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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9

Q.E.D iff 증명종료 (큐이디 이프) 08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3점

[고화질] Q.E.D. iff 증명종료 (큐이디 이프) 08 - 6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

전통의 시리즈 Q.E.D의 두 번째 시즌도 벌써 여덟 권째네요. 언제나처럼 두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시리즈 다른 작품들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독특한 작품들로 읽을 가치는 충분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발표되면 좋겠네요.

이야기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합니다.

"해변의 목격자"

Q.E.D 시리즈 중에서도 역대급으로 독특한 작품입니다. 작품이 처음부터 끝까지 무토우의 1인칭으로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모두 무토우가 바라보는 시점으로 그려지고 전개됩니다. 무토우는 거울을 보는 장면 정도에서만 등장할 정도지요.

이러한 1인칭 시점 덕분에 무토우의 목격 정보가 여러가지 조사를 거치면서 '누군가'로 덧칠되어 가는 전개가 빛을 발합니다. 기억이 조작되는 과정을 아래와 같이 당사자 기억에 덧칠하는 식으로 묘사했는데,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섬 소년들의 마돈나인 교우코가 비참한 희생자에서 옛 연인에게 살인 누명을 씌워가며 현실을 탈출하려는 악녀로 변해가는 과정 역시 1인칭 전개보다 더 잘 그려낼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트릭도 대단하지는 않지만, 앞서 여러가지 단서와 복선을 잘 활용하고 있으며, 아버지의 빚더미 때문에 궁지에 몰려 범행까지 저지른다는 동기도 설득력 높아서 만족스럽습니다. 이런 류의 범행에서 간과하기 쉬운, '범인역'으로 교우코의 옛 연인 구리바야시를 써먹는다는 점도 돋보였어요.

물론 교우코의 배가 수리 중이라 본토로 갈 수 없었다는 건, 수리하는 상황만 목격되었을 뿐이라 정말로 움직일 수 없었는지 증명되지 못했기 때문에 증거가 될 수 없다는 문제는 있습니다. 사체를 숨긴 곳이 집 안에서 자리보전하고 있던 그녀 아버지의 병상 속이었다는 것 역시 충분히 짐작 가능하고요.
즉, 무토우의 조사 이후 구리바야시 범인설이 불거지기는 하지만 결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나 (무토우)의 왜곡되어 가는 목격 증언 말고는 누가 봐도 교우코가 범인인 상황인건 변함이 없으니까요.

또 1인칭 전개라는 독특한 방식을 트릭 등에 활용하지 못한 것도 조금은 아쉽네요. 잘만 이용한다면 서술 트릭의 또 다른 형태로 충분히 그려낼 수 있었을걸로 보이는데 말이지요.

그래도 이 정도면 추리와 재미 양 쪽에서 성과를 거둔, 좋은 에피소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흰 까마귀"

특별한 범죄가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1, 2부 구성인데 1부는 전형적인 일본의 콩가루 집안 이야기 비슷합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이와누마의 애인도 유산 상속을 받는 4명 중 한명이며, 10억엔에 가까왔던 유산도 투자 실패 탓에 700만엔 밖에 남지 않았다는게 밝혀지기 때문이지요. 변호사와 애인이 만나는 걸 본 나머지 일족은 둘이 한 패로 유산을 빼돌린다고 생각하고요. 1부 마지막까지 변호사와 애인은 악당처럼 보입니다. 나머지 일족은 자신들의 돈을 찾기 위한 절박한 노력에 나서고요.

하지만 2부에서 일족들은 모두 무능한 기생충들이었고, 변호사와 애인이라는 여자가 우리 편(?)이었다는 놀라운 반전이 드러납니다. 이혼한 할아버지의 전처, 큰 딸, 그리고 가즈타 모두 자신들의 실수와 무능으로 재산을 탕진했다는게 설명되거든요. 이 과정에서 1부에 등장했던 여러가지 복선들도 잘 사용되고 있어서 만족도가 높아요.

그러나 결국 일족이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통장 확인만으로 남은 재산이 700만엔 밖에 안된다고 납득한다는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10억엔이나 되는 돈을 누가 은행 통장 하나에 그냥 넣어 둘까요? 일본 노인들에게는 보편적인 재산 관리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와누마 할아버지는 페루의 광산에까지 투자할 정도로 많은 투자를 한 인물인데 통장 하나로 이 모든걸 관리한다는건 말도 안되지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놀라운 반전으로 끌고나가는 전개 과정의 설득력은 높은데, 통장 만큼은 납득하기 어렵기에 감점합니다.

덧붙이자면, '흰 까마귀'는 딱히 이야기하고 별 상관이 없습니다. 이는 이와누마 할아버지가 죽기 직전에 토마와 나눈 말에서 따 온 것입니다. 일족이 재산이 700만엔 밖에 없다는걸 납득하게끔 증명해 달라는 할아버지의 부탁이 굉장히 어렵다는걸 빗댄 표현이지요. "흰 까마귀가 없다는걸 증명하는건, 다른 모든 까마귀가 희지 않다는걸 증명해야 한다"는 뜻이거든요. 가나가 흰 까마귀를 보고, 토마는 다른 세계가 아니라 나와 같은 세계에 있다! 고 생각하는 결말에서 써먹기는 하는데, 딱히 중요한 내용은 아니었어요. 가나와 토마와의 관계가 한 걸음 더 나아간걸까? 싶은데, 잘 모르겠습니다. 다음 권을 지켜봐야겠네요.

2021/12/31

2021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열 여덟번째 블로그 리뷰 총 결산입니다. 블로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나이라니 감개무량합니다. 다 컸으니 이제 돈을 좀 벌어 와야 할 텐데 말이지요.

하여튼,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사태 장기화 탓에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나 작년보다는 줄었어요. 작년에는 133권을 읽었는데, 올해는 추리 / 호러 장르문학 57 (77)권, 기타 장르문학 3 (4)권, 역사서 17 (9)권, 디자인 or 스터디 1 (4),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15 (25)권, 기타 도서 24 (14)권으로 다 합쳐서 117권을 읽었으니까요. 이유는 백신 접종과 위드코로나 정책 덕분에 다른 활동으로 보낸 여가 시간이 늘었던 탓입니다. 올림픽도 열심히 관전했고요. 거기에 더해 작년에는 '추리 소설 1,000권 읽기'라는 개인적인 큰 목표 달성을 위해 더 열심히 달리기도 했었지요. 여러모로 작년이 역대급이었던 셈으로, 당분간은 작년처럼 책을 많이 읽는 해는 오지 않을거라 생각되네요. 그래도 최소한의 목표인 100권은 훌쩍 넘겼으니 만족합니다.

그럼 언제나처럼 각 항목별 베스트 - 워스트를 소개해드립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21년 베스트 추리소설 :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별점 4.5점! 20세기 미국 범죄 소설, 그 중에서도 하드보일드 장르의 흐름을 미국 역사 흐름과 비교하여 분석하는 문학사 서적. 상세 리뷰는 링크 참고하시길.

"나는 언제나 옳다" 
별점 4점! 복잡한 복합 장르 구성을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 단편 분량인 만큼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2021년 워스트 추리소설 :

"ON 온"
올해의 워스트 후보작은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서술트릭의 모든 것",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밀실 대도감", "가면병동", "최후의 일격, "범죄 캘린더"와"On 온"의 7편이나 됩니다. 모두 별점 1.5점짜리였지요. 거장 엘러리 퀸의 작품이 두 편이나 포함되어 있는게 놀라운데, 한 편은 나이 탓에, 또 한 편은 양산 모드로 쓰여졌기에 어쩔 수 없었던 결과물이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최후의 일격"은 괜찮은 발상의 트릭이 사용되기는 했고, 단편집 "범죄 캘린더"는 별점 2~2.5점짜리 작품이 수록되어 있어서 워스트 급은 아닙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밀실 대도감"은 책 자체 내용 문제보다는 다른 문제로 인한 감점 요인이 더 컸고요. 단편집 "서술트릭의 모든 것"은 "범죄 캘린더"와 같은 이유로 제외하면, 진짜 워스트 후보작은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와 "가면병동", "On 온"의 세 편이 남습니다. 

이 중 올해의 워스트로는 "On 온"을 꼽습니다. 유치한 설정, 합리적이지 못한 전개, 스테레오 타입의 뻔한 주인공들이 어우러진 싸구려 스릴러니까요. 다른 두 편은 약간이나마 추리적인 요소가 들어갔다는 점에서 그나마 "On 온"보다는 조금 나았습니다. 물론 도긴개긴입니다만....

2021년 베스트 /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올해 기타 장르문학도 3권 밖에 읽지 않아서 뽑기가 어렵네요. 재미만큼은 확실했던 별점 3점의 "사라진 세계"가 베스트였어요. 워스트는 따로 뽑지 않겠습니다.

2021년 베스트 역사 도서 :

"나는 황국신민이로소이다"
별점 5점! 역사 바로 세우기 측면에서 모든 분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입니다. "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와 "영어 조선을 깨우다 1"도 별점 4점을 받은 좋은 책이었는데, 아쉽게도 탈락했네요.

2021년 워스트 역사 도서 : 

"지도로 읽는다 리스타트 한국사 도감"
별점 1점. 편협한 개인 의견을 잔뜩 투입해서 불쾌하기 짝이 없었던, 그냥 '나쁜' 책입니다.

2021년 베스트 / 워스트 디자인 or Study :

딱 한 권 밖에 읽지 않아서, 올해는 평가할게 없네요. 공부가 부족했던 한해네요....

2021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홍차 애호가의 보물상자"
올해 이 쪽 분야 책들은 다 고만고만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카레로 보는 인도 문화", "경양식집에서", "홍차 애호가의 보물상자", "음식으로 읽는 중국사", "가스트로노미"의 5권이 별점 3점을 받았습니다. 이 중 재미와 자료적인 가치, 책의 완성도 등 모든 면을 고려하여 "홍차 애호가의 보물상자"를 베스트로 꼽겠습니다. 1부만 한정하면 별점 4점 이상도 충분했던 책이니까요.

2021년 워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올해는 2점 이하의 별점이 없어서, 워스트는 따로 뽑지 않습니다.

2021년 베스트 기타 도서 :

"이상한 나라의 언어 씨 이야기"
별점 4점을 받은 책은 "1달러의 세계 경제 여행", "이상한 나라의 언어 씨 이야기", "n분의 1의 함정"의 세 권이었습니다. 다 좋은 책이었지만, 이 중 재미에 더해 제 전공 분야인 커뮤니케이션과 상호 작용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어 준 "이상한 나라의 언어 씨 이야기"를 올해의 베스트로 꼽습니다.

2021년 워스트 기타 도서 :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
별점 1.5점을 받은 올해의 워스트 후보작은 "재미있는 식물 산책 도감",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 "만화로 보는 99가지 발명품 이야기"의 3권입니다. 이 중 사람 열받게 만드는 가소로운 자기 주장을 담고 있는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가 올해의 워스트입니다.

2021년 베스트 Movie : 

"나이브스 아웃"
훌륭하게 현대에 되살린 본격 추리물! 별점 3점.

2021년 워스트 Movie : 

"철권을 가진 사나이"
황당무계하고 유치했던, 심지어 액션마저 별 볼일 없었던 '가짜' 무협 영화.

2021년 베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전체적인 별점은 고만고만해서 베스트랄건 없네요. 에피소드 기준으로는 "Q.E.D iff 증명종료 14" 수록작 "1억엔과 여행하는 남자"가 오랫만에 별점 4점짜리 에피소드였습니다.

2021년 워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Q.E.D iff 증명종료 16"
수록작 3편 중 2편이 별점 1.5점, 1편이 별점 1점을 받은 워스트 오브 워스트. 그 외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3"의 "앙숙"도 별점 1점짜리 망작이었습니다. 별점 1.5점 짜리 에피소드들은 언급하기도 힘들만큼 숱하게 있었고요. 추리 만화 분야는 영 실망스러웠던 한해였네요.

2021년 베스트 Comic - 기타 : 

"그리고, 또 그리고 1~5"
별점 4점짜리 책은 이 책 외에도 "피너츠 완전판 19 : 1987~1988"이 있었습니다. 이 책을 베스트로 꼽은 이유는 재미와 감동에 더해 미대 졸업생인 저에게 많은걸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고요. 하여간, 극히 일부의 예외는 있지만 만화가가 그린 자기 이야기는 무조건 최고에요.

2020년 워스트 Comic - 기타 : 

최저 별점이 2점이라서, 워스트는 따로 꼽지 않겠습니다.

결산평 : 

이상으로 2021년 블로그 결산을 마칩니다. 올 한해는 저 개인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는 한해였어요. 인생의 큰 목표 중 하나였던 '추리 소설 1,000권 읽고 리뷰 쓰기'를 완료했기 때문이거든요. 저도 하루하루, 한달한달, 한해한해가 더욱 소중한 나이가 되었는데, 2022년에도 저 개인적으로 내세울 수 있고 자부심을 가질만한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의미있고 가치있는 2022년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했고, 또 감사드립니다!

2020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2023/11/29

Q.E.D Iff 증명종료 21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1점

Q.E.D Iff 증명종료 21 - 2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신작이 나온지 모르고 있었는데 뒤늦게 찾아 읽었네요.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졸작이었습니다. 20권이 간만에 높은 수준을 보여줬기에 기대가 컸는데 아쉽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수록작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디오판토스 방정식"
이즈미 코타는 수학 올림피아드 강화 학습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토마와 가나를 만났다. 토마 덕분에 수학에 관심을 갖게 된 인연이 있었다...

수학 올림피아드 학습 중 일어났던, 합숙생 호즈미가 사유지 건물 옥상에서 사라진 방법을 해결하는 일상계 단편. 
이외에도 합숙 멤버들 책상에 놓여있던 인형의 정체, 그리고 아래의 상황에서 학생이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와 마지막의 논리 퍼즐같은 소소한 수수께끼도 등장합니다.
호즈미 소실과 인형들, 논리 퍼즐은 모두 강사 세키의 계획이었다는게 진상입니다. 학생들이 단순히 수학 문제를 푸는 기계가 아니라 누구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에 도전하고, 미지의 황야를 나아가기를 바랐는데, 그 때 불안과 고독을 느끼고 패닉에 빠질지도 몰라서 일부러 그런 상황을 만들었던 것이지요. 호즈미는 세키의 제자로 계획에 참여한 공범(?)이었고요.

그런데 '문제를 잘 읽는게 중요하다'는걸 알려주기 위해 인형들을 사용한 것 정도는 그럴싸했지만 (인형에 표기된 글자는 모두 오자였다), 일상 속 불가능 범죄를 푸는게 수학과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사유지 건물 옥상 트릭은 일종의 숨바꼭질(?)에 불과한 트릭이라서 수학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고요.

마지막의 디오판토스 방적식을 푸는 과정과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기쁨을 표현한 부분만 '학습 만화'로 약간의 가치가 있을 뿐, 추리물로 보기 어려운 망작이었습니다. 제 별점은 1점입니다.

