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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5

백야행 - 하얀 어둠 속을 걷다 - 박신우 : 쓴소리 좀 할께요... 별점 2점


일전에 일본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았기에 기대가 컸던 영화입니다. 일본 드라마 리뷰 글에서 썼듯이 이 방대한 내용을 어떻게 2시간여의 분량으로 압축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말이죠.

그런데 보고나니 아니나다를까... 압축하여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에 결국 실패했더군요. 곳곳이 허술하고 횅~해서 빈틈이 너무 많아 보입니다. 이야기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를 너무 많이 들어냈기 때문이죠.
예를 들자면 어린 시절 이야기를 너무 줄여놓는 바람에 원작을 모르는 관객들은 도대체 요한이 왜 유미호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행동하는지를 도저히 알 수가 없겠더라고요. 또한 이러한 어린 시절 이야기의 생략은 첫번째 살인사건 - 한국판에서는 김시후 살인사건 - 이 왜 일어났는지 관객이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하고요. 덕분에 극초반 한동수 형사가 수사하는 과정의 서스펜스가 전무하다는 것은 또다른 감점요소고... 두번째 유미호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설득력 역시 없어져 버립니다.
그나마 이 두 사건은 현재시점, 즉 14년 뒤로 넘어와 두번째 사건 수사의 발단이 되는 강재두 살인사건 이후의 사건들에 비하면 양반입니다. 공소시효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강재두를 죽여야만 한 이유는 무엇이며 다른 시체들은 그래도 은닉작업을 했는데 강재두만 왜 자살로 위장해서 사건을 키우는지 모르겠는 등 도저히 상식선에서 사건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장면도 역시 이해할 수 없어요. 앞서 말한대로 "공소시효"라는 부분이 원작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데 이 영화에서는 그 의미가 별로 표현되지 않고 왜 하필이면 그날 죽음으로 사건을 끝맺을 생각을 했는지도 드러나지 않아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원작따라 간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차라리 산타옷도 같이 입혔으면 웃기기라도 했을텐데.

그리고 무엇보다도 원작에 대한 이해가 너무나 낮아보여서 실망이 더욱 컸는데요, 아무래도 감독이 작품을 느와르라고 착각한 것 같아요. 이 작품에서의 요한은 미호의 지시대로 사람을 죽여나가는 살인기계에 지나지 않거든요. 미호는 성공에 눈이 멀은 악녀일 뿐이고요. 한마디로 전형적인 느와르의 팜므파탈과 행동대장에 불과해요. 결국 이들에 대항하는 정의의 형사 나으리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단순한 이야기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이렇게 단지 원작의 캐릭터와 스토리라인만 일부 가져와서 자기식으로 변주하면서도 외려 중요한 몇몇 대사와 모티브는 일본 드라마에 너무 충실해서 실소를 자아냅니다. 정말이지 이야기의 흐름과 관계없이 뜬금없이 등장하는 원작의 대사들은 손발이 오글거릴 정도였어요. 갑작스럽게 태양 아래를 걷고 싶다니 나원참... 원래 원작의 유키호가 어렸을 적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는 이유는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스칼렛 오하라"라는 캐릭터와 감정이입을 시키기 때문인데 영화에서는 그냥 두 아이의 연관성을 드러내는 소재로만 쓰이고 있는 등 사소한 부분에서도 겉핥기에 그치기에 실망만 안겨줍니다. 음악도 백조의 호수만 주구장창 나와서 원작 대비 훨씬 떨어진다 생각되고요.

또 불필요한 요소들은 왜 이다지도 많을까요. 대표적인 것이 비서실장 이시영의 등장이죠. 그냥 한동수 형사가 강재두 사건 발생 후 사건을 다시 맡게 된다는 설정으로 갔어도 충분했을텐데 괜히 시간만 늘어잖아요. 중간의 자동차 사고라던가 성폭행 미수 사건 등은 지나친 오버였고요. 아울러 필요도 없는 정사씬의 등장은 서비스 차원인지는 모르겠으나 다 아줌마들만 등장한 관계로 외려 감점감입니다 -_-;;

물론 원작보다 좋았던 점도 있긴 합니다. 일단 영화답게 스케일도 크고 화면도 아주 좋다는 장점이 있죠. 색깔로 표현한 캐릭터들과 미장센이 멋드러지거든요. 또한 배우들, 특히 한동수 형사역을 맡은 한석규씨의 연기는 정말 대단해서 몰입을 도와줍니다. 과연 명배우는 명배우더군요. (아쉽게도 별로 하는거 없는 고수씨와 평면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손예진씨 연기는 실망스러웠지만....) 그리고 이야기적으로도 한동수 형사가 다시 사건을 추적하는 계기는 원작보다도 더 설득력있게 구현되어 있기도 하고요. 전체적으로 봤을때 솔직히 잘 만든 영화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너무 분위기와 드라마에 신경쓴 나머지 이 작품이 원래 "추리 - 스릴러"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깜빡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추리적 속성을 놓쳤다면 둘 사이의 애절한 관계라도 잘 포착했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작품이 되어버렸습니다. 꽃등심 등 온갖 좋은 재료를 가지고 만든 결과물이 결국은 라면 수준이었달까요... 실망이 크기에 별점은 2점이며, 부디 원작이 있는 작품을 각색을 할 때에는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말았으면 합니다.

덧붙이자면, 감독님이 과 후배님이시더군요. 쓴소리는 했지만 앞으로 무운을 빕니다.

2006/10/03

타짜 (2006) - 최동훈 : 별점 4점


허영만의 만화를 원작으로 "범죄의 재구성"의 최동훈 감독이 영상화한 영화입니다.

한마디로, 저는 무척 재미있게 봤습니다. 원작 1부의 내용을 90년대로 끌어와 재구성했는데 상당히 긴 이야기의 원작을 잘 압축하고 넘어갈건 넘어가면서 각색을 잘 해서 원작팬도 충분히 수긍할 만한, 그리고 원작을 보지 않더라도 영화 자체만으로도 즐길 수 있는 좋은 영화라 생각됩니다. 저같이 화투로 섯다를 칠 줄 모르는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은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더군요. 타짜들의 손동작이나 속임수도 핵심적인것만 잘 영상화하고 있으며 최동훈 감독 특유의 (두작품밖에는 안 찍었지만) 왠지 회를 쳐 놓은 듯한 화면빨(?)도 여전한데 이 작품에서는 "색채"를 상당히 강조해서 스타일을 더했습니다. 여러 세트들도 꽤 공들여 만든 것 같은 느낌이었고요. 중간중간의 유머들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워서 영화가 물 흐르듯 유머와 긴장감을 잘 조율하며 흘러가는 것이 무척이나 탁월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 최대의 수확은 한국 영화사상 전무후무한 팜므파탈 "정마담"을 창조해 낸 점이겠죠. 이 캐릭터는 원작에서도 꽤 비중이 큰 캐릭터이긴 했지만 영화에서는 정말 독특하면서도 개성적으로, 그러면서도 스토리 자체를 쥐고 흔드는 역량과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독과 각색의 승리이기도 하지만 엄청난 가슴을 자랑하며 화면을 장악한 김혜수라는 배우의 공도 크겠죠. 가슴하나는 정말 작살이었습니다. 좋은 배우가 좋은 배역으로 살아나는 모습을 보니 좋네요. 그 외에도 평경장 역의 백윤식이나 유해진 등 조연들의 캐스팅도 적역이고 연기력도 출중해서 모든 캐릭터가 잘 살아있더군요.

하지만 그에 비해 주인공 곤(고니) 역의 조승우는 카리스마가 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너무 어려보이는 듯한 외모 때문에 그러한 인상이 더했기 때문에 미스캐스팅이 아니었나 싶네요. 원작 2부의 주인공인 함대길 캐릭터가 외려 조승우에게는 적역이 아니었을까요? 남원 사투리를 쓰지 않는 것도 이상하고.... 조금 더 나이들고 묵직해 보이는 배우, 개인적으로는 강한 인상의 권해효 같은 배우가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너무 코믹할지도...) 그리고 화면 밑에 일종의 타짜로서의 룰이나 격언 같은 것이 깔리는 연출은 좀 작위적이었던 것 같고 몇몇 장면에서의 이야기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점, 저는 아직도 정마담이 왜 평경장을 살해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최대의 승부가 너무 쉽게 시작해서 쉽게 끝난다는 점이 긴장감을 끌고가는 데 있어서는 좀 부족해 보였고요.

