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적초 -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북스피어 |
초능력자들이 등장하는 3편의 작품이 실려있는, 미야베 미유키의 중단편집입니다.
보통 초능력자 SF는 능력자들이 여러가지 무거운 사명을 짊어지고 의문의 조직과 싸워나가는 한편, 자신의 운명과 힘에 대한 두려움같은걸 느끼고 고뇌하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에 반해, 이 작품은 너무나 평범한 일상계에 가깝습니다. 힘이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고, 힘에 대한 대단한 배경설명이 있지도 않고(자연발생적인 것), 힘의 소유자들도 평범한 일반인들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일상계 초능력 SF물'이라는 장르가 있다면 그 안에서 대표를 다툴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나저나 읽다가 들은 생각인데, 이 책에서처럼 약간의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다지 큰 이득은 없다는 것이 맞는 이야기같아요. 뭔가 예지는 할 수 있지만 그 사건이 일어날때 까지는 뭘 예지했는지 알 수 없는 예지능력, 사람과 접촉해야만 하고 접촉 순간에 얻어지는 단편적인 의미를 조합해야 하는 투시능력 모두 한계도 명확할 뿐더러 이러한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별로 쓸데가 없거든요. 혼인빙자 사기범한테는 무척이나 유용한 능력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스러질 때까지"
어렸을적 사고로 부모를 잃은 도모코가 유일한 남은 혈육인 할머니의 죽음 이후 집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
"번제"
어린 동생을 말도 안돼는 사고로 잃은 가즈키에게 아오키 준코라는 회사 동료가 접근하여 범인을 죽여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녀는 염화능력자(파이로키네시스) 였고, 자신의 능력을 정당하게 사용하기를 원해왔었다.
이 작품집 속에서 가장 처지는 작품입니다. 아오키 준코가 가즈키에게 접근한 이유부터가 설득력이 없습니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면 그냥 신문이나 TV 방송에서 죽어 마땅한 인간들을 골라내면 됩니다.
가즈키 동생의 뺑소니 사고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었고 조금 여성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본 여운을 남기는 묘사는 인상적이지만, 앞서의 단점이 더 크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구적초"
남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천리안 다카코는 능력을 활용하여 형사가 되지만 서서히 자신의 능력을 잃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