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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5

우리 역사 속 수학 이야기 - 이장주 : 별점 2점

우리 역사 속 수학 이야기 - 4점
이장주 지음/사람의무늬

제목 그대로 우리 역사 속 수학에 대해 소개해주는 수학사 서적. 조선 이후 역사 속 유명 수학자를 소개하는 1부와 삼국시대부터 수학을 통해 이루어진 여러가지 성취를 알려주는 2부 구성입니다. 이를 통해 서양 중심의 수학사에서 벗어나 우리나라도 옛부터 수학에 관심이 많았고 높은 성취를 이루었다는걸 알려줍니다.

1부는 세종대왕이 수학에 관심이 많았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실제로 수학 서적을 펴내거나 수학 관련 활동으로 역사에 기록된 인물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역관 등 중인 계층이 수학을 공부했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세종이 공자의 말을 빌어 수학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였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수학적인 사고가 위대한 사상과 발명의 큰 축이자 기초이니, 위대한 발명가가 수학자이기도 했다는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헤이그 밀사로 활약했던 독립운동가 이상설이 수학자이기도 했다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구한말에서 개화기에 이르는 시기에 조국의 근대화를 위해 수학 교육과 보급에 노력했다는건, 그가 얼마나 높은 식견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는지를 알려주는 증거라 할 수 있겠지요. 확실히 당대 조선 제일의 천재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었나 봅니다.
2부는 우리나라의 문화 유산과 여러가지 문헌을 통해 우리 수학이 얼마나 높은 수준이었는지 알려주며, 문헌에 소개된 문제들을 현대적으로 풀어 소개해줍니다. 덕분에 함께 따라 푸는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죠. 이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신라 포석정의 주사위 주령구에요. 6개의 사각형 면과 8개의 육각형 면으로 이루어진 주사위로, 굴려서 나온 벌칙을 따라 해야 한다는건 익히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학적으로 '두 종류 이상의 정다각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꼭짓점에 모인 면의 배치가 서로 같은 준정다면체'로 각 면의 넓이가 모두 동일하다고 합니다! 주사위는 모든 면의 확률이 공평해야 하지만, 애써 14개의 면으로 만들 필요는 없었을텐데 이를 적용한 주사위를 놀이기구로 썼다는건 신라의 높은 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일 겁니다. 지금도 이를 손으로 만드는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만들었는지 도 궁금하네요. 그리고 조선 시대 수학 서적을 통해, 당시에 어떻게 방정식과 제곱근을 푸는지를 알려주는 부분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지금과는 다르지만, 나름대로 이치에 맞게 풀도록 되어 있더라고요. 이런 내용을 뒷받침해주는 도판도 충실합니다. 청소년용 도서답게 최대한 쉽게 설명해주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2부에서 문체가 들쭉날쭉한건 아쉬웠습니다. 3인칭으로 '소개'를 진행하다가 갑자기 1인칭으로 강의하듯 문체가 바뀌는 부분이 있는데 거슬렸어요. 계속 출간되려면 교정이 필요해보입니다.
역사 속 수학을 바라보기에는 내용 구성이 부실하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200페이지 남짓한 분량으로는 어쩔 수 없었겠지만, 신라 이야기 약간 외에는 전부 조선의 이야기라면 '우리 역사 속'이라고 말하기는 다소 애매하잖아요? 그나마도 뒤로 가면 갈 수록 역사 속 수학 소개보다는 수학 문제 풀이의 비중이 높아지고요.

그래도 청소년들이 가볍게 읽기에는 나쁘지 않은 책이라고는 생각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24/09/29

수학, 인문으로 수를 읽다 - 이광연 : 별점 2.5점

수학, 인문으로 수를 읽다 - 6점
이광연 지음/한국문학사

인문학이 문학이나 철학 등 문과 계열 뿐 아니라 수학이나 건축 등 이과 계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걸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청소년용 교양서. 수학이 인간 생활과 뗄레야 뗄 수 없는 학문이라는걸 여러가지 알기 쉬운 예제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딸 아이 논술 교재라서 겸사겸사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이 중 수학 공부와 건축의 원리가 같다는 주장은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건물을 설계하는게 책의 목차라는 주장이요. 수학책에서 목차를 보면 앞으로 공부할 내용이 무엇인지 머릿속에 조감도를 그릴 수 있고, 목차를 알면 이미 50%를 알고 들어간다는데 수학책에서 목차가 중요하다는건 처음 알았습니다. 앞으로 목차를 좀 더 꼼꼼히 보는 습관을 들여야겠어요.
또 기둥이 튼튼해야 건물이 무너지지 않는데, 수학에서의 기둥은 기하와 대수이며 기하와 대수는 3,000년 전 고대 수학부터 통합되어 있었다는 주장과 매듭이론에 대한 쉬운 설명도 좋았습니다. 이론적으로 완전하게 이해하는 건 불가능했지만, 왜 필요한지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있었습니다.
제 딸은 음악에 대한 설명을 좋아하더군요. 그 중에서도 피타고라스가 음계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요. 저는 피보나치수는 장음정 6도와 단음정 6도로 귀로 들어도 아름답다는게 기억에 남습니다. 유튜브로 한 번 찾아보니 과연 그러하네요.
또 음악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에 다양하게 피보나치수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것은 악절을 황금비로 나누는 건데, 이건 과연 무슨 효과가 있었을지 궁금해 집니다.
주식 시장의 엘리엇 파동 원리가 피보나치 수열이고, 블랙 숄즈 방정식은 확률 미적분 이론을 이용해 파생상품 옵션의 가격을 계산한 모델이라는걸 설명해 주는 부분에서는, 가난한 수학자가 이세계에 환생한 뒤, 그곳의 시장 경제를 가지고 노는 환생물이 떠올라 재미있었어요. 용(드래곤)을 파는 시장을 지배해서 수학자가 용왕이 된다!는 그런 이야기,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영화를 가지고 수학에 대해 알려주는 부분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설국열차 등을 예로 드는데, 이 중에서 바이러스 감염률 한계 이론에는 놀랐습니다. 100만 명으로 모수가 늘어나면, 정밀도 99%의 검사라도 무려 9,999 명이 잘못 판단된다는데 여태 생각도 못했던 부분이에요.
그 외에도 사이클로이드 곡선은 직선보다 훨씬 빠르게 특정 물체를 이동시킬 수 있어서 겅사면에는 사이클로이드를 적용한다, 동물들, 독수리나 매도 땅 위에 있는 사냥감을 잡을 때 사이클로이드에 가깝게 목표물을 향해 곡선 비행을 한다는 이야기, 우리나라 전통 건축은 전형적인 황금비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금강비(5:7)로 이루어져 있고 이는 서양인보다 상대적으로 동양인이 키가 작아서 황금비보다 작은 비에서 아름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자 모양에서 중국에서 결승법 - 끈을 묶어 수를 표시하는 방법 - 을 썼다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렇지만 뒷부분 이야기는 억지가 심해서 아쉬웠습니다. 대표적인건 삼국지 속 계륵이 암호이며, 이건 수학이는 주장입니다. 암호가 수학일 수는 있지만, 계륵은 수학과는 관련이 없는 심리적인 말장난에 가까우니까요. 또 그 뒤에 이어지는 암호에 대한 이야기는 수학인지 아닌지 여부를 떠나서 다른 책에서 지겹게 많이 접혔던 내용이 대부분이라 실망스러웠어요.
김삿갓, 이순신과 조선 수군 이야기도 수학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수군에 훈도라는 수군직급이 있고 그들이 각종 계산을 담당했다고 해서 그들이 수학자라는 말도 안되지요. 지금 육군의 관측병들이 모두 수학자인가요? 마방진 이야기도 분량에 비하면 별다른 알맹이는 없었습니다.
여러 가지 그림 그리는 얘기도 황금비라든가 외상 예술 같은 건 뻔하고 대단한 수학적인 이론이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카르타고를 세웠다는 디도의 문제라던가, 달리의 4차원 그림 같이 그림의 주제가 된 수학 문제를 설명하는게 훨씬 좋았습니다. 이런 쪽으로 방향을 잡있어야 했을텐데 말이지요.

그래도 건질 내용이 없는건 아닙니다. 몇몇 주장은 와 닿기도 했고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수학에 대해 어려워하는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2010/09/30

범죄수학 - 리스 하스아우트 / 오혜정 : 별점 3점

범죄 수학 - 6점
리스 하스아우트 지음, 오혜정 옮김, 남호영 감수/Gbrain(작은책방)

주인공인 수학 천재 라비가 지방 검사인 아버지, 시카고 경찰국의 돕슨 과장을 도와 사건을 해결하는 13편의 단편이 수록된 수학 추리 단편집입니다.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수학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 것이 주목적인 책으로, 이러한 방식으로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시키기 위해 하나의 이야기로 녹여낸 작품을 몇 편 보아왔습니다. '추리'와 접목시킨 책도 "왓슨. 내가 이겼네!"라는 작품이 있었고요. 추리소설 애호가이자 창작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이러한 책의 핵심은 수학을 추리적인 요소에 잘 녹여냈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 생각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절반 정도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그랜드캐니언의 흰머리 독수리 가족""폭설이 내린 오크가의 아침" 두 편은 수학을 이용한 알리바이 깨기 트릭이 절묘하게 구현되어 있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약간만 내용을 보강한다면 추리적으로도 뛰어난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될 정도였어요. 그 외의 이야기에서도 도박에서의 확률 계산 같은 요소는 흥미로웠습니다. 충분히 다른 곳에서 활용할 만한 아이디어였습니다. 물론 추리적으로 별로인 이야기들도 있지만, 수학과 결합시켰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아쉬웠던 점은 모든 이야기들이 수학적 설명에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설명도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트릭을 독자에게 설명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추리물 창작을 추구하는 제 입장에서는 한계로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드 "넘버스"를 보면서 들었던 느낌과 비슷합니다. "넘버스"는 반대로 '수학'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한 것이 단점인데, 결국 창작자는 이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겠지요. '수학'에 대해 조금만 더 연구한다면, 정말 좋은 추리물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지만, 이러한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더욱 커지네요.