그래도 전작에 이어 그럴듯한 (물론 원작이 있긴 하지만) 범죄 스릴러 도박물을 성공적으로 촬영한 최동훈 감독의 역량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각색이 워낙 출중해서인 탓도 있겠지만 원작 팬으로서는 흥행에 성공해서 원작 2부도 영상화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기네요. 물론, 최동훈 감독이 찍어야겠죠. 별점은 4점입니다.

그나저나, 수출된다면 어떨까요? 도박판에서 속임수를 쓰면 바로 손모가지가 날아가는 한국적 상황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질까요? 이게 워낙 만화등에서 자주 쓰여서 익숙하기도 한데 과연 이게 한국적 상황이 맞기는 맞는걸까요? 궁금해지네요.

2008/09/21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2007) - 김상진 : 별점 2점


텐도 신의 "대유괴"
를 원작으로 국내에서 제작한 코믹 범죄 영화. 원작에 대한 애정 때문에 개봉때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영화도 흥행에 실패하고 평도 별로 좋지 않아 흘려 넘겼다가 이번 추석에 TV에서 보게 된 작품입니다.

원작 팬으로서 좋은점과 나빴던 점을 짚어보자면, 일단 3인조 유괴범에 대한 묘사나 주인공 권순분 여사에 대한 묘사는 좋았습니다. 가난한 농촌 총각으로 결혼 사기를 당한 유해진, 국밥집으로 거부를 이룬 권순분 여사는 정말 한국적으로 잘 표현되었더라고요. 권순분 여사의 자녀들도 그럴듯 했고요. 아울러 전체적으로 크게 튀는데 없이 각색하는데 성공해서 원작 팬으로서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해피엔딩도 각색이 잘 되었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빴던 점으로는, 먼저 결정적인 거액의 몸값 요구에 대한 설명이 원작에 비하면 좀 부족했던것 같아요. 원작에서는 거액의 상속세 때문이라는 부가 설명때문에 확 와닿았었는데, 영화에서는 단지 아들 딸들에 대한 분노(?)로만 포장되었기 때문이죠. 원작에서는 나름 중요한 의미가 있는 부분인데 말이죠.
또 권순분 여사도 원작에 비하면 묘사의 일관성과 설명이 부족하여 뛰어난 두뇌와 행동력에 대한 설득력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과거 회상 장면같은 것을 통해 국밥집을 키우는 과정을 보여주었더라면 좋았을겁니다.
유괴단의 두목인 강성진 캐릭터는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그려졌을 뿐더러 강성진 가족 이야기는 완전 사족이었습니다.

가장 나빴던 부분은 뭐니뭐니해도 클라이막스인 돈을 빼돌리는 과정의 묘사였습니다. 스케일이 원작에 비해 너무 커졌을 뿐더러 경찰의 철저한 감시망 속에서 행한 작전 치고는 너무 허술해 보였고 현실성이 떨어졌습니다. 원작처럼 한두명의 수고에 의해 처리하는게 보다 나았을텐데 말이죠. 게다가 CG가 너무 별로여서 허술함에 숟가락을 더 얹더군요...^^;;

이렇게 제가 보기에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고, 전체적으로 보기에 추리물로 보기에는 허술하고, 코미디로 보기에는 많이 웃기지 않아서 흥행에 실패한것이 아닌가 싶네요. 텐도 신의 "대유괴" 가 국내에 인지도가 높은 작품도 아니고 말이죠.  어쨌건 보고 난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재미는 있지만 극장에서 보기에는 아까운" 레벨이었습니다. 개인적인 별점은 2점입니다.

2007/02/07

[NDSL] 아이실드21 맥스 데빌 파워

유명한 고교 미식축구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게임입니다.
크게 만화 원작의 스토리를 거의 그대로 구현한 RPG 스타일의 시나리오 모드와 대전 모드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대전모드는 처음 시작할 때 부터 선택할 수 있지만 시나리오 모드에서 획득하는 필살기 등은 시나리오 모드를 통해 얻어야만 대전 모드에서 실행이 가능하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캐릭터는 대전 모드에서도 거의 대부분 초반부터 사용 가능한데 킥의 달인이라는 무사시는 초반에는 없더군요. 기술처럼 몇몇 캐릭터는 아마도 시나리오에서 획득해야 하는 듯.

일단 원작의 팬이라면 굉장히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게임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만큼 시나리오 모드를 통해 여러 이벤트 등과 대사들로 원작의 스토리를 잘 구현해 놓았거든요. 원작과 아주 똑같이 가는 것도 아닌 미묘한 분기가 있는 것도 좋았고요. 위에서 말한대로 필살기와 여러 팀원들의 획득 역시 중요한 요소죠. 미식축구를 전혀 모르더라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많은 장치들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하지만 원작의 팬이 아니라면 심심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시나리오 모드까지 전부 터치로 입력, 진행하도록 한 전개는 터치를 너무 과잉 사용하도록 하는 부분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미식 축구 시합 역시 게임적으로 구현은 잘 해 놓았지만 뭔가 사용자가 조작할 수 있는 성격이 거의 없습니다. 캐릭터를 가지고 어떤 컨트롤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화면을 비비고, 점을 찍고 하는 것이 거의 다인지라... 그리고 터치가 맛이 갈 것 같아 걱정이 될 정도로 터치를 굉장히 과다하게 쓰도록 하는 게임이라서 진행할 수록 불안이 커지더군요.

한마디로 스포츠로서의 미식 축구가 아닌 원작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게임입니다. 원작의 팬이라면 당연히 구입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저처럼 잠깐 해보고 마는 수준이 적당하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원작 팬이 아니라서 그런지 결국 하다가 포기했습니다... 평가하자면, 10점 만점이라면 7점 정도?

2024/07/10

더 퍼스트 슬램덩크 (2022) - 이노우에 다케히코 : 별점 3.5점

2022년 최고의 히트작 중 하나였지요. BTS 공연 영상을 보고 싶어하는 딸아이를 위해서 디즈니 플러스에 가입한 김에 감상했습니다.

원작에서도 클라이맥스였던 산왕전과 함께 송태섭이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원작에서는 북산 5인방 중 송태섭 개인의 서사는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원작자이자 각본, 감독을 맡은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의도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를 대신할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이는 것이었을 겁니다.

산왕전 경기 묘사는 최고였습니다. 속도감, 박진감도 잘 살아있고, 원작의 명장면, 명대사들도 잘 표현되었거든요. 농구 경기 자체에 대한 해석도 탁월했습니다. 송태섭에 대한 전면 압박 수비를 무너트리는 안 선생님의 전략, 채치수의 스크린을 받은 뒤 3점을 쏘는 정대만의 모습 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 정대만의 4점 플레이도 빼놓을 수 없고요. 국내에서 발표되었던 스포츠 쟝르물은 경기 장면이 약점이곤 했었는데, 그런 점에서 많은 비교가 됩니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우선, 영화를 위해서 새롭게 추가된 송태섭의 서사는 대체로 별로였습니다. 엇나가던 태섭이 죽은 형의 유지(?)를 이어받아 착실한 농구선수로 거듭나며 신왕에 대한 전의를 불태운다는 전개는 너무나 진부했으니까요.
또 원작 팬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도 있습니다. 이 영화만 보는 관객은 멤버들이 누구인지, 이 경기가 무슨 경기이며 왜 중요한지를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물론 관객 대부분이 원작 팬일테고, 영화 한 편에 모든 이야기를 담는건 불가능했을테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요. 하지만 송태섭 비중이 커지면서 다른 멤버들 비중이 턱없이 줄어든건 원작 팬으로서도 불만스럽습니다. 특히 서태웅의 비중과 묘사는 형편없이 부족한 수준이었습니다. 정대만보다도 활약이 적어서 북산 에이스로 보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마찬가지로 원작 팬을 위해서라면 마지막 서태웅, 강백호의 하이파이브 명장면은 데자키 오사무 스타일로 원작 만화의 한 컷처럼 보여주는게 더 좋았을 테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디즈니 플러스의 사운드 문제였습니다. 때때로 대사가 잘 안 들리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데, 이건 좀 개선되면 좋겠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을 사랑하는 팬이라면 만족스러울 결과물일이라는건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제 별점은 3.5점입니다.

