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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9

이 사람을 보라 - 마이클 무어콕 / 최용준 : 별점 2점

이 사람을 보라 - 4점
마이클 무어콕 지음, 최용준 옮김/시공사

어렸을 때부터 기묘한 관심병과 자기 비하로 점철된 찌질한 인생을 살아온 칼 글로거는, 서점 모임에서 우연히 알게 된 과학자가 타임머신을 만든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 여행자 지원 제안은 거절했지만, 오랜 시절 알아온 연인같은 섹스 파트너 모니카의 변절 후 즉흥적으로 시간 여행에 자원하여 예수가 십자가 형을 받기 1년 전으로 향하는데...

걸작으로 소문난 작품이죠. 이런 저련 소개 자료를 통해 관심이 가던 차에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우선 카톨릭 - 기독교적 사고방식이 작품을 관통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뜨입니다. 이건 직전에 읽었던 "양심의 문제"와 비슷합니다. 허나 "양심의 문제"가 카톨릭 세계관의 확고부동함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이 작품은 어떻게보면 신성을 부정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정 반대의 시각을 보여줍니다. 아울러 과학적 설정과 크게 관계가 없다는 것도 큰 차이점이고요. 시간 여행을 다루고는 있지만 그 방법이 자세히 설명되지 않는 등 과학적 설정은 작품의 부수적인 요소에 불과하거든요.

하지만 확실히 시대가 너무 많이 지난 듯 싶습니다. 외계인이 인류를 창조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무리없이 받아들여지는 시대에서 '예수는 미래에서 시간여행을 한 관심병자 찌질이였다'는 내용이 충격적으로 다가올리 없지요. 작품이 발표된 1969년 당시였더라면 모를까, 지금은 그 때만큼 종교적 신념이 굳건하지도 않으며 더 충격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왔기에 딱히 대단한 이야기라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칼 글로거가 예수 역할을 수행하리라는 것도 쉽게 예측 가능하기에 의외성을 찾기도 힘들었고요.

아울러 후대 전해진 성경 그대로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비판적으로 묘사하는건 오류라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세례 요한을 구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이 성경 그대로야 하기 때문에 참수되도록 방치하고, 수제자들은 이름을 보고 뽑고, 제자 중 유다를 시켜 자기 자신을 고발케 하는 등의 모습이 그러한데 이는 타임 패러독스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성경 그대로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현대인의 상식이기도 하고요. 외려 그가 역사를 바꾸었더라면 더 큰 문제가 생겼을 겁니다. 칼이 정상인은 아니며 이 행동을 통해 그가 신이 아니라 가짜 흉내내기에 불과했다는 주제를 강조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번지수가 좀 틀렸습니다.
그나마도 완벽하게 성서 그대로도 아니에요. 특히 가장 어려울 부활을 대충 넘어간 것은 아쉽습니다. 그의 시체에 특별한 효험이 있다는 사람들에 의해 시체가 도난당해 사라졌기에 생긴 소문이라고 설명되는데 많이 부족했습니다. 후대에 그렇게 받아들였을 과학적인 무언가가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지요.

그래도 고전 걸작답게 의외성을 포기한다면 생각할거리가 많긴 합니다. 예수의 신성을 모욕했다기 보다는, 그도 그냥 인간이었을 것이다는 의견에 시간 여행을 접목한 새로운 견해로 볼 수 있으니까요. 칼의 전 연인 모니카의 다음과 같은 대사처럼요. "과학 의식이 훨씬 더 우월한데 그걸 제치고 종교 의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종교는 지식의 그럴싸한 대체물이야. 하지만 이제 그런 대체물이 더는 필요가 없어. 칼, 과학은 사고 체계와 윤리를 형성할 수 있는 굳건한 바탕을 제공해준다고. 과학은 행동의 결과를 보여주고. 사람들은 그러한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 자신들이 쉽사리 알 수 있어 이제 더는 천국에서 내려주는 당근이나 지옥에서 휘갈기는 채찍 따위는 필요 없단 말이야." 말 그대로 과학이 종교를 만든 것이나 다름 없다는 해석인데, 작품 설정과 연계해 보면 나름 새로운 맛이 느껴집니다. 과학이 세상을 지배했던 60년대의 분위기도 잘 알 수 있고요.

작가의 필력도 대단합니다. 특히 우울증과 자기 혐오에 사로잡힌 무능력한 관심병자 칼 글로거에 대한 장황한 서사와 묘사가 압도적이에요. 왠지는 모르겠지만 고급스러우면서도 천박한 양 극단을 오가는 묘사는 확실히 영국 작품이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시간 여행 후 칼 글로거가 예수로 거듭나는 과정과 칼 글로거의 일대기를 병행하여 전개하는데, 중간중간 심리 묘사와 대사를 적절히 끼워넣는 솜씨도 일품입니다.
요셉의 아들 예수는 정신지체아였고 마리아는 창녀와 다를바 없는 여자였는 식의 약간의 반전도 나쁘지 않았으며,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를 It's a lie, It's a lie, It's a lie로 풀어낸 마지막 장면은 최고였습니다. 현대의 랩으로 응용해도 라임이 딱딱 맞아 떨어지죠. "잇츠어라이, 잇츠어라이, 옐로이옐로이, 사박타니..."

결론내리자면 장, 단점이 명확한 작품입니다. 물론 단점의 가장 큰 요인은 늦게 소개된 탓이라 마냥 감점하기는 어렵습니다. "양심의 문제"보다 나은건 분명하고요. 허나 개인적으로는 "도라에몽"보다 나은 점을 모르겠더군요. 역사적 가치와 의의가 더 큰 고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SF 팬이시라면 한번 읽어봐야 할 작품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딱히 읽어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2009/10/26

나는야, 오타쿠 샐러리맨 : 일희일비편 - 요시타니

나는야, 오타쿠 샐러리맨 : 일희일비편 - 6점
요시타니 지음/미우(대원씨아이)

나는야, 오타쿠 샐러리맨 - 요시타니

전편에 이은 2권째. 주말에 형한테 빌려 읽은 책입니다.

1편이 그냥 그래서 그다지 땡기지는 않았는데 훨~씬 재미있어졌더군요! 웃음의 코드만 잘 짚어나가는 느낌이랄까요? 1편에서 불만스러웠던 요소, 즉 제목처럼 강렬한 오타쿠 냄새가 풍기지 않던 부분을 대폭 개선해서 일상생활 속에서의 오타쿠 생활과 더불어 오타구 역사가 시작되었던 과거의 일까지도 끄집어내어 오타쿠라는 소재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제목 그대로 "오타쿠 샐러리맨"의 모습을 1편보다 더욱 잘 드러내고 있더군요.

아울러 샐러리맨 생활 이야기 역시 굉장히 리얼하게 그려지는데 유사 업종 종사자로서 공감이 많이 가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오타쿠 코드말고 이 샐러리맨으로서의 요시타니의 삶, 그러니까 리얼하게 그려진 일본 IT 종사자의 삶이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선진국(?)이라 생각한 일본에서도 근로자의 혹사를 바탕에 깐 프로젝트 진행이 이루어지고 있다라는 것은 놀라움 그 자체였거든요. 주구장창 야근에 주말 출근이 당연시 되고 있어 어이가 없었습니다... 어디가나 IT 종사자만 죽을 노릇이네요... 쩝

어쨌건 전편에 비하면 만족스러웠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제 추천 에피소드는 요시타니의 재수생때의 모습을 다룬 에피소드 (반다나의 놀라운 용도!)와 "꾸미기" 에피소드 (아키하바라에서의 좌충우돌 멋쟁이되기!)입니다. 호리에몬 이야기도 웃겼어요.^^

PS : 1편의 히트 이후 이런저런 방송을 탄 모양이네요아까짱님 블로그에 저자 사진이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클릭! 그런데 생각보다 아주 멀쩡하게 생긴 청년이라 놀랐습니다.

2009/02/11

초난감 기업의 조건 - 릭 채프먼 / 박재호, 이해영 : 별점 4점

초난감 기업의 조건 - 8점
릭 채프먼 지음, 이해영.박재호 옮김/에이콘출판

제목 그대로 80년대, 즉 PC라는 개념이 처음 생겼을 때 부터 한때 잘나갔지만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는 삽집을 반복하며 제풀에 스러져간 IT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물론 스러지지 않고 아직도 건재한 기업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그리고 기업과 관계없이 닷컴 열풍으로 어마어마한 거품을 양산한 투자자를 조롱하는 챕터도 있긴 하지만 내용의 일부일 뿐이죠. 

제가 이쪽 바닥에 워낙 무지한 탓에 제가 잘 모르는 기업과 솔루션이 많아서 얼마나 대단한 회사들이 스스로 자멸했는지에 대한 감이 떨어지긴 했다는게 약간 단점이긴 했지만 (디베이스? 화이트베이스는 아는데...^^) 그래도 잘 아는 기업인 IBM, 모토로라, 마이크로소프트, 넷스케이프, 구글 등의 기업의 사례도 충실한 덕분에 아주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저자 스스로 볼랜드나 마이크로프로와 같은 초난감 기업에 실제로 근무했었던 엔지니어 겸 마케팅, 홍보 전문가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서술한 이야기도 많아서 더 와닿는 부분도 많았고, 과연 이렇게 멍청할 수 있을까? 하는 상황이 너무 많아서 너무나 웃겼습니다. 사실 당황스럽기까지 한 수준이었으니까요. 웃자고 쓴 건 아니겠지만 정말 웃겨요. 삽질의 사례와 관련된 도판, 주석 등도 방대하고 자세해서 웃음의 수준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느낌까지 들고 말이죠.

아울러, 읽다가 좀 놀랐던 사실은 그간의 상식 -마이크로소프트가 "악의 축" 이다- 라는 것을 상당히 뒤집는 발언이 책 전체에 깔려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우리가 익히 알 듯 일종의 사기와 배짱 덕분이 아니라 품질의 우수성과 더불어 경쟁사들의 초난감한 삽질이 겹쳐진 운빨이었다는 것을 아주 자세하게 풀어놓고 있거든요. 물론 책의 후반부에서는 넷스케이프를 박살내기 위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초난감한 마케팅 전략이 등장하긴 하지만 망해버린 다른 기업들의 사례에 비추어본다면 그나마 새발의 피라고 할 수 있겠죠.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고 재미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웃기다는 점에서 별 4개를 줄 만큼 유익한 독서였다고 생각됩니다. 개발자와 엔지니어 사이드에 치우친 내용이 많긴 하지만 IT 업종에 종사한다면 누구나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 아닐까 싶어요. 특히 저같은 쓰라린 이직의 경험이 있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강추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계기로 당당하게 비웃고 떠벌일 수 있는 기회가 공적으로 마련된 것 같아 속이 후련하기까지 하네요. 가격이 좀 쎄긴 한데 그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잘나가던 누가 망했다는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즐거운 법이니까요.^^ (지옥에나 가버려~!!!!)

덧붙이자면, 저도 DJ시절 벤처 열풍때 묻지마 투자를 받았던 소규모 벤처 근무 경험에다가 잘나가던 코스닥 기업이지만 망하려고 발버둥치며 삽질을 연발한 회사에 다닌 경험이 물론 있기에 좀 감개무량(?)하기도 합니다. 소규모 벤처는 월급도 못주는 상황으로 내몰린 끝에 결국 망해버렸고 잘나가던 코스닥 기업에서는 결국 저를 짤랐죠.

잘나가던 코스닥 기업은 결과적으로 엎어질 것이 뻔했던 돈먹는 하마같은 프로젝트를 잽싸게 중지하고 인원감축할 생각을 한 덕분에 아직까지 버티고 있고, 지금은 내부사정은 잘 모르지만 나오는 물건들 보면 포인트는 잘 잡고 있는 것 같아 현재 규모를 유지한다면 어떻게 먹고는 살겠더라고요. 예전 회사 덩치를 생각하면 이 회사 역시 이 책 국내판에 당당히 등장할만한 대표 사례로 손꼽히겠지만요. 뭐 그게 다 인생 아니겠습니까. 그러고보니 나도 이런 책을 쓸 수도 있겠구나...

