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겟돈 - 프레드릭 브라운 지음, 조호근 옮김/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그동안 유명세만큼 국내에 소개되지는 않았던 거장 프레드릭 브라운의 단편선. 정식 소개된 것은 처음인 것 같네요. 반가운 마음에 바로 구입하였습니다. 작가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 유머, 반전이 살아있는 단편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습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국내 소개가 너무 늦었다는 것이죠. 전체 평균 별점은 2.66.... 인데 반올림해서 3점주겠습니다. 늦었지만 번역 출간된 것만 해도 충분히 점수를 줄 만한 점이니까요. 같이 소개된 <<아레나>>도 빨리 구해봐야겠습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읽으시기 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아마게돈>>
마술사를 꿈꾸는 꼬마가 성수를 담은 물총으로 악마를 퇴치한다는 내용의 단편.
이전에 국내에 소개되었던 단편집 (<마술 반지> 였던가요>?) 에서 접했었던 작품입니다. 악마가 소환되는 과정의 의외성은 돋보이지만 딱히 대단한 반전이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그냥 저냥한 소품이에요. 솔직히 수록작 중 베스트로 꼽기는 어려운데 왜 표제작인지 잘 모르겠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스타 마우스>>
과학자 헤르 오베르부르커는 직접 만든 로켓에 생쥐 밋키 (미키인데 오베르부르커 발음이 이렇습니다)를 태워 달로 보낸다. 그런데 밋키는 소행성 프록슬에 착륙하게 되고 프록슬인에 의해 지성을 갖게 된다.
밋키는 쥐들의 지능을 밋키처럼 인간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계를 가지고 지구로 돌아가 쥐들의 나라를 만들 것을 꿈꾸지만 아내 미니 우리에 설치된 전기 장치로 다시 원래의 생쥐로 돌아가버린다...
쥐가 놀라운 지능을 가지게 되지만 허무한 결말을 맞이한다는 내용은 <<앨저넌에게 꽃을>>이 떠오릅니다. 하긴, 앨저넌도 쥐였죠. 여튼 작품은 오베르부르커 시점에서 로켓 계획이 펼쳐지는 전반부, 밋키 시점의 후반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반부 마지막에 말하는 쥐를 등장시킨 후 그 이유를 후반부에서 설명하는 연재물같은 구성인데 덕분에 독자의 흥미가 끝까지 유지됩니다. 황당하지만 다소 허풍섞인 글 솜씨도 매력적이고요. 복선인 미니 우리에 설치된 전기장치도 잘 안배되어 있습니다.
허나 지금 읽기에는 좀 낡은 소재임에는 분명합니다. 비슷한 류의 이야기는 이미 너무 많죠. 물론 이 작품은 발표 시기를 감안하면 선구자적인 작품일 것입니다. 시대가 흐른 탓일 뿐이죠. 별점은 2.5점입니다.
<<모자마술>>
두 커플이 더블 데이트를 즐기던 중, 밥이 카드 마술을 선보이나 월터가 트릭을 말해버린다. 자존심이 상한 밥은 월터에게 마술을 보여줄 것을 종용하고, 등쌀에 못 이긴 월터는 모자에서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기묘한 생물을 꺼내어 보여준다.
10페이지에 불과한 초단편. 그러나 밥과 월터의 신경전으로 긴장을 자아내다가 월터가 기묘한 생물을 꺼내는 클라이막스로 끌고가는 과정이 탁월합니다.
그러나 월터가 외게인일지도 모른다는 여운을 남기는 결말은 안이했어요. 좀 쉽게 간 느낌이랄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불합리 행성>>
행성을 다니며 공연을 하는 '나'는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고 고용 선장인 조니, 아내 , 딸 엘렌과 착륙한다. 행성에 '불합리 행성' (시리우스 1번, 2번 행성이 이미 있는 상태에서 '0'번이 되는 궤도의 행성을 발견한 것이므로)이라고 이름 붙인 후, 행성을 탐사하면서 상상하기 어려운 기묘한 생물과 현상을 목격하게 되는데...
행성에 나타났던 기묘한 동물과 거리는 모두 바퀴벌레를 닮은 행성 거주민이 투사한 것이라는 내용의 SF 단편. 이전 다른 앤솔로지에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물질 대신 정신으로 이루어진 세계라는 설정은 꽤 자주 변주된 것인데 이 작품처럼 1940년대부터 인용된 고전적인 소재인 줄을 몰랐네요. 그만큼 작가가 시대를 앞서갔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느낌도 들고요.
지금 읽기에는 조금 뻔하지만 코믹한 내용에 의외의 반전이라는 작가의 특징이 잘 나타나 즐겁게 읽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예후디 장치>>
'나는 미쳐가고 있다.'라는 충격적인 글로 시작되는 단편.
예후디 장치라는 이름의 - 정식 명칭은 자율 자동암시 교열진동 초가속기' - 기계가 작품의 핵심입니다. 사람을 가속시켜 원하는 일을 해 주도록 만들지만 본인은 자기가 직접 빠르게 움직여 무언가를 했다는 인식을 하지 못한다는 기계죠. 그런데 예후디라는 "이름"을 부르는 탓에 무형의 존재가 실체를 갖게 된다는 설정입니다. 약간 동양적인 설정이죠? 이름을 불러야 의미를 갖는 꽃처럼 말이죠.
덕분에 '예후디'라는 이름으로 마지막 명령인 "자살이나 하라고"에 따라 자살을 해 버려 동작이 멈춘다는 결말로 이어지는 전개가 아주 깔끔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예후디 장치를 이용해 '나'가 썼다는 마지막 반전도 놀라웠고요.
진으로 만든 칵테일인 '진 벅'이 주요한 소재 중 하나로 등장하는 것도 이채롭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칵테일로 먹지만 다음 잔은 진을 7/8 넣어서, 마지막은 진만 따르고 소다수는 건드리지도 않고 먹죠. 하긴 이런 기계를 보고 겪으면 제정신이기는 힘들테니까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3.5점. 디테일한 설정에 녹아든 동양 철학적인 사고 방식과 반전까지 잘 갖추어진 좋은 작품입니다.
