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검색어 에드워드 D 호크에 대한 글을 관련성을 기준으로 정렬하여 표시합니다. 날짜순 정렬 모든 글 표시
검색어 에드워드 D 호크에 대한 글을 관련성을 기준으로 정렬하여 표시합니다. 날짜순 정렬 모든 글 표시

2021/06/05

샘 호손 박사의 불가능 사건집 - 에드워드 D. 호크 / 김예진 : 별점 2.5점

샘 호손 박사의 불가능 사건집 - 6점
에드워드 D. 호크 지음, 김예진 옮김/GCBooks(GC북스)

아래 리뷰에는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을의 기상천외한 괴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 의사 선생 샘 호손의 활약이 그려진 단편집입니다. 단편의 제왕 에드워드 D 호크의 작품으로 모두 열 두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다양한 불가능 범죄들이 등장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지붕 다리로 들어간 마차가 다리 중간에서 사라진 사건, 유령이 시장을 칼로 찔러 살해한 뒤 사라진 사건, 잠겨진 열차 승무원 실에서 승무원이 살해되고 금고 속 보석이 사라진 사건, 용접으로 봉해진 타임 캡슐 안에서 시체가 발견된 사건 등 사건들이 굉장히 흥미로운 덕분입니다. 불가능 범죄의 종합 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사실 아주 오래전, 일본어 번역본을 읽고 리뷰를 남겼던 바로 그 작품입니다. 당시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많은 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엉망이지만 한국어 번역도 진행하여 소개드렸던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한국어 번역본으로 접하니 감개무량합니다. 일본어로 읽어서 제대로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된 것도 좋았고요.

물론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우선, 불가능한 상황이 자연스럽게 일어난 작품은 "지역 축제의 수수께끼"를 비롯해서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절반은 살인범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구태여 불가능 범죄 상황을 억지스럽게 만드는 내용입니다. 비행기에서 뛰어내린 스턴트맨이 공중에서 목이 졸려 살해되었다는 "늙은 떡갈나무의 수수께끼"가 대표적입니다. 범인이 협박을 받아서 범행을 저질렀다면, 보는 사람도 많은 촬영 현장에서 살인을 저지를리가 없을테니까요. 살해 의도가 있었다 한 들, 낙하산에 손을 대는 식으로 사고로 위장하는게 당연했고요. "저주받은 야외 음악당의 수수께끼"도 마찬가지입니다. 온 마을 사람들이 지켜보는 음악회 현장에서 유령의 소행으로 위장한 살인 사건을 저지른다? 솔직히 말도 안되지요.

트릭도 다시 보면 어설픈 작품들이 제법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문 잠긴 승무원실의 수수께끼"는 사람이 도저히 지나갈 수 없는, 작은 창 하나만 뚫려있는 승무원실 안에 있는 승무원을 어떻게 살해했는지?라는 수수께끼가 등장하는데, 실상은 너무나 간단한 트릭입니다. 작은 창으로 흉기를 집어넣어 찌른거지요. 하지만 샘 호손을 비롯한 현장에 있던 그 누구도 이 가능성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상식 외의 전개로 불가능 범죄처럼 보이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아울러 '변장' 트릭의 사용도 지나쳤습니다. "낡은 방앗간의 수수께끼", "작고 붉은 학교 건물의 수수께끼", "크리스마스의 교회 첨탑 수수께끼" 등이 모두 변장 트릭을 써먹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고전 본격물의 향취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없는, 재미있는 작품집이었습니다. 아쉽다 싶은 작품도 있어서, 전체 평균한 제 별점은 2.5점입니다만 별점 3점 이상은 충분히 줄 수 있는 "지붕 다리의 수수께끼", "낡은 방앗간의 수수께끼", "작고 붉은 학교 건물의 수수께끼" 등의 수작들도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고전 본격물이 취향이신 분들께 권해드리는 바입니다.

덧붙이자면, 이전에 수록작별 리뷰는 올렸었기에, 별도의 수록작별 리뷰는 따로 올리지는 않습니다. 궁금하시면 이전 리뷰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05/09/27

에드가상 수상 작품집 2 - 정태원 편역 : 별점 3점

에드가상 수상작품집 2 - 6점
정태원 엮음/명지사

아주 예전에 사긴 했지만 분실한 듯 해서 외근차 광화문에 나갔다가 우연찮게 들린 교보문고에서 발견, 구입한 책입니다. 예전에는 만원 이하였던 것 같은데 이번에 다시 사니 만 오천원이나 되더라구요? 아까와라....  다시 읽다보니 기억나는 작품이 너무 많아 더 돈이 아까왔습니다...

그러나 책 자체만 놓고보면, 역시나 충실합니다. 다만 트릭보다 드라마와 극적 구조에 더 비중과 가치를 두는 경향이 서서히 보이는, 고전 황금시대와 현대를 잇는 가교역활을 하는 작품들이 많더군요. 저같은 고전 퍼즐 트릭 본격 추리물 팬에게는 약간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그래도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입니다. 이만한 수준의 단편을 한권에 모아놓은 앤솔러지는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간략한 수록작 소개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중 개인적인 베스트로는 거장 로열드 달의 "여주인", 간단하지만 이채로운 에드워드 D 호크의 "직사각형의 방", 단편의 교과서적인 작품인 셜리 잭슨의 "악의 가능성", 역사추리물에 가까운 유머러스한 단편인 워너 로우의 "세계를 속인 남자"의 네 편을 꼽습니다. 모두 별점 4점입니다.



윌리암 오파렐의 "그쪽은 어둠"
오해로 비롯된 비극을 다룬 소품. 그닥 특이한 점은 없지만 서늘한 느낌이 드는 도회적인 분위기가 좋은 작품입니다. 별점은 2.5점.

로얄드 달의 "여주인"
아토다 다카시의 "나폴레옹 광"이 연상되는, 로얄드 달 특유의 기묘한 맛이 잘 살아있는 작품. 이런저런 앤솔러지에 많이 수록되어 있는 걸작. 별점은 4점입니다.

존 더람의 "호랑이"
일종의 청소년 범죄극이라 할 수 있는데, 60년대 당시 미국 문화를 잘 대변하고 있는 점 외에는 별로더군요. 추리물로 보기도 좀 어렵고요. 에드가상을 어떻게 수상했는지 알 수가 없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에이브람 데이비슨의 "라호아 병영 사건"
과거 라호아 병영에서 있었던 사건을 추억하는 한 노인의 회고담. 좋은 소재에 내용도 흥미진진하나 반전이 예상 가능한 것이라 막판에 힘이 좀 달린다는 단점이 있긴 합니다. 그래도 단편으로서의 미덕은 잘 살아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데이빗 엘리의 "요트 클럽"
스텐리 엘린 분위기도 좀 나는 서늘한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다른 앤솔러지에도 수록되어 있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서늘한 반전을 위한 앞부분의 묘사가 좀 지루한 편입니다. 보다 짧게 줄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별점은 2.5점입니다.

패트릭 퀜틴의 "운없는 남자"
그야말로 "미국적"인 느낌이 가득한, 아내를 죽이고 새 출발을 꿈꾸지만 계속해서 실패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반전도 제법 괜찮습니다.
약간 뻔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유머러스한 맛과 전개는 확실히 고전 시대와 다른 분위기를 전해 줍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로렌스 트리트의 "살인의 H"
정통 경찰 수사 - 형사물로 사건과 전개는 흥미진진한데 사건이 밝혀지는 것이 순전히 우연에만 의지하고 있다는 치명적 약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캐릭터는 마음에 들었는데 트릭면에서 아쉬움을 주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셜리 잭슨의 "악의 가능성"
좋은 작품입니다.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묘사에 인간의 잔인한 내면을 투영한 캐릭터가 압권으로 이 작품집 최고의 작품 중 하나라 생각되네요. 시골마을이 배경인 잔잔한 소품으로 짧지만 인상적인, 단편의 특성을 잘 살린 작품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리스 데이브스의 "선택된 것"
일종의 범죄물인데 도저히 무슨 이야기인지... 한 남자의 심리를 디테일하게 따라가는 과정같은 것은 루스 렌들의 "내눈에 비친 악마"와 비슷한데 내용이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편입니다. 시점변화가 많은 독특한 스타일때문이긴 합니다만 제 취향은 아니더군요. 별점은 2점입니다.

에드워드 D 호크의 "직사각형의 방"
불가능 미스테리의 대가 에드워드 D 호크의 불가능 미스테리가 아닌 심리물로 레오폴드 경감 시리즈입니다. 좀 썰렁하긴 하지만 인상적인 반전이 돋보이는 수작이죠. 단편의 대가다운 호흡 조절을 엿볼 수 있는, 짧지만 인상적인 작품으로 별점은 4점입니다.

워너 로우의 "세계를 속인 남자"
가상 역사물이라고 해야 할까요? 고갱과 서머셋 모옴 등 실제 인물들이 등장하여 좌충우돌하는 유머스러움이 잘 살아 있는 유쾌한 작품으로 마지막 반전까지 숨쉴틈 없는 재미를 가져다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을 읽으니 고갱 작품이 다시 보고 싶어지더군요. 별점은 4점입니다.

조 고어즈의 "잘 있거라 고향아"
드라마로 특이한 맛은 없습니다. 범죄물이긴 한데 에드가상을 탈 만한 이유를 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M.F 브라운의 "리가 숲의 짐승은 더 난폭하다"
"몽환적"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정신사나운 이야기로 심리 묘사와 두서없는 내용이 정신이 하나도 없는 어수선한 작품. 60년대 히피문화의 하나인 "마약"에 의한 의식 흐름을 다룬 작품들과 유사한 스타일로 핵심 뼈대 자체는 날이 잘 서 있긴 합니다만 제 취향은 아니었어요. 별점은 1.5점입니다.

2005/03/26

샘 호손의 사건부 : 서문 - 에드워드 D 호크

시리즈 캐릭터의 발단을 떠올리는 것이 쉽지 않을때도 있지만 닥터 샘 호손의 경우 그 때의 상황을 확실히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1974년의 1월의 일입니다. 새 달력을 타이프라이터 옆에 걸었습니다. 달력 각 월의 페이지에는 과거의 전원풍경 수채화가 그려져 있었고 1월은 겨울의 유개교(有蓋橋 : 덮개있는 다리) 의 그림이었습니다.

1월내내 그 그림을 보고 있다가 어느날 마차가 그 다리의 한쪽 편에서 들어가서 반대쪽으로 나오지 않는 경우는 어떨까? 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이틀정도 고민해서 그것에 어울리는 해답과 플롯을 생각해 내었습니다. 이제 그밖에 필요한 것은 탐정 뿐이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시대는 과거로 설정하지 않으면 안되었기에 새로운 종류의 탐정, 새로운 시리즈, 새로운 캐릭터가 필요했습니다. 주인공은 시골의사로 하고, 이름은 간단하게 "닥터 샘 선생"으로 하였습니다. 아마 당시 악명이 높았던 닥터 샘 세펴드의 이름이 아직 기억에 새로웠기 때문이었겠죠. 이야기의 닥터 샘 선생은 의학교를 졸합한지 아직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젊은이로 보물은 1921년형의 "피어스애로우-런어바웃", 양친이 졸업 축하 선물로 준 차로 설정 했습니다.

지금까지의 거의 전 단편을 그렇게 했듯이 이 작품을 "EQMM (엘러리퀸스 미스테리 매거진)"에 보냈습니다. "엘러리 퀸"의 한사람이자 이 잡지의 편집장이었던 프레더릭 더네이씨는 곧 이 이야기를 마음에 들어해서 두세가지의 수정을 제안했습니다.

먼저 릴리안 데 라 토레가 창조한 닥터 샘 죤슨 시리즈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 닥터 샘 선생의 성이 필요하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저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었죠. 프레더릭은 두세개의 이름을 제안해 주었는데 저는 그자리에서 바로 "호손"을 선택했습니다. 뉴잉글랜드의 탐정으로써 이보다 잘 어울리는 이름이 있을까요?

두번째의 제안은 저를 조금 동요하게 만들었는데 추억담을 이야기하는 늙은 샘 선생의 어미의 "g"발음을 없는 것 처럼, 시골의 사투리로 이야기하는 것 처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 것입니다. 저는 극중의 다른 여러 등장인물들 (특히 렌즈 보안관) 에게 그렇게 사투리를 사용하도록 하였지만 닥터 샘 선생만은 사용하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저는 동의 했습니다만 이 모든 수정사항은 프레더릭 더네이씨의 지시였다는 것을 알아 주십시오.
그래도 그 후의 여러편에 사투리의 사용은 점차 줄어들게 하였는데 후에 이 시리즈의 작품은 사투리를 사용 하지 않았지만 전부 같은 시리즈로 보여서 좋다고 프레더릭이 말해 주더군요.

처음부터 저는 샘 호손 시리즈를 밀실살인 등의 불가능범죄를 취급하는 시리즈로 계획했습니다. 프레더릭 더네이도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어서 제가 시리즈의 두번째 편을 보내자 이후 시리즈의 작품 전부가 불가능범죄를 취급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해 주었습니다. 저는 기쁘게 그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여러 종류의 범죄소설이 있지만 탐정소설의 서브 쟝르 중에서는 뛰어난 불가능범죄나 밀실살인처럼 호기심을 자극하고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없죠.

본서에 수록되어있는 작품들은 닥터 샘 호손 시리즈 최초의 12편입니다. EQMM의 1974년 12월호부터 78년 7월호까지 사이에 처음 발표되었던 것들이지요. 1편에서의 시대를 1922년 3월로 설정했고 그 후는 연대순으로 이어집니다.

단, 인쇄오류의 탓으로 인해 연대가 바뀌어 들어간 예가 하나 있습니다. 무대는 노스몬트 마을과 그 주변으로 노스몬트는 코네디컷주 동부에 있는 것 같고, 그 위치는 조금 달라지고 있습니다. 후의 작품에서 이웃 마을이 진 코너스라고 알려지는데 그것은 엘러리 퀸의 장편소설 "유리의 마을"의 무대이기도 합니다.

초기에는 연로한 닥터 샘 선생이 노스몬트에서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술친구들을 환영하는 장면에서부터 작품이 시작하며, 대부분의 경우 다음 사건을 암시하고 끝났었습니다. 이것도 프레더릭의 생각으로 긴 시간동안 잘 진행해 왔습니다만, 이야기의 전개를 빠르게 하기 위해 저는 도입부를 상당히 줄이고 결말의 예고부분을 전면적으로 없앴습니다. 최근에는 1년에 약 두편의 샘 호손 시리즈밖에는 쓰고있지 않아서 육개월뒤의 다음 작품의 내용을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의 수많은 시리즈 캐릭터 대부분이 두근두근한 불가능범죄에 도전하지만 그 서브,서브쟝르에 있어서 저의 최고의 작품은 샘 호손 시리즈 속에 있습니다. 최초의 12편을 자세히 살펴 보자면 "유개교의 수수께끼"가 제일 많이 재록되어 있는 것으로 마음에 들며 밀실물의 전문가 로버트 에이디에 따르면 "투표부스의 수수께끼"가 "호슨 시리즈 속에서도 최고로 만족을 주는 작품의 하나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쨌건 이 작품집의 12편은 닥터 샘 호손 선생의 제 1 단편집에 수록하기에 모자라지 않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즐겁게 쓴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좋았던 옛 시절의 이야기를 즐겁게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에드워드 D 호크 /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1995년 11월


일본에서 구입한 국내 미발표 단편선의 작가 서문입니다. 에드워드 D 호크는 다른 앤솔로지에서 레오폴드 경감 시리즈로 접해본 작가인데 이 작품 평이 꽤나 괜찮은 편이라 구입해 보았습니다. 먼저 소개격인 서문을 한번 번역해 보았는데 실력이 많이 부족하군요. 의역과 생략 투성이이니 감안해서 보셨으면 합니다. 국내 초역(?)이라는 자부심으로 단편들도 한두편 번역해 보려고 하는데 워낙 실력이 딸려서.... (혹 하게된다면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전 마음이 약하므로 번역에 대한 너무 많은 태클은 삼가해 주시길...푸훗!)

2005/07/13

엘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 (EQMM) 1,2 : 각권 별점 3점


유명한 단편 추리 전문 잡지 엘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EQMM) 한국판 1, 2호. 우연찮게 헌책방에서 발견해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워낙 유명해서 자세한 설명은 필요 없겠죠? 짧게만 소개해 드리자면, 추리작가 엘러리 퀸이 간행하기 시작한 잡지로 유명한 단편 앤솔로지나 단편집, 단편 작가들은 거의 다 여기를 통해서 알려지고 배출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에드가상 단편 부분 수상작으로도 선정된 작품도 많은, 그야말로 단편의 보물창고 같은 잡지죠.

각 권별 전체 평균 별점은 3점. 제가 뽑은 베스트는 1호에서는 "여행중에 생긴 일". 2호에서는 "평생동안의 기다림"과 "클레머티스의 향기" 입니다. 2호보다는 1호가 좀 더 고전파에 가깝다 보이는데 취향에 맞춰 골라보는 재미도 쏠솔하네요. 그러나 한국판은 제가 알기로는 2호가 마지막인듯 싶군요. 좋은 기획인데 역시나 판매부수가 문제였을테죠. 단편 추리물 팬으로서 무척 아쉬운 일입니다. 이 정도 두께와 가격에 이 정도의 수준을 보여주는 잡지라면 계속 구입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이후에도 계속 출간되었으면 합니다만... 힘들겠죠?