2011/05/23

고백 (2010) - 나카시마 테츠야 : 별점 2점

주의! 하기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근무하던 학교에서 사고로 딸을 잃은 교사가 봄방학을 맞아 마지막 조회에서 학생들 앞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

2008~2009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미나토 가나에의 연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영화를 보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것은, 화자를 바꾸어가며 1인칭 시점으로만 진행되는 원작을 영상으로 어떻게 구현했을까?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썩 잘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네요. 이야기들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고, 시점과 시간을 뒤섞은 연출은 혼란스럽기만 했거든요. 과도한 음악 사용 역시 효과적이지 않았고요.

또한, 원작과 동일한 문제점이 그대로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후반부 각색은 오히려 더 황당하게 변해버린 점도 아쉬웠습니다. 기껏해야 중학생인 슈야가 외부에서 핸드폰으로 제어가 가능한 폭탄을 제조한다? 여전히 설득력이 없습니다. 그나마 이 정도에서 끝났다면 원작 수준의 깔끔함은 유지할 수 있었겠지만, 이어지는 결말 — 모든 것을 잃은 슈야 앞에 모리구치 유코가 등장하는 장면 — 은 불필요한 사족에 불과했습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더군요. 이런 점에서는 상상력을 더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소설이라는 매체의 힘이 새삼 대단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물론, 원작을 뛰어넘는 영상미를 선보인 장면도 있기는 합니다. 학급 붕괴 분위기를 보여주는 슈야 반의 모습이나, 학급 친구들의 편지에서 "히토고로시 - 시네"를 끄집어 내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원작에서도 가장 뛰어난 부분이었던, 그리고 연작의 시작이기도 한 여교사 유코의 이야기 "성직자"를 영화화한 초반 30분은 정말 최고였어요. 마츠 다카코의 보기 드문 쿨한 악녀(?) 연기 덕분에 굉장한 몰입감과 재미를 선사해 주는 덕분입니다.  마츠 다카코가 이렇게 좋은 배우로 성장했다는건, "롱 바케이션" 때부터의 팬으로서 무척 감격스럽네요. 후반부에서도 마츠 다카코가 등장하는 장면들은 상당한 무게감을 전해주었고요. 다만, 이야기 후반부로 갈수록 슈야에게 비중이 지나치게 쏠린 점은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습니다. 원작만큼의 몰입감을 주지 못하는데, 차라리 연작 단편 하나하나를 30분 분량으로 보다 원작에 충실하게 영상화했더라면, 아니면 마츠 다카코 중심으로 완전히 각색했더라면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겁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원작을 읽지 않으셨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원작을 접하셨다면 굳이 찾아보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2025/02/23

세인트 세이야: 더 비기닝 (Knights of the Zodiac) (2023) - 토마스 바진스키 : 별점 1점

"세인트 세이야"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실사 영화. 원작의 오랜 팬으로, 옛 추억을 되살리고자 넷플릭스로 감상했습니다. 

장점이라면 주인공 세이야 역을 맡은 아라타 맛켄유의 비쥬얼, 그리고 일부 액션 장면입니다. '성투사'의 싸움답게 맨몸 액션이 펼쳐지는데, 세이야가 각성한 뒤 카시오스를 포함한 구라드의 부하들을 인형처럼 내동댕이치는 장면이라던가, 성투사 피닉스의 성의 액션, 마이록을 연기한 마크 다카스코스가 선보인 권총과 곤봉을 활용한 액션 등이 그러합니다. 원작 팬이라면 비교적 원작에 가깝게, 하지만 촌스럽지 않게 구현된 마린의 등장은 만족할 만 하고요.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 장점을 제외하면 영화의 완성도는 전반적으로 처참합니다. 우선, 무슨 이야기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세이야는 마린에게 훈련을 받던 중, 알먼이 누나 패트리샤를 납치한 일당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알고 훈련을 중단하고 떠납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장면에서는 갑자기 아테나를 데리러 온 구라드를 막기 위해 카시오스 일당과 싸웁니다.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장면들이 계속 이어져서 전개가 엉성하고 난잡합니다. 아테나가 각성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구라드는 아테나를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고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처럼 보였던 도스카라스가 구라드의 부하에게 한 방에 쓰러져 포로가 되는 장면도 황당했어요. 배우가 수치심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입니다.

각본이 별로라면 적어도 볼거리라도 화려해야 하지만,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CG 티가 강하게 나는 화면도 조악하고, 앞서 언급한 몇몇 장면을 제외하면 전체적인 액션 연출도 좋지 않았습니다. 특히 맛켄유의 액션 연기가 어색해서 많이 거슬렸습니다. 그나마 볼만했던 액션 장면들은 성의를 입은 후에야 등장하는데, 이 점을 고려하면 주요 액션 장면에서는 대역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이 되어야 할 성투사들의 싸움이 맛보기 수준이며 심지어 페가수스 유성권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원작 팬들이 가장 기대했을 대표적인 기술이 빠진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덕분에 페가수스와 피닉스 성투사의 클라이맥스 대결 장면은 80년대풍 특촬 영화보다 못한 빔 공격 연출이 반복되면서, 원작의 느낌을 살리지 못하고 어설프게 마무리되고 맙니다.

결론적으로, 영화의 완성도는 매우 낮습니다. 스케일을 줄이고 원작 초반부의 줄거리를 충실하게 따르면서, 성투사 변신 장면과 성투사들 간의 격투를 좀 더 멋지게 연출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았을 것입니다. 별점은 1점인데, 솔직히 1점을 주기도 아깝습니다. 여러분들은 시간 낭비 하지 마시고, 이 작품은 쳐다도 보시지 말기 바랍니다.

2014/03/02

일년 반만 기다려 / 一年半待て (2010) : 별점 2점

마쓰모토 세이초의 걸작 단편을 TBS에서 드라마 스페셜로 영상화한 작품.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영상화도 수차례 되었는데 제가 본 것은 2010년도 버전입니다. 종전 직후를 무대로 한 원작을 현대물로 각색하였더군요.

짤막한, 거의 꽁트에 가까운 단편을 1시간 30분짜리 영상물로 제작하였기 때문에 이런저런 부가적인 것들로 이야기를 늘리고 있습니다. 덕분에 법정물 분위기가 많이 느껴지는게 특징이고요. 그것도 정통 법정물이 아니라 타키코 변호사가 머리카락을 잘라 현장에 버린다든지, 꽃집 총각을 빼돌리고 정보를 언론에 미리 흘리는 식의 페리 메이슨 스타일 느낌이라서 조금 신선했습니다.

가정 폭력의 증거로 블로그가 사용되는 등의 현대적인 설정도 괜찮았고, 원작에서는 순수한 선의로 움직이던 타키코 변호사가 영상물에서는 개인의 이득을 최우선시하는 속물로 그려지고, 사토코도 1억엔을 남에게서 훔쳐내는 식으로 악녀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도록 각색되었는데 이 역시 꽤 그럴듯했습니다. 진정한 승자는 타키코 변호사라는 결말도 인상적이고요.

그러나 확실히 원작보다는 별로에요. 사토코의 치밀한 계획이 원사이드하게 전개되는 빠른 템포의 원작에 비하면, 영상물은 길게 늘이기만 했을 뿐 딱히 재미있는 부분은 없는 탓입니다. 아울러 원작에서는 사토코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아 반전의 매력이 더 컸는데, 여기서는 그렇지 않고 약간은 뻔한 법정물이 되어버리면서 일사부재리 설정도 별로 부각되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으나 그것을 살리지 못하는, TV 영상물의 한계로 보이는 저렴한 화면도 몰입을 저해합니다. 솔직히 화면만 봤을 때는 80년대 작품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짧지만 임팩트 있던 원작 쪽이 훨씬 좋았어요. 원작을 읽으셨다면 구태여 찾아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차라리 30분짜리 단막극으로 만드는게 더 나았을 겁니다.

