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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2

이토록 아찔한 경성 - 김병희 외 / 한성환 외 엮음 : 별점 2점

이토록 아찔한 경성 - 4점
김병희 외 지음, 한성환 외 엮음/꿈결


"OBS의 특별기획 프로그램 <세상을 움직이는 역사>"라는 특강 프로그램에서 전문가들이 강의한 내용을 선별하여 글로 옮긴 책입니다. 여섯 개의 주제를 가지고 근대 경성의 삶과 그것이 현재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개인적으로 근대 경성, 일제 강점기 시기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내용들 대부분이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 탓입니다. 주제들 각각이 한 권의 책으로 이미 많이 출간된 탓도 크고요. 제가 읽은 것만도 광고는 "꼿 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 대중 음악은 "오빠는 풍각쟁이야", 문화재는 "명품의 탄생"으로 이미 접했던 내용이니까요.

또 원래가 TV 방송이라 내용들 대부분이 에피소드 중심으로 쉽게쉽게 접근한다는 점, 각 챕터를 담당한 전문가가 다른 탓에 전체 챕터 내용, 구성 방향, 문체 등 모든 면에서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물론 쉽게 쓰여졌다는 것을 단점이라고 부르기 어렵기는 하겠죠. 몇몇 새롭게 알게 된 사실, 그리고 아이디어를 얻은 부분이 없지는 않고요. 풀 컬러로 이루어진 책의 구성과 도판, 디자인도 좋은 편입니다.

그러나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이 정도의 내용이라면 방송으로 보는 게 훨씬 빠르고 유익했을 것 같고, 어차피 깊이 있는 내용을 얻으려면 결국은 제가 언급한 다른 책을 찾아봐야 할 터라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챕터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1부 광고로 본 근대의 풍경"

근대 광고는 다른 책으로도 익히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태동 정착기 - 성숙기 - 쇠퇴기로 3분하여 설명하고 있는 점, 천연당 사진관의 90도로 돌려놓은 기묘한 광고같이 시기별 대표 광고에 대해 "광고 전문가"의 시각으로 설명해 주는 부분은 꽤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식민지 시기 광고에 대해 타자적 욕망 운운하는 결론은 무리수로 보입니다. 시기가 어찌 되었건 광고의 본질은 다 똑같을 테니까요. 식민지 시기라고 다르게 설명할 이유는 없습니다.

"2부 대중음악으로 본 근대의 풍경"

역시나 다른 책에서 본 내용으로 특기할 부분은 많지 않습니다. 트로트와 신파를 엮는 것이 핵심 내용인데 딱히 새롭지 않았거든요. 또 라시도미파의 5음계를 가지고 트로트의 음계가 어떤 것이며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아무래도 TV 같은 매체가 아니면 와닿기 어렵다는 점에서 아쉬웠습니다.

"3부 사법제도로 본 근대의 풍경"

일제시대 때 순사로 대표되는 경찰조직이 강력한 권한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해 주고 있는데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왜 그렇게 "순사"가 공포의 대명사처럼 쓰였는지 알게 되었다는 점도 좋았고요. 결국 비용 문제로 판사와 검사의 수가 적기에 어쩔 수 없었던 측면이 있었는데, '범죄즉결례'라는 것으로 3개월 이내의 형은 경찰이 내릴 수도 있었다는건 처음 알았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소설가 김동인의 단편소설 "태형"과 특정 재판을 예로 들어 설명해 주어서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구성도 마음에 듭니다. 

그러나 이러한 후진적인 당시 체제를 해방 이후 상황까지 이어서 설명해 주는 것은 그닥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제 관심 밖 영역인 탓도 있지만 저자인 김인회 씨의 정치적 배경이 글에 개입된 느낌도 강했기 때문이에요.

"4부 문화재로 본 근대의 풍경"

간송 전형필 선생의 문화재 수집 활동 이야기 외에는 우리나라의 반출된 문화재를 어떻게 하면 잘 회수할 수 있을지가 결론인 내용으로,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와 비슷한 주제입니다. 생각해볼 만한 주제이지만 기대했던 내용은 아닌 탓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5부 미디어로 본 근대의 풍경"

근대 미디어, 그 중에서도 신문과 라디오를 중심으로 설명해 줍니다. 신문의 역사는 국사책에도 나올 법한 내용이 전부라 대단한건 없습니다. 그래도 선조 때 있었다는 "조보"라는 매체가 민간 신문이었다는 저자의 이론은 재미있더군요. 경성방송국 직원이 "미국의 소리" 방송을 몰래 들은 "밀청 사건"도 제 공부가 부족한 탓에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기억에 남고요.

"6부 철도로 본 근대의 풍경"

이수광 씨의 다른 근대 관련 서적은 한 권 읽어보았었는데 문체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더랬죠. 여기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나치게 소설적인, 그리고 과장된 문체로 일관하고 있거든요. 덕분에 다른 챕터와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는 것도 불만스러웠으며, 본인 스스로의 해석이 많이 가미된 것도 영 별로였습니다. 곡산군이 폐허가 된 이유라는 철도 공사 역부 차출에 관련된 민중 봉기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컸어요.

2008/10/11

부랑청년 전성시대 - 소영현 : 별점 3점

부랑청년 전성시대 - 6점
소영현 지음/푸른역사

한창 추리소설로 달리다가 숨을 좀 고를겸 예전에 구입한 자료용 도서를 꺼내어 읽게 되었습니다. 역사관련 도서는 오랫만이네요.

이 책은 부제의 “근대 청년의 문화 풍경”이라는 말 그대로 근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까지의 (주로 1900년대 전후반에서 1920년대에 걸쳐) 조선의 “청년” 들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문화적, 사상적 배경을 분석하여 다루고 있는 책으로, 주제는 크게 근대 청년 / 경성풍경 / 근대화와 여성들 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큰 주제를 지루하지 않도록 단락별로 짤막하게 구성하여 서술하고 있고요. 확실한 것은 최근 1~2년 사이의 "경성붐"에 편성한 책은 아닌, 제대로 된 책이라는 것입니다.

이른바 근대화와 근대적 청년이라는 것에 포커스를 집중하고 있기에 관련 내용이 굉장히 자세할 뿐더러, 해당 시대와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자료로서 소장가치가 충분한 책이기도 합니다. 근대 조선에서의 입신 출세를 위한 조선 유학생의 숫자라던가, 유학생들이 유학을 떠난 학교와 출신 지역은 어디인가 라던가, 근대 조선에서의 이혼율, 여성학교와 재학생 숫자와 같은 통계자료를 비롯하여 다양한 도판 및 인용된 당대의 많은 소설 및 시, 잡지 등의 기고문 등 자료만 해도 한 가득이거든요.

애초에는 창작중인 추리소설 “경성탐정록”을 위한 자료로서 구입한 책으로 재미를 위해 구입한 책은 아니었고, 책 내용도 아주 재미있다고 보기는 어렵긴 합니다. 하지만 인상적이었고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도 적지 않은데, 대표적인 것은 근대 조선에서 에스페란티스토가 많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벽초 홍명희 선생이 에스페란티스토였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고 말이죠. 다음 경성탐정록에는 에스페란토어 암호가 등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외에도 당대 청년들의 근대화 과정과 그들의 내면에 있는 고정관념과 근대화에 대한 딜레마, 예를 들자면 정혼자가 있거나 혼약한 상태에서 근대 교육을 받은 뒤 이혼을 결심하는 과정에 대한 자세한 해설 등도 재미있었습니다.

가격이 제법 되는 편이라 선뜻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별 3개는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자료적 가치가 더 크긴 하지만 예상외의 재미도 느낀 만큼, 사람에 따라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닌가 싶네요.

2014/01/03

일본 근대의 풍경 - 유모토 고이치 : 별점 3.5점

일본 근대의 풍경 - 8점
유모토 고이치 지음, 연구공간 수유 + 너머 '동아시아 근대 세미나팀' 옮김/그린비

"근대 초창기에 여러 가지 문물들이 일본에 언제 도입되었는지, 어떠한 배경으로 도입되었는지 등을 항목별로 2~3페이지 정도를 할애하여 관련된 도판과 함께 소개해주는 일종의 미시사 서적.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1장 정치·경제
페리 내항 / 세관(운조쇼) / 견미사절단 / 견구사절단 / 요코스카 제철소 / 파리 만국박람회 사절 / 이민 / 화족(華族) / 관리 / 이와쿠라사절단 / 오키나와현 / 훈장 / 재판제도 / 지폐료 / 조폐료 / 국립은행 / 위식주위조례 / 시구개정 / 도미오카 제사장 / 기독교 / 징병 / 초지회사 / 원로원 / 자유민권운동 / 신문지조례 / 성냥 / 연설 / 가이코샤 / 세이난 전쟁 / 동상 / 야스쿠니 신사 / 집회조례 / 일본철도회사 / 계엄령 / 관보 / 조약개정 / 내각제도 / 보안조례 / 추밀원 / 대일본제국헌법 / 만세삼창 / 장사 / 아시오 광독사건 / 교육칙어 / 제1회 총선거 / 제국의회 / 구매조합 / 대본영 / 일청전쟁 / 사회주의 / 동맹파업 / 내지잡거 / 일영동맹 / 일러전쟁 / 철도국유법 / 대역사건 / 일영박람회 / 일한병합 / 공장법 / 천황붕어

2장 풍속·사물
가스등 / 간코바 / 고아원 / 구세군 / 권총 / 그림엽서의 유행 / 나체화 / 난로 / 남극탐험 / 냉장고 / 램프 / 무도회 / 미싱 / 박람회 / 백화점 / 비누 / 사진 / 선풍기 / 수도 / 시계 / 시계 2 / 안전 면도기 / 엘리베이터 / 연필 / 오포 / 온도계 / 유모차 / 일루미네이션 / 자유폐업 / 전등 / 제등행렬 / 철제다리미 / 축음기(레코드) / 클리닝 / 토끼의 유행 / 페인트 / 펜·만녀필 / 하이칼라

3장 레저·스포츠·예능
경마 / 노조키카라쿠리(요지경) / 당구 / 동물원 / 메리고라운드 / 보트 레이스 / 볼링 / 수족관 / 스케이트 / 신극 / 야구 / 양악 / 여배우 / 여배우 양성소 / 영화 / 예기의 만박 참가 / 예능인의 해외공연 / 옷페케페이부시 / 워터 슈트 / 테니스 / 파노라마 / 해수욕 / 환등 / 활인화

