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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7

일본 플레이보이지 선정 "미스테리 - 철야본을 찾아라!"

신촌 북오프에서 구입한 일본 플레이보이지 2008년 1월호에 실린 특집입니다. 평론가 5명이 선정한 일본 미스테리 올타임 베스트 100을 시작으로 여러가지 추리소설 관련 기획이 실려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베스트 10까지만 소개해봅니다. (100작품 중 국내 출간된 작품은 추후 따로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1. 야마타 후타로 메이지소설전집 7 / 메이지단두대 - 야마타 후타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작품은 국내에는 소설은 소개된 적이 없는 야마다 후타로의 메이지 초기 시대를 무대로 한 단편집입니다. 정교한 트릭과 당시 시대상이 잘 결합된 좋은 작품이라고 하네요.

2. 화차 - 미야베 미유키
말이 필요없는 작품이죠.

3. 마이너스 제로 - 타다시 히로세
-도쿄 대공습의 날, 행방불명되었던 이웃집 딸이 18년 뒤 당시 모습 그대로 주인공 청년 앞에 나타난다-는 줄거리의 작품이네요. 일본 SF 미스테리사에 빛나는 타임 트러블 소설 불후의 명작!으로 하야카와 SF 매거진 선정 올타임 베스트 SF 일본편 4위에 선정되기도 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국내 소개된적은 없는데 이정도 명성이면 언젠가 나와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기네요.

4. 텐도 신 추리소설전집 6 / 죽음에의 초대 - 텐도 신
"대유괴"로 유명한 텐도신의 작품입니다. 5인의 남자에게 살인 초대장이 온다는 이야기라는데 무척 궁금하군요. 재미있을 것 같은데...

5. 달팽이에게 물어봐라 - 츠즈키 미치오
아버지가 통신교육으로 킬러를 양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주인공이 그 유산의 청산을 위해 여러 킬러들과 싸워나간다는 액션 모험소설로 시리즈이기도 하고 영화까지 등장했던 당대의 인기작. 국내 출간 가능성은 제로가 아닐까 싶군요...

6.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 아와사카 츠마오
추리 애호가들에게는 잘 알려진 아아이이치로 시리즈의 데뷰작인 본격추리 단편집. 국내 출간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7. 봇코짱 -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시리즈의 개척자로 유명한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 단편집.

8. 고향을 등지다 - 시미즈 다츠오
작품을 읽지 않아서 제목이 이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어쨌건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은 작가와 작품으로 모험소설에 가까운 작품으로 생각됩니다.

9. 점성술 살인사건 - 시마다 쇼지
미타라이의 데뷰작인 유명작품.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10. 황토의 분류 - 이쿠시마 지로
국내에는 "끝없는 추적" 정도만 소개된 이쿠시마 지로의 "황토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다이쇼시대의 중국을 무대로 한 모험소설입니다. 일본 모험소설 불후불멸의 금자탑이라고 소개되고 있네요.

2004/07/15

괴인 20면상 / 소년 탐정단 - 에도가와 란포 : 별점 2점

이 작품들은 일본 추리소설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에도가와 란포가 변격물에서 벗어나 아동 취향 소설을 시도한 작품입니다. 당대 소년소녀들에게 초인기이었으며 현재까지 수많은 패러디와 오마쥬의 대상이 되는 “20면상”이라는 괴도와 “고바야시 소년”, “탐정의 7가지 도구” 등이 처음으로 등장하죠. 관심이 있던 차에 우연히 원어 소설을 구입하게 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에도가와 란포 추리문고로 간행된 책으로 아마노 요시타카가 일러스트를 맡았죠. 일어실력이 부족해서 100%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아동향 책이라 그런대로 읽을 수는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구한 만화가 두꺼운 장편인 소설대비 내용 축약이 심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둥 줄거리는 잘 따라가고 있어서 함께 읽으니 서로 보완이 되어서 좋았어요. 소설보다는 아무래도 만화가 이해가 훨씬 잘 되니까요.
<괴인 20면상>
대부호 하시다 가문에서 입수한 “로마노프 황제의 6개의 다이아몬드”를 훔치기 위해 20면상이 범행 예고장을 보낸다. 하시다 가문은 경비 강화는 물론 오랫동안 가출하여 외국에서 생활한 장남 소우이치의 귀국까지 겹쳐 부산한 나날을 보낸다. 소우이치는 장남으로서 20면상이 예고한 날에 같이 보석을 지킬 것을 아버지에게 약속하지만, 실은 그가 변장의 명수 괴인 20면상이었다! 20면상은 보석을 가지고 도망가던 중 둘째아들 소우지가 몰래 설치한 덫에 걸려 상처를 입자 보복으로 소우지를 납치한다.
이에 하시다 가문은 명탐정 “아케치 고코로”에게 소우지 구출을 의뢰하게 된다. 아케치의 부재로 임시로 사건을 맡게 된 조수 고바야시 소년이 소우지를 구출하지만, 대신 20면상에게 사로잡히게 되는데…..

<소년 탐정단>
할아버지의 유산인 저택에서 아버지와 살고 있는 소년 미야세 후지오에게 한밤 중에 괴한이 찾아와 침대를 떠나지 말 것을 강요한다. 후지오의 아버지와 가정부는 연극이라 여기지만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 아케치 고코로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아케치는 현장에 남겨져 있던 “5+3, 13-2”라는 수수께끼의 문자를 토대로 미야세 가문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게 된다….

일단 “괴인 20면상”은 모험소설적인 측면이 강한 작품입니다. 그래서인지 추리적인 요소는 별로 없네요. 란포 자신도 쉽게 쉽게 쓴 느낌이고 말이죠. 란포 특유의 변격물 취향이 어느정도 풍기는 20면상의 분위기는 독특한 맛이 있어서 좋았습니다만 그 외에는 전부 그닥... 이었습니다. 20면상이 치밀하거나 완벽한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고 오히려 “변장의 괴물”같은 묘사로만 이루어진 점이라던가, 아케치 고코로와 20면상 모두 고바야시 소년의 들러리 역할만 한다던가, 지나치게 뤼뺑-홈즈의 스타일을 차용한 점 등 모두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에 비하면 “소년 탐정단”은 아동 모험소설 류의 묘사가 주를 이루기는 하지만, 란포 특유의 묘사와 암호 트릭이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상당히 추리성이 강해서 훨씬 낫더군요. 특히 초반부의 암호 트릭은 제법 괜찮았어요. 한마디로 아동 모험소설과 추리소설과의 절충을 효과적으로 이루어 낸 작품이랄까요?
그러나 중반 이후의 섬에서의 보물의 위치를 찾는 트릭은 란포의 전작 “고도의 마인”에 등장한 트릭을 아동 눈높이에 맞춰 고쳐쓴 것에 불과해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결론내리자면, 추리적인 완성도도 별로고 기본적으로 아동용 소설이라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그래도 현재까지 끊임없이 패러디되는 란포의 캐릭터들의 전형을 제시한 작품이라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낡기는 했지만 기본적인 재미는 충분히 제공하는 만큼 한국어판의 출판을 기대해 봅니다.

2019/05/11

모래톱의 수수께끼 - 어스킨 칠더스 / 사주영 : 별점 1.5점

모래톱의 수수께끼 2 - 4점
어스킨 칠더스 지음, 사주영 옮김/바른번역(왓북)

외무부 직원 커러더스는 옛 친구 데이비스의 초대로 늦은 휴가를 보내기 위해 함부르크로 향했다. 젠틀맨에게 어울리는 우아한 요트 여행을 기대했는데, 데이비스의 요트 덜시벨라호는 선원 한 명 없는 작디 작은 요트였다.
독일 인근 북해 연안을 무모하게 누비는 몇일간의 요트 여행 후, 무엇을 위해서인지 커러더스가 궁금해하자 데이비스가 얼마 전 만났던 대형 요트 선장 돌만이 자신을 죽이려 했고 그는 독일의 스파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고백했다. 이유는 데이비스가 북해 인근 모래톱을 항해했기 때문으로, 데이비스는 모래톱의 수로는 초계정과 얼마전 들이 충분히 지나갈 수 있어서 군사적 가치가 높다고 주장했다.
커러더스는 수로들을 조사하고 돌만의 음모를 박살내자는 데이비스의 부탁을 받아들이는데...

"블러디 머더"에서 스파이 소설의 원점이자 정점이라고 소개했던 작품입니다. 이렇게까지 소개하면 읽어 보지 않을 방법이 없죠. 셜록 홈즈를 읽어보지 않고 추리 소설을 논한다는게 말도 안되는 것과 같으니까요.

하지만 읽어보니 스파이 소설로는 합격점을 주기 힘듭니다. 우선 돌만이 '스파이' 이며 그의 음모는 이러저러하다! 는 두 청년의 확신은 아무런 증거가 없는 탓이 큽니다. 커러더스가 돌만과 폰 브뤼닝, 헤르 뵈메와 그림이 참석했던 회의를 몰래 염탐했을 때의 느낌처럼 그들은 정말 멤메르트 섬에서 오래전 난파선을 인양하려는 목적으로 뭉친 사람들일 수도 있어요. 진상은 결국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으니까요. 돌만이 과거 영국 해군 소속이었다는걸 숨겼다는게 과연 그리 대단한 비밀인지도 잘 모르겠고요.

설령 둘이 밝혀낸(것 처럼 보이는) 독일의 음모, 즉 독일이 자국 앞바다 수로를 영국과 최단거리로 이어지는 항로로 개척하여 병력을 태운 바지선을 영국 해안에 상륙시키려 한다는게 사실이라고 칩시다. 그러나 자국 앞바다에서 항로를 개척하는건 당연한 군사 훈련이자 작전입니다. 오히려 두 청년이 하는 짓이야말로 염탐이자 스파이 행위에요! 이러한 스파이 행위를 배신자 돌만을 처단하기 위해서라는 취지로 포장하는 행위야말로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돌만이 배신자이건 아니건간에 둘의 스파이 행위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잖아요?
게다가 이 음모도 둘의 상상력에서 비롯된 것일 뿐 근거가 없습니다. 좋은 아이디어지만, 둘의 모험담에서도 잘 알 수 있듯 아주 날씨가 좋고 물 때가 맞아야만 겨우 지나갈 수 있으니까요. 주위에서 보는 사람도 많고요. 이래서야 효과가 있을리 없지요. 차라리 멤메르트 섬에서 인양 회사를 가장하여 잠수함 기지를 만들고 있다는 처음의 가설 쪽이 더 설득력이 높아 보입니다.