2006/05/30

다빈치 코드 (2006) - 론 하워드 : 별점 2점

다빈치 코드 - 4점
론 하워드

예전에 원작 소설을 읽고 포스팅을 남기기도 했죠. 소설을 상당히 재미있게 읽어서 영화에도 관심가던 차에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감상은 한마디로 "기대 이하였다!"입니다. 일단 소설의 스토리를 제법 길긴 하지만 어쨌건 2시간 30여분이라는 시간에 우겨넣기 위해 축약이 너무 심합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다빈치 코드"는 등장인물들의 설명으로 대충대충 넘어가고 있어서 원작의 정교한 맛이 많이 떨어지더군요. 솔직히 제목대로의 "다빈치 코드"는 거의 등장하지도 않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영상으로 이러한 소설의 내용을 구현하는대에는 많은 무리가 따르리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생각외로 구현이 너무 대충대충이라 실망스럽더군요. 원작에 등장하는 여러 다빈치의 작품에 대한 묘사와 설정도 거의 다 스킵해버리고 원작에서 중요하게 묘사된 단서들 역시 마찬가지로 대충대충 넘어갑니다. 영화에서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소니에르가 제작한 "크립테스"일 뿐이죠. 때문에 "지적 스릴러"에 속했던 원작 소설에 비해 영화는 지적 감흥을 주는데에는 많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또한 원작 자체가 화려하게 보여줄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요? 십자군, 성배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설명할때 등장하는 비쥬얼 등에 너무 신경을 많이 쓴 티가 역력합니다. 덕분에 마지막 뉴턴의 무덤을 찾아가는 장면의 비쥬얼과 최후의 암호를 풀 때의 비쥬얼 등 몇몇 장면에서는 비쥬얼적으로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고는 있지만 좀 생뚱맞은 느낌도 들더군요. 게다가 알비노 암살자 사일러스의 비중은 왜 이리 크답니까? 비중만 따지면 주인공 로버트 랭던보다도 큰 것 같더군요. 뭐 중요한 역할이긴 하지만 이놈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설명이 영화에서는 너무 지나칠 정도로 묘사된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물론 영화 자체로만 본다면 꽤 볼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썩 잘된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흥미진진함과 현학적인 즐거움을 주는 요소들의 대부분은 없어지고 비쥬얼에 치중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 채널에서 본 "다빈치 코드의 진실"이라는 다큐가 더 잘 만든 것 같네요.

그냥 원작 소설이나 한번 더 읽어 봐야 겠습니다.

2014/07/21

로보캅 - 호세 파디야 : 별점 1.5점

[블루레이] 로보캅 : 일반판 - 4점
호세 파디야 감독, 게리 올드만 외 출연/20세기폭스

부패 경찰과 유착관계에 있던 갱단을 수사하던 알렉스 머피는 갱단의 음모로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다. 마침 로봇 허용 법안을 미국 내에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던 옴니코프사는 머피를 로봇으로 되살릴 것을 제안하여 그를 "로보캅"으로 부활시키는데...

역시나 출장 중 비행기에서 본 작품입니다.

저는 오래전 오리지널 "로보캅" (1편)을 대한극장에서 관람한 세대입니다. 당시에는 정말 전율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느낌을 받았던 영화죠. 후속편들이 착실히 말아먹기는 했지만 1편만큼은 당대의 마스터피스 SF 액션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의 리부트 작품은 솔직히 소식을 들었을 때 전혀 기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만들어도 화려한 액션에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뇌하는 주인공의 모습 및 나름의 현실 비판 의식까지 더해졌던, 암울한 분위기의 원작을 뛰어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되었거든요. 공개되었던 얄쌍한 로보캅의 디자인 역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 말이죠.

그런데 제 생각보다는 괜찮더군요. "리메이크"가 아니라 "리부트"라는 말에 충실하게 아예 설정부터 새롭게 접근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특히 로봇을 팔아먹기 위해 로보캅을 마케팅에 이용한다는 발상만큼은 그럴듯 했고, 액션도 꽤 볼만했어요. 사무엘 잭슨이 맡은 "팻 노박"이라는 기업 친화적인 앵커의 TV쇼 장면은 원작의 현실 비판을 어느 정도는 비슷하게 보여주고요.

허나 문제는 제 기대치가 너무 낮았다는 것이겠죠... 그 외 문제가 너무 많아서 도무지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네요. 우선, 스토리라인이 많이 부실합니다. 로보캅이 인간성 때문에 로봇보다 못한 성능을 보이자 약물로 인간성을 최대한 억제한 좀비 같은 존재로 만들지만, 갑자기 인간성을 되찾아 복수에 나서는 과정과 노튼 박사가 옴니코프와 협상하다가 갑자기 로보캅을 도와주게 되는 과정 등은 여러모로 설득력이 부족하거든요. 옴니코프사가 로보캅을 폐기처분하려는 이유도 설명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고요.

또 원작에서 좋았던 설정과 장면을 모두 날려버린 것도 아쉽습니다. 이미 죽은 인물이 되어 가족과 헤어진 원작에 비해, 리부트 버전은 가족이 여전하고 존재 자체가 남아 있다는 차이점으로 인해 고독하고 외롭다는 감정에 이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장면, 즉 "제조사 직원에게는 총을 쏠 수 없다"는 코드가 내장된 상태에서 한방 날리는 장면만큼은 원작("You're fired!")이 압도적으로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리부트 버전에서는 그냥 정신력으로 쏴버릴 뿐 뭔가 특별한 설정이 있는 건 하나도 없는 탓입니다.
마지막으로 앞서도 이야기했듯 원작의 묵직했던 아날로그 느낌 대신에 새로운 디자인으로 만들어낸 얄쌍한 로보캅 디자인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뭔가 특촬물에 나오는 우주형사 느낌이랄까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씬은 그야말로 우주형사더라고요.

때문에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자체만 놓고 보면 그런대로 볼만한 근미래 SF 액션물일 수도 있지만, 원작과 비교하면 부족한 점이 많아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좋은 점은 다 날려버리고 현대적인 감성과 특수효과로만 접근한 리부트 실패작의 대표적인 예가 될 것 같네요. 감독이 나름 노력한 느낌은 들지만 뭔가 이도저도 아닌, 중간에 걸친 어중간한 영화였어요. 이럴 거라면 "에일리언"의 리들리 스콧처럼("프로메테우스"는 리부트는 아니고 프리퀄 개념이긴 하지만...), 폴 버호벤 감독 본인에게 리부트를 시키는게 좋았을겁니다.

2009/05/18

용의자 X의 헌신 (2008) - 니시타니 히로시 : 별점 3점

원작소설은 거의 2년전에 읽었던 작품이죠. 그때도 영상물에 더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영화가 나왔습니다. 일본에서는 대히트 했다죠? 어쨌건 관심이 가던 영화라 감상하게 되었습니다만, 리뷰가 좀 늦었네요...^^;;

사실 이러한 추리물 원작 영화를 원작을 읽은 상태에서 본다면 지루해 질 수 있다는 것은 큰 약점입니다. 범인과 탐정의 불꽃튀는 두뇌대결을 위한 트릭이 중요한 이 작품같은 경우 더욱 그러하겠죠. 그러나 다행히도 영화로 구현했기 때문에 발휘되는 장점도 무척 컸기 때문에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장점은 이시가미가 야스코에게 헌신하는 과정의 설득력이 굉장히 잘 살아났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야스코가 미인이다.. 라는 단순한 이유를 배우들이 눈빛, 그리고 행동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섬세한 감정 묘사를 통해 비쥬얼로 표현해 주기 때문에 절절한 마음이 쉽게 와 닿더군요. 배우들이 캐릭터와 잘 어울렸던 것 역시 감상에 큰 도움을 주었고요. 그 외에도 원작에는 없었던, 추가된 서두의 조금은 독특한 여객선 폭파 사고에 대한 간단한 트릭의 설명도 좋았고 에필로그 형태의 마무리도 깔끔해서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높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영상화 과정에서 원작이 지녔던 가장 큰 단점, 즉 "왜 이시가미가 억지로 시체 교환 트릭을 사용했나?" 라는게 너무 두드러진건 아쉽습니다. 그래도 원작에서는 다른 이야기와 디테일에 묻혀 그런대로 설득력있게 이야기가 전개되었던 것에 반해, 영화에서는 이 과정을 잘 포장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원래의 시체를 잘 숨겨놓았다는 설정이 곁들여졌기 때문입니다. 이래서야 트릭을 위해 존재하는 설정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어요. 물론 이렇게 트릭에 매몰되어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은 물론 추리물의 한계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범인이 "천재"로 나오기때문에 더욱 더 신경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의 유가와의 말 한마디 - "최후의 순간까지 대비하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 - 로 퉁치기에는 설득력이 너무 떨어집니다.