4장 복식
가방 / 구두 / 모자 / 서양식 머리 / 숄 / 안경 / 양복(남성용) / 양복(여성용) / 양산 / 이발

5장 음식
레모네이드 / 맥주 / 빙수 / 서양요리 / 소고기 전골 / 우유 / 커피 / 통조림 / 포도주

6장 미디어
명함 / 신문 / 인쇄 / 전신 / 전화

7장 교통
도로정비 / 비행기 / 비행선 / 승합마차 / 인력거 / 일전증기 / 자동차 / 자전거 / 전차 / 철도 / 철도마차

8장 직업
경찰 / 군대 / 군악 / 보험 / 부기 / 소방 / 우편 / 치과의학 / 호외팔이

9장 교육
고교생 / 국정교과서 / 대학생 / 도서관 / 박물관 / 박사학위 / 소학생 / 식물원 / 어진영 / 여학생 / 운동회 / 유도 / 유치원 / 중학생 / 체조 / 프랑스어학교 / 화족학교(학습원)

10장 토목·건축
근대공원 / 기상대 / 등대 / 로쿠메이칸 / 료운카쿠 / 벽돌 / 벽돌거리 / 비와호 수로 / 양육원 / 엔료칸 / 온실 / 철교 / 프랑스 기와 / 호텔

11장 위생
종두 / 콜레라 / 페스트

부록
일본의 역사 / 메이지 연표 / 메이지 시대 인물 / 메이지 시대 신문·잡지 / 찾아보기

목차만 보아도 굉장히 흥미롭지 않습니까? 게다가 번역도 깔끔하고 도판이 풍성하여 자료적 가치도 높은 편입니다. 대부분의 도판이 사진 없이 삽화와 그림들(특히 신문인 "마루마루 진문" 삽화의 비중이 높음)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어요. 아.. 저는 이렇게 특정 항목에 대한 것을 요약된 글과 그림으로 설명하는 백과사전처럼 구성된 책이 너무너무 좋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부록입니다. 두꺼운 책의 상당 분량을(거의 1/4 정도?)일본 역사의 개요와 이 책에 등장한 주요 인물들의 약력을 소개하는 데 할애하고 있는데, 분량 낭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일본 근대에 대해 관심 있는 독자가 일본 전체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질 이유도 별로 없을 뿐더러, 등장하는 인물들의 약력은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정 궁금하면 다른 상세한 자료를 찾아보지, 이러한 미시사 서적을 왜 찾아보겠습니까... 원저에도 있는지 궁금하긴 한데, 한국에 번역 출간하면서 덧붙인 것이라면 쓸데없는 삽질이라고 전해드리고 싶네요.

그래도 다른 곳에서 구하기 힘든 정보가 많기에 추천합니다. 별점은 3.5점. 감점요인인 부록을 들어내고 해당 분량에 해당하는 가격을 내렸다면 만점을 줄 수도 있었는데 아쉽습니다.

2015/04/23

조선의 풍경, 근대를 만나다 -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 별점 2.5점

조선의 풍경, 근대를 만나다 - 6점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엮음/채륜서

근대 조선 풍속에 대한 미시사 서적입니다. 저자가 "단국대학교 동양학 연구원"으로 되어 있고 각 항목별로 저자 이름이 명기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근대 조선의 풍속"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연구원들이 작성한 글을 모아 놓은 듯합니다.

크게 세 단락으로 나뉘어 있어 단락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 "조선 풍속기, 하나_ 욕망의 늪에 빠진 근대"

기생, 패션, 화장, 성병 등을 다루는 단락입니다. 납이 포함된 박가분 이야기, 성병에 대한 풍속사적 접근 등 흥미롭지만, 다른 책에서 이미 본 내용이 많아 새롭진 않았습니다. 여성들을 피해자로 보는 시각은 일관되긴 하나, 시대적 배경은 고려했어야 합니다. 당시 시대로는 당연했던 일일 수 있으니까요.

두번째 "조선 풍속기, 둘_ 놀이의 이중성"

신식 장난감이 어떻게 도입되었고,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에 대한 내용은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실린 미두 관련 내용은 주제와 동떨어져 있으며, 특히 반복창(반지로)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책에서 반복되어 온 내용이라 시시했습니다.

세번째 "조선 풍속기, 셋_ 신풍속의 탄생"

신풍속이 어떻게 도입되고 정착했는지를 설명해 주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신식 결혼식, 벚꽃 심기, 어린이날 유래, 크리스마스 도입 등 다양한 사례가 소개되어 있고, 어린이날이 독립운동과 연계되어 일본에 의해 금지되었다는 사실 등 처음 알게 된 내용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나름대로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고, 연구원이 썼지만 논문체가 아닌 대중 친화적인 글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며, 자료 출처가 명확하다는 장점은 큽니다.

하지만 근대 조선에 대한 미시사에 관심이 있어 이미 많은 책을 접해온 입장에서는 새로운 정보가 적고, 도판의 질도 평이했습니다. 또한 풍속이라는 테마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가 끼어 있다는 점, 대표적으로 두 번째 단락의 미두 이야기는 감점 요소입니다. 차라리 세 번째 단락처럼 조선에 없었던 신풍속에 집중했더라면 더 나은 구성이 되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근대사, 미시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만, 유사 도서들과 비교할 때 특별히 두드러지는 부분은 없습니다.

2023/09/02

근대 사물 탐구 사전 - 정명섭 : 별점 3점

근대 사물 탐구 사전 - 6점
정명섭 지음/초록비책공방

근대를 대표하는 사물들 8종에 대해 언제 들어와서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뀌었고, 어떻게 사라졌는지를 추적하여 알려주는 미시사 서적.
대부분 다른 유사 미시사 서적에서 접했던 사물들이지만, 그 시작과 끝을 철저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습니다. 바라보는 시각도 분석적이며 냉철하고요. 도판들도 충실하게 실려있어서 보는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하지만 제가 이런 류의 책들을 워낙 많이 읽은 탓에 중복되는 정보가 많았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무성 영화>>는 <<식민지 조선의 또 다른 이름, 시네마 천국>> 내용과 비슷합니다. 변사 스타일이 여러가지 있었다던가, 장르별로 선호된 변사들이 달랐다는 등 색다른 설명이 있기는 하지만 대동소이해요. 무성 영화가 사라진건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성냥>>은 성냥이 개발된 과정이 오히려 더 중심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근대와는 큰 관계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조선에도 여러 회사들이 있었다 정도인데, 그 회사들도 대부분 일본인이 운영했다니..... 어원이 '석류황'이라는 것만 기억에 남습니다. <<석유 풍로>>는 굉장히 혁신적인 물건이었던건 분명합니다만, 그렇게 근대와 관계가 있는 물건인지 좀 아리송했어요.

그래도 상세하게 소개하는 만큼 기억에 남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노면 전차>>
노면 전차는 서구의 기술과 제도를 받아들여 국가를 개혁시킨다는 광무개혁의 상징과도 같았습니다. 저자는 이는 서구의 시간과 속도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교통수단이 미약하고 시간에 대해 명확한 개념이 없던 시대에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이동하는게 어려웠지요. 시간도 정확히 알 수 없었고요. 그러나 전차는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시간에 도착하는걸 가능하게 해 주었습니다. '시간'에 대한 개념이 더 명확해진 것과 같지요. 그러나 저자는 전차의 첫 노선이 죽은 왕비 (명성황후)의 무덤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점에서 광무개혁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고종은 역시, 개혁 군주로 칠 수 없는 인물임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또 전차가 대한제국에 부설된 시기가 굉장히 빠른 편이었다는게 신기했습니다. 일본에서도 전차는 교토와 나고야에만 있었지 오히려 수도 도쿄에는 없었다고 하네요. 진짜 제대로 개혁만 했어도 뭔가 이루어졌을 시기로 보이는데,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그 외 전차를 타려면 전차표를 썼다는 것, 다양한 할인 정책과 회수권, 정기권 등 여러 형태가 있었다는 등의 디테일도 좋았습니다. 광복 후까지 미제 전차를 도입하면서 노면 전차는 운행되었지만, 궤도를 깔고 전신주를 세우는 등의 절차가 필요없는 버스의 숫자가 증가하는 등의 이유로 결국 사라져버렸다는데, 무려 1968년까지 운행되었다는건 몰랐었네요.

<<재봉틀>>
전 세계 재봉틀 점유율 1위였던 싱거사가 1905년에 한성에 지점을 세우고 할부와 같은 공격적 마케팅으로 조선 시장을 장악했다는 유래담은 신기했습니다. 이렇게 일찍 들어와서 모두에게 알려진 사물이었다는건 여태까지 몰랐었거든요. 세일즈맨과 여성 강사 - 여교사라고 불리운 - 를 한 팀으로 가정집을 방문하여 판매했다는, 당시 시대 상황 - 여성이 바깥 출입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던 - 에 꼭 들어맞는 영업 방식도 인상적이었어요. 역시 세계 1위는 뭔가 달라도 다르네요. 이를 통해 조선 시장을 장악한 싱거사의 조선 지점은 1930년대 이미 200여개에 직원은 2,000명에 달했다고 하니 대단합니다. 판매량도 1937년에는 2만 5,000여대를 팔았는데, 동시기 일본에서 4만여대를 팔았다니 두 나라간 경제력과 인구수를 감안하면 조선에서의 매출은 엄청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요.

<<인력거>>
여러가지 규칙과 조항이 있었다는 걸로 보면 근대적인 탈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현대의 택시와 별로 다를게 없더라고요. 10리 안에는 40전의 기본 요금이 책정되었으며 승차 거부는 금지되어 있었다던가, 인력거꾼에게 영업 허가증을 발급해 주었으며 인력거 주차장도 있었다는 점이 그러합니다.
그리고 1925년 1월에 진남포에서 있었던 기생들의 결의는 눈길을 끕니다. 기생들이 인력거를 타지 않고 걸어서 요리점까지 가기로 하자, 인력거 회사 사장이 이유를 물었습니다. 기생들은 '사람이 어찌 사람이 끄는 인력거를 탈 수 있느냐'고 답했다고 합니다. 기생보다도 인력거꾼들의 사회적 지위가 낮았다는 것, 그리고 기생들이 당대 상당히 진보적인 사고방식을 갖춘 여성들이었다는걸 알 수 있네요.
그리고 인력거꾼은 광복 이후에도 살아남았지만 1961년에 결국 폐지되었다고 합니다. 이유야 여러가지겠지만, 결국 다른 탈 것과의 경쟁에서 뒤쳐졌기 때문이겠지요.

