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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5

영국 추리작가 협회 (CWA) 선정, 사상 최고의 추리소설 100선 (The Top 100 Crime Novel)

영국 추리작가 협회 (The Crime Writers' Association: CWA)에서 1990년 발표했던 사상 최고의 추리소설 100선 (The Top 100 Crime Novels of All Time) 입니다. 2022년 현재 시점에서 국내 미 출간작은 회색으로 처리하였습니다. 국내 출간작은 모두 59편입니다. 대부분의 출간작이 상위 50위 이내 (43편) 집중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상위권에 유명 작품이 더 많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몇 년 전에 미국 추리작가 협회 (MWA) 선정 베스트 미스터리 100을 소개해 드렸던 적이 있는데, 비교해서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특히 MWA에서는 1위로 꼽은 셜록 홈즈 시리즈 순위가 낮은게 가장 의외였어요. 세 편 선정된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 중 "마지막으로 죽음이 온다"가 다른 유명 걸작들을 능가하는 작품인지는 살짝 의심스러웠고요. 미국 작품은 하드보일드 계열만 주로 선정한게 의도인지도 궁금합니다.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 중에서는 도로시 L 세이어스의 "학원제의 밤"이라던가, 에드먼드 크리스핀의 "사라진 완구점", 마저리 엘링엄의 작품 등이 눈에 뜨이는데, 언젠가는 국내에 출간되면 좋겠네요.

1위 "진리는 시간의 딸" 조세핀 테이

2위 "빅 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3위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존 르 카레

4위 "학원제의 밤" 도로시 L 세이어스

5위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6위 "레베카" 다프네 뒤 모리에

7위 "안녕 내 사랑" 레이먼드 챈들러

8위 "월장석" 윌키 콜린스

9위 [[the ipcress file]] 렌 데이튼

10위 "몰타의 매" 대실 해밋

11위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조세핀 테이

12위 "실종 당시의 복장은" 힐러리 워

13위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14위 "로그 메일" 제프리 하우스홀드

15위 "기나긴 이별" 레이몬드 챈들러

16위 "살의" 프랜시스 아일즈

17위 "자칼의 날" 프레드릭 포사이스

18위 "나인 테일러스" 도로시 L 세이어스

19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20위 "39계단" 존 버컨

21위 "셜록 홈즈의 모험" 아서 코난 도일

22위 "살인은 광고된다" 도로시 L 세이어스

23위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애드거 앨런 포 24위 "디미트리오스의 가면" 에릭 앰블러

25위 [[사라진 완구점]] 에드먼드 크리스핀

26위 [[Tiger in the smoke]] 마저리 엘링엄

27위 "가짜 경감 듀" 피터 러브시

28위 "흰 옷의 여인" 윌키 콜린스

29위 [[A Dark-Adapted Eye]] 바바라 바인

30위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제임스 M. 케인

31위 "유리 열쇠" 더쉴 해밋

32위 "배스커빌 가의 개" 아서 코난 도일

33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존 르 카레

34위 "트렌트 마지막 사건" E.C 벤틀리

35위 [[From Russia with Love]] 이언 플레밍

36위 "경관 혐오" 에드 멕베인

37위 "제리코의 죽음" 콜린 덱스터

38위 "낯선 승객"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39위 "활자 잔혹극" 루스 렌들

40위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

41위 "독 초콜릿 사건" 앤서니 버클리

42위 "성녀의 유골" 엘리스 피터스

43위 "죽음의 혼례" 엘리스 피터스

44위 "죽음의 키스" 아이라 레빈

45위 "재능있는 리플리"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46위 "브라이턴 록" 그레이엄 그린

47위 "호수의 여인" 레이먼드 챈들러

48위 "무죄 추정" 스콧 터로우

49위 "내 눈에 비친 악마" 루스 렌들

50위 "벨벳의 악마" 존 딕슨 카

51위 "치명적 반전" 바바라 바인

52위 [[The Journeying Boy]] 마이클 이네스

53위 [[A Taste for Death]] P.D. 제임스

54위 "독수리는 날개치며 내렸다" 잭 히긴스

55위 [[My Brother Michael]] 메리 스튜어트

56위 [[Bertie and the Tin Man]] 피터 러브지

57위 [[Penny Blac]] 수전 무디

58위 [[Game, Set & Match]] 렌 데이튼

59위 [[The Danger]] 딕 프란시스

60위 [[Devices and Desires]] P.D. 제임스

61위 [[Under World]] 레지널드 힐

62위 [[Nine Coaches Waiting]] 메리 스튜어트

63위 [[A Running Duck]] 폴라 고슬링

64위 [[smallbone deceased>> 마이클 길버트

65위 [[The Rose of Tibet]] 라이오넬 데이비슨

66위 [[Innocent Blood]] P.D. 제임스

67위 <<맹독>> 도로시 L 세이어스

68위 [[Hamlet, Revenge!]] 마이클 이네스

69위 "시간의 도둑" 토니 힐러먼

70위 [[A Bullet in the Ballet]] Caryl Brahms & S. J. Simon

71위 [[Deadheads]] 레지널드 힐

72위 "제3의 사나이" 그레이엄 그린

73위 [[The Labyrinth Makers]] 앤서니 프라이스

74위 [[the quiller memorandum>>애덤 홀

75위 "내안의 야수" 마거릿 밀러

76위 [[The Shortest Way to Hade]] 새러 코드웰

77위 "질주" 데스몬드 배글리

78위 [[Twice Shy]] 딕 프란시스

79위 [[The Manchurian Candidate]] 리처드 콘돈

80위 [[the killings at drift>> 캐롤라인 그래험

81위 "야수는 죽어야 한다" 니콜라스 블레이크

82위 "고르키 파크" 마틴 크루즈 스미스

83위 "마지막으로 죽음이 온다" 애거서 크리스티

84위 "녹색은 위험"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85위 [[Tragedy at law]] 시릴 헤어

86위 "콜렉터" 존 파울즈

87위 "기데온과 방화마" J.J. 매릭

88위 "대통령의 유산 The Sun Chemist" 라이오넬 데이비슨

89위 "나바론 요새" 알리스테어 맥클린

90위 [[The Colour of Murder]] 줄리안 시몬즈

91위 [[Greenmantle]] 존 버컨

92위 "모래톱의 수수께끼" 어스킨 칠더스

93위 [[wobble to death>> 피터 러브지

94위 <<붉은 수확>> 더쉴 해밋

95위 [[The Key to Rebecca]] 켄 폴렛트

96위 [[Sadie When She Died]] 에드 멕베인

97위 [[The Murder of the Maharajah]] H.R.F. 키팅

98위 [[What Bloody Man Is That?]] 사이먼 브렛

99위 [[Shooting Script]] 게빈 라이얼

100위 "네 명의 의인" 에드거 월러스

2020/12/25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 - 루스 렌들 / 홍성영 : 별점 3점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 - 6점
루스 렌들 지음, 홍성영 옮김/봄아필

루스 렌델이 쓴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 중심의 단편집입니다. 수록된 대부분의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무언가에 몰입, 집착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대상은 열쇠, 시계, 저택과 같은 사물도 있고, 여장이나 동물로 변장하는 등의 독특한 취미도 있지요. 주인공들은 결국 그 때문에 파국을 맞게 되는데, 파국을 맞는 장면이 마지막 몇 줄로 정리되는 반전 묘미가 빼어난 작품이 많습니다. 등골 서늘한 반전을 짤막한 문장으로 펼쳐보인다는 점에서 '기묘한 맛' 장르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정교하게 계획된 범죄가 등장하는 "휘파람 부는 남자"와 "늪지 저택, 펜 홀"은 등장 인물들 심리와 주변 배경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중심이기는 하지만, 잘 짜여진 추리물로 보아도 손색이 없었고요.

그러나 지금 읽기에는 시대에 조금 뒤처진 느낌도 들고, 반전도 뻔한 작품들이 많다는건 아쉽습니다. 대표적인게 표제작인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겠지요. "헤어가 살던 집", "아버지의 날" 등도 예상하기 쉬운 내용이었고요. 

하지만 뻔하더라도 독자를 몰입시키는 구성과 전개, 묘사가 빼어나서 한 번 읽어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거장이 달리 거장이 아닌 거지요. 별점은 3점입니다.

수록작별 간단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읽으시기 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 

남성 공포증이 있는 여자와 장난삼아 여장을 즐긴 남자가 겪는 파국을 그린 작품.

원제는 The New Girlfriend인데, 영화 때문에 제목이 바뀐걸가요? 여튼 여장한 데이빗을 진짜 여자로 생각하는 크리스틴의 심리 묘사가 볼거리였던 작품입니다. 그러나 데이빗이 크리스틴과 함께 하기(?) 위해 남자로 돌아오자, 그를 살해한다는 결말은 너무 뻔했습니다. 크리스틴이 남편 외 남성에 대해 갖는 혐오가 앞서서 상세하게 설명된 탓이지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조금 찾아보니 영화는 기본 설정만 따왔을 뿐, 전혀 다른 이야기로 각색했더군요. 저는 영화 결말보다는 원작 결말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푸른 히아신스 향기" 

아내 캐서린이 불륜 뒤 임신하자 이혼하고 40년간 해외를 떠돌던 남자가 돌아왔다. 그는 다시 한 번 캐서린을 찾아 나섰고, 결국 그녀를 만났지만 그녀는 도망가버리고 말았다. 남자는 다시 그녀를 찾아가 총으로 쏴 죽였다. 그러나 그가 죽인건 알고보니 그녀의 딸이었다.

남자가 캐서린에게 집착하는 디테일한 심리 묘사가 일품입니다. 이를 통해 그녀에 대한 살의와 살인이라는 직접적 행위가 설명되고요. 죽인 여자가 캐서린이 아니라 그녀의 딸이었다는 반전 역시 대단했습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과수원 울타리"

나는 공습을 피해 엘라 이모가 사는 인치필드에 머물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엘라 이모가 남편이 징집된 틈에 병가를 받고 돌아온 조종사 데니스 클리프턴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걸 알아챘다.
밤에 총 소리를 들은 어느 날 아침, 나는 나무에 매달린 허수아비를 데니스 클리프턴의 시체로 오인해 소동을 일으킨 뒤 런던으로 쫓겨났다. 엘라 이모도 아이를 낳다가 죽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나는 그곳에서 머리에 산탄총을 맞은 유골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이 작품도 '나'의 심리 묘사가 빼어난 작품입니다. 또 어린 시절 추억을 회고하면서 그려내는 영국 시골 풍경에 대한 묘사도 좋고요. 서정적인 분위기에서 불륜으로 긴장감을 싹 틔우고, 이를 목 매달린 시체 (허수아비)로 터트리는 전개도 거장답습니다.

그런데 에필로그처럼 그려진 마지막 반전은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발견된 유골은 데니스 클리프턴일겁니다. 그렇지만 데니스 클리프턴은 전시에 병가 중인 군인이었습니다. 그가 실종된게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었을까요? 마을 사람들 모두가 불륜을 알고 입을 맞췄다고 하더라도 전시라는 상황이면 문제가 되었을텐데 말이죠.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헤어가 살던 집" 

살인 사건이 일어난 탓에 싸게 나온 집을 구입한 노먼은 아내 리타와 함께 이사왔다. 10여 년 전에 일어난 사건을 계속 신경을 쓰던 노먼과 리타는 욕실 창문이 자꾸 열리는걸 가지고 다툼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리타를 거의 죽일 뻔 한 노먼은 다시 이사를 마음먹은 뒤, 헤어 사건이 알고보니 자기와 같이 욕실 창문이 열린 탓이라는걸 알게 되는데...

