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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4

추리 소설 1,000편 리뷰 분석

추리 소설 1,000번째 리뷰 등록!

염원했던 추리소설 리뷰 1,000편 올리기를 달성했습니다. 1,000편의 리뷰를 작성하면서, 책 한 권을 출간하는 소기의 성과도 있었지요. 1,000편 업로드 기념 및 개인적인 자료 정리 차, 여태 읽었던 추리소설 리뷰 1,000편에 대한 간략한 데이터를 정리하여 공개합니다.

리뷰 갯수 1,000 

당연하겠지요?

책 권수 1,049권 

"브라운 신부""크리시" 리뷰와 같이 여러 시리즈를 한 편 리뷰에서 정리한 경우도 있고, "그것" 처럼 작품 한 편이 여러권으로 이루어져 있어도 리뷰 한 편으로 소개한 경우가 많아서 권수는 더 많습니다.

책 종수 1,008종 

권 수가 많은 이유에 더해, 중복하여 작성한 리뷰도 있어서 이를 빼면 최종적으로 리뷰한 책은 총 1,008종입니다.

국가별 

일본 454, 영미 394, 한국 63, 프랑스 29, 독일 13, 그외 55

예상대로 일본 작품 비중이 거의 절반 가까이이며, 영미 작품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85%가까이 되는 압도적인 비중입니다. 국내 출간되는 작품들과 제 취향을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장르별 

본격물 성향 작품 리뷰가 357, 스릴러는 229, 경찰/수사 127, 일상계가 80, 호러 73, 하드보일드 69, 역사 추리 55, 모험물 54 순입니다. 본격물을 좋아하는 제 취향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장르 불문하고 단편집은 137편의 리뷰를 작성하였고요. 

참고로 본격물이면서 수사물인 작품이거나, 본격물이면서 일상계인 작품 등 키워드는 중복하여 체크된 결과입니다.

별점별 

경성탐정록 두 편은 제외한 총 1,006 종의 책 별점 분포는 아래와 같습니다. 

5점 : 4, 4.5점 : 7, 4점 : 71, 3.5점 : 48, 3점 : 271, 2.5점 : 259, 2.4점 : 1, 2.3점 : 1, 2점 : 227, 1.5점 : 88, 1점 : 26, 0.5점 : 1, 0점 : 1, 없음 : 1

평균 이상 별점인 2.5점 이상 작품이 660종으로 전체의 2/3를 차지합니다. 꽤 괜찮은 작품들을 읽어왔었다는 의미지요. 나름 뿌듯하네요. 별점 5점을 받은 작품, Hall of Fame만 별도로 소개해 드리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9마일은 너무 멀다"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 

"도끼" 

"특별요리" 

* 특별요리는 2003년도 동서 버젼이었고, 2015년에 다시 읽었던 엘릭시르 버젼은 별점 4점이었습니다.

참고로 책 별점과는 별개로, 단편집 단편별 중 별점 5점을 받았던 단편은 아래와 같습니다. 

"살의" (in "세계 추리소설 걸작선 2")

"무시무시하고 이상한 침대""결산"위험천만한 게임" (in "클래식 미스터리 걸작선")

"우체국에서 생긴 사건" (in "오른쪽 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

"사기꾼의 카드" (in "클로버의 악당들")

"새", "성모상" (in "대프니 듀 모리에") 

"국화의 먼지" (in "저녁싸리 정사")

"죽음" (in "악몽을 파는 가게 1") 

이 역시, 저의 고전 본격물 취향을 잘 드러내 주네요.

작가별 

1. 작가별 리뷰한 작품 갯수 순위

1. 히가시노 게이고 : 48
2. 애거서 크리스티 : 33
3. 요네자와 호노부 : 21
4. 스티븐 킹 : 18
5. 마쓰모토 세이초 / 엘러리 퀸 : 16
7. 존 딕슨 카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 : 13
8. 요코미조 세이시 : 12
9. 와카타케 나나미 : 11
10. 아리스가와 아리스 / 에드 멕베인 : 10 
12. 미쓰다 신조 / 아서 코난 도일 / 조르주 심농 / 시마다 소지 : 9
16. 다카기 아키미쓰 / 미야베 미유키 : 8
18. 에도가와 란포 / 노리즈키 린타로 / 도진기 : 7
수많은 작가가 있지만, 공통 18위 까지만 선정합니다. 일본, 영미 작가가 많은건 국가별 순위와 동일합니다. 프랑스 작가 조르주 심농이 12위에, 한국작가 도진기가 18위에 위치하고 있을 뿐이네요.

2. 작가별 평균 별점 순위 (5권 이상 작품을 읽은 경우)

1. 콜린 덱스터 : 6권 리뷰, 평균 별점 3.6666...
2. 로스 맥도널드 : 5권 리뷰, 평균 별점 3.6
3. 기리노 나쓰오 : 5권 리뷰, 평균 별점 3.4 
3. 모리스 르블랑 : 5권 리뷰, 평균 별점 3.4
5. 존 딕슨 카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 : 13권 리뷰, 평균 별점 3.269...
6. 미쓰다 신조 : 9권 리뷰, 평균 별점 3.055....
7. 딕 프랜시스 : 5권 리뷰, 평균 별점 3
8. 다카기 아키미쓰 : 8권 리뷰, 평균 별점 2.875
8. 미야베 미유키 : 8권 리뷰, 평균 별점 2.875
10. 마쓰모토 세이초 : 16권 리뷰, 평균 별점 2.84375
11. 와카타케 나나미 : 11권 리뷰, 평균 별점 2.8181...
12. 우타노 쇼고 : 5권 리뷰, 평균 별점 2.8
13. 요코야마 히데오 : 6권 리뷰, 평균 별점 2.75
14. 코넬 울리치 : 5권 리뷰, 평균 별점 2.7
15. 아서 코난 도일 : 9권 리뷰, 평균 별점 2.6666667
15. 조르주 심농 : 9권 리뷰, 평균 별점 2.6666667
15. 기시 유스케 : 6권 리뷰, 평균 별점 2.6666667
18. 엘러리 퀸 : 16권 리뷰, 평균 별점 2.65625
19. 미치오 슈스케 : 6권 리뷰, 평균 별점 2.583333
20 애거서 크리스티 : 33권 리뷰, 평균 별점 2.5757576
21. 에도가와 란포 : 7권 리뷰, 평균 별점 2.5714286
22. 요코미조 세이시 : 12권 리뷰, 평균 별점 2.541...
23. 미카미 엔 : 6권 리뷰, 평균 별점 2.5
비슷한 주제로 13년 전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순위가 대폭 바뀌었네요. 최소 2권 이상의 작품을 읽은 작가는 114명, 어느정도 평균을 낼 수 있는 수치인 5권 이상 읽고 리뷰를 남긴 작가는 33명입니다. 이 중 평균 2.5 이상 별점을 유지한 작가는 콜린 덱스터 외 24명입니다. 프로야구로 따지면, 1군 소속 선수의 72% 정도가 평균 이상이었던 셈이니 굉장히 훌륭한 성적이지요. 25명에 들지 못한 8명 중에서도 요네자와 호노부, 시마다 소지, 스티븐 킹, 아리스가와 아리스 등은 평균 2.4점대로 아쉽게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니 더욱 그러합니다. 명성이 있는 작가는 확실히 이름값을 한다는 증거죠. 가장 많은 작품을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평균 별점은 2.32점인데, 이건 어쩔 수 없습니다. 유명한 대표작, 걸작만 추려서 읽은 경우는 별점이 높을테고 많이 읽을 수록 평균 별점은 불리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크리스티 여사님 평균 별점이 비교적 낮은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위권을 살펴보면, 5권 이상 읽은 작가 중 꼴찌는 6권 평균 별점이 2.083점인 니시무라 교타로, 전체 꼴찌는 읽은 작품 4권 별점 평균이 1.1점에 불과한 제임스 패터슨이었습니다. 니시무라 교타로는 모르겠지만, 두 번 다시 제임스 패터슨 작품을 읽을 일은 없겠습니다.

탐정별 (5권 이상 읽은 작품만 뽑아봅니다)

1. 탐정별 리뷰한 작품 갯수 순위

1. 에르큘 푸아로 : 15권 리뷰
2. 엘러리 퀸 : 13권 리뷰
3. 셜록 홈즈 : 12권 리뷰
4. 긴다이치 코스케 : 11권 리뷰
5. 가가 (학생 ~ 형사) : 10권 리뷰
6. 87분서 : 9권 리뷰
7. 메그레 경감 : 7권 리뷰
8. 고전부 / 기디온 펠 박사 / 노리즈키 린타로 / 모스 경감 / 히무라 히데오 : 6권 리뷰
13. 미스 마플 / 미타라이 기요시 / 시오리코 / 토츠카와 경부 (+가메이 형사) : 5권 리뷰
2. 탐정별 평균 별점 순위
1. 모스 경감 : 3.66666
2. 셜록 홈즈 : 2.958333...
3. 기디온 펠 박사 : 2.9166...
4. 엘러리 퀸 : 2.6923...
5. 긴다이치 코스케 : 2.6363...
6. 시오리코 : 2.6
7. 고전부 : 2.58333
8. 메그레 경감 : 2.5714...
9. 가가 (학생 ~ 형사) : 2.55
10. 에르큘 푸아로 / 미스 마플 / 미타라이 기요시 : 2.5
13. 87분서 : 2.4444...
14. 히무라 히데오 : 2.41666...
15. 노리즈키 린타로 : 2.25
16. 토츠카와 경부 (+가메이 형사) : 2.2
입니다. 원탑 모스 경감 밑으로 셜록 홈즈, 기디온 펠 박사까지는 평균 이상의 빼어난 별점을 자랑합니다. 확실히 탐정은 영미권 탐정이 더 제 취향이라는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로서 간략하게 추리소설 1,000편의 리뷰에 대한 요약 정리를 마칩니다.