<<축음기>>
유성기라는 명칭의 어원으로 조선인들이 이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알 수 있다는 말에 공감이 갔습니다. 가격을 비롯하여 1932년 <<황성의 적>>이라는 음반이 대략 5만장 쯤 판매된 공전의 히트작이었다는 등의 다양한 정보가 함께 제공됩니다.

<<고무신>>
인천의 이성원이라는 양화점 주인이 전 세계에서 수입된 다양한 신발을 보고 조선만의 독자적 신발을 만들 결심을 한 게 고무신의 시작이었습니다. 1913년 특허받은 그의 경제화는 바닥은 가죽, 서양식 구두와 같은 뒤축에 나머지는 천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바닥을 고무로 만든 경제화도 나왔지요. 이를 모방하여 1921년 이화영이 신발 전체를 고무로 만든 신발을 내 놓습니다. 이는 조선 양반들이 신던 당혜라는 가죽신 모양을 차용하여 거부감이 덜했고, 사람들이 어색해하던 뒤축이 없어서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됩니다. 이화영의 대륙고무회사는 당시로서는 독특한 마케팅도 도입했는데, 하나는 '대장군표'라는 브랜드를 붙여 브랜딩한 것이고, 또 하나는 유명인을 적극 활용한 겁니다. 순종에게 진상하고 이를 홍보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이외에도 정말 많은 정보가 소개되니, 이런 류의 미시사 서적을 좋아하시거나 한국 근대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겁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2017/08/19

매혹의 근대, 일상의 모험 - 김지영 : 별점 2점

매혹의 근대, 일상의 모험 - 4점
김지영 지음/돌베개

부제는 '개념사로 읽는 근대의 일상과 문학' 입니다. 제목과 부제, 대충의 목차만 보고 근대 관련 미시사 서적이라 생각하여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내용은 생각과는 좀 다릅니다. 신문화사와 일상 개념이라는 분야에 대한 학술적인 흐름을 더듬는 "개념사"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앞부분 거의 100여페이지에 달하는 탓입니다.
문제는 전혀 관심이 없는 학문인데다가 내용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재미도 없고요. 이쪽 분야에 관심이 많은 연구원이 아니라면 읽을 이유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도 이 뒤에 이어지는, 문학에 자주 쓰인 몇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시대를 분석하는 부분은 나쁘지 않습니다. "연애", "청춘", "탐정", "괴기", "명랑"이라는 단어들이 근대에 어떻게 도입되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다양한 문학 작품이나 사료를 통해 알려주는데, 개인적으로 관심이 컸던 "탐정"과 "괴기" 두 부분만큼은 기대에 값합니다.
탐정 소설에 대한 당대 지식인들의 기대는 "계몽"이라는 측면, 즉 다방면의 지식에 통달하여야 쓸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이건 심층적인게 아니라 표피적인 것이었다는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은 지금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저 역시 마찬가지라 굉장히 와 닿았습니다. 도판도 괜찮았고요.
또 "괴기" 편에 소개된 다양한 엽기 사건들에 대한 기사와 소설들은 간략한 소개나 인용문만 보아도 - 예를 들어 유기된 상자 안에서 사람의 다리가 발견된 사건이라던가 - 내용이나 진상이 어떨지 무척이나 궁금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항목 외에는 그냥저냥하며, 다른 미시사 서적에서 많이 접했던 내용들입니다. 결국 전체 분량에서 관심이 있고 읽을만한 부분이 1/3에도 못 미치니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17,000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더더욱이요. 게다가 "탐정"과 "괴기"에 관련된 항목 역시 "대중 서사의 모든 것 3 : 추리물"에서 소개한 것들과 별 차이도 없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2012/11/03

꼿 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 - 김태수 : 별점 4점

꼿 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 - 8점
김태수 지음/황소자리

신문광고를 중심으로 근대에 대해 설명하는 미시사 서적.

근대 조선의 생활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큽니다. 그래서 관련된 책을 제법 많이 읽어 왔습니다. 이 블로그에서 리뷰한 것만 열 권이 넘을 정도로요. 그런데 어느 정도 읽으니, 주제와 내용면에서 겹치는게 많이 눈에 뜨이더군요. 주요한 일상생활사를 주로 별건곤에서 인용하는 책들이 많은 탓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명확한 차별화 포인트가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신문광고라는 주제가 아주 좋아요. 당대의 사회상과 관심사를 한눈에 보여주는데 광고만한 것이 또 있을까요? 여러가지 자료를 토대로 해당 광고에 대해 설명해 주는 방식인 덕분에 다른 근대 미시사 서적과 겹치는 주제가 있기는 하지만, 내용면에서 "다르다"라는 느낌을 확실하게 전해줍니다. 각 꼭지별로 상세한 자료조사를 통해 당시 광고를 그대로 보여주는 등, 자료적 가치도 뛰어나고요.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기생|개쌍놈도 데리고 노는 민중화의 세상이라
  • 고무신|강철은 부서질지언정 별표 고무는 찢어지지 아니한다
  • 성병약|화류병은 문명의 병이다
  • 영어|입신의 기초이며 출세의 자본이라
  • 아지노모도|끄내라, 끄내! 밥상 드러온다
  • 과자|포켓트에 너흘 수 있는 호화로운 식탁
  • 산아제한|'가정화합의 벗' 삭구를 아시나요?
  • 전쟁|캬라멜도 싸우고 있다
  • 창씨개명|나의 조선 이름은 촌티가 나서......
  • 영화|촤뿌린씨의 눈물과 웃음, 거리의 등불은 빛난다
  • 자동차|제갈량의 목우유마냐 옥황상제의 용마냐
  • 라디오|문명이 운다 조선의 라듸오!
  • 위생|건전하고 매력 있는 살바탕을 맨드러야
  • 박가분|부인 화장계의 패왕
  • 백화점|백화점 승강긔 바람에 억개가 읏슥하다
  • 술|맥주는, 가로대 자양품이라
  • 커피|양탕국이냐, 독아편이냐
  • 손기정|축! 마라손 왕 손남 양군 만세
  • 전당포|훈장 3원, 요강 50전
  • 바리캉|경제계의 대복음, 이발계의 혁명
  • 양장|유방을 해방하자
  • 포르노그래피|밤의 쾌락을 맛볼랴는 남녀에 권함

목차만 읽어도 너무나 재미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저는 전부 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항목은 "강철은 부서질지언정 별표 고무는 찢어지지 아니한다"라는 현란한 카피가 돋보이는 별표 고무의 광고 등이 실린 고무신, 화류병 (매독) 치료를 위한 다양한 제품의 광고를 선보이며 당시 성병의 전파 경로 등을 고찰하는 성병약, 당대의 피임약과 아들낳는 약 등을 소개한 산아제한, 창씨개명을 위한 개명에 돈을 받은 작명소 광고에서 부터 창씨개명에 대한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창씨개명 등이 있습니다. 전병하라는 농부가 성을 "전농"으로, 이름의 병하를 한자를 바꾸어 일본 발음으로 "덴노 헤이카"가 되었다는 등의 사연이 참 재미있더군요. 현재 두산의 모태인 박승직 상점의 "박가분"이 조선 화장품의 패왕이 되었다가, 연독 (납) 중독이 발견 및 보도됨으로 사멸했다는 내역이 기록된 박가분도 흥미로왔고요.

결론내리자면 최근 읽은 관련 미시사 서적 중에서는 가히 최고라 생각됩니다. 흥미로운 주제, 주제에 대한 소개 및 설명. 충실한 도판 등을 통한 자료적 가치 모두 뛰어나기에 별점은 4점입니다. 근대 조선, 경성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께 강력하게 권해드립니다.

2024/01/28

사라진 근대건축 - 박고은 : 별점 3점

사라진 근대건축 - 6점
박고은 지음/에이치비프레스

여러가지 근대 건축물 중 지금은 사라졌거나, 그 원형을 찾기 힘든 건축물들을 당대 사진과 자료를 통해 알려주는 건축사, 미시사 서적. 

목차는 일제 강점기, 한국 전쟁, 그리고 군사 정권과 발전 국가 시대로 구분하고 있는데, 해당 시기별로 많은 건축물을 일람하며 소개하지는 않습니다. 몇몇 건축물 - 일제 강점기의 조선 총독부 청사 (구 중앙청), 조선 신궁, 반도 호텔과 발전 국가 시대의 자유 센터, 그리고 중앙 정보부- 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이 건축물들이 왜, 어떻게 사라졌는지와 남은 유적과 잔해를 일목요연하게 알려주는 구성을 취하고 있고요. 남산 조선 신궁의 경우, 광복 다음날 일본인들이 주요 건축 부속물 수거 후 일본으로 옮겼고, 남아있던건 한국인들이 파괴했다는걸 알려주는 식입니다. 참배길은 돌계단은 일부가 서울특별시교육청 과학전시관 남산분관 옆으로 옮겨져 남아있다고 하네요.
이 건축물들의 디자인, 양식과 같은 주요한 특징 소개도 상세합니다. 특징적인 곡선 지붕 등 자유 센터를 대표하는 형태는 건물 후면부로, 이는 위정자가 주 출입구로 들어와 건물 후면 내려가는 계단 앞에 서서 건물 후면 아래 광장에 모인 궁중들 위에 군림하는 듯한 효과를 노렸다는군요. 레니 리펜슈탈의 나치 정권 홍보 영화가 떠오르는데, 역시 독재자들이 생각하는건 어디나 다 비슷한가 봅니다.
사진 자료들도 풍성하여 읽는 재미를 더해 줍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건 반도 호텔 영빈관 사진입니다. 일제 강점기 후 이승만 대통령 지시로 외국인 전용 영빈관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호텔을 리노베이션했다는데, 실내 사진이 굉장히 세련되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외 여러 일화에 대한 소개도 많습니다. 반도 호텔은 일본인 대재벌 노구치 시타가우가 조선호텔에 숙박하려다 허름한 옷차림으로 문전박대당한 탓에 조선호텔보다 큰 호텔로 바로 앞에 만들게 되었다는 건설 비화가 대표적입니다.
한국 전쟁 때 인천 상륙 작전을 위해 서울 폭격이 진행되었는데, 이 때 주 일본 대학민국공사 김용주가 맥아더와 면담하면서 폭격에서 보호할 구역을 논의했다는건 처음 알았습니다. 고궁, 남대문, 을지로 지역 정도가 무차별 폭격의 대상이 되지 않은건 이 면담 덕분이겠지요. 다른 건축물들을 보호하지 못했고, 파괴된 건물들도 재건하지 못했던건 지금 시점에서 보면 아쉽지만, 당시 전 세계적으로도 최빈국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 상황으로는 어쩔 수 없었겠지요.