빛나는 아이디어도 있고 재미도 있지만, 아무래도 추리 애호가보다는 수학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이 보기에 적합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수학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분들께 추천합니다.

수록작별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그랜드캐니언의 흰머리 독수리 가족"

희귀종인 흰머리 독수리를 잡아간 범인을 잡기 위해 근처에서 운동하던 두 명의 선수가 스쳐 지나간 시간과 각자의 목적지에 도착한 시간을 토대로 계산하여 거짓 증언을 밝혀내는 내용입니다. 추리물에 그대로 적용해도 괜찮을 수준의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수학적인 공식이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애초에 이 책에 가졌던 기대를 충족시키는 작품이었습니다. 일상적인 분위기도 좋아서 "Q.E.D."가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카지노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사장 슬릭이 살해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건의 동기가 도박의 확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죠. 등장하는 도박은 '100장의 카드 중 55장은 성공 / 45장은 실패' - '참가자는 항상 판돈의 절반을 걸고 카드를 뒤집어 '성공'이 나오면 돈을 따고 '실패'가 나오면 돈을 잃는다' - '모든 카드를 다 뒤집어야 게임이 끝난다'라는 방식입니다. 수학적인 설명을 통해 '성공'이 64장 있어야 승산이 있다는 결론이 도출되는데,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조금 응용하면 카드 배틀물에서도 활용할 만한 아이디어라 생각됩니다.

"폭설이 내린 오크가의 아침"

폭설이 내린 날, 유력한 보석 강도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깨기 위해 눈이 내린 시간을 알아내는 이야기입니다. 제설차가 오전 6시부터 눈을 치우기 시작해서 처음 한 시간 동안 4블록을 이동하고, 그다음 한 시간 동안에는 2블록밖에 이동하지 못했다는 증언을 토대로 미적분을 동원하여 눈이 처음 내리기 시작한 시간을 밝혀냅니다. 알리바이 깨기의 수학적 응용이라는 측면에서는 백만 점을 주고 싶을 만큼 좋은 아이디어로 보입니다. 다소 어렵기는 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2018/11/02

수학의 역사 - 지즈강 / 권수철 : 별점 2점

수학의 역사 - 4점 지즈강 지음, 권수철 옮김, 계영희 감수/더숲

중국 교수가 쓴 수학 역사책입니다. 딸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구입해 보았습니다.

장점이라면 서양 위주의 수학 역사서가 아니라 동양에서(중국 한정이지만) 어떻게 수학이 발전했는지를 잘 알려준다는 점입니다. 아예 "중국 수학의 고고한 품격" 이라고 따로 분량을 할애해서 소개할 정도인데, 내용도 아주 새롭고 재미있었어요. 중국판 피타고라스의 정리인 "구고의 정리"가 어떻게 쓰여져 있는지에서 시작해서, 중국 수학을 대표하는 문건인 "구장산술"에 대한 소개, 유명한 중국의 수학자들에 대한 소개, 당나라 때 관리 승진 시험 문제로 출제된 "영부족 계산법" 등 처음 알게 된 내용이 가득합니다. 심지어 중국의 고차연립방정식을 의미하는 '천원술'과 '사원술'을 소개하며 김용의 "사조영웅전"에 인용된 부분을 함께 소개해 주는 부분에서는 무릎을 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읽을 당시에는 몰랐었는데, 수학적인 해석이 함께 해 주니 황용이 얼마나 똑똑한 소녀인지를 더욱 잘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용의 고증과 역사적 깊이에 탄복한 건 덤이고요.

하지만 단점도 분명한데 너무 어렵습니다! 일반인, 특히 학생 상대로 적합한 책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정도에요. 수학사를 대표하는 여러 이론, 그리고 그 예를 소개하고 있는데 설명이 너무 부족해서 이해하기 힘듭니다. 유명 수학적 이론과 수학자 소개에 그치는 다른 수학 역사서에 비해 실제 이론과 문제를 소개한다는 측면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설명이 부족해서 득보다는 실이 큽니다. 물론 제 수학적 깊이와 사고가 유치한 수준에 그치는게 문제겠지만, 그래도 책 한 권으로 설명되었던 "페르마의 정리" 해법을 20 페이지도 안 되는 분량으로 소개하는 식으로 요약이 과한 탓도 분명히 있습니다. 실려있는 각종 수식, 공식도 "왜 그런지?" 가 뒷받침되어 있지 않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수학 역사서로는 괜찮지만 지금보다는 이해하게 쉽게 소개된 문제를 다루어 주었어야 했습니다. 이대로는 너무 어려워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차라리 중국 수학 쪽에 집중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15/03/02

살인을 부르는 수학 공식 - 테프크로스 미카엘리데스 / 전행성 : 별점 3점

살인을 부르는 수학 공식 - 6점
테프크로스 미카엘리데스 지음, 전행선 옮김/살림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29년, 수학교사 스테파노스가 살해당했다. 유일한 친구였던 미카엘 이게리노스는 경찰에게 소식을 전해 듣고, 둘의 인연이 시작되었던 1900년 파리 수학자 대회를 떠올렸다.

1900년 파리 수학자 대회에서 힐베르트가 제시한 23개의 문제 중 2번 문제, "산술의 공리들이 무모순임을 증명하라"에 대한 해법을 둘러싸고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룬 작품입니다.

20세기 초반 수학계의 주요 흐름을 짚는 수학 소설인 탓에, 당대 수학계의 핵심 이론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데 주력하지만 단순히 수학 이론을 설명하는 것에 그치는건 아닙니다. 살인 사건이 등장하는 미스터리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추리물로서의 수준도 높습니다. 힐베르트의 강의가 있었던 날부터 독자에게 동기를 지속적으로 부각시키는 복선에 더해, 범행의 진상도 깔끔했고, 무엇보다 마지막 반전 - 스테파노스의 증명은 범행 직후 발표된 쿠르트 괴델의 논문을 통해 오류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이게리노스의 범행은 결과적으로 아무런 필요가 없었다 -이 돋보인 덕분입니다.

여러모로 "장미의 이름"과 유사하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장미의 이름"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극론"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책을 숨기고 살인을 저질렀는데, 이 책에서는 이게리노스가 수학의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 스테파노스의 논문 발표를 막고자 살인을 저지른다는 동기가 매우 비슷하거든요. 다양한 수학 이론을 설명해 독자에게 현학적인 느낌을 제공하는 점, 주인공 외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고 실제 역사와 맞물려 전개되는 팩션이라는 점도 이러한 생각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고요.

그런데 핵심 내용 몇 가지를 제외하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다는 단점인 큽니다. 파리에서 파블로 피카소를 만난다거나, 이게리노스의 결혼과 이혼, 스테파노스가 우연히 그의 전처 및 정부와 엮이는 등의 설정은 핵심 이야기 전개와 별 관계가 없으니까요. 피카소가 기하학에 관심이 많다는 설정이 입체파의 시작을 알린 "아비뇽의 처녀들"로 이어진다는 발상은 흥미롭지만, 수학자들이 피카소에게 기하학 강의를 해 준다는 내용은 수학 이론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 작품은 추리, 미스터리물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수학 소설"이기에 수학 이론 설명이 중심이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지식 전달을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시도한 결과물인데 재미와 정보 전달 양쪽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장미의 이름"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레베르테의 작품들처럼 지식을 과시하는 데 치중하는 책들보다는 훨씬 낫네요. 수학에 관심이 있고 추리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2021/10/03

법정에 선 수학 - 레일라 슈넵스.코랄리 콜메즈 / 김일선 : 별점 3점

법정에 선 수학 - 6점
레일라 슈넵스.코랄리 콜메즈 지음, 김일선 옮김/아날로그(글담)

수학이 법정에서 중요하게 사용되었던 재판에 대해 소개하는 책입니다. 숫자가 잘못 사용되어서 재판 결과가 왜곡된 경우가 많습니다. 독립적인 조건으로 판단하고 곱하면 안되는데, 곱해서 숫자가 엄청나게 커진 경우처럼 대부분 통계와 확률 계산의 오류들이고요. "루시아 더베르크 사건", "샐리 클라크 사건", "콜린스 부부 사건", "조 스니드 사건" 이 대표적입니다. 

루시아 더베르크는 2001년 네덜란드에서 아동 연쇄 살인마로 몰렸던 간호사입니다. 여러 아이가 심정지로 사망했을 때,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었지요. 그리고 그녀가 현장에 있었을 확률이 왜곡되어 재판에 사용되었습니다. 수학은 단지 거들었을 뿐이고, 사실 무리했던 기소와 수사, 그리고 무능했던 변호사의 환장의 콜라보였기에 그녀는 결국 무죄로 풀려났습니다. 오류가 일어난 이유는, 모두 개별적으로 보아야 하는 독립 사건을 곱했기 때문입니다. 

두 아이를 영아 돌연사로 연달아 잃은 뒤, 영아 살해 혐의로 기소되었던 샐리 클라크 사건도 마찬가지에요. 샐리는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을 명명한 메도 박사의 증언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박사는 아이 두 명의 죽음을 모두 독립적이라고 생각하고 확률을 계산했었고요. 그러나 유전적일 경우 두 죽음은 독립적이지 않을 뿐더러, 설령 확률이 맞았다 하더라도 이게 샐리의 범행을 증명하는건 아닙니다. 운 나쁘게 불행한 죽음이 닥친 것에 불과하니까요. 여러모로 확률이 잘못 사용된 거지요.

