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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31

미스터리 채널

일본은 역시 장르문학 강국답게 미스터리 전문 채널이 있네요. 이름하여 "미스터리채널!!"

자주 방문하는 추리동호인 커뮤니티 "하우미스터리" 게시판에서 보고 찾아가 보았습니다.

찾아본 결과는 역시나 왕부럽~ 주간 편성표만 봐도 대단하네요. 미스마플과 포와로 시리즈 등 아가사 크리스티 시리즈, 셜록 홈즈 시리즈 및 쿠르트 발란더 시리즈 등 친숙한 시리즈는 물론이고, 국내에는 번역조차 되지 않은 프로스트 시리즈, 달지엘 시리즈 등 다양한 시리즈 물을 비롯해서 에드가 알란 포 극장, 로열드 달 극장과 같은 다양한 단편 미니시리즈 물 등 편성이 너무나 화려해서 눈이 부실 지경입니다.

국내에도 이런 방송이 들어온다면 참 좋을텐데 아쉽네요. 캐드펠 시리즈나 홈즈 시리즈, 모스경감 시리즈 등은 간혹 국내 케이블에서 방영해 줬던 기억이 나긴 하지만 아무래도 단발성에 그친 느낌이 강한데 좀 지속적으로 방영해 주면 어떨까 싶어요. CSI 와 같은 최신 미드와 같이 병행 방영한다면 나름 장르 드라마 전문 케이블로 특화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즉 저같은 고전 팬을 위한 고전과 미출간 정통 추리 시리즈와 국내에도 팬이 많은 최신 추리 미드들 (CSI는 물론이고 넘버스 등등 많죠) 을 교차 편성해서 다양한 팬을 흡수하면 어떨까요? 장르전문 채널이니 SF나 스릴러(히어로스, 갤럭티카, 스타트렉, 로스트 등) 까지 아우르면 더욱 좋을테고 말이죠... 하아....

방송 도입이 어렵다면 여기 등장하는 여러 시리즈 원작물이라도 도입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2005/03/26

샘 호손의 사건부 : 서문 - 에드워드 D 호크

시리즈 캐릭터의 발단을 떠올리는 것이 쉽지 않을때도 있지만 닥터 샘 호손의 경우 그 때의 상황을 확실히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1974년의 1월의 일입니다. 새 달력을 타이프라이터 옆에 걸었습니다. 달력 각 월의 페이지에는 과거의 전원풍경 수채화가 그려져 있었고 1월은 겨울의 유개교(有蓋橋 : 덮개있는 다리) 의 그림이었습니다.

1월내내 그 그림을 보고 있다가 어느날 마차가 그 다리의 한쪽 편에서 들어가서 반대쪽으로 나오지 않는 경우는 어떨까? 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이틀정도 고민해서 그것에 어울리는 해답과 플롯을 생각해 내었습니다. 이제 그밖에 필요한 것은 탐정 뿐이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시대는 과거로 설정하지 않으면 안되었기에 새로운 종류의 탐정, 새로운 시리즈, 새로운 캐릭터가 필요했습니다. 주인공은 시골의사로 하고, 이름은 간단하게 "닥터 샘 선생"으로 하였습니다. 아마 당시 악명이 높았던 닥터 샘 세펴드의 이름이 아직 기억에 새로웠기 때문이었겠죠. 이야기의 닥터 샘 선생은 의학교를 졸합한지 아직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젊은이로 보물은 1921년형의 "피어스애로우-런어바웃", 양친이 졸업 축하 선물로 준 차로 설정 했습니다.

지금까지의 거의 전 단편을 그렇게 했듯이 이 작품을 "EQMM (엘러리퀸스 미스테리 매거진)"에 보냈습니다. "엘러리 퀸"의 한사람이자 이 잡지의 편집장이었던 프레더릭 더네이씨는 곧 이 이야기를 마음에 들어해서 두세가지의 수정을 제안했습니다.

먼저 릴리안 데 라 토레가 창조한 닥터 샘 죤슨 시리즈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 닥터 샘 선생의 성이 필요하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저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었죠. 프레더릭은 두세개의 이름을 제안해 주었는데 저는 그자리에서 바로 "호손"을 선택했습니다. 뉴잉글랜드의 탐정으로써 이보다 잘 어울리는 이름이 있을까요?

두번째의 제안은 저를 조금 동요하게 만들었는데 추억담을 이야기하는 늙은 샘 선생의 어미의 "g"발음을 없는 것 처럼, 시골의 사투리로 이야기하는 것 처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 것입니다. 저는 극중의 다른 여러 등장인물들 (특히 렌즈 보안관) 에게 그렇게 사투리를 사용하도록 하였지만 닥터 샘 선생만은 사용하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저는 동의 했습니다만 이 모든 수정사항은 프레더릭 더네이씨의 지시였다는 것을 알아 주십시오.
그래도 그 후의 여러편에 사투리의 사용은 점차 줄어들게 하였는데 후에 이 시리즈의 작품은 사투리를 사용 하지 않았지만 전부 같은 시리즈로 보여서 좋다고 프레더릭이 말해 주더군요.

처음부터 저는 샘 호손 시리즈를 밀실살인 등의 불가능범죄를 취급하는 시리즈로 계획했습니다. 프레더릭 더네이도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어서 제가 시리즈의 두번째 편을 보내자 이후 시리즈의 작품 전부가 불가능범죄를 취급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해 주었습니다. 저는 기쁘게 그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여러 종류의 범죄소설이 있지만 탐정소설의 서브 쟝르 중에서는 뛰어난 불가능범죄나 밀실살인처럼 호기심을 자극하고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없죠.

본서에 수록되어있는 작품들은 닥터 샘 호손 시리즈 최초의 12편입니다. EQMM의 1974년 12월호부터 78년 7월호까지 사이에 처음 발표되었던 것들이지요. 1편에서의 시대를 1922년 3월로 설정했고 그 후는 연대순으로 이어집니다.

단, 인쇄오류의 탓으로 인해 연대가 바뀌어 들어간 예가 하나 있습니다. 무대는 노스몬트 마을과 그 주변으로 노스몬트는 코네디컷주 동부에 있는 것 같고, 그 위치는 조금 달라지고 있습니다. 후의 작품에서 이웃 마을이 진 코너스라고 알려지는데 그것은 엘러리 퀸의 장편소설 "유리의 마을"의 무대이기도 합니다.

초기에는 연로한 닥터 샘 선생이 노스몬트에서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술친구들을 환영하는 장면에서부터 작품이 시작하며, 대부분의 경우 다음 사건을 암시하고 끝났었습니다. 이것도 프레더릭의 생각으로 긴 시간동안 잘 진행해 왔습니다만, 이야기의 전개를 빠르게 하기 위해 저는 도입부를 상당히 줄이고 결말의 예고부분을 전면적으로 없앴습니다. 최근에는 1년에 약 두편의 샘 호손 시리즈밖에는 쓰고있지 않아서 육개월뒤의 다음 작품의 내용을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의 수많은 시리즈 캐릭터 대부분이 두근두근한 불가능범죄에 도전하지만 그 서브,서브쟝르에 있어서 저의 최고의 작품은 샘 호손 시리즈 속에 있습니다. 최초의 12편을 자세히 살펴 보자면 "유개교의 수수께끼"가 제일 많이 재록되어 있는 것으로 마음에 들며 밀실물의 전문가 로버트 에이디에 따르면 "투표부스의 수수께끼"가 "호슨 시리즈 속에서도 최고로 만족을 주는 작품의 하나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쨌건 이 작품집의 12편은 닥터 샘 호손 선생의 제 1 단편집에 수록하기에 모자라지 않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즐겁게 쓴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좋았던 옛 시절의 이야기를 즐겁게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에드워드 D 호크 /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1995년 11월


일본에서 구입한 국내 미발표 단편선의 작가 서문입니다. 에드워드 D 호크는 다른 앤솔로지에서 레오폴드 경감 시리즈로 접해본 작가인데 이 작품 평이 꽤나 괜찮은 편이라 구입해 보았습니다. 먼저 소개격인 서문을 한번 번역해 보았는데 실력이 많이 부족하군요. 의역과 생략 투성이이니 감안해서 보셨으면 합니다. 국내 초역(?)이라는 자부심으로 단편들도 한두편 번역해 보려고 하는데 워낙 실력이 딸려서.... (혹 하게된다면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전 마음이 약하므로 번역에 대한 너무 많은 태클은 삼가해 주시길...푸훗!)

2007/04/10

세계추리명작단편선 - 하서출판사 : 별점 4점

하서출판사에서 70년대에 간행된 세계 추리 명작 전집 중 한권으로 여러 단편들을 모아놓은 단편집입니다. 추리소설 초창기 작품들의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으로 재미와 수준이 아주 뛰어난 작품들로 엄선되어 있어 무척이나 만족스러웠어요. 지금은 좀 구하기 힘들어진 작가들의 비중이 높은 것 역시 마음에 든 점이었고요.

다른 곳에서도 많이 소개된 초유명 작품들 몇편도 실려있는 것은 약간 아쉽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걸작들이니 납득할만 합니다. 오래된 낡은 책이기에 수반되는 편집, 장정, 번역 문제를 제외하고 수록작품들의 퀄리티만 따진다면 별점 5점은 충분하겠죠. 어쨌건 아주 만족스러운 독서였어요.

개인적인 베스트를 꼽자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우나 순수한 희소성 측면에서 최고 작품은 로버트 바의 "건망증 있는 사람들"과 윌키 콜린즈의 "사람이 오만하면", 그리고 로드 던세이니의 "두병의 소오스"를 꼽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희귀 고전 걸작을 새로 간행하면 어떨까 싶어서 저만의 리스트를 한번 만들어 보았습니다. 혹 출판사 관계자가 보신다면 한번 고려해 보셨으면 합니다. FTA 체결로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사후 50년 이상이면 저작권이 풀리는 당장의 국내 현실에 맞춰본 것이죠. 이 단편집 위주이긴 하지만 몇몇 작품은 다른 작품에서 뽑아와도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번역은 다시 해야겠지만요.
-추리소설의 여명기 걸작선-
토마스 버크 (1886~1945) "오터모울씨의 손"
로버트 바 (1850~1912) "건망증 있는 사람들"
윌키 콜린즈 (1824~1889) "사람이 오만하면"

-기묘한 맛, 추리소설의 색다른 재미-
로드 던세이니 (1878~1956) "두병의 소스"
도로시 L 세이어스 (1893~1957) "의혹"

-셜록홈즈의 라이벌들-
스미스 어네스트 브래머 (1869~1942) "연립주택의 참극" (장님탐정 맥스 캐러더스) 또는 그외 (브룩밴드 장의 비극)
멜빈 데이비드 포스트 (1871~1930) "둠도프 사건" "나보테의 포도원" (서부개척시대 탐정 엉클 애브너) 또는 그외
로널드 A. 녹스(1888~1957) "밀실의 수행자" (비밀탐정 마일즈 브랜든)
체스터튼 (1874~1936) "날개달린 단검" (브라운 신부 시리즈) 또는 그외
오르치 백작부인 (1865~1945) 더블린 사건 (구석의 노인 시리즈) 또는 그외
잭 푸트렐 (1875~1912) "정보누설" (사고기계 반 두젠 시리즈) 또는 그외 (13호 독방의 문제)
아더 모리슨 (1863~1945) "렌턴관 도난 사건" (사립탐정 마틴 휴이트 시리즈)

크리스티 여사의 "야앵장"
한 여성의 의혹과 생존을 위한 속임수를 다룬 소품. 심리묘사가 정말로 흥미진진한 걸작입니다.
 
토마스 버크 "오터모울씨의 손"
추리소설 초창기 최고 걸작 중 하나. 이유는 아주 획기적인 트릭이 등장하기 때문이에요. 이후 여러 후대 작품들에 인용된 걸작 트릭이죠.

로버트 바아 "건망증 있는 사람들"
유머 미스테리. 은화 위조단 추적으로 비롯된 사건이 기발한 사기 사건으로 연결되는 구조도 신선하고 트릭과 전개 역시 유쾌하고 재미난 작품이었습니다.

스미스 어네스트 브래너 "브룩밴드 장의 비극"
장님탐정 맥스 캐러더스 시리즈. 시리즈 최고 작품 중 하나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과학적이고도 신선한 트릭이 등장한다는데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단, 맥스 캐러더스가 장님일 이유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설정상 감점요소가 좀 있고 결말이 좀 개운하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하여간 이 작가는 전개능력이 없는 것 같아요.

로드 던세이니 "두병의 소오스"
로얄드 달이나 스텐리 엘린류의 "기묘한 맛" 류의 작품. 지금 읽어도 굉장히 충격적이고 기발한 결말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화자를 통해 전개하는 작품의 스토리텔링이 무척이나 빼어난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멜빈 데이비슨 포스트 "둠도프 사건"
서부개척 탐정 엉클 애브너 시리즈입니다. 이 작품은 동서 문고 시리즈로도 접할 수 있죠. 하나님 어쩌구 하는 내용으로 가득찬 전개는 짜증나지만 기발한 트릭만큼은 일품이었습니다.

G.K 체스터튼 "기묘한 발소리"
브라운 신부 시리즈. 지금은 정식 간행되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시리즈 최고작이라 말하기는 좀 어렵지만 좋은 작품이죠.

로널드 K 녹스 "밀실의 신비주의자"
밀실 트릭의 새로운 지평을 열은 단편. "김전일" 시리즈 중 한편인 <이진간촌 살인사건>의 서브트릭으로 사용될 정도로 추리 소설계에 유명한 트릭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작품이죠. 지금 읽는다면 트릭이 좀 뻔해보이기도 합니다만...

휴 월폴 "은가면"
착한 부인이 자신의 선행에 의해 파멸해 나가는 과정을 잔인할 정도로 냉정하게 그린 독특한 작품. 이색적이고 좀 서늘한 유머가 있는 작품입니다.

윌키 콜린즈 "사람이 오만하면"
전체가 서간문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진행에 추리소설로 나무랄데 없는 전개를 가진 걸작입니다. 유머러스한 문체까지 곁들여진 초기 영국 추리 문학계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죠.

E.B 오르치 "더블린 사건"
구석의 노인 시리즈. 역시 동서문고로 간행되어 지금은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최고 걸작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부족하지만 발상의 역전이 기발한 작품으로 당대의 명탐정의 반열에 오른 구석의 노인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합니다.

A.모리슨 "렌턴관 도난사건"
탐정 마틴 휴이트 시리즈. 역시나 추리소설 역사에 남을만한 멋진 트릭이 등장합니다. 또한 이 트릭을 풀어내기 위한 단서도 굉장히 합리적이라 단편 추리소설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죠. 덧붙이자면 아주 오래전 <세계의 명탐정 50인>에 등장했던 바로 그 트릭입니다. 전개가 조금 밋밋한 것이 약간 아쉽네요.

도로시 L 세이어즈 "의혹"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니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한마디로 걸작.

2021/05/14

더블, 더블 - 엘러리 퀸 / 이제중 : 별점 2점

더블, 더블 - 4점
엘러리 퀸 지음, 이제중 옮김/검은숲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4월 1일, 만우절에 엘러리 퀸에게 신문기사가 담긴 편지가 도착했다. 라이츠빌에서 일어났던 루크 매캐비의 죽음, 루크의 유산 4백만 달러가 주치의 세바스티안 도드에게 상속된 것, 유산에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던 하트 방적 공장 사장 존 스펜서 하트가 자신이 유용한 루크의 돈 때문에 자살했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4월 7일에는 마을에서 구걸을 했던 술꾼 톰 앤더슨이 실종되었다는 기사가 담긴 두 번째 편지가 도착했다. 

그리고 엘러리 퀸에게 톰 앤더슨의 딸 리마가 찾아와 아버지는 죽었을 거라며 사건 해결을 의뢰했고, 엘러리 퀸은 리마와 함께 십여년 만에 다시 라이츠빌로 향하는데...

