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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8

월드 탱크 뮤지엄 도감 - 모리나가 요우 / 대원씨아이 : 별점 2점

월드 탱크 뮤지엄 도감 - 4점
모리나가 요우 지음/대원씨아이(만화)
144 분의 1의 비율로 만든 탱크 모델 식품완구 시리즈인 월드 탱크 뮤지엄 (이하 WTM) 해설서에 사용되었던 모리나가 요우 씨의 일러스트를 모아 놓은 도감입니다. 도감도 좋아하고, 탱크도 좋아하는데 그림을 모리나가 요우 씨가 그렸다니 구입하지 않을 재간이 없었습니다.
한 항목 당 아래와 같이 모리나가 요우 씨의 일러스트 중심 해설 한 페이지와 식품 완구 소개 및 짤막한 코멘트 한 페이지, 도합 두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식품완구 시리즈의 경우, 시리즈 4펀까지는 제품 6개에 시크릿 아이템 1개, 5편부터 제품 7개에 시크릿 아이템 1개씩이 소개되며 적외선 컨트롤 시리즈는 4개 탱크가 소개되는 구성입니다. 대충 52종의 탱크 및 무기 소개가 있는 셈이지요.

2차 대전 당시 탱크 비중이 높고, 그 중에서도 독일 탱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게 특징입니다. 때문에 같은 탱크 소개가 반복되는 일도 잦고요. TIGER의 경우에는 1, 2 모두 두 번 이상 소개됩니다. 초기형, 양산형, 시제품형 등 여러 가지 구분 으로요. 그 외에는 소련 탱크들 비중은 높은 반면, 미국과 영국 탱크는 한없이 비중이 낮습니다. 영국 탱크는 아래의 파이어플라이 한 개만 소개되었을 뿐이에요. 일본 내에서 인기 있는 탱크를 엄선했기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시리즈 4가 자위대 탱크로만 구성된 것도 마찬가지 이유겠지요.
모리나가 요우 씨의 그림은 여전히 좋고 짤막하게 읽기에는 괜찮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도감 뒷부분에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소개라든가 WTM 완구 개발 과정이라던가 중국 공장 방문기, 완구를 만든 원형사 소개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 역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탱크의 탄생>>에 비하면 확실히 별로였습니다. 탱크 도감으로 기능하려면 주요 탱크별로 특징들과 개발 이력, 파생형, 주요 전과 등을 알 수 있게 잘 정리해 놨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목차부터 완구 출시 순서라 탱크별로 묶여 있지도 않고, 내용의 밀도도 많이 부족했 습니다. 그냥 멋진 일러스트와 단편적인 소개에 그치니까요. 몇몇 특별한 에피소드 및 잡스러운 정보 한 두개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지요. 솔직히 완구 소개는 불필요했고요.

아울러 시리즈가 거듭되어 갈수록 만들어낼 탱크가 떨어진 탓인지 아래의 슈토르히 연락 관측기, 코브라 헬기 등 탱크와는 동떨어진 제품이 소개되는데, 이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월드 탱크 뮤지엄"이 완구 시리즈 명칭임을 모르고, 진짜 탱크 관련 정보만 수록되어 있을거라 생각한 저 같은 사람에게는 속았다는 느낌을 전해줄 것 같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혹 이 책이 궁금하신 분이 계시다면, 도감이라기보다는 찌라시 모음에 가깝다는 점,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모리나가 요우 씨의 다른, 제대로 된 책이 읽고 싶네요.

2020/06/07

탱크의 탄생 - 모리나가 요우 / 전종훈 : 별점 3점

탱크의 탄생 - 6점
모리나가 요우 지음, 전종훈 옮김/레드리버

탱크에 가까웠던 무기에서부터 시작해서 1차 대전 개발되어 전선에 투입되었던 탱크까지 섬세하면서도 귀여운 일러스트로 설명해주는 도감입니다. 고대 전차부터 중세 시대 후스파의 바겐부르크(전투용 마차), 다 빈치의 무적 전차와 각종 무기들, 일본 에도 시대의 우차전차 안진샤, 근현대 전차의 초기 아이디어인 코웬 머신과 심스 장갑차 등을 거쳐 1차 대전 본격적인 전차가 개발되기까지의 여러 시행착오와 그 결과물들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해 줍니다. 이전 "아틀라스 전차전"을 통해 접했던 내용도 많지만, 흑백 사진과 딱딱한 사실 위주의 글보다는 그림과 친근한 만화,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전차의 역사와 당시 전차의 구조, 전술 등을 이해하는데에는 훨씬 효과적이라 생각됩니다. 이런게 도감의 힘이라 할 수 있겠지요.

도감이기에 그림, 일러스트가 가장 중요할텐데, 미야자키 하야오하야미 라센진이 떠오르는 그림은 정확한 사실과 설계에 기반해서 꼼꼼하게 그려내었기 때문에 자료적 가치가 아주 높습니다. 작가가 여러가지 자료 조사를 거쳐 - 심지어 영국에 있는 전차 박물관에 직접 방문하여 찍은 사진을 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등 - 꼼꼼하게 그려내었을 뿐 아니라, 자료가 없어서 상상해서 그린 부분은 빠짐없이 명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쪽 분야는 우에다 신이 이미 명성을 날리고 있지만, 그림과 채색 모두 이 쪽이 제 취향이었습니다. 게다가 무려 풀 컬러입니다! 단순히 내, 외관을 그려낸게 아니라 자신만의 해석으로 필요한 부분을 데포르메 한 형식도 좋았고요. 몇 가지 샘플을 소개해드리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러한 그림 외에 담고 있는 정보도 많습니다. 1차 대전 탱크전의 상세한 기술은 물론, 당시 탱크는 대포에 맞으면 쉽게 부서져서 큰 효과를 보기 어려웠다는 것, 진흙에 빠지면 탈출하기 힘들었는데, 마크 4 부터 진흙 탈출용 목재를 장비하였다는 것, 내부에 엔진이 있어 의사소통이 어려웠기 때문에 스패너 등으로 두들겨서 의사소통하고 명령을 전달했다는 것, 윤활유를 비롯한 각종 기름 범벅이었다는 것 등 영국 전차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프랑스의 슈네데르 CA, 생샤몽이라던가 독일의 돌격전차 A7V 등 여러가지 초기 탱크, 전차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상세하게 소개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중 개인적으로는 독일에서 영국 전차를 노획하여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1918년 독일의 춘계 공세 때 영국이 전차를 버리고 후퇴해서 무려 300대의 전차를 입수한게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하네요. '기술하면 독일' 이라는 인상이 강한데, 1차 대전 때에는 전차 기술력에서 뒤진 탓에 어쩔 수 없이 노획한 전차를 가지고 전쟁을 벌였다는게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집니다. 독일의 기술력으로 좀 더 개량해서 전쟁에 나서지 않은걸 보면, '기술의 독일'도 1차 대전 때에는 해당되는 말이 아니었나 봐요.

