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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1

시공건축환시담 메모리즈 1 - 토우메 케이 : 별점 2.5점

시공건축환시담 메모리즈 1 - 6점
토우메 케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건축물에 남겨진 의식을 느낄 수 있는 여자와 볼 수 있는 남자가 만난다. 그들은 서로의 능력을 합쳐서 건축물이 남긴 염원(?)을 풀어준다...

토우메 케이의 독특한 건축물을 소재로 한 일상계 옴니버스 단편 시리즈입니다. 주인공인 니와가 자신의 능력을 깨닫는 도입부 성격의 "집의 기억", 니와의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함께 후카자와 마유리에 대해 서서히 알아가는 "할아버지의 사진", 그리고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고 니와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자각하게 되는 "바다의 추억", 이렇게 모두 세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집이 가진 잔류사념을 해결해 준다는 점에서 지박령을 퇴치하는 퇴마물로 보이기도 하지만, 내용은 평범한 일상계에 가깝습니다. 주인공들의 능력도 별게 없어요. 하는 일도 고작해야 남겨진 편지를 보낸다던가, 숨겨진 인형을 찾아낸다던가, 건물에게 예전의 바다 풍경을 보여준다는 것에 불과하고요. 그러고 나서도 특별히 달라지는 것도 없어서 큰 드라마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애시당초 건물이 피를 흘리거나, 폴더가이스트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니 뭐 해결할 것도 없지요. 

그래도 수록작 중에서 마지막 이야기는 아주 괜찮았습니다. 그 집에 살던 사람들의 의식이 아니라, 그야말로 집 자체의 의식이 핵심이었다는 약간의 반전과 더불어 실제로 성불시켜주는 방법이 꽤 그럴듯하면서도 따뜻한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토우메 케이 스타일이 살아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선 굵은 거친 스타일의 펜화로 그려낸 작화, 그리고 전형적이라 해도 좋은 토우메 케이 스타일 캐릭터인 니와와 후카자와 마유리 컴비가 대표적이지요. 일종의 조력자인 사카모토, 아키라 컴비도 좋았고요. 캐릭터가 약간 "환영 박람회"와 겹치는데 (특히 마유리), 작가도 "환영 박람회" 캐릭터들이 뛰어든 현대 무대의 일상계 판타지를 그리고 싶었던 게 아니었나 싶네요. 여튼. 별점은 2.5점입니다.

걱정이라면 1권부터 "환영 박람회"와 비슷하게 이런저런 떡밥을 던져놓는데 제대로 마무리될 수 있나.. 하는 점이죠. 작가의 전작을 보면 더욱 신경쓰일 수 밖에 없는데, 후속권을 지켜봐야 될 것 같군요.

2014/02/18

환영 박람회 4 - 토우메 케이 : 별점 1.5점

환영 박람회 4 - 4점
토우메 케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환영박람회 3권 - 토우메 케이 : 별점 3점"

다이쇼 판타치 탐정물 대망의 완결편. 토우메 케이 작품 중 두 번째로 완결을 보았네요.

1~3권은 단편 옴니버스 형태로, 중간중간에 마야가 누구인지에 대한 떡밥을 던지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는데 이번에는 마야의 정체에 대해 긴 호흡으로 풀어나가며 떡밥을 모두 회수하고 마무리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런 형식은 확실히 완결편답네요.

내용도 중반까지는 비교적 흥미롭습니다. 마야 양친의 지인으로 하루카의 은사로 기억되던 후지에다 박사가 사실은 실체가 없는 인물이라는 것을 하루카가 깨닫게 된다던가, 마야가 양친을 사칭한 부부에게 납치될 뻔하다가 도망친다던가, 마야가 입수하게 된 양친의 유품에서 "입체영상 장치"를 발견하게 된다던가 하는 식의 놀라운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재미는 딱 여기까지. 이 다음부터는 궁금증을 키워나가던 마야의 정체가 후지에다 - 마야의 만남을 통해 한방에 설명되는 식으로 모든 것이 급작스럽게 마무리될 뿐입니다. 뭔가 완결에 대한 강박관념, 이야기를 끝내기 위한 의지밖에는 보이지 않았어요.

마야의 정체 역시 떡밥에 비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황당한 것이라 실망을 더합니다. 과거, 1900년대 초의 일본의 모습을 남기고 그때의 생활을 증언하기 위해 미래인들이 보낸 인물이다! 라는 것인데 솔직히 1900년대 초 일본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미래인들이 신경 써서 사진과 증언을 남기는지 이해 불가예요. 최소한의 이유는 설명되었어야 할 텐데 그러한 설명은 전무하고요. 그 외 요소들, 예를 들면 관동대지진도 언급된 비중에 비하면 그 실체는 어이없다는 점(타임슬립을 위한 에너지원?)에서 역시나 짜임새 따위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아울러 마야와 하루카의 관계가 결국 끝까지 진전되지 못하기 때문에 마야의 마지막 순간도 애틋함을 느끼기 어려웠다는 점도 감점 요소라 생각됩니다. 작중에서 마야의 존재는 하루카에게 있어 동생 이상을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그려지니까요. 그래서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이나 슬픔을 전해주기는 힘들었어요. 최소한 마지막만큼은 강렬하게 마무리해 주었어야 했던게 아닐까요? 마야는 그 정도 대접은 받을만한 매력적인 히로인인데, 캐릭터가 낭비되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드네요.

때문에 결론적으로 별점은 1.5점. 1~3권까지의 괜찮은 분위기를 모조리 말아먹고 단점만 보이기에 점수를 줄 부분이 별로 없네요. 역대급인 "귀등의 섬"만큼은 아니지만, 창대했던 시작에 비해 너무나 미약한 결말이었습니다. 그나마 어떻게든 끝을 내었다는 점, 여전히 마음에 드는 거친 느낌의 그림과 히로인 마야의 매력에 점수를 조금 주지만, 이렇게 어설픈 다이쇼 SF물로 마무리할 바에야 추리물 분위기를 유지하며 하루카 - 마야 컴비의 활약이 이어질 것이라는 여운과 함께 끝내는 것이 더 좋았을 겁니다. 여러모로 아쉽군요.

