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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5

명탐정 코난: 하이바라 아이 이야기 ~흑철의 미스터리 트레인~ (2023) - 이시하라 슌스케 : 별점 2.5점

<<아래 리뷰에는 트릭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코난과 친구들은 출발 후 추리 게임이 진행되는 '미스터리 트레인'에 탑승했다. 코난과 소년 탐정단에게 추리 게임 미션을 알려주는 봉투가 전달되었고, 란과 소노코 일행의 다른 미션으로 우왕좌왕하던 중 밀실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하이바라 아이가 도주 중인 '셰리'라는걸 알아챈 검은 조직의 베르무트도 열차에 탑승해 아이를 노리는 상황에서, 코난은 밀실 살인 사건을 해결하고 아이를 구하기 위해 모든 인맥과 방법을 총 동원하는데....


추석 연휴를 맞아 딸아이와 함께 티빙으로 감상한 "명탐정 코난" 최신작. TV 시리즈의 총집편이라고 하네요. 리뷰가 좀 늦었습니다. 
시리즈를 제대로 안 본지는 꽤 오래 되었기에, 아이의 정체가 조직에게 들통난 까닭을 몰라 이야기의 흐름을 온전히 쫓아가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본편 사건만큼은 정통 본격 추리물에 가까운 이야기라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그동안의 코난 극장판은 아동용 모험물이나 팬 서비스 성격이 강했다면, 이 작품은 추리물로도 평균 수준은 되더라고요. 특히 걸쇠의 연결 고리를 추가하여 밀실을 만들었다는 트릭이 현실적이라서 좋았습니다. 코난이 시야각 - 사건이 일어난 방에서만 반대편 의자가 보였다 - 을 통해 이를 알아낸다는 전개도 마음에 들었던 부분입니다.
다만 범인이 문에 거울을 붙이는 방법으로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사라졌다는건 다소 억지스러웠습니다. 설치와 제거에 시간도 오래 걸릴테고, 차장이 거울을 보고 있다는걸 눈치챌 수도 있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거든요. 그래도 이는 걸쇠 연결고리와 함께 범인이 피해자 무로바시의 객실을 바꾼 이유를 설명해 주기는 합니다. 중간 위치여야 차장을 속일 수 있고, 낚싯줄을 설치해 문을 열고 닫으려면 범인은 피해자 객실 옆방이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화재 사건의 피해자일 승객이 태연하게 담배를 피우는걸 보고 수상하다는걸 간파하는 등의 디테일도 좋았고요. 

제목 그대로 하이바라 아이의 팬 입장에서의 볼거리도 많습니다. 대표적인건 언제나의 앞부분 코난의 소개 부분을 하이바라 아이가 대신한다는 겁니다. "불가능을 모르는 명탐정!"을 "미라클 큐티 사이언티스트!"라고 바꾼건 귀여웠어요. 총집편답게 하이바라 아이의 과거를 간략하게나마 과거 영상을 사용하여 짚어주기도 하고요. 분량도 적고 작화도 옛날 것이기는 하지만 옛날 에피소드를 전혀 알지 못하는 딸이 아이의 과거를 알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검은 조직 일당들과 아무로 토오루, 세라 마스미에다가 괴도 키드까지 등장인물도 많고 베르무트와 쿠도 유키코의 대결도 흥미로왔어. 사건에 개입하면 짜증만 불러일으키는 소년 탐정단 녀석들의 등장이 극히 미미하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갑자기 괴도 키드가 튀어나온 이유라던가 하이바라는 대체 어디 숨어있었는지, 그리고 베르무트가 하이바라의 생존을 알았지만 함구한 이유 등이 설명되지 않는건 좀 답답했습니다만 추리물로의 코난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충분히 좋은 선물이었다 생각되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조금 찾아보니 원작에 있는 이야기인 듯 한데, 아직 코난 원작은 본격 추리물 장르 역할은 하고 있나 보군요. 안심했습니다. 원작도 좀 챙겨봐야겠군요.

2004/09/14

명탐정 코난 - 은빛 날개의 마술사 : 별점 1.5점


모리탐정사무소에 연극배우 마키 쥬리(牧樹里)으로부터 의뢰가 들어온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스타사파이어 반지 '운명의 보석'을 훔쳐가겠다는 괴도 키드(キッド)의 범행 예고장이 도착했다는 것이다. 
공연에 초대된 코고로와 란(蘭), 코난(コナン), 그리고 소년탐정단 일행앞에 괴도 키드는 대담하게도 신이치(新一)로 변장하고 나타났다. 여러모로 복잡한 상황 하에 막이 오른 연극 <왕비 조세피나>. 코난은 신이치로 변장한 키드의 범행 증거를 잡기 위해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 마침내 정열적인 연극이 클라이맥스에 도달할 때 신이치가 사라지고, 급히 뒤를 쫓던 코난은 2명의 경비원 중 한 명이 키드라는 걸 알아채고 추격을 시작하지만 결국 놓친다.
하지만 무사히 스타사파이어를 지킨 코고로와 코난 일행은 쥬리로부터 감사 표시로 홋카이도(北海道) 하코다테(函館) 별장에 초대를 받는다. 코난 일행이 탄 대형 여객기가 예정대로 하코다테를 향해 이륙하자 곧 마키 쥬리가 살해당하는데....

이제 7번째 극장판인가요? 이 작품은 인기가 많은 서브 캐릭터 중 하나인 괴도 키드를 전면에 부각시킨 작품입니다.
하지만 내용은 허술하기 그지 없습니다. 극장판 시리즈는 점점 퀄리티와 내용의 수준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각본이 엉망이네요. 차라리 원작 만화에 있는 에피소드를 각색하는 편이 훨씬 나을 정도입니다.

일단 키드의 초반 범행 예고에서 시작해 키드와 코난의 추격전이 벌어지는 초반부, 비행기에서의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중반부, 비행기가 기장의 중독으로 조종 불능상태에 빠지는 후반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세 부분이 각자 따로 노는듯한 느낌을 줍니다. 키드와 코난의 라이벌전을 그리려는 초반부 의도와는 달리 그나마 추리극이라 할 수 있는 중반부의 살인사건에서 괴도 키드는 방관자로만 등장할 뿐입니다.
추리도 문제가 많습니다. 먼저 초반부에서 키드의 교묘한 도둑질을 기대한다면 실망만 할 뿐이에요. 암호 트릭 자체는 괜찮았지만 그다지 효과적으로 쓰이지도 않았고요. 무엇보다도 중반부의 살인사건은 트릭을 위해 다른 요소들이 전부 어거지로 짜맞춰졌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일단 용의자들의 동기가 굉장히 약하고, 다른 방법도 많이 있었을텐데 용의자가 한정되는 비행기안에서 범행한 범인의 의도도 이해되지 않아요. 그나마의 트릭도 우연으로 이루어진 측면이 있어서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고요. 설득력이 떨어진달까요?
게다가 6번째 극장판 "미궁에 십자로"에서 지나치게 남용한 3D를 역시 많이 사용해서 작화나 전체적인 연출의 느낌이 좋지 못합니다. 셀과 3D를 조화롭게 사용하기에는 아직 멀은 것 같고 작화도 기존 TV 시리즈 수준 정도로 극장판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네요.

물론 건질게 아주 없는건 아니라서 모리탐정의 개그, 키드가 신이치로 변장하고 나온다는 설정, 그리고 초반부의 추격전은 제법 재미있습니다. 마지막의 비행기 비상 착륙 장면은 흥미진진하고요. 

하지만 한마디로 말하자면 딱 방학특선 아동용 모험물 수준입니다. 추리라는 요소는 곁가지일 뿐이에요. 그래서 별점은 1.5점. 나이가 먹을대로 먹은 제가 점수를 줄 여지는 거의 없네요. 명탐정 코난의 팬으로서 다음 작품은 이런 아동용 모험활극 대신 좀 더 제대로 된 각본으로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2006/09/25

명탐정 코난 Movie 10 - 탐정들의 진혼가 : 별점 2.5점

모리 탐정과 란, 코난과 소년 탐정단은 새로 생긴 "미라클랜드"에 초대되었다. 일행은 관광에 나섰지만, 모리 탐정과 코난은 의뢰를 진행했다. 의뢰는, 의뢰가 되는 수수께끼를 먼저 알아내야 한다는 것과 한마디 암호, 더불어 그들의 ID는 폭탄이기 때문에 그날 저녁 10시까지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TAKA 3-5라는 암호에서 주소를 알아낸 뒤, 그곳에서 4월 4일에 있었던 여러가지 사건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 그리고 우연찮게 똑같은 이유로 사건에 휘말린 핫토리와 만나 공동 작전에 들어갔다. 그들에게 남은 마지막 단서는 "YOU CRY"라는 암호에서 유추해낸, 한 동호회의 인물들이 연관된 사건이었다...

철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코난 극장판 제 10기입니다. 그간 워낙 많이 실망해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이 10기는 꽤 재미있더군요.

일단 모든 주요 등장인물들이 다 나오는 올스타 캐스팅이라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모리탐정과 란, 코난과 소년 탐정단이라는 고정 멤버에 핫토리와 카츠하, 소노코, 괴도 키드와 하쿠바 사구루, 모리 부인, 핫토리의 아버지 헤이조와 오사카 경찰 여러분, 거기에 더해 거의 모든 경찰들 - 경부와 시라토리, 사토, 다카기, 요코미조 형사 - 까지 등장해서 코난 팬에게 확실한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거든요. 또한 단순 등장이 아니라 모리 탐정이나 소노코 등도 각각 나름의 활약을 한다는 것 역시 팬으로써 즐거운 점이겠죠. 개인적으로는 핫토리의 아버지 헤이조와 소노코의 등장 장면, 사토와 다카기의 데이트 장면 등은 캐릭터를 정말 잘 파악하고 만들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잘 구현해 놓았습니다.

