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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2

수수께끼 그녀 X - 우에시바 리이치 : 별점 3점

수수께끼 그녀 X 12 - 6점 우에시바 리이치 지음/학산문화사(만화)

<가면 속의 수수께끼>, <꿈의 사도>의 작가 우에시바 리이치의 만화. 전 12권으로 완결된 작품입니다. 2014년 11월에 완결되었으니 비교적 최신작이죠. 우연찮게 읽기 시작했는데 꽤나 재미있어서 한번에 읽어버렸네요.

1화는 이전 작들과 비슷한 느낌이더군요. 타액을 이용하여 감정과 몸상태를 공유한다는 등의 기묘한 설정, 너는 누구와 첫 섹스를 하게 될 것이다와 같은 충격 발언이 연이어 그려지니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뒤로 갈 수록 평범한 학원 러브 코미디로 변모해 버립니다! 둘의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에 아이돌 가수의 난입, 학교 축제 등과 같은 대형 에피소드가 끼어드는 전형적인 스타일로 말이죠! 허나 작가가 작가이니만큼 아주 평범하지만은 않아요. 에피소드별로 여전히 일상 속 비일상스러운 기묘함이 계속 감돌거든요. 서로 타액을 공유한다는 설정이 계속 효과적으로 사용된다는 것이 좋은 예죠. 개인적으로는 두 커플이 끝까지 키스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이런 플라토닉한 러브스토리라니! 12권으로 깔끔하게 완결하면서 우라베의 입을 빌어 두 사람의 관계를 명확히 밝혀준 결말도 아주 좋았고 말이죠.

또 히로인 우라베 미코토의 매력이 정말 대단해요. 완벽한 외모에 운동신경 발군으로 온갖 체육 활동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치는 슈퍼우먼인데다가 자신의 남자친구(와 관계자)에게만 따뜻한, 나만의 여신이죠. 개인적 견해로 남성 판타지 궁극 히로인의 양대 산맥 - <오렌지로드>의 아유카와 마도카, <오! 나의 여신님>의 베르단디 - 중 아유카와 마도카의 적통 계승자로서 21세기에도 죽지않는 생생한 매력을 뽐냅니다. 그만큼 비현실적인 슈퍼 우먼은 아니지만 말이죠. 하긴 우라베 미코토도 항상 가위를 팬티 옆에 끼워 가지고 다니면서 무언가를 자르고 파괴하는데 놀라운 실력을 보여주는 만화같은 설정이 있으려니 동급이려나?
그리고 무색무취, 유유부단의 대명사 카스카 쿄우스케보다 남자답고 확실한 츠바키 아키라도 꽤 호감이 가더군요. 전형적인 하렘 루트를 타지 않고 우라베 일직선, 그러면서도 지킬 것은 멋진 녀석이거든요. 학교 동급생들 앞에서 "여자의 눈물을 이길 수 있는 남자는 없다. 그래서 내가 졌다!" 라고 외칠 수 있다니 캬~ 최근 보기드문 소년입니다. "코이즈미 마이 러브"를 외치는 단순 일직선 바보와는 다르게 우라베가 입을 댔던 음료수를 마신 뒤 생긴 변화를 눈치채고 달려가 사과하는 섬세함도 돋보이고요.
그 외의 다른 캐릭터들, 안경 로리 거유 오카와 우에노, 스와노 등도 이야기를 할애해가며 조연으로의 역할을 주는 디테일도 좋았어요. 개인적으로는 오카와 우에노가 어떻게 사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정말로 있음직해 보이는 이야기랄까요.

이에 더해 화풍도 청춘 러브 코미디스타일로 서서히 바뀌어 여성 캐릭터들의 작화가 아주 매력적이라는 것도 큰 장점이죠. 전작들에서는 좀 어리거나 빈약(빈유)했던 캐릭터들이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여성을 예쁘게 그리는건 만화가로서 상당히 중요한데 그야말로 포텐이 제대로 터진 느낌입니다. 청춘 러브 코미디답게 전작 스타일의 집요한 디테일 묘사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 등 작가의 스타일 자체가 변한 것은 호불호가 갈릴 듯 하지만요. 물론 저는 여성 캐릭터의 매력이 더 중요한 성격의 작품이라 생각하기에 "호" 입니다.

딱 한가지 문제라면 타액을 공유하는 설정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겠죠. 우라베와 츠바키 둘 뿐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설정으로 아, 여긴 원래 그런 세계구나... 싶은 정도로 넘어가기는 하는데 좀 대충대충인 감이 없잖아 있어요. 카자미다이 고교 축제에서 상영된 영화 <수수께끼의 그녀 Y>처럼 이유를 대략이라도 밝혀주고 끝을 내는게 어땠을까 - 영화 속 설정은 이 모든건 주인공의 착각으로 사실 지구는 멸망한 것이었다는 것 - 싶은 생각도 들긴 합니다.

그래도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 청춘 러브 코미디라는 정말이지 흔하디 흔한 장르에서 약간의 독특한 설정만으로 이만큼의 변주를 끌어낸 점은 정말이지 높이 평가하고 싶네요. 앞서 말했듯 근본적으로 "플라토닉"한 이야기라는 발상의 전환도 놀랍고 말이죠. 특히나 우라베 미코토의 존재만으로도 러브 코미디 계에서 일정 지분을 차지할 자격은 충분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제법 되는지 애니메이션까지 제작되었더군요. 이 역시 차분히 감상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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