아울러 원래 소설에서의 왓슨 역이자 사건을 물어오는 역할인 주인공 유가와의 친구 구사나기의 역할이 축소되고, 여성 형사인 우츠미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지는 않더군요. 여성 캐릭터가 별로 필요없는 작품인데 괜히 우츠미를 등장시켜 캐릭터성을 부여하는 등의 전개는 사족이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 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아직 안 보신 분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은 잘 만든 추리영화임에는 확실합니다. 제가 감상했던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 영화 중에서는 베스트였으니까요. (게@임은 수준 이하였고 "호숫가 살인사건"은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호러-스릴러에 가까운 작품이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영화 이전에 방영되었다는 TV 시리즈 "탐정 갈릴레오"도 구해보고 싶어지네요.

2014/12/17

툼스톤 (2014) - 스콧 프랭크 : 별점 2.5점

전직 형사 맷(매튜 스커더)에게 마약상 케니가 찾아와, 자신의 아내를 납치하고 잔혹하게 살해한 범인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맷은 조사를 통해서 유사한 사건들이 1년 사이에 연쇄적으로 일어났고, 묘지 관리인 루건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걸 알아내는데...

로렌스 블록의 매튜 스커더 시리즈 중 한 권인 "무덤으로 향하다"를 영화로 만든 작품입니다. 감기몸살로 몸져누워 있는 와중에 IPTV로 감상했습니다.

"테이큰"으로 꽃중년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신기원을 연 리암 니슨이 주연을 맡았는데, 이 영화의 장점도 리암 니슨이 구체화한 매튜 스커더 캐릭터에 대부분 의지하고 있습니다. 원작 팬이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매튜 스커더 그 자체거든요. 비주얼, 연기 모두 최고였습니다. "테이큰"에서처럼 슈퍼 액션 영웅은 아니고, 우리 주위에 흔히 있음직한 평범한, 아니 평범하지는 않지만 전직 경찰로서 어느 정도 예상되는 활약을 해 주는, 평범에 가까운 중년 아저씨라는 굉장히 현실적인 인물을 잘 그려내고 있거든요. 총질은 여러 번 해야 한 발 맞는 수준이고, 미행도 절뚝거리며 쫓아다니는 수준, 악당이나 용의자들의 습격에는 거의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식인데 저는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원작에서의 잔인한 폭력 묘사를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묘사한 것 역시 괜찮더군요. 대놓고 보여주는 것보다 더 끔찍했습니다. 악당 콤비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도 현실적이면서 끔찍한 캐릭터를 구체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요. 세기말인 1999년이 무대라는 것도 묘하게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원작 팬이 아니라면 즐길 거리가 마땅치 않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영화만 본다면, 매튜가 왜 이렇게 금주 모임에 열성적인지 알기 힘들테니까요. 더욱이 앞서 말한 이유로 "테이큰"과는 전혀 다른 영화이기 때문에 "테이큰"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을테고요.

때문에 원작을 읽지 못한 관객을 위해서 최소한 범죄 스릴러로서의 얼개는 충실히 갖추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도 단점입니다. 잔인함과 폭력이 두드러지지만 나름 범인들의 정체를 알아내는 과정까지의 수사는 그럴듯했었던 원작에 비해, 영화는 정교한 수사는 하나도 없이 우연과 운에 의지하기만 하니까요. 묘지 관리인 루건이 사건에 연루된 것을 알아내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범인들을 만나게 된 것도 수사와는 관계없는 범인들의 추가 범죄 탓이고요. 매튜의 매너 있으면서도 충실한, 덕분에 설득력 넘치는 탐문 수사 과정만 볼거리였습니다.

결말도 문제입니다. 케니마저 죽고 매튜와 악당이 한판 대결을 벌이는 클라이막스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습니다. 매튜 스커더 캐릭터가 앞서 말했듯 평범에 가까운 아저씨라 이런 역할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 무리한 액션 클라이맥스 연출 욕심에 좋았던 설정을 날려버리기만 했어요. 이보다는"왓치맨"에서 소녀 유괴범을 찾아낸 로어샤크 같은 응징이 깔끔했을 겁니다. 범인들은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들이니까요.

마지막에 액션을 넣고 싶었다면 잘 뽑기라도 하던가, 액션을 너무 못 찍은 것도 아쉽습니다. 정작 중요한 마지막 묘지에서의 총격전에서 금주 모임의 계명과 교차 편집하는 효과는 욕심만 과했지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입니다. 악당도 왜 총질이나 칼질이 아니라 번거로운 목조르기를 시도하는지 알 수 없고요.

마지막으로 T.J는 소설에서는 핵심 인물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사족에 불과하다는 것도 안타깝더군요. 후속편을 의식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단지 매튜 스커더의 인간미, 부성애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기에 이렇게 사용될 거면 안 나오는 게 나았을 것 같습니다. 무슨 병이 있다는 등의 배경 설명까지 해 줄 정도의 역할은 절대 아니었어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주인공 탐정과 범인이 모두 설득력 있게 묘사된 웰 메이드 하드보일드 범죄 영화입니다. 그러나 원작을 읽지 않았다면 설명이 부족할 수 있고 정교한 전개의 맛은 부족하며, 액션 연출과 스토리라인은 지루하다는 문제는 큽니다. 원작 팬이시라면 살아 숨 쉬는 매튜 스커더를 만나는 기쁨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시다면 딱히 찾아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리암 니슨 주연으로 다른 매튜 스커더 시리즈들도 영화화되었으면 하는데, 월드와이드 5천만 불을 겨우 넘겨 손익분기점에 간당간당 못 미친 흥행 결과를 보면 좀 힘들 것 같네요. 아쉽습니다.

2025/03/09

퇴마록 (2025) - 김동철 : 별점 3점

"삼백이 반으로 나뉘고, 다섯이 모자랄 때 불씨가 하늘을 모두 태우리라"

해동밀교의 서교주는 산제물을 바쳐 절대 악(惡)의 힘을 얻기 위한 의식을 시작했다. 아들 준후가 마지막 제물이 될 것을 알아챈 해동밀교의 장호법은 준후를 친구인 퇴마사 박신부에게 맡기려했다. 그러나 이미 악의 힘을 손에 넣은 서교주는 준후를 빼앗아 마지막 제물을 바치려 했고, 이를 막으려던 호법들을 모두 죽였다. 그러나 박신부, 현암과 각성한 준후가 힘을 합쳐 서교주를 막아낸다...

1993년 연재가 시작되었던 이우혁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 애니메이션. 극장에서 감상하였습니다. 극장 나들이도 오랫만이네요.

원작 중 "하늘이 불타던 날" 편을 가지고 만들었다고 하는데, 줄거리는 이미 잊은지 오래되어서 처음 보는 작품처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원작이 연재되고 출간되던 당시에 열심히 읽었었는데, 30여년 세월이 지난 탓입니다. 사실 등장인물들 설정조차도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였는데,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도 감상할 수 있도록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더군요.

장점이라면 재미있다는 겁니다. 해동밀교 서교주가 산제물을 바쳐 악마의 힘을 손에 넣는데, 이 과정에서 희생양이 될 준후를 구해내려다가 호법들이 차례로 죽어나가지만 각성한 준후와 현암, 박신부의 협공으로 서교주를 제압한다는 결말까지 시원시원합니다. 호법들과 퇴마사들의 액션도 화끈하고요. 지루한 부분은 거의 없었습니다.

아트웤도 좋습니다. 등장인물들 모두 원작에서 바로 뛰쳐나온듯 잘 그려졌고, 초자연적인 존재들의 디자인도 빼어납니다. 한마디로, 아주 잘 만든 오락물입니다.

