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레시피 -
존 피셔 지음, 이승민 옮김, 존 테니얼 그림/정은문고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음식, 요리 관련 항목을 발췌한 후, 해당 요리 레시피를 함께 소개하는 식으로 구성된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추리 소설에 등장하는 요리"에 대한 컬럼을 준비하고 있어서 혹 참고가 될까 싶어 읽어보았습니다.
허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구성부터 별로예요. 요리가 등장하는 항목에 대한 상세한 소개와 요리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발췌된 내용은 아무런 부연 설명 없이 정말 소설 속 해당 단락을 그대로 실어 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거기에 레시피가 더해졌을 뿐이에요.
레시피나 요리 관련 항목도 별 재미가 없습니다. 제법 그럴싸한 것도 있지만, 소설 속 내용을 멋대로 해석하여 레시피를 억지로 연결시킨게 많은 탓입니다. 먹으면 몸이 작아지는 '나를 마셔요 수프'의 경우, 소설 속 내용에는 조리법을 짐작케 하는 단서가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오렌지와 레몬 등 각종 과일을 끓인 과일 수프 레시피를 곁들이는 식으로요. 심지어는 요리와 전혀 상관없는 내용에 레시피를 결합시키기까지 합니다. 앨리스가 체셔 고양이를 처음 만난 장면 뒤에 '체셔 고양이 수염'이라는 요리 레시피를 덧붙인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요리가 대중적이고 유명하다면 아예 관련이 없지 않겠지만, 검색해보니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네요.
물론 빅토리아 시대의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놀이라는 '스냅드래곤'의 실체 - 그릇에 브랜디를 채우고 건포도를 넣은 다음 술에 불을 붙이고 불꽃 속에서 건포도를 낚아채 불이 꺼지기 전 입안에 넣는 것 - 등 처음 알게 된 내용이 없지는 않습니다. 부록으로 수록된 "정신의 식생활"이라는 컬럼도 아주 인상적이고요.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으면 몸에 해롭듯,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책을 읽거나 너무 책을 많이 읽으면 마음에 좋지 않다는 시각이 독특했던 덕분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발표 당시 그려진 존 테니얼의 삽화도 고풍스러운 매력이 넘쳐 마음에 들며, 책의 디자인도 예쁜 편이에요.
허나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으며, 170페이지 정도 분량에 13,000원이라는 가격도 과하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팬이 아니라면 구태여 구해볼 필요는 없습니다.

존 피셔 지음, 이승민 옮김, 존 테니얼 그림/정은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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