콜린스 부부는 범인과 인상착의가 같을 확률 때문에 체포되었는데 검사측은 LA 시민 중 비슷한 특징을 지닌 커플이 존재할 확률을 계산해서 증거로 제시했었습니다. 부부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는 없었지만, 배심원은 유죄를 선고했고요. 그러나 이 확률 계산이야말로, 오류의 결정판이었습니다 .우선 사용된 값이 문제였어요. "여성이 머리를 묶었을 확률" 은 통계학적 근거에서 나온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든 조건이 독립적이라고 확정하고 곱한 것도 실수였고요. 마지막으로, 설령 그 숫자가 맞다고 하더라도, 이건 샐리 클라크 사건처럼 실제 범인을 찾아낼 확률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대법원에서 판결은 뒤집혔습니다. 이 재판에서 그나마 긍정적이었던건 검찰측 오류를 밝혀내는데 활약했던 트라이브가 법조계 유명인사가 되었고, 법정에서 수학 사용이 자제되도록 영향을 끼쳤다는 것 정도네요. 

"조 스니드 사건"은 1964년 뉴멕시코 실버시티에서 스니드 부부가 살해된 뒤, 용의자였던 아들 조 스니드 재판을 다루고 있는데 재판의 승패는 조 스니드와 권총을 구입했다는 로버트 크로셋이 동일 인물인지를 입증할 수 있느냐에 따라 갈리게 되었습니다. 검찰은 이를 수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권총을 구매한 사람의 특징 - 신장, 머리 색, 눈동자 색, 사서함 번호, 이름 등 - 을 독립적으로 보고 값을 뽑은 뒤 곱했는데, 이건 수학에 어두운 제가 봐도 설득력없는 숫자로 보입니다. 전체 인구에서 크로셋이라는 이름이 나올 확률을 추산했다? 가명을 썼다면서 그 이름이 존재할 확률을 계산한다는건 이상하지요. 다른 조건과 값도 비슷해서, 결국 이 확률 계산은 재판과는 관계가 없는, 무의미한 숫자일 뿐입니다. 설령 숫자가 어느정도 근거가 있다 하더라도, 이 숫자는 조 스니드와 로버트 크로셋이 동일 인물이라는 결론과는 상관도 없고요. 오히려 이런 검찰의 삽질이 드러나서, 수학이 사용되지 못했던 항소심 이후의 법정 공방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검찰은 다른 한 방을 준비해야 했기에, 변호인측과 드라마틱하면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으니까요. 참고로, 여기서 검찰이 마지막 날린 한 방은 스니드의 전처를 증언대에 세웠던 겁니다. 그녀가 스니드의 폭력 성향을 입증했던 덕분에, 스니드는 종신형을 받게 되었지요.

이렇게 수학이 재판 결과를 왜곡시킨 사건도 있지만 수학이 잘 사용된 경우도 있습니다. 2007년 11월,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영국인 유학생 메러디스 커처가 살해된 뒤, 룸메이트였던 미국인 어맨다와 남자친구 라파엘이 체포되었던 "어맨다 녹스 사건"은 재판 결과야 어찌 되었건, 수학은 증거로 유의미하다는걸 나름대로 증명했습니다. 여기서 앞 뒤가 나올 확률이 다른 동전을 이용한 설명도 좋았어요.

그런데 몇몇 사건은 주제와 벗어나 좀 아쉬웠습니다 .폰지 사기의 원조 찰스 폰지 사건 재판은 그의 사기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설명하기 위하여, 월가의 마녀로 불렸던 해티 부인 재판과 역사적으로 유명한 드레퓌스 재판은 수학이 서명과 필적 위조를 입증하는데 사용되었지만, 실제 재판 결과와는 별 상관은 없었으니까요. 재판 이야기는 굉장히 재미있었지만요. 드레퓌스 재판은 워낙 유명해서 이 책에서 따로 짚고 넘어갈 필요도 없어 보였고요. 저 같은 초보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수식이나 계산이 사용된 경우가 많은 점도 단점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단점은 사소했습니다. 수학 교양서로도 충분했고, 소개된 재판들 대부분이 한 편의 법정물을 읽는 듯한 재미를 가져다 주었으니까요. 별점은 3점입니다. 비슷한 책으로 "넘버스"가 있는데, 재미 면에서는 이 책의 압승입니다.

2018/04/01

넘버스 - 케이스 데블린, 게리 로든 / 정경훈 : 별점 2.5점

넘버스 - 6점
케이스 데블린 & 게리 로든 지음, 정경훈 옮김/바다출판사

"넘버스" 라는 미드가 있습니다. FBI 요원인 형 돈을 수학 천재 동생 찰리가 돕는 내용인데, 이 책은 드라마 속에서 활용된 다양한 수학 이론을 소개해 줍니다. 범죄와 수학 이론의 결합은 제 영원한 관심사 중 하나라서 읽기 전 기대가 컸습니다.

13개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모두 "넘버스" 속 에피소드에서 찰리가 설명해 주었던 수학 이론에 대해 상세하게 알려주는 구성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핫존'을 찾는 이야기로 저도 방영 당시 시청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연쇄 살인범이 다음에 어디서 범행을 저지를지 예측할 수는 없다, 스프링클러의 물방울이 다음에 어디에 떨어질지 알 수 없는 것처럼. 그러나 물방울이 튄 자리의 패턴을 가지고 있다면 스프링클러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있다!"는 이론이지요. 아주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제가 "넘버스" 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도 이 에피소드가 아주 괜찮았던 덕분이기도 하고요. 드라마에서는 이 공식이 찰리의 창작으로 그려지지만, 책을 통해서 '지리적 프로파일링' 이라고 불리우는 기법으로 공식 원리에서부터 실제 범인 체포 사례까지 상세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넘버스 속 스프링클러 비유 역시 이 공식의 창안자 로스모가 즐겨 애용하는 비유라고 하네요.

통계 분석을 범인 기소 및 각종 증명에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아주 흥미로왔습니다. 특히 이른바 '통계의 함정' 설명이 재미있었어요. 예를 들어 오클랜드 거주 인구의 35퍼센트만 차지하는 흑인이 교통 단속 건 비중에서 56퍼센트를 차지하는건 인종적 문제를 암시하느냐?는 연구가 있습니다. 답은 당연히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경찰은 우범 지역을 보다 높은 비율로 순찰하는데, 우범 지역에 소수 인종 집단이 더 많이 밀집하기 때문에 당연히 더 높은 비율로 단속에 걸릴 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집 근처에서 사고가 훨씬 더 많이 일어난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 역시 집 근처라 마음을 놓거나 하기 때문이 아니라 당연히 집 근처에서 운전을 할 일이 가장 많은 탓이지요. 이런 조작 아닌 조작을 많이 접하는 게 현실인데, 앞으로는 통계도 좀 더 면밀히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또 '연결 고리 분석' 은 최근 블록 체인 열풍과 맞물려 있는 부분이 있어서 눈길을 끕니다. 데이터 마이닝, 신경망과 같은 친숙한 용어도 다수 등장하고요. 

변화의 조짐을 알아내는 '변화 시점 탐지'는 수학 이론보다는 "넘버스" 의 에피소드가 더 기억에 남네요. 수학자인 세이버 매트리션이 선수 자료를 분석하다가, 금지 약물을 사용하기 시작한 시점을 알 수 있는 수학적 감시 시스템을 고안했다는 이야기라는데 야구 팬으로 관심이 안 갈 수가 없었거든요. 이 수학적 감시 시스템은 실제로 존재하며, 현재 '증후군 감시' 등에 이용된다고도 합니다.
아울러 이 이야기는 '미래 예측' 이야기와 연결됩니다. 수학은 테러리스트들의 위험 평가를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일종의 통계 - 확률론입니다. 새로운 자료를 얻을 때 마다 확률이 변한다는 내용인데, 실제 범죄와 밀접하게 사용될 수 있어 보여서 재미있었어요. 이런 수학적 시스템이 실제로 적용되어 운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테러가 끊이지 않는걸 보면 과히 성공적인 시스템은 아닌 듯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발전이 있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수록되어 있지만, 완독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유는 너무 어려운 탓입니다. 이론과 설명 모두 어느 수준 이상을 넘어가면(정확하게는 "넘버스" 속 에피소드와 관련된 소개 정도) 이해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어떤 이야기는 설명하고 있는 수학 이론이 어떻게 드라마 속 사건 해결에 이용되는지 그 연결 고리마저도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이건 책의 문제는 아닙니다. 제 공부가 부족한 탓이지요. 하지만 일반인 독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또 내용의 많은 부분이 통계, 확률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도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넘버스" 에 활용될 정도로 괜찮은 수학 이론이 그만큼 없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그래서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어려운 수학 이론을 되도록 쉽게 설명하려는 저자들의 노력은 눈물겹지만 그래도 어려웠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저같은 일반인보다 수학에 대해 이해도가 높으신 분들이 읽어야 할 책입니다.

2018/02/16

패러독스의 세계 - 다무라 사부로 : 별점 2.5점

패러독스의 세계 - 6점
다무라 사부로/전파과학사

오래전 사랑했던 추억의 전파과학사 문고가 저렴한 가격의 ebook 대여 행사를 하길래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행사가 끝났네요.

