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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6

헐크 : 월드 워 헐크 - 그렉 박 외 / 이규원 : 별점 2.5점

헐크: 월드 워 헐크 - 4점
그렉 박 외 지음, 이규원 옮김/시공사

"플래닛 헐크" 이후 곧바로 이어지는, 헐크의 복수극을 다룬 작품. 머나먼 행성 사카아르에서 안정을 찾자마자 의문의 폭발로 모든 것을 잃은 헐크가 지구로 돌아와 사건을 처음에 일으킨 4인방 - 아이언맨 / 미스터 판타스틱 / 닥터 스트레인지 / 블랙볼트 - 및 기타 인물들 모두에게 복수를 한다는 내용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헐크가 압도적인 강함으로 마블의 주요 히어로들을 격파한다'는 것입니다. 굉장히 단순하지요. 

하지만 그 과정이 워낙에 통쾌하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복수극이라는게 확실히 재미를 더해주거든요. 어떻게 보면 마블 히어로들을 등장시킨 무협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림을 지배하는 고수 4인방이 본토 무림의 평화를 위해 압도적으로 강한 주인공을 변방 야만인의 땅으로 무공을 봉인한채 내쫓는다! 그러나 주인공은 무공을 서서히 회복하며 새롭게 만난 동료들과 함께 야만인의 땅을 통일하고 평화를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본토에서 불러 일으킨 재해로 변방의 땅은 황폐화되고, 겨우 살아남은 주인공은 복수를 위하여 다른 야만인들과 함께 본토로 쳐들어가 압도적인 강함으로 그들을 제압한다...' 는 이야기니까요. 

이러한 일직선의 통쾌한 스토리와 더불어 등장하는 히어로들을 보는 재미도 대단합니다. 그야말로 올스타 총출동이라는 말로도 모자랄 정도로 많은 초인들이 등장하거든요. 물론 제대로 된 이야기 없이 몇컷 등장으로 끝나는 히어로들도 많고 헐크의 강함에 제대로 활약 한 번 못하는 히어로들 역시 많지만 뭐 그거야 어쩔 수 없고... ('토르'는 아예 등장하지 않아서 조금 의아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센트리의 등장 이후 너무 쉽게 정리되는 결말은 감점요소입니다. 악역을 맡은 4인방 모두가 정의 초인들이기에 마블에서 대충대충 타협하기 위하여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결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시시하고 맥이 빠지는 마무리였습니다. 마블 세계관을 어느정도 알고 있지 않으면, 전작을 읽지 않으면 완벽한 내용 파악이 힘들다는 점도 감점 요소였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 조금 감점은 했지만 화끈한 남자들의 만화임에는 분명합니다. 마블 히어로물을 사랑하는 남자! 라면 전작과 더불어 한번에 읽을 수 있으실 겁니다. 

그나저나 헐크와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피해가 어마어마하다는 점에서 히어로들이야말로 진정한 지구의 재앙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네요. '강력한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 라는 말을 기억이나 하고들 있는건지?

2011/02/25

루피너스 탐정단의 당혹 - 츠하라 야스미 / 고주영 : 별점 2점

루피너스 탐정단의 당혹 - 4점
츠하라 야스미 지음, 고주영 옮김/북홀릭(bookholic)

20년 전통의 루피너스 학교에 다니는 고등학생 아오우 사이코와 사이코의 친구인 '아가씨' 마야와 '선머슴' 키리에, 그리고 사이코가 짝사랑하는 만물박사 남학생 시지마의 네 명으로 구성된 '탐정단'이 등장하는 청춘 미스터리물입니다. 사건을 가져오는 역할로는 경찰인 사이코의 언니 후지코와 캐리어 출신의 동료 코고 경위까지 포함되어 총 여섯 명이 주요 등장 인물이지요. 총 세 편의 중편이 실려 있습니다.

첫 번째 작품인 "식은 피자는 어떠세요?"는 일상계스러운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범인이 현장에 있던 피자를 먹은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과 마지막 범행 현장의 디테일이 범인을 밝히는 데 중요한데, 이를 '직관'이 뛰어난 사이코와 방대한 뇌내 DB를 바탕으로 범행을 꿰뚫어보는 시지마가 각각의 역할을 잘 수행하여 해결한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두 번째 작품 "눈의 저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일행이 우연히 머물게 된 유명 작사가의 저택에서 벌어진 밀실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입니다. 시지마가 탐정 역할로 전면에 부상합니다. 추리적인 재미보다는 설정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세 번째 작품 "대 여배우의 오른손"은 연극 무대에서 급작스럽게 사망한 유명 여배우의 시체에서 오른손이 사라진 사건을 다룹니다. 꽤 잘 짜여진 복잡한 순간 이동 트릭이 펼쳐지는 작품으로, 일상계스러운 분위기와 깔끔한 해결, 반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작품의 단점도 확연합니다. 먼저 '청춘 미스터리'를 표방했기 때문인지 등장인물을 비롯한 모든 묘사가 과장되고 유치합니다. 그나마 성인이라 할 수 있는 후지코 - 코고 역시 전혀 어른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요. 대상 독자 연령층이 낮은 탓으로 보입니다.

또한 우연에 의한 상황이 많다는 점, 그리고 작위적인 내용과 더불어 범인을 드러내는 과정은 좋았지만 결정적 단서는 없다는 점에서 추리 소설로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약점은 두 번째 작품에서 특히 두드러졌습니다. 범행 동기도 석연치 않으며, '변장'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결정적 단서가 순전한 우연에 의해 발견되며, 주요 트릭인 밀실 트릭이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식이거든요.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첫 번째 작품에서는 '샹들리에'를 포함한 범행 현장과 용의자의 키에 대한 정보가 공정하게 제공되지 않았으며, 세 번째 작품에서는 우연으로 사건이 시작된다는 점과 범인의 '눈에 띄지 않는 특성'을 이용했다는 다소 억지스러운 범행 방식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첫 번째 작품이 2.5점, 두 번째 작품이 1점, 세 번째 작품이 2점으로 대략 평균을 낸 결과입니다. 일반적인 추리소설 독자보다는 낮은 연령대의 대중소설을 좋아하시는 분께는 추천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작가가 소녀 소설가 시절이었던 초기 작품이라서 그런지 (후대에 많이 수정했다고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대상 연령층도 낮고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는 탓입니다.

