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위에 차려진 역사 한 숟갈 - 박현진 지음, 오현숙 그림/책들의정원 |
부제는 "역사 속 한 끼 식사로 만나는 음식문화사의 모든 것".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음식 관련 컬럼을 책으로 엮은 결과물로 모두 44개나 되는 컬럼이 실려 있는데 항목별로 다양한 음식들의 유래 등 역사를 비롯하여 음식 관련 기술과 문화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깊이있고 새로운 내용이 많아서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예를 들어 치즈를 응고하는데 사용되는 레닛은 생명 공학 기술로 대량 생산된다는건 처음 알았습니다. 오래전 "에이브"에 포함되어 있었던 <<초원의 집>> 소설에서 치즈를 만들기 위해 어린 송아지를 도살하는 장면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는데 다행히 지금은 어린 로라가 송아지와 생이별할 일은 없겠네요.
와인에 대해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의 포도 재배와 포도주의 역사에 대해 소개한 글도 굉장히 인상적이에요. 포도를 으깨어 즙을 낸 뒤 서늘한 곳에 보관하여 야생효모가 발효시키는 방식의 서양식 포도주가 아니라 포도즙을 쌀과 누룩에 넣는 방식이라는데 꼭 한 번 맛보고 싶어집니다. 고려 시대의 포도주는 포도즙, 찐 찹쌀, 소맥가루를 섞어 만들었다는데 그 맛이 아주 훌륭하다니까요. 전통주로 이런 술이 제조되어 시판되면 좋겠네요.
술 관련되어서는 막걸리에 대한 글도 기억에 남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이 고칼로리 식사를 하지만 미국인보다 건강한 이유는 레드와인을 마시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로 시작되는데 놀랍게도 막걸리는 와인보다도 더 건강에 좋다는 내용이거든요. 정확하게는 막걸리용 전통 누룩에는 급성 및 만성 위궤양 억제, 혈소판 응집에 의한 혈전 감소,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등의 효과가 있으며 항암물질 파네솔이 포도주, 맥주보다 10~25배 더 많이 들어 있는 등 놀라운 건강식이라니 이제부터는 술자리에서 막걸리를 애용해야겠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음식 관련 역사 - 게장은 무려 500여년 전 부터 만들어졌을 것이다, 17세기 전주 남부시장을 중심으로 퍼진 콩나물 비빔밥이 오늘날의 전주 비빔밥으로 발전하였다, 일본의 김초밥 후토마키는 도박장에서 간단하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초밥집에 주문하면서 탄생하였다, 결혼식 등 특별한 날에 국수를 먹는 이유는 오래전 밀이 아주 귀한 것이었던 것에서 유래된 것이다 등 - 와 토막 상식 - 쭈꾸미의 어원은 한자 속명인 죽금어竹今魚에서 비롯되었다, 조기助氣는 사람의 기운을 돋운다는 뜻, 굴비屈非는 이자겸이 귀양지에서 임금에게 굴비를 진상하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뜻으로 글자를 써서 보내어 유명해졌다 등 - 도 가득하여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신문 연재물답게 각 컬럼마다 길어야 5~6 페이지 분량이라는 것도 마음에 든 점이에요. 덕분에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으니까요. 깊이가 약간 부족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닙니다.
그러나 도판은 문제에요. 소개되는 음식에 대해서 단 한장의 가치있는 도판이 없고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일러스트만 몇 컷 실려있을 뿐이거든요. 또 소개되는 몇몇 요리는 별도의 페이지를 할애하여 레시피 형태로 수록되었더라면 훨씬 좋았을테고요. 한마디로 책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디테일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짧은 분량임에도 가치있는 정보가 제법 된다는 장점은 높이 살 만 하지만 전반적인 완성도, 만듬새는 기대에 미치지는 못해서 감점합니다. 음식과 요리 관련 이야기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네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