수록 작품은 아래와 같습니다.
1호 수록작
"욕실살인"
나름대로 개인적 인연이 약간 (아주 약간!) 있는 에드워드 D 호크의 작품으로 아무도 없는 욕실 안에서 단검에 찔려 살해된 시체때문에 범인으로 몰리는 백화점 직원 수잔 홀트의 이야기입니다. 수잔 홀트는 수많은 작가의 시리즈 캐릭터 중 한명인 모양이네요. 에드워드 D 호크 특유의 "불가능 범죄"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고 있기는 하나 트릭은 좀 시시한 편입니다. 별점은 2.5점.

"여행중에 생긴 일"
보험 조사원 숀 콜란 (마스터 키튼? ^^)이 우연히 여행 중 사고를 당해 한 농장에 머물게 됩니다. 그리고 농장 여주인 남편의 교통 사고를 알고나서 나름의 호감과 정의감으로 보험금을 받게 해 주려고 애쓰던 중, 이유를 알 수 없는 습격을 받게 된다는 서스펜스 스릴러입니다.
이런저런 앤솔로지에서 몇번 접해보았던 도그 앨린의 작품으로 단편보다는 중편에 가까운 길이지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한편의 영화처럼 서스펜스 가득한, 긴박감이 넘치는 묘사가 일품이었기 때문이에요. 마지막 부분에 공격받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 주는 부분도 아주 좋았고요. 그야말로 무릎을 칠 만 했달까요. 별점은 4점!  1호의 베스트로 꼽겠습니다.

"여자의 행복조건"
생소한 작가 도날드 올슨의 작품. 유산을 둘러싸고 조카딸의 도박꾼 남편 윌리와 베스타 이모가 대결한다는 일종의 완전범죄물로 도박꾼이자 인간 쓰레기인 윌리라는 인물과의 두뇌싸움이 흥미진진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놀라운 돼지들"
역시나 생소한 작가 조지 체스브로의 작품. 시리즈 캐릭터라고 하는 갈쓰 프레더릭슨이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돼지를 둘러싼 소송때문에 갈쓰가 머리를 써서 소송을 낸 사기꾼 어크맨을 속여먹는 부분은 좋았는데 후반부가 황당해서 점수를 다 깎아먹네요. 상상력은 기발한데...글쎄요, 저는 적응이 잘 안되더라고요. 별점은 2점입니다.

"계산 착오"
완전 범죄를 노리는 여인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
여성작가 캔디스 앨리엇의 작품으로 '현대 범죄에서 동기는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어지거나 분석되지 않는다'는 뒷부분 작품 해설처럼 동기보다는 완전 범죄를 위한 주인공의 계획에 촛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나름 설득력있는 발상이라고 생각되네요. 제목에서 암시하는 것 처럼 결국 완전 범죄는 실패로 돌아가는게 문제지만... 별점은 2.5점입니다.

"수다쟁이의 질투"
존 몰티머의 작품으로 원래는 TV용 시나리오였다고 합니다. 짧지만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긴박감있는 법정 장면까지 보여주는 알차고 임팩트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어렵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호 수록작
"비상을 꿈꾸며"
클라크 하워드의 작품으로 악당 조직의 두목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인물을 없애기 위해 항공기 관제사 제드의 가족을 인질로 삼는다는 인질극입니다.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서스펜스와 스릴이 확실해서 시종일관 긴장을 늦추지 않게 만드는 전개는 대단하더군요. 허나 마지막이 너무 허무한 편이라 아쉽습니다. 단편의 한계였던 것일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이번엔 진짜 실탄?"
윌리엄 뱅키어의 작품입니다. 30여년만에 고향에 돌아온 조 헉은 보험 사기를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현재 도피중인 인물이라는 이야기로 두번의 반전이 돋보입니다. 충격적이거나 놀랍다기 보다는 아기자기한 소품같은 느낌이 좋고, 해피엔딩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악녀의 죽음"
피터 턴블의 드라마에 가까운 소품. 우연하게 순찰경관이 발견한 방치된 차에서 범죄가 드러나는 과정, 그리고 범인의 심리를 밝히는 결말부가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정통 추리물은 아니지만 작가가 글을 참 잘 쓴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평생동안의 기다림"
1호에도 실려있는 도날드 올슨의 작품입니다. 이 작가 EQMM과 인연이 깊나 보네요. 두명의 노파가 등장하여 갈등관계를 보여주다가 한 노파가 고향 마을로 여행을 떠난다는 단순한 내용인데 범죄와 드라마가 모두 포함되어 있는, 깊이있는 전개가 인상적인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트릭보다는 드라마가 중시되는 현대 추리 단편의 좋은 예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3.5점입니다.

"페트라코브와 고릴라"
러시아에서 망명한 병리학자 일리아 페트라코브 시리즈로 벤 클라인의 작품입니다. 동물농장의 주인이 고릴라 우리에서 굉장한 힘으로 짓이겨져 타이어에 쑤셔넣어져 있는 시체로 발견되고 범인으로 의심받는 고릴라가 사형(?) 당할 위기에 처한다는 이야기로 캐릭터 측면에서는 손다이크 박사가, 수사 측면에서는 CSI 느낌이 많이 나는 단편이었습니다. 괜찮긴한데 시리즈 캐릭터라는 병리학자 일리아의 매력이 별로 드러나지 않는 것은 단점으로 보입니다.별점은 2.5점입니다.

"콜럼버스의 얼굴을 훔친 사나이"
에드워드 D 호크의 괴도 닉 벨벳 시리즈로 거대한 콜럼버스 동상의 11톤이나 되는 머리 부분만 훔쳐내는 이야기입니다. 유명한 시리즈이긴하나 전개와 설정 모두 납득이 잘 가지 않는 평균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작가와 시리즈 명성에 비하면 무척 실망스럽더군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비밀을 털어 놓은 남자"
H.R.F 키팅의 인도 봄베이 경찰국의 가니쉬 고케 경감이 등장하는 단편으로 시리즈라고 하는군요. 일종의 "윤회"를 테마로 하고 있는 지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단편이었습니다. 추리적으로 별로 눈여겨 볼 것은 없지만 문체와 전개방식이 독특해서 읽는 맛은 좋았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

"클레머티스의 향기"
미뇽 F 발라드의 작품으로 한 노처녀의 의문의 죽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정통 추리에 가까운 작품으로 애거서 여사의 단편같은 느낌의, 영국 정통 추리물의 명맥을 잇는 듯한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럼 비지니스"
마가렛 요크의 그랜트 교수가 등장하는 시리즈 단편. 내용과 전개방식은 고전적이고 정통 추리물에 가까우나 사건의 해결 방식이 쉽게 납득 되지 않고 그다지 공정한 편은 아니라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었습니다. 갑자기 마약 밀매로 이야기가 급진전 되는 것도 문제있는 설정으로 보이네요. 그냥저냥한 작품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2007/01/05

베이커가의 살인 - 코난 도일 외 / 정태원 : 별점 2.5점

베이커가의 살인
아서 코난 도일 외 지음, 정태원 옮김/자음과모음

홈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다양한 후대 작가들이 쓴 단편 소설들을 모아놓은 앤솔러지. 홈즈의 팬을 자처하고 있기 때문에 서슴없이 구입했습니다. 후배 작가들이 존경을 나타내기 위한 책의 컨셉은 앨리스 피터스 추모 단편 앤솔러지 "독살에의 초대"와 유사하나 이 책은 전 작품이 모두 "홈즈"라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 차이점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컨셉뿐인 팬 서비스용 기획 도서가 아니라 내용도 풍성합니다. 일단 앞부분에는 유명한 셜로키언이라는 대니얼 스타샤워의 서문과 홈즈의 아버지인 코난 도일이 직접 쓴 "셜록 홈즈에 대해 말하다"라는 에세이가 실려있고 추리 단편도 11편이나 실려있습니다. 책의 뒷부분에는 셜록 홈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두개의 짤막한 에세이가 이어지고요.

일단 서문과 코난 도일의 에세이, 기타 에세이들은 재미도 재미지만 자료적 가치가 꽤 높은 글들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단편은 작품들이 너무 천차만별이라 수준이 좀 고르지 못합니다. 물론 좋은 작품은 상당한 수준이라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만 솔직히 기대 이하인 작품도 몇개 있더군요. 단편을 쓴 11명의 작가들 중에서 제가 아는 작가는 에드워드 D 호크밖에는 없지만, 작가 소개를 보니 다들 한가닥 하는 작가들이라 나름 기대를 갖게 했는데 좀 예상외였어요.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홈즈 시리즈의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작품이 많지 않다는 점인데 현대 작가들이 그러한 분위기를 살리는 것은 아무래도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라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아쉽더군요. 캐릭터들은 원본 그대로를 거의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데 전개나 분위기가 별로 유사하지 않아서 왠지 이질감이 조금 느껴졌거든요.
그래도 역시 명불허전이랄까... 추리물로서는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트릭이나 전개는 깔끔한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홈즈 시리즈 원작이 추리적으로는 좀 실망스러운 작품이 많은데 이 단편들은 대체로 만족스럽네요. 저의 베스트는 "주 경계의 민들레 사건"과 "놀라운 벌레" 였는데 나머지 작품들도 대부분 추리물로서는 완성도는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정태원 선생님의 번역도 이번에는 뭔가 좀 이상하고 작품들 수준 편차도 있는 편이라 선뜻 권하기가 망설여지긴 하지만 홈즈 팬인 저는 즐겁게 읽은 편이며, 홈즈 팬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재미있을만한 좋은 작품들이긴 합니다. 자료적 가치도 있고요. 뭐니뭐니해도 등장한지 한세기를 넘기는 늙은 명탐정이 후대 작가들에게도 계속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놀랍기만 할 따름입니다. 다음 번에는 설홍주도 이러한 작품집의 말석이나마 차지한다면 참 좋겠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케이프타운에서 온 남자 : 스튜어트 M. 카밍스키
남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에서 앨프레드 도나베리라는 인물이 홈즈를 찾아오기로 한 날은 태풍이 몰아치던 날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그의 이혼한 전처가 찾아와 자기의 새 남편 존과 그가 마주치지 않게 해 달라는 부탁을 홈즈에게 하고, 도나베리와의 만남이 끝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존이 도나베리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저자는 일찌기 에드가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작가네요. 그러나 이 작품은 홈즈의 추리법을 흉내만 내었을 뿐, 그다지 좋은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홈즈 시리즈의 특징도 잘 잡아내지 못했을 뿐더러 추리적 요소들도 적절히 사용되지 못한 범작입니다.

주 경계의 민들레 사건 : 하워드 엥겔
왓슨은 홈즈의 요청으로 같이 슈르즈버리행 기차를 탄다. 이유는 곧 교수형 당할 운명인 전 육군원수 윌리엄 경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한 것. 사건은 윌리엄 경이 아내를 독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것으로 홈즈는 슈르즈버리에 도착하자마자 왕성한 활동을 벌여 진상을 밝혀내게 된다.
홈즈와 왓슨의 여행, 당시의 판결제도와 교수형 집행인의 등장 등 볼거리가 풍부한 작품으로 사건 전개도 깔끔하고 트릭도 괜찮았습니다. 결말과 범인이 코난 도일스럽지 않다는 것과 홈즈가 범인을 밝혀내는 마지막 장면이 "깜짝쇼"에 의존하고 있다는 단점은 있지만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특히 제목과 사건과의 연관성이 참 마음에 드네요.

세넨 코브의 사이렌 : 피터 트레메인
요양차 콘월 반도의 폴두 베이 근처의 오두막에 왓슨과 머물던 홈즈는 고대 콘월어 연구를 취미삼아 논문을 집필하던 중 젤바트 트레보소 경이라는 인물의 방문을 받게 된다. 그는 근처 암초에서 사이렌에 이끌려 3척의 배가 좌초한 사건의 해결을 의뢰하며 홈즈는 곧바로 왓슨과 함께 트리벤스로 향한다.
정말 수수께끼 같은 사건을 묘사한 작품으로 상당히 진기한 트릭이 등장하는 것이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작가가 켈트 역사학자이기 때문인지 쓰잘데 없는 묘사가 너무 많은 것이 단점이네요. 코난 도일 경이었다면 똑같은 이야기를 보다 깔끔하고 함축적으로 썼을 것 같거든요. 그래도 트릭 덕에 기본 이상은 해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피 묻지 않은 양말 : 앤 페리
왓슨은 친구 헌트의 초대를 받는다. 그러나 도착한 직후 헌트의 딸 제니가 유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유괴의 뒤에 모리어티 교수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자 왓슨은 홈즈를 부르게 된다.
모리어티 교수가 등장한다는 것 이외에는 큰 사건은 없는 작품입니다. 트릭도 괜찮긴 한데 현실성이 좀 떨어져 보이고요. 제목대로 피묻은 양말 자체는 그런데로 괜찮았지만 단지 그 정도일 뿐이었습니다. 너무 긴듯한 느낌에 내용 전개도 깔끔하지 않은 것이 전통적인 홈즈 스타일에서 약간 빗겨난 듯해서 그냥저냥한 범작이라 생각되네요.

익명 작가 : 에드워드 D 호크
어느날 스트랜드 매거진의 편집인이 한 익명작가를 찾아줄 것을 의뢰하러 찾아온다. 홈즈는 곧바로 그 작가를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나 그 뒤 그 작가의 집 근처에서 타살된 시체가 발견된 것을 알게된다.
단편의 명수라 할 수 있는 에드워드 D 호크의 작품입니다. 이 작가의 홈즈물은 아주 짧은 꽁트를 한편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 작품은 제대로 된 단편이네요. 전통적 홈즈물의 분위기를 초중반에는 물씬 풍기는 것이 제대로 된 홈즈팬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끔 하는데 후반부에 약간 어설퍼져서 아쉽습니다. 제대로 멜로드라마를 구성했다면 정말 전통에 가까운 작품이 되었을 텐데 흐지부지, 너무 서둘러 끝나는 경향이 있다 보여지거든요. 덕분에 애매한 결과물이 되어 버려 조금 아쉽습니다.

흡혈귀에 물린 자국 : 빌 크라이더
연극계의 거물 헨리 어빙경의 비서로 일하는 스토커라는 인물이 홈즈에게 무서운 사건을 의뢰한다. 여배우 릴리의 아들 로빈이 흡혈귀에 물린 것 같다는 것. 홈즈는 왓슨과 함께 서리주의 별장으로 찾아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
브램 스토커가 사건 의뢰인으로 등장하는 이색작입니다. 또한 서두의 홈즈의 추리쇼에서 시작해서 영국의 전원풍경, 괴상한 사건, 기발한 트릭이 어우러진 전형적 홈즈물의 적자라 할 수 있는 재미난 작품이기도 하고요. 트릭은 억지성이 있고 어딘가에서 본 듯한 기억이 있는게 단점이긴 한데 워낙 작품이 재미나고 전통적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홈즈를 태운 마차 : 길리언 린스콧
홈즈를 우연히 태우고 셀러딘 스퀘어로 향한 마부는 사실 악당 조직에게서 런던 제일의 쥐잡는 개를 도박을 위해 훔쳐서 가지고 가고 있던 중으로 셀러딘 스퀘어에서 벌어진 대 소동의 한가운데에 말려 들어가게 되는데...
홈즈나 왓슨이 아닌 한 마부를 주인공으로 한 색다른 작품입니다. 마부의 성격 묘사나 심리 묘사가 디테일하고 대사들이 톡톡 튀는 재미를 전해주기는 하는데 덕분에 홈즈물이 아닌 전혀 다른 패러디 작품으로 보이더군요. 추리적으로도 크게 눈여겨 볼 점은 없었습니다. 주인공 마부 캐릭터 덕에 보는 내내 즐겁게 읽을 수 있었지만 그다지 알맹이는 없네요.

아라비아 기사의 모험 : 로렌 D 에슬먼
유명한 탐험가 리쳐드경이 찾아와 투탄카멘의 묘에 대해 적혀있는 중요한 양피지 사본을 찾아줄 것을 의뢰한다. 범인은 패터슨이라는 조수일 것이라는 심증이 강하지만 증거가 없는 상태.
"천일야화"를 쓴 리쳐드 프랜시스 버튼경이 사건의 의뢰인이고 투탄카멘의 묘에 대한 사본이 등장하는 등 역사 미스터리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작품입니다. 뭐 역사적인 사건이야 이 작품에서 그다지 중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재미는 있더군요. 초반부 리쳐드 경의 변장이 좀 뜬금없어서 억지스러운 것이 좀 거슬리고 트릭 역시 별로 대단치는 않을 뿐더러 솔직히 헛점이 너무 많지만 당시 시대상황을 잘 묘사하여 그럴듯한 역사 미스터리물로 창조해 내었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네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만한 작품이었습니다.