또, 단순히 캐릭터만 나열하지 않습니다. 사실 캐릭터보다는 내용이 더욱 중요한데, 이 작품의 경우 이야기도 그간의 허술했던 다른 극장판과는 달리 나름 잘 짜여져 있습니다. 사건의 주 설정인 시간 제한이 있는 미션은 하도 많이 등장해서 식상했지만, 여러가지 장치와 상황을 곁들여 진부함을 어느정도 피해가면서 재미와 긴박감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정도는 추리물의 탈(?)을 쓰고 나온 작품답게 추리적인 부분, 특히 트릭도 이번에는 꽤 그럴싸합니다. 그 중에서도 시간차 살인 트릭 같은 경우에는 아주 제법이었어요. 단서도 공정하게, 관객에게 충실하게 전달해 주고 있거든요. 아울러 괴도 키드와 하쿠바 사구루의 관계, 마지막 남은 ID 패스의 수수께끼 같이 어느정도 관객이 생각해야 하는 장치는 그간 코난 애니메이션에서 보지 못했었던 부분인데, 이 여개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제공되는 단서가 너무 비약이 심했고(YOU CRY는 솔직히 억지에 가까왔습니다), 생뚱맞은 중간 전개, 즉 진범이 탐정들의 생명을 노리는 부분의 설득력은 부족합니다. 스나이퍼의 실력을 갖춘 살인범과 용병같은 해결사들, 총기를 어떻게 구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전무하다는 약점도 있고요. 이런 점에서는 제대로 된 추리물로 보기는 부족해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아동용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겠지요? 
무엇보다도 시간 제한 막판에 이르러 마지막 폭탄 해제를 위한 시스템 암호를 맞추는 부분은 굉장히 작위적이었어요. 시간도 시간이지만 복선이 굉장히 어설프더라고요.

그래도 그간 모든 면에서 형편없었던 아동용 모험극 수준의 코난 극장판에 비한다면 작화의 수준도 괜찮으면서 충분한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수작입니다. 최고의 수준은 아니지만 즐기면서 보기에는 적당한 수준이었기에 기회가 되시면 한 번쯤 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물론 코난 팬이라는 전제가 있지만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21/08/01

명탐정 코난 침묵의 15분 (2011) - 시즈노 코분 : 별점 2.5점

코난의 활약으로 지하철 터널 폭발 테러가 무사히 수습된 후, 코난과 유명한 탐정, 미란과 보라, 브라운 박사와 소년 탐정단 일행은 댐이 있는 북쪽 마을을 조사 차 방문했다. 테러와 관련이 있다는게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그 곳에서 초등학교 동창 사이라는 4명과 만난 다음 날, 트래킹 중이던 코난 일행은 동창생 중 한 명인 오대오의 시체를 발견하는데....

15번째 "명탐정 코난" 극장판입니다. 무려 10년전 작품이군요. 휴가는 시작되었는데, 코로나로 딱히 갈 곳도 없기에 집에서 티빙을 이용하여 딸 아이와 함께 감상하였습니다. 아이랑 같이 보기 위해서 더빙판으로요.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재미있었습니다. 예상 외로 추리적으로 볼만한 부분이 많았던 덕분입니다. 피해자 오대오가 사람들에게 보여준 신문기사 스크랩의 접힌 면을 주목해서, 더 중요한 스크랩은 안 쪽에 있던 강도 살인 사건 기사였다는걸 알아내는 장면, 그리고 이 사건과 뺑소니 사건, 다비 사건을 엮어 신기루가 범인이라는걸 끌어내는 추리 등이 그러합니다. 미나가 안경대신 렌즈를 착용하고 헤어스타일을 바꾼걸 유명한 탐정의 유혹 때문이라고 오해하게 만들었지만, 사실은 다비가 의식을 되찾은 뒤 자신을 알아볼까 두려워서 변장한 거라는 디테일도 괜찮았고요. 오대오 살인 사건에 사용된 아주아주 간단한 발자국 트릭도 추리 퀴즈 수준이지만 깔끔합니다.

이야기도 잘 짜여져 있는 편입니다. 처음에 다비와 아이들을 쫓던 사람과 진짜 범인이 다르다는 식으로요. 오대오와 신기루가 댐으로 수몰된 지역 지도를 찾아갔을 때 코난과 잠깐 만났던 장면을 복선으로 활용한 것 역시 잘 짜여진 구성의 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난 극장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액션도 화끈합니다. 지하철이 지나가는 터널이 폭파되고, 마지막에는 댐 폭파로 인한 수몰을 방지하기 위해 눈사태를 일으키는 등 스케일이 크기 때문입니다. 폭탄의 타이머도 15분, 눈사태에 묻힌 뒤 살아남으려면 15분 안에 발견되어야 한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지닌 제목도 마음에 들고요.

물론 합리적으로 생각해본다면 문제는 많습니다. 폭탄 테스트를 위해서 터널을 폭파시키는 것, 명탐정이 와 있는데 구태여 살인 사건을 저지르는 것, 수몰된 마을 집에 묻혀있는 100억대 보물을 찾아내기 위해 댐을 폭파시킨다는 것 모두 비현실적이니까요. 특히 폭탄의 테스트를 위해 지하철 터널을 폭파시킨다? 뭐하러요? 애초에 범인이 이 정도 폭탄을 만들 수 있는 전문가라는 것도 말이 안됩니다.

사건들 역시 굉장히 작위적입니다. 미나가 동생을 밀쳤을 때 우연히! 동생은 길로 굴러 떨여졌고, 굴러 떨어진 미나의 동생을 지나가던 신기루가 우연히! 차로 치었고, 이 장면을 지나가던 다비가 우연히! 목격했다는 건데, 이런 상황이 겹칠 수 있을 확률은 10만분의 1도 안될거에요.

그래도 어린 아이들도 고려하여 만든 작품임을 감안해야겠죠. '아동용' 치고는 무난한 오락물로 재미와 추리 모두 나쁘지 않았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망작이 많았던 코난 극장판치고는 그래도 본전치기는 한 셈입니다. 제 딸 아이도 좋아했으니 만족합니다.

Vol 12 : 전율의 악보

Vol.11 : 감벽의 관

Vol.10 : 탐정들의 진혼가

Vol.9 수평선 위의 음모

Vol.8 은빛 날개의 마술사

2013/11/29

코난 도일을 읽는 밤 - 마이클 더다 / 김용언 : 별점 2.5점

코난 도일을 읽는 밤 - 6점
마이클 더다 지음, 김용언 옮김/을유문화사

퓰리처 상을 받은 평론가 마이클 더다가 쓴,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탐정 셜록 홈즈와 그의 창조자 코난 도일에 대한 일종의 헌사 에세이집입니다. 본인이 얼마나 셜록 홈즈와 코난 도일을 사랑하는지에 대한 글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더다가 어린 시절 "바스커빌가의 개"를 처음으로 접했던 것으로 시작하는데, 어린 시절 "계림문고"로 처음 홈즈의 단편 시리즈들을 접했던 제 기억과 묘하게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홈즈의 단편을 하나씩 작은 소책자 형태로 낸 시리즈였는데, 정말이지 아껴가며, 두근대며 읽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남자아이들이 모험, 공포, 추리물에 열광하는 것은 세계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겠지요. 국내에 소개된 작품이 많지는 않지만 "잃어버린 세계"로 대표되는 챌린저 교수 시리즈를 높이 평가한다던가 "셜록 홈즈의 라이벌들"을 고이 보관하고 있다는 등, 저와 취향이 비슷한 점도 아주 반가웠습니다. 저보다 나이는 많지만, 만나면 바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러한 개인적 경험담과 함께 여러가지 도일의 작품들을 소개해 주는데, 이러한 소개글도 최고 수준입니다. 오랫동안 워싱턴 포스트지에서 서평을 담당했고, 퓰리처상도 받은 전문 리뷰어인 덕분이지요. 서평으로 밥먹고 사려면 이정도는 써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독서 리뷰 중심의 블로거로서 많이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그러면서도 또 이 책의 리뷰는 이 모양이니...). 하여튼, 이 책에서 추천하며 소개하는 여러가지 작품들은 방법만 있다면 어떻게든 찾아보고 싶네요. 이런 류의 소갯글 멘트 중 최고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을 아직 읽지 않은 여러분들이 부럽다"라는 말까지 등장하니 말 다했지요. 

방대한 소개 작품 중 우선 읽고 싶은 것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 "북극성 호의 선장", "249호 경매 품목"
  • 나폴레옹 시대 군인의 회고담이라는 "준장 제라르의 위업"과 "제라르의 모험"
  • 1922년에 도일이 잡다한 단편을 모아 출간했다는 총 6권짜리 "코난 도일 작품선"
  • 가장 궁금했던 "코르스코의 비극". "그들은 기독교를 포기할 수 있을까, 없을까? 그리고 갑자기, 답을 찾기도 전에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끝나고 결정의 순간이 다가온다"... 이건 인터넷을 뒤져서라도 결말을 찾아봐야겠어요.
  • 도일이 높이 평가했다는 다른 작품들도 흥미롭기는 마찬가지죠. 도일에게 세계 최고의 단편이었다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모래 언덕 위의 별장"
  • 열정적으로 추천했다는 러디야드 키플링의 "연대의 북 치는 소년들", "왕이 되려한 사나이"
  • 최고의 유령 이야기라고 극찬했다는 에드워드 불워-리턴의 "귀신 들린 집과 유령들"
  • 로드 던세이니의 "조켄스 시리즈" 소개도 멋드러집니다.

약간 우려되는건 소개된 작품 중 "아서 코난 도일, 미스터리 걸작선"에 실려있는 "사라진 특별열차"와 "시계를 많이 가진 남자"는 소개글만큼 뛰어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역시나 좀 입에 발린 소개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뭐 세상사는 게 다 그렇겠지요.

코난 도일의 글솜씨가 좋았다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확실히 시대를 초월한 거장에게는 남다른 점이 분명히 있었겠지만 번역본으로 접하면 그런걸 알기는 어러운데, 도일의 문체와 스타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어서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에세이로 가득차 있기 때문에 특정 주제는 재미도 없고 별다른 흥미도 자아내지 못한다는 단점은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더다가 "베이커 가 특공대"에 초대된 뒤, 가입하는 일련의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특히나 그가 특공대에 가입하면서 '랭데일 파이크'라는 호칭을 받은 뒤, 랭데일 파이크에 대한 디테일한 가공의 약력을 창작하는 것은 지나쳤습니다. 별 관심도 없는 인물인데다가, 창작한 약력이 너무 픽션과 현실을 오가고 억지스러운 인용도 많으며 당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즉 셜로키언이 아니라면 딱히 즐길거리가 없는 글이었습니다.

