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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8

비밀기지 만들기 - 오가타 다카히로 / 임윤정, 한누리 : 별점 2점

비밀기지 만들기 - 4점 오가타 다카히로 지음, 임윤정.한누리 옮김, 노리타케 그림/프로파간다

일본의 기지학회 회장이라는 건축가 오가타 다카히로의 저서로, 이런저런 독특한 책들을 내놓고 있는 출판사 프로파간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그동안 프로파간다에서 출간했던 책들을 몇 권 읽어보았었는데, 컨셉은 괜찮지만 정작 결과물은 여러모로 애매했었고 이 책 역시 딱 그렇습니다.

우선 주 독자층이 누구인지 불분명합니다. 어린 시절 비밀 기지를 만들어 본 적이 있거나 그러한 것을 동경하는 키덜트들인지, 아니면 여러 '비밀 기지'에 대해 상세하게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어요.
첫 번째 독자층인 '키덜트'들을 위해서는 설문 조사를 통해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비밀 기지를 나름대로 분류하여 소개하는데, 내용만큼은 나쁘지 않습니다. 일러스트도 괜찮고요. 하지만 설명이 너무 빈약합니다. 아동용 그림책 수준의 내용에 불과합니다. 이 내용이 페이지를 너무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요.
저는 앞서 이야기한 독자층 중 후자에 가까운 독자이기에 실망이 더 컸습니다. 토관이라는 소재가 등장할 때마다 언급되는 "도라에몽"이라던가, 비밀 기지가 큰 역할을 차지하는 "20세기 소년" 등의 작품을 소개해 준다던가, 역시나 작중에서 언급된 대로 "스탠 바이 미"에서의 비밀 기지 장면을 보여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동서고금의 역사와 다양한 콘텐츠에 등장했던 비밀 기지를 선보여 주기를 기대했는데 말이지요.

함께 수록된 전문가들을 위한 듯한 콘텐츠도 내용이 애매합니다. 예를 들어 플레이파크라는 공원 소개에 대한 칼럼은 비밀 기지가 아니라 새로운 놀이 공간?에 가까운 개념이라 책의 주제에는 적합치 않았으며, "건축가가 비밀기지 설계도를 그린다면"이라는 칼럼은 몇몇 실존하는 비밀 기지를 단순히 설계도로 옮긴 것에 불과합니다. 별다른 해석이 개입되어 있지도 않고요.
게다가 이런 식의 전문가적인 정보 제공 영역은 앞서 수록되어 있는, 설문조사를 통해 재현한 이이들의 비밀 기지와 비밀 기지에서의 활동이라는 판타지와는 너무 어울리지 않습니다. 두 개의 전혀 다른 책을 합친 느낌마저 들 정도에요. 이런 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 앞부분의 비밀 기지들도 전부 이런 도면, 실제 제작된 예시 사진과 함께 더욱 디테일하게, 정말 건축물 관련 글처럼 쓰는 게 훨씬 좋았을 겁니다.

프로파간다의 전위적인 편집도 다른 책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포스트잇 노란색 같은 용지는 그림과 글자는 괜찮더라도 사진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요소였으며, 뒤에 메모지 영역이 있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12,000원이라는 가격도 담긴 콘텐츠 내용에 비하면 과한 편이고요.

그나마 뒷부분의 "어른이 만드는 비밀 기지"와 편집부가 썼다는 "이야기 속의 비밀 기지"가 정보 제공이라는 제 의도에 조금이나마 부합합니다만, 문제는 이 부분을 다 합쳐도 10페이지가 될까 말까 하다는 점입니다. 일러스트와 몇몇 디테일도 좋았지만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여러모로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키덜트를 위한 그림책으로 재편집하여 판매하는 것이 보다 낫지 않을까 싶네요.

2004/04/21

디 에이트 - 캐더린 네빌 / 조윤숙 : 별점 2.5점

디 에이트 2 - 6점 캐서린 네빌 지음, 조윤숙 옮김/자음과모음

컴퓨터 전문가인 캐더린 벨리스는 알제리에서 OPEC 회담을 위한 컴퓨터 시스템 설치를 강요받는 자리로 좌천된 후, 지인 해리의 딸 릴리를 통해 체스 천재 솔라린을 우연히 만난다. 그리고 계속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이 과거 세계를 지배할 수도 있는 공식이 숨겨져 있는 “몽글랑 서비스”라는 신비의 체스판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과 자신의 손에 있는 “8”의 손금으로 태어날 때부터 운명적인 체스 게임에 뛰어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캐더린은 비밀을 이용하려 하는 “백”의 세력에 맞서 자신의 편인 “흑”의 세력과 더불어 체스판과 말, 그리고 비밀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뛰어드는데...

캐더린 네빌 여사의 장편 데뷰작.
위의 줄거리로 요약 가능한 현재 시점의 캐더린 벨리스 이야기, 그리고 몽글랑 서비스가 처음으로 드러나는 격동의 프랑스 혁명기를 무대로 한 수녀 미레유 이야기라는 두가지 축으로 전개됩니다. 마지막에는 이 3세기의 시공을 초월한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구성이죠.
전자가 자신도 모르는 새에 몽글랑 서비스와 “8”의 비밀에 휩쓸려 가면서 서서히 자신의 존재를 자각해 가는 일종의 성장기라면, 후자는 처음에는 소꿉친구인 발렌티느의 복수를 위해, 그 이후에는 비밀스러운 힘의 정체와 자신과 맞서 싸우는 “백”의 여왕과의 전투를 위해 모험에 스스로 뛰어드는 주체적인 이야기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캐더린 벨리스의 이야기보다는 미레유의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습니다. 프랑스, 영국, 미국, 알제리까지 넘나드는 거대한 스케일, 비밀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의 묘사까지 훨씬 드라마틱할 뿐 아니라 모리스 탈레랑, 다비드, 마라, 당통, 로베스피에르, 장 자크 루소, 벤자민 프랭클린, 거기에 나폴레옹까지 등장하여 역사 추리물 느낌을 가득 전해주기 때문이에요. 초반의 크로스워드와 글자를 이용한 암호풀이 트릭도 괜찮은 편이라 추리소설 애호가로 반가운 부분이었고요.
한가지 특이했던 점이라면 등장하는 인물들이 거의 다 미남이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키가 굉장히 작은, 결코 잘생겼다고 알려지지는 않은 나폴레옹 조차 엄청난 미남으로 묘사하더군요. 여성 작가이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캐더린 벨리스의 모험 부분은 미레유에 비하면 조력자도 훨씬 많고 문명의 이기와 돈을 충분히 사용하기 때문에 긴박감면에서 많이 부족하고, 갑작스럽게 솔라린과 사랑에 빠진다는 등의 설정 등이 너무 순정만화, 로맨스 소설 분위기가 느껴져 영 별로였어요
게다가 시공을 초월하는 힘인 몽글랑 서비스의 비밀이 밝혀지면서부터는 급작스럽게 판타지 소설이 되어버리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입니다. 연금술 등 과거의 모든 신비적인 지식과 자료를 총 동원해서 설명해 놓기는 했지만 워낙 황당무계한 이야기라 당최 실감이 나지 않았거든요. 몽글랑 서비스를 보다 실질적인 힘으로 묘사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말이죠.
무엇보다도 제일 당황스러웠던건 체스세트를 완전히 갖추지 않아도 비밀을 풀 수 있다는 마지막 부분이었습니다. 다 모이면 빛이라도 한번 번쩍여 주면서 고대의 비밀을 알려줄 줄 알았는데 기대와는 사뭇 달라 완전 실망스러웠어요. 영화와 만화 등에 너무 길들여진 탓도 있겠지만...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아주 뛰어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별로도 아닌 그런 작품입니다. 데뷰작치고는 적절했달까요. 작가의 후속작이 더욱 기대되네요.

덧붙이자면, 어떤 분은 체스를 잘 모르면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없다고 표현하셨는데 뭐 그 정도로 체스가 중요한 역할로 쓰인다고 보이진 않습니다. 나이트나 폰 등의 행마에 관한 약간의 지식만 알면 무리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2010/11/12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 - 구지라 도이치로 / 박지현 : 별점 1.5점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 - 4점
구지라 도이치로 지음, 박지현 옮김/살림

시부야에 있는 니혼슈 전문 바 '숲으로 통하는 길'. 그곳에서 바의 마스터, 경시청 경부 구도, 술을 못하는 범죄 심리학자 야마우치는 자칭 '야쿠도시' 트리오를 이루며 다양한 화제로 수다를 나누다가, 매주 금요일만 나타나는 사쿠라가와 하루코라는 미모의 여성과 어울리게 되었다. 알고보니 그녀는 미궁에 빠진 사건을 듣고 곧바로 해결하는 알리바이 깨기의 명수였다...

"행각승 지장스님의 방랑"과 유사하게, 니혼슈 전문 바를 무대로 한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물입니다. 설정 자체는 매우 고전적이지만, 니혼슈 바라는 공간적 특징을 살려 각 에피소드마다 맛있는 술과 요리, 안주가 등장하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다양한 잡학 지식이 펼쳐지는 부분에서는 "심야식당"을 연상하게 합니다. 이러한 분위기에 추리 요소를 결합한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특히 술과 요리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모든 에피소드를 '...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설정하여 사건을 동화와 연결시킨 점도 나름대로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나 추리소설로는 다소 실망스럽습니다. 트릭이 단순한 탓이 가장 큽니다. 모든 사건이 알리바이 트릭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대부분 우연과 운에 의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몇몇 트릭 장치는 지나치게 유치했고요. 게다가 '알리바이'만 강조될 뿐, 기타 현장 조사나 탐문 수사는 거의 생략되어 있습니다. 경찰이 보다 철저하게 수사했다면 쉽게 해결될 사건도 많습니다. 즉,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추리 퀴즈'에 가깝습니다.

또한 니혼슈와 다양한 요리뿐만 아니라, TV 드라마, 예능, 광고, 가수 등과 관련된 대화가 지나치게 많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할 정도로 비중이 크고, 이로 인해 사건 자체에 대한 설명은 부족해집니다. 이러한 잡학 정보가 캐릭터들의 개성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여러모로 불필요한 요소였습니다. 이야기와는 무관하게 작가가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동화와 사건을 연결하려는 시도는 억지스러웠습니다. 동화 속 숨겨진 진실을 사건과 엮는 방식이 흥미롭기는 했지만, 기존에 출간된 "어른들을 위한 그림동화"와 같은 책들에서 다루어진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신선함이 부족했거든요.

결론적으로, 읽기 쉬운 짧은 에피소드 구성과 술과 안주, 요리에 대한 묘사, 다양한 잡학 지식이 흥미로울 수는 있지만, 추리소설로서의 완성도는 부족합니다. 차라리 요리책으로 나왔다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정말 읽을 책이 없으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가볍게 읽어볼 수도 있겠지만, 굳이 찾아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헨젤과 그레텔의 비밀"

등장 요리: 조개구이, 송이버섯구이 (숯불에 구워 간장으로 양념) 

등장 니혼슈: 아즈마이치 (東一), 하루가스미 (春霞) - 아키타현의 향이 풍부한 다이긴조슈 

사건: 도미사와 이시라는 과자 회사 사장이 자택의 간이 소각로에서 타 죽은 채 발견되었다. 용의자는 두 명이지만, 모두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는데...

첫 번째 에피소드로, 사망 시간을 조작하는 알리바이 트릭이 등장합니다. 트릭 자체는 유치하고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여러 단서가 모여 결말에 이르는 전개는 비교적 탄탄했습니다. 동화의 내용을 사건과 연결하는 방식도 효과적으로 활용되었고요. 수록작 중에서는 가장 완성도가 높았던 작품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빨간 모자의 비밀"

등장 요리: 날치 튀김 (신선한 미야케지마 산 날치와 참마를 다져 튀긴 요리, 레몬즙과 간장을 곁들여 섭취) 

등장 니혼슈: 사쿠라가와 (桜川) - 도호쿠 남부 지방에서 빚은 과일향이 나는 다이긴조슈

사건: 71세의 할머니와 21세의 손녀딸이 살해당했다. 사인은 모두 교살이며, 용의자는 손녀딸 이즈미의 남자친구 미타무라와 이즈미 계모의 애인인 백수 시모이였다. 그러나 시모이에게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사망 추정 시각의 공백을 이용한 알리바이 트릭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범인이 알리바이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즉, 순전히 우연과 경찰의 부주의한 수사로 인해 꼬였을 뿐인거지요. '시각 실인증'이라는 개념은 흥미로웠지만,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못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브레멘 음악대의 비밀"

등장 요리: 돼지고기 소시지 구이

등장 니혼슈: 아즈마이치 (東一), 오토코야마 (男山), 센주시라뵤시 (千壽白拍子) - 야마다니시키 100%를 원료로 시즈오카 효모로 빚은 술. 첫맛은 깨끗하고, 뒷맛은 산뜻함

사건: 악단 '사계'의 멤버 세 명이 집에서 발생한 화재로 죽었다. 화재가 발생하기 전까지 아무도 출입하지 않았기에 사고로 여겨지는데...

"명탐정 코난"에서도 사용된 팩스를 이용한 방화 트릭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정교하지 못하고, 기화하는 수면제라는 설정도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신데렐라의 비밀"

등장 요리: 생굴 (간장과 레몬을 곁들여 섭취)

등장 니혼슈: 시라마유미 (白真弓) - 기후현 히다의 명주

사건: 캐슬 호텔 오너의 아들 조 다쿠야의 애인 요시노 리호코가 절벽 아래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녀가 추락하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기에 사망 시각은 확실했다. 그런데 유력한 용의자 조 다쿠야의 알리바이는 완벽했다...

고전적인 시체 이동 트릭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경찰 수사가 부실하게 진행되었고, 알리바이 또한 범인의 의도가 개입되지 않은 '우연'에 의한 것이기에 설득력이 떨어졌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백설공주의 비밀"

등장 요리: 애플파이, 자오우 산기슭에서 직송된 화이트치즈 (와사비 간장 소스), 샐러드를 곁들인 호로새 훈제구이 (마요네즈 소스)

등장 니혼슈: 시라유키 (白雪) - 효고에서 생산된 명주. 마쓰오 바쇼, 치카마츠 몬자에몬 등이 즐겨 마셨음

사건: 유키코는 계모 도모미로부터 살충제가 든 애플파이를 선물받았다. 그러나 파이를 먹기도 전에 둔기에 의해 살해당하는데...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차로 1시간, 오토바이로 30분이 걸리는 장소를 순간 이동하듯 이동하는 트릭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연에 의지한 알리바이이며, 범인의 행동이 눈에 띌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점이 문제였습니다. 경찰 수사가 조금만 철저했다면 알리바이 없이도 쉽게 해결될 사건이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장화 신은 고양이의 비밀"

등장 요리: 광어회

등장 니혼슈: 메이보 (明眸) - 아이치현 세토산

사건: 채팅 사이트에서 바람잡이로 활동하던 네코다 마사미가 살해당했다. 유력한 용의자인 가라바는 사망 추정 시간에 한 시간 이상 떨어진 공원에서 데이트 중이었다는 알리바이 증명 사진을 경찰에 제출했다.

