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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1

넘버스 - 케이스 데블린, 게리 로든 / 정경훈 : 별점 2.5점

넘버스 - 6점
케이스 데블린 & 게리 로든 지음, 정경훈 옮김/바다출판사

<<넘버스>> 라는 미드가 있습니다. FBI 요원인 형 돈을 돕는 수학 천재 동생 찰리가 나오는 이야기죠. 이 책은 드라마 <<넘버스>> 속에서 활용된 다양한 수학 이론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범죄와 수학 이론의 결합은 제 영원한 관심사 중 하나이기에 큰 기대를 갖고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13개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모두 <<넘버스>> 속 이야기와 그 속에서 찰리가 설명해 주었던 수학 이론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해주는 구성입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핫존'을 찾는 이야기로 저도 방영 당시 시청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연쇄 살인범이 다음에 어디서 범행을 저지를지 예측할 수는 없다, 스프링클러의 물방울이 다음에 어디에 떨어질지 알 수 없는 것처럼. 그러나 물방울이 튄 자리의 패턴을 가지고 있다면 스프링클러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있다!"는 이론으로 아주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제가 <<넘버스>> 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도 이 에피소드가 아주 괜찮았던 탓이죠.
드라마에서는 이 수학 공식이 찰리의 창작으로 그려지지만 이 책을 통해 '지리적 프로파일링' 이라고 불리우는 이 기법에 대해 공식 원리에서부터 실제 범인 체포 사례까지 상세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넘버스 속 스프링클러 비유 역시 이 공식의 창안자 로스모가 즐겨 애용하는 비유라고 하네요. 

통계 분석을 범인 기소 및 각종 증명에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아주 흥미로왔습니다. 특히 이른바 '통계의 함정' 설명이 재미있었어요. 예를 들어 오클랜드에서 실행된 연구인데, 오클랜드 거주 인구의 35퍼센트만 차지하는 흑인이 교통 단속 건 비중에서 56퍼센트를 차지하는게 인종적 문제를 암시하느냐에 대한 것입니다. 당연히 그렇지 않고... 경찰은 우범 지역을 보다 높은 비율로 순찰하는데, 우범 지역에 소수 인종 집단이 더 많이 밀집하기 때문에 당연히 더 높은 비율로 단속에 걸리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도 집 근처에서 사고가 훨씬 더 많이 일어난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 역시 집 근처라 마음을 놓거나 하기 때문이 아니라.. 당연히 집 근처에서 운전을 할 일이 가장 많은 탓입니다! 이런 조작 아닌 조작을 많이 접하는 게 현실인데, 앞으로는 어떤 통계인지를 좀 더 면밀히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또 '연결 고리 분석' 은 최근 블록 체인 열풍과 맞물려 있는 부분이 있더군요. 데이터 마이닝, 신경망과 같은 친숙한 용어도 다수 등장하고 있고요.
변화의 조짐을 알아내는 '변화 시점 탐지' 이야기도 소개해 드릴만 합니다. 수학 이론보다는 <<넘버스>> 의 에피소드가 더 기억에 남기 때문입니다. 수학자인 세이버 매트리션이 선수 자료를 분석하다가 금지 약물을 사용하기 시작한 시점을 알 수 있는 수학적 감시 시스템을 고안했다는 이야기라는데 야구 팬으로 관심이 안 갈 수가 없었어요. 이 수학적 감시 시스템은 실제로 존재하고 있으며 현재 '증후군 감시' 등에 이용된다고 하는군요. 이 이야기는 '미래 예측' 이야기와 연결됩니다. 수학은 테러리스트들의 위험 평가를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일종의 통계 - 확률론입니다. 새로운 자료를 얻을 때 마다 확률이 변한다는 내용인데 실제 범죄와 밀접하게 사용될 수 있어 보여서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이런 수학적 시스템이 실제로 적용되어 운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테러가 끊이지 않는걸 보면 과히 성공적인 시스템은 아닌 듯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발전이 있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수록되어 있지만, 완독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유는 어렵기 때문이에요! 이론과 설명 모두 어느 수준 이상을 넘어가면 (정확하게는 <<넘버스>> 속 에피소드와 관련된 소개 정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어요. 어떤 이야기는 설명하고 있는 수학 이론이 어떻게 드라마 속 사건 해결에 이용되는지 그 연결 고리마저도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이 책의 문제라기 보다는 제 공부가 부족한 탓이지만... 일반인 독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또 내용의 많은 부분이 통계, 확률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도 조금은 아쉬웠던 부분이에요.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넘버스>> 에 활용될 정도로 괜찮은 수학 이론이 그만큼 없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그래서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어려운 수학 이론을 되도록 쉽게 설명하려는 저자들의 노력은 눈물겹지만 그래도 어려웠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저같은 일반인보다 수학에 대해 이해도가 높으신 분들이 읽어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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