덧붙이자면, 작품보다 뒤의 해설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작품을 이렇게까지 칭찬할 수 있다니 놀랍기만 했습니다. 특히, 작가 츠하라 야스미는 '왜'라는 것에 집중하며 논리의 곡예를 펼친다고 하며 에드거 앨런 포에 비유했는데, 대체 어떤 부분에서 그런 점을 찾아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네요.

2011/02/23

명탐정 코난 70 - 아오야마 고쇼 : 별점 1.5점

명탐정 코난 70 - 4점
아오야마 고쇼 지음/서울문화사(만화)

이번 권에는 총 세 편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전권에서 이어지는 '한밤중에 울리는 피아노 사건'의 진상, 두 번째는 괴도 키드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은 "이누가미 일족""바스커빌가의 개"에서 모티브를 따온 연쇄살인 사건입니다.

차례대로 살펴보자면, 피아노 사건은 솔직히 실망스럽습니다. 왜 피아노를 몰래 연주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모든 단서가 우연에 기인하는 등 추리적으로 언급할 가치가 없습니다. 별점은 0.5점입니다.

두 번째는 소재가 고갈될 때 쯤 항상 등장하는 괴도 키드 이야기입니다. 68권에 등장한 지 2권 만에 또 등장했는데, 스즈키 지로키치와의 대결 구도나 소노코의 팬심 어린 행동 패턴은 이제 지겹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훔치지 않고 훔친 물건을 돌려놓는다'라는 발상의 전환이 있었고, 작년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사카모토 료마'를 소재로 활용한 점이 신선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굳이 이렇게 복잡한 방식을 택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진위 여부를 감정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텐데, 사건을 위해 억지로 사건을 만든 느낌이 강합니다. 게다가 '팬텀 레이디'라는 존재까지 은근슬쩍 끼워넣어 키드라는 캐릭터를 계속 활용하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보였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볼 만은 했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이누부시' 가문 8명의 양자들에게 닥친 '마견의 저주'를 다루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설정 자체는 "이누가미 일족"과 "바스커빌가의 개"를 적절히 조합한 느낌이며, 내용과 단서는 "사토미 팔견전"에서 많은 부분을 차용했습니다. 하지만 굳이 다양한 요소를 조합해서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나 싶습니다. 차라리 하나의 설정만 활용했어도 충분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이야기 자체는 나름 볼 만했고, 연쇄 살인 사건답게 2건의 살인 사건(실제 사망자는 4명)이 벌어지는 등 내용도 풍성합니다. 초반부의 '쿠도 신이치' 살인 트릭은 제법 흥미로웠고, 오랜만에 등장한 핫토리 - 카즈하 콤비 역시 반가웠습니다. 후반부에는 모리 탐정이 예상외로 똑똑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트릭인 '마견 트릭'이 너무 허술하다는 문제가 너무 크네요. 트릭도 조악할 뿐만 아니라, '라이터 불을 이용한 발자국' 같은 설정은 도저히 가능해 보이지 않았거든요. 더군다나, 누군가와 한 번이라도 접촉하면 바로 밝혀질 정도로 허술한 트릭이라 현실성이 너무 떨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별점은 2점입니다. 주요 트릭의 완성도만 높았더라도 오랜만에 괜찮은 에피소드가 나올 뻔했는데, 아쉽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권의 전체 평점은 1.5점입니다. 점수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이 이제 정도를 넘은 것 같습니다. 관성으로 계속 보고 있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한계에 다다른 느낌입니다. 다음 권도 평점이 2점 이하라면 더 이상 찾아보지 않을 생각입니다.

2011/02/20

트레져헌터 쿠카이 1~8 - 수에나가 시게노부 : 별점 2점

트레저헌터 쿠카이 8 - 4점
수에나가 시게노부 지음/학산문화사(만화)

보물찾기라는 소재는 웬만한 추리물에서 한 번쯤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보물이 어디 있는지를 알려주는 단서는 암호 트릭의 일종으로 보아도 무방하며, 이를 풀어가는 재미와 함께 보물의 정체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대로만 만들면 본전 이상은 충분히 하고도 남지요. "다빈치 코드"가 좋은 예입니다. 반대로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더 큰 혹평을 받을 수도 있고요.

이 작품 역시 제목 그대로 보물을 찾는 '트레저 헌터'가 등장하는 만화입니다. 출간된 지 10년이 훨씬 넘었지만, 취향이 아닌 그림 탓에 그동안 방치해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읽어보니 이야기만 놓고 보면 본전 이상은 충분히 한, 성공한 케이스라 깜짝 놀랐습니다!

보물들의 종류만 해도 토벌당한 오슈 후지와라가 숨겨놓았다는 황금, 기이구목 문좌이문의 숨겨둔 재산, 마경 속 암호를 이용한 아마쿠사 시로의 보물, 오다 노부나가 최후의 가신 나리마사의 보물, 다케다 신겐의 매장금, 총통 미술관 등 다양하고 흥미진진합니다. 이러한 보물을 찾아가는 암호 트릭도 꽤 탄탄한 편입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보물찾기 외의 에피소드들 수준 역시 상당하다는 점입니다. 특정 바이올린의 음색을 이용한 암살 계획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웬만한 정통 추리물 수준이며, 주인공 쿠카이의 원래 가업인 '골동품상'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도 몇몇은 "갤러리 페이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입니다. 예를 들면, '화조오련도'라는 5폭짜리 그림의 일부를 찾는 에피소드는 발상과 전개, 반전이 훌륭할 뿐만 아니라, 위작을 감별하는 방법 등의 디테일이 "갤러리 페이크" 최고작 못지 않더라고요. 조각가 나오키의 최고 걸작을 찾는 에피소드에서는 흙손 그림이 등장하는데, 역시 "갤러리 페이크"의 미장 기술자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그러나 이 만화가 걸작이 되지 못하고 비교적 짧은 8권으로 종료된 이유 역시 확실합니다. '만화'라는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강약 조절에 실패해 전혀 긴장감을 불러오지 못하는 허술한 작화와 전개도 문제지만, 시대착오적인 고전 소년만화 느낌이 물씬 나는 것도 큽니다. 보물에 대한 설정과 이를 찾아가는 과정은 훌륭하지만, 결말 부분의 과장이 너무 커서 설득력이 떨어지고요. 금으로 만든 교회나 사원이라니...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 하는 법이겠죠.