2014/02/03

겨울왕국 (2012) : 별점 3점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O.S.T. [2CD 디럭스 에디션] - 6점
크리스틴 벨 외 노래/유니버설(Universal)

설 연휴 기간 동안 와이프, 아기와 함께 감상했습니다. 우리 세 가족이 함께 감상한 첫 영화네요.

내용은 익히 잘 아시는 대로 자매의 화해를 다룬 일종의 백합물로, 영상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으며 음악도 아주 좋았습니다. 역대급이라 할 만한 "Let It Go"는 물론이고,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등 대부분의 곡들이 인상적이었어요. 그간의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은 주제곡 빼고는 귀에 들어오는 곡이 몇 곡 없었는데 ("Under the Sea"와 "하쿠나 마타타" 정도만 기억나네요) 말이지요. 

또 빠른 전개와 연출도 좋습니다. 초반 10분 정도에 음악과 함께 모든 배경 설명을 처리한다든가, 조금 지루할 만하면 등장하는 음악들, 뮤지컬처럼 구현한 씬들의 아기자기한 디테일과 깨알 같은 유머 등도 볼거리였어요.

한마디로 보고 듣고 즐기기에는 최고의 콘텐츠였습니다. 딸 가진 아빠로서 처음 본 남자를 믿으면 안 된다는 괜찮은 교훈을 전해준다는 점에서도 마음에 들었어요. 물론 딸아이는 잘 이해를 하지 못했지만...

그러나 그렇게까지 높은 평가를 받을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연출과는 별개로 각본이 좀 이상했거든요. 안나와 한스가 사랑에 빠진 것이 도화선이 되어 즉위식 날 모든 사건이 터져버리는 급작스러운 상황부터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이럴 거면 방구석에 숨어 지내온 십 수 년의 세월은 무의미하니까요. 어차피 며칠 못 참고 들통날 것을... 그러고 보니 트롤이 존재하는 세계관에서 마법 좀 쓴다고 괴물 취급받는 것도 이상하죠. "X맨"도 아니고.

또 전형적인 디즈니 왕자님인 한스의 돌연한 배신, 흑화도 쉽게 설명되지 않습니다. 한스가 안나를 구하러 가서 굉장한 활약을 보인 것과도 배치되고요. 어차피 전권을 위임받았으니 아렌델에 머물러서 기다리는 게 더 합리적이잖아요. 안 돌아오면 일종의 섭정으로 영구히 통치권을 행사할 수도 있었으니까요. 전형적 디즈니 공주님의 전형인 행동파 왈가닥 안나, 전형적 디즈니 개그 캐릭터 올라프에 비하면 이러한 반전이 더 독특해서 좋기는 했지만요.

아울러 엘사가 "Let It Go"를 부르며 제대로 자신의 능력을 선보이며(닥터 맨하탄?) 살짝 악역 포스를 풍기다가 마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어디선가 본 정보로는 엘사가 원래 악역이었지만 지금의 설정으로 변경되었다고 하는데, 차라리 강력한 악역이 되는 게 더 현실적이었을 것 같아요.

덧붙이자면, 이러한 중세 봉건국가 시스템에서는 엘사의 마법이야말로 천하의 패권을 쥘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될 텐데 왜 숨기느라 전전긍긍했을까요? 전방위 원거리 공격 마법에 무제한의 눈사람 병사까지 만들 수 있는 직접 타격 능력까지 막강한 능력자가 고작해야 성에 스케이트장이나 만들고 있다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그래도 이러한 불만은 제가 나이가 많이 먹은 탓이 클 테고 제 딸아이는 아주 좋아했으니 만족하렵니다. 저 역시 보는 동안은 즐겁게 몰입하면서 관람하였고요. 때문에 별점은 3점입니다. 계속 "공주님 나오는 거"를 찾는 딸아이 때문에 조만간 재관람하게 될 것 같기도 하네요.

2012/03/29

evernote : 별점 4점

뭔가를 쓰고, 기록하고, 보존하는 목적으로는 가히 최고의 앱이라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글과 자료를 쓰고 수정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는데 빠르고 동기화도 잘 되면서 각종 자료 공유도 용이하고, 클리핑 기능도 괜찮은 등 제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대부분 갖췄습니다. 거진 일년정도 쓰면서 딱 두번 동기화 실패로 글을 날려먹은 것을 제외하면 크게 흠잡을데가 없네요. 

구태여 흠을 잡자면 스마트폰으로 클리핑할 경우 사진이나 글을 못 가져오고 링크만 가져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 부분은 Read It Pro와 병행 사용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Read It Pro 만큼의 클리핑을 보여주면 좋겠네요. 뭐 개선되리라 생각은 되지만요. 

사실 기능상의 흠보다는 회사에서 보안을 이유로 사용을 막아놓아 활용도가 떨어지는게 저 개인에게는 더 큰 문제입니다. 집에서처럼 크롬 브라우져에 플러그인을 설치하여 클리핑 용도로 활용한다면 유료라도 적극적으로 사용할텐데, 지금 상황으로는 PC에서의 활용이 거의 불가능해서 스마트폰과 PC에 자동으로 백업받는 기능과 거의 채울일 없는 업로드 용량 차이 말고는 딱히 다른건 없거든요. 회사에서 에버노트 사용을 허용하지 않는 한 이번 달 이후에는 두번 다시 프리미엄 버젼을 쓸일은 없을 것 같네요. 클리핑하는게 있어야 그나마 용량을 쓸텐데 그러기가 쉽지 않으니 말이죠... 

그래도 별점은 4점입니다. 하루에도 여러번 사용하는 앱이기에 활용성도 좋고 사용성도 최고 수준일 뿐 아니라 "공짜" 이기 때문이죠. 아직도 쓰지 않는 분이 계시다면 적극 추천드립니다.

2012/01/04

Read it Later Pro : 별점 3.5점

작년 연말 안드로이드 마켓 특별행사기간에 0.99$의 가격으로 구입한 앱입니다. 에버노트와 중복된 기능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워낙 싼 값이라 별 생각없이 충동구매했는데 써보니 이거 정말 물건이더군요.

스크랩하면 제목과 URL 중심으로 가져오는 에버노트와 달리 이놈은 내용 전문을 긁어와서 저장할 뿐 아니라 광고 등 불필요한 영역을 잘라내고 본문 텍스트와 이미지, 삽입된 하이퍼링크만 뽑아서 스크랩하는 기능이 정말 최곱니다. 에버노트 등의 앱으로 내용 공유 역시 손쉽고요. 그야말로 요 놈을 설치한 뒤 정말로 조금은 스마트해진 느낌이랄까요? 구글리더로 글을 읽다가 괜찮은 글은 요넘에 저장, 이후 짬날때 몰아서 한번에 읽다가 정말 괜찮은 글은 에버노트로 이동시켜 카테고리 및 태그 정리로 분류 하는 식으로 말이죠. 특히나 와이파이가 잘 안되거나 3G 품질이 불량한 곳에서 아주 유용하네요. 정가로 구입했어도 아깝지 않았을것 같아요.

그런데 일부 사이트의 경우 내용을 가져오지 못하거나 가져오더라도 간단 스크랩 모드를 지원하지 않는데 어떤 사이트가 지원하지 않는지에 대한 가이드가 없는 것은 좀 의아한 부분입니다. 심지어는 동일 사이트에서 어떤 글은 되고 어떤 글은 안되는 등 편차가 있는데 이러한 부분은 좀 더 잘 긁어(?) 올 수 있도록 개선이 되면 좋겠네요. 거기에 더해 긁어온 글들을 카테고리별로 구분하는 식의 분류기능도 추가되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아! 구글리더에서 일부만 보이는 구독글을 링크연동해서 전체 다운로드하는 기능도 추가되면 좋겠고요.

쓰다보니 바라는게 많아졌는데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잘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상태로의 별점은 아쉬운 점을 각 0.5점씩 감점해서 3.5점인데 위의 개선사항이 적용된다면 5점짜리 앱이 될 것 같습니다. 부디 2012년에는 모두 업그레이드되길 바랍니다!

2019/08/15

역향유괴 - 원샨 / 정세경 : 별점 1.5점

역향유괴 - 4점
원샨 지음, 정세경 옮김/아작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부호의 후손 즈덩런은 투자 은행 A&B의 IT 부서근무 중에 퀸타스 투자 계획에 관련된 기밀 자료가 납치(?)된 사건에 말려들었다. 투자 계획 컨설팅 팀원 중 한 명인 샤오루가 즈덩런에게 자료가 사라진 사실을 처음 알렸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이 외부에 유출되기를 꺼린 본부장 존은 팀원 모두와 즈덩런을 자료 몸값 지불일인 3일 뒤 까지 A&B 소유 아파트에 경찰과 함께 연금시켰다.
즈덩런은 사건에 샤오루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했고, 몇 가지 조사를 통해 이를 확신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적은 몸값에 주식 시장에서 한 몫 잡으려는 움직임도 없어서 범인의 목적이 무엇인지 혼란에 빠지는데...

시마다 소지 상을 수상한 중국 추리 소설입니다. 찬호께이의 작품들로 중국 추리 소설에 대한 기대가 커진 탓에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A&B를 협박한 '기밀 문서(재무 자료)' 납치 사건은 즈덩런을 3일 동안 일종의 연락 두절된 가택 연금 상태에 놓이게 만들려는 목적이었다는 진상, 반전은 좋습니다. 연락이 두절된 상태를 유괴된 걸로 위장하여 거액의 몸값을 받아내려는 계획이었지요. 즈덩런이 즈리 은행의 후예였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별 의미없어 보였던 도입부의 '술 먹기 게임'의 벌칙 - 즈덩런을 의자에 묶어 놓은 것 - 때 찌은 사진을 이용하고, 중간에 즈덩런의 자는 모습을 찍은 걸 살아있다는 증거로 활용한다는 식으로 단서와 복선을 배치한 솜씨도 제법입니다.

기밀 문서의 몸값, 그리고 최종적으로 즈덩런의 몸값을 받아내기 위한 과정도 꽤나 합리적입니다. 먼저 백 명의 협력자들에게 인터넷 옥션에 콘플레이크 박스를 고가로 출품하게 하고, A&B가 이를 낙찰받는 방식으로 10만 달러를 손에 넣습니다. 그리고 콘플레이크 박스를 경찰이 A&B로 가져오게 만듭니다. 사실 박스 중 하나에는 즈덩런의 몸값인 5백만달러에 상당하는 다이아몬드가 들어있었거든요. 다이아몬드는 박스 속 알람 시계가 울리는 혼란 와중에 챙기고요. 박스를 범인이 의도한대로 쌓아놓게 만드는 디테일, 백명 단위가 필요했던 협력자들 모집을 일종의 폰지 사기 방식으로 끌어모으고 다이아몬드도 폰지 사기 형태로 벌어들인 현금에 대응하여 기존 투자자에게 돌려주어 증거를 인멸한다는 아이디어도 좋습니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 출신답게 시각적인 볼거리가 연상되는 장면도 많아서 즐겁습니다. 콘플레이크 박스 회수 작전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일종의 플래쉬 몹 처럼 회수자와 똑같은 복장을 차려 입는다는 묘사가 대표적이죠. 전개도 복잡하지 않고 깔끔한 편이라 쉽게 읽힌다는 장점도 큽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몇몇 장점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품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A&B가 투자 성공을 위해 사력을 타하는 퀸타스의 사업이 너무 유치해서 몰입하기 힘듭니다. 차후 그들이 주력으로 내세운건 흔하디 흔한 IoT 서비스일 뿐인 탓입니다. 이런 서비스는 이미 전세계 모든 제조사가 하고 있으니까요.
진짜 핵심이라는 '초크' 프로젝트의 K 포인트 역시 마찬가지에요. 가상 세계에서 얻은 포인트를 현실 세계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는 개념부터가 별로 새롭지 않습니다. 가상 세계에서의 적극적인 행동 - 별점을 준다던가 - 에 따른 보상이라는 점을 차별화로 내세우지만 자동으로 쌓이는 카드, 통신사 서비스보다는 오히려 뒤떨어진 개념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이런 서비스는 퀸타스와 같은 소프트웨어, 휴대폰 제조 업체가 진행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가 가상화폐를 만들었어요! 1K포인트는 1달러에요! 라고 이야기해봤자 쓸모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시장에서 그걸 받아줘야 성립되는 사업 모델인데, 이런 신규 통화가 시장에 자리잡는건 불가능에 가깝지요. 이런 이유로 퀸타스의 사업 문제가 금융 위기를 불러 올 수 있다는건 영 와닿지 않았습니다.