2009/01/19

심야식당 2 - 아베 야로 / 미우 : 별점 3점

심야식당 2 - 6점
아베 야로 지음/미우(대원씨아이)

1권을 읽고 올린 리뷰에서는 2권은 건드리지도 않을 것처럼 썼는데, 서점에 가니 사게 되더군요. 확실히 제 취향이긴 해요. 부드럽고 담백한 그림과 요리에 관련된 이야기가 어우러진 짤막한 단편 모음이니 마음에 들 수 밖에 없지요.

읽고난 느낌이라면 일단, 이번 2권은 매 이야기마다 요리와 그 요리에 관계된 에피소드를 펼쳐나간다는 점에서는 1권과 똑같지만, 인간관계에 따른 드라마가 많다는 점이 좀 다르더군요. 제가 보기에는 작가가 연재를 계속하며 "인간관계" 라는 부분의 디테일을 잡아내는데 주력하기로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권과 2권의 차이를 쉽게 이야기하자면 1권은 "일일드라마" 느낌, 2권은 "휴먼다큐"의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2권은 드라마가 많아서인지 1권에 비하면 좀 속이 들여다보이는, 뻔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아쉽기도 했습니다. 많은 쟝르를 포괄했던 1권에 비해, 전체적으로 이야기들이 비슷비슷하고 거의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우연"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좀 쉽게 간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말이죠. 그래도 어차피 내용적인 부분에서의 기대보다는 아베 야로의 여유가 넘치는 그림때문에 구입한 책이기에 만족합니다. 그림만으로도 별점 3점 값어치는 하는 만화니까요.

마지막으로 2권의 베스트 에피소드를 개인적으로 뽑는다면, 교통경찰을 정년 퇴임한 타키자와와 과거 폭주족 출신의 여성 블랙루즈의 에리가 다시 만나는, "황혼유성군"의 한 에피소드같지만 훨씬 따뜻하고 여유가 넘치면서도 유머러스한 "바삭바삭한 베이컨"을 꼽겠습니다. 2권은 전체적으로 에피소드들 수준과 내용이 비슷하기에 뽑기가 좀 어렵긴 하지만요.^^

2004/07/13

사쿠라 신부의 사건 노트 - 영광관 / 고도관 살인사건 : 별점 2점 / 3.5점

사쿠라 신부의 사건노트 1 - 6점
고로 아오키 글, 고신 오가와 그림/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사쿠라 신부의 사건노트 2 - 8점
고로 아오키 글, 고신 오가와 그림/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이사와 더불어 발굴한 잊혀진 추리만화. 원작은 Goro Aoki, 그림은 Koshin Ogawa입니다.
국내에 2권까지 출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제목 대로 “사쿠라 소이치로”라는 카톨릭 신부가 탐정이며, 두 권 모두 토코요다 마나미가 이야기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1권 영광관 살인사건
“영광관”이라는 대 저택에서 폐쇄적인 삶을 살아가던 토코요다 코우스케가 살해당했다. 장녀 리쯔코의 결혼식을 얼마 앞둔 시점이었다. 이후 리쯔코의 약혼자 토쿠다 토오루마저 살해하고 말았다.
영광관에 거주하고 있는 토코요다 패밀리는 콩가루에 애정결핍 증상을 심하게 보이고 있는 인물들로, 그 중 코우스케와 싸우고 실종 중인 리쯔코와 차녀 마나미의 아버지 켄스케가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그러나 경찰 조사로 켄스케가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지는데...

2권 고도관 살인사건
이찌노세 가문의 소유인 외딴섬 코모라 섬의 “고도관”에 찾아온 손님들. 그들은 모두 이찌노세 카오리라는 여성을 알고 있던 사람들로 초대장을 보고 찾아왔다. 하지만 섬과 고도관에는 카오리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고, 냉동실 안에서 그녀의 자살한 시체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정기 연락선이 올 때까지 섬에 고립된 손님들은 “묵시록”의 글귀와 같이 한명씩 살해당했고, 결국 그들 중 카오리와 알고 지내던 프리랜서 카메라멘 카노우 에리카의 조수로 이 섬에 우연히 찾아온 마나미만 살아남았다. 
그녀는 사쿠라 신부에게 진상을 밝혀줄 것을 요청하는데...

1,2권 다 제목에서 보이는 것 처럼 “관 시리즈”를 상당히 의식한 듯 싶고, 내용도 "관 시리즈"와 유사하게 특정 저택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그 중에서도 밀실 트릭이 핵심인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1권 “영광관 살인사건”은 길이에 비해서는 실망스러운 트릭과 내용이었습니다. 만화에는 잘 어울리지 않았고, 만화적인 전개도 내용을 잘 뒷받침 해 주지 못한 탓입니다. 소설로 썼으면 오히려 더 효과적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주인공이자 탐정역인 “사쿠라 신부”의 캐릭터가 너무 눈에 띄지 않는 점도 아쉬웠고요.
그래도 “독자에게 도전”하는 식으로 페이지를 분할해서 완벽한 퍼즐 미스터리 물로의 의지를 보여 주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고 싶네요. 중요 알리바이 트릭 자체는 상당히 괜찮은 편이니까요.

2권 “고도관 살인사건”은 훨씬 낫습니다. 보통 만화책이라면 2권으로 나옴직한, 300페이지가 넘는 대장편인데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재미가 상당하거든요. 1권에 비해 스케일도 클 뿐더러 “묵시록”의 글귀에 따라 사람을 살해하는 패턴은 “장미의 이름”에서도 이미 써먹은 방식이지만, 만화에서 보여지는 시각 효과 때문에 그 맛이 훨씬 더 잘 살아납니다. 트릭 자체도 흠잡을 데 없을 만큼 괜찮고요. 중간 중간 물론 약점이 보이기는 하지만 추리 만화에서 오리지널로 이 수준의 트릭이라면 “김전일”의 최고 에피소드하고도 견줄 만 합니다. 1권과 마찬가지로 “독자에게 도전”이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사쿠라 신부

하지만 이야기의 주요 화자가 “마나미”라서,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코모라 섬과 고도관에서의 이야기에 “사쿠라 신부”가 한번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그나마도 희박했던 사쿠라 신부의 캐릭터가 더욱 약해져 버린건 아쉽습니다. 
두 이야기 모두 “카톨릭 신부”라는 특성을 그다지 잘 살린 것 못한 점도 감점 요인이네요. 세례명이나 카톨릭의 장례 습관 등 전문 지식이 어느 정도 나오기는 하지만 “신부”라는 캐릭터에 걸맞는 수준이라 하기는 힘들었습니다. “브라운 신부”와 비교해 보면 그 수준이 현격히 차이가 납니다.
작화도 나름의 스타일은 있고 열심히 그리기는 했지만 뎃생력이 미흡하고 지나친 펜선 남용으로 지저분해 보이는 등 부족함이 더 눈에 뜨입니다. 배경이나 묘사 같은 디테일은 좋지만 보다 인물과 작화에 신경을 써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네요.

결론적으로 별점을 주자면 1권은 2점, 2권은 3.5점입니다. 두 작품 모두 위의 단점, 즉 부족한 캐릭터와 작화 때문에 0.5점 정도 감점합니다.
그래도 원작의 수준이 상당한 만큼 꽤 괜찮은 추리 만화 시리즈가 될 것으로 보이기에 후속작을 기대했는데 2권 이후 별 소식이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제목에 "Afternoon Detective Series"라고 찍혀 있는 걸 보면 다른 시리즈도 있을 법 한데 말이죠... 서울 문화사에서 다시 한번 출간해 주었으면, 후속편이 없다면 "Afternoon"의 다른 시리즈라도 계속 발간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2009/11/05

군청학사 - 이리에 아키 : 별점 4점과 3점들

군청학사 1 - 8점
이리에 아키 글.그림/중앙books(중앙북스)

군청학사 2 - 6점
이리에 아키 글.그림/중앙books(중앙북스)

군청학사 3 - 6점
이리에 아키 글.그림/중앙books(중앙북스)

아. 정말 간만에 재미있게 읽은 단편집입니다. 제목이 왠지 멋있는데 푸르른 청춘들이 모여든 장소를 의미한다네요. 내용은 꼭 그런것만은 아닌데 좀 의아하긴 하지만.... 인터넷을 뒤져보니 엠마의 모리 카오루를 연상하신 분들이 많던데 저 역시도 비슷한 화풍과 섬세한 심리묘사를 몇컷의 그림으로 표현하는 솜씨 등 유사한 분위기를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단지 그 정도로만 규정하는 것은 섭섭한 일이겠죠. 여러 작가의 장점들이 많이 떠올랐거든요.

첫 번째로 연상된 작가는 카페 알파의 아시나노 히토시입니다. 왠지 모르게 느슨하고 나른한 느낌과 정적인 분위기. 조용한 와중에도 독자의 흥미를 잡아끄는 섬세함과 디테일, 그리고 부드럽게 그린 그림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연상된 작가는 카와하라 유미코입니다. "전략 밀크하우스"보다는 단편집에서 선보였던, 전형적인 중세풍 판타지를 비롯해서 로맨틱 코미디, 청춘드라마, 학원물 등 쟝르를 가리지 않고 넘나들면서도 그 수준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대단한 능력 때문입니다. 저는 약간 코믹한 분위기의 단편들이 마음에 들기는 했지만 다른 작품들도 허투루 보기 힘들정도의 완성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놀랍더군요. 