그러나 200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에 22,000원이라는 가격은 좀 쎕니다. 풀 컬러 탓이겠지만 좀 아쉬웠어요. 또 정보 전달 측면은 우수한 재미 측면은 당연히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도 약간은 단점이고요. 전형적인 일본의 도감 스타일이기는 한데, 어수선한 레이아웃도 거슬렸습니다. 그림은 좋았지만 흑백에 재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안 타고는 못배겨!"보다는 낫지만요.

그래도 추천작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분량에 비하면 조금 비싼 가격과 처지는 재미 탓에 감점합니다만 그림의 밀도가 높아서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전쟁사나 무기, 도감 등에 관심 많으신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저자의 다른 도감도 있다면 게속 출판되면 좋겠네요.

2020/12/29

2020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열 일곱번 째 블로그 리뷰 총 결산입니다. 블로그 나이가 성인이 될 날도 얼마 안 남았네요.

올해 특징이라면, 독서가 취미이신 모든 분들이라면 마찬가지겠지만 독서량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겁니다. 이 결산을 시작하고 책을 가장 많이 읽있네요. 코로나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숫자로 정리해보면, 2020년 읽은 책 중 리뷰를 남긴 책은 추리 / 호러 장르문학 77 (48)권, 기타 장르문학 4 (1)권, 역사서 9 (15)권, 디자인 or 스터디 4 (4),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25 (11)권, 기타 도서 14 (18)권으로 모두 133 (97)권입니다(괄호는 작년). 작년보다 30% 정도 늘었군요. 분야로 따지면 추리 / 호러 등 장르 문학과 Food 및 구루메 관련 책을 많이 읽은게 눈에 띄고요. 방콕하고 있는 동안에는 아무래도 좀 자극적이고 재미있거나, 주요 관심사를 찾아 읽기 마련이니 당연합니다.

그럼 언제나처럼 각 항목별 베스트 - 워스트를 소개해드립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20년 베스트 추리소설 : "흉가" 

올해 읽은 작품 중 별점 3점 이상 작품은 21편입니다. 꽤 수확이 많았던 한해였어요. 읽은 작품 중 1/3 가까이가 수작 이상인 셈이니까요. 이중 올해의 베스트는 "흉가"입니다. 무섭고 재미난 이야기 전개도 훌륭하지만 복잡한 설정, 복선 회수, 결말까지 완벽했습니다. 욕설, 육두문자 없이 초등학생을 주인공으로 끌고간다는 점도 아주 마음에 들었고요. 코로나로 외출도 못하는 더운 여름 휴가철에 탐독할만한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아울러 올해 읽은 단편집 중에서 최고의 단편도 뽑아 보겠습니다. 별점 4점 짜리 작품으로는 아카가와 지로 "유령 열차" 수록작인 "비 옷을 입은 시체", 곤도 후미에의 "타르트 타탱의 꿈" 수록작인 "텅빈 카슐레", 스티븐 킹의 "악몽과 몽상 1" 수록작인 "돌런의 캐딜락", 마쓰모토 세이초의 "현란한 유리" 수록작인 "비와 2층", 미쓰다 신조의 "괴담의 테이프" 수록작인 "빈 집을 지키던 밤", 이사카 고타로의 "남은 날은 전부 휴가" 수록작인 "작은 병정들의 비밀 작전",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1"수록작인 "탐정 스페이드",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 수록작인 "푸른 히아신스 향기", "뇌물과 부패"가 있습니다.
그러나 별점 4.5점짜리 작품이 무려 2편이나 있어서 4점 정도로는 후보가 될 수 없었어요. 별점 4.5점을 받은 작품은 미야베 미유키의 "희망장" 수록작인 "희망장"과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2" 수록작인 "두 개의 양념병"입니다.
이 중 베스트로는 "희망장"을 선정합니다. "두 개의 양념병"도 걸작이지만, 발표된지도 오래되었고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니 양보해도 될 것 같네요.

2020년 워스트 추리소설 : "너무 예쁜 소녀" 

많이 읽은 만큼 실망스러웠던 작품도 많았습니다. 75권 중 별점 2점 이하 작품이 28편이었거든요. 그래도 평균 이하 작품이 2/3를 넘었던 작년보다는 1/3에 불과하니 다행이라고 해야겠지요.

그러나 졸작 오브 더 졸작, 정말로 종이가 아깝고 나무에게 미안한 별점 1점의 작품도 세 편이나 됩니다. "너무 예쁜 소녀", "콜드게임", "루팡의 딸"이 그 주인공이지요. 이 중 워스트로는 "너무 예쁜 소녀"를 선정합니다. "콜드게임"은 잔혹한 왕따 가해자를 편드는 듯한 설정이 문제였을 뿐 재미면에서는 나름 합격점을 줄 만 했고, "루팡의 딸"은 최소한 짧기라도 하니까요. "너무 예쁜 소녀"는 추리도 없고 스릴도 없는데 길기까지한 완벽한 시간 낭비였습니다. 끝까지 참고 읽은 저에게 상을 주고 싶습니다.

2020년 베스트 /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올해 기타 장르문학은 4권만 읽었는데 모두 고만고만했습니다. 별도의 베스트, 워스트는 없습니다.

2020년 베스트 역사 도서 : "일본 과학기술 총력전" 

올해는 아홉 권밖에 읽지 않았는데 일곱 권이 별점 3점 이상이었습니다. 별점 4점짜리 책도 "펜슬 퍼펙트", "일본 과학기술 총력전", "의식주, 살아있는 조선의 풍경"의 세 권이나 되고요. 

이 중 베스트로는 "일본 과학기술 총력전"을 꼽겠습니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알기 위한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해 줄 뿐 아니라, 재미도 있고 가격까지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2020년 워스트 역사 도서 : 

올해 역사 도서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가장 나쁜 별점이 2점이었습니다. 이 정도로 워스트로 꼽기에는 너무 가혹하기에, 올해는 별도로 선정하지 않겠습니다. 역사 도서는 대체로 선방한 한해였어요.

2020년 베스트 디자인 or Study : "명작순례" 

이쪽 분야 책들은 도판만 괜찮아도 평균 이상은 해 줍니다. 그래서 실패가 별로 없는 분야인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올해 유일의 별점 5점을 받은 책이에요.요. 수록된 글들도 좋고, 도판까지 완벽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책을 사지 않으면 무슨 책을 사겠습니까.

2020년 워스트 디자인 or Study : 

올해 이 분야는 네 권 밖에는 읽지 않았는데 가장 나쁜 별점이 2.5점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워스트 도서가 없습니다.

