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E.D Iff 증명종료 14 -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
두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각각 걸작과 졸작으로 극명하게 수준이 갈립니다. 이렇게까지 차이가 났던 권은 많지 않았었는데 말이지요. 평균 별점은 2.5점,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억엔과 여행하는 남자>>
파자마 차림으로 1억엔을 든 채 배회하던 남자가 발견된다. 기억을 잃은 상태였는데, 곧 '우라시마 타로'라는 남자로 밝혀진다. 교통 사고로 의식 불명 상태였는데 아내가 죽은 뒤 의식을 회복했으며, 1억엔은 사고 배상금으로 집에 놓여져 있던 돈이었다. 타로는 기억을 잃었지만, 아내 나오코가 언제나 오르골로 쇼팽의 이별의 곡을 울렸으며, '오토구치를 찾으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겼다는 걸 기억해냈다.
토마의 조사로 오토구치 마사요시는 실존 인물로, 그가 지방검사 시절에 담당했던 우라시마 긴지 살인 사건 피고인이 우라시마 타로였다는게 밝혀진다. 그는 나오코와 함께 있었다는 알리바이 주장을 했지만 오토구치 검사가 가져온 CCTV 영상으로 거짓이 밝혀져 15년 형을 선고받았었다. 12년 뒤 석방된 그는 4년만에 자살을 시도해서 혼수상태에 빠졌었다....
오래전 있었던,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사건의 진상을 밝혀낸다는 내용의 범죄 드라마이자 본격 추리물이자 복수극.
우선 토마는 우라시마 긴지 사건 재판의 진상에 대해 추리해냅니다. 우라시마 타로가 갔던 에비스 카페 주차장이 범행 현장 주차장과 같은 형태였던걸 이용하여, 우라시마 타로가 현장에 있었다고 오토쿠치 검사는 증거를 조작했던 겁니다. 토마는 사진 속 가로등과 그림자 위치로 이 추리를 증명해 내고요. 그리고 이를 통해 지금의 수수께끼, "우라시마 타로에게 일어난 일은 정확하게 무엇이며, 1억엔이 왜 남겨져 있었고, 나오코는 왜 오토구치를 찾으라는 메시지를 남겼는지"를 풀어내게 됩니다.
그 답은, 이 모든건 오토구치의 증거 조작을 알아낸 나오코의 복수였다는 겁니다. 나오코는 오토구치가 조작으로 이겼던 재판에서의 형량만큼 그가 형을 살도록 하기 위해, 26년간 약을 먹여 재운 겁니다! 지금의 우라시마 타로는 오토구치 검사였다는 거지요.
1억엔은, 국가에서 죄가 없는 사람이 형을 살았을 때 보상금에 기초한 금액이었습니다. 하루에 대략 1만엔이니, 365일 곱하기 26년하면 대충 1억엔인거지요. 나오코가 마지막에 남긴 메시지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떠올려 내라는 뜻이었고요.
이는 오토구치가 검사 시절 선고했던 형량의 총합인 26년과, 오토구치가 기록에서 사라진지 올해가 26년 째라는 점 등으로 증명됩니다.
추리를 위한 단서 제공도 공정한 편이라서 본격물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뿐 아니라, 반전이 드러나는, 우라시마 타로가 사진을 보고 자기가 오토구치였다는걸 깨닫는 장면도 아주 좋았습니다. 사진 중심이라는 점에서는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자기 딸이 미도라는걸 깨닫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만화라는 매체에 어울리게 잘 표현했다고 생각됩니다.
아울러 이 끔찍한 진상을 담담하게, 웃는 얼굴로 밝히다가 가나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고 하는 토마의 모습은, 토마 소라는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 잘 드러난 명장면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소중한건 가나 뿐이라는 이야기니까요. 가끔 보면 이 친구는 정말 소시오패스가 아닌가 싶어요. 사회적인 공감이 결여되어 있는걸로 느껴지거든요.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전개 과정에서 약간의 헛점은 눈에 뜨입니다. 가장 큰 헛점은 오토구치의 실종이 제대로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냥 기록에서 사라졌다고만 언급되고 있거든요. 아무리 옷을 벗었어도 전직 검사인데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지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건 말도 안되지요. 가족이 없는 것도 아닐테고요. 또 26년간 약으로 잠들어 있었다 하더라도, 자신이 오토구치였다는 '기억'을 잃은건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원래의 우라시마 타로는 자살했는데, 그 역할을 오토구치에게 맡길 때 시체를 어떻게 했는지도 설명되지 않아서 좀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완성도는 손색이 없는 좋은 작품입니다. 타나바타 형사의 재등장도 반가왔고요. 별점 4점은 충분합니다.
<<메모리>>
MIT 출신 수학자 황성이 사망 후, 양자 암호에 대한 핵심 기술을 남겼는데, 이 기술을 러시아와 중국, 미국 정부가 노려서 대 소동극이 된다는 이야기.
전작이 아주 빼어나서 기대가 컸는데, 아쉽게도 부응하지는 못했습니다. 세계 초 강대국 3개국이 가담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유치한 첩보전이 그려지는 탓입니다. 토마와 가나의 변장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던가, 가나가 강대국 정보부원들의 습격을 격투와 함정(?)으로 저지한다던가, 3개국이 USB를 확보하기 위해 유원지에서 대소동을 벌인다던가 하는 전개 모두 유치하기 짝이 없네요. 토마가 애초에 가짜 USB를 넘겨줘서, 3개국 정보기관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는 진상도 유치하기는 마찬가지고요.
