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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1

연합함대 - 남창훈, 박재석 : 별점 3점

연합함대 - 6점
남창훈.박재석 지음/가람기획

제목 그대로 일본 연합함대의 시작과 끝을 다룬 전쟁사 서적입니다.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통해 구축된 일본의 연합함대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몰락해가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장점이라면, 그동안의 관련 전쟁사 서적이 서양인이 쓴 탓에 외부인의 시각에서 일본 해군을 바라본 내용이 많았던 반면, 이 책은 일본 연합함대 그 자체를 굉장히 상세하게 들여다보았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일본군의 당시 상황을 더 쉽게 알 수 있었으며, 각종 해전 설명 부분에서는 일본군과 미군의 피해 상황까지 자세하게 알려줍니다. 흡사 소설처럼 흥미롭게 이야기를 구성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해 준 점도 좋았고요.

또한 각종 무기(항공기)의 제원, 유명 지휘관들의 소개, 몰랐던 전황이나 일화들이 포함된 것도 돋보입니다. 예를 들어, 산소어뢰가 실제로 당시 대단한 신무기였다는 점, 불침함 "유키카제" 이야기, 일본 본토 항공전에서 자살특공이 아닌 엘리트들로 구성된 항공부대가 존재했다는 것 등은 처음 알게 된 내용이었습니다. 본토 엘리트 항공단은 작품에서 비유된 것처럼 아돌프 갈란드와 그의 마지막 전투 비행단이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ME262 같은 신무기도 없고, 패전에 임박한 암울한 상황에서 낙후된 장비로 싸운다는 점에서는 지온 잔당(데라즈 말고 사막 애들)과 유사한 조직이었겠지만요.

그러나 단점도 분명합니다. 전쟁사 서적으로서는 치명적인 단점인데, 지도 등 핵심 도판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이것저것 뒤섞인 편집도 조금 정리가 안 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네이버 캐스트에 연재 중인 "전쟁과 평화" 기획물의 태평양 전쟁 관련 기사들로도 대략적인 이해가 가능한 내용들이라서 지금은 자료적 가치가 다소 떨어지기도 합니다.

아울러 특공 비판글과 같은 논조의 일부 내용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예를 들어, 급강하폭격기에서 거의 음속에 가깝게 떨어지는 폭탄 대비, 폭탄 무게로 느려진 기체가 충돌할 때의 충격이 비교도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제시했는데, 무게는 속도와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은 갈릴레오 이후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더 무거운 것이 더 큰 충격을 준다는 건 당연한 사실 아닐까요? 다소 의아한 주장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전쟁사 서적 중 하나로, 재미와 자료적 가치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은 충족되기에 제 별점은 3점입니다. 현재 절판되어 구하기 힘들긴 하지만, 네이버 등에서 도판을 추가해 다시 기사화한다면 많은 독자들이 유익하게 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1/12/12

기동전사 건담 일년전쟁사 -상 : 별점 2.5점

기동전사 건담 일년전쟁사 -상 - 6점
이미지프레임 편집부 엮음/길찾기

기동전사 건담의 시작을 알린 1년 전쟁을 실재 있었다고 가정하고 진지하게 접근한 책입니다. 전사라면 전사겠지만, 기본적으로는 2차 창작물인 셈입니다. 예전에도 살짝 관심은 있었는데, "섬광의 하사웨이"를 보고 내친김에 찾아서 읽어보게 되었네요. 이미 절판 상태라 상, 하권 중 상권만 구할 수 있었기에, 상권만 읽어보고 리뷰를 남깁니다.

특징이라면 1년 전쟁에 관련된 설정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전쟁사'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상세한 전투 관련 분석이 돋보입니다. 전쟁 발발 정의 지구권과 콜로니 배치에서 시작되어, 전투의 추이라는 제목으로 일주일 전쟁, 루움 전투, 공국군 지구 침공 작전, 오데사 작전 설명으로 이어지는 첫 챕터부터가 대표적입니다. 당시 연방군과 지온군 함대 구성 및 이동 방향, 전투의 향방 등을 여러 전쟁사 책들과 비슷한 도판들을 이용하여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 전투에 대한 해석 뿐 아니라 콜로니와 미노프스키 물리학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같은 기본 설정에 대한 상세 설명은 물론 지온 공국 성립의 역사, 전쟁 시작 후 오데사 작전 까지의 이야기 및 모빌 슈츠와 각종 병기들, 지구 연방군에 대한 설명도 상세합니다. MS는 물론이고 전함과 육전용 장비들, 항공기 소개도 충실하고요. 이 중에서는 아울러 스페이스노이드의 주장, 지온 공국이 전쟁에 돌입하기까지의 공국과 연방군 정세 등 1년 전쟁 당시의 사회 환경과 이데올로기, 정세에 대한 분석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예컨데 2차 대전을 다룬 책이라고 친다면, 독일이 히틀러 집권 후 재무장을 하여 폴란드를 침공하고, 결국 프랑스까지 점령하는 과정을 지휘관들과 주요 전선에서 펼쳐진 작전들, 그리고 주요 전술과 주력 병기와 함께 소개하는 것은 물론 나치즘과 히틀러의 집권 과정, 영국과 프랑스 등 주변 주요 강대국의 정세를 이벤트별로 원인과 결과를 잘 알 수 있게 설명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잘 알려진 설정이 대부분이라 새로운건 별로 없습니다. 이 책 출간 이후, 1년 전쟁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했던 "디 오리진"이 출간된 탓도 컸고요. 그래도 진지한 역사서처럼 쓰여진 결과물을 보니 색다른 느낌도 들고, 꽤 그럴듯하다고 생각되어 나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래 전 발표되었던 기획임을 짐작케하는, 시대착오적인 부분은 눈에 거슬렸습니다. 대표적인게 디오라마로 이루어진 화보였습니다. 디오라마 자체가 나쁜건 아니지만 촬영과 편집 모두 책의 컨셉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었거든요. 밀리터리 풍의 화보도 딱히 인상적이지 않았고요. 이왕 이렇게 책을 만들 거였다면, 장난감같은 프라모델 사진이 아니라 더 진짜같은 사진과 그림이 필요했습니다. 책의 내용도 오래전 발표된 책 답게 이른바 '정사'에 포함된 내용만 담겨 있어서 MS IGLOO라던가, The Origin같이 후대 추가된 설정과 이야기가 없다는 것도 불만스럽습니다. 그 탓에 볼륨도 가격에 비하면 영 시원치 않은 편이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내용은 그대로 두고 도판과 편집만 현대적으로 재구성하여 재간하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아틀라스 전차, 항공전사와 "2차대전 독일의 비밀무기"를 합치는 식으로요. 지금의 결과물은 재미는 있지만 딱히 하 권을 구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2013/09/23

전쟁 연대기 1/2 - 조셉 커민스 / 김지원, 김후 : 별점 4점

전쟁 연대기 1 - 8점
조셉 커민스 지음, 김지원.김후 옮김/니케북스
전쟁 연대기 2 - 8점
조셉 커민스 지음, 김지원.김후 옮김/니케북스

제목 그대로 역사의 흐름을 바꾼 주요 전쟁에 대해 기원전 그리스 - 페르시아 전쟁부터 최근의 이란 - 이라크 전쟁까지를 2권 800여 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설명해 주는 전쟁사 - 미시사 서적.

개인적으로 역사 서적, 특히 미시사 서적, 그 중에서도 일제 강점기나 전쟁사를 다룬 책들을 좋아해서 많이 읽은 편입니다. 이 책 작가의 전작을 비롯해서요. 그런데 이 책은 다른 책들과는 비교를 불허합니다. 주요 "전쟁"에 집중하는 것은 다른 전쟁사 서적과 유사하나 해당 전쟁의 동기와 결과, 그리고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과 병기는 물론 이후 역사가 어떻게 되었는지까지를 1, 2권 800페이지 이상 되는 방대한 분량으로, 다양한 도판과 함께 상세하게 소개해주고 있어서 자료적 가치가 굉장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내용이 알차지만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항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1권에서는 에스파냐의 멕시코 정복, 임진왜란, 대북방 전쟁이 눈에 들어옵니다.

에스파냐의 멕시코 정복은 몬테수마 왕이 다스리던 멕시카 제국을 정복한 코르테스의 정복전쟁 이야기입니다. 그동안은 신병기의 힘으로 코르테스가 비교적 수월하게 정복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압제에 시달리던 지역민의 협력을 통해 2만 ~ 2만 5천 명이라는 군대를 출력시켜 병력의 우위로 제압한 것이라는 점은 처음 알았어요.

그리고 임진왜란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내용이죠. 약간의 오류가 있기는 해도 비교적 정확하게 서술하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핵심 전쟁으로 한산도 대첩을 꼽은 것, 의병의 활동을 중요한 포인트로 잡은 것 등이 좋은 예입니다.

대북방 전쟁은 스웨덴의 카를 왕과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가 맞붙어 자웅을 겨룬 내용인데, 그야말로 군웅물을 보는 듯한 드라마틱한 이야기였습니다. 대하드라마나 만화의 소재로 사용해도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2권에서는 태평천국의 난, 영국 - 줄루 전쟁, 멕시코 혁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태평천국의 난에서의 홍수전과 태평천국군의 흥망성쇠는 공부가 부족하여 다른 곳에서 접해 보지 못했었는데, 광신자들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느끼게 해 주었어요. 식량이 떨어진 난징에서 홍수전이 "모두 만나를 먹게 해 주겠다"며 잡초를 뜯어먹었다는 것이 그 전형이겠죠. 그리고 홍수전이 선교사에게 받은 "권세양언"이라는 전도서가 결국은 이 난의 원인인데, 성서의 내용을 중국식으로 열정적, 예언적으로 바꾼 탓이 크다는 내용도 충격적이었어요. 그야말로 혹세무민이 따로 없는 것이니까요.