스트레스와 긴장이 쌓이면 사소한 일로 살의가 폭발하는 심리를 극단적으로 묘사한 작품입니다. 전형적인 일상 속 이야기처럼 그려내었다는게 특징입니다. 살의가 우리 삶에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를 잘 알려준다고 할 수 있네요. 일상 속 사소한 문제로 폭발한 살의라는 점에서는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활자 잔혹극 (유니스의 비밀)"과도 비슷하고요.

하지만 전개와 결말은 다소 뻔했습니다. 별다른 반전도 없고요. 창문 문제가 살의를 촉발할 수 있다는걸 이웃은 알고 있던걸로 보이는데, 이웃에 대해서 반전 형식으로 풀어내었다면 어땠을까 싶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뇌물과 부패" 

니컬러스는 여자에게 홀려 자기 수준에 맞지 않는 레스토랑을 방문하여 엄청난 덤터기를 쓸 위기에 빠졌다. 그러나 아버지를 해고했던 아버지 회사의 보스 소렌슨이 식사비를 대신 지불했다는걸 알게 되었다. 소렌슨이 아내가 아닌 젊은 여자와 함께 있는걸 목격했던 탓으로 여긴 니컬러스는 식사비를 돌려주기 위해 다음날 소렌슨을 찾아갔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는 니컬러스를 협박범, 그리고 바보 취급을 할 뿐이었다.

며칠 뒤, 소렌슨의 아내가 살해된 채 발견되고 소렌슨은 식당에서 그를 목격했던 니컬러스만이 알리바이를 증명해 줄 수 있는 상황에 처하는데....

소심한 소시민이지만 자존심만큼은 갖춘 니컬러스가 펼치는, 자신을 무시했던 소렌슨에 대한 복수극입니다. 독자가 니컬러스에게 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니컬러스가 울분을 쌓아가는 과정을 차분히 그려낸 전개가 돋보입니다. 전문용어로 말하자면 '빌드업'이 완벽해요. 이러한 빌드업을 완성하는 마지막 니컬러스의 한 마디, "보지 못했습니다. 절대로요."가 작품의 백미고요. 소시민의 잔혹 복수극이자 일상계라는 독특한 작품의 정체성도 인상적입니다.

식당에서 소렌슨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조금은 작위적인 설정은 아쉽지만, 그 외에는 단점을 찾아보기 힘든 수작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휘파람 부는 남자"

매뉴얼 밑에서 페인트 공으로 일하는 제레미는 영국인 불법 체류자이자 좀도둑으로, 일하던 중 모르는 집 열쇠를 줍게 되었다. 이 집을 털어서 인생 역전을 꿈꾼 제레미는 집 열쇠에 적힌 주소를 찾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그 집은 매뉴얼의 본가였고, 잽싸게 도망치던 제레미는 이 모든게 매뉴얼의 복수라는걸 깨닫게 되었다. 매뉴얼이 결혼할 여자인 루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게 들켰기 때문이었다...

허술해 보이는 쿠바 이민자가 영국인 좀도둑을 가지고 놀면서 제대로 복수하는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몇 줄로 드라마틱한 반전이 완성되는, 오 헨리 스타일의 반전물이기도 하고요. 반전을 통해 매뉴얼이 이상하게 돈이 많았다는 복선도 회수되지요. 

개인적으로는 호감이라고는 눈꼽만큼도 느낄 수 없는 영국인 제레미가 죗값을 치룬다는 권선징악적인 결말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만큼 밉상으로 묘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묘사력은 정말이지 부럽네요.

그런데 제레미가 집을 터는 동안, 제레미 짐 속에 마약을 숨긴 뒤 세관에서 걸리게 만든것 자체는 엄청난 복수이기는 합니다만 너무 복잡하고 거창한 복수가 아니었나 싶어요. 제레미가 집을 털 생각을 하지 않았거나, 집 주소를 알아내지 못했을 수도 있고요. 물론 매뉴얼은 다른 복수를 준비했겠지만, 여러모로 손이 너무 많이 가는게 아닌가 싶네요.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나팔꽃 시계" 

트릭시는 데본셔에 사는 친구 시빌에게 놀러갔다가 그곳 갤러리인 아티팩트에서 충동적으로 나팔꽃 시계를 훔쳤다. 시계는 그녀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안겨 주었고, 시계를 알아본 친구 미비마저 사고를 위장해 살해했다. 시계를 몰래 돌려 놓으려는 시도마저 실패하자 트릭시는 순간적 광기로 시계를 부숴버리는데....

특정 물건에 대한 충동적인 집착이 파국을 불러온다는 심리 드라마입니다. 주인공이 노인이며, 시계 때문에 그녀가 살인까지 저지르는 파국이 일상 속에서 전개되는 일상계 속성이라는 점을 주목할 만 합니다. 마지막에 쓰러진 트릭시가 "똑딱똑딱, 나팔꽃 시계 소리"라고 말하는 장면도 대단했어요. 그녀 정신이 붕괴했다는걸 이렇게 한 마디로 표현하는 솜씨는 그야말로 일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전개와 결말은 다소 뻔하다는 단점은 어쩔 수 없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늑대탈" 

'나'는 임박한 결혼으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연극에 쓰는 늑대탈을 쓰면 자신을 잊을 수 있다는걸 알아챘다. 같은 취미를 숨기고 살던 어머니와 함께 하게 되자, 늑대탈을 쓰는 행위와 늑대가 될 때 야생으로 깊이 들어가던 행위는 점점 폭주하게 되었다. 마침내 약혼녀 모이라가 양가죽 외투를 입고 찾아온 날, 야생동물 두 마리가 양을 덮치고 만다....

두 마리의 야생 동물이 바닥에 쓰러진 양을 덮쳤다는 것이다. 는 마지막 문구는 섬뜩했습니다. 전형적인 '기묘한 맛' 류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모이라를 먹은 건지도 살짝 궁금해지고요.

그러나 정신병자가 쓰는 글이라는걸 계속 알려주고, 늑대탈을 쓰면 늑대가 된다는 행동 묘사가 상세해서 반전의 묘미는 약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분명 어딘가에서 읽었던 작품이라 신선함도 부족했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늪지 저택, 펜 홀" 

프링글과 친구들은 아버지 친구 리던 씨가 사는 늪지 저택 펜 홀 근처로 캠핑 여행을 떠났다. 리던 씨는 저택 관리를 위해 모든걸 걸었지만 돈과 인력,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고, 리던 씨 아내 플로라는 저택에는 관심이 없고 다른 물건에만 집착했다. 때문에 저택 내부는 쓰레기장같아 보였다.
태풍이 불어 포퓰러 나무가 쓰러진 다음날, 나무 구덩이에서 오래된 유물이 발견되고 이를 좋아하는 플로라는 발굴에 나섰다. 그러나 리던 씨가 해체하던 쓰러진 나무가 구덩이로 떨어져 그녀는 깔려 죽고 마는데...

서로 다른걸 원하는 부부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사고로 죽어버립니다. 당연히 남편이 사고처럼 위장해서 저지른 범행이고요. 이렇게 내용은 굉장히 뻔합니다. 하지만 이를 어린 아이인 프링글 시점에서 은근히 드러내는 묘사만큼은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해 줍니다. 직접적으로 죽이는걸 본건 아니지만, 여러가지 정황 증거들을 묘사하는 식이거든요. 

그리고 본 편 이야기보다도 오히려 늪지 저택 펜 홀과 숲에 대한 묘사가 훨씬 굉장하다고 느꼈습니다. 자작나무 줄기는 은색, 너도밤나무는 백랍색, 플라타너스는 회색과 노란색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도입부부터 독자를 사로잡는, 굉장히 상세하면서도 맛깔나는 묘사였어요. 작가의 필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아버지의 날" 

테디는 처제 가족과 그리스 섬으로 여행왔다. 처제의 남편 마이클은 아내 린다가 아이들과 함께 자신을 떠나는걸 두려워하는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마이클이 아내를 처치하고 아이들을 독차지한다는 이야기인데, 절벽에 떨어질뻔했던 테디와 아내 앤의 사고를 묘사하여 이어지는 사고와 연결시키는 전개는 너무 뻔했습니다. 수록작 중에서 가장 뻔한 이야기였달까요. 아이들과 헤어지기 싫지만 이혼이 만연한 세상에 두려워하는 마이클의 강박증 설정은 괜찮았지만, 테디 시점에서 묘사해서 그렇게 극적으로 묘사되지는 못한 것도 아쉽고요. 더 광적인 에너지가 느껴졌으면 했는데, 지금의 작품은 제 3자 입장에서 바라본 탓에 조금 무미건조한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케판다로 가는 초록길" 

나는 인기없는 판타지 소설을 쓰는 작가 아서 케스트렐과 친구였다. 그러나 그가 발표했던 15권에 달하는 '칼리나스 연대기'는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다. 아내 엘리자베스만 읽었을 뿐이었다. 아서는 어느날 '나'에게 런던 외곽선이 폐쇄되고 생긴 아름다운 산책로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나'는 엘리자베스와 함께 산책을 나섰지만, 그가 이야기한 풍경을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아서는 혹독한 비평이 신문에 실린 뒤 자살을 택했다. 바로 그 날, '나'는 알 수 없는 사명감에 아서를 찾아왔다가 귀가하던 중 아서가 이야기했던 산책로를 발견하는데...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가 다른 사람에게도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작가들이 꿈 꿔볼만한 일종의 판타지 작품. 장르 문학을 쓰는 작가에 대한 세간의 푸대접에 불만을 품고 쓴 글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아서가 만들어낸 산책로의 아름다운 묘사가 빼어납니다.

하지만 다른 수록작들과 비교할 때 극적 재미를 느끼기는 힘들었습니다. 특별한 반전도 없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19/12/20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 에드 멕베인 외 / 이리나 : 별점 2점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 4점
에드 맥베인.로런스 블록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이리나 옮김/북스피어

미국 뉴욕에는 추리소설 애호가에게 유명한 '미스터리 서점'이 있습니다. 유명 추리소설 편집자이자 비평가인 오토 펜즐러가 운영하는 서점으로 1979년에 문을 열었다니 올해로 40년이 되었네요. 이 책은 오토 펜즐러가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서점 고객들에게 선물로 증정했던 소책자에 수록되었던 단편들을 모아 엮은 단편집입니다.

오토 펜즐러의 말에 따르면, 소책자용 이야기의 기준은 세가지였다고 합니다. 첫번째는 이야기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배경으로 할 것, 두번째는 당연하겠지만 미스터리를 포함할 것, 마지막 세 번째는 적어도 몇몇 장면은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어날 것이 그 기준입니다. 이 책이 국내 첫 출간될 당시, 책을 펴낸 북스피어가 이벤트삼아서 이와 유사한 조건의 꽁트를 모집했었습니다. 저의 짤막한 글도 다행히 선정되어 "작가의 수지"라는 멋진 책을 경품으로 증정받았었죠. 그러나 이벤트가 당첨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은 선뜻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오토 펜즐러가 자신의 서점 고객용으로 준비한 글을 엮었던 "라인업" 같은 경우, 소설은 아니지만 재미있게 읽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면서 생각하고 있다가 드디어 올해 크리스마스를 맞아 읽어보게 되었네요.

일단, 작가진은 굉장히 화려합니다. 오토 펜즐러의 유명세와 인맥 덕분이겠죠. 도널드 E 웨스크레이크, 로렌스 블록, 에드워드 C 호크, 에드 멕베인, 토머스 H 쿡, 메리 히긴스 클라크 등 제가 소개했었던 유명 작가들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오토 펜즐러와 미스터리 서점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가득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심지어 오토 펜즐러가 고전 본격물 스타일의 탐정 역할을 소화하는 작품마저 있을 정도에요. 미스터리 서점이 사건의 무대가 되고, 서점 직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도 많고요. 오토 펜즐러가 내세운 기준 때문이겠죠. 마찬가지의 이유로 미스터리 서점에서 열리는 파티를 소재로 한 작품도 제법 되는 편입니다.

