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바트 -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지음, 박민수 옮김/비룡소 |
고아 소년 크라바트는 꿈 속 계시로 방앗간 주인에게 찾아가게 되었다. 그는 그곳에서 마술을 배우며, 다른 직공들과 나름대로 즐거운 삶을 이어갔다. 그러나 친구 톤다가 죽은 뒤, 이는 마술을 배우는 댓가라는걸 깨닫고 방앗간 주인에게 복수를 결심하는데...
<<왕도둑 호첸플로츠>>의 작가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의 판타지. 1978년에 발표했던 초기작이네요. 2013년에 올렸었던 <<왕도둑 호첸플로츠>> 리뷰에 난난님이 달아주신 댓글을 통해 구입했던 책입니다. 왠지 손이 잘 가지 않아서 지난 수 년간 묵혀 두고 있었는데, 딸 아이가 이제 이런 두꺼운 책도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기에 딸 아이에게 권해줘도 될까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왕도둑 호첸플로츠>>같은 유쾌한 아동용 모험극이 아니라 놀랐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복수극일 뿐더러, 톤다와 미할의 죽음이라던가, 자살을 시도한 메르텐이 목이 부러진채 살아가게 되었다는 등의 잔혹한 설정과 묘사도 너무 많았거든요. 아래의 영화 포스터가 불길함 가득한 잔혹 판타지인 이 작품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뭐 이런 이야기라도 좋은 점이 명확하다면 딸 아이에게 권해주었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습니다. 완성도부터가 미흡했어요. 크라바트가 친구를 죽인 악독한 방앗간 주인에게 복수하는게 핵심인데, 이런저런 디테일이 과했고 기승전결의 배분도 어색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방앗간 주인의 숙적인 품푸트는 왜 등장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직공들이 마법을 써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내용들도 불필요했고요. 직공들이 방앗간 주인으로부터 마법이라는 힘을 얻어서 잘 써먹었다는 뜻이고, 그러면, 주인을 배신하는게 오히려 배은망덕한 행위가 되니까요. 물론 1년에 한 번씩 직공들 중 한 명이 죽기는 하지만, 전능한 힘을 얻기 위한 지불이라고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건 아닙니다. 즉, 크라바트가 마법을 배운 이상, 친구가 죽었다고 복수하는게 좀 애매해지는거지요. 반대로 이런 이야기보다는 중요할, 방앗간 주인이 모시는 주인은 누구인지, 그의 마법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아예 없습니다.
이야기 배분이 이상한건 불필요한 내용보다 중요한 전개 과정을 대충 넘기는 탓입니다. 우선 칸토르카가 왜 크라바트를 위해 목숨을 거는지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칸토르카가 두려움에 떨던 크라바트를 찾아내는 클라이막스도 단 2페이지로 끝낼 내용은 아니었어요. 멍청한 유로가 사실은 굉장히 똑똑한 조력자였다는 것 처럼 복선과 반전으로 쓸 요소가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잘 써먹지도 못합니다.
이런 점들로 비추어 볼 때, 창작 동화보다는 오래 전 독일 전래 동화를 그대로 글로 옮겨 놓은 느낌인데, 차라리
고아 소년 크라바트가 방앗간을 찾아가서 방앗간과 주인, 그리고 동료들에 대해 알게되고 방앗간의 정식 직공이 되는 '기'
친구 톤다가 죽고, 이는 방앗간에서 마법을 배우는 직공들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거래였다는걸 알고나서 복수를 맹세하는 '승'
방앗간 주인을 물리치기 위한 방법을 유로로부터 전해듣고 작전을 짜는 '전'
칸토르카와 함께 방앗간 주인과 한 판 승부를 벌이는 '결'
로 명확하게 정리하는게 훨씬 좋았을 것 같아요. '승' 부분에서 암흑의 마법 학교에서 마법을 배우는 댓가와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을 추가해주고, 마지막 한 판 승부를 지금보다는 드라마틱하게 묘사한다면 더할나위 없을테고요.
하지만 지금 결과물은 여러모로 단점이 많아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딸 아이에게는 권해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영화는 어떨지 조금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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