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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8

술상 위의 중국 - 고광석 : 별점 2.5점

술상 위의 중국 - 6점
고광석 지음/섬앤섬

<<중화요리에 담긴 중국>> 이라는 책으로 음식과 관련된 중국 문화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보여준 고광석 작가가 "" 을 주제로 삼아 쓴 후속작. 전작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구입하여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책은 현재 판매되는 중국 현대 술을 망라하여 소개하는 '제 1부 중국의 술', 그리고 술과 관련된 다양한 고사와 일화를 소개해주는 '제 2부 술이 빚어낸 역사', 마지막으로 다양한 안주와 주법, 조리법 등을 소개하는 '제 3부 안주와 주법' 이라는 세 부분으로 크게 나뉩니다. 그 중 1, 3 부는 각각 100 페이지, 60 페이지 정도의 분량이며 총 340여 페이지의 절반 이상이 제 2부에 속해 있습니다. 

우선 풀 컬러로 도판과 함께 현대 중국 술을 잘 요약하여 소개하는 1부는 아주 근사합니다. 황주와 백주, 노주와 같은 종류별 구분 및 술 별로 각각 상세한 유래 설명도 재미있고, 맛과 향기 등은 저자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기록하고 있어서 설득력이 높기 때문입니다. 
수십 종의 술들이 소개되고, 다 맛보고 싶지만 이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건 '마오타이주'의 유래입니다. 저는 그냥 모택동을 위해 만든 술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군요. 원래부터 귀주 지역에 있던 향토주로 대장정 직전, 홍군이 귀주에 머물며 향토주를 마시며 혁명 의지를 불태운게 이후 국가 연회용 술로 지정되어 현재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이름도 모택동에서 따온게 아니라 '모태진' 이라는 마을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고요. 반대로 '수정방'은 유명세와는 다르게 1998년 수정가 양조시설 발굴 후 개발된 현대 술이며, '공부가주' 역시 공자 집안과 관계가 없는 현대 술이라는건 처음 알았습니다. 아, 이래서 공부가 필요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현대 술 말고 이 책에서 소개된 전통주를 더 찾아 마셔봐야겠네요.

그러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2부의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옛 고사에서 술이 등장한걸 무작위로 가져다 쓴 느낌이거든요. 그 술이 무엇인지, 안주로는 무엇을 먹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술과는 거의 상관이 없는 이야기까지 소개되기 때문입니다. 자객 예양이 주군의 복수를 위해 조양자를 죽이려하다 잡힌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술과 관련된 부분은 조양자가 예양의 주군 지백의 두개골을 술잔으로 썼다는 언급이 전부에요. 이게 술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네요. 그 외의 이야기들도 춘추, 전국 시대와 삼국 시대, 한나라까지는 대부분 잘 알려진 일화들이며, 역시 술이 중요한 이야기들은 거의 없어서 실망스러웠습니다.
다행히 워낙 분량이 많은 탓에 아예 건질게 없지는 않아요. 예를 들자면 "술 배는 따로 있다" 라는 말은 오대십국 시절 대주가였던 주유약이 유래라고 하네요. 작은 몸집의 그가 어떻게 술을 많이 마실 수 있는지 왕이 묻자 "술을 위해서 몸 안에 장이 따로 있다" 고 답한 게 그것이죠. 그리고 근대로 넘어온 이후의 이야기들은 비교적 새롭고 재미있었습니다. <<열국지>>, <<삼국지>>, <<초한지>> 등 유명 고전을 벗어난 시점은 잘 모르는 저에게는 중국 근, 현대는 그야말로 미지의 영역이니까요. 마오타이주를 국빈용 술로 정한 주은래를 소개하면서 그는 굉장히 꼼꼼하고 확실한 성격이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화들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아마도' 라는 모호한 표현을 싫어했다는 것인데 저 역시 많은 반성이 되었습니다. 군 사령관 허세우를 술로 제압하고 주도에 대해 훈계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고요. 참고로 이 허세우는 소림사 출신으로 실제 무술 고수였다는데 좀 찾아봐야겠다 싶을 정도로 독특했습니다.
또 두보와 이백 등 술을 좋아했던 유명 인사들의 소개와 그들이 술을 마시고 술에 대해 쓴 시들도 좋습니다. 워낙 멋드러진 시들이니 당연하겠죠? 개인적인 베스트는 왕안석과 그의 친구 정협 사이에 오간 글로 "술이 임자를 만나면 천 잔도 적고, 뜻이 맞지 않으면 반 마디도 많다"는 것인데, 지금 읽어도 확실한 울림을 주는 멋진 글이에요.
아울러 제가 원했던, 술과 관련된 시시콜콜한 역사 속 잡학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두보가 이백을 기려 지은 시 중 '이백은 한 말의 술이면 시 백수를 짓는다' 고 읆었는데 이 한 말이 바로 두주 (斗酒)입니다. 우리도 흔히 쓰는 '두주불사' 의 두주도 같은 말이고요. 한 말, 두주는 열 되와 같은데, 시대에 따라 변화된 단위입니다. 주나라 때는 2리터였지만 당나라 때는 6리터, 청나라 때는 10리터죠. 이백의 주량은 당나라 기준으로 술 6리터, 돗수가 약한 소흥주를 마셨다 쳐도 어마어마합니다. 일찍 죽은게 이해가 될 정도에요.

마지막 3부는 그냥 유명한 안주거리, 음식 소개와 여러 요리에 쓰이는 한자어 소개로 재미가 없지는 않지만 부록같은 느낌입니다. 그래도 한자어 부분은 잘 기억해 두면 중국 여행갔을 때 유용하겠다 싶긴 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술상 위의 중국' 운운하며 술과 관련된 중국 역사와 문화를 논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이러한 점에서는 분명 기대 이하고요. 술이나 안주의 정체가 명확하고, 정말로 술이 큰 역할을 한 이야기에 집중해서 더 자세하게 풀어내는게 훨씬 좋았을 겁니다. 그래도 읽는 재미가 아주 없지는 않고 나름 건질만한 부분도 있기에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중국 술과 요리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한번 쯤 읽어보셔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18,000원이라는 가격은 과한 감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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