약간 등장하는 추리적인 요소도 실망스럽습니다. 황성이 토마의 데이터를 훔치려고 했지만 훔치지 못했던 방식에 대한 소소한 트릭 - 몰래 작은 USB를 노트북 후면에 꽂아 두고, 누군가 USB를 연결하면 그쪽 연결은 없이 후면 USB가 연결되게 함 - 은 일견 그럴듯해보이지만 설득력은 낮아요. 노트북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탐색하여 USB로 복사하는 과정에서 보통은 자기 USB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되니까요.
황성이 사망전 머물렀던 산장 벽걸이 시계에서, 멈춘 시계 바늘이 가리키는 장소에서 USB를 발견한다는 일종의 암호 트릭도 유치합니다. 구태여 암호 트릭을 풀지 않았더라도, 주변만 수색했어도 정보기관에서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을테고요.
황성이 러시아에서 태어난 조선족으로 중국 칭화대에서 공부했으며 여동생 황해심이 한국의 친척에게 보내졌다는, 우리에게는 비교적 친숙한 설정의 인물이라는건 재미있었습니다. 일본도 토마가 손에 넣은 USB를 입수하기 위해 움직이는데, 이 과정에서 전작에 등장했었던, 단맛을 좋아하는 내각 조사실 소속 나시다가 재 등장하는 것도 반가왔고요.
하지만 대체로 점수를 줄 부분은 없는 졸작이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1억엔은, 국가에서 죄가 없는 사람이 형을 살았을 때 보상금에 기초한 금액이었습니다. 하루에 대략 1만엔이니, 365일 곱하기 26년하면 대충 1억엔인거지요. 나오코가 마지막에 남긴 메시지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떠올려 내라는 뜻이었고요.
이는 오토구치가 검사 시절 선고했던 형량의 총합인 26년과, 오토구치가 기록에서 사라진지 올해가 26년 째라는 점 등으로 증명됩니다.
추리를 위한 단서 제공도 공정한 편이라서 본격물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뿐 아니라, 반전이 드러나는, 우라시마 타로가 사진을 보고 자기가 오토구치였다는걸 깨닫는 장면도 아주 좋았습니다. 사진 중심이라는 점에서는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자기 딸이 미도라는걸 깨닫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만화라는 매체에 어울리게 잘 표현했다고 생각됩니다.
아울러 이 끔찍한 진상을 담담하게, 웃는 얼굴로 밝히다가 가나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고 하는 토마의 모습은, 토마 소라는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 잘 드러난 명장면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소중한건 가나 뿐이라는 이야기니까요. 가끔 보면 이 친구는 정말 소시오패스가 아닌가 싶어요. 사회적인 공감이 결여되어 있는걸로 느껴지거든요.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전개 과정에서 약간의 헛점은 눈에 뜨입니다. 가장 큰 헛점은 오토구치의 실종이 제대로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냥 기록에서 사라졌다고만 언급되고 있거든요. 아무리 옷을 벗었어도 전직 검사인데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지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건 말도 안되지요. 가족이 없는 것도 아닐테고요. 또 26년간 약으로 잠들어 있었다 하더라도, 자신이 오토구치였다는 '기억'을 잃은건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원래의 우라시마 타로는 자살했는데, 그 역할을 오토구치에게 맡길 때 시체를 어떻게 했는지도 설명되지 않아서 좀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완성도는 손색이 없는 좋은 작품입니다. 타나바타 형사의 재등장도 반가왔고요. 별점 4점은 충분합니다.
<<메모리>>
MIT 출신 수학자 황성이 사망 후, 양자 암호에 대한 핵심 기술을 남겼는데, 이 기술을 러시아와 중국, 미국 정부가 노려서 대 소동극이 된다는 이야기.
전작이 아주 빼어나서 기대가 컸는데, 아쉽게도 부응하지는 못했습니다. 세계 초 강대국 3개국이 가담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유치한 첩보전이 그려지는 탓입니다. 토마와 가나의 변장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던가, 가나가 강대국 정보부원들의 습격을 격투와 함정(?)으로 저지한다던가, 3개국이 USB를 확보하기 위해 유원지에서 대소동을 벌인다던가 하는 전개 모두 유치하기 짝이 없네요. 토마가 애초에 가짜 USB를 넘겨줘서, 3개국 정보기관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는 진상도 유치하기는 마찬가지고요.
약간 등장하는 추리적인 요소도 실망스럽습니다. 황성이 토마의 데이터를 훔치려고 했지만 훔치지 못했던 방식에 대한 소소한 트릭 - 몰래 작은 USB를 노트북 후면에 꽂아 두고, 누군가 USB를 연결하면 그쪽 연결은 없이 후면 USB가 연결되게 함 - 은 일견 그럴듯해보이지만 설득력은 낮아요. 노트북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탐색하여 USB로 복사하는 과정에서 보통은 자기 USB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되니까요.
황성이 사망전 머물렀던 산장 벽걸이 시계에서, 멈춘 시계 바늘이 가리키는 장소에서 USB를 발견한다는 일종의 암호 트릭도 유치합니다. 구태여 암호 트릭을 풀지 않았더라도, 주변만 수색했어도 정보기관에서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을테고요.
황성이 러시아에서 태어난 조선족으로 중국 칭화대에서 공부했으며 여동생 황해심이 한국의 친척에게 보내졌다는, 우리에게는 비교적 친숙한 설정의 인물이라는건 재미있었습니다. 일본도 토마가 손에 넣은 USB를 입수하기 위해 움직이는데, 이 과정에서 전작에 등장했었던, 단맛을 좋아하는 내각 조사실 소속 나시다가 재 등장하는 것도 반가왔고요.
하지만 대체로 점수를 줄 부분은 없는 졸작이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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