허나 이러한 오토 펜즐러와 미스터리 서점 팬, 고객을 위한 서비스적인 묘사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볼만한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기본적인 이야기의 완성도가 낮은 탓입니다. 오토 펜즐러가 내 건 조건들도 작위적으로 충족시킬 뿐이에요. 특히나 미스터리 서점에서의 흥청망청 크리스마스 파티는 영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희귀본을 수집하는 수집가가 자신의 서재에 술취한 손님들이 들어오는 파티를 연다는게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솔직히 전체 평균내면 2점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나마 반올림한 점수죠. 수많은 추리 작가, 추리 소설들이 인용되고 작품 속에서 활용되는 것을 보는 재미는 괜찮았지만 극소수의 작품을 제외하면 점수를 주기가 민망한 수준의 작품들이었습니다. 작가들의 명성을 생각하면 믿기지 않는 상황인데, 작가들 역시 단순한 팬 서비스 정도로 여긴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토 펜즐러와 미스터리 서점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아니시라면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특정 작가의 팬이라도 마찬가지고요. 몇몇 괜찮은 작품이 있기는 하나 극소수거든요. 나중에 e-book으로 각 단편들이 분철되어 판매되면 고려해 보시길 바랍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에 소개드립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표지 디자인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아요. 크리스마스라기 보다는 할로윈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이런 어울리지도 않는 일러스트보다는 그냥 깔끔하게 서점 + 크리스마스 소품이라는 미국 원작 스타일 표지였다면 판매는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아낌없이 주리라"

도둑 도트문더가 크리스마스날 맨해튼 호텔에서 고대 주화를 훔쳐 달아나다가 우연찮게 '미스터리 서점'에 숨어들었다. 그곳에서 주인 오토와 다른 일행들의 착각으로 그들이 벌이는 포커판에 끼어든 도트문더는 정직하게 게임을 해서 240달러 정도를 땄다. 그러나 경찰이 출동하여 수상한 사람에 대해 탐문하는데....

걸작 "도끼"와 유쾌한 케이퍼 소설 "뉴욕을 털어라", 묵직한 복수극 "인간 사냥" 등으로 잘 알려진 유명 작가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단편. 좋은 단편도 여러 편 발표했기에 작품에 대한 기대가 무척 컸습니다. 마침 국내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뉴욕을 털어라"의 주인공인 도둑 도트문더가 주인공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주 실망스러웠습니다. 이야기의 수수께끼는 딱 한가지, "왜 오토와 친구들은 도트문더를 경찰에 고발하지 않은 것일까?" 인데 그 진상이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거든요. 이유는 바로 도트문더가 240여달러의 돈을 땄기 때문이죠. 도트문더가 체포되면 포커판은 깨지고 돈도 다시 찾을 수 없으니까요. 게다가 도트문더가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오토와 친구들에게 돈을 잃어주기로 결심했다는 결말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포커판의 유지가 중요했다면, 240여 달러를 다시 잃는 것 보다 오토와 친구들의 돈을 모조리 따는게 게임을 끝내기에 더 현실적인 방법이니까요. 돈은 게임이 끝나고 공평하게 돌려주면 되잖아요? 돈을 다 따거나, 아니면 240여 달러를 다 잃거나 어느 쪽이건 게임이 끝날 때 오토와 친구들이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기도 하고요. 아울러 크리스마스날 일어난 사건일 뿐, 크리스마스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주제에 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점. 깊게 생각하지 않고 쉽게 쓴, 오토 펜즐러의 세 가지 기준에만 맞춘 졸작입니다.

"계획과 변주"

희귀 서적 중개인이 뉴욕에서 차례로 살해당했다. 파로아 러브 형사는 그들의 죽음이 대실 해밋의 잃어버린 원고인 "마른 여자"와 관련되어 있다는걸 알고, 자신의 친구 오토 펜즐러를 찾아가 책 수집상 와일리 에머슨을 함께 찾아가 보자고 부탁했다. 와일리 에머슨이 "마른 여자"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와일리 에머스는 "마른 여자"라는 원고는 본 적도 없다며, 자신을 찾아왔던 수집가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오토는 와일리 에머슨이 썼다는 원고 뭉치를 들고 나오는데...

흑인 동성애자 형사 파로아 러브가 등장하는 시리즈를 저술한 조지 백스트의 파로아 러브 단편. 크리스마스가 배경이기는 하나 이야기에 영향을 주는 부분은 없습니다. 대실 해밋의 "마른 여자"라는 원고를 와일리 에머스가 숨긴채 가지고 있던 이유도 썩 납득이 되지 않고요. 원고를 쫓는 악랄한 무리로부터 지키기 위해서였다는데 어차피 돈 받고 팔 생각이었다면 마찬가지 결과였을텐데 말이죠. 게다가 범인이 오토 펜즐러 서점의 매니저 알렉스였다는 진상도 뜬금없습니다. 나름의 복선이라고 등장하는건 찢어진 청바지와 원고를 노리는 도라를 배웅해 주었다는 것 뿐이라 억지스러웠어요.

한마디로 단편에 적합하지 않은 이야기를 무리하게 펼쳐낸 느낌입니다. 조금 더 길게, 상세한 설명을 더하여 풀어냈어야 하는 작품입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녹슨 책갈피 도난 사건"

닉 벨벳은 크리스마스 주간에 고등학교 때 친구 찰스 오닐로부터 의뢰를 받았다. 의뢰는 오토 펜즐러에게 판매한 대량의 헌 책 속에 끼워진 금속 책갈피를 훔쳐와 달라는 것이었다. 닉은 택배기사로 변장하여 서점에 잠입한 뒤, 책갈피를 빼내오는데 성공하는데...

제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단편의 제왕 에드워드 D. 호크의 단편. 시리즈 캐릭터인 괴도 닉 벨벳이 주인공입니다. 확실히 제왕다운 작품이에요. 오토 펜즐러의 어떻게 보면 무리한 요구를 모두다 들어주면서 완성도까지 높은 수작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크리스마스라는 시즌을 유효적절하게 써먹고 있는게 눈에 뜨입니다. 크리스마스라 바빠서 닉의 변장이 잘 먹혔거든요. 오토 펜즐러가 대량의 추리 소설을 구입한 것과 그 탓에 미스터리 서점에서 책갈피를 훔치게 되는 과정도 그럴듯합니다.

또 녹슨 책갈피를 거액의 수고비를 지불하면서까지 훔치게 했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도 인상적입니다. 사실 진상이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아요. 앞서 찰스의 여동생 마시의 남편이 목을 칼로 베어 살해당했다는 이야기가 이미 상세하게 설명되니까요. 그래도 '구리는 녹슬지 않는다. 이건 부식한게 아니다!'라는 닉 벨벳의 착안과 이를 통해 진상을 끌어내는 추리는 꽤 그럴듯합니다. 자수하라는 닉의 제안도 깔끔하고요.

무엇보다도 닉이 택배기사로 변장할 때, 위장을 위해 준비했던 여자친구의 추리소설들 중 한 권 - 놀랍게도 수 그래프턴의 "알리바이의 A" - 이 꽤나 값나가는 작품이었다는 결말이 아주 크리스마스답습니다. 오토 펜즐러씨가 횡재했다는 결말인데, 원고도 써 주고 덕담까지 해 준 셈이니 에드워드 D.호크는 상당한 대인배였던 것 같네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3.5점. 오토 펜즐러의 기획 의도에 정확하게 부응하는 작품입니다. 완성도를 떠나 이 정도로 의도를 잘 충족시켰다는 점에서 역시 대가는 대가구나 싶네요.

"모작 살인 사건"

안 팔리는 아동 추리소설가 루페 페티코드는 자신의 교육 센터 창작 수업 수강생이 검토를 요청한 원고에 홀딱 반했다. 그 원고를 자신의 에이전트에게 넘겨 선인세로 거액을 약속받은 루페는 원작자 도라 윔블러를 어쩔 수 없이 살해하는데...

잘 모르는 작가인 론 굴라트의 작품. 다른 누군가의 작품을 자기 이름으로 발표하기 위해 원작자를 살해한다는 이야기는 많을겁니다.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그럴듯한 동기니까요.

그러나 이 작품은 좋아보였던 도라 윔블러의 작품도 사실은 '도작' 이라는 진상이 밝혀지는 마지막 장면 덕분에 기존 다른 작품들과는 차별화되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옛 고전물을 떠올리게 만드는 걸작이라고 칭송받지만, 사실은 고전물의 모작에 불과했던 것이죠! 정말 유쾌하면서도 인상적인 반전이었습니다.

루페 페티코드의 나름 절박한 현실, 작가로서의 뒤틀린 긍지와 복수심이 만화적으로 과장되어 있는게 옥의 티이기는 합니다. 너무 스테레오 타입의 묘사였거든요. 반전 외의 모든 전개 역시 스테레오 타입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뻔했고요. 그래도 반전만으로 모든게 용서되는 작품. 별점은 3점입니다.

"이보다 더 어두울 순 없다"

네로 울프를 추종하는 탐정 레오 헤이그의 조수이자, 그가 해결한 사건들을 소설로 발표하는 칩 해리슨은 오토 펜즐러의 요청을 받아 '미스터리 서점'을 찾았다. 크리스마스가 끝난 직후, 귀중한 코넬 울리치의 육필 원고가 도난당한 사건을 해결해달라는 의뢰 때문이었다.

매튜 스커더 시리즈로 유명한 로렌스 블록의 단편. 매튜 스커더 시리즈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코믹한 전개가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특히 화자인 칩 해리슨의 거침없는 언변이 아주 돋보여요. 온갖 고전 추리소설을 비트는 독설, 그리고 오토 펜즐러가 흠모하던 여성과 하룻밤을 보냈지만 술 때문에 그 사실을 잊어버렸다는 상황을 풀어낸 전개도 유쾌하고요. 오토 펜즐러에게 장난치기 위해 쓴 작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에요.

문제는 로렌스 블록답지 않은 유쾌함 외에는 딱히 건질게 없다는 점입니다. 크리스마스는 파티의 구실일 뿐 이야기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으며, 추리 역시 대단할게 없거든요. 용의자들을 불러 모아 순서대로 증언을 듣는걸로 사건이 해결되기 때문입니다. 여섯명, 아니 일곱명의 용의자가 원고를 돌려보았으며, 마지막에 원고를 읽었던 연회업체 사장 진 보트레이가 오토 펜즐러의 침대 옆에 원고를 올려놓아 곧 발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진상은 허무하고요.

그래서 제 별점은 1점입니다. 작가의 명성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졸작으로 로렌스 블록의 광팬이 아니시라면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요정들의 선물"

보스턴에서 희귀 초판본 배달을 의뢰받고 오토 펜즐러의 '미스터리 서점'에 방문한 사설탐정 존 프랜시스 커디는 오토 펜즐러부터 새로운 의뢰를 받았다. 그가 수집한 추리 소설가들의 소장품이 동일 가격의 돈이 들은 봉투와 바꿔치기 당한 사건을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다. 유력한 용의자는 세 명의 추리 소설가였다. 존은 세 작가를 차례로 탐문한 뒤, 진상을 알아낸다.