2020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커리의 지구사" 

'지구사' 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식문화 역사 시리즈 중 한 권. 제가 읽었던 시리즈 중에서는 최고작입니다. 커리에 대한 역사는 물론, 세계화된 과정과 세계속 커리 요리들, 그리고 커리의 현재까지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커리를 좋아하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2020년 워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중세 유럽의 레시피" 

제목에서 기대했던 중세 유럽 요리에 대한 깊이있는 정보는 커녕, 최소한의 재미와 자료적 가치도 기대하기 어려운 별점 1점짜리 망작입니다. 담고있는 내용에 비하면 가격도 어처구니 없는 수준이고요. 저처럼 낚이는 분이 없으면 좋겠네요.

2020년 베스트 기타 도서 : "탱크의 탄생" 

올해 읽은 기타 도서는 특출나게 빼어난 책은 없었지만, 평균 이상 재미를 전해주는 괜찮은 책들이 제법 많았었습니다. "심리 조작의 비밀", "탱크의 탄생", "망령의 기억", "깃털 도둑"이 별점 3점을 받은, 그런 책들이었지요.

다 좋은 책이지만 이 중 베스트로는 "탱크의 탄생"을 꼽겠습니다. 제가 아주 좋아라하는 '도감' 분야의 책으로 도판, 일러스트가 완벽하게 제 취향이었기 때문이에요. 이 책의 가장 단점은 제법 비싼 가격일 뿐이에요. 무기 도감을 좋아하신다면 놓치지 마시길.

2020년 워스트 기타 도서 : "편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인데 장르 문학이 아니라 드라마라서 기타 도서로 분류하였습니다. 작위적이고 뻔한 전개도 감점 요소이지만 무엇보다도 핵심 주제 - 범죄자 가족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 에 대해 주인공의 심정을 공감하기 어려웠기에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었어요.

2020년 베스트 Movie : "포드 V 페라리" 

많은 영화를 본 건 아니지만 올해 최고의 영화는 코로나 사태 직전 영화관에서 감상한 이 영화입니다. 남자 가슴을 뛰게 만드는 웅장한 화면과 음향 효과가 발군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영화관에서 보지 않았다면 베스트 영화는 다른 작품이 되었을거에요.

그나저나, 언제쯤 극장에서 영화를 다시 볼 수 있을까요?

2020년 워스트 Movie : "머더 미스터리" 

'정통 미스터리'라고 소개된 글에 낚였네요. 일견 전형적인 미스터리물로 보이지만, 실제 영화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코미디 영화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추리적으로 건질건 전무해요. 게다가 별로 웃기지도 않고요. 왜 애덤 샌들러를 요새 보기 힘든지 새삼 느끼게 해 준 망작이었습니다.

2020년 베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올 한 해는 "시마 코사쿠의 사건부"를 제외하고는 추리 or 호러 만화는 전통의 시리즈인 Q.E.D와 C.M.B의 후속권을 읽었을 뿐입니다. 이 중 최고는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 목록 36" 이었습니다. 수록작 중 "산의 의사"와 "카스미장 사건"이 아주 좋았기 때문입니다. 별점 3.5점은 충분합니다. 

에피소드별로 살펴보자면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5" 수록작인 "도토리와 솔방울",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9" 수록작 "상상 속 살인", "Q.E.D iff 12" 수록작 "재생의 시간"도 별점 3.5점의 좋은 작품들이었습니다.

2020년 워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책 전체 평균 별점은 2점이 가장 낮은데, 이 정도로 워스트로 꼽기는 좀 가혹하지요. 그래서 에피소드로 워스트를 꼽아 봅니다.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7" 수록작인 "크로스로드"와 "종려나무 동전"이 별점 1점입니다. 동기, 트릭, 진상 모두 작위적이고 납득하기 어려운 졸작이었어요.

2020년 베스트 Comic - 기타 : "모로호시 다이지로 자선 단편집" 

2020년 만화들은 별점 3점짜리가 무려 14편이라서 많아서 한 편을 꼽기 어렵네요. 그래도 이 중에서 딱 한 편!을 꼽으라면 "모로호시 다이지로 자선 단편집"입니다. 다른 단편집에서 이미 접했었던 작품들이 많이 수록된 탓에 감점했을 뿐, 모로호시 다이지로라는 작가에 대해 잘 알려주는 좋은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단편집을 읽어보지 않고 이 책만 읽는다면, 별점 4점도 거뜬했을거에요.

2020년 워스트 Comic - 기타 : "지구빙해사기" 

대가 다니구치 지로의 작품이 불명예스러운 올해의 워스트네요. 당대를 풍미했던 오토모 가즈히로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야기, 설정, 작화와 분위기를 적당히 섞어 만든 하이브리드 혼종이나 결과물은 전혀 그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결산평 : 

이글루스 블로그 운영도 17년 째인데, 올 한해가 가장 변화도 많고 드라마틱했습니다. 다른 해에 비해 유별나게 책을 많이 읽기도 했고요. 그러나 코로나라는 예상치못한 질병 탓이라서 마냥 좋아할 수는 없네요. 코로나 때문에 많은 분들이 힘들어 하셨고, 지금도 계속 힘든 분들이 계실 터라 가슴도 무척 아프고요. 모쪼록 코로나 사태가 빨리 진정되어, 기쁜 마음으로 블로그 운영을 비롯한 일상 생활을 보낼 수 있게 되면 좋겠네요.

여러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는 원하시는 일 다들 이루시는 그런 한해 되시기를 바랍니다. 작년, 그리고 재작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이라면 남들이 관심갖지 않는 사소하고 디테일한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정말로 세심한 분일테니 내년에는 더욱 잘 되실게 분명합니다. 사랑합니다~!

2019/05/25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 - 최형국 : 별점 2점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 - 4점
최형국 지음/인물과사상사

무예사, 전쟁사 전문가인 저자가 각종 드라마와 영화 속 무인과 무기, 전술 등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를 분석한 미시사, 무예사, 전쟁사 서적입니다.

책의 핵심인 오류 분석 부분은 흥미롭습니다. 조선 시대의 기본 무기는 환도이며 이를 보관할 때에는 띠돈을 활용하여 벽이나 기둥에 걸어놓았다는 첫 단락부터 새롭더라고요. 저 역시 각종 사극에서 양날검을 좌대에 가로로 올려놓는 거치 방식이 일반적이라고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전형적인 일본도 거치 방식이라는군요. 잠깐 훝어보고 구입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이 도입부였습니다.

그 외에도 잘 몰랐던, 착각해왔던 내용이 많은데, 몇가지 예를 들면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조총 관련 이야기가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조총을 재장전 동작 없이 연발 사격하는 장면은 당연히 말도 안되며, 조총 사격 시 화승에 불을 붙인 후 기다렸다가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도 엉터리라는군요. 조총은 조준과 동시에 방아쇠를 당기면 불이 붙은 화승이 바로 위 쪽 화약접시 속으로 들어가 불을 붙여 탄환을 발사하는 구조였으니까요.
조선 시대 화포가 불을 뿜을 때 포탄이 떨어져 폭발하는 장면도 역시나 고증 오류입니다. 당시 포탄은 폭발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흔히 우리가 접해왔던 대장끼리의 일기토가 얼마나 말이 안되는지를 알려주는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KBS "정도전"에서 이성계와 최영이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사진을 예로 들며, 육군 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이 서로 총을 들고 1:1로 대치하는 장면이라고 설명하는 식인데 엄청 와 닿더라고요.
이런 내용 중 최고는 기병 전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말을 타고 전선으로 달려온 후 말에서 내려 칼을 뽑고 적을 향해 돌격하는 드라마를 예로 들며, 기갑부대 병사들이 탱크를 타고 전선으로 돌진한 뒤 탱크에서 내려 소총을 들고 백병전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는데 아주 그럴듯하죠?