하지만 1시간 30분도 안되는 상영시간은 이야기를 담아내기는 좀 부족했습니다. 초반부, 아스타로트와 박신부가 대결할 때 잠깐 등장할 뿐인 승희의 존재가 대표적입니다. 승희가 누구이고, 어떤 능력자인지 원작팬이 아니라면 알 수도 없는데다가, 해동밀교에 찾아온 현암이 악마 서교주와의 싸움에 뛰어드는건 너무 급작스러웠어요. 이 이야기는 빼고 현암의 서사에 집중했어야 합니다. 승희가 등장하는 노골적인 속편 예고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이렇게 풀어낼 이야기가 많다면, 차라리 넷플릭스같은 플랫폼에서 시리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더라면 훨씬 좋았을겁니다.

원작에서 유일하게 기억나던 현암의 검 '월향'이 선보이지 않은 것도 개인적으로는 아쉬웠고, 준후가 아버지 장호법의 죽음을 보고 각성하는건 너무 뻔한, 그야말로 90년대스러운 서사였다 생각됩니다. 네 명의 호법을 순식간에 참살한 서교주가 준후, 현암, 박신부에게 밀리는 것도 설득력을 좀 더 부여했어야 했고요. 이 역시 분량의 문제였겠지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액션, 퇴마 장르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즐겁게 감상할만한 잘 만든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흥행에 성공해서 후속편도 문제없이 제작되기를 바랍니다.

2009/01/05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 존 딕슨 카 / 권일영 : 별점 3점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 6점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존 딕슨 카 지음, 권일영 옮김/북스피어

코난 도일 경의 막내아들인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과 추리 소설가 존 딕슨 카가 손을 잡고 발표한 셜록 홈즈 단편집. 이른바 "안작" 또는 "파스티쉬", 또는 "아포크리파" 등으로 불리우는 작품군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유는 도일 가문의 이름과 딕슨 카의 명성이 합쳐져 원작 수준의 명성을 획득한 덕분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총 12편의 단편 중 실제 공저작은 앞의 6편 뿐이며, 뒤의 6편은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 단독작으로 명기되어 있습니다. 공저작 쪽 수준이 훨씬 높은 것으로 미루어 볼때 에이드리언 도일의 글솜씨는 그닥으로 판단됩니다. 다른 작품이 전해지지 않은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명성만큼의 작품은 아닙니다. 지나치게 원전을 의식한 구성 탓에 지루한 면도 있고, 기대했던 트릭의 귀재 딕슨 카의 맛이 거의 살아있지 못한 탓입니다. 홈즈 시리즈 자체가 이미 한세기를 훌쩍 넘긴 과거의 유물인 탓에 좀 낡아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겠지만, 딕슨 카라는 거장의 느낌도 나지 않는다는건 팬으로서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렇다고 코난 도일 경의 원작 그대로의 느낌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아요. 좀 미묘하게 다르거든요. 확실한 원작과의 차이도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자면 홈즈 등 주요 캐릭터의 성격이 약간은 다르다는 점, 그리고 대부분의 에피소드에 미녀 의뢰인이나 미녀 용의자, 미녀 악당이 등장한다는 것이 그러합니다. 이런 캐릭터적인 잔재미보다는 추리적인 곳에서 솜씨를 발휘해 주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말이죠.

그래도 홈즈물로서만 바라본다면, "검은 준남작의 모험" 과 "애버스 루비의 모험" 이라는 두작품은 과거 전성기 홈즈 단편과 비교해도 좋을 만큼 홈즈물로의 가치와 재미, 수준을 갖춘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검은 준남작의 모험"은 역사적인 유물과 연계된 색다른 기계장치 트릭이 등장하는데 딕슨 카의 느낌도 살짝 전해주면서 시작부터 결말까지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으며, "애버스 루비의 모험"은 트릭 자체는 굉장히 쉽고 단순하지만 정통 홈즈물스러운 추리의 과정이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이 두 작품이 저의 이 단편집에서의 베스트 작품입니다. 한편만 꼽으라면 "검은 준남작의 모험" 이고요.
그 외에도 전보를 가지고 부인의 정체를 추론하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수염을 이용한 트릭도 괜찮았던 "하이게이트 기적의 모험", 시계에 대한 공포를 가진 신사가 등장하는 "일곱 시계의 모험", 그야말로 홈즈물 스러운 "폭스 래스 저택의 모험" 도 추천작이라 할 수 있겠네요. 물론 "공포의 데트퍼드의 모험" 같은 얼룩끈의 치졸한 아류에 불과한 쓰레기같은 작품도 실려 있긴 하지만요.

총평하자면, 홈즈 팬으로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원작에서 띄엄띄엄 제목만 소개되었던 사건들을 소재로 쓰여졌다는 점은 원작팬으로서 점수를 안 줄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전에 읽었던 "베이커가의 살인" 과 비교한다면 훨씬 원작에 가까운 풍모를 보이고요. 앞서 말했던 몇가지 단점과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점 등은 감점 요인이지만 별점은 3점입니다. 솔직히 명성에 비한다면 2.5점 수준이지만 전 관대하니까요.

아울러 북스피어는 좋은 책들은 많이 내 주지만, 디자인과 번역에 좀 더 신경써 주었으면 합니다. 특히 표지 디자인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요. 폰트와 일러스트 모두 지저분하고 난잡한 느낌만 가득 전해주는데 앞으로는 보완 좀 해주시길.

2012/01/17

머니볼 - 베넷 밀러 : 별점 2점

원작을 굉장히 재미있게, 인상적으로 읽었고 영화의 평도 좋아서 보게 된 영화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원작과는 사뭇 다르더군요.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원작은 빌리 빈이 폴 데포스데타와 함께 2002 드래프트에서 제레미 브라운으로 대표되는, 다른 경쟁팀이 주목하지 않는 선수들을 상위 픽을 사용하여 영입하는 과정이 중심입니다. 이 드라마틱한 드래프트야말로 그동안 계속 정립해온 머니볼 이론을 완성하여 보여주는 새로운 시도, 변화의 장 그 자체인 것이죠.

그러나 영화에서는 드래프트는 언급도 되지 않고, 2001년 시즌이 끝난 뒤 데이먼, 지암비, 이스링하우젠이라는 스타 선수를 자유계약으로 놓친 후 몇 명의 선수 보강만으로 2002년 기적과도 같은 20연승을 이루어낸다는 줄거리로 흘러갑니다. 도저히 영화로 어떻게 찍어야 할지 감도 안 오는 드래프트 현장보다 야구 시합이 중심이 된건 콘텐츠 속성상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처럼 선수 몇 명 바꿨다고 믿을 수 없는 연승을 한 것처럼 그리는 것은 솔직히 말도 안 됩니다. 프로야구 매니저 게임에서도 불가능할 거예요. 게다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2002년의 오클랜드는 영화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루저들의 팀도 아니었습니다. 배리 지토, 마크 멀더, 팀 허드슨이라는 투수 3인방이 건재했고, 미겔 테하다와 같은 타선의 구심점도 있었던, 충분히 지구 우승을 노려볼 만한 탄탄한 전력의 팀이었어요!

게다가 빌리 빈 캐릭터도 불만입니다. 야구계의 혁명가이자 독재자, 야구계의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물로 알려져 있는데, 영화에서는 따뜻한 가장이자 야구를 사랑하는 야구인으로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이러한 따뜻한 도시 남자 이미지가 브래드 피트의 상큼한 외모와 함께 전형적이고 뻔한 야구 영화 장면들로 반복되며 강조되는데, - 예를 들자면 팀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락커룸에서 벌이는 일장 연설이나 데이빗 저스티스에게 팀의 구심점이 되어주기를 요청하는 장면, 미안함이 어린 방출 통보, 그리고 경기를 보지 않는 신조를 깨고 츤데레 아가씨처럼 몰래 관객석에서 게임을 지켜보는 장면들 - 이건 아니죠... 쉽게 이야기하자면, 단장이 된 제리 맥과이어 필이거든요. 원작과는 달라도 너무 달라요.

그나마 머니볼 이론을 야구를 잘 몰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살짝 보여주는 부분은 괜찮았고 경기 장면도 좋긴 합니다. 중간중간에 실명으로 등장하는 스타 선수들도 반갑고요. 한마디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보면 썩 괜찮은 야구 영화이긴 해요. 하지만 원작과의 괴리가 너무 심하고 각색도 심해서 원작 팬으로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25/02/14

단다단 시즌 1 (2024) - 야마시로 후가 : 별점 3점

최근 가장 핫한 작품 중 하나지요.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했습니다.