아울러 주인공 쿠카이가 별다른 매력 없는 올드한 열혈 청년이며, 라이벌로 등장하는 캐릭터들 역시 어처구니없는 존재들이라는 점도 아쉽습니다. 등장 캐릭터 모두가 생김새는 물론 성격과 행동까지 마음에 들지 않아 이야기에 몰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좋은 내용이 없는건 아닌데, 만화라는 매체로 보면 단점이 너무 커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군요. "마스터 키튼" 스타일로 풀어냈거나, "용오" 방식으로 전개했다면 시대를 뛰어넘는 걸작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작가 스스로 지나치게 소년 모험 만화라는 장르에 매몰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덧붙이자면, 작가의 본명인 末永 繁信로 검색해 보아도 후속작을 찾기 어렵습니다. 앞서 언급한 이유로 작가 역시 진작에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혹시 정보를 아시는 분이 계시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11/02/19

호수 살인자 - 로베르트 반 훌릭 / 구세희 : 별점 2점

호수 살인자 - 4점
로베르트 반 훌릭 지음, 구세희 옮김/황금가지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도 근처 고을 한위안의 수령으로 부임한 디공을 위해 마을의 유지인 한우형은 호수 위에서 큰 연회를 열었다. 연회 도중, 기녀 펜토화가 넌지시 디공에게 무언가 중요한 것을 알려준다고 했는데, 직후 펜토화가 살해당했다. 디공은 사건을 조사하면서 무언가 중요한 음모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쇠못 살인자 (쇠못 세 개의 비밀)""쇠종 살인자 (종소리를 삼킨 여자)", 그리고 블로그에 리뷰를 쓰지는 않았지만 읽은 것이 확실한 "황금 살인자"에 이은 디판관 시리즈. 작년에 국내 개봉했던 영화 "적인걸"의 실제 모델인 디런지에(디젠지에) 이야기입니다. 포청천의 라이벌로 유명하기도 하죠. 드디어 국내에 소개된 시리즈를 모두 완독했네요.

그러나 시리즈 중에서는 많이 처집니다. 다른 작품들은 여러 개의 단편이 모여 있는 형식이었던 반면, 이 작품은 기녀 펜토화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별로 재미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비약과 과장, 그리고 작위적인 느낌도 강합니다. 기녀가 죽은 이유를 반란조직 '백련회'와 연결시키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며, 범인이 그 사실을 눈치챈 것이 '독순술' 덕분이라는 것, 기녀가 곧바로 사실을 알려주면 될 것을 왜 기보를 이용한 암호로 전달하려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 등이 대표적입니다. 핵심 트릭인 암호 자체도 어처구니가 없는 수준입니다. '죽림서생'의 정체, 펜토화와 범인의 관계 및 범인의 변장도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였고요.

또한, 작중 두 번째 사건인 '신부 실종 사건'은 사건 자체가 비합리적입니다. 첫날밤 관계 때문에 신부가 죽는다? 그리고 무리한 고발로 거대 조직의 수장이 스스로의 무덤을 판다는 것도 말이 안 되죠.

물론 첫 등장하는 제3형리인 타오간의 등장과 활약은 눈여겨볼 만하고, 원래부터 디공의 심복이었던 마중 - 차오타이 컴비의 모험은 포청천 시리즈의 전조를 보는 듯한 재미가 느껴지긴 합니다. 아울러 시리즈의 특징이기도 한 고대 중국의 한위안을 무대로 한 세밀한 묘사도 여전하고요. '개방'을 암시하는 묘사까지 등장할 정도니, 디테일 하나만큼은 최고급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작들에서 느꼈던 추리적인 재미를 느끼기 어려웠고, 디공의 활약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전작의 광팬이 아니시라면 굳이 찾아 읽을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2011/02/17

영능력자 오다기리 쿄코의 거짓말 1 - 카이타니 시노부 : 별점 2점

영능력자 오다기리 쿄코의 거짓말 1 - 4점
카이타니 시노부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원아웃""라이어 게임"이라는 두 작품으로 두뇌 배틀 장르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거둔 카이타니 시노부의 작품.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코믹한 분위기의 일상적인 에피소드가 많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얼마 전 일본에서 TV 드라마화도 될 정도의 인기작이니 당연히 뭔가 건질 게 있겠죠? 일단,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로 20세 때 FBI 수사요원으로 발탁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추리력을 바탕으로 '영능력자'라고 사기를 치는 시대의 아이콘, 오다기리 쿄코라는 캐릭터가 독특하고 유쾌합니다.

그리고 가볍게 즐길 만한 일상계 추리물로서는 적절한 수준의 추리적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총 4편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는데, 첫 번째 에피소드인 대학교 치한 체포 작전이라든가 두 번째 에피소드인 뇌졸중으로 쓰러진 노인이 그린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그러합니다. 독자가 범인과 진상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쉽지만, 그만큼 설득력 있고 효과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전작에서 느꼈던 정교한 설정에서 오는 두뇌 게임의 박진감과 의외의 결말이라는 요소를 경마장의 우승마 맞추기에 대한 이야기인 네 번째 에피소드 "적중"에서 선보여 주는 것도 좋았습니다. 작가의 특기를 잘 살린 작품이었으며, 반전도 괜찮았거든요.

그러나 캐릭터 구도가 "블랙 라군" 등과 별반 차이 없는 자기중심적 여걸 - 평범한 사람에서 우연히 말려든 불쌍한 청년이라는 전형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점, 남자 주인공 타니구치 이치로가 실제로 하는 게 거의 없다는 점, 그리고 주인공이 너무 과장되고 희화화되어 있다는 점 등은 감점 요소입니다. 이러한 요소는 이 작품의 대상 독자 연령대가 낮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네요.

아울러 앞서 장점으로 이야기한 '추리적 완성도' 역시 가벼운 일상계 추리물 수준으로 괜찮다는 것이었지, 작가의 전작들에서 기대했던 꽉 짜인 긴장감을 느끼기에는 역부족이라 작가의 팬으로서는 실망스러운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은 "바쿠만"에서 천재 니즈마 에이지가 그린 로맨틱 코미디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 이유와 일맥상통하네요. 작가에게서 기대하는 부분이 명확한데, 그걸 잘 살리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 선뜻 추천하기는 약간 어려운, 미묘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후속권을 구입해봐야 명확한 평가를 할 수 있을 텐데, 후속권을 구입해야 하는지부터가 망설여지네요...