부제가 "셜록 홈즈로 보는 스토리텔링의 모든 기술"이라서 약간은 작법서에 가까운 정보가 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거의 그렇지 않다는 것도 역시나 단점이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홈즈와 도일의 팬이거나 장르문학 애호가라면 즐길거리가 많은 에세이집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서 감점합니다. 추천하기도 애매하네요. 단점도 명확하니까요. 코난 도일의 작법과 셜록 홈즈 작품들의 스타일을 철저히 분석한다던가, 국내 미발표 작품들 중심으로 이야기되었더라면 별점 5점도 줄 수 있었을 텐데 조금 아쉽습니다.

2008/11/05

명탐정 코난 극장판 Vol.12 - 전율의 악보 (Full Score of Fear) : 별점 3점

유명 피아니스트 도모토 카즈키의 도모토 홀 개관 공연인 파이프 오르간 연주회를 앞두고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소노코 덕분에 연주회를 참관하게 된 코난 일행은 연주회에 참여하는 소프라노 가수 아키바 레이코와 친분이 생기지만, 아키바 레이코를 노리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이후 살인사건이 연쇄살인사건으로 발생하지만 범인은 오리무중. 그 상태에서 연주회의 막이 오르는데....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명탐정 코난 극장판의 12번째 작품을 어제 감상하였습니다. 클래식 연주회가 주 소재인데 "노다메 칸타빌레"의 영향일까요? 어쨌건 이전 작품인 "감벽의 관"이 상상을 초월하는 쓰레기였던지라 별 기대를 하지는 않았는데 이 작품은 그런대로 평범한 수준의 완성도는 보여주더군요. 하긴 "감벽의 관"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모욕이겠지만...

이유는 안정된 작화, 그리고 근래 코난 극장판에서 일종의 강박관념으로 작용하기도 했던 "올스타 캐스팅" 이 자제된 덕분이기도 하겠죠. 이 작품에서는 전형적인 코난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인 모리탐정 - 란 - 소노코 - 아가사박사 - 소년 탐정단 정도만 등장하고, 실질적 활약의 90%를 코난이 담당하고 있어서 이야기가 분산되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란과 소노코, 아가사 박사와 소년 탐정단은 평상시의 역할대로 불쌍한 피해자와 개그 캐릭터 정도로만 활용되고 있는 덕분입니다. 막판 하이바라의 잠깐 활약은 제가 하이바라의 팬인지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고요. "아동 모험 활극"으로 전락한 다른 극장판들에 비한다면, "추리"라는 요소를 살리고 있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추리적으로 만족스러운건 아닙니다. 너무 평범해서 극장판에는 걸맞지 않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범인도 조금만 생각하면 추리가 가능할 정도니까요. 제목과 내용에 걸맞게 약간의 음악적 장치가 양념처럼 쓰이지만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으며, 아무리 음악을 이용한 트릭을 위한 설정이라지만 전설의 음치 코난-신이치가 "절대음감"의 소유자라는 발상은 당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범행 동기도 설득력이 낮았고, 마지막 살짝의 반전은 괜찮았지만 오해 치고는 너무 스케일이 큰 것 아닌가 생각되네요.

또한 극적인 상황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몇가지의 설정들도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밖에서 폭탄이 수십발 터지고 있는데 아무리 완전 방음된 콘서트 홀이라도 내부의 관객들이 전혀 모른다는 상황, 목소리로 주파수를 맞춰 멀리 떨어져있는 전화를 건다는 등은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무리입니다. 괜히 이야기만 길어졌어요. 이야기가 길어진 것에는 "연주" 장면이 삽입된 탓도 있지만 더 압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극장판"이라는 수준은 겨우 충족시켜 주는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도 전작보다는 훨씬 나은 수준의 완성도라 다행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아주 좋았던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기는 무리지만 별로였던 작품들보다는 나은, 최근작들 중에서는 손꼽을만한 나름의 이야기 완성도는 갖추고 있거든요. 다음 작품은 좀 더 좋아지길 바라겠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분발하세요~!

2024/06/12

명탐정 코난 : 흑철의 어영 (2023) - 타치카와 유즈루 : 별점 3점

전 세계 경찰의 CCTV를 연결하여 감시 및 확인이 가능한 시스템 '퍼시픽 부이'가 도쿄 하지조지마 근해 바다 속에 건설되었다. 여기에 도입된 신기술 '생장 인식 프로그램'은 어떤 인물의 특정 시기 사진을 입력하면, AI로 현재의 모습을 알아내어 전 세계 카메라를 이용해 그 인물이 어디 있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시스템을 노린 검은 조직에게 엔지니어 나오미가 납치되었고, 그녀가 가지고 있던 생장인식 프로그램 데이터로 하이바라가 셰리라는게 드러났다. 검은 조직은 하이바라마저 납치했고, 이를 막으려던 코난 일행을 피해 잠수함으로 도주했다. 한편 퍼시픽 부이에서는 검은 조직의 내통자를 추궁하던 직원 레온하르트가 살해당하는데....


명탐정 코난의 26번째 극장판. 지난 주말에 딸아이와 함께 티빙을 통해 감상했습니다. 
사실 이전에 감상했던 최근 극장판들(대표적으로 "비색의 탄환")은 영 기대에 미치지 못했었습니다. 추리와 액션 모두에서 재미를 주는데 실패했고, 황당하게 스케일을 키우는 바람에 탈선한 기차가 날아올라 도시를 덮친다는 등, 아무리 만화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가득했던 탓입니다. 극장판이란 강박관념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이 작품은 재미있더군요! 우선 설정이 돋보였어요. "명탐정 코난"의 핵심인 '몸은 작아졌어도 두뇌는 그대로!'를 활용한 '생장 인식 프로그램'은 하이바라가 납치당하는 상황의 설득력을 높여줄 뿐더러, 주인공들에게 또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불어넣는 좋은 장치였습니다. 전세계 CCTV를 실시간 감시하고 언제든 데이터 확인이 가능한 '퍼시픽 부이'의 설정도 괜찮았고요. 검은 조직이 자신들이 기록된 영상을 조작하기 위해 퍼시픽 부이 시스템을 노린다는건 충분히 말이 되지요.
하이바라가 셰리일지 모른다 여긴 검은 조직이 하이바라를 납치하는 사건 중심의 스토리도 깔끔하며 액션도 좋았습니다. 검은 조직 요원 핑가와 란의 격투, 워커의 차를 쫓는 카체이스는 최근 보기 힘들었던 몰입감을 선사해 주었으니까요. 해상 시설물 퍼시픽 부이를 검은 조직의 잠수함이 공격하는 장면도 나쁘지 않았고요. 말도 안되게 스케일을 키웠다기보다는, 비교적 상식적인 수준으로 그려진 덕분입니다. (악의 조직이 잠수함까지 갖추고 있다는건 좀 그렇지만... '백팔용'인가?)
검은 조직의 레귤러에 아무로와 아카이, 경시청의 메구레 경부와 시라토리 등 괴도 키드와 하츠토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주요 인물들이 거의 등장하여 각자의 역할을 선보이는 것도 팬으로서는 감사했던 부분입니다.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일단 추리적으로는 그닥이에요. 추리할만한 사건은 퍼시픽 부이에 잠입한 검은 조직 요원 핑가의 정체를 밝히는 것 뿐인데, 손동작이라는 단서는 제공해주지만 용의자가 워낙 적은 탓에 추리의 여지가 별로 없는 탓이지요.
핑가가 코난 일행을 상대하기에는 확연히 처지는 모습만 보여준 것도 - 란에게 발차기를 얻어맞고, 코난에게 도주 경로가 드러나 범행이 탄로나는 등 - 별로였습니다. 이렇게 약하다면 먼가 사연이라도 있어야 했는데, 진에 대한 쓸데없는 라이벌 의식만 불태우는 잔챙이로 보여 실망스러웠어요. 
검은 조직이 퍼시픽 부이를 파괴한 것도 다소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백도어 등으로 외부 조작이 가능했으니 그냥 놔 두는게 훨씬 유용했을텐데 말이지요. 하긴, 한 명이 잠입한 것만으로 동영상 데이터 조작과 백도어 삽입을 이렇게나 쉽게 할 수 있다면 또 다른 시스템을 장악하는게 더 나았을까요?
무엇보다도 베르무트가 직접 변장을 하여 조직이 '생장 인식 시스템'은 오류 투성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는지 밝혀지지 않는건 답답했습니다. 그녀도 이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정체가 탄로날 수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다음 이야기에서 밝혀지면 좋겠네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명탐정 코난" 팬 입장에서, 그리고 '하이바라 아이'의 팬으로서 두말할 나위 없이 재미있게 즐겼던 작품이에요. 일본에서의 대박 흥행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한 흥행을 거두었다는데,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2010/08/12

명탐정 코난 67, 68 - 아오야마 고쇼 : 별점 2점

명탐정 코난 67 - 4점
아오야마 고쇼 지음/서울문화사(만화)

첫번째 에피소드는 전편에서 이어지는 고스로리 아가씨 살인 사건입니다. 소노코의 예리한 패션 감식안이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준다는 보기 드문 묘사도 놀랍지만, 대단한 트릭 없이 일상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이용하여 완전 범죄를 꾸미려는 아이디어가 괜찮습니다. 흔하디 흔한 물컵 바꿔치기와 변장 트릭인데, 유치하지만 굉장히 현실적이기 때문입니다. 결말도 깔끔하고요. 경찰의 수사, 특히 옷가게에서의 조사가 대충이라 사건을 어렵게 만든 점은 공정하지 못하지만 그 외의 내용은 모두 좋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간만에 장타 하나 터졌네요.