영국 - 줄루 전쟁에서는 줄루왕 케츠와요가 끝까지 영국군과 협상하려 했으나, 영국이 협상 조건으로 내놓은 줄루족 부대가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해야 한다는 것을 강요할 수 없어서, 결국 파멸적인 울룬디 전투가 벌어졌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네요. 전사들에게 체면과 자부심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이었겠지만, 후일을 기약하는 것이 확실히 나았을 겁니다. "캄 브레이커"의 명대사가 떠오르네요. "패배를 인정하고 후일을 기약하는 것이 진정한 사나이인거야!"

마지막 멕시코 혁명 이야기는 이름만 많이 들어봤지 실제로는 잘 알지 못하는 판초 비야가 누구인지, 전쟁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해줘서 좋았습니다. "비바 사파타!"로 유명한 사파타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된 계기가 되었고요. 판초 비야와 사파타가 손을 잡았더라면,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멕시코가 더 살기 좋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태여 약간의 단점을 들자면 아무래도 서양인의 시각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에 그쪽 역사에 많이 치중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그래도 모든 이야기들이 익히 알고 있던 것이라도 새로운 시각, 다양하고 화려한 도판으로 상세하게 설명되기에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번의 긴 추석 연휴를 즐겁게 보내게 해 준 일등공신이에요. 별점은 4점입니다. 당분간 전쟁사 책은 안 읽어도 되겠어요.

덧붙이자면, 인터넷 교보문고 특가로 50% 할인된 가격에 구입하여 기쁨 두 배였습니다. 정가로 구입해도 후회가 없었을 텐데!

2017/01/14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 윤덕노 : 별점 3점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 6점
윤덕노 지음/더난출판사

이런저런 음식관련 저서로 유명한 음식 컬럼니스트 윤덕노씨의 신작입니다. 제목 그대로 전쟁사와 관련된 음식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전쟁과 관련된 음식이라면 제가 아는 것만 해도 통조림, 타르타르 스테이크, 햄버거, 양고기 전골, 만두, 크로와상, 스팸, 환타, 고기감자 조림 등 많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6장 52항목에 달하는 방대한 양 덕분에 처음 접하는 이야기가 많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정 주제를 잡아서 역사와 정보를 잘 요약해 주고, 하나의 주제에서 여러 이야기를 함께 진행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마무리하는 글솜씨 역시 윤덕노씨 다왔고요.

그러나 이전 유사한 책에서 느꼈던 문제점도 똑같은데, 가장 큰 문제는 실제 '전쟁'과는 무관하거나, 너무 억지로 가져다 붙인 항목들이 제법 많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군대의 보급 작전, 전쟁터에서의 굶주림을 가지고 특정 요리를 대입하는 식이에요. 그리고 어디서 사료를 가지고 왔는지 모를 이야기들도 상당히 많아서 자료적으로 조금 애매한 부분도 없지는 않고요.

그래도 재미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식문화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이야기 몇개 소개해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독일군 각성제 초콜릿 쇼카콜라" 

독일 공군이 영국 본토 항공전 폭격기 조종사들에게 각성제용으로 지급한 커피, 초콜릿, 콜라를 합친 식품입니다. 카페인이 풍부한 식품 세 개를 합쳐 놓은 덕분에 졸음을 날려 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름은 '쇼카콜라'로 초콜릿에 커피와 콜라의 성분이 넣었는데, 각각 카카오는 60%, 커피 2.6%, 콜라 열매 1.6%의 비율이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그렇게 독해 보이지는 않는데, 한번 먹어보고는 싶네요. 특수 작전 투입 병사에만 지급되어 일반병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종전 무렵에는 최후의 결사항전을 벌이기 전 마지막으로 지급되어 되려 사기를 떨어트리기도 했다는군요.

"전장에 날아든 요리책" 

"위대한 장군과 훌륭한 요리는 전쟁터에서 만들어진다." - "C-레이션 요리책" 첫 머리말.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에게 보내진 요리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C-레이션으로 요리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해 주는데, 같이 보내진 타바스코 핫 소스의 제조회사 사장의 아이디어였다고 하는군요. 식품회사 메킬레니의 회장 메킬레니 역시 2차대전 참전용사라서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타바스코 핫 소스에 대한 짤막한 역사도 함께 소개되는데 이 역시 인상적이에요. 남북전쟁의 부산물로 처음 출시되었다고 하며, 이후 다양한 전장에서 활약한 것으로 묘사됩니다. 

"지휘관의 호들갑과 미숫가루 파동" 

지금 생각해도 미숫가루는 정말 전쟁에 유용하다 싶을 양식입니다. 일단 불과 물 모두 필요가 없고 많은 양을 옮기기도 용이하니까요. 그런데 이 미숫가루의 역사가 삼국시대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지는 몰랐습니다. 근거는 조선시대 "동문선"입니다. 이 책에 화랑들이 미숫가루를 먹었다는 시가 실려있다고 하네요. 사료로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임진왜란의 영웅에서 조롱의 대상으로" 

광해군에게 맛있는 요리를 바쳐 권력을 잡았다는 '사삼 각로' 좌의정 한효순과 '잡채 상서' 호조판서 이충의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사삼 각로', 즉 더덕을 맛있게 요리한 한효순의 더덕 요리 레시피도 실려있는데, 더덕으로 만든 강정인 '밀병'이라고 합니다. 이를 서산 어리굴젓의 유래 중 하나로 추정될 정도로 음식 솜씨가 각별히 뛰어났던 한효순 집안의 손맛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임금의 사랑을 독차지 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요리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도 '한'씨 가문의 피를 이은 덕분이려나요? 

하지만 임진왜란 때 용장이기도 했던 한효순이 광해군 때의 처신으로 손가락질을 받았고, 결국 인조반정 이후 삭탈관직을 당하는 등 수난을 당했다니 이 또한 인생무상입니다.

"케이준은 원래 요리가 아니었다?" 

이런저런 메뉴에서 흔히 보아왔던 '케이준 Cajun'이라는 음식의 유래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지금과 같은 조리 용어가 아니라, 본래 북아메리카에 살았던 프랑스계 이민자의 후손을 가리키는 말이었다는군요. 프랑스와 인디언 연합군이 영국에게 패한 후 프랑스계 이민자 후손들이 대거 남부 루이지애나 지방으로 추방된 이후, 루이지애나 지방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늪지대 해산물의 갯냄새를 없애기 위해 강한 향신료를 듬뿍 넣은 것이 요리의 시초라고 하고요.

"거북선과 과메기"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이 식량을 어떻게 조달했는지에 대한 고찰입니다. 둔전제를 통한 농사, 소금을 만들어 곡식과 교환하여 식량을 마련한 것에 더해 어업, 그 중에서도 청어를 잡아 군량 및 곡식과 교환했다고 합니다. "난중일기"를 보면 이틀에 걸쳐 40만 마리의 청어를 내다 팔았다고 하니 그 양이 정말 어마어마하네요.

"접시 위의 초밥 두 개" 

초밥이 보통 한 접시에 대략 10개 나오는 이유, 회전초밥의 작은 접시 위에 같은 초밥 2개가 올려져 있는 이유를 알려줍니다.
패전 후 배급제로 초밥을 팔 수 없게 된 초밥 요리사들이 손님이 가져온 쌀을 초밥으로 만들어주기 시작한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네요. 1인당 쌀 한 홉으로 초밥 10개까지만 교환할 수 있는 제한 조건 탓에 이렇게 된 것이죠. 이 때 생선 역시 모자라서 10개를 모두 다른 생선으로 만들 수 없었던 탓에, 같은 종류의 초밥 2개를 내기 시작했고요.

2019/05/25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 - 최형국 : 별점 2점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 - 4점
최형국 지음/인물과사상사

무예사, 전쟁사 전문가인 저자가 각종 드라마와 영화 속 무인과 무기, 전술 등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를 분석한 미시사, 무예사, 전쟁사 서적입니다.

책의 핵심인 오류 분석 부분은 흥미롭습니다. 조선 시대의 기본 무기는 환도이며 이를 보관할 때에는 띠돈을 활용하여 벽이나 기둥에 걸어놓았다는 첫 단락부터 새롭더라고요. 저 역시 각종 사극에서 양날검을 좌대에 가로로 올려놓는 거치 방식이 일반적이라고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전형적인 일본도 거치 방식이라는군요. 잠깐 훝어보고 구입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이 도입부였습니다.

그 외에도 잘 몰랐던, 착각해왔던 내용이 많은데, 몇가지 예를 들면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조총 관련 이야기가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조총을 재장전 동작 없이 연발 사격하는 장면은 당연히 말도 안되며, 조총 사격 시 화승에 불을 붙인 후 기다렸다가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도 엉터리라는군요. 조총은 조준과 동시에 방아쇠를 당기면 불이 붙은 화승이 바로 위 쪽 화약접시 속으로 들어가 불을 붙여 탄환을 발사하는 구조였으니까요.
조선 시대 화포가 불을 뿜을 때 포탄이 떨어져 폭발하는 장면도 역시나 고증 오류입니다. 당시 포탄은 폭발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흔히 우리가 접해왔던 대장끼리의 일기토가 얼마나 말이 안되는지를 알려주는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KBS "정도전"에서 이성계와 최영이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사진을 예로 들며, 육군 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이 서로 총을 들고 1:1로 대치하는 장면이라고 설명하는 식인데 엄청 와 닿더라고요.
이런 내용 중 최고는 기병 전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말을 타고 전선으로 달려온 후 말에서 내려 칼을 뽑고 적을 향해 돌격하는 드라마를 예로 들며, 기갑부대 병사들이 탱크를 타고 전선으로 돌진한 뒤 탱크에서 내려 소총을 들고 백병전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는데 아주 그럴듯하죠?