체셔 치즈 사건 : 존 L 브린
체셔 치즈라는 런던의 전통적인 술집. 한 미국인이 죽어가는 영국인 친구가 남긴 헌시를 가지고 체셔 치즈 안에서 모이는 "포틴 클럽" 에 찾아갔다가 봉변을 당한 뒤 홈즈를 찾아와 이유를 묻게 되는데....
순전히 죽어가는 영국인이 남긴 "헌시" 자체를 가지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작품입니다. 각 행마다 숨겨져 있는 단서와 정보를 모으고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은 무척 재미있고 흥미진진하지만 아쉽게도 가장 중요한 트릭이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함으로 인해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쉽더군요. 그래도 상당한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암흑의 황금 : L.B 그린우드
셜록 홈즈는 황금을 놓고 악한 탐험가 바커가 노리고 있는 피그미 족의 보호를 위해 애슐리 경의 콩고 여행에 보디가드로 동참하기로 결정하고 왓슨에게 그 사실을 알려준다. 왓슨은 자신도 변장을 하고 뒤따라갈 결심을 하게 되는데...
단연코 이 앤솔러지 최악의 작품입니다! 홈즈 시리즈의 특징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캐릭터만 잠시 빌어온 아프리카 여행기 수준의 글입니다. 기껏 아프리카까지 갔는데도 불구하고 모험이라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고 페미니즘 성격이 강한 이상한 내용으로 전개됩니다. 게다가 추리적 요소도 전무하고 이야기도 맥락이 없어요. 솔직히 이 책에서 아예 빼 버리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놀라운 벌레 : 캐럴라인 휘트
마담 타소 밀랍인형 전시관에서 홈즈 인형을 만들고 싶다는 의뢰가 들어온다. 왓슨과 방문한 그 전시관에서 웨스트오버라는 인물의 인형을 보고 잠깐 대화를 나누는데, 그 뒤 신문에서 웨스트오버의 돌연사를 접하게 된다. 그러나 살인혐의는 없어 잊고 살던 중 웨스트오버 가문의 한 하녀가 찾아오는데...
시골 부자의 독살사건에 더불어 마담 타소 밀랍인형관에 실제로 전시된 홈즈와 왓슨 인형에 대한 진짜같은 이야기가 잘 조합된 수작입니다. 동기가 확실한 살인이라는 측면에서 정통 추리물의 궤도를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사건의 전개와 해결 모두 깔끔하고 홈즈스러움이 팍팍 느껴지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독약 분석 같은 것은 너무 현대적이라 조금 이질감이 느껴지긴 하더군요. 그래도 충분한 재미는 안겨다 줍니다.

2005/03/27

세계 미스테리 단편선 - 김한상 편역 : 별점 3점

역시 보수동 헌책방에서 구한 단편선.
원전이 되는 작품집이 모호하고,  읽기 짜증날 정도로 번역이 부실한 일어 중역본일 뿐 아니라 표지와 본문 편집 방식 조차 이 바닥의 바이블 격인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을 거의 그대로 카피한, 한마디로 질낮은 기획물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실린 단편들의 수준이 우수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에드워드 D 호크의 읽지 못했던 단편이 하나 실려있다는 이유로 구입했는데 의외의 성과랄까요?

첫 작품 "D언덕의 살인사건"은 에도가와 란뽀의 아케치 시리즈 단편으로 다른 단편집으로 가지고 있고, 이미 읽기도 해서 일단 패스.

두번째 작품 "냉장고 속의 갓난아기"는 제임스 M 케인의 단편입니다.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의 작가죠. 미국의 사회상과 문화를 서스펜스 스릴러에 잘 섞어놓는 작가로 알고 있는데 이 단편도 유사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설정과 소재가 무척 독특해서 인상적이긴 하지만 글쎄요.. 추리적인 요소는 거의 없는 드라마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세번째 작품 "쿠비날 섬의 약탈"은 더쉴 해미트의 작품입니다. 탐정이름은 나오지 않지만 컨티넨탈 옵으로 보이는 예의 하드보일드 탐정이 등장해서 한 섬에서 일어난 전쟁과도 같은 약탈 사건의 해결과 그 진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드보일드의 맛을 굉장히 잘 보여주면서도 추리적으로도 나무랄데 없는 추천작입니다. "난 다리 병신 소년으로부터 쌍지팡이를 훔치는 놈이라는 것도 모르나?" 라는 한마디로 이 작품의 모든 것이 설명 가능할 것 같네요.

네번째 작품 "레오폴드 경감의 휴일"은 에드워드 D 호크의 레오폴드 경감 시리즈입니다. 독립기념일 연휴에 발생한 출판사 공동 경영자 실종사건이 어느덧 살인사건으로 발전하는 이야기로 트릭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뻔하지만 상당히 작품과 잘 맞아 떨어지고 여러 설정이나 복선도 명쾌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섯번째 작품 "성난 증인"은 얼 스탠리 가드너의 페리 메이슨 시리즈입니다. 페리 메이슨이 담당하게 된 대형 금고 도난사건의 진범을 찾는 이야기인데 꽤 괜찮은 트릭이 등장하고 사건 해결과정도 좋아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여섯번째 작품 "두번 죽은 사내"는 다그 아린이라는 잘 모르는 작가의 작품이더군요. 장의사에서 일하는 청년이 15년의 간격을 두고 똑같은 시체를 맡게되어 스스로 진상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입니다. 설정은 재미있었지만 그 진상이라는게 조금 시시해서 아쉬웠어요. 좀더 반전이나 섬찟한 맛을 넣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되거든요.

일곱번째 작품 "손톱"은 윌리엄 아이리쉬의 작품으로 다른 앤솔로지에서 이미 읽은 작품입니다. 손톱이 빠진 손가락을 인멸하는 증거인멸 트릭이 등장하며 마지막의 반전이 좋습니다. 뭐 지금 읽기에는 조금 낡아 보이기도 하나 좋은 작품이죠.

여덟번째 작품 "일석이조"는 F.W 크로포츠의 단편입니다. 협박범과 빚을 동시에 없애려는 한 건달의 계획을 그리고 있는데 내용적으로 연결과 이해가 잘 되지 않더군요. 번역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사건해결 방법이 너무 단편적이고 평면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점은 작가의 명성과 어울리지 않았고요.

아홉번째 작품 "악인은 지옥으로"는 단편의 명수 헨리 슬레서의 단편으로 유일한 강도사건의 증인을 없애기 위한 한 강도의 작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나름의 반전도 있고 단편의 맛도 잘 살아있어서 역시 단편의 명인답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 주더군요.

마지막 작품인 열번째 작품은 일본작가 마츠모토 세이쵸의 "증언"입니다. 불륜 상대와 만나던 직장인이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이웃집 사람을 목격했지만 불륜 사실이 들통날까봐 그것을 숨기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내용으로 제법 묵직한 내용으로 잘 진행되긴 하지만 결말은 사실 좀 어처구니 없더군요. 너무 쉽게 끝났달까요? 단편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소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러한 작품들 중 이미 읽었거나 가지고 있는 작품을 뺀다면, 베스트는 "쿠비날 섬의 약탈", "레오폴드 경감의 휴일", "성난 증인", "악인은 지옥으로" 입니다. 다른 작품들도 그다지 처지지는 않고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기대를 하지 않아서 더 만족스러운 독서였습니다. 다른 단편집보다 무척 얇기도 하고 작품수도 적지만 제가 처음 접한 작품이 그래도 반 이상 되며 수준들도 괜찮은 편이라 작품 선정은 탁월했다 생각됩니다. 번역만 조금 더 신경을 써 주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약간 아쉽네요.

2021/02/24

추리소설 쓰는 법 - 미국추리소설작가협회/보성사 : 별점 2.5점

추리소설 쓰는 법 - 6점 미국추리소설작가협회/보성사

미국 추리 작가 협회에서 발표한 추리소설 작법서. 다른 작법서들처럼 소설 한 편을 완성하는 방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목요연하게 알려주지 않는게 특징입니다.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법, 플롯을 구성하는 법, 스토리 구성법 등 추리 소설을 쓰는데 중요한 요소들을 뽑아 놓기는 했지만, 이를 어떤 원칙에 따라서 소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미국 추리 작가 협회 작가들이 각자 한 꼭지 씩 맡아서, 각자 자신만의 방식을 풀어놓는 구성이기 때문입니다. 즉, 원칙대로의 작법서라기 보다는 유명 작가의 비법(?)을 엿볼 수는 있는 일종의 족보 (?)에 가깝습니다. 

프레드릭 브라운, 존 D 맥도널드, 렉스 스타우트, 그레고리 맥도널드, 스텐리 엘린, 헬렌 매클로이, 에드워드 D 호크 등 우리나라에도 그 이름이 익히 알려진 유명 작가들이 쓴 각자의 비법을 읽는건 확실히 재미있더군요. 추리 소설을 쓰기위한 요소 외의 정보들도 유용했고요. 작가들에게 보낸 앙케이트 결과를 소개하는 '왜 쓰는가?', '언제 어떤 식으로 집필하는가?'에 대한 내용들과 투고하는 요령 등이 기억에 남네요. 

몇 가지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법'이 있습니다. 로스 맥도널드는 겉으로 보이는 사물을 뒤집어 보는 것부터 플롯을 발전시킨다고 합니다. 에드워드 D 호크는 우연히 생각난 제목에서 스토리가 시작되는 경우도 많다고 하고요. 로버트 L 피쉬는 트릭을 떠올리는게 가장 중요하며, 장편은 기상천외한 상황 설정에서 시작한다는데 과연 본격작가답습니다. 미리암 알렌 데포드는 신문 스크랩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많다는데 무척 공감되었습니다. 이외에는 독특한 인물이나 꿈, 배경 설정, 결말, 중심 테마 등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가장 놀랐던건 존 볼의 '24시간 노동', 즉 항상 생각한다는 건데, 과연 유명한 '버질 팁스'의 창조자답습니다! 버질 팁스 시리즈가 정식 출간되면 좋겠네요. 

그리고 프레드릭 브라운이 플롯 구성법에 대해 짤막하게 쓴 글도 인상적입니다. '금붕어'라는 단어 하나에서 시작해서 플롯을 짜는 과정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어에서 시작해서 등장인물, 테마, 사건, 배경 등을 차츰 덧붙여 발전시키는 방법인데, 거장답게 깔끔하면서도 재미있는 설명이 돋보였어요.
폴린 블룸이 알려주는, 쓰기 전에 계획을 세우고, 결말을 알고 난 뒤 중심부 플롯을 만들라는 스토리 구성법도 유용해 보였습니다. 특히 강조한 '대립'을 스텐리 엘린의 "배반"을 예로 들어 설명해 준 것도 좋았어요. 쉽게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 짧은 작품 속에 열 개가 넘는 극적 대립이 드러나 있다는게 놀랍더라고요. 이를 위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다른건 접어두고 "이 아이디어로부터 등장인물을 심각한 상황에 처하도록 만들 수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라는 팁도 기억에 남습니다.

또 스토리에서 주인공이 직면할 만한 대립이 무엇이며, 뭐가 장애요소인지를 떠올리고 이를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해 보라고 하는데, 이와 비슷하게 데이나 라이온 역시 스토리를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하는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사례로 나온건 아니지만, 얼마 전 읽었던 "숙명"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면 "형사가 대기업 사장 살인 사건을 수사하게 되면서, 사건이 어린 시절 친절하게 대해주었던 정신 지체 여성의 죽음및 어린 시절 라이벌과 관련되어 있다는걸 알게 된다."가 되겠네요. 음... 이대로는 영 재미는 없어 보입니다만.... 

서두는 이야기를 결말까지 고려하고, 어떤 효과를 자아내는지 생각하고 그 효과를 끌어내기 위해 쓰여져야 한다는 에드거 앨런 포의 지적에는 감탄했습니다. 거장은 문장 하나를 허투루 쓰지 않는 법이지요.

어떤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게 좋은지에 대한 여러 작가들의 생각, 대화는 액션과 마찬가지라는 그레고리 맥도널드의 설명과 작가들이 각자 소개해주는 여러가지 퇴고 및 수정 방법들도 앞으로 창작 작업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그 외 시리즈물과 단발물 (스탠드 얼론)의 차이점과 장, 단점에 대한 설명과 왓슨역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 등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가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지에 대해 살짝이나마 엿볼 수 있던 것도 마음에 들었어요. 

그러나 문제가 없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번역입니다. 제가 읽은 책은 1987년 출간된 버젼인데 번역이 정말 엉망이었어요. 지금은 쓰지 않는 용어도 많았고요.

또 이미 30년도 전에 출간된 책이니만큼, 지금 읽기에는 시대착오적인 내용들도 제법 됩니다. 아울러 플롯을 짜는 법 등 소설을 쓰는 기본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꼭 '추리 소설'에만 국한된 내용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는, 다른 번역도 좋고 완성도 높은 작법서를 읽는게 나을겁니다. 애써 구해 읽으실만한 책은 아니에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13/06/23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 걸작선 - 에드 멕베인 외 / 홍한별 : 별점 3점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 걸작선 - 6점
에드 맥베인 외 지음, 린다 랜드리건 엮음, 홍한별 옮김/강

EQMM (엘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과 쌍벽을 이루는 미스터리 잡지인 AHMM (앨프리드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의 50주년 기념 선집.

과거 엘리너 설리번이 엮었던 같은 잡지 걸작선은 이미 접해보았는데, 이 선집은 서문에서 밝히듯 독자 투표가 많이 반영되었기 때문인지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작가진이 정말로 화려해요. 헨리 슬레서, 에드워드 D 호크, 에드 멕베인,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 빌 프론지니, 로렌스 블록, 새러 패러츠키 등의 작품들이 실려 있으니까요. 그것도 32편이나! 작품들도 작가들의 유명 시리즈들 중심이라는 점도 반가운 요소였고요. (제가 아는 시리즈는 매튜 스커더와 워쇼스키 시리즈밖에는 없었습니다만)

그러나 수록작 모두 수준이 뛰어나지는 않습니다. 추리와는 동떨어진 작품도 많았고요. 번역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체로 문체가 딱딱해서 쉽게 읽기 힘들었다는 점도 단점입니다. 에드워드 D 호크의 "긴 추락"이 "내려가는 동안"이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는데, 제가 취미삼아 번역했던 결과물이 더 읽기 쉬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워낙 다양한 작품이 많이 실려 있기에 평균 이상의 값어치는 충분히 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가격도 볼륨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한 만큼, 관심 있으신 분들은 큰 부담 느끼지 말고 한 번쯤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아래와 같습니다.

헨리 슬레서 "사형 집행일"

아내를 죽인 범인에게 사형 선고를 받게 만든 검사 셸비 앞에, 그 사건의 진범이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노인이 나타났다...

단편의 명수답네요. 깔끔하고 짤막한 분량 안에 스릴과 범죄, 동기, 반전까지 모두 들어 있거든요. 이런 쇼트쇼트물의 교과서 같은 작품입니다.

제임스 홀딩 "살인요리법"

은퇴한 요리사가 자신의 전설적 요리인 포타주 프랑수아 프르미에 비법을 노리는 조카 부부에게 맞서는 이야기. 짤막하지만 적절한 전개 및 반전이 잘 짜여져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계획을 눈치챈 뒤에 벌이는 반격이 과연 프로 요리사! 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기발했어요. 마지막의 한마디 - "포타주 드 볼라유 귀스타프 – 쥐약으로 간을 한 스프"- 까지 요리사다움을 잃지 않고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윌리엄 브리튼 "역사적 오류"

옛 풍습을 지키고자 하는 마을에 역사학자 노먼이 억류된 뒤 고난을 맞는다는 이야기. 

폐쇄된 마을에 찾아온 이방인이 겪는 기이한 경험이라는 소재는 널리고 널렸습니다. 보통 "인스머스의 그림자"처럼 마을에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설정이 많지요. 그런데 이 작품은 마을이 고증에 집착하는 오타쿠스러운 곳이라서 블랙코미디 같은 느낌을 가져다 주는 이색작입니다. 데미 무어가 출연했던 코미디 영화 "난폭한 주말"이 연상되기도 하더군요. (물론 영화는 망작이었지만...)

S.J 로잔 "바디 잉글리쉬"

중국계 미국인들이 등장하는 작품으로, 잘 짜여진 이야기 구조가 돋보이는 본격물입니다. 한국 막장드라마 같은 설정도 꽤 인상적이었어요.

캐럴 케일 "하수구"

궁지에 몰린 남자에 대한 일상계 서스펜스 심리 호러물. 전개가 뻔할 뿐더러, ‘미쳐버렸다’는 결말은 너무 쉽게 간 듯해서 아쉽지만, 뭔가 꽉 막힌, 그야말로 탈출구 없는 심리 상태에 대한 묘사가 제대로라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2013/07/01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2 - 로버트 블록 외 / 제프리 디버 엮음 / 홍현숙 : 별점 2.5점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2 - 6점 로버트 블록 외 지음, 제프리 디버 엮음, 홍현숙 옮김/황금가지

1권에 이어 8년만에 읽게 된 2권. 2권을 읽지 않은 이유는 1권 리뷰에 언급했던대로, 전체적인 작품의 완성도나 수준이 기대 이하였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번역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그러나 주말에 읽을 책이 없던 차에 우연찮게도 도서관 서가에서 눈에 들어오기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2권에는 모두 10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담배 파는 여자 - 제임스 M 케인
  • 7월 4일의 야유회 - 렉스 스타우트
  • 우리 시대의 삶 - 로버트 블록
  • 치의 마녀 - 토니 힐러먼
  • 예비 심문 - 예레미아 힐리
  • 인터폴: 현대판 메두사 사건 - 에드워드 D 호크
  • 불타는 종말 - 루스 렌들
  • 시적인 정의 - 스티브 마티니
  • 붉은 흙 - 마이클 말론
  • 베니의 구역 - 마샤 멀러

보시다시피 작가진은 1권 못지 않게 화려한 편입니다. 게다가 렉스 스타우트의 네로 울프 시리즈, 토니 힐러먼의 나바호 경찰 시리즈와 같은 유명 시리즈까지 포함된건 반가왔고요.

그러나 정통 추리물이 그다지 많지 않았아서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렇다고 제목 그대로 "서스펜스"를 강조한 작품들도 아니고... 이래저래 조금 애매했달까요? 특히나 기대가 컸던 두 편의 작품, 네로 울프 시리즈인 "7월 4일의 야유회"와 에드워드 D 호크의 "인터폴: 현대판 메두사 사건"이 기대 이하라는 문제가 너무 컸습니다. "7월 4일의 야유회"는 일종의 사기극에 불과하여 추리물로 보기에는 무리였고, "인터폴: 현대판 메두사 사건"은 트렌디한 모험극으로 트릭은 말장난에 불과한 평균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수록작들이 다 형편없는 것은 아니에요. 추리물은 아니지만 루스 렌들의 "불타는 종말"은 읽으면서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아주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빠져나갈 수 없는 고통의 삶과 반전을 묵직하게 그린 덕분입니다. 또 배심원 선임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그린 "예비 심문", 필리핀 이민 범죄조직과 얽힌 살인사건을 다룬 "베니의 구역"은 나름 괜찮은 추리물이었고요.