2009/12/30

2009 내 블로그 리뷰 총결산

여섯번째 결산 보고입니다. 6년차에 접어들었군요. 12월은 아직 남아있지만 남은 기간 동안 책을 더 읽을 일은 없을 것 같아 포스팅올립니다.

올해는 만화와 잡지류 제외하고 총 90권을 읽었네요.
분포는 1월달 7권 / 2월달 9권 / 3월달 9권 / 4월달 8권 / 5월달 8권 / 6월달 9권 / 7월달 11권 / 8월달 6권 / 9월달 3권 / 10월달 6권 / 11월달 7권 / 12월달 7권인데 9월달에 굉장히 부진한 것이 눈에 뜨입니다. 프로야구 시즌 막판이라 야구에 너무 집중한 탓이죠....9월달에 몇권만 더 읽었어도 100권 채울 수 있었을것 같아 너무 아쉽네요. 또 90권 중 추리 / 호러관련 독서가 무려 60권이라 지나칠 정도로 장르편식이 심했던 것도 반성해야겠습니다.
그래도 작년의 82권보다는 독서량이 약간이나마 증가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아야겠네요.

그럼 결산 들어갑니다~ 언제나처럼 제 블로그에 올린 리뷰들 중에서만 선정했습니다.


2009년 베스트 추리소설 :
경성탐정록 - 한동진
단지 재미로서만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너무나 의미있는 책이기에 반드시 꼽고 싶습니다.
내년도 베스트에는 경성탐정록 2편이 선정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네요.


2009년 워스트 추리소설 : 별점 1점짜리가 올해에는 두작품이네요.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블로그에 올렸던 평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추리물도 아니고 스릴러도 아니고 호러도 아닌 애매모호함에 더불어 제가 싫어하는 잔인한 고어적 묘사 등 좋은 면을 도저히 찾아보기 어려웠던 작품.

"기세이혼센 살인사건"
블로그에 올렸던 평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엔간한 졸작은 수작으로 보일만큼 추리와 설정, 내용 모두 별로였던 작품.


2009년 베스트 장르 문학 :
앨저넌에게 꽃을
블로그에 책 리뷰를 올린 6년 동안에 처음으로 (아마도?) 나온 별점 5점짜리 작품. 뭐 더 말이 필요 없죠.


2009년 워스트 장르 문학 :
도서실의 바다
수록 작품 중 좋은 작품도 있었고 별 2점으로 워스트라고 하면 좀 섭섭하겠지만... 예고편을 돈받고 파는 행태는 참기 힘들기에 선정합니다.


2009 베스트 역사 관련 도서 :
별난 전쟁, 특별한 작전
재미와 지식전달 모두 만점에 가까운 책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그 외에는 다 고만고만해서 특별한 워스트는 없습니다)


2009년 베스트 전공관련 / 스터디 도서 :
"초난감기업의 조건"
올해 전공관련하여 읽은건 딱 한권! 하지만 별 4점짜리인 알짜배기였습니다.


2009년 베스트 기타 도서 :
"야구란 무엇인가"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의 별 5점짜리 도서입니다. 야구를 좋아한다면 별 5점짜리 걸작 도서죠. 야구를 싫어한다면 별점 1점의 값어치도 없을테지만... 그나저나 올해는 유래없이 별 5점짜리 책이 두권이나 되는군요.

2009년 워스트 기타 도서 :
2012 아마겟돈인가, 제 2의 에덴인가?
아주아주 약간의 자료적 가치 외에는 건질 요소가 전무한 책입니다. 읽은 시간이 아까울 정도였어요.


2009 베스트 추리 / 호러 만화 :
"환영박람회 2" 와 "QED 33권" 동시수상
단편 옴니버스 두 작품이 별점 4점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QED는 무려 33권임에도 여전한 재미를 준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네요. 환영박람회도 작화와 내용 모두 안정적인 좋은 작품이었고요.


2009 워스트 추리 / 호러 만화 :

"탐정이 되는 893가지 방법 3권"
이론의 여지가 없는 최악의 만화. 쓰레기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 단지 시리즈를 매듭짓기 위한 어처구니 없는 완결편. 차라리 안 나왔더라면 시리즈 전체가 욕먹지도 않았을텐데 앞작품의 좋은 인상마저 쌈싸먹은 망작입니다.


2009 베스트 영화 :
슬럼독 밀리어네어 :
아카데미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한 올해 최고의 영화!
(워스트는 별 2점짜리가 많기에 생략합니다)


결산평 :

일단 추리 소설 쪽에서는 많은 고전과 명작들이 많이 소개되어 참으로 풍부한 한해가 아니었나 싶네요. 하지만 널리 알려진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작품 자체는 그닥인 작품들이 많다는 것이 좀 의외였달까요? 그래도 추리소설 독자로는 무척이나 즐거운 한해였던 것은 분명합니다. 기타 다른 도서들은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새롭게 접한 작가들의 좋은 책이 많았던 것 같네요.

내년에도 많은 책들과 함께 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상으로 올해 결산을 마칩니다~

2011/02/16

환영박람회 3권 - 토우메 케이 : 별점 3점

환영 박람회 3 - 6점
토우메 케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토우메 케이의 다이쇼 시대 배경 로망 탐정 - 모험물. "2권"은 구입했지만, 3권을 깜빡하고 주문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절판되었더군요. 출산휴가를 받은 김에 인터넷을 뒤져서 구입하였습니다.

