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가 좀 늦었네요.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한국 영화 흥행 실패작 중 한편. 인기스타 박서준과 아이유에 <<극한직업>>으로 천만 관객을 찍었던 이병헌 감독이 손을 잡았음에도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지요. 딸과 함께 지난 여름 휴가 때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한 영화입니다. 너무 더워서 도저히 밖에 나갈 수가 없더라고요.
한 끝발 모자란 스타 축구 선수 윤홍대가 사고를 치고 자원봉사격으로 홈리스 축구단 감독을 맡는 초반부는 아주 좋았습니다. 윤홍대 머리 위에서 노는 가짜 다큐멘터리를 찍는 PD 이소민 캐릭터도 신선했고요. 감독의 전작처럼 재치있는 대사와 장면도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윤홍대가 홈리스 축구단 5명을 상대로 가볍게 이긴 후 승리의 세리머니를 연달아 펼치는 장면이 최고였어요. 철없는 아이같지만 축구에는 진심인, 그리고 홈리스 멤버들을 우습게 여기는 홍대 캐릭터를 선명하게 부각시키면서 큰 웃음을 주는 명장면이었거든요. 박서준의 능청스러운 연기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보다보니 흥행에 실패한 이유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홈리스 축구단 멤버들 한명 한명의 이야기를 길게 풀어내면서 영화가 산으로 가고 말기 때문입니다. 사연도 하나같이 진부하기 짝이 없고요. 그나마 질투와 욕망(?)의 화신 손범수 정도만 입체적이면서도 웃겼을 뿐이에요.
이 과정에서 이소민이 이야기 주변으로 밀려나는 문제도 큽니다. 그녀가 사실상 모든 판을 짠 흑막임에도 불구하고, 중반 이후는 하는게 없다시피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기껏해야 방송용 다큐를 만드는 PD가 홈리스 월드컵이라는 소재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이유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요. 그녀와 홈리스 월드컵 사무국장 캐릭터는 서로 겹치는 부분도 많아서, 여러모로 캐릭터 설정에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차라리 멤버와 주변 인물들 비중을 대폭 줄이고 - 특히나 의미없는 홍대의 사고뭉치 엄마 - 홍대와 소민의 티격태격 러브라인을 집어넣는게 더 재미있었을거에요. 어차피 뻔한 이야기인건 마찬가지잖아요?
뭐 그래도 사람들 이야기야 드라마로서 볼 정도는 되는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시대착오적인 국뽕 신파 서사를 과도하게 부여한 홈리스 월드컵 독일전입니다. 십 수년전 <<국가대표>>를 끝으로 수명을 마감해야 했을 시대착오적인 발상이었어요. 헝가리에서 열리는 경기 중계진과 관객들이 한국을 응원하며 "대~한민국"을 외친다는게 말이나 됩니까.... 경기를 정말로 '몸이 부서져라' 뛴다는 연출도 어처구니없었어요. 축구가 그렇게 위험한 스포츠도 아닌데 말이지요. 마지막에 에이스 인선이 한 골을 넣은 뒤, 우승한 것 처럼 기뻐하고 환호하며 세리머니를 하는 장면은 이 모든 유치함의 화룡정점입니다.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어요. 이런 억지 연출보다는 <<리바운드>>처럼 현실적으로 담백하게 그리면서도 감독의 장기인 유머 코드를 삽입하여 풀어내는게 맞았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홍대가 하는게 없다는 문제도 큽니다. 훈련 중 인선에게 센터링 올려주는 정도만 의미가 있어 보였거든요. 특별히 전술 훈련을 하지도 않고, 특별한 작전이 있지도 않습니다. 이래서야 축구 선수 감독이 왜 필요한지도 모르겠어요. 이 정도라면 소민이 감독을 해도 별로 다르지 않았을텐데 말이지요. 대단한 축구 영화를 기대한건 아니었지만, 동네 조기 축구회만도 못한 경기 장면을 보는건 솔직히 괴로왔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 흥행에 실패하는건 다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