고전적인 트릭인 '시계 앞에서 찍은 사진'을 활용한 알리바이 조작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트릭이 조잡하고 유치한 수준이라 실망스러웠습니다. 해당 시간대의 탐문 수사만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쉽게 해결될 사건이었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의 비밀"

등장 요리: 참치와 방어조림

등장 니혼슈: 히카리 백춘 (白春) 다이긴조 - 과일향이 나는 미주

사건: OL 노하라 유메코가 음독 자살했다. 그런데 그녀는 자살 직전까지 중학교 동창인 탤런트 히키다 신지에게 줄 스웨터를 뜨고 있었다.

일종의 원격 살인 트릭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범죄성이 낮고, 이러한 이유로 사람이 죽을 가능성이 적어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치사량' 개념을 활용한 추리는 흥미로웠지만, 그 외의 요소들은 미흡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의 비밀"

등장요리 : 소 혓바닥 요리, 돼지고기 조림, 수제 로스햄, 흑돼지구이 - 사쓰마 자연 방목 흑돼지 로스를 간장에 절여 숯불에서 구운 것. 양파 슬라이스 곁들임

등장 니혼슈 : 와카다케 (若竹),

고시노칸바이 (越乃寒梅) - 매화의 명소에서 만들어진 니가타의 명주. 지방술 붐의 선두주자.

사건 : 보모 쓰키오리 아즈미 살해사건. 자택에서 교살된 시체로 발견되었다. 용의자는 직장 동료인 모토야 마사카즈였다.

경찰의 무능함이 부각되는 조잡한 알리바이 트릭입니다. 용의자 핸드폰 통화 내역이나 주변 탐문 수사만 했더라도 뻔하게 드러났을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트릭의 핵심이 변장이라는건 정말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차라리 1:1 비율의 사진을 오려 붙였다고 하던가... 점수를 주기 힘든 졸작입니다. 구태여 점수를 주자면 1점입니다.

"꼬마 요정과 구둣방 할아버지의 비밀"

등장요리 : 도오바찜 - 돼지고기를 간장, 미린, 설탕을 넣고 푹 끓여 찐 요리. 슈토 (酒盜) - 토사 명물 가다랭이 젓갈. 기본 안주임.

등장 니혼슈 : 덴구마이 (天狗舞) - 이시카와 현의 저온 장기숙성 준마이슈

사건 : 지난 1년간 시부야를 휘저으며 보석만 훔치는 괴도 S89호가 '요정의 구두'라는 100캐럿 다이아몬드를 훔쳤다. 하루코는 S89호의 정체를 밝혀내는데...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편'이어야 하지만... S89호의 정체도 어이가 없을 뿐더러 증거라고 들이대는 것들도 설득력이 약해 추리 소설로서의 가치가 전무합니다. 그냥 마지막 편이라는 의미 이외의 것을 찾기 어렵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2004/04/26

브라운 신부 전집 3,4,5 : 의심-비밀-스캔들 - G.K 체스터튼 : 별점 3점

의심 - 6점 G. K. 체스터튼 지음, 장유미 옮김/북하우스
비밀 - 6점 G. K. 체스터튼 지음, 김은정 옮김/북하우스
스캔들 - 6점 G. K. 체스터튼 지음, 이수현 옮김/북하우스
단편 추리소설의 황금기의 최고의 명탐정이자 현재까지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탐정 브라운 신부. 명성에 비하면 국내 소개가 잘 안된 편이었지만 북하우스에서 전집이 몇년 전 출간되었었죠. 구입한지는 제법 된 것 같은데 읽는게 좀 늦었습니다. 그 중 1,2권인 결백과 지혜편은 예전 자유추리문고본으로 먼저 읽어 보았기에 3,4,5권을 먼저 읽게 되었네요.

먼저 각 권에서 인상적이었던 작품들만 말씀드리자면,
3편 의심에서는 일종의 알리바이 깨기 트릭인 “기드온 와이즈의 망령”과 불가해한 밀실 살인 사건을 다룬 “하늘에서 날아온 화살”, 역시 밀실 트릭의 일종이지만 사건 현장 근처에 있던 개의 심리를 사건과 결부시키는 걸작 “개의 계시”, 괴기스러운 느낌의 복수극으로 완전범죄를 완성하려는 살인범의 트릭을 파헤치는 “날개달린 단검” 이,

4편 비밀에서는 브라운 신부가 자신의 추리의 비밀을 털어놓는 “브라운 신부의 비밀”, 광기의 복수극을 그린 “보드리 경 실종사건”, 연극에 관련된 밀실 살인 사건인 “배우와 알리바이”, 3편의 “날개달린 단검”과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최악의 범죄”, 범인으로 몰린 시인의 누명을 벗겨주는 한편 다른 동기에서 진범을 찾아내는 “판사의 거울” 편이,

5편 스캔들에서는 사람의 인상과 기억의 오류를 바탕으로 한 장난인 “폭발하는 책”과 텅빈 술집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진범을 찾는 “퀵 원”, 살인자와 피해자에 대한 오류를 바탕으로 한 “블루 씨를 쫒아서”, 명망있는 제독의 살인사건을 범인의 말 한마디로 파헤치는 “그린맨”, 조그만 마을에 파란을 몰고온 목사 아들의 패륜행위의 뒤에 숨겨진 범죄를 밝혀내는 “마을의 흡혈귀”, 기발한 시체 은닉 트릭이 등장하는 “핀 끝이 가리킨 것”이
좋았습니다.

그외에도 대체로의 단편들이 하나하나가 전부 일정 수준이상을 넘어서는 작품들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탐정들과는 다르게 직관과 인상, 정황에 주력하여 자신의 느낌으로만 사건을 꿰뚫어보는 브라운 신부의 특징도 전편에 걸쳐 잘 살아있고요. (참고로 브라운 신부의 추리의 비밀이 4편 “브라운 신부의 비밀”에서 설명되고 있기도 하죠.)

하지만 참으로 읽기는 힘든 작품들이기도 합니다. 단편집이란 모름지기 쭉쭉 읽어나가는 맛이 있어야 되는 법인데 대사나 묘사가 장황하여 한번에 읽어내리기 어려웠어요. 체스터튼이 워낙 당대의 유명 문인이었던 만큼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문학에서도 뭔가 독특한 자신만의 문체를 도입하여 쓴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예전 다른 문고본에서 읽고 느꼈던 유머러스한 부분이 많이 빠져 있는 것을 본다면 번역 문제인것 같기도 한데 여튼 여러모로 아쉬웠어요.
또 다른 단편집들도 가지고 있는 문제이기는 한데, 하나의 트릭을 변형하여 여러 곳에 쓰고 있는 편입니다. 특히나 “살인자”<>”피해자”의 역할 바꾸기 라던가 잘못된 증언의 오류를 짚어내는 방식이 자주 등장하더군요. 뭐 등장하는 단편마다 다른 상황에서 재미있게 사용하고 있어서 큰 단점으로 보기는 어렵지만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읽는 재미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지만, 전집으로 출간된 것에 대해서는 고맙기만 할 따름이라 점수를 조금 더 얹어 봅니다. 보다 쉽고 재미있는 문체로, 유머스러운 브라운 신부를 보여줄 수 있도록 번역이 조금 수정되면 더욱 좋겠네요.

2016/09/15

명품 가구의 비밀 - 조 스즈키 / 전선영 : 별점 3점

명품 가구의 비밀 - 6점 조 스즈키 지음, 전선영 옮김/디자인하우스

가구 역사상 길이 남을 디자인의 의자와 테이블, 조명을 엄선하여 그에 관련된 일화를 소개해 주는 책입니다. 목차는 "전설적 명작의 비밀", "현대 디자인의 비밀", "디자인 신세대의 비밀", "경영자의 비밀"이라는 4개의 챕터로 나뉘어져 있고요. 이 중 디자인 회사 경영자 중심인 마지막 챕터를 제외하고, 총 3개 챕터에서 26개의 작품이 연대 순으로 소개됩니다.

20세기 초반부터의 가구 중에서 미적, 역사적 가치를 통틀어 엄선했기 때문에 그냥 보기만 해도 멋질 뿐더러, 작품별로 관련된 일화도 흥미로와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일린 그레이와 르 코르뷔지에에 얽힌 일화입니다. 아일린 그레이는 귀족 출신 여성으로, 독학으로 익힌 건축으로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르 코르뷔지에와의 친분도 생겼고요. 그러나 르 코르뷔지에가 그녀의 집인 E1027의 새하얀 벽에 원색적인 벽화를 그린 후 관계는 틀어지고, 그 뒤부터 르 코르뷔지에는 그녀를 매장시키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것도 정도가 있지, 참 어이가 없네요. 아일린 사후에 명예가 회복된건 다행이지만, 르 코르뷔지에를 다시 보게 되었네요. 거장이 전에 인간부터 되어야지요.

새롭게 알게 된 것도 많습니다. 현대 디자인의 아버지라는 윌리엄 모리스의 말인 "쓸모없는 것, 아름답지 않은 것은 집에 두어서는 안 된다."라는 말이 좋은 예입니다. 그동안은 부르주아가 부를 과시하기 위한, 일종의 속물 마인드에서 태어난 말이라 생각해 왔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자본가에 의해 조악한 품질의 대량 생산품이 보급되는 상황에서 이를 막고자 "미술 공예 운동"을 제창했던, 행동하는 디자이너의 명언이었더라고요.

1925년에 발표된 PH 램프가 로그 나선과 황금비를 활용한 제품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된 사실입니다. 딱히 별다를 게 없는 디자인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나 이론적인 바탕이 뒷받침되었다는데 놀랐습니다. 그러니 시대를 초월해서 아직도 사랑받겠지요. 여담이지만 아내가 이사를 위해 식탁 등으로 비슷한 램프를 샀는데, 원작을 보고 나니 확실히 뭔가 품격이 달라 보이네요.

조명 "글로볼"도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디자이너 모리슨의 기본 자세인 "평범함은 특별함을 능가한다"는 것이 잘 표현된 멋진 작품으로, '보통의 디자인'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해 줍니다.

마지막에 수록된 "경영자의 비밀"은 디자인 회사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뷰 중심이라 다른 챕터와는 조금 다르지만 이 역시 꼭 한 번 볼 만합니다. 특히 독일 가구 회사 발터 크놀이 유명 디자이너가 아닌 무명 디자이너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며,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최우선으로 꼽았다는게 가장 와닿았습니다. 확실히 잘 나가는 회사는 다르구나 싶어요. 커뮤니케이션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저 역시 이 바닥 생활 20년 동안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책의 특성상 반드시 뛰어나야 할 도판 역시 기대에 값하기에, 참 좋은 독서였습니다. 16,000원이라는 가격과 디자인 전문 서적다운 "여백의 미"가 과하기에 조금 감점합니다만, 디자인에 관심 있으시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이런 류의 책이야말로 가까운 미래에 3D 이미지가 포함된 디지털 콘텐츠로 진화하기 용이하리라 생각됩니다. 다양한 각도, 환경에서 가구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3D로도 출력해서 소장하고... 와, 멋질 것 같아요!

2021/02/06

숙명 - 히가시노 게이고 / 권남희 : 별점 2점

숙명 - 4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소미미디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역 최고 회사인 UR 전산 대표였던 우류 나오아키가 병사한 뒤, 회사 사장이 된 스가이 마사히코가 살해된채 발견되었다. 흉기는 우류 나오아키가 생전에 수집했던 무기 중 하나인 독이 든 석궁이었기 때문에, 범인은 우류 가문 관계자로 압축되었다.
그러나 사건 수사를 맡은 형사 중 한명인 와쿠이 유사쿠는 살인 사건이 아니라 우류 가문이 숨기고 있던 비밀에 대한 수사에 집중한다. 어린 시절, 우류 가문 아들 우류 아키히코와 엮였던 여러가지 인연과 추억 때문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1990년에 발표한 비교적 초기 장편.
UR 전산 사장 스가이 마사키요 살인 사건은 후더닛보다는 와이더닛물입니다. 흉기를 통해 범인은 우류 가 근처에 있는 사람들로 특정되거든요. 그래서 동기만 알아내면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이야기도 '왜 살인 사건을 저질렀는지' 에 대한 탐구가 핵심이고요.
탐구 결과, 스가이가 우류 나오아키가 사망한 뒤 그의 유품 중에서 강탈한 '전뇌' 어쩌구가 써 있었다는 오래된 파일, 스가이가 뇌 의학 전문가에게 접촉했다는 증언, 관계자인 우에하라 박사와 우류 아키히코 모두 뇌의학자이며 오래전 죽은 사나에의 지능에 문제가 있었다는 등 중요 단서들이 모두 초반에 드러납니다. 독자는 이를 통해 과거 사나에에게 불법으로 뇌에 관련된 실험이 자행되었고 비밀 파일은 그 실험을 다룬 것이며, 스가이는 이 실험을 묻어두려는 관계자에 의해 살해되었다는걸 쉽게 눈치챌 수 있고요. 지금 읽기에는 많이 뻔한 소재인 탓입니다.

하지만 그냥 뻔한 것만은 아닙니다. 형사 와쿠라 유사쿠의 수사로 30여년에 걸친 장대한 비밀이 한꺼풀 씩 드러나는 전개가 굉장히 흥미롭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조금 자세히 설명드리자면, 전쟁 직후 우에하라 마사나리는 환자들을 치료하다가 획기적인 발견을 하게 됩니다. 뇌의 특정 부분을 자극하여 사람의 감정 조작이 가능하다는 발견이었습니다. 연구 성과 발표는 묻혀버렸지만, 대기업 우류공업 대표이사 우류 가즈아키가 우에하라 박사를 지원하며 연구가 은밀하게 재개됩니다. 그들은 7명의 남녀 피실험자를 모아 '전뇌식 심동 조작 방법' 이라고 이름붙인 연구를 진행했어요. 그런데 뇌수술을 받고 실험 중이던 피실험자들 중 4명은 탈주하고, 남은 3명은 원상 복구 수술을 받은 뒤 2명은 죽어버립니다. 유일한 생존자인 여성 사나에도 심각할 정도로 지능이 퇴화해 버리고요. 이런 비참한 결과를 본 우류 가즈아키와 우에하라 박사는 연구를 영원히 묻어 버리기로 결심했던 겁니다.
여기에 더해 의외성 있는 설정과 전개가 많아서 지루할 틈이 없었어요. 백미는 우류 아키히코가 범인이 아닐까 하는 단서가 작품 곳곳에 드러나지만, 진범은 우류 나오아키의 충신 중 유일하게 회사에 남았던 마쓰무라 겐조 상무였다는 것이죠.