2011/02/16

에키벤 철도 도시락 여행기 - 하야세 준 / 채다인 : 별점 3점

에키벤 1 : 큐슈 - 6점
하야세 준 지음, 채다인 옮김, 사쿠라이 칸 감수/에이케이(AK)

에키벤 4 : 홋카이도편 - 6점
하야세 준 지음, 채다인 옮김, 사쿠라이 칸 감수/에이케이(AK)

블로그 이웃이시기도 한 채다인 님이 번역하신 철도 - 에키벤 소개 만화. 요리 만화를 좋아하는 저이기에 주저 없이 1권을 구입하여 읽었고 2, 3권은 아직 구입하지 않았는데, 채다인 님의 도움으로 4권을 먼저 증정받아 읽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내용은 도시락집을 운영하는 주인공 다이스케가 일본 전국 철도 일주를 하면서 각 지방역의 맛있는 에키벤을 찾아 먹는 것이 전부입니다. 한마디로 지극히 심플하죠. Channel J에서 방영했었던 "ekiben 일본 기차 도시락"이라는 여행 프로그램과 거의 동일한 구성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러한 심플한 구성이 이상하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요리나 와인 하나로 세상의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진다는 식의 요리 만화보다 훨씬 현실적이잖아요? 세밀하고 정교한 그림 역시 철도 여행과 에키벤을 간접 체험하는 데 부족함이 없고, 여행 과정과 방법을 소개하는 부분의 디테일도 대단하기에 일본 철도 여행 가이드 측면에서도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그러나 정보 전달 요소 중심이라 내용에 별다른 드라마가 없다는 점은 큰 약점이라 호불호는 갈릴 것 같습니다. 압도적인 묘사와 정보량에서 단순한 재미 이상의 것을 전달하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정보보다 재미를 추구하는 독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읽으면서 다른 만화도 많이 떠올랐는데, 누구나 사 먹을 수 있는 에키벤이 소재라는 점에서 느껴지는 소박함과 일상성은 "고독의 구루메"가, 철도와 에키벤이 50:50 비율로 섞여 있어서 에키벤 만화이기도 하지만 "철덕"들을 위한 만화이기도 하다는 점에서는 "월관의 살인"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에키벤" 만화라는 점에서 떠오른 만화는 바로 이겁니다.


신장개업 3 - 4점
츠치야마 시게루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요리 만화의 숨은 실력자 츠치야마 시게루의 작품 "신장개업" 3권! 하코다테의 레스토랑 '오릉곽정'의 요리장 토시죠가 전국을 돌며 망해가는 가게를 업그레이드해 준다는 만화로, 3권에는 쇠락해가는 관광지의 에키벤인 "혼마루 도시락"을 새롭게 업그레이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업그레이드 방법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허무하기는 하지만 (한마디로 껍데기만 바꾸는 것입니다) 에키벤 팬의 로망이라 할 수 있는, "에키벤을 먹기 위해 철도 정차역을 변경시킨다!"라는 꿈이 담겨 있어 비교하며 읽게 되더군요. 어처구니없는 과장과 오버로 점철된 전형적인 성장 - 배틀형 요리 만화이기는 하나, 에키벤을 좋아하신다면 이 작품 역시 한번쯤 찾아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환영박람회 3권 - 토우메 케이 : 별점 3점

환영 박람회 3 - 6점
토우메 케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토우메 케이의 다이쇼 시대 배경 로망 탐정 - 모험물. "2권"은 구입했지만, 3권을 깜빡하고 주문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절판되었더군요. 출산휴가를 받은 김에 인터넷을 뒤져서 구입하였습니다.

3권에는 두 편의 중편 분량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헤이케 잔당들이 숨어 산다는 전설의 ‘카쿠레사토’(숨겨진 마을)에 대한 것이고, 두 번째 이야기는 유령이 나타난 후 유령화 족자에 그려져 있던 그림이 사라진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1, 2권에 비하면 사건성이 희박하고 추리적인 요소가 적어서 다소 아쉬웠습니다. 특히 첫 번째 이야기는 친구 우메가 길을 잃고 헤맨다는 것 외에는 극적 긴장감을 느낄 만한 요소가 부족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역시 흥미로운 설정에도 불구하고 범인이 그러한 행동을 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어 추리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정통 추리물'을 표방한 것은 아닌 만큼, 잔잔한 재미를 주는 에피소드들도 나름대로 매력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야기 하나하나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고, 민속학적인 요소에서 오는 잔재미도 있습니다. 또한 마야의 부모님이 등장한다거나, 마츠노미야의 친구 타케시타와 1권부터 등장한 카미아즈사 토코가 비중 있게 등장하는 등 팬으로서 즐길 거리도 많았습니다. 게다가 토우메 케이의 거칠지만 안정적인 데생이 돋보이는 작화 역시 여전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2011/02/15

셜록 - 권교정 : 별점 3.5점

셜록 1 - 8점 권교정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주석 달린 셜록 홈즈 1" - 아서 코난 도일 / 레슬리 S 클링거 주석 / 승영조 : 별점 4점

킹교폐하 권교정의 작품으로 홈즈 시리즈 첫 단편집인 "셜록 홈즈의 모험"에 수록된 "독신귀족"을 극화한 만화입니다.

기둥 줄거리는 "독신귀족"과 동일하지만, 작가의 독특한 각색으로 신선한 느낌을 주는 작품으로 재탄생하였습니다. 예를 들자면,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홈즈와 왓슨의 관계를 보다 디테일하게 파고들어 미묘한 심리 묘사를 추구하는 방식이 눈에 띕니다. 최근 홈즈와 왓슨의 관계를 특정 방향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지만, 권교정은 까칠한 천재 홈즈와 넉넉한 품성의 이해자 왓슨이라는 자신만의 시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특히, 둘의 우정과 왓슨의 결혼으로 인해 홈즈가 느끼는 상실감(?)에 대한 묘사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정적이고 대화 위주의 전개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끌고 나가는 점도 좋았습니다. 소박하고 고즈넉한 연극적인 분위기가 작품과 잘 어우러진 덕분이겠죠. 원작을 깊이 이해하는 작가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작가 후기를 보니 "주석 달린 셜록 홈즈" 시리즈를 읽은 게 확실해 보이더군요.)

