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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6

오래된 디자인 - 박현택 : 별점 3점

오래된 디자인 - 6점
박현택 지음/안그라픽스

디자이너 출신 공무원 박현택이 쓴 디자인 관련 컬럼 모음집. 몇 년 전에 읽고 리뷰도 남겼었는데, 기억에서 아예 지워져버린터라 새로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오래된 것에서 찾은 위대한 디자인, 오래가는 디자인, 남아 있는 것과 사라진 것 이라는, 디자이너라면 한 번 되새겨 생각해볼만한 주제로 각각 8편, 모두 합쳐 24편의 컬럼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비교적 묵직하고 어려울 수 있는 주제인데, 이를 평범한 사람들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여러가지 소품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다는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저도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짚어주는 이야기가 많아서 특히 좋았는데요, 대표적인게 추사의 서예 작품에 대한 컬럼이었습니다. 추사체가 왜 좋은지, 서예 작품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잘 몰랐었는데, 추사의 '대팽고회'를 통해 뜻과 형태의 완벽한 결합을 설명해 주고 있어서 확 와 닿았거든요. 촌 늙은이 최고의 음식은 두부라는 글을 잘 쓰겠다는 욕심을 버린 졸박한 서체로 완결하여 완성했기 때문이라는데 과연 무릎을 칠 만 했습니다.
나전칠기 X-box를 통해 단순히 나전칠기 기법이나 문양을 현대 기기에 사용하는게 과연 전통의 계승이나 디자인 혁신인지 되묻는 부분도 디자이너로서 반성하게 해 주었어요. 전통을 단순히 현대에 되살리는건 디자이너가 할 일이 아니고, 계승자가 할 일이니까요. 그 외에도 디자이너라면 한 번 쯤 돌이켜 생각할 내용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컬럼마다 소개하고 있는 여러가지 물건들에 대한 도판 수록도 확실하여 이해를 돕습니다. 디자인의 연관성과 흐름을 보여주는 도판들이 특히 좋았습니다. 석기시대 주먹도끼와 다이아몬드, 선비의 책상과 이슬람 코란 독서대의 비교는 도판만으로 작가의 생각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거든요.
안그라픽스 책 답게 편집과 책 완성도 역시 최고 수준입니다. 두께와 퀄리티에 비하면, 그리고 요새 물가를 생각해본다면 15,000원이라는 가격은 놀랍기만 할 정도입니다. 무려 300페이지가 넘는데 말이죠!

하지만 다른 컬럼들이나 기사를 통해 익히 접했던 내용도 많고, 단순히 특정 사물에 대한 기록과 소개, 그리고 여행 등을 통해 잡했던 개인 경험담에 그치는 컬럼도 없지는 않습니다. 첫 번째는 국민차 비틀 컬럼이 대표적이고, 두 번째는 루이비통 컬럼, 마지막은 계영배 컬럼이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5만원 짜리 지폐나 한옥 마을에 대한 비판은 깊이보다는 보여지는 형태에 주로 집중되어 있어서 아쉬웠고요.

그래도 디자이너로서는 한 번 읽어볼만한 좋은 컬럼이자 에세이라는건 분명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제 직속 선배님이시기도 하신데,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써 주시기를 바랍니다.

2016/06/08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1 - 제프리 스타인가튼 / 이용재 : 별점 3점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1 - 6점
제프리 스타인가튼 지음, 이용재 옮김/북캐슬

"보그"지의 음식 평론가 제프리 스타인가튼의 글을 모아놓은 일종의 컬럼, 에세이집입니다. 음식 및 요리에 관련된 책들을 좋아라 하기에 이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던 책이지요. 이전에 2권 리뷰에서 말씀드렸듯, 1권은 절판 상태였는데 '알라딘 중고서점'을 통해 좋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죠.

책의 구성 및 내용은 2권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2권과 가장 큰 차이점은 제프리 스타인가튼의 음식에 대한 무한 열정, 무한 도전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 컬럼부터 도전입니다. 음식 컬럼을 쓰기 위해 자신이 싫어하는 음식(심지어 김치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을 정복해 나간다는 것이거든요. 그 다음에는 직접 천연 효모를 쓴 자연 발효빵을 만들기 위한 노력, 프랑스의 새로운 다이어트 비법이라는 몽티냐크 다이어트를 직접 한 달 동안 체험한 기록, 채식주의를 체험한 결과 등이 이어집니다.

식도락 여행기도 "도전기"에 가깝습니다. 직접 어떤 음식의 오리지널을 체험하고 요리 강습을 받아 오거나, 최소한 레시피라도 구해 와서 직접 재현한다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입니다. 슈크르트를 만들어 먹어보기 위해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여러 전통 농가 식당을 돌아다닌 뒤, 뉴욕에서 그 요리를 구현한다는 이야기처럼요. 심지어는 오리지널 레시피를 구현하기 위해서 소금에 절인 안심이 없어서 직접 절이는 등 미국에서는 팔지도 않는 고기 부위까지 구하려 노력할 정도니 뭐 말 다했죠.

완벽한 프렌치 프라이를 만들기 위한 고난의 과정 역시 발군입니다. 알랑 파사르의 비법(말기름에 튀겨라!)에서 시작하여, 어떤 감자를 어떤 기름에 어떤 방식으로 튀겨야 하는지에 대해 상세한 여정이 장황하게 펼쳐지는 덕분입니다. 참고로, 저자의 최적 프렌치 프라이 조리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 재료 : 땅콩기름 2~3리터, 아이다호 러셋-버벵크나 삶아먹는 감자 450~570g, 소금
  1. 땅콩기름을 전기 튀김기나 철제 튀김바구니가 들어가는 6리터짜리 우묵한 튀김팬에 붓는다. (전기 튀김기에는 사용설명서 추천량만큼, 화로에 올려놓는 튀김팬에는 3리터)
  2. 튀김용 온도계를 기름에 꽂아 온도를 130도까지 올린다.
  3. 감자를 씻고 껍질을 벗긴 뒤, 프렌치프라이 자르개나 부엌칼로 단면이 각각 1cm가 되도록 길게 썬다. 가장 작거나 불규칙한 조각은 버린다. 감자의 양은 340~450g이 되어야 한다.
  4. 감자를 헹구지는 말고, 종이 수건으로 신경 써서 말린다. 기름이 준비될 때까지 단단히 싸둔다.
  5. 감자를 튀김 바구니에 담아서 기름에 담근다. 기름 온도가 다시 125도로 오를 때까지 센 불에서 튀기다가, 불을 줄여 온도를 유지한 채 9~10분간 튀긴다.
  6. 바구니를 든 뒤 기름의 온도가 190도가 될 때까지 감자를 건져둔다. 불은 세게 올려 놓아야 하며 기름 온도는 195도를 넘지 말아야 한다.
  7. 감자를 다시 기름에 담가 3분 동안 튀긴다.
  8. 튀김 바구니를 들어 올려 기름을 몇 번 털어내고, 종이 수건을 깐 접시에 뒤집어 기름기를 종이 수건으로 빨아들인다. 먹기 직전에 소금을 넉넉히 뿌린다.

또 과학적인 이론에 바탕을 둔 여러 가지 이야기들도 아주 인상적입니다. 책 뒤 소갯글처럼 여행기와 레시피, 논문이 결합된 독특한 책이라는 것이 허언이 아닐 정도의 수준이에요. 특히 술이 심장질환의 요인이 아니고, 적절히 술을 마시는 사람은 마시지 않는 사람들보다 일반적으로 더 오래 산다는 컬럼은 아주 좋았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로서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컬럼 내용에 폭음은 위험하고 담배는 아주 좋지 않다고 쓰여 있어서 제게 큰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말이죠. 마셨다 하면 폭음이니... 야채가 사실은 여러 가지 자연 독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컬럼은 추리 소설에도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겠구나 싶었고요.

그 외에도 식욕 억제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검증한다던가, 소금에 대한 현재의 우려는 지나치다던가 (소금과 혈압의 관계는 증명되지 않았음) 하는 이야기들도 재미와 가치 모두 뛰어나 그냥 지나치기 힘들었습니다.

이러한 재미있는 주제들에 저자의 음식에 대한 전문가적인 지식과 확고한 견해, 그리고 유머러스한 글 솜씨가 더해져 풍성함을 한껏 전해준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보그"지에서 음식 평론가로 활동하며, "줄리아 차일드 도서상"을 수상했다는 이력은 허언이 아닌 셈입니다.

단, 글이 쓰여진 시기가 90년대로 보여지는데 2010년대에도 통용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약간 유행을 따르는 주제들 (다이어트 방법)이라던가 과학적 이론에 기반한 글들이 특히 그러합니다. 이러한 점에서는 개정판이 최소 10년이 지난 뒤에는 나와주는게 좋았을 겁니다.

그래도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입니다. 단점은 사소할 뿐 이런 류의 컬럼으로는 최상급이라 생각되네요. 저도 이런 컬럼을 써 보고 싶어집니다.

2015/04/27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2 - 제프리 스타인가튼 / 이용재 : 별점 2.5점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2 - 6점
제프리 스타인가튼 지음, 이용재 옮김/북캐슬

보그의 음식 컬럼니스트 제프리 스타인가튼의 연재 컬럼을 모은 두 번째 책입니다. 최고 수준의 잡지 보그에서 20여 년간 음식 컬럼을 써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읽어볼 만한 책이라 생각되어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1권은 절판이라 2권밖에는 구할 수 없었지만요.

음식이라는 큰 주제 아래 다양한 글이 실려 있는데, 법대 출신으로 미식가, 음식 평론가이지만 전문 요리사는 아닌 저자의 시각이 반영된 점이 특징입니다. 요리에 대한 과학적 접근과 초보자다운 시행착오가 가득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하루 최저 비용 4.5달러로 식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실험입니다. 뉴욕에서 저렴하다는 음식점 10군데를 시식해본 뒤, 결국 끼니를 해결하려면 집에서 조리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나름의 해결책과 레시피를 제시하며 글을 마무리하지요.

미국에서 판매되는 서른세 병의 케첩과 직접 만든 두 종을 포함해 총 35종을 테이스팅하고 최고의 케첩을 고르는 컬럼도 흥미롭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하인즈"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네요.

저지방 조리법에 대한 과학적 설명과 다양한 레시피, 그리고 몸에 흡수되지 않는 지방 "올레스트라"에 대한 소개도 흥미로웠습니다. 실험 결과로 볼 때 진짜 기름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부족해 보였지만요.

그 외에도 체험이 반영된 글 중에서는 웨이터 학교 입학기 에피소드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일본 구루메 만화에서 흔히 보던 이미지와 달리, 이 학교의 핵심 교육은 "팁을 많이 받는 기술"이었습니다. 정성 어린 접객보다도 고객에게 병물을 판매하는 방법 등 영업 중심의 교육이 강조된다는건 꽤 충격적이었어요.

또한 미국식 시니컬한 유머와 과장이 가득하여 읽는 재미가 큽니다.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즐겁고 유쾌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구나 싶더군요. 이런 개성 덕에 20년이 넘도록 컬럼니스트로 활동할 수 있었겠죠.

다만 식도락 기행과 직접 조리한 레시피를 소개하는 뒷부분은 국내 현실과는 달라서 잘 와 닿지 않았고, 유사한 내용을 접한 적이 많아 신선함이 떨어집니다. 물론 튀니지 요리나 포장 상자 뒷면 조리법을 실험한 글 등은 재치 있었고, 아쉬움 속에서도 배울 점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다소 딱딱한 편이라는건 확실히 아쉽습습니다. 저자의 문제라기보다 번역 문제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몇몇 오역이 보였고, 문장이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연재 컬럼 모음이라 베스트 셀렉션일 거라 생각했는데, 90년대 후반이라는 특정 시기에 쓰여진 컬럼들만 수록되어 있다는 점도 기대와는 달랐고요. 최신 트렌드와 정보를 반영했기 때문으로 생각되는데, 전체 연재물에서 엄선한 글이 수록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음식 컬럼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단순히 미식 기행이나 레시피에 그치지 않고 실험정신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점은 분명 인상적이었어요. 한국 정서에 딱 맞지 않고 번역 문제도 있으나 음식 관련 글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1권도 기회가 된다면 구해보고 싶네요.