세 번째로 연상된 작가는 백귀야행의 이마 이치코입니다. 이유는 이마 이치코의 오리엔탈 판타지에서 느껴졌던 복잡한 설정과 진한 여운, 그리고 특유의 코믹함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진지한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작가가 굉장히 유쾌한 인물이 아닐까 여겨질 정도로 작품들에 짙게 배어있는 유머 덕분에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네 번째로 연상된 작가는 아토리 케이코입니다. 단편 중심이라는 것과 밝고 따뜻한 이야기들을 여유있는 화풍으로 그리고 있다라는 것이 정말 놀랄만큼 유사하죠. 아토리 케이코 보다는 조금 더 스케일이 큰 이야기들이 많고 드라마를 강조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정말이지 비슷했어요. 아토리 케이코는 이미 고인이 되신지라 더 많은 작품을 접할 수 없다는것이 안타까왔는데 이리에 아키가 그 빈자리를 채워주지 않을까 기대도 많이 됩니다.

다섯 번째로는 섬세한 심리묘사, 그리고 유머와 더불어 일상속에서 디테일을 잡아나가는 분위기가 왠지모르게 요시나가 후미를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었기에 언급하고 싶네요. 작풍과 표현 방식은 전혀! 전혀 다르지만 뭔가 감수성이랄까? 그런게 좀 비슷했던것 같달까요... 

마지막으로 연상된 작가는 TONO입니다. 구태여 작품을 고르자면 "카오루씨의 귀향"인데 기발하고 독특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꾸며나가는 것과 유머가 작품에 전체적으로 녹아있다는 것이 비슷했습니다. 판타지에 강점을 보이는 것도 유사했고요.

하지만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에피소드들이 고르게 완성도가 높다고는 하지만 2권의 "북의 십검"같이 별다른 특색없는 이야기도 있고, 첫 번째 이야기 외에는 그닥 새롭지 않은 핑크 초콜릿 에피소드 연작은 좀 지루했습니다. 

또한 별다른 이야기 전개 없이 특정 상황에만 집중한 에피소드들이 많은데, 보다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압축해서 전달하기도 하지만 여운만 가득할 뿐 이야기가 애매한 에피소드들도 눈에 띕니다. 예를 들자면 1권의 "이계의 창"이나 "숲으로" 를 들 수 있습니다. "박명"도 여주인공이 사실은 장님이었다 정도의 작은 반전이라도 선보이는게 더 좋았을 거에요. 아울러 3권은 전체적으로 1, 2권에 비해 작화나 구성에 힘이 떨어져 보여서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개인적인 베스트 에피소드로는 1권에서는 "포로공주"와 "선생님 저는"을, 2권에서는 "니논의 사랑"을, 3권에서는 "빨간 지붕의 집"을 들고 싶네요. 별점은 1권은 4점, 2권과 3권은 3점입니다. 2권은 너무 평범했던 "북의 십검"이 절반 이상 분량이라 점수가 깎였고, 3권은 앞서 이야기한데로 1,2권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져서 감점했습니다. 

그래도 대체로 평균이상은 하는 작품들임에는 분명한만큼 수수하면서도 여유롭고, 그러면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즐시기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일단 1권부터 챙겨보시기 바랍니다.

2010/12/02

주석 달린 셜록 홈즈 2 - 아서 코난 도일, 레슬리 S 클링거 / 승영조 : 별점 3점

주석 달린 셜록 홈즈 2 - 6점
아서 코난 도일 원작, 레슬리 S. 클링거 주석, 승영조 옮김/북폴리오

"주석 달린 셜록 홈즈 1권"에 이어 드디어 2권마저도 완독했습니다. 1권 못지않은 무게와 두께 덕분에 들고 다니기는 어려워서 침대에 모셔두고, 잠자리에 들기 전 하루에 한 편씩 읽었습니다. 한 달 정도 걸렸네요.

2권 역시 1권과 마찬가지로 단편집 "돌아온 셜록 홈즈", "그의 마지막 인사", "셜록 홈즈의 사건집"에 실린 작품들을 상세한 주석과 자료를 추가하여 편집해 놓았습니다. 단편들은 이미 이전에 다 읽었지만, 관련된 다양한 주석과 해설, 여러 자료가 곁들여지니 보다 깊이 있는 독서가 가능해서 좋았어요.

그러나 1권에서도 느꼈던 점이지만, 너무 '셜록 홈즈'와 관련된 사건 및 등장인물을 실존 인물인 것처럼 해석하는 주석은 과도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신화는 신화대로 두면 좋을 텐데,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정체를 분석하고 다양한 학설을 덧붙이고 있거든요. 덕분에 불필요하게 내용이 길어지기도 했고요. 물론 이런 부분이야말로 이 책의 존재 이유이자 주요 재미 요소이니 비판은 온당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요. 저 역시 한 달 동안 즐겁게 읽었으니 만족합니다.

그래도 1권에 비해 자료적 가치가 높은 주석이나 해설은 다소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1권은 할인된 가격에 구입했는데 2권은 정가로 구매했다는 점(!)이 약간 아쉬웠습니다.(물론 제 개인적인 기분 문제이긴 합니다만...) 별점은 3점입니다. 셜록 홈즈의 팬이시라면 장식용으로라도 추천드립니다. 두 권이 나란히 책장에 꽂히니 보기만 해도 풍성하니까요.

덧붙이자면, 셜록 홈즈의 열렬한 팬이 아니라면 일반 단편집 세트를 구입하시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 책 한 권의 가격이면 전집 9권 풀세트를 장만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으며, 방대한 주석도 어떤 면에서는 허황된 논의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셜록키언'을 위한 책입니다. 그리고 주석이 많은 만큼 찾기도 어렵고 가독성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이러한 스타일의 주석·해설서는 전자책으로 출간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네요. 검색의 용이성과 하이퍼링크 활용도가 훨씬 높아질 테니까요.

2011/11/08

더 크레이터 2 / 3 - 데즈카 오사무 : 별점 1점 / 1.5점

The Crater 더 크레이터 2 - 2점 데즈카 오사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The Crater 더 크레이터 3 - 4점 데즈카 오사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1권을 읽고 실망한 나머지 더 읽지 않으려고 했는데, 관성으로 결국 읽게 된 2, 3권입니다.

그런데 1권과 동일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더군요.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시대를 뛰어넘는 아이디어, 설정은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이야기의 장르적 속성이나 전개 방식에도 많은 의문점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수준 이하라고 생각되었어요.

각 권마다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자면, 2권은 쌈장 고딩 오쿠친을 주인공으로 한 3편의 이야기 "오쿠친의 기괴한 체험", "운이 좋은 계절", "오쿠친과 위대한 괴도"로 시작하는데 도라에몽의 청소년판 같은 느낌입니다. 유령과의 이상한 거래나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 미래에서 온 또 다른 나라는 설정과 과학적인 근거나 배경 설명 없이 밑도 끝도 없는 대소동이 일어난다는 전개가 유사하거든요. 그러나 도라에몽처럼 작정하고 아동 - 개그물로 나간 것도 아니고, 나름 진지한 복선을 깔고 있으면서 결말이 뭔가 석연치 않다는 점에서 이도저도 아닌 듯한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차라리 작정하고 즐겁게 달려주었더라면 훨씬 나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토모에의 가면"은 초·중반은 진지한 괴담류의 호러물인데 마지막 결말은 개그에 불과한 당황스러운 작품으로 디씨에서 봄직한 썰렁 호러 개그 수준의 졸작입니다. 좋은 점을 찾는다는 게 힘들 정도였습니다.

"3명의 침략자"는 데즈카 오사무가 중요한 배역으로 등장하여 스스로의 희생으로 분위기를 호러스럽게 만들기는 하나, 이후의 결말이 개그스러울 뿐 아니라 독자의 상상의 범주 안에 머무르기에 역시나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나름의 반전이 있다는 점 하나는 괜찮았기에 "토모에의 가면"보다 살짝 좋은 정도랄까요? 별 차이 없는 평균 이하의 작품이긴 합니다.

3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팔각형의 저택"은 두 명의 내가 있다는 전형적인 패러렐 월드물인데 설득력 없는 전개에 더하여 급작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운 결말은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생각하기가 귀찮아서 대충 마무리한 느낌마저 들어요.

"브룬넨의 수수께끼"는 지금 읽기에는 낡아 빠진, 뻔하디 뻔한 판타지 멜로 + 크리처물입니다. 미지의 미녀와 그녀의 애인, 우연히 사건에 휩쓸린 주인공과 그들을 위협하는 미녀와 관계 있는 크리처라는 설정과 이야기 모두 너무나 전형적이어서 놀랐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한 치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지...

"추락기"는 독특한 반전 블랙코미디 장르물이기는 하나 역시나 지금 읽기에는 너무 오래된 소재와 설정, 전개였습니다. 더 웃겨줬더라면 점수를 줄 만했는데 조금 아쉽긴 하네요.

상당히 묵직한 정통 SF "크레이터의 남자"도 발상과 전개, 주제의식은 좋았으나 지금 읽기에는 핵전쟁의 공포가 만연했던 냉전 시대의 흔해빠진 SF물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어요.