이렇게 스파이 소설로는 여러모로 함량미달이라면 다른 재미라도 주었어야 하는데 건질게 없는건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요트에 의지해서 위험한 바다를 항해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라면 최소한 해양 모험 소설로는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 기대에는 전혀 미치지 못합니다. 두 청년의 모험이 너무나 보잘 것 없기 때문입니다. 실질적인 위험이라곤 데이비스가 좌초할 뻔 했던 무모한 항해 뿐이며, 이는 돌만의 입을 통해 안전할 줄 알았다는 식으로 부정됩니다. 그 외에는 안개 속에서 적의 본거지로 노를 저어 간다던가, 몰래 창 뒤에서 대화를 엿듣는게 전부에요. 스파이 소설에서 기대해 봄직한 서스펜스와 스릴은 커녕 모험 소설로 최소한의 액션도 등장하지 않아서 무척이나 지루합니다.

애송이에 불과한 두 청년이 활약을 해 봤자 이 정도에 불과할 거라는건 현실적입니다. 그러나 "킹스맨" 등이 날아다니는 시대에 읽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따분했습니다. 항해와 배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가 너무 많은 것도 지루함을 가중시킵니다. 디테일을 살리며 설득력을 높여주는 요소임은 분명하지만 재미와는 영 거리가 멀더군요. 게다가 번역도 좋지 못해서 읽다가 졸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기에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이후 발표된 다양한 스파이, 모험 소설의 원조라는 점에서는 높은 가치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읽어 볼 필요는 없습니다.

2011/10/21

일본의 탐정소설 - 이토 히데오 / 유재진 외 : 별점 3점

일본의 탐정소설 - 6점
이토 히데오 지음, 유재진 외 옮김/문

메이지 시대 구로이와 루이코로 대표되는 다양한 번안소설과 실화소설, 다이쇼 시대 영화 지고마의 인기로 촉발된 모험·탐정 활극의 유행, 그리고 잡지 신청년을 중심으로 한 창작 단편들, 마지막으로 쇼와 전기의 에도가와 란포와 오구리 무시타로의 번안·창작 소설까지—추리 강국 일본의 초기 추리소설 역사를 시대별 대표 작가와 작품을 통해 설명하는 책입니다.

저처럼 일본 추리소설을 애호하는 독자나 다이쇼·쇼와 시대 자료가 필요한 창작자에게는 반드시 구입해야 할 책이긴 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추리소설 애호가에게 선뜻 추천하기는 어렵네요. 가장 큰 이유는 각 시대별 대표작의 줄거리 요약이 지나치게 간략하고 건조해서 읽기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실존했던 탈옥의 명수를 소재로 한 "실화소설 탈옥수 후지쿠라", 타이완의 광산 조사를 배경으로 한 "광산의 마왕", 메이지 시대를 풍미한 모험소설 작가 오시카와 슌로의 "전기소설 은산왕", 마에다 쇼잔의 "뒤쫓는 그림자",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요시카와 에이지의 "에도 삼국지" 등 흥미로워 보이는 작품이 다수 소개되지만, 정작 본문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원작 자체가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만, 좀 더 보기 좋고 읽기 쉽게 각색했더라면 자료적 가치뿐만 아니라 읽는 재미까지 더할 수 있었을 텐데요.

덧붙이자면, 이 책에서 다루는 작품들이 엄밀한 의미의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탐정소설'—즉, 정교한 트릭보다는 모험담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는 점도 조금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래도 자료적 가치가 크다는 점은 분명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단, 순전히 개인적인 기준에 따른 평가이며, 일본 추리소설의 깊은 애호가가 아니거나 근대를 무대로 한 창작물을 준비하는 분이 아니라면 다소 흥미를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을 참고해 주세요.

2004/02/06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 로저 젤라즈니 / 김상훈 : 별점 4점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 8점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열린책들

작가의 초기 중단편들로 구성된 작품집. 원래 집에 사두기는 꽤 오래 되었지만 무언가 어려워 보이는 제목과 거창한 작가 이름만 보고 지레 기죽어 모셔만 두고 있었던 책입니다. 하지만 형의 추천으로 읽기 시작한 “신들의 사회”가 워낙 괜찮아서 읽게 되었습니다. 읽기 시작해서야 알아챘는데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중, 단편집”이더군요. 그것도 무려 17편!이나 되는 작품들로 채워져 있으며 각 작품들 하나하나마다 일정수준 이상의 즐거움을 주는, 실로 주옥과도 같은 책이었습니다!

워낙 수록작품이 많아 전부 소개하는 것은 어려우니 인상적이었던 작품들만 짤막하게 소개해드리자면,

첫 단편 “12월의 열쇠”
“신”이 되어가는 한 피조물과 행성의 장대한 이야기를 짧게 풀어놓은 작품.
“신들의 사회”와 비스무레하게 장대한 시공간을 아우르는 작품이었습니다. 젤라즈니라는 작가에 대해 놀라운 것은, 이 단편의 주인공 캐릭터와 “행성의 환경을 변화시켜야만 하는(!)” 상황에 대한 묘사는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충분히 과학적이면서도 현실적이며, 또한 풍자적이라는 것입니다.

2번째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
금성에 살고있는 100미터나 되는 “이키”라는 이름의 물고기(?)를 낚는 이야기입니다.
일종의 모험소설 SF로 분위기가 이색적이며 젤라즈니답지 않은 현실적이고 조금 허무주의적인 주인공도 좋았던 작품.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야기의 밀도는 조금 떨어진다 생각되더군요.

3번째 “악마차”
지성을 가진 자동차들이 인간을 습격한다는, 스티븐 킹의 “맥시멈 오브 드라이브”등과 비슷한 설정의 작품.
신선함은 좀 떨어졌지만 여러가지 성격의 인공지능 차량에 대한 묘사와 여운을 남기는 후반부 묘사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4번째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표제작이기도 한 걸작 중편.
서두 부분의 고대 화성 문명과의 조우에서부터 결국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고 모든 것에는 인과관계가 있다는 결말까지, 장중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해 나가는 젤라즈니의 탁월한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여러 부분에서 후대에 미친 영향이 상당할 것 같은데, 후대의 모방작들과는 전혀 다른 원전으로서의 품격과 가치를 잘 알려주는군요.

6번째 “이 죽음의 산에서”
외계의 100마일이나 되는 높이의 산을 등반하는 탐험가와 그들을 방해하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
2번째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과 같은 모험소설 SF인데 모험소설 쪽으로 더 치중한 느낌의 작품. 약간의 SF적인 설정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냥 산악 모험담으로 보아도 좋을 작품입니다. 그만큼 모험소설로의 가치가 높아요.

9번째 “폭풍의 이 순간”
머나먼 외계의 한 행성을 무대로 한 “재난”드라마. SF적인 설정, 묘사보다는 긴박하고 스릴 넘치는 전개가 돋보이는 단편입니다.
그러나 뒷부분의 후일담은 조금 사족인 듯 싶긴 합니다.

14번째 “화이올리를 사랑한 남자”
거대한 인간 냉동 창고의 묘지기(?)역할을 하고 있는 사이보그(?)와 화이올리라는 신화적 존재의 사랑을 그리고 있는 독특한 작품.

16번째 “프로스트와 베타”
인류가 멸망한 이후의 새로운 신, 새로운 인류가 되어가는 컴퓨터의 이야기.
설정이나 스토리, 결말까지 모든 부분에 있어서 완벽한,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 이런 작품을 걸작이라고 하는 것이겠죠.

결론내리자면, 수록작마다 편차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좋은 작품이 많아 전체 평균 별점은 4점입니다.
SF와 환타지를 잘 조화시키며 거기에 나름의 독특한 설정과 이야기를 부여하는 젤라즈니라는 거장의 재능을 한껏 느낄 수 있게해준 좋은 작품집으로, 그간 이런저런 이유로 쉽게 접할 수 없었지만 한번 손을 댄 이후에는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같은 이유로 모셔만 놓았던 다른 책들도 한번 손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2004/10/12

솔로몬 왕의 보물 - H 라이더 해거드 : 별점 4점

솔로몬 왕의 보물 - 8점
H.라이더 해거드 지음, 최홍 옮김/영언문화사

아프리카 더반으로 가는 배 안, 코끼리 사냥꾼 앨런 쿼터메인은 헨리 커티스 경으로부터 실종된 동생을 찾는데 동참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커티스의 동생은 보물이 묻혀 있다는 솔로몬 왕의 보물을 찾아 떠났던 것이었고, 앨런 역시 네빌이란 이름의 그를 만난 적이 있었다. 사실 앨런은 몇 년 전에 솔로몬 왕의 보물을 찾아 떠났다가 사막에서 죽음을 당한 포르투갈인 실베스트레를 도와주고 그 선조가 만들었다는 지도를 받아 간직하고 있었다. 고민 끝에 앨런은 커티스 경과 동행하기로 마음먹고 마침내 앨런과 커티스 경, 그리고 이미 커티스 경과 동행하고 있던 굿과 함께 지도 위의 동굴을 찾아 떠난다.

예전 TV등에서 한창 많이 해주던 리처드 챔벌레인과 샤론 스톤 주연의 "킹 솔로몬"의 원작소설입니다.

영화는 "인디아나 존스"의 영향을 많이 받은 아류작같았지만 소설은 거의 100년 전에 출간된 고전이더군요. 영국이 전 세계에 식민지를 거느리고 떵떵거릴때의 아프리카를 무대로 하여 "솔로몬 왕이 숨겨놓은 보물"을 찾아 떠난다는 줄거리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모험소설이죠.