그러나 원작 단편의 분량에 비해 전체적인 호흡이 조금 길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메리 모스턴과 왓슨의 대화 장면이 지나치게 길게 전개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한 권 분량을 채우기 위해 다소 어거지로 집어넣은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셜록 홈즈를 소재로 한 만화 중에서도 손꼽을 만큼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 생각되기에 별점은 3.5점입니다. 앞으로도 권교정만의 홈즈를 계속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1/02/14

기묘한 생물학 - 한혜연 : 별점은 2.5점이지만 꾸준히 응원하렵니다

기묘한 생물학 - 6점
한혜연 글 그림/거북이북스

10여 년 전 "M. 노엘"이라는 당시 국내에서 보기 드물었던 본격 정통 범죄 추리 수사물을 선보이며 제 눈을 사로잡았던 작가 한혜연의 신작입니다. 작가의 이름만 보고 주저 없이 구입한 책으로, 지난주 아내가 출산을 앞두고 병원에서 진통하는 와중에 옆에서 읽었습니다. (크...)

얇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총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풍성한 구성과 더불어 심리 - 호러 분위기가 강한 작품들이라는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던 작가의 이력다운, 생물학적 이론이 담뿍 실려 있는 작품들이라는 것도 독특한 재미를 선사해 주고 있고요. 이렇게 전문지식을 특정 장르에 녹여낸 작품은 그 예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드문데, 한혜연 작가는 전문성과 재미의 경계선상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해낸 편입니다. 아울러 확연히 좋아진 그림 역시도 작가의 내공 상승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아쉬움 역시 큽니다. 먼저, 설정 부분에서 생물학 전공자의 이론을 깊이 집어넣은 점은 인상적이지만, 설정 이외의 전개가 뻔한 작품이 많다는 것이 첫 번째 아쉬움입니다. 억울하게 살해당한 시체가 묻힌 밭의 작물을 먹은 사람들의 행동을 그린 "먹이연쇄"라든가, 기생충의 숙주 역할을 하는 에로배우의 인육 파티 이야기인 "완전변태"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지금 읽기에는 너무 안일한 전개라 생각됩니다.

또한, 기둥 줄거리 이외의 설명이 굉장히 부족하다는 것이 두 번째 아쉬움입니다. 너무 단편 분량에 얽매인 탓인지 모르겠으나, 전개가 굉장히 불친절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비가 오면 몸이 안 좋아지는 주인공과 물고기의 집단 죽음을 연관시킨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되풀이한다"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주인공과 물고기의 죽음을 연결하는 방식이 단순한 장면의 교차에 불과해 보였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래서 어쩌라고?" 랄까요.

마지막으로, 생물학 이론을 조금 무리하게 작품에 접목시키려 한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한성유전"의 경우를 보자면, 지극히 한국적인 설정이나 전개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았는데 "한성유전"이라는 설정을 끌어들이고 그 사례를 녹여내기 위한 전개는 억지스러웠습니다. "귀에 털이 많다"라는 이유는 좀 지나치잖아요? 귀 면도기나 잘 쓰면 될 것을 말이죠. 차라리 대머리였다면 모를까...

그래도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시도의 만화임에는 분명합니다. 실제 있었던 집단 자살 사건을 이론과 접목시키는 발상이 좋았던 "오페론의 유전자",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를 다루어 특이한 반전을 보여준 "Butterflies" 두 편만큼은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대단했습니다. 좋았던 작품들처럼 "생물학" 본연의 이론을 실제 사건과 접목시키는 데에 보다 신경을 쏟았더라면, 아니면 너무 생물학 이론에 얽매이지 않고 좀 더 일상적인 분위기로 끌고 갔더라면 더 나았을 것 같지만, 현재로서도 충분히 매력적인 만화라 생각됩니다.

비록 아쉬움이 있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만, 척박한 한국 장르 만화 풍토에서 10년 넘게 전문성을 띄고 활동해 온 작가는 당연히 응원해야겠죠. 한국 심리 - 호러물에 관심이 많거나 작가의 팬이라면 일독을 권해 드립니다. 단, 제목처럼 "기묘한" 느낌은 별로 없다는 것은 유념하시길.

2011/02/13

딸아이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2011년 2월 11일 12시 2분에 태어났습니다. 2하고 11만 외우면 되니 외우기도 편해서 좋네요.
제 딸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귀엽고 깜찍하군요. ^^ (딸바보 한명 추가!)

정말로 공부는 못해도 좋으니 건강하게, 예쁘게만 자라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아이를 낳는게 정말 보통일이 아니던데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 존경합니다~!

2011/02/10

아하! 바로 그거야 - 마틴 가드너 / 이충호 : 별점 2.5점

이야기 수학퍼즐 아하! - 6점
마틴 가드너 지음, 이충호 옮김/사계절출판사

이전에 읽었던 "이야기 파라독스"와 시리즈 도서라 해도 무방한, 같은 저자 마틴 가드너의 책입니다. 전작처럼 문제와 해설 중심의 수학 서적 비슷하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제목에서처럼 "직관"을 굉장히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자세하지 않고 쉽게쉽게 넘어가는 편이라 일부 이론의 경우 이해하기 힘들었고, 어려운 문제도 제법 있었지만 넌센스 퀴즈도 많고 기발한 발상의 문제가 꽤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총 논리 - 수 - 조합 - 기하학 - 절차라는 5개 장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1장 "논리의 아하!" 같은 경우는 추리 소설에서 쓰임직한 아이디어가 꽤 많아서 더욱 만족스러웠어요. 얼음을 이용한 트릭이라든가, 부인을 살해한 남자가 고발된 이유 등은 조금만 변형하면 소설에 바로 사용해도 될 것 같았거든요. 뒷부분의 1에서 9까지의 숫자 위에 동전을 차례로 놓아 먼저 15를 만드는 사람이 이기는 시합에서 "마방진 3목트릭"을 이용한다는 야바위꾼의 전략 역시 그럴듯했고요.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전작에 비해 확실히 어렵게 설명된 부분이 많고, 뒷부분의 퀴즈는 해답이 아예 없다는건 불만스러웠던 점입니다. 독자에게 생각을 강요하는 방식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도저히 답이 떠오르지 않는데 답이 없으니 정말 답답하더라고요. 게다가 뒤로 갈수록 너무 대충 쓴 듯한 느낌이 강하기도 해서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래도 쉽고 재미난 부분은 제법 있는 만큼, 수학과 직관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2011/02/08

만삭 의사부인 ‘미스터리死’ 사인은?