아예 볼 만한 작품이 없는건 아닙니다. 2권에서의 "두 개의 드라마"는 어이없는 전개에도 불구하고, 결말의 반전으로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 게 나름 명쾌한 맛이 좋았습니다. 3권의 "풍혈(風穴)"은 설정이 황당하고 전개도 설득력이 없기는 하나 결말이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던 심리 호러물이었고요. 복잡한 인간 군상이 폐쇄된 비행기 안에서 대형 독거미로 갈등을 일으킨다는 "졈보"도 하나의 이야기로서의 완성도는 확실한 편이라 읽을 만했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인 분량에 비해 좋은 점수를 줄 만한 부분은 많이 빈약한 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네요.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솔직히 그린 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 느낌이에요.

별점은 2권은 1점이고 그나마 읽을 만한 작품이 더 많은 3권은 1.5점입니다. 역사적이고 자료적인 가치 이외의 다른 장점을 찾기는 어려웠고 가격도 많이 비싼 편이니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작가의 팬이 아니시라면 구태여 찾아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09/12/30

2009 내 블로그 리뷰 총결산

여섯번째 결산 보고입니다. 6년차에 접어들었군요. 12월은 아직 남아있지만 남은 기간 동안 책을 더 읽을 일은 없을 것 같아 포스팅올립니다.

올해는 만화와 잡지류 제외하고 총 90권을 읽었네요.
분포는 1월달 7권 / 2월달 9권 / 3월달 9권 / 4월달 8권 / 5월달 8권 / 6월달 9권 / 7월달 11권 / 8월달 6권 / 9월달 3권 / 10월달 6권 / 11월달 7권 / 12월달 7권인데 9월달에 굉장히 부진한 것이 눈에 뜨입니다. 프로야구 시즌 막판이라 야구에 너무 집중한 탓이죠....9월달에 몇권만 더 읽었어도 100권 채울 수 있었을것 같아 너무 아쉽네요. 또 90권 중 추리 / 호러관련 독서가 무려 60권이라 지나칠 정도로 장르편식이 심했던 것도 반성해야겠습니다.
그래도 작년의 82권보다는 독서량이 약간이나마 증가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아야겠네요.

그럼 결산 들어갑니다~ 언제나처럼 제 블로그에 올린 리뷰들 중에서만 선정했습니다.


2009년 베스트 추리소설 :
경성탐정록 - 한동진
단지 재미로서만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너무나 의미있는 책이기에 반드시 꼽고 싶습니다.
내년도 베스트에는 경성탐정록 2편이 선정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네요.


2009년 워스트 추리소설 : 별점 1점짜리가 올해에는 두작품이네요.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블로그에 올렸던 평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추리물도 아니고 스릴러도 아니고 호러도 아닌 애매모호함에 더불어 제가 싫어하는 잔인한 고어적 묘사 등 좋은 면을 도저히 찾아보기 어려웠던 작품.

"기세이혼센 살인사건"
블로그에 올렸던 평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엔간한 졸작은 수작으로 보일만큼 추리와 설정, 내용 모두 별로였던 작품.


2009년 베스트 장르 문학 :
앨저넌에게 꽃을
블로그에 책 리뷰를 올린 6년 동안에 처음으로 (아마도?) 나온 별점 5점짜리 작품. 뭐 더 말이 필요 없죠.


2009년 워스트 장르 문학 :
도서실의 바다
수록 작품 중 좋은 작품도 있었고 별 2점으로 워스트라고 하면 좀 섭섭하겠지만... 예고편을 돈받고 파는 행태는 참기 힘들기에 선정합니다.


2009 베스트 역사 관련 도서 :
별난 전쟁, 특별한 작전
재미와 지식전달 모두 만점에 가까운 책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그 외에는 다 고만고만해서 특별한 워스트는 없습니다)


2009년 베스트 전공관련 / 스터디 도서 :
"초난감기업의 조건"
올해 전공관련하여 읽은건 딱 한권! 하지만 별 4점짜리인 알짜배기였습니다.


2009년 베스트 기타 도서 :
"야구란 무엇인가"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의 별 5점짜리 도서입니다. 야구를 좋아한다면 별 5점짜리 걸작 도서죠. 야구를 싫어한다면 별점 1점의 값어치도 없을테지만... 그나저나 올해는 유래없이 별 5점짜리 책이 두권이나 되는군요.

2009년 워스트 기타 도서 :
2012 아마겟돈인가, 제 2의 에덴인가?
아주아주 약간의 자료적 가치 외에는 건질 요소가 전무한 책입니다. 읽은 시간이 아까울 정도였어요.


2009 베스트 추리 / 호러 만화 :
"환영박람회 2" 와 "QED 33권" 동시수상
단편 옴니버스 두 작품이 별점 4점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QED는 무려 33권임에도 여전한 재미를 준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네요. 환영박람회도 작화와 내용 모두 안정적인 좋은 작품이었고요.


2009 워스트 추리 / 호러 만화 :

"탐정이 되는 893가지 방법 3권"
이론의 여지가 없는 최악의 만화. 쓰레기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 단지 시리즈를 매듭짓기 위한 어처구니 없는 완결편. 차라리 안 나왔더라면 시리즈 전체가 욕먹지도 않았을텐데 앞작품의 좋은 인상마저 쌈싸먹은 망작입니다.


2009 베스트 영화 :
슬럼독 밀리어네어 :
아카데미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한 올해 최고의 영화!
(워스트는 별 2점짜리가 많기에 생략합니다)


결산평 :

일단 추리 소설 쪽에서는 많은 고전과 명작들이 많이 소개되어 참으로 풍부한 한해가 아니었나 싶네요. 하지만 널리 알려진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작품 자체는 그닥인 작품들이 많다는 것이 좀 의외였달까요? 그래도 추리소설 독자로는 무척이나 즐거운 한해였던 것은 분명합니다. 기타 다른 도서들은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새롭게 접한 작가들의 좋은 책이 많았던 것 같네요.

내년에도 많은 책들과 함께 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상으로 올해 결산을 마칩니다~

2005/05/19

크리시 시리즈 (1,2,4,5) - A.J 퀸넬 / 이종인 : 평균 별점 2.5점

크리시 1 - 6점
A. J. 퀸넬 지음, 이종인 옮김/시공사
크리시 2 - 6점
A. J. 퀸넬 지음, 이종인 옮김/시공사
크리시 4 - 6점
A. J. 퀸넬 지음, 이종인 옮김/시공사
크리시 5 - 6점
A. J. 퀸넬 지음, 이종인 옮김/시공사

얼마전 개봉되었던 덴젤 워싱턴 주연작 "Man On Fire"의 원작소설 시리즈입니다. 17세에 해병대를 입대하였지만 상관 폭행죄로 2년 뒤 불명예제대한 후 베트남전에서 시작해서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를 망라하는 전대륙의 전장을 용병으로 누빈 전쟁의 프로 크리시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이지요. 총 시리즈 5권 중 3권은 없어서 1,2,4,5권만 차례로 읽었는데, 1권은 영화화된 "불타는 사나이", 2권은 "죽음을 부르는 사나이", 4권은 "저주받은 욕망", 5권은 "지옥에서 온 사나이" 라는 제목입니다.
1권은 보디가드로 일하던 크리시가 보호하던 소녀가 유괴당해 죽자 그녀를 유괴한 마피아를 단신으로 일망타진한다는 이야기, 2권은 1권에서 만나 결혼한 아내와 딸이 비행기 테러로 죽자 테러리스트의 두목을 자신이 키운 양아들 수제자와 함께 처단하는 이야기, 4권은 아프리카 코뿔소 밀렵조직과 홍콩 트라이어드 최대 방파를 일거에 박살내는 이야기, 5권은 크메르루주의 한 단체와 그 두목을 작살내는 이야기입니다.

작품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소규모의 전쟁에 퍼니셔를 연상케하는 슈퍼 히어로(?)가 활약한다는 내용이에요. 미국판 무협지라고나 할까요? 약간 바꿔 설정한다면 "주인공 구리시(求理屍)는 과거 소림사의 제자로 입문했지만 쫓겨난 뒤 여러 작은 방파를 돌며 무공을 익혀 스스로 일가를 이룬 고수로 속한 방파의 명에 따라 중원에 피바람을 불러온 고수. 하지만 무림에서 떠난 뒤 권태감과 상실감에 시달리며 음주로 나날을 보내던 중 한 표국의 딸을 호위하는 임무를 맡은 후, 그 꾸냥과 서로 애틋한 감정을 나누며 서서히 재기하게되나 꾸냥이 녹림의 무리에게 납치당해 능욕 후 죽음을 당하고 그도 사경을 헤메는 중상을 입게 된다. 그러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뒤 그는 복수를 결심하고 한 사찰에서 은거하며 상처를 치료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춰 무림 최대의 세력을 자랑하던 녹림방에 단신으로 도전하여 그들을 전멸시키는데..... "(이상 1편 줄거리)인 셈입니다. 시리즈 모두가 이런 식이고요. 전쟁의 프로 크리시의 적은 무조건 죽음, 적이 속한 단체는 박살!이고 크리시의 친구들은 의리와 우정으로 움직이는 프로들로 구성된 용병집단. 여자들은 크리시의 매력에 빠지거나 적이거나 아니면 돌봐줘야 하는 인물들로만 묘사되는, 그야말로 강한 남자들만이 살아 숨쉬는 마쵸이즘으로 가득한 내용입니다. 이러한 점에서는 영화화 된 것도 당연하다 생각될 정도에요. 그야말로 상투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내용이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비현실적인 부분을 덮어 줄 수 있을만큼 용병이라는 설정에 기반한 여러 무기나 전투에 대한 묘사가 디테일하면서도 현실적이라는건 큰 장점입니다. 작가가 실제 군경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에요. 또한 작전을 위한 여러 방면에서의 무기 조달, 공격 방법, 군자금(?)입수 및 처리 등에 대한 묘사 역시 굉장합니다. 무엇보다도 소설의 핵심이 되는 복수를 위한 "작전"들에 대한 부분은 정말 손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재미있더군요. 말없는 전투기계 원맨아미 크리시를 비롯해 그의 여러 동료들에 대한 자세한 설정도 마음에 들어서 다른 가족들은 다 죽어도 이 친구들만은 살아남기를 독자 입장에서 바랠 정도였습니다. 모든 책 마지막 부분에 군사평론가 양욱씨의 "무기도감"이 부록으로 실려 있는데 이것도 몇페이지 안되지만 꽤 볼만했고요. 