이 책에는 연인의 사고사 후 자살하려던 천애고아 미다 타로가 우연히 외계인 퀴리그인에게 납치된 후, 퀴리그 별에서 가정교사 및 기술자로 일하며 여러가지 수학 논리를 설명해 주었던 과거에 대한 일종의 수기와 "웃지 말 것 - 웃음과 패러독스", "읽지 말 것 - 수학과 패러독스" 라는 두 개의 챕터로 여러가지 패러독스 상황을 관련된 이야기들로 설명해 주는 전혀 다른 내용의 이야기가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미다 타로의 수기 부분은 솔직히 왜 이런 기묘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구태여 외계 행성 설정을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설명 가능한 부분이었거든요. 그래도 초-중학생 수준의 외계인 아이들에게 수학과 논리를 가르친다는 설정 덕분에, 수학에 기반을 둔 내용이 많음에도 아주 어렵고 심오하지 않아서 이해가 쉽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가르치는 내용들이 제목 그대로 "패러독스" 관련된 역설 이야기가 많아서 퍼즐을 푸는 듯한 재미도 넘치고요. 각종 공작이나 퍼즐, 심지어 미다 타로가 외계인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요술' 관련된 도판까지 도판이 생각 외로 많은데 이 역시 읽는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단순한 즐거움 외에도 현학적인,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되는 기쁨 역시 컸습니다. "12 척의 배를 가진 부자가 장남에게는 1/2을, 차남에게는 1/4을, 막내에게는 1/6을 주기로 했는데 1척이 침몰해버렸다. 그런데 이웃에서 배를 빌려와서 장남에게 12척의 1/2인 6척, 차남에게는 1/4인 3척, 막내에게는 1/6인 2척을 주니 모두 11척이라 이웃에게 배를 돌려줄 수 있었다. 어떻게 된 것인가?" 라는, 오래 전부터 궁금했지만 답을 몰랐던 수학 문제의 답을 알게 된 것 처럼요. 정답은 애초부터 잘못된 유언이라는 것입니다! 1/2 + 1/4 + 1/6 이 "1" 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 명이 여관에 숙박비로 1인당 1만원 씩 지불했다. 그런데 여관 주인이 서비스로 5천원을 깎아 주었다. 그러나 이를 돌려주던 종업원이 2천원을 슬쩍하고 3천원만 돌려주었다. 각자 1만원 씩 냈는데 1천원씩 돌려 받았으니 1인당 낸 돈은 9천원이고, 3명이서 2만 7천원을 내었다. 여자 종업원이 2천원을 슬쩍한걸 더하면 2만 9천원. 1천원은 어디로 갔을까?" 라는 문제도 이 책 덕분에 속 시원하게 정답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관 주인이 받은 돈은 2만 5천원이고, 종업원이 가로챈건 2천원이라 이는 손님 세 명이 지불한 돈과 일치합니다. 여기에 깎아준 3천원을 더하면 처음의 3만원이 됩니다. 이 돈에 또 슬쩍한 돈 2천원을 억지로 더해서 발생하는 오류지요.

이러한 퍼즐같은 이야기 외에도 정통 수학에 기반을 둔 이야기도 흥미로왔습니다. '앞의 두개의 수의 합이 다음 수가 되는 피보나치 수열의 이웃한 3개의 수는 항상 한가운데 수의 제곱과 양 끝 두 수의 곱은 언제나 1만큼 다르다' 라는 사실 등 새롭게 알게 된 이론도 많고요.
'큰 원의 원 둘레와 작은 원의 원 둘레가 1:1로 대응하더라도 길이는 똑같다고 할 수 없다' 는 이유 등 몰랐던 수학 이론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도 좋았습니다. "1/3 + 1/3 + 1/3 은 1인데 1/3은 0.333333333..... 이라 1/3을 더하면 완벽한 1이 되지 않는데?"라는 문제에 대한 답도 미력하나마 깨우칠 수 있었고요.

수기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논리 퍼즐도 대미를 장식할 만 합니다. 아주 인상적이었기 상세하게 소개해 드릴께요. 일단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두 개의 문이 있는 방이 있다. 한 방은 정답, 다른 방은 오답이다. 방에는 언제나 사실을 말하는 정직 족, 언제나 거짓말을 하는 거짓말쟁이 족으로 이루어진 별에서 온 두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이 어느 부족인지는 모른다. 이 두 사람 중 한 명에게 한번만 질문할 수 있다. 그들의 답은 "팔" 또는 "다아" 중 하나이다. 이 "팔"과 "다아" 중 어느 쪽이 yes이고 어느 쪽이 No 인지는 알 수 없다. 무슨 질문을 해야 하고, 답은 어떻게 되는가?" 입니다. 논리 퍼즐로 한참 고민해도 됨직한 멋진 이야기죠? 이 책에서는 놀랍게도 이를 수학 공식화하여 설명해 줍니다! 내용 중 "동치" 개념과 교환율, 간략화 공식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공식으로 "왼쪽의 문이 정답입니까? 라고 질문을 받으면 당신이라면 "팔" 이라고 대답합니까?" 라는 답이 도출되는 과정은 놀라왔습니다. 수학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말이지요. 여러분들도 이 답이 맞는지는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책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미타 타로의 수기와 비교한다면 이어지는 "웃지 말 것 - 웃음과 패러독스" 부분은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습니다. 여러가지 패러독스를 다양한 글을 통해 설명하고 있는데, 라쿠고나 잡지의 유머 등을 인용하여 이해를 돕는건 좋지만 너무 장황한 탓입니다.
물론 유머, 우스개 들에서 패러독스 이론을 끄집어 내는건 대단했고, 유머만 소개되는게 아니라 체스터턴의 단편과 "라쇼몽"이 인용되는 등 볼거리가 많긴 합니다. 그래도 글 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도판이나 다른 보조 장치가 필요했어요. 거짓말 관련된 패러독스가 내용의 대부분이라는 점도 아쉬웠고요. 마지막의 "읽지 말 것 - 수학과 패러독스"에 제목처럼 수학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기는 한데, 그 비중이 높지 않습니다. 도입부에서 칸토어의 정리를 쉬운 집합 형태로 바꾸어 설명하는 부분은 재미있었지만, 이외에는 패러독스를 수학으로 설명하기 위한 여러가지 이론 설명 비중이 더 크거든요.

그래도 전체적으로 재미있고 읽을만한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책의 가치를 번역이 반 이상 깎아먹고 있는건 안타깝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수학 이야기인데 어떤 항목은 번역된 글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 정도였으니까요. 책 자체는 별점을 3점 이상 주고 싶어도 번역 때문에 도저히 2.5점 이상은 주기 힘드네요.
수학을 공부하는 중학생 정도라면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라 생각되어 수학을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리고 싶은데, 번역 때문에 선뜻 권해드리기 어렵군요. 조금 현대적으로 각색해서 새롭게 번역되어 출간된다면 더 바랄게 없겠습니다.

2010/05/11

셈도사 베레미즈의 모험 - 말바 타한 / 이혜경 : 별점 4점!

셈도사 베레미즈의 모험 - 8점
말바 타한 지음, 이혜경 옮김/경문북스(경문사)

셈에 능한 목동 베레미즈가 뛰어난 수학 실력으로 "셈도사"로 성공하는 과정을 재미난 수학 문제들과 함께 펼쳐나가고 있는 독특한 수학 서적입니다. 경문북스의 "수학 오딧세이" 중 한권이기도 하죠. 같은 시리즈 중에서 "왓슨, 내가 이겼네!"와 "왜 버스는 한꺼번에 오는걸까?"를 이미 읽어봤었는데, 구태여 비교하자면 이 책은 "왓슨! 내가 이겼네" 쪽에 더 가깝습니다. 페르시아 왕국을 무대로 가상의 인물이지만 캐릭터가 확실한 베레미즈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한편의 소설처럼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거든요. 덕분에 딱딱한 수학 이론이 단순하게 나열된 책보다 훨씬 재미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야기에 몰입하기가 쉬웠습니다. 등장하는 문제들도 간단한 셈과 수학 - 논리퍼즐의 영역이라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눈을 가리고 있는 5명의 노예가 있는데 3명있는 파란눈의 노예는 거짓말만, 2명있는 검은눈의 노예는 참말만 한다. 딱 3명에게 질문을 하여 노예들 모두의 눈 색깔을 맞추어라" 라는 문제같은거죠. 베레미즈가 첫번째 노예에게 질문했는데 노예가 베레미즈가 알아들을 수 없는 자신의 모국어로 말해버려서 한번의 질문을 날려버리는 아찔한(?) 순간이 연출되는 등 이야기도 아주 흥미진진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적합한 시리즈의 책이라는 한계는 어느 정도 있겠지만 수학 도서 중에서 재미로 따지자면 최상급 책이기에 별점은 4점입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왔더라면 저도 수학에 좀 더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요새 애들이 부럽네요.

2010/04/06

하노이의 탑 - 네가미 세이야 / 서혜영 : 별점 1점!

하노이의 탑 - 2점
네가미 세이야 지음, 서혜영 옮김/해나무

수학교수로 일하는 나는 'hanoi'라는 제목의 알수없는 메일을 받는다. 내용은 하노이의 탑이 무너졌다는 것과 이 메시지를 다른 두 명의 수학자에게 보내라는 것. 무시했지만 유학생 도이모이 군과의 만남 등을 통해 하노이의 탑이 실존한다는 것을 알게되고, 붕괴한 탑의 재건을 위한 수학적 공식을 풀어내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데...

