은 나쁘지 않았는데 관련된 상황에 대한 설득력이 낮아서 감점합니다. 체스터튼 소설같은 사건이라며 한껏 분위기를 띄우는데, 그 정도 수준의 작품은 절대로 아닙니다.

<<생강빵 하우스보트의 수수께끼>>
노스몬트 근처 체스터 호수는 마을 주민들의 여름 휴양지였다. 샘 호손은 여름 휴가를 왔던 미란다 그레이와 사랑에 빠졌다. 미란다의 삼촌인 제이슨, 기티 그레이 부부와 그 이웃 별장의 레이, 그레텔 하우저 부부와도 친해졌는데 어느날, 샘과 미란다 눈 앞에서 하우저 부부의 화려한 하우스 보트를 타고 놀던 두 부부 모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메리 셀레스트호 괴담 이야기를 하면서 분위기를 끌어 올리지만, 특별한 수수께끼는 없습니다. 보트에는 레이 하우저와 키티 그레이만 타고 있었고, 그레텔 하우저와 제이슨 그레이는 이미 살해당해서 별장 안에 숨겨져 있었던 겁니다. 레이와 키티는 보트를 출발시킨 후, 별장에서 안 보이는 쪽으로 헤엄쳐 나왔고, 보트는 폭파시키려고 다이너마이트를 셋팅했는데 그게 불발했던거지요.
보트를 조사해서 다이너마이트를 찾아내면, 배 주인인 레이 하우저가 범인이라는게 뻔하니 후더닛 물로 볼 수도 없고요. 설령 레이 하우저의 계획대로 폭파되었더라도 문제에요. 그는 배가 폭파된 후 그레텔과 제이슨의 시체를 떠내려 보낼 생각이었는데, 그들이 익사하지 않았다는건 부검으로 밝혀졌을테니까요. 함께 배를 타고 있던 네 명 중 두 명이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익사가 아니라면, 다른 두 명이 범인이라는건 당연하잖아요?

아울러 이렇게 무거운 강력 범죄 이야기로 끌고가지 않고, 두 부부가 장난으로 이 일을 벌였다는 일상계 물이었다 한 들 추리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단지 샘 호손과 미란다 눈에 보이지 않게 배 반대쪽으로 뛰어내려 헤엄쳐 나간게 전부인 탓입니다. 즉, 이건 애초부터 불가능 범죄가 아니었어요. 차라리 장난에 가깝죠.

부실 수사와 부실한 계획이 합쳐진 망작입니다. 샘 호손의 사랑 이야기가 등장하는게 독특했을 뿐입니다. 제 별점은 1점입니다.

<<분홍색 우체국의 수수께끼>>
샘 호손은 간호사 에이프릴과 노스몬트 우체국을 방문했다. 개장 첫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우체국장 베라는 우체국을 분홍색으로 칠해놓았다. 분홍색 페인트가 값이 쌌던 덕분으로, 한 쪽 벽에 마저 페인트를 칠하기 위해 흄 백스터를 불렀다. 흄이 페인트를 칠하기 시작했을 때, 은행장 앤슨 워터스가 주식 대공황을 알리며 1만 달러어치 무기명 채권의 특별 배송을 부탁했다. 그러나 잠시 뒤 그 봉투가 사라지고 마는데....

샘 호손이 미란다와 파국을 맞지만, 렌즈 보안관이 베라에게 호감을 드러내는 등 주요 등장인물들의 애정 전선이 크게 움직이는 에피소드.
추리적으로도 괜찮았어요. 샘 호손이 봉투 행방에 대해 우체국 현장에서 펼쳐보이는 여러가지 추리들도 그럴싸했지만, 우연히 바닥에 떨어진 봉투를 흄 백스터가 주워서, 벽에 붙인채 페인트 칠을 해 버렸다는 진상도 합리적이었거든요. 페인트가 마르면 바로 들통날테니 그날 밤 봉투를 회수하러 올 것이라는 마무리 추리까지 깔끔했고요.

물론 당장 봉투를 찾지 못했더라도, 수사를 통해 충분히 밝혀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렌즈 보안관의 무능이 드러나기는 합니다. 제일 수상한건 흄 백스터인게 사실이니까요. 그래도 이 정도면 그런대로 괜찮은 단편이었습니다. 다른 작품들 수준이 워낙에 별로라 이 정도면 충분히 선녀급이에요. 별점은 3점입니다.