허나 마쵸이즘의 부산물이라 할 수 있는 지나친 폭력성과 성적인 묘사는 부담스러웠어요. 1편은 보호하던 소녀가 강간당해 죽고 2편에서는 아내와 딸, 새로 얻은 아내가 죽고 4편에서는 수제자로 키운 양아들이 죽고 애인이 강간당하는 등 복수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잔인한 죽음과 성적 폭력이 난무하거든요. 특히 1편의 소녀와 4편의 중국 여성은 정말 불쌍하다 생각될 정도로 리얼한 묘사를 보여줘서 더욱 그러합니다(영화판에서는 소녀의 죽음을 원작과는 다르게 했더군요. 전형적 헐리우드 스타일로 바꿔 놓았더라고요.).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늘어나는 성적 묘사는 지하철에서 펼쳐놓고 읽기에는 창피할 정도로 장황합니다. 제일 황당한 묘사는 "비단으로 만든 굴(?)"이라는 부분입니다...

그래도 최소한 "재미" 측면에서는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시리즈입니다. 구태여 평하자면 1편과 4편은 추리적으로 약간의 연결고리를 가진 요소들과 복선이 존재해서 보다 복잡한 구성의 재미를 가져다 주고 2편과 5편은 "전투"와 "작전"측면이 더 재미있는 작품이었어요. 킬링타임용으로는 꽤 괜찮은 선택이라 생각되기에 별점은 평균해서 2.5점입니다. 하지만... 여성분들에게는 절대로 비추천이니 참고하세요.

2015/10/15

군화와 전선 2- 하야미 라센진 / 성동현 : 별점 2.5점

군화와 전선 2 - 6점
하야미 라센진 지음, 성동현 옮김/이미지프레임(길찾기)

하야미 라센진의 판타지 밀리터리 만화 2권, 완결권입니다.

나쟈와 바센카 콤비가 동부전선에서 독일군과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가 옴니버스 단편물로 수록되어 있다는 건 1권과 같습니다. 특징이라면 러시아 고유 신화와 전설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고요. 신성한 곰, 물가에 사는 정령 루살카, 파르티잔 리더 "승리의 유리"(성 게오르기), 악령 쵸르트, 여름의 정령 폴루드니차, 전설의 영웅 일리야 무로메츠와 불사신 코시체이, 괴물 솔루베이 라즈보이닉, 집에 사는 노파 요정 키키모라, 성녀 파트니차, 머리 셋 달린 악룡 즈메이 고리니치(킹기도라?) 등 마지막 편을 제외하면 모든 이야기에 러시아산 정령과 영웅들이 등장합니다. 이는 1권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2권에 등장하는 신화와 전설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이야기, 특히 "전쟁"에 개입해 드라마를 만들어간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전설의 영웅들이 러시아의 승리를 위해 싸우기 때문입니다.
또 2차대전과는 관계없이 마지막 결말에서 나쟈가 "죽음"과 한 판 승부를 벌여 바센카를 구해내는데, 여기서 약간 백합물스러운 느낌을 전해주는 것도 나름 괜찮았습니다. 작가가 노린 듯싶기도 합니다.

다만 1권보다는 아무래도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점, 마녀 바센카의 활약보다는 이런저런 정령과 요정들의 활약이 주가 된다는 점은 단점입니다. 2권 만에 완결된 것도 작가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무엇보다 작품의 매력이라 할 수 있는 일러스트 칼럼의 재미가 많이 반감된 것은 정말 아쉬웠습니다. 나폴레옹 시대의 프랑스 군복이나 혁명 전 프랑스 드레스, 여걸들, 중세와 근대 유럽의 식사와 일본의 식사 등 다양한 소재를 망라해 소개하고 있는데, 작가의 넓은 지식은 충분히 느껴졌지만 아무래도 그다지 관심이 가는 소재들이 아니었습니다. 1권에서는 러시아산 무기나 각종 장비 등 관심거리가 많아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게다가 글이 너무 빽빽해서 읽기조차 힘든 점도 문제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무난한 수준이지만 1권보다는 재미와 신선함 모두 부족했기에 감점합니다. 그래도 깔끔하게 완결된 점 하나만큼은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2005/11/02

강력 1반 - 요코야마 히데오 글 / 토코로 주조 그림 : 별점 3.5점

강력1반 4 - 8점
토코로 주죠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석원님의 추천으로 보게 된 추리 만화 시리즈입니다.

몰랐는데 원작이 따로 있더군요. 원작자 요코야마 히데오는 일전에 "사라진 이틀"이라는 작품으로 접해 본 적이 있습니다. "사라진 이틀"의 경우 추리소설은 아니라 생각되었던 만큼 원작자가 이 사람인줄 모르고 구입했기에 표지만 보고 이거 또 뒤통수 맞는거 아닌가 싶었지만 의외로 정통적인 경찰 수사물이고 또한 재미까지 있어서 놀랐습니다.
현재 4권까지 발간중인데 1권은 수사 1과 1반, 2권은 2반, 3권은 3반이 각각 권마다 주역이 되어 하나의 이야기가 완결되며, 4권은 수사 1과 과장이 1,2,3반을 통솔하며 3건의 다른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으로 하나의 싸이클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다른 만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상당히 독특한 방식으로, 매 권마다 저마다 특색있는 반원들과 캐릭터성이 강한 반장을 주인공으로 이야기 중심이 이동함으로써  흥미와 재미를 배가시킵니다.
경찰들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무게감있는 수사물은 만화에서도 엄청나게 많았지만 보아온 바에 따르면 대체로 주인공의 활약에 기댄 액션 영웅물에 다름아닌 작품들이 태반이었죠. 하지만 이 작품은 수사과정 전개의 대부분을 용의자 취조에 할애하는 등 나름대로 현실감을 잘 살린 설득력있는 전개, 그리고 바스트샷을 위주로 하는 담담하면서도 리얼하지만 조용한 그림 등으로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웃지않는" 야스마사 반장이나 공안 출신의 냉정한 2반 반장 마사미 같은 만화적인 캐릭터도 스토리에 잘 조합시켜 독특하면서도 성공적인 정통 추리-수사 만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어설픈 면도 많이 눈에 띕니다. 특히 1권같은 경우에는 트릭이 좀 난데없고 진상을 파악하는 경위도 납득하기 어렵더군요. 그래도 2권 이후부터는 트릭이나 전개, 설정 모두 상당한 수준을 보여줘서 추리 매니아로서도 만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3권의 이야기가 추리적으로나 이야기의 완성도로나 제일 좋았다 생각되네요. (물론 저는 1반 반장인 "파란귀신" 야스마사가 제일 마음에 들어서 1권도 좋아하긴 합니다만...)

어쨌건 구입하고 후딱 읽어버린 재미난 작품이었습니다. 간만에 기대되는 추리-수사 만화를 하나 발견한 것 같아 기분이 무척 좋네요. 4권 이후가 빨리 나왔으면 합니다. 추천해 주신 석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2020/01/26

레이디 조커 2, 3 - 다카무라 가오루 / 이규원 : 별점 2.5점

레이디 조커 2 - 6점
다카무라 가오루 지음, 이규원 옮김/문학동네
레이디 조커 3 - 6점
다카무라 가오루 지음, 이규원 옮김/문학동네

이벤트에 당첨되어 읽게 되었던1권에 이어, 거의 2년여 만에 읽게 된 후속권입니다.

1권이 주요 등장인물 소개 및 히노데 맥주 사장인 시로야마 납치 사건이라는 본 사건의 전초전이 벌어지는 도입부라면, 2권은 히노데 맥주를 협박하는 범죄집단 '레이디 조커'의 범죄 행각과 요구했던 거액의 돈을 손에 넣는 과정, 그리고 경찰에서 시로야마 사장의 안전과 사건 수사를 위해 파견한 고다 형사가 이런 저런 단서들을 통해 범인의 정체를 차츰 눈치채 가는 과정이 주로 그려집니다. 중간에 대화가 단절된 것에 대한 분풀이로 레이디 조커가 경고했던 맥주 내 이물질 투입이 벌어지고, 이후 히노데 맥주의 임원이자 시로야마 사장의 처남이기도 한 스기하라의 자살이 대미를 장식하고요. 여기에 기자 네고로가 사건 이면에 주식 매매를 둘러싼 네트워크 존재를 알아내고 관계자들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이 곁들여져 있습니다.
그러나 3권에서는 레이디 조커 사건의 비중은 미미합니다. 레이디 조커 멤버들과는 거의 무관한 2차 범행 및 경찰의 끊임없는 수사 과정과 네고로 기자의 실종으로 촉발된 오카다 경우회 검거 및 관련자들의 재판을 주로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범행에 성공한 레이디 조커 멤버들은 등장은 거의 후일담 수준이며, 히노데의 시로야마 사장과 오카다 경우회 관계자들 비중이 훨씬 큽니다.