엘러리 퀸 장편 중에서는 수작들이 많이 모여있는 '라이츠빌 시리즈'입니다. 

고전 본격 추리물이었던 국명 시리즈에 반해, 라이츠빌 시리즈는 범죄 드라마 성격이 강하다는게 특징이지만, 이 작품은 기존 라이츠빌 시리즈와는 조금 다릅니다. 작위적으로 만들어진 범죄라는 느낌을 강하게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부자, 가난뱅이, 거지, 도둑, 의사, 변호사가 차례로 죽는다'는 마더 구스 동요 중 한 편의 내용대로 살인 사건이 벌어지거든요.

그러나 확실히 라이츠빌 시리즈는 라이츠빌 시리즈에요. 이야기 자체는 전혀 본격물처럼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건은 우발적인 사고로 여겨진 탓에 제대로 수사가 이루어지지도 않는 탓입니다. 경찰이 방관하는 동안, 탐정인 엘러리 퀸 역시 현장에서 단서를 찾아낸다던가 하는 최소한의 노력도 보이지 않습니다. 라이츠빌 시리즈답게 인간 관계와 동기에 집중합니다.

덕분에 왜 동요가 사건과 연결되는지? 왜 범인이 엘러리에게 편지를 보냈는지?에 대한, 와이더닛물로는 꽤 흥미로운 편입니다. 특히 동요와 사건과 연결되는 이유가 참신했어요. 범인 케네스는 죽음에 대한 강박증이 있어서 유언장 쓰기를 미루던 도드 의사가 죽음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으면 순순히 유언장을 쓸 것이라 생각하고 모든 사건을 꾸몄습니다. 그래서 두 건의 사망 사고의 피해자 직업에서 착안하여 톰 앤더슨을 죽이고, 니콜 자카르도 사고를 위장하여 살해한 뒤 이 모든게 마더구스 동요 법칙에 따른 죽음으로 다음 차례가 도드 의사인걸 명심하게 만든 것이지요.
도드 의사가 오래 앓아온 신경증 탓에 죽음을 지나치게 두려워한다는게 전개와 묘사에서 계속 드러나서 설득력도 넘칩니다. 우발적인 죽음이 목표한 살인의 연결고리로 이용된다는 트릭은 제법 많이 보아 왔지만, 이 작품에서의 동기만큼은 신선하면서 설득력 높다는 점에서 좋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허나 후더닛물로는 좋은 작품은 못됩니다. 범인은 케네스 아니면 리마일게 너무 뻔했으니까요. 그런데 리마의 경우, 어린 시절에는 몰랐던 바깥 생활에 대한 동경 때문에 아버지를 죽였을 수는 있습니다. 속박에서 풀려나기 위해서요.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을 죽일 동기는 없습니다. 때문에 범인은 케네스인 거지요. 도드 박사의 유산 4백만 달러는 동기로 차고 넘치잖아요. 세 번째 사건인 니콜 자카르 사살 사건은 어쨌건 케네스가 총으로 쏘아 죽이기도 했고요. 

물론 도드 박사의 유언장이 공개된 뒤, 거의 모든 유산은 종합 병원에 기부되기 때문에 케네스의 동기는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도드 박사 뒤에 살해된 변호사 홀더필드, 양복장이 월더 형제 사건에서는 동기가 아예 없어 보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도드 박사 살해까지는 케네스가, 그 뒤 범행은 리마가 저질렀다고 생각했습니다. 둘은 도드 박사가 죽은 뒤 결혼했으니 뭔가 동기를 공유했을거라고 본 것이지요. 사실 뒷 부분은 여러모로 리마인게 더 자연스럽기도 합니다. 동요 순서대로 '대장'이 마지막에 죽는다면, 이는 앞서 엘러리가 리마에게 말했듯 엘러리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결말은 결국 케네스가 진범이라서 조금 맥이 빠졌습니다. 케네스의 자백 외에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점, 그리고 그가 엘러리가 꾸민 리마 체포 쇼를 보고 자백했다는 결말도 좋은 후더닛 본격물로 보기 어렵게 만들고요.

국명 시리즈로 대표되는 엘러리 퀸 본격물처럼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단점도 큽니다. 동요와 사건을 무리하게 엮은 탓입니다. 동요 순서대로 변호사와 장사꾼 (양복장이)가 죽는 상황은 순전히 우연이기 때문입니다. 도드 박사가 유언장을 두 번 남겼다는 것도 우연이고, 이를 진작에 데이비드 월도가 밝히지 않은 이유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변호사 비서 플로스가 때마침 라이츠빌을 떠났다는 것도 동요에 끼워 맟추기 위한 편의적인 발상에 불과합니다. 비서 플로스는 아예 등장하지 않는게 그나마 말이 되었을 겁니다. 

엘러리 퀸에게 케네스가 편지를 보냈다는 설정은 억지의 정점입니다. 엘러리 퀸의 입으로 도드 박사에게 '죽음을 선고'하기 위해서라는데 이게 말이나 됩니까... 케네스는 그냥 신문에 투고만 했어도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살인범이 탐정을 불러서 피해자가 죽는걸 예언하게 만들다니, 억지도 정도껏 해야죠.

캐릭터들도 현실적이지 않은, 만화같은 캐릭터들 뿐이에요. 아버지와 함께 산 속 움막에 살던 청순한 소녀 리마가 대표적입니다. 도드 의사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신경증 증상을 보인다는건 사건 동기 설명을 위해 필요했던 묘사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다양한 점치기를 시도한다는 설정 등 다른 캐릭터들도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고요. 엘러리와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이던 리마가 케네스와 첫 눈에 사랑에 빠진다는 것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묵직한 라이츠빌 시리즈라면 아예 리마와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게 맞았을테고, 이왕 등장한거라면 팬들에게는 리마가 엘러리와 연결되는 결말이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나이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예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라이츠빌 시리즈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라이츠빌 시리즈의 장점보다는 기존 엘러리 퀸 시리즈의 단점이 더 불거진 망작입니다. 역시나, 유명하지 않은 작품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네요.

2022/07/02

미스터리를 읽은 남자 - 윌리엄 브리튼 / 배지은 : 별점 3점

미스터리를 읽은 남자 - 6점
윌리엄 브리튼 지음, 배지은 옮김/현대문학

인기 탐정이 등장하는 시리즈를 답습하는 작품은 많습니다. 탐정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셜록 홈즈의 경우는 작가 사후에도 다른 작가들에 의한 시리즈가 계속되었고, 에놀라 홈즈와 같은 가족이 등장하는 스핀 오프에 각종 패러디와 파스티슈 물까지 합치면 그 수는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저 역시 "경성 탐정록"이라는 파스티슈 물로 숟가락을 얹었었지요. 

문제는 누구나 다 아는 탐정이 등장하기에 별다른 변주를 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셜록 홈즈가 21세기에 환생을 하든, 이세계로 전생을 하든간에 그는 셜록 홈즈니까요. 하지만 이 단편 시리즈는 이런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해결한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그 탐정이 등장하는 시리즈 작품을 읽은 누군가가, 자기가 흠모하는 탐정을 따라해서 사건을 해결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대와 탐정역에 얼마든지 변주가 가능합니다. 고전 정통 본격물 탐정들이 등장하기 때문인지, 모든 이야기들이 고전 정통 본격물 스타일인데 이 역시 마음에 듭니다. 작가 취향이 아무래도 저와 비슷한 듯 하네요.

물론 몇몇 작품들은 원래 탐정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논쟁의 여지가 있기는 합니다만, 고전 정통 본격물 애호가의 마음에 불을 지르는 좋은 시리즈라는건 분명합니다. 뒤이은 수록된, 저자의 다른 시리즈인 스트랭 씨 시리즈 역시 고전 정통 본격물로서 나쁘지 않은 수준을 보여주고요. 그래서 제 별점은 3점입니다. 덕분에 오랫동안 겪고 있었던 고전 정통 본격물 금단 현상이 조금이나마 해소된 듯 합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11편이나 되는 "~를 읽은 남자" 리뷰를 쓰다보니 힘이 빠져서, 스트렝 씨 시리즈는 제일 괜찮았던 한 편만 소개드립니다.

"존 딕슨 카를 읽은 남자" 

에드거는 존 딕슨 카 소설에 나오는 것같은 밀실을 만들어 삼촌을 살해할 계획을 세웠다. 계획의 핵심은 벽난로였다. 삼촌을 살해하고, 깨끗하게 청소한 벽난로 굴뚝으로 빠져나온 뒤 난로에 불을 붙여 밀실로 만들 셈이었다...

아주 오래 전 다른 앤솔러지를 통해 읽었던 작품입니다. 존 딕슨 카하면 떠오를 '밀실'을 소재로 만든 작가의 처녀작입니다. 범인이 범행 계획을 앞 부분에 상세하게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도서 추리물' 형식을 띄고 있기는 하지만, 본격 추리물은 아닙니다. 오히려 블랙 코미디에 가깝지요. 그래도 재미만큼은 나무랄데 없네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엘러리 퀸을 읽은 남자" 

엘러리 퀸의 광팬 아서 민디가 머무는 양로원에서 위책 노인이 애지중지하던 10달러 금화가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유일한 용의자 데니슨이 그들 앞에서 옷을 벗기까지 했지만, 금화는 찾을 수 없었다...

엘러리 퀸 광팬이 "퀸 수사국" 속 "마약 부서 검은 장부"라는 작품을 인용해가며 추리를 펼친다는건 시리즈 설정에 딱 맞아 떨어지는데, 사실 아서 민디는 별로 엘러리 퀸같지는 않습니다. "검은 장부"에서의 트릭과도 아무 관련이 없고요. 

그러나 다행히도 원전보다 추리적인 부분은 훨씬 낫습니다. 아서 민디는 데니슨의 뺨 상처가 벌어진 이유, 계단을 끔찍히 싫어하면서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유를 추리하여 진상을 밝혀내는데, 설득력 높은 완벽한 추리였기 때문입니다.

정통파 본격 추리 단편의 교과서같은 작품으로, 제 별점은 5점입니다. Hall of Fame!

"읽지 않은 남자" 

몬티는 친구 포드에게 벽돌을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 암실용 방을 새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포드는 몬티의 아내 헬렌이 죽은 교통사고를 일으켰지만, 몬티는 그건 사고였다며 포드를 달랬다. 두 남자는 곧바로 벽을 쌓기 시작했고, 몬티는 포드에게 그가 좋아하는 위스키 코노서스 초이스 반 병을 건넸다...

포드는 헬렌이 갑자기 도로 한 복판으로 뛰어나와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몬티는 집 앞 우편함에 포드 차 페인트가 묻었다는 것, 그리고 현장 근처에서 버려진 위스키 병을 찾아낸 뒤, 포드가 차에서 술을 마시다가 헬렌을 덮쳤다고 추리합니다. 그래서 복수를 위해 포드를 불러 벽을 쌓는 척 하고 암실 안에 가둬 버리고 말지요.

그런데 차 안에서 술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고 당시 포드가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판단한 수사 결과는 별로 와 닿지 않았습니다. 분명 사고를 일으킨게 분명한 포드가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몬티를 당당하게 찾아온 경위, 그리고 제 발로 갇힌 방을 만드는데 참여한 것에 대한 설득력도 부족했고요. 몬티는 포드가 에드거 앨런 포의 "아몬티야도 술통"을 읽지 않아서 이 함정에 빠졌다고 말하지만, 이건 책을 읽고 안 읽고의 문제는 아닌 듯 합니다. 애초에 위험한 상황에 제 발로 들어간게 문제거든요.

읽지 않은 남자라는 변주는 좋은 발상이었는데, 결과물은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렉스 스타우트를 읽은 여자" 

카니발에서 "뚱뚱녀" 역할을 맡은 거트루드는 연기를 위해 렉스 스타우트 작품을 탐독하다가 빠져들게 되었다. 쇼 단원 중 거트루드가 딸같이 아끼던 뱀 조련사 릴리가 살해된채 발견되자, 거트루드는 직접 사건을 해결하려 나서는데...

렉스 스타우트네로 울프와 뚱뚱하다는 점, 그리고 아치와 같은 조수(?)가 있다는 연결 고리는 가지고 있지만, 내용 자체는 렉스 스타우트, 그리고 네로 울프와 별 관계는 없습니다. 평범한 추리물이에요.

그러나 정통파 본격물로 보기에는 애매했습니다. 핵심 단서인 사건 현장에서 발견되었던, 반쪽짜리 메달에 적힌 BY-BY라는 글귀에 대한 단서 제공이 전무한 탓입니다. '비실이'라는 별명을 들으면 불같이 화낸다는 설정도 너무 후반부에서나 드러나서, 전개 면에서도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었고요. 그냥저냥한 작품입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애거사 크리스티를 읽은 소년" 

시골 마을 라킨스코너에 벨기에 교환학생인 열 살짜리 천재 자크 뒤몽드가 찾아왔다. 자크는 마을 경찰 맥스 코리와 친구가 되는데, 어느날 라킨스코너에 수 명의 대학생들이 찾아와 기묘한 장난을 벌이는 사건이 일어났다...

대학생들이 노린건 희귀 우표였는데, 이걸 사다가 혹시 발각될까봐 다른 기묘한 사건을 벌였다게 진상입니다. 

그런데 진상이 납득되지 않아서 도무지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네요. 마을을 들 쑤실 필요는 없었습니다. 여러 명이 서로 모르는 사람인 척, 차례대로 원하는 우표가 나올 때 까지 우표를 그냥 사면 아무 문제 없이 끝났을테니까요. 독자가 뭔가 희귀 우표 관련된 사건이라고 쉽게 짐작 할 수 있다는 점도 감점 요소였습니다. 

아울러 탐정역인 자크가 벨기에인으로 대화하다가 프랑스어를 섞으며, 심지어 10살 짜리가 있지도 않은 콧수염을 만지는 시늉을 한다는 식으로 포와로를 따라한다는 묘사는 심하게 억지스러웠습니다. 학생들이 노리던 우표는 인쇄 오류로 '콧수염'이 생긴 것 처럼 인쇄되었다는건 이러한 억지 포와로 따라하기의 화룡정점이라 할 수 있고요. 추리도 별 볼일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시리즈 최악의 작품입니다.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아서 코난 도일을 읽은 남자" 

테리 왓슨에게 대학 후배 대니얼 블래싱검이 편지를 보내왔다. 그러나 전혀 알지 못하던 사이인데다가, 뚱딴지같은 내용이어서 이유를 알기 위해 왓슨은 편지 속에서 언급된 다른 인물에게 전화를 건 뒤, 워싱턴으로 호출되었다. 알고보니 블래싱검은 타국 대사관에서 암약하는 스파이로, 중요한 목록이 담긴 상자의 비밀 번호를 편지 속에 숨겨 보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왜 테리 왓슨에게 편지를 보냈는지는 모른채 시간은 흘러만 가는데...

왓슨에게 보내진 엉뚱한 편지에 암호가 감추어져 있다는 설정은 흥미로왔습니다. 세개의 이어진 영어 알파벳이라는 암호도 단순해서 좋았고요. 무엇보다도 이 암호 때문에 테리 왓슨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결말이 아주 유쾌했어요. 암호는 "LMN"으로 이는 셜록 홈즈의 유명한 대사 - '엘레멘터리 왓슨 - 그건 기본이야 왓슨' - 를 떠올리면 풀 수 있기 때문입니다. ""LMN 테리 왓슨" 이 되니까요. 말장난이기는 해도, 아서 코난 도일셜록 홈즈 시리즈를 읽었어야만 풀 수 있는 암호라는 점에서 시리즈 취지에도 잘 부합하기에,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체스터턴을 읽은 남자" 

브라운 신부 시리즈의 애독자 케니 신부는 추찹한 사진을 밀매하다가 자살했다는 교구민 팀 해링턴의 장례 미사 문제로 주임 시부 고거티 신부와 언쟁을 벌였다. 그 뒤 고거티 신부는 팀 해링턴이 자살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아내 보라며 케니 신부에게 하룻 동안의 유예를 주었다. 그리고 케니 신부는 사건 담당인 깐깐한 언셀 형사와 함께 방문한 사건 현장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내는데....

