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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2

명탐정 코난 : 흑철의 어영 (2023) - 타치카와 유즈루 : 별점 3점

전 세계 경찰의 CCTV를 연결하여 감시 및 확인이 가능한 시스템 '퍼시픽 부이'가 도쿄 하지조지마 근해 바다 속에 건설되었다. 여기에 도입된 신기술 '생장 인식 프로그램'은 어떤 인물의 특정 시기 사진을 입력하면, AI로 현재의 모습을 알아내어 전 세계 카메라를 이용해 그 인물이 어디 있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시스템을 노린 검은 조직에게 엔지니어 나오미가 납치되었고, 그녀가 가지고 있던 생장인식 프로그램 데이터로 하이바라가 셰리라는게 드러났다. 검은 조직은 하이바라마저 납치했고, 이를 막으려던 코난 일행을 피해 잠수함으로 도주했다. 한편 퍼시픽 부이에서는 검은 조직의 내통자를 추궁하던 직원 레온하르트가 살해당하는데....


명탐정 코난의 26번째 극장판. 지난 주말에 딸아이와 함께 티빙을 통해 감상했습니다. 
사실 이전에 감상했던 최근 극장판들(대표적으로 "비색의 탄환")은 영 기대에 미치지 못했었습니다. 추리와 액션 모두에서 재미를 주는데 실패했고, 황당하게 스케일을 키우는 바람에 탈선한 기차가 날아올라 도시를 덮친다는 등, 아무리 만화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가득했던 탓입니다. 극장판이란 강박관념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이 작품은 재미있더군요! 우선 설정이 돋보였어요. "명탐정 코난"의 핵심인 '몸은 작아졌어도 두뇌는 그대로!'를 활용한 '생장 인식 프로그램'은 하이바라가 납치당하는 상황의 설득력을 높여줄 뿐더러, 주인공들에게 또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불어넣는 좋은 장치였습니다. 전세계 CCTV를 실시간 감시하고 언제든 데이터 확인이 가능한 '퍼시픽 부이'의 설정도 괜찮았고요. 검은 조직이 자신들이 기록된 영상을 조작하기 위해 퍼시픽 부이 시스템을 노린다는건 충분히 말이 되지요.
하이바라가 셰리일지 모른다 여긴 검은 조직이 하이바라를 납치하는 사건 중심의 스토리도 깔끔하며 액션도 좋았습니다. 검은 조직 요원 핑가와 란의 격투, 워커의 차를 쫓는 카체이스는 최근 보기 힘들었던 몰입감을 선사해 주었으니까요. 해상 시설물 퍼시픽 부이를 검은 조직의 잠수함이 공격하는 장면도 나쁘지 않았고요. 말도 안되게 스케일을 키웠다기보다는, 비교적 상식적인 수준으로 그려진 덕분입니다. (악의 조직이 잠수함까지 갖추고 있다는건 좀 그렇지만... '백팔용'인가?)
검은 조직의 레귤러에 아무로와 아카이, 경시청의 메구레 경부와 시라토리 등 괴도 키드와 하츠토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주요 인물들이 거의 등장하여 각자의 역할을 선보이는 것도 팬으로서는 감사했던 부분입니다.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일단 추리적으로는 그닥이에요. 추리할만한 사건은 퍼시픽 부이에 잠입한 검은 조직 요원 핑가의 정체를 밝히는 것 뿐인데, 손동작이라는 단서는 제공해주지만 용의자가 워낙 적은 탓에 추리의 여지가 별로 없는 탓이지요.
핑가가 코난 일행을 상대하기에는 확연히 처지는 모습만 보여준 것도 - 란에게 발차기를 얻어맞고, 코난에게 도주 경로가 드러나 범행이 탄로나는 등 - 별로였습니다. 이렇게 약하다면 먼가 사연이라도 있어야 했는데, 진에 대한 쓸데없는 라이벌 의식만 불태우는 잔챙이로 보여 실망스러웠어요. 
검은 조직이 퍼시픽 부이를 파괴한 것도 다소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백도어 등으로 외부 조작이 가능했으니 그냥 놔 두는게 훨씬 유용했을텐데 말이지요. 하긴, 한 명이 잠입한 것만으로 동영상 데이터 조작과 백도어 삽입을 이렇게나 쉽게 할 수 있다면 또 다른 시스템을 장악하는게 더 나았을까요?
무엇보다도 베르무트가 직접 변장을 하여 조직이 '생장 인식 시스템'은 오류 투성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는지 밝혀지지 않는건 답답했습니다. 그녀도 이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정체가 탄로날 수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다음 이야기에서 밝혀지면 좋겠네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명탐정 코난" 팬 입장에서, 그리고 '하이바라 아이'의 팬으로서 두말할 나위 없이 재미있게 즐겼던 작품이에요. 일본에서의 대박 흥행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한 흥행을 거두었다는데,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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