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방화랑의 설립자 동산 박주환이 수집하고 그의 아들 박우홍이 기증한 작품 209점 중 90여점을 선별하여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재조명하고 있는 전시입니다.
주로 한국화 중심으로, 근대에서 현대까지의 한국화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남종 화단의 명맥을 이었다는 허백련의 그림을 비롯하여 김은호, 이상범, 박승무, 이용우, 최우석 등의 산수화나 매화도 등은 익히 알고 있던 조선시대의 그림 바로 그것입니다. 노수현의 <<추경>>은 공들인 인왕산의 바위 암벽 묘사가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이었어요. 근대 회화라 그런지, 의외의 디테일도 재미있었습니다. 아래의 이용우의 작품 속 작은 인물과 같이요. 이런 디테일들이 쌓여 다름 단계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렇게 나무들을 '마계'의 식물들처럼 묘사한 이유가 조금 궁금해지더군요. 이용우의 작품 외에도 아래와 같이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마계의 식인 식물같은 나무들이 눈에 뜨였거든요. 조금 손을 대고 가공하면 현대적인 게임 일러스트로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준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근대 초기를 넘어, 중기 이후 작품들이 이어지는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건 운보 김기창의 <<매>> 였습니다. 상당히 큰 그림인데, 먹의 농담만으로 표현된 배경, 큰 붓의 움직임으로 표현한 나무와 깃털, 거기에 엄청나게 디테일한 매의 얼굴 묘사가 잘 어우러지는게 아주 멋졌습니다. 거장이 왜 거장인지를 알려주네요. 운보 김기창이 아니더라도, 아래와 같이 디테일한 부분에서 서양화에 뒤지지 않는 작품들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한국화의 저력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한국 전쟁 이후, 현대로 접어들면서는 서양화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도 많이 등장합니다. 동양화의 번짐과 같은 효과로 원근법, 일렁이고 출렁이는 물과 바람을 표현한 아래의 작품들은 한국화임에도 굉장히 현대적으로 보입니다. 현대적인 한국화라면 빼 놓을 수 없는게 아래의 <<신몽유도원도>>였습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현대적으로 재 해석한 작품이라는데 마크 로스코의 작품에 뒤지지 않는 원색적이면서도 오묘한 색 표현이 아주아주 빼어나다고 생각되거든요. 영화 <<바비>>에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을, 핑크핑크하면서도 현대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상당히 유명한 시리즈라는게 충분히 이해되더라고요. 저도 한 점 걸어두고 싶을 정도였어요. 전형적인 산수화 스타일이지만 거친 마띠에르를 느낄 수 있는 <<북한산>>도 또 다른 현대적 한국화이면서도, 제 마음에 쏙 든 작품입니다. <<신몽유도원도>>가 다소 여성적이라면, 굉장히 남성적인 작품이라서 두 작품을 같이 전시하면 여러모로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외에도 좋은 작품들이 많아서 굉장히 눈이 즐거웠던 전시였습니다. 한국화에 애정이 깊은 컬렉터가 엄선하여 수집한 작품들이라 그런지, 확실히 남다른 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딱 한가지, 한국화임에도 불구하고 액자로 설치된 작품이 많았다는건 좀 아쉬웠습니다. 아무래도 조명이 반사되는 탓에, 온전히 그림을 감상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는 유리없이 감상하고 싶네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