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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5

음식과 전쟁 - 톰 닐론 / 신유진 : 별점 2.5점

음식과 전쟁 - 6점
톰 닐론 지음, 신유진 옮김/루아크

부제는 '숨겨진 맛의 역사'. 처음에 제목만 보고 음식을 두고 둘러싼 전쟁을 다룬 미시사 서적, 혹은 전쟁으로 비롯된 음식을 다룬 (이런 책 같은) 미시사 서적일 것이라 생각하고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제 생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전쟁과는 무관한 몇몇 특정 주제를 가지고 해당 음식과 관련된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기대했던 전쟁 관련된 이야기는 없지만 내용이 재미가 없지는 않습니다. 그동안은 잘 몰랐던 주제들이라 새롭기도 하고, 저자만의 독특하고 새로운 시각이 엿보이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풀 컬러로 화려한 도판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고요.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주제 몇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1>>에서는 로마 시대 양어법이 대중화되는 과정이 설명됩니다.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십자군 전쟁 이후 유럽에 잉어가 급격히 퍼졌는데, 이유는 잉어의 놀라운 생존 능력에서 비롯된 저렴하고 효과적인 단백질 공급원이라는 특징에 더해 카톨릭 교단이 금요일마다 육류 섭취를 금지했기 때문이라는군요. 이후 미국에도 도입되었지만 인기를 얻지 못했다며 마무리됩니다. 그런데 왜 미국에서는 잉어가 각광받지 못했을까요? 달리 먹을게 많은 풍요로운 나라였기 때문일까요? 이런 점을 좀 더 자세히 짚어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4>>는 식인에 대한 역사를 다룹니다.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 많지만 딱 한가지, 아즈텍 제국에서는 사람이 당연한 식재료였다는 설명은 뜻밖이었습니다. 옥수수 중심의 불균형적인 식량 체계와 융통성 없는 수직적 사회 체제 덕분에 벌어진 필연적인 결과였다는데 그동안은 일종의 제의 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고 있었거든요. 당연한 식재료였기에 사람을 소금, 후추, 토마토와 함께 끓이는 표준 레시피까지 있었다니 완전 놀랐습니다. 그렇지만 저자의 시각에 완전히 동의하기는 어렵더군요. 이런 관점이라면 '이스터 섬' 에서도 식인이 활발하게 벌어졌었어야죠. 거대 석상 제조를 위해 자연을 파괴하여 식량이 부족한데 거대 석상 제조가 이루어질 만큼 수직적인 조직 체계가 유지된 상황이라면 아즈텍 제국과 마찬가지니까요. 이런 부분에서는 연구가 좀 더 필요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소스 전쟁에서 살아남은 우스터셔 소스의 이야기를 그린 <<6>> 에서 우스터셔 소스의 복잡한 맛은 '카레'와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던 덕분이며 이는 창조자 샌디스 경의 동양에서의 경력 덕분일 것이라는 비화도 흥미로왔지만, 우스터셔 소스는 일종의 바이럴 마케팅 덕분에 성공했다는 시각도 새로와서 마음에 들었어요. 
<<8>> 에서는 바비큐가 소개되는데 단순한 직화가 아니라 오랜 시간 낮은 온도에서 익혀 고기를 둘러싼 섬유질 콜라겐을 젤라틴으로 바꾸는 요리법이라는 정의도 처음 알게 된 것이고요. 이게 저자의 의견인지 사전적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이외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소개됩니다.

하지만 위의 예에서 언급해 드렸던 몇몇 불만들처럼 내용이 부실해서 보다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많아야 20 페이지 안팎의 분량으로 해당 주제를 소화하는데 도판의 분량이 1/3 정도를 차지하니 깊이있는 설명은 애초에 불가능해요. 또 모든 이야기들이 다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닙니다. 디너 파티와 초콜릿 등 별로 관심이 없거나 너무 잘 알려진 주제들도 많지만 무엇보다도 흑사병을 막을 수 있었던 이유가 레몬 껍질 덕분이었다는 <<2>> 과 같이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별점은 2.5점. 화려한 도판 덕분에 소장 가치는 높지만 이 책만 가지고 특정 요리와 문화에 대해 깊이있게 이해하는 건 좀 어렵긴 합니다. 그래도 음식과 문화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재미삼아 도전해 보셔도 나쁘지는 않을겁니다. 책 가격이 2만원을 훌쩍 넘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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