그래도 1권과 비슷하게 기대치를 충족시키지는 못한게 사실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13/09/09

세계 추리소설 걸작선 2 - 아놀드 베넷 외 : 별점 1.5점

세계 추리소설 걸작선 2 - 4점 아놀드 베넷 외 지음, 한국추리작가협회 엮음/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도서출판 한스미디어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추리소설 앤솔러지. 유명 고전 작가들의 단편은 물론이고 초창기 추리 이론까지 풍성하게 실려있습니다.
1, 2권으로 출간되었는데 1권은 읽은 작품이 너무 많고 지나치게 고전 취향이라 2권부터 구입하게 되었네요. 2권 역시 다른 책에서 읽어본 작품이 제법 많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워낙에 목차가 괜찮고 또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고전 황금기 작품들을 주력으로 하고 있기에 선택하였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실망스러웠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번역입니다. 일본어 중역 느낌이 물씬 날 뿐더러 그 자체가 별로 매끄럽지 않아 읽기 힘들었어요. 악명 높은 동서 추리문고 최악의 번역도 이거보다는 좋게 느껴질 정도니 말 다했죠. 고전 황금기 걸작이 아닌 몇몇 현대 일본작가 작품이 섞여 있는 것도 기획 의도가 모호해 보여서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때문에 별점은 1.5점입니다. 기획의도만으로 3점은 충분하지만 번역은 용서가 안되네요. 좋은 기획의도가 번역 때문에 다 망가진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한스미디어의 다른 작품들은 괜찮았었던 것 같은데 대관절 영문을 모르겠군요.

몇몇 작품은 걸작이지만 대부분 다른 책에서 훨씬 좋은 번역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수록작별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사라진 기억" | 배리 퍼론

극작가 애닉스터가 완벽한 밀실살인 트릭을 생각했는데, 교통사고로 트릭을 잊어버린 탓에 술집에서 트릭을 알려주었던 사람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

교통사고로 딱 필요한 기억만 상실한다는 작위적인 설정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꽤 그럴듯한 전개, 그리고 마지막에 애닉스터가 상황을 깨닫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남자에게는 애닉스터만이 유일한 위험인물이었다!

한마디로 서늘한 반전류의 교과서적인 작품입니다. 별점은 3.5점.

"살인!" | 이넉 아놀드 베넷

명백한 살인사건인데, 경찰이 수사 결과 몇몇 남겨진 단서를 통해 자살로 결론 내린다는 내용의 소품. 솔직히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심리 묘사에 대한 번역에 문제가 많았던 것 같은데 제대로 된 번역으로 다시 읽고 싶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피트 모란, 다이아몬드 헌터" | 퍼시벌 와일드

"탐정 피트 모란"에 수록된 단편입니다. 그때는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번역이 너무나 별로인 탓에 작품마저도 후지게 느껴지는 기묘한 체험을 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실망하신 분들께서는 "탐정 피트 모란"으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번역 때문에 별점을 주기조차 어렵네요.

"골초는 빨리 죽는다" | 이자와 모토히코

"역설의 일본사" 말고 읽어본 적은 없지만, 이런저런 상을 많이 수상했던 유명 작가의 단편.

두 명의 대화로만 전개되는 형식과 담배로 촉발된 살의라는 설정은 독특한데, 결말이 너무 심하게 별로였습니다. 반전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좀 어이없는 결말이었거든요. 별점은 2점입니다.

"먹이" | 토마스 테셔

이형 생물체가 등장하는 크리쳐 호러물. 스티븐 킹의 비슷했던 작품(한 소년의 아버지가 점액질 괴물이 된다는 이야기)와 비슷한데, 이 작품은 "애정"이 포함되어 있으며 비극적 결말이라는게 차이점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라서 평하기는 어렵지만 공포도 아니고 심리묘사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결말에서 반전이 돋보이는 것도 아닌 그냥저냥한 소품이었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

"이콜 Y의 비극" | 노리즈키 린타로

제가 개인적으로 번역했던 작품이죠. 읽어보니 원작을 "직역"한 번역으로 읽기가 어렵더군요. 순수하게 작품만 놓고 평가하면 별점은 3점인 좋은 작품인데 안타깝네요. 솔직히 제 번역과도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녀들의 쇼핑" | 쓰쓰이 야스타카

다른 앤솔러지에서 접해본 적 있는 이색작.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부들이 강도단을 조직한다는 내용입니다. 작품 자체의 수준은 그냥저냥이지만, 작가 특유의 섬뜩한 풍자 하나만큼은 인상적입니다. 특히 마지막 대사가 백미! 순수하게 작품만 놓고 평가하면 별점은 2.5점입니다.

"살의" | 다카기 아키미쓰

역시나 다른 앤솔러지에서 접했던 작품으로, 굉장한 걸작입니다. 이른바 "일사부재리" 원칙의 모순을 정면으로 다루는데, 마지막 반전까지 빼어난 단편의 모범 답안 같은 작품입니다. 별점은 5점입니다.

그러고 보니 "살의"라는 말이 들어간 작품들 ("이런거"라던가 "이런거"라던가 "이런거"라던가....)은 하나같이 괜찮네요.

"아버지" | 토마스 H. 쿡

토마스 H. 쿡의 장편은 몇 권 읽어보았지만 단편은 처음입니다. 추리물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지만 장편 못지않은 묵직함이 잘 전해지는 묘사가 아주 좋더군요. 별점은 3점입니다.

"무대 뒤의 살인" | 에드워드 D. 호크

총 3편의 초단편 Short-Short로 이루어진 작품.

예전에 읽었던 "4페이지 미스터리"와 유사하나 추리소설로서의 완성도는 훨씬 높습니다. 3편의 이야기 모두 논리정연하면서도 예상을 뒤집는 정통 추리물이거든요.

첫번째 작품은 사진 필름 원판을 가지고 협박하는 협박자가 살해된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는 이런저런 논리 퍼즐에서 많이 보았던, 다섯 번째 남자마다 처형당하는 상황에서 살아남는 주인공의 이야기, 마지막 이야기는 이집트 전시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입니다.

첫번째 작품은 에스터가 범인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이 돋보였어요. 특히나 1만 2500달러라는 애매한 비용과 30분이라는 시간 공백을 설명하는 게 제법이었거든요.
마지막 작품은 살인사건은 전혀 상관없는 동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는 반전이 인상적이었고요.

결론내리자면 단편의 제왕 에드워드 D. 호크의 명성에 걸맞는 좋은 작품이었어요. 별점은 3.5점입니다.

"오번 가문의 비극" | 매슈 핍스 실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단편 미스터리 시리즈인 "프린스 자레스키" 시리즈!

그러나 별로 건질 게 없었습니다.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인 프린스 자레스키 설정은 너무나 만화 같았고 사건도 설득력이 너무 떨어지거든요. 아버지가 광인이 된 것을 왜 숨겨야 하는지도 불분명하고 사건 현장 윗층에서 과학교실을 열고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말도 안 되는 조작을 하는 것도 와닿지 않았어요. 그냥 본인이 자살하는 것이 더 빠른 해결책이었을 텐데 말이죠.

한마디로 수준 이하의 작품.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한 것은 물론 번역까지 별로라 도저히 점수를 줄 수가 없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불도그 앤드류" | 아서 체니 트레인

터니게이트 - 애플보이 사이의 영토 분쟁에서 불도그 앤드류가 지나가던 터니게이트를 문 뒤 기소되어 법정에 선다는 법정극.

추리소설로 보기에는 좀 무리지만 유머스러운 일상계 법정극으로는 충분히 읽을 만 했습니다. 재판장의 마지막 한마디를 통해 약간의 반전이 있는 것도 인상적이고요.
번역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마크 트웨인이 연상되는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아내의 외출" | 자크 푸트렐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에 수록된 사고기계 시리즈 단편(이 책에 수록된 제목은 "녹색눈의 괴물"이죠). 당대 보기 드문 일상계로 가치 높은 수작입니다.

그러나 별점을 주기 민망할 정도로 번역이 너무 엉망이라서 도저히 읽을 맛이 나지 않네요. "셜록 홈즈의 라이벌들"로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A 분장실의 수수께끼" | 자크 푸트렐

역시나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에 수록된 것과 같은 사고기계 시리즈 단편. 여배우의 증발사건을 다룬 작품인데 장치적으로는 제법 괜찮은 아이디어가 선보입니다.

그러나 트릭의 핵심이 "최면술"이라는 게 문젭니다. 당시 최면술이 마법처럼 받아들여진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물로 생각되는데 지금 읽기에는 너무 설득력이 떨어지니까요. 번역 역시 수준 이하였고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알리바바의 주문" | 도로시 세이어즈

피터 윔지 경 단편. 다른 앤솔러지에서 읽었던 "검은별"과 동일한 스타일의 모험극. 추리적으로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거의 없는 평균 이하의 작품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오필리어 살해" | 오구리 무시타로

"흑사관 살인사건"의 오구리 무시타로가 쓴, 범죄학자이자 탐정 노리미즈 린타로가 등장하는 단편. 셰익스피어 스타일 연극 무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 작품입니다. 무대 장치를 이용한 기계장치 트릭에 더해 심리적 착각을 이용한 트릭이 등장하죠.

현실적이지 못한 트릭,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현학적인 전개와 묘사, 거기에 동기까지 애매하여 전체적인 완성도가 낮습니다. 정통추리물로 보기도 어려웠고요. 별점은 1.5점입니다.

"그의 마음은 찢어졌어" | 크레이그 라이스

"스위트홈 살인사건"의 크레이그 라이스가 쓴 단편. 주인공인 술꾼 찌질이 변호사 말론은 시리즈 캐릭터라고 하네요.

의뢰인인 사형수 폴 파머 자살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내용으로, 폴 파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 "끊어지지 않았어"를 단서로 마지막에 추리쇼까지 펼쳐 보이며 사건을 해결하는 정통파 추리물입니다.

정통파답게 추리적으로는 상당한 수준을 갖추고 있습니다. 초반부 딕슨 의사와의 대화로 병원에서 탈옥한 죄수가 있다는 단서를 전해주는 등 독자에게 공정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도 좋았고요.

메들레인 스타가 그냥 폴 파머와 결혼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었을 텐데 성공 확률이 낮은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은 옥의 티이긴 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23/08/18

샘 호손 박사의 세 번째 불가능 사건집 - 에드워드 D. 호크 / 김예진 : 별점 1.5점

샘 호손 박사의 세 번째 불가능 사건집 - 4점
에드워드 D. 호크 지음, 김예진 옮김/리드비

단편의 제왕 에드워드 D. 호크의 20세기 초반을 배경으로 한 정통 본격 미스터리 단편 시리즈. 1, 2편 반응이 괜찮았었는지 3편까지 출간되었네요.
추리 소설 애호가로서 출간 자체야 반길 일이지만 솔직히 수준은 영 아니었습니다. 상당한 수준의, 아니 걸작들도 포함되어 있었던 첫 번째 사건집에 비해 두 번째 사건집은 다소 처졌었는데, 3권은 아쉽게도 2권보다도 못했어요. 기대했던 불가능 범죄를 해결하는 본격 추리물로서의 가치가 낮은 탓이 가장 큽니다. 트릭부터가 대체로 별볼일 없습니다. 변장, 자작극 트릭이 너무 많더라고요.수십편의 이야기를 쓰다보니 아이디어가 고갈된게 아닌가 싶어요.
이야기 전개도 부실해서 대부분의 작품에서 동기가 헐겁습니다. 불륜과 질투가 너무 많아요. 고작 이 정도로 이렇게까지 범죄를 저지르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동기가 설득력이 떨어지니 불가능 범죄'를 일으킬 타당성도 결여되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대부분 수록작들이 평균 이하 수준으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이 시리즈도 이젠 더 읽을 일이 없겠습니다.

수록작별 간단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묘지 소풍의 수수께끼>>
혼자 걸어가던 여자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다리에서 떨어진 뒤 사망한 사건이 등장하는데, 결론은 변장 트릭이었습니다. 피해자로 변장한 여자가 피해자인 척 물에 뛰어들은게 전부에요.
트릭도 변변찮지만, 이후 전개 과정도 문제입니다. 우선 증거가 너무 빈약합니다. 옷을 갈아입는 여자를 보았다는 (변장 때문에) 술주정뱅이 묘지 관리인의 증언으로 유죄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을거에요. 샘 호손이 직접 피해자 - 로 변장한 일당 - 가 샌드위치를 먹는걸 보았지만 피해자는 위장이 비어 있었다는 것도 증거로는 약합니다. 물에 빠진 뒤 토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 단편집의 단점을 모조리 갖추고 있는 졸작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유아 보호실의 수수께끼>>
밀실이었던 극장 내 유아 보호실에서 시장이 총에 맞은 사건인데, 트릭은 흔해빠진 자작극이라 특별한게 없을 뿐더러 동기가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시장이 밀주 유통을 한다는걸 들켜서 협박범을 살해했다는건 말이 됩니다. 그렇지만 자기 자신이 총에 맞는 불가능 범죄로 자작극을 벌이는 이유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이런 자작극을 벌인다고 협박범을 죽인 사건이 미해결이 될 리가 없습니다. 애초에 죽은 사람이 시장을 쐈을리 없으니까요. 보안관의 수사만 시작될 뿐이지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치명적인 불꽃놀이의 수수께끼>>
독립기념일, 폭죽놀이를 즐기려던 정비소 형제가 불을 붙인건 다이너마이트였다. 형은 즉사하고 동생은 화상을 입었다. 밀봉된 포장에서 꺼낸 폭죽을 어떻게 다이너마이트로 바꿔칠 수 있었을까?

범인은 동생이었습니다. 포장에서 폭죽을 꺼낸건 동생밖에 없으니, 형이 자살할 생각이 아니었다면 범인은 너무 뻔하지요. 마침 동생이 불을 붙이는데 계속 실패했다는 설명까지 있으니까요. 그래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렌즈 보안관의 추리는 더 어이가 없었습니다. 정부 요원으로 가방한 밀주업자가 폭죽을 검사하는 척 하면서 바꿔치기 했다는데, 동일한 포장의 폭죽 상자를 미리 준비한다는건 말이 안되잖아요? 보안관으로는 너무 수준 미달의 인물이 아닌가 싶네요. 
여러모로 평균 이하 수준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미완성 그림의 수수께끼>>
밀실인 아틀리에에서 테스 웨인라이트가 살해되었다. 가정부 밥콕 부인은 그녀가 라디오를 켜고, 전화를 받았다는고 말했는데.....

문을 닫고 마지막에 나온건 남편이고, 가정부가 들은건 오로지 '소리' 뿐이니 범인이 누구인지는 자명합니다. 라디오를 밖에서 켜고, 전화벨이 한 번 울리고 끊기게 만든 것도 별로 어려운 트릭으로 보이지 않았고요. 전화는 건 사람이 바로 끊으면 되잖아요? 읽으면서 라디오를 켠 건 발명왕이라는 마을 주민 대령의 발명품 덕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보다도 간단한 트릭 - 창고에서 퓨즈를 연결 - 을 사용했더군요.

그래도 테스가 전화를 받았다면 라디오를 끄지 않았을리 없다 - 나중에 밥콕 부인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시끄러워서 라디오를 끈것처럼 - 는 디테일 만큼은 좋았고, 샘 호손이 환자들에게 집중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는 등 전작들보다 눈여겨 볼 부분은 조금 있기는 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밀봉된 병의 수수께끼>>
금주법이 폐지되는 달 축배를 들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크레슨 시장이 독을 마시고 죽었다. 배달된 한 상자의 셰리주 중 시장이 딴 한 병에만 청산가리가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술을 배달했던 주류업자 얀시도 총에 맞아 살해되는데......

금주법 폐지되는 시점을 배경으로 하여, 마을 사람들이 공식적으로 술을 마시기 위해 모인다는 묘사는 재미있었습니다. 충분히 그럴 만 하지요.
술 상자를 진작에 배달받았지만, 사건 당일 배달된 것 처럼 연극을 벌였다는 트릭도 수긍할만 했습니다. '파티'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라는건 시대 배경을 감안하면 충분히 설득력있었어요. 샘 호손도 죽이려 했던 마지막 장면은 인상적이었고요.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황당한 수준입니다. 시장 등 별장에서 시간을 보낸 멤버들이 마약중독자들이었다는 설정, 마약에 중독돠어 자살한 남편의 복수였다는 동기 모두가 어이를 상실케했거든요.
사람이 하품을 한 정도로 마약에 중독되었다고 추리한 샘 호손의 추리도 어거지였고, 밀봉된 병에 주사기로 독을 넣었다는 트릭도 별로였어요. 시장이 무슨 병을 잡을지 알고 있어서 독을 한 병에만 넣을 수 있었다는 것 역시 억지스러웠습니다.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았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

<<사라진 곡예사의 수수께끼>>
서커스단에서 공중 곡예 중이던 곡예사 한 명이 그물로 떨어지는 곡예를 한 뒤, 다시 기어올라갔지만 사라져버렸다. 그 뒤 서커스단 천막이 설치된 목장 주의 집에서 살해된채로 발견되는데....