3권에는 두 편의 중편 분량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헤이케 잔당들이 숨어 산다는 전설의 ‘카쿠레사토’(숨겨진 마을)에 대한 것이고, 두 번째 이야기는 유령이 나타난 후 유령화 족자에 그려져 있던 그림이 사라진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1, 2권에 비하면 사건성이 희박하고 추리적인 요소가 적어서 다소 아쉬웠습니다. 특히 첫 번째 이야기는 친구 우메가 길을 잃고 헤맨다는 것 외에는 극적 긴장감을 느낄 만한 요소가 부족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역시 흥미로운 설정에도 불구하고 범인이 그러한 행동을 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어 추리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정통 추리물'을 표방한 것은 아닌 만큼, 잔잔한 재미를 주는 에피소드들도 나름대로 매력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야기 하나하나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고, 민속학적인 요소에서 오는 잔재미도 있습니다. 또한 마야의 부모님이 등장한다거나, 마츠노미야의 친구 타케시타와 1권부터 등장한 카미아즈사 토코가 비중 있게 등장하는 등 팬으로서 즐길 거리도 많았습니다. 게다가 토우메 케이의 거칠지만 안정적인 데생이 돋보이는 작화 역시 여전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2009/03/22

최근 읽은 추리만화 감상

탐정이 되는 893가지방법 1 - 6점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사카모토 아키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살육에 이르는 병"으로 유명한 신본격 작가 아비코 다케마루가 스토리를 담당한 추리만화입니다. 분위기 있는 표지와 작가의 전작 탓에 진지한 작품이 아닐까 싶었는데 내용은 의외로 코미디에 가까운 유쾌한 작품이더군요.

1권에는 "쓰레기 주택"과 "스토커"라는 두가지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쓰레기 주택"은 동경대 출신의 자격증 오타쿠인 주인공 나카지마 마모루가 대학 선배 미쿠리야 진과 우연히 만나 미쿠리야가 운영하는 심부름 센터에 취직한다는 등의 기본 설정 소개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어서 본편 이야기가 좀 길어진 감이 없잖아 있더군요. 그래도 "쓰레기를 모아놓아 인위적으로 조성된 밀실" 이라는 설정 자체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쓰레기를 모아 놓은 동기라던가 트릭이 그다지 깔끔하지 못했다는 것은 좀 아쉽지만 추리만화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으로는 나름 합격점이랄까요. 결말도 괜찮았고요. 그런데 두번째 이야기 "스토커"는 사실 1권에 마무리 되지 않기에 잘 모르겠습니다. 특별한 트릭이 나올법한 전개는 아닌데, 2권을 봐야 할 것 같아요.

총평하자면, 전체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지만 새로운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것 치고는 그다지 나쁘지는 않은 그냥저냥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유쾌한 분위기와 뭔가 미묘한 작화 역시 마음에 들었고요. 앞으로를 기대해 볼 만할 것 같아 별점은 3점주겠습니다. 그나저나 제목은 대관절 무슨 뜻인지???


환영 박람회 2 - 8점
토우메 케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전에 읽고 마음에 들었던 다이쇼시대를 무대로 한 추리 단편 만화 "환영박람회" 2권입니다. 2권에는 "황천에서 온 자객" 과 "이중무대"라는 두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황천..."은 좀 짤막한 단편이고 "이중무대"는 중편 길이인데 "이중무대" 도 본편의 이야기보다는 마야라는 캐릭터에 숨겨진 비밀과 수수께끼를 서서히 드러내는 과정을 묘사한 내용이 많기에 실질적으로는 단편이라고 봐야겠죠. 추리적으로 본다면 "황천.."은 트릭은 별다를 것이 없지만 범인의 정체에 대한 설정이 꽤 그럴듯했고, "이중무대"는 상당히 잘 짜여진 복수극이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이중무대"의 경우 여러가지 약점 - 범인들의 행동이 예상대로 갈 것이라는 것을 특정하기 힘들고 실제로 범인들이 다가올지 안올지도 모른다는 등 - 이 존재하지만 모든 것을 "신의 뜻" 이라고 끝맺기에 나름 설득력있게 이야기를 정리한 것 같아요. 좀 반칙이긴 하지만 이 작품에는 잘 어울렸거든요. 앞으로도 마야의 수수께끼 보다는 보다 추리적인 내용에 집중해 주었으면 합니다만, 3권을 지켜봐야겠죠. 별점은 4점입니다.

2009/01/07

최근 읽은 추리만화 약간 긴듯한 감상

이번 추리만화들 리뷰는 약간 깁니다. 리뷰에 앞선 총평으로는 "건질게 없었다" 되겠습니다.^^


명탐정 코난 63 - 2점
아오야마 고쇼 지음/서울문화사(만화)
전편에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의 교살 사건, 회전 초밥집에서의 독살 사건, 켄타의 아버지가 관련된 사고사로 위장된 살인사건,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설의 폭주족 마녀가 등장하는 안개속 도로의 의문의 폭주족 질주 사건까지 4건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서 일단 양적으로는 풍부합니다.

그러나 질보다 양이라는 표현은 만화에 쓰는 표현은 아니죠... 전체적으로 추리의 수준이 너무나! 낮습니다.
첫번째의 교살 사건은 트릭이 너무 억지죠. 아무리 죽음을 감수한다고 결심했다해도 최후의 순간, 즉 죽을때 피해자가 발작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되거든요. 차라리 피해자가 스스로 자기 목을 졸랐다고 하지 그랬어?
그리고 세번째의 대부호의 사고사로 위장된 살인사건의 경우는 조금만 수사한다면 범인을 밝혀내는 것은 시간문제였을것 같을 뿐더러 앞부분의 "전국 코지마씨 선발대회"라는 억지스러운 설정이 기본적인 상식을 망각하고 있기에 언급할 가치조차 없습니다...
마지막 폭주족 마녀 이야기는 대단한 트릭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합리적인 트릭이라 트릭 자체는 봐줄만한 수준이긴 합니다. 그러나 동기 등 다른 부분은 완벽할 정도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죠.