브라운 신부 스타일의 탐정물이라기 보다는, 브라운 신부가 가치 있는 작품이라는걸 증명하는 작품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추리적으로도 괜찮습니다. 특히 팀 해링턴이 자살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드러나는 장면은 꽤나 인상적이에요. 차에 반사되는 햇살을 보고, 추잡한 사진을 슬라이드로 보려면 '커튼'을 쳤어야 했는데 현장이 그렇지 않은걸 눈치채는게 아주 자연스러웠거든요. 깐깐한 언셀 형사가 설득당한게 일리가 있다고 생각될 만큼 좋은 추리였습니다. 사진 배달부의 실수가 살인으로 이어졌다는 동기도 짧은 분량에 잘 드러나있고요. 여러가지 철학적이고 현학적인 대사를 장황하게 펼치며 쉬운 말도 한번 더 꼬아서 말하는 브라운 신부와는 전혀 다른 신세대(?) 신부지만, 애정하는 브라운 신부를 위해 발벗고 나서는 케니 신부 캐릭터도 마음에 드네요.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그 작품에 푹 빠졌다는 건 "~를 읽은 남자" 시리즈에 속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지요.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재미도 있고 추리적으로도 괜찮은 좋은 단편 추리물로 제 별점은 3.5점입니다.

"대실 해밋을 읽은 남자" 

정년 퇴직 후 도서관에서 책 정리하는 잡무를 하게 된 프리처드는 어느날 도서관장 디컨 씨의 부름을 받았다. 추리소설 애호가 패러것이 도서관 이사회 회장 앤드루 킹과 건 내기 때문이었다. 패러것이 도서관 어딘가에 감추어 둔 책을 찾으면 그가 추리소설 초판본 컬렉션을 도서관에 기증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추리소설 매니아 프리처드가 앤드루 킹을 도와 패러것이 준 간단한 단서로 한 시간 안에 책을 찾기 위해 애쓰게 되는데....

아르바이트하는 추리소설 매니아가 자신의 취미를 이용해서 도서관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낸다는, 추리소설 애호가들에게는 꿈 같은 설정의 이야기입니다. 추리 소설 매니아 프리처드 씨에게도 행운이 닥치는 결말까지도 아주 환상적이에요.

이야기의 핵심인 보물찾기 게임도 꽤 그럴듯하고, 합리적으로 설명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인 독자는 풀이 과정에 동참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3.14"가 적힌 봉투 안에 "더블 더즌", 그리고 "몰타의 매"라고 적힌 카드가 한 장씩 들어있는게 힌트였는데, "3.14" -> 파이는 "Pie"로 바꿀 수 있고, "더블 더즌"은 24, "몰타의 매"는 "매"가 소문자라서 말 그대로의 새를 의미하므로 "검은 새"가 되고, 이게 "파이 안에서 구워지는 스물 네 마리 검은 새"라는 동요로 이어지는데, 한국 독자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추리인 탓입니다.

그래도 재미도 있고, 추리적으로도 깔끔한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조르주 심농을 읽은 남자" 

친구 해럴드와 함께 고가의 화물을 나르는 바니는 조르주 심몽의 메그레 시리즈를 탐독해왔다. 그들은 대저택에서 '라이트풋' 래리 쇼필드라는 고용인 앞에서 싣고 온 화물을 내려놓았다. 그는 별명 그대로 알록달록 화려한 가죽 부츠를 신고 있었다. 그러나 바니는 메그레 경감의 활약을 떠올리며, 래리 쇼필드가 가짜라고 확신하는데...

메그레 경감은 사실 대단한 추리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은 아닙니다. 좀 우직하고, 인간 내면을 성찰하는 부분이 많은 편이죠. 그러나 성실하고 꼼꼼한데다가 관찰력이 뛰어난데, 이 작품 속 바니 역시 관찰을 통해 래리 쇼필드가 가짜라는걸 알아내게 됩니다. 그는 래리 쇼필드가 절대로 다리를 꼬지 않고, 발바닥을 계속 땅에 대고 있는걸 눈치채거든요. 부츠를 갈아신었는데, 새것이라는게 들통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요.

하지만 단지 부츠가 새 것이라는게 그가 가짜라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래리 쇼필드가 자기 입으로 흙길을 걸어 왔다고 말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부츠는 얼마든지 갈아 신을 수 있잖아요? 바니가 오지랖을 떨어서 쇼필드의 정체를 폭로한 이유도 불분명합니다. 설령 눈치를 챘더라도, 현장을 벗어나 경찰에 신고하는게 당연했습니다. 현장에서 총을 든 상대방을 위협해가며 추리쇼를 펼칠게 아니라요.

이렇게 단점이 더 눈에 많이 뜨이며, 메그레 경감의 특징을 잘 살린 것도 아니라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존 크리시를 읽은 소녀" 

에밀 프랫은 오랫만에 겨우 집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담당하고 있는 도킨스 사건 때문이었다. 영국인 도킨스는 미국으로 여행을 왔었는데, 칼에 찔려 살해당했다. 도박으로 땄던 3천 달러 정도를 노린 범행이었다. 그는 죽기 전 경찰에게 "올드 피싱.."과 비슷한 말을 남겼다. 에밀 프랫의 딸 메릴리는 최근에 읽고 있는 존 크리시의 기디온 경정 시리즈에 나온 영국 코크니 말투가 해결의 실마리라는걸 아빠에게 알려준다....

기디온 경정의 활약보다는, 작품에 등장했던 영국 런던 토박이 코크니들의 은어가 단서가 된다는건 독특했습니다. 그러나 다이잉 메시지라는 억지스러운 설정에 더해 죽어가면서 은어를 써서 단서를 남길 이유가 설명되고 있지 않은 등, 이야기의 설득력이 낮다는건 아쉬웠어요. 당연히 한국인 독자로서는 추리하기도 힘든 내용이었고요. 그냥저냥한 작품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아이작 아시모프를 읽은 남자들" 

역사 교사 폴 해스킬, 전화선 보수 기술자 재스퍼 지머먼, 대장장이 가브리엘 둔, 은행장 시드니 워윅과 메리 팅커 술집 주인 핀들레이의 다섯 명은 모두 아이작 아시모프 박사의 팬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메리 팅커 술집에 모여 "흑거미 클럽" 처럼 수수께끼 풀이 놀이를 하곤 했었다. 그러나 진짜 작은 마을 홀컴밀스에서는 별다른 사건이 없어서 놀이 속 수수께끼는 공상에 불과했다. 

그런 그들에게 기자 에드거 바시가 진짜 수수께끼를 가져왔다. 마을 최대의 백화점 '밸류 투데이'의 사장인 마케팅 귀재 데이비 로터스가 천 달러가 들어있는 금고를 전시장에 공개하고, 금고를 열면 누구나 돈을 가져갈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비밀번호가 무엇인지에 대한 수수께끼였다. 아시모프 팬들은 각자 자신만의 추리를 들려주는데...

아이작 아시모프의 '흑거미 클럽'에 대한 일종의 파스티슈 작품입니다. 

참석자들이 각자 내 놓는 추리들이 눈길을 끕니다. 감히 '흑거미 클럽'을 운운할 수 없는, 여러모로 부족한 추리들이었지만 각자의 직업과 전문 분야에 바탕을 두고 있어서 잘 와 닿기는 했거든요. 마지막에 집사 헨리의 포지션인 술집 주인 핀들레이가 정답을 맞추고 천 달러를 얻는 결말도 좋아요. 

무엇보다도 밸류 투데이는 데이비 로터스의 철자를 가지고 만든 애너그램으로, 이를 이용하면 금고 번호를 알아낼 수 있다는 진상에 대한 정보도 공정하게 제공한다는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런게 바로 정통 본격 고전 추리물이라 할 수 있겠지요. 한국인 독자에게는 쉽게 추리할 수 없는 내용이기는 했지만요.

여러모로 아시모프의 원전인 걸작을 잘 이해하고 쓴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 2부 스트랭 씨 이야기 - "스트랭 씨 여행가다" 

스트랭 씨는 단체 버스 투어로 캐나다 여행을 떠났다. 그의 옆 자리에 앉게 된 건 제리 수녀였다. 그리고 여행 도중 제리는 가판대에서 나무로 된 십자가를 구입했는데, 그 십자가가 사라져 버린 사건이 일어났다. 스트랭 씨는 귀국 직전 십자가 사건과 퀘벡에서 일어났던 은행강도 사건의 연관성을 추리해 내고, 버스에서 추리쇼를 벌이게 되는데...

작가의 또 다른 시리즈인 고교 과학 교사 스트랭 씨 시리즈의 수록작 중 마지막 작품이자 가장 마음에 든 작품입니다. 십자가를 '길포일' 이라는 여행객으로 변장한 은행강도 르클레어가 훔쳤던 이유는, 십자가를 포장했던 신문지 때문이었다는 추리가 특히 좋습니다. 신문에 르클레어 사진이 실려 있었다는 이유는 십자가를 훔칠 충분한 이유가 되니까요. 비록 프랑스어이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고요. '알맹이보다 포장지가 중요하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은 왠지 "브라운 신부" 시리즈가 떠오르기도 해서, "~를 읽은 남자" 시리즈로 썼어도 좋았을 것 같네요. 은행강도가 도주를 위해 미국인 단체 여행객으로 변장한다는 아이디어도 국경에서 어떻게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당히 설득력있게 들렸습니다.

이렇듯 추리물로서 상당한 수작이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이 시리즈가 더 이어지지 못했고, 국내 소개도 이 단편집에 수록된 4편만으로 끝난게 못내 아쉽기만 할 따름입니다.

2005/07/13

사라진 보석 - 콜린 덱스터 / 이경아 : 별점 3점

사라진 보석 - 6점
콜린 덱스터 지음, 장정선.이경아 옮김/해문출판사

영국 "유적도시" 관광을 위해 미국에서 온 단체 관광객 중에는 영국의 역사적 유물 "올버코트 텅"이라는 보석을 기증하기 위해 찾아온 스트래턴 부부가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로라 스트래턴이 샤워를 하던 중 심장발작으로 죽고, 보석도 도둑맞았다. 모스 경감과 루이스 경사의 수사에도 보석의 소재를 찾아내지는 못하던 중, 여행객들과 같이 행동하며 강연과 설명을 해 주던 고고학자 시어도어 켐프마저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피해자는 타고난 바람기로 주변의 원망을 들어 왔으며, 과거 자신이 일으킨 교통사고로 불구가 된 아내에게도 미움받고 있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시체를 옮기는 것은 불구가 된 아내 마리온에게는 무리였기에 모스는 켐프의 주변 인물들에게 눈을 돌렸고, 보석의 행방도 함께 수사해 나갔다. 이후 켐프의 살인범으로 모스가 지목한 용의자는 터무니 없는 인물임이 밝혀졌고, 다른 인물도 자신의 완벽한 알리바이를 입증함으로써 모스는 궁지에 몰리는데...

모스경감 시리즈 세 번째로 출간된 작품입니다. 그런데 제가 읽었던 작품 중 다른 작품들과 가장 차이점이 많습니다.

첫 번째로는 보석 도난 사건이 소재로 쓰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한 건의 살인 사건이 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긴 합니다만...

두 번째로는 등장인물들 사이의 관계입니다. "미국"에서 건너온 단체 관광객들과 여행에 관련된 불특정 다수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그려지거든요. 주로 지역 사회 기반의 좁은 인간 관계 중심이었던 다른 작품들과 확실히 차이가 나죠.

세 번째로는 캐릭터인데 모스 경감이 여러개의 추론을 내놓고, 여러번 실패하며 진상에 도달하는 모습은 다른 작품과 동일하지만 한번의 실패가 꽤나 결정적이라는 점, 그리고 추리쇼를 통해 진상을 밝혀내는 마지막 장면은 다른 시리즈와 굉장히 다른 느낌을 전해 줍니다. 특히나 마지막 여행객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의 추리쇼는 모스 경감의 캐릭터를 잘 살리면서도 명탐정의 포스를 잘 뿜어내 주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울러 모스 경감의 차가 란치아가 아니라 재규어라는 점(이 부분은 TV 시리즈 방영 후 바뀐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실제로 여자와 원나잇스탠드에 성공한다는 점도 다른 작품과 다르지요.

추리적으로 일종의 위증을 통한 알리바이 조작이 핵심인데 꽤나 이야기에 잘 어울리게, 공정하게 전개되고 있어서 마음에 듭니다. 사건의 동기 역시 상당히 설득력이 있기에 정통 추리물로 불러도 손색없는 작품이 된 것 같습니다. 이에 더해 "보석은 어디로 갔는가"와 "누가 켐프 교수를 죽였는가"라는 두 사건 모두 관계자들의 증언 중 누구의 말이 참말이고 거짓인지에 복잡하게 비교하여 진실을 끌어내는 전개도 다른 시리즈 작품과는 다른 재미 요소였습니다. 읽으면서 자꾸 앞부분을 다시 들추게 될 정도로 는 이야기가 복잡해지기는 했지만요.

또 영국에 여행온 미국인들이 주요 인물이라 런던(주로 옥스퍼드 중심이지만)의 관광명소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묘사가 부록처럼 따라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유명 사적지에 얽힌 이야기가 감초처럼 끼어 있어서 좋더군요. 나중에 혹 영국 여행을 가게된다면 나름대로 도움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입니다. 전에 읽었었던 다른 작품들과 분명 차별화된다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기존의 스타일과 유머를 적절히 유지하면서도 작가 스스로 진부해 질 수 있는 시리즈에 변화를 준 것이 괜찮게 느껴졌거든요. 사실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매너리즘에 빠지는 작품들이 상당히 많이 있어서 아쉬웠는데 이 모스경감 시리즈는 역시 명성에 걸맞는 위치를 충분히 차지할 만한 시리즈로 보이네요.

이제는 모스경감의 TV 시리즈를 어떻게 구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막 포함해서요. 케이블 TV에 독자 엽서라도 한번 보내봐야겠군요.

2010/08/09

여왕벌 - 요코미조 세이시 / 정명원 : 별점 3점

여왕벌 - 6점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시공사

이 작품은 3년여전, TV 시리즈로 먼저 보았던 작품입니다. 사실 TV 시리즈로 보았을때에는 주인공 쿠리야마 치아키외에는 건질게 하나도 없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작품이었기에 별로 기대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죠. 그런데 읽다보니 왠걸, 이거 꽤 물건이더군요. TV 시리즈로 본 "팔묘촌" 역시 소설이 훨씬 좋았었는데, 이 작품은 그 차이가 더 심하네요. 그만큼 소설이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TV 시리즈에서 실망했던 부분인 사건과 트릭은 소설 역시 다른 긴다이치 시리즈에 비하면 처지기는 합니다. 첫 번째 사건인 유사 사건의 알리바이 트릭과 히메노 도사쿠 사건의 진상은 경찰 수사의 혼선이었을 뿐입니다. 트릭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한 수준이지요. 사건의 핵심인 19년 전의 월금도 사건은 TV시리즈 리뷰에서도 지적했듯 '정신착란'으로 풀이되는 트릭이라서 공정하다고 볼 수 없고요. 아울러 용의자가 너무나 적은 것도 문제입니다. 마지막 장면에는 정말 범인밖에는 남지 않아 버리거든요.