<<팔각형 방의 수수께끼>>
렌즈 보안관은 베라와 에덴 하우스의 팔각형 방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팔각형 방은 거대한 서재로, 네 귀퉁이에 바닥에서 천장까지 닿는 거울이 달린 수납장을 설치하여 만든 곳이었다.
그런데 결혼식 당일, 방문이 열리지 않아서 잠긴 문을 부수자 시체가 발견되었다. 눈에 뜨이는 건 문 손잡이에 묶여 있던 끈 한 줄이었다. 끈으로 빗장을 잠글 수 있는지 고민해 보았지만 끈은 너무 짧았고, 방문은 끈 한 올 통과할 틈이 없었다.


문 손잡이에 끈이 묶여 있었으니 이를 밀실물로 보기도 애매하네요. 이 끈으로 밀실을 만든게 당연하니까요. 진상도 예상 그대로였어요. 범인은 문 바로 맞은편 창문 걸쇠에 끈을 묶고, 이걸 빗장에도 묶은 뒤 창으로 탈출했던 겁니다. 문을 부술 때 끈이 당겨져 창문 걸쇠가 잠긴 것이지요.
이렇게해서 창문이 잘 잠겼을지는 둘째치고서라도, 끈 조각이 남은 탓에 딱히 대단한 트릭이 될 수 없었습니다. 애초에 제대로 잠긴걸 확인하지 않아서 밀실로 착각했을 뿐, 실제로는 밀실이 아니었다는 문제도 크고요.
범인이 밀실을 만든 이유도 이해하기 힘들어요. 이렇게 복잡한 장치를 만드느니, 문을 열어두고 한 패에게 살해당했다는 식으로 꾸미는게 상식적입니다.

물론 범인인 조시의 아내 엘렌이 창문을 부수는걸 반대했던 장면같은 복선이라던가, 언제나 이야기를 듣는 화자가 아니라 범인이었던 엘렌이 찾아와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거라는 나름의 반전은 괜찮았습니다. 그녀가 남편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지만, 결국 그 때문에 모든걸 잃었다는 결말도 나쁘지 않았고요.

그러나 추리적으로는 부실했고, 상황의 설득력이 낮아서 좋은 점수는 주기 힘드네요.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집시 야영지의 수수께끼>>
청교도 기념 병원을 찾은 샘 호손이 병원 경영의 전권을 맡은 에이블 프레이터 의사와 잠깐 이야기를 나눌 때, 집시 에도 몬타나가 들어와 저주를 받았다고 말한 뒤 곧바로 심장마비로 죽어버렸다. 집시들은 무리의 지도자 루돌프의 저주 탓이라 여겼지만, 부검 결과 몬타나는 심장에 총을 맞았다는게 밝혀졌다. 그러나 몬타나의 가슴과 등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렌즈 보안관은 저주의 원인이 된 몬타나의 부인 테레즈를 구금하려 했지만 집시 스티브의 공격으로 실패했고, 철저한 수사를 위해 집시 무리를 하룻밤 동안 감시했는데 집시들은 스무대의 마자, 말과 함께 깜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두 개의 불가능 범죄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첫 번째 범죄는 실망스러웠습니다. 가슴과 등에 상처가 없었다면 누군가 가슴을 연 뒤 심장에 총을 쏜 것이고, 부검 자리에는 샘 호손과 에이블 프레이터밖에 없었으니 범인은 에이블인게 당연하지요. 집시들이 머물던 해스킨스 농장의 상속 문제라는 동기도 이야기에서 거의 곧바로 드러나고요. 애초에 왜 가슴을 열기 전에 총을 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네요. 구태여 기묘한 상황을 만들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지요.
집시들이 하룻밤 새 사라져버린 두 번째 트릭은 그래도 조금 낫습니다. 말과 마차모양 판지를 세워놓아 눈을 속인 뒤, 판지를 태우고 사람들만 몰래 빠져나갔다는건데, 보안관이 멀리서 감시하고 있었다면 충분히 속아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저 판지들을 모조리 태울 수 있었을지 의문인 등 세세한 점에서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요.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밀주업자 자동차의 수수께끼>>
샘 호손은 밀주업자 래리 스피어스의 동료들에게 납치되었다. 총에 맞았다는 래리의 치료를 위해서였다. 그러나 래리는 중상이 아니었다. 동료 중 배신자를 찾아내기 위해서라며 아픈 척 연기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래리는 토니 배럴과의 거래 완료 때까지는 샘 호손을 풀어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거래가 끝났을 때, 실수로 총격전이 벌어졌고, 차에 탔던 토니 배럴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진상은 래리 스피어스가 다친 척 위장해서 토니 배럴을 집 안으로 끌어들인 뒤 살해했던 겁니다. 집 밖으로 나가 차에 탔던 건 래리가 매수한 토니의 부하 스쿠프였고요. 스쿠프는 래리가 뚱보로 변장할 때 썼던 완충재를 몸에 두르고, 수염을 붙인 뒤 웅얼거리며 토니인 척 나가서 차에 탔습니다. 그리고 변장을 풀고 바로 운전석으로 넘어가 차를 몰고 떠나려고 했던 거지요. 잘 됐더라면 완전 범죄가 됐을텐데, 하필이면 총격전이 벌어진 탓에 스쿠프가 운전석에서 내리자 불가해한 실종 사건이 생겨났던 겁니다. 이렇게 불가능 범죄가 일어난 이유를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합리적으로 설명되는게 좋았습니다.
래리가 술통 값을 낼 수 없는데 술통이 필요했다는 동기도 설득력 있었고, 토니 배럴의 차가 밖에서 안이 잘 보이지 않았다던가 (방탄을 위해서), 스쿠프가 헐렁한 옷을 입고 있었다는 등의 복선도 잘 사용되고 있습니다. 갱들과 목숨을 걸고 담판을 지으며 사건을 해결하는 샘 호손의 모습도 독특했고요.