이러한 분석과 함께 실제 고증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아주 상세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투구, 갑옷, 군장은 물론 기본 무장에 대한 소개가 인상적이었어요. 분명 다른 책에서도 본 내용이지만 투구 끈을 매는 방법이라던가 군장 속 내용물과 같은 디테일이 잘 살아있는 덕분입니다. 주요 무기에 대한 소개도 상세하긴 마찬가지에요. 활과 칼의 패용 방법이라던가 화살 깃의 수가 몇개인지 등 그 범위와 항목도 다양하며 깊이 역시 상당한 편입니다. 심지어는 각종 전술까지 소개되고 있을 정도니까요. 도판도 저자의 서술에 적합하도록 잘 짜여져 있는 편입니다.

그러나 활 쏘는 방식이 양궁 방식이라던가, 사극 속 말 안장은 모두 현대화된 서양 안장이라는 등 익히 알고 있던 이야기의 분량이 많다는건 좀 아쉬웠습니다. 실제로 고증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 제시도 아주 확실한 편은 아니고요. 그냥 재미삼아 보는 글이라면 나쁘지 않은데 역사서로 보기에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모든 이야기에서 천편일률적인 저자의 글 솜씨도 문제입니다. 사극의 문제를 지적하는 톤 자체가 일관되어 지루한데 이왕지사 고증 오류 가득한 사극 드라마를 비난할 거라면 훨씬 신랄하고 맛깔나게 풀어내는게 재미 면에서는 훨씬 나았을거에요. 지금 문체와 문장은 이도저도 아닌 듯 하여 실망스러웠습니다. 책 보다는 영상 다큐멘터리로 풀어낸다면 훨씬 매력적인 컨텐츠가 될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딱히 권해드릴 만한 책은 아닙니다.

2013/09/02

과학사의 뒷얘기 4 : 과학적 발견 - A.섯클리프 외 / 신효선 : 별점 2점

과학사의 뒷얘기 4 - 과학적 발견 - 4점 A. 섯클리프 외 지음, 신효선 옮김/전파과학사

"옛 추억 전파과학사 문고"

1,2,3권은 수십년 전에 이미 읽었기에 있는지도 몰랐던 4권부터 읽게 되었습니다. 

4권의 부제는 "과학적 발견", '새로운 것이 어떻게 발견, 발명되었고 그것이 어떻게 널리 퍼지게 되었는가?'를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1. 최초의 압력솥
  • 2. 유별난 스테이크 굽는 법
  • 3. 한 접시의 감자
  • 4. 튤립광 시대
  • 5. 콩에 얽힌 기담
  • 6. 애플파이와 열의 전도
  • 7. 병맥주의 효시
  • 8. 담배는 만병 통치약
  • 9. 보라빛 속에서 태어나
  • 10. 두가지 식물 염료
  • 11. 두 수도승, 누에알을 훔쳐내다
  • 12. 국왕을 위해 면양을 훔쳐내다
  • 13. 정부를 위해 고무의 씨앗을 훔쳐내다
  • 14. 음악을 잘하는 못대장장이
  • 15. 도기와 자기
  • 16. 셰필드의 칼 대장장이
  • 17. 현수교 위에서는 발을 맞추지 말라
  • 18. 플림솔의 마크 - 만재홀수선
  • 19. 초기의 증기기관
  • 20. 기관차, 길에 나오다
  • 21. 탱크의 비밀
  • 22. 일식, 월식의 공포
  • 23. 우리에게 열하루를 돌려다오
  • 24. 콜롬부스와 달걀

목차만 보아도 알 수 있지만, 과학적 발견 이외의 것들도 많이 실려있습니다. 감자와 담배가 전래된 과정, 네덜란드의 튤립광 시대를 다룬 부분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 모두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티레의 쇠고둥에서 보라색을, 섀프런과 꼭두서니에서 오렌지색과 붉은색을 추출하여 천연 염료로 쓴다는건 처음 알았고요.

또한, 산업스파이 행위에 대한 상세한 소개도 볼거리입니다. 예를 들자면 러시아의 못 만드는 기계를 바이올린 연주자로 가장하여 2년 동안 친분을 쌓은 뒤 설계도를 그려 귀국했지만, 중요한 핵심 설계도가 빠져 있어서 제대로 동작하지 않자 다시 잠입하여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자르기 전에 물을 뿌린다'를 알아낸다는 이야기처럼요. 이 이야기가 실재인지, 아니면 허구인지도 저자가 자세하게 설명해 줍니다(실재로 있었음직한 이야기라고 하네요).

그 외에도 와트의 증기기관에 대한 상세한 설명, 탱크의 탄생에 대한 비밀 등 진짜 발명 이야기도 많습니다. 현수교 위를 행진하던 군대가 발을 맞추어서 공진현상이 일어나 현수교가 무너진 사건 같은 황당한 이야기는 보너스 같은 느낌이고요.

아울러 책 뒤 번역자의 말도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최대한 많은 자료를 가지고 번역에 신경 쓴 노고도 감탄스럽지만 번역한 해가 1973년이기 때문입니다! 무려 40년 전, 저와 같은 나이의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더욱 반가웠습니다.

그러나 책 자체의 완성도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뒤로 갈수록 그렇잖아도 형편없었던 인쇄가 더 엉망이라 글자 자체가 번지고 어떤 페이지는 반쯤은 흐릿하게 인쇄되는 등 기본적인 부분이 부실한 탓입니다. 웬만한 복사집 제본책보다도 못한 결과물이에요. 책 뒤를 보니 2006년에 13쇄를 찍은 이후의 기록이 없고, 원래의 가격을 칼로 파내고 8,000원이라는 가격 스티커를 붙여 놓았던데 원가 천 원 이하의 재고본을 쌓아놓고 저 같은 호구에게 책을 팔아서 연명하는 게 아닌가 싶은 의심마저 듭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내용만 본다면 8,000원이라는 가격은 그다지 과하지 않고 저만의 옛 추억을 되새기는 의미에서는 충분히 지불할 만한 가격이지만 이래서야 남에게 권하기는 어렵겠습니다.