이야기 전개도 어설픕니다. A&B 사건을 맡은 T시의 탕푸 경감이 A시 경찰이 맡은 즈덩런 유괴 납치 사건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됩니다. 유력 인사의 아들이 납치된 사건에서 그 아들이 다니는 회사에 관련 정보가 알려지지 않는다? 각 도시별 관할이 다르다는 언급 정도로는 설명될 수 없습니다. 또 A시 경찰이 A&B 본사 건물을 감시할 때, 이들을 탕푸 경감이 체포했더라면 사건은 진작에 해결되었을거라는 문제도 있고요.

샤오루의 완벽해 보이는 범행 계획도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상합니다. A&B는 단돈 4만 8천 달러만 손해본 걸로 - 5만 2천 달러는 폰지 사기 형태로 이전 참여자로부터 선입금을 받은 덕분 - 사건에서 손을 뗍니다. 투자 계획과 신용의 문제라 이 정도 손해는 입다물겠다는 A&B의 입장은 이해됩니다. 그러나 즈덩런 유괴 사기 사건은 상황이 달라요. 무려 5백만불을 손해 본 피해자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이를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다고 기대하는건 무리입니다.
진상이 드러나면 퀸타스 투자 위험성이 함께 밝혀지고, 연구 개발 증권의 흐름이 막혀 금융위기가 올 수 있기 때문에 함구한다는 설명도 말이 안됩니다. A시 경찰한테 그게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샤오루의 일종의 폰지 사기 역시 협력자와 투자자가 많이 필요하다는 큰 약점이 있습니다. 연결고리가 많으면 많을 수록 한, 두 군데에서 꼬리를 잡힐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건 백명 단위를 넘어가니까요. 단적인 예로 다이아몬드를 투자자들에게 전해주는 방법이 그러합니다. 직접 편지를 배달하던가, 최소한 누군가를 시켜야 하는데 백 명 이상에게 이런 짓을 하면 들키지 않는게 더 이상하지요. 사내 정보를 이용해 사기를 치려면 이렇게 복잡하게 할 필요없이 차라리 퀸타스 문서를 인터넷에 뿌리고 주식으로 차익을 얻는게 더 손쉬웠을 겁니다.

깊이있는 캐릭터 형성은 찾아보기 어렵고 심리 묘사도 얄팍한 캐릭터들 모두 전반적으로 수준 이하입니다. 대부호의 후손이자 컴퓨터 천재라는 즈덩런이 개중 최악입니다. 만화적인 설정부터 별로이며 무엇보다도 하는게 없기 때문입니다. 컴퓨터, IT 관련된 지식 수준도 일반인들도 알고 있는 정도에 그치고요. 찬호께이의 "망내인" 속 아녜와 비교하면 초등학생 이하로 보일 정도에요. 다른 캐릭터들 모두 평면적인 스테레오 타입에 불과하며, 천재 미형 악역인 샤오루 역시 뚜껑을 열고보면 사내 정보를 이용해 사기치는 사기꾼일 뿐입니다. 마지막에 'A&B'에서 더 배울게 없다'는 범인 샤오루의 뻔뻔함과 당당함에는 어이가 없어집니다. 모자라 보이는 개그 캐릭터 폴 형사는 대체 왜 나왔나 싶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입니다. 장점이 없지는 않고 핵심 아이디어는 반짝반짝합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설정들 모두 설득력이 결여됐다는게 문제죠. 영화화되었다고 소개되는데, 나중에 한국에 소개된다면 영화로 보는게 훨씬 나은 선택일 듯 합니다.

2015/04/06

사상학 탐정 1 - 미쓰다 신조 / 이연승 : 별점 3점

사상학 탐정 1 - 6점
미쓰다 신조 지음, 이연승 옮김/레드박스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타인에게 나타난 사상(死相)을 보는 특수한 능력이 있는 쓰루야 슌이치로가 탐정 사무소를 개업한 날, 사야카라는 여인이 찾아왔다. 그녀는 청년 IT 재벌 아키라와 약혼했지만, 약혼자가 급작스럽게 급성 심부전으로 사망한 후 자신의 주변에 떠도는 죽음에 이유가 있는지를 알아보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서 아무런 사상도 보지 못한 쓰루야는 의뢰를 거절했다.

하지만 그녀가 약혼자의 본가인 이리야가에 함께 살게 된 후, 기이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고 그녀는 다시 쓰루야를 찾았다. 쓰루야는 그녀를 뒤덮은 섬뜩한 사상을 확인한 뒤 사건의 조사를 위해 이리야가를 방문했다. 그러나 기이한 사건은 멈추지 않고 아키라의 이복형 나쓰키부터 한 명씩, 차례대로 가족이 죽어나가기 시작하는데...

타인에게 나타난 사상(死相)을 볼 수 있다는 특수 능력의 소유자가 주인공으로, 주인공 쓰루야 슌이치로는 탐정이라는 직함을 걸고 있지만 별다른 추리력은 없습니다. 자신의 특수 능력과 일본 최고의 무녀인 할머니 아이젠에게서 배운 지식과 경험에 의존할 뿐입니다. 사건도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영역이 아니라 ‘주술’의 영역에서 벌어지고요. 이런 점에서 정통 추리물보다는 일본식 퇴마 판타지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만화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뻔한 퇴마 배틀물은 아닙니다. 쓰루야의 능력은 사상을 보는게 전부로 다른 능력은 없기 때문입니다. "백귀야행"의 리쓰가 탐정 사무소를 열었다고 해도 될 정도에요. 쓰루야와 리쓰는 능력치도 거의 비슷하니까요. 실제 스물스물 움직이는 저주의 실체를 보고도 도망치는 게 고작이거든요. 주술, 저주가 정말 일상 속에 있을 법한 것으로 그럴듯하게 묘사되어 있는 것 역시 "백귀야행"스럽습니다. 이렇게 설득력 넘치는 괴이 묘사는 민속 탐정 시리즈를 써왔던 미쓰다 신조답습니다. 마찬가지로 작가 특유의, "백귀야행"과는 다른 섬뜩한 묘사들도 볼거리이고요.

이러한 설득력 넘치며 섬뜩한 분위기에 더해 작가의 명성과 "탐정"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추리적인 부분도 나름 볼 만 합니다. 비과학적인 영역이기는 하지만, 주술과 저주에 적용된 일종의 법칙을 찾아가는 과정이 이야기의 핵심인 덕분입니다. 부제 그대로 '13'에 관련된 법칙인데, 정교하게 짜인 복선과 함께 쓰루야의 메모를 중심으로 독자에게도 공정하게 정보를 제공하여 두뇌 싸움을 벌이게 만드는 솜씨가 돋보입니다. 이리야가 전 당주 및 가족들의 취미와 엮은 자잘한 설정들도 흥미로웠고요.

무엇보다도 마음에 들었던 점은 굉장히 빠르게 전개되는 현대적인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지루할 틈 없이 사람이 계속 죽어나가면서 책을 손에서 놓기 힘들게 만듭니다. 사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은, 고작 두 권 읽은 게 전부지만, 어렵고 복잡한 일본 민속 관련 지식을 고풍스럽고 무겁게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는 탓에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읽고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일반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흡사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으니까요. "나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젊은 작품을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미쓰다 신조의 나이는 잘 모르겠지만, 프랑스에서 젊은 감독들이 새로운 영화 운운하며 누벨바그 운동(장 뤽 고다르로 대표되는)이 일어났을 때, 거장 르네 끌레망이 정말 새로운 영화를 보여주겠다며 "태양은 가득히"를 발표한 일화가 떠올랐어요.

이렇듯 독특함과 재미를 모두 갖춘 좋은 작품이기는 하나 단점도 있습니다. 일단 '13'에 관련된 법칙이 재미는 있지만, 합리적인 구조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점입니다. 설정에 맞춰 끼워 맞춘 것에 불과해 보였어요. 숫자만 들어가면 무엇이든 되기 때문에 단서들의 비약이 심하고, 억지스러운 전개도 제법 있고요. 작중에서도 언급되듯 나이 든 사람들만, 그것도 일본이라는 환경 안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도 쉽게 공감하기 어렵게 만드는 점입니다. 사야카가 쓰루야에게 단서를 전해주려 애쓴다는 설정도 쓰루야의 무능함만 돋보이며, 혹 쓰루야가 정말로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어떻게 했을지 설명되지 않는 것도 단점입니다.

아울러 동기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아요. 작품에서처럼 사야카가 모든 저주의 흑막이라면, 그녀는 아키라 재산의 60%로 왜 만족하지 못했을까요? 설령 아키라의 배다른 형제를 모두 죽였다 치더라도 60%가 80%가 될 뿐 - 20%는 죽이고 싶지 않았던 아키라의 어머니 도시코의 몫이기에 - , 예를 들어 유산이 한 40억이라고 한다면 24억이 32억이된다... 본인까지 저주를 걸 정도로 의미가 있는 금액으로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설령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 방법적으로 무리수가 너무 많습니다. 저 같으면 그냥 형제들에게 저주를 걸고 어디 외국이라도 가 있었을겁니다. 사인이야 어차피 급성 심부전이니 수상하기는 해도, 증거는 없었을테니까요. 구태여 같이 저주에 걸려가며 상종하고 싶지 않은 인간들과 동거할 이유는 없습니다.
쓰루야에게 사건을 의뢰한 이유도 사건이 언젠가 쓰루야나 아이젠 귀에 들어갈까봐 의뢰했다는 것인데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증명하기 어렵다는 것은 마찬가지니까요. 설령 귀에 들어갔다손 치더라도, 주인공이나 주인공 할머니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마지막으로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한 이리야 가문의 설정, 판에 박은 의붓형제 캐릭터인 나쓰키, 하루미 등은 고민이 부족해 보여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이자 미쓰다 시존의 새로운 모습을 알리는 측면에서는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무엇보다도 몰입해서 읽는, 재미라는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에스프레소라면 달달한 카푸치노같은, 아주 무섭지도 않고 지루하지도 않은 작품이니 미쓰다 신조의 작품이 궁금하신 입문자분들께 추천드립니다.

2012/01/08

UN-GO : 별점 2점

정말 오랜만에 애니메이션 한 시즌을 끝까지 감상했습니다. 추리 애니메이션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이 생겨 보게 되었습니다.

사카구치 안고의 오래된 단편집을 원작으로, 배경을 근미래로 각색하여 제작된 작품으로 총 11화 완결입니다. 단편 옴니버스 형식이지만, 에피소드를 거치면서 점차 세계관과 주인공들의 관계 및 정체를 밝혀가는 긴 호흡의 이야기가 함께 전개됩니다.