그나마 두번째 회전 초밥집 독살 사건은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회전 초밥이라는 무대를 이용한 트릭이고 동기 등도 잘 배분되어 있는 등 이야기 자체는 깔끔했으니까요. 별점은 두번째 에피소드만이라면 2점 정도? 그러나 전체 통합한다면 1점입니다.

그동안 추리적인 부분의 모자람을 채워주었던 기본적인 재미마저 많이 빠진 모습이라 이제 어느정도 한계에 달한 듯 싶어 안타깝기까지 하네요. 연재를 중지하라는 말 까지는 못하겠지만 좀 쉬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CMB 박물관 사건목록 9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QED의 스핀오프인 CMB도 이제 9권째군요.
이번 권에는 세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첫번째는 페루 안데스 산맥 잉카문명의 유적지인 태양의 신전 지하도에서 벌어진 교수 실종-살해 사건과 잃어버린 황금도시에 관한 이야기이고 두번째 이야기는 일상속 소품같은 학교안에서 벌어진 고가의 그림 도난 소동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 이야기는 스쿠버 다이버의 사고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평하자면, 첫번째 이야기는 스케일에 비한다면 이야기전개가 설득력을 많이 잃고 있어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길잡이 소년의 행동이라던가 그 후에 벌어진 사건들에 대한 설명이 많이 부족했거든요. 이야기가 제대로 마무리 되지 않는 느낌도 강하고요.
두번째 이야기는 일상계 소품으로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간단한 트릭을 통해 벌어지는 사건인데,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조건이 너무 빈약하고 장치 자체도 상당히 부실해서 실효성이 부족해 보여 역시나 범작 수준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 트릭 자체는 사실 괜찮은 편이긴 하지만 이 시한장치 트릭이 발동하기 위한 조건이 너무나 까다롭다는 점에서 작가가 좀 더 고민해야 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마지막 스쿠버 다이버 이야기는 추리적으로 뭐라 논하기 어려운 이야기라서 아예 논외고 말이죠.

그나저나 이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점점 크게 느끼는 것인데 왜 새로운 주인공을 등장시켜 스핀오프화 했는지는 의문입니다. 그 정도로 이번권은 QED 이야기라 하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을것 같거든요. 물론 수학에 치중된 QED와 비교해 본다면 이 시리즈쪽은 박물학적인 부분을 많이 다루고 있긴 합니다만, 어차피 학자풍의 전문지식을 지닌 탐정이 등장한다는 점과 이야기 전개방식, 그리고 포맷 자체가 너무 똑같습니다...

차라리 한가지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완성도를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만큼 이번 편은 부족함이 많이 느껴졌기에 좋아하는 작가이고 좋아하는 시리즈이지만 별점은 2점밖에 못주겠습니다.

환영 박람회 1 - 6점
토우메 케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2007년 11월에 나온 작품으로 지난 주말 북오프에 갔다가 우연찮게 구입한 책입니다. 너무 뒷북인가요? 하여간 충동구매였는데 의외로 재미있어서 짤막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내용은 다이쇼 말-쇼와 초기 시대의 도쿄를 무대로 하여 명문가 출신의 탐정과 수수께끼의 조수를 주인공으로 한 옴니버스 시리즈로, 전부 6편의 이야기에 아주 짤막한 번외편 이야기 한편이 실려있는데 정통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추리물적인 성향이 강한 모험물로 보는 것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 1화의 연쇄 폭탄테러범이야기와 3화의 바꿔치기당한 골동품 족자의 행방에 대한 이야기는 추리물로 봐도 손색없는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다른 이야기들도 나름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고요. 무엇보다도 다이쇼-쇼와 시대의 도쿄를 무대로 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경성탐정록" 필이 나는 것이 무척 반가웠거든요. 그림도 취향이었던 만큼 2권도 구입해 봐야 겠더라고요.

별점은 반가운 마음을 더해 3점 주겠습니다. 4점을 주고 싶기도 한데 정통 추리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약간 감점 요인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목이 무슨 뜻일까요? 첫 출간 당시 제목만 보고 양판소 계열 작품으로 오해하고 구입하지 않았던 기억이 나거든요. 다른 제목이었다면 진작에 읽어 봤을텐데 말이죠...

2020/11/15

완전 범죄 연구 - 사노 요 / 김한경 : 별점 2.5점

일본 추리 작가 사노 요가 쓴 단편 6편이 수록된 단편집입니다. 이전 "금색의 상장" 리뷰에서 언급해 드렸듯, "금색의 상장"과 함께 국내에 유이한, 사노 요 단행본이기도 하지요.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지만 구하지 못했던 차에, 우연히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발견하고 구입하였습니다. 가격은 배송료 제외하고 2만원으로, 1991년 발간 당시 정가는 210여 페이지에 3,500원이었지만 이 정도면 적절한 가격이라 생각합니다. 절판본 중에서는 터무니없는 가격이 형성된 책도 많으니까요. 잠깐 찾아보니 "환영박람회" 1~4 권 셋트는 최소 160,000원에서 시작하네요.

하여튼, 읽어보니 그동안 구전되어 왔던 명성의 이유는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아이디어' 만큼은 확실히 좋았거든요.

그러나 완성도 측면에서는 다소 아쉽습니다. 좀 더 길게, 설득력있게 전개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작품이 꽤 되거든요. 단편에는 잘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체 평균한 별점은 2.5점입니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빼어나기 때문에 읽을 가치는 충분합니다. 오랜 숙제를 끝낸듯한 후련한 기분은 보너스고요.