2005/05/16

MS IGLOO - The Hidden One-Year War : 별점 2.5점


이 작품은 1년전쟁에서 지온군의 시작병기평가부대 603 기술시험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관련정보는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길....
풀 3G로 이루어진 흡사 게임과도 같은 영상은 이제 많이 익숙해 져서인지 보기에 그다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전투장면 자체의 연출이 꽤 깔끔하고 괜찮은 편이라 상당히 몰입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한정된 예산안에서 공들여 만들었다는 느낌이네요.

시작병기들을 각 편마다 주요 소재로 삼아 전개되고 있는데, 시작병기의 테스트 파일럿들과 평가관 등의 인물들이 짜임새 있게 이야기를 진행시켜서 전쟁드라마로서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은 꽤 재미있었습니다. 또한 연방군이 자쿠를 탈취하여 지상에서의 지온군 기지를 습격하는데 이용한다던가 하는 전술이라던가 철갑탄, 곡사포탄등으로 탄을 바꿔가며 포격하는 모빌탱크의 전투 장면 같은 것은 박진감과 함께 리얼하다는 느낌을 전해 주고요. 이러한 부분에서는 흡사 "신병기"가 등장하는 2차대전물을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2편은 사막 배경이라 더욱 그러했을지도...)
신병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되지만 중간중간에 친숙한 요소들이 많이 등장해서 과거의 팬들에게도 만족감을 전해 주는데, 개인적으로는 1편에서 "모빌슈츠"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루움 공역에서의 전투, 그리고 "붉은 혜성" 의 등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쟈쿠의 전투를 꽤나 화려하게 그리고 있어서 팬이라면 한번 꼭 볼만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신무기"의 특성상 별로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냉정한 부분이 가장 돋보입니다. 1편에 등장한 욜문칸트는 그 크기와 위력에 비한다면 정보조사 능력의 부재로 인해 연방군 전함 1척을 격파하는데 그치며 "모빌슈츠"를 돋보이게 하는 조역, 미끼로 전락할 뿐입니다. 2편의 모빌탱크 힐도르프는 지상에서 꽤 막강한 화력을 과시하긴 했는데 왜 양산이 안 되었는지는 좀 궁금하네요. 후일담이 있으려나?
아울러 군인이라기 보다는 "기술자" 마인드로 무장한 주인공 마이 중령의 캐릭터는 기존 건담 시리즈와 확실한 차별성을 가지는 캐릭터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전선에 돌입하는 열혈 청년 같은 모습도 등장하지만 확실히 전사 타입은 아니라서 독특했거든요.

"반X이"에서 새로운 프라모델을 팔아먹기 위한 기획물로 생각되고, 전형적인, "포병의 자존심"이나 "한마리 들개"라는 표현이 속출하는 전쟁드라마의 온갖 클리셰들을 모아놓은 듯한 캐릭터들은 조금 부담스럽긴 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밀리터리물과 건담월드의 재미를 잘 조합하여 다음편도 기대를 갖게끔 하네요. 제가 싫어하는 연방이 아닌 지온이 주인공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고요. 이런 느낌으로만 계속 진행된다면 좋겠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23/03/25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3 톱니바퀴

亂れからくり (創元推理文庫) (文庫) - 8점 泡坂 妻夫/東京創元社

3 톱니바퀴

토모히로의 집 앞에 고급 택시가 멈춰 섰다. 토모히로가 자신의 집에 들어선 지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때였다.

운전기사가 대문 차임벨을 누르자 바로 토모히로가 나타났다. 그는 남색 바지와 코트를 입고 한 손에는 큰 가죽 가방을 들고 있었다.

토모히로의 뒤를 이어 마사오의 모습이 보였다. 트위드 소재의 하얀색 코트에 크림색 가방을 들고 있다. 마사오는 머리를 다시 묶고 있었다. 익숙한 은색 머리 장식이 보였다.

잘 단장한 마사오의 얼굴 윤곽이 멀리서부터 눈에 띄었다. 화장을 한 모양이었다. 운전기사가 토모히로의 가방과 마사오의 여행 가방을 뒤쪽 트렁크에 실어주었다.

"어떻게 봐도 여행 가는 모습이군. 그것도 꽤 긴 여행같은데........"

마이코가 혼잣말을 했다.

토모히로의 집에서 두세 살짜리 어린아이를 안은 노인이 나왔다. 얼굴이 마사오를 닮았다. 마사오는 노인에게서 옆으로 긴 검은색 가방을 받아든 뒤 아이의 뺨을 살짝 찔렀다. 아이가 입을 열었다. 충치가 보였다.

토모히로와 마사오는 차에 올라탔다. 노인과 아이가 손을 흔들었다.

두 사람의 차는 마이코의 에그를 지나갔다. 잠시 후, 토시오는 조용히 시동을 걸었다.

"미행하고 있는걸 알아채도 상관없어. 어차피 의뢰인의 차니까."

토시오는 마이코의 에그로 어떻게 택시를 놓치지 않고 미행할 수 있을지 걱정했었지만, 마이코의 말 한마디에 택시 뒤에 꼭 붙어 가기로 결심했다.

도로의 혼란은 생각보다 심하지 않았고, 택시의 운전은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사이에 두세 대의 차량이 끼어드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어디로 가는 걸까요?"

토시오는 신경이 곤두서지 않았다.

"공항으로 가는 것일지도 몰라."

그러고 보니 그랬다. 토모히로의 가방은 국내 여행치고는 너무 과했다. 마사오가 아침부터 소우지를 만난 것은 당분간 두 사람의 밀회를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일까.

"하지만 고속도로에 들어가면 계속 쫓아갈 자신이 없어요."

마이코는 시계를 보았다.

"걱정할 것 없어. 공항까지는 외길이니까. 그런데 만약 해외로 출국하는 거라면, 그 전에 내가 토모히로를 붙잡고 이야기하게 될 수도 있어."

고속도로 앞에서 큰 탱크로리 차량이 끼어들면서 마이코의 에그를 억지로 밀어붙였다. 정지 신호에서 마이코의 차는 유조차의 배기가스를 정통으로 맞았다. 오른쪽 도로변에는 '개와 고양이 병원' 간판이 큼지막하게 서 있다. 마이코는 멍하니 그것을 보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정말 개 같은 일이네."

이것으로 이 일도 끝이겠구나, 라고 토시오는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후였다. 토시오는 하늘에서 기괴한 물체를 목격했다. 색깔도 모양도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차 전체가 충격을 받은 것은 그 순간이었다. 유리창이 날아간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토시오는 직감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앞의 탱크로리 차량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타원형 탱크가 눈에 띄게 커 보였다. 토시오는 뒤따라오는 차를 신경 쓰며 계속 브레이크를 밟았다.

에그가 멈추자 토시오는 반사적으로 차도로 뛰쳐나왔다. 서너 대 앞의 차가 불을 뿜어내고 있었다.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토모히로와 마사오가 타고 있던 택시였다. 택시 뒤에는 또 다른 차량이 달려오고 있었다.