근미래가 무대이긴 하지만, 원작이 워낙 오래된 작품이어서인지 사건 수사는 탐정들의 추리에 의존할 뿐입니다. 이 때문에 답답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후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공권력과 거대 자본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잘 각색되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거대 자본이 인터넷 기업으로 설정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터넷 기업의 수장이자 자본과 공권력을 모두 상징하는 인물인 카이쇼 린로쿠의 사상을 비교적 디테일하게 보여준 점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전후 일본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런 방식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분위기가 잘 묻어났습니다. 다만 원작을 읽어보지 못해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네요.

그러나 문제는, 추리 애니메이션을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에피소드의 길이가 고작 20여 분밖에 되지 않아 정교한 추리 구조를 만들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이야기들이 추리물이라기에는 다소 얄팍한 편이었습니다. 20여 분은 등장인물과 사건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초반에는 단편 에피소드 형태로 진행되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긴 호흡의 구조로 바뀝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전체를 하나의 장편으로 그려갔으면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가장 길었던 마지막 3편의 에피소드가 가장 완성도가 높았던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또한, 탐정 신쥬로의 파트너 인과의 능력이 '그가 물어본 질문에 인간은 반드시 답을 하게 된다'는 설정인데, 이런 능력이 있다면 용의자들에게 "너가 범인이냐?"라고 묻는 것이 더 빠르지 않았을까요? 그나마도 초반 이후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으며, 이야기 전개에 크게 필요 없는 판타지스러운 설정에 불과했습니다. 차라리 이 설정을 제외했더라면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RAI 카자모리 정도의 조력자였다면 훨씬 설득력 있었을 텐데 말이죠.

한마디로, 이 작품을 추리물이라고 홍보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던져놓은 떡밥을 제대로 회수하지도 않고 끝맺었다는 점, 그리고 연출과 작화에서도 다소 저렴한 느낌이 들었던 점도 감점 요소입니다.

그래도 한 가지! 세간에는 백전백패의 '패전 탐정'으로 알려진 주인공 신쥬로의 추리가 사실은 옳고, 명탐정으로 알려진 IT 거물이자 공권력의 흑막인 카이쇼 린로쿠의 추리가 틀린 것이라는 설정은 정말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권력 집단의 조작으로 인해 카이쇼의 추리가 매번 옳은 것으로 발표된다는 설정이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다른 작품에서도 주요 반전 요소로 써먹어도 될 정도로 훌륭한 설정이었는데, 1화에서 너무 쉽게 소비해버린 점이 아쉬웠습니다.

이 설정 하나 덕분에 감점 요소를 감안하더라도 별점은 2점입니다. 하지만 확실히 추리물로서는 기대 이하였던 만큼, 혹시 다음 시즌이 제작된다면 보다 추리 요소에 진지하게 접근해 주었으면 합니다.

에피소드별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1화

"당신에게 있어 남편은 뭐야?"

파티장에서 살해당한 부도덕한 기업회장 사건.

캐릭터 소개와 세계관 등을 설명하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카이쇼 리에 - 카이쇼 린로쿠 - 유우키 신쥬로라는 주요 탐정역들의 추리를 연달아 보여주며 사건을 해결하는 전개입니다. 그런데 짧은 시간 탓에 추리가 그냥 순서대로 이루어지는 일방적인 구조인 탓에 추리적인 내용은 그닥이었습니다. 트릭도 고전적이라 신선함이 떨어졌고요.

숨은 그림 찾기 같은 재미는 있었지만 작품의 기본 설정 소개 이외의 가치는 별반 없는 에피소드였습니다.

2화

"정말 네번째 요나가히메는 누구야?"

아이돌 요나가히메의 프로듀서 살해사건을 다룬 에피소드. 요나가히메의 죽었다는 네번째 멤버에 얽힌 동기는 그럴싸했는데 범인이 딱히 변장까지 해 가면서 다른 멤버들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는 이유가 잘 설명되지 않은 것이 옥의 티였습니다. 그래도 작품 설정과 이야기가 잘 맞아 떨어진다는 점에서 평작 수준은 되는 듯 싶네요.

3화

"사사 카자모리는 누구?"

사사가문의 당주 카자모리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이야기. 전개는 깔끔하나 7년 전 폭사한 전당주 사사 코마모리가 인공지능의 권위자였다는 것에서 카자모리의 정체가 쉽게 예상되었으며 무엇보다도 동기가 부실하다는, 아니 아예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입니다. 부유하지만 기괴한 콩가루 집안이라는 일본 본격물의 전통적 설정을 근미래 배경에 걸맞게 각색하고 나름의 트릭으로 구현했다는 것은 좋았는데 추리적으로는 그닥이어서 아쉽네요.

4화

"그 시체는 누구?"

3화에서 이어지는 에피소드. 사사 카자모리의 정체가 밝혀진 이후 시체는 그럼 누구였는지를 밝혀내는 내용입니다. 이 에피소드에서부터 인과의 질문이 효과가 없고 신쥬로의 추리에 의해 사건이 밝혀지는 비중이 높아집니다.

그래도 추리 자체가 워낙에 별볼일 없고(경찰 공조수사였다면 단박에 결판났겠죠), 인간의 욕망에 더해 정의가 무엇인지를 세계관과 믹스하여 보여주는 부분은 지나친 훈계조라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덧붙이자면 작화도 이 에피소드부터 뭔가 미묘하게 변해서 그닥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5화

"어젯밤 너는 여기에 돌아왔었지. 거기서 뭘 봤지?"

'일륜의회'라는 우익단체(로 보이는) 리더 시마다 하쿠로우 저택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시마다 하쿠로우의 아들 시마다 지로가 배우라는 것은 뭔가 고이즈미를 연상케도 하지만 내용은 풍자와는 별 관계는 일종의 보물찾기 이야기였습니다.

신쥬로의 최초 추리가 실패하고 인과와 신쥬로의 인연이 살짝 드러나며 인과의 다른 능력 (파워)이 드러나는 등 설정면에서 특이한 부분이 많이 보여지는 에피소드이긴 하나 추리적으로는 정말로 심각할 정도로 별 내용이 없더군요... 외려 카이쇼의 추리가 더 그럴듯했을 정도이니 말 다했죠. 희생자와 살아남은 자에 대한 정의 이외에는 건질게 없었던 수준 이하의 에피소드였습니다. 덧붙이자면 작화도 여전히 별로였고요.

6화

카이쇼의 옛친구 야지마가 신쥬로에게 카니쇼의 장서 중 한권인 책 속에서 발견된 암호에 대해 의뢰하는 내용으로 야지마가 아내의 잠자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 같은 일상계적인 요소가 괜찮았던 소품입니다. 야지마의 아내와 카이쇼간의 불륜을 암시하는 전개에서 의외의 진상이 드러나는 결말도 좋았고요. 마지막 카이쇼의 "진실은... 언제나 하나인 걸까" 라는 모 유명작품 명대사를 비트는 센스도 좋았습니다.

그 외에도 인과의 기묘한 능력을 통한 활약이 등장하지 않는 것도 설득력 측면에서 점수를 줘야하는 부분이라 생각되네요. 이렇게 판타지스러운 설정 없이도 잘 만들 수 있었는데 대관절 왜 인과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켰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7화

신쥬로가 6화 사건의 흑막인 야지마의 동료 죄수인 소설가를 면회하던 중 그의 현실을 바탕으로 한 소설 이야기를 듣고나서 전쟁 전 영화 촬영현장으로 빠져들게 된다는 이야기. 전쟁에 대한 나름의 시각은 있으나 여러 수수께끼같은 설정을 가지고 장난친 느낌만 드는 알 수 없는 에피소드였어요. 뭘 이야기하려는지도 모르겠고 사건도, 추리도 없지만 무엇보다도 재미가 없어요. 물론 다음 에피소드와 이어지기에 이 에피소드만 놓고 평가하기는 좀 무리이긴 합니다.

8화

전편 마지막에 벌어진 영화 촬영 현장에서의 감독 살인사건과 주요 용의자로 몰린 신쥬로가 추리를 통해 진범을 밝혀내는 이야기.

교도소라는 무대에서 모니터 가능한 수감자 번호를 이용하여 만든 트릭은 작품에 꽤 잘 어울렸고 마지막 추리쇼에서 결정적 단서로 내민 상자에 가린 범인에 대한 피해자의 대사도 제법 디테일이 살아있는 부분이었어요.

그러나 전편에서 부터 이어지는 다양한 설정들의 떡밥이 해결되지 못하고 범죄 자체가 우발적이기에 아주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소설가와 별천왕 (벳텐오우)의 관계라는 핵심 요소가 전혀 설명되지 않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네요.

9화

카이쇼 린로쿠가 적들을 모아놓은 TV토론회에 참석했다가 폭발사고에 휘말리고 그들을 살해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는 이야기로 전편에 등장한 별천왕의 최면술을 주요 트릭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기억 디테일이 어긋나는 사소한 장치는 돋보이지만 완결되는 에피소드가 아니라서 에피소드만의 평가는 어렵습니다.

10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데 숨겨야만 하는 것은?"

9화의 사건으로 용의선상에 오른 카이쇼가 TV 청문회로 결백을 증명하려하나 인과에 의해 심복인 코야마 검사가 카이쇼의 비밀인 정보조작을 고백하여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되고 이후 자동차 폭발사고로 사망하게 된다는 이야기.

추리는 신쥬로가 별천왕의 존재를 알고 카이쇼의 죽음을 의심하는 것이 전부지만 간만에 등장한 인과의 활약(?)과 함께 주요 인물들의 극적인 행동 등에서 서스펜스가 제법 느껴지기에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단지 하나의 진실에 만족하는 것은 거기서 사고를 멈추는 것에 지나지 않아"라고 카이쇼 린로쿠가 대중이 쉽사리 빠지게 되는 음모론에 대해 설명하며 내뱉는 대사도 인상적이었어요. 이 친구 "하나의 진실" 이라는 말을 꽤 좋아하는 듯 싶군요.

11화

"너의 바람은 뭐지?"

9, 10화에서부터 이어져 카이쇼 린로쿠 죽음과 별천왕 존재에 대한 진상을 밝히는 에피소드로 대망의 최종회입니다. 3화에 걸친 장편 에피소드답게 복선도 확실하고 단서도 풍부할 뿐 아니라 반전도 괜찮았습니다. 확실히 장편답게 디테일했어요. 무엇보다도 별천왕 능력에 대한 설명을 보여줘서 일종의 두뇌게임을 보여주는 것이 마음에 들더군요.

그러나 하야미가 별천왕을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후루써클이라는 조직과 함께 어떻게 인과까지 조종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등 시청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설득력도 함께 놓친 점은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정통 추리물이 되기 위해서라면 이러한 부분을 좀 더 신경썼어야 했을텐데 말이죠.

아울러 몇몇 설정을 끝까지 밝히지 않는 것은 요사이 유행인 듯 한데 별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혹 시즌 2를 염두에 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정도로 인기를 끈 작품같지는 않네요.

2025/10/03

예스터데이 (2019) - 대니 보일 : 별점 2.5점

전 세계적인 정전이 12초 동안 벌어진 뒤, 무명 가수 잭 말릭은 자기 말고는 아무도 비틀즈를 알지 못한다는걸 깨달았다. 당황도 잠시, 잭은 자신이 기억하는 비틀즈의 곡들을 선보이며 화재를 불러 일으켰고, 세계적인 팝 스타 에드 시런의 눈에도 띄어 그와 함께 무대에 오르며 명성을 쌓게 되었다. 

그러나 성공을 거둘 수록 양심, 그리고 엘리와의 사랑을 고민하던 잭은 모든 곡들은 '비틀즈'가 썼다는 진실을 고백한 뒤 사랑하는 엘리와 함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갔다.