이러한 분석과 함께 실제 고증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아주 상세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투구, 갑옷, 군장은 물론 기본 무장에 대한 소개가 인상적이었어요. 분명 다른 책에서도 본 내용이지만 투구 끈을 매는 방법이라던가 군장 속 내용물과 같은 디테일이 잘 살아있는 덕분입니다. 주요 무기에 대한 소개도 상세하긴 마찬가지에요. 활과 칼의 패용 방법이라던가 화살 깃의 수가 몇개인지 등 그 범위와 항목도 다양하며 깊이 역시 상당한 편입니다. 심지어는 각종 전술까지 소개되고 있을 정도니까요. 도판도 저자의 서술에 적합하도록 잘 짜여져 있는 편입니다.

그러나 활 쏘는 방식이 양궁 방식이라던가, 사극 속 말 안장은 모두 현대화된 서양 안장이라는 등 익히 알고 있던 이야기의 분량이 많다는건 좀 아쉬웠습니다. 실제로 고증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 제시도 아주 확실한 편은 아니고요. 그냥 재미삼아 보는 글이라면 나쁘지 않은데 역사서로 보기에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모든 이야기에서 천편일률적인 저자의 글 솜씨도 문제입니다. 사극의 문제를 지적하는 톤 자체가 일관되어 지루한데 이왕지사 고증 오류 가득한 사극 드라마를 비난할 거라면 훨씬 신랄하고 맛깔나게 풀어내는게 재미 면에서는 훨씬 나았을거에요. 지금 문체와 문장은 이도저도 아닌 듯 하여 실망스러웠습니다. 책 보다는 영상 다큐멘터리로 풀어낸다면 훨씬 매력적인 컨텐츠가 될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딱히 권해드릴 만한 책은 아닙니다.

2013/09/19

전쟁의 재발견 - 김도균 : 별점 2점

전쟁의 재발견 - 4점
김도균 지음/추수밭(청림출판)

세계사에 이름을 남긴 유명한 전쟁을 몇 개의 테마로 묶어서 엮은 전쟁-미시사 서적.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1장. 세계사를 뒤흔든 천재적 조직술_ 군대의 재발견
전장에서 꽃피운 사랑―고대 그리스의 동성애 군대, ‘신성대’
수천 년 이어온 베트남 저항정신의 상징―고대 베트남의 여성 전사, 쯩 자매
오스만튀르크의 전성기를 구가한 ‘병정개미’―술탄의 친위대 예니체리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자유를 향한 열망―미국 최초의 흑인 부대, 54연대
독일군의 밤잠을 설치게 한 ‘밤의 마녀들’―소련 여성 폭격기 연대
붉은 꼬리의 검은 조종사들―아주 특별한 흑인 비행대대, 터스키기 비행대
소련의 보이지 않는 사단―히틀러도 감쪽같이 속은 소련군의 동원 제도
일본의 피를 이어받아 미군을 위해 싸우다―일본계 2세로 편성된 미군의 442연대
죽음으로도 씻을 수 없는 죄?―소련의 죄수 부대, 형벌 대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귀신도 울고 가다―미국의 땅굴전 특수부대, ‘터널 래츠’
전사는 죽어서도 전사다―전사자의 여로
힘들고 지친 병사들의 로망, 핀업걸―전장의 엔터테인먼트

2장. 인류의 문명을 비약시킨 천재적 기술_ 무기의 재발견
세계 대변혁을 일으킨 작은 금속 조각―중세 봉건시대를 연 등자
스멀스멀 피어오른 노란 안개의 정체―영혼 없는 한 과학자의 비극과 독가스
대량 살상을 부른 속도에 대한 열정―보병을 참호 속으로 밀어 넣은 기관총
독일군의 오금을 저리게 한 철갑 괴물―지상전의 왕자, 전차의 탄생
‘크기’가 승패를 가른다―대함거포주의의 산물, 드레드노트
소리 없이 다가와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다―해전의 필살 병기, 어뢰
전쟁을 가장 비인도적으로 만든 주인공―숨은 살인자, 지뢰
무인 폭격기, 미사일의 공포―나치 독일의 보복 병기, V-1과 V-2
빗나간 열정이 만든 인류 최대 재앙―현대판 ‘다모클레스의 칼’, 원자폭탄
군견 칩스가 훈장을 빼앗긴 사연―주인을 사랑한 군견의 죄
금강산도 식후경?―군 사기와 직결된 전투 식량의 역사
전장에서는 죽음에도 순서가 있다―야전 의료 시스템의 역사
‘뽕’ 맞은 전사들―전쟁의 우울한 이면, 약물

3장. 극한의 상황에서 꽃피운 천재적 리더십_ 전투의 재발견
한니발, 세계 최강 로마군을 전멸시키다―포위 섬멸전의 교과서, 칸나에전투
포위한 군대가 포위당하다―카이사르의 알레시아 공방전
‘신의 도리깨’, 유럽을 내리치다―유럽인의 황색 공포, 레그니차전투
십자가와 코란, 역사적인 첫 대결을 펼치다―레판토 해전
영국군 역사상 가장 졸렬한 전쟁―무능하기 그지없는 지휘관과 발라클라바전투
아메리카 원주민 최후의 저항―완벽한 승리와 치졸한 복수, 리틀빅혼전투
역사상 가장 값비싼 따귀 한 대―일파만파의 교훈, 타넨베르크전투
외로운 섬을 지켜낸 영국인 ‘최고의 시간’―‘나치 팽창’의 마지막 방어선, 영국전투
전투에서 지고 전쟁에서 승리하다―명절의 허를 찌른 베트남전 구정 공세

4장. 인간을 극한으로 몰고 간 천재적 심리술_ 군가의 재발견
켈트인의 아련한 독립의 꿈―〈스코틀랜드 더 브레이브〉
레드 코트, 줄루 전사들의 창을 꺾다―〈할렉의 사나이들〉
세계에서 가장 살벌한 국가―〈라 마르세예즈〉
한 급진주의자의 죽음이 부른 거대한 전쟁―〈존 브라운의 시신〉
파리를 핏빛으로 물들인 코뮌의 슬픈 봄―〈체리가 익을 무렵〉
피어보지도 못한 칠레 민중의 혁명가요―〈벤세레모스〉
영광과 피투성이는 한 끗 차이―〈라이저 위에 피〉
그림자 전사들의 연가―〈발라드 오브 그린베레〉

이렇게 총 4장으로 구분되는데 1장, 2장, 4장이 괜찮았어요.

1장에서는 술탄의 최정예 부대 예니체리의 흥망성쇠를 그린 이야기는 "환관탐정 미스터 야심"이, 남북전쟁 당시 북군의 흑인 부대였던 54연대를 다룬 이야기는 영화 "글로리 - 영광의 깃발"이 떠올라서 더 재미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소련의 형벌부대나 월남전의 미군 땅굴전 특수부대 터널 래츠 등이 인상적이었고요.

2장을 통해 고대 바이킹 전사 베르세르크의 종교 의식에 광대 버섯을 먹인 순록의 오줌이 사용되었다는걸 처음 알았네요. 광대 버섯의 암페타민이 축적되어 환각 효과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는데, 중독자들이 들으면 꽤나 솔깃할 정보로 보입니다.

4장은 "군가"라는 주제부터 굉장히 이색적인데, 해당 군가가 발표된 시기와 이유를 상세하게 그리는 시도가 아주 좋았습니다. 노예해방론자인 광신자 브라운의 이야기를 다룬 "존 브라운의 시신",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의 최후를 그린 "벤세레모스" 등이 그중 마음에 들었고요. "군가"로 보기 힘든 노래가 함께 실려 있다는 점, 그리고 웨일즈의 군가를 다루면서 줄루 전쟁 이야기로 이어지는 "할렉의 사나이들"과 같이 군가와 실제 내용의 연관성이 거의 없는 이야기가 있다는 약간의 단점은 있지만, 독특한 주제를 다루었기에 양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다른 책에서 많이 접했던 유명 전쟁사 내용을 다시 반복하는 것에 불과한 3장과 부실한 도판은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도판은 그렇잖아도 부실한데 한 장짜리 이미지를 4장으로 약간의 톤을 조절하여 복사하여 실어놓은 기이한 편집으로 실려 있어서 더 짜증났어요. 딱히 보기 좋은 것도 아니고 디자인적으로 뛰어난 것도 아닌, 그야말로 삽질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며 4장 하나만큼은 다른 곳에서 접하기 힘든 주제이지만, 전반적으로 자료적인 가치는 낮습니다. 내용이 지나치게 간략하고 요약되어 있으며, 도판이 부실한 탓입니다. 진지한 전쟁사를 원하시는 분들께 권해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짤막하게 심심풀이로 읽을거리로 적당한 책입니다.

2004/11/20

아집과 실패의 전쟁사 - 에릭 두르슈미트 : 별점 4점

아집과 실패의 전쟁사 에릭 두르슈미트 지음, 강미경 옮김/세종서적

종군기자 출신의 에릭 두르슈미트가 저술한 전쟁 관련 역사서. 목차는

  1.  「하틴의 뿔」전투, 1187년7월4일 - 원칙에 대한 무관심
  2. 아쟁쿠르 전투, 1415년10월25일 - 승리에 대한 집착
  3. 카란세베스 전투, 1788년9월20일 - 콤플렉스와 자신감 부재
  4. 워털루 전투, 1815년6월18일 - 열정과 책임감의 상실
  5. 발라클라바 전투, 1854년10월25일 -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부재
  6. 쾨니히그래츠 전투, 1866년7월3일 - 실패에 대한 감정적 대응
  7. 스피온 콥 전투, 1900년1월24일 - 기술 발전에 대한 무지
  8. 타넨베르크 전투, 1914년8월28일 - 사적 감정에 대한 집착
  9. 탕가 전투, 1914년11월5일 - 정보에 대한 긴장감의 결여
  10. 아라스 전투, 1940년5월21일 - 시대 흐름에 대한 무관심 

입니다. 이 10개의 전투를 서술하고 그 내용 및 승, 패에 대한 요인을 분석하고 있는데 특이한 점은 승전보다는 패전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거의 예외없이 전쟁을 수행하는 "리더"의 아집과 무책임 때문에 패했음을 지적하고 있죠.
각 단락마다 그다지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각종 정보를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저널리스트다운 능력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글로 드라마도 잘 살아 있어서 보는 동안 흥미진진하게, 쉬지 않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독일은 예상대로 이긴 내용이 많고 러시아는 1승 1패지만 영국군은 1승 3패 (연합군을 구성했던 전투를 뺀다면), 그나마 근대에 들어와서는 전패군요. 역사에 남는 강대국이라고 보기에는 뜻밖의 전과네요. 어쨌건 개인적으로 가장 웃기는 실패담은 역시 영국군의 "발라클라바 전투" 였습니다.^^ 

여튼, 전쟁 역사라는 쟝르를 좋아하고 상당히 많은 책을 읽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렇게 실패한, 그것도 희대의 실패담만 모아놓은 전투 역사서는 처음 접해보네요. 실패에서 교훈을 얻자는 취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인것 같아요. 일단 "재미" 하나는 확실히 보장해주니까요. 서양 중심의 시각이라는 점으로 약간 감점하지만 재미는 물론이요 자료적인 가치도 충분하기에 별점은 4점입니다.