두번째 에피소드는 지나가던 할아버지에 대한 일상계 추리물입니다. 내일에 관심없는 할아버지의 자살기도를 밝혀내고 구해준다는 내용인데, 자살을 앞둔 사람이 동네 꼬마들에게 과연 신경이나 쓸까요? 그 외에도 억지가 너무 많아 좋은 점수는 못 주겠어요. 심지어는 결말까지 억지더군요. 짧다는 장점 이외에는 건질게 없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

세번째 에피소드는 백화점에 갇혀 폭탄마에게 협박당하는 상황에 처한 모리 탐정과 코난, 란이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야기입니다. FBI수사관과 죽은줄 알은 아카이 슈이치, 그리고 검은 코트 일당들이 한데 모여 법석을 떠는 내용이 겹쳐집니다. 그래서인지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라기보다는, 코난과 검은 코트 일당과의 대립을 이어나가는 다리 역할이자 슈이치의 생환을 암시하는 떡밥성 에피소드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추리적으로도 썩 와닿지 않았고요. 그나마 조디 수사관을 비롯한 여러 고정 캐릭터들이 등장해준다는 거 하나만 괜찮았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

여기까지가 67권의 주요 에피소드입니다. 뒤에 실린 에피소드는 68권으로 이어지니 68권에서 설명하는게 맞겠죠. 3개의 에피소드가 전체 6.5점이니 평점은 2.1점... 2점으로 하죠. 그냥저냥한 수준의 평범한 내용들로 가득한 평작이라 생각됩니다.

명탐정 코난 68 - 4점
아오야마 고쇼 지음/서울문화사(만화)

첫 번째 에피소드는 전권에서 이어집니다. 시라토리 경부와 코난의 담임 선생님 코바야시 선생님의 애정 행각 와중에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다룹니다. 추리적으로는 목격자 코바야시 선생의 착각에서 비롯된 사건이고, 만화적인 트릭(인물묘사)이 중심이라 별로 특별한건 없습니다. 딱히 흠잡기는 어려운 평범한 수준이었어요. 추리적인 재미보다는 시라토리와 코바야시 선생간의 알콩달콩한 줄다리기, 사토 경부와 다카기 등 고정 경찰 캐릭터들이 전해주는 소소한 재미가 많아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코난 시리즈의 팬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작품이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다음 이야기는 모리 탐정과 별거중인 에리 변호사가 생일을 계기로 만났는데 살인 사건이 벌어져 에리 변호사가 주요 용의자가 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트릭이 너무나 같잖아서 실소를 자아냅니다. 그야말로 트릭을 위한 트릭이었거든요. 미니카라니! 차라리 롤러 블레이드가 취미라고 하던가.... 작품의 기본 구성 역시 이전의 모리 탐정과 에리 변호사가 엮이는 에피소드들과 유사했기에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간만에 등장한 모리 코고로의 활약과 약간의 개그 요소 빼고는 건질게 없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에피소드는 괴도 키드와 스즈키 지로키치의 대결입니다. 그런데 추리적으로나 이야기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별로였어요. 추리적으로는 키치에몬이 만든 금고를 어떻게 열었는지에 대한 수수께끼가 핵심인데 설득력이 제로에 가깝거든요. 꼬마들이 등을 순서대로 기댄 것은 우연에 불과했으니까요. 지로키치와의 대결도 많이 반복된 탓에 지루해서 진절머리가 날 정도고여. 괴도 키드가 인기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고 이전의 괴도 키드 관련 에피소드들은 제법 그럴듯한것도 많았지만 이제 이 대결 구도는 자제 좀 해 줬으면 좋겠어요. 별점은 1점. 뭐 하나 건질게 없는, 근간 본 에피소드 중 최악이라 이야기할 수 있는 졸작이었습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축제에서 벌어진 소매치기 - 상해 사건의 범인을 찾는 이야기로 합리적인 전개와 일상계스러운 소박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비교적 괜찮은 범인 - 피해자의 관계 역전 트릭이 등장해서 추리적으로도 괜찮은 수준이었고요. 그리고 이야기의 한 축인 란의 귀여운 심리묘사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범인을 쫓는 단서가 되는 메시지에 대한 설명이 부실한 것은 아쉽네요. 그래도 모든 면에서 기본은 하는 에피소드였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이렇게 4개 에피소드 총점이 8점 – 평균해서 전체 별점은 2점 되겠습니다. 괴도 키드 이야기가 너무 별로라 점수를 다 깎아먹은 탓이 크네요. 캐릭터에 기대어 추리 만화로의 본분을 잊어가는 듯 한데, 비교적 좋았던 가벼운 일상계 분위기로 당분간 끌고가는게 좋아 보입니다.

2009/01/05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 존 딕슨 카 / 권일영 : 별점 3점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 6점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존 딕슨 카 지음, 권일영 옮김/북스피어

코난 도일 경의 막내아들인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과 추리 소설가 존 딕슨 카가 손을 잡고 발표한 셜록 홈즈 단편집. 이른바 "안작" 또는 "파스티쉬", 또는 "아포크리파" 등으로 불리우는 작품군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유는 도일 가문의 이름과 딕슨 카의 명성이 합쳐져 원작 수준의 명성을 획득한 덕분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총 12편의 단편 중 실제 공저작은 앞의 6편 뿐이며, 뒤의 6편은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 단독작으로 명기되어 있습니다. 공저작 쪽 수준이 훨씬 높은 것으로 미루어 볼때 에이드리언 도일의 글솜씨는 그닥으로 판단됩니다. 다른 작품이 전해지지 않은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명성만큼의 작품은 아닙니다. 지나치게 원전을 의식한 구성 탓에 지루한 면도 있고, 기대했던 트릭의 귀재 딕슨 카의 맛이 거의 살아있지 못한 탓입니다. 홈즈 시리즈 자체가 이미 한세기를 훌쩍 넘긴 과거의 유물인 탓에 좀 낡아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겠지만, 딕슨 카라는 거장의 느낌도 나지 않는다는건 팬으로서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렇다고 코난 도일 경의 원작 그대로의 느낌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아요. 좀 미묘하게 다르거든요. 확실한 원작과의 차이도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자면 홈즈 등 주요 캐릭터의 성격이 약간은 다르다는 점, 그리고 대부분의 에피소드에 미녀 의뢰인이나 미녀 용의자, 미녀 악당이 등장한다는 것이 그러합니다. 이런 캐릭터적인 잔재미보다는 추리적인 곳에서 솜씨를 발휘해 주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말이죠.

그래도 홈즈물로서만 바라본다면, "검은 준남작의 모험" 과 "애버스 루비의 모험" 이라는 두작품은 과거 전성기 홈즈 단편과 비교해도 좋을 만큼 홈즈물로의 가치와 재미, 수준을 갖춘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검은 준남작의 모험"은 역사적인 유물과 연계된 색다른 기계장치 트릭이 등장하는데 딕슨 카의 느낌도 살짝 전해주면서 시작부터 결말까지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으며, "애버스 루비의 모험"은 트릭 자체는 굉장히 쉽고 단순하지만 정통 홈즈물스러운 추리의 과정이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이 두 작품이 저의 이 단편집에서의 베스트 작품입니다. 한편만 꼽으라면 "검은 준남작의 모험" 이고요.
그 외에도 전보를 가지고 부인의 정체를 추론하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수염을 이용한 트릭도 괜찮았던 "하이게이트 기적의 모험", 시계에 대한 공포를 가진 신사가 등장하는 "일곱 시계의 모험", 그야말로 홈즈물 스러운 "폭스 래스 저택의 모험" 도 추천작이라 할 수 있겠네요. 물론 "공포의 데트퍼드의 모험" 같은 얼룩끈의 치졸한 아류에 불과한 쓰레기같은 작품도 실려 있긴 하지만요.

총평하자면, 홈즈 팬으로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원작에서 띄엄띄엄 제목만 소개되었던 사건들을 소재로 쓰여졌다는 점은 원작팬으로서 점수를 안 줄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전에 읽었던 "베이커가의 살인" 과 비교한다면 훨씬 원작에 가까운 풍모를 보이고요. 앞서 말했던 몇가지 단점과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점 등은 감점 요인이지만 별점은 3점입니다. 솔직히 명성에 비한다면 2.5점 수준이지만 전 관대하니까요.

아울러 북스피어는 좋은 책들은 많이 내 주지만, 디자인과 번역에 좀 더 신경써 주었으면 합니다. 특히 표지 디자인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요. 폰트와 일러스트 모두 지저분하고 난잡한 느낌만 가득 전해주는데 앞으로는 보완 좀 해주시길.

2007/10/19

명탐정 코난 극장판 11 - 감벽의 관 : 별점 1점

코난이 신문 퀴즈에 당첨되어서 모리 가족과 소년 탐정단, 아가사 박사 일행은 300년 전 전설적인 여자 해적 앤과 메어리의 마지막 도착지라는 휴양지로 여행을 오게 되었다. 그러나 다이빙 하던 란과 소노코는 상어에게 습격당한 트레져 헌터 들을 목격했고, 코난은 상어 습격이 누군가의 유도에 의한 살인 사건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이러한 정보를 전달(?)받은 모리 코고로의 요청으로 메구레 경부 일행이 섬에서 수사를 벌이기 시작했고, 다카기의 활약으로 트레져 헌터들은 엄청난 악당들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트레져 헌터들에게 섬의 보물인 앤과 메어리의 권총과 장검이 도난당한 뒤, 란과 소노코가 인질로 잡혀 끌려가게 되는데....

코난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그동안 솔직히 평균 타율 3할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워낙 팬이기에 이번에도 곧바로 구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동안의 작품들 수준의, 아니 훨씬 못한 작품이라 더더욱 실망이 컸습니다.

일단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추리"라는게 거의 없습니다. 기존에도 그다지 대단한 추리가 등장하는 작품은 거의 없었지만, 이 작품은 수준이 더 심각합니다. 영화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워낙에 없고, 모험에 치중한 이야기 구조인 탓이 크겠지만요. 그나마 등장하는 암호 트릭은 정말이지 초등학생 수준일 뿐더러, 작품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300여년 전 해적이 숨긴 보물을 찾는 단서"라기에는 한숨만 나올 정도로 설득력 없는 억지였습니다. 이런 암호 트릭을 가지고 300년 동안 보물을  찾지 못했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되죠. 초반의 상어 습격을 위한 장치 트릭은 트릭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허술한, 단순한 장치일 뿐이었고요.

그렇다면 해적의 보물에 관련된 모험 활극으로서의 가치는 있는가? 싶냐 하면 전혀 아니올시다입니다. 아무리 초등학생 수준이라도 최소한 "구니스" 정도의 재미는 줘야죠. 그냥저냥 흘러가다가 란과 코난의 액션(?)에 의해 사건이 한번씩 전개되는 식이라, 별다른 복선과 스릴은 찾아보기 힘들어 지루했습니다.