탱크로리 차의 문이 열리고 운전자가 튀어나왔다.

"도망쳐!"

누군가가 소리쳤다.

차도 위에서 하얀 코트가 날아갈 것 처럼 흩날렸다. 토시오는 코트로 뛰어들었다. 일어나보니 마사오는 피를 흘리며 눈을 감고 있었다. 토시오는 정신없이 마사오를 끌어안았다. 작은 신발 한 켤레가 옆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나중에 생각해보아도 그때의 행동은 설명하기 어려웠다. 토시오는 한 손으로 그 신발을 집어 들었다. 곧이어 신발 옆까지 불길이 다가왔다.

"엎드려!"

미친 듯이 외쳤다.

두 번째 폭발음이 들렸다. 두 번째 차에 불이 붙은 것이다.

토시오는 에그에 마사오의 몸을 밀어 넣었다. 마이코의 모습은 차 안에 없었다. 마사오의 옆에 긴 가방 끈이 팔에 달라붙어 있었다. 토시오는 가방을 풀어 놓으려고 했다. 그때 마사오의 가슴에 손이 닿았다. 가슴의 부드러움에 토시오는 깜짝 놀랐다. 토시오는 가방을 뒷좌석에 던져 넣고 문을 닫자마자 U턴을 했다. 차체가 탱크로리 차량에 부딪힌 것 같았다.

반대편 차선의 차량이 멈춰 섰다. 뒤돌아보니 두 대의 차량이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차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마사오의 이마에 피가 흘러내리고 있다. 눈과 입을 굳게 다물고, 피부에 피가 묻어 투명할 정도로 하얗게 변했다.

병원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몇 분 전에 보았던 '개와 고양이 병원' 간판을 떠올리고 그곳으로 향했다.

토시오는 동물 병원 앞에 차를 세웠다. 보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멀리 보이는 검은 연기를 보고 달려가고 있었다.

토시오는 차도로 내려와 차를 돌려 반대편 문을 열었다. 마사오는 반 쯤 쓰러진 채였다. 토시오는 조용히 마사오의 눈을 바라보았다. 마사오는 곧 의식을 되찾았다.

".....나는........"

"사고를 당했어요. 곧바로 피신을 한게 다행입니다. 어디 아프신데는 없나요?"

마사오는 놀란 듯 온몸을 훑어보았다.

"병원 앞입니다. 상처를 확인하면 좋겠어요."

"사고를 당했나요 ......?"

토시오는 처음으로 마사오의 목소리를 들었다. 약간 코를 찌르는 듯한 목소리로 들렸다.

토시오는 에그에서 사고 현장에서 주운 신발을 꺼내 마사오의 발에 놓았다.

"당신은..."

마사오는 토시오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당신 차, 서너 대 뒤에서 달리고 있었어요."

"도와주셨군요."

토시오는 손을 내밀었다.

"고마워요, 이제 괜찮습니다."

마사오는 신발을 신고 일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무릎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마사오는 토시오의 팔에 쓰러졌다.

"무리하면 안 돼요."

마사오의 머리카락이 눈앞에 있었다. 향수와는 다른, 기억에 남는 미묘한 향이 느껴졌다.

마사오는 토시오의 팔에 기대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때 멀리서 세 번째 폭발음이 들렸다. 마사오는 깜짝 놀라며 쥐고있던 토시오의 팔에 힘을 주었다.

뒤를 돌아보니 엄청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연기와 불길은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유조차에 불이 났네요."

마사오는 갑자기 토시오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

"어디로 가시려고요?"

토시오는 놓아주지 않았다.

"남편이 있어요.......남편이 ......"

"남편?"

"저, 남편과 함께 그 차에 타고 있었어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갑자기 몸이 무언가에 부딪힌 것 같더니 눈 앞에 불이 났어요. 운전자가 밖으로 굴러가는 것이 보였어요. 남편이 문을 열고 저를 밖으로 내쫓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달려갔을 때 좌석에 불이 붙지 않았어요. 대피할 시간은 충분했습니다."

마사오의 다리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당신의 상처가 더 걱정스럽습니다."

토시오는 억지로 마사오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대기실에 있던 두세 사람이 놀란 얼굴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한 여자는 가슴에 작은 개를 안고 있었다.

"급한 환자에요. 근처에서 사고가 났어요."

토시오는 간호사에게 말했다. 소방차와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진료실에 들어서자 개가 짖어댔다. 일반 병실과는 다른 소독액 냄새가 났다.

의사는 온화한 얼굴의 노인이었다. 외투를 벗겨보니 안감이 피로 얼룩져 있었다. 의사는 스타킹에 가위를 집어넣고 벗겨내어 상처 부위를 살폈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간호사는 재빠르게 수액을 놓았다.

"다른 통증은 없습니까?"

마사오는 고개를 저었다.

"머리를 맞았나요?"

"글쎄요."

의사는 마사오의 눈과 입안을 살폈다.

"다리의 상처는 출혈에 비하면 얕은 것 같군요. 나중에 반드시 전문의에게 뇌파를 검사받아야 합니다."

또 여러 대의 사이렌 소리가 지나갔다. 마사오의 침착함이 사라졌다.

"제발 부탁입니다. 제발 남편에게 데려다 주세요."

"남편이 함께 있었나요?"

의사는 토시오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토시오를 남편으로 생각했던 것 같았다.

"맞습니다. 같은 차에 타고 있었어요."

"잠시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저는 이제 괜찮아요. 남편이 걱정돼요."

마사오는 절망에 빠졌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간호사가 수화기를 들고 응대하다가 곧바로 토시오에게로 향했다.

"카츠 씨, 계십니까?"

"네."

토시오는 전화를 받았다.

"이, 이봐요!"

마이코가 소리쳤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디로 사라져 버리다니. 마사오는 어떻게 된 거야?"

"지금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큰 부상이야?"

"아니요,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걸을 수 있겠지?"

"네."

"토모히로가 더 큰일이야. 빨리 마사오를 데리고 와. 키타노 제일의원 외과. 알았지? 도로는 교통이 통제되어 있어. 멀리 돌아서 와야 해. 바로 와."

"잘도 여기가 어딘지 알았군요."

"방금 전 '개와 고양이' 병원 간판을 봤었고, 차가 달리는 방향이 그쪽이었으니까. 네가 생각한 것 정도는 알 수 있어."

마이코는 거칠게 전화를 끊었다.

"남편이, 뭐라구요......."

마사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키타노 제일의원이라는 곳으로 이송된 것 같습니다."

"제가 바로 가겠습니다."

마사오는 피 묻은 외투에 손을 넣었다.

"내 차에 타세요."

토시오는 의사에게 키타노 제일의원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


밖으로 나오니 구경꾼들이 인도로 가득 차 있었다. 소방차의 사이렌과 교통을 통제하는 경찰관의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 헬리콥터 소리.

연기의 세기는 약해졌지만 여전히 가끔씩 주황색 불꽃이 연기 속에서 되살아났다.