다만 소개 건축물들이 두서가 없고, 중앙 정보부 소개가 지나치게 긴 등 편집의 문제는 있습니다. 도판이 중요한 책인데 도판 인쇄질도 그리 좋지는 않고요. 해상도 낮은 원본 사진을 그대로 사용한 탓인데, 이런 사진은 후보정을 거쳐 보다 선명하게 소개해주는게 좋았을 것입니다.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사라져버린 근대 건축물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책입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3D, 가상 현실처럼 구현한 다큐멘터리로 만들어도 재미있것 같습니다.

2018/12/09

호텔 - 도미타 쇼지 / 유재연 : 별점 2.5점

근대 일본에서 호텔이 형성되는 과정을 당시 분위기와 함께 소개하고 있는 미시사 서적입니다. 

이 책을 통해 근대 일본 호텔의 역사에서는 크게 3개의 키워드가 도출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 그건 바로 외국인과 서구화, 그리고 철도죠.

우선 외국인은 호텔의 역사에서 떼놓고 생각하기 힘듭니다. 최초에 호텔이 생긴 이유도 외국인들 대상의 숙박 업소가 필요했기 때문이니까요. 우리나라만 해도 최초의 호텔로 유명한건 "손탁 호텔" 이기도 하지요. 이후 요리가 유명한 작은 호텔들이 한, 두 개씩 생기다가 정부 주도의 영빈관 호텔이 들어서면서부터 "서구화"가 추진됩니다. 일본이 굴욕적인 불평등 조약을 맺은 이후라서 외교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서구화"를 강하게 추진한게 그 이유로, 당시 도쿄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던 독일인 의사 베르츠는 일본인들이 고유 문화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할 정도였다고 하네요. 이렇게 서구화가 국가의 핵심 과제인 상황에서 외국인 손님들, 특히 영국 황태자같은 외국 왕실 일가가 방문을 하게 되면서 서양식 호텔을 서둘러 건축하고, 이는 각 지방으로 널리 퍼져나가게 됩니다. 천황 일가의 방문도 겹쳐서 더욱 영빈관스러운 분위기를 추구하게 된 것이고요. 아울러 서구화는 단지 건축 양식 뿐 아니라 식사 및 호텔의 각종 운영 방식 모두가 포함되어 서비스됨으로써 전통 "료칸"과 더욱 차별화되게 됩니다. 결과야 어쨌건 결국 이를 통해 서구 문화를 접하게 되었기에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비싼 가격으로 "고급" 이미지가 함께 형성된 건 덤이라 할 수 있겠죠.

이후 각 지역 관광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관광지와 함께 생겨난 호텔이 소개됩니다. 이러한 관광지는 교통 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일본을 대표하는 관광 휴양지 중 하나인 가루이자도 요코가와와 가루이자와 간 아프트식 철도 개통으로 피서객이 급증한게 발전의 가장 큰 이유라네요. 이렇게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숙소가 필요해져 호텔이 속속 도입되게 되었고요. 비슷한 내용은 "에키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철도 회사가 호텔을 운영하기도 하였으며, 심지어 식민지 만주에서는 주요 철도역마다 "만철"이 운영하는 거대 호텔이 들어섭니다. 서구화 단계를 지나선 일본이 식민지 사람들이 외경심을 갖게끔 거대하고 웅장한 호텔을 짓기 위해서였다는데 참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심지어 부산과 경성에 세웠던 호텔마저 소개되니까요. 다행히 이 책의 저자는 식민지에서의 호텔 산업은 식민지 주민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고 쓰고는 있습니다만, 씁쓸합니다.

이 세 개의 큰 키워드를 중심으로 실제로 세워졌던 다양한 호텔들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는게 주요 내용인데 지금은 사진으로 밖에 남아있지 않은 호텔이 대부분이며, 호텔 건설 및 운영에 참여한 인물들 소개는 딱히 관심이 가지 않는 등 조금은 불필요한 내용이 많은건 아쉽습니다.
특히나 여러 인물 소개는 영 별로입니다. 인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탓으로 실제로 뭘 했는지 잘 모르겠거든요. 단순히 호텔을 세우거나 운영한 사람들이 많아서 뭐 이렇게까지 소개했어야 하나 싶기도 했고요. 또 아쿠다카와 류노스케 등 유명 인사에 관련된 에피소드는 재미있기는 했지만 분량에 비하면 소개되는 호텔과 인물이 과한 편이라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에요. 이럴 바에야 이전에 읽었던 "우아함과 탁월함의 역사" 처럼 주요 호텔에 보다 촛점을 맞추어 소개하는게 훨씬 나았을 겁니다.

근대 일본의 분위기, 시대상을 호텔이라는 소재로 잘 드러낸 내용은 마음에 들고 당대 문화(특히 숙박업과 관광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사료적 가치가 크지만 단점도 명확합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래도 나름의 가치는 확실하니 근대 일본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한번 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2015/12/29

부르주아의 유쾌한 사생활 - 이지은 : 별점 4점

부르주아의 유쾌한 사생활 - 8점
이지은 지음/지안

이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의 후속작입니다. 제목 그대로 귀족 이후 시대라 할 수 있는 1800년대 후반 ~ 1900년대 초반에 걸친 부르주아 계급의 문화와 유행을 다루고 있는 문화 – "미시사" 서적이지요.

구도시에서 도시 계획에 의거, 근대도시 파리로 진화하는 ‘현대 도시의 발명 - 모던 라이프’에서 시작하여 총 10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제를 대표하는 당대의 그림으로 시작해서 자세한 자료, 도판과 함께 설명해 주는 구성은 전작과 동일합니다.

차이점이라면 전작은 유명 그림과 그림 속 소품 설명에서 출발하는데, 이번에는 주제가 훨씬 광범위하다는 점입니다. 단순 소품이나 골동품이 아니라 ‘문화’와 ‘시대’ 그 자체 – 파리의 도시 계획에 근거한 정비 사업, 기차 시대의 도래, 백화점의 탄생 등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의 역동적인 변화 – 에 대해 소개해 주기 때문입니다. 왕과 귀족 중심의 예술과 문화가 일반인까지 확대된 시점을 다루며, 그들이 ‘유행’을 만들고 ‘시대’를 중세와 근대에서 점차 현대로 바꾸어 나가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요.

물론 저자의 주특기 분야인 디테일한 소품들 소개도 빠지지 않습니다. 도시 계획에 의해 탄생한 새로운 거주 문화와 함께 당대 유행했던 가구들을 소개하고, 백화점을 설명하면서 당시 백화점 팜플렛 등을 통해 당시 생활 풍습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식으로요. ‘자포니즘’ 항목이 대표적인데 대관절 어떤 경위로 일본 물품이 유행했으며 당대 문화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를 여러 가지 그림, 소품 등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공작새의 방’ 설명이 개중 백미에요. 유명 수집가 레이 랜드의 의뢰로 당대의 유명 화가 휘슬러가 직접 인테리어를 한 방으로, 둘 사이가 틀어진 뒤 지금은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원형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고 하는 후일담까지 모두 재미있었어요. 도판만 보아도 아주 근사하던데 꼭 한번 실물을 보고 싶어집니다.

또 우리에게도 친숙한 그림들이 대거 등장하여 설명을 돕는 것도 아주 좋았습니다. 르느와르의 "보트 파티에서의 오찬"이라든가 "라 그르누이에르"가 기차 시대의 개막과 엮여 소개되는 식으로요. 주말 휴양지에서의 여흥은 기차가 개통되어 파리 외곽이 유원지로 개발된 시대상과 맞물린다는 것인데, 이러한 내용을 이만큼 잘 알려주는 도판이 따로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거든요. 교과서에 도입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당시 여성들에 대해 서술하면서 마네, 드가, 로트렉의 작품을 통해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만든 ‘인상파 여자를 그리다’ 항목도 마찬가지입니다. 작품들이 친숙해서 설명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느낌일 뿐더러, 당대의 섹스 심벌이라 불렸던 메리 로랑의 일대기나 "나나"의 모델 발테스 드 라 비뉴 등의 일화는 너무 재미있어서 말 그대로 지하철 정거장을 지나칠 정도였어요.

그 외 식당 문화 소개 부분에서는 어떻게 현대 프랑스 요리가 탄생했는지, 당시 어떤 요리가 서비스되었는지, 식문화는 어땠는지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으며, 백화점, 만국박람회는 그야말로 소개 정도에 그치지만 소재가 흥미로워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울러 백화점 여직원들의 가혹한 근무환경, 만국박람회의 한국관 같이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가 섞여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요.

책의 편집도 아주아주 마음에 듭니다. 근거가 되는 참고 도판이 글의 설명과 분리되지 않고 어떻게든 한 장에 구성되어 있거든요. 덕분에 페이지를 넘기지 않아도 됩니다.

프랑스 중심으로만 서술된 근대 역사라는 한계는 분명 존재할 테고, 마지막 항목인 ‘19세기의 종언 카몽도’는 드라마로서는 재미있지만, 책의 주제와는 동떨어진 내용이기는 합니다. 일부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요.
그래도 재미와 자료적 가치 모두 뛰어난 책임에는 분명해요. 미시사 서적이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걸까요? 별점은 4점입니다. 이런 책을 소장해야지, 안 그러면 무슨 책을 소장하겠습니까.

2017/08/11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 3 : 추리물 - 대중서사장르연구회, 박유희 외 : 별점 3점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 3 : 추리물 - 6점
대중서사장르연구회.박유희 외 지음/이론과실천

한국 영화, 소설, 드라마 등의 매체에 등장했던 추리물의 역사에 대해 개략적으로 정리하여 알려주는 인문학, 문화사 서적입니다. 

"아랑 전설"에서 밀양 부사가 빨간 깃대를 흔들고 가는 아랑에 대해 꿈꾼 후, 범인이 '朱旗'라는 사람임을 가리킨다는 것을 깨닫는다는 이야기, 암행어사 박문수 설화에서 '한각사중계월침, 붕월반월원무심'이라는 점 글귀의 뜻 풀이 같은 것이 소개되는 등, 고전 설화와 각종 야담, 역사서 등에 등장했던 추리 서사부터 소개하고 있기에 그 양과 깊이가 실로 방대합니다.