2021/10/15

미스테리아 34호 - 미스테리아 편집부 : 별점 2점

미스테리아 34호 - 4점
미스테리아 편집부 지음/엘릭시르

미스테리아는 주제가 흥미로울때만 가끔 읽곤 합니다. 34호는 일본 본격 추리 소설이 특집이라서 읽게 되었습니다. 나름 고전 본격물의 팬을 자부하고 있으니까요. 표지부터 마음에 들어요. "니가 범인이야!" 라는 느낌이니까요. 강렬합니다.

특집은 일본 본격물의 역사에서 시작합니다. 본격과 변격이라는 말의 유래, 그리고 본격이라는 말의 정의, 최초의 본격물에서 신본격, 그리고 근래 라이트 노벨류까지 이어지는 역사와 대표작, 대표 작가들이 소개되지요. 큰 흐름으로는 본격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고가 사부로에서 시작하여 에도가와 란포"D언덕의 살인사건", 하마오 시로의 "그 남자가 죽였을까", 요코미조 세이시"혼진 살인사건", 그리고 마쓰모토 세이초사회파 미스터리의 대 유행에 이은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 아야쓰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 아리스가와 아리스"월광 게임 - Y의 비극 '88", 니시자와 야스히코"일곱 번 죽은 남자", 모리 히로시"모든 것이 F가 된다"신본격 전국 시대를 넘어 우타노 쇼고"벛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이마무라 마사히로의 "시인장의 살인"으로 이어진다는 식입니다. 

뒤로는 본격물이 일본에 받아들여진 당시 일본 추리 문단에 대한 상세 설명, 여러가지 유명 작품 속 트릭에 대한 소개, 점점 캐쥬얼화 되어가는 신본격 장르물에 대한 기사가 이어집니다. 자료 조사도 탄탄하고, 담고 있는 내용도 풍성한 편이었어요.

두 번째 특집 기사 '체인질링'은 인간의 아이와 바꿔치기된 요정 아이에 관련된 민담을 분석하는데, 중세 유럽에서 왜 아이가 바뀐 것에 대한 전설이 만들어졌는지를 당시 역사적 배경으로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아이가 기형일 수도 있고, 아이가 죽는 일이 다반사였던 탓이라는데 아주 그럴듯했어요. 관련된 다른 전설, 우리 나라의 예도 들어서 설명해 주는 것도 좋았습니다. 

홍한별 번역가와 곽재식 작가의 옛 사건 탐구도 흥미로왔어요. 특히 명동 한복판에 일제 강점기 시절 빼돌리지 못했던 보물이 묻혀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나 소설로 만들어도 손색없어 보였습니다. 레이철 쿠시너의 "마스 룸" 속 등장하는 요리들을 소개한 컬럼은 '추리 소설과 요리'에 대한 글을 써 온 저로서는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는 내용이었고요. 요리들도 아주 신기하더군요.

그런데 불만족스러운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우선 본격물 관련 특집은, 이미 대충 알고 있던 내용들로 새로운 건 없었습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저도 쓸 수 있었을 기사였달까요? 물론 캐쥬얼화 되어가는 최근의 흐름은 잘 몰랐던 내용이긴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쪽 작품들 찾아 읽을 정도로 좋아하지 않아서 몰랐던거에요. 구태여 구해 읽을 필요가 있었던 기사는 아니었습니다. 

유성호 법의학자의 아동 학대 흔적에 대한 컬럼, 이은의 변호사의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속 법적 대응 방법 등 다른 기사, 컬럼들은 볼륨이 대체로 빈약합니다. 인터넷 검색 결과와 별다를게 없는 수준이에요. 반대로 정성일 평론가의 영화 "포제서" 평론은 볼륭은 풍성했지만 글의 가독성이 너무 낮아서 지루했고요.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평론만 봐도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어요. 이렇게 가독성이 낮은 글은 이외에도 많아서, 쉽게 읽히지도 않았습니다. 심지어 짤막한 리뷰들 하나하나까지 모두요.

마지막에 수록된 3편의 단편들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관심있는 특집이더라도 더 이상은 구매할 생각이 없습니다. 정은지, 홍한별, 곽재식의 컬럼과 논픽션 기사나 추후 단행본이 출간되면 구입해 볼 생각입니다.

수록 단편에 대한 짤막한 소개로 리뷰를 마칩니다.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콩알이를 지켜라!" 

자신이 창조해 낸 인기 동화책 콩알이가 인생의 전부인 일러스트레이터 지혜정의 남편 김진석 교수가 살해되었다. 범인은 제자 최은비였다. 진석이 그녀를 강간하려 해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었다. 혜정은 은비를 꼬드겨 시체를 강원도 의천에 있는 별장에 유기하러 출발했다. 콩알이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별장에는 진석의 변태 친구 한동철이 머무르고 있었고, 혜정은 동철마저 살해한 뒤 시체 두 구를 함께 유기해 버렸다.

듀나범죄 스릴러 단편인데 이야기할 가치가 없는 졸작입니다. 

우선 범죄에 대한 설득력이 너무 낮습니다. 아무리 남편이 쓰레기였다 한들, 피해자 아내가 남편을 죽인 살인자와 함께 시체 유기를 한다는걸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못한 탓입니다. '콩알이'의 존재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그에 대한 설명과 묘사가 부족해서, 그다지 절박한 이유로 보이지 않았거든요. 혜정이 처음부터 한동철을 죽이려 했고, 이를 위해 앞서 시체 유기를 일부러 훤히 드러나게 시도했다는 식으로 범죄 계획을 정교하게 세우기라도 했다면, 범죄물로 볼 만한 여지가 있었을텐데 그렇지도 않고요.

전개도 혼란스럽습니다. 진석이 제자의 고백을 녹화하여 한동철과 공유하고, 성적인 대상으로 삼았다는 진상이 드러나는건 뜬금없었고, 이 때문에 한동철을 죽였다는 것도 급작스러워서 이해가 힘들었습니다. 애초에 진석은 여태 은비의 고백을 녹화해서 잘 쓰다가, 왜 갑자기 강간을 저지르려고 한걸까요? 문학하는 남자들을 모두 성범죄자로 단정짓는 설정도 황당하기 그지 없더군요.

듀나의 특기이자 장점인 기발한 설정이 빠져버리니, 뭐 하나 건질게 없네요. 별점은 1점입니다.

"웃는 탐정" 

초월탐정 김재건과 미소년 조수 마곤이 등장하는 단편으로 집주인 여사와 김재건 사이에 택배로 인해 발생한 트러블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엉망진창이에요. 마곤이 초능력자로 일종의 투명 인간이 되어 집주인 여사가 가지고 있던 김재건의 택배를 훔쳐내는게 이야기의 거의 전부인데, 마곤이 이 택배를 왜 훔쳐내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초월탐정 어쩌구하는 김재건의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요. 

경박하고 유치찬란한 김재건 묘사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초월 탐정' 이 뭘 뜻하는 별명인지 감도 오지 않지만, 별로 궁금하지도 않는군요. 서두의 시점을 가지고 독자와 장난치는 부분은, '메타 미스터리' 운운했던 앤솔로지 "Y의 비극"에서 니카이도 레이토가 썼던 단편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 작품도 엄청난 졸작이었지요.

마곤이 할머니와 김재건 사이에 있었던 일을 추리하는 일상계 추리스러운 부분은 괜찮았지만, 다른 부분은 그저 그랬어요. 앞으로도 이 시리즈를 읽을 일은 없을 듯 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죽음의 세트장" 

배우 잭 하터가 영화 촬영용 세트장에서 살해당했다. 사건 당시 21번 방음 세트장 안에는 현장 제작자 조 캐츠키와 감독 샘 매스터퍼드 등 모두 열 세 명의 사람이 있었다.

1930년대를 무대로 하고 있는 단편인데 옛스러운 영화 촬영장 분위기를 상세하게 그려낸 묘사는 아주 좋았습니다. 잭 하터와 마리 플레밍, 두 주연 배우 간에 사랑의 불길이 타오르게 되는 마지막 촬영 장면 묘사가 특히 그럴싸 했어요. 이 부분은 여배우를 연모하고 있었던 감독 샘의 살인 동기가 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기도 했는데, 잘 그려냈습니다.

'스크립터'가 탐정역을 소화한다는 설정도, 과연 영화를 잘 아는 사람이 썼구나! 싶더군요. 스크립터는 씬마다 있는 오류를 잡아내기 위한 사람으로, 당연히 관찰력이 남다를 수 밖에 없으니까요. 

관찰력을 바탕으로, 일종의 닫힌 공간인 촬영 스튜디오에서 소거법으로 범인을 찾아내는 추리 과정도 설득력이 높습니다. 거의 대부분 목격 증언으로 소거되는 덕분이에요. 결국 조 캐츠키와 샘 매스터퍼드만 남는데, 발소리를 듣지 못해서 샘이 범인이라는게 드러납니다. 조 캐츠키의 발소리는 독특했고, 샘은 고무 장화를 신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서가 별다르게 제공되는건 없어서 본격물로 보기 힘들며, 추리도 일사천리라 의외성은 없습니다. 사실 샘이 범인이라는 스크립터의 추리는 증거가 명확하다고 볼 수 없어서, 경찰 수사가 추가로 필요한 부분이었다 생각되네요. 그래도 다른 단편들에 비하면, 최소한 읽을만한 수준의 추리물이기는 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10/09/28

숫자의 척도 - 요리후지 분페이 / 이은정 : 별점 3점

숫자의 척도 - 6점
요리후지 분페이 지음, 이은정 옮김/스펙트럼북스

이전에 소개한 적도 있는,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요리후지 분페이가 직접 쓰고 그린 컬럼집입니다 우리가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곤 하는 ‘숫자’와 ‘척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짤막한 컬럼들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특징이라면 요리후지 분페이의 일러스트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퀄리티 역시 매우 뛰어나고요.

처음에는 "성인 담배 양성 강좌" 같은 코믹하면서도 독특한 일러스트가 책의 전부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내용 자체도 진지하면서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들로 가득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척도’에 대한 내용들이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다양한 척도를 시각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으며, 눈에 쏙 들어오는 일러스트들이 더해져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몸을 척도의 기준으로 하여 여러 가지 숫자를 표현하는 내용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방송 같은 매체에서 종종 "에베레스트를 몇 번 왕복하는 거리" 같은 단위 설명을 접하지만, 사실 이런 표현이 직관적으로 와 닿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자신의 몸을 기준으로 삼아 다양한 단위를 설명하고, 이를 실제 예와 함께 일러스트로 표현해 주어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기대했던 코믹한 요소도 요리후지 분페이만의 독특한 ‘단위’를 다루는 방식에서 기대를 충족시켜 주고 있고요. 

다만, 단위에 대한 내용은 이전에 읽었던 "새로운 단위"라는 책과 상당히 유사해 신선함이 떨어지는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든 일러스트 컬럼집으로서, 일러스트의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됩니다. 요리후지 분페이의 팬이라면 한 권쯤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06/07/03

볼링 포 컬럼바인(Bowling For Columbine) - 마이클 무어 : 별점 4점


워크샵이다 뭐다해서 한주동안 정신이 없었네요. 간만에 포스팅 신고합니다. 이제 다시 열심히 블로깅을...^^

이번에 본 영화는 좀 오래 된 다큐멘터리 "볼링 포 컬럼바인" 입니다. 부시 까는 것으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의 출세작(?)으로 컬럼바인 고교에서 있었던 총기난사 사건을 소재로 하여 미국과 미국인들에 대한 심층적인 해부를 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왜 미국은 총기사고가 많을까" 에서 시작한 의문에서 호전적이고 피해망상적인 미국인들의 심리를 드러내고 꼴통 부시와 시청률에만 혈안이 된 미디어 관계자들을 조롱하며 미국 총기 협회 회장인 과거의 명배우 찰턴 헤스턴의 독선적인 아집을 끌어내며 자신의 의도를 일관되게 관객에게 전해 주더군요. 또한 실제로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며 마지막 부분에서 K마트에서의 탄알 판매를 중단시키는데에 성공하는 장면은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또 감독 마이클 무어라는 친구의 재능이 빛을 발합니다. 다큐멘터리로 대단한 촬영기법도 없고 내용도 인터뷰가 대부분인 평이한 전개이지만 편집과 음악의 조화가 기가 막혀서 왠만한 극영화 수준의 재미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중간에 삽입되었던 애니메이션 역시 최고수준이었고요.