수록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시체이동" 

"중앙일보" S 지국 지방판에 기묘한 기사가 실린다. 누군가 자동차 3대에 벌거벗은 마네킹을 가득 담고 이동했던 사건이었다. 중앙일보 논설위원 오이카와는 기사에 흥미를 보이고, 기사를 쓴 젊은 기자 사쿠라이에게 사건에 대해 좀 더 조사해 보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사쿠라이와 중앙일보 지국 조사를 통해, 자동차 3대에 실렸던 마네킹 18개 중 17개가 별장지인 '학자촌'에서 버려진 채 발견되었다. 오이카와는 마네킹 사건은 친구인 심리학 교수 이나무라 가즈히코와 관련되어 있다는걸 눈치채고 그를 추궁하는데...

이야기는 이나무라가 참석했던 대담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대담에서 문학 평론가 시노다는 차로 시체를 산 속에 버리는건 완전 범죄에 가깝지만, 불시 검문이나 불의의 사고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나무라는 이에 동의하지요. 

문제는, 여기에서 마네킹은 벌거벗은 여성 사체를 위장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되는데 이건 말도 안됩니다. 사체를 버리러 가면서 구태여 이상한 티를 낼 이유는 없으니까요. 실제로 마네킹 운반자들은 무려 2번이나 검문을 받습니다. 여러 사람들에게 목격되어 이동 경로도 곧바로 밝혀지고요. 이럴 바에야 불시 검문, 불의의 사고와 같은 예상치 못한 불운은 무시하고, 혼자서 차 트렁크에 시체를 넣고 이동하는게 훨씬 상식적이고 납득이 가는 행동일 겁니다.

그래도 다행히 결말까지 허술하지는 않습니다. 마네킹 관련 사건은 오이카와가 날조했다는게 진상이거든요. 동기는 이나무라가 오이카와의 횡령을 눈치챘기 때문입니다. 오이카와는 이나무라를 독살한 뒤, 이나무라가 범행이 드러날까 두려워 자살했다며 완전 범죄를 완성시키지요. 말 그대로 '완전 범죄 연구'라는 표제에 딱 어울리는 이야기입니다.

또 오이카와는 이나무라를 살인범처럼 보이도록 매스컴을 이용했는데 그 발상과 과정에 대한 묘사도 꽤 그럴듯했습니다. 기자가 기사로 자살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많이 있었지만 기자가 기사를 만들어서 있지도 않은 범행을 엮은 뒤, 그걸 남에게 뒤집어씌워 자살을 위장한채 죽인다는 이야기는 처음 봤네요. 여러모로 시대를 앞서간 아이디어였습니다.

하지만 이나무라가 살인 사건을 저지른 범인이라는건, 오이카와의 주장 뿐입니다. 이나무라가 살해했다는 여대생도 정체가 드러나지 않고요. 앞서 이야기한대로 마네킹 작전은 어이가 없었을 뿐 아니라, 고용한 학생과 자동차 번호로 이나무라가 주도했음이 뻔하게 드러날 겁니다. 조금만 조사가 이루어져도 이나무라가 살인 사건을 일으키지 않았다는건 금방 드러났을 거에요. 그런 점에서 치밀한 계획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사건을 풀어가는 전개에 문제가 너무 많아 점수를 주기가 힘드네요.

"위장 자살"

K시에서 부정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나 주요 증인이었던 시장 비서 자살 후 수사는 중단되었고, 시장은 구속되지 않았었다. 얼마 뒤, 도쿄에서 살던 K시 출신 아키코는 자살했다는 비서를 긴자에서 목격한 후 비서 나카바야시가 국회의원인 삼촌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아냈다.
아키코의 이모 사에코는 애인인 전직 기자 다자키 류이치와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다자키는 비서가 비슷한 사람을 자신으로 위장하여 살해했다고 추리하는데...

다나카가 내놓은 추리는 예상대로였습니다. 그런데 뒷부분은 나름 반전이 있어서 신선했어요. 우선, 다자키 때문에 근무하던 은행에서 횡령을 저지른 사에코는 이 트릭을 그대로 이용하여 도주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마침 자기와 꼭 닮은 카페 주인 도무라에 대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도무라를 죽이고 자신이 자살한걸로 위장한 뒤, 다자키와 함께 도주할 결심을 했습니다.
그러나 나카바야시 비서건은 아예 조작이었고, 다자키와 아키코가 공모하여 사에코를 죽이려고 했다는 진상이자 반전이 드러납니다! 처음에 등장하는 나카바야시 비서 사건과 관련된 추리 모두가 아예 조작이었다는 발상이 인상적이에요. 아키코의 말 외에는 증거가 없는데,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있어서 깜빡 속아 넘어갔습니다.

문제는 다자키와 아키코가 손을 잡고 사에코를 죽이려 한다는 전개에 의외성이 없다는 겁니다. 사진 한 장, 그리고 아키코와 다자키의 말 외에는 사에코와 꼭 닮았다는 도무라라는 여성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확실히 드러나지 않거든요. 이렇게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을리도 없으니, 다자키와 아키코가 꾸민 계략이라는건 뻔합니다.
또 아키코와 사에코 사이의 대화가 아니라, 사에코가 다자키에게 나카비야시 목격 증언을 이야기하게 해서 추리를 듣는 흐름도 좀 이상해요. 사에코가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어쩔 셈이었을까요? 차라리 함께 사는 아키코와 사에코가 이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한다는게 더 설득력이 높지요.

모든게 거짓이라는 대담한 발상은 좋지만, 이렇게 전개에서 보이는 단점 때문에 감점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증거 인멸" 

어느 날 작가인 나에게 미카미 노리코가 찾아 왔다. "반대급부" 라는 단편 속 주인공이 자기 아버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시골 현청 만년 과장 구로카와가 간부후보생인 엘리트 다가가 저지른 음주 교통 사고를 자신이 낸걸로 뒤집어 쓰는 내용인데, 실제로 미카미 노리코의 아버지 미카미 조키치도 시골 현청 만년 과장으로 교통사고를 저지른 이력이 있었다. 미카미 조키치는 퇴직 후 일자리를 찾아 도쿄에 상경한 후 육교에서 투신 자살했고, 노리코는 아버지를 죽인건 교통사고를 실제 저지른 범인이라고 생각했다...