"사후의 편지"
폭력단 코단 조직의 말단 조직원 사사메 켄토가 밀실에서 칼에 찔려 살해당했다. 용의자 와타보시는 투자회사 사장 마다라 에츠코의 사기 피해자로, 마다라 에츠코가 코단 조직을 이용해 누명을 씌웠다고 주장했다.
한편 사사메의 애인 사키의 집에 조직원들이 쳐들어와 켄토가 남긴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조직은 켄토가 조직이 시킨 어떤 일의 증거를 남겼다고 여겼다. 사키와 안면을 튼 토마 덕분에 진상이 밝혀지는데....


켄토는 사키의 아이에게 마술을 보여주겠다며 조각이 들어있지 않은 빈 만화경을 샀었습니다. 그리고 켄토 사후에 사키에게 빈 봉투의 편지를 보냈고요. 트릭은 이 두가지를 결합하는 것이었습니다. 빈 만화경으로 봉투를 보면, 봉투에 붙여놓았던 종이의 무늬가 보이게 되는 것이지요. 무늬는 켄토가 사키에게 선물했던 지갑을 의미하는데, 지갑 안에는 SD 카드가 들어있었습니다.
그럼 SD카드에는 무슨 내용이 들어있었을까요? 켄토가 보스 시모아라메의 지시로 와타보시를 죽이려고 잠입했다면 (그리고 역으로 살해당했다면) 이에 대한 증거를 남겼을리 없습니다. 자기 범죄를 증명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토마는 "켄토는 시모아라메의 지시로 와타보시 집에 잠입해서 자살했으며, SD 카드의 내용은 그것을 증명한다"고 추리했으며, 그게 정답이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SD카드를 숨긴 곳을 알리는 만화경 트릭부터 실망스럽습니다. 만화경으로 빈 봉투를 들여다본다는걸 누가 떠올릴 수 있을까요? 이런건 단서도 뭐도 아닙니다. 대단한 곳에 숨긴 것도 아니고, 지갑안에 숨겼을 뿐인데 암호를 남긴 것도 억지스럽습니다. 어차피 언젠가는 발견되었을테니까요.
밀실 살인이 아니라 밀실 살인을 위장한 자살이라는 아이디어도 신선하기는 했지만, 일개 조직 폭력배 조직원이 보스가 자살하라고 했다고 선뜻 자살한다? 전혀 와 닿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 카리스마가 있는 보스라면 이미 일본을 제패했을겁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 그나마 추리 요소가 있을 뿐, 전작과 다름없는 망작이었습니다.

2021/06/25

Q.E.D Iff 증명종료 14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2.5점

Q.E.D Iff 증명종료 14 - 6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두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각각 걸작과 졸작으로 극명하게 수준이 갈립니다. 이렇게까지 차이가 났던 권은 많지 않았었는데 말이지요. 평균 별점은 2.5점입니다.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억엔과 여행하는 남자" 

파자마 차림으로 1억엔을 든 채 배회하던 남자가 발견되었다. 기억을 잃은 그는 '우라시마 타로'라는 남자로 밝혀졌다. 교통 사고로 의식 불명 상태였는데 아내가 죽은 뒤 의식을 회복했으며, 1억엔은 사고 배상금으로 집에 놓여져 있던 돈이었다. 

타로는 아내 나오코가 언제나 오르골로 쇼팽의 이별의 곡을 울렸으며, '오토구치를 찾으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겼다는 걸 기억해내었고, 토마의 조사로 오토구치 마사요시는 실존 인물로, 그가 지방검사 시절에 담당했던 우라시마 긴지 살인 사건 피고인이 우라시마 타로였다는게 밝혀졌다. 그는 나오코와 함께 있었다는 알리바이 주장을 했지만 오토구치 검사가 가져온 CCTV 영상으로 거짓이 밝혀져 15년 형을 선고받았었다. 12년 뒤 석방된 그는 4년만에 자살을 시도해서 혼수상태에 빠졌었다....

오래전 있었던,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사건의 진상을 밝혀낸다는 내용의 범죄 드라마이자 본격 추리물이자 복수극입니다.

우선 토마는 우라시마 긴지 사건 재판의 진상에 대해 추리해냅니다. 우라시마 타로가 갔던 에비스 카페 주차장이 범행 현장 주차장과 같은 형태였던걸 이용하여, 우라시마 타로가 현장에 있었다고 오토쿠치 검사는 증거를 조작했던 겁니다. 토마는 사진 속 가로등과 그림자 위치로 이 추리를 증명해 내고요. 그리고 이를 통해 지금의 수수께끼, "우라시마 타로에게 일어난 일은 정확하게 무엇이며, 1억엔이 왜 남겨져 있었고, 나오코는 왜 오토구치를 찾으라는 메시지를 남겼는지"를 풀어냅니다. 그 답은, 이 모든건 오토구치의 증거 조작을 알아낸 나오코의 복수였다는 겁니다. 

지금의 우라시마 타로는 오토구치 검사였고, 나오코는 오토구치가 조작으로 이겼던 재판에서의 형량만큼 그가 형을 살도록 하기 위해 26년간 약을 먹여 재운 겁니다! 1억엔은, 국가에서 죄가 없는 사람이 형을 살았을 때 보상금에 기초한 금액이고요. 하루에 대략 1만엔이니, 365일 곱하기 26년하면 대충 1억엔인거지요. 나오코가 마지막에 남긴 메시지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떠올려 내라는 뜻이었습니다. 이는 오토구치가 검사 시절 선고했던 형량의 총합인 26년과, 오토구치가 기록에서 사라진지 올해가 26년 째라는 점 등으로 증명됩니다.

추리를 위한 단서 제공도 공정한 편이라서 본격물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뿐 아니라, 반전이 드러나는, 우라시마 타로가 사진을 보고 자기가 오토구치였다는걸 깨닫는 장면도 아주 좋았습니다. 사진 중심이라는 점에서는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자기 딸이 미도라는걸 깨닫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만화라는 매체에 어울리게 잘 표현했다고 생각됩니다.

아울러 이 끔찍한 진상을 담담하게, 웃는 얼굴로 밝히다가 가나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고 하는 토마의 모습은, 토마 소라는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 잘 드러난 명장면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소중한건 가나 뿐이라는 이야기니까요. 가끔 보면 이 친구는 정말 소시오패스가 아닌가 싶어요. 사회적인 공감이 결여되어 있는걸로 느껴지거든요.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다만 전개 과정에서 약간의 헛점은 눈에 뜨입니다. 가장 큰 헛점은 오토구치의 실종이 제대로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냥 기록에서 사라졌다고만 언급되고 있거든요. 아무리 옷을 벗었어도 전직 검사인데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지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건 말도 안되지요. 가족이 없는 것도 아닐테고요. 또 26년간 약으로 잠들어 있었다 하더라도, 자신이 오토구치였다는 '기억'을 잃은건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원래의 우라시마 타로는 자살했는데, 그 역할을 오토구치에게 맡길 때 시체를 어떻게 했는지도 설명되지 않아서 좀 아쉬웠어요.

그래도 완성도는 손색이 없는 좋은 작품입니다. 타나바타 형사의 재등장도 반가왔고요. 별점 4점은 충분합니다.

"메모리" 

MIT 출신 수학자 황성이 사망 후, 양자 암호에 대한 핵심 기술을 남겼는데, 이 기술을 러시아와 중국, 미국 정부가 노려서 대 소동극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전작이 아주 빼어나서 기대가 컸는데, 아쉽게도 부응하지는 못했습니다. 세계 초 강대국 3개국이 가담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유치한 첩보전이 그려지는 탓입니다. 토마와 가나의 변장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던가, 가나가 강대국 정보부원들의 습격을 격투와 함정(?)으로 저지한다던가, 3개국이 USB를 확보하기 위해 유원지에서 대소동을 벌인다던가 하는 전개 모두 유치하기 짝이 없네요. 토마가 애초에 가짜 USB를 넘겨줘서, 3개국 정보기관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는 진상도 유치하기는 마찬가지고요.

약간 등장하는 추리적인 요소도 실망스럽습니다. 황성이 토마의 데이터를 훔치려고 했지만 훔치지 못했던 방식에 대한 소소한 트릭 - 몰래 작은 USB를 노트북 후면에 꽂아 두고, 누군가 USB를 연결하면 그쪽 연결은 없이 후면 USB가 연결되게 함 - 은 일견 그럴듯해보이지만 설득력은 낮아요. 노트북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탐색하여 USB로 복사하는 과정에서 보통은 자기 USB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되니까요. 황성이 사망전 머물렀던 산장 벽걸이 시계에서, 멈춘 시계 바늘이 가리키는 장소에서 USB를 발견한다는 일종의 암호 트릭도 유치합니다. 구태여 암호 트릭을 풀지 않았더라도, 주변만 수색했어도 정보기관에서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을테고요.

황성이 러시아에서 태어난 조선족으로 중국 칭화대에서 공부했으며 여동생 황해심이 한국의 친척에게 보내졌다는, 우리에게는 비교적 친숙한 설정의 인물이라는건 재미있었습니다. 일본도 토마가 손에 넣은 USB를 입수하기 위해 움직이는데, 이 과정에서 전작에 등장했었던, 단맛을 좋아하는 내각 조사실 소속 나시다가 재 등장하는 것도 반가왔고요.

하지만 대체로 점수를 줄 부분은 없는 졸작이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2016/11/12

Q.E.D. iff 증명종료 (큐이디 이프) 01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3점

[고화질] Q.E.D. iff 증명종료 (큐이디 이프) 01 - 6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

자주 찾아가는 LionHeart님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입수하여 읽게된 "Q.E.D" 시리즈 신작입니다. 시즌 2지만, 바뀐거라고는 한학년 올라간거와 토마가 이사한 것 정도밖에는 없습니다. 이래서야 구태여 시즌을 나눌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데, LionHeart님 블로그 댓글을 보니 연재 잡지가 바뀐 탓으로 보입니다.

시즌 1과 같이 두 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두 편 모두 나름 강력 범죄가 등장합니다. 제가 시리즈에서 좋아하는 일상계 이야기들은 아니에요. 허나 두 편 모두 기본 이상은 해 주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작가 스스로 매너리즘을 털어내고 새롭게 접근하기 위한 시도 자체는 나름 성공적이라 생각되네요. 시즌 2의 첫 출발은 아주 좋아보이는데, 다음 권도 기대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에피소드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읽으시기 전 참고 부탁드립니다.

"iff"

season 2의 부제이기도 한 iff가 제목인 시즌 2의 첫 작품으로 조각가 미사고가 밀실인 아틀리에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을 그립니다. 제목의 의미는 범인이기 위한 필요 충분 조건이 무엇이냐... 이고요.

추리적으로는 완성도가 높습니다. 네 명의 용의자들 모두가 일단 범인이라고 가정하고, 어떻게 범행했을지를 들려준 뒤 "하지만 그럴리는 없다"고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솜씨가 아주 일품인 덕분입니다.
핵심 트릭인 조각상으로 분장한 모델이 이미 죽은 조각가를 움직여 알리바이를 조작했다는 것 역시 아주 뛰어나지는 않지만, '만화라는 매체에 딱 맞는' 트릭이라서 꽤 볼만했습니다. 빈 상자의 수수께끼도 해명되며, 작업 중이던 조각상의 얼굴을 부순 이유 (작업이 진행되지 않았음을 숨기기 위해) 와 같은 몇 가지 단서들도 모두 해결되고요. 

아울러 조각가 미사고가 그녀를 보고 영감을 얻어 조각을 하고 싶다는 열망을 품은 것(딸이니까 당연하겠죠), 미사고가 사람 내면을 드러내는 작품을 만드는데 마지막 작품의 완성이 늦어진 것은 두 손이 "안는 것"이냐 "목을 조르는 것"이냐의 갈등이었다는 결말에서의 여운도 마음에 듭니다.

물론 범인임을 증명하는 결정적 단서가 범인의 말실수 - 조각상의 얼굴이 부숴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 - 뿐이라는건 많이 부족합니다. 용의자 모두의 과거를 조사하면 드러날 수 있는 동기였다는 점에서 무모한 범행에 대한 설득력도 낮고요.

그래도 이 정도면 최근 삼진, 병살을 반복하던 시리즈에 숨통이 트이는, 오랫만에 터진 깨끗한 안타와 같은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양자역학의 해에"

1920년대의 신흥종교 교주가 산속 은거지에서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시체 옆에 놓여있던 당시 과학잡지를 구입한 인연으로 토마와 가나 일행은 사건 현장을 방문한 뒤, 과거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데...

거의 100년 전, 원수와 피해자가 공존하는 궁극의 종교 공동체에서 벌어진 집단 학살과 조직 붕괴, 뒤이은 교주의 자살에 얽힌 진상을 파헤치는 작품입니다. 단서라고는 당시 신문기사와 과학잡지 속에서 발견된 과학잡지 기자의 노트가 전부라 안락의자 탐정물같은 느낌도 줍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100여년 전 종교집단을 이끌던 교주 카이지로입니다. 똑똑하고 나름 카리스마가 있는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지는데, 주사위를 예로 들며 마이너스 확률을 설명하는 장면은 그 중에서도 백미였습니다. 1920년대를 배경으로 신흥종교 집단을 그린 묘사도 재미있었고요.

하지만 카이지로의 능력 - 거울과 아픈 사람을 치료해 주는 것 - 이 아산화질소를 사용한 일종의 사기 행각이었다는 진상은 많이 실망스럽습니다. 게다가 아내와 아이까지, 일가족을 살해당한 피해자에게 원수를 용서하라니 가당치도 않지요. 그것도 수상쩍은 내세 세계관을 내세워 가족을 다시 만날 것이라 약속한다? 솔직히 천벌을 받아도 싼 놈이라 생각됩니다.
아울러 아부미가 논리의 모순을 깨닫는 과정 역시 전형적인 Q.E.D 스타일이지만 너무 복잡했고, 상황을 고려한다면 와 닿지도 않았습니다. 어차피 어설픈 사기였으니만큼 이렇게 복잡한 과정 없이도 결국 들통이 났을 테니까요. 양자역학이 구태여 등장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감점 요소였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부분 부분 재미있지만 추리적으로는 부족했고, 전체적으로는 아쉬웠습니다.

2025/01/25

Q.E.D iff 증명종료 27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3점

Q.E.D Iff 증명종료 27 - 8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전통의 시리즈. 강력 사건 1편, 일상계 1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전체 평균 별점은 3점입니다. 2024년 6월의 23권 이후 네권째 만에 평균 이상의 작품을 선보여 주었네요. 앞으로도 이 정도 수준을 계속 유지해주면 더 바랄게 없겠습니다.

수록작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인형의 집 살인 사건

가나의 입학 절차 때문에 하버드를 방문한 토마와 가나는 회계사 레기 베이커 살인 사건 수사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 사건은 25년 전 발생했던 윌리엄 힐 살인 사건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피해자는 윌리엄 힐 사건 당시와 동일한 방식으로 살해되었고, 사건 현장에는 윌리엄 힐 사건을 재현한 인형의 집이 놓여 있었다.