근대적인 추리 소설, 즉 '정탐 소설'이 처음 등장한 "쌍옥적" 이후의 자료는 더욱 풍부합니다. 처음 알게 된 건 "쌍옥적" 시기에 발표되었던 "박쥐우산"이라는 작품입니다. "르루주 사건"을 번안한 "누구의 죄"를 표절한 느낌이지만, 소개를 보니 범행 동기와 범인 설정을 당시 국내 실정에 잘 맞도록 나름 개선, 발전시킨 부분이 있는 덕분에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근대 초기에 셜록 홈즈와 같은 정통파 추리물이 아니라 '에밀 가보리오'의 프랑스 소설이 유독 인기를 끌었다는 점도 꽤나 흥미로왔고요.

아울러 근대에 추리 소설이 번안되어 소개되면서 이른바 '탐정 소설'이 높은 수준의 독서력을 가진 독자들이 읽는 지적인 작품으로 어필했다는 것도 신선했습니다. 추리 소설이 항상 싸구려 문학의 대명사로 알려진 80년대 이후를 살아온 저에게는 이해가 안되는데,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기도 합니다. 독서라는 취미 자체가 어느정도 지적 수준이 있는 계층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졌을테고, 그 중에서 추리 소설은 트릭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과학적인 지식이 뒷받침 된 이해력이 필요하니까요. 근대에는 그러한 독자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었겠지요.
이렇게 초창기 추리문학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아주 괜찮은 듯 싶어 무척이나 부러웠습니다. '정탐', '탐정'이라는 단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되었던 당대 분위기를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어요. 인용되는 자료들을 보니 각종 신문 기사 헤드라인에서 이 단어들을 찾아보는 것이 어렵지 않을 정도더군요.

그러나 이러한 요소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됩니다. 대구에 사는 한 소년이 10세 아동을 납치 살해한 후 협박장을 보냈다는 기사가 대표적이에요. 범행도 충격적이지만 이 소년이 '탐정소설만 매일 탐독'했다고 소개되거든요. 이렇게 탐정소설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상식이 널리 퍼지게 되는 것이죠. 가슴아프게도 이러한 부정적 인식, 앞서 말씀드린 물질 문명에 대한 부분, 거기에 '그로(그로테스크)'로 대표되는 새로운 유행의 결합 등으로 한국 추리 문학이 서서히 선정성, 엽기성이 강조된 싸구려 펄프 픽션화하는 과정이 해방 이후 현대에 걸쳐 상세하게 소개됩니다.
아울러 지적인 영역, 논리적 추론과 과학적 수사 외에도 서구 물질 문명의 유혹 역시 지식인들을 끌어당기는 요소였다고 하는데, 이 역시 후대에 좋지 않는 영향을 끼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지적인 영역이 아니라 물질 문명에 대한 부분만 확대, 발전해 버린 탓입니다.

그래도 저도 익히 알고 있는, "최후의 증인"이라는 기적으로 대표되는 김성종 시대에서 현재(이 책이 발표된 2010년 기준)까지 이어지는 과정의 마지막 부분 덕분에 아직 한국 추리 문학에 희망이 있구나! 싶은 생각을 들게 만들어 줍니다. 한국 추리문학의 미래로 "경성탐정록"이 소개되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경성탐정록"이야 말로 한국 현대 추리문학이 이룬 놀라운 성취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선정성, 엽기성이 사라지고 정통 추리 서사에 기반한 본격물이라는 점에서, 원점에 회귀한다는 측면은 분명히 있죠. 이를 '일제 강점기'를 무대로 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 추리문학의 역사 그 자체를 상징하기도 하고요(반은 농담인거 아시죠?).

"경성탐정록" 외에도 고전에서부터 근대, 현대에 이르는 추리 문학 발전 와중에 등장한 수많은 작품이 소개되기 때문에 눈길을 끄는 작품도 적지 않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일제강점기 후반 친일 문학의 홍수 속에서도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추리 서사를 보여주는 김동인의 "수평선 너머로", 친일 문학이기에 다시 읽을 가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서사면에서는 흥미로와 보이는 김내성의 "태풍", 해방 후 추리 문학계의 1인자였다는 방인근의 작품들(그 중에서도 사립탐정 장비호 시리즈), 허문영의 번개 탐정 시리즈가 있습니다. 아쉽게도 방인근, 허문영의 작품들은 소개만 보아도 앞서 말씀드린 펄프 픽션들에 다름없기에 구태여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방인근 작품들에 등장하는 해방 이후 주요 설정들 - 일본인이 해방 후 강제로 쫓겨가며 챙기지 못했던 재산을 되찾으려고 한다던가, 국가 혼란기에 국보를 훔친다던가 등등 - 은 한번 연구해 보고 싶어집니다.

이러한 추리 문학 뿐 아니라 추리 문학을 기반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의 흐름 및 주요 작품의 소개 또한 책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데, 이 역시 읽어볼만 합니다. 007 시리즈의 여러 모방작들 등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거든요. 스파이물, 액션 스릴러, 느와르 등 다루는 폭도 넓고요. 제가 관심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이쪽 분야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놓치시기 힘들 내용들이었어요.

그런데 소개되는 작품들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은건 단점입니다. 기껏 흥미를 자아내는데, 정작 내용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으니 답답할 수 밖에 없지요. 지금 구하기 쉬운 작품들도 아니니까요. 도판도 부실한 편이고요.

그래도 얻은 것이 훨씬 많은 독서였습니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3만원이라는 가격도 마음에 들고요. "조선의 탐정을 탐정하다"가 식민지 시대 추리 문학에 집중하고 있다면 이 책은 다루는 폭과 기간이 훨씬 넓다는 차이가 있기에 비교해 읽는 재미도 괜찮습니다. 읽기 전에는 내가 아무리 추리 애호가지만 이런 것 까지 찾아서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이 정도면 모든 추리 문학, 장르 애호가분들께 권해드릴 만 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23/08/06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관람

지난 달의 '젊은 모색 2023' 전시회에 이어, 이번 달에도 국립 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관람하였습니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입니다.
동산방화랑의 설립자 동산 박주환이 수집하고 그의 아들 박우홍이 기증한 작품 209점 중 90여점을 선별하여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재조명하고 있는 전시입니다.

주로 한국화 중심으로, 근대에서 현대까지의 한국화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남종 화단의 명맥을 이었다는 허백련의 그림을 비롯하여 김은호, 이상범, 박승무, 이용우, 최우석 등의 산수화나 매화도 등은 익히 알고 있던 조선시대의 그림 바로 그것입니다.
노수현의 <<추경>>은 공들인 인왕산의 바위 암벽 묘사가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이었어요.
근대 회화라 그런지, 의외의 디테일도 재미있었습니다. 아래의 이용우의 작품 속 작은 인물과 같이요. 이런 디테일들이 쌓여 다름 단계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렇게 나무들을 '마계'의 식물들처럼 묘사한 이유가 조금 궁금해지더군요. 이용우의 작품 외에도 아래와 같이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마계의 식인 식물같은 나무들이 눈에 뜨였거든요. 조금 손을 대고 가공하면 현대적인 게임 일러스트로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준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근대 초기를 넘어, 중기 이후 작품들이 이어지는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건 운보 김기창의 <<매>> 였습니다. 상당히 큰 그림인데, 먹의 농담만으로 표현된 배경, 큰 붓의 움직임으로 표현한 나무와 깃털, 거기에 엄청나게 디테일한 매의 얼굴 묘사가 잘 어우러지는게 아주 멋졌습니다. 거장이 왜 거장인지를 알려주네요.
운보 김기창이 아니더라도, 아래와 같이 디테일한 부분에서 서양화에 뒤지지 않는 작품들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한국화의 저력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한국 전쟁 이후, 현대로 접어들면서는 서양화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도 많이 등장합니다. 동양화의 번짐과 같은 효과로 원근법, 일렁이고 출렁이는 물과 바람을 표현한 아래의 작품들은 한국화임에도 굉장히 현대적으로 보입니다.
현대적인 한국화라면 빼 놓을 수 없는게 아래의 <<신몽유도원도>>였습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현대적으로 재 해석한 작품이라는데 마크 로스코의 작품에 뒤지지 않는 원색적이면서도 오묘한 색 표현이 아주아주 빼어나다고 생각되거든요. 영화 <<바비>>에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을, 핑크핑크하면서도 현대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상당히 유명한 시리즈라는게 충분히 이해되더라고요. 저도 한 점 걸어두고 싶을 정도였어요.
전형적인 산수화 스타일이지만 거친 마띠에르를 느낄 수 있는 <<북한산>>도 또 다른 현대적 한국화이면서도, 제 마음에 쏙 든 작품입니다. <<신몽유도원도>>가 다소 여성적이라면, 굉장히 남성적인 작품이라서 두 작품을 같이 전시하면 여러모로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외에도 좋은 작품들이 많아서 굉장히 눈이 즐거웠던 전시였습니다. 한국화에 애정이 깊은 컬렉터가 엄선하여 수집한 작품들이라 그런지, 확실히 남다른 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딱 한가지, 한국화임에도 불구하고 액자로 설치된 작품이 많았다는건 좀 아쉬웠습니다. 아무래도 조명이 반사되는 탓에, 온전히 그림을 감상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는 유리없이 감상하고 싶네요.

2018/09/16

역사를 만든 백가지 레시피 - 윌리엄 시트웰 / 안지은 : 별점 2.5점

역사를 만든 백가지 레시피 - 6점
윌리엄 시트웰 지음, 안지은 옮김/에쎄

제목 그대로 특정 역사를 대표하는 요리사 - 미시사 서적입니다. 레시피 소개에 이어, 해당 레시피가 어떤 역사를 만들었는지 여러 페이지에 걸쳐 설명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당연하겠지만 상상 속 레시피는 아니며 모든 레시피가 명확한 근거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레시피인 고대 이집트의 빵은 룩소르 세네트 묘실 벽 기록이 근거이며, 두 번째인 바빌로니아의 카나수 수프는 설형문자 점토판이 출처라고 하네요.

레시피만 보면 이게 뭔가 싶기도 한데, 읽어보면 "역사"를 만들었다는 제목에 수긍이 갑니다. 인류사, 아니면 최소한 요리계에 영향을 준 것들 중심으로 수록되어 있는 덕분입니다. 고대 로마 카토의 햄 레시피는 그 자체가 특별한건 아니지만 이를 '염장 보관' 과 연결하여 그 중요성을 드러내며, 로마 문화의 절정은 소스가 가장 맛있었던 시대였다는 해석처럼 설명도 아주 그럴듯합니다. 소개되는 소스는 후추, 로바지, 파슬리, 말린 박하, 회향, 포도주에 적신 꽃, 구운 견과류나 편도 열매, 소량의 꿀, 포도주, 식초를 섞은 수프를 가열하여 휘젖다가 녹색 셀러리 씨와 개박하를 넣는 소스인데, 이 정도의 재료를 갖추어 요리할 정도의 문명이라면 대단히 번성한건 분명할테니까요.
그 외에도 샌드위치가 이동이 잦아진 시대에 유행했다는 해석, 키치너 박사의 레시피와 책을 통해 영국의 쓸데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거추장스러운 형식주의를 드러내고, 카렘의 유명한 과자 레시피로 프랑스 요리의 화려함을 극명하게 알려주는 등 볼거리가 많습니다.
레시피를 통해 새로운 식재료가 전파된 것, 그리고 요리가 국가와 대륙 사이로 이동이 이루어 졌다는걸 당대 문화 교류사와 엮어 설명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초콜릿의 전파와 식민주의를 연결하는게 대표적인 예이고요.