작가가 순수하게 창작한 작품이 실제로 있었던 사건과 상당히 비슷하게 맞아 떨어진 우연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로 미카미 조키치 자살 사건이 아니라, 미카미 노리코가 살해당한게 진짜 핵심 사건이라는게 재미있었습니다. 

경찰이 이를 밝혀낸 추리도 합당합니다. 처음에 노리코는 원래 책을 읽지 않는 조키치 유품 속에서 이 책을 남편 유사쿠가 발견한 뒤 장인 어른 이야기 아니나며 건네주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조키치는 책을 읽지 않는데 어떻게 이 책 속 단편이 자기 이야기란걸 알았을까요?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이 조사한 결과, 책에는 조키치의 지문이 묻어있지 않았습니다!
즉, 이건 노리코의 남편 유사쿠가 꾸민 거짓말이었습니다. 유사쿠는 장인어른이 자살한 사건을 이용하여 노리코를 움직이게 만든 뒤, 그녀를 살해하고 그 죄를 실제 작품 속 또다른 모델인 엘리트 공무원 이케다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했던 겁니다.

'진짜처럼 보였던 이야기가 사실은 특정 인물의 말 외에는 증명할 도리가 없는 거짓말'이었다는건 이 단편집 수록작들 대부분에 해당되는 설정인데, 이 작품에서 특히 적절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정말로 자기가 쓴 소설같은 과거가 있었으며, 조키치는 그 사실이 폭로되는걸 두려워한 이케다가 살해한게 아닐까 하는 화자인 작가 생각으로 마무리되는 결말도 인상적이고요.

그런데 유사쿠가 별다른 조작없이 살인을 저질러 체포된다는건 좀 아쉬웠습니다. 앞서 이 정도로 꼼꼼히 조작한 증거를 내세울 정도였다면, 실제 범행도 본인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교묘하게 저질렀어야 했는데 알리바이 하나 없이 체포되자마자 자백한다는건 많이 시시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유사쿠가 저지르는 범행만 더 꼼꼼하게 그려낸, 중편 정도 분량이었다면 걸작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아쉽네요.

"살인계약" 

재계의 거물인 후나사와 료스케가 살해당했다. 공개된 유언장에는 여류 추리 소설가 에모토 유리노에게 7천만엔을 상속한다고 적혀 있었다. 경찰은 7천만엔을 받기 위해 에모토 유리노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생각하고 그녀를 재판에 회부했다. 밀회를 위해 가명으로 호텔에 드나든 탓에 그녀는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에 빠지는데...

무고한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아 완전 범죄를 완성시키는 범죄극입니다. 후나사와 료스케가 살해당한건, 에모토 유리노가 가지고 있는 비밀을 무효화 시키기 위해 저지른 자작극이라는게 진상이거든요. 회사를 손에 넣기 위해 비열한 수단을 동원했던 증거를 그녀가 몰래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침 노인성 우울증으로 자살 충동에 시달리던 료스케는 그녀를 살인범으로 몰고 죽습니다. 세상은 살인범이 가진 증거 따위는 인정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었고, 보기 좋게 성공합니다. 에모토 유리노가 빠져나갈 수 없는 개미 지옥에 빠졌다는 결말은 인상적이에요.

그러나 료스케가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는건 좀 설득력이 없고, 살인범이 가진 증거라도 회사에 치명적일 수는 있다는 점에서는 헛점이 보입니다. 이 쪽 바닥 걸작인 카트린느 아를레가 쓴 "지푸라기 여자"와 비교한다면, 에모토 유리노가 정말 무고하다고 보기도 힘들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완전 상속"

유산한 충격으로 아내가 자살한 미즈키에게 한 여성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녀는 아내가 다카라이라는 남자 때문에 매춘을 하다가 자살했다고 알려 주었다. 미즈키는 경찰 시로다에게 이 사건에 대해 상담했고, 어떤 여성이 다카라이를 중상모략하는 전화를 걸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카라이가 정말로 살해당하는데...

중상모략하는 전화를 건 범인은 아내 아키요였습니다. 그녀는 첫 번째 결혼에서 얻은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서른 살 이상 차이나는 다카라이와 결혼했었습니다. 유산을 목적으로요.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암에 걸린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대로 다카라이보다 먼저 죽으면 아들에게는 한 푼도 돌아가지 않게 되기 때문에, 다카라이가 먼저 죽은 뒤 자신이 죽게끔 수를 쓴 겁니다. 억울한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다카라이가 범인이라고 전화를 걸다 보면 앙심을 품은 누군가가 다카라이를 살해할걸로 생각한거지요. 다카라이가 살해되면, 그 유산은 아내인 본인이 상속받고, 본인이 죽으면 아들에게 모든 유산이 상속되게 되니까요. 이는 제목 그대로 '완전 상속' 범죄인 셈입니다. 당시 수사 기술로는 전화를 누가 걸었는지까지는 알아낼 수 없으니, 아키요가 전화를 걸었다는걸 밝혀내는건 거의 불가능하니까요. 설령 전화를 걸었다는게 드러나더라도, 직접 범행을 저지른건 아니기도 하고요.

순전히 운에 의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아쉽지만, 계획만큼은 정말 비상했습니다. 약간의 설득력만 더하면 걸작이 될 수 있었어요. 별점은 3.5점입니다. 수록작 중 베스트로 꼽겠습니다.