<<웨이버리>>
사자자리 어딘가에서 전파를 쫓아 지구로 온 베이더 (inavader)가 모든 전기를 빼앗은 후를 그린 단편.
분명 지구가 정복당한 상황인데 주인공 조지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더 행복해진다는 결말이 독특합니다. 전기는 없지만 증기기관, 말로 동력을 대체한 뒤 자전거 등으로 더욱 건강해지고, 텔레비젼과 라디오에 시간을 뺏기지 않아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취미 활동을 즐긴다는 식으로요.
이러한 점에서는 SF라기 보다 풍자극으로 보는게 타당할 수도 있습니다. 시사하는 바도 크고요. 현재를 무대로 인터넷을 잡아먹는 침략자가 등장하는 내용으로 변주해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하늘의 혼란>>
1945년 작품으로 1987년을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작중 등장하는, 하늘의 별을 조작하는 기계에 현실성을 부여하기 위함이겠죠. 그러나 천문학은 건판 사진기에 의지하고 있고, 라디오가 주요 미디어로 등장하는 등 미래에 대한 상상력만 놓고 보면 보잘 것 없습니다.
또 천문대 연구원 로저 플러터에서 물리학자 밀턴 헤일 박사로 주인공이 이동하는 과정도 매끄럽지 않습니다. 로저 플러터 없이 헤일 박사로만 이야기를 끌고나갈 수도 있었을텐데 괜히 이야기를 벌인 느낌이에요. 헤일 박사가 택시와 함께 장거리 여행을 하는 묘사도 불필요했던 것은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이 작품은 분명 걸작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미래에 대한 상상력 자체는 별로지만 미래에 대해 진짜로 통찰력을 발휘한 부분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광고에 대한 것입니다. 하늘의 별들에게 일어난 놀라운 운동이 광고를 위한 것이었다는 반전, 결말은 놀라울 정도로 대단한 아이이디어였습니다. 천재 스니블리가 자신의 발명품으로 비누 광고를 하는데 성공하지만 철자가 틀려 쓰러진다는 결말도 유쾌하고요.
조금만 더 압축했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리고 서두에 언급한 단점이 없었더라면 완벽했겠지만 아이디어와 반전만으로도 최고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노크>>
"지구 최후의 남자가 방 안에 홀로 앉아 있었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장 두 개로 이루어진 짧고 훌륭한 공포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단편. 그러나 공포물은 아니고 기발한 SF입니다. 주인공 월터는 잔이라 불리우는 외게인들에게 채집된 인간으로 그 외 다른 인류는 모두 잔에 의해 죽임을 당했습니다. 월터는 일백 종류에 달하는 무작위 채취된 동물 암수 한쌍 중 하나로 잔들의 동물원에 수용된 신세이고요.
거의 불멸에 가까운 수명을 가진 잔은 인간과 동물들의 생명이 유한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월터는 방울뱀을 이용하여 잔 두명을 죽게 만드는데 성공하여 그들이 떠나게끔 유도합니다. 첫 두 문장은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여자, 이브가 될 그레이스가 월터의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죠.
그런대로 재미있지만 허술한 것도 사실입니다. 서두만큼은 괜찮았는데 말이죠.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나저나 저 같으면 어떻게 썼을까요? 지구 최후의 남자가 방 안에 있는데 누가 문을 두드린다... 과연 문을 열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딜레마를 다뤘을 것 같아요. 누가 문을 두드렸는지 너무나 알고 싶어서 혹시 죽을지라도 그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다는 내용으로 말이죠. 혹시 내가 지구에 혼자 남은 생명체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함께. 과연 문을 두드린 것은 누굴까요? 아, 저도 궁금해지는군요.
<<모든 선량한 벌레눈 괴물들이>>
SF 작가 엘모와 아내 도로시 앞에 안드로메다 2에서 온 외계인 5명이 동물들의 몸을 빌어 나타난다.
어딘가에서 봤음직한 내용의 단편. 외계인들이 동물들의 모습으로 지구인 앞에 나타난다는 설정은 쎄고 셌죠.
그러나 이 작품 속 외계인들이 왜 엘모와 도로시 앞에 나타났는지도 불분명합니다 딱히 우주선을 고치는데 도움을 받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감시 때문에 사람만 부족해졌을 뿐이에요.
엘모에게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을 준다는 것도 창작력을 준게 아니라 머릿 속에 있는 일종의 장애물을 제거해 주었다는 설정이라 여러모로 애매해보이고요.
그다지 기발하지도 않고 내용도 설득력이 낮아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광기에 빠져라>>
조지 바인은 3년전 교통사고로 이전 기억을 모두 상실한 상태인데 어느날 편집국장 캔들러가 그에게 병을 핑계로 정신병원 잠입 취재를 해 줄 것을 요청한다.
하지만 기억 상실은 핑계일 뿐 조지 바인은 27세의 나폴레옹이 시공을 초월하여 이식된 상태. 조지는 취재 지시의 목적이 자신의 정신병을 몰래 치료하려는 음모일 수도 있다고 여기지만 취재에 응해 정신병원에 잠입하는데...
인간은 실수이고, 기생충이고, 게임의 말일 뿐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백만 개의 행성에는 그 행성의 유일한 지성인 곤충 종족이 살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지성이 한데 모여서 단 하나의 우주적 지성을 만든다. 바로 신을!
개미가 신과 같은 절대자라는 반전이 독특한 단편. 수록작들 중에서는 가장 긴 작품 중 하나입니다. 70여 페이지에 이르니까요.
일단 초반은 꽤 흥미로와요. 편집국장이 비밀로 하는 정신병원의 비밀도 궁금할 뿐 아니라 조지 바인은 사실 나폴레옹이라는 설정도 꽤 매력적이니까요.