곡예사가 사라진건 마캐팅으로, 분홍색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서 올라가는 사람을 착각하게 만들었다는 트릭은 그럴싸했지만, 곡예사가 올라가기 전에 광대 무리가 몰려들었던걸 - 그래서 사라진 곡예사가 광대로 변장하고 빠져나갔다는걸 - 설명하지 않아서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질투로 보이는 살해동기도 대충 얼버무리고 있고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담뱃잎 건조실의 수수께끼>>
제닝스 담배 회사 사장 재스퍼 제닝스의 아내 세라가 일꾼 로이 핸슨과 불륜관계라는 괴편지가 도착했다. 그리고 재스퍼는 담배 건조실에서 날카로운 칼에 목이 베어 살해당했다. 주변에 있었던 두 명 - 프레스콧과 핸슨 - 은 모두 범행을 부인했고, 둘에게서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누가, 어떻게 제스퍼를 살해했을까?

읽으면서 <<마스터 키튼>>에 나왔던, 주변 사물을 흉기로 쓰는 킬러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담뱃잎을 흉기로 쓴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런데 읽어보니, 흉기인 면도칼을 풍선에 실어서 건조실의 천장에 숨겼다는 장치 트릭이 사용되었던데, <<마스터 키튼>>이 더 괜찮지 않았나 싶습니다. 트릭이 애들 장난같았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조사에 나서면 금방 드러날 트릭이기도 하고요.
어차피 범인은 함께 있었던 두 명 중 한 명인데, 가장 유력한 용의자 핸슨이 왜 이 때 범행을 저질렀는지도 잘 설명하지 못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눈에 갇힌 오두막의 수수께끼>>
새 차를 타고 에이프릴과 메인주로 드라이브 여행을 떠난 샘 호손은 하이킹 도중 오두막에 혼자 살고 있던 쇼터의 시체를 발견했다. 쇼터는 어떤 발자국도 없는 눈밭으로 둘러싸인 집 안에서 칼에 찔려 죽은 상태였다.

밀실 살인 사건인데 전화 설치 기사로 변장한 범인이 철제 케이블을 설치한 뒤, 케이블을 타고 집 안으로 이동했다는 트릭이 사용되었습니다. 솔직히 어이가 없었어요. 행글라이더를 타고 날아들어왔다 수준입니다. 흉기를 두고가는걸 잊어서 자살로 위장하는데 실패했다는 상황도 황당했고요. 무슨 장난같은 느낌이에요. <<존 딕슨 카를 읽은 사나이>>도 아니고.... 중간에 앙드레가 범인일거라며 샘 호손이 펼치는 추리도 말이 안되는건 마찬가지고요.

에이프릴이 휴양소 주인 앙드레와 결혼한다는 결말은 뜻밖이었고, 채광창에 햇빛이 들어온걸 단서로 - 눈이 쌓여있지 않았을 리 없다 - 그곳으로 범인이 들어왔을 것이라 여겨 추리를 시작하는건 좋았지만 그 외에는 점수를 줄 부분이 없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천둥 방의 수수께끼>>
결혼한 에이프릴의 후임으로 고용된 간호사 메이는 이상할 정도로 천둥을 무서워했다. 어린 시절 천둥방(뉴잉글랜드의 오래된 가옥에 있는, 폭풍이 칠 때 가족이 대피하는 방)에 숨었던 기억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폭풍이 찾아온 날, 행크 포스터가 살해당했는데, 그 아내는 범인이 메이라고 주장했다. 마침 메이는 폭풍이 칠 때진료실 안에서 혼자 쉬고 있었다. 샘 호손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건 단지 15분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행크스라는 아내 브루나의 주장은 너무나 확고했고, 알고보니 메이의 부모님도 천둥방에서 행크처럼 망치에 맞아 죽었다고 했다...


범인은 메이의 쌍둥이 남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풀어가는 전개가 말장난에 가깝습니다. 샘 호손은 메이에게 여동생이 있는지 물어보는데, 다들 없다고 하거든요. '남동생'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동생이 정신이상이라 살인을 저질렀다는 동기도 영 별로였고요. 별점은 1점입니다.

<<검은 로드스터의 수수께끼>>
노스몬트 은행에 강도들이 나타났다. 재빠른 대처로 강도들은 노스몬트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그들은 어디로 사라진걸까?

샘 호손은 처음에 중고차 판매원 행크가 범인이라고 추리했습니다. 하지만 은행원들이 작당했던 자작극이었다는게 진상이에요. 은행원들이 감금되었던 방이 뒷 골목과 통해있었던게 핵심이고요.

다른 수록작들보다는 비교적 추리적으로 괜찮고, 동기도 합리이었습니다 (상대적입니다). 샘 호손이 한 번 실패한다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은행강도 사건을 꾸며낸다는게 비현실적이라는 단점은 있지만 이 정도면 그럭저럭 평작은 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메리가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노스몬트에 남아 샘 호손의 간호사가 된다는건, 그녀가 앞으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걸로 보이는데 두고 봐야겠네요.

<<두 출생 모반의 수수께끼>>
병원에 식붕독을 일으킨 스트리터가 입원했다. 샘은 메리와 함께 식중독의 원인을 찾고자 매그놀리아 식당을 방문했다가 누군가 망치로 복화술사 인형을 망가트린 현장을 보았다. 마침 그날, 병원에서는 누군가 스트리터를 살해하려 했고, 다음날에는 상근 간호사 중 한 명인 애나가 잠긴 수술실에서 살해당한채로 발견되었다. 수술실 열쇠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는 의사 엔들와이즈만 갖고 있었다.

스트리터가 벌인 자작극이라는건데, 자작극 트릭은 수록작에서 너무 많이 나와서 식상했어요. 시체 은닉은 보안관도 어려운 일이라 말할 정도로 비현실적 - 이동거리가 너무 멀다 - 인데다가 양 쪽으로 열리는 미닫이 문 잠금 장치에 대란 트릭은 글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정하게 정보가 제공되지 못합니다. 알고보니 애나와 스트리터는 이부형제였고 큰 땅을 상속받을 예정이었다는 동기도 억지로 가져다 붙인 느낌이고요. 무엇보다도 불가능한 상황을 억지로 만든 이유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빈사의 환자 수수께끼>>
샘 호손이 처방한 디기탈리스를 먹은 노부인이 사망했다. 샘이 실수를 했거나, 노부인을 안락사시켰을거라 생각한 의료협회는 의료 면허 박탈까지 1주일의 기한을 주었다.
샘 호손이 보는 앞에서 노부인은 어떻게 시안화합물을 먹였을까? 그리고 곧 죽을 사람이었는데 누가, 왜?


사탕이라는 증거가 비교적 초반에 제시된다는 점에서는 공정했지만, 그 외에는 딱히 언급할 부분이 없네요. 노부인이 유언장을 바꾸려고 해서 두려워했던 조카딸의 범행이라는 것도 진부했고요. 마을에서는 추리하는 의사로 유명한 샘 호손을 불러서 독살 과정을 지켜보게 만든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농가 요새의 수수께끼>>
농장을 요새처럼 꾸민 루디 프랑크푸르트가 살해된채 발견되었다. 잠긴 정문, 2미터 높이의 전류 울타리, 파수견, 게다가 집은 모든 문과 창문이 다 잠겨 있었다.

베를린 올림픽에 높이뛰기 선수로 출전을 준비하는 빌 크롤리가 범인이 아닐까? 는 추리로 전개되다가, 배달부 폴이 진범이라는게 밝혀지는 구성입니다. 추리적으로 잘 짜여져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일종의 순간이동 트릭이 꽤 합리적으로 사용된 덕분입니다. 폴은 루디를 죽이고 트럭에 실어 놓았었습니다. 그리고 샘 호손과 방문했을 때 집 안애 시체를 유기했던 것이지요. 루디가 배달을 지시한 물건들이 이미 집 안에 있었고, 개들이 폴의 트럭에서 짖어대었다는 등 단서 제공도 공정한 편입니다.

그러나 동기는 영 와닿지 못합니다. 질투 때문에 빌을 함정에 빠트리려고 무고한 사람을 살해한다? 지나치게 억지스럽습니다. 가문의 원수 정도는 되어야 저지를만한 범행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목적에 맞는 범행으로 보이지도 않아요. 그냥 묘한 불가능 범죄로 보일 뿐이니까요. 빌이 함정에 빠질 이유도 없습니다. 이 정도 트릭을 고안해 낼 정도로 머리가 비상했다면, 더 직접적으로 빌에게 죄를 물을만한 상황 - 최소한 빌의 운동화같은 증거라도 현장에 두는 등 - 을 꾸며냈어야 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저주받은 티피의 수수께끼>>
1880년대부터 1890년대까지 카우보이 일을 했다는 벤 스노가 샘 호손을 찾아와 오래전 수 종족과 만났을 때 있었던 불가능 범죄를 이야기해 주었다.
일족의 추장이 머무는 티피에 저주가 걸려서 추장의 아내, 아들, 손자, 그리고 벤 스노가 보는 앞에서 또 다른 아들 흐르는 구름마저 죽고 말았다는 사건이었다.


진상은 티피에 사용되었던 협죽도 기둥 탓에 사람들이 죽었다는 겁니다. 흐르는 구름은 아내의 복수로 독살당했고요.
스쳐 지나가는 말로 '협죽도'라는 단어를 꺼낸다던가, 흐르는 구름의 아들에 대한 설명 등 주로 '말'로 단서가 제공되는데, 그렇게 정교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는 없었습니다. 늙은 추장 달리는 말이 죽지 않은건 단지 튼튼했다는 설명도 별로였고요. 별점은 1.5점입니다.

<<파란 자전거의 수수께끼>>
차도 트럭도 아무것도 안 지나간 길에서, 앞질러 가서 모퉁이를 돌은 앤젤라가 사라져버렸다. 현장에는 그녀가 타던 자전거만 남아있었다.

앤젤라가 숨을 수 있었던 옥수수밭의 존재를 초반에 잘 설명하지 않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남자친구 필 브륵스와 도피하려고 했다는 동기도 영 아니었고요. 그냥 도망가는 것과, 이런 실종 사건을 떠들썩하게 일으키는건 별 차이가 없습니다. 어차피 경찰이 나서서 찾게 될 테니까요. 공들여 연극을 벌일 이유는 없어요. 차라리 조금이라도 멀리 도망가는게 나았을 겁니다.
필 브룩스의 말 실수가 단서가 되는 전개도 식상했으며, 브룩스가 앤젤라의 친구 주디마저 살해한 이유도 설명하지 못합니다. 친구라면 잘 설득해서 숨어있게 해 달라고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지요. 작 중 렌즈 보안관도 브룩스가 주디를 살해했다는걸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설득력없는 범행이었어요.
마지막 이야기라는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의 졸작이었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2009/06/15

에드워드 D. 호크의 밀실 추리소설 베스트 15

 에드워드 호크가 편저한 1981년 판 'All but impossible! an anthology of locked room and impossible crime' 의 서문으로 영미권 추리소설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저는 한 절반정도 읽은 것 같군요.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도 5권이나 되니 절반정도도 꽤 많이 읽은것 같기도 한데....

<2013.06.24 수정 /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 링크 추가>
<2013.07.18 수정 / '어두운 거울 속에' 링크 추가>
<2022.07.10 수정 / '킹은 죽었다' 링크 추가>

1. J. D. Carr: The three coffins 세 개의 관
2. Hake Talbot: Rim of the pit
3. G. Leroux: Le mystère de la chambre jaune 노란 방의 비밀
4. J. D. Carr: The crooked hinge 구부러진 경첩
5. C. Dickson: The Judas window 유다의 창
6. I. Zangwill: The big Bow mystery 빅 보우 미스터리
7. C. Rawson: Death from a top hat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
8. E. Queen: The Chinese orange mystery 중국 오렌지의 비밀
9. H. H. Holmes: Nine times nine
10. C. Dickson: The peacock feather murders 공작 깃털 살인사건
11. E. Queen: The king is dead 킹은 죽었다.
12. H. McCloy: Through a glass 어두운 거울 속에
13. C. Dickson: He wouldn't kill Patience
14. R. Garrett: Too many magicians 마술사가 너무 많다.
15. J. Sladek: Invisible green 녹색은 위험

2023/06/08

걸작 밀실 미스터리 : 불가능 범죄 베스트 10


짧게 번역해 보았습니다. 오역이 많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영국의 추리 소설가 톰 미드(국내에 소개된 적은 없네요)가 밀실 미스터리의 장대한 역사와 밝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먼저 "밀실 미스터리"라는 용어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요? 밀실 미스터리를 다른 장르와 차별화하는 요소는 '불가능'이라는 요소입니다. 사실 저는 이 용어를 '불가능한 범죄'와 동의어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범죄(보통 살인)가 저질러지는 이야기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종종 초자연적인 사건과 불길한 분위기로 으스스하고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러나 (그리고 이것이 중요한 부분입니다.) 결국 모든 것이 기발한 추리와 합리적인 설명에 의해 눈부신 스타일로 풀리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장르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요?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 거리의 살인>>은 최초의 밀실 미스터리로 꼽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미스터리라기보다는 공포, 호러 소설에 가깝고 실제로 탐정이 거의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이후 몇 년 동안 장르의 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초기 작품으로는 윌키 콜린스의 단편 소설 <<무시무시하고 이상한 침대>>가 있습니다 (물론 콜린스는 최초의 제대로 된 '탐정 소설'인 <<월장석>>을 쓴 작가로 인정받고 있기도 합니다). 아서 코난 도일의 <<얼룩 띠>>도 마찬가지입니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밀실 미스터리는 본격적으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 장윌의 <<빅 보우 미스터리>>와 가스통 르루의 <<노란 방의 비밀>>은 상승 궤도에 있던 장르의 초기 하이라이트를 장식했습니다.

탐정 소설의 황금기에는 밀실 미스터리의 인기가 붐을 이루었습니다. 밀실 미스터리는 퍼즐이 핵심인 '공정한 페어플레이 미스터리'에서 특히 도전적인 하위 장르이기도 합니다. 아가사 크리스티, 도로시 L. 세이어스, 엘러리 퀸과 같은 위대한 작가들은 독자가 가상의 범죄를 스스로 해결하는 데 필요한 모든 단서를 제공함으로써, 독자와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을 중요시했는데 이는 밀실 미스터리의 주요 요소이자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장르의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존 딕슨 카가 문학계에 충격을 주며 등장한건 1930년대 초, 황금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였습니다. 카는 최고의 밀실 미스터리의 대가이자 저에게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입니다. 그는 30년대와 40년대에 걸쳐 걸작을 연이어 썼으며, 그의 경력은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문제를 놀라운 감각으로 풀어내는는 능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30년대와 40년대 대부분을 영국에서 살았습니다. 따라서 그는 영국 범죄소설 커뮤니티에서 환영을 받았으며, 권위 있는 영국 탐정 협회에 입회한 단 두 명의 미국인 중 한 명이기도 했습니다.

밀실 미스터리는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인기가 하락했지만 (이후 수십 년 동안에도 여전히 훌륭한 작품이 많이 출판되었지만), 다시 운이 트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Jonathan Creek, Monk, Death in Paradise와 같은 TV 쇼는 새로운 세대에게 불가능한 문제의 즐거움을 소개했습니다. 다니엘 스태샤워와 빌 프론지니 같은 작가들이 기억에 남는 상상력 넘치는 작품을 계속 발표하면서 책으로도 계속 인기를 얻고 있고요. 하지만 이 장르를 처음 접한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시작을 돕기 위해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밀실 미스터리 10편의 목록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 목록은 지난 세기 동안 정말 눈부신 작품을 만들어낸 장르의 최고를 대표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작가당 한 권의 소설만 선정하였고 (그 자체로 거의 불가능한 작업이었죠), 매일 새로운 작품을 발견하여 빠르게 늘어나는 책장에 추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긴장감을 위해 역순으로 제 상위 10권을 소개합니다:

WHISTLE UP THE DEVIL : 데릭 스미스 (1953) (국내미출간)
데릭 스미스에게 특별한 친밀감을 느끼는 이유는, 그도 저처럼 자신이 존경하는 거장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밀실 미스터리를 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1953년에 처음 출간된 WHISTLE UP THE DEVIL은 두 건의 불가능한 살인 사건으로 이 장르에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모든 것은 비 오는 어느 날 밤, 로저 퀘린이라는 남자가 살해되면서 시작되지요.
슬프게도 이 소설은 스미스의 생애에서 출판 된 유일한 소설이었습니다. 스미스가 워싱턴 포스트에서 걸작으로 칭송받은 WHISTLE UP THE DEVIL로 찬사를 받기 시작한지는 고작 10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BLOODHOUNDS : 피터 러브시 (1996)
피터 러브시는 고전적인 스타일의 퍼즐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작가로, 그의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는 고전 본격물의 공정함과 경찰 수사를 완벽하게 조화시켰습니다. BLOODHOUNDS는 미스터리 소설 애호가 그룹이 실제 밀실 미스터리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다룬 대표적인 소설입니다. 따라서 존 딕슨 카의 이름이 자주 언급됩니다. 잠겨 있고 뚫을 수 없는 운하 바지선에서의 살인 사건이라는 매우 특이한 문제도 등장합니다. 이 장르가 처음이고, 잘 알지 못한다면 이 작품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INVISIBLE GREEN : 존 슬래덱 (1977)
존 슬래덱은 공상 과학 소설계에서 중요한 인물이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뛰어난 불가능한 범죄 소설인 Black Aura와 INVISIBLE GREEN은 오랫동안 외면당해 왔어요. 특히 INVISIBLE GREEN은 작가의 다재다능한 상상력, 생동감 넘치는 묘사, 예리한 논리를 보여줍니다. 고전 본격물의 황금기가 끝난 지 한참 지난 1970년대에 출간되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작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추어 탐정 태커이 핀은 에드먼드 크리스핀의 저비스 펜과 같은 수준의 황금기 밀실을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슬래덱이 공상 과학 소설을 위해 그를 버리기 전까지 핀은 단 두 편의 소설과 단편 소설에만 등장했을 뿐인데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가 또 무엇을 성취할 수 있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NINE TIMES NINE : H.H. 홈즈 (앤서니 부셰) (1940)
앤서니 부셰는 미스터리 장르의 진정한 학자였으며, 실제로는 미스터리를 거의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Bouchercon' 덕분에 그의 명성은 계속 높아져 갔습니다. 하지만 그가 쓴 몇 편의 미스터리는 놀라울 정도로 훌륭합니다. NINE TIMES NINE에는 빛의 아이들이라는 사악한 종교가 등장합니다. 이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 빛의 아이들을 이끄는, 수수께끼 같은 두건을 쓴 지도자에게 저주를 받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매우 모호한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노란 가운을 입은 의문의 남자가 범죄 현장에서 목격된 후 사라지고요. 우르술라 수녀는 이 복잡한 사건의 여러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입니다.