"심리 살인"

경찰인 나에게 조카딸 미나코가 찾아와 괴상한 편지,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며 도움을 청했다. 나는 미나코의 남편인 신용금고 이사 하야마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지 않나 의심했고, 하야마가 어떤 여성과 아이를 몰래 만난다는걸 알게 되었다. 장난은 더욱 심해져 미나코가 자살 미수까지 저지른 탓에 나는 하야마를 직접 만나기도 했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정신 착란을 일으킨 미나코가 하야마를 살해하는 사건을 저지르는데..

자신이 미친 걸로 위장해서 살인 사건을 저지르고, 심신 미약 등으로 무죄 방면된 뒤 유산을 상속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야마가 아니라 미나코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으며, 불륜남이 전화를 거는 등으로 조작에 협력한거지요.

증거를 잡을 수 없는 완전 범죄이기는 한데, 좀 뻔했습니다. 미나코에게 장난을 걸 사람이 없다면, 장난 자체가 조작이라는건 당연하니까요. 미나코에게 남자가 있다는 이야기도 이미 나온 상황이고요. 경찰이 불륜남을 조사하지 않은건 직무유기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네요. 불륜이라는 동기도 식상하고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여러모로 부족했습니다. 수록작 중 워스트로 꼽겠습니다.

2010/12/25

밀린 만화를 몰아보다

최근 개인 사정으로 만화만 보게 되네요. 오래되었지만 완결이 되지 않아서 놓아두고 있던 작품 몇 개를 완독했습니다.

"양의 노래 7" - 6점

토우메 케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환영박람회" 외에는 그다지 눈여겨보지 않았던 토우메 케이의 보기 드문 완결작. 혈족 간에 유전되는 특이 질환을 주제로 근친상간, 친족 살해 등과 같은 금기와 비극적 로맨스를 섞어 표현한 작품입니다. 굉장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히로인 치즈나의 매력과 더불어 작가 특유의 거친 뎃셍이 시너지를 잘 일으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주인공인 카즈나, 그리고 그의 상대역인 야에가시의 고민과 갈등은 그닥 효과적으로 표현되지 못했으며, 무엇보다도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반전과 극적 결말에서 "봉인된 기억"이라는 만병통치약을 너무 많이 쓴 것은 좀 아쉬웠습니다.

조금 더 짧게 압축했더라면, 그리고 보다 더 비극적이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엠마 Emma 10" - 6점

카오루 모리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모리 카오루의 달리 말이 필요 없는 유명한 작품이죠. 중간까지 읽다가 손을 놨었는데 이번에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을 손에 잡힐 것처럼 그려낸 디테일한 그림과 굉장히 감성적이고 미려한 감정 묘사들, 그리고 진지함 속에서도 적절한 유머가 가미되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또한 놀라울 정도로 등장인물 거의 모두가 행복해지는 해피엔딩 역시 이 작품의 강점이며, 안경 끼고 참하기 그지없는, 그야말로 학교 여선생님 같은 캐릭터를 메인 히로인으로 전격적으로 배치한 과감성이 이 작품을 더욱 특이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러나 기본적인 주제가 결국은 "신분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것은 좀 진부했고, 그 사랑이 시작된 계기가 "엠마"라는 히로인의 미모에 기인한다는 점은 좀 아쉬웠습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쉽게 받아들이기에는 나이를 좀 많이 먹은 것 같군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23/05/11

돈이 되는 중고책에 대한 단상

얼마전 "중고책으로 돈 버는 사람들"이라는 광고를 보고 글을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20년 넘게 중고책을 구입해왔던 경험으로, 돈이 되는 중고책이 무엇일지? 잠깐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는 되팔기 목적으로 중고책을 산 적은 없고, 단 한 번도 개인간 책 중고 거래를 해 본 적도 없습니다. 오직 알라딘 등에 알라딘 매입가로 팔아 왔을 뿐입니다. 그런데 알라딘에 판 가격보다 중고가가 높으면 살짝 짜증이 나더라고요. (<<꿈의 화석>>은 3,200원에 팔았는데, 중고 가격이 거의 3만원 대네요). 그래서 이런 정보를 좀 알아두는게 좋겠다 싶어 적어봅니다. 여러분께도 참고가 되면 좋겠습니다.

돈이 될 중고책은 당연히 사람들이 찾는 책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아래에 해당하는 책들일 것 같습니다.
  1. 구하기 힘듬. 책이 절판되었고, 이북으로도 출간되지 않음. 당분간 출간 예정도 없음.
  2. 1에 해당하는 책 중에서, 높은 지명도를 갖는 책. 유명한 명작이거나, 유명 작가의 작품이거나 다른 곳에서 많이 언급되는 책.
  3. 2에 해당되는 책 중에서, 수집욕을 강하게 자극하는 책 (그림이 미려하다거나, 정말 희귀하다거나....).
  4. 1, 2, 3에 해당되는 책 중에서, 다른 책으로 대체 불가능한 책
  5. 시리즈라면 전권 (중요 포인트)
이런 항목들을 모두 아우르는 주제로 대표적인건 1980년대 ~ 2000년대까지의 만화입니다. 제가 가진 책 중에서 모두 해당되는걸 꼽자면 <<타임시커즈>>, <<환영박람회>> 입니다. 책 상태도 좋고, 모두 완결편까지 한 Set로 소장하고 있는터라 현재는 제법 값어치가 나갑니다. 단권이지만 <<외천루>>도 1 ~ 4조건을 모두 충족하기에 값이 꽤 비싸고요.




국내에서는 유명세에 비하면 많이 팔리지 않아서 초판 이후 절판된 작가들 - 예를 들어 모로호시 다이지로 - 작품 중 일부도 중고 가격이 만만치 않아요.
반면 이 시기 만화라도 당시 많이 팔려서 구하기 쉬운 탓에 1번 항목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책도 있습니다. <<어쩐지 좋은일이 생길것같은 저녁>>처럼요.