인형의 집을 만든 이는 윌리엄의 모친인 카밀라였으며, 토마는 카밀라를 찾아가 그녀가 범행을 지시한 범인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하지만 암으로 죽어가던 카밀라는 자백하기에 앞서, 25년 전 사건의 진상을 먼저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윌리엄 힐 사건은 범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둔기는 가져갔지만, 나이프는 남겨두었고 혈흔은 사방에 튀었으나 발자국은 없는 등 기묘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유력한 용의자인 윌리엄의 애인이 실종되어 사건은 미궁에 빠진 상태였다...

범인은 회계사 레기 베이커였습니다. 윌리엄 힐은 충동적으로 애인을 살해한 뒤, 레기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레기는 이 틈을 이용해 알리바이 - 차를 가져간 윌리엄 힐에게 차가 없다고 말하게 한 뒤, 윌리엄의 차를 몰고 가겠다고 말하고 바로 현장으로 출발하여 시간을 번 것 - 를 만들고 윌리엄을 살해했습니다. 윌리엄이 가지고 있던 300만 달러를 가져가기 위해서였지요.
레기는 윌리엄이 애인을 죽인 둔기로 윌리엄을 때렸기에 둔기를 가져갔으며, 애인의 피를 숨기기 위해 윌리엄을 난자하면서 현장이 혼란스러워졌던 겁니다.

Q.E.D에서는 정말이지 오랫만에 만나보는 정통 본격 추리물로 설득력 높은 알리바이 트릭이 사용되었고, 기묘한 상황을 풀어내는 추리도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Q.E.D의 특징인 '학습 만화'스러운 부분도 과학 수사의 어머니라는 프랜시스 글래스너 리의 생애와 그녀가 만든 '인형의 집' 방식을 소개해 주면서 독자를 만족시킵니다. 그 외에도 가나의 하버드 입학 등이 펼쳐지는 등, 여러모로 오랜 팬으로서 즐길거리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고전적인 본격 추리물이라면 모를까, 현대적 관점에서는 과학 수사를 다소 무시한 점은 아쉬웠습니다. 25년 전이라고 하면 오래전으로 느껴지지만, 작품 발표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1990년대 극후반입니다. "C.S.I" 시즌 1이 2000년에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당시 현장 조사에서 다른 혈흔을 밝혀내지 못하거나, 자동차 타이어 흔적 등을 통해 단서를 찾지 못했다는건 솔직히 납득하기 어려워요. 이미 핸드폰 시대인데 윌리엄 힐이 집 전화로 전화를 건 것 역시 마찬가지고요. 또 윌리엄 힐이 자택에 전화를 두 번 - 레기에게 먼저, 그 다음에 가족에게 - 걸었던건 왜 밝혀지지 않았을까요? 피해자의 모친이 엄청난 재력가로 진상 규명을 위해 전력을 다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허점들은 더욱 아쉽습니다. 범인 발자국이 없었던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는건 치명적인 단점이고요.

그래도 이 정도면 평작 수준은 되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임시 특별 침대 열차 사건

"습관에 주의하세요. 그것은 언젠가 성격이 될 테니. 성격에 주의하세요. 그것은 언젠가 운명이 될 테니." - 테레사 수녀.

봉사활동을 위해 아오모리에 간 토마와 가나는 도쿄로 돌아가는 길에 고급 침대 열차에 탑승했다가 부유한 할머니가 급작스러운 심장 발작으로 사망한 사건에 휘말렸다.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모두 사건 현장인 식당칸에 있었지만, 그 사실을 숨기려고 했다...

할머니의 사망은 단순한 사고였지만, 승객들이 식당칸에 있었던 사실을 숨기려 했던 이유가 충격적입니다. 승객들은 모두 식당칸에서 할머니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목격했지만 이를 방관했고, 사망 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현장에 있었던 사실을 숨겼던 것입니다.

이후 전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라면 자신의 아파트 근처에서 강도와 살인범에게 공격을 당해 목숨을 잃을 때,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다는 키티 제노비스 사건 이야기로 끌고 갔을겁니다. 그리고 방관자 효과 설명으로 마무리했겠지요. 사회파적인 고발, 그리고 Q.E.D 특유의 학습 만화스러운 정체성을 선보이기 이해서는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을테지요.

그러나 이 에피소드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봉사'라는 개념을 끄집어내며 마무리합니다. 작가는 이 사건을 통해 "남을 돕는 행동도 스포츠나 공부나 그림처럼 무의식이면서 습관적으로 하면 할 수 있지만, 무의식 속에 들어 있지 않은 것은 급작스럽게 대응할 수가 없다. 반대로 의식은 할 수 없었던 정당성을 생각해낸다. 남을 돕는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도록 습관화하는 것은 인격 형성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봉사 활동 경력이 대학 입시 등에서 중요하게 사용된다고 알려줍니다. 그리고 앞서 소개드렸던 테레사 수녀의 말로 마무리되고요. 이런 깔끔한 일련의 전개와 마무리는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봉사에 대한 개념 역시 그동안 생각도 하지 않았던 부분인데, 많은 반성도 하게 만드네요. 봉사가 몸에 배어 있는 분들은 존경할 수 밖에 없겠어요.

중반에 승객들이 가상의 범인을 만들어내는 전개는 다소 억지스러웠지만, 그 외의 전반적인 내용은 평균 이상의 수작입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2020/06/12

Q.E.D Iff 증명종료 6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2점

Q.E.D Iff 증명종료 6 - 4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CMB만 읽던 와중에 확인해 보니, 본가인 Q.E.D도 2부격인 iff가 어느새 9권까지 나왔네요. 

이번 권은 한 편의 일상계와 한 편의 강력 범죄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Q.E.D 전통의 구성이지요. 보통 한 권에 4편 정도의 이야기를 수록하여 빠르게 진행하는 CMB와는 다르게, 한 개의 이야기를 보다 긴 호흡으로 디테일하게 전달해 주는게 QED의 특징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두 편 모두 이렇게 길게 늘일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디테일한 이야기 전개보다는, 지루하다는 느낌이 더 강해요. 특히 첫 번째 이야기인 "지구에 떨어졌다 말하는 남자"가 심합니다. 미국에서 마약 조직간 항쟁에 휩싸인 와타루의 이야기와 자신이 '외계인' 이라고 주장하는 사이먼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길었던 탓입니다. 사이먼이 토마와 30만 광년 떨어진 곳에서 웜홀을 통해 지구로 이동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필요는 없었어요. 이보다 낫기는 했지만 "추락" 역시 여러모로 썩 좋은 작품이라고 보기는 힘들었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에나리와 그 일당이 대학에 진학해서 여전히 탐정 동호회 놀이를 하고 있다는 등 오랜 팬으로서 반길 요소가 없지는 않았지만 추리적으로는 영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다음 권에서는 분발해 주면 좋겠네요.

에피소드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지구에 떨어졌다 말하는 남자"

1986년, 모리타 리사는 미국에서 도미니코를 만나 결혼하지만, 이혼 후 양육비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었다.
10년 후, 리사의 아들 와타루는 가난한 환경 때문에 마약 판매 조직의 일을 하게 되었지만, 4년 뒤인 14살 때 마약 조직간 항쟁에 휘말려 총상을 입고 버려졌다.
현재, 대학에서 미스터리 연구회를 만든 에나리와 홈즈, 멀더는 수수께끼를 찾다가 멀더의 할머니에게 찾아온 이상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금발의 남자 사이먼이 스스로 우주인이라고 말하며 할머니를 돌보기 시작했다고 했다. 가족은 사이먼이 의절한 고모인 리사의 아들 와타루라고 생각하고 모발을 습득하여 DNA 검사를 진행하는데...

서두에 나오는 미국에서의 잔혹한 갱단간 싸움이 멀더 모리타의 가족과 관련된 일상계로 이어지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핵심 수수께끼는 사이먼의 정체입니다. 우선, 사이먼이 와타루라면 외계인이라고 주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유산이 탐난다면 더더욱 본인이 와타루라는걸 밝히는게 도움이 될 테니까요. 그렇다면 왜 외계인이라고 주장할까요? 별다른 사기를 치거나, 할머니 돈을 훔쳐 달아나는 것도 아니니 그 정체는 궁금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DNA 검사 결과를 통해 할머니와 사이먼은 조손 祖孫 관계라는게 드러나서 사이먼은 와타루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러나 리사와 와타루는 모두 사망했다는게 확인되었다고 통보되어 사이먼의 정체는 미궁에 빠지고 말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이먼은 와타루가 맞습니다. 토마의 추리에 따르면 리사와 와타루가 죽었다고 알려진건 갱단 조직 재판의 증인으로 참석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의해 새로운 신분으로 살아가게 되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지나치게 묵직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별로 와 닿지도 않네요. 비슷한 주제로 만화를 거의 90여권 가까이 (CMB 포함) 발표하다 보니, 일본 내에서의 이야기로는 이제 한계를 느꼈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미국의 증인 보호 프로그램을 일본 일상계 안에 가져온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입니다.
그리고 이 진상이 와타루가 '외계인'을 자칭할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는 여전합니다. 딸과 의절하고 원조를 거절하여 어린 시절을 힘들게 보내게 만든 할머니에게 복수를 하기 위한게 목적이었다면, '외계인' 이라는 수상쩍은 주장을 할 이유는 없습니다. 정체에 대한 의심만 불러오니까요. 수상쩍은 남자를 집에 들인 것도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부탁 때문이지, 외계인이라는 사이먼의 주장은 문제만 일으켰을 뿐이에요. 

또 에나리와 그 일당(?) 들, 토마와 가나의 활약도 거의 없고 주어진 정보에 따른 안락의자 탐정 역할만 마지막에 수행하기 때문에 이야기도 딱히 재미있지 않았어요. 현학적인 재미를 전해주는 부분도 '외계인' 사이먼과 웜홀 등에 대해 논하는게 전부로 이야기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없어서 영 별로였습니다.

이 보다는 차라리 백화점에서 사이먼이 미행을 따돌리고 사라진 방법이라던가, 열쇠가 없는데 집에 들어온 방법에 대한 일상계다운 추리가 더 볼 만 했습니다. 특히 가족 중 유일하게 집에 돌아오지 못한 '리사'를 위해, 그녀가 열쇠를 숨겨두던 곳에 열쇠를 여전히 두고 있었다는 건, 트릭으로서도 괜찮지만 가족 간의 정을 드러내는데 꽤 효과적이라 마음에 드네요.

그래도 긴 이야기에서 건질게 이 정도라면 많이 부족하죠.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평균 이하의 지루한 이야기였습니다.

"추락"

TV 인기 드라마 프로듀서인 에코다 와타루가 빌딩에서 떨어져 죽었다.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옥상에서 탈출하려다가 떨어져 죽은 사고사로 처리되었지만, 한 가지 의문을 남겼다. 왜 그는 직접 탈출하기 전에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것일까?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 문이 위에서부터 차례로 잠겨서 아무도 올라갈 수 없었던 상황을 풀어낸 트릭은 괜찮았습니다. 경비가 위에서부터 문을 잠그고 순찰하면서 내려온다는 시간차를 이용한 것이지요. 현실적이면서도 설득력 높아서 마음에 듭니다.

그러나 이 트릭 외에는 모든 부분, 진상과 동기, 진범의 정체 등 모든게 다 엉망이었습니다. 일단 사건부터 보면, 범인이 똑똑해보이지만 문제가 너무 많아요. 에코다의 죽음을 사고사로 위장하기는 했지만 너무 많은 의문이 남게 되니까요. 특히 탈출하기 전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건 바보같은 경찰도 바로 눈치챌 정도로 이상했으며, 토마의 현장 조사를 통해 에코다 와타루가 오른손에 쥐고 있었던 옥상 난간의 콘크리트 조각의 위치는 왼손 쪽이라는게 밝혀지는 것도 범인이 들인 공에 비하면 많이 어설펐습니다.

에코다를 아래쪽 창문으로 들어오라고 유도했다는 상황도 영 이해가 되지 않아요. 조금 기다린다고 얼어 죽을 날씨도 아닌데 건물 옥상에서 아래 층 창문으로 들어가려는 시도를 한다? 저는 죽어도 못합니다. 차라리 창문으로 들어오라는 범인에게 경비를 불러달라고 하는게 현실적이잖아요? 

수갑으로 묶여있던 여배우 츠루미 안나가 진범이라는 것도 설명이 부족합니다. 1층에 있던 각본가 온다가 아무도 올라가지 않았다는걸 증명했다는게 중요한 근거로 사용되는데, 온다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건 증명되지 않았으니까요.
Q.E.D에서 자주 써 먹는 인기 소재인 '모든 사람이 진실을 말하는 상황' 에서 증언만으로 진범을 찾아내는 이야기인데, 이 작품에서는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온다와 신인 여배우 츠무기, 미술 책임자 가즈야가 입을 맞추면 츠루미의 이상한 계획보다는 더 그럴싸한 범행을 저지를 수도 있었을테니까요. 때문에 온다보다는 1층에 아르바이트를 왔던 가나가 있었다고 설명하는게 더 바람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안나의 범행 동기도 설득력이 낮아요. 에코다가 미성년 매춘을 했다는걸 알고, 그의 스캔들 때문에 중요한 배역을 놓칠까봐 살해했다는데 그가 죽었다고 스캔들이 표면화되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프로듀서의 사망이 스캔들로 해고되는 것과 비교했을 때 문제가 덜하리라는 보장 역시 없고요. 에코다가 스캔들로 해고될 경우, 각본가가 미는 배우 츠무기에게 배역을 빼앗길 수도 있었겠지만, 이는 에코다가 사망한 경우도 마찬가지니 구태여 모험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심지어 어느정도 성과가 있는 여배우라고 묘사되는 안나가 직접 범행을 저지른다? 말도 안 됩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아무리봐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억지투성이 이야기였습니다. 이 실망감을 다음 권에서는 보란 듯이 만회해주면 좋겠네요.

2022/04/29

Q.E.D Iff 증명종료 17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2점

Q.E.D Iff 증명종료 17 - 4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Q.E.D도 오랫만이네요. 이번에는 나름대로(?) 강력 사건 한 편과 일상계(?) 한 편이 수록되어 있는 전통의 구성입니다. 그러나 두 편 모두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포플러 장의 살인 게임" 

포플러 장에 토마와 가나를 포함해서, 댄서와 마술사, 용병 등 다채로운 직업의 사람 열 명이 모였다. 48시간 안에 저택에서 일어날 무언가에 대해 풀어내는 게임 참가 때문이었다. 상품은 엄청난 가치가 있는 푸른 나비 브로치였다. 게임을 하는 동안 포플러 장은 봉쇄되며, 참가자의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참가자 중 코가모와 하토야가 살해당했다. 그런데 그들이 살해당한 방은 밀실이었고, 모든 사람들은 알리바이가 있었다.

포플러 장은 유명 게임에서 반사회조직을 찾아내기 위해 회사가 만든 영역이었고, 푸른 나비 브로치는 게임에 사용되는 아이템이었다는 일종의 서술 트릭이 사용된 작품입니다.