일단 영화에서는 항상 자신만만하고 전형적인 마초로 그려진 알란 쿼터메인이라는 캐릭터가 원래 소설에서는 신중하고 사려깊은 것이 이색적이네요. 상당히 야심찬 젊은 모험가도 아니고 어느 정도 나이 먹은 가난한 사냥꾼이라는 것도 약간 충격이었습니다. 모험에 뛰어드는 것도 순전히 "돈" 때문이라는...^^

좀 진부하고 전형적이긴 하지만 100년에 가까운 시대를 뛰어넘는 재미는 충분히 전해줍니다. 무엇보다 솔로몬왕의 보물로 알려진 보물을 찾아가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진진하거든요. 엄청난 사막을 건너는 자연의 역경과 사냥중에 발생하는 사고들, 그리고 신비의 계곡에서 발견한 신비의 왕국과 왕국에서 겪는 컬쳐 쇼크, 그동안 하인인줄 알았던 흑인 음보파(이그노시)의 왕위 쟁탈전에 휘말려 전설의 땅에서 거대한 전투를 체험하는 후반부까지 숨쉴틈 주지 않고 긴박하게 흘러가 지루하다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또 헨리경이나 굿 대령같은 서브 캐릭터들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식민지 시대 작가치고는 흑인에 대해 비교적 공평한 시각을 보이는 것도 독특합니다. 물론 편견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었겠지만 흑인들도 거의 충직하고 솔직한, 잘생긴 인물들로 묘사되며 후반부에 굿 대령과 흑인 여자 노예 플로라의 로맨스를 살짝 보여주는 부분은 놀랍네요. (물론 "하녀"로 그려져서 문제겠지만...)
전체적으로 코난 도일의 "잃어버린 세계"와 굉장히 유사한 플롯이라는 점, 그리고 식민지 시대의 전형적인 백인의 사고방식, 너무 오래되어 진부한 장면이 가끔 등장하는 점이 약간 거슬리지만 비교적 재미있는 읽을거리였습니다.

작품성 같은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지만 그 재미 하나로 아직까지 유사 상품이 출몰하는 모험소설의 걸작이라 생각합니다. 뭐 재미만 있음 되니까요.^^ 별점은 4점입니다.

하나 궁금한 것이 "미개한" 왕국에서 총과 외알안경, 틀니, 그리고 개기일식의 예언 등으로 하늘에서 내려온 신 대접을 받는 백인을 그린 것이 이 소설이 처음일까요? 굉장히 많이 반복된 소재이긴 한데 거의 원전격 작품에서 등장하니 굉장히 궁금하네요.

PS : 아동용 중역, 축약본이 아닌 정식 완역본은 최초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막상 서점에서는 찾기 힘들다가 지하철 근처의 떨이 서점에서 반값도 안되는 가격에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싸게 사서 좋긴 한데 여러모로 좀 아쉽기도 하네요.

PS2 : 표지의 저 스페인 귀족같은 친구는 대체 누구야?

2023/09/16

[소설가 감수] 미스터리 소설 추천 인기 랭킹 33선 (2023년 최신판)

NTT에서 운영하는, 리서치 설문조사와 접속수를 바탕으로 모든 장르의 랭킹을 망라한 종합 랭킹 사이트인 goo 랭킹에서 선정했던 랭킹입니다.
전부 33편의 작품이 소개되는데, 랭킹을 감수했다는 소설가 OO씨가 선정한 작품 5개만 소개해드립니다. 상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까지 결말을 알 수 없는 긴장감과 스릴은 미스터리의 묘미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의 세계에서도 미스터리는 인기 있는 장르이지요. 재미있는 미스터리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이번에는 소설가 OO 씨의 감수를 받아 '읽고 싶다! '라고 생각되는 작품을 추천해 드립니다. 수상작과 영상화된 작품, 그리고 선택 방법도 함께 소개하니 꼭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소설가가 알려드립니다! 미스터리 소설을 고르는 방법
취재 협조 소설가 OO : 엔터테인먼트 계열의 작품을 출간하고 있는 소설가. 일반 소설, 미스터리 소설을 즐겨 읽을 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만화, 애니메이션 등의 작품도 창작에 활용하기 위해 열심히 보고 읽는다.
OO 씨에게 미스터리 소설을 고를 때 중요한 포인트를 물어보았다.

POINT① :
각종 랭킹 상위권이나 문학상 수상작은 수준이 높다! 그런 작품인지 체크!
화제작이나 실력파 작가의 작품을 우선적으로 읽고 싶은 분들에게는 '고노미스', '서점대상', '나오키상' 등 각종 미스터리 랭킹 상위권 작품이나 문학상 수상작을 추천합니다. 매년 진행되는 랭킹에 오른 작품들은 수준이 높고 읽기 쉬운 작품도 많기 때문입니다. 저도 발표될 때마다 체크해서 소설을 쓸 때 참고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작품을 골라 읽다 보면 '최고의 미스터리 소설'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작품들의 줄거리를 확인하고 자신에게 맞는 작품을 골라보세요.

POINT②
깜짝 놀랄 만한 트릭과 논리가 충분히 전개되는 본격 미스터리 작품인지 확인하자.
미스터리라고 하면 예상치 못한 트릭이나 논리적인 구조가 재미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본격 미스터리 대상'은 본격만을 다루는 상이므로 트릭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POINT③
숨 막히는 전개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스펜스 작품인지 확인하자
서스펜스 요소가 있는 작품은 독자로서 비일상을 맛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경찰 소설이나 모험 소설, 하드보일드 소설 중에서 미스터리 요소가 있는 작품이 많으니 그 중에서 고르는 것도 추천합니다.

POINT④
사람이 죽는 이야기가 싫다면 '일상의 미스터리'를 다룬 작품인지 확인하자.
'사람이 죽거나 흉악한 범죄가 일어나는 이야기는 싫다'는 분들에게는 '일상의 미스터리'를 다룬 소설을 추천합니다. 가게나 학교 등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수수께끼와 궁금증을 풀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여운이 남는 작품이 많은 것도 특징입니다.

편집부
미스터리 소설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나 '어려울 것 같다'는 이유로 피했던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나 선택 포인트가 있을까요?

OO 씨
사회파 미스터리나 서스펜스는 트릭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외로 쉽게 읽을 수 있어요.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 요코야마 히데오의 '64' 등은 좋은 작품입니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와 같은 가벼운 미스터리도 쉽게 다가갈 수 있고요.
그중에서도 첫 책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은 아야쓰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입니다. 본격 미스터리 붐의 시발점이 된 작품으로, 다양한 정수가 응축된 작품이거든요. 이 작품을 발판 삼아 점점 더 넓은 세계로 뻗어나가면 좋겠습니다.

편집부
반대로 '대부분의 작품은 다 읽었다'는 미스터리 소설 마니아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의 종류와 선택 방법이 있나요?

OO 씨
미스터리 계열의 신인상은 많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신인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야 스타일이나 설정 등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고, 보다 폭넓게 미스터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참고로 최근 트렌드 장르는 '특수 설정 미스터리'입니다. 독자적인 세계관을 만들어 그 안에서 스토리가 진행되는 것으로, '시인장의 살인', '젤리피쉬는 얼어붙지 않는다' 등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소설가 OO 씨 추천! 미스터리 소설 5선
<<까마귀의 엄지>>
사기가 생업인 중년의 두 남자의 이야기. 점차 동거인이 늘어나면서 인생을 건 거대한 계획이 시작된다. 충격적인 전개와 감동적인 결말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걸작.
'고노미스'의 단골손님인 미치오 슈스케의 첫 나오키상 후보작으로, 제62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다. 상쾌한 느낌의 초인기 작품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OO 씨 comment :
사기꾼인 중년 2인조가 동거인들과 함께 사기 계획을 세웁니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실에 '당했다!'는 놀라움과 함께 짜릿한 쾌감도 느낄 수 있는 명작입니다.

<<13계단>>
가석방 중인 청년과 정년을 앞둔 교도관 두 사람은 10년 전 살인사건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조사를 하게 된다. 범인으로 지목된 인물은 범행 당시의 기억이 없고, '계단을 올라갔다'는 단서만 알고 있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무고한 남자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데뷰작이자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작품. 2003년에는 영화화되기도 했다. 서스펜스를 충분히 맛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OO 씨 comment
사형수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 위해 조사를 시작하는 주인공 교도관. 단서 몇 개와 사형 집행까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과연 그는 억울한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 숨 막히는 서스펜스와 함께 독서 후의 만족감도 큰 작품입니다.

<<제 3의 시효>>
F현 경찰 수사 제1과를 배경으로 한 단편 소설집으로, 등장하는 형사들의 개성이 강하고 경찰 내부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현장감 넘치는 걸작. 제16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후보작으로 드라마화되기도 했다.
독서 후의 충격과 고양감을 맛보고 싶은 분이나 형사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
OO 씨 comment :
살인사건의 공소시효에 얽힌 '제3의 공소시효'를 파헤쳐 나가는 형사들. 시효 성립 직전의 범인을 체포할 수 있을까? 경찰소설이자 단편소설의 대가인 저자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된 단편소설집입니다.

<<최후의 증인>>
전직 검사 출신 변호사인 주인공이 불리한 상황에 도전하는 법정 미스터리 작품. 점차 밝혀지는 새로운 사실과 충격적인 전개에 빠져들게 된다. 2015년에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시리즈도 방영되었으니, 소설을 읽고 흥미가 생겼다면 확인해 볼 것.
OO 씨 comment :
전직 검사 출신 변호사가 활약하는 법정 미스터리. 반전이 있는 법정 장면은 물론,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이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작품.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인데, 꼭 시리즈 전부를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하늘을 나는 말>>
사람이 죽지 않는 '일상계 수수께끼'의 명작으로 여대생과 만담가가 '일상 속 수수께끼'를 추리해 나가는 연작 단편집. 살인 사건이나 흉악 범죄와 같은 무서운 소재가 아닌, 일상에 숨어 있는 위화감을 풀어간다. 미스터리 추리의 짜릿함을 맛보고 싶은 분이나 따뜻한 소설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두 사람의 여유롭고 차분한 분위기와 곳곳에 등장하는 라쿠고(만담) 이야기 등 전체적으로 느긋한 느낌이지만, 그 안에는 무거운 내용의 이야기나 인간의 무서움을 느끼게 하는 묘사도 존재.
OO 씨 comment :
여대생과 만담가가 일상 속에 숨어있는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본격 미스터리로, '일상계 수수께끼' 장르의 선구자격 작품입니다. 살인 사건 등 흉악 범죄는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미스터리이면서도 안심하고 이야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2004/09/07

빅포 - 애거서 크리스티 / 유명우 : 별점 1.5점

빅포 - 4점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해문출판사

이름 그대로 4명의 인물 - 조직의 보스이자 브레인이라 할 수 있는 존재는 중국인 리창옌, 자금을 대는 거부 미국인 에이브 라일랜드, 천재 여류 과학자이면서도 사악한 무기를 개발하려고 하는 프랑스인 올리비에 부인, 조직의 킬러인 전직 연극배우 - 을 중심으로 구성된 빅 포 (Big Four)라는 악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포와로의 활약을 그린 단편집.
이들은 자신들의 세계정복(?) 계획에 포와로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리라 예상하여 포와로를 제거하려 하고 포와로는 헤이스팅스와 함께 힘을 모아 대결한다는 조금은 단순한 설정인데 각 단편들이 하나의 큰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연작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번째 사건은 행방불명 되었었던 영국 정보부원 메이얼링의 살해사건입니다. 메이얼링이 포와로에게 빅포의 위험을 알리다가 포와로 방 침대에서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되며 살해당한 증거는 시계의 문자판으로 만든 "4"라는 숫자 이외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 그런데 정작 트릭은 범인이 "변장의 명수"였다.. 라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무한 것이라 뭐라 이야기할게 없네요.