그러나 나폴레옹은 개미들의 게임을 위해 시공을 초월한 것이라는 짤막한 해석 외에는 초반 떡밥은 하나도 회수하지 못합니다. 정신병원의 비밀은 무엇인지, 조지 바인을 본인 몰래 정신병원에서 치료하기 위한 음모였는지 아닌지, 나폴레옹을 구태여 조지 바인에게 소환시키면서까지 하려고 한건 무엇인지 등등은 결국 등장하지 않거든요.
아울러 인간은 별거 아니다,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것이 진짜 절대자라는 설정도 지금 읽기에는 조금 식상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진실탐지기>>
2년 전 실종된 범죄 심리학자 채플 박사와 범죄자들이 거짓말 탐지기를 빠져나가게 된 상황이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유능한 탐정 벨라 조드가 사건 해결에 도전한다.
1999년을 무대로 한 SF 범죄물. 탐정과 범죄자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범죄는 그다지 비중이 없습니다. 유능하다는 탐정 벨라 조드의 수사도 변장과 함정 수사가 전부고요. 때문에 범죄물로는 특출난 부분은 없습니다.
하지만 최면을 통해 기억을 지워 거짓말 탐지기를 통과하게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정말 획기적이에요. 사건 자체에 대해 기억을 하지 못하므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인데 참신하고 대단했습니다. 이 작품에서 처음 등장한 것인지 궁금하네요
이어지는 반전도 그럴듯합니다. 거짓말 탐지기 통과를 요청한 범죄자는 모두 중범죄자들로 그들의 기억을 지워주면서 선량하게 살게끔 최면을 걸어 결국 범죄 자체가 없어지게 만든다는 것으로 역시나 탁월한 아이디어였어요.
한마디로 여러모로 시대를 앞서간 프레드릭 브라운의 아이디어가 빛나는 작품. 별점은 3점입니다.
<<불사조에게 보내는 편지>>
18만년 동안 살아온, 15만배 느리게 사는 남자의 독백. 핵 전쟁이 일어나 문명이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냉전시대의 공포를 희망적으로 설명하는 소품. 불사에 가까운, 15만배 느리게 사는 남자에 대한 설정은 재미있으며, 인류는 역동적이기에 절대 멸망하지 않는다는 희망찬 메시지도 인상적입니다.
허나 배경이 되는 사상과 메시지 모두 지나치게 오래된 것이에요. 때문에 지금 시점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군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밋키 다시 우주로>>
8년만에 다시 쓴, 똑똑해진 생쥐 밋키 이야기. 어지간히 캐릭터들이 마음에 들었나봅니다. 이번에는 새로 투입된 흰색 생쥐 화잇티와의 사투를 그리고 있습니다. 일종의 모험물이랄까요?
화잇티가 X-19 장치를 조작하여 흰 쥐를 생태계 정점에 놓으려 한다는 악마전인 발상이 눈길을 끌며, 지성이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결말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앨저넌에게 꽃을>>과 역시나 비슷했달까요. 앨저넌도 생쥐였는데, 이름이 밋키였어도 좋을 것 같군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녹색의 땅>>
붉은 행성 크루거 4에 추락한 우주비행사 맥개리는 이 행성에 추락한 것으로 알려진 우주선 잔해를 찾아 정글을 헤멘다. 트랜지스터 부품을 구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그의 유일한 파트너는 5족 생물 '도로시'. 어깨 위에 올려놓은 도로시는 흡사 여성의 손길같고, 그런 도로시에게 위안을 느끼며 말을 건넨다.
그러던 중 우주선 하나가 그를 발견한다!
붉은 행성에서 '초록색'에 대한 환상을 품고 살아가는 광인의 이야기. 구하러 온 아처 중위에 의해 도로시는 존재하지도 않고, 4~5년이라고 믿었던 표류 기간이 무려 30년이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을 때 까지는 버틸 수 있었지만 지구가 우주 전쟁으로 파괴되어 초록색이 남아있지 않다는 말에 붕괴해버리고 만다는 결말은 섬찟합니다.
붉은 행성 크루거와 그곳의 생태계에 대한 짤막한 묘사도 상상력을 많이 자극합니다. 영상화하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이 역시 지금 읽기에는 조금 낡은 반전이었어요. 예전에 다른 앤솔로지에서 읽었기에 더 그러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인격 교환기>>
편집장 맥기에게 괴롭힘당하는 기자 '나'는 발명가 타킹튼 퍼킨스의 신발명 취재를 나선 후, 그가 '연격 교환가'라는 것을 발명한 것을 알게 된다.
도라에몽스러운 발명품이 등장하는 작품. 내용도 성인용으로 변주한 도라에몽같습니다. 발명품으로 소동이 일어나고, 결국 주인공들이 모두 행복해지는 결말은 도라에몽 그 자체죠.
하지만 소동 이후 모든게 제자리를 찾는 도라에몽 장치와는 다르게 타킹튼 퍼킨스와 맥기의 몸을 바꾸어서 최악의 파트너들끼리 함께 살게 만든다는 결말은 아주 통쾌했습니다.
한마디로 평범한 아이디어를 전개와 결말로 보완한 작품. 별점은 2.5점입니다.
<<무기>>
그레이엄 박사는 궁극의 무기를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 그의 유일한 고민은 정신지체아인 아들 해리였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니만트라는 인물이 찾아와 무기 개발을 그만둘 것을 부탁하는데...
인류가 궁극의 무기를 가질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한 프레드릭 브라운의 답변. 4페이지밖에 안되는 짤막한 분량이지만 흥미로운 도입부와 캐릭터, 진지한 주제에 놀라운 반전까지 모든 걸 갖춘 걸작 단편입니다.