비현실적인 상황을 그럴듯하게 그려낸 전개와 묘사, 그리고 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등장인물들의 기묘한 직업이 가장 큰 단서가 된다는 건 꽤 괜찮은 아이디어였습니다. 밀실 트릭도 게임이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고요. 피해자 두 명 중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칼로 찔러 죽인 뒤, 창을 잠그고 자살했던 겁니다. 그 캐릭터는 이번에 새로 만들었다는 설정이고요. 

추리적으로도 깔끔합니다. 병 간호를 핑계로 불참했던 저녁 식사 때 게임 참가자들이 했던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는 걸 단서로 토마는 주시마츠가 여러 캐릭터를 이용한다는걸 알아냈거든요. 두 명이 아니라 세 명의 캐릭터를 사용했다는 아이디어도 좋아요. 주시마츠는 다른 두 캐릭터를 이용하며 밀실 살인을 저지르고, 아이템이 담긴 가방을 훔쳤습니다. 그래서 세 명이 동시에 보이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이지요. 

사건은 형사임을 자처했던 카리카네가 이 사실을 알아낸 뒤, 주시마츠를 협박해서 실제 주소를 알아냈다는 결말로 이어집니다. 카리카네 역시 가방이 범행 동기라는걸 알고 있었던 등 범인밖에 모르는 정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정체가 드러나게 됩니다.

하지만 진상이 너무 극단적이라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애초에 게임 회사는 계정 주인의 신상 정보를 알고 있으니, 이런 복잡한 게임을 따로 벌이지 않아도 수상한 사람의 조사를 경찰에 의뢰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설득력도 약하고요. 

게임도 어디까지 자유도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평범한 게임이라면 직업별로 스킬이 있는게 당연하니, 밀실 트릭이 의미가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요. 추리물로 기능하려면, 보다 정교한 설정이 필요했습니다.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한 사람이 두 개의 캐릭터가 아니라 세 개를 만든 것이었다!도 아이디어도 새롭다고 하기는 힘듭니다. 예를 들어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 노트"에서도 두 쌍동이가 아니라 세 쌍동이었다!는 트릭이 등장하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메타버스 등 새로운 기술을 녹여낸 시도는 좋았지만, 설득력을 갖추는 데에는 실패했고 추리적으로도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아서 감점합니다.

"트롤리 딜레마" 

토마와 가나가 휴식을 즐기던 바닷가 야키소바집 아르바이드생 이시카리 아유가 열사병으로 쓰러졌다. 그녀는 편모 가정 자녀로 아버지 쿠치무츠 고로 씨는 부자였지만 1년 전 캐나다에서 타고있던 선박 좌초 사고 이후 실종되었으며, 양육비 지원도 끊겼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이었다. 토마는 고로 씨가 특별실종선고를 받게 되면, 사망한 것과 같이 처리되니 유산 분할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쿠치무츠 집안에서는 아유가 쿠치무츠 씨의 딸이 아니라며 유산 분할 및 DNA 제공도 거부했다. 심지어 쿠치무츠 가문에서 머리카락을 봉납해 왔었던 신사에 누군가 침입하여 쿠치무츠씨의 머리카락을 불에 태워버리고 마는데....

이전에 등장했던 변호사 키리시마 치도리가 재등장합니다.

제목의 트롤리 딜레마는 한 선로는 1명이, 다른 선로에는 5명이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선로로 폭주하는 기차를 유도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런 저런 딜레마, 특히 사람 생명의 경중을 다루는 상황에서 많이 언급되는 문제이지요. 그러나 작 중에서 이 문제는 수 페이지를 할애해가며 설명하는 것 치고는, 내용과는 별 상관은 없습니다. 쿠치무츠 가문 4명의 자식과 아유 한 명의 대결 구도가 아닌 탓입니다. 아유에게 돈을 준다고 다른 4명의 자식들이 다 망하는 것도 아니고요.

이야기도 별로입니다. 쿠치무츠씨가 살아있었고, 화상 통화로 변호사와 가족이 참석한 회의에 화상 통화로 참여하여 장남에게 아유가 자기 딸이라며, 뒷 일을 부탁하는 걸로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알고보니 쿠치무츠씨는 이미 죽었으며, 유산 상속 분쟁은 모두 쇼였다는게 진상이었습니다.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화상 통화를 조작해서 살아있던 것 처럼 꾸몄던 겁니다. 암으로 죽음을 예상하여 꾸준히 자식들에게 재산을 증여해왔는데, 죽은 시점이 너무 이르면 이미 증여한 재산에도 상속세가 부과되기 때문이지요. 여기까지만 보면 그럴듯하죠? 

허나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납득하기 힘듭니다. 이런 조작극을 가족들과 변호사만 있는 장소에서 벌이는건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세금 징수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가족들이 쿠치무츠 씨가 살아있다고 우겨도 믿어줄리가 만무하니까요. 그리고 이 화상 통화 조작극을 위해 유산 분쟁에 대해 쇼를 벌인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이럴거면 그냥 변호사들과 가족들이 함께하는 자리만 만들면 그만이었으니까요.

한마디로 설득력없는 이야기를 위해 이런저런 설정을 가져다붙이기는 했지만, 그리 성공적인 결과물은 아니었어요.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2021/11/14

Q.E.D Iff 증명종료 16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1.5점

Q.E.D Iff 증명종료 16 - 4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Q.E.D의 두 번째 시즌이라고 할 수 있는 iff도 16권 째입니다. 그런데 수록된 두 편의 이야기 모두 억지스러운 설정과 전개로 점철된, 수준 이하의 작품들이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인 "시계탑"은 그나마 추리적으로 약간 볼만합니다만 현실성이 부족해서 도저히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네요. 

또 두 편 모두 Q.E.D 시리즈일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점도 감점 요소에요. 토마와 가나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유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탓입니다. 내용만 보면 '지나가던 명탐정이 수수께끼의 괴사건을 해결한 뒤, 제 갈 길을 간다'는 이야기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시리즈의 오랜 팬으로 애정을 담아서 이 정도이지, 팬이 아니었다면 그 이하 별점도 가능했을 졸작이었어요. 읽다가 힘이 다 빠질 정도였는데, 후속권에서는 부디 만회해주기만을 바랍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두 편 모두 스포일러가 그렇게 의미있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시계탑"

시계탑이 있는 건물에 저렴한 애프터눈 티 세트를 파는 카페가 생겼다. 가나들은 열광했지만 얼마 지나지않아 기업가 데마키가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로 바뀌었다. 게스트 하우스는 큰 적자를 보던 끝에, 데마키에게 돈을 빌려주었던 투자자 다이바가 실종되고 데마키가 도망가버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조사해보니, 시계탑이 있는 건물에서 지난 60년간 2건의 살인 사건, 3건의 실종 사건이 있었다는게 밝혀지는데....

이전에도 등장했던 타나바타 형사가 재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사건은 원래 시계탑 건물에 거주했던 화가 오키 실종이 원인이었습니다. 오키는 시계탑 주인 하토야 가문의 딸 하라코와 사랑에 빠졌었는데, 이를 반대하던 하라코의 오빠 히카루와 만난 후 사라졌었지요. 당시 비명 소리를 들었다는 신고가 들어와서 경찰이 수색을 진행했지만 시체는 발견하지 못했고, 사건은 오빠가 말한대로 오키가 돈을 받고 떠난 걸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믿지 못했던 하라코는 시체를 찾기 위해 시계탑을 자기 소유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샅샅이 뒤진 끝에도 시체를 발견하지 못하자, 살인 사건을 저지를만한 사람에게 건물을 빌려줬습니다. 그들이 살인 사건 후 시체를 숨긴 곳에 오키의 시체도 있을거라 생각해서요. 즉, 일종의 집단지성?에 기댄 셈입니다.

하지만 너무 어설픈 설정입니다. 건물을 빌리려는 사람 중 누가 살인을 저지를지를 어떻게 예상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리고 건물에서 살인이 일어나게 만든 뒤 범인들이 숨긴 시체 실종 사건으로 처리된 시체들)를 따로 가져다 버리는 것보다, 돈을 써서 전문가에게 시체 찾기를 요청하는게 더 상식적일 겁니다. 애초에 범인이 시체를 숨길만한 곳을 조사 하지 않았다는 것도 말이 안되고요. 

오키의 시체가 시계의 동력 역할을 하는 돌 주머니를 이용하여 감추어졌다는 진상도 당황스러웠습니다. 시계탑 기둥을 조사하지 않았을리가 없으니까요. 설령 사건 직후에는 못했다 하더라도, 시계가 작품에서처럼 동작 이상을 일으켰다면 시체는 당연히 발견되었을겁니다. 그러나 토마가 나설 때 까지 시체를 발견하지 못했다?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시계를 정기적으로 관리했다는 언급까지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아울러 주머니에 감추어진 시체가 백골이 될 때까지 들통나지 않았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졌어요. 거주자도 있었고, 이런저런 가게가 있었는데 아무런 냄새나 흔적 없이 시체가 자연스럽게 백골이 될 리가 없잖아요. 하긴, 시체가 수십년간 돌 주머니 줄에 매달려 있었다는 것 자체가 완전 억지입니다. 사건이 대충 무마된 후에, 살인을 저질렀던 히카루가 직접 시체를 없애는게 당연하니까요. 하라코 본인이 건물 안에 범인들이 숨겨놓은 시체를 그대로 놔 두지 않고 따로 처리해 버렸던 것처럼요. 오빠 히카루가 오키의 시체를 진작에 처리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근거는 전혀 없어요.

토마와 가나가 사건에 휘말린 이유도 설명이 부족하며, Q.E.D 특유의 학습 만화스러운 부분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서 Q.E.D 시리즈가 맞는지도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의미있는 정보는 게스트 하우스 사업이 실패한 원인 - 외국인 여행객들은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므로 역이 가까와야 한다, 마찬가지로 식사도 쉽고 싸게 할 수 있게 편의점이 가까와야 한다, 목욕탕에 문제가 있다는 클레임을 무시하면 안된다 - 을 아르바이트 아가씨가 읆조리는 정도만 눈에 뜨였을 뿐입니다.

그나마 소소한 추리, 시계탑 건물에 관련된 나쁜 소문을 없애기 위해 자기 소유 회사가 운영하는 가게를 오픈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손님을 끌어들이려 했다면, 왜 계속 그런 방법을 쓰지 않고 다른 사업자에게 임대를 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괜찮았습니다. 다이바 실종 사건에서 사용되었던 무거운 우물 뚜껑에 시체를 묶어 놓았다는 시체 은닉 트릭도 기발했어요. 경찰도 뚜껑이 너무 무거워서 내려 놓지 않고, 옆으로 살짝 옮겨 놓고 우물 속을 조사해서 들키지 않았다는건데, 상황만 놓고 보면 꽤 그럴듯했으니까요. 출동한 경찰조차 무거워서 완전히 내려 놓지 않은 뚜껑을 짧은 시간 동안 혼자서 내려놓고, 시체를 위에서는 안 보이도록 묶은 뒤 다시 혼자서 올려 놓았다는건 여러모로 무리라고 생각되긴 합니다만.

하여튼 별점은 1.5점입니다. 수준 이하의 이야기였습니다.

"마드무아젤 클루조" 

파리 프루니에 미술관에서 "달과 거북이"가 도난당했다. 프루니에 관장의 요청으로 실수투성이 마리안느 클루조 경부가 사건을 맡게 되었다. 범인이 요구했던 50만 유로는 전달 과정에서 사라졌지만, 다행히 그림은 그림 애호가 루이 오규스트의 도움으로 미술관에 무사히 반환되었다. 그리고 이 사건이 널리 보도된 탓에 프루니에 미술관은 문전성시를 이루는데...

클루조 경부 혼자의 원맨, 아니 원우먼쇼가 펼쳐지는 작품으로 오규스트가 수상하다는걸 눈치챈 뒤 그를 미행하여 그가 원래는 배우였다는걸 알아낸다던가, 돈이 든 가방에 일부러 홍차를 쏟아서 나중에 가방이 바뀌치기된게 아니라는걸 증명한다는 식으로 사건 해결은 모두 그녀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냅니다. 때문에 이 작품은 Q.E.D 시리즈일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토마가 하는 일은 전무하다시피하며, 가나가 우연히 크루소 경부와 엮여서 수사에 동행한다는 것도 억지스럽기만 하니까요. 프랑스 경찰이 생면부지의 일본인 관광객?과 수사를 벌인다는게 말이나 될까요?

추리적으로도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없습니다. 그림 도난과 그림값을 빼돌리는 두 건의 범행이 벌어지는데, 두 개 다 추리가 필요한 범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림 도난 사건은 인기없는 미술관에 손님을 끌기 위한 프루니에의 계획이라는게 처음부터 공개되거든요. 오규스트의 정체는 추리가 아니라 미행으로 알아내고요. 배우라는 오규스트의 정체는 미행이 아니었어도 경찰 조사로 쉽게 알아낼 수 있었겠지만요.

'경부는 아무나 되는게 아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실수 투성이인 클루조 경부 캐릭터도 추리 소설에서는 너무나 흔해빠진 설정이라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왜 새 캐릭터를 등장시켰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이름부터 당대 서스펜스 스릴러의 거장 앙리 조르주 클루조 감독에서 따온 듯 싶은데, 뭔가의 콜라보레이션 기획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점. 미술품 도난에 대한 짤막한 정보가 공유되는 것 외에는 건질게 하나도 없는, 전작은 괜찮다고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형편없는 졸작입니다.

2023/07/05

Q.E.D. iff 증명종료 (큐이디 이프) 20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3.5점

[고화질] Q.E.D. iff 증명종료 (큐이디 이프) 20 - 8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

19권에 이어 연달아 읽은 20권. 졸작이었던 19권에 비하면 월등히 뛰어난 편이었습니다. 특히 두 번째 작품인 <<위작 화가>>는 간만에 본 걸작입니다.
두 작품 평균한 별점은 3점인데, 두 번째 작품이 다 했어요. 이 작품만큼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팩트>>
투자자 드라고 서버는 전재산을 투자했던 배터리 연구소 화재로 은퇴한 뒤 보험금으로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엘란드 장학금'을 받고 쥴리어드 입학 후, 차이코프스키 콩쿨에서 우승했던 드라고의 딸 알리다에 대한 취재가 진행되던 중 과거 화재 사건에 얽힌 수수께끼가 불거졌다. 알리다는 화재는 공장에 걸려있던 고가의 미술품을 훔치고 그걸 숨기려 했던 도박꾼 삼촌 니노가 저지른 짓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녀 말고 그날 니노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러 사람들이 각기 다른 증언을 하는데 그 중에서 진실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이야기. 그간 Q.E.D에도 많았던 이야기인데, 다른 작품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여기서 알리다의 증언은 거의 100% 정확했다는 점에서요. 단지 니노 삼촌이 아빠로 변장했던걸 눈치채지 못했을 뿐입니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의 증언은 모두 거짓입니다. 진실을 말한게 누구인지는 조금만 생각해도 쉽게 알 수 있어요. 알리다는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거든요. 반면 화재 덕분에 드라고는 더 큰 손실을 막고 은퇴할 수 있었고, 니노는 미술품을 빼돌릴 수 있었지요. 때문에 증언을 짜맞추어 진실을 더듬어가는 재미는 반감될 수 밖에 없습니다. 

