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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야로 지음, 장지연 옮김/미우(대원씨아이) |
"심야식당" 작가 아베 야로가 쓴 여러 가지 요리와 안주들, 그리고 그가 만났던 좋은 여인들에 대한 에세이집입니다.
저자 스스로 대단한 미식가도 아니고, 요리 솜씨가 뛰어나지도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리 대단한 음식들이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허나 일상적이고 서민적이라서 더 마음에 들더군요. 고향인 토사 - 시만토 강의 별미 요리를 주로 소개해 주는 것도 독특했고요.
대표적인 것이 가다랑어 타타키입니다. 이런저런 요리만화를 통해 제법 알려져 있는 요리죠. "맛의 달인"에서는 완벽한 타타키가 뭔지 정의까지 내린 상태고요. 허나 저자는 가다랑어가 안 보일 정도로 쪽파와 양파, 마늘을 듬뿍 올리고 계절에 따라선 차조기잎이나 양하, 산초잎까지 뿌려주는 게 토사 스타일이라고 합니다. "고명이 너무 많으면 가다랑어 본연의 맛이..." 하는 미식가 티 내는 불평 따위는 무시하라고 합니다. 토사 술꾼은 가다랑어는 다 먹어버리고 양념 배인 고명을 찔끔찔끔 집어먹으며 주구장창 마시고 떠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니까요. 부어라 마셔라 하는 자리에 미식은 사치! 아, 토사의 대범한 풍모가 느껴집니다.
그리고 요리 솜씨는 별로 없다지만, 간혹 등장하는 먹거리 레시피들도 인상적입니다. 개인적으로 먹어보고 싶었던건 저자 스타일의 "하나가츠오"입니다. 하나가츠오는 국물용으로 깎아놓은 가다랑어포인데, 그릇에 하나가츠오를 담고 간장을 부은 뒤, 그 위에 팔팔 끓은 물이나 녹차를 스윽 뿌려줍니다. 그 뒤 숨이 죽은 하나가츠오를 밥 위에 얹고 그릇에 고여 있는 국물을 말아서 먹는다고 하네요. 하나가츠오는 구하기 힘드니, 다시마로라도 한번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심야식당"에서도 등장했던 어묵탕도 소개됩니다. 쇠힘줄과 무와 삶은 달걀만 들어가는 바로 그 어묵탕이요. 우선 쇠힘줄을 500~600g 정도 큼직하게 나눠 썰고 펄펄 끓는 물에 5분 정도 삶은 후, 물로 헹궈 거품과 찌꺼기를 제거합니다. 그리고 큰 냄비에 물을 담고 중간 크기 무 한 개, 삶은 달걀, 쇠힘줄을 넣은 후 끓어오르면 시중에서 파는 어묵탕 가루를 넣어주고 3시간 정도 더 끓이는 게 전부입니다. 요리라고 할 것도 없어 보이는데, 동네 정육점에서 "스지"를 조금 구입해서 바로 도전해 보아도 좋겠습니다.
그 외 이러한 음식과 함께 떠올린 그의 가족과 친구들, 나고 자란 동네의 이야기들도 따뜻하고 정감 넘칩니다. 그야말로 "심야식당" 그대로예요. 그만큼 부드럽고 편안하면서 인간미 넘치는 글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가끔 등장하는 저자의 아버지에 대한 회고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술친구 밥친구" 류의 글 이후 이어지는 절반 분량의 "~여인" 시리즈는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딱히 관심이 가는 주제가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이 책을 음식 관련 에세이집으로 생각했던 터라 제 기대와 많이 다른 탓도 크고요. "심야식당" 만화에 어울릴 법한, 곁들인 그림도 좋고 나름 드라마가 펼쳐지는 이야기도 많고 재미가 없지도 않지만 좋은 점수를 주기도 애매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왠지 비슷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는 느낌도 들었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그냥 앞부분의 "술친구 밥친구" 이야기만 조금 더 신경 쓴 그림과 함께 출간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겁니다. "심야식당" 관련 에세이집도 이로써 3권째인데, 가면 갈수록 재미가 떨어지는군요. 아쉽지만 이제 그만 읽을 때가 된 듯 합니다.

아베 야로 지음, 장지연 옮김/미우(대원씨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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