식탐정 다카노 세이야가 있다면 수학탐정 네가미 세이야가 있다! 이름 하나는 그럴듯한 수학자의 수학 소설입니다. 이름뿐 아니라 제목도 그럴듯 하고 책 소개도 그럴듯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하노이의 탑"

실제로 존재하던 64단짜리 하노이의 탑이 붕괴했는데, 재건하기 위해서는 현재 위치를 알아내야 한다!는걸 수학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은 좋습니다. 신선하기도 하고요. 2의 64승 빼기 1의 횟수를 움직여야 이동이 가능한 64단짜리 탑인데, 몇번 옮겨놓은 상태인지, 현재 원반들의 위치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내야 한다니 흥미진진할 수 밖에 없지요.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 수록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느낌입니다. "Q.E.D" 같은 내용을 기대했던 저에게도 잘못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재미가 있다 없다의 수준을 떠나 소설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완성도가 없는 탓이 큽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책은 소설이 아닙니다. 그냥 하노이의 탑에 대한 수학적 공식과 이론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에 더해, "초월자가 된 수학자가 세상을 구한다"는 수학자스러운 환상을 유치한 수준으로 살짝 담아낸 개인적 잡문에 불과합니다.

하노이의 탑 문제에 대한 수학적인 이론을 약간이나마 알게 된 것 이외의 가치가 전무하기에 별점은 1점입니다. 차라리 수학 참고서라고 생각하고 읽었더라면 별점이 더 높을 수도 있었을텐데, 기대와는 너무나 달랐어요.
솔직히 이 책이 절판 뒤 재간되고 여러번 증쇄되는 이유조차 잘 모르겠는데, "수학"이라는 타이틀 때문이라면 앞으로 경성탐정록도 "수학 추리소설"이라고 타이틀을 변경하는걸 검토해봐야겠습니다.

2011/12/05

Q.E.D - 38 / 39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3점 / 2점

Q.E.D 큐이디 38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허몽

영화 제작자 쿠세 살인사건에 언제나 그렇듯 우연찮게 발을 들여놓게 된 토마와 가나 커플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이야기.

추리적으로는 그다지 인상적인 작품은 아닙니다. 영사기를 이용한 트릭이 사용되지만, 작중에서 언급되는 대로 돈 한 푼 투자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신선하지도 않을 뿐더러, 현실적이지 못한 탓입니다. 영사기를 이용하여 영상을 창문에 투영하는 것, 그리고 조명에 의한 일종의 거울 현상을 이용한다는 것 모두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세세한 부분에서 설명을 좀 더 해 주었더라면(예를 들면 창문에 시트지를 발라놓았다던가 하는 식으로) 좋았을 텐데 말이죠.

하지만 토마가 용의자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각자 처한 현실에서 동기를 추리해 범인을 알아낸다는 착상은 괜찮았고, 망한 영화에 돈을 투자하는 것에 대한 심리 묘사가 그럴듯했다는 점에서는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17

일본 수학인 "화산"을 다루고 있는 일종의 가상 역사 수학물입니다. 18세기 초 일본 에도의 아이사라는 소녀가 일본에서 가우스, 갈루아보다 먼저 대수에 대한 이론을 알아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로, 현재 시점에서 토마는 아이사가 남긴 사당의 수수께끼를 풀어냅니다. 당연하겠지만 진실은 결국 밝혀지지 않습니다. 다만 "알아냈을지도 모른다"로 훈훈하게 마무리되지요.

재미는 있고, 특히 앞부분의 수학(화산) 문제도 퍼즐을 푸는 기분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지만, 정작 핵심 내용은 100% 이해되지는 않는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제가 수학에 약한 탓입니다.

수학 쪽에 많이 치우쳐 있는 이야기라 평가하기가 좀 난감한데, 별점은 3점입니다. 가상 역사물, 수학 학습물, 추리물 어느 쪽으로 보아도 평균 이상은 되는 수준이라 생각됩니다. 현학적인 측면에서도 우수하고요.

Q.E.D 큐이디 39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어번힐즈 6호실 사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낡고 별 볼 일 없는 맨션 어번힐즈의 관리인이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경찰은 사인을 자살이라고 단정 짓습니다. 이후 관리인의 손녀와 친구인 가나가 토마를 끌어들여 진상을 밝혀낸다는 내용입니다.

애초에 시체가 발견된 6호실이 밀실도 아니고, 맨션 안을 돌아다닌 것은 토치키밖에 없는 정황이라 범인이 너무 뻔합니다. 그런데 예상 가능한 전개를 뒤집어 희한한 일상계 미스터리로 탈바꿈시킨 작가의 능력이 돋보였습니다. 동기와 진상의 의외성이 확실히 존재하는 기발함이 좋았어요.

다만, 왜 주위에 더 싼 집을 물어볼 때 6호실을 이야기해 주지 않았는지, 구태여 6호실을 통해 시체를 끌어올려 자살로 위장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설명되지 않는 점이 문제입니다. 웬만한 경우에는 자살이 아니라 단순히 시체만 발견되어도 집값은 떨어질 텐데 말이죠.

때문에 별점은 2점입니다. 조금 더 설득력 있는 단서를 보강했더라면 정말 괜찮은 일상계 미스터리 수작이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다소 아쉽습니다.

그랜드 투어

NASA에서 보이저호를 개발했던 핵심 멤버 중 한 명인 이오 교수가 은퇴 기념 파티를 열고 제자였던 토마와 로키 일행을 초대한 뒤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작품. 굉장히 묵직한 내용으로, 보이저호 발사에 필요했던 "그랜드 투어"와 "스윙바이 항법"이 전개의 핵심으로 등장하는 Q.E.D 특유의 학습 + 본격 추리물입니다.

35년 전 이오 교수 아내의 죽음을 파헤치는 것이 핵심인 추리적인 부분은 당시 인물들의 증언에만 의존하는 안락의자 탐정물 스타일인데 제법 설득력 있게 전개됩니다. 비약이 심한 점이 있지만, 큰 흠은 아니에요.

그러나 드라마 부분은 문제입니다. 교수 아내의 불륜은 가정을 돌보지 않은 교수에게도 책임이 있고, 교수의 자살 소동과 복수를 다루는 전개도 말이 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쇼를 벌이는 이유 자체가 설명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구태여 토마 일행을 불러모은 이유도 합리적이지 않고요. "자살"을 증명해 줄 수 있기 때문에? 토마 일행이 없더라도 친구들과 목격자 증언만으로 충분히 자살로 성립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부분을 감점하여 별점은 2점입니다. 시작에 비해 마무리가 확실히 약했던 에피소드인데, 후속작에서는 좀 더 힘을 내 주었으면 합니다.

2010/02/23

천재들이 즐기는 수학 퍼즐 게임 - 한다 료스케 / 이정환 : 별점 3점

천재들이 즐기는 수학 퍼즐 게임 - 6점
한다 료스케 지음, 이정환 옮김/일출봉

제목 그대로 수학을 중심으로 한 퍼즐이 실려있는 책입니다.

그런데 수학 퍼즐은 물론 탱그램이나 도형 퍼즐, 미로 등 실려있는 퍼즐들은 옛날, 한 20년 전에 국내에서 유행했던 퍼즐 백과 문고본 시리즈의 일부만 따다가 실어놓은 듯한 느낌입니다. 장정과 인쇄질, 종이질도 20년 전 수준으로 그리 좋지 않아서 책의 완성도 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하지만 퍼즐 천재 샘 로이드와 퍼즐왕 듀드니라는 양대 인물에 대한 소개 및 퍼즐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의 구성은 만족스럽고, 실제로 수학과 연관성을 지니는 퍼즐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제목에서 느껴지는 기대에는 충붆니 값합니다. 실제 퍼즐이 창작되었을 때를 연상케하는 일러스트도 마음에 들고요. 
사실 "퍼즐"을 즐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추리소설 창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더 컸는데 딱 한문제, "몬티홀" 문제가 쓸만해서 나름 만족스럽기도 합니다. ("몬티홀" 문제란 A.B.C 의 문 3개 중 한개를 선택하는 TV쇼가 있답니다. 이 중 한개의 문 뒤에는 보물이 있는데, 내가 문을 한개 선택한 뒤 사회자가 남은 두개의 문 중 하나를 열어 보물이 없는 것을 보여주고 나에게 문을 바꿀 기회를 준다고 합니다. 문을 바꾸는게 유리할까요? 아니면 아닐까요? 하는 문제랍니다.^^)

무엇보다도 알라딘 반값 할인 이벤트로 5천원도 안되는 가격에 구입했다는 장점이 때문에 별점은 3점입니다. 수학 퍼즐을 좋아하신다면 싼값에 한권 구입하셔서 즐길만한 책이 아닌가 싶네요.

그나저나, 학생때는 손도 안대던 수학 책을 나이 30대 후반되서 이렇게나 사게 되다니... 정말 알 수 없는게 인생사에요...

2008/05/30

왓슨, 내가 이겼네! - 콜린 브루스 / 이은희 : 별점 4점

왓슨, 내가 이겼네 - 8점
콜린 브루스 지음, 이은희 옮김/경문북스(경문사)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하는 단편집입니다. 그러나 다른 셜록 홈즈 오마주나 패러디물과 다른 이 작품은 "수학"을 쉽게 설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교육적 성격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런데 딱딱하고 재미없는, 단순한 설명에 머무르지 않고 수학이 사건들에 제법 잘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추리 단편으로도 손색없는 수준의 재미있는 작품들이어서 깜짝 놀랄 정도에요. 총 12개의 단편 모두가 수학과 잘 조화된, 뛰어난 수작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두번째 작품 "노름에 빠진 귀족"과 네번째 작품 "늙은 선원의 비밀", 그리고 "장교의 살인"과 "완벽한 회계장부" 등은 수학의 확률과 게임이론을 효과적으로 작품에 녹여냅니다. 특히 "늙은 선원의 비밀"의 진상은 수학을 잘 모르면 효과적으로 도출하기 어려운 내용인데, 해당 이론을 너무나 잘 설명하고 있으면서도 홈즈 시리즈 특유의 깜짝쇼같은 반전도 들어가 있는 아주 좋은 작품이었어요.

