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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4

기묘한 생물학 - 한혜연 : 별점은 2.5점이지만 꾸준히 응원하렵니다

 

기묘한 생물학 - 6점
한혜연 글 그림/거북이북스

10여년전 'm.노엘'이라는 당시 국내에서 보기 드물었던 본격 정통 범죄 추리 수사물을 선보여 제 눈을 사로잡았던 작가 한혜연의 신작입니다. 작가의 이름만 보고 주저없이 구입한 책으로 지난주 아내가 출산을 앞두고 병원에서 진통하는 와중에 옆에서 읽었습니다. (크...)

얇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총 8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풍성한 구성과 더불어 심리 - 호러 분위기가 강한 작품들이라는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던 작가의 이력다운, 생물학적 이론이 담뿍 실려있는 작품들이라는 것도 독특한 재미를 선사해주고 있고요. 이렇게 전문지식을 특정 장르에 녹여낸 작품은 그 예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드문 편인데 한혜연 작가는 전문성과 재미의 경계선상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해 낸 편입니다. 아울러 확연히 좋아진 그림 역시도 작가의 내공상승을 말해주는 듯 싶더군요.

그러나 아쉬움 역시 큽니다. 먼저 설정부분에서 생물학 전공자의 이론을 깊이 집어넣은 것은 물론 인상적이나 설정 이외의 전개가 뻔한 작품이 많다는 것이 첫번째 아쉬움입니다. 억울하게 살해당한 시체가 묻힌 밭의 작물을 먹은 사람들의 행동을 그린 <먹이연쇄> 라던가 기생충의 숙주 역할을 하는 에로배우의 인육파티 이야기인 <완전변태> 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지금 읽기에는 너무 안일한 전개라 생각됩니다.
또한 기둥 줄거리 이외의 설명이 굉장히 부족하다는 것이 두번째 아쉬움입니다. 너무 단편 분량에 얽매인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전개가 굉장히 불친절하다 여겨졌습니다. 비가 오면 몸이 안 좋아지는 주인공과 물고기의 집단 죽음을 연관시킨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되풀이한다>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주인공과 물고기의 죽음을 연관시키는 방법은 어떻게 보면 단순한 장면의 교차에 불과해 보였거든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래서 어쩌라고?" 랄까요.
마지막으로 생물학 이론을 조금 무리하게 작품에 접목시키려 한 것도 무리수였다 생각됩니다. <한성유전>의 경우를 보자면 지극히 한국적인 작품 자체의 설정이나 전개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데 "한성유전"이라는 설정을 끌어들이고 그 사례를 녹여내기 위한 전개는 억지스러웠으니까요. "귀에 털이 많다" 라는 이유는 좀 지나치잖아요? 귀 면도기나 잘 쓰면 될 것을 말이죠. 차라리 대머리였다면 모를까...

그래도 한국에서는 보기드문 시도의 만화임에는 분명한 사실입니다. 실제 있었던 집단 자살 사건을 이론과 접목시키는 발상이 좋았던 <오페론의 유전자>,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를 다루어 특이한 반전을 가져간 <butterflies> 두편만큼은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대단하기도 했고요. 좋았던 작품들 처럼 "생물학" 본연의 이론을 실제 사건과 접목시키는데 보다 신경을 쏟았더라면, 아니면 너무 생물학 이론에 얽매이지 않고 좀 일상적인 분위기로 끌고 갔더라면 더 나았을 것 같으나 현재로서도 충분히 매력적인 만화라 생각되네요.

비록 아쉬움이 있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만 척박한 한국 장르만화 풍토에서 10년 넘게 전문성을 띄고 활동해 온 작가는 당연히 응원해야죠. 한국 심리 - 호러물에 관심이 많으시거나 작가의 팬이시라면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단 제목처럼 "기묘한" 느낌은 별로 없다는 것은 유념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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