인류가 궁극의 무기를 갖는 것은 백치가 장전된 리볼버를 갖는 것과 다를바 없다는 시각은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시대를 뛰어넘은 측면도 있습니다. 별점은 5점입니다.
<<카투니스트>>
끔찍하고 흉물스러운 외계인 만화를 그린 후, 빌 개리건은 그가 그린 외계인과 똑같이 생긴 외계인의 초대를 받게된다. 그들은 만화에 감명해서 개리건을 황실 만화가로 임명하려고 한 것...
"외눈박이 나라에 간 두눈박이" 이야기를 변주한 SF. 서로를 끔찍하고 흉물스럽게 생겼다고 생각하는 점이 그러합니다. 그러나 결말은 정 반대입니다. 개리건이 외계인 모습이 된 다음에 익숙해진 후 모든 행복을 거머쥐게 되거든요.
개인적으로 좋은 결말, 반전이었다 생각되지는 않네요. 반전의 매력은 부족하며 여러모로 쉽게 간 느낌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돔>>
'죽음보다는 고독이 나은 법이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죽음보다는 나은 법이다.'
카일 브레이든은 핵전쟁이 발발했다는 뉴스를 듣고 "역장"을 작동시킨다. 역장은 구 형태로 완벽한 방어막을 이루는 것. 죽음보다 고독이 낫다는 생각으로 30년을 버텨왔지만 홀로 죽기가 두려워 역장을 끌 결심을 하게 되는데...
착각으로 스스로 고립되어 이방인이 된 남자를 그린 작품으로 주제는 좋습니다. 냉전 시대를 극한까지 그려낸 설정도 볼만하고요.
하지만 홀로 돔 안에 갇히는 것을 선택한 카일 브레이든의 심정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 고독보다는 죽음이 나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리고 밖의 세상은 유토피아가 되었다라는 반전도 평이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차라리 사랑을 고백한 '미라'가 그를 떠나지 않고 둘이서 같이 30년간 늙어가다가 유토피아를 만난다는 설정이 소설적으로는 더 나았을 것 같네요. 만약 그랬다면 미라에 의해서 지옥이 열렸을테니까요...
<<스폰서의 한마디>>
1954년 7월 9일 수요일 오후 8시 30분, 전 세계 라디오에서 기묘한 방송이 들려온다. 아주 잠시 먹통이 된 후 차분하고 평범한 목소리가 이렇게 말했다. "그럼 스폰서의 한 마디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1초 후 들려온 다른 사람의 말. "싸워라."
미국 대통령은 이 방송에 대해 분석하지만 현재 기술로 불가능한, 초자연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인간은 명령을 받으면 반대로 행동한다'는 신뢰할 수 없는 심리학 설정에 기반을 둔 작품. '밀그램 실험'이 있기 전에 쓰여진 이야기겠죠. 그래도 과학적, 정치적인 분야에서 시작하여 종교적인 분야까지 전문가들에 의한 분석이 이어지면서 이 명령은 들으면 안된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만큼은 꽤 설득력있게 그려집니다. 사탄이 내린 명령이면 당연히 들으면 안되고, 신이 내린 명령이라면 지성과 선의가 있는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신성한 반어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논리인데 그럴듯했어요. 분석 덕분에 여론도 싸우지 않는 쪽으로 기울게 된다는 전개도 괜찮았고요.
또 이러한 평범한 냉전 시대를 무대로 한 우화임에도 독자의 흥미를 잡아 끄는 요소가 존재하는 것도 장점입니다. 그것은 바로 "스폰서"라는 단어죠. 대체 우리, 지구, 인류의 스폰서는 누구란 말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주지 않고, 스폰서가 누군지 모르므로 명령을 들을 수 없다는 결론과 함께 작품은 끝납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약간 흥미로왔을 뿐 기대에 부합하지는 못했습니다. 결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 탓이 큽니다. 별반 대단한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아무래도 냉전 시대 관련 설정의 작품은 여러모로 뻔하고 지금 읽기에는 좀 낡은 소재임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나와 플랩잭과 화성인>>
광산을 찾아다니는 나와 당나귀 플랩잭은 어느날 화성인을 만나게 된다. 화성인은 내가 아니라 플랩잭이 지성체라 여겨 대화를 시도하고, 그들의 지구 침공 계획을 털어놓는데...
이른바 '오해와 착각' 개그물입니다. 나와 플랩잭의 티격태격 묘사가 유쾌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오해로 인한 난처한 상황도 볼거리고요. 무엇보다도 플랩잭이 화성인에게 무언가 멋진 아이디어를 제공해서 그들이 지구 침공을 포기하고 돌아가는데, 나도 그렇고 독자도 그렇고 플랩잭이 준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결말까지 유쾌합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마크 트웨인이 쓴 SF를 읽는 느낌이었달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어린 양>>
수록작 중 가장 이질적이라 할 수 있는 싸이코 스릴러. '코넬 울리치'가 썼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디테일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진, 베르무트에 젖은 올리브 색깔"이라는 묘사나 여러 시, 음악, 밤이라는 배경에 대한 묘사가 그러합니다. 아내 램이 살아 있는 것 처럼 묘사하다가 마지막에 그녀는 이미 죽은지 오래라는 것이 밝혀지는 장면도 섬찟했고요.
유머러스한 블랙 코미디나 반전이 있는 장르 문학에 강한 작가인줄 알았는데 이런 순문학적인 스릴러에도 능하다니 과연 거장은 거장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날개짓 소리>>
15달러에 영혼을 팔려던 무신론자가 급하게 멈추고 15달러를 날린 이유는? 에 대한 짤막한 소품.
주인공이나 독자나 답을 찾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도대체 뭐가 껄끄러웠던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특별히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이럴 바에야 영혼을 팔고 할아버지가 죽은 뒤 무언가 기묘한 일이 일어난다는 식으로 가는게 더 재미있었을 것 같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거울의 방>>
시간을 되돌리는 일종의 타임머신이 등장하는 SF. 이 타임머신에 대한 아이디어와 함께 '50년'을 계속 되돌아가는 주인공에 대한 아이디어가 돋보인 작품입니다.