근대 이후는 라디오 방송에서 시작된 쿡방으로 레시피가 널리 알려지고, 전자 레인지로 대표되는 여러 도구들의 도입을 통해 획기적으로 식생활이 변하는 과정, 전쟁 당시 배급제로 빚어진 열악한 레시피들, 풍요의 시대를 거쳐 즉석 식품의 유행, 그리고 방송과 언론, 미슐랭 가이드를 통해 연예인 수준의 유명인이 된 셰프들의 등장, 각종 먹거리의 범람에 대한 반동과 환경 운동으로 등장한 채식주의와 슬로 푸드 운동, 인터넷과 앱으로 매체가 변하고 마지막에는 다시 중세의 레시피 재해석 소개로 마무리됩니다.
절대적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실제 역사의 흐름과 요리, 레시피가 특별한 해석 없이도 대부분 일치하고 있다는게 재미있어요. 브리아 샤바랭의 말 처럼 "무엇을 먹는지"를 통해 그 사람과 시대를 알 수 있다는 뜻이지요. 그나저나, 다시금 중세 요리로 복귀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라면 중세의 그 으리으리하고 시끌벅적했던 쇼와 같은 만찬이 다시 등장하지 말라는 법도 없겠네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직접 연출을 지휘하기도 했다는 르네상스 연회는 항상 궁금했었는데, 곧 실제로 보게 될 지도 모르겠어요.

이렇게 세계의 역사와 밀접하게 연관된 레시피를 다루고 있기에 당연히 범위도 넓습니다. 고대의 경우는 중국을 포함해 모든 고대 문명의 레시피가 수록된건 물론이고 역사적으로도 고대 - 중세를 거쳐 타이방 이후 체계를 갖추는 과정, 중세 이후 근대, 현대, 그리고 지금 현재까지를 대표하는 레시피가 소개됩니다. 타이방과 카렘에서 줄리아 차일드, 제이미 올리버 등 유명 셰프들의 레시피도 많으며 지금도 널리 알려져 있고 많이 먹는 에그 베네딕트, 흘렌다이즈 소스, 피치 멜바 등 친숙한 요리 소개도 반가왔어요.

하지만 주로 "영국" 기준으로 쓰여진건 아쉬웠습니다. 세계사와 관련된 요리를 다루는 것도 앞부분의 잠깐일 뿐 결국 영국의 요리, 영국의 요리사, 영국의 식당이 관련된 레시피 비중이 높은 탓입니다. 근대 이후에는 동양권 요리는 찾아보기도 힘들고요. 그리 큰 비중은 아니더라도 일본의 제국주의의 시작과 "고기 감자 볶음" 정도는 연결해서 설명해줄 만 했을텐데 말이지요.
그리고 번역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읽기 쉬운 글도 아니었습니다. 도판이 부실하여 글만으로 요리와 그 맛에 대해 상상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딱딱하고 단순한 번역투 문체가 상당히 거슬렸어요.
아울러 정말로 역사적인 레시피이냐? 라고 할 때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레시피도 제법 수록되어 있다는 점도 약점이에요. 어떤 역사를 대표한다거나, 요리 역사에 있어서 변곡점이 되었다거나 하는 레시피가 많은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기획 자체의 아이디어는 좋고 소장 가치가 있는 단락도 있지만 600페이지 가까운 분량 모두가 흥미롭지는 않습니다. 요리와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괜찮지만, 재미가 있는 책은 아닌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13/01/15

그림으로 읽는 한국 근대의 풍경 - 이충렬 : 별점 3.5점

그림으로 읽는 한국 근대의 풍경 - 8점
이충렬 지음/김영사

구한말(1800년대 후반)부터 6.25 직후(1950년대)까지 시기에 그려진 한국 근현대 관련 그림을 소개하면서, 그림에 얽힌 역사적 사실과 에피소드를 풀어놓는 식으로 구성된 근현대 미시사 서적.

개인적으로는 풍경화로 설명해 주는 당시 시대상이나 문물 이야기보다는, 인물화 이야기 쪽이 더 흥미로웠습니다. 예를 들자면, 엘리자베스 키스가 그린 "민씨가의 규수" 그림을 통해 그림의 주인공 민용아가 덕혜옹주가 일본으로 떠날 때까지 함께 공부한 옹주의 소꿉친구라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덕혜옹주의 학창 시절과 기구한 말년을 살짝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식입니다.

모두 27개의 주제 중 특기할 만한 것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누가 마지막 황후의 눈물을 닦아줄 것인가?"

그림 : 엘리자베스 키스의 "궁중 예복을 입은 공주"

이 그림의 주인공은 유억겸(유길준의 아들)의 부인인 윤희섭일 것이라는 추정. 황후의 동생이기에 영문 제목에 Princess라고 명기하였을 것이라고 하는데, 일리가 있어 보이네요. 그리고 윤희섭의 언니인 순정효황후와 그녀의 아버지인 조선 제일의 빚쟁이 '채무왕' 윤택영의 파란만장한 일생사, 순정효황후의 마지막 가는 길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데, 에피소드들 하나하나가 무척 재미있고 새로웠습니다. 순정효황후가 한국전쟁 때 피난을 가지 못해 인민군에게 둘러싸였지만 "내가 조선의 국모"라고 호통을 쳤다는 것 등은 처음 알게 된 내용이었어요. (인민군 입장에서는 처단 대상 1순위이기에 신뢰성은 떨어지지만...)

"조선의 도공이여, 고려청자의 비색을 재현하라"

그림 : 폴 자쿨레의 "도공"

내용은 식민지 시기 일본에서 청자가 유행한 뒤, 조선시대 명맥이 끊겼던 고려청자를 재현하기 위해 홀로 노력한 해강 유근형의 이야기입니다. 장인의 집념이 느껴지는 이야기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모던걸 변동림과 천재 시인 이상의 뜨거운 사랑"

그림 : 구본웅의 "친구의 초상"

구본웅이 그린 아주 유명한 이상의 초상화와 함께, 구본웅의 배다른 이모 변동림과 이상의 뜨거운 사랑과 결혼, 그리고 이상 사후 변동림이 김환기와 다시 사랑에 빠져 개명까지 불사하며(김향안으로 바꿨다고 하네요) 결혼에 골인했다는 후일담을 그리고 있습니다. 변동림에게 이런 사연이 있는지 처음 알았네요. 지금 드라마로 만들어도 그럴듯한 이야기가 될 것 같은, 정말로 뜨거운 사랑 이야기 아닐까요?

"근대의 불치병 결핵과 크리스마스 실 운동"

그림 : 운보 김기창과 엘리자베스 키스의 크리스마스 실 도안들

크리스마스 실의 도안과 함께 우리나라 결핵 박멸을 위한 셔우드 홀의 노력이 펼쳐집니다. 무엇보다도 1940년 도안이 일본의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검열에 걸려 수정했다는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6.25 동란의 참상과 시대상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인도교가 끊긴 뒤 피난을 가지 못한 시민들이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부역을 하였는데, 수복 이후 부역 정도에 따라 처단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일화(피난 가지 말라는 정부의 말을 듣지 않은 시민은 살아남고, 정부의 말을 들은 시민은 처단당한다?)라던가, 벽초 홍명희, 무희 최승희의 일생과 월북 이후 후일담을 관련된 그림과 함께 알려주는 부분 등이 좋았습니다. 그림을 그린 화가들에 대한 깨알 같은 소개도 마음에 들었고요.

각종 사료들(신문기사 등)도 디테일하게 실려 있어서 자료적 가치도 아주 높고, 도판의 질도 우수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3.5점입니다.

참고로, 4점에서 0.5점 감점한 이유는 16,000원이라는 가격 탓입니다. 그림 때문에라도 풀컬러 인쇄가 필요했을 테고, 덕분에 가격이 비싸진 건 당연하지만, 너무 비싸긴 비싸네요. 요즈음은 정말 책 한 권 선뜻 사기도 겁나는 세상입니다. 아, 춥다...

2012/12/18

사라진 직업의 역사 - 이승원 : 별점 3점

사라진 직업의 역사 - 6점
이승원 지음/자음과모음(이룸)

조선과 대한제국, 일제강점기에 걸친 근대 초기에 생성되었으나 지금은 사라진 9개의 직업의 흥망성쇠에 대해 다룬 인문 교양, 미시사 서적입니다. 소개하고 있는 9개의 직업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소리의 네트워커, 전화교환수
2. 모던 엔터테이너, 변사
3. 문화계의 이슈 메이커, 기생
4. 이야기의 메신저, 전기수
5. 트랜스 마더, 유모
6. 바닥 민심의 바로미터, 인력거꾼
7. 러시아워의 스피드 메이커, 여차장
8. 토털 헬스 케어? 물장수
9. 메디컬 트릭스터, 약장수

목차만 보아도 너무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저는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단순히 어떻게 생겼고 어떤 과정을 거쳐 사라졌는지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당시 자료들을 통해 실존했던 인물들과 그에 얽힌 에피소드도 풍부하게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이 중에서도 당대 최고의 변사였으나 유성영화 도입과 마약 중독으로 몰락한 변사 서상호에 대한 이야기와 "물장수"에 대해 다룬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서상호 이야기는 그간 궁금했던 점을 시원하게 긁어준 느낌이 들었어요. 중간중간 실려 있는 실제 변사의 대사(서상호의 "암굴왕" 등)도 좋은 참고가 되었고요. 아울러 물장수 관련 이야기는 다른 어떤 책에서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자세하게 실려 있어서 좋았습니다. 물장수들의 조합에서부터 물을 어디서 퍼 왔는지, 수도가 생긴 후 어떻게 되었는지 등… 그야말로 흥망성쇠를 잘 다루어주고 있으니까요.