중간중간 요지가 약간 흔들리고 너무 이야기를 벌리는 감도 없잖아 있지만 워낙 재미와 수준이 높아서 자신들의 독단에 사로잡힌 미국인들에게 충분한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그나저나 영화의 요약은
1. 부시는 바보
2. 미국인도 바보
3. 찰턴 헤스턴은 병신

정도라 할 수 있겠죠? 우리나라도 이런 친구가 하나 나타나서 한나라당에 대해 비슷한 다큐멘터리를 찍으면 무지 재미있을텐데.... 

2020/01/09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유성호 : 별점 2.5점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6점
유성호 지음/21세기북스

법의학자 유성호가 오랜 경험과 연구를 통해 '죽음'에 대해 서술한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저자가 "미스테리아"에서 연재하고 있는, 실제 사건 속 법의학 이야기를 펼쳐내는 컬럼을 인상적으로 읽었던 터라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미스테리아" 연재 컬럼과 비슷한 내용의 책일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제 생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책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제 실수지요. 

그래도 다행히 총 3부 구성 중 1부인 "죽어야 만날 수 있는 남자"는 비교적 기대에 값합니다. 여러가지 실제 사건 속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법의학 소견과 검시 결과 등이 소개되고 있는 덕분입니다. 특히 완전범죄를 꿈꿨던 범행들이 눈에 뜨입니다.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 이라던가, '의사 만삭 아내 살인 사건' 처럼 세간에 큰 화제를 불러왔던 사건들도 포함되어 있어서 흥미를 더하고요.

그러나 2부인 "우리는 왜 죽는가"와 3부 "죽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부터는 이런 실제적인 법의학 관련된 글은 없습니다. '죽음'에 대해 역사적, 철학적, 과학적 개념을 다루고 있는 글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래도 2부는 '죽음'을 인위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뇌사와 연명 의료 지속 여부, 그리고 안락사 이슈에 대해 심도깊게 접근하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기는 했습니다. 평상시 깊게 생각해 보지 못했던 주제라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했고요. 특히 환자 자신이 연명 의료를 받을거라 생각하지 못한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연명 의료로 생을 유지해야 한다면, 그 결정을 정작 당사자인 환자는 하지 못한다는 이슈는 남 이야기 같지도 않더라고요. 법의학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이러한 이슈에 대해 국내에서 법제화되거나, 법원 판결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생기게 된 1997년의 '보라매병원 사건' 과 2008년 '세브란스 병원 연명의료 판결' 과 같이 실제 사례가 소개된 것도 이해를 돕습니다.
자살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는 부분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다른 책들과는 달리 근거를 가지고 접근하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잡지 《뉴요커 The New Yorker》가 금문교에서 투신 자살을 시도했다가 다행히 구출되어 살아남은 사람들을 인터뷰했을 때, 그리고 우리나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안용민 교수가 실제 자살 시도자를 진료하면서 들었다는 이야기 및 이를 연구한 내용들에서 자살자들 모두가 막상 죽으려는 순간에는 살고 싶었다고 생각했다던가, 자살의 원인으로 자살 유전자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그러합니다. 자살 유전자는 세로토닌이라는 뇌 신경화학물질과 관련되어 있다는군요. 물론 아직 명확하게 그 근거를 밝힐 수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자살의 원인 중 70퍼센트는 환경적 요인이고 나머지 30퍼센트는 유전적 요인일 것이라는 정도라고는 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주변에 자살자가 있는 가족은 보다 조심해야 할 것 같네요. 그 외에도 여러가지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설명들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3부만큼은 영 관심이 가지 않더군요.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에 대한 설명들인데 내용은 나쁘지 않아요. 죽음에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동의하고, 저 역시 불필요한 연명 치료는 반대하는 입장이긴 하니까요. 하지만 저자의 약력이라던가, 다른 글들에서 기대했었던 실제적인 사건과의 연계라던가, 법의학자로서의 전문성이 묻어나는 글은 아니었다고 생각됩니다. 가장 마지막의 영생 등에 관련된 내용은 지금 시점에서는 많이 앞서간 측면이 없지 않아 보였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여러모로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는 좋았지만 제 기대와는 다른 결과물이었습니다. 차라리 "미스테리아" 연재 컬럼이 단행본화되면 좋겠습니다.

2019/01/05

밥상 위에 차려진 역사 한 숟갈 - 박현진 : 별점 2.5점

밥상 위에 차려진 역사 한 숟갈 - 6점
박현진 지음, 오현숙 그림/책들의정원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음식 관련 컬럼을 책으로 엮은 결과물로 부제는 "역사 속 한 끼 식사로 만나는 음식문화사의 모든 것"입니다. 모두 44개의 컬럼이 실려 있습니다.
항목별로 다양한 음식들의 유래 등 역사를 비롯하여 음식 관련 기술과 문화에 대해서 소개해 주는데, 생각보다 깊이있고 새로운 내용이 많아서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예를 들어 치즈를 응고하는데 사용되는 레닛이 생명 공학 기술로 대량 생산된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오래전 "에이브"에 포함되어 있었던 "초원의 집" 소설에서 치즈를 만들기 위해 어린 송아지를 도살하는 장면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는데, 다행히 지금은 어린 로라가 송아지와 생이별할 일은 없겠군요.

와인에 대해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의 포도 재배와 포도주의 역사에 대해 소개한 글도 인상적입니다. 포도를 으깨어 즙을 낸 뒤 서늘한 곳에 보관하여 야생효모가 발효시키는 방식의 서양식이 아니라, 포도즙을 쌀과 누룩에 넣는 방식이라는데 꼭 한 번 맛보고 싶어집니다. 고려 시대의 포도주는 포도즙, 찐 찹쌀, 소맥가루를 섞어 만들었는데 그 맛이 아주 훌륭하다니까요. 전통주로 이런 술이 제조되어 시판되면 좋겠네요.
술 관련해서는 막걸리에 대한 글도 기억에 남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이 고칼로리 식사를 하지만 미국인보다 건강한 이유는 레드와인을 마시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로 시작되는 글로, 놀랍게도 막걸리는 와인보다도 더 건강에 좋다는 내용이거든요. 정확하게는 막걸리용 전통 누룩에는 급성 및 만성 위궤양 억제, 혈소판 응집에 의한 혈전 감소,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등의 효과가 있으며 항암물질 파네솔이 포도주, 맥주보다 10~25배 더 많이 들어 있는 등 놀라운 건강식이라니 이제부터는 술자리에서 막걸리를 애용해야겠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음식 관련 역사 - 게장은 무려 500여년 전 부터 만들어졌을 것이다, 17세기 전주 남부시장을 중심으로 퍼진 콩나물 비빔밥이 오늘날의 전주 비빔밥으로 발전하였다, 일본의 김초밥 후토마키는 도박장에서 간단하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초밥집에 주문하면서 탄생하였다, 결혼식 등 특별한 날에 국수를 먹는 이유는 오래전 밀이 아주 귀한 것이었던 것에서 유래된 것이다 등 - 와 토막 상식 - 쭈꾸미의 어원은 한자 속명인 죽금어竹今魚에서 비롯되었다, 조기助氣는 사람의 기운을 돋운다는 뜻, 굴비屈非는 이자겸이 귀양지에서 임금에게 굴비를 진상하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뜻으로 글자를 써서 보내어 유명해졌다 등 - 도 가득합니다.

신문 연재물답게 각 컬럼마다 길어야 5~6 페이지 분량이라는 것도 마음에 든 점이에요. 덕분에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으니까요. 깊이가 약간 부족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닙니다. 그러나 도판은 문제에요. 소개되는 음식에 대해서 단 한장의 가치있는 도판이 없고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일러스트만 몇 컷 실려있을 뿐이거든요. 또 소개되는 몇몇 요리는 별도의 페이지를 할애하여 레시피 형태로 수록되었더라면 훨씬 좋았을테고요. 한마디로 책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디테일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짧은 분량임에도 가치있는 정보가 제법 된다는 장점은 높이 살 만 하지만 전반적인 완성도, 만듬새는 기대에 미치지는 못해서 감점합니다. 음식과 요리 관련 이야기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나쁘지는 않겠습니다.

2017/09/03

미스테리아 13호 - 미스테리아 편집부 : 별점 2.5점

미스테리아 13호 - 6점
미스테리아 편집부 지음/엘릭시르

미스테리 장르문학 전문잡지 미스테리아 최신간입니다. 창간 2주년 기념호라 그런지 특별 보급가이기도 하고, 항상 관심있게 찾아보던 주제인 "경성"을 특집으로 하고 있어서 구입했습니다.

특집인 "경성" 관련 기사들은 기대에 값합니다. 1930년대 경성이 어떤 곳이었는지를 '장르 문학'과 관련된 시각으로 설명해주는데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던 덕분입니다. "별건곤"에 실렸다는 경성 7대 특수촌이나 5대 마굴에 대한 탐사기는 충분히 하나의 작품 소재가 될 만큼 재미있었어요.
경성을 탐정 소설의 배경으로 바라보고 분석한 기사들도 좋았습니다. 예를 들면 "염마"에 등장하는 서광옥의 X별장은 "체신국 뒤로 해서 개천을 메워가지고 새로 낸 큰길을 단 후 누상동 큰거리에서 언덕 위에 지은 큰집을 찾았다"라는 묘사를 통해 '아방궁'이라 불렸던 친일파 윤덕영의 저택을 모델로 했다고 알려주는 식입니다.
여기에 더해 남촌과 북촌의 특수성과 같은 사회적인 부분, 아편굴과 같은 특수 장소와 같은 당대 경성에 대한 갖가지 디테일이 가득하여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박태원의 "최후의 억만장자"는 예전에 읽어봤던 작품으로 내용은 별 볼일 없지만, 삽화를 맡았던 월북 화가 정현웅의 그림은 마음에 들었어요. 목판화 스타일의 삽화는 지금 보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수준의 완성도니까요.

물론 이런저런 한국 추리 소설 역사서에 실려있는 내용에서 불과한 기사들도 제법 됩니다. 김동인의 "수평선을 넘어서"에 대한 기사가 대표적이에요. 얼마전 읽었던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 3 : 추리물"에 수록된 내용과 별로 다르지 않아요. 주제에 맞춰 "경성"이라는 공간, 배경에 집중하지 않고, 당시 사회적 배경을 통틀어 설명하고 있는 탓입니다. 이렇게 풀어내면 다른 유사한 컨텐츠와 변별력을 가지기 힘들지요.

그러나 특집 외의 기사들은 기대 이하의 결과물이 많습니다. 홍보 문구에서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 8인에게 가상 표지를 제안했다는 "세상에 아직 없던 책"은 그 중에서도 최악입니다. 박철희의 "환상의 여인" 정도만 괜찮을 뿐, 그외 표지들은 실제 책이 출간되더라도 구매 욕구가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엉망이에요. 요새 대학생들 과제도 이것보다는 나을 듯 한데, 차라리 왠만한 미술 대학 디자인 학과와 연계하여 결과물을 수록하는게 좋았을 겁니다.