<<돔>>의 주인공은 역장을 끄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이 작품의 주인공은 타임머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되면 인류가 '불사'의 존재가 될 수 있는 위험때문에 갖혀지낸다는 점에서 좀 비슷한데 냉전 시대의 뻔한 SF인 <<돔>>보다는 훨씬 나은 작품입니다. 설정도 보다 디테일하고요.
50년 동안 무얼 어떻게 먹고 사는지 등 깊이 들어가면 여러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평균 이상의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다음은 모두 1~2페이지짜리 쇼트쇼트입니다. 줄거리 요약은 생략하고 단평만 적겠습니다.
<<해답>>
두말할 필요 없는 걸작. 별점은 5점.
<<데이지>>
짤막하지만 담겨야 할 모든 것이 담겨있는 교과서적인 쇼트쇼트. 별점은 4점.
<<대동소이>>
뻔했음. 별점 2점.
<<예절>>
이문화간 커뮤니케이션을 다룬 유쾌한 소품. 별점은 3점.
<<허튼소리>>
SF 작가의 자조적인 농담으로 보이는 소품. 별점은 2.5점.
<<화해>>
뻔하고 뻔하도다. 별점 1점.
<<탐색>>신이 두려워한 사람이 누구인거죠? 주인공 피터의 정체는 신선했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별점은 2점.
<<형기>>
과학적인 농담인데 꽤 써먹음직한 반전이 돋보임. 별점은 2.5점.
<<유아론자>>
이 정도면 신성모독이 아닐까... 여튼 신선한 창조 이야기. 별점은 2.5점.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진정한 소리를 찾는 음악가 둘리 행크스가 우연히 만난 노음악가를 살해하고 그가 가지고 있는 '호우보이'라는 악기를 손에 넣은 뒤 맞는 최후에 대한 이야기.
음악에 대한 장황한 묘사가 펼쳐지는 순문학스러운 범죄 판타지. '하메룬의 피리부는 사나이'로 끝나는 결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물질 대신 정신으로 이루어진 세계라는 설정은 꽤 자주 변주된 것인데 이 작품처럼 1940년대부터 인용된 고전적인 소재인 줄을 몰랐네요. 그만큼 작가가 시대를 앞서갔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느낌도 들고요.
지금 읽기에는 조금 뻔하지만 코믹한 내용에 의외의 반전이라는 작가의 특징이 잘 나타나 즐겁게 읽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예후디 장치>>
'나는 미쳐가고 있다.'라는 충격적인 글로 시작되는 단편.
예후디 장치라는 이름의 - 정식 명칭은 자율 자동암시 교열진동 초가속기' - 기계가 작품의 핵심입니다. 사람을 가속시켜 원하는 일을 해 주도록 만들지만 본인은 자기가 직접 빠르게 움직여 무언가를 했다는 인식을 하지 못한다는 기계죠. 그런데 예후디라는 "이름"을 부르는 탓에 무형의 존재가 실체를 갖게 된다는 설정입니다. 약간 동양적인 설정이죠? 이름을 불러야 의미를 갖는 꽃처럼 말이죠.
덕분에 '예후디'라는 이름으로 마지막 명령인 "자살이나 하라고"에 따라 자살을 해 버려 동작이 멈춘다는 결말로 이어지는 전개가 아주 깔끔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예후디 장치를 이용해 '나'가 썼다는 마지막 반전도 놀라웠고요.
진으로 만든 칵테일인 '진 벅'이 주요한 소재 중 하나로 등장하는 것도 이채롭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칵테일로 먹지만 다음 잔은 진을 7/8 넣어서, 마지막은 진만 따르고 소다수는 건드리지도 않고 먹죠. 하긴 이런 기계를 보고 겪으면 제정신이기는 힘들테니까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3.5점. 디테일한 설정에 녹아든 동양 철학적인 사고 방식과 반전까지 잘 갖추어진 좋은 작품입니다.
<<웨이버리>>
사자자리 어딘가에서 전파를 쫓아 지구로 온 베이더 (inavader)가 모든 전기를 빼앗은 후를 그린 단편.
분명 지구가 정복당한 상황인데 주인공 조지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더 행복해진다는 결말이 독특합니다. 전기는 없지만 증기기관, 말로 동력을 대체한 뒤 자전거 등으로 더욱 건강해지고, 텔레비젼과 라디오에 시간을 뺏기지 않아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취미 활동을 즐긴다는 식으로요.
이러한 점에서는 SF라기 보다 풍자극으로 보는게 타당할 수도 있습니다. 시사하는 바도 크고요. 현재를 무대로 인터넷을 잡아먹는 침략자가 등장하는 내용으로 변주해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하늘의 혼란>>
1945년 작품으로 1987년을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작중 등장하는, 하늘의 별을 조작하는 기계에 현실성을 부여하기 위함이겠죠. 그러나 천문학은 건판 사진기에 의지하고 있고, 라디오가 주요 미디어로 등장하는 등 미래에 대한 상상력만 놓고 보면 보잘 것 없습니다.
또 천문대 연구원 로저 플러터에서 물리학자 밀턴 헤일 박사로 주인공이 이동하는 과정도 매끄럽지 않습니다. 로저 플러터 없이 헤일 박사로만 이야기를 끌고나갈 수도 있었을텐데 괜히 이야기를 벌인 느낌이에요. 헤일 박사가 택시와 함께 장거리 여행을 하는 묘사도 불필요했던 것은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이 작품은 분명 걸작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미래에 대한 상상력 자체는 별로지만 미래에 대해 진짜로 통찰력을 발휘한 부분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광고에 대한 것입니다. 하늘의 별들에게 일어난 놀라운 운동이 광고를 위한 것이었다는 반전, 결말은 놀라울 정도로 대단한 아이이디어였습니다. 천재 스니블리가 자신의 발명품으로 비누 광고를 하는데 성공하지만 철자가 틀려 쓰러진다는 결말도 유쾌하고요.