거짓말을 완성하는데에는 변장 트릭이 사용되었습니다. 니노가 투자 때문에 출장갔던 형으로 변장하고 연구소에 나타나 화재를 저질렀던 거지요. 트릭은 형제라는 점에서 나름 설득력은 있습니다. 연구소 스탭 모두 니노가 있다는걸 눈치채지 못한 이유도 충분히 설명되고요.
그러나 알리다에게만 정체를 들킨 이유가 석연치 않고, 밖에 있으면서 창문에 비친 모습으로 방 안에 있는 것 처럼 느끼게 했다는건 억지였습니다. 어지간히 눈치가 없지 않고서야 이게 말이나 될까요? 이 어설픈 트릭이 들통났다면 니노는 어쩔 셈이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또 드라고가 출장간게 왜 드러나지 않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큰 화재 사건에서 조사를 하지 않았을리 없는데 말이지요.

아울러 그녀가 처음 주장했던대로, 니노 삼촌이 그림을 빼돌리고 공장에 불을 지른건 사실이었습니다. 미술품을 판매한 돈을 이상한 장학금 명목으로 알리다에게 후원했다는 뒷 이야기가 추가되어 있을 뿐입니다. 단지 그 정도를 더 알았다고 알리다가 성장한다는 마지막 장면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정황상 장학금 정체도 대략은 알고 있던걸로 보였는데 말이죠. 그리고 장학금이 더러운 (?) 돈이었다 해도, 차이코프스키 콩쿨 우승은 스스로의 성과입니다. 폄하받을 이유는 전혀 없어요. 그녀가 한 걸음 더 못 나아가는건 사건의 진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진실은 별로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솔직히 저는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 엉성한 트릭과 전개 탓에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위작 화가>>
위작 화가 사라시나는 자기 그림을 진품인양 팔다가 폭력단 보스 타누키에게 쫓기게 되었다. 중간 판매상인 고교 동창 난치 탓이었다. 하지만 난치만 없으면 사라시나는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며칠 뒤, 이즈에서 바다 낚시를 즐기던 토마 일행은 총성을 듣고 벼랑에서 떨어지는 사람을 보았다. 시체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시계는 난치의 것이었다. 하지만 유력한 용의자 사라시나에게는 최소한 30분 이상 필요한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그리고 타누키 보스마저도 총에 맞아 살해되는데....


추리적으로 여러가지 트릭이 사용되고 있는데, 트릭을 위한 단서도 공정하게 제공되어 만족도가 높았던 작품.
첫 번째 사건 진상은 사라시나가 난치와 짜고 난치의 죽음을 위장했다는겁니다. 사라시나가 총을 쏜 뒤, 인형을 바다에 던지면 절벽 밑에 숨어있던 난치가 인형을 회수하고 죽은 척 하다가 사람들이 내려오는 틈에 숨은 뒤, 위조 여권으로 외국으로 떠난다는 계획이었지요. 깊게 파헤치자면 여러가지 문제점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 예를 들어 목격자들 모두가 절벽 아래로 내려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위에서 누가 보고 있었다면 바로 들통나는 트릭이지요. - 괜찮은 아이디어였어요.
사라시나가 6시 30분에 화상 츠키미를 만났다는 알리바이 트릭도 좋았습니다. 만났던 장소는 사건 현장에서 2시간 이상은 걸리는 곳이었는데, 사건은 5시 무렵에 일어났었기 때문에 알리바이는 완벽했지요. 하지만 토마는 만난 곳이 '4호 창고' 였다는데 주목합니다. 알고보니 창고는 1호부터 4호까지 있고, 모든 창고는 똑같이 생겼습니다. 츠키미가 4호라고 알았던 곳은 2호였고. 2호는 범행 현장에서 1시간 30분만에 올 수 있어서 범행이 가능했던 것이지요. 츠키미가 입력했던 네비게이션 주소만 확인해도 드러날 트릭인데, 사라시나는 렌터카를 타고 오라는 지시로 이 부분을 보완했어요. 설명이 조금 빠져있기는 한데, 이후 사라시나가 렌터카를 빌리던가 해서 네비게이션을 초기화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마지막 타누키 보스 살해는 알리바이라고 보기도 힘든, 당연한 결과입니다. 죽은 줄 알았던 난치가 범인이었으니까요. 난치는 곧 떠난다면서 사라시나를 술집으로 보내고 범행을 저질러서 사라시나에게 알리바이를 만들어 주었죠. 동기는 당연히 친구 사라시나가 위험에 처하지 않게 화근을 제거하기 위함이었고요.
이렇게 범행 동기와 전개 모두 설득력넘치고, 트릭도 좋습니다.

전개도 깔끔해요. 유령(?) 난치가 사라시나에게 술을 먹으러 권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아래와 같이 사라시나가 죽인 난치와 대화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사라시나는 살아있는 난치와 마지막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만화로만 가능한 일종의 서술트릭이 사용된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4.5점. 간만에 본 전성기 Q.E.D스러운 역작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보면 좀 씁쓸하네요. 난치가 죽은걸 위장하기 위해 진짜 총을 사용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총 소리만 나면 되는 트릭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둘은 진짜 총을 구했고, 난치는 그 총으로 타누키 보스를 죽였지요. 이 사실이 재판에서 드러나면, 조직에 의해 난치는 물론 사라시나까지 위험에 처하게 될 겁니다. 난치는 일을 키우지 말고 그냥 외국으로 가는게 답이었어요.

2020/08/08

Q.E.D Iff 증명종료 10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2점

Q.E.D Iff 증명종료 10 - 4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Q.E.D 시즌 2도 대망의 10권째입니다. 그러나 수록작 두 편 모두 수준 미달이라 아쉽네요. 기본적인 재미, 추리의 완성도 모두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11권부터는 예전의 명성을 회복해 주면 좋겠네요.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한 법이니까요.

이야기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아웃로스"

떠다니는 카지노인 호화 유람선 킹 마이다스 호에서 '더 아웃로스 쇼'가 개최되었다. 배의 소유주 리치 부어만이 직접 선택한 아웃로 6개팀이 참가하는 게임이었다. 룰은 다음과 같다.

  1. 팀은 각자 한 개 씩 열쇠를 받는다. 6개를 모두 모아야 보검이 있는 금고를 열 수 있다.
  2. 시간 제한은 3시간으로 1시간마다 열쇠를 가지고 있는지 검사하고, 열쇠가 없으면 바로 실격한다.
  3. 마지막 시간 종료 때 까지 열쇠 6개를 모아 보검을 손에 넣지 못하면, 남은 팀 중 열쇠를 많이 가진 팀이 이긴다. 

상금은 1억달러! 과연 어느 팀이 승리할 것인가?

아웃로스가 뭔가 했더니 Outlaws더군요. 토마는 무법자는 아니고, 주최자 부어만의 부탁으로 게임에 참가합니다. 부어만은 딸 케이트가 라스베가스에서 사기 도박을 벌이는걸 고칠 목적으로 도박의 무서움을 몸소 체험하게 하게 할 생각이었지요. 

게임의 규칙은 위의 지극히 간단합니다. 변수라면 여섯 팀은 각자 변장, 3D 프린팅, 소매치기 등의 특기가 있다는 설정인데 정작 과정은 실망스럽습니다. 간단한 규칙이지만 온갖 변수를 만들어내어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카이지"와 같은 박진감은 찾아볼 수 없는 탓입니다. 참가자들이 열쇠를 너무 쉽게 빼앗기기 때문이에요. 약간의 변장, 소매치기 등에 의해 열쇠를 빼앗겨버리니, 이래서야 세계적인 아웃로 어쩌구 하면서 모아 놓은 참가자로는 실격입니다. 특히나 열쇠를 그냥 방에 놔 두었다가 빼앗긴다는 게 제일 황당했어요. 무려 1억불이 걸려있는 열쇠인데,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아무리 객실에 완벽한 보안 장치가 가동 중이라더라도요.
또 토마가 객실 열쇠를 훔쳐내는 과정도 억지스럽습니다. 금고털이인 맥거폰 부부의 계획을 눈치채고, 그들이 전기를 차단할걸 예측했다는건데, 주어진 단서라고는 게임 시작 전 물어본 질문밖에 없었으며,  이 질문에서 끄집어 낼 수 있는 추리는 절대 아니었습니다.

게임의 결말도 당황스럽습니다. 마지막 남은 두 팀 중 케이트가 가진 열쇠는 2개이고 토마, 가나 팀은 4개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케이트가 3백만 달러를 줄테니 열쇠를 전부 걸고 포커를 하자는데, 상식적으로는 이를 받아들일 이유는 없습니다. 상금이 1억불인데, 3%밖에 안되는 돈에 혹해서 확실한 승리를 내팽개칠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이를 수락하고 포커 승부를 펼친 토마에게 필승의 비법이 있다는건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예상대로 흘러갑니다. 다른 동료가 있어도 되는 규칙인데, 딜러가 토마와 한 패였던 거지요. 결국 딜러는 리치 부어만의 변장으로 밝혀지고 딸 케이트와 눈물의 정을 나눈다!는 흔해빠진 신파로 마무리되... 는 줄 알았는데 뜬금없는 반전이 이어집니다. 리치 부어만은 알고보니 게임을 관전하기 위해 참가한 수많은 부자와 스타들의 폰을 해킹하여 정보를 빼돌리려는 사기꾼이었다는 거지요. 폰에서 게임에 배팅하기 위해 접속하는 상황을 이용했다나요?

그런데 그럴거면 구태여 유람선에서 게임을 벌일 이유는 없었습니다. 또 토마를 끌어들일 이유도 없고요. 리치 패거리를 체포하기 위해 경찰이 잠수함을 타고 나타나는 마지막 장면은 황당함의 정점입니다.아울러 Q.E.D스럽게 수학 이론인 '부동점정리'가 등장하는데, 설명은 이해하기 어려웠고 이 이론이 '나비 효과'와 연결되는 것도 잘 설명되지 못합니다. 무엇보다도 '절대 변하지 않는 부동점' 이 항상 있다는건 게임과 아무 관련도 없어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입니다. 게임이면 게임, 사기면 사기, 어느 한 쪽에 집중하는게 훨씬 좋았을텐데 괜시리 스케일만 크면서 이야기의 설득력은 전무하고, 재미도 없는 어정쩡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유일하게 건질건 플레이어 중 한 명인 에멧이 가나로 변장하여 토마를 유혹하듯 다가와 뺨에 키스하는 장면 뿐인 망작이에요.

"다이잉 메시지"

80년대 개발되던 남쪽 섬의 리조트는 버블 붕괴 후 회사가 도산하고 관계자가 도망쳐 30년 넘게 방치되어 '유령 호텔'로 불리고 있었다. 그런데 호텔을 철거하기 위해 내부 기둥을 해체하던 중 기둥 속에서 백골 사체가 발견되었다. 유령 호텔 건설 당시, 리조트용 토지를 불법적 수단으로 빼앗긴 피해자들을 대신해 개발 회사를 고소했던 변호사 치아키 실종 사건이 있었고, 30년 전 일이라 유전자 감식은 불가능했지만 경찰은 사체가 그녀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호텔 건설 당시 어둠의 보스라고 불리었던, 호텔 부지 소유와 관련이 있는 원 총무부 부장 스에요시 분지는 건설에 대해서는 당시 건설 책임자 유하마 메이에게 물어보라고만 말했는데, 그녀 역시 30년 전에 모습을 감춘 상태였다. 메이가 치아키를 살해하고 사체를 호텔 기둥 속에 집어 넣은 것일까? 

조사하던 중 유령 호텔은 내진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지만 여러가지 도움과 돈의 힘으로 개업 허가를 받았다는게 밝혀졌다. 그리고 부동산 업자의 의뢰로 사건을 조사하던 사립 탐정 나카노사토가 중상을 입은 채 유령 호텔 방 안에서 발견되었는데, 방의 입구는 안쪽에 냉장고를 놓아 막아 놓고 창문은 합판을 못박아 놓은 상태의 밀실이었다...

수수께끼는 두 가지입니다. 30년 전 백골 사체 사건의 진상과 현재의 나카노사토 탐정이 발견된 밀실에 대한 것입니다. 

30년 전 백골 사체 사건의 경우, 시체는 기둥 속에서 발견되었는데, 그러려면 건물 완성 전에 기둥 안에 시체를 넣어야 하고 유하마 메이는 건물 낙성식에 참석했으니 시체는 치아키일거라는게 경찰과 가나 들의 추리입니다. 그러나 토마의 추리는 한 발 더 나아갑니다. 호텔이 내진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증언을 통해, 낙성식 당시 기둥은 '껍데기만 있는 가짜'였을거라는 거지요.

그리고 현재 유령 호텔의 이상한 기둥 배치를 통해 원래 껍데기만 있는 가짜 기둥에 콘크리트를 담아 굳혀 진짜 기둥을 만들었다고 추리합니다. 이 때 기둥 하나에 시체를 넣고 굳혔던 것이지요. 이 방법을 사용하면 피해자도 치아키가 아니라 유하마 메이가 될 수 있습니다. 낙성식까지는 가짜 기둥이었다는 이야기니까요. 

추리는 대담하고 재미있습니다만 문제는 증거가 전무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가짜 기둥은 껍데기만 있었다라는게 핵심인데, 이건 도저히 증명할 수 없어요.
또 미와코로 변장하여 나타난 치아키의 행동도 영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치아키가 호텔 부지를 매입하여 개발에 나선 것 까지는 말은 됩니다. 리조트를 없애고 해안을 원상복구 시키는건 30년 전의 목적이기도 했으니까요. 호텔 해체 작업 시 사체가 발견되고, 옷을 갈아입힌 덕분에 피해자가 치아키로 오인되면 유력한 용의자가 스에요시 분지가 될 거라고 예상한 것 역시 큰 문제는 없고요.
그러나 사체 발견 시 살인 사건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한 이유는 석연치 않습니다. 또 탐정이 사건 조사를 시작한건 미와코가 살인 사건 해결없이는 부지 매입을 하지 않겠다고 주장해서, 부동산에서 어쩔 수 없이 고용한게 발단입니다. 나카노사토 탐정에 의해 미와코가 치아키이며 그녀가 범인이라는걸 알아낸 탓에 계획에 차질이 생겨버렸으니, 한 마디로 긁어 부스럼을 만든거지요. 

아울러 탐정이 진상을 알아냈다 한 들, 스에요시를 옭아매는 계획만 실패할 뿐입니다. 그녀 자신의 범행은 30년 전의 사건이라 공소시효도 이미 끝났을테니까요. 이 진상 때문에 탐정을 습격한다는건 더욱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것도 나이로 보면 상당히 버거울, 빨래 운반 통로를 수직으로 기어올라 탈출하면서까지 밀실을 만들 이유는 더더욱 없습니다. 