문제는 억지스럽과 과장된 부분이 많다는 점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와쿠라 유사쿠와 우류 아키히코가 사실은 사나에가 낳은 쌍둥이 형제였다는건 눈에 거슬릴 정도였어요. 우류 아키히코야 그렇다쳐도, 와쿠라 유사쿠까지 사나에 아들이라고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사나에가 쌍둥이를 낳았다면, 우류가문에서 두 명 다 입양하는게 맞지, 한 명만 전혀 관계없는 다른 곳에 입양보낸다는건 설득력이 떨어지고요. 또 이란성 쌍둥이라면 아무리 외모가 다르더라도 성격이나 취향은 닮은 점이 많았을텐데, 마지막에 비밀이 드러난 뒤에서야 이를 언급하는건 반칙이라 생각됩니다.
7인의 실험체 중 한명이었던 에지마 소스케의 딸 미사코와 유사쿠가 고등학생 때 교제했다가 헤어진 뒤, 미사코가 우류 아키히코와 결혼했다는 것도 지나치게 작위적이었습니다. 왜 아키히코가 미사코와 결혼했는지도 설명이 부족했고요. 형제라서 이성에 대한 취향도 비슷했다는 것일까요?
그 외에도 우류 아키히코의 배다른 동생들인 히로마사와 소노코가 의기 투합해서 스가이를 죽이려고 한게, 마침 살인 사건이 저지른 딱 그 날 그 시간이라던가, 우류 아키히코가 석궁 화살촉을 수리했던 순간접착제를 떨어트린걸 마침 아내 미사코가 발견한다던가 하는 등 우연이 너무 많이 반복됩니다. 작품이 그만큼 정교하지 않다는 뜻으로, 이래서야 완성도가 높다고 하기는 어렵지요.

추리적인 부분에서 딱히 건지게 없다 약점도 큽니다. 범행을 저지른 범인과 석궁을 현장에 가져다 둔 사람이 다르다는 트릭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현실적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투서를 보내서 경찰에게 이 트릭이 간파된 뒤에는, 사건은 해결된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관계자 중에서 오전 시간에 석궁을 가져다 놓을 수 있던건 가사 도우미 스미에 씨 밖에 없었거든요. 지나가던 여중생들 증언이 아니었더라도, 마쓰무라 겐조의 운명은 정해진거나 다름이 없었던거지요. 석궁 화살깃 수리와 같은 디테일은 솔직히 불필요한 사족으로 느껴졌고요.
유사쿠가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였던 사나에 죽음에 대한 진상도 어색했습니다. 실험 재개를 노렸던 스가이 가문이 납치하려 할 때 병실에서 떨어져 죽었다는데, 누가봐도 분명한 살인 사건을 경찰이 이렇게 쉽게 덮는게 가능했을까요? 가능했다 치더라도, 유사쿠의 아버지가 사나에가 유사쿠 모친이라는걸 알았다는게 사건을 덮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도 모르겠더군요. 저라면 아이 어머니 복수를 위해서라도 발 벗고 나섰을거 같은데 말이죠. 최소한 사건을 덮었다면, 죽을 때 유사쿠에게 남긴 비밀 수사 노트에 그 진상은 써 놓았을 겁니다.
우류 가문이 지켜왔던 비밀도 그럴듯하게 포장하고는 있지만 석연치는 않습니다. 우류 가즈아키와 우에하라 박사부터가 좀 웃겨요. 연구를 묻어버리기로 했다면 파일도 바로 없애버렸어야죠. 왜 화근을 남겼는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단점이 너무 많아서 아주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스토리텔러로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 솜씨가 잘 드러나는 흥미로운 작품이기는 하나, 제 별점은 2점입니다. 킬링타임용으로는 나쁘지 않았으니 관심 있으시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덧붙이자면, 오래전 숨겨왔던 가문의 비밀이 도화선이 된 사건이으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건 오다 경부보이고, 주인공 유사쿠는 순전히 과거의 비밀에 집중한다는 구조 등은 작가의 다른 작품인 <<몽환화>>가 살짝 떠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밝은 미래를 향해 젊고 열정적인 커플이 발을 내딛는다는 <<몽환화>>하고는 반대로, 이 작품의 유사쿠는 숙적이자 형제인 아키히코에게 완패하고 쓸쓸히 물러선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시대가 느껴지네요. 버블이 막 끝날 1990년의 일본과, 아베노믹스로 막 부활하기 시작한 2013년 일본을 의미했던 걸까요?

2008/05/24

쇠못 세개의 비밀 - 로베르트 반 훌릭 / 이희재 : 별점 4점

쇠못 살인자 - 8점 로베르트 반 훌릭 지음, 이희재 옮김/황금가지

디 판관은 새로운 부임지 북주에서 충실한 4명의 수하와 함께 새롭게 사건 수사에 착수한다. 최초에 접수된 사건은 랴오 조합장의 딸 랴오 렌팡 처녀 실종 사건으로 사랑의 도피로 여겨 큰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지물포를 하는 예씨형제에 의해 자신의 여동생이 살해당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여 목없는 여인의 시체를 발견하여 다시금 신중한 수사에 돌입하게 된다. 그 와중에 북주의 유명한 권법가 란 사범이 독살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하고 결국 우여곡절끝에 각각의 사건의 용의자를 알아낸 디 판관은 한 사건 해결 후 용의자를 심문하나 결정적 증거를 잡지못해 고민하고, 결국 금기시 되어 있는 시체 발굴 부검을 자신의 직위와 목숨을 걸고 착수하게 되는데...

어제 읽은 "종소리를 삼킨 여자" 에 필받아 연달아 읽어버린 디판관 시리즈 2번째 작품입니다. 재간되긴 했지만 저는 예전 디자인 하우스 판본으로 다시 읽었습니다.

이 작품 역시 옛스러움과 이색적인 분위기는 전작과 동일합니다. 그러나 몇가지 세세한 점에서 차이점을 보이는데요. 일단 가장 큰 차이점은 싯구와 더불어 전작의 무대인 푸양과는 다른 엄청나게 추운 북주의 겨울 풍광이 더해지며 섬세한 드라마가 더욱 강조되었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호쾌한 맛은 부족하지만 감성적인 면에서 은근한 멋을 풍기네요.

여러가지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도 전작 그대로인데 랴오 처녀의 실종 사건과 머리없는 시신 사건, 권법가 란 사범의 독살 사건, 그리고 쇠못 살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중간에 사탕과자 상인의 에피소드와 같은 곁가지 추리담도 담겨 있긴 하지만 중심 내용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고요. 또 이 네가지 사건이 두가지씩 -실종사건과 머리없는 시신 사건, 그리고 독살과 쇠못 살인 사건 - 조합되어 연관된어 진행된다는 점에서 전작보다 더 정교하게 잘 짜여진 이야기 구조라는 생각이 들게끔 했습니다.
추리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머리없는 시신 사건"은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처럼 시체 바꿔치기 트릭이 등장하는데 복선과 단서가 명쾌해서 완성도가 높습니다. 그러나 "독살 사건"은 고대 중국의 퍼즐 놀이라 할 수 있는 "칠반 (탱그램이라고도 하죠)"을 이용한 다이잉 메시지는 특이하지만 범인이 너무 초반에 드러난다는 점과 별다른 트릭은 없어서 약간 부족한 맛이 느껴졌는데 이 사건과 연관되어 있는 "쇠못 살인 사건"의 고전적이고도 독특한 트릭이 부족한 점을 충분히 보충해 줍니다. 이 쇠못 살인 사건 트릭은 국내 추리 만화 "다모"에서도 접했었던 것이라 아주 새롭지는 않았지만요. 참고로 이야기하자면 개인적으로는 "다모" 쪽이 더 정교한 느낌이라 생각됩니다. "흉기"의 은닉이 고려되었어야 할 거 같거든요^^

어쨌건 다시 읽어도 무척이나 신선하고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전작에 비하면 사건이 보다 소박하고 드라마가 강조되었다는 점과 여성에 대한 가혹한 묘사나 잔인한 처형에 대한 묘사 등 껄끄러운 부분이 줄어들고 잔잔한 맛이 느껴진다는 점 때문에 전작보다 더욱 마음에 들었고요.
역시나 뒷부분 저자 해설에서 밝히듯 고대 중국의 실제 사례나 범죄 소설집에서 따온 이야기들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그 원전에 대한 설명도 충실해서 자료적 가치도 충분합니다. 충분히 다시 재간될 만한 재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 보이네요. 별점은 4점입니다. 디 판관 시리즈의 계속된 출간을 기원합니다~

그나저나.. 원제도 단지 "중국 쇠못 살인사건" 인데 왜 이 번역본은 "쇠못 세개의 비밀"로 제목이 붙은걸까요? "쇠못 두개의 비밀" 이었으면 이해가 되는데 당쵀 알 수가 없군요. 번역자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 euphemia님의 비밀덧글을 보고 이유를 알았습니다. (다른 분들께 스포일러가 될까봐 비밀 덧글로 달아주셨는데,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쇠못은 세 개가 맞다고 합니다. 프롤로그 화자의 유령 이야기까지..... :]) 앞부분 프롤로그를 아무 생각없이 넘긴 제가 착각한 것이었네요^^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2013/12/04

MWA 추천 베스트 미스터리 100 정리

얼마전 올린 글에 필받아서 다시 정리해 본 MWA 추천 베스트 미스터리 100.
읽은 책 중 리뷰가 있는 것은 링크, 없는 것은 적색, 국내 출간되었지만 아직 안 읽은 것은 검은색, 그리고 미출간 작품은 회색으로 체크하였습니다.

100위가 두권이라 총 101권의 책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 중 국내 미출간작은 31권입니다. 남은 70권 중 49권을 읽었네요.
안 읽은 작품들은 취향이 아닌 것도 있지만 최근 소개된 작품도 제법 많으니 이번 정리를 기회삼아 찬찬히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읽고 소장도 하고 있는데 리뷰가 없는 작품은 다시 읽고 리뷰를 올려야겠어요. 왜 빠졌을까...

* 2013.12.17 "나의 로라" 추가 (총 50권 독파)
* 2013.12.25 "내 안의 살인마" 추가 (총 51권 독파)
* 2014.01.21 "몰타의 매" 링크 추가
* 2014.11.20 "맹독" 추가 (총 52권 독파)

* 2014.12.30 국내 출간작 추가
* 2015.12.08 "브랫 패러의 비밀" 추가 (총 53권 독파)
* 2020.02.01 "유리 열쇠" 추가 (총 54권 독파)
* 2020.05.23 "레베카" 추가 (총 55권 독파)
* 2020.10.08 "디미트리오스의 가면" 추가 (총 56권 독파)
* 2020.11.8. "나선 계단의 비밀" 추가 (총 57권 독파)
* 2022.11.27 "로그 메일" 추가 (총 58권 독파)
* 2025.03.22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성녀의 유골) 추가 (총 59권 독파)

- 총 101권 중 국내 출간작이 74권, 미 출간작은 27권이네요. 제가 읽은 것은 73권 중 59권입니다.
1 "The Complete Sherlock Holmes", Arthur Conan Doyle. -셜록홈즈 전집
2 "The Maltese Falcon", Dashiell Hammett. "몰타의 매"
3 "Tales of Mystery and Imagination", Edgar Allan Poe - 에드거 앨런 포 단편집 (우울과 몽상)
4 "The Daughter of Time", Josephine Tey. "진리는 시간의 딸"
5 "Presumed Innocent", Scott Turow. "무죄추정"
6 "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 John le Carre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7 "The Moonstone", Wilkie Collins. "월장석"
8 "The Big Sleep", Raymond Chandler. "크나큰 잠"
9 "Rebecca", Daphne du Maurier. "레베카"
10 "And then there Were None", Agatha Christie.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11 "Anatomy of a Murder", Robert Traver.
12 "The Murder of Roger Ackroyd", Agatha Christie.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13 "The Long Goodbye", Raymond Chandler. "기나긴 이별"
14 "The Postman Always Rings Twice", James M. Cain.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 번 울린다."
15 "The Godfather", Mario Puzo. "대부"
16 "The Silence of the Lambs", Thomas Harris. "양들의 침묵"
17 "A Coffin for Dimitrios", Eric Ambler. "디미트리오스의 가면"
18 "Gaudy Night", Dorothy L. Sayers.
19 "Witness for the Prosecution", Agatha Christie. "검찰측 증인"
20 "The Day of the Jackal", Frederic Forsyth. "자칼의 날"
21 "Farewell, My Lovely", Raymond Chandler. "안녕 내 사랑"
22 "The Thirty-nine Steps", John Buchan. "39계단"
23 "The Name of the Rose", Umberto Eco. "장미의 이름"
24 "Crime and Punishment", Fyodor Dostoevski. "죄와 벌"
25 "Eye of the Needle", Ken Follett. "바늘 구멍"

26 "Rumpole of the Bailey", John Mortimer.
27 "Red Dragon", Thomas Harris. "레드 드레건"
28 "The Nine Taylors", Dorothy L. Sayers. "나인 테일러즈"
29 "Fletch", Gregory McDonald. "플레치"
30 "Tinker, Taylor, Soldier, Spy", John le Carre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31 "The Thin Man", Dashiell Hammett. "그림자 없는 남자"
32 "The Woman in White", Wilkie Collins. "흰옷을 입은 여인"
33 "Trent's Last Case", E. C. Bentley. "트렌트 마지막 사건"
34 "Double Indemnity", James M. Cain "이중배상"
35 "Gorky Park", Martin Cruz Smith. "고르키 파크"
36 "Strong Poison", Dorothy L. Sayers. "맹독"
37 "Dance Hall of the Dead", Tony Hillerman.
38 "The Hot Rock", Donald E. Westlake. "뉴욕을 털어라"
39 "Red Harvest", Dashiell Hammett. "붉은 수확"
40 "The Circular Staircase", Mary Roberts Rinehart. "나선 계단의 비밀"
41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Agatha Christie. "오리엔트 특급살인"
42 "The Firm", John Grisham.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

43 "The Ipcress File", Len Deighton.
44 "Laura", Vera Caspary. "나의 로라"
45 "I, the Jury", Mickey Spillane. "내가 심판한다"
46 "The Laughing Policeman", Maj Sjowall and Per Wahloo. "웃는 경관"
47 "Bank Shot", Donald E. Westlake.
48 "The Third Man", Graham Greene. "제3의 사나이"
49 "The Killer Inside Me", Jim Thompson. "내 안의 살인마"
50 "Where Are the Children?", Mary Higgins Clark.
51 "A Is for Alibi", Sue Grafton. "여형사 K" ("의미없는 알리바이")
52 "The First Deadly Sin", Lawrence Sanders. "제 1의 대죄"
53 "A Thief of Time", Tony Hillerman. "시간의 도둑"
54 "In Cold Blood", Truman Capote. "인 콜드 블러드"
55 "Rogue Male", Geoffrey Household. "로그 메일"
56 "Murder Must Advertise", Dorothy L. Sayers. "광고하는 살인"
57 "The Innocence of Father Brown", G. K. Chesterton. "브라운 신부의 동심"
58 "Smiley's People", John le Carre "스마일리의 사람들"
59 "The Lady in the Lake", Raymond Chandler. "호수의 여인"
60 "To Kill a Mockingbird", Harper Lee. "앵무새 죽이기"
61 "Our Man in Havanna", Graham Greene.
62 "The Mystery of Edwin Drood", Charles Dickens. "에드윈 드루드의 비밀"
63 "Wobble to Death", Peter Lovesey.
64 "Ashenden", W. Somerset Maugham. "어쉔덴"
65 "The Seven Percent Solution", Nicholas Meyer. "7퍼센트 용액"
66 "The Doorbell Rang", Rex Stout.
67 "Stick", Elmore Leonard.
68 "The Little Drummer Girl", John le Carre "리틀 드러머 걸"
69 "Brighton Rock", Graham Greene.
70 "Dracula", Bram Stoker. "드라큘라"
71 "The Talented Mr. Ripley", Patricia Highsmith "재능있는 리플리씨"
72 "The Moving Toyshop", Edmund Crispin.
73 "A Time to Kill", John Grisham. "타임 투 킬"
74 "Last Seen Wearing", Hillary Waugh.
75 "Little Caesar", W. R. Burnett.
76 "The Friends of Eddie Coyle", George V. Higgins
.
77 "Clouds of Witness", Dorothy L. Sayers. "증인이 너무 많다"
78 "From Russia, with Love", Ian Fleming.
79 "Beast in View", Margaret Millar. "내 안의 야수"
80 "Smallbone Deceased", Michael Gilbert.
81 "The Franchise Affair", Josephine Tey.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82 "Crocodile on the Sandbank", Elizabeth Peters.
83 "Shroud for a Nightingale", P. D. James. "나이팅게일의 수의"
84 "The Hunt for Red October", Tom Clancy. "붉은 10월"
85 "Chinaman's Chance", Ross Thomas.
86 "The Secret Agent", Joseph Conrad. "비밀요원"
87 "The Dreadful Lemon Sky", John D. MacDonald.
88 "The Glass Key", Dashiell Hammett. "유리열쇠"
89 "Judgment in Stone", Ruth Rendell. "활자 잔혹극 (유니스의 비밀)"
90 "Brat Farrar", Josephine Tey. "브랫 패러의 비밀"
91 "The Chill", Ross Macdonald. "소름"
92 "Devil in a Blue Dress", Walter Mosley.
93 "The Choirboys", Joseph Wambaugh.
94 "God Save the Mark", Donald E. Westlake.