각 전투별 간략한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번째의 십자군 전쟁에서 살라딘이 결정적 승리를 거둔 "하틴의 뿔" 전투는 그나마 유능했던 트리폴리의 레몽 백작의 조언을 정적들의 비판으로 채택하지 않은 "무늬만 왕"이었던 기 왕의 무능력과 무책임, 특히 식수가 없음에도 과감하게(!) 사막을 가로지르는 그 무모함을 냉철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두번째의 "아쟁쿠르" 전투는 100년 전쟁 초기에 헨리왕이 엄청난 숫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수만명의 프랑스 군사를 무찌른 유명한 전투죠. 역시 병력 우위만을 믿고 상대편에게 유리한 진형을 내준 프랑스 지휘관들, 그리고 비 때문에 진흙탕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승리에 도취되어 무모한 돌격작전을 펼친 프랑스 기사들에게 전투 패배의 거의 모든 책임이 있다고 기술합니다. 물론 헨리에게는 기사를 제압하는 거의 유일한 무기였던 영국의 "장궁" 이 있었고 기사도에 위반하는 과감한 작전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패배 요인은 먼저 기술했던 요인에 있다고 보고 있네요.

세번째의 "카란세베스 전투"는 투르크와 오스트리아가 대치중이던 당시, 술 한 통을 둘러싸고 오스트리아군 병사끼리 말다툼 도중 한 보병이 "적군이 온다"고 외친 것 때문에 오스트리아군이 실제 전투도 없이 1만명의 병사가 목숨을 잃거나 다쳐 패배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우연이 겹쳐져 일어난 어떻게 보면 불우한 사태이지만 근본적으로 지휘 역량이 없던 황제 요셉에게 모든 잘못이 있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네번째의 "워털루 전투"는 사실 나폴레옹이라는 걸출한 천재의 패전의 이야기라 조금 아쉬웠습니다. 전략적으로나 전술적으로나 나폴레옹이 그다지 잘못한 것은 없었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아 즉각적 판단이 늦었다는 점, 그리고 휘하의 지휘관들이 무능했다는 점 정도가 나폴레옹의 실책이랄까요....

다섯번째의 "발라클라바 전투"는 위에 언급한 오스트리아 못지 않게 무능했던 러시아군을 상대로 더욱 무능했던 영국 지휘관 이야기입니다. 전설로만 남겨진 기병으로 포병을 향해 정면 돌격한 용감한(!) 영국 기병의 신화를 보여줍니다. 무능할 뿐만 하니라 근본적으로 멍청한 지휘관들때문에 병사들이 죽어나가는 전형적인 이야기인데 그 과정이 너무 황당하고 기막혀서 웃음만 나올 뿐입니다..-.-

여섯번째의 "쾨니히그래츠 전투"는 오스트리아가 패권을 잃게되는 기점이 되는 프러시아와의 전투를 다룹니다. 오스트리아의 장군 베네테크는 비록 용감하고 현실적인, 이 이야기에서 다루어진 지휘관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능력이 있기는 했지만 (나폴레옹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대 병력을 통솔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야전 지휘관이었고 전방 부대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할하지 못해 결국 숫적으로 열세였던 프러시아 군에게 전멸에 가까운 참패를 당하게 됩니다.

일곱번째의 "스피온콥 전투"는 전사에 길이 남은 유명한 전투는 아니지만 남아프리카 보어인들과 영국인의 보어 전쟁때의 이야기입니다. 역시나 용감한 영국군은 무모하고도 멍청한 작전에도 불구하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만 무식하고도 멍청한 지휘관이 거의 모은 승기를 스스로 포기하며 전투에서 결국 패하고 마는 역시나 전형적인 과정을 보여주네요.

여덟번째의 "타넨베르크 전투"는 1차대전때의 러시아 주력군이 무너지는 전투를 보여줍니다. 이 전투의 패인은 러시아 1, 2군의 지휘관이 서로 앙숙이라는 것, 그래서 1군이 무너질때 2군이 응원을 오지 않았다는 이유이고 지휘관들의 개인적인 감정으로 인하여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결과는 씁쓸하기 그지 없습니다. 결국 이 전투는 1차대전에서의 참호전으로 인한 독일의 패배 (러시아 군을 막기 위해 프랑스에 진출한 병력을 이동시켰기 때문에 단기전으로 끝날 수 있었던 전투가 장기화 되며 결국 패배로 이어진 결과)를 불러왔고 러시아에는 혁명을 불러오게 된 세계사의 전환점이 된 전투라 할 수 있겠네요.

아홉번째의 "탕가 전투"는 동아프리카 탕가에서 1차대전 당시에 영국-인도 병사 8천명이 탁월한 독일 지휘관 파울 폰 레토브-포르베크 대령이 조련한 원주민 부대 250명(!) 에게 농락당하며 패배한 전투입니다. 총검으로 하는 전투는 끝났다는 사실을 보여준 전투이기도 하고 결정적 순간에 벌떼가 영국군에게 달려들어서 전황이 뒤바뀌는 세계 전사에 길이 남을 희극적인 상황까지 보여주기도 합니다.

마지막 "아라스 전투"는 2차대전때의 독일과 프랑스의 전투입니다. 프랑스가 무너지는 와중에 소수의 탱크로 반격하여 독일군 기갑부대에게 피해를 입힌 아라스 전투가 결국 총통의 판단을 흐리게 하여 영국군이 덩케르크에서 무사히 잔존병력을 이끌고 탈출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 바로 그 전투죠. 일선 지휘관이었던 롬멜 등이 만약 명령에 계속 불복종하고 진격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역시 프랑스 지휘부의 무능함을 지적하고는 있지만 나름의 반격은 높이 평가하며 오히려 히틀러와 괴링 등의 무능함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2017/01/06

고려전쟁 생중계 - 정명섭 외 / 김원철 그림 : 별점 2.5점

고려전쟁 생중계 - 6점
정명섭 외 지음, 김원철 그림/북하우스

고려의 역사를 뒤흔든 10번의 전투가 소개된 미시사 - 전쟁사 서적입니다. 전작 "조선 전쟁 생중계"가 아주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주저 없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최대 장점이라면 조선사에 비해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고려사의 재조명입니다. 특히 잘 알려져있지 않았던 여러가지 전쟁, 전투의 디테일이 아주 좋았습니다. 수록된 내용 중 그나마 좀 아는 전투는 강감찬 장군의 귀주 대첩 정도 뿐, 나머지는 새롭게 안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대표적인 예로 몽골의 1, 2차 일본 원정에 대한 상세하게 기술을 들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일본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뻔 하다가 '카미카제'의 덕으로 운 좋게 살아났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그렇지만은 않더군요. 1차 원정 때에는 하카다 만에서 일본 무사 집단 고케닌의 심한 저항에 부딪힌 이유도 크다고 설명되거든요. 총사령관이 철군을 주장할 정도로요. 2차 일본 원정 역시 가마쿠라 바쿠후가 해안에 방어벽, 즉 방루를 세운 덕에 상륙을 저지할 수 있었으며, 무사들의 분전으로 방어선을 유지한게 침략을 모면했던 결정적 이유였다고 하고요.
물론 마침 불어온 태풍이 원정 실패의 가장 큰 이유라는건 부인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바쿠후와 고케닌, 일본군의 분전이 뒷받침 되었다는건 분명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이 와중에 십중팔구 죽을게 뻔한 이키시마 지휘관으로 임명된 인물은 총 사령관이라고 할 수 있는 진자이부교 쇼니 쓰네시게의 아들이었다는 인선은 또 다른 감탄을 불러일으킵니다. 일본군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무모함이 눈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이러한 노블레스 오블리제는 본받을 만한 점도 분명 있죠.

그리고 공민왕의 개혁 정책이 좌절된 계기인 홍건적의 침입과 왜구의 준동도 인상적인 항목입니다. 홍건적과 왜구 모두 단순한 도적의 무리로 알았는데, 홍건적은 당시 북송 수도인 개봉을 점령하여 대송국을 세운 당당한 혁명군이었고, 왜구 역시 5백척에 달하는 배로 침략을 해 올 만큼 그 수가 엄청났을 뿐 아니라 일본 영주로 볼 수 있는 패가대만호, 아기발도와 같은 장수들이 있다는 점에서 일본 정규군과 다름이 없었다라는 시각이 아주 신선했기 때문입니다. 이 와중에 전쟁 영웅들을 경계하여 숙청한 공민왕의 정책이 결국 그의 발목을 잡게 된 계기의 하나가 되었다던가, 이 때 이성계의 활약이 시작되었다던가 하는 소소한 뒷 이야기도 볼거리였고요.