또 이 두 번째 수수께끼인 밀실 트릭은 추리라고 부르기도 힘든 민망한 내용이에요. 수사를 통해 빨래 운반 통로가 발견되지 않은 것 부터가 이상합니다. 사람이 충분히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가 있다면 밀실은 아닌데 말이지요. 그리고 치아키가 어떻게든 스에요시 분지를 엮어 범인을 만들 생각이었다면 탐정을 살해했어야 합니다. 단순히 중상을 입힌걸로는 부족했어요. 어차피 탐정이 깨어나면 증언을 통해 모든게 밝혀질테니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도 없고요.

마지막으로 미와코가 호텔에 결함이 있다는걸 알고 있었다고 말한게 앞선 대담한 추리 - 사체는 유하마 메이이며 기둥은 원래 가짜였다! - 의 단서가 되었다는 것 역시 설득력이 전무합니다. 토마는 호텔의 결함은 범인만 알고 있을거라 단언하는데, 그 전제부터가 잘못된 겁니다. 근거도 없고요. 게다가 곰곰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됩니다. 호텔이 내진 검사를 통과하지 못할 정도의 부실 건물이라는걸, 건설 반대파를 대표하는 변호사 치아키가 알고 있었다? 고발 등 모든 조치를 동원하여 개업을 방해하는게 당연하잖아요. 즉, 치아키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어야 하는게 정상입니다. 설령 범행 때 알게 되었다 한들, 유하마 메이를 죽인 뒤 시멘트를 붓는 등의 공작을 혼자서 했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이런 작업을 혼자서 하는건 절대로 불가능했을겁니다.

이렇게 여러모로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아서 별점은 2점입니다. 추리적으로는 볼 만한 부분이 있습니다만. 완성도는 영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2020/01/02

Q.E.D. iff 4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5점

Q.E.D Iff 증명종료 4 - 6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Q.E.D. iff 3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1.5점 

전에 읽었던 2, 3권이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걱정했는데, 이번 권은 다행히 괜찮았습니다. 수록작 중 "아이디"는 망작이지만 "바다의 무녀"가 꽤 괜찮은 덕입니다. 간만에 힘을 내 주었기에 별점은 2.5점 주겠습니다. 

수록된 에피소드 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바다의 무녀"

이즈 제도 남쪽에 있는 작은 섬 아이가시마에서 리조트 찬성파와 반대파가 첨예한 대립을 벌이는 와중에 도쿄에서 온 측량사가 살해당했다. 무녀 유나 아오이가 측량사 시체가 묻힌 섬을 예언한 뒤, 경찰은 그녀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유나 가문은 섬의 수리권을 가지고 있고, 리조트에 물을 나누기 힘들어 건설을 반대하고 있던 터라 더욱 의심을 샀다.
유나가 섬을 나간 적이 없다고 확신하는 동생 시오미는 가나와 토마에게 사건 해결을 부탁했다. 토마와 가나가 섬을 방문한 뒤, 유나 가문의 수리권 고용한 변호사, 리조트 회사 직원마저 차례로 시체로 발견되는데...

이야기에 대단한 트릭은 없습니다. 시체가 있는 장소를 무녀가 알아낼 수 있던건 범인이 그녀에게 워드 프로세서로 만든 편지(뒤에 밝혀지지만 이것도 조작)를 보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인 하마치 변호사가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동굴에서 시체로 발견된 사건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 동굴을 이용한 것에 불과하여 공정한 트릭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발자국없는 모래밭 한 가운데에서 시체로 발견된 호시즈나 씨 사건은 나름 트릭으로 값어치가 있습니다. 땅에 묻힌 장대를 진동시켜 발자국을 없앴다는 방법이 꽤 현실적이었거든요. 나뭇가지가 부러진걸 트릭과 연결시킨 과정도 좋았고요. 무녀의 전설에 나오는 초능력 - 하늘을 날고 천리안으로 모든 걸 본다 - 을 범행과 연결시키는 전개도 돋보였어요. 세 건의 사건 모두 사람이 날지 않으면 범행이 불가능하다!고 여기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로트카, 볼테르 방정식이라는 수학 이론을 녹여낸 솜씨도 오랫만에 과거 Q.E.D의 향수를 느끼게 해 줍니다. 이야기와 이론이 잘 조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생태계에 있어 포식자와 피식자의 증감 속도 관계를 표현하여 '조화'를 나타낸 식인데, 조화는 '진동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즉 대화가 없어지면 싸움이 일어나고, 그게 싫어지면 대화로 돌아온다는 이 수학 이론은 무녀 유나 아오이의 의도를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녀는 싸움을 끝내는게 아니라 질릴 때 까지 끌고가는게 목적이었거든요. 물의 양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사람들이 더 이상 수리권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상황을 노렸던 겁니다. 심지어 그녀의 동생마저도 섬을 위해 나름의 역할을 다했다는 마지막 장면도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조금 설득력이 부족한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간만에 본 역작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아이디"

맷은 카지노 홈페이지를 해커의 공격으로부터 지켜내지만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 후, 토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스케일은 거대합니다. 미국, 일본, 러시아, 두바이, 벨기에를 오가니까요. 그러나 해커의 두목 크래시의 정체는 물론,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 모두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가나의 변장을 전가의 보도처럼 쓰는게 영 와 닿지 않네요. 그리고 이전 작품에서 영어도 그리 잘 하지 못하는 걸로 묘사되지 않았었나요? 또 토마의 대학 동창 하산이 토마를 돕는 이유도 잘 모르겠고 말이죠.

그렇다면 Q.E.D 특유의 현학적인 재미라도 있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해킹을 소재로 한 것 치고는 디도스 공격이 메인이라 너무 흔해빠진 정보만 나오거든요. 해커들이 비트 코인도 아니고 현금을 가지고 거래한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맷이 사랑하는 아슈라의 딸 클로에가 전설의 해커 위저드라는 것도 억지스럽고요.

도저히 점수를 줄 부분이 없는 망작으로 별점은 1점입니다.

2025/12/28

2025 블로그 리뷰 결산 (스물 두 번째!)

안녕하세요. 어제의 "어차피 곧 죽을텐데"로 올해 블로그 업로드는 마무리하고, 올해 결산을 진행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요새 이런저런 플랫폼에서 유행하는 리캡에 편승한건 아닙니다. 제 블로그 연말 결산은 이번이 스물 두 번째이니까요. 

간략한 블로그 통계부터 확인해보겠습니다.

그리고 2025년 독서 결산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올 한 해 읽은 총 책 권수는 82권입니다.

  • 추리 / 호러: 48권
  • 기타: 14권
  • 역사서: 9권
  • 디자인/스터디 : 1권
  • 기타 장르문학: 5권
  • Food / 구루메: 5권

독서량이 작년(110권)에 비하면 30% 가까이 대폭 줄었는데, 영화나 애니메이션 감상이 늘은 탓입니다. 나이가 들다 보니, 아무래도 쉽게 볼 수 있는걸 선택하게 되네요. 추리 소설은 왠만한 작품으로는 신선함이나 재미를 찾기도 좀 어려웠고요. 그동안 너무 많이 읽었던 탓이지요.

그래도 1년에 100권은 읽어야 책 좀 읽는다고 할 수 있으니, 내년에는 좀 더 힘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는 카테고리별 베스트, 워스트입니다.


1. 추리 / 호러

베스트: 매미 돌아오다 - 사쿠라다 도모야 : 별점 3.5
- 곤충과 과학, 일상 추리를 결합한 독특함이 인상적이다.

올해 별점 3.5점을 줬던 작품은 이 작품 외에도 오가와 사토시의 "신의 퀴즈"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더 정통 본격 추리물에 가깝고, 수록 단편 중 "반딧불이 계획"은 별점 4.5점의 걸작이라서 올해 베스트로 꼽습니다. 

워스트: 신곡 - 가와무라 겐키 : 별점 1.5
- 범죄 스릴러로의 매력은 전무하다.

올해 별점 1.5점의 망작은 모두 여섯 편이지만, 그래도 다른 망작들은 추리물이기는 합니다. 이 작품은 애초에 추리물이 아니에요. '밀리의 서재'에서 '추리, 스릴러' 카테고리로 분류하지만 않았어도 워스트로 꼽지는 않았을텐데, 뒷통수를 맞은 듯한 배신감이 너무 컸네요.

2. 기타

베스트: 그거 사전 - 홍성윤 : 별점 3
- 가볍지만 의미도 있다.

읽은 책 중 절반에 가까운 여섯 권이 별점 3점을 받아서 한 권을 꼽기가 애매하지만, 재미와 정보 모두 좋았던 이 책을 꼽아 봅니다.

워스트: 세계문학단편선 39 윌키 콜린스 (꿈 속의 여인 외 9편) - 윌키 콜린스 : 별점 1.5
- 2025년에 읽기에는 낡고 지루했던, 재미와 가치 모두 압도적인 워스트. 

3. 역사서

베스트: 미친 항해 - 마이크 대쉬 : 별점 4.0
- 충격적인 실화를 방대한 자료로 치밀하게 재구성한 뛰어난 논픽션. 난파 관련 논픽션은 항상 기대 이상!

워스트: 별점 1점대가 없어서 올해는 선정하지 않습니다.

4. 디자인 / 스터디

베스트: 일상 감각 연구소 - 찰스 스펜스 : 별점 3.0
- 일상 감각을 해킹하는 여러가지 팁이 가득.

이 분야는 올해 한 권만 읽어서 워스트는 없습니다.

5. 기타 장르문학

베스트: 거짓과 정전 - 오가와 사토시 : 별점 4.0
- 독특한 세계관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SF와 만나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워스트: 별점 1점대가 없어서 올해는 선정하지 않습니다. 다 별점 2점이네요.

6. Food / 구루메

베스트: 전쟁은 일본인의 밥상을 어떻게 바꿨나 - 사이토 미나코 : 별점 3.5
- 상세하게 알 수 있는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식생활.

워스트: 초콜릿어 사전 - Dolcerica 가가와 리카코 : 별점 1.5
- 방향성과 완성도 모두 기대 이해.

2019/12/10

Q.E.D. iff 2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고화질] Q.E.D. iff 증명종료 (큐이디 이프) 02 - 4점
MOTOHIRO KATOU/학산문화사

C.M.B 도 좋지만, 저는 Q.E.D 를 훨씬 좋아하는 편입니다. Q.E.D의 season 2라고 할 수 있는 iff 시리즈도 이제 e-book으로 접할 수 있게 되었더라고요. 기쁜 마음에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권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2편의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는데 추리적으로 대단치 않고, 이야기도 여러모로 헛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2편 모두 내용에 비하면 분량이 지나치게 길고요. Q.E.D 특유의 현학적인 재미, 수학적인 정보의 제공도 그리 대단치 못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다음 권은 조금 더 분발해주면 좋겠네요.

수록된 에피소드 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벌거벗은 임금님"

토마와 가나의 동급생 유바리 미츠키의 오빠 유우키는 인기없는 만담가로,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담아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희극 각본을 썼다. 이를 1인극으로 공연한 뒤 연예계를 은퇴할 결심이었다. 그러나 선배 개그맨 스즈카와 매니저 아카시의 농간으로 각본을 빼앗기고, 주역 자리에서 밀려나 고생하다가 과로로 쓰러지고 마는데...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계약 관계를 둘러싼 비즈니스 물입니다. 토마의 계략으로 아카시는 유우키가 스즈카의 회사에 고용되었다는 계약서를 작성한게 반격의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스즈카의 회사는 모회사인 이시즈치 흥업과는 무관하지만, 유우키가 쓰러진 뒤 벌어진 인터넷 상에서의 코멘트와 크라우드 펀딩이 이시즈치 흥업 소속 연예인들이 얽히게 되어서 약점을 잡히게 되지요.

그런데 이게 그렇게 와 닿지는 않더라고요. 딱히 큰 문제로 보이지는 않았거든요. 정확하게 어떤 상황이 문제가 되는지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추리적으로도 볼 만한 건 처음에 스즈카 산타가 유우키의 대본을 훔친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잘한 트릭 뿐이지만 개그에 가까운, 그야말로 개그맨이 생각해 낼 법한 트릭이라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Q.E.D 특유의 학습만화스러운 재미도 전무하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이렇게 길게 끌고갈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살인의 모양"

지중해 몰타 섬에서 수학자 알프 레츠의 아내 카밀라가 열쇠로 잠겨진 방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경찰은 강도 소행으로 결론내렸지만, 반발한 알프는 무려 4개월 동안 개인적인 조사를 이어갔다. 유력한 용의자는 알프의 친구 데릭과 그의 아내 플라니로, 이유는 카밀라가 데릭에게 추근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몰타섬을 무대로 로키까지 등장하는 제법 긴 이야기인데, 핵심 트릭은 단순합니다. 호텔 방의 디자인을 이용하여 깨진 유리창을 보이지 않게 만든 것에 불과하거든요. 물론 간단한 트릭이 현실성 높은건 당연하니 단점은 아닙니다.
또 알프가 데릭을 범인으로 옭아매기 위해 세운 계획 역시 상당히 합리적이에요. 호텔의 열쇠는 모두 똑같이 생겨서 충분히 바꿔칠 수 있었고, 플라니의 알리바이가 없어서 이를 데릭이 함께 위증한 것 역시 사실이었으니까요.
문제는 경찰이 강도의 범행으로 단정지었기 때문에, 플라니의 위증을 증명할 증인을 찾는데 4개월이나 걸렸다는거죠. 그 와중에 토마가 나타나 진상을 파헤쳐버렸고요.

범인의 계획대로 누군가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지 못한 탓에 범행이 드러난다는건 꽤 신선한 발상인데, 문제는 너무 쉽게 마무리되는 결말입니다. 알프가 진범이며, 그 증거는 달의 방 창문의 보이지 않는 부분이 깨진 것이다라는 토마의 추리가 과연 데릭이 진범이라는 알프의 작전과 비교했을 때 더 설득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탓입니다. 유리창은 언제든 깨질 수 있지만, 플라니와 데릭이 위증을 한건 엄연한 사실이잖아요?

게다가 알프가 범인이라는걸 알아낸건 데릭 부부 둘 중 누가 체포되어도 상관없게 된 것이라는 알프의 말 때문이라는데 이 역시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그게 누구던, 아내를 살해한 범인이 체포되었다면 충분히 할 법한 말 가지고 말꼬리를 잡은 거에 불과해 보였으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추리적으로 나쁘지는 않지만 결말의 비약이 심해서 감점합니다.

2020/06/21

Q.E.D Iff 증명종료 7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2.5점

Q.E.D Iff 증명종료 7 - 6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6권에서의 실망을 뒤로 하고 새롭게 읽은 7권. 간만에 로키, 에바와 뭉쳐 인도에서 수학 천재 소년을 찾고 학교 선생님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무지개 너머의 라마누잔", 그리고 전후 오사카 흥행계에서 벌어졌던 수수께끼와 같은 사건의 진상을 풀어내는 "어떤 흥행사"라는 두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강력 범죄와 일상계 구성이 아니라서 조금 특이했는데, 전권보다는 대체로 괜찮더군요. 다행입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dlqslek. 아주 빼어나지는 않더라도, 기대했던 만큼의 재미를 선사하는 좋은 이야기였어요.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세요.