95 "Home Sweet Homicide", Craig Rice. "스위트홈 살인사건"
96 "The Three Coffins", John Dickson Carr. "세 개의 관"
97 "Prizzi's Honor", Richard Condon.
98 "The Steam Pig", James McClure.
99 "Time and Again", Jack Finney.

100 "A Morbid Taste for Bones", Ellis Peters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성녀의 유골)"
100 "Rosemary's Baby", Ira Levin "로즈메리의 아기"

2022/01/07

샘 호손 박사의 두번째 불가능 사건집 - 에드워드 D. 호크 / 김예진 : 별점 2점

샘 호손 박사의 두 번째 불가능 사건집 - 4점
에드워드 D. 호크 지음, 김예진 옮김/GCBooks(GC북스)

안녕하세요. 2022년 첫 리뷰네요. 먼저 새해 인사 드립니다. 2022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 작품은 노스몬트에서 일하는 시골 의사 샘 호손이 명탐정으로 등장해서, 온갖 불가능 사건을 해결하는 고전 스타일의 정통파 본격 추리 단편 시리즈입니다. 1권에 이어 2권도 읽게 되었네요.
수록작은 무려 15편이며, 샘 호손이 범인으로 몰린다던가, 대도시 보스턴에서 사건을 해결한다던가, 렌즈 보안관이 혼자서 사건을 해결한다던가 하는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져서 팬들을 즐겁게 해 줍니다.

하지만 전편보다는 별로였어요. 모두 일종의 밀실 상황에서 일어난 불가능 범죄를 다루고 있는데, 알고보니 밀실이 아닌 상황이 많았던 탓입니다. 대략 네 작품은 명백하게 밀실이 아니었어요. 트릭도 무려 여섯 작품에서 변장이 사용되고 있고요. 무엇보다도 절반이 넘는 무려 여덟 작품에서 불가능 범죄를 만들 이유가 없는데에도 불구하고 만들어버리는 억지를 보여주고 있어서 굉장히 실망스러웠습니다. 범행 동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체로 설득력이 없어서 와 닿지 않더군요.

몇몇 작품은 나쁘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전체 평균 별점은 2점입니다. 팬이 아니시라면 딱히 권해드리지 않습니다.

수록작 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트릭과 범인을 모두 알려주는, 스포일러 가득한 리뷰라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그나저나, 무려 15편의 리뷰를 상세하게 올리니 시간이 엄청 걸리네요. 다음부터는 인상적이었던 단편들만 추려서 올리는걸 고려해 봐야 겠습니다.

<<치유하는 천막의 수수께끼>>
샘 호손은 어린 아들을 치료사로 내세워 시골 환자들 대상으로 사기를 치고 다니는 사기꾼 조지 예스터의 공연을 찾아갔다가 그와 싸움을 벌이고 말았다. 자기 환자에게 큰 좌절감을 안겨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샘이 그에게 주먹을 날린 뒤 나가려고 잠깐 뒤를 돈 순간, 조지 예스터가 가슴을 칼로 깊게 찔려 살해당했다. 천막 안에는 예스터와 샘 호손밖에 없었고, 잠깐 사이에 샘 호손의 눈을 피해 현장에서 빠져나가는건 불가능했다...

짧은 순간에 범인이 사라져 버리는 인간 소실 트릭이 사용된 작품.

범인인 매지가 동상으로 변장하고 있었다는 트릭은 굉장히 허무했습니다. 동상과 사람이 몸에 페인트 칠을 한 건 명백히 달랐을 텐데 이걸 눈치채지 못했다는건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물론 위 사진처럼 정말 동상처럼 보이게끔 하는건 가능하고, 동상이 그녀를 모델로 만든거라는 일종의 복선도 제공되기는 합니다. 짧은 시간, 제한된 조건에서라면 먹혔을 수도 있지요. 그러나 매지 혼자 거대한 동상을 천막 밖으로 잠깐 치워 놓았다가 다시 원래 위치로 가져다 놓는다는건 아예 불가능했을거에요. 등신대 금속 조각상이라면 무게가 아무리 적어도 백 킬로그램은 되었을테니까요.
게다가 이렇게 동상으로 변장해 범행을 저지를 이유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샘 호손 (아니면 누군가)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기 위해 이 트릭을 사용했다? 말도 안됩니다. 샘 호손,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그날 조지밖에 없는 천막으로 찾아와 다툴 거라는걸 미리 알고 있었어야 하는데, 이걸 예상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설령 다툼을 예상했더라도, 천막 안이 아니라 천막 밖에서 다퉜을 수도 있고요. 즉, 살해하려면 그냥 천막에 숨어있다가 죽이는게 훨씬 나은 선택이었어요.
무엇보다도 이 동상의 존재를 은근슬쩍 묻고 지나가는 전개가 별로 공정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독자와의 두뇌 싸움을 펼치는게 아니라, 어떻게든 속여넘기려는 것에 불과해 보였어요.

또 트릭을 떠올릴 수도 있는 대학 시절 사진을 훔쳐내기 위해 매클로플린 교수를 습격했다는 것도 억지스러웠습니다. 예스터의 공연에 찾아가기로 한 건 매지가 샘 호손과 함께 있었을 때 나온 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때 사진을 회수했으면 됩니다. 추가적인 범행을 저지를 필요 없이요. 매지가 토비 예스터의 엄마였었다는 동기도 억지스러웠고요.

그래서 별점은 1.5점. 샘 호손이 범인으로 몰린다는 상황 말고는 건질게 없었던 졸작이었습니다.

<<속삭이는 집의 수수께끼>>
샘 호손은 유령사냥꾼 태디어스 슬론과 함께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고,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못 나오는 비밀의 방이 있다는 소문이 있는 브라이어 가문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둘은 한 밤중에 당장 나가라는 누군가의 말소리를 들은 뒤, 누군가 저택에 들어와 비밀의 방으로 들어가는걸 목격했다. 그리고 30여 분이 지나도 남자가 나오지 않아서 둘은 비밀문을 열어보는데, 남자는 죽어 있었고 방 안에는 다른 사람, 다른 출구도 없었다.
샘 호손은 피해자가 최소 15시간 전에 살해당했다는걸 알아챘는데, 수사를 이어가던 샘 호손의 차가 누군가가 설치한 조잡한 폭탄에 의해 불타버리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람들이 비밀 방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다는건, 그 방에 다른 비밀 출구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숨겨진 출구만 찾으면 될 일이라, 이걸 불가능 범죄물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유력한 용의자도 너무 뻔했습니다. 상황을 아는건 초반에 샘의 치료를 받는 빌리밖에는 없으니까요. 빌리는 어린 시절 유령 집에서 자주 놀았으며 치료를 받을 때 샘과 슬론이 그 집으로 간다는 이야기까지 들었고, 시체가 들고 있던 총은 발사된 흔적이 있었는데 빌리가 샘 호손의 치료를 받은 이유는 쇠스랑에 발을 관통당했다는 것이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그리고 이상한 불가능 상황으로 만드는 이유도 제대로 설명되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아무도 모르는 비밀 방이었다면, 그 안에 시체를 숨겨놓고 가만히 있었으면 될 일이잖아요? 구태여 샘과 슬론 앞에 모습을 드러내서 사건을 키울 이유는 하나도 없어요. 사건을 기획한 빌리의 모친이 사후경직을 통한 사망시각 추정이 가능하다는걸 몰라서 벌인 것이었다는 설명이 덧붙여지기는 했지만, 여러모로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절대로 좋은 점수를 줄 만한 작품은 아니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 그나마 샘 호손의 애차 피어스 랜스 어바웃이 7년만에 불에 타 버리고, 새로운 차를 구입한다는 이야기만 기억에 남네요.

<<보스턴 공원의 수수께끼>>
샘 호손이 의학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보스턴애 도착한 날, 보스턴 공원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쿠라레 독화살이 흉기로 사용되었으며, 이전에도 3명이나 같은 수법으로 살해당했었다. 하지만 공원은 숨어서 총을 쏘거나, 대롱을 부는게 불가능했다. 심지어 세 번째 사건 때부터는 공원에 형사가 가득했고, 네 번째 피해자는 죽을 때 까지 경찰이 예의 주시하며 미행행하기까지 했었다. 범인은 어떻게 독이 묻은 화살을 피해자들에게 쏠 수 있었을까?

"사건 현장에 있었지만, 아무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존재"에 의해 사건이 벌어진다는 일종의 '투명 인간 트릭'이 사용된 작품. 범인이 기차 차장이나 레스토랑 웨이터 등이었다는 류의 트릭으로 이 작품에서는 호텔 도어맨이 범인이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호텔 도어맨이라 눈에 뜨이지 않았다는 억지를 부리지 않아서 마음에 듭니다. 핵심은 샘 호손이 쿠라레에 대해 조사하여 밝혀낸대로, 공원 안이 아니라 공원 입구, 즉 호텔 근처에서 화살에 맞았다는 겁니다. 쿠라레는 즉효성이지만 맞고도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어서 피해자들은 공원 안에 들어가서 이동하다가 죽었던 거지요. 도어맨은 호루라기를 부는게 이상하지 않은 직업이라서 호루라기를 부는 척 하고 불특정 다수인 공원 이용자에게 독화살을 쏘았고요.
노스몬트가 이닌 대도시 보스턴을 무대로 하고 있는 것도 처음에는 그냥 재미 요소라 생각했는데, 트릭이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오가는 큰 공원, 그리고 공원 바로 앞에 위치한 큰 호텔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아무래도 시골 소도시 노스몬트보다는 큰, 보스턴같은 대도시를 무대로 할 수 밖에 없었던 거지요.

범인의 동기가 애매했으며, 20세기 초 미국을 무대로 한 작품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독화살이 흉기로 사용된 건 작위적이기는 했습니다. 샘 호손이 스스로 미끼기 되는 장면도 억지스러웠고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했습니다. 제 별점은 3.5점입니다.

<<잡화점의 수수께끼>>
노스몬트에 미모의 중년 여성 매기 머피가 이사와서 맥스 하크너 잡화점 옆에 부동산을 열었다. 그녀는 자주 잡화점에서 여성 인권에 대해 열변을 토했기에 마을 남자들이 싫어했지만, 워낙 미인이라 내색은 크게 하지 않았다.
존 클레이 노인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날, 맥스의 잡화점에서 일했던 프랭크가 샘 호손을 찾아와 자신이 맥스의 아내 어밀리아와 불륜 관계였다는걸 털어 놓았고, 그 직후 맥스가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잡화점 안에는 시체와 함께 기절했다는 매기 머피밖에 없었는데, 잡화점 문과 창문은 안쪽에서 모두 잠겨 있었다...


밀실물처럼 소개되지만 환풍기 날개 사이로 총을 집어넣어 쏘았다는게 진상이라서, 이게 밀실물인지도 잘 모르겠네요. 현장에서 발견된 맥스의 총은 더블 배럴이라 환풍기 날개 사이로 넣을 수 없었지만, 밖에 있었던 존 클레인 노인의 총은 싱글 배럴이라 날개 사이로 넣을 수 있었다는데 이건 트릭도 뭐도 아니고요. 부실한 현장 조사에 더해 흉기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서 생겨난 실수일 뿐입니다.
존 클레이 노인의 범행 동기도 제대로 설명되지 못하고, 범인이 살인 때문에 놀라서 죽었다는 등 내용도 전반적으로 억지스러웠고요. 복잡하고 억지스러운 장치 트릭보다야 현실적인 발상입니다만, 도저히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별점은 1점입니다.

<<법원 가고일의 수수께끼>>
샘 호손은 조스트로 살인 사건의 배심원을 맡게 되었다. 피고 애런 플레이버는 조스트로의 고용인으로, 그는 실수로 총이 발사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조스트로 부인과 불륜 관계라는 소문이 있어서 상당히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그런데 재판 도중, 베일리 판사가 마시던 물 잔 속 청산가리에 의해 독살당했다. 판사가 죽기 전 '가고일'이라는 말을 남겨서 범원 가고일 상을 조사해보니, 베일리 판사가 메이틀랜드 판사와 함께 밀주 밀매점에 투자했다는 문서가 들어있었다.
샘 호손은 이런 저런 단서들을 확인한 뒤, 사건 현장을 재현해서 추리쇼를 펼쳐보이는데...


애런 플레이버가 자살하려고 조스트로 부인에게서 건네받은 청산가리를 잔에 부어 놓았는데, 판사가 착각해서 먹고 죽은 거라는 진상부터가 말도 안됩니다. 자살할 생각이었다면 직접 입에 털어 넣었어야죠.
독약을 애런이 손에 넣은 방법에 대한 설명도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재판 중에 조스트로 부인이 껌을 계속 씹고 있었다는 증언을 통해, 그녀가 껌으로 독약병을 증인석에 붙여 놓았다고 추리하는건 일견 그럴싸했지만 이 역시 조금만 생각해보면 납득할 수 없는 추리에요. 아무리 20세기 초반이라고 해도, 재판을 받는 피고가 흉기를 손쉽게 손에 넣을 정도로 보안이 허술했을리가 없잖아요. 가능했다해도 총이나 칼을 손에 넣는게 나았을거에요.

억지스러운 설정, 부실한 설명으로 이루어진 최악의 졸작으로 별점은 1점입니다. 수록장 중 최악이었습니다.

<<청교도 풍차의 수수께끼>>
'청교도 풍차'라 불리우는 네덜란드 풍차가 보존되어 있던 부지에 청교도 기념 병원이 신설되었다. 노스몬트 최초의 흑인 의사 링컨의 근무로 이런저런 구설수가 나오고 있었던 중, 부지를 병원에 기증했던 랜디 콜린스가 풍차에서 몸에 불이 붙어 온 몸에 화상을 입고 말았다. 그는 사건 당시 "루시퍼"라는 말을 겨우 남겼었고, 의식을 회복하여 풍차 안에 악마의 불덩이가 떠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샘 호손은 주유소를 운영하는 아이작 밴 도런이 풍차 안으로 걸어 들어간 뒤, 풍차와 함께 불에 타 죽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 링컨 존스는 검시 결과 밴 도런의 다리가 심하게 골절되어 있었다고 알려주었다.