한마디로 이야기한다면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를 타겟으로 한 극장용 모험물'이라 생각되네요. 기존의 3D와 잘 안 맞던 튀는 작화는 훨씬 안정되어 영상은 꽤 괜찮았지만 작품 수준이 코난 팬인 저로서도 보기가 좀 힘들정도로 지루하고 짜증났습니다. 차라리 괜찮은 원작 에피소드를 영화화하는게 훨씬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죠. 별점은 1점입니다.

2020/06/13

미스테리아 23호 - 미스테리아 편집부 : 별점 2점

미스테리아 23호 - 4점
미스테리아 편집부 지음/엘릭시르

엘릭시르에서 출간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추리 전문 잡지로 2019년 3월 출간된 과월호입니다. 특집이 "명탐정 코난"이라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는데, 알라딘에서 중고를 발견해서 저렴하게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실망에 가깝습니다. 과월호로 산게 다행이다 싶더군요. 특집인 "명탐정 코난"이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명탐정 코난"이 "소년탐정 김전일"의 대 히트로 기획되어, 당시 신인 만화가였던 아오야마 고쇼에 의해 창작되었다는 첫 출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소개해주고 있는 구성은 나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나무위키 등 인터넷 상에 있는 각종 정보들과 별 차이가 없다는 점입니다.
"코난" 속 주요 등장인물 이름과 지명의 유래에 대한 소개가 대표적입니다. 주요 등장인물마다 이 특집 전체 분량만큼을 할애하고 있는 나무위키에 비하면 턱도 없는, 그야말로 기본 정보만 알려줄 뿐이라 무척 실망스러웠어요.
만화 속 에피소드를 클로즈드 서클, 밀실, 암호, 다잉 메시지, 독살, 마술사, 알리바이, 미스터리 투어, 물리 트릭의 8종으로 분류하여 소개하는 내용은 더 별로에요. 일단 분류부터가 말이 안되지요. 클로즈드 서클과 미스터리 투어는 이야기의 '상황' 이고, 밀실, 암호, 다잉 메시지, 알리바이, 물리 트릭은 '트릭' 이며, 독살은 방법, 마술사는 직업이라 아무리 보아도 동일한 수준의 분류가 아닙니다. 주요 소재를 끄집어 내었을 뿐입니다. 이런 식으로 키워드를 도출한 뒤 관련된 추리 소설 등을 풀어놓는건 그다지 어려울 것 같지도 않고요. '마술사'를 이야기하는데 마술사 탐정인 그레이트 멀리니 인용이 없는 등 내용도 부실합니다. 이런건 아무래도 저자 편의에 따른 특집 기사 페이지 보충용 글 뭉치가 아니었나 싶은 의심이 듭니다. 저만 해도 이런 키워드에 '변장'이나 '축구' 를 추가하여 이야기를 풀어내는건 금방 할 수 있거든요. 변장이 등장하는 범죄물은 수도 없고, 축구는 "파리의 밤은 깊어" 정도만 당장 떠오르지만, 다른 스포츠 물도 인용하면 충분히 한 꼭지 글은 만들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는 정보, 무의미한 키워드 도출말고 코난에 대해 의미있는 컬럼이나 분석이 실리는게 더욱 좋았을겁니다. 추리 만화계 전반의 흐름과 함께 코난이라는 작품의 위치를 짚어주어도 좋았을테고요. 이 특집은 구태여 구해 읽을 필요없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특집 기사 외에도 책 소개라던가, 드라마 작가인 도현정 작가 인터뷰도 이번 호는 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도현정 작가 인터뷰는 두 번째 핵심 기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분량이기는 한데, 드라마들 전부를 보지 못했고 딱히 관심도 없어서, 드라마 중심으로 인터뷰가 이루어지는 내용은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너무 많았어요.

하지만 재미있는 기사와 글이 없는건 아닙니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속 음식들을 작품과 함께 재미나게 소개하는 정은지 작가의 컬럼은 언제나처럼 포만감을 주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법의학을 통해, 상세한 과학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낸 과거 사건을 소개해 준다던가, 옛 사건을 기록한 논픽션들도 마음에 드는데 이 중에서도 1950년대 말, 한국 최초의 텔레비전 방송국 HLKZ의 화재 사건은 몰랐던 사건이라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보험금을 노린 고의 방화인지, 정말 실수인지, 누군가의 음모인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결말도 재미있었어요.
"겨울 여자"를 쓴 조해일의 범죄 소설 "갈 수 없는 나라"에 대한 글도 인상적입니다. 대중 소설의 1인자가 추리, 범죄 소설의 수법을 차용하여 사회파스러운 작품을 일찌기 발표했었지만, 작가 스스로도 한계를 느낀 범작에 머무른 이유를 비교적 정확하게 서술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해방 후 20세기까지 한국 추리 소설의 한파가 어디서 어떻게 비롯되었는지를 유추해 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수록된 소설들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국 작가 송시우의 "누구의 편도 아닌 타미"는 엄지 척! 입니다. 작가의 단편집에 등장했던 서행물산 총무부 과장 임미숙이 등장하는 시리즈 단편인데 일상 속에서 벌어진 비일상적인 상황과, 그 속에서 빚어진 범죄를 일반인 임미숙이 해결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서행물산의 문제아 신입사원 추예나의 집을 찾아간 임미숙이, 그녀의 집에서 나타난 수상한 남자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하다가 추예나의 건방진 전화를 받고 진상을 깨다는 부분이 백미에요. 간단한 암호 트릭인데, 그 수준이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설득력은 충분했습니다. 다른 시리즈 작품을 꼭 찾아 읽어봐야겠어요.

실리아 프렘린의 "정말 필요한 경우"는 오싹, 불쾌하면서도 서늘한 반전이 있는 일종의 '기묘한 맛' 류의 작품입니다. 80이 넘은 독신 노처녀가 공짜 전화를 놓는게 위험하다고 말한 이유를 그리고 있는데, 앞 부분의 복선과 함께 하는 반전은 꽤 그럴싸 했습니다. 빼어나지는 않아도, 평균은 되는 좋은 작품입니다. 

마지막의 "가스등"은 히치콕 영화로 유명한 작품 시나리오를 3부작으로 나누어 1부를 싣고 있는데, 영화를 한 번 찾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흥미진진하더군요. 굉장히 오래되었지만 서스펜스만큼은 명불허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다른 장점들이 없는건 아니지만 특집 때문에 구입했는데, 특집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마음에 들었던 논픽션들만 별도로 출간되기를 기다리는게 훨씬 낫아 보이네요.

2014/04/08

J. 하버쿡 젭슨의 진술 - 아서 코난 도일 / 송기철 : 별점 2점

J. 하버쿡 젭슨의 진술 - 4점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송기철 옮김/북스피어

코난 도일의 출세작인 표제작을 포함한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단편집입니다. 홈즈 시리즈 외의 다른 작품을 읽어본 경험에 따르면 지금 읽기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만, 표제작부터 그동안 궁금했던 작품일 뿐더러 마이클 더다의 '코난 도일을 읽는 밤'"에서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소개한 "북극성 호의 선장", "249호 경매 품목"이 함께 실려 있어서 구매하게 되었네요.

그러나 역시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예상대로였습니다. 지금 읽기에는 모두 낡아버린 소재와 전개의 이야기들입니다. 재미와 현재의 가치만 따지면 별점은 2점 이상 주기 어렵습니다.

물론 코난 도일 경을 경애하고 있으며 고전 추리문학 애호가이기도 한 저 같은 사람에게는 소장할 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하며, 출간된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입니다. 앞으로도 북스피어와 임프린트 에스프레소 노벨라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수록작별 간단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J. 하버쿡 젭슨의 진술"

선박 관련 사건 중 가장 유명한 사건인 "메리 셀레스트호 사건"을 픽션으로 재구성한 작품입니다. 작품에서는 "마리설레스트호"라고 등장합니다. 'J. 하버쿡 젭슨'이라는 꽤나 그럴듯한 이력의 인물을 등장시키고, 그가 마리설레스트호의 유일한 생존자이며 죽기 전 진상을 고백한다는 내용이지요.

워낙 유명한 사건을 다룬 작품이긴 하나, 이야기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배에 남겨진 모든 것들이 너무나 평온했다는 실제 사건과 달리, 작품 속 진상은 거의 선상 반란에 가까워 억지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코난 도일이라는 작가의 시작점을 엿볼 수 있는 상세한 설정은 인상적이에요. 하버쿡 젠슨이 흑인 노예에게 받은, 사람 귀 모양의 기묘한 돌에 대한 묘사라던가 이 돌이 그의 목숨을 구해준다는 설정은 흥미로웠거든요. 사건의 흑막인 혼혈아 고링도 돋보였어요. 첫 등장부터 손가락이 없는 손이라는 묘사로 오싹함을 전하고, 고링이 설파하는 복수와 흑인들의 국가를 세우겠다는 이상은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던 덕분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실제로 관계된 사람이 많은 사건을 픽션으로 다룬 것이 가능했던 것은 빅토리아 시대라서였을까요? 지금 시점에 "천안함 제대병이 이야기하는 천안함의 진상!" 같은 제목으로 UFO가 배를 파괴했다는 소설을 쓴다면 아마 잡혀가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지요.

"가죽 깔대기"

거대한 가죽으로 만들어진 깔대기에 얽힌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기묘한 맛"류의 작품입니다. 브랑빌리에 후작부인을 등장시켜 역사 추리물스러운 분위기를 전해주는 점도 좋았고요.

그러나 역시 지금 읽기에는 너무 낡았습니다. 깔대기 주둥이에 있는 이상한 자국의 정체는 쉽게 눈치챌 수 있었고, 강력한 염원이 있으면 그에 대한 꿈을 꿀 수 있다는 설정도 시대를 고려하면 대단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허황되고 장황했어요. 이렇게 길게 끌 필요는 없었습니다. 특히 깔대기의 정체가 드러난 이후에도 전개가 늘어진 점은 아쉬웠습니다.