원작의 매력을 충실하게 살리면서도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게 눈에 뜨입니다. 원작의 화려한 작화를 애니메이션 스타일에 맞게 안정적으로 구현했으며, 원작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화끈한 액션이 아주 훌륭합니다. 오카룬이 터보 할매에 빙의한 후 펼치는 질주 액션은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플래시'같은 기존의 스피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작품과 차별화된 연출을 보여주거든요. 단순하게 직선적인 속도감 표현이 아니라, 지극히 과장되면서도 왜곡된 구도와 함께 과감한 색채를 활용해 강렬한 비주얼로 실감나는 고속 질주를 선사합니다.

또한 원작의 감동을 더욱 끌어올린 연출도 돋보입니다. ‘아크로바틱 찰랑찰랑’과 아이라의 관계를 그린 에피소드가 대표적입니다. 원작의 감정을 더욱 깊이 전달하며,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의 강점을 활용해 감동을 극대화했습니다. 움직임과 색감, 조명을 활용한 세심한 연출이 캐릭터들의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표현해 주기 때문이지요. 

이외에도 오카룬이 모모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며 '슬램덩크' 1기 엔딩인 'あなただけ見つめてる'를 부르는 장면도 애니메이션이라서 즐길 수 있었던 연출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지루해지는 점은 아쉽습니다. 액션이 거의 없는 에피소드가 등장하는 탓입니다. 작품의 흐름이 처지는 느낌이에요. 초반부의 빠른 전개와 강렬한 액션과 비교했을 때, 후반부는 상대적으로 루즈합니다. 전형적인 '보이 미츠 걸' 설정에 연이은 라이벌 등장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너무 뻔했고요.

무엇보다도, 1기의 결말이 하나의 주요 사건을 완전히 마무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중간에서 끝나는 느낌을 준건 영 마음에 들지 않네요. 연재물의 '다음 편에 계속' 방식을 이렇게 써먹는건 과하다 싶네요. 연재물은 최소한 한 달 뒤에는 다음 이야기를 볼 수 있단 말입니다! 이게 1기 완결이라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 없어서 리뷰도 늦어졌고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화려한 작화와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돋보이며, 원작 팬들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퀄리티를 보여주니까요. 단순한 이야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게 중요한 작품도 사실 아니고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아직 보시지 않으셨다면, 한 번 챙겨보셔도 좋겠습니다.

2005/12/29

SF 대장 - 도리 미키 : 별점 4점


이번 일본 여행에서 발견한 작가인 도리 미키의 작품 중 한권입니다. 이시카와 쥰의 <만화의 시간>에서 <먼 곳으로 가고파>를 추천한 글을 읽고 관심이 가던 차에 읽어본 몇몇 작품이 마음에 들어 눈에 띄는 대로 사 모으다 건진 책이죠. 단편 옴니버스 작품집으로 고전 SF의 명작을 차례로 독특한 개그 센스로 어레인지하여 패러디하고 있습니다.

수록 작품은 목차 순서대로

  • "알쟈논을 위한 꽃다발 (Flowers for Algernon)"
  • "해저2만리그"
  • "솔라리스"
  • "타임머신"
  • "모나리자 오버드라이브"
  • "사랑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Time enough for Love)"
  • "타이거 타이거"
  • "지구의 긴 오후 (Hothouse)"
  • "스타트랙"
  • "접속된 소녀 (The Girl who was plugged in)"
  • "쥐와 용의 게임 (The game of Rat & Dragon)"
  • "뱀주인자리 핫라인 (The Ophiuchi Hotline)"
  • "날개의 제니 (The girl who fell into the sky)"
  • "블러드 뮤직"
  • "스타쉽과 하이쿠"
  • "차가운 방정식 (The Cold equation)"
  • "문신의 남자 (The illustrated man)"
  • "링 월드"
  • "타임 패트롤"
  • "스타타이드 라이징"
  • "듄"
  • "닥터 애더"
  • "이 사람을 보라 (Behold the man)"
  • "타임스케이프"
  •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 "텔레파시스트"
  • "강철도시"
  • "중력의 사명"
  • "레벨 3"
  • "익사한 거인 (The Drowned Giant)"
  • "어둠의 왼손"
  • "구백명의 할머니 (Nine hundred grandmothers)"
  • "유년기의 끝"
  • "우주선 비글호의 모험"
  • "시간은 준보석의 궤적과 같이"
  • "강철의 꿈"
  • "화성인 고 홈"
  • "카에안의 성의"
  • "송 마스터"

입니다.(팔이 아파서 이해 가능할 듯한 작품은 원제를 뺐습니다...) 이외에 2편의 오리지널 단편과 권말의 원작 해설이 첨부되어 있는 구성입니다. (원작 해설을 보니 저 작품들이 다 번역된 일본 현실이 부럽더군요)

꽤 방대하지만 고전 "걸작"들만 소재로 했기 때문인지 그다지 SF 쪽 작품은 접하지 않은 저도 읽어본 원작이 많은 편이어서 더욱 반가왔고, 또한 작품 하나하나가 원작의 내용을 확실히 이해하고 그 본질을 꿰뚫는 패러디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어서 정말 놀랍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네요.

예를 들면 <차가운 방정식 (The Cold Equation)>의 경우, 원작은 톰 고드윈의 고전 SF 걸작 단편으로 한명의 조종사를 목적장소까지 편도로 보내기 위해 극단적으로 제한된 연료와 장비만을 싣고 있는 연락선에 한 소녀가 밀항하게 되어 발생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소녀는 너무나 순진무구한 소녀로 단지 오빠를 만나기 위해 밀항했는데 법으로는 밀항자를 우주선 밖으로 추방해야만 하는 상황... 하지만 만화에서는 우주선의 정원이 100명(!) 이라는 설정으로 그들이 밀항자를 찾지 못하여 시간제한 내에 오버한 중량을 줄이기 위해 벌이는 악전고투를 너무나 개그스럽게 패러디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모나리자 오버드라이브"나 "접속된 소녀" 같은 사이버 펑크 물에 대한 작가 나름의 고찰도 재미나고 "뱀주인자리 핫라인"이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같은 원작의 틀을 유지하면서 기발한 발상을 덧붙인 패러디 등 볼만한 작품이 많습니다.

물론 모든 작품이 대단한 발상이나 아이디어를 가지고 접근하고 있지는 않고 쉽게쉽게 그린 것도 있고 내용의 비약이 심한 작품도 있으며 오리지널 에피소드는 유치하고 그림도 취향을 탈 듯한 스타일이라 생각되어 사람마다 편차가 있으리라 생각되긴 합니다.

그래도 저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다지 글자도 많지 않고 각 작품이 거의 다 4페이지 이내로 짤막하게 마무리되어 쉽게 읽을 수 있는 점도 좋고요. 무엇보다도 SF 팬이라면 꼭 한번 볼만한 개그 만화집이 아닐까 싶네요. 별점은 4점입니다.

2012/04/02

다이몬즈 1~13 - 요네하라 히데유키 : 별점 2점

다이몬즈 13 - 4점
테츠카 오사무 지음, 요네하라 히데유키 그null림/서울문화사(만화)

데즈카 오사무의 "철의 선율"을 리메이크한 작품. 친구에게 배신당해 양 손을 잃은 뒤 복수를 위해 정신력으로 조종하는 철의 의수를 얻는다는 기본 설정 이외의 모든 이야기를 새롭게 창작하여 13권에 이르는 장편으로 탄생시켰습니다.