"무지개 너머의 라마누잔" 

인도에서 아이들을 가르키는 라비는 아르쟌이라는 천재 소년을 발견하고 대학 이사장에게 장학금을 요청했지만, 강도에게 살해당하고 말았다. 아르쟌에게 장학금을 주어서 제 2의 라마누잔 (인도의 천재 수학자)으로 만들겠다는 고인의 유지를 받들려는 에바의 부탁으로 로키, 토마, 가나는 인도로 향하는데...

초반부 전개와는 다르게 아르쟌을 찾는 과정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핵심은 라비 선생이 살해당한 이유, 그리고 대학 이사장이 장학금 주는걸 주저한 이유를 밝히는 것입니다. 

일단, 라비 선생이 살해당한건 이사장의 대학 진학 뒷거래 증거를 가지고 협박(?)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이사장이 뇌물과 뒷 돈 운운하는 장면 등의 복선으로 설명됩니다만 공정함, 정교함 측면에서는 좀 약해요. 고의는 아니었다는 이사장의 설명도 구차하고요. 

그러나 장학금 주는걸 주저한 이유는 놀랍습니다. 라비 선생이 찾은 수학 천재 소년은 아르쟌이 무려 6번째인데, 그 전의 아이들은 천재가 아니라 단지 조숙했을 뿐이라는거죠. 결국 중압감으로 인해 2명은 자퇴하고, 1명은 자살해버려서 이사장은 아이들이 짊어질 부담에 대해 고민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와 닿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재능으로 승부하는 세계에서는 재능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탓에 조금 뒤떨어지면 금방 좌절할 수 밖에 없다'는건 저 역시 미술 대학교를 별볼일 없는 능력으로 겨우 졸업한 탓에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아울러 인도 수학자 라마누잔과 그의 발견을 테마로 하고 있고, 라비 선생이 이사장 비리의 증거가 어디있는지를 남긴 '4번째 쌍동이'라는 소수 관련 정보도 Q.E.D 스러워서 좋았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르쟌에게 너의 미래를 스스로 선택하라는 토마의 모습도 토마스러워서 마음에 들었고요. 냉정해 보일 수는 있지만, 틀린 말은 아니죠. 누군가의 말, 혹은 유품(라비 선생의 반지)은 아무 도움이나 보증도 되지 않는건 당연하니까요.

그러나 아르쟌이 갱단에게 살해당한 라비 선생의 복수를 위해 갱단 사이의 항쟁을 일부러 일으킨 사건은 영 별로였어요. 위에서 좋다고 이야기한 내용 정도로 끝냈으면 좋았을텐데, 아이들 장난같은 행위로 7명이 죽고, 수십명이 중상을 입는 갱단 항쟁이 벌어진다는건 너무 막 나간게 아닌가 싶거든요. 항쟁을 일으킨 결정적 방법인 라비 선생의 유령 모습 조작도 너무 유치해서, 이게 과연 가능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수학적인 정보 전달과 천재 소년의 장학금 관련 이야기는 여러모로 볼 만 했지만, 이에 얽힌 갱단 이야기는 나오지 않느니만 못했습니다. 갱단 이야기를 빼고 일상계처럼 정리했다면 별점 3점 이상도 충분했을겁니다.

"어떤 흥행사"

1964년, 오사카 흥행계의 큰손 유메다가 분신 자살했지만 불에 탄 차만 발견되고 사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유메다 사건을 추적하는 역사 학자이자 소설가 후지와라는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을 유메다와 친했던 야쿠자 야마가와의 일기가 경매에 나온걸 알고 경매에 참가했다. 그 곳에서 우연히 유메다와 관련된 기녀 츠루코에 대해 조사하는 프리라이터 가네모리와 토마, 가나와 만났고, 토마는 작가들의 이야기와 일기 내용을 들은 뒤 유메다 사건의 진상을 말해준다.

사건의 핵심 수수께끼는 세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흥행사 유메다 메지로에 대한 이미지가 왜 말하는 사람마다 달랐는지?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야망과 배포가 큰 쾌남아인데, 어떤 사람 (특히 야마가와)에게는 무능력하고 소심한 인물로 비추었던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지요.
두 번째는 유메다와 만담가 츠바메, 그리고 기녀 츠루코 3명의 관계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떼 놓을 수 없는 사이였고, 어떤 사람들은 서로 얼굴도 안 보는 사이라고 했는데 진상은 무엇인지? 입니다.
세 번째는 차에서 사체가 사라진 수수께끼에 대한 것이고요. 

이에 대한 토마의 추리는 대담합니다. 유메다와 츠바메, 그리고 기녀 츠루코가 동일인물이었다는 겁니다. 유메다와 츠바메가 떼 놓을 수 없었지만 서로 얼굴도 보지 않았다는 수수께끼는 그렇게 해결됩니다. 츠루코가 모두의 비밀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던 이유도 마찬가지고요. 유메다와 츠루코가 후대 작가가 추적할만큼의 무용담을 남긴 것도, 가짜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겁니다. 반대로, 이들을 깊게 알게 된 야마가와에게는 그들의 진실된 능력이 보인것이고요.

하지만 이 트릭을 밝혀낸 핵심 단서인 야마가와의 일기 속 묘사 - '어두웠던 극장에서 야마가와 옆에 유메다가 나타날 수 있었던 건 밝은 무대 위에서 그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메다는 무대 위에 있었던 츠바메와 동일인물이다' - 는 그럴싸하기는 하지만, 반론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또 유메다와 츠바메가 동일 인물이라는건 그렇다 쳐도, 후대 작가가 추적할만큼 그 매력과 인기가 남달랐던 츠루코마저 남자가 변장했다는 건 솔직히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이 정도의 변장 능력이 있었다면, 흥행사로는 실패했더라도 먹고사는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을텐데 빚에 허덕이다가 야마가와의 일기마저 훔쳐 팔아넘길 정도로 몰락했다는건 이해가 되지 않네요. 때문에 대담한 추리에 걸맞는 완성도를 지녔다고 보기는 좀 어렵습니다.

그래도 건질게 없는건 아니에요. 전후 고도 성장기 오사카 흥행계를 그린 묘사는 괜찮거든요. 특히 유메다, 아니 츠바메의 정체를 알고 있었지만 흥행업에 대한 미련으로 친절을 배푼 배포 큰 야쿠자 야마가와는 꽤나 멋지게 그려집니다. "타이거 & 드래곤"의 야쿠자 야마자키와 좀 비슷한데, 그보다는 훨씬 큰 남자인 셈이지요.

결론적으로별점은 2.5점입니다. 재미 측면에서는 합격점을 줄 만 하고 트릭과 반전도 남다른 점은 있습니다. 설득력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지만 평작 수준은 됩니다.

2020/12/06

Q.E.D Iff 증명종료 11- 카토 모토히로 : 별점 3점

Q.E.D Iff 증명종료 11 - 6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Q.E.D의 두 번째 시즌도 10권을 돌파했네요. 이번 권에는 강력 사건만 두 편 연이어 등장합니다. 추리적으로도 볼 만한 부분이 많고, 생각할 거리도 전해주는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평균하여 별점은 3점입니다.

에피소드 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신뢰할 수 없는 증인" 

4년 전, 토마는 정원사 래디쉬와 알게 됐다. 토마는 해고된 래디쉬에게 도움을 주었지만, 래디쉬는 토마의 돈도 훔쳐 사라져 버렸다.
8개월 뒤, 어니언과 마약 판매를 놓고 대립하던 콘 시럽이 자택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총, 발자국 등 증거에 따르면 범인은 어니언이었다. 그러나 '정직한 사람'으로 유명한 래디쉬가 어니언의 알리바이를 보장한 탓에 검사는 궁지에 몰리고 말았다. 다행히 토마의 도움으로 어니언은 종신형을 선고받았고, 이 때 래디쉬도 토마의 돈을 훔친 혐의로 3년형을 살게 되었다.
그리고 4년 뒤 지금, 어니언의 부하 갈릭 오일은 출소한 래디쉬에게 '복수'라며 토마의 연구를 훔치라고 하는데....

전형적인 알리바이 깨기 작품입니다. 어니언의 알리바이는 사건이 발생한 8시 20분에 래디쉬 등 지인들과 농구 경기를 보고 있었다는 겁니다. 래디쉬는 그 시간은 마침 3쿼터가 한창이라서 어니언이 자리를 비웠다면 바로 알아챘을거라고 증언했고요.
알리바이를 만든 트릭은 생중계가 아니라 녹화 중계를 봤다는 겁니다. 음식을 주문한 뒤, 래디쉬에게 배달 음식 대응을 시키고 그 때마다 수분간 중계를 일시 정지하는걸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그래서 원래대로였다면 3쿼터가 한창 진행될 8시 20분에 '하프 타임'이 걸리도록 만든 거지요. 어니언이 범행을 저지르고 돌아오는데에는 하프타임 15분이면 충분했기 때문에, 범행 후 3쿼터를 함께 볼 수 있었고요.
대단치는 않지만, 현실적입니다. 트릭 외에도 토마가 래디쉬를 구속되게 만든 이유 - 래디쉬는 도벽이 있었고, 콘의 마약도 훔쳤었으며 법정에서 위증을 한 것 보다는 단순 절도가 형량이 낮기 때문 등등 - 라던가, 토마가 함정을 파서 배후인 갈릭 오일을 체포하는 이야기 등의 곁가지들도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복선 회수를 잘 해서 이야기 완성도는 제법 괜찮아요.

그러나 문제도 많습니다. 우선 트릭을 수사기관이 눈치채지 못했다는걸 제일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녹화 중계를 봤다는걸 왜 아무도 몰랐을까요? 미국은 PVR 기능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수사관은 충분히 알아낼 수 있었어요. 또 녹화 중계를 봤다면, 구태여 pause를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냥 시간을 늦춰서 시작하면 되니까요. 녹화 중계라기 보다는 타임 쉬프트 기능 - 우리나라에서는 한 때 '타임 머신' 이라고 불렀던, 외부 저장장치에 라이브 방송을 저장해서 돌려보는 기능 - 을 썼다는게 더 말이 됩니다.
그리고 영수증에는 보통 접수 시간이 출력됩니다. 증거로 래디쉬 서명이 있는 사건 당일 영수증이 이미 확보되어 있었지요. 이 시간을 확인하면 실제 중계 시간과 래디쉬가 인지하고 있는 시간이 다르다는 것도 증명 가능했을거에요.
마지막으로 아무리 래디쉬가 정직한 남자라도, 그의 증언만으로 무죄 판결을 받는다는게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교도소에 3번이나 갔다 온 어니언의 친구 증언을 사법부가 그렇게까지 신뢰하리라 생각되지는 않거든요.
아울러 갈릭이 토마 노트를 훔쳐 팔려고 했다는 이야기는 완전히 사족에 불과했습니다. 토마가 쓴 노트를 카메라로 찍었지만 이를 공항에서 회수한다는 결말도 어설펐고요. 아예 의미가 없지야 않겠지만, 이미 메일로 어딘가에 보냈을게 뻔한데 말이지요. 등장인물들 이름도 대충 생각한 티가 물씬 납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평작은 된다고 할 수 있겠죠. 별점은 2.5점입니다.

"물에 빠진 새" 

202X년, 일본은 AI 재판관을 도입했다. 그 뒤 20년이 흐른 204X년, AI 관리관인 미즈노 규사쿠가 아내 살해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었다. 아내가 호스트와 불륜을 저지르는 현장을 목격하고 둘을 그 자리에서 죽였다는 혐의가 인정되어 미즈노는 AI 재판관으로부터 장기 징역을 선고 받았다. 미즈노는 항고하고, 변호사 견습인 미즈하라 가나가 이를 돕던 중 의외의 이야기를 들었다. 반년 전에 수상한 사람이 AI에 무슨 문제가 있냐고 미즈노에게 전화를 걸었고, 사건이 벌어진 날 급히 집으로 가라고 전화해서 집에 갔다가 시체를 발견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미즈노는 가나에게 'MIT를 중학교 때 졸업한 천재'에게 AI에 정말 문제가 있는지, 자신이 숨겨놓은 코드를 보여주고 확인받아 줄 것을 부탁하는데....

204X년의 일본에서 변호사 견습생 가나와 천재 프로그래머 토마가 활약하는 일종의 평행 우주 세계관으로 그려진 작품입니다.

AI가 재판하는 시대는 곧 다가올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실제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생각해 본 적은 없네요. 이 작품은 그런 상황을 가정하여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Q.E.D 시리즈 장점이기도 한 일종의 '학습 만화' 인 셈이지요.
제목인 '물에 빠진 새'부터가 AI 재판관의 특징을 잘 알려주는 말입니다. 이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하늘을 나는 새가 물에 빠진걸 상상하죠. 그러나 AI는 '새'를 갈매기 등으로 해석합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가장 있음직한 일'로 해석하기 때문이에요. 즉, '융통성' 이라는게 발휘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아울러 AI는 불법적인 조사를 인정하지 않고, 증거에 합리적 의문이 있으면 무죄 판결을 내릴 수 밖에 없어서 결론적으로, 검찰의 기소가 성공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이럴 경우 강력범이 풀려날 가능성이 생긴다는 문제는 있지만 무고한 피해자는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또 여러가지 유착과 오판을 사전 차단한다는 장점이 더욱 커 보이네요.

그러나 당연히 AI 재판관이라도 문제를 일으킬 여지는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버그' 가 원인입니다. 검찰은 이를 이용하여 미즈노가 실형을 선고받게 만들지만, 토마가 모든걸 밝혀냅니다. 이를 위한 토마의 추리쇼가 법정에서 재판관, 검사와 대결을 통해 펼쳐지기 때문에 '법정 미스터리'이기도 합니다. 

추리적인 부분의 완성도도 제법 높아요. 사건 현장은 부부 침실이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버그를 알고 이를 이용하기 위해 사건 현장을 일부러 '부부 침실'과 '두 사람의 방'이라고 나누어 부르고, 위치도 '길'과 '복도' 왼쪽이라고 말할 때마다 다르게 불렀습니다. 그러면 버그 탓에 AI는 원래 같은 공간을 나누어 생각하게 됩니다. '두 사람의 방'에는 침대가 있는데 사건 현장인 '부부 침실'에는 침대가 없어서 제3자가 숨어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 결과 미즈노가 범인이라는 판결이 내려진거고요. 꽤 그럴싸하죠?
이러한 추리쇼가 펼쳐지는 와중에, AI가 사건 현장이라며 침대와 다른 가구가 없는 썰렁한 방 이미지를 화면에 띄워주는 장면은 극적 효과가 대단했습니다. 이런게 만화라는 매체가 가진 장점이라 생각되네요. 

트릭도 대단하지는 않지만, 기발한 장치 트릭이 하나 등장합니다. 미즈노를 옭아맨 현장 증거를 만들어 내었던 트릭입니다. 아래와 같이 문 손잡이 뒤에 나이프를 테이프로 붙여서 문을 여는 미즈노의 지문이 묻게 만든 겁니다. 부자연스러운 지문의 끊어진 형태는 스카치 테이프 자국이고요.