조금만 더 압축했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리고 서두에 언급한 단점이 없었더라면 완벽했겠지만 아이디어와 반전만으로도 최고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노크>>
"지구 최후의 남자가 방 안에 홀로 앉아 있었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장 두 개로 이루어진 짧고 훌륭한 공포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단편. 그러나 공포물은 아니고 기발한 SF입니다. 주인공 월터는 잔이라 불리우는 외게인들에게 채집된 인간으로 그 외 다른 인류는 모두 잔에 의해 죽임을 당했습니다. 월터는 일백 종류에 달하는 무작위 채취된 동물 암수 한쌍 중 하나로 잔들의 동물원에 수용된 신세이고요.
거의 불멸에 가까운 수명을 가진 잔은 인간과 동물들의 생명이 유한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월터는 방울뱀을 이용하여 잔 두명을 죽게 만드는데 성공하여 그들이 떠나게끔 유도합니다. 첫 두 문장은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여자, 이브가 될 그레이스가 월터의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죠.
그런대로 재미있지만 허술한 것도 사실입니다. 서두만큼은 괜찮았는데 말이죠.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나저나 저 같으면 어떻게 썼을까요? 지구 최후의 남자가 방 안에 있는데 누가 문을 두드린다... 과연 문을 열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딜레마를 다뤘을 것 같아요. 누가 문을 두드렸는지 너무나 알고 싶어서 혹시 죽을지라도 그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다는 내용으로 말이죠. 혹시 내가 지구에 혼자 남은 생명체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함께. 과연 문을 두드린 것은 누굴까요? 아, 저도 궁금해지는군요.
<<모든 선량한 벌레눈 괴물들이>>
SF 작가 엘모와 아내 도로시 앞에 안드로메다 2에서 온 외계인 5명이 동물들의 몸을 빌어 나타난다.
어딘가에서 봤음직한 내용의 단편. 외계인들이 동물들의 모습으로 지구인 앞에 나타난다는 설정은 쎄고 셌죠.
그러나 이 작품 속 외계인들이 왜 엘모와 도로시 앞에 나타났는지도 불분명합니다 딱히 우주선을 고치는데 도움을 받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감시 때문에 사람만 부족해졌을 뿐이에요.
엘모에게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을 준다는 것도 창작력을 준게 아니라 머릿 속에 있는 일종의 장애물을 제거해 주었다는 설정이라 여러모로 애매해보이고요.
그다지 기발하지도 않고 내용도 설득력이 낮아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광기에 빠져라>>
조지 바인은 3년전 교통사고로 이전 기억을 모두 상실한 상태인데 어느날 편집국장 캔들러가 그에게 병을 핑계로 정신병원 잠입 취재를 해 줄 것을 요청한다.
하지만 기억 상실은 핑계일 뿐 조지 바인은 27세의 나폴레옹이 시공을 초월하여 이식된 상태. 조지는 취재 지시의 목적이 자신의 정신병을 몰래 치료하려는 음모일 수도 있다고 여기지만 취재에 응해 정신병원에 잠입하는데...
인간은 실수이고, 기생충이고, 게임의 말일 뿐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백만 개의 행성에는 그 행성의 유일한 지성인 곤충 종족이 살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지성이 한데 모여서 단 하나의 우주적 지성을 만든다. 바로 신을!
개미가 신과 같은 절대자라는 반전이 독특한 단편. 수록작들 중에서는 가장 긴 작품 중 하나입니다. 70여 페이지에 이르니까요.
일단 초반은 꽤 흥미로와요. 편집국장이 비밀로 하는 정신병원의 비밀도 궁금할 뿐 아니라 조지 바인은 사실 나폴레옹이라는 설정도 꽤 매력적이니까요.
그러나 나폴레옹은 개미들의 게임을 위해 시공을 초월한 것이라는 짤막한 해석 외에는 초반 떡밥은 하나도 회수하지 못합니다. 정신병원의 비밀은 무엇인지, 조지 바인을 본인 몰래 정신병원에서 치료하기 위한 음모였는지 아닌지, 나폴레옹을 구태여 조지 바인에게 소환시키면서까지 하려고 한건 무엇인지 등등은 결국 등장하지 않거든요.
아울러 인간은 별거 아니다,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것이 진짜 절대자라는 설정도 지금 읽기에는 조금 식상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진실탐지기>>
2년 전 실종된 범죄 심리학자 채플 박사와 범죄자들이 거짓말 탐지기를 빠져나가게 된 상황이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유능한 탐정 벨라 조드가 사건 해결에 도전한다.
1999년을 무대로 한 SF 범죄물. 탐정과 범죄자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범죄는 그다지 비중이 없습니다. 유능하다는 탐정 벨라 조드의 수사도 변장과 함정 수사가 전부고요. 때문에 범죄물로는 특출난 부분은 없습니다.
하지만 최면을 통해 기억을 지워 거짓말 탐지기를 통과하게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정말 획기적이에요. 사건 자체에 대해 기억을 하지 못하므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인데 참신하고 대단했습니다. 이 작품에서 처음 등장한 것인지 궁금하네요
이어지는 반전도 그럴듯합니다. 거짓말 탐지기 통과를 요청한 범죄자는 모두 중범죄자들로 그들의 기억을 지워주면서 선량하게 살게끔 최면을 걸어 결국 범죄 자체가 없어지게 만든다는 것으로 역시나 탁월한 아이디어였어요.
한마디로 여러모로 시대를 앞서간 프레드릭 브라운의 아이디어가 빛나는 작품. 별점은 3점입니다.
