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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1

이세린 가이드 - 김정연 : 별점 2점

이세린 가이드 - 4점
김정연 지음/코난북스

“이세린 가이드”는 "혼자를 기르는 법"을 그렸던 김정연 작가의 두 번째 만화로, 음식 모형 제작자 이세린의 이야기입니다. 이세린이 음식 모형을 만들며, 해당 음식과 관련된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며 독백 형식으로 전개되는 15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주로 가족과의 추억이라던가 현재의 고민,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찾는 과정이 펼쳐집니다. 

이 작품의 가장 눈에 띄는 장점은 다양한 음식 모형을 만드는 방법을 상세하게 알려준다는 점입니다. 라면 모형을 만들기 위해서, 시판되는 플라스틱 면에 열을 가하여 구불구불하게 만드는 등, 작가가 실제로 음식 모형을 만드는 일을 했던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디테일이 뛰어납니다. 
작가 특유의 다소 기발한 상상력도 볼거리입니다. 컬러칩에 자신만의 이름을 붙이는데, 음식 모형 제작가답게 '대만 카스텔라', '진도 구기자', '초당 두부' 등으로 이름을 붙이고 "올해의 색은 광천토굴 새우젓입니다!"라는 발표를 하는 상상을 하는 장면처럼요.
해당 음식이나 음식 모형과 관련된 소소한 에피소드들도 재미를 더합니다. 한국 라면이 매워진 이유가 박정희 대통령의 전화 한 통 때문이었다던가, 국회의사당 건축 당시 해태상 밑에 ‘노블 와인’ 200병을 묻었다는 이야기, 모카포트의 창안자인 비알레티의 유골함이 모카포트라는 사실 등 흥미로운 정보도 많아요. 그동안 음식 관련 책을 많이 읽어왔지만, 이렇게 새롭게 알게 되는 일화들이 계속 있는게 신기합니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합니다. 이 작품은 이세린 혼자만의 독백이 중심이라 드라마틱한 요소가 부족합니다. 그녀의 과거사와 가족사가 그려지기는 하지만, 극적인 재미를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여성 서사에 대해 많이 언급되었으나, 이 역시 뻔한 이야기로만 가득 차 있어 특별히 와닿지는 않았고요. 작화도 전작에 비하면 좀 별로였습니다.
무엇보다 음식 모형보다는 음식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기대했던 저에게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다수의 음식이 등장하지만, 마지막의 ‘주말 전골’ 에피소드를 제외하면 음식과 연계된 매력적인 이야기는 없다시피 하거든요. 모형 제작에 더 무게중심이 쏠려있는 탓입니다. 참고로 주말 전골은, 혼자 사는 독신 여성이 재료를 남기지 않고, 설겆이 거리도 최소화하면서 주말 하루를 차려 먹기 위해 고안한 것으로 냄비에 물과 장국을 넣은 뒤, 온갖 재료를 넣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끓여먹는 것입니다. "술 한잔 인생 한입"의 소다츠라면 정색을 할 요리라고 할 수 있지만, 여러모로 와 닿았어요.

결론적으로, “이세린 가이드”는 음식 모형 제작이라는 독창적인 소재와 이를 통해 엮인 감정적 서사를 담아냈으나, 극적인 재미와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울 작품입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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