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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9

대한민국 미스터리 사건 수첩 - 곽재식 : 별점 2.5점

대한민국 미스터리 사건 수첩 - 6점
곽재식 지음/인물과사상사

195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까지의 시기 중,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던 괴사건 15개를 소개하는 범죄 논픽션. 곽재식 작가의 '미스테리아" 연재물에서 추려냈다고 합니다. 연재된 글들을 재미있게 읽어왔기에, 출간되었을 때 부터 관심있게 지켜보았는데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네요.

범죄를 다룬 논픽션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스터리의 계보"처럼 당시 사건을 재구성하여 거의 그대로 전해주는 글, 그리고 "살인범은 그곳에 있다"처럼 여러가지 정보를 짜 맞추어서 의미있는 새로운 추리를 들려주는 글로요. 
이 책은 전자 스타일입니다. 신문 기사와 유사한 글이지요. 기사 스타일로 범죄, 사건 자체는 물론 사건의 배경이라던가 당대 시대상 등 이해를 돕는 상세한 설명이 명확한 근거를 통해 제공됩니다. 
당대 한 시점만 촛점을 맞추지 않는 점도 좋았습니다. 한 사건의 후일담을 10년 이상 지난 다른 신문의 다른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도록 연결해서 소개해주는 덕분입니다. "소매치기 전성시대"를 예로 들자면, 혼자서 범행하는 소매치기는 '특공대'의 일본식 발음인 '독고다이'로, 여러 명이 움직이는 팀은 '회사'라고 불렀다, 교통이 발달하자 소매치기 회사는 대중교통수단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등의 당시 소매치기 수법에 대한 소개는 1975년 동아일보 기사를 토대하고 있으며, 헌병으로 변장하여 범행을 저질렀던 소매치기였던 '꼬마' 문씨에 대해서 1955년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그리고 10년도 더 지난 1966년 경향신문, 또 10년이 지난 1975년 6월의 다른 기사를 통해 알려주는 식입니다. 한 범죄자의 20여년의 행적을 - 본인인지는 명확하지 않아도 - 어느정도 알 수 있는 셈이지요. 문씨가 "순교자" 영화 제작에 거액을 투자했다는 등 재미있는 정보도 굉장히 많았고요.

당대 시대상과 관련된 사건들도 재미있었습니다. 1959년 남대문 권총강도의 범행 동기가 '영어학원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였다던가, 1967년 나일론 백이라고 속인 쓰레기를 운반하던 워싱턴 메일호 사건은 '수출보국' 분위기에서 해외 수출 실적을 가짜라 남기기 위해 저질러진 것이었다는 것처럼요. 해방 직전, 일본인들이 명동 어딘가에 전재산을 바꾼 보석을 묻어놓았다는 '명동의 보물을 찾아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글은 연재 당시에도 재미있게 읽었었지요. 마곡사 5층 석탑 꼭대기 구조물의 재료라는, 황금보다 더 귀한 금속이라는 '풍마동'에 대해서는 처음 알았고요.
이런 재미있는 사건들 외에도 어린이 3명이 백주대낮에 실종 후 처참한 모습의 사체로 발견되었던 1960년대 초의 사건, 마을 왈패들이 공공연하게 노리던 젊은 처녀가 잔혹하게 살해당한 1956년의 '보호받지 못한 피해자' 사건같은 끔찍한 사건도 소개됩니다. 참으로 무참했던 시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요.

하지만 소개된 모든 사건이 인상적이거나 재미있는건 아닙니다. 충격적인 사건이 아니라면 다소 흥미가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 진상이 명확하게 밝혀진 사건들과는 다르게, 미제 사건은 아무래도 답답한 느낌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특별한 보강 취재나 조사도 없고, 당시 기사를 정리하여 소개하는 정도에 그치는 탓입니다. 이런 사건은 관련된 기사를 시간과 관계없이 모아서 의미있는 내용으로 전달해주는 , "소매치기 전성시대"와 같은 구성이 필요했는데 아쉬웠어요. 그러기에는 분량이 부족했으려나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잘 알려지지 못했던 오래 전 우리 나라 사건들을 전해준다는 의도와 취지는 마음에 드는데, 몇몇 사건의 경우는, 분량을 더 늘리더라도 보다 깊이있는 취재와 정보가 덧붙여지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연재가 앞으로도 쭈~욱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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