"미스테리아"의 핵심 컨텐츠인 리뷰 형태의 새 책 소개도 이번에는 그냥저냥입니다. 그닥 끌리는 책이 없더군요. 게다가 리뷰어 중 한 분은 직업이 "인형사, 자유기고가"라고 되어 있어서, 대체 이 리뷰가 무슨 기준인지도 헛갈립니다. 꼭 전문가가 좋은 리뷰를 쓴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볼 수 있는 컨텐츠가 아니라, 비용을 들여 구입한 책의 리뷰라면 그만큼의 전문성은 보장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미스터리 애호가라면 최소한 인터넷을 통해 잘 알려진 분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잠깐 인터넷을 찾아보았는데 당쵀 뭐하시는 분인지 모르겠더군요. 이 분이 소개하는 기타무라 가오루, 요네자와 호노부의 작품들도 구태여 리뷰가 필요한지도 의문입니다(심지어 요네자와 호노부 작품은 '소시민'시리즈 최신간!). 이 잡지를 구해 읽어볼 정도의 독자라면, 이 두 작품은 딱히 리뷰가 필요없을테니까요. 새책 소개는 다른 곳에서는 잘 소개되지 않는 독특한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뒤 이은 영화 "불한당"의 감독 인터뷰 역시 개인적으로는 별로였습니다. 감독이 SNS를 통해 실수했던 이력만 기억에 남을 뿐으로 이런 인물을 지면을 할애해가며 인터뷰를 한 이유를 모르겠거든요. "불한당"이 국내 범죄, 느와르 영화에서 특기할 만한 성취를 이룬 작품이라서 일까요?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별로 그랬을 것 같지도 않네요.

특집 외 기사들 중에서는 미스테리 속 음식에 대해 파헤치는 정은지 작가의 컬럼과 3편의 논픽션 정도만이 그나마 괜찮은 편입니다. 정은지의 컬럼에는 국내에는 소개된 적이 없는 형사 몬탈바노 시리즈를 소개하며, 작 중 등장하는 다양한 이탈리아 요리들의 소개가 곁들여지고 있는데 재미도 있고 신선했습니다. 제가 준비 중인 '장르 문학 속 음식 이야기'라는 컬럼과 비교되어 자극도 되었고요.
3편의 논픽션은 법의학자가 분석한 평범한 일상 속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미국에서 화제가 되었던 살인 매뉴얼, 한강변에서 발견된 시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중 마지막 이야기가 가장 강렬합니다. 범인을 조작하려는 경찰의 노력에, 무고한 용의자가 겨우 혐의를 벗는 과정, 그리고 결국 미제 사건으로 범인은 커녕 피해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다라는 결말까지 모두 충격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3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역시 이전 호들과는 다르게 수준 이하의 작품이 더 많네요. 우선 로스 맥도널드의 "사라진 여인"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루 아처 시리즈라는 점을 제외하면 특기할 만한 점이 전무한 소품입니다. 루 아처가 묶은 모텔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루 아처가 진상을 파헤친다는 내용인데 루 아처가 하나씩 손에 넣은 단서를 되짚어가면 진상이 드러나는 전개라 추리의 여지도 없고 이야기도 원사이드하게 흘러갑니다. 선택지가 하나 뿐인 미션을 수행하는 느낌이랄까요? 딱히 반전이 있는 진상도 아니고요. 이 정도면 평범 이하라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국내작가 차무진의 "비형도"는 전개는 흥미로우나 좋은 작품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무런 단서나 복선도 없이 귀신들 사이에 어울린다는 결말이 영 납득이 되지 않거든요. 물론 조상병이 살의를 품은 순간, 그 장소에 있던 귀신들 속으로 들어가 귀신들의 역할극이 벌어진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되기는 합니다만... 개연성도 없는 역할극이 전체 분량의 90%에 달하는 작품을 좋은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죠. 생각한대로 현실이 바뀌는 "열린 우주"라는 핵심 설정 및 이를 통해 벌어지는 온갖 사건들은 아주 재미있었는데 아쉽네요. 하기사 좋았던 부분들도 여러모로 애매하긴 합니다. 사건의 시작은 학예사의 뿔테 안경이 아니라 "껌"이었어야 할 것 같고, 학예사가 목을 메다는 장면은 이게 뭔가 싶으니까요. 여튼, 이 역시 별점은 1.5점입니다.

그래도 피터 러브시의 "오이스터 브라운이 저지른 범죄"는 아주 괜찮습니다. 펄, 오이스터 자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 트리거의 의심을 독자에게 공유하게 만드는 전개는 정말로 일품이에요. 분명 언니가 사라졌는데 애써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오이스터의 행동의 이유는?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퇴비화 속도가 빨라지는 발효 촉진제를 산 이유는? 집에 아무도 들이지 않는 이유는? 이런 질문들은 가장 설득력 있는 추리, 즉 "펄은 죽었고 오이스터가 그녀를 자체적으로 처리하려 한다"로 이어지니까요.
하지만 진상은 정말로 터무니없었고 황당하다는 점에서 독자의 뒷통수를 칩니다. 거장다운 장난스러운, 그렇지만 또 서늘한 결말도 매력적이에요. 트리거가 어디로 갔는지 정말 아무도 몰랐을지, 그리고 트리거의 차가 집 앞에 있으므로 완벽한 인멸은 불가능 했으리라는 점에서 조금 감점하여 별점은 3.5점입니다만, 거장의 실력만큼은 유감없이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렇듯 다양한 기사, 읽을 거리로 가득차 있는데 특집과 정말로 몇 안되는 기사, 한 편의 단편만이 기대에 값하기에 전체 별점은 2.5점입니다. 가격이 저렴하지 않았다면 2점 이상 주기는 힘들었을거에요. 식민지 경성, 그리고 그 공간을 무대로 한 장르 문학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읽어보셔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딱히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2010/02/04

Flash는 어째서 미움받는가

 원문은 일본의 컬럼입니다. 형 블로그에 번역한 글이 있어 퍼옵니다. 원문은 여기서

<<Flash는 어째서 미움받는가?>> - 번역

엔드유저의 인터넷 접속환경이 고속화된 현재, 동영상이나 사운드 요소를 포함한 웹 콘텐츠는 눈에 띄게 늘어났다. 특히 플랫폼에 의존적이지 않으면서, 플레이어 보급율도 높은 Flash는 (웹 콘텐츠 열람을 위해) 스탠다드한 수단으로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어도비 사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에서의 Flash 플레이어 보급율은 99%가까이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Flash는 폭넓게, 당연하다는 듯이 사용되고 있지만, 사용성(Usability)란 관점에서 다시 보면 여러가지 문제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에 앞서 먼저 “사용성(Usability)라는 건 뭐냐”는 것부터 확실히 해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사용성]이란 단어의 의미를 “(대다수 사용자들이) 쓰기 쉬운 것”이라고 오해하곤 한다. 그런데 사용성, 즉 usability란 단어는 Use + able(명사형) 으로 이뤄진 단어다. 즉 웹 사용성은, “접근하고자 하는 웹 사이트가 실제로 쓸만한 거냐?”라는 의미가 된다.
실제로 ISO9241-11이란 국제규격에선 사용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Extent to which a product can be used by specified users to achieve specified goals with effectiveness, efficiency and satisfaction in a specified context of use(특정한 이용상황에서, 어떤 제품을 특정한 사용자가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용할 때, 유효성, 효율성, 만족도의 정도)라는 것이다.
즉, 사용성을 평가할 때에는 “특정”한 사용자, “특정”한 목표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대다수 유저들이) 쓰기 쉬운 것”이 되도록 개선하면 OK – 라고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물론, 쓰기 쉬운 것(Easy to use)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사용성이란 개념의 전부를 포괄하고 있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사용성의 향상이나 달성 정도에 관해서 논의할 때에는 “(그 웹사이트에서 타겟으로 하고 있는) 사용자가 문제 없이 사이트에 접근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지”를 평가의 척도로 삼아야 한다.

사용자가 웹사이트를 통해서 뭔가의 목적을 달성하고 싶다고 생각할 때, 웹 사이트 자체는 어디까지나 “수단”에 불과하다. 이것을 또 한 번 강조해 두고 싶은 이유는, Flash 제작자들은 때때로 “멋지고 아름다운” Flash 어플리케이션을 “작품으로써” 만드는 일을 “목적”으로 삼기 때문이다.
사용자에게 있어서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목적(정보를 얻고, 서비스를 받고, 물건을 사는 등)을 부드럽게 달성하는 게 최우선사항이다. 유저 인터페이스는 Flash 어플리케이션이건 뭐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플래쉬 제작자들에겐 좀 충격적일지도 모를 사실인데 - 필자 자신이 여태까지 관련되어 왔던 수많은 사용성 개선 프로젝트 중에서 실시한 유저 테스트로 얻은 [사용자 행동 사례]는 다음과 같았다.

먼저,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Flash “이기 때문에” 좋았다, 만족했다는 사용자는 한없이 제로에 가까웠다. 물론 Flash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방법”에 따라서는 사용자 경험을 높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단순히 Flash를 썼다는 이유만으로는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그리고, Flash “이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혐오감을 느끼고, 곧 건너뛰기(Skip) 버튼을 누르는 유저는 뜻밖에도 매우 많았다. 건너뛰기를 위한 클릭 버튼이 보이지 않는 경우, 사용자들은 짜증을 냈다.
(보충설명을 해 두지만, 사용자 테스트는 사용성 평가 수법의 하나다. 사용자에게 평가 대상이 되는 웹사이트를 쓰게 하고, 그 사용자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여러가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사용자 경험은, 사용자가 웹사이트를 통해 얻은 체험이 유의미했는지(잘 됐다, 재미있었다, 열중했다 등등)을 평가하는 가치기준이다.)

상기와 같은 사용자 행동 사례가 있는 한편, 웹 사이트를 새로 만들 거나 리뉴얼할 때 웹사이트 운영자(클라이언트)가 웹에이전시로부터 샘플을 받을 때에는 Flash를 쓴 웹 디자인 쪽이 높은 평가를 받는 케이스가 자주 있다.
일을 의뢰하는 기업 입장에선 플래쉬를 쓴 웹사이트 쪽이 멋지고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이런 평가를 내리는 경영자들에게는 “웹사이트를 마케팅 툴로 보는 안목”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위에서 거론한 사용자 행동과의 갭이 크게 벌어지게 된다. 덕분에 큰 돈을 들여 Flash로 멋진 사이트를 만들어 놓고도 사용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게 되는 케이스가 끊이질 않는다.
지금까진 이런 클라이언트 기업측의 “무지함”를 이용해서 일을 수주받아온 Flash 제작자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필자는 여기서 프로페셔널한 제작자들에게 “웹사이트란 것은 최종적으로 누굴 위한 것인가”라고 묻고 싶다. 웹사이트가 사용자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란 사실을 고려하면 당연히 유저(클라이언트 기업에게 있어선 손님)의 편의성을 제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빠르건 늦건 – 언젠가는 웹사이트의 비용대비 효과를 심각하게 고려하게 될 때가 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클라이언트 기업측의 의식도 변하게 될 것이다. 여태껏 팔짱만 낀 채 클라이언트 기업의 “무지함”을 이용해 먹던 Flash 제작자들은 주의해야 할 것이다.

그럼 좀 더 구체적으로 실제 Flash가 유저에게 미움받는 사례를 5가지 소개한다. 이것들이 “미움받는 이유”는 전부 사용자 자신의 목적달성에 크건 적건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즉, 사용성이 손상받기 때문이다.