한 때의 귀재 대니 보일이 2019년 발표했던 청춘 로맨틱 음악 코미디 영화입니다. 넷플릭스로 감상했습니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풍성한 비틀즈 음악을 스크린에서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스터데이", "Let it Be",  "She Loves You", "I Want To Hold Your Hand", "I Saw Her Standing There", "Back in the USSR", "Help!" 등의 명곡들이 이어지거든요. 몇몇 곡들은 장면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뮤지컬 같은 느낌까지 줍니다. 엘리가 잭에게 이별, 그리고 개빈과 만나고 있다는걸 고백한 직후 잭이 "Help!"를 열창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Help! I need somebody)

설정도 흥미롭습니다. 세상에서 비틀즈의 노래가 사라졌는데 나만 알고 있다!는 아이디어는 따지면 이세계 회귀물이나 전생물, 시간 여행물과 다를바 없지만 '음악'이라는 소재 선택이 아주 탁월한 덕분입니다. 만약 피카소의 그림을 아무도 모르는 세상에서 피카소의 그림을 발표했다면? 솔직히 성공하기 힘들겠지요. 셜록 홈즈 이야기를 아무도 모르는 세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홈즈 시리즈도 지금 읽기에는 낡은 이야기들이 많은 탓입니다. 하지만 명곡은 시대를 초월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비틀즈'의 곡이라는 점에서 다시 성공한다는건 굉장한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음악은 유튜브 등 현재의 플랫폼 환경과 잘 맞아 떨어지기도 하니까요. 당연히 '영화'라는 매체와도 잘 어울리고요.

전반적으로 띠고 있는 가볍고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분위기도 웃음을 주는 순간과 애틋한 감정을 담은 장면의 균형도 좋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건 캐스팅입니다. 어딘가 찌질하면서도 순수한 주인공 잭과 너무나도 평범해 보이는 엘리 등 모든 인물들 캐스팅이 적절해서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을 이끌어냅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우선 전체 러닝타임이 다소 길게 느껴집니다. 에드 시런의 출연의 경우, 이야기 전개에 꼭 필요하지는 않았는데 차라리 삭제하는게 나았을겁니다. 에드 시런의 도움이 없었어도 비틀즈 음악으로는 성공할 수 있었을테고, 에드 시런이 비틀즈에 대항해 '살리에리' 포지션을 차지하기는 역부족이니까요.
주인공 외에도 비틀즈를 기억하는 인물이 두 명 등장하는 장면, 존 레논과의 만남 장면은 사족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두 장면은 실제로 '비틀즈'가 존재했다는 의미라서 설정과 모순되는 탓입니다.

또 많은 비틀즈의 명곡이 등장하지만, 일부 곡은 선곡이 아쉽습니다. 에드 시런과의 작곡 대결에서 잭이 선보이는 "The Long and Winding Road"이 대표적입니다. 명곡이지만 일반 관객은 잘 모를 수 있습니다. 이보다는 엔딩에 사용된 "Ob-La-Di, Ob-La-Da" 같은 친숙한 곡을 앞세우는게 더 효과적이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위대한 비틀즈 음악을 현대적인 로맨틱 코미디 속에 풀어낸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음악적 즐거움과 상큼한 러브스토리도 장점이고요. 단점이 없지는 않지만, 비틀즈 음악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볼 만한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조용필 노래를 모티프로 삼아 리메이크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2015/12/20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 양윤옥 : 별점 3점

수십 년 전, 80년대 초반 고민 상담으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빈집이 된 지 오래인 나미야 잡화점에 3인조 빈집털이들이 숨어들었다. 그런데 잡화점에 고민 상담을 위한 편지가 들어왔다. 상담에 응하게 된 3인조는 알 수 없는 이유로 현재의 나미야 잡화점이 1980년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일상계 판타지 연작 단편집입니다. 모두 5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베스트셀러로 알고 있는데, 읽어보니 역시나 재미있더군요. 3인조 어설픈 빈집털이범들이 잠시 몸을 피하기 위해 숨어든 잡화점에서 고민 상담글을 받은 뒤, 그 공간이 30여 년 전 과거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첫 번째 이야기부터 눈길을 사로잡아 마지막 이야기까지 정말 숨 돌릴 틈 없이 읽어버렸습니다.

사실 특정 공간이 시공을 초월해 연결된다는 아이디어는 그동안 많이 있어 왔습니다. 편지만 시간을 넘어 전달된다는 설정도 영화 "시월애"와 똑같고요. 하지만 이 작품은 5편의 이야기 속 등장인물과 시대 배경이 거의 모두 다르지만, 나미야 잡화점 고민 상담과 아동 복지시설 "환광원"을 중심으로 하나의 연결고리를 가진다는 독특한 구성으로 차별화됩니다.

상담이 중심인 작품답게 상담 과정의 디테일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특히 상담이 일종의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건 나쁘지 않았어요. 의뢰인이 상담 결과에 따르던, 따르지 않던 모두 나름의 행복을 찾는다는 점도 와 닿았습니다. 상담은 참고일 뿐, 답은 결국 자신이 찾아가야 한다는 의미이니까요.

아울러 80년대 배경의 이야기가 많은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잔올스타즈의 음악 등 세부 묘사는 아련하면서도 추억을 불러일으켰거든요.

그러나 단점도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3인조 얼치기 범죄자들이 1장, 2장, 5장에 걸쳐 주요 상담자로 등장한다는 겁니다.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얄팍한 상담글들이라 감동이나 깊이를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상담이 성공하는 것도 애초에 미래를 알고 있기에 가능했을 뿐이고요 — 일본은 모스크바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는다, 가쓰로는 사고로 죽지만 명곡을 남긴다, 일본의 버블경제가 80년대에 시작되어 90년대 초에 끝난다 등 —. 이래서야 제대로 된 상담이라고 보기 어렵지요.

이에 반해 4장에서의 나미야 할아버지의 직접 상담은 따뜻한 애정과 진지한 고민이 묻어나 확실히 비교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4장의 이야기만큼은 별점 5점을 줘도 될 만큼 마음에 들었어요. 상담에 따르지 않고 부모를 떠난 고스케가 나미야 잡화점 부활의 날에 동네를 방문한 뒤 우연히 부모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게 되고, 그 뒤 감사 편지를 쓰는 장면에서는 울컥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이야기를 비틀즈와 영화 "Let It Be"와 엮어 풀어내는 솜씨 또한 너무나 탁월했습니다. 70~80년대 감성에 더해진 감정을 건드리는 디테일한 묘사는 흡사 무라카미 하루키를 연상케 하더군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단점이 없지는 않지만 새롭지만은 않은 설정을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변주하고 새롭게 풀어낸 솜씨는 탁월하며, 읽는 재미만큼은 충분한 수작입니다. 잘 팔리는 작품은 역시 이유가 있네요. 가슴 따뜻해질 읽을거리를 찾으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이야기별 간략한 요약 및 연결고리는 아래에 설명드립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하니 읽으시기 전 참고하세요.


제1장 답장은 우유 상자에

얼치기 빈집털이 3인조는 잠시 숨어지내기 위해 찾아든 빈집 "나미야 잡화점"을 찾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우연히 "달토끼"라는 닉네임의 의뢰인의 상담글을 받은 뒤, 나미야 잡화점이 뒤틀린 시간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상담에 응하게 됩니다.

의뢰인의 고민은 암에 걸린 연인을 간호할 것인가, 아니면 둘의 꿈이었던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노력할 것이냐는 것입니다. 어차피 일본이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한다는 것(보이콧)을 알기에 연인 옆에 있기를 강조하는 3인조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의뢰인 달토끼는 꿈을 위해 노력하고 결과를 받아들인 뒤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된다는 결말 이어집니다. 

이야기의 시작으로는 충분히 흥미로웠습니다. 무엇보다 3인조의 답과는 다르게 자신만의 결심을 굳히고, 결국 모든 것을 잃었지만(올림픽 선수 선발 탈락과 연인의 죽음), 오히려 스스로 더욱 값진 것을 얻었기에 감사한다는 달토끼의 말이 짙은 여운을 남깁니다.

제2장 한밤중에 하모니카를

3인조가 아닌 가수 지망생 가쓰로(생선 가게 예술가) 시점의 이야기. 그의 고민은 가수가 되고 싶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있는 겁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명제에 어울리는 이야기랄까요. 뭔가 세상에 남겼다면 그 자체가 의미있는 삶이었다는, 약간은 고전적 사고방식이 담긴 이야기였습니다. 본인이 뭔가를 남긴다는 자각이 있었을 것 같지 않고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이 더 클 것 같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긴 했습니다만, 뭐 이런 삶도 있는 것이겠죠.

참고로 작품 전체의 관계도로 보자면, 1장의 3인조가 환광원 출신인데 2장의 가쓰로가 작곡한 노래가 환광원 출신 유명 가수 세리가 부른 노래의 오리지널이고, 가쓰로는 환광원 화재 당시 숨을 거둡니다. 이러한 사실을 3인조는 환광원 출신이라 잘 알고 있었기에 음악을 듣기 전에는 현실적이고 신랄하게 답변하지만(배부른 소리 하지 마라!), 듣고 난 후에는 전력으로 상담에 응하지요.

제3장 시빅 자동차에서 아침까지

나미야 할아버지와 아들 다카유키의 이야기로 나미야 할아버지는 자신이 상담한 미혼모의 사고사를 접하고 낙담합니다. 그러나 죽기 직전 나미야 잡화점이 시공을 초월해서 연결된다는 것을 알고 자신이 상담한 사람들에게 감사 편지를 받는데, 그 중 미혼모가 낳은 아이의 편지를 통해 안식을 얻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나미야 할아버지의 인격이 묻어나는 좋은 이야기. 잔잔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야기 중 가장 시공 이동을 잘 활용한 작품이기도 하고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품 관계도로는 여기서 나미야 할아버지가 백지 편지에 대한 상담글을 쓰는데 이 백지 편지는 5장에서 3인조가 시험삼아 넣은 편지입니다. 미혼모가 낳은 아이는 환광원 출신으로 2장에 등장하는 유명가수 세리의 친구이자 현재는 그녀의 매니저고요.

제4장 묵도는 비틀스로

비틀즈 매니아 폴 레논 고스케가 야반도주하는 가족으로부터 도망치는 이야기.

앞서 말씀드렸듯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입니다. 오사카 만박이 열리고 비틀즈가 해체한 1970년대를 무대로 하여 비틀즈 매니아인 주인공 고스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요.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배경 묘사도 좋지만 고스케(폴 레논)의 고민에 대한 나미야 할아버지의 답글이 정말로 심금을 울립니다. 저 역시 아이 하나를 키우는 가장이기에 더욱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온 가족이 같은 배에 타고 있기만 하면 언젠가 함께 올바른 길로 돌아올 수 있다. 아무리 현실이 답답하더라도 내일은 오늘보다 멋진 날이 되리라.' 맞아요.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는 법. 가족은 아무리 힘들더라도 한 배에 타고 계속 항해해 나가야죠.

관계도로 보자면, 고스케가 위탁된 보육시설은 당연히 환광원이며, 환광원 화재 사건때 5장의 주인공 하루미를 만나게 됩니다.

제5장 하늘 위에서 기도를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작품으로 환광원 출신의 하루미가 성공하는 내용입니다. 그녀는 3인조의 예언으로 큰 돈을 벌게 되지요.

그런데 3인조의 성장, 백지에 대한 나미야 할아버지의 답변 - 백지이기에 모든 것은 너 마음먹기에 달렸다 - 은 너무 뻔해서 좀 지루합니다.

그래도 하루미와 3인조가 결국 엮이고, 3인조가 나미야 할아버지의 편지를 받는 대단원까지 깔끔하게 이어지는건 괜찮더군요.