만화 외에도 위의 조건들을 충족시켜 고가를 형성하는 책들은 당연히 많습니다. 매니아 층이 탄탄한 장르 소설의 경우 꽤 높은 가격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재간되기 전 <<점성술 살인사건>>과 <<관 시리즈>>가 그러했었죠. SF도 비슷해서 재간 전 <<별의 계승자>>는 엄청났었습니다. 찾아보니 다아시 경 시리즈 <<마술사가 너무 많다>>도 3만원을 훌쩍 넘네요.
하지만 소설은 투자(?) 목적으로 구입하기는 꺼려집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작품은 많이 팔리기도 해서 공급도 많으며, 예상치못한 복간이나 전자책 출간이 이루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요새는 비파괴 북스캔 후 OCR을 돌려 개인이 전자책처럼 만들 수도 있는 시대이기도 하니,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인문서의 경우는 아주 유명하다면 절판되는 경우가 적습니다. 재간도 자주 되며, 도서관에서도 구할 수 있고요. 특히 역사책은 4번 항목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추천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확실한 매니아층 - 소장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 이 있는 책이 괜찮아 보입니다. 밀리터리물, 요리, 자동차나 각종 취미 분야 (예를 들자면 건담) 등에서 독보적(?)인 책은 가격이 괜찮습니다. 제가 가진 책 중에서는 <청설모의 자동차카툰>>이 대표적입니다. 투자는 소설보다는 이 쪽이 나은 선택일 듯 합니다.


아울러 구입하려면 업자가 아닌 알라딘 직접 배송 중고 등 플랫폼 이나 당근 등의 개인 판매본을 노리는게 좋습니다. 업자는 책의 가치를 잘 알고 있으니, 비싼 책을 싸게 구입하는건 거의 불가능하니까요. 가격도 최소 3명 이상의 판매자가 책정한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게 좋습니다.
그리고 중고 구입 시에는 꼭 사전에 중고 플랫폼에서 검색해보세요 (팔 때도 마찬가지). 엄청난 고가라도 시장 가격과 다른 경우가 있거든요. 업자의 경우, 절판이라고 어마무시한 가격을 임의로 붙여놓고 '한 놈만 걸려라' 인 경우도 많으니까요. <<기동전사 건담 일년 전쟁사>>는 상, 하권 낱권보다 두 권 세트 가격이 두배 가까이 비싼데 이런 경우도 주의해야 합니다.

허나 이 이론이 절대적인건 아닙니다. 조건을 대충 충족한 것 같은데 생각보다 가격이 오르지 않는 책도 많아요.
그래서 너무 투자(?)에 연연하지 말고, 좋아하는 작품을 소장하는 개념으로 접근하시는게 속은 편할겁니다. 그러다보면 가격은 오를 수 있으니까요. 제가 좋아하지만 그동안 중고 시장에서는 별로 대접을 받지 못했던, 김진태 만화들도 결국 가격이 엄청 올랐더라고요. 결론내리자면, 존버는 승리한다!
 
그런데 과연 <<대지옥전 진광대왕>>이 얼마나 할지, 살짝 궁금해집니다. 1, 4에 해당되기는 하는데....


2010/11/09

메모리아노이즈의 유전현상 - 카도노 코우헤이 / 아키요시 후우린 : 별점 2.5점

메모리아노이즈의 유전현상 3 - 6점
카도노 코우헤이 지음, 아키요시 후우린 그림/학산문화사(만화)

"소울드롭의 유체연구 1~3" - 카도노 코우헤이 / 아키요시 후우린 : 별점 2점

사립탐정 하야미 미츠루는 모리나가 - 세가와 가문의 이혼 중재를 위해 모리나가 가로 향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폭탄 투척 사건이 발생했고, 그는 중요 참고인으로 떠올랐다. 한편, 모리나가 가에서 발견된 '페이퍼 커트'의 예고장으로 인해 서컴 보험회사의 조사원 이사 슈운이치와 로봇 탐정 센죠 마사토, 그리고 페이퍼 커트를 쫓는 히가시오리 나오세 역시 한자리에 모이는데...

전작 "소울드롭의 유체연구"에 이은 '소울드롭' 시리즈의 두 번째 만화. 전작과 동일하게 '페이퍼 커트'를 쫓는 이사-센죠 컴비와 나오세의 이야기와 함께, 또 다른 범죄가 벌어지고 이를 해결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전작보다는 훨씬 낫더군요. 전작에서 가장 큰 불만 요소였던 무수한 떡밥 중 '캐비닛 워크'의 존재와 '소울드롭'이라는 개념, 그리고 '페이퍼 커트'인 아메야의 사고 방식이 약간이나마 설명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20년 전 모리나가 당주 부인의 토막 살인 사건의 전말을 밝혀가는 과정도 추리적으로 상당히 괜찮어요. 특히 '원숭이 손'의 전설과 '페이퍼 커트'의 설정을 연결한 점은 이야기 전체를 하나의 큰 틀 안에서 유기적으로 묶는 역할을 해 줍니다. 순전히 인간관계를 통해 숨겨진 진상을 끄집어내는 전개도 충분히 인상적이었고요.

다만, 20년 전 사건이 밝혀진 계기가 기대하기 어려웠던 사체의 일부가 발견되었기 때문인데, 이는 순전히 우연인데다가 범인으로 알려진 아오야기가 부인의 머리를 들고 배회한 이유유도 설득력이 부족해서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별점은 2.5점. 하지만 이 평가는 전작을 읽었다는 전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작품만으로는 타당한 별점을 매기기 어렵습니다. "환영박람회"처럼 설정과 떡밥을 깔아두면서도 각 에피소드마다 차분하게 마무리되는, 단품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어야 했습니다. 전작을 읽지 않고서는 단독 작품으로서 성립하기 어렵다는 약점이 큰데, 앞으로 후속작이 나와 이야기가 완결된 후 제대로 평가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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