멍하니 서 있는 마사오를 바라보며 토시오는 에그에 들어가 시동을 걸었다.

"카츠 씨라고 말씀하셨죠?"

마사오는 운전대를 잡은 손을 보면서 말했다.

"네, 카츠 토시오라고 합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정말 큰 도움을 주셨네요. 저는 마와리라고 합니다."

"마와리……"

토시오는 그 이름을 감탄하듯 반복했다. 하지만 마사오는 다르게 해석한 것 같았다. 토시오의 얼굴을 보니,

"이름은 마사오입니다."

라고 말했다. 마사오는 남자다운 호칭에 대해 변명도 설명도 하지 않았다.

"카츠 씨의 주소를 알려주시겠습니까? 감사 인사를 드리지 않으면 ......."

"감사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저는 그런건 싫습니다."

거절하려던 말이 어느새 강한 어조로 변해버렸다. 마사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뭔가 위안이 될 만한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조급해지면서 좋은 말을 떠올리지 못했다. 에그는 그대로 키타노 제일의원 현관에 도착했다.

하얀색 2층짜리 병원이지만 안쪽은 훨씬 더 깊었다. 마사오는 현관 계단을 오를 때 다친 다리를 끌며 올라갔다.

접수처에서 이름을 말하자, 안내를 맡은 간호사가 두 사람을 2층으로 안내했다.

"무슨 일인가요?"

토시오가 물었다. 간호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2층 복도 의자에 마이코가 앉아 있었다. 마이코는 토시오를 보고 일어섰다.

"수혈이 필요하다면 내 피를........"

마사오는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목소리는 이미 흐트러져 있었다.

마이코는 토시오에게 다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토시오는 못 본 척하며 걸어갔다. 간호사는 마사오의 다리를 보고 시선을 멈췄지만 걸음걸이를 늦추려고 하지 않았다.

이윽고 간호사는 2층의 긴 복도 끝에 멈춰 섰다. 두 사람이 뒤따라오는 것을 본 뒤 문을 두드렸다. 곧 문이 열리고 하얀 마스크를 쓴 의사가 나왔다.

"가족분들입니다."

간호사가 짧게 말했다. 의사는 마스크를 벗었다. 토시오는 부상자의 아내라고 말했다.

"유감스럽게도 ...... 온몸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아까부터 아내분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는데….  제 때에 도착해서 다행입니다."

의사는 문을 열고 두 사람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마사오는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 이성이 승리한 것일까.

토모히로의 상태가 위중하다는 것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온몸에 붕대를 감고, 약간 튀어나온 코에 산소 흡입용 마스크를 씌우고 있었다. 수혈병에는 거품이 일고 있었다. 거꾸로 된 A라는 글자가 보였다.

"당신……"

마사오가 얼굴을 가까이 했다. 토모히로는 팔을 뻗으려 했지만 수혈을 위해 팔이 고정되어 있었다.

토모히로는 열심히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다.

"나는.......괜찮아."

고개를 움직여 입으로 마스크를 밀어내려고 했다.

"당신, 힘들겠지만, 힘내세요....... ......"

"나는, 괜찮아."

거의 들리지 않는다. 마사오는 침대 옆에 무릎을 꿇었다. 뺨을 문지르며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나한테 신경 쓰지 말고 ...... 당장 출발해 ...... 지금이라면 아직 ...... 비행기에….. 늦지 않아 ......"

"하지만--"

토모히로는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내일 ...... 예정대로 호놀룰루에 있는 러더퍼드 데이비스 씨를 만나 ...... 마도죠를 ...... 건네줘."

"쓸데없는 일에 신경을 쓰지 마세요."

"쓸데없는 일 아니야 ...... 당장 출발해 ...... 마도죠를 ...... 반드시 ...... 내일 ......

"알았어."

마사오는 아이를 달래듯 토모히로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당신 말대로 할게요. 안심해라. 그러니 조용히--"

"당장 출발해"

토모히로는 빨리 떠나라는 말을 반복했다.

마지막에는 눈을 감고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 마사오는 입술을 깨물고 가만히 토모히로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의사가 토모히로의 죽음을 알린 것은 그로부터 십오 분이 지난 후였다.


마이코는 2층 복도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불쾌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언제까지 멍청한 짓을 할거야?"

토시오의 얼굴을 보자마자 말했다.

"토모히로가 죽었어요."

"알아. 아까 토모히로의 병실에서 산소호흡기가 꺼져 있는 걸 봤어. 내가 어려울 때 죽고 말았지 뭐야."

마이코는 토모히로의 죽음에 대해 매우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그건 그렇고, 넌 생각하기 전에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었군."

"그렇게 하는 것을 싫어할 정도로 배웠어요"

"그렇구나. 하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해서는 안돼."

토시오는 신묘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사고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게, 도무지 모르겠어. 사고 직전에 여러 사람이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하더군요."

"-그건 저도 봤어요."

"불덩어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연기가 떨어졌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던데….. 토시오 군, 토시오 군이 본건 뭐였어?"

"제 생각에는 하얀 연기 같았어요."

"어쨌든, 토모히로의 차에 낙하물이 부딪힌 것만은 확실한 것 같군."

"토모히로가 그렇게 큰 부상을 입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요."

그것이 아까부터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그렇겠지. 택시 운전사도 가벼운 찰과상을 입은채 도망칠 수 있었으니까. 택시와 부딛혔던 차의 사람들도 자기 차에 불이 나기 전에 피난할 수 있었고."

"그럼?"

"차에서 뛰어내린 후, 토모히로가 취한 행동이 문제였지. 그건 자살행위였어."

"우다이 씨는 그걸 보셨나요?"

"응, 똑똑히 봤어. 토모히로가 차에서 뛰어내리자마자 갑자기 뒤로 돌아서서, 반쯤 열린 차 트렁크에서 자신의 가방을 꺼내려고 했어."

"가방을?"

"응, 가방도 가죽이 찢어져 안의 물건이 튀어나온 상태였어. 그래도 토모히로는 가방을 꺼내려고 애썼지. 그러던 중 급속도로 택시가 불길에 휩싸여 버렸어. 결국 토모히로는 가방을 꺼내기는 했지만 도로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고. 다리가 엉켜서가 아니면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기 때문일거야. 그리고 그 순간, 토모히로는 삽시간에 불덩어리가 되고 말았어."

"사람이 그렇게 한순간에 불덩어리가 될 수 있나요?"

"그냥은 힘들지. 뭔가에 불이 붙었다는 느낌이 들었어. 내 생각에 그 가방 안에는 뭔가 인화성 액체가 담긴 병이 들어있었던 것 같아. 넘어지는 바람에 병이 깨지면서 토모히로는 그 안에 있던 액체를 뒤집어 썼고, 그 액체에 불이 옮겨붙었던게 아닐까."

"그 가방에는 꽤나 중요한 물건이 들어 있었겠군요."