또 "경성탐정록"의 첫 단편인 "운수 좋은 날"의 주요 설정 중 하나가 인력거꾼이었기에 관련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었는데, 이 책을 보니 "경성탐정록"의 시대적 배경인 1930년대에는 인력거가 이미 거의 사멸한 상태였더군요. 고증에 더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기는 합니다. 근대, 특히 일제강점기에 집중된 이야기일 것으로 기대했는데, "전기수"와 "유모"에 대한 이야기는 보다 이전 시대 이야기라 기대와는 좀 달랐다는 점을 먼저 들고 싶네요. 단점이라고 하기는 좀 뭐하지만, 확실히 예상과는 달랐어요. 특히 "전기수" 이야기는 내용과 자료적인 가치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도 했고요.
"약장수" 편은 실제 약장수 이야기보다는 양약의 도입과 약 광고가 중심이 되었기 때문에 책의 주제와는 조금 동떨어져 있습니다. 실제 약장수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짤막하게 다루는데 그치니까요.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자세하게 약장수에 대해 소개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깁니다.
아울러 도판 등 자료적인 부분에서 다른 유사 도서에 비해 부족함이 느껴지는 것도 단점이었고요.

이러한 약간의 단점 때문에 별점은 3점입니다. 그래도 재미와 자료적 가치 모두를 갖춘 책으로, 근대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2020/02/29

광고로 보는 근대문화사 - 김병희 : 별점 2점

광고로 보는 근대문화사 - 4점
김병희 지음/살림

살림 지식 총서 501입니다. 제목 그대로 근대 신문 광고 분석을 통해 당시 문화를 조망해 본다는 취지의 문화사, 미시사 서적이지요.

살림 지식 총서치고는 두꺼운, 14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도 좋지만 다방 광고를 통해 당시 (1911년) 다방에서는 소라와 전복까지 팔았다는 소소한 정보를 비롯하여, 미술관이나 도장 가게의 광고는 현재와 사뭇 다르기도 하면서도, 시대상과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었습니다. 권번 기생 연합이 봉사료를 신문에 광고로 개제한 것 역시 마찬가지고요. 당시에는 기생이 당당한 직업이었다는 뜻이니까요.
신문 광고를 통한 사기극 역시 흥미로왔습니다. 10원을 투자하면 월 100원을 벌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30전을 보내면 알려주마!라는 광고로 이런 사기의 전형적인 모습이지요. 과연 얼마나 현혹되었을지 무척 궁금합니다.
그 외에도 '순수한 처녀의 피 (?)'라는 놀라운 카피의 포트 와인 광고나 콘돔 광고 등도 인상적이었으며, 미국 의학박사로 한국에 와서 간호사 양유식과 사랑에 빠졌지만 그녀의 죽음 후 순애보를 이어갔다는 '어을 빈'의 이야기는 더 찾아보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도판과 출처, 번역도 꼼꼼하여 자료적 가치도 높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광고를 기반으로 문화를 조망한다는 취지의 다른 책들에 비해 더 나은 점이 많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자의 의견이 많이 개입된 탓이 큽니다. 그것도 당대 문화에 대한 의견보다는 현대 세태 등에 대한 개인 의견들이 많아요. 이래서야 책 취지에는 영 걸맞지 않지요.
뒤로 가면 갈 수록 이러한 개인 의견 추가가 많아지는데, 특히나 해방 이후가 심합니다. 고려교향악단 정기연주회 광고를 통해 타악기의 결정적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원자력 책 광고를 소개하면서 지금의 원자력에 대한 인식을 논한다는 식으로요. 이래서야 역사서보다는 에세이에 가깝겠죠.
어머니와 아이의 일러스트를 크게 선 보인 광고를 소개하며, 지금의 '미니미 룩' 같다는 언급은 억지스러웠으며 저자의 말장난같은 글도 지나칩니다.

또 다른 유사 도서들과는 다르게 디자인에 포커스를 맞춘다던가, 재미있는 카피나 광고 문구에 주목하는건 좋지만, 이러한 내용이 별다른 카테고리 분류없이 단순 시대 흐름대로 두서없이 등장하는 건 아쉬웠어요. 차라리 '재미있는 광고 문구들', '시대를 앞서간 디자인' 등과 같이 명확히 주제 구분을 해 주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말이죠.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정보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살림 지식 총서 대부분이 이 정도 수준에 그치는데, 앞으로는 구해 읽어보지 않을 생각입니다.

2020/02/02

그림엽서로 본 일본 근대 - 도미타 쇼지 / 유재연 : 별점 3점

그림엽서로 본 일본 근대 - 6점
도미타 쇼지 지음, 유재연 옮김/논형

1년여 전, "호텔"이라는 미시사 서적으로 접했던 도미타 쇼지의 또다른 미시사 서적입니다. 제목 그대로 메이지~다이쇼~쇼와 시대 일본의 그림 엽서들을 통하여 당대의 이슈, 인물, 유행과 명소 등을 조망하고 있습니다.
각 소재별 그림엽서 도판과 해당 그림 엽서에 보여지는 장면에 대한 소개가 한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서론과 이런저런 대표 그림 엽서들을 컬러로 수록한 초반부를 지나서 1853년, 가에이 6년의 페리 제독 내항에서부터 본격적인 조망이 시작됩니다.

그 뒤 내용들은 실제 시간 흐름과 동일한 연대순입니다. 역사적 사건보다는 인력거 제조와 영업 허가, 신식 우편제도의 시작, 오사카에 설치된 조폐료, 육군성과 해군성 발족, 철도 개통, 군복을 입은 천황 등으로 이어지는 식으로 생활 밀착형 주제를 많이 다루고 있다는게 눈에 띄고요. 특히 많이 소개되는 것은 여러가지 새로운 건축물들입니다. 전작에서도 소개했던 호텔들은 물론이고 신식 다리, 각종 정부 기관 건물이나 역사, 박물관과 조선소, 세관 등 주요 건물은 거의 빠짐없이 다룹니다. 아무래도 당대 보기 힘들었던 '최첨단' 건물이 그림 엽서로 사용하기에 적합했기 때문이겠지요. 유명 명승지 사진이 수록된 관광 안내 책자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한 페이지씩 넘겨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모두 일본의 건물이고 역사이기는 하나 친숙한 지명이나 장소, 건물 등이 간혹 등장하며, 이에 대한 정보들 역시 꽤 흥미로왔습니다. 예를 들자면 지금도 피서지로 유명한 가루이자와가 피서지로 발전하게 된 건 캐나다 출신의 선교사 알렉산더 C.쇼와 영어 교사 제임스 M. 딕슨이 방문한게 계기라는 것 처럼요. 가루이자와가 피서지로 적합하다 생각한 쇼가 가루이자와에 별장을 갖춘 교회를 지은 뒤, 외국인들에게 가루이자와를 널리 알려 유명해졌다고 하네요.
메이지 시대인 1900년대 초기의 긴자 거리와 아사쿠사의 풍경,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유원지 하나야시키의 개장 모습 등도 지금과 비교해 보면 재미있는 자료들이며 그 외 다양한 박람회라던가, 라디오 방송의 시작과 같은 사회 뉴스도 잘 알 수 있습니다.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는 오페라 가수 후지와라 요시에, '아래향'으로 유명했던 일본계 가수 리코란 (이향란)의 엽서도 흥미로왔습니다. 사할린과 대만, 조선과 같은 당시 일본 식민지에 관련된 엽서도 많지는 않지만 충실히 수록된 편이고요.

이처럼 새로운 신문물이나 유행 관련된 엽서가 대부분이지만, 도고 헤이하치로나 히로세 중좌와 같은 전쟁 영웅들과 러일 전쟁 관련 엽서들, 다양한 개선문에 관련된 엽서들, 만주 점령 당시의 엽서 등 극우화되며 전쟁으로 치닫는 일본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엽서들을 통해 당시 분위기도 여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메이지, 다이쇼 천황의 사망이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엽서들에서는 천황의 신격화도 잘 알 수 있었고요. 그 외에도 도판이 풍부하며, 글의 양도 많지 않아서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흥미 위주, 재미 위주가 아니라면 그렇게 큰 자료적 가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일본과 그 주변국의 근대 시대 상황에 대해 깊은 관심이 없다면 크게 찾아볼 필요는 없는 책이죠. 저는 이 시기에 항상 흥미를 가지고 있기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17/01/16

저잣거리의 목소리들 - 이승원 : 별점 3.5점

저잣거리의 목소리들 - 8점
이승원 지음/천년의상상

100년 전 주로 대한민보에 실렸던 시사 만평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전해주는 미시사 서적...으로 알고 읽었는데, 의외로 시사 만평의 비중은 크지 않았던 책입니다. 하지만 굉장히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이유는 이 책을 통해 소개되는 100년전 대한제국의 모습이 현재 시점의 대한민국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당과 점쟁이 이야기로 시작되는 제 1장부터가 그러합니다. 피난가던 명성황후의 환궁일을 맞춘 무당 진령군과 이를 이용하여 사기를 쳐 먹은 점쟁이 이유인, 그리고 명성황후가 빙의되었다고 굿을 하고 나중에는 이토 히로부미를 존경하여 추도회를 거행한 무녀 수련이 차례로 등장하는 내용인데, 무당, 점쟁이가 국가 권력을 등에 업고 세도를 부린다는건 최근에 많이 들은 이야기니까요.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이 며느리와 불륜을 저질렀다와 같은 고관대작 매국노들의 스캔들을 다룬 두번째 장 '스캔들' 역시나 마찬가지입니다. 기시감이 느껴질 정도에요.