<<불사조에게 보내는 편지>>
18만년 동안 살아온, 15만배 느리게 사는 남자의 독백. 핵 전쟁이 일어나 문명이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냉전시대의 공포를 희망적으로 설명하는 소품. 불사에 가까운, 15만배 느리게 사는 남자에 대한 설정은 재미있으며, 인류는 역동적이기에 절대 멸망하지 않는다는 희망찬 메시지도 인상적입니다.
허나 배경이 되는 사상과 메시지 모두 지나치게 오래된 것이에요. 때문에 지금 시점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군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밋키 다시 우주로>>
8년만에 다시 쓴, 똑똑해진 생쥐 밋키 이야기. 어지간히 캐릭터들이 마음에 들었나봅니다. 이번에는 새로 투입된 흰색 생쥐 화잇티와의 사투를 그리고 있습니다. 일종의 모험물이랄까요?
화잇티가 X-19 장치를 조작하여 흰 쥐를 생태계 정점에 놓으려 한다는 악마전인 발상이 눈길을 끌며, 지성이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결말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앨저넌에게 꽃을>>과 역시나 비슷했달까요. 앨저넌도 생쥐였는데, 이름이 밋키였어도 좋을 것 같군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녹색의 땅>>
붉은 행성 크루거 4에 추락한 우주비행사 맥개리는 이 행성에 추락한 것으로 알려진 우주선 잔해를 찾아 정글을 헤멘다. 트랜지스터 부품을 구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그의 유일한 파트너는 5족 생물 '도로시'. 어깨 위에 올려놓은 도로시는 흡사 여성의 손길같고, 그런 도로시에게 위안을 느끼며 말을 건넨다.
그러던 중 우주선 하나가 그를 발견한다!
붉은 행성에서 '초록색'에 대한 환상을 품고 살아가는 광인의 이야기. 구하러 온 아처 중위에 의해 도로시는 존재하지도 않고, 4~5년이라고 믿었던 표류 기간이 무려 30년이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을 때 까지는 버틸 수 있었지만 지구가 우주 전쟁으로 파괴되어 초록색이 남아있지 않다는 말에 붕괴해버리고 만다는 결말은 섬찟합니다.
붉은 행성 크루거와 그곳의 생태계에 대한 짤막한 묘사도 상상력을 많이 자극합니다. 영상화하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이 역시 지금 읽기에는 조금 낡은 반전이었어요. 예전에 다른 앤솔로지에서 읽었기에 더 그러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인격 교환기>>
편집장 맥기에게 괴롭힘당하는 기자 '나'는 발명가 타킹튼 퍼킨스의 신발명 취재를 나선 후, 그가 '연격 교환가'라는 것을 발명한 것을 알게 된다.
도라에몽스러운 발명품이 등장하는 작품. 내용도 성인용으로 변주한 도라에몽같습니다. 발명품으로 소동이 일어나고, 결국 주인공들이 모두 행복해지는 결말은 도라에몽 그 자체죠.
하지만 소동 이후 모든게 제자리를 찾는 도라에몽 장치와는 다르게 타킹튼 퍼킨스와 맥기의 몸을 바꾸어서 최악의 파트너들끼리 함께 살게 만든다는 결말은 아주 통쾌했습니다.
한마디로 평범한 아이디어를 전개와 결말로 보완한 작품. 별점은 2.5점입니다.
<<무기>>
그레이엄 박사는 궁극의 무기를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 그의 유일한 고민은 정신지체아인 아들 해리였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니만트라는 인물이 찾아와 무기 개발을 그만둘 것을 부탁하는데...
인류가 궁극의 무기를 가질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한 프레드릭 브라운의 답변. 4페이지밖에 안되는 짤막한 분량이지만 흥미로운 도입부와 캐릭터, 진지한 주제에 놀라운 반전까지 모든 걸 갖춘 걸작 단편입니다.
인류가 궁극의 무기를 갖는 것은 백치가 장전된 리볼버를 갖는 것과 다를바 없다는 시각은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시대를 뛰어넘은 측면도 있습니다. 별점은 5점입니다.
<<카투니스트>>
끔찍하고 흉물스러운 외계인 만화를 그린 후, 빌 개리건은 그가 그린 외계인과 똑같이 생긴 외계인의 초대를 받게된다. 그들은 만화에 감명해서 개리건을 황실 만화가로 임명하려고 한 것...
"외눈박이 나라에 간 두눈박이" 이야기를 변주한 SF. 서로를 끔찍하고 흉물스럽게 생겼다고 생각하는 점이 그러합니다. 그러나 결말은 정 반대입니다. 개리건이 외계인 모습이 된 다음에 익숙해진 후 모든 행복을 거머쥐게 되거든요.
개인적으로 좋은 결말, 반전이었다 생각되지는 않네요. 반전의 매력은 부족하며 여러모로 쉽게 간 느낌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돔>>
'죽음보다는 고독이 나은 법이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죽음보다는 나은 법이다.'
카일 브레이든은 핵전쟁이 발발했다는 뉴스를 듣고 "역장"을 작동시킨다. 역장은 구 형태로 완벽한 방어막을 이루는 것. 죽음보다 고독이 낫다는 생각으로 30년을 버텨왔지만 홀로 죽기가 두려워 역장을 끌 결심을 하게 되는데...
착각으로 스스로 고립되어 이방인이 된 남자를 그린 작품으로 주제는 좋습니다. 냉전 시대를 극한까지 그려낸 설정도 볼만하고요.
하지만 홀로 돔 안에 갇히는 것을 선택한 카일 브레이든의 심정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 고독보다는 죽음이 나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리고 밖의 세상은 유토피아가 되었다라는 반전도 평이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차라리 사랑을 고백한 '미라'가 그를 떠나지 않고 둘이서 같이 30년간 늙어가다가 유토피아를 만난다는 설정이 소설적으로는 더 나았을 것 같네요. 만약 그랬다면 미라에 의해서 지옥이 열렸을테니까요...
