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인문학 - 이지형 지음/청어람미디어 |
사주, 풍수, 주역이라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실체에 대해 잘 모르는 동양 철학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념과 원리를 알려주는 입문서입니다. 어딘가의 책 소개를 보고 구입하게 되었는데 책 소개대로 굉장히 쉽게 쓰여 있어서 재미있게 만족하면서 읽었습니다.
저자의 정리에 따르면 사주는 오행의 확장판이며 주역은 음양의 확장판, 풍수는 기의 확장판이라고 합니다. 오행은 세상을 구성하는 다섯가지 기운이며 음양은 밤과 낮의 순환, 기는 땅속 신경망이 에너지라고 하고요.
이 설명을 기반으로 사주, 풍수, 주역을 한 챕터씩 할애하여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이 중 사주는 만세력을 기반으로 한 실제 사주 보는 방식과 결합하여 설명해 주고 있어서 아주 흥미로왔습니다. 읽으면서 직접 만세력 앱을 설치하여 딸과 아내의 사주를 살짝 볼 정도로 말이죠. 딸아이가 불과 금의 기운이 강하고 물과 흙의 기운이 없다는 걸 알았는데, 다음에 혹시 이사가게 되면 딸아이 방은 황토방에 까만 색으로 인테리어를 해 줘야 하나 싶어요.
또 항상 궁금했던 것, 사주가 정해져 있다면 운명의 갯수가 몇개일까? 도 51만 8,400개라고 알려주고 있으며 사주는 오랜 기간 축적한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하고 있을 뿐 결함이 없는게 아니며 운명은 정해져 있지 않으니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고 타인을 자신의 삶 속에 적극적으로 끌여 들여야 한다는 조언도 인상적이었고요.
하지만 풍수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어요. 풍수의 역사적 배경에서부터 시작하는 도입부는 재미있었지만 저자의 말대로 지금은 단지 아파트 정도에 머무를 담론이 되어버린 현실에서는 딱히 흥미를 끌 만한 부분이 없었거든요. "바람을 가두고 물을 얻는다!" 고 해 봤자 이를 개인이 어쩔 수 있는건 아니니까요.
그래도 마지막 주역은 분량은 적지만 괜찮았습니다. 괘와 효의 구성과 의미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에서 현대에서 실제로 효를 하나씩 뽑아 괘를 만들어 점을 치는 방법까지 소개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주역의 괘를 뽑는 행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아주 기억에 남습니다. 랜덤에 불과하니 하늘의 뜻을 묻는게 아니라 무작위에 향후 상황을 맡기는 것에 불과할 수 있지만 이는 논리적인게 아니라 '믿음'에 기댄다는 거죠. 이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크리스천이 기도하고 불자가 발원하는 것과 다를게 없다는 주장인데 이치에 맞긴 합니다. 아니, 생각해보면 단순히 기도와 발원만으로는 어떤 응답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직접 괘를 뽑으면 그래도 결과는 바로 나오니 기도보다는 괘를 한 번 뽑는게 나은 것이죠! 캬~
이렇게 사주, 풍수, 주역에 대한 설명 뒤에는 이 모든 건 자연의 흐름이고 순환이니 걱정하지 말고 몸을 맡겨라라는 글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어른들 말씀대로 그냥 재미삼아 보는 것이지 너무 의미를 부여하면 곤란하다는 뜻이겠죠?
아쉬운건 그야말로 입문서라 조금만 깊게 알고 싶어도 이 책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 점입니다. 저자의 의도가 사주와 풍수, 주역의 개념에 대해서만 짚고 넘어가려는 것이라 그런 것일테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부록 삼아 참고가 될 만한 서적을 추천해 주고 있긴 합니다만 아쉽긴 아쉬워요.
허나 개인적으로 어렵게만 생각했던 동양 철학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모든 분들께 추천해 드리기는 조금 어렵지만 관심이 있으신 입문자 분이 계시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괜찮을 것 같네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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