진상은 림프종으로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작가 모리가 꾸민 장난이었다는 소품으로 오토는 손해본게 실제로 없기 때문에 진지한 범죄가 아니라 장난이라는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토 펜즐러를 피해자로 삼은 생생한 추리 소설을 오토 펜즐러에게 선사한다는 건 추리 소설가가 세울법한 계획이구나 싶어 재미있었습니다. 모리의 시한부 삶이 다음 크리스마스를 맞지 못할 것 같다는게 도화선이 되었다는 설정은 필요없지 않았을까 싶기는 하지만요. 이 설정 때문에 밝고 유쾌할 수 있는 작품의 분위기가 좀 묵직해졌거든요.

그래도 미스터리 서점의 주인과 그의 친구인 추리소설가들이 벌일법한 크리스마스 장난과 선물이라 단편집 주제에 꼭 맞아 떨어진다는 점에서는 마음에 듭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엄마가 산타클로스 아저씨를 죽였어요"

어느 바쁜 크리스마스 오후,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하는 앨런의 앞에 맥스라는 꼬마가 나타나 산타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기 시작했다. 

제목이 스포일러입니다! 제목이 다 망쳤어요. 맥스가 산타클로스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처음 할 때 부터 맥스의 엄마가 산타클로스를 죽였다는건 명백해집니다. 산타클로스의 정체가 대체로 아빠라는 점에서 피해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동기도 대체로 짐작이 가고요.

물론 추리 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잔뜩 등장하는 전개는 볼만 합니다. 특히 서점에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손님인 2급 형사 로지의 말이 기억에 남네요. '경찰 소설을 쓰는 작가 중에 정작 경찰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데, "87분서"> 시리즈로 일세를 풍미한 작가 스스로에 대한 자학개그로 느껴졌거든요. 역시 로지가 고양이가 등장하는 추리 소설을 싫어한다면서 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고양이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말도 굉장히 와 닿았고요. "삼색털 고양이" 시리즈는 솔직히 첫 편을 제외하고는 엉망이었죠. "펠리데"는 괜찮았었지만요. 또 범죄물의 거장 에드 멕베인답게 맥스의 엄마가 서점에 나타나는 장면의 긴박감도 꽤 훌륭한 편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만으로 좋은 작품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죠. 제목만 조금 비틀어서, 은유적으로 표현했더라면 훨씬 나았을텐데, 에드 멕베인답지 않은 안일한 구성이었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

"동방 박사의 간계"

오토의 손님 키티는 오토에게서 한 희귀본의 완벽한 표지를 가진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 오토를 위해 희귀본을 완벽하게 만들어 선물하려던 키티는 그 남자 가토의 방에 잠입하여 표지를 빼내 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선물용 희귀본 "바깥 화장실 가는 길"이 도난당한걸 알게 되는데... 

오토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두 도둑이 각자 서로의 희귀본과 표지를 훔친다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의좋은 형제"같은 내용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완성도는 낮습니다. 전반적으로 설명이 부족한 탓입니다. 왜 오토에게 귀중한 희귀본을 선물하려고 하는지, 키티와 가토는 직업이 도둑인지 등 기본 설정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거든요. 둘이 자신에게 선물을 하려는걸 오토가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고요. 또 오토가 둘이 그에게 선물하려던걸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가 흘린 정보로 둘이 각자 상대방이 가진 물건을 훔쳐내리라고 예상하는건 아무래도 무리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게 둘의 인연을 이어주려는 오토의 계획이었다니! 억지도 정도가 있지 이건 너무 심했어요.

크리스마스, 선물, 해피엔딩 등 크리스마스라는 날에 어울리는 소재들을 잔뜩 가져다 쓰기는 했지만 이래서야 점수를 줄 부분이 없네요. 별점은 1점입니다.

"내 목표는 신성하니"

윌슨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미스터리 서점을 방문한다. 삼촌에게 고가의 책을 선물하려 한다는 핑계를 대고 오토 펜즐러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당연히 목적은 선물 구입이 아니라 개인적인 복수였다...

오토 펜즐러에게 원고를 퇴짜맞은 후, 복수심에 사로잡힌 작가가 그를 죽이려 한다는 서스펜스 스릴러. 그러나 아쉽게도 긴장감이 잘 살아나지 않아서 서스펜스물로는 실격입니다. 정말로 윌슨이 오토 펜즐러를 죽이려고 했는지조차 모호하게 느껴질 정도니 말 다했죠.

그러나 마지막에 오토가 윌슨에게 지금의 이야기를 자신에게 써 내면 고료를 주겠다고 구슬리는 장면의 아이디어는 괜찮았습니다. 대단한 반전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퇴짜를 놓은 평론가가 퇴짜를 맞은 작가에게 한다면 충분히 설득력있는 이야기로 느껴지거든요. 작가를 인정했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잖아요?

그래도 별점은 1.5점입니다. 전개가 엉망이라 점수를 주기가 힘드네요.

"고양이 요정 스피릿"

노스캐롤라이나의 경찰서장 커디 맨검은 우연히 옛 인연이 있는 뉴욕 형사 로리를 만나 함께 오토의 미스터리 서점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가했다. 그리고 유명 작가 바트 웰스의 전처 클라우디아의 시체를 발견하는데....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리는 미스터리 서점에 대한 떠들썩한 묘사는 볼거리입니다. 화자인 커디 맨검의 과장섞인, 허풍스러운 말투가 인상적인 탓으로 오토 펜즐러가 통이 커서 캐비어와 샴페인을 "전쟁과 평화"에서 보다도 많이 내 놓았다는 류의 말이 가득하기 때문이에요. 또 오토 펜즐러의 관심사, 미스터리 서점과 그곳에서 키우는 고양이에 대한 상세한 묘사 등은 작가가 오토 펜즐러를 속속들이 알고 있구나 싶게 만듭니다.

그러나 사건은 너무나도 별볼일 없습니다. 장황한 파티, 여러 등장인물들에 대한 묘사 후 시체가 발견되고 사건이 해결되기까지는 달랑 2페이지 정도로 마무리되거든요. 고양이 스피릿이 바트 웰스의 바지에서 귀걸이를 발견하는게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이러한 고양이의 도움이 없었어도 범인이 드러나는건 어렵지 않았을거에요. 흉기인 샴페인 병에 바트의 피가 묻어 있었고, 동기마저도 명확했으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1점. 주인공의 장황한 대사만 돋보일 뿐, 추리적인 부분에서 아무리 봐도 점수를 줄 부분이 없다면 추리 소설이 아니라 무슨 스탠딩 코미디와 다를 바 없지요.

"크리스마스가 남긴 교훈"

프리랜서 편집자 베로니카 크로스는 박봉 때문에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하며 부수입을 챙겨 왔다. 그녀는 토요일마다 서점에 나타나 싸구려 중의 싸구려 소설인 브루노 클렘의 페이퍼 백만 찾는 손님 해리에게 도대체 왜 브루노 클램 책을 읽는지를 묻는데... 

토머스 H 쿡의 단편. 심리 묘사의 대가다운 진중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또 누구나 가졌을 법한 질문, 이런 싸구려 책을 뭐하러 읽는가?에 대한 깊이있는 답도 인상적이고요. 베트남 전쟁에서의 무자비한 살인으로 후유증에 시달리는 해리에게는 싸구려 페이퍼백, 펄프 픽션이 일종의 스카치 위스키나 마약과도 같은 효과를 가져다 주기 때문에 읽는다는게 그 진상인데, 이를 대단히 유려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 고급 문학만 읽는 베로니카 역시 이런 류의 고통 - 강한 증오심으로 죽은 아버지의 얼굴을 후려쳤던 것 - 을 잊기 위해 책으로 도피하는게 아닐까 싶은 결말도 돋보입니다. 결국, 수준을 떠나 문학은 마약이라는 결론이랄까요?

문제는 크리스마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신간이 나오지 않는 브루노 클램의 책 대신, 시리즈가 많은 다른 싸구려 소설을 권해주고, 베로니카도 누군가가 무언가를 원하는건 위안을 얻기 위해서라는 교훈을 얻는다는 결말이 해피엔딩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죠. 딱히 흥겹거나 유쾌하지도 않고요. 또 미스터리라고 할 법한 내용이 없다는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아주 좋네요. 다른 졸작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후회하게 될 거에요"

미스터리 서점은 끔찍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오토 펜즐러의 유일한 희망은 미스터리 소설을 수집하는 백작 부인이 찾는 "데인 가의 저주"를 찾아내어 판매를 성사시키는 것 뿐. 다행히 크리스마스에 책을 구하는데 성공하지만 백작 부인에게 건네기 전, 책을 분실해 버리고 마는데... 

오토 펜즐러의 아내라는 아동 도서 작가 리사 미쉘 앳킨슨의 이야기. 크리스마스에 미스터리 서점에서 벌어진 미스터리라는 조건은 충족시키지만 완성도는 별로입니다. "데인 가의 저주"가 사라진 이유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어요. 급료 없이 스티븐 킹의 신간 스릴러를 원하는 아르바이트생의 마지막 근무와 책을 숨기기 위해 스티븐 킹의 표지를 덮었다는 묘사가 합쳐지면 그 답은 너무나 뻔하잖아요. 게다가 백작 부인이 고가의 컬렉션을 오토 펜즐러에게 남기고 사고로 죽는다는 결말은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것도 순록이 끄는 썰매에 치어서 죽는다니, 이게 무슨 장난도 아니고....

도저히 점수를 주기 어려운 망작으로 별점은 1점입니다.

"긴 겨울의 한잠"

프리랜서 사진가였던 '나'는 오토 펜즐러의 도움으로 알코올 중독에서 빠져나와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하게 된다. 그리고 맞은 첫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아래층 화장실을 방문했던 산타클로스의 시체를 발견한다. 산타클로스의 정체는 서점 직원 알란이었다. 

셜록 홈즈 원고가 동기인 고전 본격물 스타일의 정통 추리 단편. 오토 펜즐러가 직접 탐정역을 수행하는게 독특했습니다. 전개, 특히 셜록 홈즈와 비슷한 추리쇼를 펼쳐가면서 범인을 드러내는 마지막 장면 등에서 고전 본격물을 잘 흉내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흉내에 그칠 뿐이라 아쉽습니다. 고전물 만큼의 정교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수께끼인 "왜 희귀본을 창고에 넣는다고 했던 알란이 산타클로스 옷을 입은채 살해되었는가?"부터가 그렇게 복잡하지 않으니까요. 당연히 산타클로스가 알란을 죽이고, 옷을 갈아입힌게 뻔하잖아요? 그렇다면 산타클로스는 누구냐는 수수께끼가 남는데, 여기서 억지스럽게 이야기가 비약해 버리고 맙니다. 시체 발견이 계기가 된 튜바 연주자 더그가 범인으로, 그는 시체 근처에 떨어진 튜바의 밸브 오일을 감추기 위해 다시 현장을 방문했다는 설정인데 이건 말도 안되죠. 현장을 무사히 빠져 나왔다면 다시 돌아가서 증거를 인멸할 필요가 뭐가 있겠어요? 그냥 도망가버리면 되지요. 현장의 튜바 밸브 오일이 그렇게 대단한 단서가 될 수도 없었을겁니다. 애초에 서점에 나타나지 않은걸로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제 별점은 2점. 여러모로 부족했지만, 고전 본격물에 대한 팬심으로 조금은 후한 점수를 줍니다.

"콜드 리딩"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하는 로저의 특기는 손님들을 파악하여 그들이 원하는 책을 권해주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크리스마스 이틀 전, 매들린 커크라는 아가씨가 나타났다. 유명 작가였던 할머니 매들린 커크 (동명이인)의 미발표 원고를 발견하고 그 값어치를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로저는 그녀의 집을 방문하여 원고를 확인하기로 약속하는데, 원고를 빼앗기 위해 누군가 그녀를 습격한다. 로저는 자신의 특기를 발휘하여 범인이 누구인지를 추리해낸다.