캐릭터 표현과 셜록 홈즈 시리즈로의 미덕도 충실합니다. 왓슨 박사의 멍청함과 단순한 사고방식, 행동은 원작보다 과장되어 있으나 작품에 유머스러움을 더하고, 마이크로포드와 레스트레이드 경감같은 친숙한 시리즈 캐릭터들도 등장도 반갑습니다. 그 외에도 "마지막 인사"의 모리어티 교수와의 추격전도 수학적으로 해석하는 등, 셜록 홈즈 시리즈의 팬으로서 즐길 요소가 많습니다. 루이스 캐롤이나 칼 마르크스, 레닌 등 유명인사와 유명 사건이 작품에 등장하는 것도 또다른 볼거리고요.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하는 수많은 오마쥬나 패러디 작품 중,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학습적인 효과까지 전해준다는 점에서 추천합니다. 저와 저희 형이 쓰고 있는 "경성탐정록"의 설홍주 역시 경성제대 수학과 출신의 수학 천재라는 설정인데, 수학과 관련된 추리물을 어떻게 쓰면 좋은지에 대한 참고자료 역할도 할 것 같아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독서였습니다. 많은 부분이 도움도 되고 재미도 있었기에 별 4개 줍니다.
그러나...수학에 별 관심이 없다면 큰 재미를 느끼기는 힘든 작품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덧붙이자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시리즈인것 같은데 요새 학생들 정말 부럽네요. 제가 학교 다닐때는 그나마 읽을만한 책이 위인전 뿐이었는데 말이죠. 완전 부럽습니다!

2022/10/22

수학자는 행운을 믿지 않는다 - 애덤 쿠하르스키 / 정훈직 : 별점 3.5점

수학자는 행운을 믿지 않는다 - 8점 애덤 쿠하르스키 지음, 정훈직 옮김/북라이프

여러가지 도박에 대해 수학적으로 연구된, 여러가지 이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상세하게 알려주는 책.
리처드 파인만의 책 도입부 일화부터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파인만은 도박은 잃을 수 밖에 없다는걸 계산을 통해 알고 있었는데, 프로 갬블러를 만나고 혼란에 빠집니다. 수학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프로 갬블러 닉은 파인만에게 “베팅 판에 돈을 거는 게 아니라, 베팅 판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돈을 거는 것." 이라는 비결을 말해 주었답니다. 암요, 호구는 타짜의 먹잇감에 불과하지요.

뒤이어 각종 도박 및 베팅에 대해 수학자들이 연구한 방대한 사례들이 소개되는데, 뭐 하나 빼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고 신기했습니다. 맨 먼저 소개되는 무작위여야 할 룰렛에서 거금을 땄던 일화부터 말이죠. 룰렛이 마모 등의 사소한 결함으로 특정 숫자가 다른 숫자들보다 자주 나온다면, 상황이 갬블러에게 유리하게 바뀔 수 있다는게 비결입니다. 하지만 바퀴가 문제가 있어도 어느 숫자에 돈을 걸어야 하는지 알아내는게 문제인데, 물리학에다가 컴퓨터까지 동원해서 최대 20% 정도의 적중률을 확보했던 사례가 있었다고 합니다. 임의의 배팅일 경우의 확률은 2% 미만이라니 그 차이가 실로 엄청나네요. 휴대폰 등을 이용해서 2004년에도 130만 파운드를 따 간 일당이 있었다고 하고요. 이런 계산을 할 수 있을 사람이라면 저 돈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여튼 대단합니다.

운이 지배한다고 생각했던 복권에서도 수학자들의 성취는 눈부십니다. 제일 간단한건 로또에서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구입하는 비용이 상금보다 적을 경우 모든 숫자를 다 사버리는 '브룻 포스 공격'법입니다. 문제는 모든 조합을 구매하는 수고, 그리고 공동 당첨자가 있을 때 상금을 나눠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는건 정말 큰일일거에요.
경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학적인 예측으로 거액을 벌어들이는 조직이 있으며, 그 적중률이 높다는 것에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포인트는 잘하는 말은 배당이 낮고 못하는 말은 배당이 높아서 공정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에요. 사람들이 못하는 말의 확률을 후하게 판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반대로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우승 확률이 가장 높은 말의 예상 성적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고요. 이건 어떻게 보면 당연합니다. 고배당으로 한 방을 노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잘하는 말에 돈을 거는 것 만으로 돈을 무조건 딸 수는 없겠죠. 수수료 문제도 있고요. (이 책에 의하면19%) 그래서 여러가지 수학 기법이 적용된 경마 우승 확률 분석 프로그램이 많이 나타났는데, 대체로 프로그램 결과와 현재의 배당률을 조합하여 베팅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축구 경기도 수학 기법이 도입되는건 마찬가지입니다. 1970년대에 몇몇 학자들은 축구 한 경기는 거의 전적으로 우연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예측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적도 있었답니다. 그러나 수학의 발달로 이런 제약도 무너져버리고 말았는데, 예를 들어 팀이 골을 넣는 실력, 골을 얼마나 못 막는지를 뽑으면 골을 넣을 확률을 다음과 같은 수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군요.
홈팀의 공격 능력 × 원정팀의 수비 취약점 × 홈그라운드 이점
이를 기반으로 만든 모델을 통한 예측 결과가 베팅 업체 배당률보다 10퍼센트 이상 가능성이 높았다니 놀랍습니다.
이렇게 모든 스포츠 도박은 이제 과학적인 분석 대상이 되었기에, 심지어 투자 회사까지 생겨 투자 개념으로 접근한다는 것도 놀라왔어요. 주식과 다를바 없다는건데, 이 정도로 고도화된 분석에 따른 결과라면 수긍할 만 합니다. 물론 저는 제 돈을 이런데 투자하지는 않겠지만요.

책은 이런 수학 이론들을 통해 인공 지능 단계까지 나아가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포커에서 블러핑까지 구사한다는건 놀랍습니다. 이는 냉정한 논리에 따른, 최적의 포커 전략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전술이기 때문입니다. 스포츠 경기나 룰렛에 돈을 거는 행동은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포커 선수들은 베팅으로 게임의 결과를 바꿀 수 있어서 선수인 셈이니까요. 이런 과정을 거쳐 지금은 절대로 지지않는 포커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있다고 하네요. 온라인으로 포커 게임을 하면 절대로 안되겠습니다.

블랙잭과 카드 카운팅은 많은 책에서 소개되어서 새로운건 없었지만, 카지노가 유리한 이유는 기억에 남습니다. 참가자의 차례가 항상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참가자가 카드 한 장을 쓸데없이 더 요청했다가 목표치를 넘어가면, 딜러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이기니까요. 그래도 딜러의 카드 숫자가 작으면 딜러가 카드 몇 장을 더 뽑아야 할 가능성이 높아져서 합계가 21이 넘어갈 위험이 커진다고는 합니다. 예를 들어 딜러의 카드가 6이면 딜러 쪽이 21을 넘어버릴 확률이 40퍼센트라는군요! 10의 경우에는 그 확률이 반으로 줄어들고요. 따라서 딜러가 6을 갖고 있으면 자신의 카드 합계가 작더라도 가만히 있어야 결과가 좋을 수 있다는군요. 잘 기억해 두어야겠어요.

곁들여 소개되는 이런저런 정보들도 흥미롭습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징크스’처럼요. 이 잡지의 표지에 나온 선수들은 종종 그 후 성적 하락을 겪게 된다는데, 통계학자들은 실제로는 징크스가 아니라고 합니다. 선수들이 잡지 표지에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대체로 그 선수들이 특이하다 싶을 정도로 좋은 시즌을 보냈기 때문인데, 이는 진정한 실력보다 비정상적인 변동에 의한 것으로 이듬해 성적 하락은 단순히 원래 실력으로 돌아간 것 뿐입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이현곤 선수의 타격왕 획득같은 경우겠죠.
갬블, 베팅에 관련된 정보도 많습니다. 카지노와의 대결에서 정해진 액수만큼 더 벌 수 있다고 기대될 때 걸어야 할 최적의 액수는 얼마일까요? ‘켈리 기준’이라고 알려진 수학 공식을 따르면 됩니다. 기대 수익을 이기면 받게 될 액수로 나눠서 나온 비율을 전체 자금에도 적용해서 그만큼의 액수를 걸어야 한다는군요. 예를 들어 동전 던지기에서 뒷면이 나오면 2달러를 주는 내기가 있다고 한다면, 켈리 기준은 기대되는 당첨금 50센트를 이겼을 때의 액수인 2달러로 나눈 것이다. 계산 결과는 0. 25로, 이는 이용 가능한 자금의 4분의 1을 걸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론상으로는 이만큼을 걸면 적절한 수익이 보장되는 동시에 자금 손실의 위험성이 제한된다는 겁니다.

이런 류의 책답게 번역이 그렇게 좋지는 못하고, 아무래도 내용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도판은 아예 없다시피하고요.
그래도 재미와 정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기에 별점은 3.5점입니다. 도박을 좋아하고, 이기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읽는다고 따라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2012/09/03

춤추는 술고래의 수학 이야기 -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 별점 2점

춤추는 술고래의 수학 이야기 - 4점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이덕환 옮김/까치글방

주로 확률에 대해 다루고 있는 수학 교양서입니다. 확률, 패턴과 관련된 중요한 인물, 발견을 시대순으로 배열한 역사서적인 측면도 있고요. 

딱딱하고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는 사례나 누구나 흥미를 가질만한 이야기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합니다. 이 중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내용들을 몇 가지 소개해 드립니다.

요크셔의 면화공의 몬테카를로 대승부 이야기. 

당시에는 룰렛 기계 자체가 불균형해서 기계마다 나올 수 있는 숫자의 확률이 다르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즉, 모든 숫자가 공평하게 1/37이 아니라 1/9의 확률이었다는 것인데, 기대이익을 한번 계산해 보고 싶네요.

