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가구의 비밀 - 조 스즈키 지음, 전선영 옮김/디자인하우스 |
목차는 크게"전설적 명작의 비밀", "현대 디자인의 비밀", "디자인 신세대의 비밀", "경영자의 비밀"이라는 4개의 챕터로 나뉩니다.이 중 디자인 회사 경영자 중심의 마지막 챕터를 제외하고 총 3개 챕터에서 26개의 작품이 연대순으로 소개됩니다.
20세기 초반부터의 가구 중 미적, 역사적 가치를 통틀어 엄선한 작품들이기에 그냥 보기만 해도 멋질 뿐더러 작품 별로 관련된 일화도 흥미롭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일린 그레이와 르 코르뷔지에에 얽힌 일화입니다. 아일린 그레이는 귀족 출신 여성으로 독학으로 익힌 건축으로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르 코르뷔지에와의 친분도 생겼고요. 그러나 르 코르뷔지에가 그녀의 집인 E1027의 새하얀 벽에 원색적인 벽화를 그린 후 관계는 틀어지고, 그 뒤부터 르 코르뷔지에는 그녀를 매장시키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는 하네요.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것도 정도가 있지 참 어이가 없더군요. 아일린 사후에 명예가 회복되었다니 그나마 다행이기는 하나 르 코르뷔지에는 다시 보입니다. 거장이 되기 전에 인간부터 되어야죠.
그리고 새롭게 알게된 것도 많아요.현대 디자인의 아버지라는 윌리엄 모리스의 말인 "쓸모없는 것, 아름답지 않은 것은 집에 두어서는 안된다."라는 말이 좋은 예입니다. 그 동안은 부르주아가 부를 과시하기 위한, 일종의 속물 마인드에 기초한 말이라 생각해 왔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자본가에 의해 조악한 품질의 대량 생산품이 보급되는 상황에서 한 말로 결국 이를 막고자 "미술 공예 운동"을 제창했다 합니다. 즉 행동하는 디자이너의 명언이었던 것이죠.
1925년에 발표된 PH 램프가 로그 나선과 황금비를 활용한 제품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된 사실입니다. 딱히 별다를게 없는 디자인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나 이론적인 바탕이 뒷받침 되었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그러니 시대를 초월해서 아직도 사랑 받는 것이겠죠. 여담이지만 아내가 이사를 위해 식탁 등으로 비슷한 램프를 샀는데 원작을 보고나니 확실히 뭔가 품격이 달라보이네요.
조명 "글로볼"도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디자이너인 모리슨의 기본 자세인 '평범함은 특별함을 능가한다.'는 것이 잘 표현된 멋진 작품으로 '보통의 디자인'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해 주거든요.
마지막에 수록된 "경영자의 비밀"은 디자인 회사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뷰 중심이라 다른 챕터와는 조금 다른데 이 역시 꼭 한번 볼만 합니다. 다 재미있고 가치있지만 특히 독일 가구 회사 발터 크놀이 유명 디자이너가 아닌 무명 디자이너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며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최우선으로 꼽았다는 것이 가장 와 닿더군요. 확실히 잘 나가는 회사는 다르구나 싶어요. 커뮤니케이션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저 역시 이 바닥 생활 20년동안 뼈저르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책의 특성 상 반드시 뛰어나야 할 도판 역시도 기대에 값하기에 참 좋은 독서였다 생각됩니다. 16,000원이라는 가격과 디자인 전문 서적다운 "여백의 미"가 과하기에 조금 감점합니다만 디자인에 관심있으시다면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이런 류의 책이야말로 가까운 미래에 3D 이미지가 포함된 디지털 컨텐츠로 진화하기 용이하리라 생각됩니다. 다양한 각도, 환경에서 가구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3D로도 출력해서 소장하고... 와 멋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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