두번째 사건은 훼일리라는 빅포의 존재를 알고있는 노인이 살해당한 사건으로 교묘하게 잘 짜여진 트릭이 등장합니다. 범인이 진작부터 살해를 목적으로 하인을 포섭하는 부분은 좀 억지스럽지만 영국의 여름 날씨와 푸줏간 주인을 연결하는 부분이 아주 괜찮았어요.

세번째 사건은 젊은 유망한 과학자 할리데이의 실종사건입니다. 빅포의 구성원 중 한명인 과학자 올리비에 부인의 정체가 폭로되는 부분으로 빅포의 하수인으로 포와로의 옛사랑 로사코프 백작부인이 등장하는 등 연작의 전체 구성에 있어서는 중요한 작품이나 추리적으로는 빵점에 가까웠습니다. 스파이 소설이나 모험 소설로 보는게 더 타당한 작품이었어요.

네번째 사건에서는 빅포의 나머지 멤버가 미국인 거부 에이브 라일랜드라는 것이 밝혀집니다. 헤이스팅스가 좌충우돌하는 내용이 거의 전부로 세번째 사건처럼 전체에 있어서는 중요한 내용이긴 하지만 추리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는 것이 동일합니다. 한마디로 별로라는 이야기죠...

다섯번째 사건은 부유한 여행가 페인터의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빅포가 페인터의 회고록 출판을 막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페인터가 죽기 전 남긴 "노란 자스민"이라는 글귀를 토대로 범인을 알아낸다는, 어떻게보면 전형적인 포와로식 단편입니다. 이 책의 다른 사건들에 비해 추리적 가치가 비교적 높은 내용이라 그나마 마음에 든 편입니다.

여섯번째 사건은 러시아 체스 고수와 미국인 체스 고수의 시합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입니다. 이 책의 가장 뛰어난 단편으로 크리스티 여사의 단편에서 거의 보기 드문 과학적, 기계적 트릭이 등장하고 있으며 살인의 원인과 동기도 매끄럽게 처리하고 있는 좋은 작품이었어요.

일곱번째 사건은 헤이스팅스의 부인을 납치, 헤이스팅스로 하여금 포와로를 배신하게 하려 하는 빅포의 음모가 그려집니다. 그냥 뻔한 모험소설로 포와로의 "액션"이 등장하긴 하지만 건질건 거의 없는 최악의 작품이었습니다. 크리스티 여사 작품 중에서도 최악으로는 1, 2위를 다투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였어요.

여덟번째 사건에서는 빅포의 킬러인 연극배우의 정체를 밝히려는 포와로의 치밀한 노력이 빛나는 편입니다. 외모와 행동에서 유출한 데이터만 가지고 끈질기게 추적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모험소설적인 내용과 추리적인 부분과의 모범적인 공존 형태를 보여주고는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역시 마지막 부분이 많이 허무한 등 아쉬운 점이 더 많았습니다.

마지막 사건은 포와로의 죽음과 포와로의 쌍동이 형 아킬의 등장, 빅포의 회의장소에서 벌어지는 마지막 사투를 담고 있습니다. 쌍동이 형에 관한 반전은 괜찮았지만 빅포의 너무나 허무한 최후나 포와로와 헤이스팅스의 탈출이 "운이 좋아서" (물론 포와로의 준비는 있었지만) 가능했다는 등, 내용상의 헛점이 많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결론내리자면 홈즈 시리즈의 분위기가 많이 느껴지는 모험물 스타일의 작품이었습니다. 거대한 악의 세력과 맞서 싸우는 포와로의 활약을 그리고 싶었던 크리스티 여사의 의도는 확실히 전해지고요. 그러나.... 포와로라는 캐릭터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설정이라 생각되며 빅포라는 악의 조직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그려져서 설득력도 떨어지고 왠지 아동물같은 느낌마저 들었습니다.(거의 "검은별" 수준입니다....)
괜찮은 아이디어나 트릭이 간간히 등장하고 여섯번째 사건 같은 경우는 상당한 수준으로 충분한 재미를 전해주긴 합니다만 괜찮은 아이디어들을 빅포라는 조직과 무리하게 연관 시키면서 무너져 버리는 부분이 많아 안타깝네요.
"부부탐정" 처럼 악당 조직은 중간 중간 별개의 이야기로 등장하고 아예 다른 내용으로 꾸며져 한권의 단편집으로 처리하였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하여간.... 제가 읽은 크리스티 여사의 작품 중 최악이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2014/06/23

지구 속 여행 - 쥘 베른 / 김석희 : 별점 2점

지구 속 여행 - 4점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열림원

리덴브로크 교수는 조카 악셀과 지구 속까지 뚫여 있다는 아이슬란드 화산으로 향했다. 우연히 발견한 연금술사 사쿠누셈이 남긴 룬 문자 암호를 해독한 덕분이었다. 현지에서 채용한 길안내인 한스까지 포함한 세 사람은 분화구에서 입구를 발견하고 지구 속으로의 여행을 시작하는데...

이 작품은 쥘 베른의 대표작 중 하나이며, 열림원의 "쥘 베른 컬렉션" 시리즈 제1권이기도 합니다. 오래전에 읽었던 기억이 있지만, 제대로 된 번역본으로는 처음 접해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초반, 즉 전체 분량의 1/3 정도는 아이슬란드까지의 여정에 집중되어 있고, 지구 속에 들어간 이후에도 지층과 광물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모험 소설로의 정체성이 부족하게 느껴졌던 탓입니다. 책 뒤 해설에 따르면 본작은 청소년들을 위한 교양 학습과 오락을 결합한 기획물이었다고 합니다. 실제 연재되었던 잡지명이 "교육과 오락"이었다니, 이런 내용이 된 게 어느정도 수긍은 갑니다.

또한 지나치게 오락가락하는 악셀의 심리 묘사가 반복되는 점도 불만스럽습니다. 실제 모험의 주인공은 오히려 묵묵히 헌신하는 한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교수나 악셀은 정작 결정적인 행동을 보여주지도 않으니까요.
책의 완성도도 흠잡을 데 없지만, 삽입된 발표 당시의 판화 삽화는 감흥을 크게 일으키지는 못합니다. 시드니 파젯의 셜록 홈즈 삽화와 비교하면 말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전부 아쉬운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중간에 길을 잃은 악셀과 교수가 목소리의 전달 시간을 이용해 서로의 위치를 파악하는 장면처럼 과학적 요소가 이야기와 잘 결합된 장면은 꽤 깊은 인상을 심어줍니다. 지구 중심부가 뜨겁지 않다는 가설, 아이슬란드에서 출발해 스트롬볼리 화산을 통해 탈출하게 되는 모험의 루트 또한 꽤 그럴듯하게 짜여져 있고요.

모험소설적인 재미도 실제로 묘사될 때는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길을 잘못 들어 탈진 직전까지 갔던 일행이 지하수, 이른바 "한스천"을 발견하고 생존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지저의 바다 근처에서 마주치는 기묘한 동식물들에 대한 묘사도 흥미로왔고 초반에 등장하는 암호문 역시 무척 반가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크게 다가왔고, 전체적으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어릴 적 읽었던 학습만화 중, 재미도 애매하고 교육적 가치도 크지 않았던 이른바 "뚱딴지"류 학습 만화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학습성을 배제하고 "잃어버린 세계"처럼 정통 모험소설로 구성되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네요. 지금의 결과물은 아무래도 여러모로 애매하게 느껴집니다. 

2019/04/06

블러디 머더 - 줄리안 시먼스 / 김명남 : 별점 2.5점

블러디 머더 - 6점
줄리안 시먼스 지음, 김명남 옮김/을유문화사

추리 작가인 줄리언 시먼스가 쓴 추리, 범죄 장르 문학 역사서입니다. 이쪽 바닥(?)에서는 확고한 명성을 다지고 있는 책이지요. 1794년 출간된 윌리엄 고드윈의 "칼렙 윌리엄스" 부터 시작해서 비도크, 에드거 앨런 포와 찰스 디킨스, 월키 콜린스, 에밀 가보리오로 이어진 범죄 문학이 셜록 홈즈로 대표되는 단편 추리물로 만개하고, 애거서 크리스티, 도로시 세이어스, 앤서니 버클리 콕스, 반 다인 등 거장들에 의해 추리 문학 "황금기"인 1920~30년대에 이른 후 정통파에서 하드보일드 등으로 변주되어 현대에 이르기까지, 범죄 문학 역사의 주요 변곡점과 주요 작품들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영국, 프랑스 및 기타 국가의 추리, 범죄 소설도 비중있게 언급됩니다. 뒤렌마트의 범죄 소설들이라던가 부알로 - 나르스자크, 세바스티앙 자프리조의 작품들이 그러하죠. 스웨덴의 페르 - 마이셰발 작품도 마찬가지고요. 특히나 페르 - 마이셰발 작품이 좌파적 견해를 드러낸다는 시각이 독특한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확실히 그런 느낌이 떠오르기는 하네요. 저는 이런게 유럽 스타일이구나 싶었는데 말이지요. 

