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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3

시라노; 연애조작단 (2010) - 김현석 : 별점 2.5점

연애 조작단 '시라노 에이전시'를 만들어 운영하는 병훈과 동료들은 연애에 서툰 의뢰인의 사랑을 이루어주는 데 있어 99%의 성공률을 자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펀드매니저 상용의 의뢰를 받은 병훈은 혼란에 빠졌다. 상용의 의뢰 대상이 한때 병훈의 연인이었던 희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작년 빅히트를 기록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죠. 설 특선으로 TV로 시청하였습니다. "시라노 드 벨쥬락"에서 따온 설정인 '사랑을 이루어주는 대행사'라는 아이디어는 최고였습니다. 전반적으로 로맨스와 코미디도 적절히 잘 섞여 있었고 말이죠. 사랑을 이루어준다는 시라노 에이전시의 작전도 각본이 치밀해서 한 편의 잘 짜인 '작전물'로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잘 만든 영화로, 과연 히트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나 결국 이들이 하는 것은 '사기 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리 개운치는 않았습니다. 본인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전적인 도움으로 이루어지는 사랑이라는 점에서 말이지요. 실제로 영화 내에서도 송새벽의 사랑은 결국 범죄에 가까운 행위였고, 시라노 에이전시는 범죄를 도운 협력자일 뿐입니다. 추리소설 애호가로서 바라보자면 이들의 행위는 혼인빙자 사기 행위와 다를 게 없는 행동으로, 마쓰모토 세이초의 "과다지불한 중매 사례비"가 연상될 정도였습니다.

덧붙여, 키와 외모에 직업까지 완벽한 상용이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전전긍긍한다는 건 도저히 와닿지 않더군요. 제가 최다니엘의 키와 외모에 펀드매니저란 직업을 가졌다면 세상을 정말 쉽게 살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게다가 상용이 투자한 돈을 계산해 보면, 고정 직원 4명에 작전 성공까지 약 한 달여의 기간을 가정하고 최저임금 약 4,000원 - 하루 8시간 근무 기준으로 2,816,000원 + 각종 비용 실비 정산했다고 할 때 거의 동등한 비용을 잡아서 약 6백만 원, 마지막 바다에서의 거대한 무대 장치는 고용된 인원 약 30명에 카페 등 각종 임대료만으로도 최소 2백만 원 정도 예상되므로, 세금까지 포함하면 상용은 거의 천만 원에 가까운 돈을 쓴 겁니다. 이 비용만으로도 영화의 현실성은 안드로메다로 가는 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아무리 돈을 잘 버는 펀드매니저라 하더라도 정체도 잘 모르는 집단에게 선뜻 지불할 만한 돈은 아니잖아요? 하는 짓거리도 거의 사기에 가까운데... 차라리 희중에게 직접 투자하는 게 훨씬 가성비가 좋았을 겁니다.

때문에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앞서 말했듯 잘 만든 영화이고 재미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마음 편히 즐기기에는 제가 너무 나이가 들었고, 추리 애호가의 피가 많이 흐르는게 문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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