그래도 수수께끼 풀이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색다른 요소와 즐길거리가 많습니다. 일단 요코미조 세이시 작품 통틀어 최고의 미인이라고 할 수 있는 도모코라는 캐릭터를 꼽을 수 있습니다. 전형적인 남자 잡아먹는 악녀 캐릭터가 아니라 본인 자체는 순수하고 악의도 없는데 ,주변 남자들이 화를 입는다는 설정이 독특한 덕분입니다. 설정을 뒷받침 해 주는 묘사도 빼어나고요. 보통 이런 작품에서는 ‘사실은 악녀였다!’ 라는 식으로 뒷통수를 치기 마련인데 - "밀랍인형" -, 끝까지 설정을 유지하면서 긴장감있게 끌고가는 것도 신선했습니다.
도모코와 다몬 렌타로와의 행복한 결말을 암시하는 해피엔딩도 긴다이치 시리즈에서는 보기 힘든 부분인데, 도모코에 감정이입한 독자들을 납득시키는 결말이라 마음에 듭니다. 솔직히 그리스 조각같은 외모에다가 로열 패밀리인 다몬 렌타로는 지나치게 작위적이라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요.

아울러 작품의 수준을 떠나서 긴다이치 시리즈 거의 대부분이 지닌 매력, 즉 지루할 틈 없이 계속해서 사건이 벌어져서 작품에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은 잘 살아있습니다. 19년 전의 사건을 비롯해서 마지막 추리쇼 직전까지 무려 5건이나 되는 살인 사건이 벌어지며, 살인 사건의 와중에 수수께끼의 협박문. 괴노인의 등장, 긴다이치 코스케 피습 사건 등 사건이 끊이지 않는 덕분입니다. 

또한 앞서 말했듯 추리적으로는 대체로 별로지만, TV시리즈에서도 괜찮게 생각했던 ’박쥐’ 트릭만큼은 역시나 그럴듯했습니다. 추리 소설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동기도 합리적이고요. 19년 전 사건의 동기야 두말할 필요 없이 확실하고 현 시점에서의 사건 역시 발단은 19년 전 사건과 얽혀있는 등 인과관계가 확실하거든요. 덕분에 구성적으로는 잘 짜여져 있어서 추리 소설로도 충분히 납득할만한 결과물이라 생각됩니다.

다른 대표작 수준의 트릭만 하나쯤 더 등장해서 작품을 뒷받침 해 주었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트릭에 매몰되어 합리적인 이야기 전개나 인간관계가 등장하지 않는 작품들보다는 읽기도 편하고 쉽게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좋은 작품입니다. 역시 기본적인 이야기가 탄탄하고 재미있는게 더 중요한 셈이지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24/08/25

인계철선 - 리 차일드 / 다니엘 J. : 별점 2점

인계철선 - 4점
리 차일드 지음, 다니엘 J. 옮김/오픈하우스
"아래 리뷰에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키 웨스트에서 막노동으로 몇 개월 째 생계를 꾸리던 잭 리처 앞에 그를 찾는 사립 탐정 코스텔로가 나타났다. 리처는 귀찮은 일에 엮이기 싫어 다른 사람인 척 했는데, 코스텔로가 살해당하자 죄책감을 느끼고 의뢰인을 찾아 나섰다. 알고보니 의뢰인 '제이콥 부인'은 잭 리처가 군 시절 존경했던 상관 가버 장군의 딸 조디였다. 가버 장군은 심장병으로 막 사망한 상태였다. 가버 장군이 최초 리처를 찾으려 했있고, 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조사에 나선 둘은, 사건이 빅터 하비라는 월남전 실종 군인과 관련되어 있다는걸 알아냈다.
한편, 뉴욕 세계 무역 센터에 사무실을 둔 사채업자 갈고리 하비는 체스터 스톤의 모든걸 빼앗기 위해 그와 그의 아내 마릴린을 납치했다. 그는 자신을 추적하는 인물들에 대해 알아챈 뒤, 스톤의 재산을 서둘러 가로채 뉴욕을 뜰 생각이었다.


1999년 발표된 잭 리처 시리즈 세 번째 작품. 초창기 작품입니다. 이야기는 두 가지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어 전개됩니다. 잭 리처가 조디와 만나 빅터 하비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파헤치는 부분, 그리고 갈고리 하비에게 납치당한 사람들이 겪는 공포와 탈출을 위해 제한된 상황에서 두뇌 싸움을 벌이는 부분입니다. 잭 리처와 정 반대 시점에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건 시리즈 후기작인 "10호실"과 유사합니다. 남자인 체스터가 아니라, 연약한 미모의 중년 여성 마릴린이 두뇌 싸움을 펼치는 핵심 인물이라는 점도요.

추리적으로 볼만한 부분이 제법 됩니다. 잭 리처가 코스텔로의 위치를 알아낸 뒤, 사무실에서 의뢰인 제이콥 부인의 거처를 찾아내는 과정과 빅터 하비의 연로한 부모를 사기친 악당들의 범죄 행위를 밝혀내는 장면처럼요. 
마지막에 헬기 사고 유해를 토대로 빅터 하비 사건의 진상을 추리해내는 장면은 백미입니다. 유골들에 남은 흔적으로 죽음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는건 법의학 스릴러 못지 않았으며, 당시 헬기가 긴급하게 수송했던 세 명의 정체에 대한 추리 - 두 명은 헌병이고 한 명은 범죄자였을 것이다 - 와, 범죄자가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추리 모두 그럴싸 했습니다. 상관을 살해하는 '조각내기' 수법은 다른 작품들에서 많이 보아 왔지만, 이를 현실감있게 실제 범죄 소설에 녹여낸 작품은 처음 봤습니다. 이 사건을 드러낼 수 없는 이유 - 피해자의 영웅적인 죽음이 스캔들이 되므로 - 도 합리적으로 설명되고요.

하지만 후기작들에 비하면 재미는 사뭇 떨어집니다. 이야기의 개연성도 부족하고요. 갈고리 하비가 빅터 하비의 정체를 찾아나선 사람이 있다는 이유로 사업을 접고 숨을 생각을 한다는 것부터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빅터 하비는 공식적으로는 동료를 살해하고 탈주한 탈영병 신세입니다. 당연히 빅터 하비라는 신분으로 정상적인 사업을 펼쳤을리가 없습니다. 빅터 하비는 그냥 행방불명 상태로 두고, 가지고 있는 거액을 활용하여 다른 신분을 사는게 당연합니다. 왜 빅터 하비의 신분과 그에 대한 조사가 문제가 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요.
체스터 스톤의 전재산을 강탈하려는 시도도 억지스럽습니다. 그에게 담보로 잡은 주식을 시장에 풀어 주식 가치를 떨어트리고, 그걸 빌미로 주식 담보 대출을 해 준 은행 채권을 사서 채권자가 된다는 것까지는 괜찮아요. 그런데 그 뒤에 스톤 부부를 납치하고, 경찰을 두 명이나 살해하면서까지 체스터의 주식을 빼앗으려 한다는건 설득력이 낮습니다. 채권만으로도 담보로 잡혀있는, 원래 계획했던 땅을 손에 넣는건 어렵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채권은 회사 명의이니 자기 이름이 드러날 일도 없고요.
빌런 갈고리 하비가 사악한 인물이라는걸 긴 설명을 통해 독자에게 알려주기는 하지만, 그는 무력으로는 애초에 잭 리처의 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일기토 장면은 다소 빈약하게 느껴집니다. 하비 일당은 달랑 세 명 뿐인데다가 특별한 훈련을 받은걸로 묘사되지는 않으니까요. 심지어 하비는 오른손까지 없습니다. 테러리스트 일개 부대를 쓸어버리는 잭 리처의 다른 시리즈를 본 사람들한테는 이건 한입거리도 안된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지요.

잭 리처 시리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악에 대한 응징도 시시합니다. 쫓기는 공포라던가, 절대적인 무력 앞에서 좌절하게 만드는 사이다 전개는 등장하지 않는 탓입니다. 하비가 인질을 이용해서 주도권을 계속 잡다가, 마지막에 잭 리처가 기습해서 단 한 방으로 끝장내는게 전부거든요. 잭 리처도 중상을 입고 총까지 맞는 등, 다른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아쉬웠고요. 
이런 나약함(?)을 포함해서, 한 여자에게 진심으로 반한다던가, 가버 장군이 유산으로 남긴 집 때문에 정착과 취직을 고민한다던가 하는 잭 리처스럽지 않은 묘사가 많습니다. 이건 시리즈 팬으로서는 그리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네요. 잭 리처 시리즈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작가가 잠깐 까먹었나 봅니다.

그래서 별점을 주자면 잭 리처 시리즈로는 1.5점이고, 그냥 범죄 스릴러로 본다면 2점입니다. 피해자 시점 전개에서의 서스펜스는 괜찮았고, 머리를 쓰는 부분도 적지 않다는건 좋은데 잭 리처 시리즈로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2024/04/29

04.23 ~ 04.28 두산 베어스 경기 감상평

NC, 한화 홈, 원정 홈 6연전
성적 : 4승 2패

좋았던 점
  • 1주일, 6경기 동안 44득점! 오랫만의 타선 폭발
  • 1, 2선발의 대체 선발 투입 경기를 모두 잡아내다.
  • 최원준 선수의 부활투

나빴던 점
  • 1,2 선발 투수들의 부상
  • 이승엽 감독의 영문을 알기 어려운 투수 운용과 엔트리 구성

총평과 이번주 예상 (혹은 기대)
전주 키움전을 위닝으로 마쳤지만, 1, 2선발인 알칸타라와 브랜든 선수가 모두 부상으로 빠져서 어려운 경기를 예상했는데 의외의 위닝 시리즈를 거두었습니다. 3연속 위닝 시리즈네요.

주전 포수 양의지 선수마저도 부상으로 휴식을 취하는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위닝 시리즈를 가져온건 대체 선발 최준호, 김유성 선수의 호투 덕분입니다. 대체 선발이 승리를 거둔게 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군요. 첫 경기는 거의 승리당한 수준의 운이 따르긴 했지만요. 
타격도 수요일 경기를 빼면 완연한 회복세입니다. 특히 끝도 없이 부진했던 양석환, 라모스 선수와 김재환 선수의 대폭발이 위닝 시리즈의 원동력이었습니다. 김기연 선수도 그간 두산 백업 포수진에서 보기 어려운 타격을 선보여 주었고요. 
선발진이 호투하고 타선이 뒷받침하는 이상적인 경기 운영이 이루어진 한 주였습니다
그러나 땜빵 선발의 계속된 활약을 기대하는건 무리입니다. 실제로 최준호 선수는 실책 탓이 컸지만 일요일 경기에서는 2이닝도 채 채우지 못했지요. 알칸타라와 브랜든 선수가 빨리 복귀해야 좋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거에요.

그런데 지난 주 시리즈에서 가장 눈에 거슬렸던건 이승엽 감독의 투수 운용이었습니다. 정철원 선수에서 홍건희 선수로 마무리를 교체한 뒤 짜임새를 갖춰가던 계투진을 감독이 망쳐버리고 말았어요. 토요일 대체 선발 투수로 필승조 박정수 선수를 투입한 탓입니다. 아무리 퀵 후크라도 필승조인데다가 화요일, 수요일 경기에서 연투한 투수를 토요일에 투입하는게 말이나 됩니까? 원칙대로 김민규 선수를 기용하던가, 아니면 이영하 선수나 퓨처스에서 선발을 뛰어봤던 선수 중 누구라도 올려서 기용하는게 마땅했습니다. 박정수 선수의 좋았던 감과 분위기도 잃고, 게임도 지고 만 최악의 운용이었습니다.
일요일 경기도 어처구니 없었습니다. 최준호 선수를 빨리 내린 탓에 김택연 선수가 멀티 이닝을 소화한건 어쩔 수 없었다 치더라도, 15:6으로 크게 앞서는 상황에서 이병헌 선수를 투입해 멀티 이닝을 던지게 한 건 도대체 무슨 운용일까요? 꼭 잡아야만 했던 시즌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도 아니었는데 말이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나마 이유를 찾아보자면 선수단 엔트리 문제입니다. 감독 본인이 박정수 선수를 날려먹었으니, 퓨처스에서 투수를 더 보충할 필요가 있었는데, 김민규 선수와 김강률 선수를 교체한게 전부였지요. 그래서 무려 9점차 상황이지만 내 놓을 투수가 없어져 버렸던 겁니다.
이건 누가 뭐래도 감독 잘못이니 빨리 잘못을 깨닫고 엔트리 정리를 했으면 합니다. 특히 경기에 제대로 투입도 못하고, 특별한 활약도 선보이지 않는 대수비, 대주자 요원 중 한, 두 명은 투수와 바꿔야 합니다. 김태근, 전민재, 이유찬 선수가 지금 1군에서 모두 필요할 이유는 없습니다. 매 경기 뛰어봤자 대주자나 1이닝 대수비만 수행하고 있을 뿐이니까요. 제발 이들 중 한, 두 명은 양의지 선수 몸상태를 봐서 안승한 선수와 함께 퓨처스로 내리고 박신지, 김호준, 최종인 선수 등 중 한 명 이상 콜업하기를 바랍니다.

이번 주는 삼성, LG와의 홈, 원정 6연전이 펼쳐집니다. 삼성은 직전 시리즈 스윕패를 당한데다가 현재 연승으로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지요. 그래도 두산도 연속 위닝인데다가 타선이 깨어나는 상황입니다. 선발진도 곽빈, 브랜든, 최원준 선수가 투입되고요. 때문에 최소 2승은 거두어야 합니다. 선발진이 길게 버텨주어야 하는건 물론이고요. 만약 그렇다면 김유성, 최준호, 곽빈 선수가 투입되는 LG전도 역시 위닝 시리즈를 노릴 수 있습니다. 전통의 어린이날 시리즈이니 만큼, 꼭 이겨주면 좋겠네요. 아니, 꼭 이겨야 합니다. 이런 경기에서는 무리를 해야지요. 지난 주 일요일 경기가 아니라. 만약 상황이 좋지 않다면 빠르게 패배를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하지만 땜빵 선발 투수가 2명이나 사용되는 현실이기에 연속 위닝은 아무래도 어렵겠지요. 이번 주 예상(이라고 쓰고 본 뜻은 기대)은 3승 3패입니다. 언제나처럼 무리하지 말고, 부상 선수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허슬~ 두!!

2008/10/09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 - 아리스가와 아리스 / 김선영 : 별점 3점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 - 6점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시작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가 아리스 시리즈 중,단편집입니다. 이 시리즈의 탐정은 범죄 심리학 조교수 히무라 히데오로 작가 아리스 시리즈라 불리우는 이유는 작품의 왓슨 역이 저자 이름과 같은 추리소설가 아리스가와 아리스이기 때문입니다. 전에 원서로 읽고 리뷰를 남긴 “러시아 홍차의 비밀” 도 같은 시리즈의 한권이죠. 뭐 제가 좋아라 하는 일본 본격 추리 단편집이니 당연한 마음으로 사서 읽었습니다. 작가 아리스 시리즈 대표작은 “국명 시리즈”로 알고 있는데 좀 엉뚱한 시리즈가 먼저 번역되어 소개된 것이 좀 의아하긴 했습니다만.

감상평은 뭐랄까, 좀 애매하네요. “국명 시리즈” 이기도 한 “러시아 홍차의 비밀” 보다 재미와 수준이 떨어지기도 하고요. 전체적인 책 자체의 평균은 비슷하지만 “러시아 홍차의 비밀” 은 수록작품의 편차가 커서 좋은 작품은 굉장히 좋은 반면, 이 책에 실린 작품의 수준은 엇비슷하지만 고만고만한 수준의 작품들이 모여 있어서 딱히 끌리는 작품은 없거든요. 또한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특징이기도 한 정교한 트릭에 매몰되어 이야기 전개가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눈에 많이 거슬렸고요. 이런 단점까지 존경한다는 엘러리 퀸을 닮을 필요는 없었을텐데... 어쨌건 별점은 3점입니다. 신본격 대표작가의 정통 추리 단편집을 국내에서 접하기는 쉽지 않기에 가산점을 더했습니다.^^

총 4편의 중단편이 실려있는데 작품별로 자세하게 이야기하자면,

부재의 증명
일종의 알리바이 트릭 + 순간이동 트릭 등이 결합된 정통 퍼즐 미스터리물입니다. 아주 약간의 시간차를 이용한 결정적 단서 포착 부분은 좋았으며 동기와 범행 방식, 범인의 행동도 설득력이 넘쳐서 완성도가 높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이 단편집에서의 베스트 작품이었습니다.

