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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4

세계의 전투식량을 먹어보다 - 키쿠즈키 토시유키 / 오광웅 : 별점 3점

세계의 전투식량을 먹어보다 - 6점
키쿠즈키 토시유키 지음, 오광웅 옮김/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굉장히 특이한 주제를 깊숙이 파고드는 AK Trivia book 시리즈의 한 권으로, 제목 그대로 세계의 전투 식량과 그 역사, 기타 관련된 정보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초반에 등장하는 여러 국가들의 현용 전투 식량에 대한 소개부터가 엄청난 수준입니다. 레이션 별 칼로리까지 소개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물론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왠만한 쇼핑몰에서 다양한 국가의 전투 식량을 구입할 수 있어서 특별한 내용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허나 하루의 3끼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등 이 책에서 제공하는 상세 정보를 알기는 어렵기 때문에 나름의 가치는 확실합니다.
또한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전투 식량에는 치킨 누들, 즉 라면이 포함되어 있다, 프랑스 전투 식량은 그 맛이 빼어나서 과연 프랑스답다, 스위스 전투 식량은 그냥 민간 시장용 시판물을 패키징한 것에 불과하다는 등의 재미있는 정보도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소개된 국가들 전투 식량 중에서는 러시아 것이 가장 탐나네요. 

이러한 현용 전투 식량 소개 외에도 미국 독립전쟁에서부터 다루고 있는 병영식의 역사 등 관련 자료도 풍부합니다. 미국 남북 전쟁부터 통조림이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는건 처음 알았습니다. 심지어 당시 깡통 통조림을 생산했던 밴 캠프사와 언더우드사는 현재도 건재하며, 당시와 똑같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니 한 번 구해서 먹어보고 싶어집니다.

뒤로는 1차 세계 대전, 2차 세계 대전과 베트남 전쟁과 현대의 병영식이 소개되는데 역시나 흥미롭습니다. 병영식, 전투 식량의 발전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간단하게나마 일람할 수 있는 좋은 자료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2차 세계 대전과 베트남 전쟁 전투 식량이 별 차이가 없는게 좀 의외였습니다. 2차 대전 때 어느정도 전투 식량의 형태가 완성된 탓이겠지요?
그리고 병영식은 기본적인 주식 외에도 초콜릿이나 잼, 사탕류와 기타 국가별 특이한 음식들이 망라되어 있으며, 이 외에도 레이션을 구성하는 가열제와 액세서리 백으로 제공되는 각종 액세서리 및 커틀러리와 식기, 조리 도구 등 관련된 아이템들 소개도 빼 놓지 않습니다. 

전투 식량 속 단골 아이템을 꼽아서 언제부터 전투 식량에 포함되어 제공되었으며, 국가별로 어떤 차이를 보내는지를 알려주는 챕터도 흥미로우며, 맨 마지막에 '오래전 야전식을 재현하자!'는 취지로 소개하는 미국 독립전쟁, 남북전쟁과 구 일본 육군 야전식 레시피도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보입니다. 딱히 해 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요.

아울러 이 모든 내용이 방대한 도판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확실히 일본인들이 뭔가 집요할 정도로 파고 드는건 잘하네요.

그러나 일본인이 쓴 책이라 일본 자위대, 그리고 2차 대전 당시 구 일본 육군의 전투 식량과 병영식에 관련된 정보가 많다는 건 아쉽습니다. 자위대 전투 식량은 전 메뉴를 소개하고 있기까지 하거든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그래도 대한민국 육군의 전투 식량도 소개되고 있다는게 위안거리겠지요.
그리고 전투 식량 소개와 역사 및 기타 정보가 이른바 선진국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도 단점입니다. 제 3국이나 아프리카 등의 전투 식량 소개가 더 많았으면 좋았을 겁니다.

이렇게 단점이 없지는 않으나, 그래도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저처럼 '잡학다식' 쪽 분야에 관심있으신 분들이라면 다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는 책이거든요. 전투 식량도 좀 사 먹어 봐야 겠군요. 러시아, 없다면 프랑스 것이라도요. 또 AK Trivia book 시리즈도 몇 권 더 구입해 보아야겠습니다.

2026/01/30

세계사 만물 사전 - 헤이본샤 편집부 / 남지연 : 별점 1.5점

AK Trivia Book 시리즈의 한 권입니다. 도감형 사전이지요. 제목 그대로 세계사와 관련된 각종 사물과 개념을 짧은 설명과 도판으로 소개해 줍니다. 