첫째는 “무의미한 스플래쉬 페이지”다. 예를 들어 언어 선택이나 제품 선택 등의 선택 페이지만 있으면 충분할 것을, 일부러 1페이지 독립된 스플래쉬 페이지를 만들어 넣는 것이다. 이것은 사용자에게 불필요한 스텝을 강요하게 될 뿐이다.
둘째는 “클릭 후 피드백에 쓸데없이 시간이 걸리는 것(Now Loading을 포함하여))이다”. 일부러 사용자를 안달나게 하려고 이런 효과를 연출하는 경우도 있는데, 웹사이트는 TV하곤 달라서 사용자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효과는 사용자를 안달나게 하긴커녕 짜증만 나게 만든다.
셋째는 “텍스트가 TV 광고처럼 조금씩 나타나는 연출”이다. 웹사이트에서, 사용자는 텍스트를 빠르게 읽으며 자신이 찾는 “키워드”에 부합되는지를 확인하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런 연출은 사람을 답답하게 만든다. 더군다나 그 텍스트가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인 메시지일 경우, 기껏 기다리고 있던 사용자에게 최악의 인상을 심어줄 뿐이다.
네번째는 “마우스의 의도치않은 이동으로 어떤 장소에 우연히 마우스오버를 하면 사용자가 예기치못했던 행동을 일으켜버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우스를 움직였더니 멋대로 메뉴가 열린다거나 해서, 사용자가 보려고 했던 부분을 감춰버리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다섯번째는, “사용자의 관습을 무시한, 지나치게 참신한 유저 인터페이스”다. 예를 들어 클릭하지 않고 마우스오버를 하는 것만으로 콘텐츠 내용이 바뀐다거나, 또는 다음 페이지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건 대부분 사용자들에게 있어선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반응인 것이다. 따라서 깜짝 놀라는 동시에 상황파악을 할 때까지 잠시 동안 패닉 상태에 빠지곤 한다.

웹 사용성의 제 1인자, 야콥 닐센 씨는 2000년에 발표한 컬럼에서 “플래쉬는 99%유해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로부터 8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 보면 99%는 역시 너무 지나친 숫자라고 생각되지만, 위에서 거론한 사용자에의 배려를 무시한 제작자(운영자)의 자기만족이 아직도 많은 Flash 어플리케이션에 존재하고 있다. 덕분에 이렇게 사용자와의 사이에 많은 갭이 생겨나고 말았다. Flash 제작자와 사이트는 운영자는 이러한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다음 연재분 예고는 생략. 이후 연재분에선 이렇게저렇게 해서 플래쉬의 특성을 살리고 어찌저찌 해서 높은 사용성을 얻을 수 있다는 컬럼이 이어지지만, 거기까지 번역하진 않았다.)

과거 플래쉬를 주로 이용한 UI 시스템과 인터넷 페이지를 제작하던 에이전시 근무 경험을 토대로 상기 내용에 사견을 달자면, 100% 맞는 말입니다. 플래쉬는 인터랙티브한 효과 이외에는 사용자에게 주는 것이 하나도 없죠. 물론 영화 홈페이지와 같이 인터랙티브한 재미를 더욱 중시하는 사이트에서는 플래쉬가 분명 효과적인 Tool이라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만 CPU점유율을 높일 수 밖에 없는 현재의 플래쉬 특성 상 장기적으로 영속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겠죠.

특히 GUI에 있어서는 OS에 특화된 임베디드 방식 최적화 솔루션이 칩셋이나 OS별로 제공되는 만큼, 플래쉬도 바짝 긴장하고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현재의 독점적인 구조를 가져가는 것은 점점 힘들어 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2009/11/21

아톰의 슬픔 - 테즈카 오사무 / 하연수 : 별점 2점

아톰의 슬픔 - 4점
테즈카 오사무 지음, 하연수 옮김/문학동네

너무 바빠서 블로깅 하기도 힘드네요. 어쨌건 바쁜 와중에 읽은 아톰으로 유명한 일본의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의 칼럼집입니다. 표제작을 비롯한 30편의 컬럼이 실려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다양한 비화를 비롯하여 2차대전 종전 직후 점령군과 일본인들간의 갈등 같은 소재에서 "아톰"이 탄생하였다던지, 초등학교때 은사의 작문 수업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익혀나갔다던지하는 만화 관련 에피소드, 그리고 전쟁의 참상과 과학문명에 의존하는 현 세태에 대한 날선 비판,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결국 우리들의 미래라는 것과 아이들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논하고 있어서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는 "악"에 대해서 논하는 이야기가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악인이 더 매력적이라는 것, 그리고 단순히 선악의 이분법으로 구분하지 말자는 것과 악을 대변하는 이른바 "마이너스 에너지" 라는 발상이 굉장히 독특했거든요.

그러나 너무 어린아이들을 의식해서 쓴 티가 좀 난달까요? 너무 교훈적이고 교육적인 이야기만 가득하기 때문에 좋은 이야기들임에도 불구하고 머리에 남는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또 작가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은 돋보이지만 지금 읽기에는 낡은 이야기들도 많았고 "아톰의 철학" 등 다른 관련도서에 많이 접했던 내용들이라 신선함을 느끼기도 힘들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 만화가의 컬럼집인데도 불구하고 작품의 도판이나 설명이 전혀 없는 텍스트 위주의 책이라는 것은 정말이지 마음에 들지 않네요. 유명한 아톰이야 그렇다쳐도 비중있게 언급된 "그링고"라던가 "네오 파우스트", "MW"같은 작품은 일부나마 소개를 해 주는 것이 바람직했을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높은 별점을 주기는 좀 어렵네요. 조금 더 어렸을때, 더 빨리 읽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기대와도 많이 달랐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데즈카 오사무에 대하여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이 책보다도 어린 시절부터의 일대기를 자전적으로 그린 "어머니는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하셨다" 만 읽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은 도판이나 만화관련 자료도 충실하게 실려있어서 소장가치도 높은 편이니까요.

2017/07/07

그가 사망한 이유는 무엇일까 - 류위즈.바이잉위 / 강은혜 : 별점 2.5점

그가 사망한 이유는 무엇일까 - 6점
류위즈.바이잉위 지음, 강은혜 옮김/시그마북스

두 대만 의사의 의학 관련 컬럼 모음집입니다. 1, 2부로 구분되는데 1부 "죽음의 현장"은 역사 속 유명한 죽음에 대해 현대 의학 지식을 가지고 상세하게 설명해 줍니다. 링컨, 가필드, 루즈벨트 등 미국 대통령들의 사인에 대해 분석하고, 이를 현대 의학으로는 어떻게 치료하였을지에 대해 설명하는 식으로요.
2부는 "죽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라는 주제로 역사 속 '과장(?)'이나 여러가지 상식에 대해서 현대 의학을 기반으로 설명합니다.

1부가 전체 분량의 2/3를 넘는 핵심 내용이기는 한데, 개인적으로는 2부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1부는 해당 사건, 인물에 대해 깊이 알고 있지 않으면 큰 흥미를 느끼기 어려운 탓입니다. 죽음도 당연한 것이라 내용이 와 닿지도 않았고요. 예를 들어 조지 워싱턴의 병명은 급성 후두개염으로 사혈요법(피를 뽑는 것)으로 치료하려 해 죽었으며, 현대 의학으로 충분히 살릴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사망한 당시 나이가 이미 60대 후반이었습니다. 때문에 당시 평균 연령을 본다면 어차피 오래 살지는 못했으리라 생각됩니다. 만약 그를 살릴 수 있었다면, 다른 병들도 적절히 치료되어 평균 수명이 올라갔겠지요.
하지만 2부는 '잘린 머리가 말을 할 수 있나?'와 같은 주제를 의학적으로 풀어내고 있어서 보다 흥미로왔어요.

물론 1부도 아주 건질게 없지는 않습니다. 의료사고라고 해도 무방할 마이클 잭슨 죽음의 진상, 아라비아 로렌스 사고 이야기 등은 재미있었어요. 저자들이 이런저런 컬럼을 많이 쓴 글쟁이(?)라 글도 쑥쑥 잘 읽히고요. 실제 역사 속 인물에 얽힌 이야기와 우리의 현실을 이어주면서 흥미를 잡아 끄는 솜씨가 특히 좋습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로렌스는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고로 머리에 심각한 외상을 입어 사망했다고 설명하면서, 영화에서 종종 사람의 머리를 때려 기절시키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행위라는 것을 짚어주거든요. 기절할 정도로 강력한 충격을 받으면 뇌내출혈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서 점점 악화될 것이고,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결국 죽을 수도 있다고 하네요. 영화 "천장지구"에서도 유덕화의 사인은 칼에 찔린 것이지만, 머리를 심하게 맞았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여기에 로렌스를 치료하던 젊은 의사 휴 케언스가 이 사건을 계기로 오토바이 탑승자가 헬멧을 착용할 것을 제안했다는게 더해지는 구성입니다.
그나저나 헬멧이 로렌스와 관련이 있다니 의외네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그래도 더 많은 생명을 구하게 된 것은 다행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짧아도 2부가 더 제 취향입니다. 잘린 머리가 말을 하지 못하는 것, 머리가 잘린 순간 몸이 벌떡 뛰어 오른다던가 죽어서 서 있을 수 없다는 것, 남성은 사망 후에도 발기하고 사정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면 불가능 하다는 것, 사후 경직이 지나면 경직이 풀리기에 강시는 존재할 수 없다는 등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시신을 훼손하는 것이 시신을 은폐하는 가장 하책이라고 지적하는 것도 색달랐어요. 분해 속도만 따지면 실외에 노출된 시신이 가장 빠르기 때문입니다. 시신을 숨기면 곤충 등의 접근이 막혀 분해 속도가 느려지니까요. 강에 버리면 떠오를 수 있고, 바닷물은 염분 때문에 분해는 더 느려지고요. 땅에 묻으면 분해 속도는 물 속에 던지는 것보다도 더 느려진다고 하네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분량에 비하면 건질게 많다고 보기는 어렵고, 읽기 전 기대에 미치지도 못했지만 한번 쯤 읽을 만 합니다.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신다면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경직 시간은 이런저런 곳에 쓰임직하기에 몇 자 인용하며 글을 마칩니다. 

쥐를 이용하여 실험한 결과 섭씨 6도일 때 시체는 48~60 시간 후 비로서 완전히 딱딱해졌고 168시간 후 사후경직이 완전히 사라졌다. 섭씨 24도일 때 시체는 5시간 후 완전히 딱딱해졌고 16시간이 지나자 사후경직이 사라졌다. 섭씨 37도일 때는 3시간 후 완전히 딱딱해졌고 6시간이 지나자 사후경직이 사라졌다. 인체의 근육은 쥐보다 훨씬 많아서 사후경직이 지속되는 시간도 비교적 길다. 법의학자는 섭씨 5도에서 냉장한 시체 146구를 관찰하여 시체의 사후경직이 10일간 지속되었으며 심지어 16일까지 지속되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는 사후경직이 완전히 사라지는 데 28일이 필요했을 것이다. 중독으로 사망한 경우 사후경직 시간도 달라진다. 스트리키닌 중독일 경우 사후경직의 출현과 해제는 가속화되고, 일산화탄소 중독일 경우에는 사후경직이 풀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사후경직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은 바로 운동이다. 사후경직은 근육세포의 다네소니 삼인산 함량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사망하기 전 격렬한 운동 또는 반항이나 몸싸움을 한 경우 아데노신 삼인산이 모두 소모되어 사후경직이 비교적 빠르게 일어난다. (264~265p)

2020/04/19

중세 유럽의 레시피 - 코스트마리 사무국 / 김효진 : 별점 1점

중세 유럽의 레시피 - 2점
코스트마리 사무국 지음, 김효진 옮김/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주제에 대해 깊숙히 파고들어, 일반 상식 이상의 정보를 전해준다는 취지의 AK Trivia books 시리즈의 한 권입니다. 제목 그대로 중세 유럽 요리의 레시피 43개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레시피 외에 중세 요리 및 저자의 중세 축제 체험기를 다룬 컬럼 몇 편이 함께 수록되어 있고요.