지하실의 처형
형사가 수배중인 테러리스트 들에게 사로잡힌채 그들의 처형 의식의 목격자가 된다는 기본 설정은 독특했지만 애당초 범인이 둘중 하나라는 근본적 한계 때문에 꽉 짜여진 긴장감을 느끼기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히무라의 추리 역시 경찰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이루어지기에 그다지 대단하거나 놀라운 진상이 밝혀지는 것도 아니고요. 차라리 논리 퍼즐 형태의 미스터리로 가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어쨌건 정통 추리의 맛을 느끼기 어려웠고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기도 어렵기에 이 단편집에서의 워스트 작품으로 꼽겠습니다.

비할 바 없이 성스러운 순간
2건의 다이잉 메시지가 중요하게 사용되는 퍼즐 미스터리입니다. 그런데 2건 중 첫번째 메시지는 너무나 특정한 정보를 나타내는 것이며, 중간의 히무로의 착안이 명확하기에 해당 정보를 알고 있다면 크게 수수께끼로 남을 것 같지 않아 그다지 정교한 트릭으로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죽어가는 사람이 그런 정교한 도안을 그릴 수 있었을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생기기도 하고요. 두번째 메시지는 피해자의 행동이 그럴싸 하다는 점에서는 합격점을 줄 만 하고 피해자의 의도와 다른, 하지만 정확한 결론이 도출된다는 점은 신선한 발상이 엿보였습니다. 첫번째 메시지의 작위성만 없었다면 괜찮았을텐데 아쉽네요.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
이 책에서 가장 긴, 중편분량의 정통 추리물로 고전적인 시간표를 이용한 알리바이 트릭을 다루고 있습니다. 긴 분량에 걸맞게 트릭 자체는 공들여 잘 만들어진 트릭으로 추리적으로는 만족할 만 한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야기 전개에 있습니다. 범인이 범행을 하는 동기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동기가 되는 첫 사건의 동기는 전혀 설명되지 않으며, 애당초 첫번째 범행에서의 증거가 너무나 결정적이기에 두번째 사건이자 주 사건의 알리바이 트릭을 파헤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고 보여지거든요. 한 사건의 범인임이 명백하고 증거도 확실한데 왜 다른 사건에 시간과 공을 들이는지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또한 작품 전반에 걸쳐 “토끼”라는 상징이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작품의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어서 나중에는 짜증마저 일었고요. 추리적 완성도가 높은, 잘 짜여진 작품이지만 이야기 전개에 실패한 작품으로 보이기에 아쉬움이 큽니다.

2018/11/23

맥파이 살인 사건 - 앤서니 호로비츠 / 이은선 : 별점 3점

맥파이 살인 사건 - 6점
앤서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열린책들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별고 없는 조용한 마을 색스비온에이번에서 대저택 파이 홀의 가정부 메리 블래키스턴의 장례식이 치뤄졌다. 추도식을 맡은 목사, 음흉한 앤티크 숍 주인, 고인과 갈등을 겪은 아들, 시신을 발견한 관리인 등 등장인물들의 미심쩍은 행동과 죽음을 둘러싼 소문들이 밀도 있게 흘렀고, 이후 파이 홀의 주인인 매그너스 파이마저 기이한 죽음을 맞았다. 소식을 접한 탐정 아티쿠스 퓐트는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하는데... 라는 내용의 인기 추리 소설 시리즈 아티쿠스 퓐트 시리즈 최신작 "맥파이 살인 사건" 원고를 읽던 담당 편집자 수전 라일랜드는 소설의 결말이 누락된 것을 알아챘다.
원고를 전해 준 출판사 사장 찰스로부터 작가 앨런 콘웨이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은 수전은, 사라진 원고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앨런의 자택과 주변 인물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차 앨런 콘웨이 죽음이 자살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데...

작 중 최고의 인기 추리 소설 시리즈 중 하나인 아티쿠스 퓐트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맥파이 살인 사건"과, 이 책의 출판을 담당하는 클로버리프 북스의 소설팀 팀장 수전 라일랜드가 저자인 앨런 콘웨이 사망 사건에 얽힌 진상을 추적하는 두 개의 소설이 함께 수록된 작품입니다.
본 이야기 속에 하나 이상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는 일반적인 액자 소설이라기보다는 "맥파이 살인 사건"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완성된 추리 소설로 수전 라일랜드 이야기의 동기로 사용된다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보통 액자 소설은 본편 주인공에게 소설 내용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데, 이 작품에서의 "맥파이 살인 사건"은 강력한 동기 외에는 딱히 다른 역할을 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인기 시리즈로 베스트셀러가 확실한 작품인데다가 수전 라일랜드부터가 굉장한 추리소설 매니아라서 안 찾고는 못 배겼을 거라는, 굉장히 확실한 동기라는 측면에서는 설득력은 높습니다. 

문제는 "맥파이 살인 사건"이 앨런 콘웨이 사건에서 큰 단서가 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앨런 콘웨이가 추리 소설을 싫어하고 증오했는지를 설명해 주는 도구로만 사용될 뿐입니다. 딱히 대단한 단서나 트릭이 숨겨져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 도구로의 사용도 대부분 앨런 콘웨이의 장난에 불과해서 크게 와 닿지 않고요. 오히려 "맥파이 살인 사건" 이라는 추리 소설 자체만으로의 완성도가 높은 수준이라 이렇게 사용되는게 아깝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1955년을 무대로 하고 있는데 크리스티 여사님으로 대표되는 당대 본격 추리물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을 정도였거든요. 단서의 제공도 공정하며 모든 등장 인물들이 동기가 있고 수상하다는 전개도 본격물스러우며,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도 무척이나 합리적이며 범인의 동기도 확실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수전 라일랜드의 활약을 그린 본 편도 흥미롭습니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딱히 대단한 능력은 없는 출판사 직원이 보여줄 수 있는 한계의 최대치를 뽑아내는 전개도 좋으며 ,본격물답게 엄청나게 많은 용의자가 엄청나게 많은 수상한 점을 드러내지만 이 모든게 마지막에 제대로 밝혀지는 결말까지는 아주 완벽했어요.

하지만 범인이 드러난 직후부터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아요. 일단 범인이 찰스였다는 진상은 놀랍습니다. 그러나 이게 밝혀지는 이유가 잠깐 스쳐지나간 해고된 비서와의 대화에서 비롯된다는건 우연에 기댄 작위적인 전개일 뿐 아니라, 찰스의 행동이 너무나 허술해서 황당할 정도에요. 앨런 콘웨이을 사전에 만났고, 이미 완성된 원고를 전달받았다는걸 수전이 아는 순간 모든게 끝나 버리잖아요? 마지막에 수전을 죽일 생각이 들었다면 비서부터 죽였어야지요.
동기에 대한 설득력도 낮습니다. 앨런 콘웨이가 아티쿠스 퓐트 시리즈를 완벽한 조롱거리로 끝장내기로 작정했다 하더라도, 그의 계획과 인터뷰는 책을 화제로 만들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작품 자체의 수준도 높은 만큼, 판매에 지장이 있으리라 생각되지는 않아요. TV 시리즈야 물 건너 갈 수도 있겠지만 판매량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증명한다면 영상화 판권을 소유한 업체가 쉽게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고요. 즉, 수전 라일랜드가 처음에 찰스를 의심하다가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일 리 없다'고 생각을 접은게 타당한 추리입니다. 수전만큼의 추리 소설에 대한 애정을 찰스가 보였다면 그나마 조금 나았을지도 모르지만 이래서야 현실성이 없죠.
아울러 앨런 콘웨이가 시리즈 제목을 활용하여 '애너그램' 이라는 말을 만들어 안배한게 고작 '아티쿠스 퓐트의 이름을 풀어서 해석하면 욕이다'라는 핵심 동기는 물론, 앨런이 추리 소설을 우습게 보았다는 각종 설정(예를 들어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지하철 역 이름이나 만년필 회사 등으로 대충 지은 것)도 딱히 이상하다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를 우습게 보고 그것을 조롱하고자 했더라면 좀 더 거대한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수전을 죽이려고 시도한 후 경찰에 체포되어 출판계 동료들이 수전을 배신자라 생각하여 등을 돌렸다는 후일담도 와닿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앨런 콘웨이는 모든 사람들이 싫어해서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했더라도, 수전을 죽이려고 시도한 것은 엄연한 범죄인데 배신자는 무슨 배신자입니까... 마지막 수전이 그리스로 옮겨가는 에필로그는 솔직히 완전한 사족이었고요.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두 편의 완성도 높은 추리 소설을 한 권으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은 굉장하지만 위의 단점으로 감점합니다. 욕심이 좀 지나쳤달까요? 차라리 "맥파이 살인 사건" 만으로 출간되었더라면 더 나았을 겁니다. 그래도 추리적으로는 볼만한 부분이 많고, 현대에 전통 본격물을 제대로 복원한 공 만큼은 인정합니다. 추리 장르 애호가시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22/10/15

이별의 수법 - 와카타케 나나미 / 문승준 : 별점 2.5점

이별의 수법 - 6점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내친구의서재

아래 리뷰에는 많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랫동안 근무하던 탐정사무소가 폐업한 탓에 빈둥거리다 미스터리 전문서점 ‘살인곰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하무라 아키라. 위험한 구석이라곤 없는 서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그녀의 불행은 멈추지 않는다. 뇌진탕과 갈비뼈 골절, 폐 손상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말기 암으로 입원해 있던 왕년의 스타 배우와 같은 병실을 쓰게 된다. 얄궂게도 그녀는 하무라 아키라에게 20년 전 가출한 자신의 딸을 찾아달라고 의뢰한다.

하무라는 실종 직후 딸의 행방을 좇았던 탐정을 찾아가지만, 그 탐정 또한 20년 전에 실종되었음을 알게 된다. 또한 의뢰인의 6촌 조카는 교살당했으며, 의뢰인의 집에서 일했던 두 명의 가정부의 행방마저 묘연하다. 왕년의 배우를 둘러싼, 우연의 일치라기엔 너무 잦은 살인과 실종 사건들. 20년 전 실종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사건들 사이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그리고 탐정은 왜 사라졌을까? 하무라 아키라는 20년이라는 긴 시간의 터널을 지나 오래된 비밀과 마주한다. (출판사 제공 소개)

와카타케 나나미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장편입니다. '살인곰 서점' 시리즈가 국내에 출간된지는 꽤 되었는데, 이 작품이 살인곰 서점 시리즈 중에서는 첫 작품입니다. 해설을 읽어보니 시리즈 연착륙을 노리고 단편집부터 발간했던게 이유였다는데, 독자로서는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는 처사입니다.

하여튼, 작품은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답게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스타일 그대로입니다. 별 것 아닌걸로 보였던 의뢰가 의외의 사건으로 발전해 나가며 그 와중에 거친 (?) 액션이 폭발한다는 이야기니까요. 일반인들, 그리고 평범한 일상속 이야기가 많았던 다른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와는 다르게 정통, 본토 (?) 하드보일드 냄새를 물씬 풍긴다는 점이 조금 특이하기는 합니다. 과거 유명 여배우이자 유력 정치인의 접대부 (?)였던 의뢰인, 의뢰 대상인 실종된 여배우의 딸은 유력 정치인의 손녀 + 강간 피해자 + 연쇄 살인범, 딸이 저지른 연쇄 살인의 끝은 어머니 살해라는 내용이거든요. 스케일은 본토 못지 않습니다. 제목부터가 "기나긴 이별"스러운데, 알맹이도 만만치 않은 셈이지요.

다행히 이런 스케일 크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설득력있게 잘 그려내고는 있습니다. 하무라 아키라와 그녀가 조사하는 인물들이 현실적으로 잘 묘사된 덕입니다. 전개도 매끄러우며 하무라 아키라의 조사 과정도 아주 현실적이에요. 경찰이 아닌 일반인 탐정이 가능했을 조사의 최고점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추리적으로도 괜찮습니다. 남다른 하무라의 눈썰미와 추리력은 여전하고, 사소한 단서들로 진상이 드러나는 구조도 잘 짜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본 사건 외에 함께 진행되는 사건들의 완성도도 높아요. 후부키가 하무라에게 사건을 의뢰하는 계기가 되었던, 백골 발견 사건처럼요. 살아있는 줄 알았던 아내 에이코가 알고 보니 변장한 남편이었고, 백골이 에이코였다는 트릭인데 꽤 그럴듯합니다. 사라진 탐정 이와고 사건의 진상도 설득력 높습니다. 모두 장편 속에서 지나가는 사건으로 등장하는게 아니라 하나의 단편으로도 충분했을, 완성도 높은 이야기들이에요. 

그 외에도 하무라 아키라 2기 살인곰 서점 시리즈의 막을 여는 작품답게 백곰 탐정사 설립 유래도 등장하고, 도야마 점장의 미스터리 소개 등 팬으로 즐길거리도 많아서 500페이지가 넘는 대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읽었습니다. 2016년 발표 당시 이런저런 리스트에서 베스트 10 안에 포함된건 - 주간문춘 베스트 미스터리 10위, 고노미스(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6위 등 - 당연하다 생각되네요.

그러나 아쉬운 점도 없지 않습니다. 전개 중간중간마다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는 탓입니다. 우선 후부키가 하무라에게 딸 시오리를 찾아달라고 의뢰한 것 부터가 억지입니다. 과거 시오리가 사라졌던건 후부키가 시오리의 살인 행각을 알고난 뒤 시오리를 죽이려 했기 때문입니다. 그 뒤 후부키는 시오리가 죽었고, 충직한 비서 야마모토가 사체를 처리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그녀 주변에 시오리를 닮은 누군가(알고보니 진짜였지만)가 출몰했기 때문에 그 진상을 알기 위해 사건을 의뢰했다는데, 이건 말도 안됩니다. 20년 전에 시오리를 처리했다는 충직한 비서 야마모토는 건재했으니까요. 그냥 야마모토에게 연락해서 진상을 알아보면 될 일이었어요! 야마모토가 시오리와 관계를 가진 탓에 미안해서 연락을 못 받았다는 묘사가 있지만, 그랬다면 의뢰는 비서를 찾아달라는걸로 족합니다. 시오리를 찾아달라고 의뢰한다면, 탐정의 조사를 통해 과거의 연쇄 살인이 드러날지도 모르잖아요. 20년 전 처럼 시오리 친부가 누구인지에 대한 소동이 일어날 수도 있고요. 실제로 하무라는 시오리의 부친이 누구인지는 물론이고 그녀가 사라진 이유 등 모든 진상을 알아내는데 성공했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억지스러운 의뢰였습니다.

시오리의 연쇄 살인도 하무라의 조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지만, 급작스러울 뿐더러 비현실적인 사건이라는 한계를 넘어서지는 못했습니다. 이건 시오리에 대한 묘사가 거의 없다시피해서 그녀의 캐릭터가 제대로 구성되지 못한 탓입니다. 고등학교 때 성폭행을 당했었다는 과거 언급이 전부인데, 이 아픈 기억이 연쇄 살인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전혀 설명되지 않고, 범행에 대한 묘사도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야마모토의 여동생 유코는 그녀가 시오리를 도발했다는 말이라도 나오는데, 가정부와 이모 할머니는 대체 왜 죽인건지도 모르겠어요. 