마지막으로 스파이 소설은 아예 한 단락을 할애합니다. 대부분 아는 작가와 작품들인데 이 중에서도 문학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최초의 스파이 소설인 어스킨 칠더스의 "사막의 수수께끼"야 말로 모든 스파이 소설과 모험 소설 중 최고작의 반열에 오를만 하다는데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번역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이북이 저렴하게 나와 있으니까요.

하지만 대략적인 추리, 범죄 문학의 역사는 익히 잘 알고 있던 내용이라 딱히 새롭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눈길이 간 건 저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여러 작가와 작품들에 대한 평가입니다. 저자 본인이 추리 소설 작가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트릭에 대해서는 평가가 박하고 문학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추리 소설은 정통파, 고전 퍼즐 미스터리를 선호합니다만, 작가의 주장처럼 수수께끼 풀이는 그냥 핏기없고 인물없는 게임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는 어느정도 수긍이 가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수수께끼 없이 범죄와 인물에만 기댄 작품도 반쪽짜리일텐데, 그런 부분에 관대한건 좀 이해가 되지는 않았어요. 예를 들어 해밋의 "유리 열쇠"를 당대 최고작이라 극찬하는데, 그 이유는 캐릭터 묘사로 대표되는 문학적 성취 때문입니다. 트릭은 부차적이고요. 하지만 단지 캐릭터와 인간관계만으로 최고 성과라니 평이 과하다 싶습니다.
스펜서 시리즈로 유명한 로버트 B 파커를 챈들러의 후계자로 언급된다고 소개한 단락도 뭔가 싶었네요. 전형적인 펄프 픽션 작가로 좋은 평을 줄 만한 부분이 전혀 없는데 말이지요.

반대로 윌리엄 아이리쉬를 플롯이 한심하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는 이유도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모든 작품들이 좋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이렇게 박한 평가를 받을 작가는 아닙니다. 평가 절하된 작가는 또 있습니다. 조세핀 테이가 대표적이에요. 지루하다는 이유인데 역시 수긍하기 힘듭니다. 그 외에도 존 르 카레, 제임스 엘로이 등도 평이 좋지 않더군요. 

작가 특성상 단편에 좋은 평을 주지는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러리 퀸의 초기 단편집에 좋은 평가를 한 건 눈에 뜨입니다. 암, 좋은 작품이죠. 그런데 개인적으로 비슷한 수준으로 여기는 푸아로미스 마플 단편에 대해서는 좋은 평을 주지 않는건 의외였습니다. 장편보다 훨씬 수준이 떨어진다는게 그 이유인데 말도 안됩니다!

이렇게 평가는 좀 갈리지만, 잘 몰랐던 작품들에 대해 스포일러 없이 꼭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소개는 일품입니다. 몇 몇 작가와 작품들을 소개해봅니다.
우선 1920년대 작가인 필립 맥도널드가 있습니다. "줄"에서 엔서니 게스린 대령을 소개했다는데 최고작은 "리녹스"와 <> 두편이라는군요. 존 딕슨 카는 저 역시 좋아하는 작가인데 줄리언 시몬스는 최고 작품으로 "할로 맨"을 꼽습니다. 기디온 펠 박사 시리즈로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으로, 1980년대 전문가 집단의 최고의 밀실 소설 투표에서 카의 다른 작품들 - "구부러진 경첩", "유다의 창", "열개의 찻잔" - 보다 두배 가까운 표를 얻었다고 하며 "환각과 위장에서 문제를 끌어낸" 소설이라니 궁금해서 미치겠네요. 마찬가지로 황금기 작품인 C.데일리 킹이 쓴 세 편의 "오벨리스트" 시리즈도 흥미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다른 학파의 심리학자들이 함께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완벽하게 공정한 정통파 추리소설이라니까요.
황금기 이후 작품 중에서는 페트릭 퀜틴의 "두 아내를 가진 남자"와 "로널드 셸던의 아내", 에드먼드 크리스핀의 "움직이는 장난감 가게"와 "피 흘리는 사랑"에 대한 평이 괜찮고요. 시릴 헤어의 "법정의 비극"은 코미디적 감각과 인물에 대한 진실된 감정으로 순회 재판 판사의 삶이 잘 묘사된 그의 최고작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도 소개된 에드거 러스트가튼의 "대답해야 할 사건", 케네스 피어링의 "커다란 시계", 헬렌 유스티스의 "수평의 남자", 존 프랭클린 바딘의 "악마의 푸른 꼬리 파리" 모두 한 번 읽고 싶어 집니다. 국내 소개된건 아쉽게도 "커다란 시계"밖에 없지만요. 

이후 현대로 넘어오면서는 제 취향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를 범죄 소설가 중 가장 중요하다며 소개하는 단락은 동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아주 좋아하는 작가라 무척 반갑기도 했고요. 이어서 소개되는 마고 베넷의 작품들도 굉장히 흥미로운데, "비행하는 남자들"은 국내에 소개되면 참 좋겠습니다. 로스 맥도널드에 대한 호평도 좋았고요. 마거릿 밀러의 작품은 개인적으로는 그냥 그랬지만, 여기서 최고로 치는 "천사처럼"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으니 이 작품까지는 읽어봐야겠습니다.

하지만 작품 소개만 흥미롭다면 인터넷 서점 리뷰보다 나을게 없죠. 아니, 국내 소개된 작품이 드물다는 점에서는 인터넷 서점보다도 못합니다. 전문가적인 시각이 반영되었다고는 하나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된 느낌이 강해서 마음에 들지 않고요. 명성에 비하면 조금은 실망스러운 책이었습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05/05/07

하얀 장미 - 알리스테어 맥클린 / 이제중 : 별점 3점

하얀장미 - 6점
알리스테어 맥클린/동쪽나라(=한민사)

탈보트는 산간마을 마블 스프링스에서 경찰관 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법정에서 국제적인 범죄자라는 정체가 드러났다. 경찰을 사살하고 억대 부호 블레이어 루스벤 장군의 외동딸 메리를 인질로 삼아 도주극을 펼쳤지만, 곧바로 전직 형사였던 현상금 사냥꾼 자브론스키에게 포획되고 말았다. 
자브론스키에 의해 장군의 저택으로 끌려간 탈보트에게 장군은 경찰을 부르는 대신 모종의 계획을 명령했다. 탈보트의 해저 인양전문 전문 기술을 이용한 것이었다. 명령에 따라 유전 굴착 시설인 X-13으로 이동한 탈보트는 장군의 배후에 있는 바이랜드의 존재를 알게되얻고, 그의 협박과 강압으로 목숨을 내건 도박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연극이고 탈보트에게 닥쳤던 몇년전의 사고와 깊은 연관이 있는 계획의 일부임이 밝혀지는데...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는 작가는 아니지만, 모험 소설의 거장인 알리스테어 맥클린의 장편 스릴러입니다. 원제는 "Fear Is The Key"인데 왜 "하얀 장미"라는 제목이 붙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건 이 작가의 작품 및 원작 영화는 그동안 접했던 것은 전부 재미있게 보았었기 때문에 나름의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외로운 주인공의 고군분투, 주인공의 전문지식 - 해저 굴착 및 인양전문가 - 이 내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정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유사합니다. 그러나 다른 작품들처럼 유머스럽고 경쾌하게 즐길 수 있는 부분은 없습니다. 굉장히 심각한 복수극이거든요. 그라서 약간 의외였습니다. "다이하드"시리즈를 보다가 "올드보이"를 보는 기분이랄까요?

추리적으로는 그다지 특기할 만한 것이 없는 스릴러지만, 주인공의 모든 행동과 생각에 다 이유가 있고 주인공이 생각한 바를 설명하는 부분이 굉장히 합리적이고 치밀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주인공이 초반 납치극에서 타당하면서도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는 행동과, 중반 이후 유전 굴착 시설 X-13에서 고군분투하면서도 단순히 액션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방심했고 미진했던 부분들에 대해 되새기며 긴장하는 장면들 등은 스토리 전개에 합리적인 이유와 근거를 제시해서 독자에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듭니다. 치밀하게 배치한 여러 복선들과 설정, 단서들이 맨 나중에 명쾌하게 밝혀지고 해결되는 부분의 지적인 쾌감 역시 단순한 모험소설에 가까왔던 전작들과는 다른, 확실히 차별화되는 재미를 안겨다 주고요.

하지만 클라이막스에서 주인공이 악당들 앞에서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그들의 범죄 행위를 고백하게 하는 장면은 조금 억지스럽습니다. 그러한 장소를 고집해야만 했던 당위성이 떨어지는 탓입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의 극적인 효과를 위해 너무 많은 것을 놓친게 아닌가 싶어요.
아울러 작중의 배경이 1950년 후반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시대적 배경 때문에 굉장한 거금으로 평가되는 1000만달러 상당의 보물은 지금 보기에는 수많은 악당들이 목숨을 걸만한 금액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더군요.
또한, 주인공이 자기 파멸형 시니컬 하드보일드 캐릭터인 탓에 감정이입을 하기 힘든 단점도 있습니다. 여주인공도 비중이 약할 뿐더러 달리 애인이 있다는 설정이라서 현실적이기는 하나, 역시나 감정이입은 힘들었고요.

그래도 단순히 모험 소설의 거장으로만 알았는데 나름대로 씨줄과 날줄처럼 치밀하게 엮은 스릴러 풍의 작품도 일정 수준 써 낼 수 있는 작가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 만으로도 유익한 독서였다 생각됩니다. 뭔가 2% 부족한 아쉬움은 지울 수 없지만 그래도 항상 평균작 이상의 재미는 선사해 주는 작가라는 사실을 다시 알 수 있었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PS : 그나저나 번역이 좀 이상합니다. 열심히 읽기에는 조금 부족하고 딱딱한데 독자에 대한 조금의 배려가 아쉽네요. 이것 역시 2% 부족한 부분에 포함되는 이야기지만요.

PS2 : 이 작가, 정말 꽤 괜찮은 재미를 주는 작품들을 써 내는데 우리나라에서의 지명도는 이렇게 낮은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혹 알리스테어 맥클린이라는 작가를 좋아하신다면 덧글이나 좀 남겨주세요. 팬클럽이나 한번 조직해 보던가 해야 겠습니다...

2012/12/09

조선의 탐정을 탐정하다 - 최애순 : 별점 4점

조선의 탐정을 탐정하다 - 8점
최애순 지음/소명출판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의 탐정소설에 대한 8편의 논문을 모은 한국문학사 서적.