결론적으로는 평작. 거장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임은 분명하지만 시대를 초월하지는 못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경매품 249호"

동양 사상에 정통한 음침한 친구가 경매품 249호 미이라를 구입한 뒤, 그 친구의 원수에게 기묘한 습격이 일어나고, 같은 건물에 살던 스미스 등이 그의 방에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분량은 가장 길지만, 그러한 분량을 갖출 필요가 있었는지 의심스러웠습니다. 누가 봐도 미이라를 조종하는 음모라는 게 명확한데, 이를 대단한 서스펜스처럼 길게 끌고 가는 순진함이 다소 안쓰럽게 느껴졌어요.

그나마 긴 분량에 걸맞는, 영국스러운 상세 묘사는 그런대로 볼만했습니다. 보트 대회라든가 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 특히 흑막 벨링엄을 찾아가 정중하게 협박하여 미이라를 비롯한 관련 물품을 불태우는 결말은 굉장히 영국적인 결말이었다고 생각되니까요.

그러나 지금 읽기에는 시대착오적인 작품임은 분명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북극성호의 선장"

포경선 북극성호가 빙원에 고립된 후 유령과 조우하여 벌어진 기묘한 사건을 그린 작품입니다.

다른 선원들의 목격담이나 동요도 있지만, 주로 선장에게 일어난 변화를 중심으로 서술됩니다. 지금 읽기에는 일종의 순애보 같은 느낌도 들었고, 고유성 화백의 대표작인 "복제인간"도 연상되었습니다.

그러나 선장의 심리묘사 외에는 특별한 내용이 없어, 재미나 가치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솔직히 마이클 더다가 왜 그렇게 극찬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2011/04/24

명탐정 코난 71 - 아오야마 고쇼 : 별점 2점

명탐정 코난 71 - 4점
아오야마 고쇼 지음/서울문화사(만화)

명탐정 코난 70 - 아오야마 고쇼 : 별점 1.5점 

두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두 이야기 평균한 평점은 별점 2점. 전권보다는 낫기는 한데 아직 부족합니다. 일상계스러운 이야기가 더 괜찮다는 것이 증명된 만큼 적절히 비중을 섞어가며 이야기를 이어나갔으면 합니다.

수록작별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치바 형사의 첫사랑 러브레터 답장을 찾는 "추억의 VHS - 13년을 건너 뛴 메시지"로, 13년 전 비디오 테이프에 남겼다는 답장을 코난과 소년 탐정단 일행이 찾아준다는 일상계 추리물입니다. 

이야기 자체는 소소한 재미가 있습니다. 과연 13년 전에 수성펜으로 남긴 글이 제대로 남아있을까 하는 의문이 약간 있지만 추리도 그럭저럭 괜찮았고요. 무엇보다도 쩌리 치바 형사마저도 러브라인을 만들어 주는 작가의 세심한 배려에 감탄했습니다. 이제 이 만화에 싱글은 없어요! 아가사 박사님, 시라토리 경위에 이어 치바 형사까지 첫사랑이라는 떡밥으로 인연을 만들어 주다니... 얼척없지만 오래된 팬으로서 기쁘기는 하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두번째 이야기는 코난과 코고로, 란 일행이 런던 여행을 가서 폭탄 테러 사건에 말려들게 된다는 "홈즈의 제자"입니다. 꽤 긴 호흡의 이야기입니다. 무려 9개의 에피소드를 소모했는데, 이번 권에서 마무리되지 못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길기만 길 뿐 내용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초반 전개는 런던 셜록 홈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갖가지 소재들을 암호 트릭과 짜 맞추고 그것을 해결해가는 과정인데 암호 트릭의 수준이 너무 유치했습니다. 런던 관광 안내 책자를 보는 기분까지 들었어요. 이 암호 트릭보다는 후반부 폭탄 테러 장소에서 세계 랭킹 1위의 테니스 스타 미네르바 글래스가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이 더 교묘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테러의 방식과 동기도 설득력이 약했어요. 복수가 목적이라면 그냥 폭발시키면 될 것을 왜 암호문으로 장난질을 한 건지도 모르겠고, 고생해서 암호를 만든 다음에 한 일이 고작 아이들에게 단서를 나눠주는 정도라니 이해하기 어려웠거든요.

셜록 홈즈 매니아들이 즐길만한 내용 구성은 괜찮았지만 전개가 너무 황당해서 도저히 점수를 주기가 힘드네요. 암호 트릭이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고, 수수께끼가 남아있어서 이야기 결말에 따라 점수는 조정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당장의 별점은 1.5점입니다.

홈즈에 이렇게까지 얽메이지말고, 예전에 셜록 홈즈 동호인들이 모인 오프라인 모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룬 에피소드처럼 순전히 소재로만 접근하는게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2009/07/11

홈즈 시리즈의 parody와 pastiche의 역사

일본 추리관련 사이트에서 읽고 느껴지는 것이 있어 번역해 올립니다. 수많은 의역이 있지만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참고로, 글을 올리는 요지는 "경성탐정록"은 결코 parody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섭니다.^^ 차라리 pastiche나 오마주에 가깝죠. 과연 설홍주와 왕도손 이름이 달랐다면, 홍진호와 광수였더라도 패러디라는 말을 들었을까요? 홈즈 형태의 추리물 (명탐정과 화자이자 조수가 등장하는 형태의 본격추리 장 / 단편) 자체가 하나의 장르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유사품이나 팬픽으로 평가절하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일본 미스터리 / 추리소설 데이터베이스 aga-search로 부터>

아서 코난 도일이 탄생시킨 셜록 홈즈 작품은 성전이라고도 하는 4편의 장편과 56편의 단편이 있지만, 이외에 여러 작가들이 홈즈를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크게 나누어 parody와 pastiche로 구분됩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parody는 특정 작품과 명탐정을 희화화하고 풍자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린 것을 가르키며, pastiche는 원작 자체를 충실하게 그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홈즈의 첫번째 parody가 등장한 것은 단편 "보헤미아의 스캔들"이 발표된 이듬해인 1892 년, <아이들러 매거진> 5 월호에서였습니다. 발표한 사람은 영국 최초의 외국인 탐정 유진 발몽의 창조자이자 도일의 친구이기도 했던 "로버트 바" 로, ""Detective Stories Gone Wrong : The Adventures of Sheroaw Kombs (세로우 콤즈의 모험, 훗날 베그럼의 괴사건으로 제목 변경) "라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도일의 사후 50년이 지나 저작권이 소멸된 지금에도 이러한 parody와 pastiche가 계속 출판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는 것은 홈즈의 인기를 말해 준다고도 할 수있습니다.

이러한 수많은 작품 중에서 특히 중요한 3편의 작품이 있습니다.

제일 먼저 소개할 작품은, 도일이 1927년 5월에 "쇼스콤 올드 플레이스"를 발표한 뒤 홈즈 시리즈의 집필을 중단했던 이듬해, 1928년에 발표된 미국 작가 오거스트 덜레이의 작품으로, 홈즈를 꼭 닮게 묘사한 캐릭터 "솔라 폰즈" 가 활약하는 시리즈입니다. 현재 장단편 합쳐 전부 70편의 작품이 남아 있습니다.

그 다음 작품은 1952년부터 "코리어즈" 지에 연재되었던 12편으로, 도일의 아들인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과 본격황금기 시대의 거장 존 딕슨 카가 합작한 단편집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1954년)입니다. 이 작품들은 홈즈의 작품 중에서 이름만 등장했던, 소위 "언급되지 않은 사건" 12편을 그리고 있습니다.
딕슨 카는 이전에 유족들이 공인한 코난 도일의 전기인 "코난 도일"을 발표했었는데 이 때의 인연으로 도일의 아들 에이드리언과 알게되어 함께 이 작품을 발표하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마지막 작품은 현대 추리소설계에서 단편의 명수로 알려져 있는 미국 작가 로버트 L 피쉬 Robert L. Fish)가 창조한 "슈록 홈즈" 시리즈를 들 수 있습니다. 그의 사후 미국 탐정작가 클럽 (MWA)에서 그 해에 발표된 최우수 처녀 단편을 선정하여 수여하는 "피쉬 상"이 창설될 정도로 뛰어난 단편작가였던 피쉬가 쓴 이 parody 시리즈는 1960년에 "EQMM (엘러리 퀸즈 미스테리 매거진)"에 "애스콧 타이 사건 (The Adventure of the Ascot Tie)"이 발표된 이래, 사망하는 1981년까지 전부 32편이 발표되었습니다.

그 외에 장편으로는 홈즈가 은퇴한 뒤의 사건을 그린 H.F 하드 (H F Heard)의 "꿀맛 (A Taste for Honey)"과 홈즈 parody 작품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니콜라스 메이어의 "7퍼센트 용액 (The Seven-Per-Cent Solution)"이 유명합니다.

단편으로는 열렬한 셜록키언으로 알려진 추리 작가이자 평론가인 빈센트 스타렛트의 "진본 <햄릿> 사건"과 발표 당시에는 코난 도일 명의로 발표되었던 "지명수배남" , 그리고 미국 본격 황금 시대의 거장 엘러리 퀸이 편찬한 선집 "셜록 홈즈의 재난 "에 수록된 단편들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단편집에는 모리스 르블랑, 애거서 크리스티, 엘러리 퀸, 안토니 버클리, 스튜어트 파머, 안토니 바우처 등 쟁쟁한 멤버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최근에는 본격 작가로 유명한 여류 작가 쥰 톰슨 (June Thomson)이 발표한 일련의 pastiche들이 셜록키언들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현재 4편의 단편집이 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많은 홈즈 parody와 pastiche 외에도 홈즈의 형인 마이크로포트가 활약하는 작품들, 홈즈의 숙적 천재범죄자 모리어티교수가 활역하는 존 가드너의 "범죄왕 모리어티의 생환", "범죄왕 모리어티의 복수", 심지어 홈즈의 자손이 활약하는 작품들까지 있기에 이 모든 작품들을 통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홈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진심어린 열의가 전해져 오기 때문에 손에 잡히는대로 읽고 싶어지는 것이 바로 셜록키언이라는 것이겠죠.^^

2003/04/03

아서 코난 도일, 미스터리 걸작선 - 아서 코난 도일 / 한지영 : 별점 2점

아서 코난 도일, 미스터리 걸작선 - 4점
아서 코난 도일 지음, 한지영 옮김, 정태원 작품해설/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코난 도일은 홈즈시리즈만 알고 계신 분들을 위한 단편집입니다.

