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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8

음식으로 읽는 중국사 - 윤덕노 : 별점 3점

 

음식으로 읽는 중국사 - 6점
윤덕노 지음/더난출판사

음식 관련 식문화사, 미시사 서적. 관련 서적을 많이 저술해 왔던 윤덕노 씨의 근간입니다. 주로 우리나라 역사나 일화 속 음식과 요리들을 다루었던 전작들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제목처럼 고대사부터 근대사까지의 중국 역사에서 요리 관련된 이야기들을 뽑아내어 소개해 줍니다.

요리에 대한 단순한 소개보다는 그럴듯한, 그리고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았었던 역사적 사실을 뽑아내는 글들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조개가 높은 가치를 가졌었다는걸 <<삼국지>>를 비롯해서 여러가지 사료를 통해 우선 소개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로 옛날 중국의 주요 도시들이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던 탓이었다고 말하는 식으로요. 물론 단지 거리 문제만은 아닐 수 있겠지만, 뭐든 구하기 힘들면 가치가 높아지는건 당연하니 그럴듯한 발상입니다.
당나라 이전 가 유행하지 못한 이유도 비슷합니다. 저자는 우선, 당나라 이전은 북방이 남방에 비해 문화적으로 월등하게 발전했던 시기였다고 해석합니다. 당시 북방 민족은 차보다 낙농 제품을 더 선호했습니다. 차나무는 따뜻한 지방에서만 자라는 식물이라 접하기도 쉽지 않았고요. 그러다가 당나라 때 강남의 발전, 그리고 술을 좋아하는 호방한 북방 호족 문화가 쇠퇴하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정신을 맑게 하는 차가 대접받는 남방 문인 귀족 문화가 발전하게 되었지요. 차의 대 유행은 이런 역사적 흐름이 맞물린 덕분이라는군요.
남북조 시대, 남제 출신으로 북위에 투항 후 대장군을 지낸 왕숙이 양고기와 물고기를 비교했던 일화도 마찬가지에요. 북위의 수도 낙양은 허난성에 위치한 중원의 중심인데, 이 곳까지 북방 유목민 음식이 널리 퍼졌다는 뜻으로 남북조 시대부터가 호한 胡漢 융합이 시작된 시기로 보는 좋은 증거라고 하거든요. 충분히 설득력있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항상 궁금했던, 왜 중국에서는 돼지고기가 소고기보다 많이 먹고 대접받는지?에 대한 설명도 실제 역사와 잘 맞아 떨어져서 재미있었습니다. 돼지고기가 황제 수랏상에 오른건 명 태조 주원장 때가 처음인데 그 이유는 주원장이 탁발승 노릇까지 했던 밑바닥 출신이었기 때문입니다. 송, 원나라 때 귀족, 부자들은 주로 양고기를 먹었습니다. 돼지고기는 주로 가난한 서민이나 하층민이 먹었고요. 그런데 주원장이 황제가 된 뒤, 자기 입맛에 맞는 돼지고기를 수랏상에 올리게 했고 이후 돼지고기를 제일 좋아하던 만주족이 중국을 지배하여 중국 육식 문화에서 돼지고기의 자리는 확고 부동해졌다고 하네요.

그 외 중추절 토란이나 오리고기를 먹는 풍습이 원나라 때, 몽골인을 죽이는 심정에서 비롯되었다던가, 도삭면은 몽골족이 한족으로부터 식칼을 압수해서 어쩔 수 없이 쇳조각으로 만들었던 상황에서 유래되었다는 고사도 역사와 음식을 잘 배치하여 설명한 사례라 생각됩니다. 몽골족은 한족으로부터 주방용 식칼을 압수하지 않았다는 역사적 팩트 체크도 확실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역사적인 의미보다는, 여러 일화나 명언 등에 관련되어 있는 요리들도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강남 귤이 강북 가면 탱자 된다'는 고사를 예로 들며, 이 강은 화이허강이며, 귤과 탱자는 아예 다른 종류이고 강북에서 귤 재배가 되지 않는건 북방 한계선이 화이허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주는 식으로요.
국수가 장수를 의미하는 음식이 된 유래도 기억에 남네요. 이는 그만큼 밀이 비싸고 고급 음식이었다는 증거라고 합니다. 보통 생일날에는 평소와 달리 맛있고 좋은 음식을 먹기 마련이니까요. 송나라 이후는 밀이 흔해졌지만, 숲이 많은 북방에서 평야 지대인 남방으로 밀려난 탓에 찌는 요리법이 발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그럴듯했습니다. 화덕에 구울 때는 화력이 센 장작이 필요한데, 숲이 없는 남방에서는 볏짚이나 밀짚과 같은 농업 부산물 혹은 낙엽을 연료로 쓴 탓에 연료 소비가 적은 수증기를 활용할 수 밖에 없었다는 이유지요.
복날과 보신탕의 유래도 가치있는 정보였습니다. <<사기>>에 근원을 둔 역사적인 행사와 음식이라는건 처음 알았네요. 호떡은 군것질거리나 값싼 길거리 음식이 아니라 황제가 먹기에 손색없는 고급 음식이었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고요.
조조, 수양제, 장한, 소동파 등 수많은 권력자와 문인들을 사로잡았던 송강 농어의 정체가 정약용을 포함한 조선 학자에 따르면 '꺽정이'라고 하는데 한 번 먹어보고 싶어지네요. 지금은 보호종이라고 하니 먹을 기회는 그다지 얺겠지만요. 그런데 고려, 조선인들은 그다지 즐겨 먹지 않았는데 중국에서는 왜 이렇게 요란을 떨었는지 아주아주 궁금해집니다. 그 외에도 동짓날 팥죽을 먹는 이유 등 여러모로 쓸만한 정보가 가득합니다.

그러나 내용에서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저자가 만주족이 돼지고기를 선호했다는 주장의 근거는 제사를 지낼 때 돼지고기를 썼다는 이유 뿐입니다. 그런데 이 책 다른 부분에서 송나라가 돼지고기를 먹지 않은건, 주변 강대국인 요와 금으로부터 받은 문화적 영향 탓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목민은 일반적으로 돼지고기를 싫어할 뿐만 아니라 아예 먹지도 않았다는 이유로요. 만주족도 말갈, 여진의 후예로 유목민에 가까운데 왜 돼지고기를 선호했을까요?
또 남송에서 찌는 요리가 발달한건 연료가 부족했던 탓이라는 이유는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찌거나 볶거나, 연료 차이가 크게 날 것 같지는 않거든요. '직화'인 경우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중국 요리에 직화 요리가 많지도 않으니까요. 이렇게 저자의 주장에 대한 근거가 모호한 부분은 눈에 거슬렸습니다.
그리고 크게 3개 단락으로 구분해서 시대별로 목차를 구성해 놓았는데, 어수선하고 정리가 되지 않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통사적으로 목차를 구성하여 해당 시기에 대해 여러가지 요리들을 일람하도록 하는 구성이 훨씬 보기 좋았을것 같네요.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좋은 독서였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중국 요리와 역사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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