"그렇겠지. 하지만 그 가방도 다 타버렸어."

하지만 해외여행을 갈 때 기름병 등을 가지고 다닐 수 있을까? 그래, 아직 마이코에게 해외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우다이 씨 말이 맞았어요. 두 사람은 호놀룰루로 떠나기로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마사오가 말했구나."

"두 사람은 하와이에서 로스엔젤레스, 플로리다를 거쳐 2주 후에 보스턴에 도착할 예정이었다고 했어요."

마이코는 가만히 천장을 쳐다보았다.

"..... 맞아, 생각났어. 보스턴에서 11월에 '국제 장난감 박람회'가 열릴 예정이야. 각국의 참가업체가 백 수십 개, 전 세계 바이어와 업계 관계자가 1만 명 이상 모일 것이라고 신문에 나와 있었어."

"두 사람은 그 국제 완구 박람회에 참가할 예정이었을까요?"

"그래, 아직은 좀 이르지만, 마사오 말대로 세계여행도 겸해서였겠지"

"해바라기 공예에서는 수출도 하고 있나요?"

"일본 장난감 생산액의 3분의 2 이상은 수출하고 있어."

마이코는 장난스럽게 토시오를 바라본다,

"장난감 수출액 1위는 어느 나라라고 생각해?"

토시오는 조금 당황했다.

"일본이야. 이것도 후쿠나가 씨가 가르쳐 준 건데, 수출의 역사는 의외로 오래됐어. 메이지 초기에 이미 요코하마에 있는 외국 상관을 통해 장난감 수출이 시작되었어. 세계대전 이전에는 일본 전체 무역액의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수출품이었다고 하더라고. 일본 장난감의 인기 비결은 정교한 기술과 아이디어의 재미,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렴한 가격이었고. 종전 이후에 장난감은 빠르게 부활했어. 인간에게 장난감은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인 것 같아. 주둔군이 버린 빈 깡통을 두드려서 만든 재료로 업체는 장난감 자동차를 만들어냈을 정도였다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나?"

"몰랐습니다."

"수출 회복도 빨랐어. 마찰 장난감의 개량을 계기로 일본 장난감은 다시 수출의 선두에 서게 되었어."

"마찰 장난감?"

"스프링을 사용하지 않고도 달리는 자동차를 말하지. 봐, 바퀴를 몇 번 돌리고 손을 놓으면 의외로 멀리 가는 자동차가 있을 거야. 이는 자동차 내부에 플라이휠이라는 무거운 톱니바퀴가 들어있기 때문이지. 자동차의 바퀴를 바닥에서 마찰시키면 플라이휠이 빠르게 회전하도록 되어 있어. 이 플라이휠의 관성으로 놀이기구는 꽤 멀리까지 달릴 수 있고. 원형은 메이지 초기에 하숙집 장인이 고안했다고 하더군. 이 마찰물을 시작으로 수출은 순조롭게 성장했어. 1951년에는 수출액이 3백억에 육박하며 세계 1위로 성장했고."

"해바라기 공예에서는 어떤 장난감을 수출하고 있나요?"

"아까 보여주었던 달그락달그락 새가 달러박스인 것 같아. 나머지는 비슷한 소품 장난감. 하지만 더 큰 시장을 노린 해바라기 공예는 스페이스 레이스에서 실패하고 말았지."

토모히로의 최후를 떠올렸다. 그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 마사오에게 끈질기게 '마도죠'라는 것을 어떤 외국인에게 건네주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마도죠라는 것은 장난감의 상품명이 아니었을까.

"국제 박람회에선 여러 가지 신제품이 출품되겠지요?"

"물론이지. 바이어들은 눈을 부릅뜨고 좋은 제품을 찾아낼 거야. 국제 박람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면 회사도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겠지."

토시오는 마이코에게 토모히로의 임종을 이야기했다.

"마도죠란 뭐야?"

"모르겠어요. 가방 안에 들어있던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마이코는 다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기억을 떠올렸다,

"그런데 형사가 너랑 얘기하고 싶다고 했어"

"형사가?"

"에노키초 경찰서 교통과 형사야. 사고 경위를 듣고 싶다고 했어."

"우다이 씨는?"

"나는 싫어. 그 차에 타고 있지 않은 것으로 해 주면 좋겠어. 얼굴만 내밀고 오면 돼. 금방 끝나겠지."

그때 마사오가 복도로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마이코가 알아차렸다,

"나에 대해서는 아직 말하지 마."

라고 말하면서 토시오의 곁을 슬그머니 떠났다.

마사오는 홀을 둘러보다가 토시오의 모습을 보고는 옆으로 다가왔다. 한쪽 다리는 여전히 끌고 다니고 있었다. 마사오는 토시오에게 고개를 숙였다.

"오늘 하루 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럴 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평범하게 유감스럽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토시오는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어 서둘러 글씨를 써서 찢어서 마사오에게 건네주었다.

"제 주소입니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예의를 차리실 필요 없습니다. 저도 곤란합니다."

"절대 그러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싫으시다면........"

마사오는 종이 조각을 소중히 받았다.

"호놀룰루로 떠나실 건가요?"

"아니요."

마사오는 분명하게 말했다. 마이코가 뒤를 돌아보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편을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요."

"남편의 부탁이 굉장히 강했는데도요?"

"평소에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분명 의식이 정상적이지 않았겠지요. 데이비스 씨에게 회사에서 전화를 걸도록 하겠습니다."

마사오에게 아직도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하지만 그 내용은 우연히 마사오를 구해서 차에 태워준, 지나가던 사람이 알고 싶어할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부인도 ...... 몸조심하세요"

"고마워요."

마사오는 무심코 미소를 지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며 걸어가는 마사오의 뒷모습이 아련하게 느껴졌다. 토시오는 허탈한 표정으로 마사오를 배웅했다.

"불행이란 것은 한순간에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구나."

어느새 마이코도 마사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토모히로가 죽으면 마사오는 소우지와 함께 할 수 있을까?"

마이코의 말은 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하는 말이라서 부도덕하기 짝이 없었다.

"그녀는 소우지를 사랑하지는 않을 거예요."

"호오.......그렇구나."

마이코는 토시오의 눈빛에 놀란 듯했다.

"마와리 가문에 대해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어. 토시오 군이 마사오와 친분을 쌓은 것은 다행이야. 좀 더 편하게 대해 주었으면 좋겠어. ….. 사랑에 빠진 척 하는 것도 나쁘지 않고."

토시오는 마지막 말을 못 들은 척했다.

토시오의 운전으로 두 사람은 에노키초 경찰서에 도착했다. 토시오만 에그에서 내렸고, 차는 마이코가 운전하며 멀어져 갔다. 토시오는 마이코의 차를 배웅하면서 마사오의 긴 가방이 뒷좌석에 놓여있던 것을 떠올렸다.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1 달그락달그락 새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2 스페이스 레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