사실 도일은 SF (잃어버린 세계...등)나 역사물에서도 좋은 작품을 남긴 작가죠. 이 단편선은 홈즈류의 추리단편만 선정되어있긴 하지만 도일의 다른 작품을 읽기 위한 텍스트로서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추리베스트...라는 타이틀에는 못 미치는 듯한 조금 부족한 트릭이 많습니다. 그나마 수긍할 수 있는 트릭이라면 '시계와 함께 발견된 남자' 정도랄까..... 그리고 대부분의 사건이 추리가 아닌 범인의 '고백'에 의존하고 있는것도 추리물로서는 감점 요소겠죠.

그래도 뒷부분의 정태원씨의 해설이 워낙 뛰어나기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국일미디어의 책들은 맨 뒷부분의 정태원씨의 해설이 아주 좋은데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나 뭐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는거니까요...  또 이렇게 미발표된 귀중한 자료들이 번역되어 나오는 것 자체도 정말 환영할만한 일이고요. 앞으로도 홈즈같은 유명작품들만이 아닌 이러한 미번역본이 보다 많이 출간되었으면 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25/03/01

명탐정 코난 :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 (2024) - 나가오카 치카 : 별점 2.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홋카이도의 하코다테에서, 괴도 키드가 히지카타 토시조에 썼다는 일본도를 훔치려 했다. 이 칼들을 모으면, 오노에 재벌 선대가 남긴 보물이 숨겨진 장소를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핫토리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키드는 칼을 훔쳐갔지만, 암호를 풀 수 없어서 코난 일행에게 돌려주었다.

이 때 오노에 가문 변호사가 살해되었고, 경찰은 모리 탐정, 핫토리와 함께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 보물 찾기에 집중했다. 하지만 보물을 노리는 무기 상인 카도쿠라가 오노에 선대로부터 칼을 맡았던 전직 사범 후쿠시로를 납치했고, 괴도 키드를 쫓던 나카모리 경부도 카도쿠라에게 저격받아 중상을 입고 마는데...

"흑철의 어영"에 이은 명탐정 코난 극장판 시리즈의 27번째 작품입니다. 일본의 유명 관광지 하코다테를 배경으로 전설적인 보물과 연쇄 사건이 얽힌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우선, 추리적으로는 꽤 흥미롭습니다.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한 암호가 등장하는데, 전통 일본도의 구조와 히지카타 토시조가 남긴 시집, 하코다테의 오릉곽 등 실존하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허구가 아니라는 점에서 몰입감을 높이며, 사라진 성릉도 대신에 히지카타 토시조가 칼싸움 중 남겼다는 자국의 본을 떠서 코등이를 만드는 이야기는 팩션같은 재미도 줍니다. 덕분에 2차 대전 당시 숨겨진 무기라는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도 그럴듯하게 포장됩니다.

주 무대인 오릉곽은 물론, 여러 하코다테의 실제 명소들이 등장하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코다테 뿐 아니라 모미지가 좌충우돌하면서 다른 홋카이도의 명소를 보여주기까지 하고요. 덕분에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니라 '여정 미스터리' 같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엔딩에서는 실제 사진이 보여지는데, 꼭 한 번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극장판 코난 특유의 비현실적인 액션도 여전했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케이블카 선로를 따라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달리거나, 비행기 날개 위에서 검술 대결을 펼치는건 고속 열차가 탈선하거나, 거대한 건물이 무너지고 침몰하는 것에 비교하면 소소한 편이지요. 실제 명소들이 무대인 덕분이기도 할 텐데, 앞으로도 이러한 방향성이 유지된다면 좋겠습니다.

시리즈 팬으로는 핫토리 헤이지가 핵심 멤버로 활약한다는게 좋았습니다. 제 최애 캐릭터 중 한 명이거든요. 핫토리가 카즈하에게 고백하려고 전전긍긍하는 모습, 모미지의 훼방으로 고백에 실패하는 장면 등은 충분히 즐길만 했고요. 신이치와 괴도 키드가 닮은 이유(알고보니 사촌간!)가 밝혀지는 쿠키 영상도 호불호가 갈린다는데, 저는 재미있었습니다. 이렇게까지 괴도 키드 세계관과 엮을 필요는 없어 보이긴 했지만요.

그러나 단점도 없지 않습니다. 일단, 이야기가 너무 허술합니다. 초반에는 칼을 훔치려는 키드와 핫토리, 코난과의 대결이 펼쳐지고, 그 뒤에는 보물을 찾으려는 암호 해독이 진행됩니다. 이 이야기만 중심으로 전개해도 차고 넘쳤을 텐데, 경찰이 개입하게 하기 위해 변호사 살인 사건을 삽입한건 무리수였습니다. 애초에 범인이 저지를 이유가 없었던 사건이기도 했고요. 키드 역시 칼을 훔치려다가 돌려준 이후에는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이유가 없어서, 계속 등장하는건 억지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건의 동기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2차 대전 당시에는 전황을 바꿀 수 있을 만큼 강력했던 무기라 하더라도, 21세기에 경제적 가치를 가질리 없습니다. 이 당연한 이치를 무시하고, 악당들이 경찰에게 총질을 하고 일본 대도시에서 폭탄 테러를 하면서까지 이를 찾아다니는 전개는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다른 이야기도 이 때문에 여러모로 이상하고요. 차라리 금괴가 보물이라는 설정을 밀어붙이는 것이 더 나았을 것입니다. 

추리적으로도 암호 풀이의 과정은 좋지만, 보물이 숨겨진 장소를 밝혀내는 마지막 장면은 많이 허술했습니다. 트릭은 성릉도의 코등이(?)의 모양이 오릉곽과 동일하다는 점을 이용한 것입니다. 먼저 기구를 띄운 뒤 칼을 바라보면서 오릉곽과 코등이의 형태가 일치하는 고도를 찾아냅니다. 기구 고도에 위치하는 장소는 하코다테 산 밖에 없으니, 하코다테 산의 이 고도 위치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건데, 실존하는 장소에 기반한 트릭이라는건 장점이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우선, 기구를 띄우는 위치를 정확하게 모르면 고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칼을 세우는 위치에 따라서도 오차가 생길 가능성이 크고요. 기구에서 산을 가리키는 정확한 방향을 모르면, 이 역시 오차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래서야 '하코다테 산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라는 말과 별다를게 없어서, 이렇게까지 고생해서 암호를 풀 필요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데, 이 정도면 그래도 평작은 된다 싶네요. 킬링 타임용으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2026/07/05

명탐정 코난: 척안의 잔상 (2025) - 시게하라 카츠야 : 별점 2.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야마토 칸스케는 용의자를 추격하던 중 저격을 당해 왼쪽 눈의 시력과 당시 사건에 대한 기억 일부를 잃었다. 10개월 뒤, 모리 코고로의 옛 동료 사메타니가 저격당해 죽자, 모리 탐정은 경찰과 함께 사메타니가 찾았다는 나가노현으로 향했다. 

결국 여러가지 단서들로 범인은 사법 거래에 불만을 품고 정부를 협박하려 했던 나가노현 경찰 하야시였다는걸 밝혀냈다. 마지막 설산 추격전 끝에 하야시는 체포되고, 야마토 칸스케도 잃어버렸던 기억을 되찾으며 사건은 해결된다.

"명탐정 코난" 시리즈의 28번째 극장판입니다. 전작은 하코다테가 무대였는데 이번에는 나가노현이 무대입니다. 설산과 노베야마 전파망원경 시설이 주 배경으로 등장하지요.

가장 좋았던 점은 원작 만화나 TV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독립적인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모리 코고로가 오랜만에 사건 해결의 중심에서 활약하는 것도 반가웠습니다. 나름대로의 추리는 물론이고 뛰어난 사격 실력까지 선보이며 제 몫을 톡톡히 합니다.

등장인물이 많지만, 비중 배분도 훌륭합니다. 나가노현 경찰 3인방은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만큼 당연하게 활약하고, 란은 범인과 맞서 가라데 액션을 보여 줍니다. 소년 탐정단은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내고, 하이바라는 마지막 추격전에서 과학자로서의 능력을 발휘하고요. 비중이 적은 사토와 타카기도 마지막 추격전에서는 나름 역할을 합니다. 아가사 박사의 퀴즈, 아무로 토오루의 냉정한 모습도 팬으로서 반가왔어요.

추리적으로도 볼만합니다. 범인이 사용한 총기를 주요 단서로 쓰는게 좋았어요. 겉으로는 권총이지만 실제로는 소총탄을 사용하는 개조 총기였는데 이는 앞서 여러 단서들로 밝혀지고, 결국 범인이 경찰 내부 인물이라는게 자연스럽게 드러나거든요. 피해자의 별명인 '와니' 역시 진범을 특정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나가노현 경찰 하야시가 연인의 죽음 탓에 사법 거래에 불만을 품고 정부를 협박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동기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설산과 전파망원경 시설을 활용한 액션들도 대체로 그럴듯하게 그려집니다. 최근 극장판에서 자주 보였던 어처구니없는 액션이 줄어든 점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주 무대인 나가노의 풍광도 수려하게 그려지고요.

반면 코난의 활약은 다소 아쉬웠습니다. 추리에서는 큰 존재감을 보여 주지 못했고, 마지막 평지에서 무한 동력으로 날아다니는 스노보드 추격 장면은 황당했습니다.

범인 하야시의 행동도 쉽게 납득되지는 않습니다. 사법 거래에 불만을 품고 정부를 협박하려 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사메타니를 살해한 것은 스스로 범행의 명분을 무너뜨린 행동이었습니다. 그런다고 해서 법안이 바뀔 이유도 없고요.

야마토 칸스케의 기억 상실 역시 아쉬웠습니다. 특정 기억만 사라졌다가 사건 해결에 필요한 순간 되살아나는 전개는 지나치게 편의적이고 작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사메'와 '와니'의 연결도 많이 사용된 소재인데, 작중 등장인물들이 모두 모르고 있다는 것도 좀 와 닿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이야기 완성도가 떨어졌던 전작보다는 여러모로 낫습니다. 모리 코고로의 활약도 만족스러웠고요. 일부 설정은 아쉬웠지만 코난 팬이라면 충분히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25/04/05

"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 유감.