하나의 주제를 깊게 파고들기보다는, 매우 짧은 항목들이 이어지는 구성이라 부담 없이 넘겨보기 좋습니다. 한 항목이 대개 도판 하나와 그에 덧붙여진 설명 정도로 끝나는 덕분입니다.
다른 사전이나 도감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소재들이 제법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특히 바다와 선박 관련 정보가 비교적 풍부한 편으로, 범선의 구조를 보여주는 도판이나 돛을 포함한 요트의 상세한 구성 설명은 꽤 볼만했습니다. 이런 부분은 만화 “해왕기”를 볼 때 참고삼아 보아도 좋겠더라고요.
말과 수레, 썰매에 대한 설명도 충실합니다. 특히 썰매를 도판과 함께 체계적으로 소개한게 눈에 띕니다. 여기에 더해 자물쇠와 열쇠, 촛대, 샹들리에처럼 일상적인 소품들의 상세한 설명도 좋고요. 특정 시기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분명 유용한 정보일 테지요.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깊이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항목이 도판 하나에 짧은 설명으로 끝나며, 배경이나 역사적 맥락 없이 현상만 나열하는 경우가 많은 탓입니다. 무엇을 왜 그렇게 쓰게 되었는지, 어떤 흐름 속에서 발전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목차 구성도 아쉽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분류했는지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국가와 전쟁에서 바다, 범선, 기선으로 이어지고, 다시 기구와 항공기, 말과 수레, 썰매로의 흐름은 그나마 이해가 되는데 이후에 등장하는 농업과 농민, 의상, 민족, 속옷, 우산, 신발 등은 맥락도 불분명하고 주제 간 레벨 차이도 큽니다. 한 책 안에서 무엇을 중심으로 보고 있는지 감이 잘 잡히지 않습니다.
그리고 건축과 유적, 신화와 신을 다룬 부분은 도판이 특별히 뛰어나지도 않고, 설명 역시 관련 전문 서적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단순해서 실망스럽습니다. 굳이 이 책에서 다뤄야 했을 영역이 아니에요. 무기들도 마찬가지고요. 

도판도 수가 많고 성의가 느껴지며 하나의 일관된 일러스트로 제공된다는건 좋은데, 인쇄 문제인지 전체적으로 품질이 썩 좋지 못합니다. 이는 도감이라는 책의 정체성을 미루어 볼 때, 최악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AK Trivia Book 중에서도 최악 중 하나에요. 추천할만한 책은 아닙니다. 

2017/08/18

물건의 탄생 - 앤디 워너 / 김부민 : 별점 3점

여러가지 일상 속 물건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려주는 미시사 만화책입니다. 욕실, 옷장, 거실, 주방, 카페, 사무실, 마트, 술집, 야외라는 8개 항목의 대분류로 구분된 44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정말로 우리 생활 속에 맞닿아 있는 사소한 물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게 특징입니다. 불과 수 십년 전만 해도 대세였던 고리가 달린 캔 뚜껑 따개를 누가 만들었는지, 지금과 같이 뚜껑이 떨어지지 않게끔 누가 개선했는지 알려주는 식으로요. 덕분에 익히 잘 알려진 이야기들의 비중이 높고요. 문제는 그 중에서도 면도기, 고양이 모래, 비단, 찍찍이(벨크로), 옷핀, 슬링키, 전자레인지, 볼펜, 종이, 포스트잇, 종이봉투, 인스턴트 라면, 아이스크림 콘, 감자칩, 철조망의 15종은 이미 다른 책에서 상세하게 접한 내용이라는 것이지요.
또 220페이지에 불과한 분량으로 머릿말, 참고 문헌, 감사의 말 등을 제외하면 이야기 하나 당 4페이지를 갓 넘는 정도라 그다지 밀도가 높다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만화로서 꽤나 재미있는 덕분입니다. 별 것 아닌 이야기에서 나름 드라마를 뽑아내어 전개하고 있어서, 이야기 하나하나가 만화 한 편으로 볼 만 하거든요. 유머러스하게 전개도 즐거웠고요. 흑백 톤으로만 그려져있지만 정확한 뎃셍으로 그려진 작화도 이야기에 딱 맞아 떨어집니다. 이런 부분은 "만화로 보는 맥주의 역사"와는 다른 명확한 장점이죠. 

