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5/11/03

졸업 - 히가시노 게이고 / 양윤옥 : 별점 2점

졸업 - 4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현대문학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T대학의 졸업을 앞둔 가가와 친구들. 멤버는 가가와 사토코, 나미카, 도도와 쇼코, 와코와 하나에.
그러나 쇼코가 살고있는 원룸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정황상 일단 자살로 추정되나 옆방 학생에 의해 외부에서의 침입이 의심되는 등 살해 의혹이 싹든다. 그러던 중 그들의 고교 은사 미나미사와와 함께하는 다도회에서 나미카마저 음독 후 사망하게 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시리즈 캐릭터인 가가 형사 시리즈 제 1작. 1986년 발표된 작품으로 초기작이죠.

작품은 전형적인 고전 본격 퍼즐 미스터리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개의 수수께끼 - 완벽한 밀실에 가까운 쇼코의 원룸에 어떻게 침입하여 살해하고 빠져나갔는지? 그리고 설월화 게임 중 어떻게 나미카를 특정하여 독을 먹일 수 있었는지? - 를 풀어나가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이니까요.

그러나 초기작이라 그런지 영 기대에 미치지는 못합니다. 일단 트릭이 별로에요. 특히나 형상기억합금으로 문 자물쇠를 가공했다는 첫번째 트릭은 정말이지 와닿지 않더군요. 겨울날 닫힌 창문 밖에서 라이터불로 지지는 정도로 변형이 가능할 정도로 형상기억합금의 변형력이 좋을 것 같지 않거든요. 또 담배를 피워본 사람은 다들 알겠지만 라이터로 뭔가를 가열하는 행위 자체가 쉬운 일도 아니고요. 발표 당시에는 첨단이었을 소재를 활용한 과학 트릭이기는 한데 <탐정 갈릴레오> 만큼의 설득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에서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네요.

그래도 두번째 트릭, 즉 설월화 게임에서 타겟을 나미카로 정하게 만드는 트릭은 조금 낫기는 합니다. 눈이 휙휙 돌아갈 정도로 복잡하기는 하지만 다양한 그림을 활용해가며 설명해주기 때문에 이해하기도 쉬웠고요. 다도에서 따왔다는 설월화 게임의 룰 자체가 친숙하지 않은 만큼 이런 배려는 아주 고마운 부분이었습니다. 트릭도 뻔할 수는 있지만 확실한 방법일 뿐더러 이를 밝혀냄으로써 "공범"이자 "진범"이 드러난다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요.
허나 트릭이 작품 내용과 완전히 따로 논다는 것이 문제에요. 나미카가 쇼코의 자살사건과 별개로 벌인 조사가 그녀의 검도 결승전 의혹과 관련되어 있고, 그것이 동기가 되어 설월화 게임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나미카가 검도에 얼마나 진지했는지를 작중에서 효과적으로 보여주지 못했기에 그녀가 설월화 게임을 통해 자신의 우승을 방해한 친구를 응징하려 했다는 것이 쉬이 납득이 가지는 않더라고요. 그리고 아무리 검도가 중요해도 그렇지, 자기가 이상한 약을 먹어서 시합에서 졌다고 친구한테 비소를 먹일 생각을 하는게 말이나 됩니까? 게다가 쇼코의 죽음에 대한 징벌보다 자신의 검도 시합을 망친 친구를 응징하기 위해 범인(으로 의심되는)에게 협력을 요청하여 게임을 벌인다는 건 더더욱 말도 안되죠. 또 와코와 하나에에게 테니스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아예 설명되지도 않아서 이런 복수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또 도도가 나미카를 살해해서 얻는게 무엇인지도 불분명합니다. 쇼코의 죽음은 어쨌건 그녀의 자살 시도로 말미암은 것이고, 도도가 그것을 방조하기는 했어도 그 자체가 큰 범죄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나미카를 죽인 것은 자살로 덮기에는 여러모로 무리수일 뿐더러 범인이 너무나 적은 인물들로 한정되기에 조금이라도 머리가 돌아간다면 이런 선택은 하지 않았겠죠. 나미카 방에서 비소가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경찰 수사가 시작되었을테고, 어쨌건 꼬리를 잡혔을테죠. 나미카가 먹을 차에 뭔가를 넣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두명, 도도와 사토코 밖에 없으니까요. 이런 리스크를 짊어지느니 차라리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하여 다시 침입하여 원룸에서 자살로 위장해서 죽이는게 나았을거에요. 그리고 도도는 나미카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그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었을까요? 트릭을 만든 뒤 어거지로 가져다 붙인 동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설펐어요.

마지막으로 쇼코의 죽음은 친구들이 입을 모아 그녀가 자살할 리 없다고 말하는데, 마지막에 도도의 편지로 사실은 자살이었다고 밝히는 것도 조금은 반칙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때문에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작가의 명성에 걸맞는 읽는 재미만큼은 괜찮지만 트릭도 그닥일 뿐더러 이야기와 전혀 어우러지지 못한 작품이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점수를 줄만한 부분은 설월화 게임 트릭과 그것 때문에 범인이 밝혀지는 부분 정도 뿐이고요. 히가시노 게이고도 초기에는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작품으로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구태여 찾아 읽으실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