서점 손님을 보고 그들이 원하는 책을 추리해낸다는 로저의 특기는 재미있습니다. "시인장의 살인"에서 학생 식당 손님이 무엇을 먹을지에 대해 추리 배틀을 펼치는 아케치 교스케와 하무라 유즈루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저는 별로였지만 존.D.맥도널드의 트래비스 맥기 시리즈가 중요 소재로 등장하여 관련된 정보가 사건 해결의 중요한 열쇠가 되는 등 추리 소설에 대한 깊은 이해도 인상적이었고요.

문제는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지'라는 일상계스러운 추리라면 모를까, 폭행 납치에 살인 미수까지 벌이는 범인을 추리하기에는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범인인 맥도널드 팬을 특정하는건 나쁘지는 않습니다. 이를 위한 복선도 없지는 않고요. 그러나 단편 소설 분량에서 쉽게 풀어낼만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크리스천 킬러"

지능은 좀 떨어지지만 사람 죽이는 일에 충실한 킬러 사케시언은 독실한 크리스천. 어느날 자신의 타깃인 스티븐의 여동생을 진짜 천사로 착각한 뒤 살인을 그만두는데...

크리스천 킬러가 천사 분장을 한 타깃의 여동생을 만난 후 살인을 그만두지만, 또 다른 킬러의 살인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냥 봐도 "레옹"이 떠오르지요? 우직한 킬러 사케시언, 살아있는 천사같은 헤일리 캐릭터도 딱 그러하고요. 마지막에 사케시언이 죽고 마는 결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별로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에요. 타깃인 인간 쓰레기 스티븐이 살아남는 결말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도 딱 한가지, 사케시언이 죽기 전 진짜 천사를 보았다는 결말은 괜찮았습니다. 뻔하지만 극적인 전개에 이 결말을 더하면 평작 수준은 되다고 보여지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오토 펜즐러의 조건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작품이에요. 특별히 수수께끼가 등장하지 않으니까요.

"칠십네번째 이야기"

미스터리 서점에서 칠십 세가지 이야기가 수록된 단편집을 구입한 주인공은 책에 수록된 "어셔가의 몰락"을 읽은 후, 자신을 신경 쓰이게 만드는 아래층 한국인 편의점 주인을 트렁크에 넣어 땅에 파 묻는다... 

영미권 작품에 흔한, 1인칭 시점의 정신병자가 등장하는 사이코 스릴러. 하지만이 작품의 주인공은 사이코패스 이기는 한데, 지능지수가 너무 떨어져서 문제입니다. 어린 시절에 저질렀던, 동물들을 땅에 파묻던 행동을 범죄와 연결시키는데 발상이 지극히 유치하기 때문입니다. 별다른 동기도 없는 충동적인 행동이라는 점도 그러하고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루스 렌들같은 심리 묘사를 선보였다면 나름 볼만한 작품이 되었을 수도 있는데 묘사 역시 전혀 그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또 마지막 목격자로 오토 펜즐러와 서점 직원을 등장시킨 건 명백한 패착입니다. 지나치게 억지스러웠어요. 때문에 별점은 1점입니다.

"이름이 뭐길래"

전직 공중 곡예사 렉시 스미스는 소설가 지망생이었던 할머니의 유언으로 그녀가 퇴짜맞았던 원고들을 쓰레기 봉투에 담아 내 놓은 뒤, 친구 알비라의 사인회로 향했다. 사인회가 끝난 뒤, 사인회장이었던 미스터리 서점의 오토 펜즐러와 파티를 가지게 된 렉시는, 그곳에서 할머니의 작품 중 한 편이 유명 작가의 작품과 5년 전에 바꿔치기 되었다는걸 알고 경악한다. 

서스펜스 스릴러물로 유명한 메리 히긴스 클라크의 단편. 작은 애완동물들을 사랑하고 추리 소설가를 지망했던 할머니 캐릭터 설정이 귀여웠던 작품입니다.

문제는 특별한 반전이 있는건 아니며, 할머니의 작품이 사실은 대단한 걸작들이었다는 결말이 지나치게 안일했다는 점이죠. 렉시가 전직 곡예사였다는 설정도 딱히 효과적으로 사용된건 아니고요. 분쇄될 뻔 했던 봉투를 더 극적으로 회수했었어야 했어요.

그래도 크리스마스 특별 단편이니 이 정도는 눈감아줄 만합니다. 전개도 깔끔하고 시원시원해서 읽을 만 하고요. 완성도보다는 분위기가 적당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16/10/17

살아있는 육체 - 루스 렌들 / 홍성영 : 별점 2.5점

살아있는 육체 - 6점
루스 렌들 지음, 홍성영 옮김/봄아필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물여덟 살의 빅터 제너는 어느 날 공원 숲에서 한 여자를 겁탈하려다 실패했다. 뒤쫓아 오는 사람들을 피해 숲을 빠져나와 마을로 도망친 빅터는 빈집을 찾아 잠시 몸을 숨기려 했는데, 집안에 홀로 있던 젊은 여인이 소리를 지르며 창문을 깼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집을 포위했다. 빅터는 여자를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빅터는 이모부의 것이었던 루거 권총을 가지고 있었다. 빅터는 그 총이 진짜 총이니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하며, 여자를 놓아줄 것이니 도망칠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이 그 총은 가짜 총이라며 말하면서 그의 말을 믿지 않자, 빅터는 경찰관인 데이비드 플리트우드의 척추 아랫부분을 향해 총탄을 발사했다. 총탄에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진 플리트우드는 반신불수가 되고 마는데… 

평범함 속의 악의를 다루며 읽는 사람의 마음을 서늘하게 만드는 능력자인 — 개인적으로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여사와 동급으로 봅니다 — 여성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 작가 루스 렌델 여사의 대표작입니다. 1986년 골든 대거상 수상작이지요.

경찰 데이비드 플리트우드 시점으로 인질극과 총격이 일어나는 27페이지 분량의 1장 이후, 392페이지까지는 범인 빅터 시점으로 전개되는 400여 페이지의 장편인데, 한 번에 읽게 만드는 흡입력이 대단합니다. 

루스 렌델 여사 작품의 최고 강점인 심리 묘사 역시 탁월해요. 한 명이 반신불구가 되고, 한 명은 살해당하고, 몇 명의 여성들이 성폭행당하는 범죄 소설인데도, 범죄보다는 빅터가 처한 상황과 심리 묘사가 더욱 상세한 덕분입니다. 이런 점은 "활자 잔혹극 (유니스의 비밀)"과도 일맥상통하네요.

추리적으로는 특출난 점은 없지만 빅터의 범죄에 대한 상세한 묘사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플리트우드처럼 장애인으로 가장하여 도주하는 과정은 기가 막힙니다. 또, 이모부의 코트라고 생각했던 코트가 사실은 주프 씨의 것이고, 호주머니 속 박하사탕 껍질로 그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은 복선과 디테일이 잘 결합된 명장면이었습니다.

그러나 장점에도 불구하고,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이유는 주인공 빅터의 모든 것이 불쾌해서 읽는 내내 불쾌함이 가시지 않는 탓입니다. 그는 나이만 들었을 뿐 아이와 다를 바 없는 존재로, 모든 일을 남 탓하며 자기 합리화를 반복합니다.

- 플리트우드는 (그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았고 빅터는 이성을 잃고 말았다. 빅터는 극심한 스트레스나 압박감을 받을 때면 그런 일을 저질렀는데, 늘 그래 왔었다. 정신을 잃고 갑작스레 겁에 질려서 일을 저지르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죄를 묻고 살인미수죄를 씌우는 건 부당했다. (40p)

- 빅터는 플리트우드를 불구로 만든 것에 이모부의 책임이 얼마나 있는지 이따금 생각해보곤 했다. 시드니 이모부와 플리트우드, 그리고 로즈마리 스탠리도 각각 책임이 있었다. (81p)

- 빅터는 플리트우드가 고의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불구가 된 영웅을 우러러 본다는 걸 알고서 일부러 스스로에게 총을 쐈는지도 모른다. (127p)

무언가를 얻는 데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없고, 한번 얻은 것은 영원히 자기 것이라 착각하는 자기 중심적인 태도 역시 문제에요.

- 빅터는 그녀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왜 그래야 한단 말인가? 그에게 자리를 양보해 준 여자는 지금껏 아무도 없었다... (140p)

뮤리엘 이모에게서 돈을 훔친 뒤에도 "어차피 유산은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등, 성범죄자이자 전과자인 주제에 모든 상황을 남 탓으로 돌리는 모습은 정말 최악입니다. 이러한 이기주의는 클레어와의 하룻밤 후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는 데까지 나아갑니다. 데이비드가 성기능이 없다는 이유로 그녀와의 관계를 정당화하고, 결국 폭주해 버리고 말이죠. 이처럼 타고난 악당이 막 나간다면, 차라리 확실히 끝장나 버리는 "내 안의 살인마" 같은 결말이 후련했을 텐데, 빅터가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허무하게 죽어버려서 뒷 끝이 개운치 않습니다.

또, 빅터의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의 원인을 유년 시절 부모의 성관계 목격 경험에서 찾는 설정은 충격적이긴 했지만 불필요했습니다. 평범하고 사랑 넘치는 가정에서 단지 그 장면을 목격한 것만으로 괴물이 된다? 설득력이 약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인간쓰레기를 주인공으로 몰입감 있게 전개된다는 점은 "사채꾼 우시지마"와 비슷합니다. 두 번 읽고 싶지는 않다는 점까지요.

덧1: 전과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이 모든 건 빅터를 생생하게 그려낸 여사의 필력 덕분입니다. 특히 성범죄자에 대한 처우, 치료, 사회 복귀 문제에 있어 많은 고민을 하게 합니다.

덧2: 제목 "살아있는 육체"는 빅터를 상징하는 말일 겁니다. 살아있는 육체를 가졌지만 정신은 썩어있는, 그런 인간을 그렸다는 의미로 읽혔습니다.

2013/10/01

[소식] 절판본 미스터리 박스(와우북) - 공유드립니다.

[소식] 절판본 미스터리 박스(와우북)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북스피어다운 이벤트군요. 아이디어가 참 괜찮은 것 같아 공유드립니다.
이벤트에 포함된 절판도서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적색은 저도 소장한 작품들입니다)

정말 희귀한 작품도 있지만 고려원과 해문쪽 추리걸작선은 아직 구하려면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 증명 시리즈나 스카페타 시리즈같이 재간된 책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 <비밀일기>와 같이 전체 장르와 어울리지 않는 책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추첨에 참여해도 좋은 성과를 얻지 못할 확률이 더 높아보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제가 앞으로 출판사를 하게 된다면 꼭 따라해보고 싶은 이벤트네요. 저만의 절판본 리스트라도 만들어서 한번 관리해봐야겠습니다.

참고로 탐나는 작품은 아서 클라크의 "환상특급"과 P.D 제임스 시리즈이며 제가 읽은 책 중에서 고르라면 "챔피언 시저의 죽음"과 "레이디킬러"를 꼽겠습니다.