측정과 오차의 법칙을 설명하면서 와인 평가에 대해 예를 든 부분.

한마디로 "신의 물방울은 구라다!" 라네요. 1990년의 실험 결과로는 전문가들도 감정의 성공률이 70%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하거든요. 어차피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감정 평가라 생각하기에 믿지도 않았지만, 예상보다도 성공률이 너무 낮아서 실망스럽더군요. 칸자키나 잇세도 별 거 아니군요.

푸앵카레가 제빵사의 범죄행위(?)를 알아차리게 된 계기.

케플러의 법칙입니다. 우연의 패턴은 신뢰할 수 있는 것이어서 그런 패턴에서 벗어나는 자료는 범죄의 증거가 되기도 한다는, 이른바 "범죄 경제학"을 다룬 이야기인데, 추리소설의 한 꼭지로 사용해도 괜찮겠더라고요.

우생학과 평균회귀의 원칙, 그리고 제목에도 사용된 춤추는 술고래의 패턴.

"과거의 성공은 미래의 성공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펀드매니저 분석법은 눈여겨볼 만했습니다.

다만, 이렇게 재미있는 주제들을 설명하는데도 불구하고 내용이 뭔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하는건 아쉽습니다. 제가 수학 실력이 젬병인 탓도 있겠지만 좀 더 쉬운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요. 특히 공식이나 수식 설명에서 부족함이 많이 느껴졌는데, 이건 명백히 번역의 문제라 생각됩니다.

좀 긴 호흡의 역사서적인 구성이기 때문에 단순히 비교는 어렵지만, 유사한 주제를 다루었던 "1% 확률의 마술"이나 "기회를 만드는 확률의 법칙"보다는   재미나 실용적인 측면 (도박?)은 약하지만 깊이는 더 있는 책입니다. 아무래도 저와 같은 수학음치에게는 재미가 더 중요한 요소이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만, 깊이가 있는 것은 확실하니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23/11/29

Q.E.D Iff 증명종료 21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1점

Q.E.D Iff 증명종료 21 - 2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신작이 나온지 모르고 있었는데 뒤늦게 찾아 읽었네요.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졸작이었습니다. 20권이 간만에 높은 수준을 보여줬기에 기대가 컸는데 아쉽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수록작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디오판토스 방정식"
이즈미 코타는 수학 올림피아드 강화 학습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토마와 가나를 만났다. 토마 덕분에 수학에 관심을 갖게 된 인연이 있었다...

수학 올림피아드 학습 중 일어났던, 합숙생 호즈미가 사유지 건물 옥상에서 사라진 방법을 해결하는 일상계 단편. 
이외에도 합숙 멤버들 책상에 놓여있던 인형의 정체, 그리고 아래의 상황에서 학생이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와 마지막의 논리 퍼즐같은 소소한 수수께끼도 등장합니다.
호즈미 소실과 인형들, 논리 퍼즐은 모두 강사 세키의 계획이었다는게 진상입니다. 학생들이 단순히 수학 문제를 푸는 기계가 아니라 누구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에 도전하고, 미지의 황야를 나아가기를 바랐는데, 그 때 불안과 고독을 느끼고 패닉에 빠질지도 몰라서 일부러 그런 상황을 만들었던 것이지요. 호즈미는 세키의 제자로 계획에 참여한 공범(?)이었고요.

그런데 '문제를 잘 읽는게 중요하다'는걸 알려주기 위해 인형들을 사용한 것 정도는 그럴싸했지만 (인형에 표기된 글자는 모두 오자였다), 일상 속 불가능 범죄를 푸는게 수학과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사유지 건물 옥상 트릭은 일종의 숨바꼭질(?)에 불과한 트릭이라서 수학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고요.

마지막의 디오판토스 방적식을 푸는 과정과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기쁨을 표현한 부분만 '학습 만화'로 약간의 가치가 있을 뿐, 추리물로 보기 어려운 망작이었습니다. 제 별점은 1점입니다.

"사후의 편지"
폭력단 코단 조직의 말단 조직원 사사메 켄토가 밀실에서 칼에 찔려 살해당했다. 용의자 와타보시는 투자회사 사장 마다라 에츠코의 사기 피해자로, 마다라 에츠코가 코단 조직을 이용해 누명을 씌웠다고 주장했다.
한편 사사메의 애인 사키의 집에 조직원들이 쳐들어와 켄토가 남긴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조직은 켄토가 조직이 시킨 어떤 일의 증거를 남겼다고 여겼다. 사키와 안면을 튼 토마 덕분에 진상이 밝혀지는데....


켄토는 사키의 아이에게 마술을 보여주겠다며 조각이 들어있지 않은 빈 만화경을 샀었습니다. 그리고 켄토 사후에 사키에게 빈 봉투의 편지를 보냈고요. 트릭은 이 두가지를 결합하는 것이었습니다. 빈 만화경으로 봉투를 보면, 봉투에 붙여놓았던 종이의 무늬가 보이게 되는 것이지요. 무늬는 켄토가 사키에게 선물했던 지갑을 의미하는데, 지갑 안에는 SD 카드가 들어있었습니다.
그럼 SD카드에는 무슨 내용이 들어있었을까요? 켄토가 보스 시모아라메의 지시로 와타보시를 죽이려고 잠입했다면 (그리고 역으로 살해당했다면) 이에 대한 증거를 남겼을리 없습니다. 자기 범죄를 증명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토마는 "켄토는 시모아라메의 지시로 와타보시 집에 잠입해서 자살했으며, SD 카드의 내용은 그것을 증명한다"고 추리했으며, 그게 정답이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SD카드를 숨긴 곳을 알리는 만화경 트릭부터 실망스럽습니다. 만화경으로 빈 봉투를 들여다본다는걸 누가 떠올릴 수 있을까요? 이런건 단서도 뭐도 아닙니다. 대단한 곳에 숨긴 것도 아니고, 지갑안에 숨겼을 뿐인데 암호를 남긴 것도 억지스럽습니다. 어차피 언젠가는 발견되었을테니까요.
밀실 살인이 아니라 밀실 살인을 위장한 자살이라는 아이디어도 신선하기는 했지만, 일개 조직 폭력배 조직원이 보스가 자살하라고 했다고 선뜻 자살한다? 전혀 와 닿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 카리스마가 있는 보스라면 이미 일본을 제패했을겁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 그나마 추리 요소가 있을 뿐, 전작과 다름없는 망작이었습니다.

2021/04/10

대량살상수학무기 - 캐시 오닐 / 김정혜 : 별점 3점

대량살상수학무기 - 6점
캐시 오닐 지음, 김정혜 옮김/흐름출판

수학박사이자 펀드회사 퀀트, 데이터 과학자 등으로 일하던 저자가 빅데이터 경제가 불평등을 확산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내용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쓴 수학, 과학, 인문학 교양서입니다. 빅데이터를 기반한 수학 모형 프로그램이 왜 대량살상수학무기 (이하 WMD)로 불릴만큼 위험한지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해 줍니다.

위험한 이유는, 인간의 편견과 오해, 편향성을 코드화했으며 유해한 결론이 나오더라도 개인이 반박하거나 수정하기가 극히 어렵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대체로 직접적인 데이터가 아니라 직접적 관계가 없는 대체 혹은 대리 데이터로 억지로 연관성을 도출하고요. 한 마디로, 가난한 동네에 살고, 신용이 낮고, 좋은 학교를 나오지 못했다고 모두 범죄자가 되는건 아닌데 이런 식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이건 뭔가 있어보이지만 실상 '인종차별'과 다르지 않은 논리라는 겁니다. 특정 피부색은 행실이 나쁘고, 그들과 같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행동할 거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과 다르지 않으니까요. 굉장히 공감이 많이 됩니다.

또 이러한 WMD가 널리 사용됨으로 인해서,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사람들은 차별받고,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는데, 대표적인 예가 신용을 측정하는 '신용평가점수'입니다. 신용평가점수는 대부분의 경우 업무 능력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습니다. 그러나 신용평가점수가 낮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죠. 말 그대로 하향식 악순환인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아요. 얼마전 대통령께서 신용도 낮은 사람들에게 대출을 더 많이 해줘야 하지 않느냐? 라는 말을 해서 엄청나게 욕을 먹었었습니다. 물론 원칙에 따르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이렇게 신용도로 대출을 하게 되면, 당연히 부자나 안정적인 직장인에게 더 유리할 수 밖에 없어요. 정작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은 고금리 사금융에 손을 벌릴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어렵겠지만, 뭔가 대책은 필요한건 분명해요.

인간의 편견이 양형에 미치는 영향력을 줄여 범죄자들을 더욱 공정하게 대하자는 재범위험성모형 recidivism models 의 문제점도 명확하게 알려줍니다. 양형의 일관성을 높이고, 판사의 기분이나 편견이 판결에 미치는 영향력을 줄이며, 평균 수감 기간도 줄여서 예산을 절약해 주는 획기적인 모델이라는데, 아쉽게도 이 역시 전형적인 WMD에 불과합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대리 데이터가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사람은 일정한 직업이 없을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가족과 친구가 많은 환경에서 성장했을 가능성이 높죠. 그러면 이들은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 받은 높은 점수가 더해져, 더욱 무거운 형을 선고받고 범죄자들에게 둘러싸인 감옥에서 사회와 격리된 채 수년을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오랜 수감 생활은 그가 다시 감옥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즉 재범 위험성을 확실히 증가시키고요.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더라도 예전에 살던 가난한 동네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번에는 전과자라는 별까지 단 상태라 일자리를 구하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결국 그는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르게 됩니다. 이걸 재범위험성모형이 정확한 예측을 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냥 하향식 악순환의 또다른 형태일 뿐입니다. 단지 '현재의 범죄'만 놓고 판단을 해야지, 사건과 관계없는 주변 데이터들을 판단에 집어넣는건 잘못된 알고리즘이죠.