아울러 1/3이 다른 책에서 나온 것이라 해도 2/3는 새로운, 신선한 정보들이라 이러한 것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비롯된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괜찮았어요. 1904년 흑인 여성 마담 C.J 워커가 샴푸로 대박을 쳐서 미국 최초로 자수성가한 여성 백만장자로 기록되었다는 이야기, 흑인 혼혈 청년 마첼리허르가 네덜란드령 기아나에서 필라델피아로 이주한 후 구두 골 위에 가죽을 씌우는 라스팅 공정을 자동화하는 기계를 발명한 이야기, '요요'는 필리핀에서 유래되었는데 1915년 미국으로 이주한 요요의 달인 페드로 플로레스가 대량 생산을 처음 시작한 후 던컨이라는 미국인에 의해 전국적 인기를 얻지만, 이후 '요요'라는 말은 필리핀어로 장난감을 뜻하는 일상 용어라 제품명 저작권을 상실하고 결국 도산했다는 이야기, 감자칩을 과자의 왕으로 만든 사람은 서부의 감자 칩 여왕 로라 스커더로 그녀가 처음으로 바삭한 감자칩을 유통했다는 이야기, 1922년 흑인 발명가 개릿 모건이 신호등 특허를 출원했다는 이야기 등이 그러합니다.

수박 겉핥기 수준이라도 관련된 Trivia를 소개하고 있는 점도 괜찮았어요. 주로 후일담이나 관련된 이야기들인데, 몇 컷 되지는 않지만 본 편 만큼이나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발명품으로 돈을 벌지 못한 실패자들이 등장하는 장면처럼요.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예전에 많았던 "학습 대백과" 류의 만화가 떠오르는, 만화의 장점을 잘 살린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2020/04/19

중세 유럽의 레시피 - 코스트마리 사무국 / 김효진 : 별점 1점

중세 유럽의 레시피 - 2점
코스트마리 사무국 지음, 김효진 옮김/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주제에 대해 깊숙히 파고들어, 일반 상식 이상의 정보를 전해준다는 취지의 AK Trivia books 시리즈의 한 권입니다. 제목 그대로 중세 유럽 요리의 레시피 43개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레시피 외에 중세 요리 및 저자의 중세 축제 체험기를 다룬 컬럼 몇 편이 함께 수록되어 있고요.

특징이라면 중세 유럽의 레시피를 현대의 재료로 재현하는걸 중요한 포인트로 잡고 있다는 점입니다. 부제인 "손쉽게 만들어 즐겁게 맛보는 중세 요리'에 충실한 셈이죠. 그래서 수록된 대부분의 레시피들이 실제로 현재, 그리고 가정 내에서 구현 가능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맛이 짐작 가능해서 딱히 신선한 레시피는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쿠민 수프'는 향신료 쿠민이 들어갈 뿐, 현재도 우리가 즐겨먹는 '달걀국'과 같아요. 버섯 수프 '펑거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닭 육수에 다듬은 버섯들과 파, 시나몬, 클로브, 후추를 넣고 끓이는 레시피와 결과물 사진을 보면, 닭 육수를 쓰기는 하지만 멸치 다시마 육수를 써서 만드는 버섯국과 별로 맛이 다를걸로 보이지 않습니다. '작은 새의 무덤' 이라는, 중세풍 이름의 요리도 그 정체는 다진 마늘, 소금, 후추와 버무린 닭다리살을 볶은 뒤 타임, 로즈마리를 넣고 레드 와인과 물에 조리는 와인 닭찜입니다. 이 정도라면, 우리가 흔히 먹는 닭가슴살 간장 조림에서 간장만 와인으로 대체하면 되는 수준이라 집에서도 충분히 만들어 먹을 수 있겠죠.
또 현대에 재현하기 위해 재료를 나름 응용한다는 것도 눈에 뜨입니다. 중세의 허니 토스트를 재현하기 위해 '식빵'을 쓰는 식으로요.

물론 현대에 중세 요리를 재현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나쁠건 없습니다. 문제는 내용의 깊이와 전문성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점이지요. 레시피 하나하나의 분량은 많아야 2페이지 정도에 머물 뿐으로, 정말 '레시피' 이외의 다른 정보가 거의 소개되지 않을 뿐더러, 레시피들의 출처들도 소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래서야 저자의 마음 속에서 그럴듯하게 꾸며낸 중세 유럽의 요리인지, 아니면 실존했지만 이를 현대에도 맛볼 수 있게 어레인지한 것인지 알 수 없어서 전문성 측면에서 도저히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네요.
수록되어 있는 컬럼들도 중세 유럽의 장미, 백합, 제비꽃에 대해 알려주는 정도만이 괜찮았을 뿐 그 외에는 별볼일 없었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쓸데 없는 저자의 중세 축제 체험기나 일본 내 중세 유럽 관련 행사에 대한 정보에 대한 사진과 비중이 높다는 건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풀 컬러지만 재현한 음식들 한 컷씩만 실려있는 수준의 도판도 딱히 대단하지 않으며 책의 완성도도 그냥저냥이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점. 중세 유럽의 레시피를 현대에 재현한다는 취지 외에 건질 내용은 거의 없습니다. 17,000원이라는 가격도 어처구니 없는 수준이고요. 이쪽 분야에 관심이 지극히 많으시더라도, 구태여 찾아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25/02/02