즉 레이디 조커 사건은 2권까지가 핵심인데, 2권에서 레이디 조커 일당의 범죄 계획, 그리고 그에 따른 범행 과정은 흥미롭습니다. 다카무라 가오루 작품답게 심리 묘사도 발군이고요. 특별한 근거 없이 심리 묘사 만으로도 범행의 동기가 설명될 정도니 말 다했죠. 다카무라 가오루는 제 머그컵이 저를 살해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머그컵 시점에서 설득력있게 그려낼 수 있는 작가니까요.
경찰 수사와 네고로와 구보 등 기자들의 취재 활동, 시로야마 등 히노데 맥주 관계자들의 업무 및 회의, 레이디 조커 일당의 경마장 묘사 등 등장하는 모든 장소, 상황 및 행동에 대한 디테일도 아주 빼어납니다.

그런데 이렇게 길게 끌고 가면서 도대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묘사 과잉의 애매모호한 전개와 결말을 갖춘 그런 작품이에요. 무려 3권, 페이지로는 1,000여 페이지에 가까운 대장편의 결말이 30여 페이지도 안될 정도입니다.

우선 레이디 조커 사건부터 제대로 끝맺지 못합니다. 고다의 말대로 한다가 본인 스스로 범인이라고 주장했음에도 왜 체포하여 심문하지 않는지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정신 이상으로 퉁쳐서 넘어가기에는 어려워보이는 대형 사건이잖아요? 물론 경찰이 내부에 범인이 있다는 희대의 스캔들을 감추기 위해서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랬다면, 한다를 추궁하던 고다라도 그 사실을 독자에게 독백 식으로나마 설명해주는게 필요했습니다.

그 외에도 설명되지 않는건 많습니다. 레이디 조커 일당인 누노카와가 돈도 제대로 챙기지 않고, 레이디를 둔 채 사라진 이유가 무엇인지, 역시나 일당인 고가 벌인 마이니치 맥주를 노린 2차 테러의 목적과 결과가 무엇인지 등이 그러합니다.
3권의 핵심 이슈인 시로야마 사장의 고뇌를 불러일으키는 오카다 경우회와의 악연 역시 마찬가지에요. 정작 오카다 경우회를 중심으로 한 악의 세력은 도대체 누구이며 어떻게 되었는지 등도 모두 심리 묘사나 정황 묘사가 전부입니다. 시로야마 사장이 저격당해 사망하는 등 제대로 마무리 되지 못할거라는 인상만 강하게 심어줄 뿐이죠. 무언가 진행된 것 처럼 보이는 검찰 수사 결과도 등장하지 않으며, 네고로 기자의 실종 역시 진상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똑같습니다.

 물론 모든 사건들이 깔끔하게 해결되는게 오히려 현실적이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범죄를 테마로 한 순문학을 추구하는 다카무라 가오루다운 작품이기도 하고요. 읽다보면 누노카와는 삶에 대한 열정을 잃었고, 고는 단지 주가 조작이 목표였으며, 오카다 경우회는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큰 흑막이 있다는 정도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단 하나의 예외 없이 모든 사건이 흐지부지 끝나버린다는건, 관심있게 수백여 페이지를 읽어온 독자에 대한 예의는 아니지 않나 싶네요.

심리 묘사도 좋다고는 하지만, 고다 형사를 비롯하여 네고로 기자, 시로아먀 사장 등 주요 등장 인물 중심으로 시점이 자주 바뀌며, 묘사도 지루하고 장황한 편이라 읽기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등장 인물들 모두가 생각이 너무 많은 탓이에요. 특히 주인공 격인 고다 형사와 범인들의 리더격인 한다가 심합니다. 사건에 대한 추리 외에도 개인적인 생각과 호기심도 많고, 심리도 복잡한 인물인 탓입니다.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그릴 필요가 있었을지는 의문이에요. 그리고 욕정을 품었다 운운하는 묘사는 등장하지 않느니만 못했고요.
또 고다는 작가의 시리즈 캐릭터인데 다른 작품들보다는 더 멋을 들인 티가 납니다. 바이올린 연주를 즐기며,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나 "티보가의 사람들" 등을 읽는다는 등의 설정을 마구 덧붙인 덕분이죠. 그러나 멋있기는 한데,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는 않더라고요. 모든 형사가 술, 담배를 즐기고 폭력적이라는게 오히려 편견이겠지만 그래도 더무 극단적으로 반대되는 캐릭터를 설정해 버리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다카무라 가오루의 장점과 단점 모두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좋은 작품이기는 한데, 제 취향은 아니었어요.여기서 심리 묘사를 덜어내고 깔끔하게 이야기를 끝맺었다면 보다 대중적이며, 보다 제 취향의 작품이 될 수 있었을텐데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2006/05/04

밤 그리고 두려움 (Night & Fear) 1~2 - 코넬 울리치 / 하현길 : 별점 3점

밤 그리고 두려움 1
코넬 울리치 지음, 프랜시스 네빈스 편집, 하현길 옮김/시공사

격조했습니다. 그동안 생각지도 못한 여러 일이 겹친 탓입니다. 요새 책 몇권 구입했으니, 부지런히 리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5월 리뷰의 첫 빠따(?)는 '윌리엄 아이리쉬'로도 잘 알려진 코넬 울리치의 단편선입니다. 시공사에서 발간되었습니다. 1,2 권으로 분권되어 있는데 크기와 장정은 마음에 듭니다. 외모는 합격점!
내용 역시 알찹니다. 코넬 울리치(윌리엄 아이리쉬) 특유의 분위기를 짙게 풍기면서도 재미도 있는 단편들로 가득차 있기 때문입니다. 전부 국내 초역된 작품들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작품은 1권에 8편, 2권에 6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1권이 훨씬 좋았습니다. 긴박함과 스릴 가득하고 하드보일드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제임스 엘로이의 대선배라 할 수 있는 코넬 울리치의 진가가 잘 보이는 작품들이 많거든요. 제임스 엘로이 작품과는 경찰의 폭력이 독자의 공감을 얻게끔 하는 구성이라는 차이가 있는데, 이 역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권선징악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라면, 1권에서는 앞서 말한 권선징악적 요소가 잘 드러난 "용기의 대가"와 하드보일드 모험 소설같다는 색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요시와라에서의 죽음", 작은 사건이지만 서스펜스가 넘치고 심리묘사가 발군이라 거장의 풍모를 느낄 수 있었던 "앤디코트의 딸", 마지막으로 부정을 저지른 형사에 대한 이야기인 "윌리엄 브라운 형사"를 꼽습니다.
2권에서는 경찰의 아들이 대사건에 뛰어드는 "유리 눈알을 추적하다"와 굉장히 이색적인 트릭이 겹치는 "죽음을 부르는 무대"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중 "유리 눈알을 추적하다"는 동화적인 요소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코넬 울리치의 색다른 모습을 느낄 수 있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그러나 편저자 프랜시스 네빈스가 밝히듯, 작가의 다른 작품 플롯과 분위기를 그대로 차용하여 재생산한 작품들은 모르고 읽는다면 괜찮겠지만 알고 읽으면 뭔가 속았다..라는 느낌도 들기는 합니다. "댄스 한번에 10센트 (춤추는 탐정)"을 그대로 베낀 듯한 작품처럼 말이지요.

그래도 코넬 울리치 탄생 100주념 기념 단편집이라는 부제에 걸맞는 멋진 단편집인건 분명합니다. 추리시장에 한줄기 단비같은, 저같은 단편 추리 매니아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선물이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덧붙이자면 2권 뒤의 실려있는 편저자 프랜시스 네빈스의 서문도 상당한 분량에다가 내용 또한 코넬 울리치의 삶과 작품세계를 잘 요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은데, 소개된 작품들 중 다양한 장편들, 특히나 Black 시리즈 작품군이 무척 땡기더군요. 코넬 울리치 명의이건 윌리엄 아이리쉬 명의이건 제가 읽은 장편이라고는 어린이용 "공포의 검은커튼"과 "환상의 여인"밖에 없는데 다시 제대로 번역되어 나오면 좋겠습니다. 번역자 후기에 따르면 번역자도 번역하고픈 마음이 든다니 적극! 추진하시기 바랍니다.

2017/12/28

2017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2016 내 블로그 리뷰 총결산

14차, 열 네번째!를 맞는 블로그 결산입니다. 열네살이라... 블로그 생활도 이제 중학생 레벨에 진입한다니 감개무량합니다.

숫자부터 정리해보면, 2017년 읽은 책 중 리뷰를 남긴 책은 추리 / 호러 장르문학 52 (53)권, 기타 장르문학 3 (8)권, 역사서 15 (18)권, 디자인 및 스터디 도서 2 (4)권,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9 (9)권, 기타 도서 20 (15)권으로 모두 101 (107)권입니다(괄호는 작년). 작년보다 소폭 줄었지만 100권은 넘겼으니 만족합니다. 

각 항목별 베스트 - 워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17년 베스트 추리소설 : 

"올빼미의 울음" 

단평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장편 중에서 재미와 함께 서스펜스를 가져다 주는 보기드문 수작.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추리, 호러 장르물 중 별점 4점 이상 작품은 단 한편도 없습니다. 이 작품 홀로 별점 3.5점을 받았을 뿐이죠. 전반적으로 흉작인데, 내년에는 좀 더 재미있는 작품을 많이 읽었으면 합니다.

