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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5

리움 미술관 나들이 및 전시회 관람 (필립 파레노 '보이스')

2주 전인 6월 14일, 회사 행사 덕분에 리움 미술관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로 필립 파레노의 '보이스'라는 기획전을 관람하였습니다. AI가 테마 중 하나라고 해서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전시는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언어와 음악이 공간을 압도하는 경험을 선사한다고 하는데, 그런 느낌을 받지도 못했습니다. '소리'가 전시장 안에서 그리 압도적으로 인지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전시된 오브제들이 시각적으로 대단하게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소리 없이 전시되는 오브제 자체만으로도 뭔가 울림을 주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AI가 도입된 부분도 전시장 밖에서 채집한 데이터를 전시 중인 조명과 오브제들에 반영하는 시스템, 그리고 만화 캐릭터가 말하는 작품 정도라 실망스러웠습니다. 만화 캐릭터 작품은 나름 중요한 전시품으로 보이는데, 디자인과 완성도 모두 시대에 뒤떨어진 3D 폴리곤 데이터가 단순히 녹음된 목소리를 말하는 것에 불과해서 이게 뭔가 싶더군요. 시대 흐름에 맞추려면, 관객과 대화가 가능한 시스템 정도는 구축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런 레트로한걸 주제 의식에 녹여낸게 아니라면 말이지요.

다행히 리움 미술관의 상설전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몇 번 관람한 적이 있지만 워낙에 수준높은 소장품들이 많아서 언제 보아도 좋네요. 이번에는 대담한 무늬의 분청사기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패턴이 굉장히 현대적이라 다른 굿즈, 상품으로 응용해서 판매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쇼핑백이나 포장지로 만들어도 아주 멋드러질 것 같아요.

그런데 전시 방법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런 자기들은 관람객이 회전시킬 수 있게 하거나 자체적으로 천천히 회전하도록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래의 초화어문병의 경우 전체 그림을 보고 싶은데 뒷면이 보이지 않아 답답했거든요. 회전이 위험하다면, 뒤에 거울이라도 설치해주면 관람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 거울을 관람객이 이동할 수 있게 해 주면 최고일테고요.
국보인 금동대탑과 용두보당의 디테일에는 또다시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역시 확대해서 볼 수 있도록 전시해 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리움 미술관은 삼성과 제휴가 용이할 것 같은데, 카메라와 디스플레이를 잘 활용하여 전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은 언제나처럼 계단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엄청난 깊이감을 구현한 올라퍼 엘리아슨의 '중력의 계단'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간단한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좋은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전시회 관람은 바쁜 회사 생활에 활력소가 되어주어서 좋은데, 아무래도 저는 현대 미술보다는 고미술이나 근대 조형, 회화 쪽 전시가 더 잘 맞는 듯합니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있다면, 좀 더 고전적인 전시를 알아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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