가장 손을 많이 댄 부분은 배경 설정과 등장인물들입니다. 배경 설정은 "북두의 권"의 힘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근미래 이미지를 거의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캐릭터, 특히 최종 보스인 프로그레스는 "베르제르크"에서의 아름다운 절대악 그리피스의 이미지를 끌어왔고요. 친구에게 배신당한 좌절감과 복수심 역시 원작보다는 "베르제르크"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시대를 앞서갔던 원작과 대 히트작의 설정만 베껴온다고 걸작이 되는 것은 아니죠. 공은 좀 들였지만, 흔해빠진 이능력 배틀물 이상의 무언가는 전혀 보여주지 못합니다. 가장 큰 원인은 복수의 이유만큼은 확실한 주인공 헤이토 이외의 인물들이 별로 매력적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나노머신을 자신의 몸에 부여했다는 적들은 설정부터가 건맨, 최면술사, 검사, 근육맨이라는 스테레오 타입의 식상한 존재들이었고, "자연을 생각한다"는 최종보스 프로그레스 역시나 한 권 정도의 분량을 할애해가며 배경 설정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뭔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역부족인 평면적인 캐릭터였기 때문이에요. 그나마 또 다른 제스모스 능력자 스왈로우가 원천적인 복수심을 가지고 상상 이상의 자해(?)를 통해 헤이토와 대적하며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이 친구도 마지막이 너무 별로여서 당쵀 왜 등장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황당했던건 원작에서 끝까지 복수심을 잃지 않는 헤이토를 이 작품에서는 마지막에 "차갑지만 내 여자와 친구에게는 따뜻한 남자" 로 포장, 각색해 버렸다는 것입니다... 원작의 힘이 어디에 있는지를 망각한 어처구니없는 각색의 결과물로밖에는 보이지 않네요.

그나마 주인공 친구들도 대부분 죽고 인류가 멸망으로 치닫는다는 다크엔딩과 함께 제스모스를 이용한 복수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액션, 특히 제스모스만의 독특한 능력 (연결 부위에는 어떠한 것도 연결하여 팔로 사용할 수 있다)을 이용한 몇 번의 반전과 마지막 프로그레스와의 승부에서 보여지는 결말은 괜찮은 편이긴 합니다만.... 원작을 재미있게 본 입장에서는 점수를 주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거창하게 이야기를 벌이지 말고 원작을 보다 충실히 리메이크하는 게 훨씬 나았을 거예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11/05/21

제로 포커스 (2009) - 이누도 잇신 : 별점 2.5점

 

주의! 하기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쇼와 32년(1957년), 대학교에서 영어를 전공한 양갓집 규수 데이코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과묵한 샐러리맨 우하라와 중매를 통해 결혼했다. 그러나 신병 정리를 위해 가나자와로 떠난 우하라는 1주일 만에 실종되었고, 걱정하던 데이코는 그의 행방을 쫓아 가나자와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우하라의 형이 독살당하며 사건은 연쇄 살인으로 확대되는데...

마츠모토 세이초 탄생 100주년을 맞아 많은 작품이 영상화되었는데, 그중 한 편이 바로 이 "제로의 초점"입니다. 이전 영화가 1961년 작품이니 무려 48년 만에 다시 제작된 것이네요.

현대의 감성과 사고방식으로 접하기에는 조금 낡은 원작이라 과연 어떻게 만들었을까 기대가 컸는데, 완성도는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전형적인 일본풍의 미학이랄까,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이 꽤 잘 어우러졌어요. 쇼와 30년대 가나자와를 재현한 세트도 훌륭했고, 일부는 한국 세트장에서 촬영했다고 하는데 원작에서 묘사된 황량한 겨울 풍경도 효과적으로 선보입니다.

추리적인 구성도 나쁘지 않습니다. 필요한 단서를 영상으로 풀어내는 장면들이 꽤 인상적이었어요. 예를 들자면, 히사코의 집 안에 들어선 데이코의 발치로 빈 캐러멜 박스가 바람에 날려오는 장면 같은 것들이죠. 또,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산모수첩 이미지 등, 컷 하나하나의 배치가 정교하게 짜여 있어 시각적으로도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데이코가 영문학과를 나왔다는 설정이 사건 해결 과정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것도 좋았고요.

그러나 두 시간 가까운 긴 러닝타임을 끌고 가는 데에는 확실히 실패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초반 한 시간 동안 사건을 펼쳐놓는 과정은 흥미로웠지만, 남은 한 시간이 너무 길고 늘어졌어요. 원작 그대로 전개했더라면 괜찮았을 텐데, 불필요한 각색이 더해져 오히려 몰입감을 떨어뜨린 게 아쉽습니다. 예를 들면, 사치코의 남편이 갑자기 마초적인 모습을 보이며 아내의 과거를 받아들이는 전개는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마치 갑작스럽게 애정이 싹텄다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또한, 여성의 지위나 새로운 시대 운운하는 메시지 전달이 너무 노골적이었습니다. 시대적 배경이 그러했음을 강조하는 것 정도라면 모를까, 단순히 불행한 시대를 살아간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리고자 했다면 굳이 이런 사회적 메시지를 강하게 부각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어요. 나카타니 미키의 오버스러운 연기도 부담스러웠습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악녀 표정을 짓는 모습이 어색했고, 후반부에서 대비되는 흑과 백의 의상 설정 역시 캐릭터를 너무 작위적으로 표현하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원작에 충실하게 전개하며 후반부를 좀 더 압축했더라면 훨씬 나은 작품이 되었을텐데, 괜한 각색이 오히려 독이 된 듯 합니다. 원작이 각색을 필요로 할 만큼 부족한 작품도 아니었고, 마츠모토 세이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이라면 원작의 본래 의도를 살렸어야 했는데 아쉽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17/07/30

바쿠만 (2015) - 오오네 히토시 : 별점 1.5점

히트만화 "바쿠만"이 영화화되었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지만 별 관심없던 차에, 이용하는 '옥수수' 앱에 무료 영화로 등록되어 있어 보 되었습니다. 와이프가 애청하는 "품위있는 그녀"라는 막장 드라마가 방영하는 동안 눈과 귀를 잡아둘 무언가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기대를 한참 밑돕니다. 원작에서 가장 좋았던, 여러 편집자 및 라이벌들과의 대화와 경쟁을 통해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나간다는 부분은 거의 사라졌으며, 당연히 "소년 점프"의 독자 앙케이트를 통한 순위 경쟁이라는 핵심 요소 역시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 탓입니다. 원작을 상위 호환 각색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어설픈 코스프레로 재미없는 원작 에피소드만 조금 따라할 뿐입니다. 

캐릭터들의 각색도 아주 심각합니다. 모리타카를 좋아하는 여자의 응원 한마디로 만화에 목숨을 거는 열혈 청춘으로 단순화 한 건 짧은 분량의 영화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이지만, 덕분에 슈진의 분량이 대폭 삭제된건 실수입니다. 슈진은 원작을 쓴다고는 하지만, 초반 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서태지가 만화 어시스턴트를 하네?'라고 생각될 정도의 역할 정도만 소화하는데 원작 팬으로서는 어이가 없네요.
하기사, 악역으로 돌변한 니즈마 에이지에 비하면 약과겠지요. 니즈마 에이지는 자기 실력에 자신이 있어서 건방을 떠는 역할로 등장하는데, 애초에 이런 역할은 이야기에 불필요합니다. 편집부와의 갈등을 중심축으로 그렸어야 하는데, 괜히 원작의 인기 캐릭터를 끌고 들어오려고 무리한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아요. 기묘한 CG와 함께 니즈마와 사이코, 슈진 컴비가 그림을 그려가며 싸우는 장면은 개중 최악이고요. 이럴거라면 두 작가 작품 속 캐릭터가 작가들을 대신해서 싸우는 식으로 화면을 꾸미는게 훨씬 보기도 좋고, 내용도 와 닿았을 겁니다.

또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는, 사이코가 병으로 쓰러진 후 친구들과 함께 연재 분량을 완성하여 개제한다는 것도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어시스턴트를 왜 안 쓰는지부터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으니까요. 이렇게 연재를 한 회 연장한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라서 '우정, 노력, 승리'라는 점프 3대 키워드를 써먹기 적합한 장면도 아니었어요. 대체 누구한테, 뭘 이겼단 말입니까?

물론 몇몇 인상적인 장면이 없지는 않습니다. 주인공과 라이벌들의 만화, 만화를 그리는 부분의 디테일은 상당히 괜찮았어요. 실제로 오바타 타케시가 직접 작화를 맡은 듯한 사이코의 만화는 특히나 그럴듯 했고요. 그러나 단점 투성이인 탓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요새 일본 영화계가 위기라고 하는데 왜 그런지 와 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