8편의 논문은 각각 '탐정' 소설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론, 소파 방정환의 소년 모험소설, 채만식의 탐정소설 "염마", 김내성의 "백가면", 주요 번역 작품 소개, 번역 작품 중 독보적인 인기였던 모리스 르블랑과 루팡(뤼뺑) 시리즈의 번역 역사, 최서해의 번안 탐정소설 "사랑의 원수"(원작 "노란 방의 수수께끼")와 김내성 "마인"의 관계 연구, 방인근의 "마도의 향불"을 중심으로 한 식민지 조선의 여성 범죄와 팜므파탈 이야기가 주제입니다.

제목만 보아도 흥미진진한데, 내용도 딱딱하지 않고 상당히 재미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예상 외로 꽤나 인기 있었던 근대 조선의 '탐정' 소설들과 왜 정통 본격물이 유행하지 않고 통속적인 연애 소설과 결합되어 진화하였는지에 대해 밀도 있게 쓰여져 있는 덕분입니다. 이때 조선에 본격물이 안정적으로 정착하였더라면 제가 좋아하는 고전 본격물이 다수 소개되었을 테고, 국내 추리 창작 환경도 많이 변했을 텐데 조금 안타깝기도 하네요.

또 저자가 실제 확인한 자료를 통해 소개하는 다양한 창작 및 번역 작품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도 감탄을 자아냅니다. 방인근의 "마도의 향불"에 대한 소개는 마치 작품을 직접 읽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예요. 아울러 이렇게 많은 작품들이 존재했음에도, 현재 우리가 직접 읽을 수 있는 작품이 한 손으로 꼽기도 힘들 정도라는 현실도 아프게 다가왔고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자료가 풍부하게 실려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소파 방정환과 김내성의 아동 모험물을 다양한 텍스트와 비교 분석한 내용, "노란 방의 수수께끼"와 "마인"을 비교하여 "마인"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연구, 그리고 한국형 팜므파탈을 당시 빈번했던 본부 살인 사건과 연계하여 소개하는 연구 등이 추리 애호가로서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런 연구야말로 한국 추리문학사적으로 의미 있는 주제겠죠.

아무래도 모든 분께 추천드리기에는 조금 어려워 보이기는 하나, 식민지 조선을 무대로 한 추리소설을 창작하는 분께는 자료적인 의미에서라도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그런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만… 그런 사람의 하나로서 별점은 4점입니다. 꼭 창작이나 자료적인 목적이 아니더라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분들에게 의미 있는 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덧붙이자면, 6.25 전후 한국 추리소설사를 조망하는 후속권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2004/01/16

르콕 탐정 - 에밀 가보리오 / 한진영 : 별점 2.5점

르콕 탐정 - 6점 에밀 가보리오 지음, 한진영 옮김/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파리의 한 술집에서 격투 끝에 살해된 세 남자의 용의자로 한 남자가 현장에서 체포되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20대 중반의 르콕이 등장한다. 르콕은 상관인 제브롤 경감의 무시에도 불구하고 현장검증과 수사를 통해 체포된 사나이 메이가 사실은 뭔가 배경이 있는 인물이라고 추리한 뒤 세그뮬러 예심판사와 동료형사 압생트, 그리고 일종의 범죄 자문위원(?)인 타바레 등의 도움으로 진상을 밝혀내게 된다.

에밀 가보리오의 전설적인 추리소설. 포우 직후에 발표된, 19세기에 쓰여진 초창기 추리소설로 이 작품을 비롯해서 여러편의 작품을 발표한 가보리오는 현대 추리소설의 형성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셜록 홈즈도 르콕 탐정을 “그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존재야” 라며 폄하하는 장면이 있지만 코난 도일 경 스스로 이 작품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겠죠.
한마디로 추리 역사상, 거의 추리소설의 아버지쯤 되는 작품으로 그동안 역사적인 가치로나 호기심으로나 항상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이번에 국일미디어에서 발행되었네요. 물론 저는 당장 샀습니다. 책도 묵직하니 무려! 500페이지 가까운 장편으로 기대하게 만들더군요.

하지만 내용면에서는 아무래도 초기 작품 답게, 좀 지루하고 맥이 빠지는 편입니다. 초반부의 사건 현장만 분석해서 추리하는 르콕의 모습은 홈즈와 굉장히 유사하고, 나름대로 색다른 재미도 주지만 갈수록 사건 자체의 트릭 보다는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데에 목적을 두고, 순전히 탐문수사에 의존하는 르콕의 수사 방식이 굉장히 지루하거든요. 르콕의 모든 행동들은 홈즈가 비판할 정도로 어설프기도 하고요.
마지막 부분에서 용의자를 도망치게 놓아주고 용의자의 뒤를 쫓는다는 방식도 순진하지만, 드러난 용의자의 정체를 몰라 고민하다가 탐정 타바레의 자문으로 쉽게 해결되는 결말부 같은 것은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뭐 그 타바레의 추론 자체도 그다지 놀라운 것도 아니라서 더 맥이 빠지네요. 이렇다면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당시의 “경찰 수사” 소설이라고 하는게 더 적당할 것 같아요.

원래 이 책은 2부작으로 2부째에서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과거사, 그리고 그것에 얽힌 여러가지 이야기를 다룬다고 하는데 2부는 추리소설보다는 뒤마식의 모험 소설에 가까울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구성은 셜록 홈즈 장편 “주홍색 연구”나 “4인의 서명” 등에서 전반부에 사건이 벌어지고 후반부에는 범인의 회상으로 이루어지는 구성과 유사한 것 같은데 이 당시 추세였을까요?

어쨌거나 기작으로의 미덕과 역사적인 가치는 분명하지만, 그만큼 조금 어수룩하고 순진한… 현대독자들이 보기에는 부족한 점 또한 많습니다. (무려 100년도 전에 쓰여진 책이니까요) 그만큼 세월이 흐른 것이겠지요. 이 책도 조금만 더 짧았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결론적으로 지 읽기에는 역사적 가치 이외의 다른 재미를 찾기 힘들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물론 저로서는 이런 책이 나와주니 고맙기만 하다! 쪽이었지만, 사실… 많이 팔릴 것 같진 않네요^^ 그래도 꾸준히 나와주었으면 합니다. (욕심일까나..) 아울러 뒷부분의 정태원씨의 해설은 언제나처럼 좋았습니다. 차후에 국일미디어 책들이 많이 나오면 뒷 부분의 해설만 따로 모아서 책으로 내 놓아도 될 것 같아요.

2013/01/06

1930년대 한국 추리소설 연구 - 오혜진 : 별점 3점

1930년대 한국 추리소설 연구 - 6점
오혜진 지음/어문학사

1930년대 식민지 조선에서 추리소설이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어떠한 문학적 위상을 지녔는지를 알려주는 논문집.

1930년대 추리소설이 유행하게 된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총독부의 언론 장악이 강하게 이루어졌고, 언론이 경쟁 과열 등으로 급격하게 상업화가 진행되어 독자의 흥미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글들이 많이 퍼질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시대적, 사회적 배경 하에서 추리소설이 어떻게 등장하고 어떻게 발전되었는지를 김동인, 최독견, 방인근, 염상섭, 박태원, 김유정, 김내성 등 당대 유명 작가와 그들의 작품, 그리고 기타 다양한 자료와 인용문을 통해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처음 접하는 작품들이 다양하게 소개되는 것이 큰 장점인데, 이 중에서도 개인적으로는 김동인의 "수평선 너머로"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상하이에서 독립운동 자금을 얻기 위해 급파된 서인준과 뉴욕에 본부를 둔 범죄집단 LC당이 윤백작 공채를 둘러싸고 대결을 벌이고, 이를 형사 이필호가 쫓는다는 이야기로 스파이 모험소설의 서사를 갖춘 작품인데, 줄거리만 봐도 아주 재미있을 것 같더군요.

또한 1940년대로 넘어가면서 김내성이 친일문학에 손을 대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된 사실입니다. 유불란이 적국 스파이와 대결한다는 "태풍", 그리고 결국에는 유불란이 이름부터 친일스러운 "애국방첩협회" 회장으로 등장하여 미·영의 스파이와 대결한다는 "매국노"라는 작품 발표로 이어졌다고 하는데, 이건 뭐 면죄부를 줄래야 줄 수 없네요.

그 외에도 당시 추리서사의 작품들이 유행하였고 유명 작가들도 많이 창작하기는 하였으나, 대중문학이라서 순수문학에 비해 평가절하당하고 냉대받았다는 것, 동아일보에서 (1934.3.6~7) 세계 10대 탐정 작가로 소개한 작가들의 이름들(오픈하임, 르블랑, 췌스터턴, 반 다인, 필립 포츠, 엘러리 퀸, 프리먼, 레오나드 메릭, 프레챠, 비-스톤), 조선뿐 아니라 일본 추리문학을 짤막하게 소개하는 글들(그중에서도 1918.7.7 중앙공론 정기증간호를 통해 "비밀과 개방"의 '예술적 탐정 소설' 특집이 발표되었으며, 여기에 타니자키 준이치로의 "두 예술가의 대화"(금과 은으로 개제), 사토 하루오의 "지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개화의 살인", 사토미 톤의 "형사의 집"이라는 유명 작가 작품이 실렸다는 사실!) 등 유념해서 볼 만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논문집이기에 단지 재미만 따지기는 어렵고, 2만 원에 가까운 가격이 부담스럽기는 하나, 식민지 조선에서의 추리소설이 어떤 시대적·사회적 배경 아래에서 어떠한 작가들에 의해 어떻게 창작되었는지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책이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조선의 탐정을 탐정하다"와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네요.

