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는 연필이다 - 박지현 지음/CABOOKS(CA북스) |
다큐멘터리 감독 박지현이 <<연필, 세상을 다시 쓰다!>> 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방송할 때 인터뷰했던 내용을 정리하여 발표한 논픽션.
공학자로 다양한 저서를 발표한 헨리 페트로스키, 저도 구입한 연필깎기 전문가 데이비드 리스, 연필심 조각으로 유명한 달튼 게티, 평범한 엔지니어로 연필 홀릭인 마티 오윙스, 연필로 직접 써서 만드는 잡지 <<맑은 연필>>을 간행하는 황성진, 3D 시대에 연필로 그리기를 고집하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어 '연필로 명상하기'의 안재훈 감독과 다른 관계자들, 하이퍼 리얼리즘 연필화가 디에고 코이, 동화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마르타 알레스와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뒷부분에는 영국에서 최초로 흑연이 채굴되어 연필의 고향이 된 보르데일 방문기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했던 여정이 짤막하게 정리되어 있고요.
저도 몇 권의 책을 가지고 있는 헨리 페트로스키가 연필에 대해서 책을 쓴 줄은 몰랐는데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그렇지만 인터뷰는 별다른 내용은 없더군요. 오히려 <<연필깎기의 정석>>의 저자 데이비드 리스와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이 책이 단순한 농담인줄 알았는데 실제로 연필깎기로 먹고 산다는 상황 자체가 상당히 놀라왔거든요. 그러면서도 '항상 가장 저렴하고 빠른 해결책만 찾지 말고 조금 더 돈과 시간을, 특히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라' 던가 '그 어떤 일도 단순하지 않고 놀라운 일들이다' 라는 말은 상당한 깊이가 느껴졌습니다. 그냥 퍼포먼스로 먹고 사는 인물은 아닌 것으로 보여 의외였습니다.
그 외에도 달튼 게티의 삶과 작품들, 연필은 그냥 자기 노력 하나만으로 그림에 다가가는 공평한 기회를 준다는 안재훈 감독 등 깊이와 울림이 느껴지는 인터뷰가 많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티 오윙스나 마르타 알레스와의 인터뷰는 딱히 무언가를 느끼기 힘들었고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한 과정 역시 불필요한 사족이었다 생각됩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시청하지 못했지만 이미 제작되어 방송까지 된 다큐멘터리와 비교할 때 이 책이 방송된 내용과는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솔직히 회의적이에요. 이럴거면 그냥 다큐멘터리를 충실하게 책으로 옮기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컬러 대신 흑백을 채택한 내부 도판도 연필 속성을 강조하기 위함이었겠지만 그닥 마음에 들지는 않았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TV로 시청하신 분들은 구태여 시청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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