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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8

음식의 군사 1~3 - 쿠스미 마사유키 : 별점 2점

[고화질] 음식의 군사 03 - 4점 Masayuki Izumi/서울문화사

구루메 만화가 붐이 된 지도 꽤 되었죠. 이 작품은 다양한 작품이 쏟아져 나오는 와중에도 <<고독한 미식가>> 등으로 자신만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는 쿠스미 마사유키의 신작입니다. 사실 일본에서 연재가 시작된 것은 2011년이니 신작이라고 하기는 좀 민밍하지만... 국내에는 얼마 전에나 출간된 따끈따끈한 작품이죠. e-book으로만 출간되어 있는데 알라딘에서 구입해 읽었습니다.

내용은 무척 단순합니다. '혼고'라는 바바리 코트에 중절모를 걸친 남자가 맛집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먹는게 전부거든요. 이런 기본 설정은 유래없는 대 인기작 <<고독한 미식가>>와 별로 다를게 없죠. 그러나 혼고가 리키이시에게 갖는 쓸데없는 경쟁 의식을 중심으로 한 '코미디' 터치가 강하다는 점, 일상 이야기는 쏙 빼고 음식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 리키이시라는 라이벌을 등장시켜 대결 구도를 보인다는 점에 더해 혼고의 머리속에 '제갈공명'이 있어서 음식을 먹는 방법에 대해 지휘를 한다는 독특한 아이디어가 결합되어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러한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첫번째 에피소드인 <<오뎅의 군사>>입니다. 오뎅 가게에서 처음으로 리키이시를 만난 혼고는 그가 라이벌임을 직감하고, 리키이시가 주문한 무, 우엉 오뎅에 대항하여 자신만의 오뎅 진을 펼치고, 둘간의 공방이 펼쳐진다는 전개를 보여주거든요. 우리나라로 따지면 "비오는 날에는 파전에 막걸리"라는 전통적인 병법에 대항하여 "비 오는 날에는 소주에 어묵탕이지!" 라면서 풀어나가는 식이랄까요. 여튼, 이 에피소드 만큼은 모든 특징이 잘 어우러진 재미있고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책을 구입한 보람이 느껴질 정도로요.

그러나 '군사'가 등장하여 맛있는 음식을 먹는 방법을 병법처럼 푼다는 아이디어는 이후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물론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하면서도 음식과 잘 접목되고, 또 그것을 대결 구도로 만드는 것은 굉장히 힘들긴 했을 겁니다. 이 아이디어가 빠지더라도 1권은 나름 괜찮은 이야기가 많기도 하고요. 모츠야키 가게는 신선한 재미가 있었고 초밥집에서의 이야기도 괜찮았어요. 초밥 먹는 방법이 여러가지로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돈가스 한개로 즐기는 풀코스 - 레몬 더하기 소금으로 한점, 우스터 소스로 한점, 간장 겨자, 소금 겨자, 소스 겨자, 간장, 마지막은 우스터에 재워둔 한점과 흰 밥 - 역시 아주 그럴듯했고요. 딤섬 도시락을 먹는 이야기도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2권은 완전히 최악입니다. '군사' 설정은 뒷전이고 혼고가 그냥 지방 맛집을 전전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이야기의 전부거든요. 지방을 돌아다니는 탓에 라이벌 리키이시조차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 등 스스로의 차별화 요소까지 걷어찬 최악의 전개를 보여줍니다. 그나마 3권에서 조금 회복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첫번째 에피소드만큼은 못하고요.
또 간혹 등장하는 '간장의 마술사' 이야기는 도대체 왜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뜬금없을 뿐더러 재미도 없어요. 간장 찬양만 하는 만화라 간장회사 광고가 아닐까 싶더군요.
아울러 번역, 전개도 이상한 부분이 꽤 됩니다. 특히 몇몇 이야기는 중간에 페이지가 누락된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요. 지금 보니 저자도 Masayuki Izumi라고 되어 있네요. 이건 또 뭔지....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1권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추천해드리기는 힘듭니다. 길게 끌고갈 수 없는, 한계가 명확한 작품이에요. TV 드라마화 까지 된 것으로 볼 때 아주 인기가 없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계속 봐야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덧붙이자면, <<라면이란 무엇인가>>의 운치쿠 유조처럼 혼고는 검은색 정장 위에 '트렌치 코트'와 '중절모'를 걸친 한결같은 패션으로 등장하는데 무언가의 패러디인걸까요? 미디어 팩토리 학습만화 고유의 캐릭터인 운치쿠 유조를 따라한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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