2017년 워스트 추리소설 : 

"나를 사랑한 스파이" "후쿠오카 살인" 

단평 : 과연 바닥은 어디인가? 

올해 별점 1점을 받은 쓰레기는 이 두 편입니다. 뭐라 이야기하기도 어려운 수준의 망작들입니다. 꼭 피해가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7년 베스트 /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수상작 없음" 

올해 기타 장르문학은 딱 3권밖에 읽지 않아 선정할 작품이 없네요.

2017년 베스트 역사 도서 : 

"보석 천 개의 유혹" 

단평 : 첫번째 장은 별점 5점도 아깝지 않음. 

올해는 역사 도서 중에서 "대지를 보라" "북로우의 도둑들" "보석 천 개의 유혹" 이 별점 4점이었습니다. 무려 세 권이나 별점 4점이라니 대단하지요.
전부 재미와 가치를 동시에 지닌 좋은 책들이지만 이중 한 권을 꼽는다면, 일제 강점기 시대에 대한 개인적 관심사가 크게 작용한 "대지를 보라", 특정 특정 소재에 집중한 "북로우의 도둑들" 보다는 재미와 대중적인 측면에서 앞서는"보석 천 개의 유혹"을 올해의 베스트로 꼽습니다.

2017년 워스트 역사 도서 :

"수상작 없음" 

역사 도서는 좀 가려읽는 편이라 워스트가 대체로 없습니다. 올해 별점 2점 짜리 책은 두 권인데 "워스트"라고 할만한 책들은 아닙니다.

2017년 베스트 디자인 / 스터디 도서 : 

"수상작 없음" 

읽은 책이 2권 밖에 안되기에 평가가 불가하네요.

2017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수상작 없음" 

올해 읽은 10권 모두 고만고만해서 딱히 베스트는 없습니다. 별점 3점짜리 책은 4권인데 이 정도 별점은 베스트로는 좀 애매하죠.

2017년 워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진짜? 가짜?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본 음식 이야기" 

단평 : 전반적으로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크다. 

온갖 잡다한 정보를 담아내어서 주제에 걸맞지도 않았고, 깊이있는 내용도 부족한 등 총체적 난국입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e-book 으로 읽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2017년 베스트 기타 도서 : 

"작가의 수지" 

단평 : 이쪽 바닥에 속한, 관심있는 사람들 모두의 필독서.

작가로서의 벌이에 대한 상세한 정보 전달은 물론 여러모로 허투루 듣기 어려운 프로 작가의 의식이 선명히 빛나는 멋진 에세이입니다. 재미까지 있으니 별점 4점을 받는건 당연하지요. 이 쪽 바닥 (출판)에 어떤 식으로든 속해 있거나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한 번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2017년 워스트 기타 도서 : 

"윤광준의 신 생활명품" 

단평 : "생활 명품"과는 몇 광년 멀어지다. 

올해 기타 도서 중 별점 1.5점을 받은 책은 이 책과 "학교 출입 금지" 의 두 권입니다. 그래도 "학교 출입 금지" 는 애초부터 제 취향은 아닌, 아동용 성장기 비스무레한 책이라 그렇다 치더라도(딸이 골라줘서 억지로 읽었을 뿐입니다...) 이 책은 너무나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당당한 올해의 워스트에요. "생활 명품" 이라는 말이 아까운, 그냥 비싼 명품 소갯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널리고 널린 광고가 태반인 명품 소개 잡지와 구분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오히려 최신 트렌드나 신상을 소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잡지보다도 못합니다.

그 외 만화는 "피너츠 완전판 5"가 별점 4점으로 올해의 베스트이며, 다른 작품들은 대체로 무난했습니다. 딱히 소개해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결산평 : 

순수한 책만 따져서 올해도 완독한 책이 100 권이 넘네요. 이 정도면 취미인으로 할만큼 했기에 만족스럽습니다. 추리, 호러 등 장르 문학은 최근 점수가 별로 좋지 않지만, 그래도 작년 보다는 조금 나은 듯 해서 다행이고요. 내년에는 보다 재미있고 가치있는 작품을 많이 읽게 되면 좋겠습니다.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 원하시는 일 다들 이루시는 그런 한해 되시기를 바랍니다. 작년, 그리고 재작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이라면 남들이 관심갖지 않는 사소하고 디테일한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정말로 세심한 분임이 분명할테니 내년에는 더욱 잘 되실거에요. 사랑합니다~!

2020/01/30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3)

애정하는 작품인 "술 한잔 인생 한입"의 작가 라즈웰 호소키가 온갖 초밥을 연구하며, 심지어 직접 초밥을 쥐기까지 하는 과정의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다룬 작품입니다.

음식, 특히 초밥 및 각종 관련 정보를 재미와 함께 잘 제공해 주는게 좋습니다. 나무젓가락이 무려 네 등급이 존재한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또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직접 실험하고 경험한 내용이 많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편의점 초밥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여러가지 실험해보거나, 초밥과 가장 잘 어울리는 차를 찾기 위해 이런저런 차와 함께 먹거나, 초밥의 간을 여러가지로 만들어 먹어 본다던가, 맥주에 가장 잘 어울리는 스시를 만들어 본다던가(심지어 그 중 하나는 소시지 스시!) 하는 식으로요. 이 과정에서 터득한 레시피 제공도 아주 좋습니다. 스키야바시 지로의 메인 셰프인 지로 씨의 스시를 먹은 경험담 등도 값지고요.

그러나 단점도 큽니다. 가장 큰 단점은 1권과 2권은 1/3 가량이, 3권은 2/3 이상이 전혀 다른 만화로 채워져 있다는 점입니다. 1권은 작가가 여행하면서 이런 저런 음식을 먹었던 일상계 여행 에세이 만화가, 2권은 약간 소심한 식도락가 샐러리맨 에비코지 아지마로가 등장하는 "내 멋대로 1성 식당"과 "술 한잔 인생 한 입"의 스핀오프 같은 "소라의 술", 3권은 목욕이 취미인 공무원 센타로의 목욕 생활을 다룬 "속세 목욕"이 각각 수록되어 있거든요. 이 만화들이 재미가 없는건 아닙니다. 그러나 이렇게 분량을 차지해가면서 수록한건 반칙같이 느껴져 기분이 별로 좋지 않네요. "라스시"만으로는 두 권 분량으로 충분했을텐데 말이죠.
이 단점에 비하면 모든 음식들에 대해서 작가의 취향이 강하게 반영되었으며, 한글화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단점는 사소할 뿐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고화질] 미식탐정 란포 2권 (완결) - 6점
Kusumoto Tetsu/미디어팜

'식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지론을 가진 탐정 우타가와 란포가 의뢰받은 조사 대상이 먹는 음식을 같이 먹으면서 의뢰를 해결한다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브리아 샤바랭탐정화한 아이디어지요.

억지도 있지만, 정말로 먹는 걸로 의뢰를 해결하거나, 상황을 예측하는게 나름 설득력있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같이 소금구이를 좋아하는 그녀의 진심이 알고싶다는 의뢰를 받고, 미행을 통해 사실은 그녀가 양념 구이도 좋아하는 사실을 밝혀내어 그녀의 마음을 알게된다는 식으로요. 또 주인공 란포의 식도락 철학과 각종 요리 관련 설명 및 묘사도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 패턴이 단순하며, 조사 대상이 란포가 있는 음식점에 찾아올 정도로 너무 일(미행, 탐문 조사 등)이 쉽게 풀리는 전개 탓에 드라마가 별 볼일없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아울러 요새 트렌드와 맞지 않는 작화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혼술 땡기는 날 - 4점
다케노우치 히토미 지음, 김진희 옮김/애니북스

집순이 히토미가 이런저런 술을 즐기는 이야기. 기본적으로 집에서 먹더라도 룸메이트가 있을 뿐더러, 여럿이서 같이 마시는 경우도 많아서 '혼술' 이라고 부르기는 조금 애매합니다. '집술'이라고 하는게 훨씬 맞는 표현일텐데 말이죠. 혼술 유행에 편승하려 한 느낌이에요.

그래도 내용은 나쁘지 않습니다. 맛있는 술과 그에 어울리는 안주를 먹는게 전부인데 종류도 여러가지이고, 다 맛있어 보여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레시피들도 대충대충이지만 실려있어서 이해를 돕고요. 

그러나 너무 대충 그린 작화는 문제입니다. 술과 요리까지도 성의없어 보이는 스타일로 일관하고 있는데, 이건 음식, 요리만화로서는 굉장히 치명적인 부분이라 생각되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작화만 받쳐주었더라도 평균 이상은 되었을텐데 아쉽습니다.

2020/08/16

소년탐정 칼레 2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 햇살과나무꾼 : 별점 3점

소년탐정 칼레 2 - 6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논장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름 방학, 붉은 장미군과 흰 장미군의 처절한 (?) 전투가 벌어졌다. 흰 장미군이 빼앗은 붉은 장미군의 보물 '성상'을 지키기 위해 안데스는 에바 로타에게 성상의 위치를 옮겨놓을 것을 지시했고, 명령을 수행하던 에바 로타는 살인 사건 현장을 목격하고 말았다. 범인은 유일한 증인인 에바 로타를 없애고, 증거인 차용증을 회수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데...