승리하거나, 또는 최소한 지지는 않은 그런 전투가 많다는 점도 의외였습니다. 대승을 거둔 귀주 대첩 외에도 윤관, 척준경의 활약이 돋보이는 귀문관 전투, 여진족의 공격을 버텨낸 길주성 전투, 당대 최강 몽골군을 막아낸 충주산성 전투가 그러합니다. 대포로 왜구를 박멸한 진포, 황산 대첩도 대승에 속할테고요. 또 강제로 참전하게 된 몽골의 1,2차 일본 원정도 최소한 지지는 않았으니 수록된 10개의 전투 중 7개 항목이 최소한 지지는 않은 셈입니다. 실제로 이 정도 승률이면 전투 국가라 불러도 좋을 정도죠. 하긴... 무신 척준경, 이성계가 활약한 나라에다가 무신들이 정권을 잡았던 나라이기도 하니 당연한 결과일까요?

하지만 아쉽게도 전작에 비하면 여러모로 완성도가 떨어집니다. 책의 구성부터가 문제에요. 실제 전쟁을 생중계한다는 본편의 컨셉이 제대로 살아있지 못하거든요. 이러한 컨셉이 본문과 잘 맞아 떨어졌던 전작대비 여러모로 부족합니다.

또 전작에 비해 부족한 도판(특히 지도)과 불친절한 설명도 문제입니다. 고려의 전투가 주로 북방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지명이 별로 등장하지 않는데, 친숙하지 않은 단어나 지명은 보다 자세히 설명해 주었어야 했습니다. 수록된 지도도 내용과 묶어서 이해하기에는 지명, 구성의 복잡함 탓에 난이도가 제법 높은 편이거든요. 여러차례에 걸친 원정과 전투가 반복된 경우는 순서대로 풀어내는 방식을 사용했어야 합니다. 그 외 중간중간 오타도 제법 있는 등 완성도, 디테일 면에서 아쉬움을 많이 남깁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잘 알지 못했던 역사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 만큼은 좋았지만 완성도때문에 조금 감점합니다.

2025/03/14

기차 시간표 전쟁 - A.J.P. 테일러 / 유영수 : 별점 4점

기차 시간표 전쟁 - 8점
A. J. P. 테일러 지음, 유영수 옮김/페이퍼로드

이 책은 1914년 7월 위기 속에서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원인을 독창적인 시각에서 분석한 전쟁사 - 미시사 서적입니다. 

저자는 전쟁이 단순한 외교적 실수나 강대국들의 야망 때문이 아니라, 철저히 계획된 기차 시간표와 병력 동원 계획의 불가피한 결과였다고 주장합니다. 주장에 대한 간략한 설명은 아래와 같습니다.

19세기 말부터 유럽 각국은 철도를 활용한 신속한 군대 동원 체계를 발전시켰습니다. 전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동원을 빠르게 마쳐야 했고, 이에 따라 병력과 군수물자를 정해진 시간과 경로에 따라 이동시키는 계획이 점점 정교한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수백만 명의 병력과 수천 대의 열차가 동원되는 만큼, 계획이 한 번 실행되면 중단하거나 수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1914년 6월,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황태자가 암살되면서 유럽 각국의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고, 각국은 병력 동원을 상대국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려 했는데, 일종의 힘을 과시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단 동원이 시작되면 이를 멈출 방법이 없었습니다. 특히 독일은 양면전 가능성을 고려해 먼저 프랑스를 공격해야 했고, 다른 나라들도 부분 동원만으로는 전면전에 대비할 수 없어 연쇄적으로 동원에 돌입했습니다. 결국, 상대를 위협하려던 동원 계획이 오히려 전쟁을 일으켰던 것입니다.

당시의 복잡했던 동맹 및 외교 관계도 전쟁 발발의 한 원인입니다. 유럽 열강 간의 동맹 구도가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가 모로코를 보호령으로 삼으려 하면서 부터였습니다. 독일은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고, 프랑스는 독일과의 타협을 원했으나, 영국이 이를 반대하며 개입했습니다. 결국 독일과 프랑스는 영국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합의를 이루었는데, 이 과정에서 영국의 영향력이 다시 한번 강조되었습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는 세르비아 문제를 놓고 강경한 입장을 취했지만, 다른 열강들은 오스트리아-헝가리가 먼저 행동을 취하기 전까지는 명확한 대응 방침을 세우지 못했습니다. 

러시아는 발칸 문제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나, 독일이 터키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에 불안을 느끼며 세르비아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점차 기울었습니다. 프랑스는 러시아와의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목표였고, 영국은 세르비아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으며,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개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습니다. 세르비아 정부는 발칸 전쟁으로 인해 국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와의 충돌을 피하고자 했지만, 동시에 러시아의 지지를 확인하기 위해 더욱 단호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결국 오스트리아-헝가리가 세르비아와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군을 동원하면서 전쟁 위기가 현실화되었습니다.

독일에서는 전쟁을 피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으나, 오스트리아-헝가리를 지원해야 한다는 압력이 강했습니다. 독일 황제는 세르비아가 제시한 조건을 오스트리아-헝가리가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미 전쟁 준비가 진행된 후였습니다. 결국 1914년의 전쟁 위기는 단순히 사라예보 사건으로 촉발된 것이 아니라, 복잡한 외교적 계산과 강대국들의 경직된 대응으로 인해 확대된 것입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렇게 대규모의 군사 동원이 곧바로 전쟁의 시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 각국의 황당하고 순진했던 생각이 전쟁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탁상공론과 연구만 오갔던 무능했던 각국 군사 작전 계획들도 한 몫 단단히 했고요. 다들 말도 안되는 동원 계획 등으로 꿈만 꾸고 있었다는걸 잘 알 수 있었는데, 예를 들면 슐리펜이 여러 해 고심했던 슐리펜 계획 - 독일 제국군이 벨기에를 통과하여 북부 프랑스로 진격하는 계획 - 은 프랑스도 이미 알고 있었다던가, 슐리펜이 오랫동안 연구를 했음에도 프랑스가 어느 때인가 알아차리고 길을 막을 거라는 걸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건 웃음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의 생각과는 다르게 전쟁이 일어난건 외교를 맡은 관료들 책임이 크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연합국이 전범으로 지목했던 독일 황제 빌헬름 2세야말로 '베오그라도 정지'를 제안하는 등 전쟁을 피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건설적인 시도를 했던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하나였더라고요. 소위 군국주의 군주들을 온화하고 선의를 가진 이들이었으며, 정치가들이 말한 바를 행하는 것이 자신들의 의무라 생각했을 뿐입니다. 모든 결정권이 군주들에게 맡겨졌다면 전쟁은 결코 없었을 것이라는게 아이러니합니다. 

1차 대전 불씨를 당긴 프란츠 페르디난트 암살 사건에 대한 설명도 상세하게 소개해 줍니다. 세르비아 민족주의자가 왜 암살을 시도했는지 - 독일인과 마자르인들이 나머지 민족을 지배했는데, 마침 세르비아가 터키에 대항해 독립 전쟁을 일으켜 승리했었기 때문에 - 부터, 세르비아 장교들의 비밀 결사 '검은 손'이 암살범 프린치프에게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었고 -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왕국의 수상 파시치를 실각시키기 위하여 -, 처음 폭탄 투척 사건에서는 암살에 실패했었지만 대공이 부상자들을 방문하려고 병원으로 갈 때 암살당했다는 사건의 진행 과정과 결과는 물론 범인 일당에 대한 재판 결과까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른 일당은 사형당했지만, 미성년자였던 프린치프는 사형을 면했다고 하네요. 수백만 명이 죽은 미증유의 전쟁을 일으켰다는 책임감을 안고 여생을 보냈을지 궁금해집니다.

이렇게 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난 이유를 색다른 시각으로 풀어주는게 아주 좋았습니다. 도판도 충실하고, 책의 장정과 디자인 모두 빼어납니다. 다만 '기차 시간표'가 중요한 핵심 소재는 아니고 일종의 키워드로 사용되었다는 점, 그리고 전쟁의 시작까지만 다루고 있어서 관련된 인물들과 국가들의 결말은 다른 경로로 알아 보아야 한다는건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1차 세계 대전에 대해 궁금하신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2023/06/02

산척, 조선의 사냥꾼 - 이희근 : 별점 1.5점

산척, 조선의 사냥꾼 - 4점
이희근 지음/따비

조선 시대 사냥꾼들에 대해 알려주는 미시사 서적.

조선 시대 직업 사냥꾼들을 산척이라고 불렀습니다. 조선의 백정은 사냥 실력도 뛰어났는데, 북방 유목민의 후예였기 때문이랍니다. 백정 중 사냥만 하던 사람들이 직업 사냥꾼 산척이 되었고요. 임진왜란 이후 사냥도구로 조총이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추노>>나 <<미스터 선샤인>> 등으로 익숙한 산행포수가 탄생합니다. 그 전에는 주로 목궁이나 쇠뇌 등을 사용했지만, 그 성능 면에서 조총을 따라갈 수는 없었겠지요.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수도 무척 많았답니다. 선조실록에는 고을마다 수백 명을 웃돌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전국 330개 군현 모두를 의미하는건 아니겠지만, 한반도의 70%가 산악 지형이고, 고종 시기 강계 한 고을에만 산행포수가 200~300명 이었다고 하니 대충 어림잡아도 수만명 (330*0.7*250 = 57,750!)은 넘었을 듯 합니다. .
실력도 출중했습니다. 산행포수는 호랑이도 6미터 거리에서 단 한 발로 잡을 수 있었답니다. 조총의 성능에 담력과 실력이 합쳐진 덕분이지요. 구한말 이들의 솜씨를 목격했던 서양인 샌즈의 기록 (조선비망록)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호환을 막기 위한 호랑이 사냥 전문 부대에 소속되어 활약하기도 했고, 전시에는 군인으로 나섰습니다. 임진왜란 때에는 의병으로 빼어난 활약을 했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거창 산척 서인손입니다. 단 한 번의 전투로 왜장을 포함해 적병 24명을 죽이거나 중상을 입혔다는게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공을 세워 벼슬길에 오른 사례도 존재합니다. 황해도 서흥 출신 재인 한복련은 호랑이를 무려 40여 마리를 잡아 겸사복 (정3품 ~ 종9품)으로 특채되었고, 임진왜란 때는 전공을 세운 많은 백정이나 산척이 출세했다고 하네요. 무능하고 자존심만 셌던 사대부들이 반발했지만, 전시에 무공을 세운 이들에게 관직을 내리는건 막을 수 없었지요.