관계도로는 하루미는 1장의 상담자 시즈코의 이웃사촌이자 3인조 강도행각의 피해자입니다. 또 환광원의 설립자와 나미야 할아버지가 과거의 연인이었다는 연결고리가 밝혀지며, 3장에서 쓴 나미야 할아버지의 백지 편지 답변을 3인조가 받게 됩니다.

2006/09/13

깨진 콜라병에 깃든 기업의 철학 : 별점 3점

깨진 콜라병에 깃든 기업의 철학
닉 어스본, 그렉 셔원 외 지음, 이종운 옮김/키위소프트

"세계의 프로 비즈니스 리더들이 탐독한 성공하는 비즈니스, 실패하는 비즈니스" 라는 거창한 카피를 달고 있는 책입니다.

제목의 의미는 코카콜라는 깨진 병들 사이에서도 코카콜라 병은 알아 볼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병 디자인(요새는 바뀌었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옛날 콜라병)을 했다는 이야기인데 제가 알고 있는 이야기하고는 좀 달라서 의외였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콜라병 디자인 비하인드 스토리는 디자이너가 자기 여자친구의 몸을 보고 만들었다는 이야기와 콜라 한병에 담긴 양이 한잔 분량이 안되는 디자인이라 채택되었다는 이야기였거든요.

뭐 하여간, 책은 제목과는 다르게 옛날 마케팅보다는 IT 비즈니스에 관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각 장마다 짤막한 칼럼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내용이 하나같이 재미있고 볼만하더군요. 특히나 닷컴업계에 혜성과 같이 나타나 많은 투자를 받았지만 결국은 실패해버린 거대 사이트, 반대로 몇명이 모여 작게 시작했지만 결국 성공한 사이트 등의 사례를 통한 이야기는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에 관련된 CRM이나 웹 컨텐츠에 관한 글들도 좋았고요. 하지만 어렵지 않고 굉장히 유머러스한 스타일로 글이 쓰여져서 제 취향에 더 맞은것 같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쉽고, 재미있게, 짤막하게 접근해야만 한다는 저자들의 사상이 잘 녹아들어간 책이랄까요?

워낙 짤막한 글들이 모여 있어 목차 소개는 어렵지만 제가 재미나게 읽은 글들은 "야후가 잘못한게 도대체 뭘까?" "멍청한 소비자? 아니 멍청한 사이트!", "어느 위대했던 콘텐츠 회사의 죽음", "모비 딕과 온라인 글쓰기" 등입니다. 물론 다른 글들도 다 유용하고 재미있습니다!

책이 쓰여진 시점이 좀 지났는지 지금 읽기에 조금 낡은 내용도 없잖아 있지만 짤막하면서도 사례 중심의 웹 비즈니스 비법(?)서라 할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꼭 관심이 없더라도 한번정도 읽어볼만한 좋은 칼럼이 많아서 추천하고 싶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그러나.. 책값 만원은 굉장히 비싸게 느껴지는군요...

2004/10/01

최고의 영화 250개중 내가 본것은?

IMDB 선정 최고의 영화 250 아까짱님 글에서 트랙백 합니다. 저도 꽤나 궁금하기도 하고 나름대로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하고난 결과라면... 역시 최신작, 흥행작 순위가 높다는 것과 제 예상과는 다른 의외의 순위가 많았다는 것이죠.

히치콕은 역시 꽤나 고순위였고 잉그마르 베르히만이 생각보다 높이 평가되고 있는 것이 이채롭네요.

상위권은 흥행작이 많아 본 작품이 많지만 갈수록 고전과 유럽 영화가 섞이며 확률이 떨어지는군요....

제가 본 영화는 붉은 색으로 표시했습니다. (2021.09.19) 생각보다는 본 영화가 많아서 즐거웠습니다. 뭐 볼 수도 있었지만 지루할 것 같아 포기한 영화도 있으니깐...

저만의 순위도 한번 작성해 보고 싶어집니다.

1. Godfather, The (1972) : 예상대로!
2. Shawshank Redemption, The (1994) : 좋은 영화긴 하지만 좀 의외이기도 합니다.
3.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The (2003) : 이것도 좀 의외...^^

4. Godfather: Part II, The (1974)
5. Shichinin no samurai (1954) : 7인의 사무라이.. 이 정도일 줄이야...
7. Casablanca (1942) : 좋은 영화죠.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8. Lord of the Rings: The Two Towers, The (2002)
9. Lord of the Rings: The Fellowship of the Ring, The (2001)
10. Star Wars (1977) : 이것도 약간 의외군요.
13. Star Wars: Episode V - The Empire Strikes Back (1980) : 역시 의외...
14. Pulp Fiction (1994) : 타란티노가 14위! 대단하군요.
16. Dr. Strangelove or: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 (1964) : 큐브릭 선생도 최근 흥행작에 많이 밀렸네요.
17. Raiders of the Lost Ark (1981) : 저는 사실 레이더스가 스타워즈보다 낫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18. Usual Suspects, The (1995) : 제가 본 추리계열 영화중에서는 순위가 탑이군요. (위에 있었던 "이창"은 보질 못했으니)
19. Memento (2000)
20. Buono, il brutto, il cattivo, Il (1966) : 웨스턴 1위! 할만한 작품입니다.
21. 12 Angry Men (1957) : ㅎㅎㅎ 엊그제 본 작품인데. 좋네요.
22. North by Northwest (1959) : 히치콕 선생은 꽤나 사랑받는군요. 역시~
25. Psycho (1960) : 역시 히치콕!
26. Fabuleux destin d'Amélie Poulain, Le (2001) : 아멜리에? 정말 의외에요!
28. Silence of the Lambs, The (1991) : 양들의 침묵, 좋은 영화죠.
30. C'era una volta il West (1968) : 옛날 옛적 서부에서, 각본에 다리오 아르젠토가 참여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32. American Beauty (1999) : 좋은 영화죠.
34. Matrix, The (1999) : 매트릭스는 생각보다 순위가 낮더군요.
43. Sen to Chihiro no kamikakushi (2001) : 10여계단 훌쩍 건너뛰어 센과 치히로라... 애니메이션 중 탑 순위군요.(솔직히 의욉니다)
44. Some Like It Hot (1959) : 마릴린 먼로의 걸작 코미디가 44위!
45. Boot, Das (1981) : 좋은 영화죠.
47. Singin' in the Rain (1952) : 역시 클래식, 좋은 영화입니다.
48. Chinatown (1974) : 제이크의 차이나타운..
50. L.A. Confidential (1997) : 역시 느와르
51. Se7en (1995)
59. Saving Private Ryan (1998) : 이 영화도 생각보다 순위가 낮은 편입니다.

60. Raging Bull (1980) : 마틴 스콜세즈 영화도 생각보다 찬밥이네요.
61. Alien (1979) : 리들리 스콧 선생도 겨우 입성했네요.
63. Léon (1994) : "의외!"
64. Wizard of Oz, The (1939)
67. Sting, The (1973)
68. Modern Times (1936) : 채플린 선생도 너무 순위가 낮다고 생각됩니다. 쩝...
70. Reservoir Dogs (1992)
72. Clockwork Orange, A (1971)

73. 2001: A Space Odyssey (1968) : 스트레인지 러브에게 한참 밀리는군요^^
77. Amadeus (1984)
78. Great Escape, The (1963)
79. Finding Nemo (2003)
81. Jaws (1975)
83. Wo hu cang long (2000) : 와호장룡? 미국에서 히트친 덕을 단단히 본다고 생각됩니다.
84. High Noon (1952) : 멋진 웨스턴이죠.
85. Aliens (1986) : 카메론도 겨우 입성하는군요...
86. Braveheart (1995)

87. Metropolis (1927) : 프리츠랑의 고전. 사실 지금 보면 좀 지루하긴 합니다만...
88. Shining, The (1980)
90. Fargo (1996) : 코헨형제가 이제서야 등장하는군요. 역시 컬트
91. Donnie Darko (2001) : 음.. 전 사실 굉장히 지루했던 영화입니다만 순위는 생각보다 무지하게 높네요.
92. Strangers on a Train (1951) : 낯선 승객, 멋진 고전 스릴러라 생각됩니다.
93. Blade Runner (1982)
96. Sixth Sense, The (1999)

97. Great Dictator, The (1940) : 위대한 독재자
98. Nuovo cinema Paradiso (1989)
100. Mononoke-hime (1997) : 미야자키도 대단하네요.
101. Princess Bride, The (1987) : 음악이 굉장히 좋았던 작품입니다.
107. Big Sleep, The (1946) : 솔직히 원작보다는 지루했습니다만...
109. Terminator 2: Judgment Day (1991) : 한 10년만 전이었어도 저 위쪽에 있었겠죠?
112. Forrest Gump (1994)
120. Glory (1989) :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남북전쟁 이야기입니다. 꽤 잘 만들고 좋은 영화인데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낮더군요.
122. Once Upon a Time in America (1984) : 이것 역시 보다 순위가 높아야 할 걸작이죠.
124. Unforgiven (1992) : "용서받지 못한 자"
126. Ben-Hur (1959) : 126위? 흠...
129. Star Wars: Episode VI - Return of the Jedi (1983) : 1,2와 차이가 엄청나네요. 뭐 좀 딸리긴 했어요.
130. African Queen, The (1951) : 재밌었습니다^^

132. Green Mile, The (1999) : 좀 지루했죠. 너무 길었어요!
140. Shrek (2001)
141. Back to the Future (1985)
143. Indiana Jones and the Last Crusade (1989) : 흠...
145. Platoon (1986) : 올리버 스톤도 무지하게 낮군요.
149. Gone with the Wind (1939) : 아마 이거 안본 한국 사람 거의 없을것 같아요. 워낙 TV에서 많이 해줘서...
152. Wild Bunch, The (1969) : 상당히 충격적인 웨스턴이었습니다.
154. Young Frankenstein (1974) : 멜 브룩스도 이제야 등장하는군요.
155. Die Hard (1988)
163. Spartacus (1960) : 마지막 장면이 잊혀지지 않네요. "내가 스파르타쿠스다!"
164. Monsters, Inc. (2001)
167. Gladiator (2000)
168. Roman Holiday (1953)
171. Charade (1963) : 재미있었어요.
176. Ed Wood (1994)
177. Toy Story (1995)
178. Conversation, The (1974) : 솔직히 지루했다는....

179. All the President's Men (1976) : 연기파의 대결이라 흥미진진했던 정치드라마였습니다.
181. Brazil (1985) : 테리 길리엄도 그냥 저냥...
195. Stand by Me (1986) : 한참 건너뛰어 이 작품. 너무너무너무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입니다.
199. Being John Malkovich (1999)
202. Groundhog Day (1993) : 오잉? 너무나도 의외! 소품이라 생각했는데...
203. Terminator, The (1984)
207. Miller's Crossing (1990) : 잘 만든 느와르랄까.. 마음에 들었던 영화였습니다.
218. 39 Steps, The (1935) : 히치콕이죠^^ 전 원작보다 좋더라고요.
220. Bonnie and Clyde (1967) :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가 제목으로는 더 멋진 듯...
222. Midnight Cowboy (1969) : 걸작이죠!
229. Untouchables, The (1987)
232. X2 (2003) : X맨 2군요.
235. Planet of the Apes (1968) : 리메이크작은 솔직히 쓰레기였습니다.
238. Die xue shuang xiong (1989) : "첩혈쌍웅!"
239. Others, The (2001)
248. Beauty and the Beast (1991)
249. Spider-Man 2 (2004) : 겨우 겨우...

2006/05/10

디지털이다 (being Digital) -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 백욱인 : 별점 3점

이 바닥의 권위자 니콜라스 네그로폰테의 저서. "정보 초고속 도로에서 행복해 지기 위한 안내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뒤늦게 읽게 되었네요.