1권에 이어 읽게 된 2권입니다. "녹슨 도르래"에서 도야마 점장이 추천한건 이 2권이기 때문입니다. 와카타케 나나미와 도야마 점장 모두 대단합니다. 제가 아동용 추리 소설 시리즈를 2권이나 사게 만들다니!

그런데 2권은 확실히 추천할만 하더군요. 1권에서 단점이라고 말씀드렸던 '장미 전쟁'이 이 작품에서는 글렌 할아버지 살인 사건복선으로 잘 활용되고 있거든요. 에바 로타가 차용증 때문에 다툼이 난 걸 알게된 것 부터 '장미 전쟁' 덕분이에요. 장미 전쟁 중 포로로 잡힌 안데스의 상태를 관찰하기 위해 글렌 할아버지 집 지붕에 올라가다가 할아버지와 손님이 하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되니까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버린 빈 집 지주 저택에서 에바 로타가 범인과 맞닥뜨렸을 때 위험을 알린 방법도 '장미 전쟁'에서 사용된 일종의 암호인 '산적말' 이며, 범인을 지주 저택에 한 개 밖에 없는 열쇠 있는 방에 가두는 데 성공하는 것 역시 '장미 전쟁' 때 한 번 갇혔었기 때문이고요.
에바 로타에게 배달된 초콜릿에 이 들었다는게 밝혀지는 이유도 '장미 전쟁' 덕분입니다. 안데스가 전쟁의 핵심인 '성상'을 숨기려다가 먹지 않고 남겨두었던 초콜릿을 개에게 주었는데, 개가 다음날 크게 아파서 독을 먹었다는게 밝혀지기 때문이죠. 에바 로타와 칼레가 초콜릿을 왜 안 먹었는지는 설명이 부족하지만 이 정도면 복선으로서 두말할 나위 없는 역할을 수행한 셈입니다. 

또 삼총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경찰을 불렀던게 '붉은 장미군'이라는건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칼레가 오줌이 마렵다면서 숲에 들어가, 한창 전쟁 중이라 숲에 숨어있던 '붉은 장미군' 식스텐 삼총사에게 부탁을 해서 경찰이 도착하게 된 것이지요. 주인공 삼총사 외에 다른 지원군은 없을 거라는 맹점을 잘 파고든 좋은 이야기였어요.

그러나 고리대금업자가 살해당한다는 강력 사건이 등장하는 탓에 이게 정말 어린아이용 작품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듭니다. 범인이 유일한 목격자인 아이들마저 죽이려는 흉악범이라는 묘사 역시 그닥이었고요. 살인보다는 차용증 절도 정도로 좀 가볍게 (?) 넘어갔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쉬웠습니다. 아무래도 옛날이 이런 부분에서는 아동용이라도 가차없고 과격했던 듯 합니다.

그래도 별점은 3점입니다. 도야마 점장의 추천만큼의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3권도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2013/12/16

사또 인 다 하우스 2 - 김진태 : 별점 2점

"사또 인 다 하우스 1 - 김진태 : 별점 3점"

2권이 나왔는지도 몰랐는데 네이버북스를 둘러보다가 발견해서 바로 읽게 되었습니다. 2권은 출판물은 없고, e-book으로만 구해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1권의 핵심 재미 포인트가 무엇이었는지 작가가 많이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더군요. 제가 생각한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조선을 무대로 하여 동-서양의 가치관 충돌에서 벌어지는 작가 특유의 지적이며 현학적인 개그들입니다. 예를 들자면 오베르마스의 동-서양 퓨전 사찰인 "육탄사"라던가, 타로점으로 점을 쳐주고 여자 무당과 판타지 배틀을 벌이는 식의 개그들 말이지요. 또 하멜 표류 당시 벨테브레를 통역관으로 불렀으나, 너무 오랜 시일이 지나 말을 잊었더라...라던가, 짐이 소박맞은 여자와 살림을 꾸리는 등 당대 조선의 역사를 나름 연구하여 작품에 응용한 센스도 마음에 들었고요.

그러나 2권은 1권의 단점이었던 과장된 상황에 의존하는 슬랩스틱 개그만 넘치는, 전형적인 캐릭터 개그물에 불과합니다. 그나마의 캐릭터 개그도 로빈슨의 비중이 커지고, 박포교와 육탄사 주지의 힘 대결 같은 뻔한 개그만 반복되어 지루하고요. 사실 로빈슨은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너무 뻔한,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라 큰 재미를 주기는 힘듭니다. 노예였던 짐이 성공하는 과정을 살짝 보여주는 개그 역시 현대 문물인 노래방을 '시조방'이라는 이름으로 조선에 구현한다는 흔해빠진 아이디어라 실망스럽긴 마찬가지고요.

아울러 로빈슨이 눈독들이는 사또의 딸 떡밥은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사로잡은 왜구 사또 나오리가 영의정 딸이라는 억지스러운 설정으로 애매하게, 흐지부지 완결되는 결말도 별로였습니다.

물론 현학적인 재미를 주는 남만초 에피소드, "바람의 화원"으로 제시된 신윤복의 정체에 대한 설정을 "애원 신윤봉"이라는 화가를 등장시켜 조선 최초의 집단 누드화라는 결말로 마무리하는 에피소드에서는 작가의 장점이 유감없이 발휘되기는 합니다(아래의 바위 두 개가 옆에 있는 나무에 기댄 여성의 은근한 표정이 그려진 음란한! 그림 참고).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장점도 있지만 1권에 비하면 단점이 두드러져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그래도 김진태라는 작가의 팬이시라면 대여료도 엄청 저렴하니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09/06/23

최근 읽은 추리만화 짤막한 감상

명탐정 코난 64 - 6점
아오야마 고쇼 지음/서울문화사(만화)

총 4건의 사건이 등장하는 풍성한 구성입니다... 만 마지막 사건은 다음권으로 이어지기에 앞의 세가지 사건만 언급하겠습니다.

첫 번째 사건 : 바다낚시를 나간 소년탐정단이 우연찮게 바다 한가운데 있는 일각암이라는 바위섬에 들렸다가 "아사 (餓死)" 한 시체를 발견하는 내용입니다. 꼬마들은 어렸을때부터 너무 많이 시체를 봐서 그런지 이제는 별로 놀라지도 않더군요. 커서 뭐가 될려고 그러는지...
어쨌건 추리적으로는 피해자가 남긴 암호화된 다이잉 메시지가 등장하는데, 일본어권 독자가 아니면 푸는게 불가능한 암호라서 별로였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어렵게 써서 남긴다는 이유도 설명이 부족하고요. 검은 조직과의 연결고리로 보이는 정체불명의 이웃집 남자 스바루가 얼쩡거린 것 정도가 기억에 남는 평작입니다.

두 번째 사건 : 부자 장님 아줌마인 쇼우도 쿠루미가 과거의 첫사랑(?)을 찾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주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트릭과 단서가 인상적인 소품으로 이번 권의 베스트입니다. 대형 사건은 아니지만 다음 사건으로의 단계를 밟아 나가게끔 만드는 긴장감 넘치는 연출도 좋았어요.

세 번째 사건 : 앞의 이야기와 어느정도 연결되는, 연쇄 살인을 그립니다. 일단 이야기는 꽤 재미있었어요. 특히 동서남북을 의미하는 방향표시 문자를 가지고 끌어나가는 사건의 전개가 그럴 듯 했고요.
그러나 결정적인 힌트가 "일본어"를 알아야만 소화할 수 있는 마작 용어인 탓에 추리적으로는 한계가 보인다는 점, 연쇄 살인에서 가장 중요할 동기가 별로 설득력 있다고 하기 어렵다는 단점은 큽니다. 추리물 부분보다는 사토와 다카기의 애틋한(?) 에피소드가 더 볼만했어요. 뭔가 2% 부족한 느낌이군요.

그래서 전체적인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냥 저냥한 평작 수준이에요.

곤충 감식관 파브르 2 - 4점
키타하라 마사키 지음, 아키야마 히데키 그림/서울문화사(만화)

곤충에 박식한 감식관 하부 료헤이가 등장하여 여러가지 사건을 해결하는 옴니버스 추리물로 모든 이야기에 "곤충" 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아주 예전에 1권을 구입하고 취향이 아니라 넘겼던 작품인데, 집 근처 폐업 대여점에서 권당 200원에 팔기에 2권, 3권을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중고지만 새책과 다름없는 것이 정말로 인기가 없었나보네요. 

일단 좋은점만 이야기하자면, 2권의 몇몇 에피소드들 - 찌르레기의 울음소리와 전화 통화에 대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살인사건, 무고한 강간범의 아들이 여대생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누명을 쓰게 된다는 이야기, 손목을 절단하는 연쇄살인범 이야기 - 은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에피소드들, 그리고 3권은 전체적으로 좀 실망스럽습니다. 별 것도 아닌 이야기에 너무 곤충을 끼워 맞추느라고 억지스럽기만 했거든요. 곤충 내용이 지나칠 정도로 부각되는 탓에 추리 만화라기보다는 곤충을 다루는 아동용 학습 만화로 생각될 정도니까요. 여기에는 곤충 이외에는 마음에 드는 부분이 하나도 없는 작화도 한몫 단단히 합니다.
게다가 시도 때도 없이 울고 짜는 하부 료헤이라는 주인공도 짜증스러워서 보기가 힘들었어요. 주인공 캐릭터만이라도 조금 더 냉정하고 진지했으면 그나마 눈높이가 맞지 않을까 싶은데 아쉽습니다.

권당 200원이라는 가치에는 부합하지만 다음권을 구입해서 읽게 될 것 같지는 않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