방어구의 역사 - 다카하라 나루미 / 남지연 : 별점 2.5점

방어구의 역사 - 6점
다카히라 나루미 지음, 남지연 옮김/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AK Trivia Book 58번째 책. 제목처럼 '방어구'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미시사 서적입니다. 방어구의 시작부터 통사적으로 정리하여 모두 105개 항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 페이지는 설명, 한 페이지는 도해로 이루어진 구성은 다른 시리즈들과 마찬가지고요.

통사적으로 방패와 갑옷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어서 이해하기 쉬웠고, 왜 이렇게 발달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초창기에는 방패와 갑옷이 고르게 발달했지만, 크로스보우와 장궁 같은 무기가 도입되면서 전신 판금 갑옷이 도입되었고, 이 탓에 방패는 사라지고 양손으로 힘을 주어 타격하는 무기가 나타나는 흐름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거든요. 일본과 중국, 인도와 중동, 심지어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의 갑주까지 보여주는 등 다루고 있는 범위도 넓고요.

각종 방패와 갑옷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들도 좋았습니다. 이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핵심 용어는 '스케일 아머'와 '라멜라'입니다. 스케일 아머의 기원은 기원전 2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다수의 물고기 비늘 모양 조각을 천이나 가죽 등 안감에 꿰매 붙여 형성한 방어구입니다. 라멜라도 메소포타미아에서 유래된 고대부터 존재했던 갑옷으로 스케일과 동일하게 비늘 조각이나 가죽, 금속 재질의 사각형 소찰로 이루어져 있으나, 안감은 없습니다. 조각과 소찰들을 엮어서 만든 갑옷이지요. 스케일이 보다 더 원시적이고 옷처럼 유연성이 있는 반면, 라멜라의 몸통 부분은 혼자 설 수 있을 만큼 단단합니다. 라멜라가 스케일보다 제작에 손이 많이 가는 고급품이고요.

플레이트 아머의 가격에 대한 설명도 기억에 남습니다. 잔 다르크(1412~1431년)를 위해 급조된 이탈리아제 갑옷은 100리브르로서, 금화 백 닢에 해당됩니다. 이 시대의 금화 한 닢은 120만 원으로 환산할 수 있으므로, 잔 다르크의 갑옷은 1억 2,000만 원인 셈이지요. 다만 영웅을 위한 특제품, 게다가 특별히 서둘러서 만들었기 때문에 예외적이고, 그보다 50년 전의 기록에 나오는 판금 갑옷은 25리브르라고 되어 있기 때문에 이 기준으로는 약 3,000만 원입니다. 자동차 한 대 값 정도인데, 기사 전용 장비로 상위 계급의 필수품 중 하나였다는 걸 감안한다면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네요.

당대 세계 최선진국이었던 중국의 갑옷 설명도 흥미로웠습니다. '보인갑'은 중국의 보병용 중장 갑옷의 총칭으로 10세기 송나라의 보인갑은 철제 갑엽을 엮은 라멜라였습니다. 금나라의 중장기병에 맞서는 송나라 중장 보병대를 위한 장비로, 최전선용 보인갑은 갑찰 1825장으로 전신을 감싸서 무게가 35kg이나 나갔습니다. 양산 체제도 갖춰져서, 직인 한 사람이 만들면 보인갑 한 벌을 완성하는 데 70~140일이 걸렸지만, 실제로는 분업화되어 이틀에 한 벌씩 생산이 가능했다네요. 당대 최고 장비 중 하나를 이 정도 속도로 생산했다는건 송나라가 선진국이라는 좋은 증거입니다.

이외에도 무기를 들지 않은 오른손으로 바이저를 올려 상대에게 얼굴을 보여주는 동작이 기사의 인사 = 군대의 경례의 기원이 되었다는 등 재미있는 정보가 가득합니다.