이렇게 이야기 완성도만큼은 나쁘지 않아요. 문제는 트릭의 설득력이지요. 과연 저 정도의 변장으로 다른 사람들이 다 속아넘어갔을까?는 잘 설명되지 못하거든요. 이번 권은 변장을 전가의 보도로 쓰고 있는 트릭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가장 설득력이 낮았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깡통 거위의 수수께끼>>
잠겨져 있던 비행기 조종석에 있던 조종사가 칼에 찔려 살해된 사건을 그린 작품.

핵심은 조종석 안에 범인이 숨어 있었다는 겁니다! 샘 호손의 눈을 피해 숨어있다가 몰래 문 밖으로 나갔던 거지요. 밀실이라고 볼 수는 없는 셈입니다. 왜 이런 기묘한 상황에서 범행을 저질렀는지도 잘 설명되지 못하고요.
그래도 범인이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 다른 비행기 곡예단 동료를 자기처럼 변장시켜 공연을 했다는 트릭만큼은 괜찮았습니다. 이 정도면 아슬아슬하게 평작 수준은 될 듯 싶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사냥꾼 오두막의 수수께끼>>
샘의 아버지 해리 호손이 아내와 함께 노스몬트에 방문했다. 그는 편지 왕래로 친해진 대지주 라이더 색스턴으로부터 사냥 초대를 받고, 샘도 함께 사냥에 참가하게 되었다. 다음날, 사슴 사냥을 하던 중 혼자 사냥꾼 오두막에 있었던 라이더 색스턴이 시체로 발견되었다. 오두막으로 들어온 발자욱은 색스턴 것 뿐이었고, 흉기는 저택 안의 무기 컬렉션에 있던 곤봉이었다. 현장에서 발견된건 오래된 깃털 뿐이었다. 범인은 어떻게 발자욱없이 곤봉을 가지고 들어와 색스턴을 죽였을까?

범인은 사냥꾼 오두막 물탱크에 물을 채우기 위한 호스 자국 위로 이동하여 발자욱을 남기지 않았던 겁니다. 호스의 폭은 3cm에 불과했지만, 이 위를 '자전거'로 지나갔던 거지요.
상황을 잘 이용한 괜찮은 트릭이라는건 분명합니다. 색스턴이 오두막으로 물을 끌어 올리기 위해 호스를 연결했다가 떼는 장면이 상당히 오래 묘사되고 있어서, 작가가 독자와 공정한 게임을 하고 있다는 느낌도 잘 전해주고요. 자전거를 닭장 안에 두었었기 때문에 현장에 닭털을 흘렸고, 이 탓에 트릭이 들통나는 과정도 괜찮았어요.