<<스폰서의 한마디>>
1954년 7월 9일 수요일 오후 8시 30분, 전 세계 라디오에서 기묘한 방송이 들려온다. 아주 잠시 먹통이 된 후 차분하고 평범한 목소리가 이렇게 말했다. "그럼 스폰서의 한 마디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1초 후 들려온 다른 사람의 말. "싸워라."
미국 대통령은 이 방송에 대해 분석하지만 현재 기술로 불가능한, 초자연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인간은 명령을 받으면 반대로 행동한다'는 신뢰할 수 없는 심리학 설정에 기반을 둔 작품. '밀그램 실험'이 있기 전에 쓰여진 이야기겠죠. 그래도 과학적, 정치적인 분야에서 시작하여 종교적인 분야까지 전문가들에 의한 분석이 이어지면서 이 명령은 들으면 안된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만큼은 꽤 설득력있게 그려집니다. 사탄이 내린 명령이면 당연히 들으면 안되고, 신이 내린 명령이라면 지성과 선의가 있는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신성한 반어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논리인데 그럴듯했어요. 분석 덕분에 여론도 싸우지 않는 쪽으로 기울게 된다는 전개도 괜찮았고요.
또 이러한 평범한 냉전 시대를 무대로 한 우화임에도 독자의 흥미를 잡아 끄는 요소가 존재하는 것도 장점입니다. 그것은 바로 "스폰서"라는 단어죠. 대체 우리, 지구, 인류의 스폰서는 누구란 말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주지 않고, 스폰서가 누군지 모르므로 명령을 들을 수 없다는 결론과 함께 작품은 끝납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약간 흥미로왔을 뿐 기대에 부합하지는 못했습니다. 결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 탓이 큽니다. 별반 대단한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아무래도 냉전 시대 관련 설정의 작품은 여러모로 뻔하고 지금 읽기에는 좀 낡은 소재임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나와 플랩잭과 화성인>>
광산을 찾아다니는 나와 당나귀 플랩잭은 어느날 화성인을 만나게 된다. 화성인은 내가 아니라 플랩잭이 지성체라 여겨 대화를 시도하고, 그들의 지구 침공 계획을 털어놓는데...
이른바 '오해와 착각' 개그물입니다. 나와 플랩잭의 티격태격 묘사가 유쾌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오해로 인한 난처한 상황도 볼거리고요. 무엇보다도 플랩잭이 화성인에게 무언가 멋진 아이디어를 제공해서 그들이 지구 침공을 포기하고 돌아가는데, 나도 그렇고 독자도 그렇고 플랩잭이 준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결말까지 유쾌합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마크 트웨인이 쓴 SF를 읽는 느낌이었달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어린 양>>
수록작 중 가장 이질적이라 할 수 있는 싸이코 스릴러. '코넬 울리치'가 썼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디테일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진, 베르무트에 젖은 올리브 색깔"이라는 묘사나 여러 시, 음악, 밤이라는 배경에 대한 묘사가 그러합니다. 아내 램이 살아 있는 것 처럼 묘사하다가 마지막에 그녀는 이미 죽은지 오래라는 것이 밝혀지는 장면도 섬찟했고요.
유머러스한 블랙 코미디나 반전이 있는 장르 문학에 강한 작가인줄 알았는데 이런 순문학적인 스릴러에도 능하다니 과연 거장은 거장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날개짓 소리>>
15달러에 영혼을 팔려던 무신론자가 급하게 멈추고 15달러를 날린 이유는? 에 대한 짤막한 소품.
주인공이나 독자나 답을 찾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도대체 뭐가 껄끄러웠던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특별히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이럴 바에야 영혼을 팔고 할아버지가 죽은 뒤 무언가 기묘한 일이 일어난다는 식으로 가는게 더 재미있었을 것 같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거울의 방>>
시간을 되돌리는 일종의 타임머신이 등장하는 SF. 이 타임머신에 대한 아이디어와 함께 '50년'을 계속 되돌아가는 주인공에 대한 아이디어가 돋보인 작품입니다.
<<돔>>의 주인공은 역장을 끄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이 작품의 주인공은 타임머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되면 인류가 '불사'의 존재가 될 수 있는 위험때문에 갖혀지낸다는 점에서 좀 비슷한데 냉전 시대의 뻔한 SF인 <<돔>>보다는 훨씬 나은 작품입니다. 설정도 보다 디테일하고요.
50년 동안 무얼 어떻게 먹고 사는지 등 깊이 들어가면 여러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평균 이상의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다음은 모두 1~2페이지짜리 쇼트쇼트입니다. 줄거리 요약은 생략하고 단평만 적겠습니다.
<<해답>>
두말할 필요 없는 걸작. 별점은 5점.
<<데이지>>
짤막하지만 담겨야 할 모든 것이 담겨있는 교과서적인 쇼트쇼트. 별점은 4점.
<<대동소이>>
뻔했음. 별점 2점.
<<예절>>
이문화간 커뮤니케이션을 다룬 유쾌한 소품. 별점은 3점.
<<허튼소리>>
SF 작가의 자조적인 농담으로 보이는 소품. 별점은 2.5점.
<<화해>>
뻔하고 뻔하도다. 별점 1점.
<<탐색>>신이 두려워한 사람이 누구인거죠? 주인공 피터의 정체는 신선했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별점은 2점.
<<형기>>
과학적인 농담인데 꽤 써먹음직한 반전이 돋보임. 별점은 2.5점.
<<유아론자>>
이 정도면 신성모독이 아닐까... 여튼 신선한 창조 이야기. 별점은 2.5점.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진정한 소리를 찾는 음악가 둘리 행크스가 우연히 만난 노음악가를 살해하고 그가 가지고 있는 '호우보이'라는 악기를 손에 넣은 뒤 맞는 최후에 대한 이야기.
음악에 대한 장황한 묘사가 펼쳐지는 순문학스러운 범죄 판타지. '하메룬의 피리부는 사나이'로 끝나는 결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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