관련 기사 링크

사건 경위 :
신고 :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A(31)씨는 지난달 14일 오후 5시쯤 마포구 자신의 집 욕조에서 임신 9개월인 아내 B(29)씨가 숨진 채 쓰러져 있었다며 경찰에 신고함.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내가 욕실 바닥 등에 미끄러져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짐.

부검 결과 :
사인이 ‘목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밝혀졌고, B씨 손톱 아래에 묻은 혈흔에서 A씨의 DNA가 검출됨.

경과 :
경찰은 A씨를 피의자로 지목해 지난 4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당사자의 방어권이 보장될 사안’이라며 영장을 기각. 경찰은 각종 증거와 정황에 비춰 A씨의 혐의를 입증할 근거가 충분하다며 곧 영장을 재신청할 방침.
경찰은 아내 손톱에서 검출된 A씨의 DNA와 A씨 얼굴과 팔목 등에 긁혀 피가 난 흔적이 있는 점에도 주목. A씨가 범행 과정에서 아내가 반항하다 상처를 입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경찰이 제시한 다른 근거는 A씨 집 옷장에서 발견된 체육복. 여기에서도 A씨와 아내의 혈흔이 나왔는데, A씨가 범행을 은폐하는 데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처음엔 외부 침입 흔적이 없다고 하다가 확실치 않다는 식으로 진술을 바꿨고,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도 거짓말 반응이 나왔다”고 밝힘.

A씨 주장 :
“신빙성 없는 추측일 뿐”이라며 경찰 주장을 반박.
DNA 부분에 대해 ‘평소 아토피가 있어 아내에게 긁어달라고 했는데 그때 묻은 각질일 것’이라고 주장.
A씨 팔목 등의 상처에 대해서도 아토피 등으로 팔 긁는 버릇이 있다 보니 발생한 것이며 매우 작은 편이라고 맞섬.
아울러 체육복에서 발견된 B씨 혈흔도 1㎜가량의 경미한 정도라서 같이 살면서 언제든지 묻었을 수 있다는 입장.
A씨 측 변호사는 “사인이 ‘목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밝혀졌지만, 목이 졸린 흔적이 없다”며 “임신한 부인이 평소 비만 걱정 탓에 많이 먹지도 않았는데, 현기증으로 쓰러진 후 목이 눌려 질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함.

사건 논평에 앞서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제 기사화된 사건으로 내용이 충격적이라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경찰과 용의자의 주장이 팽팽한데, 어느 쪽 주장에 무게가 실릴지 궁금해지는 사건이더군요.

하지만 저는 용의자 쪽 주장에 더 신빙성이 있어 보였습니다. 경찰 측 혐의의 주요한 증거인 손톱에서 검출된 DNA와 팔목 등의 긁힌 상처가 "아토피" 때문이라는 용의자의 말은 일리가 있어 보이며, 혈흔 역시 크지 않다면 생활하면서 얼마든지 묻을 수 있는 수준이라는 말에 저도 동감하거든요. 아울러 '거짓말 탐지기' 조사 결과는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기도 하니까요.

게다가 용의자가 범인이라 가정한다면,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질식사'한 피해자를 '목욕탕에서 넘어진 것'이라 주장하는 어이없는 행동을 보였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용의자 측 주장대로 넘어졌다고 해서 "질식사"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니 질식사 비슷하게 사망할 수도 있다고 하니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죠.

2011-02-08 추가 : 경찰 측 의혹이 두 가지 더 나왔네요. "사망 추정 시각"과 "부인 몸에 난 멍자국"입니다.

하여간 빨리 결론이 나서 고인이 편히 쉴 수 있었으면 합니다. 어쨌건 계속 추이를 지켜봐야겠습니다.

2011/02/07

2010 올해의 추리소설 결과 발표

Hansang의 2010 올해의 추리소설 Best 3

국내 최대 최고의 추리문학 커뮤니티인 하우미에서 진행한 '2010 올해의 추리소설'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1위는 저도 선정했던 존 딕슨 카의 "유다의 창"이 당당하게 선정되었네요.

2위는 세 작품. 도진기의 "어둠의 변호사", 우타노 쇼고의"밀실살인게임-왕수비차잡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입니다. 하나도 읽지 못했네요. 반성해야겠습니다.

5위 2편은 미쓰다 신조의 "잘린머리처럼 불길한 것"과 아유카와 데쓰야의 "리라장 사건".

7위는 역시나 고전의 재발견인 조엘 타운슬리 로저스의 "붉은 오른손"이 차지했습니다.

8위는 영화로만 접했던 스티븐 헌터의 밥 리 스웨거 시리즈 "탄착점"이네요.

9위는 세편, 우타노 쇼고의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텐도 아라타의 "영원의 아이"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카무라 카오루의 "마크스의 산"입니다.

이하는 3표 이하의 득표라 소개에서 제외하였는데 관심 있으신 분들은 위의 링크로 찾아가 보시길. 선정해 주신 분들의 코멘트도 한줄씩 모두 실려있기 때문에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겁니다.

마지막으로 짧게 소견을 밝히자면 추리소설 애호가 - 매니아라는 분들의 선정이라 그런지 '고전 사랑' 이 유별나다는 것이 이채롭네요. 아울러 국내에서 지명도도 높고 인기도 많은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것도 역시나 싶고요.

하지만 확실히 일본 미스터리 쪽으로 너무 편중되어 있기도 한데 개인적으로 일본 미스터리 팬이기도 하지만 앞으로는 좀 골고루 다양한 작품이 선정되면 좋겠습니다.

2011/02/05

리플렉스 X 1~4 - 도비나가 히로유키 : 별점 1.5점

Reflex 4 - 4점
도비나가 히로유키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사진잡지 '퓨필' 직원으로 전직 특수부대원 출신인 카메라맨 유게 슈지와 신참 기자 미셸이 여러가지 취재 현장에서 의문의 사건과 만나게 된 뒤 그것을 해결해 나간다는 만화.