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 - 2점
남궁진 엮음, 아서 코난 도일 원작/센텐스

아서 코난 도일 경의 국내 미출간 단편집이라 하여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챗GPT를 통한 자동 번역이 어느 정도 보편화된 시대에, 이런 수준의 번역을 보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아래는 이 책의 "폴스타호의 선장"의 한 부분입니다.

앞으로는 비스킷 반 탱크, 소금에 절인 고기 세 통, 커피콩과 설탕의 매우 제한된 공급이 남아 있었다. 후방에는 통조림 연어, 수프, 하리코 양고기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사치품이 많이 있었지만, 이것들은 50명의 인원이 먹기에는 매우 한정된 양이었다.

창고에는 밀가루 두통이 있고 담금질한 담배만 많았다. 모두 합쳐서 18일이나 20일 동안 절반의 배급으로 선원들을 지탱할 수 있는 양이었다. 

...

"여러 시즌 동안 우리나라에 온 배 중에는 오래 된 폴스타호 만큼 많은 석유 돈을 벌어들인 것이 없었고, 너희 모두가 그 돈을 나눠가졌지. 다른 불우한 녀석들이 와이프를 편안하게 남겨두고 돌아오지 못하는 동안 너희들은 그 여유를 누렸다. 너희가 그것을 얻은 것에 대해 내게 감사해야 하며, 우리가 실패한 것에 대해 불평할 이유는 없다. ."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담금질한 담배'라니....  아래는 원문(저자 사후 70년이 지난, 저작권이 풀린 퍼블릭 도메인이라 무료입니다)을 찾아서 챗GPT에게 번역을 시킨 결과물입니다. 그냥 보아도 수준 차이가 확연하지요. 번역본이 임의로 원문을 줄인 것도 눈에 뜨이고요.

선수 쪽에는 비스킷 반 통, 소금에 절인 고기 세 통, 그리고 커피콩과 설탕은 아주 적은 양만 남아 있었다. 선미 쪽 창고와 보관함에는 통조림 연어, 수프, 해리컷 양고기 등 사치품에 가까운 식료품들이 제법 있었지만, 승무원 50명에게 돌아가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저장실에는 밀가루 두 통과, 담배는 무제한으로 비축되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따져봤을 때, 모든 인원이 절반의 배급량으로 나눠 먹어도 18일, 길어야 20일 정도밖에 버티지 못할 양이었다.

...

“그동안 이 땅에 오는 배들 중에서 ‘올드 폴스타’호처럼 많은 기름 돈을 벌어들인 배는 없었고, 여러분 모두 그 덕을 봤잖습니까. 어떤 사람들은 집에 아내를 안심시키고 떠났지만, 다른 불쌍한 놈들은 돌아와 보니 여자가 구빈원에나 들어가 있지요.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그 모든 것에 대해 나를 원망할 수 있다면 감사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린 이번 전에 대담한 모험을 해서 성공했었고, 이번엔 실패했을 뿐이에요. 그러니 실패했다고 해서 울고불고할 필요는 없습니다. . "

하여튼, 이따위 결과물을 돈 받고 팔려고 했다는게 황당하기만 합니다. 도저히 더 읽을 수가 없어서 포기했기에 점수를 따로 주지는 않겠습니다만, 앞으로 이런 책은 사라져주면 좋겠네요. 혹시 궁금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J. 하버쿡 젭슨의 진술", "북극성 호의 선장"은 다른 단편집에서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다른 단편은 무료 텍스트를 챗 GPT에 번역을 시키는게 훨씬 나을겁니다.

2007/03/14

마라코트 심해 - 코난 도일 : 별점 2.5점

마라코트 심해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이수현 옮김/행복한책읽기

옥스퍼드 대학 연구원 사이얼레스 해들리는 괴짜 박사 마라코트 박사의 연구를 위한 모험에 동참하게 된다. 그것은 다름아닌 일종의 잠수장치를 이용하여 대서양 바다 밑 해구를 조사하는 것. 미국인 기계공 빌 스캔런까지 포함한 3인은 잠수에 성공하지만 곧바로 심해 생물의 공격을 받아 구명줄이 끊겨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만다. 그러나 바다 밑에서 그들은 만여년전 가라앉은 아틀란티스 인들의 후예들에게 구조되고 그들의 신비로운 심해 세계와 조우하게 된다...

코난 도일 경의 SF작품. 경의 마지막 장편이기도 합니다. 행복한 책 읽기 SF 총서로 새로 번역되어 나오기도 했지만 제가 읽은 것은 "하우미스테리"를 통해 입수하게 된 구 동서문화사 판본이라서 책 구성이 조금 다르군요. 도일 경의 SF는 "잃어버린 세계"를 통해 이미 접해 보았고, 그 엄청난 상상력과 기발함, 그리고 재미에 깜빡 뒤집어진 적이 있기에 이 작품 역시 무척이나 기대가 컸습니다. 최소한 "잃어버린 세계" 만큼은 80여년의 시공을 뛰어넘는 재미를 가져다 주었거든요.

그러나 이 작품은 사실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제일 큰 원인은 "잃어버린 세계"의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던 주인공 챌린져 교수가 등장하지 않는 것 때문이었죠.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원조이면서도 독특한 정신세계 때문에 독자를 매료시키던 교수 대신에 "마라코트 박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챌린져 교수와 별반 다를 것 없는 괴퍅한 인물로 묘사되기는 하지만 그만큼의 압도적인 캐릭터성을 지니지 못하고 있어서 많이 실망스러웠어요.
또 총 4부로 구성된 이 작품의 구성 역시 재미를 떨어트리는데 한 몫 하고 있습니다. 1부는 해들리의 편지를 중심으로 탐험의 시작과 탐험 내용을 설명하는 도입부이며 2부는 해들리가 아틀란티스에서 띄워 보낸 수기, 3부는 3인조가 다시 지상 세계로 탈출하는 부분, 4부는 2부에서 부족했던 바닷속 생활을 더욱 자세하게 설명하는 부분인데 각 부분마다의 연결고리가 매끄럽지 않아서 읽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4부는 왜 들어갔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사족이라는 느낌이 강했고요. 특히나 악마 "바알시이파"와의 대결은 읽기가 괴로울 정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80여년전의 에테르 과학관에 기반한 코난 도일 경의 상상력이 빛을 발하는 마라코트 심해에서의 생활 이야기는 독보적이기는 합니다. 지금 상식에서 보면 어처구니 없고 황당한 부분이 많지만 순전히 머릿속으로만 창조한 공간치고는 나름 설득력이 넘치거든요. 잠수정의 설정은 지금 읽어도 납득이 갈 정도로 잘 만들어 놓았고요. 그 외에도 아틀란티스의 문명 묘사나 심해 풍경 같은 부분에서도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한 멋드러진 장면이 많이 등장합니다.
뭐니뭐니해도 이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수없이 인용되는 "침몰한 아틀란티스 제국의 생존자들" 이라는 테마를 전면에 부각시킨 첫번째 작품이라는 점이겠죠.
덧붙여 뒷부분에 실려있는 챌린져 교수 시리즈 단편인 "지구의 부르짖음"이 꽤 물건이더군요. 챌린져 교수의 매력은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중심을 확실히 잡아주고 있으며 황당한 과학 세계관을 특유의 묘사와 설명으로 정말 있음직하지 않나 싶을정도로 재미나게 꾸며주고 있어서 저는 본편보다 이 작품이 훨씬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금 읽으면 낡았다라는 느낌이 앞서 들 정도로 오래된 작품이지만 고전은 고전 특유의 매력이 있는 만큼 한번정도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아울러 귀중한 책을 선뜻 제공해 주신 이영진님께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0/11/18

명탐정 코난 69 - 아오야마 고쇼 : 별점 2점

명탐정 코난 69 - 4점
아오야마 고쇼 지음/서울문화사(만화)

총 네 개의 에피소드가 실려있습니다. 이 중 세 개가 완결됩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시골 온천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그립니다. 11년 전에 익사했던 초등학생의 아버지인 온천 여관 주인이 살해당했는데, 범인은 '갓파'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지요.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군마현의 맹한 경찰 야마무라 경위가 등장하는 것 이외에는 건질게 전혀 없습니다. 트릭, 동기 등 추리적 요소가 모두 별로인 탓입니다. 트릭은 피해자를 익사하게 만든 '물'을 어디에 숨겼는지가 핵심인데, 용의자 소지품만 철저하게 검사하면 끝날 사건이었습니다. 용의자가 단 2명으로 압축되는 상황에 이르면, 범인이 빠져나갈 방법도 없었고요. 동기도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모리 탐정을 구태여 범행 현장에 부른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등, 도저히 점수를 주기 어려운 졸작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온천으로 여행을 떠난 코난과 아가사 박사, 소년 탐정단 일행이 온천 안 밀실에서 작가가 살해당한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입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 비하면 동기는 그런대로 합리적입니다. 트릭도 나름대로 설득력있고요. 그러나 예전 걸작 에피소드에 비하면 한참 처집니다. 범인이 범행 이후에 했던 행동 때문입니다. 특히 '반지'라는 단서를 처리하지 않은건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왜 경찰이 주요 용의자의 신체 검사를 꼼꼼히 행하지 않았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래도 워낙에 별로였던 최근 코난 에피소드 중에서는 그나마 괜찮았다는 점, 그리고 소년 탐정단의 유쾌한 모습이 재미를 주기 때문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 에피소드는 모리 탐정이 CF에 출연한 인연으로 참석한 과자 회사 창립 파티에서 벌어진 회사 사장의 독살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트릭이 보잘것 없고 억지스러워서 역시나 실망스러웠어요. 미각을 이용한 트릭인데 놀라울 정도로 설득력이 없었거든요. 동기도 작위적이고요. '화이트데이'라는 이벤트에 대한 소소한 잔재미 이외에는 다 별로였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이렇게 세 개의 에피소드가 전체 5.5점이니 평점은 1.8점... 반올림하면 2점이기는 한데 권해드릴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아이디어가 없다면 이쯤에서 슬슬 관두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별로였습니다. 다음 권에서는 조금이라도 만회하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