특징이라면 중세 유럽의 레시피를 현대의 재료로 재현하는걸 중요한 포인트로 잡고 있다는 점입니다. 부제인 "손쉽게 만들어 즐겁게 맛보는 중세 요리'에 충실한 셈이죠. 그래서 수록된 대부분의 레시피들이 실제로 현재, 그리고 가정 내에서 구현 가능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맛이 짐작 가능해서 딱히 신선한 레시피는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쿠민 수프'는 향신료 쿠민이 들어갈 뿐, 현재도 우리가 즐겨먹는 '달걀국'과 같아요. 버섯 수프 '펑거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닭 육수에 다듬은 버섯들과 파, 시나몬, 클로브, 후추를 넣고 끓이는 레시피와 결과물 사진을 보면, 닭 육수를 쓰기는 하지만 멸치 다시마 육수를 써서 만드는 버섯국과 별로 맛이 다를걸로 보이지 않습니다. '작은 새의 무덤' 이라는, 중세풍 이름의 요리도 그 정체는 다진 마늘, 소금, 후추와 버무린 닭다리살을 볶은 뒤 타임, 로즈마리를 넣고 레드 와인과 물에 조리는 와인 닭찜입니다. 이 정도라면, 우리가 흔히 먹는 닭가슴살 간장 조림에서 간장만 와인으로 대체하면 되는 수준이라 집에서도 충분히 만들어 먹을 수 있겠죠.
또 현대에 재현하기 위해 재료를 나름 응용한다는 것도 눈에 뜨입니다. 중세의 허니 토스트를 재현하기 위해 '식빵'을 쓰는 식으로요.

물론 현대에 중세 요리를 재현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나쁠건 없습니다. 문제는 내용의 깊이와 전문성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점이지요. 레시피 하나하나의 분량은 많아야 2페이지 정도에 머물 뿐으로, 정말 '레시피' 이외의 다른 정보가 거의 소개되지 않을 뿐더러, 레시피들의 출처들도 소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래서야 저자의 마음 속에서 그럴듯하게 꾸며낸 중세 유럽의 요리인지, 아니면 실존했지만 이를 현대에도 맛볼 수 있게 어레인지한 것인지 알 수 없어서 전문성 측면에서 도저히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네요.
수록되어 있는 컬럼들도 중세 유럽의 장미, 백합, 제비꽃에 대해 알려주는 정도만이 괜찮았을 뿐 그 외에는 별볼일 없었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쓸데 없는 저자의 중세 축제 체험기나 일본 내 중세 유럽 관련 행사에 대한 정보에 대한 사진과 비중이 높다는 건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풀 컬러지만 재현한 음식들 한 컷씩만 실려있는 수준의 도판도 딱히 대단하지 않으며 책의 완성도도 그냥저냥이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점. 중세 유럽의 레시피를 현대에 재현한다는 취지 외에 건질 내용은 거의 없습니다. 17,000원이라는 가격도 어처구니 없는 수준이고요. 이쪽 분야에 관심이 지극히 많으시더라도, 구태여 찾아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16/09/19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레시피 - 존 피셔 / 이승민 : 별점 1.5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레시피 - 4점 존 피셔 지음, 이승민 옮김, 존 테니얼 그림/정은문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음식, 요리 관련 항목을 발췌한 후, 해당 요리 레시피를 함께 소개하는 식으로 구성된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추리 소설에 등장하는 요리"에 대한 컬럼을 준비하고 있어서 혹 참고가 될까 싶어 읽어보았습니다.

허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구성부터 별로예요. 요리가 등장하는 항목에 대한 상세한 소개와 요리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발췌된 내용은 아무런 부연 설명 없이 정말 소설 속 해당 단락을 그대로 실어 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거기에 레시피가 더해졌을 뿐이에요.

레시피나 요리 관련 항목도 별 재미가 없습니다. 제법 그럴싸한 것도 있지만, 소설 속 내용을 멋대로 해석하여 레시피를 억지로 연결시킨게 많은 탓입니다. 먹으면 몸이 작아지는 '나를 마셔요 수프'의 경우, 소설 속 내용에는 조리법을 짐작케 하는 단서가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오렌지와 레몬 등 각종 과일을 끓인 과일 수프 레시피를 곁들이는 식으로요. 심지어는 요리와 전혀 상관없는 내용에 레시피를 결합시키기까지 합니다. 앨리스가 체셔 고양이를 처음 만난 장면 뒤에 '체셔 고양이 수염'이라는 요리 레시피를 덧붙인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요리가 대중적이고 유명하다면 아예 관련이 없지 않겠지만, 검색해보니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네요.

물론 빅토리아 시대의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놀이라는 '스냅드래곤'의 실체 - 그릇에 브랜디를 채우고 건포도를 넣은 다음 술에 불을 붙이고 불꽃 속에서 건포도를 낚아채 불이 꺼지기 전 입안에 넣는 것 - 등 처음 알게 된 내용이 없지는 않습니다. 부록으로 수록된 "정신의 식생활"이라는 컬럼도 아주 인상적이고요.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으면 몸에 해롭듯,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책을 읽거나 너무 책을 많이 읽으면 마음에 좋지 않다는 시각이 독특했던 덕분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발표 당시 그려진 존 테니얼의 삽화도 고풍스러운 매력이 넘쳐 마음에 들며, 책의 디자인도 예쁜 편이에요.

허나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으며, 170페이지 정도 분량에 13,000원이라는 가격도 과하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팬이 아니라면 구태여 구해볼 필요는 없습니다.

2014/06/05

군화와 전선 1 - 하야미 라센진 / 성동현 : 별점 4점

군화와 전선 1 - 8점
하야미 라센진 지음, 성동현 옮김/이미지프레임(길찾기)

곰의 신 보로스의 가호를 받는 러시아 마녀 바셴카와 NKVD 장교 나디아가 컴비를 이루어 동부전선에서 여러 활약을 한다는 내용의 밀리터리 판타지 옴니버스 만화입니다. 작가의 전작 "육해공 대작전"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주저 없이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몇몇 영화 외에는 제대로 접하기 힘들었던 2차대전 당시의 소련군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라는 점도 특이하지만, 주인공 중 한 명이 "마녀"라는 점은 정말 최고의 아이디어였습니다. 마녀 바셴카 덕분에 여러 가지 판타지 요소들이 어우러지면서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가 이어지거든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러시아의 산타클로스인 "데트 마로스"가 등장하는 에피소드였습니다. 독일군에게 납치되어 하루 만에 러시아 전역을 이동하는 방법에 대해 심문받는 데트 마로스를 구해낸다는 내용이지요. 제3제국의 SS 소속 마녀 디케 베르타의 등장도 상당히 신선한 설정이었고요.

아울러 작가의 장점인 정감 넘치는 캐릭터들, 특유의 펜선으로 구현한 꼼꼼하면서도 보는 사람을 흐뭇하게 만드는 작화도 마음에 듭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를 연상케 하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보여주는데에는 충분한 수준입니다. 밀리터리 마니아를 매료시킬 만한 디테일도 여전하고요. 각 에피소드별로 3꼭지 정도 할애하는 컬럼 "나사의 속삭임"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도 좋았습니다. 이 컬럼들만 따로 단행본이 출간되기를 바랄 정도로요.

그러나 실존했던 전쟁을 다룬 작품인 만큼 잔인한 묘사도 제법 등장합니다. "강철의 소녀들"만큼은 아니지만, 전쟁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묵직한 이야기도 몇 편 수록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단점은 아니지만 조금 기대와는 달랐어요. 또 굳이 깊게 파고들 필요는 없지만, 당시 소련군을 너무 좋게만 그린 점은 약간 불만이었습니다. 고바야시 모토후미의 고로도크 쪽이 더 현실에 가깝다고 생각되네요.

그래도 결론을 내리자면 추천작입니다. 만화로서의 재미와 더불어 지식욕까지 충족시켜주는 보기 드문 작품입니다.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꼼꼼한 번역과 한글화도 굉장히 인상적인 부분이었고요. 이런 책을 사지 않으면 무슨 책을 사겠습니까? 별점은 4점입니다.

2020/06/13

미스테리아 23호 - 미스테리아 편집부 : 별점 2점

미스테리아 23호 - 4점
미스테리아 편집부 지음/엘릭시르

엘릭시르에서 출간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추리 전문 잡지로 2019년 3월 출간된 과월호입니다. 특집이 "명탐정 코난"이라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는데, 알라딘에서 중고를 발견해서 저렴하게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실망에 가깝습니다. 과월호로 산게 다행이다 싶더군요. 특집인 "명탐정 코난"이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명탐정 코난"이 "소년탐정 김전일"의 대 히트로 기획되어, 당시 신인 만화가였던 아오야마 고쇼에 의해 창작되었다는 첫 출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소개해주고 있는 구성은 나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나무위키 등 인터넷 상에 있는 각종 정보들과 별 차이가 없다는 점입니다.
"코난" 속 주요 등장인물 이름과 지명의 유래에 대한 소개가 대표적입니다. 주요 등장인물마다 이 특집 전체 분량만큼을 할애하고 있는 나무위키에 비하면 턱도 없는, 그야말로 기본 정보만 알려줄 뿐이라 무척 실망스러웠어요.
만화 속 에피소드를 클로즈드 서클, 밀실, 암호, 다잉 메시지, 독살, 마술사, 알리바이, 미스터리 투어, 물리 트릭의 8종으로 분류하여 소개하는 내용은 더 별로에요. 일단 분류부터가 말이 안되지요. 클로즈드 서클과 미스터리 투어는 이야기의 '상황' 이고, 밀실, 암호, 다잉 메시지, 알리바이, 물리 트릭은 '트릭' 이며, 독살은 방법, 마술사는 직업이라 아무리 보아도 동일한 수준의 분류가 아닙니다. 주요 소재를 끄집어 내었을 뿐입니다. 이런 식으로 키워드를 도출한 뒤 관련된 추리 소설 등을 풀어놓는건 그다지 어려울 것 같지도 않고요. '마술사'를 이야기하는데 마술사 탐정인 그레이트 멀리니 인용이 없는 등 내용도 부실합니다. 이런건 아무래도 저자 편의에 따른 특집 기사 페이지 보충용 글 뭉치가 아니었나 싶은 의심이 듭니다. 저만 해도 이런 키워드에 '변장'이나 '축구' 를 추가하여 이야기를 풀어내는건 금방 할 수 있거든요. 변장이 등장하는 범죄물은 수도 없고, 축구는 "파리의 밤은 깊어" 정도만 당장 떠오르지만, 다른 스포츠 물도 인용하면 충분히 한 꼭지 글은 만들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는 정보, 무의미한 키워드 도출말고 코난에 대해 의미있는 컬럼이나 분석이 실리는게 더욱 좋았을겁니다. 추리 만화계 전반의 흐름과 함께 코난이라는 작품의 위치를 짚어주어도 좋았을테고요. 이 특집은 구태여 구해 읽을 필요없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특집 기사 외에도 책 소개라던가, 드라마 작가인 도현정 작가 인터뷰도 이번 호는 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도현정 작가 인터뷰는 두 번째 핵심 기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분량이기는 한데, 드라마들 전부를 보지 못했고 딱히 관심도 없어서, 드라마 중심으로 인터뷰가 이루어지는 내용은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너무 많았어요.

하지만 재미있는 기사와 글이 없는건 아닙니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속 음식들을 작품과 함께 재미나게 소개하는 정은지 작가의 컬럼은 언제나처럼 포만감을 주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법의학을 통해, 상세한 과학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낸 과거 사건을 소개해 준다던가, 옛 사건을 기록한 논픽션들도 마음에 드는데 이 중에서도 1950년대 말, 한국 최초의 텔레비전 방송국 HLKZ의 화재 사건은 몰랐던 사건이라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보험금을 노린 고의 방화인지, 정말 실수인지, 누군가의 음모인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결말도 재미있었어요.
"겨울 여자"를 쓴 조해일의 범죄 소설 "갈 수 없는 나라"에 대한 글도 인상적입니다. 대중 소설의 1인자가 추리, 범죄 소설의 수법을 차용하여 사회파스러운 작품을 일찌기 발표했었지만, 작가 스스로도 한계를 느낀 범작에 머무른 이유를 비교적 정확하게 서술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해방 후 20세기까지 한국 추리 소설의 한파가 어디서 어떻게 비롯되었는지를 유추해 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수록된 소설들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국 작가 송시우의 "누구의 편도 아닌 타미"는 엄지 척! 입니다. 작가의 단편집에 등장했던 서행물산 총무부 과장 임미숙이 등장하는 시리즈 단편인데 일상 속에서 벌어진 비일상적인 상황과, 그 속에서 빚어진 범죄를 일반인 임미숙이 해결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서행물산의 문제아 신입사원 추예나의 집을 찾아간 임미숙이, 그녀의 집에서 나타난 수상한 남자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하다가 추예나의 건방진 전화를 받고 진상을 깨다는 부분이 백미에요. 간단한 암호 트릭인데, 그 수준이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설득력은 충분했습니다. 다른 시리즈 작품을 꼭 찾아 읽어봐야겠어요.