후부키가 시오리의 최종 목표였다는 것도 의문입니다. 그럴거라면 과거에 가정부와 이모 할머니를 살해했을 때 같이 죽이려 했어야지요. 또 시오리가 입원 중이었던 병원을 몰래 빠져나온지도 3주 정도 지났다고 설명되는데, 왜 주위만 맴돌고 진작에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을까요? 절정부에서 뚱뚱한 시오리가 후부키를 덥치고, 그걸 막는 하무라와의 사투는 지나칠정도로 전형적이면서 크리쳐물을 연상케 할 정도로 과장되어 있어서 현실감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매니저 야마모토의 복수 - 성폭행을 저질러 시오리를 연쇄 살인마로 만든 안자이에 대한 - 도 뜬금없었고, 20년 전 1990년대에 이렇게 많은 죽음이 제대로 조사되지 못한 이유도 설명이 부족합니다. 단순 실종이나 자연사로 위장한 이모 할머니 사건이야 그렇다쳐도 명확한 살인 사건이었던 하나 사건, 유코 사건은 경찰 수사가 이루어졌을텐데 그 경과는 대충 넘어갑니다.

또 곁가지 사건 중 친구인 줄 알았던 악녀 마미가 얽힌 사건은 비중은 제일 큰 반면 내용은 별게 없어서 다소 실망스러웠어요. 그래도 이벤트를 가장한 불법 카지노 운영 방식에 대한 추리는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순진한 사기 피해자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하무라를 속여넘긴 프로 범죄자이자 일종의 생활밀착형 사이코패스 마미 묘사만큼은 인상적입니다.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에 계속 등장하는 민폐 캐릭터의 확장형이기도 한데, 이후 시리즈가 생활밀착형으로 방향을 전환하게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재미만큼은 분명합니다. 단점을 잔뜩 언급하기는 했지만 읽는 동안에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나쁜 토끼"의 비현실적인 세계관에서 생활밀착형 하드보일드인 살인곰 서점 시리즈로 이어지는 가교 역할을 하는 작품으로 작가의 스토리텔러로서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은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9/02/03

Mystr 럭키팩 8 - 탐정 소설 : Mystr 컬렉션 - 안나 캐서린 그린 외 / 위즈덤커넥트 : 별점 2점

Mystr 럭키팩 8 - 탐정 소설 : Mystr 컬렉션 - 4점
안나 캐서린 그린 외/위즈덤커넥트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고전 단편을 소개하는 e-book 레이블 Mystr 컬렉션 시리즈에서 "럭키팩" 이라는 이름으로 내 놓은 합본집 중 한 권입니다. 셜록 홈즈의 라이벌격 명탐정들이 등장하는 고전 본격물 여덟 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1,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대여하기에 읽게 되었네요. 고전 본격물은 영원한 제 favorite이니까요. 대부분 저작권이 만료된 저작권 free 판권물로 보이는데 딱 한 편을 제외하고는 국내에 첫 소개되는 작품들로 보입니다. 심지어 오스트리아 경찰 뮐러라던가, 영국의 사립 탐정 존 벨은 탐정도 처음 들어보는 인물들일 정도입니다. 희귀하다는 측면에서는 더할 나위 없지요.

그러나 국내에 그동안 소개되지 않은 이유도 알겠습니다. 그냥 작품의 수준이 기대 이하입니다. 탐정들도 매력적이지 않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그냥 몰랐던 탐정, 몰랐던 시리즈를 알게 되었다는 것 외에는 특별히 가치를 느끼기 힘든 시리즈였습니다. 저렴한 가격 외에는 이 시리즈를 구해 읽을 이유는 없습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황금 총알 

혼 국장에게 펠너 교수의 집사 요한 더멜이 찾아왔다. 교수가 닫힌 서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대답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혼 국장은 조 뮐러 형사와 함께 교수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닫힌 문을 열고 살해된 교수의 시체를 발견했다. 방은 완벽한 밀실 상태였고, 흉기인 총알은 황금으로 만들어져 있었다는 기묘한 상황에서 조 뮐러는 이 사건이 니에프 부인 자살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는데...

오스트리아 비밀 경찰국 소속의 자비심 많은 천재 형사 조 뮐러 시리즈 단편으로 밀실 살인 사건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지금 거의 잊혀진 시리즈가 된 이유는 명백합니다. 재미와 완성도 모두 평균 이하거든요. 핵심 트릭이라 할 수 있는 밀실 살인 트릭은 열쇠 구멍이 넓어서 빛이 새어나오고 안의 사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 총알도 통과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이디어인데, 발상은 신선하지만 대단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야기에 잘 녹아든 것도 아니고, 독자에게 정보가 공정하게 제공되지도 않고요. 추리물이라고 보기에는 여러모로 무리입니다.

뮐러가 이전에 맡았던 니에프 부인 자살 사건과의 관련성이 드러나는 부분 역시 작위적이라 아쉽습니다. '우연히' 옷이 찢어진 밀러가 요한으로부터 '우연히' 옷을 빌려입는데, 그 옷은 '우연하게도' 예전에 펠너 교수가 요한에게 선물한 것 중 하나였고, 그 때 '우연히' 트리스탄이라는 거대한 사냥개가 친근함을 표시한 상황에서 그 개의 주인이 니에프라는걸 알게 된다는 식으로 우연이 한 번은 몰라도 두 번 이상은 너무 많으니까요. 차라리 뮐러의 니에프 부인 자살 사건 수사가 함께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니에프를 찾아갔다가 개가 친근하게 구는걸 알고, 그 옷의 주인이 사냥개와 친했다는걸 알게되었다는 전개가 훨씬 나았을겁니다.

불쌍한 범인 니에프가 자살할 시간을 벌어줄 정도로 자비심이 많다는 뮐러 캐릭터 역시 별로였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부치지 못한 편지 

그라우만 부인은 경찰을 찾아와 자신의 조카 알버트가 친구 사이더스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는 누명을 썼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체포된 이유는 사이더스가 살해당하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며, 그의 권총이 흉기로 사용되었기 때문이었다.
감옥으로 자신을 찾아온 뮐러에게 알버트는 사이더스가 오래전 큰 돈을 훔쳤던 전과가 있어서 자신이 돌보는 아가씨와의 약혼을 거절했으며, 사건이 일어난 밤 사이더스가 중요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며 자신이 방문했다는 증거를 남기려 노력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하지만 알버트가 후견인인 엘레노라는 오히려 알버트가 자신과 결혼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뮐러의 수사를 통해 사이더스가 자살하지 않았다는 근거가 된, 친구에게 쓴 편지가 거짓으로 밝혀진 후 - 그에게 친구가 없었기 때문 - 이 모든 것은 사이더스의 정교한 자살 계획이라는 진상이 드러난다.

마찬가지로 조 뮐러 시리즈인데 전편보다도 추리적으로는 더욱 별볼일 없습니다. 현대 독자라면 사이더스가 자살 계획을 꾸몄다는걸 너무나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한 조 뮐러의 독백은 장황해서 지루하기 짝이 없어요. 게다가 자살자가 자기에게 총을 쏘고 온 몸과 마음을 다해 총을 멀리 던진다는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러나 정황 증거만으로 누군가를 유죄로 만드는 사법 체계의 모순, 그리고 전과자가 갱생할 수 없다고 믿는 일반론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고발하는 사회파 추리물로서의 가치는 높은 편입니다. 이런 부분은 오히려 시대를 많이 앞서간 느낌이에요. 사이더스가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려고 했던 검찰청장 구스타프 슈미트는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고, 알버트는 심장병으로 결국 몇 개월 뒤 죽는다는 씁쓸한 결말까지도 현대적이니까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기대했던 고전 본격 추리물로서의 가치는 거의 없지만, 기대 외의 사회파 추리물적인 가치와 현대적인 분위기는 나쁘지 않아서 이전 작품보다는 좀 더 높이 평가받을만 합니다. 그래도 평균 이하 작품이라는건 변함은 없지만요...

아이비 코티지 살인 사건

예술가 개빈 킹스코트가 그의 저택 아이비 코티지에서 살해된 채로 발견되었다. 킹스코트는 머리에 난 상처로 죽었다. 현장을 방문해서 나무를 몇 그루 훔치려 했던 정원사가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된 상황에서 "나"는 사건을 수사한다는 지인 마틴 휴이트와 함께 현장을 찾는데...

셜록 홈즈와 그의 라이벌 시대인 고전 본격 단편물 황금기 탐정 중 비교적 알려진 편인 사립 탐정 마틴 휴이트 시리즈 중 한 편입니다. 킹스코트가 묶었던 하숙집에서 그가 꾸몄던 나무 장식품들을 완벽하게 파괴하고 도망친 하숙인들 사건과 킹스코트 살인사건이 엮이는 전개가 꽤나 깔끔합니다. 하비 찰리트가 다이아몬드를 방에 숨긴 후, 킹스코트가 그 보석을 찾아내었다는 마틴 휴이트의 추리도 그럴싸하고요. 특히 도둑들이 킹스코트가 자고 있지 않을 때 만나려는 의도가 있었으며, 그들이 찾고 있는 건 서랍장 안에 들어갈 만한 작은 물건이었다는 설명은 정말 기가 막힙니다.

물론 옛 하숙집 주민 중 한 명이 찰리트라는게 밝혀진다면 사건이 쉽게 해결되었으리라는 점, 그리고 하비 찰리트의 급작스러운 등장과 사망은 완성도를 조금 떨어트리는 요소입니다. 그래도 별점은 2.5점은 충분한 무난한 작품이에요. 후대에도 잊혀지지 않은 시리즈와 작품은 뭐가 달라도 다르네요.

연쇄 보석 도난 사건

제임스 노리스 경이 마틴 휴이트를 자신의 렌튼 크로프트 저택으로 초대했다. 이유는 저택에서 벌어진 보석 절도 사건의 해결을 위함이었다. 11개월 전 부터 무려 3건의 연쇄 보석 도난 사건이 일어났는데 보석은 창문 외에는 모든 문이 잠긴 방 화장대에서 사라졌고, 남은 것은 불에 탄 성냥 하나 뿐이었다.
경은 방이 어두웠을 때 도둑이 성냥을 켜고 서둘러 화장대를 살핀 후 보석을 훔쳐 달아났을거라고 말했지만, 두 번째 사건에서는 같은 상황에서 훨씬 귀한 반지를 남겨둔 채 싸구려 브로치가 도난당했다는 모순이 있었다.
그리고 
고가의 브로치가 사라졌던 세 번째 사건에서는 주인이었던 경의 처제가 방을 비운 것은 5분도 되지 않고, 창문은 굳게 닫혀있었으며 문은 열려 있었지만 바로 옆이 경의 딸 방이라 누군가 움직였다면 소리가 들렸어야 했다. 오직 남아있는건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마찬가지로 타버린 성냥 뿐이라는 기묘한 상황이었다.

오래전 하서 추리문고 단편 모음집을 통해 읽었었던 걸작 "렌턴관 도난 사건"과 같은 작품입니다. 거의 밀실에 가까운, 사람은 드나들 수 없는 방에서 일어난 도난 사건을 해결하는 마틴 휴이트의 활약이 정말로 인상적인 단편입니다. 단서는 불에 탄 성냥개비 뿐이고요.
현장은 햇빛이 잘 드는 곳이라 불을 밝히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는게 드러난 후 성냥개비의 용도에 주목하여 추리하는 과정도 설득력 높고, 여기서 "앵무새"가 범죄에 사용되었다는 진상도 아주 그럴듯합니다.
독자에게 제공되는 정보 - 약간의 틈을 이용하여 방에 침입할 수 있는 건? 왜 한 번에 하나의 물건만 훔쳤는지? 왜 물건의 가치를 알 지 못했는지? 등등 - 도 상당히 공정한 편이라 이 정도면 홈즈 시대 고전 본격물 단편 중 최상급 수준의 작품이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이미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으며, 이런 저런 추리 퀴즈에서 트릭이 소개되어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점인데 이는 시간이 오래 흐른 탓일 뿐 작품의 잘못은 아닙니다. 오히려 마틴 휴이트라는 탐정의 매력이 떨어지는게 이 작품이 지금은 많이 잊혀진 이유가 아닐까 싶기는 하군요. 이대로 잊혀지기는 아까운 작품입니다. 제 별점은 4점입니다.

둥근 방

존 벨은 친구인 변호사 에드콤비로 부터 웬트워스가의 유일한 상속인 아치볼드의 기묘한 죽음에 대한 진상 조사를 부탁받았다. 

아치볼드가 머물렀던 여관 주인 등의 증언으로 아치볼드의 방에서 유령이 나오며 그는 공포 때문에 죽었다는 소문이 드러났다. 존 벨은 수사를 통해 캐슬 여관에서 세 번이나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다는걸 알아냈고, 직접 캐슬 여관에 투숙할 계획을 세웠다. 캐슬 여관 주인 가족은 유령이 나와서 세 명이나 죽었다고 강하게 경고했지만 그는 결국 투숙에 성공했고, 하룻밤을 무사히 버텼다.
다음날 원래 제분소였던 여관 건물을 조사하던 존은 여관 주인 바인드로스와 부딪힌 뒤, 그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두번째 밤을 보내다가 방이 회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데...

런던의 유명 탐정 존 벨 시리즈입니다. 존 벨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는게 독특합니다. 대부분의 셜록 홈즈의 라이벌 시리즈물은 화자가 별도로 있었는데 말이지요. 하지만 읽다보니 탐정 스스로가 직접 위험에 뛰어들어 사건을 해결하는 전개라 1인칭으로 쓰여진게 이해는 되더군요. 무엇보다도 '회전하는 방'에 갖힌 묘사에는 아주 딱이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약간은 고전 모험물 느낌도 났습니다. 스케일이 큰 기계 장치 트릭 역시 이런 느낌에 한 몫 단단히 하고 있고요.

하지만 제분소 건물, 회전하지 않지만 가동 가능한 물레방아 등의 조건이 무언가에 사용되었다는 내용은 좀 뻔했으며 회전 때문에 건강한 사람이 아무 상처없이 죽었다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부족했습니다. 사람이 죽을 정도의 고속 회전이라면 원심력으로 어딘가에 부딛혀서 상처가 나는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작품 속에서처럼 완전 범죄가 가능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또 무언가 조작이 있는 방에서 기묘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탐정이 직접 방에 뛰어들어 죽을 고비를 넘긴다는 내용은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도 등장하는 이야기라 식상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재미가 없지는 않지만 시대를 뛰어넘을 만한 가치는 없습니다.

말하는 시바신

존 벨은 로리에 박사로부터 시바신에 빠진 에드워드 더시거라는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더시거의 조카딸 헬렌은 그가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또 다른 조카 재스퍼 베그웰과 결혼하려는 이유가 삼촌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이상한 말을 남겼다. 하지만 더시거가 벌이는 시바 신상 앞에서의 기괴한 의식을 목격한 로리에 박사는 그가 미쳤다는걸 확신한 나머지, 존 벨에게 무언가 음모가 있는게 아닌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강령술사로 변장하여 로리에 박사와 함께 더시거의 저택으로 향한 존 벨에게 베그웰은 더시거 삼촌이 미쳐서 헬렌을 죽이려 한다고 경고했고, 더시거 역시 존 벨에게 시바 신이 자신에게 끔찍한 일을 명령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새벽 헬렌은 몰래 존 벨을 만나 재스퍼를 만난 두세달 전 부터 삼촌이 이상해졌다며, 재스퍼가 재산을 노리고 이런 일을 벌인게 아니냐는 생각을 털어놓았다. 

타원형 회랑에서 소리가 전달되는 구조를 응용한 과학 트릭이 등장합니다. 특정 위치에서 나는 소리가 회랑 반대쪽 특정 위치에서만 들린다는 것으로, 저도 언젠가 기사에서 보고 트릭에 써 먹어야 겠다! 고 생각했었던 내용이라 기억에 남아 있었습니다. 수십년 전 작품에 사용된지는 꿈에도 몰랐는데, 역시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나 봅니다.

