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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4

공정드래곤즈 1~3 - 쿠와바라 타쿠 : 별점 2점

[고화질] 공정 드래곤즈 03 - 4점
쿠와바라 타쿠 지음/대원씨아이(만화)

바야흐로 먹방의 시대입니다. 백종원 씨를 비롯, 여러 셰프들이 스타덤에 오른지 오래이며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며 맛있는 것을 먹는 온갖 예능들도 넘쳐나고 있고, 무엇보다도 맛있게 먹는 모습만으로 스타가 된 사람들마저 등장하고 있으니 과히 틀린 말은 아니겠죠.

이는 만화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물론 요리 만화는 등장한지 오래되긴 했습니다. 고전 <<맛의 달인>> 에서 시작하여 빵, 카레, 중화요리, 초밥, 도시락, 와인, 술, 빵 등 요리사가 주인공이며 특정 요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만화는 수도 없죠.
하지만 그동안은 주로 주인공의 직업과 소재가 특이한 배틀물 수준에 머무른 작품이 많았었던 반면, 현재의 관찰형 예능에 먹방이 결합된 TV 예능처럼 단순한 음식 소개와 배틀에서 벗어나 <<심야 식당>> 처럼 음식을 소소한 일상, 인간 드라마와 결합시킨다던가 <<고독한 미식가>> 처럼 평범한 음식을 실존하는 평범한 식당에서 평범하게 먹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로 전개하는 식의, '음식을 소재로 한 소소한 일상계'가 큰 유행을 몰고 왔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작품들 외에도 영상화 된 작품만 따져도 <<하나 씨의 간단 요리>>, <<와카코와 술>>, <<라멘 너무 좋아 코이즈미 씨>>, <<음식의 군사>> 등 수도 없을 정도로 지금도 그 인기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상계 음식 소재 만화가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현재 음식 만화에서 작지만 확실한 인기를 몰고 온 분야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그건 바로 판타지 세계관과 음식 소재를 결합한 '이세계 미식물'입니다. 쿠이 료코가 <<던전 밥>> 에서 처음 선보인 이 장르는 <<던전밥>> 에서처럼 이세계의 몬스터를 재료로 친숙한 음식을 만든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하여, <<이세계 주점 노부>> 등 처럼 현대 (그 중에서도 일본) 요리를 그러한 음식을 잘 모르는 이세계 주민에게 소개한다던가, 아예 현대 일본인이 이세계로 이동하여 자신의 요리 실력으로 현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맛없는 밥 엘프와 유목생활>>, <<이세계에서 카페를 개점했습니다>> 등으로 아이디어가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다른 '세계'가 아니라 현대 요리사가 전국시대로 타임 슬립한다는 <<노부나가의 셰프>> 와 같은 이야기도 포함될 수 있겠죠.

서론이 좀 길었는데, 이 만화는 이러한 '이세계 미식물' 장르에 속한 작품입니다. 그 중에서도 원조 <<던전 밥>> 의 특징을 많이 따르고 있죠. 용을 사냥하는 용 사냥꾼들이 용을 재료로 이런저런 친숙한 음식들을 만든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이세계 전문직 종사자의 평범한 식단을 테마로 했다는 점에서는 '일상계 음식 만화'의 한 범주로 볼 수도 있을테고요. 

하지만 단순히 아류작에 그치지는 않습니다. 포룡선 퀸자자호를 타고 용을 사냥하는 사람들과 사냥 과정에 대한 디테일 - 용이라고 불리우긴 하지만 크툴루 신화 속 크리쳐가 연상되는 "용", 고전적인 비행선인데 용을 잡기 위한 다양한 장비 (작살총, 봄랜스, 창과 이런저런 와이어, 후크들, 오토자이로)를 갖춘 퀸자자호, 포룡 과정에서 하늘에 떠 있는 퀸자자호 내부에서의 식사와 빨래와 같은 생활 묘사 등등등 - 이 펜터치 중심의 고전적이면서도 빼어난 작화로 잘 그려져 있어서 큰 재미를 선사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용 사냥꾼이 용을 사냥하고 그 부산물을 조리해 먹는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많았던 1권과는 다르게 2, 3 권 부터는 세계관이 긴 호흡의 이야기로 확장되어 나갑니다. 단편으로 나누어져 있긴 하지만 2권은 용의 거래로 먹고 사는 마을 '퀀 시'에 기항한 퀸자자호가 마을에서 깨어나 폭주하는 용을 사냥하는 이야기에 승무원 지로의 짤막한 사랑 이야기가 곁들여지며, 3권은 사냥 중 지상으로 떨어진 타키타가 지상의 사냥꾼에게 구조된 후, 자신을 따르게 된 새끼 용을 무리에게 돌려보내 준다는, 한 권에 한 편의 긴 이야기가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구성이거든요.

허나 이러한 변화는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세계 미식물' 을 보고 싶었던 것이지 일상계 이세계 사냥 판타지를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거든요. 이야기가 딱히 새롭거나 재미있었던 것도 아니며 전형적인 설정과 이야기인 탓도 크고요. 용잡이들과 마을 사람들의 일상 생활이 어우러지는 2권은 조금 낫지만 3권은 전형적인 나우시카류의 이야기에 불과하잖아요. 이러한 전형적인 전개에 고기에 푹 빠진 미카는 <<던전밥>>의 라이오스와 유사한 등 퀸 자자호의 승무원들 모두 어디선가 본 듯한 뻔한 캐릭터라는 점이 더해지니 식상해도 너무나 식상할 따름이었습니다.

용 고기가 무슨 색깔이며 구울 때는 어떻고, 날로 먹으면 어떤지 등 기본적인 특성조차 소개되지 않고 이런저런 요리를 선보인다던가, 뒤로 가면 갈 수록 특별한 요리에 대한 설명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 전개를 보면 판타지 구루메 만화를 그려달라는 편집부의 요구를 따르는 척 하면서 자신만의 세계관을 그려나가려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네요. 뭐 이런 류의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 많을테니까요. 저는 아니었지만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3권까지는 그래도 어찌어찌 읽기는 했는데, 다음 권을 읽게 될 지는 잘 모르겠군요. 

그러고보면 저와 같은 이세계 미식물 팬을 위해서 지브리에서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를 활용하여 비슷한 컨텐츠를 내 놓으면 좋을 것 같네요. 나우시카 세계관에서 오무를 가지고 만드는 요리 등이 등장하면 참 재미있지 않을까요? 서둘러라 지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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