실리아 프렘린의 "정말 필요한 경우"는 오싹, 불쾌하면서도 서늘한 반전이 있는 일종의 '기묘한 맛' 류의 작품입니다. 80이 넘은 독신 노처녀가 공짜 전화를 놓는게 위험하다고 말한 이유를 그리고 있는데, 앞 부분의 복선과 함께 하는 반전은 꽤 그럴싸 했습니다. 빼어나지는 않아도, 평균은 되는 좋은 작품입니다. 

마지막의 "가스등"은 히치콕 영화로 유명한 작품 시나리오를 3부작으로 나누어 1부를 싣고 있는데, 영화를 한 번 찾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흥미진진하더군요. 굉장히 오래되었지만 서스펜스만큼은 명불허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다른 장점들이 없는건 아니지만 특집 때문에 구입했는데, 특집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마음에 들었던 논픽션들만 별도로 출간되기를 기다리는게 훨씬 낫아 보이네요.

2025/01/19

(번역) 컬럼 : 책 모형을 소재로 한 추리소설 "고양이 혀에 못을 박아라"

전에 읽었던 "고양이 혀에 못을 박아라" 속에 등장하는 츠즈키 미치오의 책에 대한 재미있는 컬럼을 발견해서 소개드립니다. 원문은 이 곳입니다.

책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관심있게 읽을 수 있는 주제라 생각합니다. 저는 전자책 버전으로 읽었는데, 책이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는걸 전혀 몰랐습니다. 이런건 - 빌 벨린저의 "이와 손톱"도 마찬가지겠지요? - 정말 전자책으로는 느낄 수 없는 감성인데, 기술 발전과 전자책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책 모형이란 무엇인가?

책 모형(束見本)은 대량으로 인쇄 및 제본을 시작하기 전에 실제 사용될 종이를 이용해 시험적으로 제작된 책입니다. 몇 부 정도만 인쇄소에 의뢰하여 만들어지며, 이를 통해 완성된 책의 외형과 특징을 미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책의 두께(등 너비), 무게, 열림 정도, 촉감 등을 사전에 검토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죠.

이 책 모형은 인쇄 작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표지와 본문 모두 하얗게 비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서점에서도 이러한 백지 책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일기장, 메모장, 혹은 그림책으로 활용하는 등 용도가 다양합니다.

책의 구성은 편집자가 페이지를 배치하고, 디자이너나 책 제작자가 종이를 지정하여 완성됩니다. 특히 고급 제본(上製本)의 경우에는 세부적인 제본 양식을 지정해야 하며, 이 단계에서 속지, 책갈피(스핀), 꽃무늬 천(花布) 등도 결정됩니다. 그러나 책 모형은 대량 생산 과정과는 달라서 최종 완성본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부 상자를 제작할 때는 실제 제작된 책의 크기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 있죠.

추리소설 『고양이 혀에 못을 박아라』

이러한 책 모형을 소재로 한 독특한 추리소설이 있습니다. 일본 작가 츠즈키 미치오(都筑道夫, 1929~2003)의 "고양이 혀에 못을 박아라"는 1961년에 출간된 작품으로, 이후 여러 출판사를 통해 재출간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책 모형의 구조를 활용한 독창적인 트릭과 기발한 이야기로 많은 독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소설의 줄거리

주인공인 아와지 에이이치(淡路瑛一)는 잡지에 잡문을 쓰며 생계를 유지하는 작가입니다. 그의 집에는 책 모형이 있었고, 주변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계기로 그는 책 모형을 일기처럼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독자들은 주인공이 기록한 일기 형식의 글을 읽으며 사건을 따라가게 됩니다.

경찰은 주인공을 용의자로 의심하지만, 그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진범을 찾기 위해 직접 탐정 역할을 맡습니다. 하지만 자신도 누군가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주인공이 용의자, 탐정, 피해자의 세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트릭과 결말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는 몇 장의 공백 페이지가 등장합니다. 책 모형에서 공백 페이지는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당시 독자들은 이를 인쇄 사고로 오해하여 반품하는 일이 잦았다고 합니다. 특히 초판본은 페이지 번호도 없어서 더 혼란을 주었습니다.

갑자기 공백 페이지가 나타난다. 공백 페이지가 가장 많은 책은 헤이안쇼텐(平安書店) 판본으로 9페이지이며, 고단샤 문고(講談社文庫)는 6페이지, 고분샤 문고(光文社文庫)는 5페이지이다. 이는 접지 방식의 특성 때문일 수도 있다.
책 속 깊숙한 부분에 몇 줄로 조판된 글자가 있다. 그곳에 사건의 진상이 적혀 있다.

소설의 진상은 공백 페이지의 깊숙한 부분에 적혀 있습니다. 단순히 책을 넘기기만 해서는 발견할 수 없도록 만든 주인공의 의도였죠. 이러한 트릭은 소설의 물리적 형식을 활용한 뛰어난 장치로 평가받습니다.

작품이 남긴 의미

저는 대학생 시절 이 작품을 통해 책 모형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편집자로 일하게 되면서 이 책이 제게 미친 영향을 실감하게 되었죠. 이야기의 플롯과 책 제작의 물리적 구조가 서로 맞물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사례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큰 반응을 얻지 못해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그래도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작품의 배경이 된 신주쿠, 이케부쿠로, 고이시카와 등 익숙한 장소들을 떠올리며 가끔 이 책을 다시 읽곤 합니다. 책 속에 담긴 일본 에도 시대 문화와 언어유희 역시 이 소설을 특별하게 만드는 매력입니다.

추가 이야기 (2016년 2월 27일)

오랫동안 꿈꾸던 "고양이 혀에 못을 박아라"의 초판본을 드디어 손에 넣었습니다. 페이지 번호가 없는 공백 페이지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죠. 당시 이 페이지는 독자들로부터 반품 요청이 빗발쳤던 악명 높은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이 초판본은 제 서재의 소중한 보물이 되었고, 다른 희귀 서적과 함께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이 작품의 전자책 버전도 출간되었습니다. 공백 페이지가 어떻게 디지털화되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2016/05/18

SF 영화 - 김종철 외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별점 1.5점

SF 영화 - 4점
김종철 외 지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엮음/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사)

동서고금의 SF 영화의 대표작들을 시대순으로 훝는, SF 영화 소개 연대기입니다.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엮음' 이라는 명칭 하에 김종철, 이용철, 김봉석, 듀나, 김도훈, 유지선, 이상호 씨가 저자로 참여하였습니다.

머리말에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장르별로 100여 편의 걸작들을 선정하여 소개하는 책이라고 되어있는데, 이 책에 소개된 작품은 88편입니다. 수록작 면면을 보면 100편을 채우기가 그리 어려웠을 것 같지는 않은데 이유는 잘 모르겠군요. 뭐 소개작 중 제가 본 영화는 32편에 불과하니 이래라 저래라 하긴 어렵지만요.

그런데 솔직히 기대에 전혀, 전혀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냥 피상적인 개인 감상에 그치는 글이 있는 식으로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못한 탓이 큽니다. 개중 최악은 "사구"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그냥 거대한 실패작이다라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풀어낼 뿐이에요. 저는 아주 좋아하는 작품입니다만, 개인의 호불호를 떠나 거대한 실패작이 왜 SF 걸작이랍시고 소개된답니까? 책의 취지에 맞지 않는 글이 수록된건 필자가 여러 명 때문이다? 핑계에 불과합니다. 책의 취지에 맞게 왜 그 영화가 선정되었는지, 후대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 등 모든 글들이 동일한 포맷으로 작성하도록 명확한 가이드를 줬어야 했어요.

물론 소개된 영화가 왜 SF 영화사에서 중요한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제대로 짚어주는 글이 없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이 역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의 재탕에 불과한게 많다는 점이지요.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많은 정보가 노출된 유명 작품일수록 그 정도가 심합니다. "매트릭스"가 대표적입니다. 어떤 내용이 언급될지 예상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더라고요. 스탠리 큐브릭, 제임스 카메론, 존 카펜터, 폴 버호벤, 뤽 베송의 작품들 소개들도 대체로 그러했고요.

마지막으로 도판이 부실하다는 점도 굉장히 실망스러웠습니다. 특히 소개에서 작품의 아름다운 미술을 찬양하는 작품의 경우에는 반드시 도판이 필요했다 생각되는데, 이 책에서는 영화 포스터조차 수록되지 않은 작품이 대부분이에요. 저작권 문제가 있으리라 여겨지지만, 상상력을 비쥬얼로 표한한 시각효과가 SF 영화에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점에서, 그리고 다른 유사한 책의 사례를 볼 때 솔직히 직무유기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참고할 수 있는 사진은 물론, 보다 상세한 소개에 무료 감상이 가능할 경우 방법까지 소개해주고 있는 몇몇 블로그들(이글루스의 예를 들자면 사자왕 님 등)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집니다.

다행히 건질게 없는건 아닙니다. 영화제의 이름을 걸고 쓴 책다운 독특한 기획은 괜찮았거든요. 여러 거장들 - 린 타로, 가네코 슈스케, 더글러스 트럼블, 토미노 요시유키 장 지로 (메비우스) - 과의 인터뷰가 개중 백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더글러스 트럼블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어요. 그가 어떻게 특수 효과의 세계에 뛰어들었는지, 어떤 영화가 가장 마음에 드는지, 왜 더 이상 영화를 감독하지 않는지 등이 담담하게 이야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토미노 요시유키가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 달라는 말에 "애니메이션을 절대 좋아해서는 안 된다. 좋아하면 그 틀 안에 갇혀 버리게 된다."라고 답한 것도 인상적이고요. 저는 절대 동의하진 않지만...
SF 영화에 대한 컬럼들도 꽤 재미있는 편입니다. 특히나 리메이크에 대한 글은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아울러 제가 보지 못했던, 그리고 잘 몰랐던 영화들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도 반가운 일이긴 합니다. 개중 몇개 뽑아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 "환송대": "12 몽키즈"의 원형. 30분짜리 단편으로 스틸 사진을 연결해서 만들었다는 형식도 독특할 것 같이 기대되네요.
  2. "세컨드": 인물의 정체성에 대한 SF의 선구자적 영화라는데 엔딩이 무척 궁금합니다. 다른 인생을 살게 된 남자가 전 부인을 다시 만난 뒤,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3. "흡혈귀 고케미도로": 일본산 SF인데 소갯글만 읽어도 황당합니다. 당연히 관심도 가고요.
  4. "사일런트 러닝": 숨겨진 SF 영화의 걸작을 단 한 편만 꼽으라면 이 영화를 꼽겠다는 도발적인 서두, 만약 이 영화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 당신은 SF 영화의 역사 속에서 가장 중요한 텍스트북 하나를 통째로 날린 것이나 다름 없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스타 워즈" 사이의 연결 고리다라는 마지막 글만으로도 흥미를 잡아끄는 작품.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보고 싶군요.
  5. "죽음의 중계": 대부분의 병이 퇴치된 세계에서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여주인공을 TV로 생중계한다는 플롯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무려 1980년에 이런 아이디어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할 따름이에요. 스포일러이기 때문인지 엔딩이 소개되지 않았는데 결말이 궁금해 미치겠습니다!
  6. "슈퍼 에이트": JJ 에이브럼스가 만든 스필버그 식 모험담이라죠? "구니스" 등과 비슷한 작품일 것 같은데 언젠가 때가 되면 딸아이와 보고 싶어집니다.