그 외, 취업 시장, 대학 입시 시장 등 다양한 곳에서 WMD가 사용되는 사례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일정 관리 소프트웨어의 가혹한 일정 관리는 끔찍할 정도에요. 게다가 거의 신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인데, 사실상 일반 개인이 반항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는게 무섭네요. 거대하고 불투명하며, 무책임하다는 측면에서 최근 화두가 되는 마이크로 타기팅 광고의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WMD의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한 무리수도 몇 가지 있습니다. 경찰이 사용하는 범죄 예측 모형 프레드폴이 대표적입니다. 경범죄를 중시하도록 설계되어, 빈민가 중심의 순찰을 통해 검거율이 대폭 상승했지만 저자는 진짜 중범죄는 잡지 못한다고 역설하지요. 하지만 순찰 경관이 저자가 이야기하는 경제사범을 체포할 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순찰이라는 행위가 거리에서의 범죄 단속이니까요. 저는 순찰 경관이 필요한 범죄 카테고리 중심으로 설계된 지금 모델은 충분히 신뢰할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력서 서류 심사에서, 깔끔한 것과 지저분한 것의 차이로 평가하는건 옳지 않다고 주장하는데 이 역시 동의하기 어려웠어요. 이력서를 내는데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인 사람을 선발하는게 마땅하니까요.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배려심,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는 사람은 회사에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높고요. 아, 이런 것도 대리 데이터에 따른 개인적 편견일까요?
비만인에게 건강 보험료를 많이 걷겠다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비만이 병의 원인임이 분명하면, 그다지 잘못된 정책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또 비슷한 사례가 계속 이어지니 좀 식상한 측면도 있고, 목차 구성에서 'WMD가 무엇인지'를 좀 더 명확하 한 뒤, 뒤의 사례들을 소개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네요. 각 사례 소개 때 마다 '이건 이러해서 WMD이다' 에 대한 설명이 동일한데도 불구하고 계속 등장하는데, 목차 구성을 통해 이런 부분은 최소화할 수 있었을걸로 보이거든요.

아울러 이런 프로그램을 통한 개인 평가가 과연 잘못된 것인가?에 대한 근본 고민이 부족하다는 것도 좀 아쉬웠습니다. 지난 수백년간 모든 모델, 즉 대출이나 재판, 고용, 입시 등 거의 모든 경우에서 '평가'라는게 이루어져 왔습니다. 이 평가는 그동안은 해당 상황을 통제하는 '사람'에 의해 진행되었고요. 과연 사람이 이런 프로그램보다 더 나을까? 라는 측면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듭니다. 책에서는 대체, 대리 데이터가 문제가 있다고 계속 주장하지만, 사실 경험적으로 어느정도 성립하는 대체, 대리 데이터가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고요. 예를 들면 예전 "신입사원"이라는 만화에서 보았던, '학력필터' 이론이 그러합니다. 부모님 노력이 아니라 순수하게 학생들끼리 '학력' 으로만 평가해서 순위가 높은 대학에 들어간거라면, 저라도 명문대생을 우선 뽑을 것 같네요.

그래도 오랫만에 굉장히 유익하고 좋은 독서를 한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인공지능의 문제점을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이 가질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관심있으신 모든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2012/11/10

수학암살 - 클라우디 알시나 / 김영주 : 별점 2점

수학암살 - 4점
클라우디 알시나 지음, 김영주 옮김, 주소연 감수/사계절출판사

일상생활 속 수학의 힘을 보여준다는 취지로 다양한 생활 속 오류를 소개하는 책. 총 6개의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수학적인 내용은 많지 않습니다. 사례들도 오타라든가 별거 아닌 과장법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대부분이고요. 그래서 별로 "중요한 오류"라 느껴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큽니다. 짤막짤막하게 이어지는 내용들 덕분에 읽기 쉽다는 장점은 있습니다만, 그냥 그뿐이랄까요.

그래도 몇 가지 재미있었던 사례를 꼽아보자면

  • 아이 다섯 명이 감자 네 개를 나눠 가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자로 퓨레를 만드는 것이라는 주장.
  • 보통 면적이 두 배가 되면 길이는 2파이, 다시 말해 141%의 비율로 늘어나기 때문에 A4 크기는 A2로 확대해야 글자가 두 배가 된다는 것.
  • 샴페인 잔은 원뿔을 뒤집어 놓은 모양으로, 높이의 절반은 전체 부피의 1/8에 불과함.
  • 파스칼이 계산한 "주사위를 네 번 던졌을 때 6이 나올 확률"은 6이 나오지 않을 확률인 5/6의 4승을 1에서 뺀 값인 0.52라는 것.

등이 있기는 한데 전체적으로 기대와는 너무 달랐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 연령대가 낮은 청소년층에 적합한 교양서라 생각되네요.

2009/11/03

100년의 난제 푸앵카레 추측은 어떻게 풀렸는가 - 가스가 마사히토 / 이수경 : 별점 3점

100년의 난제 : 푸앵카레 추측은 어떻게 풀렸을까? - 6점
가스가 마사히토 지음, 이수경 옮김, 조도상 감수/살림Math

언젠가 EBS에서 방영 예고했던 동일한 내용의 다큐를 놓쳐서 무척이나 안타까왔었는데, 간만에 본가에 가니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던 NHK PD 가스가 마사히토가 쓴 책이 있어서 읽게 되었네요.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책은 두 가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푸앵카레 추측"이 무엇인지와 이 수학상의 어마어마한 난제를 어떻게 풀게 되었는지를 약 반세기에 걸쳐 관련 인물들과 이론을 추적하며 자세하게 서술하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이 푸앵카레 추측을 푼 수학자 페렐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중 첫 번째 이야기는 제가 수학과는 담을 쌓은 사람이라서 완벽한 이해는 불가능했지만, 이 추측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우주공간"에서 끈을 당긴다... 라는 것 정도만 머리에 집어 넣어도 이해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게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상화된 다큐멘터리에 근거한 책이다보니, 여러가지로 쉽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군데군데 묻어나고 있거든요. 이러한 고등수학을 쉽게 설명하기는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겠지만 이 책은 상당한 수준으로 잘 해내고 있습니다. 이쪽 바닥의 명저인 과거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는 책이 연상될 정도로요. 그 외의 Q.E.D에서나 접해봤던 필즈상 이야기라던가 이런저런 친숙한 용어들도 반가운 부분이었고요.

그러나 두 번째 이야기, 즉 수수께끼의 수학자 페렐만에 대한 이야기는 솔직히 기대 이하였습니다. 어려운 수학상의 난제를 해결하고도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할 수 있는 필즈상과 클레이 수학연구소에서 내건 상금 100만불까지 거부하고 현재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은둔하며 사는 페렐만이라는 인물에 대해 피상적인 정보만 쫓을 뿐, 결국 페렐만이 왜 상과 상금을 거부했는지와 지금 뭐하고 사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한 채 이야기를 마무리하기 때문에 김이 확 빠져버렸어요. 수수께끼만 나열한채 해답없이 끝나는, 2권짜리 추리소설에서 전편만 본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첫 번째 이야기가 쉽고 재미있었으며 이런저런 아이디어 같은 것도 얻을 수 있던 만큼 자료적 가치도 있기에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는 것은 명확합니다. 재미없고 실망스러웠던 두 번째 이야기도 이런저런 상상의 여지가 많아 최소한의 흥미거리는 되니까요.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페렐만 박사는 도대체 뭘 하고 있을까요? 푸앵카레 추측을 발판으로 뭔가 다른 새로운 증명에 돌입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왠지 푸앵카레 추측을 해결하며 쌓은 노하우를 통하여 지구, 아니 우주를 정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새로운 연구를 하고 있을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드네요. 이런이런... 만화를 너무 많이 본건가......

2010/04/19

한국 수학사 - 김용국, 김용운 : 별점 4점

한국 수학사 - 8점
김용국.김용운 지음/살림Math

말이 필요없습니다. 제목 그대로 한국 수학의 역사를 기록한 유일무이한 책으로 한국 수학사의 배경과 중국 - 일본수학과 비교한 한국 수학의 특징 설명에서부터 시작해서 한국의 수리사상의 기본개념 부터 삼국시대, 통일 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서 근대까지를 방대한 정보와 자료와 함께 아우르는 그야말로 한국 수학 역사에 대한 바이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 강점기 시대의 수학 전공자 탐정이 나오는 추리소설을 창작하는 입장에서 참고삼아 읽은 책인데 의외로 재미있고 자료로 쓸게 많아서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주역같은 수리사상의 기본개념이라던가 산가지를 이용한 수식과 숫자들, 개성상인들의 부기 관련한 내용은 그 자체를 그냥 트릭으로 도입해도 괜찮을 정도의 A급 자료들이었으니까요.

물론 저같은 사심(?)이 없더라도 기본적인 내용이 재미있습니다. 여러가지 척도라던가 고대 숫자 발음에 대한 자료, 다양한 과거 시대의 교과서들, 도량형, 역사속 한국 산학 교과서에 실린 여러 문제들 같은 경우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완성된 주제로 손색이 없기에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거든요.

무려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과 3만원이 넘는 가격은 분명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이쪽 관련한 정보에 관심있으시다면 한마디로 필독서라 생각되네요. 미시사 서적을 좋아하셔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테고요. 별점은 4점입니다. 자료로 따지자면 특 A급이라 5점짜리 책인데 도판 관련해서는 조금 더 세밀했으면 하여 약간 감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