그러나 트릭은 억지스럽습니다. 이런 손잡이는 손 끝으로 잡는게 아니라 손바닥으로 감싸 잡는게 당연하니까요. 미즈노가 문을 열 때 이상함을 느낄 여지도 충분히 있습니다. 살인 현장을 목격하기 전이었기 때문입니다.
또 미즈노 아내의 불륜과 비밀 번호를 사전에 알고 있었고, 얼굴 인식은 사진으로 돌파할 수 있는 등장 인물은 미즈노의 회사 동료 유자와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범행을 저지른 동기와 행동이 영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버그를 팔았지만 이를 미즈노가 눈치챌걸 두려워해서 말살시키려고 했다는데, 버그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잖아요? 유자와가 코드가 기록된 노트 위치를 알고 있었다는게 그가 범인이라는 증거로 보이지는 않았고요. 여러모로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무엇보다도 AI가 오류를 일으킨 원인을 납득하기 힘들어요. 만화에서도 평면도로 설명하고 있는데, 법정에서는 구두로만 사건 현장을 설명 AI에게 별다른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건 말이 안됩니다. 검찰이 구두로만 설명했다면 AI가 아니었더라도 해석에 오류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수수께끼를 만들기 위한 억지 장치였다 생각됩니다. 

그리고 204X라는 근미래인데, 다른 200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묘사들도 고민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204X년에 숫자 암호키와 얼굴 인식으로 집에 출입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아요. 지문이 결정적 증거가 될 것 같지도 않고요. 이럴 바에야 AI가 재판하는 가상극 형태로 꾸미는게 어떨까 싶네요. 시즌 1 27권 수록작인 "입증책임"처럼 모의 재판 형식으로 말이죠.

그래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고,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었던건 분명합니다. 추리적으로도 나쁘지 않았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24/12/29

2024 블로그 리뷰 결산

안녕하세요. 어제의 "사카나와 일본"을 끝으로 올해 블로그 업로드는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스물 한 번째 블로그 리뷰 결산을 진행하겠습니다. 2024년 동안 읽은 총 책 권수는 110권입니다. 카테고리별 독서 권수 및 카테고리별 베스트, 워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괄호는 작년):
  • 추리 / 호러: 76권 (61)
  • 기타: 14권 (15)
  • 역사서: 10권 (7)
  • 기타 장르문학: 5권 (4)
  • Food / 구루메: 5권 (3)

1. 추리 / 호러

베스트: 스파이와 배신자 - 벤 매킨타이어 : 별점 4.0
- 현실이 픽션을 능가한다는 증거.

워스트: 유리병 속 지옥 - 유메노 큐사쿠 : 별점 1.0
- 완독이 고통스러울 정도였던 망작.

2. 기타

베스트: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 정재승 : 별점 3.5
- 일상 속 과학을 알게 해주는 즐거운 입문서.

워스트: 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 별점 1.5
- 비논리적이고 편협한 주장들.

3. 역사서

베스트: 사악한 소년 - 케이트 서머스케일 / 김희주 : 별점 4.0
- 19세기 살인 사건을 치밀하게 재구성한, 흥미진진한 논픽션.

워스트: 당신이 몰랐던 결투의 세계사 - 하마모토 다카시 외 / 노경아 : 별점 1.5
- 소재는 흥미롭지만 깊이 없는 서술로 일관.

4. 디자인 / 스터디

베스트: 눈의 황홀 - 마쓰다 유키마사 / 송태욱 : 별점 4.0
- 독특한 시각과 감각이 돋보임.

워스트: 별점 2.5이 최하점이라 특별한 워스트는 없습니다.

5. 기타 장르문학

베스트: 로봇 소년, 학교에 가다 - 톰 앵글버거, 폴 델린저 / 김영란 : 별점 3.0
- 유쾌한 스토리와 따뜻한 메시지가 느껴지는 청소년 소설.

워스트: 트레몬의 모험 - 로버트 바 / 남원우 : 별점 1.0
- 빈약한 플롯, 단조로운 전개에 최악의 현지화 각색이 더해진 환장의 콜라보. 

6. Food / 구루메

베스트: 딜리셔스 - 롭 던, 모니카 산체스 / 김수진 : 별점 4.0
- 과학적으로 분석한 음식들의 놀라운 이야기들.

워스트: 일본 현지 아이스크림 대백과 - 아이스맨 후쿠토메 / 김정원 : 별점 1.5
- 단순한 정보 나열에 불과.

2020/12/26

Q.E.D Iff 증명종료 12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3점

Q.E.D Iff 증명종료 12 - 6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이번 권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유괴 교섭을 다룬 "좋은 사람"과 복잡한 트릭이 사용된 살인 사건이 등장하는 "재생의 시간" 입니다. "좋은 사람"은 평균 이하였지만, "재생의 시간"은 Q.E.D가 다른 추리 만화와 다른 점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두 편 평균한 별점은 3점입니다. 이야기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좋은 사람" 

이탈리아 저널리스트 아르젠트 (알) 로셀리니가 시리아 무장 단체에게 유괴되었다. 교섭인 시나 샌드는 토마의 옛 동창이어서 토마와 가나는 그녀를 돕기 시작했다. 그녀와 이탈리아 정부, 그리고 알의 백부 마이클까지 모두 3개의 창구가 존재하는 상황으로 교섭은 난항을 겪는데....

유괴 교섭에 대한 이야기. 그런데 단순 교섭보다는 복잡합니다. 세 개의 창구가 교섭에 나선 탓입니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탈리아 정부와 마이클에게 범인 X의 요구액이 너무 높으니 일부분을 부담해달라는 부탁을 해 보라는 토마의 계획은 기발합니다. 만약 다른 두 창구가 범인과 교섭하고 있는게 아니었다면 동의할테고(인질 석방이 우선이니), 그들도 교섭 중이었다면 거절할거라는 이유입니다.
이탈리아 정부와 마이클의 거절로 범인이 세 개 창구 모두와 교섭하여 몸값을 받아낼 속셈이라는걸 알아낸 뒤, 모두의 몸값 전달 날짜가 다르다는걸 통해 각각 다른 사람들과 교섭하고 있다고 추리하게 됩니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개 창구가 교섭하는건 가짜인거지요. 

이러한 교섭 단체간 의견 조율과 교섭 이야기는 꽤 그럴싸 합니다. 또 중동 유괴범들이 어떻게 사업(?)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상세합니다. 투자자도 있고, 이자도 지급하는 등 여러모로 명백한 사업이더군요. 그래서 빠른 교섭이 필요하고요. 투자금 회수가 빨리 이루어지지 않으면, 손해가 커지기 때문에 몸값이 점점 올라갈 수 밖에 없거든요.
콘테이너를 이용하여 유럽으로 건너가려는 시리아 난민의 비참한 삶에 대한 묘사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난민 소년이 유괴범 일원이 되는 과정도 설득력이 있고요. 즉 유괴 교섭, 유괴 사업, 유괴범에 대한 드라마는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그런데 알을 돌려받는 클라이막스는 영 아니었습니다. 그 자리에까지 토마와 가나가 나서서 위험에 휘말릴 이유는 전혀 없으니까요. 또 알과 가나가 절벽 아래에서 탈출하기 위해 숨겨둔 장치를 이용한 일종의 패러글라이딩을 이용한다는건 과정 자체는 그럴듯하지만 이 역시 현실성이 없습니다. 표적이 될 수 밖에 없어서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 중요한 조사를 가나 한 명으로 돌려막기 하는 내용도 비현실적입니다. 가나 혼자 이탈리아에서 마이클을 만나 협상하고, 마이클 비서를 자칭하여 은행으로부터 몸값 전달 날짜를 알아낸다는 식인데, 일본이었다면 모를까 외국에서 외국인 대상으로 진행한건 지나쳤습니다. 이게 가능하다면 가나도 토마 못지 않은, 어학과 연기의 천재인거지요. 이 정도면 "엘프 사냥꾼"의 코미야마 아이리급이 아닐런지?

이야기도 짜임새가 부족합니다. 유괴 교섭인에 대한 이야기, 유괴된 인질의 탈출극 (?), 시리아 난민의 비참한 삶, 좋은 사람 알에 대한 이야기가 마구 뒤섞여 있거든요. 예전 "마스터 키튼" 속 에피소드처럼 '교섭' 하나에 집중하는게 훨씬 좋았을겁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재생의 시간" 

잡지 기자 크리스는 시의회의원 모카이에게 찾아가 17년전 스미야 코우사쿠 사망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며 협박하여 300만엔을 뜯어 내었다. 스미야 코우사쿠 사망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사방이 벽으로 둘러쌓여 출입금지된 장소에서 목을 메고 죽은걸로 보이는 백골 사체가 발견된 사건이었다. 유류품으로 사체는 스미야 코우사쿠로 판명되었는데, 그는 이미 14년 전 실종된 상태였었다(현 시점에서는 17년 전).
경찰은 14년 전 스미야가 이 장소에서 목을 메고 자살했다고 결론내렸었다. 하지만 스미야는 함께 일하던 쇼우스케와 자주 다퉜으며, 쇼우스케가 큰 상처를 입고 기숙사로 돌아온 17년 전 어느날 돌아오지 않았었고, 쇼우스케도 곧바로 입원했던 병원에서 사라졌다.

이후 쇼우스케가 있는 마을로 찾아온 크리스는 시체로 발견되었고, 유력한 용의자는 쇼우스케의 아들 세이지였다. 아르바이트 중 피해자와 다퉜고, 아르바이트하던 술집 근처에서 피해자가 살해되었으며, 시체를 옮긴 보트는 그의 아버지 가게에서 분실된 것이라는 등의 불리한 정황 증거 때문이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범인이 술집에서 술을 먹는다는걸 알 수는 없었다'는 이유로 풀려났다. 피해자가 술집에 오는걸 알지 못했다면, 보트를 미리 준비해서 유기 장소로 옮기는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살해 현장 근처에는 보트를 숨길 곳도 없었다...

17년 전 과거와 현재, 두 개의 사건이 하나로 만나는 작품으로 두 개의 사건은 모두 수수께끼를 품고 있습니다. 17년 전 사건에서 쇼우스케는 범인일 수 없었습니다. 쇼우스케와 스미야가 다투는게 목격된 장소에서 사체 발견 현장까지는 왕복 1시간 이상 걸리는데, 쇼우스케가 다친채로 기숙사로 돌아온건 고작 30분 뒤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누가 봐도 쇼우스케가 범인이니, 무언가 트릭이 사용된게 분명합니다. 현재의 사건에서는 술을 어디서 먹을지 모르는데 보트를 어떻게 미리 준비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고요.

토마는 두 사건은 모두 밤에 술 마시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습격당했다는 공통점에 착안하여, 술 마시러 가는 장소 모두에 미리 시체를 숨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추리합니다. 스미야는 역 앞 라면집, 산기슭 정식집, 이자카야의 세 개 가게만 다녔기 때문에 준비가 그리 어렵지 않았던거지요.
산 기슭 정식집 근처에서 도난당했던 포크레인이 발견된게 증거입니다. 범인은 포크레인을 휘둘러 사체를 멀리 던져 버리고 알리바이를 만들 생각이었습니다. 이는 17년전 사건에 사용된 트릭과 같아요. 사체가 밀실에서 발견된건, 담벼락 넘어 공중에서 던져졌기 때문이었죠. 꽤 기발하고, 나름 현실적인 멋진 트릭이었어요.

범인이 사건을 저지른 동기도 잘 설명되고 있습니다. 사체로 발견된 스미야가 원래 쇼우스케였던 겁니다. 스미야가 쇼우스케를 죽이고 신분을 바꾼거지요. 모카이가 이를 도왔고요. 쇼우스케와 모카이는 고교시절 야구부 배터리로 절친이었고, 모카이는 쇼우스케가 야구부 매니저였던 교우카와 맺어지도록 도왔습니다. 그러나 야구를 그만두고 방탕한 삶을 보내던 쇼유스케가 음주운전으로 교우카에게 큰 상처를 입히고 도망간 탓에 원한을 품었다가, 스미야가 저지른 사건을 알고 그를 도와준 겁니다.

이후 바꿔치기한 스미야가 교우카와 만나 사랑에 빠지는 사랑 이야기도 나무랄데 없어요. 처음 봤을 때 부터 사랑했다는 부부의 말은 참 슬프네요. "마틴 기어의 귀향"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바꿔치기와 트릭을 눈치채고 크리스는 모카이를 협박했고, 스미야(현 쇼우스케)가 그를 죽인겁니다.
크리스가 17년전 사건은 살인 사건이 분명하다며 남긴, '기름게와 무당게의 다른 점'이 핵심이라는 말도 바꿔치기를 의미합니다. 같아 보이지만 다른건 이름 뿐이라는 뜻이지요. 이를 여러가지 단서와 복선으로 드러내는 전개도 일품입니다.

그런데 추리에는 조금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현재의 크리스 살인 사건의 경우, 피해자와 이자카야에 동행했던 아오야마가 공범에 전화를 걸어 보트를 준비하도록 만들었다는 생각은 왜 하지 못할까요? 단독 범행이라고만 생각하는 이유를 통 모르겠어요.
17년 전 사건도 마찬가지에요. 30분 안에 사체를 어딘가 숨기고 돌아온 뒤, 퇴원 후 숨기러 가도 되니까요. 17년, 아니 14년 만에 백골로 발견되었다면 그 정도 차이를 눈치채는건 불가능했을텐데 말이지요. 아니면 어느정도 생활이 안정된 후, 현장을 뒤져 시체를 암매장하는 것도 방법이었고요. 살인과 사체 유기가 동시에 벌어졌다고 생각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리고 쇼우스케가 스미야라는 증거가 있다면 모를까, 별다른 증거가 없는 말 뿐만인 추리라는 약점도 큽니다. 같은 이유로 크리스를 살해할 필요가 있었는지도 의문이고요. 설령 쇼우스케가 스미야라는게 밝혀진다 한 들, 살인을 저지르고 시체를 숨겼다는 증거는 없으니까요. 한 명 더 살해해서 위험을 늘리기보다는, 정면으로 반박하는게 더욱 타당했습니다. 

아울러 토마와 가나가 무리하게 사건에 뛰어들어 추리를 도와주는 이유도 석연치 않습니다. 용의자 세이지와 교제하는 마리나와 가나가 친구라는게 이유인데, 그렇다면 세이지가 혐의를 벗은 시점에서 더 도와줄 이유는 없어요. 오히려 토마가 입만 다물었어도 미제 사건으로 끝났을지도 모르는데, 토마가 웃는 얼굴로 추리쇼를 펼치며 사건을 해결해서 세이지 가족을 파괴해버리고 맙니다. 이래서야 정의의 집행자가 아니라 사랑을 방해하는 무자비한 악마, 냉정한 추리하는 기계일 뿐이지요. 한 마디로 토마의 비인간성이 부각된 에피소드입니다. 하긴, 이게 Q.E.D와 토마의 매력이긴 하지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5점입니다. 추리에서의 설득력이 조금만 갖추어졌더라면 걸작이 될 수 있던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좀 긴 호흡의 소설로 발표하는게 훨씬 좋았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