이렇게 조선 시대 사냥꾼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전체적인 책의 구성은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조선 시대 사냥꾼 '생활'에 대한 소개가 전무한 탓입니다. 사냥을 나서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고, 사냥 장비 - 조총, 화약, 탄알 - 는 어떻게 구입했고, 사냥한 짐승은 어떻게 처리했고, 평상시에는 어떤 생활을 했는지 등은 아예 소개되지 않아요. 그렇다고 유명한 산척에 대한 일화가 있는 것도 아니며, 도판도 부실합니다.
오로지 수록된건 실록 등 이런저런 기록 속에 '산척'이 관련되어 있는 내용 뿐입니다. 그래서 호랑이를 사냥한 무용담과 산척들이 군인으로 참가했던 임진왜란, 병자호란, 그리고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당시 전투에 대한 소개만 이루어지고요. 물론 특정 전투에 대한 기록이 나쁜건 아닙니다. 병인양요, 신미양요에 대해서는 특별히 상세하기도 하고요. 뛰어난 명사수들이었던 산행포수 부대가 미군에게 대패한건 지휘관의 잘못이었다는 설명도 좋았고 (큰 차이는 없었으리라 생각됩니다만), 해당 지역 지도까지 수록하여 이해를 도와주거든요.
그러나 이런걸 기대하고 구입한게 아니라서 실망이 컸습니다. 전쟁사가 궁금했다면 다른 책 - <<조선 전쟁 생중계>> 등 - 을 구입했겠지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생각과 너무 달라 감점합니다. 산척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은 아닙니다.

2008/09/04

전격전의 전설 - 칼 하인츠 프리저 / 진중근 : 별점 3점

전격전의 전설 - 6점
칼 하인츠 프리저 지음, 진중근 옮김/일조각

간만에 읽은 전쟁관련 책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전술로 유명해진 전격전에 대해 다룹니다. 특히 전격전의 시작과 그 확립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전 초기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하는 이른바 서부전선의 "지헬슈니트 작전" 에 대해 각종 도표와 그래프, 지도 등으로 상세하게 소개하여 전격전이라는 전술에 대한 이해를 돕습니다. 거의 600페이지나 되는 책 내용의 대부분을 이 작전 하나에 할애하였다는 점에서 상세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두께는 제법 되지만 전격전의 실체와 알려진 것과 사뭇 다른 서부전선의 양상, 그리고 독일과 프랑스 장군들에 대한 묘사와 손에 잡힐 듯한 전장에서의 여러가지 이야기들 덕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군인 롬멜의 서부전선에서의 활약상을 이렇게 자세하게 묘사한 책은 처음이네요. 프랑스 군에서도 드골 등 이름만 알고 있던 장군의 실제 활약이라던가, 프랑스 부대의 일부 활약상과 용맹성을 묘사하고 있는 등 균형을 잘 맞추고 있고요.

무엇보다도 예전에 읽었던 이대영씨의 "알기 쉬운 세계 제 2차 대전사" 에서 후루룩 지나간 서부전선 이야기에 대한 실상을 알게되어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이 전쟁이 원래는 히틀러의 침략 야욕으로 불거진 전쟁이 아니라는 점(미리 선전포고를 받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과, 실제로 전술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몇몇 뛰어난 독일군 장군들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루어진 전술이었다는 점, 그리고 프랑스 군이 무능했다기보다는 병력과 병기에서 앞섰지만 프랑스군을 지배했던 구세대적 마인드에 의해 패배한 전쟁이었다는 점, 아울러 독일군 승리에는 정말로 많은 행운이 작용했다는 점 등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고요.
지헬슈니트 작전과 1차 세계 대전때의 슐리펜 계획과의 자세한 비교 및 전격전이 확립된 서부전선의 결말과 그 역사적 의의 -거의 성공할 뻔 했지만 히틀러 때문에 실패한, 성공한 전쟁이 아닌 작전술의 승리였을 뿐이라는 결론- 등을 설명한 것 역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전쟁사라기 보다는 아무래도 전격전의 실체를 파헤치는 학술서에 가깝기 때문에, 정말 두껍고도 무거운 엄청난 책이라 읽는데 고생했습니다. 양장본이라 무겁기도 했고요. 무게와 두께가 흉기에 가까운 것은 정말 이 책의 거의 유일한 단점이었습니다. (책 가격이 4만원에 육박하는 것은 단점이라기 보다는 두께를 고려한다면 당연한 가격이겠죠)

한마디로 말하자면 2차 대전에 대해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번역도 딱딱하지만 정확한 편이고요. 개인적인 별점은 3점입니다. 3점 반을 주고 싶지만 조금 지루한 점과 두께는 아무래도 좀 걸리네요^^

2004/12/02

스탈린그라드 전투 - 김종화 저 : 별점 2.5점


재미교포 김종화씨의 저술로 도서출판 세주에서 출간된 책입니다.
제목 그대로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처음부터 끝까지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스탈린그라드 전투와 파울루스 장군의 독일 제 6군, 그리고 추이코프의 소련 제 62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죠. 초반부의 독일군의 파죽지세와 소련 62군의 소모전, 그리고 소련의 우라누스 작전에 따라 스탈린그라드에 포위되어 버린 독일 제 6군의 처절한 반격과 그 종말이 그려집니다.

일단 자료적인 가치가 상당하네요. 당시 독일 제 6군에 소속되었던 부대들의 마크에서 시작하여 독일군 지휘관 계보, 소련군 지휘관 계보로 그 뒤를 잇고 당시의 작전 계획과 비교적 상세한 지도들로 전술사적인 가치를 높여주고 있거든요.
또 대충의 간략한 이야기로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당시 상황을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자세히 설명하는 본문 역시 흥미진진하며 여러가지를 느끼게 해 줍니다. 이전에 읽었던 "아집과 실패의 전쟁사"에 이 전투가 포함되지 않은 것이 놀라울 정도로 지휘관들의 고집과 무식함이 특출나다는 것도 인상적이에요. 그 중에서도 상명하복에 충실했던 예스맨 파울루스에게 거의 모든 책임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잘못 알고 있었던 역사적 사실들과 그 후일담까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저는 33만 제 6군이 전멸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쨌건 5만 정도는 탈출, 12만 정도가 포로로 잡혔더군요. 포로중에 6천명정도만 결국 귀국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관심있는 분야라 상당히 재미있게 읽긴 했는데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제일 먼저 소련군의 비인간적이고 무식한 부분을 강조하며 승리의 요인 역시 물량과 인원이었다고 폄하하는 듯한 시각입니다. 전사도 역사의 일부인데 이러한 주관적인,편향적인 시각으로 저술하다니 저자의 수준이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아울러 전체적으로 균형잡히지 못한 논조에 더해 일본책을 그대로 번역한 듯한 읽기가 상당히 따분한 문체 역시 높은 역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책 자체의 수준을 낮추고 있습니다. 비교적 충실한 사료들과 증언, 증거들에 비해 도판의 수준이 많이 열악한 것도 아쉽고요.

그래도 간만에 읽은 2차대전사로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 준 책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나저나....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여기서 파울루스가 몇번에 걸친 기회를 전부 손에 넣어 스탈린그라드를 점령했더라면? 그래도 소련의 우라누스 계획에 막혀 결국 전선을 내어 주었으리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전선이 너무 길어져서 그것을 방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겠죠. 전쟁이 더 길어질 수는 있었겠지만 제 3제국의 영광은 결코! 찾아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소설 "Fatherland"는 정말 꿈일 뿐이죠)

2021/07/04

태평양 전쟁 - 유진 B. 슬레지 / 이경식 : 별점 3점

태평양 전쟁 - 6점
유진 B. 슬레지 지음, 이경식 옮김/열린책들

저자 유진 B. 슬레지가 직접 참전해서 싸웠던 2차 대전 태평양 전쟁에서의 경험을 서술한 회고록이자 전쟁사 서적입니다. 책은 저자가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을 때부터 시작됩니다. 슬레지(별명은 이름에서 따온 "슬레지해머")는 샌디에이고 훈련소에서 여러 주에 걸친 가혹한 훈련을 받고 한 명의 해병대원으로 성장한 뒤, 제 1 해병사단 제 5연대 3대대 소속 박격포병으로 1944년 펠렐리우 섬에서의 격전, 1945년에 오키나와 전선에 투입됩니다. 그리고 운 좋게 부상없이 생환하였지요.

저자가 겪은 2차 대전은 고작 1년도 안되는 기간입니다. 실제 전선에서 싸운건 그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고요. 하지만 일본군이 반자이 돌격없이, 섬에 방어망을 철저하게 구축하여 저항했던 마지막 전선이기에, 그리고 한 곳은 땅을 팔 수도 없는 열사의 산호섬이고, 또 한 곳은 항상 비가 오는 진흙탕이었고. 일본군 병사들의 목적도 오로지 죽기 전 미군을 한 명이라도 죽이려는 생각이었다니 그 끔찍함과 고생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덕분에 560여 페이지에 달하는 꽤 긴 분량이지만 술술 읽힙니다. 

다른 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생생함도 쉽게 읽을 수 있게 도와주는 요소였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건 시체가 널려있던 전선 상황에 대한 묘사였습니다. 일본군의 시신은 산호섬이라 묻을 수도 없어서 사방에 방치되어 있었고, 더운 날씨 탓에 바로 썩어들어가서 그 악취가 어마어마했다고 하네요. 당연하게도 파리도 굉장히 많았는데, 시체에 붙어있던 거대한 파리떼가 식사로 먹던 레이션에 달려들었다는 이야기는 정말 섬뜩했고요. 이렇게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상상하기도 힘들, 그런 생생한 묘사들이 곳곳에 가득합니다.