  • 챔피언 시저의 죽음/ 렉스 스타우트/ 이춘열 옮김/ 시공사/ 1995.
  • 신들의 사회/ 로저 젤라즈니/ 김상훈 옮김/ 행복한책읽기/ 2004.
  • 낙원의 샘/ 아서 클라크/ 정영목 옮김/ 시공사/ 1999.
  • 순간의 적/ 로스 맥도널드/ 김연남 옮김/ 홍원/ 1994.
  • 코스믹 러브/ 로저 젤라즈니 외/ 박상준 엮음/ 사울창작/ 1994.
  • 열흘간의 불가사의/ 엘러리 퀸/ 유명우 옮김/ 1994.
  • 앰버 연대기(1, 2, 3, 4, 5)/ 로저 젤라즈니/ 김상훈 옮김/ 예문/ 1999.
  • 에드가상수상작품집Ⅱ/ 엘러리 퀸 외/ 정태원 옮김/ 명지사/ 1998.
  • 두동강이 난 남과여/ 히가시노 게이고 외/ 봉성기획/ 1999.
  • 세계 심령 미스터리 사이키/ 로버트 실버버그 외/ 박상준 역음/ 서울창작/ 1994.
  • 숏컷/ 레이먼드 카버/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 집사재/ 1996.
  • 일본 서스펜스 걸작선/ 하라 료 외/ 추리작가협회/ 고려원미디어/ 1993.
  • 환상특급/ 아서 클라크 외/ 박상준 엮음/ 서울창작/ 1994.
  • 디바/ 델라코르타/ 안선덕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1.
  • 스노우 크래쉬(1, 2) 닐 스티븐슨/ 김장환 옮김/ 새와물고기/1996.
  • 플레치/ 그레고리 맥도널드/ 정철호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죽어서 지킨 약속/ 러브 크래프트 외/ 한경희 편역/ 문학사/ 1994.
  • 인형의 눈(상, 하)/ 베리 우드/ 정영목 옮김/ 동아출판사/ 1994.
  • 천재들의 게임/ F. 폴 윌슨/ 고영휘 옮김/ 십일월출판사/ 1994.
  • 히치콕 서스펜스 걸작선/ 엘리너 설리번 엮음/ 고려원미디어/ 1994.
  • 결혼해 주세요/ 존 업다이크/ 폴임 옮김/ 밝은세상/ 1993.
  • 죽음의 열립방정식/ 모리무라 세이치/ 정성호 옮김/ 모음사/ 1984.
  • 남아 있는 모든 것/ 패트리샤 콘웰/ 이정환 옮김/ 시공사/ 1994.
  • 두 얼굴의 여자/ 수 크라프튼/ 나채성 옮김/ 큰나무/ 1994.
  • 잔혹한 사랑/ 패트리샤 콘웰/ 정한솔 옮김/ 시공사/ 1993.
  • 검은 휘파람/ 로버트 러들럼/ 홍석연 옮김/ 문지사/ 1998.
  • 호텔 Q의 25시/ 모리무라 세이치/ 정태원 옮김/ 글사랑/ 1995.
  • 마성의 아이/ 오노 후유미/ 정성호 옮김/ 한겨레/ 2001.
  • 강철군화/ 잭 런던/ 차미례 옮김/ 1989.
  • 영원의 아이(상중하)/ 덴도 아라타/ 김난주 옮김/1999.
  • 샤바케/ 하타케나카 메구미/ 김소연 옮김/ 2005.
  • 인간 쓰레기/ 아이작 싱어/ 박원현 옮김/ 고려원/ 1992.
  • 인생을 훔친 여자/ 미야베 미유키/ 박영난 옮김/ 2000.
  • 재앙의 거리/ 엘러리 퀸/ 정태원 옮김/ 1994.
  • 호러 사일런스/ J. G. 발라드 외/ 김성화 옮김/ 1994.
  • 악마 다리/ 코난 도일/ 조용만 옮김/ 학원출판공사/ 1993.
  • 금요일 옷 벗는 도둑/ 마쓰모토 세이초 외/ 정태원 옮김/ 비전/ 1994.
  • 중국 오렌지의 비밀/ 엘러리 퀸/ 이원두 옮김/ 시공사/ 1994.
  • 야성의 증명/ 모리무라 세이치/ 김성재 옮김/ 책만드는집/ 1994.
  • 독 원숭이/ 오사와 아리마사/ 이원두 옮김/ 이성/ 1994.
  • 스나크 사냥/ 루이스 캐럴/ 최내현 옮김/북스피어/ 2007.
  • 두개골의 서/ 로버트 실버버그/ 최내현 옮김/북스피어/ 2006.
  • 비밀일기/ 스우 타운센드/ 배현나 옮김/ 김영사/ 1986.
  • 야수는 죽어야 한다/ 오오야부 하루히코/ 박영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1.
  • 비밀의 문/ 김내성/ 명지사/ 1994.
  • 트리스트란과 별공주 이베인/ 닐 게이먼/ 김명렬 옮김/ 2000.
  •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 마루야마 겐지/ 김춘미 옮김/ 하늘연못/ 2001.
  • 보안관과 도박사/ 엘모어 레오나드/ 이종인 옮김/ 고려원/ 1994.
  • 별을 쫓는 자/ 로저 젤라즈니/ 김상훈 옮김/ 북스피어/ 2008.
  • 유년기의 끝/ 아서 클라크/ 정영목 옮김/ 시공사/ 2001.
  • 유령의 집/ 헨리 제임스/ 이채윤 옮김/ 데미안/ 2003.
  •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 아서 클라크/ 김종원 옮김/ 한양출판/ 1994.
  •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로버트 하인라인/ 임창성 옮김/ 잎새/ 1992.
  • 울게 될 거야/ 야마모토 후미오/ 김수현 옮김/ 황금가지/ 2008.
  • 야수들의 밤/ 오시이 마모루/ 황상훈 옮김/ 황금가지/ 2002.
  • 어두컴컴한 물밑에서/ 스즈키 코지/ 윤덕주 옮김/ 씨엔씨미디어/ 1999.
  • 맥널리의 모험/ 로렌스 샌더스/ 이창식 옮김/ 고려원/ 1993.
  • 여름으로 가는 문/ 로버트 하인라인/ 이희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리더스 다이제스트 걸작추리모음 3/ 존딕슨카 외/ 동아출판사/ 1993.
  • 사이코/ 딘 쿤츠/ 신영희 옮김/ 한뜻/ 1997.
  • 발렌타인의 유산/ 스탠리 엘린/ 고경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6.
  • 태양의 유산(1, 2)/ 아사다 지로/ 한은미 옮김/ 시아/ 2000.
  • 언젠가 바다 깊은 곳으로(1, 2)/ 마루야마 겐지/ 박은주 옮김/ 책세상/ 2000.
  • A2Z/ 야마다 에이미/ 이유정 옮김/ 태동 출판사/ 2004.
  • 보이 A/ 조나단 트리겔/ 이주혜 옮김/ 이레/ 2009.
  • 프로페셔널 킬러/ 토마스 페리/ 최인석 옮김/ 모음사/ 1984.
  • 미드나이트 시즌/ 스티븐 킹/ 공경희 옮김/ 대산/ 1999.
  • 나를 기억하라/ 메리 히긴스 클라크/ 임지현 옮김/ 문학사상사/ 1995.`
  • 흔적/ 패트리샤 콘웰/ 조성은 옮김/ 시공사/ 1996.
  • 마지막 대본/ 미키 스필레인/ 정다빈 옮김/ 홍원/ 1993.
  • 빗살무늬토기의 추억/ 김훈/ 문학동네/ 1995.
  • 지푸라기 여자/ 카트린 아를레/ 홍은주 옮김/ 북하우드/ 2006.
  • 메두사/ 이노우에 유케히토/ 송영인 옮김/ 시공사/ 1998.
  •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백민석/ 문학동네/ 2001.
  • 플레이보이 SF걸작선[1]/ 필립 K. 딕 외/ 황금가지/ 2003.
  • 워터멜론 슈가에서/ 리차드 브라우티건/ 최승자 옮김/ 도서출판 민/ 1995.
  • 무서운 사람들/ 얼 스탠리 가드너/ 강성열 옮김/ 세진출판사/ 1991.
  • 파프리카/ 쓰쓰이 야스타카/ 최경희 옮김/ 영림카디털/ 1994.
  • 피의 책/ 클라이브 바커/ 정탄 옮김/ 끌림/ 2008.
  • 고독의 노랫소리/ 덴도 아라타/ 양억관 옮김/ 문학동네/ 2005.
  • 소돔의 성자/ 오사와 아리마사/ 이원두 옮김/ 이성/ 1993.
  • 아이스바운드/ 딘 쿤츠/ 안정희 옮김/ 한뜻/ 1996.
  • 불야성/ 하세 세이슈/ 김은아 옮김/ 대원/ 1999.
  • 사요나라 갱들이여/ 다카하시 겐이치로/ 이승진 옮김/ 향연/ 2004.
  • 아내가 마법을 쓴다/ 프리츠 라이버/ 송경아 옮김/ 웅진/ 2007.
  • 어둠(1, 2)/ 제임스 허버트/ 김석희 옮김/ 정신세계사/ 1995.
  • 아웃(1, 2, 3)/ 기리노 나쓰오/ 홍영의 옮김/ 다리미디어/ 1999.
  • 대망(1~10)/ 야마오카 소하치/ 박재희 옮김/ 동서문화사/ 1975.
  • 속삭이는 사람들/ 마가리트 밀러/ 현재훈 옮김/해문/1983.
  • 디미트리오스의 관/ 에릭 앰블러/ 이가형 옮김/ 해문/1986.
  • 판사와 형리/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차경아 옮김/ 문예출판사/ 1988.
  • 부머랭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신용태 옮김/ 해문/ 1988.
  • 서재의 시체/ 애거서 크리스티/ 설영환 옮김/ 해문/ 1989.
  • 연성결(상,하)/ 김용/ 박영창 옮김/ 중원문화사/ 1989.
  • 갈색 옷을 입은 사나이/ 애거서 크리스티/ 김석환 옮김/ 해문/ 1989.
  • 중국 황금 살인 사건/ 로베르트 반 훌릭/ 이동진 옮김/ 삼신각/ 1990.
  • 내가 죽인 소녀/ 료 하라/ 박영 옮김/ 청림출판/ 1990.
  • 녹정기(1~11)/ 김용/ 박영창 옮김/중원문화사/1990.
  • 부자연스러운 주검/ P. D. 제임스/ 차근호 옮김/ 일신서적출판사/ 1991.
  • 피부 밑의 두개골(1,2)/ P. D. 제임스/ 이명성 옮김/ 일시서적출판사/ 1992.
  • 인간의 증명/ 모리무라 세이찌/ 이원두 옮김/ 한길사/ 1991.
  • 제3의 사나이/ 그레엄 그린/ 안흥규 옮김/ 문예출판사/ 1991.
  • 여자에게 맞지 않는 직업/ P. D. 제임스/ 박종원 옮김/ 일신서적출판사/ 1992.
  • 타인의 목/ 조르쥬 심농/ 김수연 옮김/ 일신서적출판사/ 1992.
  • 열쇠 없는 집/ 얼 비거스/ 유명우 옮김/ 한길사/ 1992.
  • 타이태닉 호의 음모/ 도널드 A. 스탠우드/ 이인복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죽은 자와의 결혼/ 윌리엄 아이리시/ 김석환 옮김/ 해문출판사/ 1992.
  • 미드나이트/ 딘 R. 쿤츠/ 조석진 옮김/ 고려원미디어/1992.
  • 벌거벗은 얼굴/ 시드니 셀던/ 한번웅 옮김/ 신원문화사/ 1993.
  • 컴퓨터의 몸값/ 미요시 도오루/ 권자인 옮김/ 수목출판사/ 1993.
  • 마지막 모험/ 엘모어 레오나드/ 김명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3.
  • 한국 서스펜스 걸작선/ 이상우 외/ 고려원미디어/ 1993.
  • 어스시의 마법사/ 어슐러 K. 르귄/ 윤소영 옮김/ 웅진출판/ 1993.
  • 여형사 K/ 수 그라프톤/ 정한솔 옮김/ 큰나무/ 1994.
  • 쇠못 세 개의 비밀/ 로베르트 반 훌릭/ 이희재 옮김/ 디자인하우스/ 1994.
  • 경마장의 비밀/ 딕 프랜시스/ 이종인 옮김/ 고려원미디어/1994.
  • 레이디 킬러/ 도가와 마사꼬/ 김갑수 옮김/ 추리문학사/ 1994.
  •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들의 미스터리 걸작선 추리특급/ 엘러리 퀸 엮음/ 정성호 옮김/ 제삼기획/ 1994.
  • 종소리를 삼킨 여자/ 로베르트 반 훌릭/ 이희재 옮김/ 디자인하우스/ 1995.
  • SF 시네피아/ 아서 클라크 외/ 박상준 엮음/ 서울창작/ 1995.
  • 죽음의 편지/ 보브 랜들/ 김훈 엮음/ 고려원미디어/ 1996.
  • 유니스의 비밀/ 루스 렌들/ 이희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6.
  • 카인의 아들/ 패트리샤 콘웰/ 이창식 옮김/ 시공사/ 1996.
  • 시귀(1,2,3)/ 오노 후유미/ 임희선 옮김/ 들녘/ 1999.
  • 자본론 범죄/ 칼 마르크스/ 이승은 옮김/ 생각의나무/ 2004.
  • 월간 판타스틱 2008/08 Vol.18/ 페이퍼하우스/ 2008.
  • 만연원년의 풋볼/ 오에 겐자부로/ 박유하 옮김/ 고려원/ 2000.
  • 위대한 세월/ 오에 겐자부로/ 김난주 옮김/ 고려원/ 1995.
  • 핀치러너 조서/ 오에 겐자부로/ 허호 옮김/ 고려원/ 1996.
  • 펠리컨브리프/ 존 그리샴/ 정영목 옮김/ 시공사/ 1994.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정계춘 옮김/ 자유문학사/ 1993.
  • 마지막 파티/ 윌리엄 캐츠/ 정태원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6.
  • 복수법정/ 헨리 덴커/ 이상곤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아이라 레빈/ 이일수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1.
  • 보안관과 도박사/ 엘모어 레오나드/ 이종인 옮김/ 고려원/ 1994.
  • 죽음의 세레나데/ 유우제/ 고려원미디어/ 1994.
  • 맨해턴 특급을 찾아라/ 클라이브 커슬러/ 이원두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독수리는 날아오르다/ 잭 히긴스/ 박주동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3.
  • 라마(6,7)/ 아서 클라크 & 젠트리 리/ 안정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4.
  • 맥널리의 행운/ 로렌스 샌더스/ 이순주 옮김/ 고려원/ 1992.
  • 맥널리의 비밀/ 로렌스 샌더스/ 이일수 옮김/ 고려원/ 1992.
  • 어둠을 울리는 우울한 종소리/앤드루 박스/ 이창식 옮김/ 고려원미디어/1992.
  • 여름으로 가는 문/ 로버트 A. 하인라인/ 이희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석양에 빛나는 감(1,2)/ 다카무라 가오루/ 홍영의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5.
  • 무죄추정/ 스코트 터로우/ 최승자 옮김/ 대흥/ 1991.
  • 내가 심판한다/ 미키 스필레인/ 황해선 옮김/ 해문/ 1990
  • 거짓 예언자/ 숀 플레네리/ 김갑수 옮김/ 남도/ 1989.
  • 가족사냥/ 텐도 아라타/ 양억관 옮김/ 문학동네/ 2003.
  • 야성의 증명/ 모리무라 세이치/ 김성재 옮김/ 책만드는집/ 1994.
  • 메인 스트리트/ 트리베니안/ 정태원 옮김/ 진음/ 1994.
  • 트럼프 살인사건/ 엘러리 퀸/ 이제중 옮김/ 시공사/ 1995.
  • 어둠의 목소리, 사나이의 목/ 이든 필포츠/ 조르주 심농/ 이가형 옮김/ 하서/ 1981.
  • 두 아내를 가진 남자/ 패트릭 퀜틴/ 심상곤 옮김/ 해문/ 1990.