MR. SPLITFOOT : 헬렌 맥클로이 (1969)
밀실 미스터리에 관한 한, 헬렌 맥클로이의 <<어두운 거울 속에>>는 비평적 논의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며, 당연히 그럴 만합니다. 심리학자 바질 윌링 박사가 등장하는 이 시리즈는 도플갱어의 출현이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를 다룬 멋진 작품입니다. 매우 불길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와 잊혀지지 않는 결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여기에 포함하기로 한 맥클로이 작품은 바질 윌링 시리즈의 후기 작품입니다. 말 그대로 밀실 미스터리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어두운 거울 속에>>와 마찬가지로 MR. SPLITFOOT 역시 특유의 분위기를 놓치지도 않고요. 예를 들어, 제목은 다름 아닌 사탄에 대한 언급입니다. 
이 소설은 밤을 보낸 사람은 아침에 시체로 발견된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유령의 방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모두의 예상대로, 전설을 시험해 보려는 자원자가 곧바로 등장합니다....

<<혼진 살인사건>> : 요코미조 세이시 (1946)
요코미조 세이시는 일본에서 셜록 홈즈에 버금가는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를 만들어낸 전설적인 작가입니다. 혼진 살인 사건은 킨다이치가 요코미조의 소설에 출연한 77편의 작품 중 첫 번째 작품으로, 결혼식 날 밤 잔인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된 한 쌍의 신혼 부부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입니다.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 : 클레이튼 로슨 (1938)
마술과 문학을 결합하는걸 전문으로 하는 작가의 놀라운 데뷔작입니다. 그는 마술사이자 존 딕슨 카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카처럼 클레이튼 로슨도 해리 후디니와 같은 과거의 전설적인 마술사들을 존경했습니다. 로슨의 탐정인 위대한 멀리니에는 분명히 후디니의 요소가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멀리니 이야기는 가장 순수한 '미스디렉션'을 보여줍니다.

THE CRIMSON FOG : 폴 할터 (1988)
폴 할터는 종종 존 딕슨 카의 후계자로 설명되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는 독특한 문제를 제시할 뿐만 아니라 긴장감과 불안감을 조성하는 데에도 탁월한 재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모든 소설을 강력히 추천하지만, 마술 쇼 중 무대에서 벌어지는 불가능한 살인을 다룬 THE CRIMSON FOG는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이상적인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담하니까요! 또 잭 더 리퍼가 직접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합니다.

RIM OF THE PIT : 해크 탤벗 (1944)
서프라이즈! 또 다른 마술사, 해크 탤벗은 프로 마술사 헤닝 넬름스가 두 편의 환상적인 밀실 미스터리인 The Hangman’s Handyman과 RIM OF THE PIT을 출간할 때 사용한 가명이었습니다. 두 작품 모두 모험가이자 탐정인 로건 킨케이드가 등장하며,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을 풍부하게 선보입니다. 
RIM OF THE PIT에서는 초현실적이고 악마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눈 덮인 시골을 배회하는 섬뜩한 유령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물론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제벨의 죽음>> :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1948)
크리스티아나 브랜드는 정말 뛰어난 미스터리 작가였습니다. 더 많은 작품을 쓰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야전 병원으로 사용되었던 영국의 시골집을 배경으로 한 그녀의 책 <<녹색은 위험>>은 그녀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읽힌 작품입니다. 정말 위대한 황금기 미스터리지요. 
하지만 밀실 미스터리와 불가능한 범죄로는 <<제제벨의 죽음>>이 최고입니다. 시리즈 탐정 코크릴 경감이 등장하는 이 작품은 특히나 독특하고 수수께끼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노쇠하고 악연이 깊은 여배우가 무대에서 살해당한 미스터리한 상황을 말이지요. 퍼즐에 대한 해답은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작품입니다!

<<세 개의 관>> : 존 딕슨 카 (1935)
각 작가가 하나의 작품만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가 있습니다. 존 딕슨 카는 "걸작"이라는 범주에 속하는 책을 너무 많이 썼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그의 작품을 낭송하는 것만으로도 목록을 쉽게 채울 수 있지요. <<세 개의 관>>은 아마도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일 것이며, 무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소설입니다. 처음 읽은 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네요. 기디온 펠 박사가 눈이 내리는 런던의 거리에서 보이지 않는 살인범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입니다.
아울러,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기디온 펠 미스터리를 썼지만 카터 딕슨이라는 필명으로 다른 시리즈도 썼는데, 이 시리즈에는 친구들에게 H.M.으로 알려진, 거구의 탐정 헨리 메리벨 경이 등장합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찾아볼 가치가 있습니다. 기디온 펠 이야기와 H.M. 작품들 중 일부는 불가능에 대한 힌트가 없는 단순한 후더닛이지만, 모두 눈부실 만큼 훌륭합니다! 존 딕슨 카와 그의 놀라운 작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면 더글러스 그린의 전기 he Man Who Explained Miracles를 강력 추천합니다.

밀실 단편 소설
밀실 미스터리는 장편 소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엘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과 같은 출판물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작품을 계속해서 출판하고 기념하는 등 밀실 미스터리는 단편 소설 형식으로도 활발히 발표되고 있습니다. 저도 여러 편의 밀실 미스터리 단편 소설을 직접 썼기 때문에 (“The Indian Rope Trick”. “The Footless Phantom”은 모두 EQMM에 실렸어요),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를 몇 페이지 안에 공정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에드워드 D. 호크와 같은 작가를 깊이 존경합니다. 특별한 순서는 없지만, 여기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늙은 떡갈나무의 수수께끼>> 에드워드 D. 호크 (1978)
제가 단편 작품 섹션을 포함시킨 주된 이유는 호크 때문입니다. 그는 카에 필적할 만한 상상력을 가졌지만, 거의 전적으로 단편 소설을 전문으로 하여 평생 동안 1,000편에 가까운 작품을 썼습니다. 그의 작품 중 단 한 편을 꼽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아마도 그의 가장 유명한 시리즈는 작은 마을의 의사가 탐정으로 변신한 샘 호손이 등장하는 시리즈일 것입니다. 호손의 모든 이야기 중에서도 <<늙은 떡갈나무의 수수께끼>>는 독창성과 문학적 성취로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꿈>> 아가사 크리스티 (1937)
황금기 미스터리 관련 글에서 아가사 크리스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녀는 밀실 추리 소설을 많이 쓰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포와로 시리즈 작품인 <<에르큘 포와로의 크리스마스>>와 <<메소포타미아의 살인>>에는 교묘하게 고안된, 불가능 문제들이 등장합니다. 그녀의 대표작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밀실 미스터리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한 논쟁도 있고요. 저는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걸작인건 분명합니다. 이 작품 대신 벨기에의 작은 회색 뇌세포가 꿈에서 예언된 밀실 살인 사건에 휘말리는 단편 소설 <<꿈>>을 선택했습니다.

<<붉은 밀실>> 아유카와 테츠야 (1954)
일본에서 밀실 미스터리와 본격 미스터리의 신조를 확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그리고 끔찍한) 이야기입니다.

<<녹색 문은 위험>> 노리즈키 린타로 (1991)
완벽한 퍼즐 미스터리이자 신본격 장르의 주옥같은 작품.

<<The Name on the Window>> : 에드먼드 크리스핀 (1953)
크리스핀은 뛰어난 재치를 지닌 작가이자 저처럼 카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그의 시리즈 탐정인 저비스 펜과 이 깔끔한 밀실 문제를 통해, 크리스핀은 자신이 거장의 제자임을 증명했습니다.

<<The House in Goblin Wood>> : 카터 딕슨(존 딕슨 카) (1947)
헨리 메리 베일 경은 이 진정으로 감각적인 작품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실종에 맞서 그의 재치를 발휘합니다.

<<The Border-Line Case>> : 마저리 앨링엄 (1936)
앨링엄은 크리스티와 마찬가지로 밀실이나 불가능한 범죄 이야기를 전문으로 하지 않은 또 다른 '범죄의 여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The Border-Line Case은 이 장르의 훌륭하고 완벽하게 구성된 예입니다.

<<From Another World>> : 클레이튼 로슨 (1948)
강령회가 예상치 못한 기괴한 결과를 낳는 단편 걸작.

<<13호 독방의 문제>> : 자크 푸트렐 (1905)
장르의 초석을 다진 작품. 반드시 읽어야만 합니다.

<<개의 신탁>> : G.K. 체스터턴 (1926)
체스터턴의 브라운 신부는 홈즈, 포와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대한 탐정입니다. 체스터턴 자신이 존 딕슨 카의 기드온 펠의 모델이었다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죠!

<<The X Street Murders>> : 조셉 커밍스 (1957)
조셉 커밍스는 슬프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작가로, 시리즈 캐릭터 브룩스 U. 배너 상원의원은 헨리 메리베일 경의 후계자라 할 수 있습니다.

<<The House of Haunts>> 엘러리 퀸 (1935)
엘러리 퀸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미스터리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사실 그는 두 명입니다. 사촌 프레드릭 다네이와 맨프레드 리가 만든 가명이었죠). 안타깝게도 두 사람은 밀실 미스터리를 많이 쓰지 않았지만, 그들이 쓴 밀실 미스터리는 모두 읽을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차이나 오렌지의 비밀>>과 <<the Door between>>모두 밀실 문제를 다룬 훌륭한 소설이지만, 두 작품 모두 불가능성이 다른 더 눈부시고 기발한 플롯 요소에 가려져 목록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하우더닛보다는 후더닛으로 읽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존 딕슨 카를 읽은 남자>> 윌리엄 브리튼 (1966)
이 책도 꼭 포함시켜야 했어요.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죠! 마지막에 유쾌한 반전이 있는 멋진 블랙 코미디 작품입니다.

밀실 미스터리의 미래
그렇다면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요? 다행히도 밀실 미스터리 장르가 다시금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대 작가들의 새로운 작품이 매일 출간되고 있고, 이 장르에서 부당하게 외면받았던 고전이 재발간되는 것을 보면 정말 기쁩니다. 최근 신작으로는 Gigi Pandian의 Under Lock과 Skeleton Key, 짐 노이의 <<붉은 죽음 살인 사건>> (에드거 앨런 포의 "붉은 죽음의 가면"을 매혹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제임스 스콧 번사이드의 <<배링턴 힐스 뱀파이어 사건>> 등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한 마틴 에드워즈의 뛰어난 레이첼 새버네이크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블랙스톤 펠>>은 밀실 요소가 특징인 것으로 알고 있고, 로버트 소로굿의 아늑한 미스터리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말로우에 죽음이 찾아왔다>>도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도 밀실 미스터리와 불가능한 범죄가 계속 번성하기를 바랍니다.

2010/09/20

붉은 오른손 - 조엘 타운슬리 로저스 / 정태원 : 별점 3점

붉은 오른손 - 6점
조엘 타운슬리 로저스 지음, 정태원 옮김/해문출판사
- 이하 리뷰에는 스포일러 있습니다! -

국내 최고의 미스터리 커뮤니티 하우미에서 주도하는 독서클럽 "고등고등열매"에서, "허무에의 제물"에 이어 두 번째로 읽어야 할 작품으로 선정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평도 좋았지만, 에드워드 D. 호크의 멋진 서문, "만일 당신이 지금 조엘 타운슬리 로저스의 '붉은 오른손'을 처음 접하는 것이라면 나는 지금부터 당신이 겪을 경험에 질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라는 문장 때문에 기대가 무척 컸습니다.

그런데 실제 작품은 기대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정통파 고전 퍼즐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는데, 반전 스릴러적인 성향이 더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먼저, 스릴러적인 성향은 화자인 해리 리들의 수기 형식으로 진행되는 작품 구조에서 비롯됩니다. 해리 리들이 처한 위기 상황에 독자가 쉽게 감정이입하게 만들어 서스펜스와 스릴러적 분위기를 강화하는 데 한몫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나중에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와 진상이 상당히 놀라와서, 작품을 반전 스릴러로 평가해도 무방하도록 해 줍니다. 메모 하나하나, 대화 하나하나가 모두 의미를 담고 있을 정도로 결말을 위한 복선도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고요.

그러나 정통파 고전 퍼즐 미스터리로 보기에는 범행이 지나치게 우발적이며 우연에 의지하는 요소가 많다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우선, 마을에서의 폭주 장면 자체가 다소 무리한 설정이었습니다. 경찰이 존재하는 작은 마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설득력이 떨어졌고, 이후 세인트에이메의 시체가 발견되었지만, 그 시체가 사실은 다른 사람(두 손가락 피트)이라는 것을 마을 사람들이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는 점도 비현실적이었습니다. 또한, '두 손가락 피트'의 눈 색깔이 우연히 검은색이었다는 설정도 개연성이 부족했고, 범인이 해리 리들 앞에서 우니스테어를 살해했는데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시체가 한 구 더 필요했다는 것도 쉽게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해리 리들이 사실은 범인이 아닐까 하는 방향으로 독자를 유도하는 방식도 작위적입니다. 한두 번 정도 암시하는 수준이었다면 효과적이었겠지만, 반복되다 보니 오히려 반전의 긴장감이 떨어졌습니다.

전개와 묘사 전반에서 낡은 느낌이 드는 것도 감점 요소입니다. 시대적 한계를 감안해야겠지만, 오늘날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다소 구식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분명 시작부터 마지막 반전과 진상까지 잘 짜인 작품이며, 적당한 긴장감과 스릴을 느끼기에는 충분합니다. 하지만 '퍼즐 미스터리'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여러 존경할 만한 작가들과 평론가, 애호가 선배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은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정도의 작품인지 확신하기 어려웠습니다. 제 내공이 부족한 탓일 수도 있겠지만요.

그래도 해문 출판사와 정태원 씨가 고전 추리 소설을 발굴해 준 노력에는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단, 최근 본 책들 중에서도 돋보일 정도로 디자인이 후진데 다음에는 책의 디자인도 신경을 좀 써 준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2005/08/06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1 - 제프리 디버 엮음 / 홍현숙 : 별점 2점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1 엘러리 퀸 외 지음, 제프리 디버 엮음, 홍현숙 옮김/황금가지

여름 맞이 특별 구입한 책 중 첫번째로 읽은 책입니다. 제프리 디버가 직접 선정한 앤솔로지로 총 3권 시리즈 출간 예정이라고 하는군요.

실린 작품은 연대와 장르, 작가별로 꽤 공정한 편이라 마음에 듭니다. 작가도 유명한 작가는 엘러리 퀸 한명 뿐으로 나머지 작가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거나 많은 작품이 번역된 작가들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수록 작품들 모두 국내 초역된 작품이라는 것도 좋았고요. 개인적인 베스트는 리사 스코토라인의 "숨겨 갖고 들어가다"와 얀윌렘 반 드 비터링의 "힐러리 여사" 였습니다. 두 작품 모두 추리적으로 우월하다기보다는 외적인 재미와 독특함, 신선함을 많이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라 추천할만 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작품의 완성도나 수준은 기대 이하였어요. 기대가 큰 탓도 있겠지만 이런저런 장르와 주제를 가지고 작품들을 선정하다 보니 오히려 한 곳에 집중한 결과물 보다 깊이가 떨어진다는 느낌이 강하거든요. 이런저런 수상작 모음 앤솔로지, 아니면 특정 작가의 대표작을 모아 놓은 앤솔로지들보다는 뒤떨어지는 기획이었다 생각됩니다.
번역에도 약간 문제가 있어서 쉽게 읽히지 않으며 직역에 가까운 느낌도 드네요. 심각한 오류는 없지만 서문에서 에드워드 D 호크를 "호치"라고 번역한 것 같은 것 같은 작은 실수도 눈에 좀 띄고요.

물론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취지와 가치는 변함이 없고 제프리 디버의 취향이 제 취향이 아니었을 수는 있지만 이러한 이유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아울러 330여 페이지라면 웬만한 장편 한편 분량인데 너무 두꺼운 종이의 선택, 그리고 큼직한 본문의 행간 탓에 다른 책들보다 크고, 두껍고, 무거운 책으로 출간되었는데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정도 두께면 종이만 잘 선택한다면 3권으로 출간될 분량을 2권으로 줄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에드가상 수상 단편집 시리즈와 비교해 본다면 페이지수는 비슷하지만 에드가상 수상 단편집은 두께는 이 책의 2/3 정도이고 실린 작품은 최소 9편에서 최대 13편까지 실려 있는데 이 작품은 달랑 8편만 실려있을 뿐입니다.
종합적인 면에서 황금가지에서 책을 시리즈로 여러권 출판하려는 얄팍한 상술로 밖에는 보이니 않아 씁쓸합니다.