5장 '통변'에서는 유명한, 고종의 커피에 독을 탔던 사건이 소개됩니다. 러시아어에 능통했던 통역관 김홍륙이 저지른 일입니다. 김홍륙이 아관파천 이후 권세를 농락하다가 그 정도가 지나쳐 고종 눈 밖에 나서 귀양을 가게 된게 동기고요. 그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기에 일개 통역이 감히 왕을 시해할 생각을 했는지, 참 할 말이 없습니다(참고로, 그런데 아편 한 냥쭝이 과연 치사량이었을지 궁금합니다. 감히 황제의 독살을 시도한 것 치고는 '아편'은 너무 안전하게 간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김홍륙 외의 다른 통역관, 특히 일본군의 조선인 통역의 악행 역시 화려하게 소개됩니다. 통역들의 행동거지는 개돼지의 활갯짓으로 비판받을 정도였다니 말 다했지요. 읽다보니 작금에 영어를 무기로 승승장구한 몇몇 인사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6장 '만민공동회'에 등장하는 1898년 3월 10일, 만민공동회의 거리 투쟁은 지금의 촛불 집회와 판박이입니다. 당시 서울 인구 17만명 중 1만여명이 종로 네거리로 나와 러시아의 침략 정책을 반대했다고 하는데 정말로 똑같아요. 민심을 받아들인 고종 황제의 일부 개혁, 이후 1898년 10월~11월 관과 민이 모여 국정개혁을 논의한 관민공동회까지의 흐름도 거의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친러 보수파의 흑색 선전과 정치 깡패의 등장이라는 이후 전개 역시 마찬가지지요.
그러나 결국 여러가지 중상모략으로 처절하게 짓밟히고 끝나버렸던 과거와는 다르게, 지금은 100년전 보다는 조금 낫다는게 위안일 뿐입니다. 다행히 인터넷을 중심으로 나름 정보 공유가 지속되고는 있으니까요. 부디 만민공동회의 전철을 뒤따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9장 '생계형 협력자'에서는 생계형 매국노 서창보의 일대기가 그려집니다. 한마디로 요새 언론에 오르내리는 '부역자'입니다. 저자가 표현한대로라면 식민지 조선에서의 '마름'이라고 할 수 있지요.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지만, 그렇다고 주인이 되지는 못하는. 오히려 주인이 되려는 과욕 때문에 명줄이 끊기는 그런 존재요. 작금 부역자들의 삶도 부디 비참하게 끝나면 좋겠습니다.

이렇듯 100년의 시공을 초월해 역사가 반복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놀라운 이야기들이 가득 실려 있습니다. 이외에도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많은데, 몇가지 더 소개해드리자면 우선 7장 '도박'에 소개된 '삼십육계'라는 도박이 있습니다. 판주가 쓴 숫자를 맞추면 30배의 돈을 받고, 숫자를 맞추지 못하면 판돈을 모두 판주가 갖는다는 심플한 도박인데 가난한 서민층, 빈민층에게 유행했다고 합니다. 돈을 거는 사람은 36/1의 확률로 돈을 걸어서 이기면 30배를 받으니 그냥 봐도 판주의 확률이 엄청 높은, 불공정한 도박인데, 이런 사기에 가까운 도박이 성행한 것 부터가 참 개탄스러울 따름입니다.

10장 '사진'에서 대원군과 추종자들이 만들어 내었다는, 외국인들이 아이를 훔쳐 삶아먹는다는 소문도 재미있었습니다. 일종의 여론 조작인데, 쇄국정책을 주장한 대원군 답습니다. 또 소문의 발단이 '사진기'였다는 것도 흥미로와요. 렌즈를 어린아이의 눈알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다니, 지금 보면 어처구니 없지만 또 그런 허황된 상상이 난무하던 당시 현실도 이해가 갑니다.

이렇게 재미는 물론 나름의 가치가 확실한 괜찮은 책인 덕분에 별점은 3.5점입니다. 제가 근대 조선을 다룬 미시사 서적은 다수 접해보았지만, 그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책이에요. 감점한 이유는 아주 약간이긴 합니다만 다른 근대를 다룬 서적들과 겹친 주제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분량에 비하면 조금 비싼 가격 때문입니다. 하지만 근대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25/07/20

도쿄의 뮤지엄을 어슬렁거리다 - 오타가키 세이코 / 민성원 : 별점 2.5점

만화가 오타가키 세이코가 도쿄 시내뿐 아니라 요코하마, 하코네, 유가와라, 사이타마 등 도쿄 근교를 포함한 다양한 박물관과 미술관을 직접 방문한 뒤, 그 경험을 일러스트와 함께 풀어낸 에세이집입니다. 저자의 시선과 감상이 담긴 일러스트가 좋아서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느낌을 전해 줍니다.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곳을 소개해드리자면, 도쿄 국립박물관은 저도 첫 일본 여행 당시 방문했던 기억이 나서 반가왔습니다. 저는 기억나지 않는 오래된 다이얼식 전화기나 모자이크 타일 벽 같은 세세한 디테일이 특히 인상적으로 묘사되는 덕분에 다시 한 번 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도쿄 국립 근대 미술관은 파울 클레를 비롯해 히가시야마 가이이 같은 일본 국민 화가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회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매력적인 장소일 것 같고요.
 요코하마 미술관에서 열렸던 동서양의 교류를 주제로 한 기획전 소개도 좋았습니다. 판화가 하세가와 기요시, 설치미술가 스가 기시오, 그리고 달리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되는데, 당시 전시를 직접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스미다구의 호쿠사이 미술관에서는 '가나가와오키의 큰 파도' 같은 대표작을 상설 전시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 애호가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입니다.
도쿄 근교 하코네에 위치한 랄리크 미술관은 아르누보 유리공예의 대가 르네 랄리크의 작품들을 모아 놓은 공간으로, 오리엔트 특급 열차 진품이 전시되어 있다는 점에서 추리소설 팬이라면 한 번쯤 방문하고 싶어질 만한 장소입니다.
사이타마 국립 현대 미술관의 의자 컬렉션도 흥미로운데, 전시된 의자에 직접 앉아볼 수 있다는 점은 흔치 않은 경험일 것입니다. 입장료가 단돈 200엔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가성비 면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곳입니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뮤지엄 공간과 건축의 아름다움을 조명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아사쿠라 조소관은 '동양의 로댕'이라 불리는 아사쿠라 후미오가 설계한 공간으로, 붉은 마노를 갈아 벽에 바르고, 외벽에는 전복 껍질을 가루 내어 덧칠했다는 설명만으로도 그 정성과 고집이 전해집니다. 단게 겐조의 작품이라는 요코하마 미술관, 유서깊은 료칸을 개축했다는 유가와라 미술관, 구로카와 기쇼가 설계한 국립신미술관,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했다는 국립서양미술관 역시 건축물만 보아도 좋을 것 같고요. 특히 국립서양미술관은 일본의 유명했던 미술품 수집가 마쓰카타가 수집했던 컬렉션 중심인데 밀레, 마네, 모네, 고흐 등 유명 작가 작품이 다수 전시되어있다니 빼 놓기 어렵지요. 이 정도 전시품에 입장료 500엔은 너무 싼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간단한 주위 소개도 볼거리입니다. 예를 들어 도쿄 현대미술관이 있는 기요스미시라카와는 커피 애호가들에게도 잘 알려진 동네라고 합니다. 미술 감상과 함께 거리 산책, 카페 탐방까지 더해진다면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될 것입니다.

컵 누들 뮤지엄이나 에비스 맥주 기념관 같은 공간들도 저자 특유의 호기심으로 생동감 있게 그려집니다. 특히 요코하마에 위치한 컵 누들 뮤지엄은 음식에 대한 책을 발간한 경험이 있는 제 입장에서 더더욱 흥미로울 수 밖에 없네요. 마침 관련 책도 읽어본 적이 있고요. 에비스 맥주 기념관도 첫 일본 여행 당시 방문했던 곳인데, 또 가 보고 싶어집니다. 도쿄 스테이션 갤러리처럼 기차역 안에 위치한 미술관도 새로운 발견처럼 다가왔고요.

이렇게 저자의 시선을 따라 읽다 보면, 책 속의 여러 미술관을 메모해 두고 언젠가 직접 방문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반면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일단 책의 상당수가 기획전을 중심으로 소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현 시점에서는 이미 끝났을 전시에 대한 내용은 독자 입장에서 실용성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상설 전시나 소장품 중심의 소개가 더 많았더라면, 아니면 뮤지엄 주변의 관광 정보가 더 곁들여지는게 보다 활용도를 높일 수 있었을 겁니다. 또한, 박물관들을 지역별로 묶어서 지도와 함께 코스를 소개하는 방식이었더라면 여행자에게 훨씬 더 유익했을 텐데, 저자 주관적인 구성으로 묶여 있는 탓에 실용성이 다소 떨어집니다.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흥미도를 찾기 어려운는 뮤지엄들이 등장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담배와 소금 박물관, 도라상 기념관 등은 개성은 있으나, 일부 독자에게는 굳이 찾아가야 할지 고민이 되는 공간일 수 밖에 없지요. 또 모든 주석을 책 뒷부분 미주 형식으로 처리한 것도 읽는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였습니다. 본문 하단에 각주를 바로 넣는 방식이었으면 훨씬 읽기 편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쿄 또는 근교 여행을 계획 중인 분이라면, 이 책에서 소개된 뮤지엄 중 한두 곳을 골라 직접 둘러보시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책 속의 어슬렁거림을 실제 여행으로 확장해 보는 것이야말로 이 책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덧붙여, 혹시 도쿄에 여행간다면 하루 정도 뮤지엄 둘러보는 코스가 무엇이 좋을지, 제 기억에 남은 뮤지엄 중심으로 ChatGPT에게 물어보았는데 아래 코스를 추천하네요. 우에노 미술관 트리오 코스는 다음 여행에 참고해야겠습니다.1~2년 안에 꼭 가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코스 1: 우에노(Ueno) 미술관 트리오

도쿄 국립 박물관 (Tokyo National Museum) → 국립서양미술관 (National Museum of Western Art) → 도쿄도 현대미술관 (Tokyo Metropolitan Art Museum)

장점: 모두 우에노 공원 내 도보권. 이동 시간 최소화, 하루에 세 곳 방문 가능

코스 흐름: 도쿄 국립 박물관 (추천 관람 2h) – 일본·아시아 전통·불교미술과 국보 컬렉션이 압도적 → 도보 5분 → 국립서양미술관 (추천 관람 1.5h) – 피카소, 고흐, 폴록 등 서양미술 정수 → 도보 5분 → 도쿄도 현대미술관 (추천 관람 1.5h) – 국제전시와 현대미술 대규모 기획전

총 소요 시간: 관람 5h + 이동 10분 + 휴식/점심 포함 약 6시간 → 오전 9시 시작 시 오후 3~4시 일정 종료 가능

코스 2: 도쿄 북·서쪽 모던 아트 여정

도쿄 국립 근대 미술관 (MOMAT) → 아오야마 네즈 미술관, 또는 스미다구 호쿠사이 미술관

장점: 일본 근대·현대 미술 → 전통 장식 미술 순으로 다양한 감상 가능

코스 흐름: MOMAT (Takebashi 역) – 2~3시간 → 이동: 지하철 도자이선 → 오모테산도역 환승 → 긴자선 → 아오야마 네즈 미술관 (1520분) 관람 1.52시간 또는 지하철 이동 → 스미다구 호쿠사이 미술관 (약 20~30분 이동, 1–1.5시간 관람) 

총 소요: 관람 3.55h + 이동 4060분 → 여유 있게 오후 일정 종료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