전형적인 전문가 등장 만화로 모험 추리물의 속성도 지니고 있습니다. 전직 특수부대원 출신의 전문가라는 설정은 "마스터 키튼"과 "파인애플 아미"에서 따온 듯 싶고, 전 세계를 돌며 여러가지 유적들을 취재하는 과정과 그곳에 숨겨져 있는 비밀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는 "인디애나 존스"에서 시작하여 "익스플로러 우먼 레이" 등에서 따온 것입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설정과 분위기만 따 온 실패한 아류작에 불과합니다. 1권은 취재 현장의 유물과 이것을 노리는 악당들, 그리고 위기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상당히 잘 그려져 있어서 큰 기대를 갖게 만드는데 이후에는 뭐 하나 건질게 없어요. 주인공이 '카메라맨'일 이유도 전혀 없고, 이들이 처하는 위기 자체가 작위적이라 설득력이 제로에 가까운 등 문제점만 한가득입니다. 그나마도 짤막한 단편 에피소드일때는 참고 볼만 했는데, 인기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프레스트 존'의 숨겨진 보물에 대한 장편 이야기가 시작된 뒤로는 어이를 상실하게 만듭니다. 작화도 회가 거듭될 수록 안좋아진다는 점에서 작가 역시 뒤로 갈 수록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은 것 같기도 합니다...

1권만은 별점 3점을 줄 수 있지만, 이후 완전히 말아먹었기에 1.5점입니다. 이러한 전문가 만화에서 독자가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간과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잘 보여준 만화네요. 어차피 절판되었지만, 혹 구해보시고 싶으시더라도 1권 이외에는 읽지 마시길 바랍니다.

2011/02/04

지식의 미술관 - 이주헌 : 별점 3.5점

지식의 미술관 - 8점
이주헌 지음/아트북스

미술품을 표면적이 아니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쉽게 설명하는 안내서입니다. 아무래도 '아는 것이 힘'인 만큼, 다소 어려운 주제를 설명하는 심오한 내용도 일부 있긴 하지만, 주 목적이 일반인이 미술품을 감상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기에 그만큼 쉽게 쓰였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총 30개의 키워드로 목차가 구분되어 있는데, 모두 술술 읽히는 편이죠. 도판도 충실하게 실려 있고, 편집도 훌륭하며 인쇄 결과물 역시 미려하여 완성도도 굉장히 높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매체에서 접해본 적은 있으나 그 사조나 작가, 작풍의 의미를 깊이 알지 못했던 작품들, 그리고 도판을 제대로 접하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이해하게 된게 가장 좋았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스탕달 신드롬'의 원인이 된 그림에 대한 설명 - 스탕달은 조토가 그린 산타 크로체 교회의 프레스코화, 셸리는 귀도 레니가 그린 베아트리체 첸치, 반 고흐는 렘브란트의 유대인 신부라는 그림에 매료되었다고 함 - 과 제3제국의 '위대한 독일 미술'에 대한 상세한 설명, 그리고 약탈 예술품이라든가 현대 작가들의 마케팅과 관련된 이야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아울러 만화 갤러리 페이크 팬이라서 반가웠던 내용도 몇 가지 있었습니다. '이콘'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도판, '오감도'에 대한 이야기, '위작'에 대한 사례 등이었는데, 만화 덕분에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만화에 적용할 만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그만큼 재미나게 잘 쓰였다는 뜻이죠)

결론적으로 별점은 3.5점. 다소 딱딱하고 어려운 설명이 없는 것은 아니기에 약간 감점했지만, 미술과 예술을 설명하는 데 있어 재미와 함께 지적인 호기심까지 채워주는 책은 보기 드물기에 여러모로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특히 갤러리 페이크 팬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그나저나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림을 소장하고 감상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능력은 없지만, 국내 작가 작품 한두 점 정도는 작은 사이즈로 구입해 보고 싶어집니다. 서울옥션이나 한 번 찾아가 볼까나...

2011/02/03

시라노; 연애조작단 (2010) - 김현석 : 별점 2.5점

연애 조작단 '시라노 에이전시'를 만들어 운영하는 병훈과 동료들은 연애에 서툰 의뢰인의 사랑을 이루어주는 데 있어 99%의 성공률을 자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펀드매니저 상용의 의뢰를 받은 병훈은 혼란에 빠졌다. 상용의 의뢰 대상이 한때 병훈의 연인이었던 희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작년 빅히트를 기록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죠. 설 특선으로 TV로 시청하였습니다. "시라노 드 벨쥬락"에서 따온 설정인 '사랑을 이루어주는 대행사'라는 아이디어는 최고였습니다. 전반적으로 로맨스와 코미디도 적절히 잘 섞여 있었고 말이죠. 사랑을 이루어준다는 시라노 에이전시의 작전도 각본이 치밀해서 한 편의 잘 짜인 '작전물'로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잘 만든 영화로, 과연 히트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나 결국 이들이 하는 것은 '사기 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리 개운치는 않았습니다. 본인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전적인 도움으로 이루어지는 사랑이라는 점에서 말이지요. 실제로 영화 내에서도 송새벽의 사랑은 결국 범죄에 가까운 행위였고, 시라노 에이전시는 범죄를 도운 협력자일 뿐입니다. 추리소설 애호가로서 바라보자면 이들의 행위는 혼인빙자 사기 행위와 다를 게 없는 행동으로, 마쓰모토 세이초의 "과다지불한 중매 사례비"가 연상될 정도였습니다.

덧붙여, 키와 외모에 직업까지 완벽한 상용이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전전긍긍한다는 건 도저히 와닿지 않더군요. 제가 최다니엘의 키와 외모에 펀드매니저란 직업을 가졌다면 세상을 정말 쉽게 살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게다가 상용이 투자한 돈을 계산해 보면, 고정 직원 4명에 작전 성공까지 약 한 달여의 기간을 가정하고 최저임금 약 4,000원 - 하루 8시간 근무 기준으로 2,816,000원 + 각종 비용 실비 정산했다고 할 때 거의 동등한 비용을 잡아서 약 6백만 원, 마지막 바다에서의 거대한 무대 장치는 고용된 인원 약 30명에 카페 등 각종 임대료만으로도 최소 2백만 원 정도 예상되므로, 세금까지 포함하면 상용은 거의 천만 원에 가까운 돈을 쓴 겁니다. 이 비용만으로도 영화의 현실성은 안드로메다로 가는 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아무리 돈을 잘 버는 펀드매니저라 하더라도 정체도 잘 모르는 집단에게 선뜻 지불할 만한 돈은 아니잖아요? 하는 짓거리도 거의 사기에 가까운데... 차라리 희중에게 직접 투자하는 게 훨씬 가성비가 좋았을 겁니다.

때문에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앞서 말했듯 잘 만든 영화이고 재미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마음 편히 즐기기에는 제가 너무 나이가 들었고, 추리 애호가의 피가 많이 흐르는게 문제네요.