첫 사건은 백인 우월주의자 랜디 콜린스가 풍선을 이용하여 풍차 날개 4개에 불을 붙일 생각이었는데, 실수로 풍선이 터져 화상을 입었던 것이었습니다. "루시퍼"는 성냥을 부르는 명칭으로, 나중에 의식을 회복하고 악마 어쩌구로 말을 바꾼거지요.
두 번째 사건은 랜디에게 휘발유를 팔았던 주유소 주인 밴 도런이 진상을 눈치채고 협박해서, 랜디는 그에게 풍차 윗쪽에 보물을 숨겨두었다고 알려주었던게 진상이고요. 성냥이나 촛불로 확인해보라면서요. 그리고 이 말을 따른 밴 도런은 풍차 윗 쪽으로 날려보냈던 휘발유에 불이 붙어버린 탓에 처참하게 죽고 만 겁니다. 다리는 위에서 떨어질 때 부러졌던 것이었지요.
랜디의 동기는 인종차별을 하기 위했던 것으로, 인종차별이 뒤의 범죄들과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매끄러웠습니다. 사회파 느낌도 살짝 나서 괜찮았고요. 첫 번째 사건은 일종의 실수라 특별할 건 없지만, 두 번째 사건에 사용된 일종의 원격 조종 트릭은 나름대로 설득력도 높았습니다.

하지만 소소한 부분들은 문제가 많아요. 제일 먼저, 풍차를 십자가 형태로 불태우기 위해 풍선을 이용하려 했다는 발상이 억지스러웠어요. 이게 사건의 핵심인 탓에 이야기 전개도 다소 헐거운 편입니다. 성냥이나 촛불로 풍차 윗쪽을 확인한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지죠. 손전등도 있는 시대인데다가, 이렇게 한다고 불이 그렇게 쉽게 붙었을지도 의문이며, 설령 불이 붙었다 해도 밴 도런이 죽을 거라는 보장도 없으니까요.
아울러 랜디가 인종차별주의자라는걸 보다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은건 공정해 보이지 않았어요. 단서가 없지는 않았지만 의도적으로 숨긴 티가 물씬 나서 별로였거든요.

그래서 별점은 2점. 트릭은 나쁘지 않았는데 관련된 상황에 대한 설득력이 낮아서 감점합니다. 체스터튼 소설같은 사건이라며 한껏 분위기를 띄우는데, 그 정도 수준의 작품은 절대로 아닙니다.

<<생강빵 하우스보트의 수수께끼>>
노스몬트 근처 체스터 호수는 마을 주민들의 여름 휴양지였다. 샘 호손은 여름 휴가를 왔던 미란다 그레이와 사랑에 빠졌다. 미란다의 삼촌인 제이슨, 기티 그레이 부부와 그 이웃 별장의 레이, 그레텔 하우저 부부와도 친해졌는데 어느날, 샘과 미란다 눈 앞에서 하우저 부부의 화려한 하우스 보트를 타고 놀던 두 부부 모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메리 셀레스트호 괴담 이야기를 하면서 분위기를 끌어 올리지만, 특별한 수수께끼는 없습니다. 보트에는 레이 하우저와 키티 그레이만 타고 있었고, 그레텔 하우저와 제이슨 그레이는 이미 살해당해서 별장 안에 숨겨져 있었던 겁니다. 레이와 키티는 보트를 출발시킨 후, 별장에서 안 보이는 쪽으로 헤엄쳐 나왔고, 보트는 폭파시키려고 다이너마이트를 셋팅했는데 그게 불발했던거지요.
보트를 조사해서 다이너마이트를 찾아내면, 배 주인인 레이 하우저가 범인이라는게 뻔하니 후더닛 물로 볼 수도 없고요. 설령 레이 하우저의 계획대로 폭파되었더라도 문제에요. 그는 배가 폭파된 후 그레텔과 제이슨의 시체를 떠내려 보낼 생각이었는데, 그들이 익사하지 않았다는건 부검으로 밝혀졌을테니까요. 함께 배를 타고 있던 네 명 중 두 명이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익사가 아니라면, 다른 두 명이 범인이라는건 당연하잖아요?

아울러 이렇게 무거운 강력 범죄 이야기로 끌고가지 않고, 두 부부가 장난으로 이 일을 벌였다는 일상계 물이었다 한 들 추리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단지 샘 호손과 미란다 눈에 보이지 않게 배 반대쪽으로 뛰어내려 헤엄쳐 나간게 전부인 탓입니다. 즉, 이건 애초부터 불가능 범죄가 아니었어요. 차라리 장난에 가깝죠.

부실 수사와 부실한 계획이 합쳐진 망작입니다. 샘 호손의 사랑 이야기가 등장하는게 독특했을 뿐입니다. 제 별점은 1점입니다.

<<분홍색 우체국의 수수께끼>>
샘 호손은 간호사 에이프릴과 노스몬트 우체국을 방문했다. 개장 첫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우체국장 베라는 우체국을 분홍색으로 칠해놓았다. 분홍색 페인트가 값이 쌌던 덕분으로, 한 쪽 벽에 마저 페인트를 칠하기 위해 흄 백스터를 불렀다. 흄이 페인트를 칠하기 시작했을 때, 은행장 앤슨 워터스가 주식 대공황을 알리며 1만 달러어치 무기명 채권의 특별 배송을 부탁했다. 그러나 잠시 뒤 그 봉투가 사라지고 마는데....

샘 호손이 미란다와 파국을 맞지만, 렌즈 보안관이 베라에게 호감을 드러내는 등 주요 등장인물들의 애정 전선이 크게 움직이는 에피소드.
추리적으로도 괜찮았어요. 샘 호손이 봉투 행방에 대해 우체국 현장에서 펼쳐보이는 여러가지 추리들도 그럴싸했지만, 우연히 바닥에 떨어진 봉투를 흄 백스터가 주워서, 벽에 붙인채 페인트 칠을 해 버렸다는 진상도 합리적이었거든요. 페인트가 마르면 바로 들통날테니 그날 밤 봉투를 회수하러 올 것이라는 마무리 추리까지 깔끔했고요.

물론 당장 봉투를 찾지 못했더라도, 수사를 통해 충분히 밝혀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렌즈 보안관의 무능이 드러나기는 합니다. 제일 수상한건 흄 백스터인게 사실이니까요. 그래도 이 정도면 그런대로 괜찮은 단편이었습니다. 다른 작품들 수준이 워낙에 별로라 이 정도면 충분히 선녀급이에요. 별점은 3점입니다.

<<팔각형 방의 수수께끼>>
렌즈 보안관은 베라와 에덴 하우스의 팔각형 방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팔각형 방은 거대한 서재로, 네 귀퉁이에 바닥에서 천장까지 닿는 거울이 달린 수납장을 설치하여 만든 곳이었다.
그런데 결혼식 당일, 방문이 열리지 않아서 잠긴 문을 부수자 시체가 발견되었다. 눈에 뜨이는 건 문 손잡이에 묶여 있던 끈 한 줄이었다. 끈으로 빗장을 잠글 수 있는지 고민해 보았지만 끈은 너무 짧았고, 방문은 끈 한 올 통과할 틈이 없었다.


문 손잡이에 끈이 묶여 있었으니 이를 밀실물로 보기도 애매하네요. 이 끈으로 밀실을 만든게 당연하니까요. 진상도 예상 그대로였어요. 범인은 문 바로 맞은편 창문 걸쇠에 끈을 묶고, 이걸 빗장에도 묶은 뒤 창으로 탈출했던 겁니다. 문을 부술 때 끈이 당겨져 창문 걸쇠가 잠긴 것이지요.
이렇게해서 창문이 잘 잠겼을지는 둘째치고서라도, 끈 조각이 남은 탓에 딱히 대단한 트릭이 될 수 없었습니다. 애초에 제대로 잠긴걸 확인하지 않아서 밀실로 착각했을 뿐, 실제로는 밀실이 아니었다는 문제도 크고요.
범인이 밀실을 만든 이유도 이해하기 힘들어요. 이렇게 복잡한 장치를 만드느니, 문을 열어두고 한 패에게 살해당했다는 식으로 꾸미는게 상식적입니다.

물론 범인인 조시의 아내 엘렌이 창문을 부수는걸 반대했던 장면같은 복선이라던가, 언제나 이야기를 듣는 화자가 아니라 범인이었던 엘렌이 찾아와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거라는 나름의 반전은 괜찮았습니다. 그녀가 남편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지만, 결국 그 때문에 모든걸 잃었다는 결말도 나쁘지 않았고요.

그러나 추리적으로는 부실했고, 상황의 설득력이 낮아서 좋은 점수는 주기 힘드네요.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집시 야영지의 수수께끼>>
청교도 기념 병원을 찾은 샘 호손이 병원 경영의 전권을 맡은 에이블 프레이터 의사와 잠깐 이야기를 나눌 때, 집시 에도 몬타나가 들어와 저주를 받았다고 말한 뒤 곧바로 심장마비로 죽어버렸다. 집시들은 무리의 지도자 루돌프의 저주 탓이라 여겼지만, 부검 결과 몬타나는 심장에 총을 맞았다는게 밝혀졌다. 그러나 몬타나의 가슴과 등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렌즈 보안관은 저주의 원인이 된 몬타나의 부인 테레즈를 구금하려 했지만 집시 스티브의 공격으로 실패했고, 철저한 수사를 위해 집시 무리를 하룻밤 동안 감시했는데 집시들은 스무대의 마자, 말과 함께 깜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두 개의 불가능 범죄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첫 번째 범죄는 실망스러웠습니다. 가슴과 등에 상처가 없었다면 누군가 가슴을 연 뒤 심장에 총을 쏜 것이고, 부검 자리에는 샘 호손과 에이블 프레이터밖에 없었으니 범인은 에이블인게 당연하지요. 집시들이 머물던 해스킨스 농장의 상속 문제라는 동기도 이야기에서 거의 곧바로 드러나고요. 애초에 왜 가슴을 열기 전에 총을 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네요. 구태여 기묘한 상황을 만들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지요.
집시들이 하룻밤 새 사라져버린 두 번째 트릭은 그래도 조금 낫습니다. 말과 마차모양 판지를 세워놓아 눈을 속인 뒤, 판지를 태우고 사람들만 몰래 빠져나갔다는건데, 보안관이 멀리서 감시하고 있었다면 충분히 속아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저 판지들을 모조리 태울 수 있었을지 의문인 등 세세한 점에서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요.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밀주업자 자동차의 수수께끼>>
샘 호손은 밀주업자 래리 스피어스의 동료들에게 납치되었다. 총에 맞았다는 래리의 치료를 위해서였다. 그러나 래리는 중상이 아니었다. 동료 중 배신자를 찾아내기 위해서라며 아픈 척 연기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래리는 토니 배럴과의 거래 완료 때까지는 샘 호손을 풀어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거래가 끝났을 때, 실수로 총격전이 벌어졌고, 차에 탔던 토니 배럴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진상은 래리 스피어스가 다친 척 위장해서 토니 배럴을 집 안으로 끌어들인 뒤 살해했던 겁니다. 집 밖으로 나가 차에 탔던 건 래리가 매수한 토니의 부하 스쿠프였고요. 스쿠프는 래리가 뚱보로 변장할 때 썼던 완충재를 몸에 두르고, 수염을 붙인 뒤 웅얼거리며 토니인 척 나가서 차에 탔습니다. 그리고 변장을 풀고 바로 운전석으로 넘어가 차를 몰고 떠나려고 했던 거지요. 잘 됐더라면 완전 범죄가 됐을텐데, 하필이면 총격전이 벌어진 탓에 스쿠프가 운전석에서 내리자 불가해한 실종 사건이 생겨났던 겁니다. 이렇게 불가능 범죄가 일어난 이유를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합리적으로 설명되는게 좋았습니다.
래리가 술통 값을 낼 수 없는데 술통이 필요했다는 동기도 설득력 있었고, 토니 배럴의 차가 밖에서 안이 잘 보이지 않았다던가 (방탄을 위해서), 스쿠프가 헐렁한 옷을 입고 있었다는 등의 복선도 잘 사용되고 있습니다. 갱들과 목숨을 걸고 담판을 지으며 사건을 해결하는 샘 호손의 모습도 독특했고요.

이렇게 이야기 완성도만큼은 나쁘지 않아요. 문제는 트릭의 설득력이지요. 과연 저 정도의 변장으로 다른 사람들이 다 속아넘어갔을까?는 잘 설명되지 못하거든요. 이번 권은 변장을 전가의 보도로 쓰고 있는 트릭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가장 설득력이 낮았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깡통 거위의 수수께끼>>
잠겨져 있던 비행기 조종석에 있던 조종사가 칼에 찔려 살해된 사건을 그린 작품.

핵심은 조종석 안에 범인이 숨어 있었다는 겁니다! 샘 호손의 눈을 피해 숨어있다가 몰래 문 밖으로 나갔던 거지요. 밀실이라고 볼 수는 없는 셈입니다. 왜 이런 기묘한 상황에서 범행을 저질렀는지도 잘 설명되지 못하고요.
그래도 범인이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 다른 비행기 곡예단 동료를 자기처럼 변장시켜 공연을 했다는 트릭만큼은 괜찮았습니다. 이 정도면 아슬아슬하게 평작 수준은 될 듯 싶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사냥꾼 오두막의 수수께끼>>
샘의 아버지 해리 호손이 아내와 함께 노스몬트에 방문했다. 그는 편지 왕래로 친해진 대지주 라이더 색스턴으로부터 사냥 초대를 받고, 샘도 함께 사냥에 참가하게 되었다. 다음날, 사슴 사냥을 하던 중 혼자 사냥꾼 오두막에 있었던 라이더 색스턴이 시체로 발견되었다. 오두막으로 들어온 발자욱은 색스턴 것 뿐이었고, 흉기는 저택 안의 무기 컬렉션에 있던 곤봉이었다. 현장에서 발견된건 오래된 깃털 뿐이었다. 범인은 어떻게 발자욱없이 곤봉을 가지고 들어와 색스턴을 죽였을까?

범인은 사냥꾼 오두막 물탱크에 물을 채우기 위한 호스 자국 위로 이동하여 발자욱을 남기지 않았던 겁니다. 호스의 폭은 3cm에 불과했지만, 이 위를 '자전거'로 지나갔던 거지요.
상황을 잘 이용한 괜찮은 트릭이라는건 분명합니다. 색스턴이 오두막으로 물을 끌어 올리기 위해 호스를 연결했다가 떼는 장면이 상당히 오래 묘사되고 있어서, 작가가 독자와 공정한 게임을 하고 있다는 느낌도 잘 전해주고요. 자전거를 닭장 안에 두었었기 때문에 현장에 닭털을 흘렸고, 이 탓에 트릭이 들통나는 과정도 괜찮았어요.