수록 작품별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황태자 인형의 모험 - 엘러리 퀸
크리스마스 이브, 입슨양의 유언으로 전시하게 된 인형 컬렉션 중 딸려있는 다이아몬드로 인해 제일의 가치를 지니는 황태자 인형을 유명한 도둑 코모스가 훔쳐가겠다는 예고장을 보내온다. 퀸 경감과 엘러리는 코모스를 막기 위해 직접 전시장을 지키지만 전시회가 끝날때 인형이 가짜로 바꿔치기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엘러리 퀸 작품에서 괴도가 나오는 것은 처음 접해본 것 같습니다. 김전일과 괴도신사의 대결 같은 작품이네요. 제목만 본다면 "모험" 시리즈가 아닐까 싶습니다. 뭐 내용은 어떻게 훔쳤는지, 그리고 방법을 밝혀낸 직후 범인이 누구인지까지 알아내는 전개인데 훔치는 방법이 좀 더 기발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 읽기에는 약간 시시한 방법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범인을 짐작하기가 쉬웠던 점이 좀 아쉽네요.

사라진 13쪽 - 안나 카타린 그린
저주받은 저택으로 유명한 밴 브루클린 저택에서 중요한 서류가 없어지고 다음날 결혼하게 되는 코넬이라는 인물이 유일한 용의자로 의심받게 된다. 여성 탐정 바이올렛 스트레인져는 서류가 없어지게 된 방법을 알아내고 저택의 저주받은 방을 지나가 서류를 되찾아 오지만 이 과정에서 저주받은 방에서 일어난 과거의 비극적 사건의 진상까지 알아낸다.
추리소설의 어머니라고 불리운다는 안나 카타린 그린의 작품입니다. 국내에 거의 처음 소개되는 작가와 작품이 아닐까 싶은데 내용면으로는 그다지 기발하거나 신선한 부분은 없습니다. 전혀 다른 2개의 이야기를 하나의 단편으로 엮어 놓은 시도는 좋았지만 작품이 전반부는 서류 도난 사건, 후반부는 밴 브루클린의 저주에 대한 진상으로 확연히 나뉘고 있어서 하나로 융합되지도 못했고요. 소품에 가까운 작은 사건인 서류 도난 사건보다는 괴담 분위기의 저주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들었었는데 이것만 가지고 보다 보강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딕슨 카 스러운 작품이 하나 나왔을텐데...

숨겨갖고 들어가다 - 리사 스코토라인
변호사 톰은 중요한 사건 재판이 있는 날 아내에게서 쌍동이 딸 중 한명인 브리타니를 억지로 떠안게 되고 여러가지 사건이 겹쳐 딸을 몰래 숨긴채로 재판까지 참석하게 되는데...
이 책에서 저의 베스트 중 하나입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와 작품인데 빠르면서도 긴박한 전개에 유머까지 곁들인 센스가 아주 뛰어납니다. 법정 재판 장면에서의 역전극도 통쾌하고요. 읽는 내내 시종일관 웃음을 놓치지 않게 하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배트맨의 협력자들 - 로렌스 블록
매트 스쿠더는 동료들과 함께 시내 불법 노점상에서 허가받지 않은 불법 복제된 배트맨 상품을 압수하는 일에 투입된다...
매트 스쿠더 (스커더)가 등장하는 로렌스 블록의 단편인데 저는 아무리봐도 추리물로 보이지는 않더군요. 사회 비판 의식이 들어있긴 한데 서스펜스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왜 이 책에 포함되어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주말 여행객 - 제프리 디버
잭과 토스는 드러그 스토어를 강도질 하다가 실수로 총기를 난사해서 경찰을 비롯한 여러명을 죽인 뒤 인질을 한명 잡아 도주하게 된다. 인질은 웰러라는 세일즈 맨으로 토스까지 죽인 잭을 설득시켜 일종의 게임을 제안하는데...
편집자인 제프리 디버의 단편입니다. 납치범 잭의 심리 묘사는 탁월하나 반전이 좀 시시해서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그 여자는 죽었어 - 프레데릭 브라운
부유한 사회학 석사 출신의 하위는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LA에 정착한 상태. 그는 접시닦이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매춘부인 여자친구 빌리와 더불어 나름 행복한 삶을 꾸려나간다. 그러나 빌리의 위층에 사는 메이미라는 여성 살해 사건의 용의자로 몰리게 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프레데릭 브라운의 독특한 작품으로 그간의 작풍과는 무척 달라 보이네요. 대작가답게 단편이지만 캐릭터 설정 및 묘사, 그리고 복선이 확실한 편이며 이야기도 제법 탄탄합니다. 하지만 내용 전개가 우연에 기인하는 것이 많고 정통파 추리작품은 아니라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웠어요.

원칙의 문제 - 맥스 알런 콜린스
전직 킬러로 지금은 은퇴한 쿼리는 파라다이스 호 주변에서 운둔하며 지내지만 우연히 야식을 사러 갔다가 해리라는 전직 범죄자 친구를 알아보고 그를 미행해서 해리와 루이스 컴비가 시카고 언론 재벌의 상속녀를 유괴한 것을 발견한다.
주인공의 카리스마 있는 묘사가 압권인 단편입니다. 내용은 평이하고 반전은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긴 하지만 주인공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네요.

힐러리 여사 -얀윌렘 반 드 비터링
파푸아 뉴기니의 원주민이고 추장인 주인공이 자신의 동생이 강간 살해당한 과거의 사건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파푸아 뉴기니의 추장인 떠벌이 화자가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두서없이 떠드는 것으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무지하게 독특하고 신선했습니다. 현대 미국을 풍자하는 듯한 묘사도 재미나지만 파푸아 뉴기니에 대해 치밀하게 조사한 것이 묻어나는 현지색깔 넘치는 배경 역시 좋습니다. 그냥 생각없이 떠벌이는 듯한 이야기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든 솜씨가 놀랍네요. 작가는 처음 보는 작가지만 다른 작품도 기대를 갖게 하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베스트로 꼽을 만 합니다.

2019/12/20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 에드 멕베인 외 / 이리나 : 별점 2점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 4점
에드 맥베인.로런스 블록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이리나 옮김/북스피어

미국 뉴욕에는 추리소설 애호가에게 유명한 '미스터리 서점'이 있습니다. 유명 추리소설 편집자이자 비평가인 오토 펜즐러가 운영하는 서점으로 1979년에 문을 열었다니 올해로 40년이 되었네요. 이 책은 오토 펜즐러가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서점 고객들에게 선물로 증정했던 소책자에 수록되었던 단편들을 모아 엮은 단편집입니다.

오토 펜즐러의 말에 따르면, 소책자용 이야기의 기준은 세가지였다고 합니다. 첫번째는 이야기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배경으로 할 것, 두번째는 당연하겠지만 미스터리를 포함할 것, 마지막 세 번째는 적어도 몇몇 장면은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어날 것이 그 기준입니다. 이 책이 국내 첫 출간될 당시, 책을 펴낸 북스피어가 이벤트삼아서 이와 유사한 조건의 꽁트를 모집했었습니다. 저의 짤막한 글도 다행히 선정되어 "작가의 수지"라는 멋진 책을 경품으로 증정받았었죠. 그러나 이벤트가 당첨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은 선뜻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오토 펜즐러가 자신의 서점 고객용으로 준비한 글을 엮었던 "라인업" 같은 경우, 소설은 아니지만 재미있게 읽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면서 생각하고 있다가 드디어 올해 크리스마스를 맞아 읽어보게 되었네요.

일단, 작가진은 굉장히 화려합니다. 오토 펜즐러의 유명세와 인맥 덕분이겠죠. 도널드 E 웨스크레이크, 로렌스 블록, 에드워드 C 호크, 에드 멕베인, 토머스 H 쿡, 메리 히긴스 클라크 등 제가 소개했었던 유명 작가들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오토 펜즐러와 미스터리 서점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가득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심지어 오토 펜즐러가 고전 본격물 스타일의 탐정 역할을 소화하는 작품마저 있을 정도에요. 미스터리 서점이 사건의 무대가 되고, 서점 직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도 많고요. 오토 펜즐러가 내세운 기준 때문이겠죠. 마찬가지의 이유로 미스터리 서점에서 열리는 파티를 소재로 한 작품도 제법 되는 편입니다.

허나 이러한 오토 펜즐러와 미스터리 서점 팬, 고객을 위한 서비스적인 묘사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볼만한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기본적인 이야기의 완성도가 낮은 탓입니다. 오토 펜즐러가 내 건 조건들도 작위적으로 충족시킬 뿐이에요. 특히나 미스터리 서점에서의 흥청망청 크리스마스 파티는 영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희귀본을 수집하는 수집가가 자신의 서재에 술취한 손님들이 들어오는 파티를 연다는게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솔직히 전체 평균내면 2점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나마 반올림한 점수죠. 수많은 추리 작가, 추리 소설들이 인용되고 작품 속에서 활용되는 것을 보는 재미는 괜찮았지만 극소수의 작품을 제외하면 점수를 주기가 민망한 수준의 작품들이었습니다. 작가들의 명성을 생각하면 믿기지 않는 상황인데, 작가들 역시 단순한 팬 서비스 정도로 여긴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토 펜즐러와 미스터리 서점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아니시라면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특정 작가의 팬이라도 마찬가지고요. 몇몇 괜찮은 작품이 있기는 하나 극소수거든요. 나중에 e-book으로 각 단편들이 분철되어 판매되면 고려해 보시길 바랍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에 소개드립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표지 디자인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아요. 크리스마스라기 보다는 할로윈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이런 어울리지도 않는 일러스트보다는 그냥 깔끔하게 서점 + 크리스마스 소품이라는 미국 원작 스타일 표지였다면 판매는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아낌없이 주리라"

도둑 도트문더가 크리스마스날 맨해튼 호텔에서 고대 주화를 훔쳐 달아나다가 우연찮게 '미스터리 서점'에 숨어들었다. 그곳에서 주인 오토와 다른 일행들의 착각으로 그들이 벌이는 포커판에 끼어든 도트문더는 정직하게 게임을 해서 240달러 정도를 땄다. 그러나 경찰이 출동하여 수상한 사람에 대해 탐문하는데....

걸작 "도끼"와 유쾌한 케이퍼 소설 "뉴욕을 털어라", 묵직한 복수극 "인간 사냥" 등으로 잘 알려진 유명 작가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단편. 좋은 단편도 여러 편 발표했기에 작품에 대한 기대가 무척 컸습니다. 마침 국내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뉴욕을 털어라"의 주인공인 도둑 도트문더가 주인공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주 실망스러웠습니다. 이야기의 수수께끼는 딱 한가지, "왜 오토와 친구들은 도트문더를 경찰에 고발하지 않은 것일까?" 인데 그 진상이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거든요. 이유는 바로 도트문더가 240여달러의 돈을 땄기 때문이죠. 도트문더가 체포되면 포커판은 깨지고 돈도 다시 찾을 수 없으니까요. 게다가 도트문더가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오토와 친구들에게 돈을 잃어주기로 결심했다는 결말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포커판의 유지가 중요했다면, 240여 달러를 다시 잃는 것 보다 오토와 친구들의 돈을 모조리 따는게 게임을 끝내기에 더 현실적인 방법이니까요. 돈은 게임이 끝나고 공평하게 돌려주면 되잖아요? 돈을 다 따거나, 아니면 240여 달러를 다 잃거나 어느 쪽이건 게임이 끝날 때 오토와 친구들이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기도 하고요. 아울러 크리스마스날 일어난 사건일 뿐, 크리스마스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주제에 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점. 깊게 생각하지 않고 쉽게 쓴, 오토 펜즐러의 세 가지 기준에만 맞춘 졸작입니다.

"계획과 변주"

희귀 서적 중개인이 뉴욕에서 차례로 살해당했다. 파로아 러브 형사는 그들의 죽음이 대실 해밋의 잃어버린 원고인 "마른 여자"와 관련되어 있다는걸 알고, 자신의 친구 오토 펜즐러를 찾아가 책 수집상 와일리 에머슨을 함께 찾아가 보자고 부탁했다. 와일리 에머슨이 "마른 여자"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와일리 에머스는 "마른 여자"라는 원고는 본 적도 없다며, 자신을 찾아왔던 수집가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오토는 와일리 에머슨이 썼다는 원고 뭉치를 들고 나오는데...

흑인 동성애자 형사 파로아 러브가 등장하는 시리즈를 저술한 조지 백스트의 파로아 러브 단편. 크리스마스가 배경이기는 하나 이야기에 영향을 주는 부분은 없습니다. 대실 해밋의 "마른 여자"라는 원고를 와일리 에머스가 숨긴채 가지고 있던 이유도 썩 납득이 되지 않고요. 원고를 쫓는 악랄한 무리로부터 지키기 위해서였다는데 어차피 돈 받고 팔 생각이었다면 마찬가지 결과였을텐데 말이죠. 게다가 범인이 오토 펜즐러 서점의 매니저 알렉스였다는 진상도 뜬금없습니다. 나름의 복선이라고 등장하는건 찢어진 청바지와 원고를 노리는 도라를 배웅해 주었다는 것 뿐이라 억지스러웠어요.

한마디로 단편에 적합하지 않은 이야기를 무리하게 펼쳐낸 느낌입니다. 조금 더 길게, 상세한 설명을 더하여 풀어냈어야 하는 작품입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녹슨 책갈피 도난 사건"

닉 벨벳은 크리스마스 주간에 고등학교 때 친구 찰스 오닐로부터 의뢰를 받았다. 의뢰는 오토 펜즐러에게 판매한 대량의 헌 책 속에 끼워진 금속 책갈피를 훔쳐와 달라는 것이었다. 닉은 택배기사로 변장하여 서점에 잠입한 뒤, 책갈피를 빼내오는데 성공하는데...

제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단편의 제왕 에드워드 D. 호크의 단편. 시리즈 캐릭터인 괴도 닉 벨벳이 주인공입니다. 확실히 제왕다운 작품이에요. 오토 펜즐러의 어떻게 보면 무리한 요구를 모두다 들어주면서 완성도까지 높은 수작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크리스마스라는 시즌을 유효적절하게 써먹고 있는게 눈에 뜨입니다. 크리스마스라 바빠서 닉의 변장이 잘 먹혔거든요. 오토 펜즐러가 대량의 추리 소설을 구입한 것과 그 탓에 미스터리 서점에서 책갈피를 훔치게 되는 과정도 그럴듯합니다.

또 녹슨 책갈피를 거액의 수고비를 지불하면서까지 훔치게 했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도 인상적입니다. 사실 진상이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아요. 앞서 찰스의 여동생 마시의 남편이 목을 칼로 베어 살해당했다는 이야기가 이미 상세하게 설명되니까요. 그래도 '구리는 녹슬지 않는다. 이건 부식한게 아니다!'라는 닉 벨벳의 착안과 이를 통해 진상을 끌어내는 추리는 꽤 그럴듯합니다. 자수하라는 닉의 제안도 깔끔하고요.

무엇보다도 닉이 택배기사로 변장할 때, 위장을 위해 준비했던 여자친구의 추리소설들 중 한 권 - 놀랍게도 수 그래프턴의 "알리바이의 A" - 이 꽤나 값나가는 작품이었다는 결말이 아주 크리스마스답습니다. 오토 펜즐러씨가 횡재했다는 결말인데, 원고도 써 주고 덕담까지 해 준 셈이니 에드워드 D.호크는 상당한 대인배였던 것 같네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3.5점. 오토 펜즐러의 기획 의도에 정확하게 부응하는 작품입니다. 완성도를 떠나 이 정도로 의도를 잘 충족시켰다는 점에서 역시 대가는 대가구나 싶네요.

"모작 살인 사건"

안 팔리는 아동 추리소설가 루페 페티코드는 자신의 교육 센터 창작 수업 수강생이 검토를 요청한 원고에 홀딱 반했다. 그 원고를 자신의 에이전트에게 넘겨 선인세로 거액을 약속받은 루페는 원작자 도라 윔블러를 어쩔 수 없이 살해하는데...

잘 모르는 작가인 론 굴라트의 작품. 다른 누군가의 작품을 자기 이름으로 발표하기 위해 원작자를 살해한다는 이야기는 많을겁니다.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그럴듯한 동기니까요.

그러나 이 작품은 좋아보였던 도라 윔블러의 작품도 사실은 '도작' 이라는 진상이 밝혀지는 마지막 장면 덕분에 기존 다른 작품들과는 차별화되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옛 고전물을 떠올리게 만드는 걸작이라고 칭송받지만, 사실은 고전물의 모작에 불과했던 것이죠! 정말 유쾌하면서도 인상적인 반전이었습니다.

루페 페티코드의 나름 절박한 현실, 작가로서의 뒤틀린 긍지와 복수심이 만화적으로 과장되어 있는게 옥의 티이기는 합니다. 너무 스테레오 타입의 묘사였거든요. 반전 외의 모든 전개 역시 스테레오 타입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뻔했고요. 그래도 반전만으로 모든게 용서되는 작품. 별점은 3점입니다.

"이보다 더 어두울 순 없다"

네로 울프를 추종하는 탐정 레오 헤이그의 조수이자, 그가 해결한 사건들을 소설로 발표하는 칩 해리슨은 오토 펜즐러의 요청을 받아 '미스터리 서점'을 찾았다. 크리스마스가 끝난 직후, 귀중한 코넬 울리치의 육필 원고가 도난당한 사건을 해결해달라는 의뢰 때문이었다.

매튜 스커더 시리즈로 유명한 로렌스 블록의 단편. 매튜 스커더 시리즈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코믹한 전개가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특히 화자인 칩 해리슨의 거침없는 언변이 아주 돋보여요. 온갖 고전 추리소설을 비트는 독설, 그리고 오토 펜즐러가 흠모하던 여성과 하룻밤을 보냈지만 술 때문에 그 사실을 잊어버렸다는 상황을 풀어낸 전개도 유쾌하고요. 오토 펜즐러에게 장난치기 위해 쓴 작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에요.

