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니콜라 (양장) - 르네 고시니 글, 장 자크 상페 그림, 윤영 외 옮김/문학동네 |
르네 고시니와 장 자크 상페 컴비의 전설적인 명랑 아동 소설. 모두 5권의 책 - 꼬마 니콜라, 꼬마 니콜라의 쉬는 시간, 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 꼬마 니콜라와 친구들, 꼬마 니콜라의 골칫거리 - 을 한 권의 양장본으로 묶은 책입니다. 850여 페이지라는 분량과 묵직하면서도 깔끔한 장정에 비해 3만원대 가격이 아주 인상적이네요.
다시 읽어보니 확실히 캐릭터 설정만큼은 빼어난 점이 있습니다. 오래전 명랑만화스러운 캐릭터이기는 한데 르네 고시니의 글과 장 자크 상페의 그림이 잘 어우러져 확실한 존재감을 느끼게 해 주거든요. 또 작품이 발표된 시기를 본다면 이런 류의 캐릭터 설정의 원조격이라고 해도 무방할테고요. 여러모로 무난한 주인공 니콜라, 먹보 알세스트, 부자집 아들 조프루아, 꼴지 클로테르, 경찰관 아들로 유일하게 호루라기를 가진 뤼퓌스, 학교짱인 외드, 선생님의 애제자인 모범생 아냥 등 학교 친구들은 물론 심지어 어른들까지도 그러합니다. 집안일에 별 관심이 없고 무언가 하려고 하면 어설픈 허당인 니콜라 아빠라던가 말썽장이들에게 항상 눈을 바라보라고 하는 부이옹 선생님 등 모든 캐릭터들이 독보적입니다.
하지만 뻔한 내용이 항상 똑같은 캐릭터들에 의해 반복되기 때문에 뒤로 가면 갈 수록 지루해집니다. 이야기는 대체로 비슷해요. 학교에서 무언가 이벤트가 열리는데 - 단체 사진, 건강 검진, 특별 수업, 장학사 방문 등 - 아이들의 장난으로 해당 이벤트가 파국으로 치닫는다던가, 누군가 특별한 아이템을 학교에 가지고 와서 그로 인해 소동이 벌어진다던가, 아이들에 대해 잘 모르는 누군가가 아이들 때문에 봉변을 당한다는 내용이 이어지거든요. 아이들 반응과 행동도 구체화된 캐릭터 이상의 무언가를 전혀 보여주지 못해서 지루하기는 마찬가지고요.
게다가 나이가 들어서 읽으니 이러한 꼬마 니콜라와 친구들의 못말리는 장난이 재미있지가 않고 공포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서로 몇마디 말을 나누면 바로 싸움이 시작되고, 떼와 억지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딸아이 한 명을 키우는 입장에서 바라보니 이건 생지옥이 따로 없어 보였어요. 이런 아이들 수십명을 한 반에서 통제하고 가르치는 담임 선생님은 정말 성녀입니다. 교직이 왜 성직이라고 불리우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반세기 전 작품이기 때문이겠지만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서슴없이 따귀를 날리고 강하게 훈육하는 묘사도 섬찟했던 부분입니다. 뭐 등장하는 아이들을 제대로 훈육하려면 어쩔 수 없었겠다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화나 교육이 아니라 바로 체벌로 들어가는 묘사는 영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어린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추억으로 딸 아이에게도 권해줄까 싶어 구입했는데 이래서야 무리가 아닐까 싶네요. 딸아이에게는 이 폭력적인 작품보다는 <<피너츠>>를 권해줘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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