왜 불가능 상황을 연출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건 아쉽지만, 트릭만큼은 정말 괜찮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건초 더미 속 시체의 수수께끼>>
샘 호손은 수의사 밥 위더스가 농부 펠릭스 베넷의 아내 세라와 불륜을 저지르는걸 목격한 후, 펠릭스의 권유로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 때 가석방 중 펠릭스의 신세를 지다가 사고를 쳐서 펠릭스가 다시 교도소로 돌려 보냈던 로슨이 만기 출소했다며 나타나 펠릭스를 협박했다.
그날 밤은 곰 사냥을 위해 렌즈 보안관을 비롯한 여러명이 농장에 잠복하고 있었는데, 펠릭스가 샘 호손에게 전화 한 통화를 남기고 사라졌다. 나중에 그는 방수포로 덮은 건초 더미 안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러나 보안관은 펠릭스가 건초 더미를 쌓고 방수포를 치는걸 자기가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면서, 방수포 안에 시체를 넣는건 불가능했다고 말하는데...


렌즈 보안관이 혼자서 해결했다는 사건.
범인은 펠릭스 농장의 소작농 핼 패리였습니다. 그는 펠릭스의 상징과도 같은 큰 밀짚모자를 쓰고 건초 더미 뒤에 있던 펠릭스를 죽인 뒤, 자기가 펠릭스인 척 시체를 건초 더미에 넣고 그 위에 방수포를 쳤던 겁니다.

이번 시리즈에서 지겹도록 반복되는 변장 트릭이 사용되어서 좋은 인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이 작품만 독립적으로 놓고 보면 괜찮은 본격 추리물인건 분명합니다. 일단 다른 작품들보다는 변장의 설득력이 높거든요. 밀짚 모자에 대해서, 그리고 펠릭스와 핼 패리의 키가 비슷했고 같은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는 정보가 공정하게 제공되는 덕분이지요. 유력한 용의자 로슨의 콧수염에 대한 언급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몰래 시체를 숲에다 가져다 버릴 생각이었는데, 곰이 나타나는 바람에 기묘한 불가능 범죄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도 합리적이었어요.

곰이 시체를 뒤지는 전개는 작위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노스몬트라는 시골 마을이라는 무대 특성 상 그렇게 억지스럽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산타의 등대 수수께끼>>
여행을 떠난 샘 호손은 '산타의 등대'를 우연히 방문하여 해리와 리사 남매와 친해졌다. 그러나 그날 밤 등대 꼭대기 전망대에 있던 해리가 칼에 찔려 떨어져 죽고 말았다. 마침 리사와 함께 있던 샘 호손 바로 앞에 시체가 떨어졌는데, 둘을 지나치지 않고 범인은 빠져나갈 수 없었다.
샘은 사건 해결을 위해 수감 중인 남매의 아버지 로널드를 찾아갔다. 로널드는 등대에서 밀주 밀수를 했으며, 해산물 레스토랑 주인인 폴 레인과 거래를 해 왔다는 사실을 털어 놓았다....


샘 호손은 처음에는 산타의 등대를 관광차 방문했던 아이들 중 한 명이 범인이었다고 추리했습니다. 난쟁이 킬러가 아이로 변장했다면서요.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너무나 헛점이 많은 추리였어요. 가족 요금이 더 싼데 아이들만 등대에 들여보낸게 이치에 맞지 않다는 이유부터가 근거로는 터무니없이 빈약했으니까요. 아이들끼리 친하고 잘 노는데다가, 아이들을 돌봐줄 해리와 리사가 있는데 부모가 뭐하러 함께 들어간단 말입니까?
게다가 아이들이 떨어질 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시설인데 아이들이 몇 명 들어가서 몇 명 나왔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도 말이 안되죠. 수십명도 아니고, 고작 4~5명을 확인하지 못했을리가 없잖아요. 이 정도면 아이들 이름까지 외울 수 있었을 겁니다.

결국 리사가 범인으로, 그녀는 오빠를 죽인 뒤 등대 전망대에 낚싯줄로 묶어 고정했던 거라는 진상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이 역시 난쟁이 킬러보다야 나을 뿐, 말이 안되는건 마찬가지에요. 딱히 좋아보이는 트릭도 아닐 뿐더러, 샘 호손이 있을 때 시체를 떨어트린건 납득하기 어려웠거든요. 자기의 알리바이가 있었다 한 들, 살인범이 등대로 들어갈 수 없는 불가능한 상황은 딱히 유리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오빠를 일어서 떨어트리고 사고로 위장하는게 더 나았을 겁니다. 아버지를 감옥에 보낸게 오빠라서 죽였다는 동기도 그렇게 와 닿지는 않았고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대미를 장식하기는 하지만, 더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게 만드는 수준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