왜 불가능 상황을 연출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건 아쉽지만, 트릭만큼은 정말 괜찮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건초 더미 속 시체의 수수께끼>>
샘 호손은 수의사 밥 위더스가 농부 펠릭스 베넷의 아내 세라와 불륜을 저지르는걸 목격한 후, 펠릭스의 권유로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 때 가석방 중 펠릭스의 신세를 지다가 사고를 쳐서 펠릭스가 다시 교도소로 돌려 보냈던 로슨이 만기 출소했다며 나타나 펠릭스를 협박했다.
그날 밤은 곰 사냥을 위해 렌즈 보안관을 비롯한 여러명이 농장에 잠복하고 있었는데, 펠릭스가 샘 호손에게 전화 한 통화를 남기고 사라졌다. 나중에 그는 방수포로 덮은 건초 더미 안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러나 보안관은 펠릭스가 건초 더미를 쌓고 방수포를 치는걸 자기가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면서, 방수포 안에 시체를 넣는건 불가능했다고 말하는데...


렌즈 보안관이 혼자서 해결했다는 사건.
범인은 펠릭스 농장의 소작농 핼 패리였습니다. 그는 펠릭스의 상징과도 같은 큰 밀짚모자를 쓰고 건초 더미 뒤에 있던 펠릭스를 죽인 뒤, 자기가 펠릭스인 척 시체를 건초 더미에 넣고 그 위에 방수포를 쳤던 겁니다.

이번 시리즈에서 지겹도록 반복되는 변장 트릭이 사용되어서 좋은 인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이 작품만 독립적으로 놓고 보면 괜찮은 본격 추리물인건 분명합니다. 일단 다른 작품들보다는 변장의 설득력이 높거든요. 밀짚 모자에 대해서, 그리고 펠릭스와 핼 패리의 키가 비슷했고 같은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는 정보가 공정하게 제공되는 덕분이지요. 유력한 용의자 로슨의 콧수염에 대한 언급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몰래 시체를 숲에다 가져다 버릴 생각이었는데, 곰이 나타나는 바람에 기묘한 불가능 범죄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도 합리적이었어요.

곰이 시체를 뒤지는 전개는 작위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노스몬트라는 시골 마을이라는 무대 특성 상 그렇게 억지스럽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산타의 등대 수수께끼>>
여행을 떠난 샘 호손은 '산타의 등대'를 우연히 방문하여 해리와 리사 남매와 친해졌다. 그러나 그날 밤 등대 꼭대기 전망대에 있던 해리가 칼에 찔려 떨어져 죽고 말았다. 마침 리사와 함께 있던 샘 호손 바로 앞에 시체가 떨어졌는데, 둘을 지나치지 않고 범인은 빠져나갈 수 없었다.
샘은 사건 해결을 위해 수감 중인 남매의 아버지 로널드를 찾아갔다. 로널드는 등대에서 밀주 밀수를 했으며, 해산물 레스토랑 주인인 폴 레인과 거래를 해 왔다는 사실을 털어 놓았다....


샘 호손은 처음에는 산타의 등대를 관광차 방문했던 아이들 중 한 명이 범인이었다고 추리했습니다. 난쟁이 킬러가 아이로 변장했다면서요.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너무나 헛점이 많은 추리였어요. 가족 요금이 더 싼데 아이들만 등대에 들여보낸게 이치에 맞지 않다는 이유부터가 근거로는 터무니없이 빈약했으니까요. 아이들끼리 친하고 잘 노는데다가, 아이들을 돌봐줄 해리와 리사가 있는데 부모가 뭐하러 함께 들어간단 말입니까?
게다가 아이들이 떨어질 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시설인데 아이들이 몇 명 들어가서 몇 명 나왔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도 말이 안되죠. 수십명도 아니고, 고작 4~5명을 확인하지 못했을리가 없잖아요. 이 정도면 아이들 이름까지 외울 수 있었을 겁니다.

결국 리사가 범인으로, 그녀는 오빠를 죽인 뒤 등대 전망대에 낚싯줄로 묶어 고정했던 거라는 진상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이 역시 난쟁이 킬러보다야 나을 뿐, 말이 안되는건 마찬가지에요. 딱히 좋아보이는 트릭도 아닐 뿐더러, 샘 호손이 있을 때 시체를 떨어트린건 납득하기 어려웠거든요. 자기의 알리바이가 있었다 한 들, 살인범이 등대로 들어갈 수 없는 불가능한 상황은 딱히 유리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오빠를 일어서 떨어트리고 사고로 위장하는게 더 나았을 겁니다. 아버지를 감옥에 보낸게 오빠라서 죽였다는 동기도 그렇게 와 닿지는 않았고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대미를 장식하기는 하지만, 더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게 만드는 수준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2013/10/01

[소식] 절판본 미스터리 박스(와우북) - 공유드립니다.

[소식] 절판본 미스터리 박스(와우북)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북스피어다운 이벤트군요. 아이디어가 참 괜찮은 것 같아 공유드립니다.
이벤트에 포함된 절판도서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적색은 저도 소장한 작품들입니다)

정말 희귀한 작품도 있지만 고려원과 해문쪽 추리걸작선은 아직 구하려면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 증명 시리즈나 스카페타 시리즈같이 재간된 책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 <비밀일기>와 같이 전체 장르와 어울리지 않는 책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추첨에 참여해도 좋은 성과를 얻지 못할 확률이 더 높아보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제가 앞으로 출판사를 하게 된다면 꼭 따라해보고 싶은 이벤트네요. 저만의 절판본 리스트라도 만들어서 한번 관리해봐야겠습니다.

참고로 탐나는 작품은 아서 클라크의 "환상특급"과 P.D 제임스 시리즈이며 제가 읽은 책 중에서 고르라면 "챔피언 시저의 죽음"과 "레이디킬러"를 꼽겠습니다.

  • 챔피언 시저의 죽음/ 렉스 스타우트/ 이춘열 옮김/ 시공사/ 1995.
  • 신들의 사회/ 로저 젤라즈니/ 김상훈 옮김/ 행복한책읽기/ 2004.
  • 낙원의 샘/ 아서 클라크/ 정영목 옮김/ 시공사/ 1999.
  • 순간의 적/ 로스 맥도널드/ 김연남 옮김/ 홍원/ 1994.
  • 코스믹 러브/ 로저 젤라즈니 외/ 박상준 엮음/ 사울창작/ 1994.
  • 열흘간의 불가사의/ 엘러리 퀸/ 유명우 옮김/ 1994.
  • 앰버 연대기(1, 2, 3, 4, 5)/ 로저 젤라즈니/ 김상훈 옮김/ 예문/ 1999.
  • 에드가상수상작품집Ⅱ/ 엘러리 퀸 외/ 정태원 옮김/ 명지사/ 1998.
  • 두동강이 난 남과여/ 히가시노 게이고 외/ 봉성기획/ 1999.
  • 세계 심령 미스터리 사이키/ 로버트 실버버그 외/ 박상준 역음/ 서울창작/ 1994.
  • 숏컷/ 레이먼드 카버/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 집사재/ 1996.
  • 일본 서스펜스 걸작선/ 하라 료 외/ 추리작가협회/ 고려원미디어/ 1993.
  • 환상특급/ 아서 클라크 외/ 박상준 엮음/ 서울창작/ 1994.
  • 디바/ 델라코르타/ 안선덕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1.
  • 스노우 크래쉬(1, 2) 닐 스티븐슨/ 김장환 옮김/ 새와물고기/1996.
  • 플레치/ 그레고리 맥도널드/ 정철호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죽어서 지킨 약속/ 러브 크래프트 외/ 한경희 편역/ 문학사/ 1994.
  • 인형의 눈(상, 하)/ 베리 우드/ 정영목 옮김/ 동아출판사/ 1994.
  • 천재들의 게임/ F. 폴 윌슨/ 고영휘 옮김/ 십일월출판사/ 1994.
  • 히치콕 서스펜스 걸작선/ 엘리너 설리번 엮음/ 고려원미디어/ 1994.
  • 결혼해 주세요/ 존 업다이크/ 폴임 옮김/ 밝은세상/ 1993.
  • 죽음의 열립방정식/ 모리무라 세이치/ 정성호 옮김/ 모음사/ 1984.
  • 남아 있는 모든 것/ 패트리샤 콘웰/ 이정환 옮김/ 시공사/ 1994.
  • 두 얼굴의 여자/ 수 크라프튼/ 나채성 옮김/ 큰나무/ 1994.
  • 잔혹한 사랑/ 패트리샤 콘웰/ 정한솔 옮김/ 시공사/ 1993.
  • 검은 휘파람/ 로버트 러들럼/ 홍석연 옮김/ 문지사/ 1998.
  • 호텔 Q의 25시/ 모리무라 세이치/ 정태원 옮김/ 글사랑/ 1995.
  • 마성의 아이/ 오노 후유미/ 정성호 옮김/ 한겨레/ 2001.
  • 강철군화/ 잭 런던/ 차미례 옮김/ 1989.
  • 영원의 아이(상중하)/ 덴도 아라타/ 김난주 옮김/1999.
  • 샤바케/ 하타케나카 메구미/ 김소연 옮김/ 2005.
  • 인간 쓰레기/ 아이작 싱어/ 박원현 옮김/ 고려원/ 1992.
  • 인생을 훔친 여자/ 미야베 미유키/ 박영난 옮김/ 2000.
  • 재앙의 거리/ 엘러리 퀸/ 정태원 옮김/ 1994.
  • 호러 사일런스/ J. G. 발라드 외/ 김성화 옮김/ 1994.
  • 악마 다리/ 코난 도일/ 조용만 옮김/ 학원출판공사/ 1993.
  • 금요일 옷 벗는 도둑/ 마쓰모토 세이초 외/ 정태원 옮김/ 비전/ 1994.
  • 중국 오렌지의 비밀/ 엘러리 퀸/ 이원두 옮김/ 시공사/ 1994.
  • 야성의 증명/ 모리무라 세이치/ 김성재 옮김/ 책만드는집/ 1994.
  • 독 원숭이/ 오사와 아리마사/ 이원두 옮김/ 이성/ 1994.
  • 스나크 사냥/ 루이스 캐럴/ 최내현 옮김/북스피어/ 2007.
  • 두개골의 서/ 로버트 실버버그/ 최내현 옮김/북스피어/ 2006.
  • 비밀일기/ 스우 타운센드/ 배현나 옮김/ 김영사/ 1986.
  • 야수는 죽어야 한다/ 오오야부 하루히코/ 박영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1.
  • 비밀의 문/ 김내성/ 명지사/ 1994.
  • 트리스트란과 별공주 이베인/ 닐 게이먼/ 김명렬 옮김/ 2000.
  •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 마루야마 겐지/ 김춘미 옮김/ 하늘연못/ 2001.
  • 보안관과 도박사/ 엘모어 레오나드/ 이종인 옮김/ 고려원/ 1994.
  • 별을 쫓는 자/ 로저 젤라즈니/ 김상훈 옮김/ 북스피어/ 2008.
  • 유년기의 끝/ 아서 클라크/ 정영목 옮김/ 시공사/ 2001.
  • 유령의 집/ 헨리 제임스/ 이채윤 옮김/ 데미안/ 2003.
  •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 아서 클라크/ 김종원 옮김/ 한양출판/ 1994.
  •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로버트 하인라인/ 임창성 옮김/ 잎새/ 1992.
  • 울게 될 거야/ 야마모토 후미오/ 김수현 옮김/ 황금가지/ 2008.
  • 야수들의 밤/ 오시이 마모루/ 황상훈 옮김/ 황금가지/ 2002.
  • 어두컴컴한 물밑에서/ 스즈키 코지/ 윤덕주 옮김/ 씨엔씨미디어/ 1999.
  • 맥널리의 모험/ 로렌스 샌더스/ 이창식 옮김/ 고려원/ 1993.
  • 여름으로 가는 문/ 로버트 하인라인/ 이희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리더스 다이제스트 걸작추리모음 3/ 존딕슨카 외/ 동아출판사/ 1993.
  • 사이코/ 딘 쿤츠/ 신영희 옮김/ 한뜻/ 1997.
  • 발렌타인의 유산/ 스탠리 엘린/ 고경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6.
  • 태양의 유산(1, 2)/ 아사다 지로/ 한은미 옮김/ 시아/ 2000.
  • 언젠가 바다 깊은 곳으로(1, 2)/ 마루야마 겐지/ 박은주 옮김/ 책세상/ 2000.
  • A2Z/ 야마다 에이미/ 이유정 옮김/ 태동 출판사/ 2004.
  • 보이 A/ 조나단 트리겔/ 이주혜 옮김/ 이레/ 2009.
  • 프로페셔널 킬러/ 토마스 페리/ 최인석 옮김/ 모음사/ 1984.
  • 미드나이트 시즌/ 스티븐 킹/ 공경희 옮김/ 대산/ 1999.
  • 나를 기억하라/ 메리 히긴스 클라크/ 임지현 옮김/ 문학사상사/ 1995.`
  • 흔적/ 패트리샤 콘웰/ 조성은 옮김/ 시공사/ 1996.
  • 마지막 대본/ 미키 스필레인/ 정다빈 옮김/ 홍원/ 1993.
  • 빗살무늬토기의 추억/ 김훈/ 문학동네/ 1995.
  • 지푸라기 여자/ 카트린 아를레/ 홍은주 옮김/ 북하우드/ 2006.
  • 메두사/ 이노우에 유케히토/ 송영인 옮김/ 시공사/ 1998.
  •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백민석/ 문학동네/ 2001.
  • 플레이보이 SF걸작선[1]/ 필립 K. 딕 외/ 황금가지/ 2003.
  • 워터멜론 슈가에서/ 리차드 브라우티건/ 최승자 옮김/ 도서출판 민/ 1995.
  • 무서운 사람들/ 얼 스탠리 가드너/ 강성열 옮김/ 세진출판사/ 1991.
  • 파프리카/ 쓰쓰이 야스타카/ 최경희 옮김/ 영림카디털/ 1994.
  • 피의 책/ 클라이브 바커/ 정탄 옮김/ 끌림/ 2008.
  • 고독의 노랫소리/ 덴도 아라타/ 양억관 옮김/ 문학동네/ 2005.
  • 소돔의 성자/ 오사와 아리마사/ 이원두 옮김/ 이성/ 1993.
  • 아이스바운드/ 딘 쿤츠/ 안정희 옮김/ 한뜻/ 1996.
  • 불야성/ 하세 세이슈/ 김은아 옮김/ 대원/ 1999.
  • 사요나라 갱들이여/ 다카하시 겐이치로/ 이승진 옮김/ 향연/ 2004.
  • 아내가 마법을 쓴다/ 프리츠 라이버/ 송경아 옮김/ 웅진/ 2007.
  • 어둠(1, 2)/ 제임스 허버트/ 김석희 옮김/ 정신세계사/ 1995.
  • 아웃(1, 2, 3)/ 기리노 나쓰오/ 홍영의 옮김/ 다리미디어/ 1999.
  • 대망(1~10)/ 야마오카 소하치/ 박재희 옮김/ 동서문화사/ 1975.
  • 속삭이는 사람들/ 마가리트 밀러/ 현재훈 옮김/해문/1983.
  • 디미트리오스의 관/ 에릭 앰블러/ 이가형 옮김/ 해문/1986.
  • 판사와 형리/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차경아 옮김/ 문예출판사/ 1988.
  • 부머랭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신용태 옮김/ 해문/ 1988.
  • 서재의 시체/ 애거서 크리스티/ 설영환 옮김/ 해문/ 1989.
  • 연성결(상,하)/ 김용/ 박영창 옮김/ 중원문화사/ 1989.
  • 갈색 옷을 입은 사나이/ 애거서 크리스티/ 김석환 옮김/ 해문/ 1989.
  • 중국 황금 살인 사건/ 로베르트 반 훌릭/ 이동진 옮김/ 삼신각/ 1990.
  • 내가 죽인 소녀/ 료 하라/ 박영 옮김/ 청림출판/ 1990.
  • 녹정기(1~11)/ 김용/ 박영창 옮김/중원문화사/1990.
  • 부자연스러운 주검/ P. D. 제임스/ 차근호 옮김/ 일신서적출판사/ 1991.
  • 피부 밑의 두개골(1,2)/ P. D. 제임스/ 이명성 옮김/ 일시서적출판사/ 1992.
  • 인간의 증명/ 모리무라 세이찌/ 이원두 옮김/ 한길사/ 1991.
  • 제3의 사나이/ 그레엄 그린/ 안흥규 옮김/ 문예출판사/ 1991.
  • 여자에게 맞지 않는 직업/ P. D. 제임스/ 박종원 옮김/ 일신서적출판사/ 1992.
  • 타인의 목/ 조르쥬 심농/ 김수연 옮김/ 일신서적출판사/ 1992.
  • 열쇠 없는 집/ 얼 비거스/ 유명우 옮김/ 한길사/ 1992.
  • 타이태닉 호의 음모/ 도널드 A. 스탠우드/ 이인복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죽은 자와의 결혼/ 윌리엄 아이리시/ 김석환 옮김/ 해문출판사/ 1992.
  • 미드나이트/ 딘 R. 쿤츠/ 조석진 옮김/ 고려원미디어/1992.
  • 벌거벗은 얼굴/ 시드니 셀던/ 한번웅 옮김/ 신원문화사/ 1993.
  • 컴퓨터의 몸값/ 미요시 도오루/ 권자인 옮김/ 수목출판사/ 1993.
  • 마지막 모험/ 엘모어 레오나드/ 김명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3.
  • 한국 서스펜스 걸작선/ 이상우 외/ 고려원미디어/ 1993.
  • 어스시의 마법사/ 어슐러 K. 르귄/ 윤소영 옮김/ 웅진출판/ 1993.
  • 여형사 K/ 수 그라프톤/ 정한솔 옮김/ 큰나무/ 1994.
  • 쇠못 세 개의 비밀/ 로베르트 반 훌릭/ 이희재 옮김/ 디자인하우스/ 1994.
  • 경마장의 비밀/ 딕 프랜시스/ 이종인 옮김/ 고려원미디어/1994.
  • 레이디 킬러/ 도가와 마사꼬/ 김갑수 옮김/ 추리문학사/ 1994.
  •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들의 미스터리 걸작선 추리특급/ 엘러리 퀸 엮음/ 정성호 옮김/ 제삼기획/ 1994.
  • 종소리를 삼킨 여자/ 로베르트 반 훌릭/ 이희재 옮김/ 디자인하우스/ 1995.
  • SF 시네피아/ 아서 클라크 외/ 박상준 엮음/ 서울창작/ 1995.
  • 죽음의 편지/ 보브 랜들/ 김훈 엮음/ 고려원미디어/ 1996.
  • 유니스의 비밀/ 루스 렌들/ 이희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6.
  • 카인의 아들/ 패트리샤 콘웰/ 이창식 옮김/ 시공사/ 1996.
  • 시귀(1,2,3)/ 오노 후유미/ 임희선 옮김/ 들녘/ 1999.
  • 자본론 범죄/ 칼 마르크스/ 이승은 옮김/ 생각의나무/ 2004.
  • 월간 판타스틱 2008/08 Vol.18/ 페이퍼하우스/ 2008.
  • 만연원년의 풋볼/ 오에 겐자부로/ 박유하 옮김/ 고려원/ 2000.
  • 위대한 세월/ 오에 겐자부로/ 김난주 옮김/ 고려원/ 1995.
  • 핀치러너 조서/ 오에 겐자부로/ 허호 옮김/ 고려원/ 1996.
  • 펠리컨브리프/ 존 그리샴/ 정영목 옮김/ 시공사/ 1994.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정계춘 옮김/ 자유문학사/ 1993.
  • 마지막 파티/ 윌리엄 캐츠/ 정태원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6.
  • 복수법정/ 헨리 덴커/ 이상곤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아이라 레빈/ 이일수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1.
  • 보안관과 도박사/ 엘모어 레오나드/ 이종인 옮김/ 고려원/ 1994.
  • 죽음의 세레나데/ 유우제/ 고려원미디어/ 1994.
  • 맨해턴 특급을 찾아라/ 클라이브 커슬러/ 이원두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독수리는 날아오르다/ 잭 히긴스/ 박주동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3.
  • 라마(6,7)/ 아서 클라크 & 젠트리 리/ 안정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4.
  • 맥널리의 행운/ 로렌스 샌더스/ 이순주 옮김/ 고려원/ 1992.
  • 맥널리의 비밀/ 로렌스 샌더스/ 이일수 옮김/ 고려원/ 1992.
  • 어둠을 울리는 우울한 종소리/앤드루 박스/ 이창식 옮김/ 고려원미디어/1992.
  • 여름으로 가는 문/ 로버트 A. 하인라인/ 이희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석양에 빛나는 감(1,2)/ 다카무라 가오루/ 홍영의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5.
  • 무죄추정/ 스코트 터로우/ 최승자 옮김/ 대흥/ 1991.
  • 내가 심판한다/ 미키 스필레인/ 황해선 옮김/ 해문/ 1990
  • 거짓 예언자/ 숀 플레네리/ 김갑수 옮김/ 남도/ 1989.
  • 가족사냥/ 텐도 아라타/ 양억관 옮김/ 문학동네/ 2003.
  • 야성의 증명/ 모리무라 세이치/ 김성재 옮김/ 책만드는집/ 1994.
  • 메인 스트리트/ 트리베니안/ 정태원 옮김/ 진음/ 1994.
  • 트럼프 살인사건/ 엘러리 퀸/ 이제중 옮김/ 시공사/ 1995.
  • 어둠의 목소리, 사나이의 목/ 이든 필포츠/ 조르주 심농/ 이가형 옮김/ 하서/ 1981.
  • 두 아내를 가진 남자/ 패트릭 퀜틴/ 심상곤 옮김/ 해문/ 1990.