하지만 과학적 트릭이 사용된 것 외의 작품의 완성도, 가치는 높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무리 소리의 "촛점"이 맞아야만 들린다고 하더라도 더시거 혼자 환청을 들은 이유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탓이 큽니다. 존 벨이 단 몇 시간의 조사만으로 우연이더라도 이 소리의 정체를 알아냈다는 전개는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했다는 상황에 대한 설득력을 더욱 약화시키고요. 또 설령 환청을 들었다쳐도, 더시거 정도 되는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 광기에 곧바로 사로잡혔다는 것 역시 쉽게 납득이 되지는 않습니다.

한마디로 과학적 트릭 외에는 건질게 없는 작품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저라면 좀 더 이 설정을 잘 활용했을 것 같은데 이렇게 소모된게 아까울 뿐입니다.

동굴 속 유령

바이올렛 스트레인지는 뮤지컬을 보다가 특별한 한 명의 남자를 보고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의 얼굴에 너무나 뚜렷한 우울함이 나타나 그 슬픔이 그녀의 가슴을 흔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마침 그 남자 로저 업존이 바이올렛에게 사건 하나를 의뢰했다. 도박 때문에 가정이 파탄날 위기에 몰려 이혼 절차를 진행하던 중, 아내가 침대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사건이었다. 죽음의 원인으로는 심장 질환이 거론되었지만, 시체 손목이 멍들어 있던 탓에 로저 업존에게 이런저런 추문이 덧붙여져 그는 거의 사회적으로 매장된 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그는 바이올렛에게 중요한 사실 몇 가지를 털어놓는다. 첫 번째는 아내가 죽은 날 아이의 양육권을 걸고 아내와 도박을 벌였다는 것, 두 번째는 그녀에게 패배한 후 도박을 벌이던 해안 지대 동굴에서 홀로 뛰쳐나와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얼마 전 동굴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아내를 묶어 죽음에 이르게 한 후 시체를 옮겨 놓았다는 증거를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여성 작가가 쓴 작품답게 복잡하고 여성스러운 심리 묘사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추리적으로는 정말이지 별로인 작품입니다.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로저 업존의 증언이 대부분이며 바이올렛은 단 하루, 저택을 방문한게 전부입니다. 현장 검증이나 별다른 수사는 이루어지지도 않아요.
바이올렛의 분장쇼 한 번으로 사건이 해결되는 결말도 어처구니 없지만 이 분장쇼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되지 않아서 추리물이라고 부르기 민망합니다.

아울러 충직한 아버지의 하인이 진범이었다는 진상도 그렇게 와 닿지 않습니다. 누가 범인이든 어차피 별로 중요한 상황도 아니고요. 솔직히 아버지 로저가 범인이었다 하더라도 이야기 전개와 결말에 별 차이가 있지 않았을겁니다. 곧 죽을 사람이니까요.

탐정이 추리를 하지 않고, 진범이 누군지 중요하지도 않은 작품이 좋은 추리소설일 수 없겠죠. 완벽하게 건질게 없는 워스트 중의 워스트로 제 별점은 1점입니다.

눈먼 의사, 아내, 그리고 시계

하스브룩 씨는 5년 전 자신의 집 안에서 알 수 없는 사람에게 공격당해 총에 맞아 죽었다. 자기 전 집 안의 블라인드와 셔터는 철저하게 내려졌던 상태였다. 꾸준히 수사를 이어온 사립탐정 "나"는 당시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맹인 의사인 재브리스키가 하스브룩을 죽였다고 스스로 생각한다는걸 알아낸다. 그러나 그의 미모의 아내는 그가 망상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결국 재브리스키는 경찰에 출두하지만 동기가 없다는 그의 말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풀려났고, 재브리스키는 스스로 총을 쏘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걸 경찰에 증명하기 위한 실험에 뛰어들지만 과녁인 시계를 품은 아내를 쏘고 말았다...

사립탐정인 "나"라는 화자에 의한 사건의 첫 수사 보고서와 바이올렛 스스로 "나"로 지칭하고 쓴 수사 보고서가 혼재되어 전개되는 구조가 독특합니다. 질투에 사로잡힌 재브리스키가 집을 잘못 알고 하스브룩 씨를 쏘아 죽였다는 진상도 괜찮고요. 이를 위해 재브리스키는 맹인이며 사건 당일 극도의 흥분에 사로잡혔다는 묘사를 통해 그가 집을 잘못 찾은 이유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과정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도 술에 취했을 때 아파트를 착각해서 다른 아파트 현관문에 먹히지도 않는 비밀번호를 여러번 눌렀던 적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되더군요.

하지만 진상을 추리하는 과정에서 독자에게 제공되는 단서는 거의 없습니다. 재브리스키 부인에게 추근대던 남자가 현관문을 통해 도망쳤다는 정도? 그 외에 아무도 믿지 않는 재브리스키의 주장(권총은 길거리에 버렸는데 누가 주워간 것이다 등)이 사실이었다는건 너무 황당하고요. 또 바이올렛은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더군요. 이래서야 탐정 없이 재브리스키의 1인극으로 그의 자백으로 이야기를 끝맺어도 아무런 차이가 없었을겁니다.

그래서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좋은 설정, 재미있는 사건을 억지스러운 전개와 탐정 캐릭터의 개입으로 망쳐버린게 아쉽습니다.

2006/07/15

쭉쭉빵빵 꽃미녀 탐정단 (전 18권) - 키타자키 타쿠 : 별점 2점

스피드 걸이라는 만화로 조금 알려진 키타자키 타쿠의 정통(?) 추리 만화입니다. 

일단 간단하게 추리만화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자면, 추리 만화는 그동안 많이 있었고, 특히 추리강국 일본에서야 데즈카 오사무가 초기부터 쟝르물을 시도했을 정도로 그 저변이 깊고 넓습니다. 하지만 요새와 같이 하나의 "쟝르"로서 정의되고 다양한 작품이 쏟아져 나온건 아무래도 "긴다이치 소년의 사건부 (소년탐정 김전일)" 대박의 영향이 크지 않나 싶어요. 이후에 나온 이른바 "시리즈" 작품만 해도 한두개가 아니며 그 중에서도 "긴다이치 하지메" 처럼 누구누구의 후손이 활약한다는 이야기만 해도 제가 본 것만 두, 세개는 넘으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시리즈는 유행에 편승했을 뿐 성공한 작품이 거의 없습니다. 이유는 캐릭터나 추리적인 분위기만 유사하게 잡았을 뿐, 추리물의 기본 - 잘 짜여진 단서들, 정교한 트릭 등 - 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긴다이치 소년이 추리만화 쟝르의 시발점이 되었지만, 다른 유행에 편승한 작품들이 인기에 있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을 때 혜성처럼 나타나 쟝르가 활성화 되는데 공헌한 건 "명탐정 코난"입니다. 조금 낮은 연령 취향의 설정을 가지고는 있지만, 나름대로 정교한 트릭을 선보이며 정통 추리물로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며 긴다이치 소년과 추리만화의 양대산맥을 이루었지요. 긴다이치와 코난의 성공과 "학원 추리물"이라는 쟝르물로서의 확고한 자리매김으로 이후에 등장하는 작품들도 정해진 공식을 잘 따라 추리와 트릭만 뒷받침 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쟝르로 인정받게 된 것 같습니다. 이후의 작품들로 준척급 이상의 성과를 거둔 작품은 "미스터리 민속탐정 야쿠모"나 "탐정학원 Q", "Q.E.D" 등이 있겠네요.

서론이 좀 길어졌는데 지금 소개할 이 "쭉쭉빵빵 꽃미녀 탐정단"도 이러한 "추리물"과 "시리즈물"이라는 정해진 공식에 충실합니다. 그 중에서도, 시리즈를 끌고가는 탐정 캐릭터의 독특함이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여성 3인조 아이돌 그룹 "TriColore"의 멤버인 시라세 아키라거든요. 여자라는 점과 아이돌이라는 신분이 타 추리물 탐정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독특하죠. 

주인공의 라이벌로 "괴도 리스트"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것 역시 공식에 충실한데 김전일의 괴도신사나 코난의 괴도 키드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거기에 시리즈 중반 이후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작품 전체를 꽤뚫는 악역인 - 김전일의 요이치나 코난의 검은 코트의 사나이들에 대응하는 - 연쇄살인마 "산타클로스"의 존재마저도 공식대로입니다. 

또한 옴니버스 시리즈물로 구성되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TriColore"가 연예계에서 성공하기 위한 큰 기둥 줄거리를 가지고 이야기가 전개됨으로서 단편물로서만이 아니라 긴 호흡의 이야기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며, 그 외에도 고교생인 아키라의 학교 생활이나 청춘물 같은 사랑 이야기, 협력자 격인 경찰, 여러 다양한 친구들 등 친숙한 설정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 공식에 충실하다고 다 좋은 추리만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이러한 공식보다는 추리, 그리고 트릭이 추리만화라는 쟝르의 가장 중요한 점인데 이 만화는 유감스럽게도! 정통 추리물에 걸맞는 멋진 추리적 요소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동기나 배경 설명 등은 꽤 그럴싸하지만 본격적인 추리 부분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맥이 빠질 정도로 어이가 없거든요. 다이잉 메시지, 과학적 트릭, 공간이동 트릭, 밀실 살인 트릭 등 거의 모든 추리적 트릭이 등장하고 있지만 문제가 없는 트릭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간단한 사건들의 소박한 트릭이 더욱 와 닿는 것은 정말이지 안타깝기만 하네요. 작가가 굉장한 트릭을 구상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장면이 눈에 선하긴 한데 원체 트릭들이 한심한지라....

또 트릭이 별볼일 없는 데 비해 이야기가 너무 장황한 것은 작가 스스로도 그러한 약점을 잘 알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겠지만 외려 이야기의 흐름을 지루하게 만들 뿐입니다. 예를 들자면 시라세 아키라의 아버지가 고고학자라는 설정, 다른 멤버인 리나, 카나코의 가족 이야기들은 군더더기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거든요. 시라세 아키라가 학교에서는 정체(?)를 숨기고 히유가 아키라라는 본명으로 안경하나 끼고 다니면서 정체를 숨긴다는 슈퍼맨같은 변장 설정 역시 사족에 불과하고요. 그 외에도 후반부로 가면 그림쪽은 확실히 좋아지긴 하지만 전작에 비해 뭔가 무뎌진 듯한 뎃셍 등 그림에서의 문제도 눈에 많이 띄는 것, 노출이나 므흣(?)한 장면들로 승부수를 던지는 것도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추리할 때에는 찬물을 머리에 끼얹고 추리하는 아이돌 시라세 아키라라는 존재만으로도 인기 시리즈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긴 했습니다. 추리물을 제외한 부분은 여러 인물들의 애정 관계나 인물 설정, 그리고 아이돌에 관한 여러 디테일 등으로 비록 뻔하지만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부분이었고요. 개인적으로는 주요 멤버인 카나코가 개인 사정으로 탈퇴하는 것으로 하여 그룹의 멤버 체인지를 한다던가,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주인공들의 헤어 스타일이 바뀐다던가 하는 디테일이 마음에 들더군요. 이러한 재미때문에 18여권에 이르는 꽤 긴 시리즈로 연재된 것 같지만 위에서 설명한 추리만화로서 가지고 있는 결정적 약점, 즉 트릭이 후지다!는 것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 것 같아서 조금 아쉽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인기가 없는 것을 떠나 다른 어디서도 관련 글을 찾아볼 수 없는 철저한 마이너 만화이지만 추리 매니아로서 의무감을 가지고 얼마전 완결편까지 전권 구입에 성공한 기념으로 리뷰를 남깁니다. 차라리 절판된다면 책의 가치가 본의 아니게 올라갈지도 모르겠군요.

2021/05/08

월드 탱크 뮤지엄 도감 - 모리나가 요우 / 대원씨아이 : 별점 2점

월드 탱크 뮤지엄 도감 - 4점
모리나가 요우 지음/대원씨아이(만화)
144 분의 1의 비율로 만든 탱크 모델 식품완구 시리즈인 월드 탱크 뮤지엄 (이하 WTM) 해설서에 사용되었던 모리나가 요우 씨의 일러스트를 모아 놓은 도감입니다. 도감도 좋아하고, 탱크도 좋아하는데 그림을 모리나가 요우 씨가 그렸다니 구입하지 않을 재간이 없었습니다.
한 항목 당 아래와 같이 모리나가 요우 씨의 일러스트 중심 해설 한 페이지와 식품 완구 소개 및 짤막한 코멘트 한 페이지, 도합 두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식품완구 시리즈의 경우, 시리즈 4펀까지는 제품 6개에 시크릿 아이템 1개, 5편부터 제품 7개에 시크릿 아이템 1개씩이 소개되며 적외선 컨트롤 시리즈는 4개 탱크가 소개되는 구성입니다. 대충 52종의 탱크 및 무기 소개가 있는 셈이지요.

2차 대전 당시 탱크 비중이 높고, 그 중에서도 독일 탱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게 특징입니다. 때문에 같은 탱크 소개가 반복되는 일도 잦고요. TIGER의 경우에는 1, 2 모두 두 번 이상 소개됩니다. 초기형, 양산형, 시제품형 등 여러 가지 구분 으로요. 그 외에는 소련 탱크들 비중은 높은 반면, 미국과 영국 탱크는 한없이 비중이 낮습니다. 영국 탱크는 아래의 파이어플라이 한 개만 소개되었을 뿐이에요. 일본 내에서 인기 있는 탱크를 엄선했기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시리즈 4가 자위대 탱크로만 구성된 것도 마찬가지 이유겠지요.
모리나가 요우 씨의 그림은 여전히 좋고 짤막하게 읽기에는 괜찮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도감 뒷부분에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소개라든가 WTM 완구 개발 과정이라던가 중국 공장 방문기, 완구를 만든 원형사 소개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 역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탱크의 탄생>>에 비하면 확실히 별로였습니다. 탱크 도감으로 기능하려면 주요 탱크별로 특징들과 개발 이력, 파생형, 주요 전과 등을 알 수 있게 잘 정리해 놨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목차부터 완구 출시 순서라 탱크별로 묶여 있지도 않고, 내용의 밀도도 많이 부족했 습니다. 그냥 멋진 일러스트와 단편적인 소개에 그치니까요. 몇몇 특별한 에피소드 및 잡스러운 정보 한 두개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지요. 솔직히 완구 소개는 불필요했고요.

아울러 시리즈가 거듭되어 갈수록 만들어낼 탱크가 떨어진 탓인지 아래의 슈토르히 연락 관측기, 코브라 헬기 등 탱크와는 동떨어진 제품이 소개되는데, 이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월드 탱크 뮤지엄"이 완구 시리즈 명칭임을 모르고, 진짜 탱크 관련 정보만 수록되어 있을거라 생각한 저 같은 사람에게는 속았다는 느낌을 전해줄 것 같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혹 이 책이 궁금하신 분이 계시다면, 도감이라기보다는 찌라시 모음에 가깝다는 점,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모리나가 요우 씨의 다른, 제대로 된 책이 읽고 싶네요.

2005/07/11

제리코의 죽음 - 콜린 덱스터 / 이정인 : 별점 3.5점

제리코의 죽음 - 8점 콜린 덱스터 지음, 장정선.이정인 옮김/해문출판사

모스경감은 한 파티장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에게 호감을 느낀 후 옥스퍼드 근처 제리코 거리에 있는 그녀의 집에 우연히 방문하게 된다. 그러나 집은 텅 비어있는 상태였고 사실 그녀는 부엌에서 목을 매고 죽어 있었다.
그녀의 죽음을 알게된 모스는 스스로 개인적인 수사에 나서서 그녀의 주변 인물들을 탐문하기 시작하나 그녀의 이웃인 조지 잭슨이라는 동네의 허드렛일을 맡아 하는 수리공마저도 잔인하게 살해된채 발견되고 사건은 점차 미궁에 빠지게 되는데...