'이제는 "아톰"이 아니라 "비트"를 전송하는 시대'라는 대 전제를 가지고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진화해 나가는 생활에 대한 정의를 나름대로 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견지명이 너무나 놀라와서 감탄스러울 뿐입니다. 95년도 정도에 쓰여진 것으로 아는데 이 당시 이 책의 발상만 고민하여 연구하였어도 대박날 수 있었던 아이템이 너무 많더군요. 진작 읽을 걸.. 하는 후회가 가장 컸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구글 데스크탑"과 각종 위젯들이며, 그 외에도 익히 잘 알려진 P2P나 동영상 제공 서비스 등의 개념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인터페이스 분야도 사용자 중심으로 제공되는 미래 지향적인 개념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향후 발전 방향은 디바이스가 똑똑해지는, 개인 비서형태로 진화해 나갈 것이다라는 개념도 요새는 흔하지만 당시에는 분명 혁신적인 발상이었다 생각되네요.
이외에도 그래픽, 디스플레이 등 디바이스 전반에 걸쳐 전문적인 식견과 이론을 피력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뛰어난 혜안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읽기에는 좀 낡은 것은 사실입니다. 책 속에서 미래 사회로 묘사된 거의 대부분이 현재 구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론적이고 원론적인 측면 외의 해결방안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아쉬웠고요. 독특한 사고로 발전시킨 몇몇 방안들은 분명 인상적이지만 현 시점에서 보면 그다지 특이할 것은 없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인터페이스 쪽의 미래가 궁금했는데 다른 책들에서도 볼 수 있는 상식적 수준의 접근으로 그치고 있어서 약간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래도 IT 기획자라면 한번쯤 꼭 읽어볼 만합니다. 재미만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니까요. 별점은 3점입니다.
 저자가 칼럼을 연재하는 WIRED라는 잡지는 잘 알고 있고 자주 보기도 하지만 사실 영어가 짧아 연재되는 칼럼까지는 내용 해독이 어려운 판에 이런 책이 나와주면 너무나 감사할 뿐입니다.

2025/02/21

게임북 전용 e-Ink 게임기

자주 찾는 블로그인 자그니님 블로그에서 재미있는 기기를 소개하고 있더군요. 게임북을 즐길 수 있는 휴대용 e-Ink 게임기입니다. 
게임북은 제가 초등학교 때 인기를 끌었던 책입니다. 페이지마다 선택지가 있고, 선택에 따라 페이지를 이동하며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식이었지요. 이러한 게임북만을 위한 전용 e-Ink 게임기로 전자책 리더기와 비슷한 형태네요. 화면 크기는 7.5인치에 800*400해상도이고 게임은 SD카드로 별도 판매할 계획인 듯 합니다. 

공식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니, 아들에게 책을 읽힐 목적으로 만든걸 사업 모델로 확장한 것이더군요. 아직 양산된건 아니고, 시제품이 준비된 정도고요. 곧(3월 1일) 크라우드 펀딩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현 시점까지 게임북이 20개 밖에 준비되지 않은건 문제로 보입니다.  어느 정도 플랫폼이 정착되어 누구나 게임북을 만들고 유통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지만, 그건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이보다는 일반 모바일 플랫폼 용으로 아이들을 위한 게임북 앱을 만드는게 더 시장성이 있을겁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응원하고 싶습니다. 게임북과 함께 했던 어린 시절 추억 탓도 있지만, 과거 게임북의 단점이었던 한정된 분량(책 한권)을 극복하고, IT 기기에 맞는 재미(인터랙티브한 동작과 사운드 효과 등)으로 재미를 선사해 준다면 어느 정도 반응이 있지 않을까 생각되거든요. 아이들 영어 교육용으로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최근 깡통 전자 사전이 다시 뜨는 것처럼 말이지요. 

과연 시장 반응이 어떨지, 크라우드 펀딩이 시작되면 눈여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2007/07/22

주정꾼 탐정 - 에반 헌터 / 김병선 (자유추리문고 50) : 별점 3점

드디어 어렵사리 구하게 된 자유추리문고의 "주정꾼 탐정" 입니다. 정말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네요.

작품의 작가 에반 헌터는 "87분서" 시리즈의 작가 "에드 멕베인"입니다. 에드 멕베인은 거장이기는 하지만 워낙 다작인 탓에 실망스러웠던 것도 제법 있었죠. 특히 후반기 작품들은 많이 아니었어요. 그러나 이 작품은 작가의 초기작으로 당시 유행의 끝자락이던 초기 하드보일드 정서를 제대로 전해주는 것과 동시에 정통 본격 추리물스러운 점이 많아서 마음에 들더군요. 서정적인 문체와 묘사도 아주 인상적이었고요. 하드보일드계의 서정시인 로스 맥도널드가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주정꾼 탐정인 주인공 커트 캐넌의 캐릭터가 무척 독특한데 알콜중독 룸펜 탐정으로 "800만가지 죽는 방법"의 매튜 스커더의 형님뻘로 로렌스 블록이 많은 부분 영향을 받아서 매튜 스커더를 창조한 것은 확실합니다 . 탐정 면허증도 없는 알콜중독자로 심리 묘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유사한 수준을 넘어서니까요. 개인적으로는 과거의 트라우마로 괴로워하는 매튜 스커더보다는 바람난 아내를 응징하려다가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커트 캐넌이 더 설득력있게 다가왔습니다. 역시 아류가 원조를 뛰어넘기는 힘든 법이에요.

그러나 8편의 단편이 다 추리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지는 않을 뿐더러 작품별 편차도 좀 있고, 작가의 히트작인 "87분서" 시리즈와 유사한 스토리, 분위기가 반복된다는 것은 단점이기는 합니다. 특히 몇몇 작품의 세부 묘사는 굉장히 비슷하더라고요. "대중소설" 작가인 에드 멕베인이기 때문인지 거의 모든 편에서 처음 만난 여성과의 정사가 그려지는 등의 통속적 요소도 거슬리는 점이었고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기다렸던 만큼, 기대했던 만큼의 재미를 전해주기에 무척 즐겁게 읽었습니다. 명작이나 걸작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할 수 있지만 추리소설 황금기 막차(?)의 느낌은 잘 전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8편의 단편 중 개인적인 추천작은 "다시 만남"으로 추리적인 요소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제일 마음에 들더군요. "주정꾼 탐정" 으로서의 캐릭터가 가장 잘 살아있는 다른 추천작이라면 "나도 산타클로스"를 꼽겠습니다.

1. 떠나지 않는 유령 (Die Hard) 

커트 캐넌은 한 남자로부터 마약중독에 빠진 자기 아들을 구해달라는 의뢰를 받지만 거절했다. 그러나 남자가 자기 눈 앞에서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한 뒤, 사건 수사에 뛰어든다.

아마 커트 캐넌 시리즈 제 1작이겠죠? 뉴욕 뒷골목의 묘사와 인물 묘사가 일품이긴 한데 범인이 너무 쉽게 드러나는 약점이 있더군요.

2. 죽은 사람의 꿈 (Dead Men Don't Dream)

소꼽친구 찰리의 장례식에 참석한 커트 캐넌은 다른 친구들로부터 그 지역 건달들에게 상납금을 내지 않아 찰리가 살해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건달 소탕에 나선다. 

하드보일드 액션물로 커트 캐넌이 동네 건달들과 한판 벌이는 내용이 전부입니다. 전체적으로는 마이크 해머스러운 느낌으로 추리적으로 특기할 것은 없네요.

3. 프레디는 그곳에 (Now Die in It)

지인 루디가 처제 베티의 임신 사실을 고백하며 상대 남자가 누구인지 밝혀줄 것을 의뢰한다.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베티가 살해당한 뒤 사건 수사에 나서게 되는데...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추리물로 룸펜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수사가 어떤 것인지를 잘 묘사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루 아처 시리즈 단편과 꽤 유사한 느낌을 받기도 했는데 범인이 누구인지는 쉽게 알 수 있다는 단점은 있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4. 착한이와 죽은이 (Good and Dead) 

룸펜 친구 조이가 살해당한 뒤 커트는 그가 무엇인가를 알고 있어서 살해당한 것이라는 중국인 칭크의 말을 듣고 관련 인물 조사에 나선다. 

한여름 더위의 묘사가 탁월합니다. 역시 "경관혐오"의 작가 답다는 느낌이 물씬 나더군요. 추리적으로는 별다를게 없고 관련 사건의 연결고리가 너무 쉽게 드러나는 단점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지만 묘사가 정말 좋아서 읽는 재미 만큼은 끝내줬습니다.

5. 나의 죽음 (The Death of Me) 

커트 캐넌은 신문에서 그가 죽었다는 기사를 읽은 뒤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나선다.

커트 캐넌이 드디어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 시즌의 이야기로 내용은 갱들의 세력 다툼이 대부분이라 추리적 요소는 거의 없습니다. 팜므파탈, 갱, 킬러 등 하드보일드 액션물의 모든 요소가 등장해서 스케일이나 캐릭터에서 영화적인 느낌을 많이 전해주기는 하는데 뭔가 좀 어수선했고요. 아무래도 단편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소재가 아니었나 싶네요.

6. 나도 산타클로스 (Deadier Than the Mail) 

커트 캐넌은 유년시절 친구 키트 오드닐의 부탁으로 생활보호 대상자들의 복지수표 도난 사건 수사에 착수한다.

영문 원제가 너무 범인을 뚜렷이 암시하고 있으며 범행이 우발적이고 좀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추리적으로 문제점은 많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 묘사가 마음에 들은 작품입니다. 무엇보다도 맹점을 찌르는 맛이 좋아서 추천하고 싶네요.

7. 다시 만남 (Return) 

커트 캐넌에게 헤어진 옛 아내 토니가 다시 찾아와 새출발 할 것을 약속하고 그에 고무된 커트 캐넌은 부랑자 룸펜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탐정일을 제대로 시작할 것을 결심한다. 

커트 캐넌 시리즈의 핵심 인물인 전처 토니가 주연급으로 등장하는 작품으로 정통 하드보일드적인 냄새도 나면서도 여러가지 곁가지 설정들이 양념처럼 재미를 더하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재미도 재미지만 커트 캐넌의 심리 묘사가 특출나다는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범인의 공작이 너무 얄팍하지 않나 싶은 생각은 들지만 (예를 들자면 저같으면 확실한 알리바이 공작을 하고 있었겠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개인적인 베스트로 꼽겠습니다.

8. 거리에 내리는 주먹비 (The Beating) 

룸펜들을 노리는 테러가 연달아 발생하고 결국 한명이 살해당하게 된다. 경찰 수사를 믿지 못하는 커트 캐넌은 스스로 미끼가 되어 밤거리를 배회하기 시작하는데... 

역시나 여름 묘사가 발군인 단편으로 진상이 밝혀지기까지의 조사과정이 허술할 뿐더러 단서없이 함정수사(?)로 범인을 잡는 결말이라 조금 시시했어요. 커트 캐넌과 부랑자 이웃간의 애정이랄까... 하는 감정만큼은 독특하긴 했으나 그냥저냥한 평작으로 생각됩니다.

2023/08/13

로켓맨 1~10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로켓맨 10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중학생 미즈나시 요우는 정보상 R의 일을 돕게 된다. 어린 시절 잊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서였다. 악당인줄 알았던 R은, 알고보니 스스로 로켓을 만들어서 우주로 가려는 꿈을 이루려 정보를 팔아 돈을 모으고 있었다.
R은 자기 사건을 도와준 댓가로 요우의 과거에 대한 정보를 전해주지만, 요우의 과거는 R이 속한 정보조직 T.E의 핵심 비밀 슈타지 파일과 관련된 중요한 비밀이었다. 파일은 오래전, 요우의 어머니가 가지고 사라진 채였다.T.E의 우두머리 아이에네스의 명령으로 R과 싸워 이긴 요우는 R의 로켓을 대신 맡아 완성하는 조건으로 조직에서 일하게 되었다.