2004/11/23

그들의 조국 (Father land) - 로버트 해리스 : 별점 3점


그들의 조국 - 6점 로버트 해리스/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1964년 독일이 유럽에 천년제국을 건설한 시대, 총통 히틀러의 75회째 생일을 1주일 앞두고 베를린 외곽 하벨 호수에서 발견된 신원미상의 시체에 대해 사법경찰 살인 담당 수사관 사비에르 마르크가 조사를 착수한다. 
시체의 정체는 폴란드 총독부의 고위 관료이자 SS 여단장 출신인 요제프 뷜러 박사로 밝혀지고 그의 수첩에 적혀있던 인물 중 빌헬름 스튜칼트 (내무성 장관 출신) 역시 살해되며 또다른 인물인 마틴 루터 (외무성 차관 출신)는 실종된다. 

 잇달은 과거 고위 관료들의 죽음과 실종 뒤에 모종의 흑막이 있음을 눈치챈 마르크는 살로트 맥과이어라는 미국 여기자와 함께 그들의 과거를 집요하게 추적하며 스튜칼트의 아파트 비밀금고에서 발견된 스위스 비밀은행 금고의 열쇠로 그 비밀을 알아내려 애쓴다. 
결국 어떤 비밀에 관련된 서류를 가지고 루터가 미국으로 망명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나 루터는 마르크의 눈 앞에서 저격당하고 마르크는 쫓기는 신세가 되어 버리는데... 

2차대전 관련 저술로 유명한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 로버트 해리스의 "Fatherland" 입니다. 2차세계대전에서 독일이 승전하고 난 뒤 20여년이 지난 1960년대를 다룬 일종의 대체 역사물이죠.  
영국은 일종의 독일 속국이 되고, 처칠과 여왕은 캐나다로 망명가고, 러시아는 남부지방을 잃었지만 계속 동부전선을 유지하여 국지전을 벌이며 미국의 대통령 조셉 케네디는 독일과 일종의 "동맹"(데탕트)을 맺은 1964년이 무대입니다. 
실제 역사물을 보는 듯한 1960년대 승전국 나찌 독일에 대한 리얼한 묘사가 정말 대단하네요. 여객기는 보잉과 융커스 제트기가 함께 쓰이며 경찰도 군인편제로 제편된 군국주의 전체주의 국가. 비밀경찰 게쉬타포가 은밀히 지배하며 절친한 친구가 배신하고 아들이 아버지를 배신하는 비인간적인 독재국가.

하지만 일반적인 대체 역사물이 아니라 작품 안에서 실존인물들과 2차대전 당시의 유태인 학살, 그리고 당시 주독대사였던 조셉 케네디 (존의 아버지죠)의 언행 등에서 유추하여 상상한, 거대한 국제적 음모가 등장하는 전형적 추리 스릴러의 포맷으로 진행됩니다. 특히나 수사 방법에 있어서 경찰 조직 자체가 재편되어 재구성된 사회에서 어떻게 수사를 진행하는 지 꽤 설득력있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부정축재에 대한 묘사의 상상력도 눈여겨 볼 만 했고요. 
읽고나니 일전에 소개해드렸던 러시아 형사 아르카디 렌코 시리즈의 러시아와 흡사함도 느껴지네요. 전체주의 사회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려 하는 여러 인물들 및 설정, 특히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겉도는 주인공 (형사라는 직업까지 같은)에 대한 점은 정말 비슷하니까요. (아울러 번역이 좀 엉망인 점도 비슷...) 하지만 나름대로의 해피엔딩이나 후속작에 대한 여운을 계속 남기는 렌코 시리즈와는 달리 한편으로 완결된 구조라는 점은 큰 차이점이겠죠. 

불만이 있다면 흥행을 염두에 둔 듯한 미국인 여기자와의 로맨스는 사족인 듯 싶다는 점, 그리고 거대한 음모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단서인 서류를 너무 쉽게 찾아내는 등 디테일한 수사 과정에서 쉽게 지나간 듯한 부분이 눈에 띄는 점입니다. 아울러 번역이 조금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 역시 크고요. 

그래도 사소한 불만을 감안하더라도 상상력으로보나 완성도로 보나 대체역사 추리물이라는 흔치 않은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이 작품에 비한다면 아카가와 지로의 "프로메테우스의 딸"이나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그야말로 쓰레기죠. 아 이들은 SF던가?) 별점은 3점입니다. 

 조사해 보니 TV용 영화로 제작되어 국내에 "어둠속의 미스테리"라는 제목으로 비디오로 출시되었네요. 하하하! (다른건 몰라도 룻거 하우어는 정말 적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18/03/10

유령탑 - 에도가와 란포 / 민경욱 : 별점 1점

유령탑 - 2점
에도가와 란포 지음, 미야자키 하야오 그림, 민경욱 옮김/북홀릭(bookholic)

'아케치 코고로'나 '괴인 20면상', '소년 탐정단' 시리즈가 아닌 에도가와 란포의 스탠드 얼론 장편으로 쇼와 12년, 즉 1937년 첫 연재가 시작되었던 초기작입니다. 쿠로이와 루이코의 번역서를 에도가와 란포가 다시 재가공하였으며, 원작은 앨리스 M 윌리엄슨의 "회색빛 여인" 이라고 하네요.

사실 큰 관심은 없었습니다. 발표 시기나 발표된 형태(번역서의 재가공)를 볼 때 구릴 것이다! 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집어든 이유는 딱 한 가지,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그리고 해설한 서두 몇 페이지의 일러스트와 콘티가 마음에 들었던 덕분입니다. 지브리 미술관에서 "유령탑에 어서 오세요 전시 - 통속 문화의 왕도" 라는 기획전을 개최할 때 전시되었던 자료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본 편은 역시나, 생각만큼 구립니다. 별로에요. 설정은 작위적이기 짝이 없으며 모든 내용은 우연에 의지하고 있는 탓입니다. 키타가와 미츠오와 노즈에 아키코가 폐허가 된 유령탑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부터 작위적이며, 뒤로 가면 갈 수록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망가집니다. 저택에서 열린 파티에 곡마단에서 탈출한 호랑이가 난입하고, 협박범을 미행하면서 탄 열차가 탈선 사고를 일으켜 협박범의 집에 잠입하게 되는 식의 어처구니 없는 설정과 전개는 슬랩스틱 개그물을 방불케 하거든요. 게다가 이를 공포스럽게 묘사하는 에도가와 란포 특유의 과장된 문체는 정말 가관입니다. "아아!" 라는 감탄사가 대표적이에요. 뭔 일만 일어나면 "아아...!" 거리니 이거 참 뭐라고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네요.

작위적이라도 이야기 전개가 탄탄하고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설득력있고 합리적이라면 참아줄만 했을겁니다. 그러나 역시나, 그럴리가 없죠. 짜임새가 헐거워서 극적인 재미를 느끼기 힘듭니다. 이야기는 초반부의 "유령탑에 얽힌 비밀"을 풀어내어 보물을 찾는 이야기에서, 중반부터의 노즈에 아키코의 정체가 무엇인지? 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유령탑에 얽힌 비밀은 고딕 호러에 모험물이 섞인 느낌이고, 노즈에 아키코의 정체는 전형적인 추리 서사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두 이야기 모두 짜임새가 헐거워 완성도가 낮습니다 .

보물을 찾는 과정은 고딕 호러같은 유래에 아주 약간의 암호 트릭이 결합된 전형적인 모험물인데, 결론적으로 보면 너무 쉬워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초록색 문(?)이 열린다는건 비밀이라고 할 수도 없어요. 그냥 시계탑에서 쳐다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미로로 들어간 뒤에는 아키코의 발자욱을 따라 걸어갈 뿐이라 극적 긴장감을 느끼기는 힘듭니다. 아키코가 어떻게 미로의 비밀을 풀어냈는지 설명도 되지 않고요. 단지 연구로 미로의 비밀을 풀어냈다는건 너무 유치한 발상이잖아요? 최소한의 암호 트릭이나 비슷한 무언가는 독자에게 전해주었어야 했습니다.
노즈에 아키코의 정체 관련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가 과거 양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 징역을 선고받았던 죄수 와다 긴코였다! 까지는 뭐 그럴 듯 합니다. 하지만 노즈에 아키코, 즉 와다 긴코가 유령탑의 보물을 찾고 진범을 찾으려고 하는 사명이 있다는 설정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어요. 복수를 위해 진범을 찾고자 하는건 알겠지만, 보물을 찾는게 왜 사명이 될까요? 그리고 애초에 유령탑에 살 때에는 왜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걸까요? 또 변호사 쿠로카와를 제외한 잔챙이 악당들의 협박에 휘둘리는 것도 설명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번역작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라니르' 라는 독약을 이용하여 와다 긴코를 탈옥시킨 작전은 "몽테크리스토 백작" 과 너무나 똑같습니다. 지금 시점으로 본다면 표절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에요. 아울러 처음에 아키코의 정체는 살해된 노파의 하녀 아카이 도키코가 아닐까? 라고 의문을 던지지만 아키코가 항상 손목을 감추고 있다는 묘사로 그녀가 와다 긴코라는건 처음부터 명백하게 드러납니다. 이는 분량 낭비일 뿐입니다.