영국 추리 작가협회의 실버 대거상 수상작으로 해문의 모스경감 시리즈 4번째 작품입니다. 3, 4권이 동시 출간되었는데 형이 전부 구입해서 저는 4권부터 읽게 되었네요^^
전개는 다른 모스경감 시리즈와 비슷한 스타일입니다. "작은 사건"이 벌어지지만 이야기는 복잡하게 얽혀서 이어진다는 점이 그러하죠. 이 작품에서도 사건은 한 여인의 자살사건과 늙은 수리공 살인사건, 딱 두개만 등장하지만 주변 인물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또한 이들의 증언에 거짓말과 진실이 교묘하게 섞여 있으며, 이것을 파악하는 것이 사건의 핵심인 것이라는 점도 다른 시리즈와 유사하네요.

그러나 다른 시리즈와 구별되는 특이한 점도 존재합니다. 특히 제가 읽었던 모스 경감 시리즈 중에서는 유일하게 "트릭"이라고 불리울 수 있는 것이 등장하는 것이 아주 이채로왔어요. 범인이 정말 머리를 써서 만든 알리바이 공작 트릭인데 기발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작품과 잘 어울릴 뿐더러 기대하지 않고 읽어서인지 더욱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첫번째 사건인 자살사건의 당사자와 모스 경감이 약간의 교분(?)이 있기 때문에 모스가 정식으로 수사를 지휘하기 전부터 스스로 조사를 하기 시작한다는 것도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점이었고요.
그리고 단락이 끝나고 독자에게 힌트를 주듯이 "그러나 나중에 알았지만 그것은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 중 하나였다."라는 언급이 자주 등장하는 점도 특징인데 이게 제법 감칠맛 있더군요. 중요한 사실임에는 틀림없고, 머리를 싸매며 연구하는 재미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경험치를 쌓아가는 느낌이랄까요? 복잡한 설명들을 쌓아올려 막판에 가서 무릎을 치게 만드는 요소들이라 후반부가 궁금해져서 열심히 읽게 만드는, 양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모스 경감의 캐릭터도 언제나의 즐거움을 주며 루이스 역시 감초같은 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도록 자기 역할을 다 하고 있는 등 시리즈 작품으로서의 매력도 확실합니다.

결론적으로는 추천작. 전형적이지만 독특한 매력의 작품으로 캐릭터를 즐기더라도 재미있고, 정통 추리 독자에게도 만족감을 심어주는 시리즈 작품의 교과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별점은 3.5점입니다.

단, 이전 "브라운 신부" 완전 번역판때에서도 느꼈었는데, 번역이 지나치게 딱딱합니다. 몰입하기 힘들 정도였어요. 영국식 문체 탓일까요?

2013/10/21

이럴수가~! 또 이겼다! 두산베어스 한국 시리즈 진출!

참... 역시나 야구 몰라요. 누가 봐도 LG가 유리한 대전이었는데 3승 1패로 두산이 이겨버리네요. 두산이 잘해서 이겼다기보다는 상대방이 실수한 게 더 크긴 하지만 어쨌거나 이긴 건 이긴 거니~

전체적인 플레이오프를 간단하게 평해보자면 우선 1차전에 리즈 선수가 나오고 2차전에 류제국 선수가 나왔다면 1, 2차전 모두 LG가 가져갈 확률이 높았고, 2승을 먼저 한 상태였다면 LG가 무난하게 진출했을 텐데 왜 1, 2 선발 순서를 바꿨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누가 봐도 두산은 2차전은 버리는 카드가 나오는 경기인데 리즈 선수를 붙일 이유가 있었을까요? 최소한 리즈 선수를 5차전 경기라면 두 번 활용할 생각은 했어야 했습니다. 리즈 선수는 올 시즌의 압도적인 퍼포먼스라면 상위리그로 갈 확률이 높은 만큼 LG로서도 좋은 기회를 놓친 것 같아요. 또 내일이 없는 4차전에서의 투수 기용 역시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우규민 선수를 한 템포 더 빨리 내렸어야 하지 않나 싶고... 물론 봉중근 선수가 갑자기 무너진 탓이 크지만 최종전 같은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수비에서만큼은 확실히 두산이 우위라는 것을 여러모로 보여준 시리즈가 아닌가 싶습니다. 내·외야의 두터운 뎁스는 물론 포수 수비력에서는 확실히 두산이 압도한 것 같아요. 특히나 최재훈 선수가 지친 나머지 시리즈 후반에는 도루 저지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정신력으로 버텨준 것이 승인의 하나로 생각됩니다. "최재훈 시리즈"라고 불려도 좋은 시리즈였어요. 그에 반해 LG의 윤요섭 - 현재윤 배터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죠. 특히 5차전 현재윤 선수의 패스트볼은 결정적이었어요. 선발진이 신재웅 선수를 제외하면 모두 잘 버텨준 만큼, 등판조차 하지 못한 정현욱, 신정락 선수 대신 최경철 선수라도 엔트리에 넣었으면 차라리 대타, 대주자 작전에서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데 많이 아쉽겠더군요.

그 외에 LG는 잔루도 많고 잘 맞은 타구가 호수비에 걸리는 등 전체적으로 운이 따르지 않았습니다. 3차전 9회의 2번의 홈보살은 정말이지...

여튼 선수들 모두 수고 정말 많으셨습니다. 그럼 한국시리즈 전망을 해볼까요?
두산은 5차전을 치르지 않아도 되기에 3일이나 되는 휴식시간을 벌은 것은 다행이나 뭐 누가 봐도 삼성이 우세인 시리즈죠. 선발진이 비슷하다고 해도 불펜과 마무리는 그야말로 넘사벽일 뿐더러 타격과 수비는 삼성이 두산에 비해 절대 떨어지는 팀이 아니니까요. 그나마 변수라면 올 시즌 잘해준 김상수 - 조동찬 선수가 못 나온다는 것 정도인데 삼성의 뎁스를 감안한다면, 그리고 시즌 중 백업선수들의 활약을 본다면 크게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에 반해 두산은 선발진 3명이 돌아간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니퍼트 선수가 부상 후유증인지 별로 좋지 못하고 중간과 불펜은 정말이지 홍상삼 선수밖에 없는 모습을 보여줬죠. 삼성전에서는 정말이지 윤명준, 변진수, 오현택 선수가 해줘야 하는데 어떨지...

그러나 팬 입장에서 이겨주면 좋겠지만 LG를 이긴 것으로 이미 올 시즌은 성공한 시즌이라 생각하기에 개인적으로는 정재훈, 홍성흔, 김현수 선수를 엔트리에서 빼고 다른 선수들을 충원하였으면 합니다. 양의지 선수 상태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같은 모습이라면 차라리 빼고 박세혁 선수라도 올리던가요. 어차피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후회는 없게, 그리고 젊은 선수들 경험을 위해서라도 조금 더 파격적인 선수 기용을 보고 싶거든요. (그런 면에서 어제 최주환 선수 스타팅 기용은 굿!)

어쨌거나 당분간 더 야구를 볼 수 있다는 점에 감사드리며, 이제부터는 무리하지 말고 즐기는 야구를 합시다! 파이팅 허슬~두!

2006/12/04

전설의 자유 추리 문고

원래 제가 중학교때까지 가끔 눈에 띄면 모으던 문고 시리즈였습니다만, 최근 우연찮게 3번 구입하게 되고 책 뒤의 다른 책 소개를 보니 정말 눈이 뒤집히네요.

뭐 목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나친 반 다인 취향과 뜬금없이 끼어 있는 어슐러 K 르귄의 "암흑의 왼손"을 제외하고는 정말 추리 역사에 길이 남을 고전 명작을 거진 다 소화하고 있어서 나무랄데 없는 선정으로 보입니다. 크리스티 여사님 책이 한권도 없긴 하지만 여사님 책은 당시부터도 해문 빨간책 시리즈로 전권이 나오고 있었으니 어쩔 수 없이 뺀 것이 아닌가 싶네요. 현명한 판단인 것이 사실 저는 여러 추리 문고 시리즈에 여사님 책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직도 불만이거든요. 해문 빨간책이 여사님 책 시장은 평정하다시피 했으니 다른 시리즈로 구입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기에 차라리 그 책을 내 놓을 바에야 다른 멋진 작품들을 선정하는 것이 분명 나은 판단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이 시리즈는 당연히 일어 중역본인 듯 하지만 번역도 의외로 매끄럽고 좋은 편입니다. 교정을 여러본 보았는지 오탈자도 거의 없고 문체도 좋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브라운 신부 시리즈는 최근 출간되었던 정식판보다 이쪽이 외려 번역이 좋았습니다. 정식판은 지나치게 딱딱하고 지루하게 번역했다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다시금 목록을 보니 어렸을 적에 많이 구입하지 못한 것이 후회됩니다. 그 당시 용돈을 쪼개서 사던 즐거움 중 하나가 추리소설을 구입하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많이 사지는 못했더라고요. 돈이 좀 없더라도 몇권 더 사는건데 그랬습니다... (그래서 지를때 지르지 않으면 훗날 후회가 오나 봅니다)

제가 지금 제일 읽고 싶은 책은 시리즈 26 "눈먼 탐정 캐러더스", 27 "포튠을 불러라", 28 "이와 손톱", 그리고 50번째인 "주정꾼 탐정" 입니다. 헌책방 순례도 어언 10여년 짼데 아직도 발견 못했습니다.

고가 매입...은 힘들겠지만 도움주실 분 계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꼭 읽고 싶습니다!

1~2 : 셜록 홈즈의 모험  - 코넌 도일
3 : 뤼뺑의 고백 - 모르스 르블랑
4 : 브라운 신부의 지혜 - 체스터튼
5 : 팔점종 - 모리스 르블랑
7 : 벤슨 살인사건 - 반 다인
11 : 딱정벌레 살인사건 - 반 다인
14 ~ 15 : 클로이든발 12시 30분 - 크로포츠
18 : 새벽의 데드라인 - 윌리엄 아이리쉬

19 : 미궁과 사건부 - 로이 비커즈
20 : 어두운 거울 속에 - 엘런 매클로이 (헬렌 맥클로이)
21 : 즐거운 살인 - 크리스핀
22 : 강철도시 - 아시모프
23 : 움직이는 타깃 - 로스 맥도널드
24 ~ 25 : 카나리아 살인사건 - 반 다인
26 : 눈먼 탐정 캐러더스 - 브래머
27 : 포튠을 불러라 - 베일리
28 : 이와 손톱 - 윌리엄 벨린저
29 ~ 30 : 위험한 여로 - 브랜드
31 : 작은 독약병 - 샬럿 암스트롱
32 : 제 8지옥 - 스텐리 엘린
33 : 케닐 살인사건 - 반 다인
34 : 법정 밖 재판 - 헨리 세실
35 ~ 36 : 도중의 집 - 엘러리 퀸
37 : 싸이코 - 로버트 블록
38 : 흑거미 클럽 - 아시모프
39 ~ 40 : 여자 살인 이야기 - 아일즈
41 : 살인급행 침대열차 - 자프리조
42 : 암흑의 왼손 - 어슐러 르귄
43 ~ 44 : 검은 탑 - P.D 제임스
45 : 가든 살인 사건 - 반 다인
46 : 스카이 잭 - 토니 켄릭
47 : 사람의 덫 - 로저 사이먼
48 : 사라진 시간 - 윌리엄 벨린저
49 : 르윈터 망명 - 로버트 리델
50 : 주정꾼 탐정 - 에반 헌터

자유추리문고 소장중 / 다른 판본으로 소장중 / 못구함, 혹은 안구함...
* 2021.01.02. 리뷰가 있는 작품은 링크 추가합니다. 전부 자유 추리 문고는 아니지만요.

2005/11/16

O.헨리 미스터리 걸작선 꼭두각시 인형 - O.헨리 / 서계인 : 별점 3점

꼭두각시 인형 - 6점
0. 헨리 지음/지문사
이 책을 추리 관련 쟝르로 구분해야 할려나... 단편의 제왕 O.헨리의 미스터리 성향의 단편만 모아놓은 단편집입니다.

흔하게 접하는 "마지막 잎새"류의 작품이 아니라 제가 접해 보지 않은 작품들이 많이 실려 있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목차는 크게 3개로 구분되는데 이것저것 다양한 이야기가 섞여있는 "사형수의 꿈" 챕터, "사기꾼 제프 피터스" 시리즈 챕터, 그리고 "명탐정 샘록 죤스" 시리즈 챕터입니다. 이 중 처음 접한 "사기꾼 제프 피터스" 시리즈는 전체적으로 사기에 관련된 이야기를 짤막하게 담고 있는데 유머와 위트, 반전이 제법 괜찮은 시리즈더군요. "샘록 죤스" 시리즈도 인터넷 상의 번역으로 접해보긴 했었지만 정식 책으로 읽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홈즈를 제대로 패러디하고 있어서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일어 중역본인지 영문 직역본인지는 모르겠지만 번역이 깔끔합다는 것도 높이 평가하고 싶어요. 예를 들면 "캐롤웨이의 암호"는 "암호 미스터리 걸작선"에 실려있기는 하지만 번역이 당쵀 이해 불가능한 수준이었던데 반해, 이 책은 최소한 내용전달은 확실하게 해 주고 있거든요.

개인적인 베스트는 추리적인 요소로 따진다면 간단한 보물 찾기 트릭이 등장하는 "숨겨진 보물", 특이한 인물 바꿔치기 트릭이라 할 수 있는 "X양의 고백", 여태 본것중 가장 기발하며 미국적이기 까지 한 암호 미스터리 트릭인 "캐롤웨이의 암호", 자신의 범죄를 증명하려는 범인이 등장하는 "허영과 모피", 그리고 괜찮은 착상의 보석 절도 트릭물인 "부정의 증명"을 꼽고 싶으며 사기꾼 제프 피터스 시리즈 중에서 "사기꾼의 양심"과 "외딴섬의 사업가", 제일 기발한 사기극인 "돼지의 윤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홈즈의 귀납법 추리방식을 여지없이 비꼬면서도 핵심을 잘 파악하고 있는 샘록 죤스 시리즈는 다 괜찮았어요. O.헨리 특유의 반전이 잘 살아있는 작품으로는 "추수감사제의 두 신사"와 "평화의 옷"을 꼽고 싶네요.

결론내지라면, 전체적으로 O.헨리 특유의 유머와 조크가 넘치면서도 나름 반전과 추리적 요소가 번뜩이는 작품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집이었습니다. 제가 워낙 단편이라는 분야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20세기 초반의 미국을 잘 대변하는 O.헨리 특유의 짤막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작품이 가득하니 누가 읽어도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20/04/28

여태까지 나만의 가가 쿄이치로 형사 시리즈 순위

몰랐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시리즈 주인공인 가가 쿄이치로 형사 시리즈를 얼마전 읽었던 "기도의 막이 내릴 때"로 전부 완독했더군요.

기념삼아, 저만의 가가 쿄이치로 형사 시리즈 순위를 공개합니다.

공동 1위 : 별점 3점

공동 5위 : 별점 2.5점

8위 : 별점 2점 

9위 : 별점 1.5점

시리즈 9편 중 무려 7편이 평균 이상의 완성도를 보이는, 좋은 시리즈라는걸 잘 알 수 있습니다. 고전 스타일의 본격 퍼즐 미스터리는 물론 사회파서술 트릭, 심지어는 진범이 누구인지 독자에게 알려주지 않는 실험적인 작품까지 작품의 폭이 넓다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당연히 경찰 수사 소설로도 우수하고요. 이 시리즈만 읽어도 추리 소설의 큰 흐름을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완결되었다니 아쉽기도 한데, 언젠가 후속작이 나오기를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