이렇듯 장점이 없지는 않으나 앞서 말씀드린 단점이 더 커서 좋은 점수를 줄래야 줄 수 없네요. 90년대 "키노"의 전성기처럼 책이나 잡지 외에 정보를 구할 방법이 없었더라면 나름의 가치는 분명했겠지만 지금 읽기에는 시대착오적인 책입니다. 웹진 컬럼으로 해당 영화 정보가 링크로 걸려있는 형태였다면 그나마 나았겠지만 말이죠. 단지 영화 소갯글 모음에 15,000원이라는 가격도 과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SF 영화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싶다! 정도의 매니아가 아니시라면 구태여 구해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긴, 그 정도의 매니아시라면 이 책에 실린 정보들 정도는 이미 알고 계실테지만요.

2013/08/14

세계의 불가사의한 건축 이야기 2 - 구마 겐고 외 / 권은희 : 별점 2.5점

세계의 불가사의한 건축 이야기 2 - 6점
구마 겐고 외 지음, 권은희 옮김/까치

건물 하나당 한 장 분량의 짤막한 글과 사진으로 구성된 전편에 이어지는 건축물 관련 서적. 몰랐는데 아사히 신문 연재 컬럼이라고 하네요.

이 책의 장점은 아주 확실합니다.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사진이 굉장히 멋지다는 점이죠. 글들은 4명의 작가가 나누어 썼는데, 개인적으로는 아름다움이나 기묘함만을 설명하는 다른 작가들과는 다르게 그 건축물의 의미를 다각적으로 보는 후지모리 데루노부의 글이 가장 좋았습니다. 일본에 라이트 등 유명 건축가들의 건물이 제법 있다는 정보는 솔깃했고요. 여행 갔을 때 좀 알고 돌아볼걸...

그러나 건축물에 대한 정보 전달 측면에서는 많이 부족하다는 점, 전편보다 참신함과 재미가 부족하다는 점은 단점입니다.

정보 부족의 경우, 이 책을 사진과 함께 하는 일종의 건축물에 대한 감상 중심의 에세이로 규정한다면 단점이 아닐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두 번째 단점은 심각합니다. 에펠탑이나 런던의 유리 달걀 같은 관광지화된 유명 유적에다가 가우디, 르 코르뷔지에, 반 데어 로에, 라이트 등 유명 건축가의 대표작들은 이런저런 다른 매체에서 너무나 많이 보아왔던 것들로, 이 책의 제목인 "불가사의한"과는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 아트북 같은 책의 성격은 마음에 들지만 전편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마음에 든 건축물들을 몇 개 꼽아본다면 아래와 같습니다.

카이딘 황릉

베트남 최후의 황제 바오다이 바로 직전의 황제인 카이딘 황제의 능. 철근 콘크리트와 가우디 취향의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지만 슬프고 품위가 없는 분위기라는 기묘한 건물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긴타이쿄

그야말로 우키요에의 풍경 그림 같은 독특한 다리. 직접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야마구치현, 이와쿠니번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르세 미술관

1970년대 초 철거될 예정이었으나 1968년 5월 혁명 후 이의가 제기되어 보존이 결정되고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건물. 워낙에 유명한 곳이라 내용은 잘 알고 있었지만, 20세기에 대한 이의제기가 관광 명소 만들기에 불과했다는 씁쓸한 결말이 인상적입니다.

이탈리아의 몬테마르티니 박물관

히틀러의 전체주의와는 다르게 이탈리아의 파시스트는 미래파를 후원하는 등 디자인 선진국다운 미의식의 소산이 보였다죠. 그래서인지 다른 국가의 오래된 건물을 박물관화하는 프로젝트는 모두 오르세 미술관처럼 역사적 건물 안에 근현대 미술품을 전시한 의외성이 특징이나, 이 미술관은 고대 조각을 수용했다는 독특함이 돋보입니다. 책에서는 이러한 것이 영원한 디자인 대국다운 면모라고 하네요.

스트로베리힐 빌라

고딕 호러 오트란트 성의 작가 호레이스 월폴이 자신의 고딕 취미를 반영하여 건축한 자택. 당시 기준의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잔뜩 집어넣으려 노력한 것 같은데 사진만 보면 괴기스럽다기보다는 지나칠 정도로 화려하다 느껴집니다. 시대가 많이 변한 탓이겠죠.

긴자 라이온

1934년에 개업한 맥주 마니아의 성지. 건축적인 의미보다는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가보고 싶더군요. 사진만 보면 뭐... 그냥 강남 지하에 있는 맥주집 같긴 하지만요. 참고로 이 "긴자 라이온"은 대일본맥주의 직영 맥주홀로 1934년 개장하였으며, 연중무휴로 생맥주 한 잔은 25전이었다고 합니다.

2020/06/28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 - 강석기 : 별점 2점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 - 4점
강석기 지음/Mid(엠아이디)

과학 전문 컬럼니스트 강석기의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 에세이로 과학 동아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엮은 책입니다. 

그런데 일러스트는 사실 별 볼일 없습니다. 딱히 일러스트가 있어야 할 이유도 모르겠고요. 또 모두 50편의 수록된 컬럼 모두가 흥미롭거나, 재미를 자아내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재미있는 주제도 없지는 않습니다. 몇 가지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꼽아보자면, 우선은 사람들의 대인관계 범위, 즉 네트워크가 한정돼 있어 새로운 사람을 사귀게 되면 기존 네트워크에 올라와 있는 사람 가운데 누군가를 잘라내기 마련이라는 이야기입니다. 1990년대 영국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과 로빈 던바 교수는 사람의 뇌 크기를 토대로 인류의 이상적인(구성원 각자가 서로 잘 아는) 집단의 규모가 150명 내외라고 주장했다는군요. 이를 '던바의 수'라고 부르는데, 오늘날 던바의 수는 실질적인 인적 네트워크의 한계로 인식되고 있다고 합니다. 즉, 네트워크에 한계가 있으니, 누군가 선호 네트워크에 추가되면 누군가는 내려가야 하는 법인 셈이죠. 저는 150명까지는 안 될 것 같은데, 나중에 한 번 추려봐야겠습니다.

위대한 철학자, 과학자들의 산책 습관과 이들의 엄청난 창조력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놀랍습니다. 학술지 실험심리학저널 2014년 7월호에는 걷기가 정말 창의력을 높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고 하네요. 걷는 게 무조건 도움이 되는 건 아니며, 걷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을 정도의 편안한 걸음, 즉 산책 같은 걷기가 효과가 있다는데,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모른답니다. 여튼, 회사에서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는 잠깐 걷는게 상책인 듯 합니다.

선택 어업의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연 상태에서 물고기는 한 번에 알을 수만 개나 낳고, 이 가운데 살아남은 강한 녀석들이 짝짓기를 해(물론 체외수정이지만) 종을 이어갑니다. 자연계에서는 어리거나 병든 녀석들은 사망률이 높기 마련이고요. 그런데 선택 어업은 정 반대로 작고 어린 녀석들은 그물망을 빠져나가 살아남으며 커다란 물고기만 잡히게 됩니다. 어획량이 적다면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겠지만, 지금처럼 어자원고갈에 이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총량을 규제하는 상황에서는 선택어업이 덩치 큰 물고기의 사망률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결국 몸집이 크게 자라고 늦게 성숙하는 유전자를 지닌 물고기들의 비율이 줄어들고 대신 조숙하고 몸집이 작은 경향의 물고기들이 늘어나게 됩니다. 큰일이에요.
이런 부자연 선택은 캐나다 큰뿔양의 뿔 크기에서도 증명됩니다. 사냥꾼 한 사람이 사냥할 수 있는 큰뿔양 마리수를 제한하자, 사냥꾼들은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큰 뿔을 지닌 큰뿔양만을 골라 사냥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불과 20여 년 만에 뿔의 크기는 평균 25%나 줄어들었다네요. 원래 큰 뿔은 성선택으로 나타난 표현형으로, 뿔이 크고 화려할수록 수컷이 더 건강하고 활력이 넘친다는 증거이므로 암컷들이 선호하기 때문에 오랜 세월에 걸쳐 큰뿔양의 뿔은 더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는데 사람들이 선택적인 사냥에 나서면서 불과 20년만에 성선택에 완전히 반대가 되는 방향의 진화를 이끌어낸 셈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선택어업' 대신 어획량과 크기를 규제하지 말고 어획량만 규제하는 '균형어업'으로 어업정책을 바꿔야 할 때라고 하는데, 그럴 듯 합니다. 앞으로는 "도시 어부"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자를 대고 기준에 못 미치는 물고기는 놓아주는 모습도 사라져야 할 것 같네요.

아울러 더운 여름, 주목할 수 밖에 없었던 내용이 있습니다. 완벽한 냉난방 시스템은 우리 몸의 대사율을 떨어뜨리는 데 일조한다는 내용이지요. 25도 내외에서 정적인 생활을 하게 되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우리 몸이 별도의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너무 더우면 땀을 내 체온을 식혀야 하고 너무 추우면 몸을 덜덜 떨어, 즉 근육에서 영양분을 연소시켜 열을 내야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25도 내외의 온도가 유지되어 몸의 대사율이 떨어지면, 즉 에너지를 덜 쓰게 되면 섭취한 여분의 에너지는 지방으로 축적되고 이것이 현대 사회 비만이 만연하게 된 원인 중 하나라고 하네요. 그래서 연구자들은 겨울철 난방 온도를 좀 내려 몸이 지방을 태우는 '열생성'을 통해 체온을 유지하게 만들자고 주장한다는데, 잘 되면 좋겠습니다.

집단의 크기가 문화적 복합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험도 재미있습니다. 그물 설계 실험을 거쳐 집단 내 구성원 숫자가 많으면 많을 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걸 증명한 실험입니다. 이를 통해 고립된 개인이나 소수 집단은 복잡한 문화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고 만들어낼 수도 없음을 잘 알 수 있습니다. 한편 피험자들이 두 과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실험 조건 역시 집단의 크기가 클수록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는군요. 능력에 따른 노동의 분업을 통해 두 과제 모두 성공적으로 수행했기 때문입니다. 오래전 ABE 문고에서 "마지막 인디언"이라는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결국 이 마지막 인디언이 모든 문화를 전달하는건 불가능했을거라는게 참 아프게 다가옵니다. "나는 전설이다"역시 마찬가지고요.

마지막으로 동아시아인들이 관계지향적이고 통합적 사고를 하는 이유가 벼농사를 지었기 때문이며, 개인주의이고 분석적 사고를 하는 서구인은 밀농사를 지었기 때문이라는 가설도 재미있어요. 벼농사는 물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규모 관개시설이 필요하고 농사를 지을 때도 이웃 간에 물을 잘 나눠 써야 한며, 피를 뽑는 작업 등 밀농사에 비해 두 배 이상 손이 많이 가는 탓입니다. 그 결과 벼농사권에서는 상부상조하는 관습이 이어져왔고 나보다는 우리'를 앞에 둘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그러나 밀농사는 자연 강우에만 의존하고, 일이 고되기는 해도 나 혼자 힘으로 내가 먹을 걸 얻는 데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농사의 독립성이 컸고 그만큼 다른 사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이런 생활패턴이 수천 년 이어져오면서 동아시아인과 서구인의 사고방식에 근본적인 차이가 생겼고, 동아시아인 가운데서도 특히 논농사가 압도적인 한국인과 일본인에서 전형적인 동아시아적 사고 패턴이 보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럴싸하지요?
그러나 요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앞으로는 어떻게 바뀔지는 잘 모르겠네요. 저 개인적으로는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상부상조하는 전통만큼은 앞으로도 유지되면 좋겠다 싶습니다.

그러나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 글은 소수이고, 전체적으로는 재미 측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제 관심사 밖의 이야기도 많았고요. 또 제목처럼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지만, 내용은 별다를게 없는 글들도 실망스러웠습니다.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 그냥 인간이 오래 전에 키웠기 때문이랍니다. 다른 내용은 없어요. 그래서 제 별점은 2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