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쇄 미정 - 가와사키 쇼헤이 지음, 김연한 옮김/그리조아(GRIJOA) |
'그리조아' 라는 1인 출판사가 있습니다. 대표 편집자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최근 업데이트는 거의 없지만 좋은 식견으로 바라본 출판 시장 관련 글들과 번역들이 마음에 들어 팬이 된 지 오래입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대표가 축구 관련 서적을 출간하기 위해 직접 세운 출판사라고 알고 있는데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 직접 출간 열의를 보이는 열정에도 감동했고, 저 역시 독립 출판인의 꿈을 나름대로 꾸고 있어서 항상 응원해 왔습니다.
하지만... 출간한 책 대부분은 제가 별 관심없는 축구 관련 서적이고, 일반 서적은 너무 많이 알려져 다 우려낸 사골 국물같은 미라이 공업 이야기 뿐이거든요. 제가 구입할 만한 책은 이 책 밖에는 없더군요. 출판에 대한 에피소드를 다룬 현직 출판인이 직접 그린 만화라고 하니 출판사에 대한 애정을 떠나 책 소개만으로도 호기심이 당겼고요. 그래서 비록 출간된지는 제법 되었지만 마침 생각이 나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실망스럽습니다. 기본적인 작화라는게 존재하지 않는, '낙서' 에 불과한 그림에다가 단순한 이야기를 아무런 드라마도 없이 나열만 하고 있어서 아무런 재미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뭐라고 줄거리를 쓰고 싶어도 쓸 수 없을 정도로 이야기라는게 없어요.
그림도 별로고 재미도 없다면 현직 출판인이 전해주는 정보 전달 측면이라도 우수해야 하는데 그다지 건질게 없습니다. 인터넷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 단편적으로 토막토막 소개되는게 전부로 일본 역대 최고봉의 오자로 "견제 (犬帝) (메이지 대제의 오자)" 가 소개된 것 정도만 기억에 남을 뿐입니다.
물론 책을 만들기 위한 기획과 편집, 만들어진 책의 유통 등 도서라는 상품 전체를 아우르는 실무에 대한 디테일은 꼼꼼한 편이며 "오자 없는 책은 없다, 마음에 담지 마라", "독자로부터 돈을 받는 시대는 끝나간다, 책을 위한 책을 편집해라", "내가 독자다, 팔리든 말든 알 바 아니다, 내가 읽고 싶다" 등등 편집자들이 자기 위안을 삼을 만한 대사는 가득하긴 합니다. 알라딘에서 별점 4점을 받은 이유는 이런 대사들로 동종업계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덕이겠죠.
허나 아쉽게도 저와 같은 일반인이 공감, 혹은 재미를 느끼기는 턱없이 부족한 결과물이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그리조아 출판사와 대표 편집자 분은 항상 응원하겠지만 이 책 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도저히 추천하기 어렵고요, 비슷하게 출판 업계를 다루면서도 만화적인 재미, 꼼꼼한 작화 등으로 반향을 일으킨 <<중쇄를 찍자>> 를 읽으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팔리든 말든 알 바 아니더라도 상품으로서 최소한의 완성도라는건 있었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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