문제는 로렌스 블록답지 않은 유쾌함 외에는 딱히 건질게 없다는 점입니다. 크리스마스는 파티의 구실일 뿐 이야기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으며, 추리 역시 대단할게 없거든요. 용의자들을 불러 모아 순서대로 증언을 듣는걸로 사건이 해결되기 때문입니다. 여섯명, 아니 일곱명의 용의자가 원고를 돌려보았으며, 마지막에 원고를 읽었던 연회업체 사장 진 보트레이가 오토 펜즐러의 침대 옆에 원고를 올려놓아 곧 발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진상은 허무하고요.

그래서 제 별점은 1점입니다. 작가의 명성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졸작으로 로렌스 블록의 광팬이 아니시라면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요정들의 선물"

보스턴에서 희귀 초판본 배달을 의뢰받고 오토 펜즐러의 '미스터리 서점'에 방문한 사설탐정 존 프랜시스 커디는 오토 펜즐러부터 새로운 의뢰를 받았다. 그가 수집한 추리 소설가들의 소장품이 동일 가격의 돈이 들은 봉투와 바꿔치기 당한 사건을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다. 유력한 용의자는 세 명의 추리 소설가였다. 존은 세 작가를 차례로 탐문한 뒤, 진상을 알아낸다.

진상은 림프종으로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작가 모리가 꾸민 장난이었다는 소품으로 오토는 손해본게 실제로 없기 때문에 진지한 범죄가 아니라 장난이라는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토 펜즐러를 피해자로 삼은 생생한 추리 소설을 오토 펜즐러에게 선사한다는 건 추리 소설가가 세울법한 계획이구나 싶어 재미있었습니다. 모리의 시한부 삶이 다음 크리스마스를 맞지 못할 것 같다는게 도화선이 되었다는 설정은 필요없지 않았을까 싶기는 하지만요. 이 설정 때문에 밝고 유쾌할 수 있는 작품의 분위기가 좀 묵직해졌거든요.

그래도 미스터리 서점의 주인과 그의 친구인 추리소설가들이 벌일법한 크리스마스 장난과 선물이라 단편집 주제에 꼭 맞아 떨어진다는 점에서는 마음에 듭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엄마가 산타클로스 아저씨를 죽였어요"

어느 바쁜 크리스마스 오후,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하는 앨런의 앞에 맥스라는 꼬마가 나타나 산타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기 시작했다. 

제목이 스포일러입니다! 제목이 다 망쳤어요. 맥스가 산타클로스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처음 할 때 부터 맥스의 엄마가 산타클로스를 죽였다는건 명백해집니다. 산타클로스의 정체가 대체로 아빠라는 점에서 피해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동기도 대체로 짐작이 가고요.

물론 추리 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잔뜩 등장하는 전개는 볼만 합니다. 특히 서점에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손님인 2급 형사 로지의 말이 기억에 남네요. '경찰 소설을 쓰는 작가 중에 정작 경찰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데, "87분서"> 시리즈로 일세를 풍미한 작가 스스로에 대한 자학개그로 느껴졌거든요. 역시 로지가 고양이가 등장하는 추리 소설을 싫어한다면서 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고양이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말도 굉장히 와 닿았고요. "삼색털 고양이" 시리즈는 솔직히 첫 편을 제외하고는 엉망이었죠. "펠리데"는 괜찮았었지만요. 또 범죄물의 거장 에드 멕베인답게 맥스의 엄마가 서점에 나타나는 장면의 긴박감도 꽤 훌륭한 편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만으로 좋은 작품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죠. 제목만 조금 비틀어서, 은유적으로 표현했더라면 훨씬 나았을텐데, 에드 멕베인답지 않은 안일한 구성이었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

"동방 박사의 간계"

오토의 손님 키티는 오토에게서 한 희귀본의 완벽한 표지를 가진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 오토를 위해 희귀본을 완벽하게 만들어 선물하려던 키티는 그 남자 가토의 방에 잠입하여 표지를 빼내 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선물용 희귀본 "바깥 화장실 가는 길"이 도난당한걸 알게 되는데... 

오토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두 도둑이 각자 서로의 희귀본과 표지를 훔친다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의좋은 형제"같은 내용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완성도는 낮습니다. 전반적으로 설명이 부족한 탓입니다. 왜 오토에게 귀중한 희귀본을 선물하려고 하는지, 키티와 가토는 직업이 도둑인지 등 기본 설정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거든요. 둘이 자신에게 선물을 하려는걸 오토가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고요. 또 오토가 둘이 그에게 선물하려던걸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가 흘린 정보로 둘이 각자 상대방이 가진 물건을 훔쳐내리라고 예상하는건 아무래도 무리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게 둘의 인연을 이어주려는 오토의 계획이었다니! 억지도 정도가 있지 이건 너무 심했어요.

크리스마스, 선물, 해피엔딩 등 크리스마스라는 날에 어울리는 소재들을 잔뜩 가져다 쓰기는 했지만 이래서야 점수를 줄 부분이 없네요. 별점은 1점입니다.

"내 목표는 신성하니"

윌슨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미스터리 서점을 방문한다. 삼촌에게 고가의 책을 선물하려 한다는 핑계를 대고 오토 펜즐러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당연히 목적은 선물 구입이 아니라 개인적인 복수였다...

오토 펜즐러에게 원고를 퇴짜맞은 후, 복수심에 사로잡힌 작가가 그를 죽이려 한다는 서스펜스 스릴러. 그러나 아쉽게도 긴장감이 잘 살아나지 않아서 서스펜스물로는 실격입니다. 정말로 윌슨이 오토 펜즐러를 죽이려고 했는지조차 모호하게 느껴질 정도니 말 다했죠.

그러나 마지막에 오토가 윌슨에게 지금의 이야기를 자신에게 써 내면 고료를 주겠다고 구슬리는 장면의 아이디어는 괜찮았습니다. 대단한 반전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퇴짜를 놓은 평론가가 퇴짜를 맞은 작가에게 한다면 충분히 설득력있는 이야기로 느껴지거든요. 작가를 인정했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잖아요?

그래도 별점은 1.5점입니다. 전개가 엉망이라 점수를 주기가 힘드네요.

"고양이 요정 스피릿"

노스캐롤라이나의 경찰서장 커디 맨검은 우연히 옛 인연이 있는 뉴욕 형사 로리를 만나 함께 오토의 미스터리 서점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가했다. 그리고 유명 작가 바트 웰스의 전처 클라우디아의 시체를 발견하는데....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리는 미스터리 서점에 대한 떠들썩한 묘사는 볼거리입니다. 화자인 커디 맨검의 과장섞인, 허풍스러운 말투가 인상적인 탓으로 오토 펜즐러가 통이 커서 캐비어와 샴페인을 "전쟁과 평화"에서 보다도 많이 내 놓았다는 류의 말이 가득하기 때문이에요. 또 오토 펜즐러의 관심사, 미스터리 서점과 그곳에서 키우는 고양이에 대한 상세한 묘사 등은 작가가 오토 펜즐러를 속속들이 알고 있구나 싶게 만듭니다.

그러나 사건은 너무나도 별볼일 없습니다. 장황한 파티, 여러 등장인물들에 대한 묘사 후 시체가 발견되고 사건이 해결되기까지는 달랑 2페이지 정도로 마무리되거든요. 고양이 스피릿이 바트 웰스의 바지에서 귀걸이를 발견하는게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이러한 고양이의 도움이 없었어도 범인이 드러나는건 어렵지 않았을거에요. 흉기인 샴페인 병에 바트의 피가 묻어 있었고, 동기마저도 명확했으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1점. 주인공의 장황한 대사만 돋보일 뿐, 추리적인 부분에서 아무리 봐도 점수를 줄 부분이 없다면 추리 소설이 아니라 무슨 스탠딩 코미디와 다를 바 없지요.

"크리스마스가 남긴 교훈"

프리랜서 편집자 베로니카 크로스는 박봉 때문에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하며 부수입을 챙겨 왔다. 그녀는 토요일마다 서점에 나타나 싸구려 중의 싸구려 소설인 브루노 클렘의 페이퍼 백만 찾는 손님 해리에게 도대체 왜 브루노 클램 책을 읽는지를 묻는데... 

토머스 H 쿡의 단편. 심리 묘사의 대가다운 진중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또 누구나 가졌을 법한 질문, 이런 싸구려 책을 뭐하러 읽는가?에 대한 깊이있는 답도 인상적이고요. 베트남 전쟁에서의 무자비한 살인으로 후유증에 시달리는 해리에게는 싸구려 페이퍼백, 펄프 픽션이 일종의 스카치 위스키나 마약과도 같은 효과를 가져다 주기 때문에 읽는다는게 그 진상인데, 이를 대단히 유려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 고급 문학만 읽는 베로니카 역시 이런 류의 고통 - 강한 증오심으로 죽은 아버지의 얼굴을 후려쳤던 것 - 을 잊기 위해 책으로 도피하는게 아닐까 싶은 결말도 돋보입니다. 결국, 수준을 떠나 문학은 마약이라는 결론이랄까요?

문제는 크리스마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신간이 나오지 않는 브루노 클램의 책 대신, 시리즈가 많은 다른 싸구려 소설을 권해주고, 베로니카도 누군가가 무언가를 원하는건 위안을 얻기 위해서라는 교훈을 얻는다는 결말이 해피엔딩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죠. 딱히 흥겹거나 유쾌하지도 않고요. 또 미스터리라고 할 법한 내용이 없다는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아주 좋네요. 다른 졸작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후회하게 될 거에요"

미스터리 서점은 끔찍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오토 펜즐러의 유일한 희망은 미스터리 소설을 수집하는 백작 부인이 찾는 "데인 가의 저주"를 찾아내어 판매를 성사시키는 것 뿐. 다행히 크리스마스에 책을 구하는데 성공하지만 백작 부인에게 건네기 전, 책을 분실해 버리고 마는데... 

오토 펜즐러의 아내라는 아동 도서 작가 리사 미쉘 앳킨슨의 이야기. 크리스마스에 미스터리 서점에서 벌어진 미스터리라는 조건은 충족시키지만 완성도는 별로입니다. "데인 가의 저주"가 사라진 이유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어요. 급료 없이 스티븐 킹의 신간 스릴러를 원하는 아르바이트생의 마지막 근무와 책을 숨기기 위해 스티븐 킹의 표지를 덮었다는 묘사가 합쳐지면 그 답은 너무나 뻔하잖아요. 게다가 백작 부인이 고가의 컬렉션을 오토 펜즐러에게 남기고 사고로 죽는다는 결말은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것도 순록이 끄는 썰매에 치어서 죽는다니, 이게 무슨 장난도 아니고....

도저히 점수를 주기 어려운 망작으로 별점은 1점입니다.

"긴 겨울의 한잠"

프리랜서 사진가였던 '나'는 오토 펜즐러의 도움으로 알코올 중독에서 빠져나와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하게 된다. 그리고 맞은 첫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아래층 화장실을 방문했던 산타클로스의 시체를 발견한다. 산타클로스의 정체는 서점 직원 알란이었다. 

셜록 홈즈 원고가 동기인 고전 본격물 스타일의 정통 추리 단편. 오토 펜즐러가 직접 탐정역을 수행하는게 독특했습니다. 전개, 특히 셜록 홈즈와 비슷한 추리쇼를 펼쳐가면서 범인을 드러내는 마지막 장면 등에서 고전 본격물을 잘 흉내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흉내에 그칠 뿐이라 아쉽습니다. 고전물 만큼의 정교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수께끼인 "왜 희귀본을 창고에 넣는다고 했던 알란이 산타클로스 옷을 입은채 살해되었는가?"부터가 그렇게 복잡하지 않으니까요. 당연히 산타클로스가 알란을 죽이고, 옷을 갈아입힌게 뻔하잖아요? 그렇다면 산타클로스는 누구냐는 수수께끼가 남는데, 여기서 억지스럽게 이야기가 비약해 버리고 맙니다. 시체 발견이 계기가 된 튜바 연주자 더그가 범인으로, 그는 시체 근처에 떨어진 튜바의 밸브 오일을 감추기 위해 다시 현장을 방문했다는 설정인데 이건 말도 안되죠. 현장을 무사히 빠져 나왔다면 다시 돌아가서 증거를 인멸할 필요가 뭐가 있겠어요? 그냥 도망가버리면 되지요. 현장의 튜바 밸브 오일이 그렇게 대단한 단서가 될 수도 없었을겁니다. 애초에 서점에 나타나지 않은걸로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제 별점은 2점. 여러모로 부족했지만, 고전 본격물에 대한 팬심으로 조금은 후한 점수를 줍니다.

"콜드 리딩"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하는 로저의 특기는 손님들을 파악하여 그들이 원하는 책을 권해주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크리스마스 이틀 전, 매들린 커크라는 아가씨가 나타났다. 유명 작가였던 할머니 매들린 커크 (동명이인)의 미발표 원고를 발견하고 그 값어치를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로저는 그녀의 집을 방문하여 원고를 확인하기로 약속하는데, 원고를 빼앗기 위해 누군가 그녀를 습격한다. 로저는 자신의 특기를 발휘하여 범인이 누구인지를 추리해낸다.

서점 손님을 보고 그들이 원하는 책을 추리해낸다는 로저의 특기는 재미있습니다. "시인장의 살인"에서 학생 식당 손님이 무엇을 먹을지에 대해 추리 배틀을 펼치는 아케치 교스케와 하무라 유즈루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저는 별로였지만 존.D.맥도널드의 트래비스 맥기 시리즈가 중요 소재로 등장하여 관련된 정보가 사건 해결의 중요한 열쇠가 되는 등 추리 소설에 대한 깊은 이해도 인상적이었고요.

문제는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지'라는 일상계스러운 추리라면 모를까, 폭행 납치에 살인 미수까지 벌이는 범인을 추리하기에는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범인인 맥도널드 팬을 특정하는건 나쁘지는 않습니다. 이를 위한 복선도 없지는 않고요. 그러나 단편 소설 분량에서 쉽게 풀어낼만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크리스천 킬러"

지능은 좀 떨어지지만 사람 죽이는 일에 충실한 킬러 사케시언은 독실한 크리스천. 어느날 자신의 타깃인 스티븐의 여동생을 진짜 천사로 착각한 뒤 살인을 그만두는데...

크리스천 킬러가 천사 분장을 한 타깃의 여동생을 만난 후 살인을 그만두지만, 또 다른 킬러의 살인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냥 봐도 "레옹"이 떠오르지요? 우직한 킬러 사케시언, 살아있는 천사같은 헤일리 캐릭터도 딱 그러하고요. 마지막에 사케시언이 죽고 마는 결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별로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에요. 타깃인 인간 쓰레기 스티븐이 살아남는 결말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도 딱 한가지, 사케시언이 죽기 전 진짜 천사를 보았다는 결말은 괜찮았습니다. 뻔하지만 극적인 전개에 이 결말을 더하면 평작 수준은 되다고 보여지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오토 펜즐러의 조건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작품이에요. 특별히 수수께끼가 등장하지 않으니까요.

"칠십네번째 이야기"

미스터리 서점에서 칠십 세가지 이야기가 수록된 단편집을 구입한 주인공은 책에 수록된 "어셔가의 몰락"을 읽은 후, 자신을 신경 쓰이게 만드는 아래층 한국인 편의점 주인을 트렁크에 넣어 땅에 파 묻는다... 

영미권 작품에 흔한, 1인칭 시점의 정신병자가 등장하는 사이코 스릴러. 하지만이 작품의 주인공은 사이코패스 이기는 한데, 지능지수가 너무 떨어져서 문제입니다. 어린 시절에 저질렀던, 동물들을 땅에 파묻던 행동을 범죄와 연결시키는데 발상이 지극히 유치하기 때문입니다. 별다른 동기도 없는 충동적인 행동이라는 점도 그러하고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나 루스 렌들같은 심리 묘사를 선보였다면 나름 볼만한 작품이 되었을 수도 있는데 묘사 역시 전혀 그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또 마지막 목격자로 오토 펜즐러와 서점 직원을 등장시킨 건 명백한 패착입니다. 지나치게 억지스러웠어요. 때문에 별점은 1점입니다.

"이름이 뭐길래"

전직 공중 곡예사 렉시 스미스는 소설가 지망생이었던 할머니의 유언으로 그녀가 퇴짜맞았던 원고들을 쓰레기 봉투에 담아 내 놓은 뒤, 친구 알비라의 사인회로 향했다. 사인회가 끝난 뒤, 사인회장이었던 미스터리 서점의 오토 펜즐러와 파티를 가지게 된 렉시는, 그곳에서 할머니의 작품 중 한 편이 유명 작가의 작품과 5년 전에 바꿔치기 되었다는걸 알고 경악한다. 

서스펜스 스릴러물로 유명한 메리 히긴스 클라크의 단편. 작은 애완동물들을 사랑하고 추리 소설가를 지망했던 할머니 캐릭터 설정이 귀여웠던 작품입니다.

문제는 특별한 반전이 있는건 아니며, 할머니의 작품이 사실은 대단한 걸작들이었다는 결말이 지나치게 안일했다는 점이죠. 렉시가 전직 곡예사였다는 설정도 딱히 효과적으로 사용된건 아니고요. 분쇄될 뻔 했던 봉투를 더 극적으로 회수했었어야 했어요.

그래도 크리스마스 특별 단편이니 이 정도는 눈감아줄 만합니다. 전개도 깔끔하고 시원시원해서 읽을 만 하고요. 완성도보다는 분위기가 적당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