2011/02/02

쩨쩨한 로맨스 (2010) - 김정훈 : 별점 3점

정배는 그림 실력에 비해 형편없는 스토리로 몇 년째 등단하지 못하는 성인 만화가로, 아버지의 유품을 지키기 위해 거액의 현상금이 걸린 성인 만화 공모전에 도전하게 된다. 그래서 완성도를 높일 생각으로 스토리 작가를 선발하게 된다. 몇 번의 인터뷰를 거쳐 그가 선발한 것은 다림. 그녀는 별 볼일 없는 잡지 일을 전전하다 해고당한 여자로, 정배와는 정반대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 계속 충돌하게 되는데...

성인 만화가와 백조 작가의 알콩달콩 로맨스를 그린 섹시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티격태격하던 남녀가 공동의 작업을 하면서 사랑이 싹튼다는 설정은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을 비롯하여 많이 있었죠. 그러나 이 작품은 '성인 만화'라는 공동 작업물의 설정이 독특한 재미를 가져다줍니다. 여기서 오는 가장 독특한 재미는 무엇보다도 야한 대사가 감칠맛 나게 드러나는 데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쥬메리미?", "섹스계의 호날두~!!!!" 등을 꼽고 싶네요.

그 외에도 성적인 판타지를 코믹하게 풀어내는 여러 장면들도 인상적이었어요. 섹스의 전문가인 척하지만 전부 잡지 등에서 접했을 뿐, 실제로는 쑥맥인 다림의 섹스 이론이 펼쳐지는 장면처럼요.

그리고 설정에 어울리게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작중 만화 "킬러본색" 캐릭터들을 비롯하여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적재적소에 삽입한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퀄리티도 괜찮았고, 정말 이야기 전개에 "딱 맞는" 효과를 보여주었으니까요.

단, "섹시 로맨틱 코미디" 치고는 화면 자체는 별로 야하지 않았다는 것과,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을 그대로 따라간 결말은 좀 안일했습니다. 너무 공식대로 흘러간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이건 뭐 불만까지는 아니고... 오히려 만화 시장을 너무 낙관적으로 그린 내용이 더 문제였다 생각됩니다. 내용과 캐릭터의 상당 부분이 거액의 성인 만화 공모전이라는 설정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현실과는 괴리감이 많이 느껴졌거든요. 4개국 동시 출판되는 신인 성인 만화 공모전 상금이 10만 불이고, 인세가 30%라니... 이건 판타지의 영역이죠.

그래도 섹시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에 굉장히 충실하다는 점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생각됩니다. 한국 영화에서 이 정도로 순수하게 직구 승부하는 영화는 보기 드물잖아요? 적역을 소화한 두 배우의 연기와 깔끔한 각본, 독특한 연출도 좋았고 말이죠. 별점은 3점입니다.

2011/02/01

웃지 않는 수학자 1, 2 - 모리 히로시 / 윤덕주 : 별점 2점

웃지않는 수학자 2 - 4점 모리히로시/서울문화사

전설적인 천재 수학자 텐노지 박사가 자신의 저택 '삼성관'에서 가족들을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다. 모에와 사이카와는 모에의 아버지와 텐노지 박사와의 인연으로 초대받았다. 크리스마스 파티의 흥이 한껏 오른 저녁, 텐노지 박사는 저택 입구의 거대한 청동상을 사라지게 하는 마술을 시연했고 참석자들은 모두 크게 놀랐다. 그리고 그 수수께끼를 풀기도 전에 텐노지 박사의 며느리 리츠코와 손자 순이치가 차례로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되는데...

"모든 것이 F가 된다"의 사이카와 - 모에 컴비 시리즈입니다.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죠. 국내에는 1996년이라는 국내 추리소설 시장 암흑기에 소개된 탓인지 광속으로 절판되었었습니다. 7~8년 전에 읽었었지만, 얼마 전 아무 생각 없이 다시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 첫 완독한 책이기도 하네요.

그러나 예전 감상과 비교하자면 영 아니올시다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제일 큰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트릭과 동기, 그리고 모호한 결말의 세 가지죠. 그 외에도 이상한 번역 등 꼽고 싶은 게 많습니다만...

일단 트릭은 장치 트릭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비교적 참신하고 스케일은 크지만 정도가 지나쳤습니다. 비현실적인 수준이 도를 넘었어요. 그러한 장치를 만든 이유도 불분명하고 말이죠. 만화였다면 어울렸을지 모르지만, 진지한 본격 추리물에는 그다지 어울리는 트릭으로 생각되진 않습니다. 덧붙이자면, 무대가 된 '삼성관'이 원래 '천문대'였다는 중요한 단서를 너무 대충 넘겨 이야기를 모호하게 만든 것도 공정하지 않은 처사라 생각되네요.

그래도 트릭은 '왜 1호실의 리츠코가 밖에서 죽고 아들인 순이치가 헝클어진 침대 아래에서 죽어 있었나?'라는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를 푸는 데에는 딱 들어맞고, 나름 재미도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동기에요. 범인이 왜 범행을 저지르는지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어이가 없을 정도에요. 이후의 과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또, 단순한 미움으로 이렇게 오래 범행을 준비한다는 것이 가능할지도 의심스럽지만, 이렇게 때를 기다려 왔다면 왜 불필요한 등장인물인 사이카와 - 모에 컴비가 초대되었을 때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 설득력이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러한 문제에 비하자면 완전 범죄에 희생양을 등장시키지 않는 범인의 실수는 무시할 만한 수준이겠죠...

마지막의 모호한 결말은 "모든 것이 F가 된다"를 의식한 탓일까요? 천재 괴물의 탄생을 알리는 결말로 보이는데, 괴물의 정체와 이러한 결말로 흐르는 이유 자체를 알 수 없기에 작위적으로만 느껴졌습니다. 그냥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끝내는 것이 훨씬 좋았을 텐데, 괜히 뒷맛만 찜찜해져 버렸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 실제 공학교수이기도 한 저자의 특기를 살린 수학자의 두뇌 배틀이라는 테마와 함께, 앞서 말한 주요 수수께끼의 전개 과정과 중간중간의 수학 퀴즈, 그리고 사이카와 - 모에의 알콩달콩 귀여운 밀당은 볼 만했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는 평균 이하였습니다. 제가 나이를 훨씬 더 많이 먹은 탓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예전의 좋았던 기억은 절판된 책을 구했다는 기쁨이 컸던 게 원인이 아니었나 싶군요. 절판된 지 한참 지났지만, 구태여 구해보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