2003/12/15

낯선 시간 속으로 (化石の荒野) - 니시무라 쥬코 : 별점 3점


의문의 조직에 의해 살인누명을 쓰게된 과묵한 형사 니시나 소오스께. 그는 우여곡절끝에 생명을 담보로 조직의 명령을 받아 나까오미 가쓰아끼(정계의 거물 나까오미 하루요시의 아들)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나까오미 가쓰아끼는 일본의 험한 산만 골라서 정밀 조사를 하고 있는 와중으로 주인공은 나까오미의 조직과 또다른 의문의 외국 조직 등과 물고 물리는 신경전, 혈투 끝에 모든 사건과 조사는 2차대전 종전 직전 사라진 전쟁자금 2천톤의 금괴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1975년에 발표된 소설로 간만에 읽은 일본 추리소설. 
줄거리 요약만 보셔도 '추리소설'보다는 모험, 어드벤쳐 소설에 가깝다는걸 알 수 있지요? 그래도 영화화(위의 예고편 참고하세요) 된 소설답게 영화적인 요소가 가득하고, 서스펜스도 넘칩니다. 덕분에 시간가는줄 모르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네요. 개인적으로는 모험소설 전문 작가 알리스테어 맥클린과 비슷한 풍이라 느꼈습니다.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스타일의 설정, 그리고 약간 허무적이고 음울하면서도 고집센 주인공과 도움을 주기도 하는 악당캐릭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저는 이 책 쪽이 7만배는 더 좋네요.

중간 중간에 있는 불필요해 보이는 복수극, 더더욱 불필요했던 정사장면, 그리고 끝을 너무 쉽게 한번에 정리해버리는 (주요 악역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여서 사이좋게 죽어버리는) 엔딩은 다소 아쉽지만 이 정도는 덮어버릴 재미는 분명히 가지고 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덧붙이자면 1982년에 영화화 되었는데 DVD까지 나왔으니, 언젠가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리뷰에 따르면 영화쪽은 많이 아니라는 평이 지배적이니 걱정도 좀 되는군요)

2005/07/15

스위트홈 살인사건 - 크레이그 라이스 / 백길선 : 별점 3점

스위트홈 살인사건 - 6점 크레이그 라이스 지음, 이기원 옮김/해문출판사

추리소설 작가인 엄마 마리안 카스테어스와 함께 사는 삼남매 다이나, 에이프릴, 아치는 어느날 옆집 샌퍼드 저택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목격했다. 삼남매는 이 사건을 해결해서 엄마의 명성을 높여주겠다는 욕심을 품고, 경찰까지 농락해가며 사건을 조사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사건의 담당 형사 빌 스미스와 엄마의 감정이 미묘한 것을 눈치챈 뒤, 둘을 연결시켜 주려는 노력까지 해 가며 결국 삼남매는 사건의 진상을 꿰뚫고 사건을 해결하는데...

여성 작가 크레이그 라이스의 작품입니다. 동서에서도 출간되었지만 제가 읽은 것은 해문의 Q 미스테리 시리즈 판본입니다.

무대는 외딴 시골 동네, 주인공도 아이들, 그리고 작중 대화와 사고방식 모두 아동 입장에서 쓰여졌기 때문에 스케일도 작고, 흡사 "소년탐정단" 시리즈가 연상되는 전형적인 아동용 모험 소설 느낌이 강하다는게 특징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은 오히려 다른 추리 소설들과는 굉장히 다른 독특한 재미를 안겨주며, 특히 아이들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벌이는 기발하고, 때로는 유치한 여러 작전들이 굉장히 유쾌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엄마 소설의 탐정들의 방식과 대사를 흉내내는 장면들은 특히 귀여웠어요. "초원의 집" 분위기의 당시 미국 시골 마을의 디테일한 묘사도 마음에 들었고요.

사건 자체는 이러한 작품 분위기와는 다르게 의외로 진지하고 복잡한 편입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샌퍼드 저택에서 죽은 샌퍼드 부인의 서류를 발견한 뒤 이를 통해 주변 인물들을 조사하여 단 하나의 진실을 밝혀낸다는 결말로 깔끔하고 명쾌하게 마무리하고 있어서 정통 추리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단순한 캐릭터 중심의 모험물만은 아니랄까요.
물론 샌퍼드 부인의 서류를 경찰이 수색에서 왜 발견하지 못했는지가 잘 납득되지 않는다는 단점은 있지만 뭐, 납득할만한 수준이었어요.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웰메이드 홈코미드 스릴러입니다. 소박하고 유쾌하면서도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흔치 않은 작품이기에 추리소설 입문자에게 적극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초보자가 아니시라도 거대하고 큰 음모, 잔인한 엽기 연쇄 살인사건에 관한 작품이 난무하는 요즈음 신선한 느낌으로 기분전환 할 수 있으실테고 말이죠.

덧 1 : 내용 전개가 디즈니의 모험영화 같아서 잠깐 조사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미 1946년에 영화화가 되었더군요.

덧 2. 아이들이 말썽꾸러기이긴 해도 집안일도 잘 돕고 엄마의 일과 마음을 잘 이해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약간 판타지스러운데 저자인 크레이그 라이스 여사 본인의 결혼생활은 불행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소설로나마 이상적인 가정을 꾸미고 싶어한 심정이 반영된 결과물로 보입니다. 안타깝네요.

2006/05/20

황금의 랑데뷰 - 알리스테어 맥클린 / 이재중 : 별점 4점

미국 정부의 무기 개발 연구소에서 국지전용 핵폭탄 "트위스터"가 개발자인 캐롤라인 박사와 함께 사라지고 당시 출항했던 호화 여객선 캄파리호가 의심을 받아 수색을 당하게 된다. 캄파리 호의 불렌 선장의 짜증에도 불구하고 카리브해의 기항지 카라시오에서 무사히 마지막 승객과 화물을 싣고 출항한 캄파리 호. 그러나 1등 항해사 카터의 앞에서 급사장의 실종과 무선실장의 피살 등 연이은 괴사건이 벌어지고 카터의 추리와 활약으로 범인의 꼬리를 잡는데에는 성공하지만....

"여왕폐하 율리시즈 호"의 작가 알리스테어 맥클린의 모험 활극입니다. 맥클린의 장기로 알고 있었던 밀리터리 계열이 아니라 신선했습니다. 거기에 "민간인" 이 주인공인 설정 또한 맥클린 답지 않은 새로운 모습이었고요. 그러나 전공이 아니라서 작품의 수준이 낮느냐?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작품은 캄파리 호라는 호화 유람선과 수송선을 겸한 배라는 한정된 공간이 무대라서 긴장감이 배가됩니다. 손에 땀을 쥐게하는 사건과 모험도 연이어 펼쳐지고요. 한마디로 모험 활극의 기본이 될 만한 모든 요소를 갖춘 걸작입니다. 제한된 공간이라는 설정과 시간 제한이 있는 승부, 거기에 거의 맨몸으로 수십명의 악당과 맞서는 카터의 활약은 흡사 영화 "다이하드" 1편을 연상시집니다. 그 정도로 흥미롭고, 이를 박진감있는 전개와 묘사로 뒷받침하여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네요.

주인공이 몸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단순한 모험 활극도 아닙니다. 앞부분에 등장하는 국지전용 핵폭탄 "트위스터"라는 아이템이 극중에서 아주 적절하게, 합리적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이러한 무기가 등장하는 소설은 테러리스트의 테러 기도에 쓰이는 이야기 전개가 많은데, 평범한 발상에서 벗어난 독특한 사용성(?)도 돋보였어요.
주인공 카터의 기민한 추리를 바탕으로 한, 앞뒤가 꼭 들어맞는 이야기 전개도 일품입니다. 카터의 추리대로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 때마다 일종의 반전같은 놀라움을 주는 요소가 효과적으로 삽입, 묘사되고 있는 점도 좋아요.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거든요. 이러한 특징들은 이 작품을 단순한 모험 활극을 넘어서게 만들어 줍니다. 맨 마지막 장면인 카터의 재치에 의한 반전은 정말 놀라왔어요.

제한된 공간탓에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많지 않아 캐릭터 성이 조금 약하고, 그나마 등장하는 인물들도 전형적인 스테레오 타입이라는건 조금 쉽게 간 느낌을 전해주지만(특히 여주인공격인 수잔 베레스포드라는 캐릭터가 너무 뻔합니다), 작품 자체가 워낙 재미있을 뿐더러 주인공 카터가 특출난 탓에 문제될 여지는 없습니악.
"여왕폐하 율리시즈 호"와 "하얀장미"는 솔직히 말해 작가나 작품의 명성에 비한다면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었는데 이 작품을 읽어보니 그간의 편견이 싹 사라지는 느낌이네요. 진작에 읽은 작품이지만 다시 읽어도 여전한 흥분을 가져다 주는 1급 모험소설로 별점은 4점입니다. 번역이 약간 매끄럽지 못해 감점합니다.

2010/11/01

가다라의 돼지 - 나카지마 라모 / 한희선 : 별점 3점

가다라의 돼지 - 6점
나카지마 라모 지음, 한희선 옮김/북스피어

아프리카 주술 전문가 오우베 교수는 과거 현장 탐사에서 딸 시오리를 사고로 잃은 뒤, 아내 이쓰미와도 마음을 닫은 채 술에 의존하며 방송 출연으로 시간을 보내는 '탤런트 교수'가 되었다. 그러나 우연히 한 방송의 아프리카 기획에 참여하게 되면서 오랜만에 케냐를 방문하고, 그곳의 주술사 마을에서 죽은 줄 알았던 딸 시오리를 발견했다. 시오리를 구해냈지만, 곧바로 그녀를 자신의 '키시투'(일종의 주술 도구)로 여기는 최강의 주술사 바키리의 복수에 직면하게 되는데...

75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과 그에 걸맞은 무게감으로, 읽기 전부터 독자를 압도하는 나카지마 라모의 대장편입니다. 일본 추리작가협회 장편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하네요.

작품은 크게 다음의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1부 : 오우베 교수가 사이비 종교에 빠진 아내 이쓰미를 구하기 위해 마술사 미스터 미라클, 제자 도만과 함께 종교의 '기적'을 폭로하는 이야기

2부 : 오우베 교수 일가가 TV 프로그램을 위해 아프리카 케냐를 방문한 후, 케냐 최고의 주술사 바키리로부터 실종된 줄 알았던 딸 시오리를 구해내는 이야기.

3부 : 일본까지 찾아온 바키리와 오우베 일가의 최종 결전.