2013/07/01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2 - 로버트 블록 외 / 제프리 디버 엮음 / 홍현숙 : 별점 2.5점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2 - 6점 로버트 블록 외 지음, 제프리 디버 엮음, 홍현숙 옮김/황금가지

1권에 이어 8년만에 읽게 된 2권. 2권을 읽지 않은 이유는 1권 리뷰에 언급했던대로, 전체적인 작품의 완성도나 수준이 기대 이하였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번역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그러나 주말에 읽을 책이 없던 차에 우연찮게도 도서관 서가에서 눈에 들어오기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2권에는 모두 10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담배 파는 여자 - 제임스 M 케인
  • 7월 4일의 야유회 - 렉스 스타우트
  • 우리 시대의 삶 - 로버트 블록
  • 치의 마녀 - 토니 힐러먼
  • 예비 심문 - 예레미아 힐리
  • 인터폴: 현대판 메두사 사건 - 에드워드 D 호크
  • 불타는 종말 - 루스 렌들
  • 시적인 정의 - 스티브 마티니
  • 붉은 흙 - 마이클 말론
  • 베니의 구역 - 마샤 멀러

보시다시피 작가진은 1권 못지 않게 화려한 편입니다. 게다가 렉스 스타우트의 네로 울프 시리즈, 토니 힐러먼의 나바호 경찰 시리즈와 같은 유명 시리즈까지 포함된건 반가왔고요.

그러나 정통 추리물이 그다지 많지 않았아서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렇다고 제목 그대로 "서스펜스"를 강조한 작품들도 아니고... 이래저래 조금 애매했달까요? 특히나 기대가 컸던 두 편의 작품, 네로 울프 시리즈인 "7월 4일의 야유회"와 에드워드 D 호크의 "인터폴: 현대판 메두사 사건"이 기대 이하라는 문제가 너무 컸습니다. "7월 4일의 야유회"는 일종의 사기극에 불과하여 추리물로 보기에는 무리였고, "인터폴: 현대판 메두사 사건"은 트렌디한 모험극으로 트릭은 말장난에 불과한 평균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수록작들이 다 형편없는 것은 아니에요. 추리물은 아니지만 루스 렌들의 "불타는 종말"은 읽으면서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아주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빠져나갈 수 없는 고통의 삶과 반전을 묵직하게 그린 덕분입니다. 또 배심원 선임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그린 "예비 심문", 필리핀 이민 범죄조직과 얽힌 살인사건을 다룬 "베니의 구역"은 나름 괜찮은 추리물이었고요.

그래도 1권과 비슷하게 기대치를 충족시키지는 못한게 사실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06/12/06

나는 전설이다 - 리쳐드 매드슨 / 조영학 : 별점 3.5점

나는 전설이다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표제작 중편 이외에 10편의 단편이 같이 실려 있는 중단편집. 이 바닥에서는 유명하지만 호러 계열은 취향이 아닌지라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형의 지인이 대여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읽게된 책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굉장히 재미있더군요! 제 취향때문에 안 읽었더라면 큰일날뻔 했어요.
일단 표제작이자 작가의 대표작이기도 한 뱀파이어 호러물 "나는 전설이다"는 정말 대단한 작품으로 여러모로 생각해 볼 부분이 많더군요.
중편이긴 하지만 하나의 긴 기둥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기 보다는 4개의 시즌으로 구분하여 각 에피소드별로 나뉘어져 있는 방식인데 개인적으로는 살아남은 강아지 에피소드가 제일 마음에 들긴 했습니다만 다른 에피소드들도 전부 보통 이상입니다.
바이러스가 일종의 공기로 전염되는 것이라는 것이라던가 주인공이 뱀파이어 바이러스에 어느정도 면역이 있다는 등의 설정부터 쓰여진 시기를 생각한다면 굉장히 획기적이고 특이하며 홀로 집을 요새처럼 꾸며놓고 거의 좀비와 같은-사고(思考) 없는- 뱀파이어들과 싸운다는 설정은 후대 다른 많은 작품들, 특히 좀비물에 엄청난 영향을 준 것이 확실해 보였습니다. 또한 혼자서 뱀파이어들을 퇴치하기 위해,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는 모습의 리얼함이 정말 생생합니다. 읽다가 어느새 감정이입하게 될 정도로 말이죠.
아울러 뱀파이어라는 이질적 존재에 대한 나름의 과학적인 전개도 곁들여서 재미를 더하는데 주인공이 뱀파이어를 퇴치하기 위해 마늘과 십자가, 햇빛에 대해 여러가지 연구를 하는 부분, 또 그들의 라이프사이클(?)을 파악하고 낮에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생존과 전투에 필요한 장비를 구하고 만드는 부분 등은 리얼하면서도 설득력이 넘칩니다.

딱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마지막 에피소드, 즉 작품 후반부에 중간존재(?) 격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너무 영화적이고 작위적인 설정이었어요. 이 여성이 등장하지 않고 더 묵직하게 끝나면 훨씬 좋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도 모두가 비정상인 곳에서 혼자만이 정상이면 그 혼자가 결국 비정상, 괴물이라는 주제는 묵직하게 전달됩니다. 외눈박이 마을에 두눈박이가 가면 안되는 것 처럼요. 제목 그대로의 주인공 네빌의 독백이 정말로 와닿는, 재미도 있으면서도 작가의 철학과 주제가 잘 전달되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다른 단편들도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이니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덧1 : 영화 "오메가 맨"의 원작인지는 몰랐는데 확실히 영화는 많이 달랐었죠. 영화에서는 정상적인 사람들이 등장해서 주인공의 고독을 극대화시키지 못했었던 기억이 나거든요. 이번에 다시 영화화 한다는데 주인공 네빌의 절망과 음울한 분위기를 얼마만큼 잘 살릴지 궁금해집니다. 그러나! 주인공 역으로 윌 스미스는 영 아니라는 생각이...
덧 2 : 읽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이마 이치코의 걸작 단편선 3권 "외딴섬의 아가씨"에 수록되어 있는 단편 "침묵"이 생각나네요. 정상인인 듯(?)한 한 마을에 동굴을 통해 찾아온 이웃 마을 마법사의 이야기인데 해피엔딩이긴 하지만 주제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던지기 놀이 :
작은 마을의 카니발. 탁구공을 던져 어항안에 집어넣으면 상품을 주는 코너에서 한 남자가 연달아 탁구공을 집어넣기 시작한다.
사소한 작은 일상에서 점차 커져나가는 스릴과 공포를 잘 나타낸 수작이라 생각합니다. 결말이 약간 황당하긴 하지만 전개가 상당히 매끄럽고 탄탄하네요.

아내의 장례식 :
굉장히 짧은 꽁트 형식으로 내용 요약이 어렵지만 유머러스하고 섬뜩한 반전이 인상적입니다. 이른바 "기묘한 맛" 류의 단편입니다.

죽음의 사냥꾼 :
아멜리아는 서른이 넘어서도 어머니에게 속박당한채 자유스럽지 못한 삶을 산다. 그러던 어느날 남자친구 아서에서 선물하기 위해 골동품상에서 구입한 인형이 주술걸린 사슬이 벗겨져 그녀를 습격하는데...
스티븐 킹 느낌이 물씬 나는 호러물입니다. 약간의 배경 및 캐릭터 소개를 제외한다면 거의 전편에 걸쳐 주인공 아멜리아와 죽음의 인형의 사투를 다루고 있어서 깊이는 좀 없지만 내용 자체는 무척 재미납니다. 공포스럽기도 하고요. 그러나 마지막 결말에서의 반전은 좀 뜬금없다는 느낌이 드네요.

