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화질 세트] 플라네테스 (총4권/완결) - Makoto Yukimura/학산문화사(만화) |
하지만 제 기억 속에서는 사라져버린지 오래되었었는데, 오랫만에 본가에 방문하니 형이 발굴해두었다고 하여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전 4권의 짤막한 분량이라 읽기에 부담이 없어서 좋더군요.
작품은 데브리(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을 하는 하치로타가 꿈 - 자신의 우주선을 가지고 우주를 돌아다니는 것 - 을 이루기 위한, 그리고 '왜 우주를 향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핵심은 명성과 거액이 보장되는, 목성으로 향하는 우주선 '폰 브라운' 호의 승무원이 되는 것이고요. 하치로타는 승무원 선발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가지 고군분투, 그리고 승무원이 된 후의 경험들로 결국 '모든 것은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다'는걸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꽤 긴 호흡의 이야기를 여러가지 단편 에피소드들과 잘 섞어서 깔끔하게 마무리한게 좋았습니다. 여러가지 우주에 관련된 탄탄한 설정도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요. 특히 데브리가 생성되는 과정이라던가, 선외 활동, 승무원 선발 과정 등에 대한 상세한 묘사는 작가가 공부를 많이 했다는걸 새삼 깨닫게 해 줍니다. 이를 표현하는 작화력도 대단했고요.
하지만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던가 "사랑이 중요하다"는걸 핵심인 결말은 실망스러웠습니다. 고작 이 정도 이야기였나?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하치로타의 입을 빌어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탓에, 오글거리는 80년대 팝송 가사같다는 느낌도 강하게 들고요.
또 이 내용은 하치로타와 아이가 서로 사랑하게 되는 3권에서 이미 마무리 되었습니다. 휘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4권과 목성 우주선 이야기는 불필요했어요. 우주 방위 전선의 테러는 비중에 비하면 결말이 황당할 정도로 시시했고요. 이런걸 보면 작가가 갈팡질팡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과연 결말이 작가가 원했던게 맞는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이럴 바에야 초반부 '토이박스 호' 승무원들과 함께 벌이는 데브리 수거를 중심으로 하는, 일상성 강한 SF 일상 드라마로 끌고가는게 훨씬 좋았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래 4컷 만화처럼 말이지요.
별점은 2점입니다. 찾아보니 e-book으로 다시 출간되었던데, 구태여 찾아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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