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리튼 키 - 미치오 슈스케 지음, 최고은 옮김/검은숲 |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하지만 이 모든건 조야의 쌍둥이 형 겐토가 저지른 사건이었고, 겐토는 그를 조야로 착각한 우동에게 납치되어 죽을 위기에 빠지는데....
사이코패스 조야(인줄 알았던 겐토)의 연쇄 살인이 펼쳐지는 범죄 드라마. 조야가 저질렀던 범행이 알고보니 쌍둥이 겐토가 저질렀다는 반전이 핵심입니다. 이 반전을 위해 조야 시점의 범행 묘사에 은근슬쩍 조야가 아니라는 단서를 집어 넣는 서술 트릭이 사용되고 있고요.
하지만 도무지 점수를 줄 부분이 없네요. 가장 큰 이유는 겐토의 무차별적인 살인의 동기를 '사이코패스'라는 것만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다 한들, 주변 사람들을 별다른 이유도 없이 죽이고 다닌다는게 말이 될까요? 자신에게 불이익을 줄 것 같아서 별다른 죄의식없이 살해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겐토가 양부모를 살해한건 도저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도쿄의 명문대학까지 입학한 상황에서, 친어머니를 살해했다는 이유로 다고 요헤이를 살해할 이유도 당연히 없고요. 그가 현재의 겐토에게 불이익을 준 부분은 전무하니까요.
겐토가 이런 잔혹한 살인극을 벌였는데 조야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는 것, 반대로 우동과 마사다의 폭력과 살인 행각은 그들이 역시나 사이코패스라서 그랬다는 설명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이 둘은 실제로 불이익을 보았다는 점에서는 겐토보다야 조금 설득력이 있기는 합니다만, 도토리 키재기 수준입니다. 게다가 이들 중 조사를 통해 정말로 사이코패스라는게 입증된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사이코패스 설정을 위해 덧붙이고 있는 설명들도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쌍둥이가 사이코패스가 된 이유가 친모가 임신 중에 흡연과 음주를 했고 납으로 된 탄환을 맞았던 탓이라던가, 사이코패스의 살인 충동을 심장 박동 수로 조절한다는 설명이 대표적입니다. 심박수로 살인 충동이 일어난다면, 차라리 조깅을 하는게 낫겠지요.
사이코패스 캐릭터가 '한니발 렉터'만큼이나 매력적이지도 못합니다. 이래서야 도저히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습니다.
핵심인 반전도 급작스럽습니다. 쌍둥이라는 설정부터 좋은 아이디어로 보기는 힘듭니다. 이미 100여년 전 '녹스의 10계'에서도 사용하면 안된다고 언급했던, 반칙에 가까운 아이디어니까요. 이왕 쌍둥이를 등장시키려면 "살인의 쌍곡선" 정도의 트릭은 써 줬어야 했습니다. 단순히 반전에 기대는건 안일했습니다. 설명도 부족합니다. 좋은 집에 입양된 겐토야 그렇다쳐도, 세이코엔에서 조야가 성인이 될 때까지 쌍둥이였다는걸 함구한 까닭부터 잘 모르겠더라고요.
히카리 누나가 겐토에 의해 급작스럽게 살해당해 퇴장당하는 전개도 겐토의 잔혹함을 부각시키고 반전을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단순 장치일 뿐이라 많이 불편했습니다. 아무런 까닭없이 죽기에는 쌓아올렸던 서사가 만만치 않았는데 말이지요. 조야가 이 때 겐토를 그냥 내버려둔 것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에 집어넣은 약간의 감동 요소도 별로였습니다. 이미 쌍둥이는 '괜찮지 않은' 상황에 처해졌습니다. 조야는 도주한 겐토에 의해 살해당할 수도 있으니 더 나빠질 수도 있고요. 20년전에 친모가 녹음했던 '괜찮을거다'라는 메시지를 전해들은 것만으로 뭔가 희망을 느낄 이유는 없습니다. 진짜로 괜찮은 상황을 만들었다면 모르겠지만, 이런 억지 감동은 없느니만 못한 것 같아요. 도대체 작가는 무슨 생각이었던걸까요?
그래서 별점은 1.5점. 건질게 거의 없는 수준 이하의 졸작입니다. 역자 후기에서 '사이코패스'라는 중심 소재를 자극적인 도구, 반전을 위한 충격적인 트릭으로만 쓰지 않았다고 설명하는데 제가 봤을 때는 자극적인 도구로 밖에는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도 일반 대중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과 편견만 극대화해서요.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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