마녀의 전쟁 :
P.G 센터의 일곱명의 예쁜 소녀들은 사실 마녀로 적군을 마법으로 습격하는 작전을 시작한다.
굉장히 짧은 작품으로 마녀들의 저주와 술법에 대한 묘사가 대부분이라 그다지 알맹이는 없습니다. 단지 아이디어만 좀 기발하달까... 작가의 이력에 TV시리즈 "환상특급" 원작을 여러편 썼다는 내용이 있는데 정말 "환상특급"의 한 에피소드를 보는 듯한, 영상화가 더 어울릴법한 소품이었습니다.

루피 댄스 :
순진한 소녀 페기는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건달인 버드와 렌, 그리고 렌의 파트너 바바라와 같이 금지된 우범지역 세인트루이스로 놀러가 "루피댄스"를 처음 접한다.
뭔가 전쟁이나 다른 이유로 약간 맛이간 세계를 무대로 해서 황폐하고 무절제한 젊은이들을 그린 작품. 초반부의 맛간 젊은이들 묘사는 스티븐 킹 작품의 하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비슷한데 괴물이 등장하는 등의 공포로 이어지지는 않고 "루피댄스"라는 기묘한 춤을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끝납니다. 그래서인지 약간의 SF적인 몇몇 설정과 대사는 재치있지만 그다지 생각보다 재미있진 않았습니다. 어차피 제가 나이가 좀 들어서 그런건지 무절제한 청춘 이야기는 식상하기도 했지만요.

엄마의 방 :
짧기도 하고 내용 요약이 힘든 작품이지만 나름 반전이 있는 소품입니다. 역시 "기묘한 맛" 류일까요? 루스 렌들 여사의 단편 느낌이 들었습니다.

매드 하우스 :
한때 작가를 꿈꾸던 크리스는 허름한 집에서 결코 끝나지도 못할 소설을 붙들고 사는 말단 영어 강사로 삶에 대한 그의 분노가 너무 커져 그의 아내 샐리가 그를 떠난다고 통보한다.
분노와 성질이 누적된다는 굉장히 이색적인 아이디어로 설득력있게 쓰인 작품으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결말까지 깔끔해서 무척 마음에 드네요. 이 책의 단편들 중에서는 개인적으로 베스트로 꼽고 싶습니다.

장례식 :
장의사 모튼 실크라인 앞에 에스퍼라는 작자가 나타나 최고급 관을 주문한다...
지금 읽기에는 많이 낡은 소재이긴 하지만 무척 유머러스할 뿐더러 끝까지 유머의 끈을 놓지 않아 마음에 든 작품입니다. 역시 영상이 더 설득력 있을 것 같은 "환상특급"류의 작품 이었습니다.

어둠의 주술 :
의학박사 제닝스는 자신의 딸 패트리시아와 약혼한 피터가 광분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피터가 주술에 걸렸다고 이야기 한 덕분에 자신의 친구이자 주술의 권위자인 대학교수 하월박사를 불러 그를 치료하려 하는데...
주주 주술이라는 정체불명의 주술을 소재로 한 작품인데 주술에 대한 상상력과 그것을 묘사하는 내용은 리얼하고 생동감있지만 그다지 알맹이는 없는, 이색적인 소재에 많이 기댄 범작입니다. 괜히 길기만 기네요.

전화벨 소리 :
밀만은 새벽 3시에 걸려오는 전화때문에 미칠 지경. 그의 정신과 의사 팔머 박사의 조언대로 전화를 받아보지만 상대방은 정부 요원이니, 발명가니, 아버지니 하는 헛소리를 계속 해 대는데...
이 작품 역시 호러라고 보기엔 약간 썰렁하지만 나름 서늘한 맛이 있는 "기묘한 맛" 류의 작품으로 이색적이고 기발하면서도 서늘한 소재와 전개, 그리고 뒷통수를 치는 반전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2005/03/26

Y의 거리 - 아토다 다카시 / 이경재, 정태원 : 별점 3점

이전부터 눈여겨 보아 왔던 작가인 아토다 다카시의 단편집.
이 작가의 작품은 앤솔로지에서 "나폴레옹 광"을. 일한대역 문고 및 기타 등등에서 몇몇 단편을 읽은 것이 전부였었죠. 이 책은 국내에 정식 번역된 유일한 단편집이지만 절판된 관계로 구하기 힘들었었습니다. 계속 찾아다닌지 몇 해, 그런데 얼마전 집안일로 본가인 부산에 내려갔다가 보수동 헌책방 거리 탐방을 하다가 아주 운좋게! 구하게 되었습니다. (보수동 헌책방 거리는 다음에 또 가게 되면 자세히 포스트를 남기겠습니다) 이제부터 부산에 가게 된다면 꼭 보수동에 한번씩 들려봐야겠어요. 역시 노력하는 자에게 복이 오기 마련이겠죠^^

그런데 추리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도 있지만 정통 "추리" 단편선은 아니더라고요. 여러가지 작품들이 섞여 있습니다. 사건과 범죄가 등장하여 강한 반전으로 독자에게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들도 있고, 인간 드라마를 묘하게 여운을 남기게끔 구성한 작품들도 있고 , 독특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도 수록되어 있죠. 그래서 작품의 폭이 넓으면서도 다양하다는 생각을 가지게끔 합니다. 물론 글 자체도 굉장히 잘 쓰는 편이고 문장력도 있어서 (번역이 좋기도 합니다)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어요.
개인적인 베스트를 뽑자면 최고의 작품 중 하나인 "나폴레옹광", 섬뜩한 반전이 돋보이는 "뻔뻔한 손님", 추리적 요소가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인 "꽃병" 을 뽑고 싶네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여러 사건과 범죄가 등장하고 반전의 맛이 상당해서 이쪽 장르 애독자라면 놓치기 힘든 작품들이 가득해서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제목도 깔끔하고 인상적인 편으로 좀 과장된 묘사가 거슬리는 부분이 약간 있지만 발상 하나는 기가 막힌 작품들이 많으므로 어렵게 구한 보람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유치찬란 3류 스릴러스러운 표지 하나만큼은 용서가 안되는군요....

수록작을 조금 소개해드리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나폴레옹 광
이 작가의 대표작이죠. 나폴레옹에 미친 사나이와 자신이 나폴레옹의 환생이라고 믿는 사나이에 얽힌 이야기인데 굉장히 섬찟하면서도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반전이 인상적입니다. 이전에 비슷한 설정을 다른 단편 (루스 렌들이었나...기억이...)에서 읽은 기억은 나긴 합니다만, 동서양 관점차이를 떠나서도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뻔뻔한 손님
우리나라 소설 "생인손"과 유사한 섬뜩한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밑바닥 인생이 좋은 가문에 들어가기 위한 방법을 제시해 주는군요.

프로와 프로가 만나다
혼인빙자 사기범이 제대로 된 "프로"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소재로 평이한 수준.

꽃병
1년여전 죽은 언니의 살인범을 추리해 내는 동생의 이야기로 재미있는 사건 전개를 보여주는 추리 단편입니다. 트릭은 없지만 범인을 유추해 내는 과정이 괜찮습니다.

Y의 거리 : 우연히 만난 인생 막바지에 몰린 두 남녀의 이야기입니다. "Y의 거리"란 갈림길을 뜻하는 말이더군요. 표제작이긴 한데 그다지 높은 평가를 주기는 어렵군요. 여운을 주는 인생 드라마라는 느낌입니다.

투명고기
자신도 투명하며 같은 어항속에 물고기들도 투명하게 만드는 물고기에 관련된 짤막한 이야기. 뭐 그냥저냥입니다.

딱정벌레의 푸가
자신의 승용차 폭스바겐(딱정벌레)과 대화하는 한 입원 환자의 이야기로 기발한 전개와 구성은 물론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사랑은 알 수 없어
유괴범이 돈을 받아가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 유괴물입니다. 괜찮은 편이었는데 마지막에 좀 무리한 반전으로 아쉬움을 주더군요.

장미의 문
도대체 내용을 알기가 힘들었던 심리물. 노리코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던 걸까요?

산책학 입문
여자를 낚기 위한 한 플레이보이의 "산책 코스"를 학문으로 까지 끌어올리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였던 작품. "산책학"이 내용대로 원래 있는 학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만의 산책 코스를 하나쯤 개발하고 싶어지더군요.

냄비와 엘리베이터
살인사건이 있었던 고층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의 층수 이동을 보고 범인을 유추해 내는 독특한 과정이 인상적인 추리 단편. 평이한 수준입니다.

지구의 뒤쪽
환상 단편.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는 주인공은 아내가 집밖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렇다면 아내가 간 곳은 어디인가?

비뚤어진 밤
이른바 "인생극장"같은 환상단편으로 2번의 인생을 살게되는 주인공의 이야기.

수상한 가방
여체를 "서랍"으로 묘사하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단편으로 유머러스하면서도 독특합니다.

2004/01/04

유니스의 비밀 - 루스 렌들 : 별점 4점

유니스의 비밀 - 8점 루스 렌들 지음/고려원(고려원미디어)

간만에 추리소설 한권을 독파했습니다. 제목은 "유니스의 비밀", 한때 추리 매니아들의 희망이었지만 현재는 별 소식이 없는 고려원 미스터리 문고 시리즈 9번 입니다.
원제는 "A Judgement In Stone" 이라는 나름대로 멋들어진 울림을 주는 제목인데 한국판 제목은 좀 난데 없네요. 하지만 고려원 미스터리 문고 시리즈 답게 제목을 제외하곤 전체적인 번역이 나무랄 데 없습니다.

"유니스 파치먼은 글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 아무런 동기도 사전 계획도 없었다. 돈을 훔친 것도, 일신상의 안전을 꽤한것도 아니었다. 범죄 결과 오히려 자신의 무능력이 한 일가와 몇 안되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온 나라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녀는 그 일로 인해 자신에게 가해진 형벌 말고는 아무것도 얻은 게 없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자기가 아무것도 얻지 못하리라는 것을 처음부터 잘 알고 있었다. 친구인 공범은 미치광이 였지만 유니스는 달랐다. 그녀는 20세기의 인간으로 변장하고 나타난, 격세유전한 원숭이의 무서우리만큼 현실적인 광기를 품고 있었다...." 라는 문장에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유니스라는 뒤틀린 광기를 품고 있는 문맹 여자가 커버데일가의 가정부로 고용되어 스스로의 비밀을 숨기기 위해, 자신의 생활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상황을 부풀려 가다가 결국 폭발하고 마는 상황을 적나라하고 냉정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조금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나라 영화 "하녀"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특히 유니스와 그녀의 미치광이 친구 조안의 광기넘치는 심리 묘사와 첫 문장으로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독자들을 그 결말로 서서히 이끌면서 소설로 끌어들이는 재주는 역시 루스 렌들 여사! 라는 고수의 필력을 느끼게 해줍니다.
루스 렌들 여사 작품은 읽어 본것이 단편, 장편을 포함해도 몇개 되지는 않지만 뭔가 문제가 있고 뒤틀린 인물들의 이러한 심리 묘사는 정말 탁월 한 것 같습니다. (별로 재미 없었던 장편 "내 눈에 비친 악마" 도 그러한 부분의 묘사는 대단했었죠.)

사실 추리라기 보다는 독특한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 라고 할까요? 하지만 미국식 공포물보다는 조금 격조높고 고급스러운, 영국스러운 분위기의 잘 만들어진 스릴러 물입니다. 특히 읽으면서 서늘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별점은 4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