주인공의 모험도 앞서 말씀드렸듯 우연이 이어지는 전개이며, 차례로 수수께끼에 대해 증언이 이어지는 식이라 추리가 개입될 여지는 전무합니다. 무엇보다도 진범이 나카다 초조로 밝혀지는 장면도 어처구니 없습니다. 열 두 시 종소리에 공포를 느낀게 증거라니? 그리고 공포를 느껴 죽은게 천벌이라니? 20세기 초기의 사고 방식으로 밖에는 설명되지 않는 말도 안되는 주장입니다. 당시 나카다 초조에게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어서 혐의를 벗었다는데, 그 알리바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는 것도 황당합니다.

딱 한가지 건질만 했던 부분은 죽은 와다 긴코가 어떻게 다르게 생긴 노즈에 아키코로 돌아왔는지? 에 대한 수수께끼입니다. 현재로서는 별거 아닌 미용 성형을 무슨 대단한 과학 기술인양 포장하여 묘사한건 우습게 느껴지지만 쓰여진 시기를 감안하면 참아줄 만 합니다.

하지만 괜찮은 부분은 전체 분량의 1/10도 안되는 느낌이에요. 우리나라로 따지면 근대 직전의 신소설 느낌이 날 정도로 낡은 작품입니다. 그 어떤 가치도 찾기 힘들기에 제 별점은 1점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름에 낚이지 마시길 바랍니다. 차라리 미야자키 하야오의 해설 부분만 떼어내어 1/10 가격으로 파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2008/08/11

813의 비밀 - 모리스 르블랑 / 성귀수 : 별점 2점

813의 비밀 - 4점
모리스 르블랑 지음, 성귀수 옮김/까치글방

대부호 케셀바흐의 호텔방에 뤼뺑이 침입했다. 그가 노리는 것은 케셀바흐가 알고 있는 비밀에 대한 정보였다. 뤼뺑은 케셀바흐의 비밀금고에서 관련 문서를 입수한 뒤 철수했는데, 다음날 케셀바흐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었다. 경찰청의 르노르망은 살인은 뤼뺑이 행한 것이 아니라는 논리적 추리를 펼쳐 살인범 L.M에 대한 단서를 잡지만 주요 증인들이 연이어 살해당했고, 르노르망도 범인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한편 세르닌 공작으로 자칭한 뤼뺑은 스스로 사건을 해결하고 유럽의 판도를 뒤바꿀 비밀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 하지만 L.M의 음모에 빠져 샹떼-팰리스에 수감되는데...

너무 더워서 책 읽기가 힘드네요. 독서도 힘든 날씨에 여러모로 지친 머리를 식히고자 고른 책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기암성 이후 4년간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뤼뺑의 모험을 그린, 500여페이지나 되는 엄청난 분량의 장편이지요. 뤼뺑 시리즈 중 가장 길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이전과는 다른 거대한 스케일, 즉 유럽의 판세를 놓고 벌이는 뤼뺑과 악당 L.M의 한판 승부가 장황하게 펼쳐집니다.
20세기 초반 당시의 유럽 현황, 실제 있었던 역사 속에서 뤼뺑은 배후의 큰손으로 흡사 진나라의 여불위를 연상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러한 거대 음모를 가능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황제의 편지" 역시 상당한 설득력을 보여주기에 긴 분량에도 불구하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작품 내내 뤼뺑과 박빙의 대결을 펼치는 정체불명의 악당 L.M 이 다른 라이벌인 홈즈와 가니마르와는 차원이 다른 막강함을 유감없이 보여준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추리물다운 요소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뤼뺑 시리즈는 괴도가 등장하는 범죄소설이기도 하지만 황금시대 정통 본격 추리물로 보아도 무방할 만큼 완성도 높은 트릭이 등장하는 것이 매력적인 작품인데, 이 작품은 다른 시리즈와는 달리 그러한 트릭 없이 모험물에 가까운 분위기로 작품이 전개되고 있거든요. 813이라는 숫자와 "APOON"이라는 단어를 이용한 일종의 암호트릭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APOON의 경우 억지에 가까운, 트릭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수준의 간단한 장치일 뿐이었습니다. 시작부터 의문에 가까운 살인사건이 등장하는 등 뭔가 있음직한 분위기를 보여주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다지 성공한 것 같지 않네요. 마지막의 반전, 그리고 범인 L.M의 정체 역시 지금 읽기에는 낡고 시대에 뒤떨어진 진부한 결말이었습니다.

뤼뺑의 다양한 변장과 이중생활, 사생활(특히 딸까지 등장합니다!) 등이 디테일한 심리묘사 등을 통해 보여지는 것과 유럽을 대상으로 한 뤼뺑의 두뇌게임은 매력적이지만 길이에 비한다면 알맹이는 없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네요. 이야기는 분명 재미있지만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이 되기에는 뭔가 부족한, 모험물로 부르는 것이 타당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때문에 별점은 2점입니다. 단지 모험물로만 본다면 괜찮기도 하지만 추리 애호가로서 평가했기에 별점이 좀 낮군요. 어쨌건 기대에 미치지는 못한 작품이었습니다.

2022/10/02

미로관의 살인 - 아야츠지 유키토 / 권일영 : 별점 3점

미로관의 살인 - 6점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권일영 옮김/한즈미디어

<<아래 리뷰에는 진상과 트릭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추리 소설계의 거장 미야가키 요타로는 환갑을 맞아 자신의 저택 '미로관'에 제자 작가 4명과 평론가, 담당 편집자, 친한 추리소설 애호가를 초대했다. 그리고 미로관에 모인 그들에게 미야가키의 비서 이노 미쓰오가 요타로가 자살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함께 공개된 유언장에는 4명의 제자 중 한 명에게 거액의 유산을 줄 생각인데, 그 한 명은 앞으로 닷새 동안 미로관에서 그들이 각각 쓴 추리 소설을 함께 참석한 편집자, 평론가, 애호가들의 심사로 결정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사람이 죽기는 했지만, 워낙 거액이 걸려있는 탓에 작가들과 심사 위원들은 요타로의 유언을 따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작가 중 한 명인 스자키가 살해당했으며 나머지 생존자들 모두는 미로관에 갇혔다는걸 알게 되었다. 유일하게 사라진건 비서 이노였다. 작가 중 한 명인 기요무라는 이노가 범인이라며, 유언에 따른 추리 소설 창작 대결을 속행할 것을 주장하는데....


신본격의 탄생을 알렸던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세 번째 작품. 일본에서는 1988년에 출간되었던 작품이지요.
사실 이 작품은 나름대로는 비교적 빠르게 국내에 소개되었던 편입니다. 1997년에 학산 문화사에서 정식 출간되었었으니까요. 하지만 절판은 더 빨랐었습니다. 이유는 인터넷이 발달했던 시대가 아니어서 정보가 전달되고 소개되는게 많이 늦었던 탓입니다. 저 역시 추리 소설 애호가를 자처하고 있었지만 이 시리즈가 출간되었던 것 조차 잘 알지 못했던, 그런 시대였거든요. 인터넷 서점도 거의 없었고요.
그래서인지 오히려 절판 이후 인기가 폭발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의 발달 덕분이지요. 덕분에 중고책 가격도 꽤나 올라가게 되었었고요. 그러고보면 이러한 프로세스 '1. 국내 출간 -> 2. 광속 절판 -> 3. 인터넷 등으로 유명세, 가치 상승 -> 4. 중고가 상승'을 거친 책들이 1990년대 후반에 꽤 많았었습니다. <<점성술 살인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그래도 저는 절판 직후 연이 닿아서, 2000년대 초반에 <<십각관>>, <<수차관>>, <<시계관>>, 그리고 <<인형관>>을 구해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내용도 대체로 기억나고요. 그런데<<미로관의 살인>> 만큼은 이상하게도 내용이 전혀 기억 나지 않았습니다. 분명 읽었던 것 같은데 말이지요. 그러던 차, 추리 소설 관련 정보를 조사하다가 한 랭킹에서 마지막 한 줄의 반전이 빼어난 작품으로 <<미로관의 살인>을 꼽고 있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호기심도 생겼고, 오래된 숙제를 마치는 기분도 느낄 겸 해서 알라딘 전자책으로 구입하여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 오래 전에 읽지 않았던 작품이 맞더군요. 모든 내용이 새로왔기 때문입니다. 당초에 왜 읽었다고 생각했을까요? 사람의 기억이라는게 얼마나 오류가 많은지 다시금 느끼게 되네요.

각설하고 작품에 대해 소개해드리자면, 이야기는 '시마다'가 시시야 가도미라는 작가의 <<미로관의 살인>>을 선물받아 읽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미로관의 살인>>이라는 소설 속 소설이 곧바로 이어지는, 일종의 액자 소설같은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미로관의 살인>>은 건축가 나카무라 세이지가 만든 '미로관'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고요. 시마다 기요시가 다른 시리즈들과 마찬가지로 탐정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우선 미로관의 주인이자 추리 소설계의 거장인 미야가키 요타로가 자살하면서, 4명의 제자 중 가장 뛰어난 인물에게 유산을 넘겨줄 생각으로 그들을 미로관에 불러 모았다는 도입부부터 시선을 확 잡아 끕니다. 이들을 닷새 동안 미로관에 가두고 작품을 쓰게한 뒤, 같이 초대했던 평론가와 편집자, 추리소설 애호가에게 심사 위원 역할을 맡길 셈이었다는 계획은 꽤 그럴싸해 보였거든요. 뛰어난 신진기예 작가들의 실력을 극한으로, 하지만 공정하게 뽑아내기 위해서는 이만한 방법도 없을테니까요. 물론 공정함을 위해 현장에서 동일한 주제 - 무대는 미로관이며 피해자는 작가 본인으로 할 것 - 를 주기는 했지만, 작가 중 누구라도 자기가 쓰려고 했던 다른 작품에서의 획기적 트릭을 유용할 수 있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 실제로 다이잉 메시지를 쓰려고 했던 작가가 있었는데, 이는 장소와 피해자가 누구라도 상관없는 트릭이니까요 - 아주 공정했다고 보기는 힘들긴 하지만요.
이후 4명의 제자들이 각자 작업했던 작품에서처럼 살해당한다는 전개도 무척 흥미로왔습니다.

추리적으로도 볼 만 합니다. 피해자들이 살해당한 현장 등 여러가지 단서들과 정보들 모두가 화자격인 우타야마를 통해 독자들에게 공정하게 제공되는 덕분입니다. 이를 통해 드러나는 진상 역시 합리적이고요.
조금 상세히 설명드리자면, 가장 처음 살해당했던 스자키는 목이 거의 떨어져 나간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목 부분에는 소 머리 박제가 놓여 있었고요. 하지만 왜 머리를 아예 잘라 놓거나, 아니면 간단하게 박제 머리를 올려놓지 않고 이렇게 어중간하게 현장을 만들었을까요? 시마다 기요시의 추리는 범인이 현장에서 피를 흘렸기 때문에, 피를 피로 덮기 위해서 목을 잘랐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나중에 사실로 판명되고요.
마찬가지로 하야시는 입구에 바리케이트까지 쳐 놓았을 정도로 준비가 철저했었는데, 왜 범인은 쉽게 방 안으로 들여 보냈는지? 후나오카가 살해당한 방은 빗장까지 걸린 완벽한 밀실 상태였는데 범인은 어떻게 도주한 것인지? 에 대한 답은, 미로관의 각 방은 비밀 통로가 있었다는 추리로 이어지게 됩니다. 하야시가 남겼던 다이잉 메시지, 후나오카가 죽기 직전 거울을 가리켰던 행위로 비밀 통로의 존재는 밝혀지고, 이로써 진범은 죽은 줄 알았던 미야가키 요타로였다는게 드러나게 됩니다. 그는 살인이 하고 싶어서 4명의 제자를 죽였다는 유서를 남기고 비밀 통로로 이어지는 방에서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지요.
이렇게 기묘한 현장 조작과 밀실 살인, 원격 조종 살인 등이 함께 펼쳐져 추리의 여지가 많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냥 이 정도로 마무리되었다면, 이 작품이 그렇게까지 추리적으로, 그리고 반전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을 겁니다. 워드프로세서의 키보드 배치 문제, S가 하나 더 표기된 MINOSS 왕의 철자, 지속적으로 나카무라 세이지가 만든 건축물은 특별한 장치가 있다며 시마다 기요시가 비밀 통로에 대해 수차례 언급하는 등 다이잉 메시지와 비밀 통로에 대해서는 정보가 많이 주어지고 있어서 아주 대단한 추리력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비밀 통로'는 트릭으로서는 반칙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작품 내에서도 반칙이라고 언급될 정도지요.
기요무라를 살해한 트릭을 제외하고는 '미로관'이라는 말 그대로 미로를 이용한 트릭이 부족한 것도 조금은 실망스러웠던 부분입니다. 기요무라 살해 트릭도 우타야마의 입을 통해 '통로에서의 위화감'이 계속 언급되고 있어서 특별히 대단한 추리가 필요하지도 않았고요. 아울러 기요무라가 가면이 아니라 평면도를 통해 이동해서 함정에 걸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했을지 등 상세한 내용 설명이 부족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하지만 에필로그를 통해 드러나는 반전과 또다른 진상이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들어 줍니다. 작품 전체에서 당연히 남자인줄 알았던 사메지마가 여자였다는 서술 트릭이 사용되었던 겁니다! 이로써 스자키의 목을 잘랐던건 시마다 기요시의 추리가 맞았다는게 판명됩니다. 당시 현장에서 그 누구도 출혈을 일으킬만한 상처가 없어서 범인을 알아내지 못했었는데, 사메지마가 갑자기 생리가 터졌던게 출혈의 원인이라는게 밝혀지거든요. 그녀와 미야가키의 오래된 인연, 장애가 있는 그녀의 아이 등 사건의 동기 역시 모두 공정하게 설명되고 있고요. 자살을 위장해서 미야가키 요타로만 살해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유산의 전부나 일부가 미야가키 요타로가 만들려고 했던 추리상 기금으로 사용될 수 있었으니 그를 살인범으로 몰아 죽게 만들었다는건 충분히 합리적이었습니다. 연쇄 살인마가 만든 추리상을 받고 싶은 작가는 없을테니까요. 액자 소설 형태를 취했던 이유도 알고보니 이 서술 트릭을 위해서였는데, 상당히 깔끔하게 마무리 되고 있어서 완성도도 높고요.
서술 트릭물답게 성별은 물론, 여성이라고 짐작 가능하게끔 사메지마의 이름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는 등 알고보면 억지가 없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납득할 만 합니다. 이는 에필로그의 대화를 통해 '일부러 그렇게 썼다'는 작가의 말로 재치있게 빠져나가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사건의 무대인 미로관과 사람이 죽어나가는 중에 벌어지는 추리 소설 창작 대결 등 비현실적인 소재가 많다는 등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라나 신본격의 중흥을 이끌었던 작가의 당시 대표작다운 재미는 충분합니다. 추리적으로도 기본 이상은 해 주며 그리 길지 않다는 미덕도 크고요. 아직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