하지만 일본 갑주의 비중이 높다는 건 아쉬웠습니다. 일본 갑주에 대한 통사적 설명까지는 볼 만 했고, 아래처럼 "세인트 세이야"의 성궤 상자는 일본 갑주를 담는 상자의 형태와 비슷했다는 등의 정보는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 갑주 제작 공정 중에는 갑옷의 강도를 확인하는 시험도 흔히 이루어졌고, 오요로이가 주류이던 가마쿠라 시대에는 이를 '다메시요로이'라 부르며, 후세다케노유미라는 강력한 복합궁을 쏘아 시험했는데 16~17세기에는 화승총으로 도세이구소쿠를 쏘는 '다메시구소쿠'로 변화했다는 등의 정보는 과하다 싶었어요. 이렇게까지 설명할 내용은 아니었다 생각되는데 말이지요. 

도판도 나쁘지 않으나, 한 페이지로는 내용에 소개되는 모든 도판을 담지 못한다는 단점이 큽니다. 아래 난반도구소쿠는 뭔지 보여주지도 않더군요. 

도판 크기도 작습니다. 오래전에 구입했던 DK 무기 백과사전을 일부 참조하며 읽었는데, 이 정도 사이즈는 되어야 명확하게 세부까지 확인이 가능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제목이 주는 기대에는 충분히 값하고, 재미도 있었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이런 류의 서적과 정보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2025/05/16

초콜릿어 사전 - Dolcerica 가가와 리카코 / 이지은 : 별점 1.5점

초콜릿어 사전 - 4점
Dolcerica 가가와 리카코 지음, 이지은 옮김, 센주 마리코 감수/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초콜릿에 얽힌 다양한 단어와 정보를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하고 있는 그림 사전 형식의 책입니다. ‘미식 관련 도감’이라고 해도 되겠지요. 가끔 눈에 뜨이면 집어드는 AK Trivia Book 시리즈 중 한 권입니다. 초콜릿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거나 혹은 연상되는 단어들을 수집하여 ㄱㄴ순으로 보여주는데, 각 단어에 대한 짧은 설명과 간결한 일러스트가 함께 실려 있어서 시각적인 즐거움을 함께 전해줍니다.

170여개에 달하는 단어를 설명해 주고 있어서 처음 접했던 정보가 많다는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예를 들어 단무지(다쿠앙)에 초콜릿을 씌워 만들었다는 ‘다쿠앙 초코’라는 기상천외한 조합(괴식일 줄 알았는데 다행히 진짜 단무지는 아니고 '설탕에 절인 무"를 사용했다고 하네요), "두 도시 이야기" 속에서 초콜릿을 대접하는 데 하인 네 명이 필요하다 - 한 명은 초콜릿을 따를 기구를 가지고 오고, 한 명은 초콜릿을 섞으며, 세 번째는 냅킨을 내밀고, 네번째는 초콜릿을 따른 사람 - 는 대사 등이 그러합니다. ‘페레로 로쉐’의 ‘로쉐’가 바위라는 뜻이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 정보였으며, 판 초콜릿이 뚝뚝 부러지는 모습에서 커터 나이프가 발명되었다는 이야기도 신선했어요.

하지만 대부분 단편적인 정보들로 구성되어 있어 맥락 없는 지식의 나열에 그칩니다. 일본 현지 중심의 소재가 많아 국내 독자에게는 와닿지 않는 경우도 많고요.
무엇보다도 수록 단어의 기준이 모호하다는게 가장 큰 단점입니다. ‘리큐르’와 같이 단순히 함께 마시면 좋다는 식으로 설명하는게 대표적입니다. 왜 함께 마시면 좋은지 설명을 해 주어야죠. 이렇게 아무런 근거없이 마음대로라면, 초콜릿과 잘 어울리는 과자, 와인, 자동차 등 끝도 없이 소재를 댈 수 있으니까요. '선물', '의리초코'는 수록 자체가 어처구니 없는 단어와 내용이었고요.

일본 여성 교육 선구자로 1871년 미국과 유럽 각국을 돌았던 쓰다 유메코가 일본 소녀로는 최초로 해외에서 초콜릿을 먹어 보았을거라는 근거없는 추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전'이라는 이름이 붙은 책에 수록되려면, 오쿠보 도시미치나 이와쿠라 도모미처럼 해외에서 먹었던 근거가 명확했어야 합니다. 이런 점들이 이 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립니다. 

도판, 그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일러스트도 제 취향은 아닌데다가, 대부분의 도판이 작아서 제대로 된 정보를 확인하는게 어려운 탓입니다. 유명 산업 디자이너 레이먼드 로위가 1962년 일본 후지야의 루크 초콜릿 로고와 패키지를 디자인했다는 정보는 제법 관심이 갔는데, 도판이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엉뚱하고 흥미로운 정보가 눈에 띄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방향성과 완성도에서 아쉬움이 많아 추천드리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