전쟁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분량이 할애되어 있습니다. 일본군과 미군이 서로에 대해 갖는 증오심이야 뭐 서로 겪은게 있으니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각자 서로에게 집행하는 상상 이상의 폭력이 정말 충격적입니다. 아직 살아있는 일본군의 금니를 뽑으려고 입을 대검으로 찢었다던가, 기념품으로 일본군 포로의 손을 잘라 챙겼다던가, 일부러 일본군 시체에 대고 오줌을 쌌다던가 하는 이야기가 숱하게 등장합니다. 저자가 미 해병대원이다보니 미군 시점의 이야기가 많은데, 일본군도 별반 차이가 없었겠지요. 

이와는 정 반대로, 전투를 겪으며 미치거나 피폐해지는 병사들에 대한 서술도 적지 않아요. 죽은 일본군의 반쯤 날아간 머리를 계속 개머리판으로 쳐 댔다는 미군 병사 이야기처럼요. 그동안 일본군은 거의 전멸했던 반면, 미군은 실종 포함한 사망자는 7,631명, 부상자는 3만 1,807명이라 큰 피해는 받지 않았다고 생각해 왔었습니다. 부상자들이 복귀만 한다면 전선 유지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부상자 중 2만 6,221명이 정신적인 부상자라는 이 책의 설명을 읽고나서는 생각을 바꿨습니다. 정신적인 부상자들은 군 복귀는 물론, 일상 생활로의 복귀도 힘들 사람들이 많았을테니까요. 저자는 전투는 참가한 사람들에게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고, 사람들은 그 끔찍한 흔적을 안고서 평생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정말 살아도 산게 아닌 사람들이 너무 많을 것 같아요. 저자 역시 운 좋게 무사히 살아남기는 했지만 마음에 많은 상처를 입은건 분명하다는게 이런저런 회고와 묘사에서 여실히 드러나고요. 고작 20살에 불과한 저자와 비슷한 또래의 전우들이 겪기에는 지나치다는 말로도 부족할 지옥이었겠지요. 정말이지 전쟁은 무섭네요.

그래도 다행히, 멋진 전우들도 많고 그들의 활약으로 목숨을 건지거나, 죽음을 넘나드는 와중에 웃을 수 있는 여유도 보여지곤 하더군요. 담배를 피지 않던 슬레지가 펠렐리우 상륙 작전 직후에 바로 담배를 찾았다던가, 두 박격포병들이 거의 목숨을 걸고 싸운건, 탄약 상자 속 포탄 용기 안에서 발견한, 은색 립스틱을 바른 여자의 입술로 키스를 한 자국이 있는 사거리표 카드를 서로 갖겠다는 이유였다는 이야기처럼요. 이런 일도 없다면 진작에 다 미쳤을지도 모르겠어요. 저 역시 20년도 더 지난 옛 군 생활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 때 그 친구들은 다 어디서 무엇을 하려나....

이렇게 가치있는 회고가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기승전결의 구조가 없다는건 좀 아쉬웠습니다. 회고록인 탓입니다. 각 시기별 경험들을 모두 이어 붙여 놓았을 뿐이니까요. 때문에 뭔가 정리된 이야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등장 인물들도 두서없이 등장해서 죽거나, 사라지곤 하는 편이고요. 또 잔혹한 쓰레기였던 분대장 맥의 후일담이 궁금했는데, 등장 인물들 중 살아 남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후일담을 적어주면 좋았을 것 같네요.

그래도 일반 병사 시점에서 본 전쟁이라는 특이함에 더해, 생생함이 놀라운 수준이라 별점은 3점입니다. 태평양 전쟁, 아니 일반 병사의 전쟁이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017/01/15

아틀라스 세계 항공전사 - 알렉산더 스완스턴, 맬컴 스완스턴 / 홍성표 외 : 별점 2.5점

아틀라스 세계 항공전사 - 6점
알렉산더 스완스턴.맬컴 스완스턴 지음, 홍성표 외 옮김/플래닛미디어

항공기가 무기로 사용된 이후 주요 공중전투를 상세한 지도, 사진과 함께 소개한 전쟁사 - 미시사 서적입니다. 

같은 출판사에서 같은 주제로 출간된 "아틀라스 전차전"과 흡사합니다. 장, 단점 모두요.
우선 장점이라면 화려하고 치밀한 도판입니다. 전쟁의 흐름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해 주는 지도 외에도 다양한 시각 자료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갖가지 비행 기술에 관련된 도판들이 눈에 띕니다. 유리한 고도에서 태양을 등지고 목표물을 향해 속도를 높여 급강하해 치고 올라오며 기총 공격한 후, 다시 수직에 가깝게 급상승해 유리한 고도를 확보한다는 이벨만 기동과 같은 초기 비행 기술들을 도판과 함께 보여주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독일군의 '서커스' 집단 편대 비행이나 영국의 6기 편대 비행 항목 등도 마찬가지고요.
이러한 특유의 소개는 후반부 아랍 - 이스라엘 전쟁 당시 선보인 각종 기동 방법 - 공격적 분리 기동, 하이스피드 요요, 가위 기동, 바렐 롤 공격 - 소개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한마디로 '눈이 즐거운' 책입니다! 

또 잘 알지 못했던, 기구를 활용한 정찰전, 1차 대전 때의 그라프 제펠린으로 대표되는 비행선과 복엽기의 활약을 소개한 초반부도 확실히 이 책만의 강점이에요. 다른 곳에서 접하기 힘든 정보들이 많았던 덕분입니다. 이후 소개된 전투들 역시 풍성한 볼륨을 자랑하는건 같습니다.

그러나 단점도 분명합니다. 우선 "아틀라스 전차전"과 마찬가지로 또다른 재미 요소라 할 수 있는 전투기들과 에이스들의 소개가 거의 없다는 단점이 큽니다. 소개되는 몇몇 에이스, 기체도 주로 1차 대전까지 내용에 집중되어 있을 뿐입니다. 이후 비중있게 소개된 기체는 B-29 정도 밖에는 없어요.

또 몰타, 진주만, 산호해, 미드웨이, 스탈린그라드, 과달카날 등 2차 대전 이후 등장 전투들은 이런저런 매체에서 너무나 많이 다루어진 이야기들이라 흥미가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잘 그려진 지도와 각종 도판은 훌륭하지만 식상한 이야기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워요. 

그리고 과연 이 전투들 모두가 '항공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입니다. 재미는 있지만 제목과 주제에 걸맞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거든요. 그나마 2차 대전까지는 나름 '항공전'에 걸맞는 이야기였지만 이후 전투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전, 중동전, 베트남, 포클랜드에 이라크 전쟁 등에서 전투기를 활용한 교전은 보조적, 혹은 전략적 목적이 강하니까요. 

그래도 "아틀라스 전차전"보다는 재미있었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러나 4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생각한다면 적극적으로 추천드리기는 조금 어렵군요. 어차피 절판되었으니 구해보시기도 쉽지 않으시겠지만요. 

개인적으로는 보다 볼륨을 두껍게 하여 책을 나누더라도 또다른 흥미요소인 기체, 에이스 소개를 해 주는 것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럼 책의 성격이 좀 이상해졌을라나요?

2025/08/02

미각의 번역 : 요리가 주는 영감에 대하여 - 도리스 되리 / 함미라 : 별점 2.5점

독일 여성 영화 감독 도리스 되리의 요리 관련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접한 음식과 사람들, 그 안에서 느낀 단상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순한 요리 소개나 맛 묘사에 그치지 않고 음식과 문화, 기억, 철학이 뒤섞인 글들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 많아서 일기같다는 느낌도 많이 들고요.

놀랐던건 저자의 방대한 식견입니다. 김치에 대한 언급이 대표적이에요. 한국의 김장을 단순한 발효 기술이 아니라 ‘인간적인 정을 만드는 레시피’라고 표현하는데, 외국인이 쓴 글에서 김치가 아니라 김장을 이 정도로 이해하고 언급했다는게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우유에 대한 글에서 부처가 고행으로 쇠약해졌을 때 젊은 여인이 건넨 우유로 생명을 구했다는 불교 일화를 인용하고, 두부를 이야기할 때 일본 선종의 도겐 젠지의 말을 함께 소개하는 부분을 보면 독일 사람이 이런 정보를 대체 어디서 얻었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글 사이사이에 동물이 급격한 변태를 겪는 이유가 ‘더 많은 먹이를 먹기 위해서’라는 과학계 이론같은 여러 정보들이 등장하는 것도 볼거리입니다. 예를 들자면 바움쿠헨이 일본에 전해진 과정은 의외로 전쟁사와 연결되어 있다고 하네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에서 제빵사로 일하던 독일인 유흐하임이 전쟁 포로가 되어 일본으로 이송된 뒤 굽기 시작한 것이 그 시초라고 합니다. 뉴욕의 대표 음식으로 언급된 ‘루스 앤 도터스’의 비알리와 베이글 이야기도 재미있었어요. 이 가게는 1907년 폴란드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조엘 루스가 세 딸과 함께 1935년 창업한 곳이라는 군요.

간단한 레시피도 몇 가지 소개됩니다. 독일에서 품종 보호 정책으로 사라졌다는 ‘린다’ 감자를 활용한 감자샐러드는 감자를 껍질째 삶아 얇게 썰고, 여기에 양파, 식초, 설탕, 식용유를 넣어 만듭니다. 한 번 도전해보고 싶네요.
연두부 반쪽과 아보카도 반쪽을 함께 갈아 얼굴에 바르라는 피부 관리용 레시피도 새로왔고요. 아보카도가 저렇게 쓰기에는 좀 고가라 도전은 꺼려집니다만..