Q.E.D로 유명한 카토 모토히로의 초기 옴니버스 연작 단편 모험물.
Boy meet a Rocket man이라는 부제처럼, 로켓을 만들어 우주로 가려는 남자 R과 만난 왕따 소년 요우의 모험과 성장이 핵심입니다. 초, 중반부까지는 R과 엮여 R이 속한 조직인 T.E의 에이전트가 된 요우가 이런 저런 사건들을 맡아 해결하는 단편 옴니버스물입니다. 여러가지 사건들이 등장하는데 추리적으로 괜찮은 에피소드들이 눈길을 끕니다. 특히 밀실 트릭 두어가지는 꽤 잘 만들어졌습니다. 아래와 같이 문이 잠겨진 '느낌'을 전해주는 장치 트릭은 상당히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자살하는 사람이 안경테의 다리를 쏘았을리 없다는 점에 착안해 일종의 밀실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도 좋았고요.
Q.E.D 작가답게 과학과 트릭을 결합한 이야기도 있는데 나쁘지 않았습니다. 유전 아래에 사는 외딴 마을 사람들이 몰살당한 사건의 원인을 파헤치는 이야기로, 유전에서 이산화탄소를 물에 녹여 배출하다가 의도치않게 유출 사고가 났다는걸 설득력있게 잘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Q.E.D 비슷하게 여러가지 정보를 알려주는 학습 만화로서의 가치도 있습니다. 중요한 '정보'를 판매하는게 주 업무인 덕분이지요. 그래서 당대 세계 정세 및 주요 사건에 대한 언급도 많습니다. 인상적이었던건 20여년 전 작품임에도 아직 현재 진행 중인 이슈들이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블러드 다이아몬드, 그리드 컴퓨팅을 활용한 해킹,수정란 밀매 등이 그러합니다. 무기 상인들의 행각이야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고요.

중, 후반부는 R이 로켓을 만들어 우주로 가려는 이유와 T.E라는 조직에 얽힌 수수께끼를 알려주는 긴 호흡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결국 T.E와 거대 무기 거래 조직 도미니온 재단 사이에서 전면전이 벌어지고요. 그러나 전개와 설정 모두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일단 수수께끼부터 살펴보면, 도미니온 재단은 과거 자동 무인 레이저 공격용 위성을 팔려고 했습니다. 기술이 아직 완성되지 못했는데 말이죠. 소련이 붕괴하고 냉전이 끝나던 시점이라 더 늦어지면 판매가 불가능해 질 수 있었기 때문에 도미니온 재단은 사람을 위성에 남겨두고, 자동화 위성인 것처럼 속이는 쇼를 벌였고 그 사람은 다시 데리고 오지 않았습니다. 그게 R의 부친이었고요. 이 사실이 알려지면 큰 스캔들이 될게 뻔하니 필사적으로 숨기려 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킨 전쟁 무기 상인이 한 명의 우주인을 위성에 남겨둔게 뭐가 그리 큰 스캔들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버지 유해를 찾기 위해 우주로 가려는 R과 T.E를 저지하기 위해 희생시킨 군인들 수가 훨씬 많아요. 그 희생은 왜 괜찮은걸까요?
이외에도 설득력 부족한 설정은 많습니다. 하긴, 애초에 13살 중학생인 미즈나시 요우가 T.E의 에이전트가 된다는 설정부터가 억지스러우니 더 말해 무얼하겠습니까.... Q.E.D의 토마는 MIT를 조기 졸업한 천재이고, 친구 중 한 명은 거대 IT 재벌 총수인 등 인맥도 화려합니다. 본인의 재산도 많다고 설명되고요. 하지만 미즈나시 요우는 학교에서조차 왕따를 당하는 평범 이하의 중학생입니다. 어머니가 T.E의 S급 요원이었고, 요우도 자질이 있다는 식으로 설명하지만 Q.E.D와 비교하면, 지나치게 아동향이라는 티만 물씬 났습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도미니온 재단에서 다른 위성을 구입해서 원래 위성에 추돌시킨다는 계획은 참고 보아온 독자의 의식을 아득하게 날려버립니다. 그게 가능했다면 애초에 T.E와 전투를 벌일 이유도 없습니다. 진작에 추돌시켜서 위성만 날려버렸으면 됐잖아요? 여태까지의 전투와 작전은 모두 헛짓거리였습니다!
아울러 도미니온 재단이 고용한 3인의 킬러 프랙탈, 제로, 인피니티와 아이에네스를 지키는 수호자 지하에 대한 설정은 지극히 유치했습니다. 프랙탈과 지하가 총기가 널린 전쟁터에서 칼과 기묘한 와이어로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어요. 이 장면을 포함한 마지막 대결전은 이 작가가 액션 연출과 묘사에는 정말 재능이 없다는걸 깨닫게 해 주더군요.

그래서 별점은 2점. 10권 정도로 연재가 마무리된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던 평균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절판된 탓에 중고 가격이 어마무시한데, 그 가격에 걸맞는 가치는 없습니다. Q.E.D에서 활용하면 더 좋았을 트릭이 아까울 따름입니다.

2010/01/29

아이패드 등장... 전국의 크리에이터들이여 일어나라~

아이패드가 9시 뉴스에 전면으로 나오는 등 굉장한 반응이네요.

단말기 제조회사 기획자로서 분석해 본 결과로는, 아이패드의 성패를 떠나서 향후 모든 모바일 디바이스는 컨텐츠를 거래하여 유통하고 소비하는데 최적화된 "통합 단말"이 될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아이패드 뿐 아니라 디바이스의 흐름이 그렇게 갈 것이라는 이야기죠.

결론은.....어찌되었건 저도 뭔가 "소설을 빨리 써야겠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컨텐츠 크리에이터만이 먹고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싶거든요.

현재 도서대여점의 몰락이나 불법 다운로드의 증가로 작가들이 먹고살기 힘든 과도기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단말들의 등장, 그리고 점차 온라인쪽으로 이동하는 컨텐츠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로 앞으로 5년 안에 온라인으로 대부분의 컨텐츠 유통이 전환됨과 동시에 보다 순수하고 합법적인 컨텐츠 직거래 장터를 통해 새로운 수입원이 창출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한마디로 작가가 독자에게 직접 책을 팔게 되는 것이지요. 만약 잘만 이루어진다면 만원짜리 책을 3천권 파는게 아니라 천원짜리 책을 3만권 파는 시장이, 500원으로 책을 10만권 파는 시장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컨텐츠가 그만큼 가치가 있어야겠지만 왠지 작가 입장에서는 신나는 일이 아닐까요? 앞으로가 기대되네요.

* 근데 이게 창작밸리로 가야 할지 IT로 가야 할지 잘 판단이 안서는군요...

2023/07/26

이 삶을 다시 한번 - 도다 세이지 / 조은하 : 별점 1.5점

이 삶을 다시 한번 - 4점
도다 세이지 지음, 조은하 옮김/애니북스

마사토끼의 추천 글을 읽고 보게 된 작품. 아래의 유명한 <<양파와 인생>>이 수록된 책입니다. <<양파와 인생>>처럼 짤막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맛이 있는, 기묘한 맛에 가까운 쇼트쇼트 만화들이 수록되어 있으리라 생각하고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생각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기승전결이 무난한 드라마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한 페이지로 구성된 짤막한, 쇼트쇼트라 부를만한 작품들 역시 반전이나 기묘한 맛 장르물보다는 삶과 인생에 대한 내용들이 대부분이었고요. 인스타 단상을 만화로 옮긴 느낌이랄까요? 짧고, 뭔가 있어보이지만 실제로는 별 알맹이 없다는 점이 그러합니다. 유명한 <<양파와 인생>>도 시인 칼 샌드버그의 원본이 있더라고요.

"인생은 양파와 같다. 한껍질씩 벗기다 보면 가끔 눈물이 난다. (Life is like an onion. You peel it off one layer at a time and sometimes you weep.)"

작화도 정성들여 열심히 그리기는 했지만 캐릭터 묘사나 뎃셍력, 터치 모두 좋지 않습니다. 아마추어가 단상을 홀로 SNS에 올리다가 주목을 끌어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딱 그 정도 수준의 작품들이에요. 프로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완성도도 미흡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마사토끼한테 그만 낚여야겠습니다.

2019/01/18

서치 (2018) Searching - 아니쉬 차간티: 별점 3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데이빗 킴은 사랑하는 아내 파멜라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홀로 고등학생인 딸 마고를 키워 왔다. 하지만 딸과의 거리감을 강하게 느끼던 어느 날 밤, 급작스럽게 걸려온 딸의 전화를 자느라 받지 못했다. 결국 다음날이 되어서야 딸의 실종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의 부탁으로 딸의 SNS 계정에 접속한 데이빗은 그녀가 친구 하나 없는 외톨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2019년 첫 감상한 영화네요. 얼마전 국내에서 개봉해서 깜짝 흥행한 스릴러로 짤막한 소개글이 아주 흥미로와서 관심이 있었는데, 오랫만의 출장길 비행기에서 감상하였습니다.

딸이 실종된 후 아버지가 그녀를 찾아 나선다는 설정은 뻔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이 돋보이는 이유는 현대인이 많이 사용하는 컨텐츠와 솔루션으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영화 속에서 데이빗의 행동은 페이스 타임, 각종 뉴스 화면, SNS 등 여러가지 메신저, 검색창 등으로 드러나거든요. 이 과정에서 정말로 최신 IT 트렌드는 다 등장하고요. 심지어 넷카마까지 나올 정도이니 말 다했지요.

하지만 단지 트렌드에 편승하는 수준으로 그치는건 아닙니다. 데이빗의 개인적인 수사는 이런 편집이 아니었다면 관객에게 쉽게 설명되기 어려웠을거에요. 딸의 계정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과정, 각종 검색어를 통한 검색, 그 외의 개인 정보에 의지한 수사 과정은 해당 컨텐츠와 솔루션 화면의 적절한 활용으로 이보다 더 나을 수 없을 정도로 명쾌하게 전달됩니다.
그 외의 각종 전개들도 어떻게 이렇게 이어갈 수 있었는지 감탄이 나옵니다. 편집에 2년이나 걸렸다는 말이 이해가 됩니다. 대표적인게 자신의 동생 피터와 마고의 관계를 의심한 데이빗이 설치한 몰래 카메라로 동생과의 갈등을 전개하는 장면입니다.

사건을 담당한 형사 로즈마리 빅의 아들이 마고를 절벽에서 밀어버렸기 때문에, 로즈마라가 사건을 덮기 위해 여러가지 공작을 펼쳐 범인까지 날조했다는 반전도 괜찮습니다. 경찰이 피해자 가족을 어떻게 속일 수 있는지에 대한 설득력도 상당히 높고요. 물론 로즈마리가 데이빗을 속였다는 진상이 드러나는 상황은 우연에 가깝고, 별다른 단서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추리물로 보기는 어렵지만 스릴러로서는 충분한 수준입니다.

부녀지간,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제가 딸 하나를 키우는 아빠이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각종 컨텐츠와 솔루션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라는 아이디어에 너무 집착한 면도 없지는 않습니다. 마지막 해피엔딩 정도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이야기를 풀어주는게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딸과의 갈등을 해결하고, 부녀의 관계가 좋아졌다는걸 더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었을텐데 아쉽습니다.
범인으로 날조한 희생양이 자살 직전 동영상을 남겼다는 설정도 무리수이며, 피터 킴과의 SNS 대화가 중반 이후에 드러나는 등 헛점이 많은 것도 문제입니다. 왜 경찰이 처음부터 마고의 노트북을 가져가서 조사하지 않았는지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괜찮은 스릴러임에는 분명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아직 감상하지 않으신 추리, 스릴러 애호가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