이러한 이야기의 구조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엄밀히 말해 이 작품은 추리 소설보다는,   초능력과 아프리카 주술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한 모험 소설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재미만 놓고 본다면 최고입니다. 1부에서 등장하는 '초능력', 특히 사이비 종교 교주가 공중 부양한다는 '기적'의 실체를 폭로하는 과정은 "신비의 사기꾼들"을 연상시키는 트릭물 같은 재미를 제공합니다. 또한, 2부에서는 케냐의 상세한 묘사와 긴박감 넘치는 탈출 장면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들며, 3부에서는 본격적인 주술 대결이 펼쳐지면서 트릭과 긴장감이 조화를 이루어 끝까지 몰입하게 해 주고요. 덕분에 방대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손에서 놓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작가의 전작인 "인체모형의 밤"과는 전혀 다른, 블랙 코미디 같은 분위기도 볼거리였고요.
엄청나게 디테일한 자료 조사를 통해 구축된 초능력과 주술에 대한 설명도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모두를 압도하고 조종하는 바키리의 주술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부족했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특히 후반부 오우베의 각성 이후 펼쳐지는 '초능력 대결'은 너무 과장이 심했어요. 오컬트와 초능력, 주술이 결국 '존재한다'는 식의 결말은, 앞서 철저하게 구축했던 과학과 상식에 기반한 초능력과 주술이라는 테마와도 동떨어진 느낌입니다. 또한, 여러 범행에 대한 설득력도 부족했고요. 일본만의 독특한 오컬트 문화가 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영향이 크겠지만, 이렇다 보니 작가가 무엇을 의도했는지조차 모호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제목을 가져온 '마태복음'의 가다라 돼지 일화처럼 실제로 악령과 주술이 존재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미스터 미라클의 말처럼 모두 트릭에 불과한 것인지...

또한, 마지막 방송국에서의 대결은 "서브리미널 광고 효과"와 집단 최면을 너무 과장되게 묘사하면서 설득력을 잃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봤던 초능력 소년 기요카와와 마술사 미스터 미라클이 너무 일찍 퇴장한 것도 아쉬웠던 부분이고요.

결론적으로, 1부는 작품의 테마와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도입부로서 아주 괜찮은 중편이었고, 2부는 아프리카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주술'이라는 소재를 흥미롭게 풀어낸 모험소설로서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그러나 3부는 속도 조절 없이 너무 폭주해버린 느낌이 강합니다. 전형적인 B급 감성이 넘치는 데다가, 3부의 결말만 놓고 보면 이 방대한 작품이 '새로운 영능력 히어로 탄생'의 프롤로그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니까요. 막 나가는 재미는 있었지만, 1부와 2부처럼 보다 진지하고 과학적인 접근을 유지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재미는 있었지만, 모호한 방향성과 후반부의 급전개 때문에 선뜻 추천하기는 애매한 작품입니다. 1부는 별점 3점, 2부는 3.5점, 3부는 2점, 전체적으로는 대략 별점 3점입니다.

2020/08/07

소년탐정 칼레 1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 햇살과나무꾼 : 별점 2.5점

소년탐정 칼레 1 - 6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논장

탐정을 꿈꾸는 13살 소년 칼레는 친구 안데스, 이웃집 소녀 에바 삼총사와 매일매일을 즐겁게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에바 어머니의 사촌 동생 에이나르 아저씨가 찾아오고, 칼레는 수상함을 느껴 개인적인 조사를 해 나가는데...

전설적인 아동 문학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1942년에 발표한 소년 탐정이 활약하는 모험 소설.

아주 오래전 읽긴 했던거 같은데 존재 자체를 잊어버린지 오래였었습니다. 다시 기억을 떠올리게 된 건 와카타케 나나미의 <<녹슨 도르래>> 덕분입니다. 작 중에서는 히로토가 살인곰 서점으로 하무라 아키라를 찾아왔을 때 핑계삼아 이 책이 있느냐고 묻는 장면에서 처음 등장하며, 뒤에 부록격으로 수록된 '도야마 점장의 미스터리 소개'에서 '이 책을 읽지 않고서는 미스터리 팬이라고 자칭할 수 없다.' '아동 대상 도서라고 얕보지 마라, 복선을 깔아놓는 방식이 절묘하다.'고 극찬하고 있거든요. 도저히 구해보지 않고서는 못 배길 찬사죠. 단, 도야마 점장의 소개에 따르면 작 중 등장한 책은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만, 이번에 읽은건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는 탓에 어쩔 수 없더라고요.

읽으면서 조금 놀랐던 건, 1940년대 스웨덴 시골을 무대로 13살 짜리 소년이 해결하는 사건 치고는 상당한 강력 범죄들이 연이어 등장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에이나르 아저씨와 그의 일당들 때문에 삼총사는 유적 지하에 감금되어 버리고 마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에이나르 아저씨는 그들을 구해주지 않을거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세 명 모두 죽어버릴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어요. 에이나르 아저씨의 지문을 몰래 뜨다가 권총으로 위협당하고, 마지막 추격 장면에서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는 등의 묘사도 아동용 소설에서는 보기 힘든 묘사였고요. 에도가와 란포의 <<소년 탐정단>> 역시 소년 탐정 고바야시 소년이 죽을 뻔한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많은걸 보면, 확실히 수십년 전은 지금과는 시대가 많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강력 범죄가 등장하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하는 추리적인 요소도 몇 가지 있는데,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꽤 그럴듯하게 사용하고 있다는게 돋보입니다. 에이나르 아저씨의 지문을 몰래 채취한 칼레가 보낸 편지 덕분에 스톡홀름에서 형사가 출동하게 된다던가, 악당 차의 타이어를 스케치해 놓았던 덕분에 갈림길에서 악당들이 어디로 향했는지 알아 챈다는 식이거든요. 충분히 있음직하면서도, 아이가 해도 그리 어색하지 않은 활약으로 눈길을 끕니다. 유적에 써 놓았던 낙서가 지워지고, 진주가 떨어진걸 토대로 유적에 에이나르 아저씨가 몰래 숨어들어 흔적을 지우고 보석을 훔쳤다는걸 눈치채는 장면도 추리적으로도 흥미로왔어요.

그러나 추리는 양념일 뿐이며, 전체적으로는 전형적인 아동용 모험 소설이라고 보는게 타당합니다. 스웨덴 시골에서 13살 짜리 탐정 지망생 소년이 해결할만한 사건이 그렇게 대단할리 없잖아요? 에이나르 아저씨가 수상하다는건 계속 이야기되고 있어서 별다른 의외성도 없고, 전개도 반전없이 평이한 수준이에요. 오히려 전개는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느낌마저 전해 줍니다. 10만 크로네 보석 도난 사건과 사건의 범인인 에이나르 아저씨를 쫓는 칼레의 활약과, 삼총사의 여름 방학 이야기 - 서커스 공연을 하고 식스텐 패거리와 장미 전쟁이라고 이름 붙인 다툼을 벌이는 등 - 가 같은 비중으로 뒤섞여 있는 탓입니다. 물론 식스텐 패거리 때문에 에이나르가 보석을 손에 넣는 시간이 지연된다는 등, 장미 전쟁 자체는 핵심 사건과 나름 엮이기는 하지만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닙니다.

하지만 단점은 순전히 제 기준일 뿐으로, 어린 친구들이 재미있게 즐기기에는 무리없는 수준이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도 바로 읽어봐야겠어요. 도야마 점장의 소개만큼 대단한 작품인지는 무척 궁금합니다.

2010/06/06

에토로후 발 긴급전 - 사사키 조 / 김선영 : 별점은 2.5점

에토로후 발 긴급전 - 6점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시작

이런저런 작품으로 알려진 사사키 조의 대표작 중 하나로 진주만 공습 직전, 미국인 스파이가 관련된 메시지를 전하려고 노력했다는 비밀 작전을 그린 첩보 모험 소설입니다. 무려 500페이지를 꽉 채운 대장편이기도 하죠. 하지만 길이에 비하면 썩 마음에 드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다양한 수상경력이 무색할 정도로요.

일단 이렇게 길 이유가 없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지나칠 정도로 자세하게 묘사되는 과거사는 주요 내용하고는 별 관계가 없습니다. 해설에서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 학대받는 자들, 아웃사이더들 어쩌구 하면서 포장해서 설명하고 있지만, 어차피 남의 나라에 스파이 활동하러 들어오는 일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무모한 일인데 왜 그런 것들을 합리화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선악도 모호하고 센치한 정서만 난무하는 등, 첩보 모험 소설과는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할 뿐입니다.

또 준비 과정과 잠입 과정의 디테일에 비해 에토로후 섬에서의 첩보 활동은 설명이 많이 부족합니다. 국가의 명운을 건 중요한 작전을 앞두고 섬을 봉쇄한 해군이 유일한 발전기가 있는 공장을 내버려둔다? 당연히 말이 안 되죠. 상식적으로라도 해군 부대가 일부라도 상륙해서 마을과 주요 고지를 점령한 뒤, 감시 및 경계 근무를 벌였어야 했습니다. 물론 섬 최고의 미녀가 정체도 모르는 스파이한테 반해서 이것저것 도와준다는 설정에 비하면 이 정도 몰상식은 양반이지만요. 그 외에도 작전 자체의 긴장감이 부족하고, 첩보를 입수한 미국 쪽에서의 움직임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점 등 첩보 소설로는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뒷 부분 해설에서도 언급하듯이 켄 폴레트의 "바늘구멍"과 너무 유사하다는 것도 감점 요소입니다. 적성국의 스파이가 외딴 섬에 스파이로 잠입하고, 섬에 살던 여자가 그 스파이에게 홀딱 빠진다는 설정은 똑같습니다. 하필이면 비슷해도 이런 말도 안 되는 게 비슷하냐... 단지 "바늘구멍"의 스파이와 여자는 국가에 충실한 애국자였고, 이 작품에서의 스파이와 여자는 감정에 충실한 인간이라는 차이만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전 "바늘구멍" 쪽이 더 낫다고 생각됩니다.)

그래도 유명세만큼 읽는 재미는 있긴 합니다. 에토로후 섬에 대한 세밀한 묘사 등 방대한 자료조사가 뒷받침된 내용, 그리고 일본인의 전쟁 범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좋았어요. 건질 게 아예 없지는 않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유키-센조 이야기, 케니 사이토의 스페인 내전과 미국에서의 범죄활동 묘사, 슬렌슨 신부의 난징에서의 체험 묘사 등은 모두 잘라내고 케니 사이토의 첩보활동을 중심으로 일본 헌병대와 경찰의 추적활동을 보다 치밀하고 흥미진진하게 묘사하는 게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