이외에도, 커피 유행에 대한 단상처럼 공감할 만한 일상적 시선도 있어서 좋았고, 책의 만듦새도 깔끔합니다. 선명한 일러스트, 판형, 종이질과 인쇄 및 장정 모두 빼어나거든요. 어른들을 위한 선물용 책으로도 괜찮겠다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글루텐 프리나 환경오염, 미세 플라스틱 같은 주제를 다룬 글들은 다소 단조롭고 설명 위주로 흘러가는 탓에 흥미가 떨어집니다. 전체적으로 정보는 많지만 글마다 담고있는 내용, 수준의 편차도 있는 편이고요. 그리고 '요리'나  '식문화', '음식', '미식' 등의 내용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런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일상적인 요리 이야기보다는, 음식에 얽힌 문화나 개인적 사유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2023/05/11

돈이 되는 중고책에 대한 단상

얼마전 "중고책으로 돈 버는 사람들"이라는 광고를 보고 글을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20년 넘게 중고책을 구입해왔던 경험으로, 돈이 되는 중고책이 무엇일지? 잠깐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는 되팔기 목적으로 중고책을 산 적은 없고, 단 한 번도 개인간 책 중고 거래를 해 본 적도 없습니다. 오직 알라딘 등에 알라딘 매입가로 팔아 왔을 뿐입니다. 그런데 알라딘에 판 가격보다 중고가가 높으면 살짝 짜증이 나더라고요. (<<꿈의 화석>>은 3,200원에 팔았는데, 중고 가격이 거의 3만원 대네요). 그래서 이런 정보를 좀 알아두는게 좋겠다 싶어 적어봅니다. 여러분께도 참고가 되면 좋겠습니다.

돈이 될 중고책은 당연히 사람들이 찾는 책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아래에 해당하는 책들일 것 같습니다.
  1. 구하기 힘듬. 책이 절판되었고, 이북으로도 출간되지 않음. 당분간 출간 예정도 없음.
  2. 1에 해당하는 책 중에서, 높은 지명도를 갖는 책. 유명한 명작이거나, 유명 작가의 작품이거나 다른 곳에서 많이 언급되는 책.
  3. 2에 해당되는 책 중에서, 수집욕을 강하게 자극하는 책 (그림이 미려하다거나, 정말 희귀하다거나....).
  4. 1, 2, 3에 해당되는 책 중에서, 다른 책으로 대체 불가능한 책
  5. 시리즈라면 전권 (중요 포인트)
이런 항목들을 모두 아우르는 주제로 대표적인건 1980년대 ~ 2000년대까지의 만화입니다. 제가 가진 책 중에서 모두 해당되는걸 꼽자면 <<타임시커즈>>, <<환영박람회>> 입니다. 책 상태도 좋고, 모두 완결편까지 한 Set로 소장하고 있는터라 현재는 제법 값어치가 나갑니다. 단권이지만 <<외천루>>도 1 ~ 4조건을 모두 충족하기에 값이 꽤 비싸고요.




국내에서는 유명세에 비하면 많이 팔리지 않아서 초판 이후 절판된 작가들 - 예를 들어 모로호시 다이지로 - 작품 중 일부도 중고 가격이 만만치 않아요.
반면 이 시기 만화라도 당시 많이 팔려서 구하기 쉬운 탓에 1번 항목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책도 있습니다. <<어쩐지 좋은일이 생길것같은 저녁>>처럼요.

만화 외에도 위의 조건들을 충족시켜 고가를 형성하는 책들은 당연히 많습니다. 매니아 층이 탄탄한 장르 소설의 경우 꽤 높은 가격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재간되기 전 <<점성술 살인사건>>과 <<관 시리즈>>가 그러했었죠. SF도 비슷해서 재간 전 <<별의 계승자>>는 엄청났었습니다. 찾아보니 다아시 경 시리즈 <<마술사가 너무 많다>>도 3만원을 훌쩍 넘네요.
하지만 소설은 투자(?) 목적으로 구입하기는 꺼려집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작품은 많이 팔리기도 해서 공급도 많으며, 예상치못한 복간이나 전자책 출간이 이루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요새는 비파괴 북스캔 후 OCR을 돌려 개인이 전자책처럼 만들 수도 있는 시대이기도 하니,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인문서의 경우는 아주 유명하다면 절판되는 경우가 적습니다. 재간도 자주 되며, 도서관에서도 구할 수 있고요. 특히 역사책은 4번 항목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추천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확실한 매니아층 - 소장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 이 있는 책이 괜찮아 보입니다. 밀리터리물, 요리, 자동차나 각종 취미 분야 (예를 들자면 건담) 등에서 독보적(?)인 책은 가격이 괜찮습니다. 제가 가진 책 중에서는 <청설모의 자동차카툰>>이 대표적입니다. 투자는 소설보다는 이 쪽이 나은 선택일 듯 합니다.


아울러 구입하려면 업자가 아닌 알라딘 직접 배송 중고 등 플랫폼 이나 당근 등의 개인 판매본을 노리는게 좋습니다. 업자는 책의 가치를 잘 알고 있으니, 비싼 책을 싸게 구입하는건 거의 불가능하니까요. 가격도 최소 3명 이상의 판매자가 책정한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게 좋습니다.
그리고 중고 구입 시에는 꼭 사전에 중고 플랫폼에서 검색해보세요 (팔 때도 마찬가지). 엄청난 고가라도 시장 가격과 다른 경우가 있거든요. 업자의 경우, 절판이라고 어마무시한 가격을 임의로 붙여놓고 '한 놈만 걸려라' 인 경우도 많으니까요. <<기동전사 건담 일년 전쟁사>>는 상, 하권 낱권보다 두 권 세트 가격이 두배 가까이 비싼데 이런 경우도 주의해야 합니다.

허나 이 이론이 절대적인건 아닙니다. 조건을 대충 충족한 것 같은데 생각보다 가격이 오르지 않는 책도 많아요.
그래서 너무 투자(?)에 연연하지 말고, 좋아하는 작품을 소장하는 개념으로 접근하시는게 속은 편할겁니다. 그러다보면 가격은 오를 수 있으니까요. 제가 좋아하지만 그동안 중고 시장에서는 별로 대접을 받지 못했던, 김진태 만화들도 결국 가격이 엄청 올랐더라고요. 결론내리자면, 존버는 승리한다!
 
그런데 과연 <<대지옥전 진광대왕>>이 얼마나 할지, 살짝 궁금해집니다. 1, 4에 해당되기는 하는데....


2016/02/28

사무라이 SAMURAI - 스티븐 턴불 / 남정우 : 별점 2점

사무라이 SAMURAI - 4점
스티븐 턴불 지음, 남정우 옮김/플래닛미디어

영국 오스프리 출판사에서 발간한 스티븐 턴불의 책을 번역한 책입니다. 제목 그대로 사무라이 계급의 역사를 차분하게 설명하고 있는 미시사 서적이지요. 10세기 겐페이 전쟁에서 대두되기 시작한 사무라이 계급이 전국 시대를 거쳐 메이지 유신 후 사라지기까지의 과정을 주요 사건(주로 전쟁)과 주요 인물들과 함께 설명해 줍니다. 이전에 "도해 전국무장"을 읽고 한 번 데이긴 했는데, 워낙 이쪽에 관심이 있던 차에 다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오스프리의 책들은 왠지 신뢰가 가기도 했고요.

그런데 역시나, 슬픈 예감은 틀리지가 않네요. 자세히 소개될 것으로 기대한 이른바 "사무라이"들과 "무사도" 및 그들의 문화를 설명하는 내용은 절반도 채 되지 않습니다. 3장의 '조상 숭배의 열정'과 4장의 '사무라이식 죽음' 정도가 비교적 관련 내용에 충실하며, 그 외에는 실제 역사상 전쟁 이야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전쟁 관련 도서로 유명한 오스프리의 책 답게요.

물론 전쟁 이야기가 재미없는 것은 아닙니다. 신식 화승총을 도입한건 사쓰마의 시마즈 가문이었다, 그들의 라이벌이었던 규슈의 오토모 문은 화포를 최초로 전쟁에 도입했다는 내용은 그 자체만으로도 군웅물을 보는 재미가 있거든요. 그냥 보면 외부에서의 공격에 엄청나게 취약해 보이는 일본식 성이 사실은 일본 지형과 전술에 특화되어 개발되었으며, 전 세계적인 흐름과도 일치하는 결과물이었다는 석축 성곽 설명 부분도 아주 흥미로웠고요.

'7장 사무라이의 바다'를 통해 왜구로 알려진 해적들의 해상 활동 외에 시암 왕국에서 일본인 용병들이 활약했다는걸 처음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야마다 나가마사' 관련 이야기는 인상적이었어요. 17세기에 시암 왕국으로 건너간 뒤 용병으로 활약하다가 왕국의 공주와 결혼하여 영주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로, 그냥 삶 자체가 드라마더라고요. 인터넷을 뒤져보니 제법 잘 알려진 인물이기도 한데, 좀 더 공부해 봐야겠습니다.

하여튼, 이런 전쟁 이야기를 통해 사무라이에 대해 다시금 조망하게 해 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전쟁사와 전쟁에 대해 소개하는 부분이 기대와 너무 달라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대표적인건 일본 황실에 얽힌 전설과 함께 유명한 "3종 신기"에 얽힌 역사를 설명하는 제2장, 사무라이 계급의 몰락을 다룬 8, 9장입니다. 일본 역사가 궁금했다면, 그것도 전국 시대와 메이지 유신 당시의 세이난 전쟁 이야기라면 구태여 이 책을 구입해 읽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사무라이 계급의 몰락은 사이고 다카모리보다는 신센구미의 히지카타 토시조를 다루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아울러 전체적으로 번역도 좀 매끄럽지 않게 느껴진 것도 단점입니다. 플래닛 미디어의 "KODEF 안보 총서" 시리즈는 번역은 비슷한 문제가 있는 듯 싶어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재미있는 부분도 있고 처음 알게 된 내용도 많기는 합니다. 도판도 괜찮고요. 그래도 앞서의 단점 및 2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감안하면 별로 권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인터넷에서 전국시대 무장들을 검색해 보는 것이 훨씬 저렴하고, 그리 뒤쳐지지 않는 경험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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